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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검사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총회장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지인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그날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총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는 신천지 총회 본부 관계자들도 자세한 내용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간 전국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확진 판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신천지 안팎에서는 이 총회장의 감염 여부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총회장이 1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115명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에서 치러진 자신의 친형 장례식(1월 31일∼2월 2일)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쏠렸다. 신천지 관계자는 “현재 이 총회장은 발열 증세도 없고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그간 이 총회장의 현 거처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는 사실만 밝혀왔다. 경기 가평군에 따르면 이 총회장은 지난달 24일 이전에는 일명 ‘평화의 궁전’이라 불리는 고성리 신천지연수원에 머물렀다. 경기도가 지난달 24일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와 49조에 따라 이 연수원을 폐쇄하자, 이 총회장은 이후 소형 배를 타고 연수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찾아간 신천지연수원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이 없었다. 이 총회장이 한때 머물렀다고 알려졌던 경기 의왕시의 아파트도 1일 오후 인기척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지난달 중순경 이 총회장이 동행자로 보이는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김소민 기자}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발표 이틀째인 27일에도 ‘마스크 대란’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었고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정부는 이날 공식 사과하고 28일부터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하나로마트는 마스크 확보에 차질을 빚어 당장 28일부터 판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2만4000개 약국으로 공급될 물량 역시 충분치 않아 소비자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려다 허탕을 치는 사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당초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 27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약국 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사 박모 씨는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정작 공급처에서는 다음 달 초에나 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앞 약국 8곳과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가 있는 약국은 2곳에 불과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러 서울 종로구의 우체국을 찾았던 윤모 씨(68)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출근길에 일찍 나와 기다렸는데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대문구의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 직원은 “영업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화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내가 받은 전화만 50통이 넘는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어김없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수출을 제한해 국내로 생산량의 90%를 돌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공급 확대를 느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는 오전 4시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스트코가 가족당 마스크 한 상자(24개입)를 판매한다고 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정모 씨(29)는 “오전 4시 40분경 도착했는데 대기번호표 97번을 받았다. 5시 반 전에 이미 대기 순번이 끝나 버려 그냥 돌아가는 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혼란이 커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 불안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마스크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사과했다. 판매가는 장당 1000∼2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약국을 통해 28일부터 정부가 확보한 ‘공적(公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수도권 외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28일부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영홈쇼핑(케이블채널 20번 또는 21번)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에서도 매일 27만 장을 판매한다. 하지만 실제로 28일부터 소비자들이 정부가 확보한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하나로마트는 이날까지 확보하려고 했던 마스크 15만 개를 제조사에서 받지 못해 이르면 29일이 돼서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 약국에 공급하는 마스크도 공적 판매처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우체국은 28일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체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8일부터 일부 지역 약국에 공급할 수 있지만 얼마나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며 “전국 약국에 충분히 공급하려면 다음 주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소민 / 김태성 기자}

20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9명 더 늘어 이 교회에서만 31번 환자(61·여)를 포함해 모두 44명의 환자가 나왔다. 보건당국은 31번 환자와 같은 예배에 참여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1001명의 명단을 받아 자가 격리 조치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경북 청도나 대구시의 경우 워낙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분들이 많고 가족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노출된 분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대구교회) 교인 전체에 대해서도 명단을 공유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161명 연락두절 대구시는 31번 환자가 다닌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1001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증상이 있다”고 답한 교인이 135명에 달해 확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705명은 ‘증상이 없다’고 답했고 연락이 닿지 않은 교인은 161명이었다. 대구시는 증상이 있다고 답한 교인 135명은 자가 격리를 권고했다. 환자로 판명된 교인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은 좌식 예배실에서 매우 가깝게 붙어 앉아 예배에 참여한다. 대부분 남녀가 따로 나뉘어 모인다. 여성인 31번 환자 주위에는 대부분 여성 교인들이 앉았다. 이 때문에 신천지 대구교회에선 대부분 여성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시는 교인들에게 외출 금지 조치와 실내 마스크 착용, 자가 격리 등을 요청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증상이 확인된 신천지 교인은 검체 조사를 하고 교인들을 대상으로 전담 콜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생 강모 씨(27)는 “31번 환자와 같은 시간, 공간에 있던 교인 가운데 상당수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불안하다”면서 “자가 격리 등의 조치도 잘되지 않을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유증상자가 숨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환자가 스스로 진료를 받고 확산을 막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국 모든 교회와 부속건물에 대해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국의 조치에 따라 방역 등 모든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철저한 조사와 진단이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입원 및 자가 치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인 간호사는 발열에도 병원에서 근무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따르면 신천지 대구교회에 출석하는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20일 오후 1시부터 응급실과 호흡기 병동 1개 층을 폐쇄했다. 이 간호사는 전날 오전부터 두통과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밤 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오전 응급실에서 독감 검사를 받았다. 그는 독감 음성 결과를 받고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코로나19 검사를 추가로 요구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선별진료소 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해당 간호사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호흡기 내과’에서 외래 업무를 담당했다. 호흡기 내과는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찾는다. 그가 근무하는 동안 호흡기가 약한 환자들에게 노출돼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교인은 최근 대구와 경북 포항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70번 환자는 31번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16일 낮 12시 교회를 찾았고 이후 대구 남구 대명동 자택에 도착했다. 17일에는 대구 서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해 포항 남구 대잠동의 한 학생 집에서 과외수업을 했다. 18일 다시 학생 집을 찾았고 오후 2시 한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그는 발열과 몸살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조사 과정에서 밝혔다.대구=강승현 byhuman@donga.com·이소정·김태성 기자}

신천지예수교에서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리는 ‘빛의 성지(聖地)’로 불린다. 신천지를 이끄는 이만희 총회장의 고향이자 이 총회장 부모의 묘지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신천지가 조성해 교인들이 성지순례 때 들르는 ‘만남의 쉼터’도 있다. 대다수 신천지 교인은 자주 현리리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도군에 따르면 11일에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천지 ‘늘푸른봉사단’ 소속 교인 6명이 풍각면 현리경로당에서 미용 봉사를 했다. 봉사단은 오전 10시부터 경로당에 머물며 주민 26명의 머리를 손질했다. 이들은 약 두 달에 한 번씩 청도군의 경로당, 마을회관 등을 방문해 일손을 돕거나 미화활동 등을 해왔다. 청도군은 19일 회의를 열고 봉사단이 다녀간 경로당을 즉시 폐쇄했다. 20일 경로당 앞문은 테이프로 칭칭 감겼고 후문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풍각면 관계자는 “31번 환자가 신천지 신도란 사실을 알게 된 뒤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폐쇄를 결정했다”며 “봉사는 약 15년 전부터 이어왔다”고 전했다. 풍각면 측은 현재 31번 환자도 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신천지 봉사단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했다고 알려진 청도대남병원 측은 1월부터 봉사단이 방문을 중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도군은 “1월부터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해 신천지를 포함한 모든 봉사단의 방문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청도와 함께 이 총회장이 계시를 받았다는 계룡산 국사봉, 신천지 발원지인 경기 과천시를 3대 성지로 꼽는다.대구=전채은 chan2@donga.com / 청도=김태성 기자}

“재국아, 건이 형이야. 나는 너랑 근무할 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그거 몰랐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 서울 한강경찰대 소속 고건 경위(40)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 유재국 경위(39)에게 바치는 고별사를 읽어 내려갔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 울고 웃던 동료를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던 고 경위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 경위는 “힘든 일이 있어도 너와 얘기하면 위로가 되고 마음이 풀렸다”며 “의지를 참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6개월 뒤 태어날 조카는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라. 나중에 아빠에 대해 물어보면 얼마나 성실하고 용감한 경찰이었는지 꼭 말해주겠다”고 했다. 유 경위의 아내는 현재 임신 상태다. 고 경위가 고별사를 마치며 “보고 싶다. 재국아”라며 울먹이자 영결식장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유 경위의 영결식에는 유족과 경찰 동료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 경위는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수색했다. 거센 물살에도 주저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던 그는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유 경위의 영정을 든 경찰과 유족 30여 명이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동료 경찰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휠체어에 몸을 실은 유 경위의 부인은 영결식 내내 황망한 표정이었다. 아들을 잃은 고인의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동료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앞에 차례로 국화꽃을 놓았다. 하지만 헌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눈물이 글썽글썽한데도 잠시라도 고인과 눈을 맞추려 멈춰선 이들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유 경위는 13년간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경찰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며 “대한민국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제복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준 유 경위를 경찰의 표상이자 영웅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친형은 “동생이 정말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지만 많은 동료 경찰이 와주셔서 동생의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치안센터에 들렀다. 유 경위의 영정은 그가 언제나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려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던 한강 앞에서도 잠시 머물렀다. 영정 옆에서 한강을 바라보던 형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강바람에도 어머니는 흐느낌을 멈출 줄 몰랐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지난달 31일부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렀던 유학생 최준혁 씨(26)는 지난 2주간을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입·퇴소 때 추운 날씨에도 손 흔들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혹시 내게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베풀겠다”고 했다. 국민적 배려를 수차례 언급하며 여러 차례 고맙다던 최 씨는 “(격리 생활은) 답답했지만 편했다”며 웃어넘겼다. 16일 오전 인재개발원 앞은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인근에는 ‘우한 교민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우한 교민을 격려하는 메시지였다. 한 시민은 ‘힘든 시간 잘 이겨내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시간 가까이 교민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입소 직전 갈등이 불거졌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전 10시경 개발원 안에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독을 마친 차량이 한 대씩 빠져나오자 아산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버스에서 내릴 수 없어 직접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박수 치고 격려했다. 주민들 배웅을 의식한 듯 버스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교민들도 환송 나온 시민들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창밖 풍경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어도 교민들은 감사함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교민 양신 씨(19)는 “맨 앞자리에 앉아 주민들을 한참 지켜봤다”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현장을 지킨 인근 마을 통장 김재호 씨(63)는 “교민들이 돌아간 뒤에도 이곳을 잊지 말고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전원 퇴소한 충북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도 환송을 나온 지역 주민들이 넘쳤다. 주변에 설치한 게시판에는 ‘건강하게 돌아가시는 걸 축하드립니다’와 같이 교민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아산시에는 우한 교민이 격리됐던 2주 동안 전국에서 보내온 후원 물품이 상당했다. 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143건, 12억3000여만 원어치의 물품을 전했다. 모두 우한 교민과 아산시 취약계층, 사회복지시설,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나눠졌다. 아산시와 진천군 격리시설은 지난달 31일 각각 195명, 173명의 우한 교민이 입소했으며, 1일 아산에 334명이 추가로 들어갔다. 아산 1차 입소자 가운데 2명은 격리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15, 16일에 격리시설에서 퇴소한 교민은 남은 인원 전부인 아산시 527명과 진천군 173명이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 영남, 충북 대전 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별 거점으로 버스로 이동한 뒤 각자 흩어졌다.강승현 byhuman@donga.com / 아산=김태성 / 진천=장기우 기자}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은 유재국 경위(39·사진)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영정 사진 속 유 경위는 참 앳된 얼굴이었다. 순직 당시 경사였던 그는 16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 경위는 이날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애를 먹다가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버렸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유 경위를 구조했다. 심폐소생술(CPR) 조치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위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16일 유 경위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위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부인이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경위는 2017년 7월부터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소속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나 수영 등을 동료와 후배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지 않고 뭔가를 배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위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없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위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위가 타고 있었다. 강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추웠지만 유 경위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위 같은 경찰 덕에 세상이 그리 절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 경위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km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라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긴장 상태로 일한다”고 했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위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옮겨와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최우수 실적 수상안전요원으로 꼽혀 서울지방경찰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옥조 근정훈장과 경찰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지난달 31일부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렀던 유학생 최준혁 씨(26)는 지난 2주간을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입·퇴소 때 추운 날씨에도 손 흔들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혹시 내게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베풀겠다”고 했다. 국민적 배려를 수차례 언급하며 여러 차례 고맙다던 최 씨는 “(격리 생활은) 답답했지만 편했다”며 웃어넘겼다. 16일 오전 인재개발원 앞은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인근에는 ‘우한 교민들 고생하셨습니다’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우한 교민을 격려하는 메시지였다. 한 시민은 ‘힘든 시간 잘 이겨내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 쓴 피켓을 들고 1시간 가까이 교민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입소 직전 갈등이 불거졌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전 10시경 개발원 안에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독을 마친 차량이 한 대씩 빠져나오자 아산 시민들로 구성한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버스에서 내릴 수 없어 직접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박수 치고 격려했다. 주민들 배웅을 의식한 듯 버스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교민들도 환송 나온 시민들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창밖 풍경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어도 교민들은 감사함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교민 양신 씨(19)는 “맨 앞자리에 앉아 주민들을 한참 지켜봤다”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현장을 지킨 인근 마을 통장 김재호 씨(63)는 “교민들이 돌아간 뒤에도 이곳을 잊지 말고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전원 퇴소한 충북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도 환송을 나온 지역 주민들이 넘쳤다. 주변에 설치한 게시판에는 ‘건강하게 돌아가시는 걸 축하드립니다’와 같이 교민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아산시에는 우한 교민이 격리됐던 2주 동안 전국에서 보내온 후원 물품이 상당했다. 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143건, 12억3000여만 원어치의 물품을 전했다. 모두 우한 교민과 아산시 취약계층, 사회복지시설,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나눠졌다. 아산시와 진천군 격리시설은 지난달 31일 각각 195명, 173명의 우한 교민이 입소했으며, 1일 아산에 334명이 추가로 들어갔다. 아산 1차 입소자 가운데 2명은 격리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15, 16일에 격리시설에서 퇴소한 교민은 남은 인원 전부인 아산시 527명과 진천군 173명이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 영남, 충북 대전 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별 거점으로 버스로 이동한 뒤 각자 거주지로 돌아갔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아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차디찬 물에도 인명구조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던 분이었습니다.”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고 유재국 경사(39)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영정 사진 속 유 경사는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다 흙탕물로 물 속이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사는 맨몸으로 뛰어들어 물 속을 손으로 짚어가며 수색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며 한강에 빠지고 말았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어렵사리 유 경사를 구조했지만 이미 한참동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함께 2인1조로 현장에서 작업했던 경찰은 “시야 확보도 어려웠고 물살도 너무 거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유 경사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의 인사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사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유 경사는 순직 직전까지 한강경찰대에서 5년간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경찰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서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법이나 수영법 등 자신이 배운 걸 동료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경사는 쉬는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잠수와 수영을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질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사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사진 한 장 준비하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사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물 속에 사람이 뛰어들었다”며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사가 타고 있었다. 한강 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유 경사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사 같은 경찰 덕분에 한강도 그리 절망스러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경사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 긴장상태로 일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투신한 이들의 시신 인양도 담당한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사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전보해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경찰은 순직한 유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하고,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월세만 200만 원인데…. 이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합니다.” 13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의 한 피부관리숍.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 김모 씨(55)는 대뜸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 가게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의 고객이 찾았다. 하지만 요즘엔 단 1명도 오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주 결국 직원 1명을 내보냈다. 너무 미안했지만 다 죽게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라지만, 영세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뭣보다 고객과 신체 접촉을 하는 ‘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직격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13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 사우나. 180평에 이르는 여탕 내부엔 손님 3명뿐. 그마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있었다. 4년 넘게 근무해 온 세신사 양종덕 씨(66)는 “경력 40년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단골손님도 다 끊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최근 매출은 지난달의 반도 안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가지 말란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천구의 한 사우나에선 이달 초 세신사 한 명이 “생활비도 못 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며 일을 관뒀을 정도다. 고객과 마주보고 앉아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아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설 이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김 씨는 “오늘 단골이 찾아와 겨우 1명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성동구의 한 네일숍도 13일 고객이 1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러다 월세는커녕 생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체로 대면 서비스 업소들은 매달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끊기면 임금 자체가 확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4·여)는 “인센티브가 확 줄어 이달 월급으론 카드 결제대금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원래는 가장 바쁜 휴일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날이 많다.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나가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 받던 월급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는데, 이달엔 반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업소는 체온을 측정해 발열 증세가 없는 고객만 받는 등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피부관리숍 대표는 “본사에서 ‘모든 고객의 체온을 잰 뒤 37도 이상이면 돌려보내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미용실은 출입문에 ‘중국 우한에서 왔거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미용실 관계자는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청결과 예방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다시 찾아와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김소민·김태성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낮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 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다는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 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삼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이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 전주=박영민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오후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 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단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 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 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3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CGV 관계자는 “요즘 영화관이 텅텅 비었었는데, 기생충 상영관은 관객 호응이 뜨겁다. 평일인데 예약률이 40%를 넘어섰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10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교회 예배당. 하얀 방역복에 고글, 마스크까지 쓴 남성이 큼직한 분사기를 어깨에 메고 쉴 새 없이 뭔가를 뿌려댔다. 끊이지 않는 건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방역업체 ‘아담청소’의 황재권 전무는 “요즘 언제쯤 방역하러 와줄 수 있냐는 문의가 하루 수십 통씩 온다”며 “예약이 1주 이상 꽉 차 아무리 사정해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자체적으로 사설업체를 고용해 방역에 나서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마냥 정부만 믿다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궁여지책이다. 방역업계에 따르면 올해 1, 2월 의뢰 건수는 예년 대비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아담청소 역시 요즘 기쁨과 고충이 공존한다. 일이 잘되는 건 좋은데 거절도 못 할 노릇이다. 예배당 방역을 마치고 나올 때도, 교회 집사인 김윤양 씨(63)가 “비용을 더 줄 테니 예배당 옆 건물도 해 달라”고 사정하는 통에 한참을 시달렸다. 황 전무는 “식사도 걸러 가며 하루 6, 7개 건물을 방역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A방역업체는 “3번째 확진자가 여기서 나와서 그런지 작업 의뢰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이 사설 방역업체를 찾는 데는 확진자의 ‘깜깜이 동선’도 한몫했다. 정부로선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지만, 자세한 동선을 밝히지 않으니 괜한 오해와 불안이 퍼져 나갔다. 23번째 확진자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보건 당국은 증세 발현 시점을 기준으로 2∼6일 동선만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입국한 그가 서울 중구의 숙소에 머물렀단 사실이 알려지며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동아일보가 방역업체와 동행한 이날 역시 방역 대상은 중구 소재 건물이 여러 곳이었다. 한 사무실 관계자는 “23번째 확진자 동선을 공개한 날 (사실을) 모르고 롯데백화점 직원을 만났다”며 “뉴스를 볼 때보다 불안해져서 사설 방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역 서비스를 누구나 원하는 건 아니다. 비용이 330m³(약 100평)당 15만∼30만 원에 이르다 보니 영세업자로선 상당히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최근 ‘자가 제조 셀프 방역’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다. 확진자가 지나간 구역에 있지만 보건 당국의 방역 대상은 아닌 업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정제수나 글리세린에 에탄올을 섞어 만드는 이 소독액은 비율을 잘 맞춘다면 시중에 파는 손 소독제 수준의 살균 효과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B 씨도 최근 약국에서 ‘에탄올’을 구입했다. 확진자 1명이 이 근처 숙소에 묵었단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소독약을 만들어 매일 가게와 집기를 소독하고 있다. A 씨는 “사설업체는 너무 비싸서 자구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같은 구 카페 사장인 김영찬 씨(50)는 “영세 사업장은 방역업체도 이용하기가 어렵다. 보건 당국이 숙소 앞만 방역하고 가서 야속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셀프 방역’을 돕기 위해 휴대용 방역소독장비 대여 서비스를 한다. 서울 동작구와 고양시는 방역 장비를 마련해 7일부터 대여해주기 시작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전채은·이소연 기자}

“지금 보건용 마스크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에요. 비트코인 열풍 때랑 비슷하다고 해서 ‘마스크 코인’이라고 부른다니까요.” 6일 오전 자신을 마스크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이렇게 털어놨다. 이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전파 우려로 수요가 급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떼어 판다고 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구해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 도소매점이나 중국인 바이어에게 넘기는 식이다. 이 남성은 물건을 받아서 넘길 때 마스크 한 장당 가격을 10∼20원씩 올려 차액을 챙긴다고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판매 단위가 수십만 장이니, 한 장당 가격을 10원만 올려도 수백만 원을 남긴다는 설명이다. 이 남성은 “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마스크 한 장이 공장을 떠나 사용자에게 갈 때까지 나 같은 중개업자 6, 7명을 더 거친다”고 귀띔했다.○ 중개업자들이 만든 마스크 품귀 현상 “이 방에 있는 사람 가운데 90% 이상은 ‘한탕’ 하려는 중개업자들.” 6일 오후 3시경 25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누군가 이런 자조 섞인 글을 띄웠다. ‘코로나 유통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익명 대화방은 마스크 판매 정보가 오가는 창구다. 대화방에는 “KF94 마스크가 20만 장 이상 필요하다. 현금 들고 바로 갈 수 있다”라거나 “KF80 10만 장 급매” 등 마스크를 사고팔겠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경기 부천시의 한 병원 측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물량이 달려 (병원) 직원용 마스크를 급구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금세 다른 말풍선에 묻혀 사라졌다. 5일 보건당국이 보건용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생산자와 판매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며 대대적인 현장 단속에 들어갔지만 마스크 매매 정보를 주고받는 이 대화방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6일에만 마스크 거래를 위한 단체 대화방이 20곳 넘게 새로 만들어졌다. 한 구매자는 “생산 단가가 300원에 불과한 마스크의 오늘(6일) 시세는 2300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개업자들이 중간에서 물건을 쥐고 풀지는 않으면서 구매자들에게 흥정을 해가면서 계속 값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유통 과정 중간에 있는 중개업자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 거래해 증거 안 남아” 단속 코웃음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은 합동점검반을 꾸려 매점매석 현장 단속에 들어갔다.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단속반 인원도 180명으로 늘렸다.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면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판매상과 구매상들은 당국의 단속이 무섭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판매자는 “서로 돈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모르게 현금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며 “흔적이 남지 않아 세무조사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 거래가 현금을 건네고 물건을 받는 식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른 판매자는 “창고에 물량을 얼마동안 쟁여 놓았을지 단속반이 어떻게 알겠느냐”고도 반문했다. 관세청은 6일부터 보건용 마스크의 매점매석과 보따리상을 통한 반출 행위를 막기 위해 공항공사 및 항공사의 협조를 얻어 단속에 들어갔다. 세관을 통해 중국 등으로 마스크를 다량 떼어 넘기는 행위 자체를 막겠다는 취지다.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김태성 기자}

“두 시간만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3일 오전 경기 고양시 한 어린이집 앞. 김경희(가명·38) 씨가 아들 성호(4)의 마스크를 올려 씌우면서 한참을 도닥거렸다. 잠시 뒤 보건용 마스크를 쓴 교사는 말없이 기다리다 성호를 어린이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놀이방 안에는 아이 2명만이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원래 이 놀이방에선 성호를 포함해 87명이 함께 지내왔다. 현재 이 어린이집은 공식적으로는 ‘임시 휴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고양시 일대를 오간 것으로 확인되자, 시가 어린이집에 휴원을 권고했다. 하지만 김 씨처럼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모는 그대로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김 씨는 “지금부터 친척에게 전화해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 한다”며 “엄마가 돈 벌겠다고 아이를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은 맞벌이 부모들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때아닌 ‘보육 대란’을 겪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이 10곳에 1곳꼴로 문을 닫으며 해당 부모들이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곤란에 빠졌다.○ 긴급보육 신청하고 친척에게 전화 돌리고 갑작스럽게 휴원 통보를 받은 부모들은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긴급보육’을 신청할 수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긴급보육이 신청된 아이를 돌본다. 동아일보가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린 4개 도(경기·충북·충남·전북)에 확인한 결과, 전체 어린이집 등원 아동(9만6067명) 가운데 1만9614명(20.4%)은 이날 긴급보육 서비스를 받았다. 휴원 어린이집 3188곳 가운데 2881곳이 긴급보육 아동을 돌봤다. 하지만 어린이집 곳곳에선 긴급보육을 신청했던 부모들이 도중에 아이를 데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모가 직장에 출근하면서 아이를 급하게 어린이집에 데려다놨다가, 뒤늦게 돌봐줄 지인이나 친척을 찾은 경우다. 충북 청주시에서 온 한 할머니는 네 살 손녀를 데려가면서 “아이가 경기 고양시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벗은 적이 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경기 고양시 한 어린이집 원장은 “부모들이 아침에 긴급보육을 신청해 아이를 등원시켰는데, 오후에 친척이 아이를 데리러 온 게 오늘 하루만 세 건”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어린이집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신종 코로나 8번 환자가 사는 전북 군산시 한 어린이집은 정원 134명 가운데 9명만 등원했다. 전날까지 40가구가 아이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당일엔 31가구가 “불안하다”며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 한 어린이집도 원아 38명 가운데 2명만 등원했다.○ 아이 데리러 온 학부모도 어린이집 못 들어가 이날 운영한 어린이집은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이 때문에 자녀를 집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학부모도 어린이집 건물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경기 의왕시 어린이집에 딸을 데리러 온 김모 씨(38·여)는 어린이집 건물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렸다. 5분 뒤 교사가 마스크를 쓴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김 씨와 교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경기 고양시 한 어린이집은 건물 바깥에서 하는 체육 수업을 없앴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원아들을 서로 접촉하지 못하게 ‘밀착 마크’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 한 어린이집에선 마스크를 쓴 원아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이 건물 유리창 바깥에서 보였다. 아이들은 서로 양옆을 비워 놓고 앉아 있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외부에서 들여오는 우유나 과일 급식도 중단했다”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어린이집에 추가로 휴원 명령을 내리면서 원아들이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시흥시 한 어린이집은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휴원 메시지를 보냈고, 찾아온 원아들은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보건 당국으로부터 “원아가 신종 코로나 14번 환자와 접촉했다”고 전달받은 어린이집 측은 이날 문을 닫고 방역 작업에 나섰다. 고도예 yea@donga.com / 고양=김태성 / 의왕=김소민 기자}
“목숨을 걸면서 돈을 벌고 싶진 않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의류 매장. 주인 A 씨가 가게 문을 닫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음식점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영화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 A 씨는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예 가게 문을 잠시 닫기로 했다. A 씨는 “건물을 오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중에 또 다른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며 “당분간 집에 머물며 유치원생 아들을 돌보겠다”고 했다. 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영화관, 음식점 등 다중 이용업소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업소들은 상당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 인근 가게들도 덩달아 문을 닫기도 했다.○ 확진자 다녀간 곳은 ‘휴·폐업’ 5, 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의 한 영화관은 30일부터 사흘간 영업을 중단했다. 건물 입구에는 ‘극장 내부 위생 강화를 위한 긴급 방역으로 휴업한다’는 안내문만 붙었다. 31일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의 한 의류매장에선 마스크를 쓴 시민 2, 3명만 보였다. 점원이 말을 걸려고 하자 고객들은 뒤로 물러서며 “알아서 보고 가겠다”고 답하며 마스크를 올려 쓸 뿐이었다. 8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전북 군산시의 한 대형 할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할인점은 아예 31일 오후 6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해당 업체는 영업을 종료한 뒤 건물 내부에서 방역 작업을 진행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도 실시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의 임시 보호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일대 호텔에선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온양제일관광호텔은 8일까지 예약된 객실 중 110개가 갑자기 취소됐다. 이는 전체 140개 객실 중 78%에 해당한다. 호텔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온천 관광지로 겨울철 특수를 기대했는데 앞으로 몇 개월간 예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발걸음 ‘뚝’ 백화점, 재래시장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은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31일 오후 7시 경기 수원의 한 백화점에는 마스크를 쓴 고객 대여섯 명만 돌아다녔다. 이 백화점의 신발 매장 직원은 “금요일 저녁엔 퇴근하고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재래시장도 한산했다. 서울 성북구 돈암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A 씨(66)는 “평소 오후 2시 무렵이면 8만 원어치는 팔았을 텐데 오늘은 2만 원도 팔지 못했다”며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 이후 손님이 계속 줄고 있다”고 했다. 인근에서 떡볶이를 파는 조미란 씨(38·여)는 “준비한 재료를 버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 카페리 10개 항로 대부분에선 선박들이 여객 운송을 중단한 채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31일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발 카페리 4척 중 웨이하이(威海)와 단둥(丹東), 스다오(石島)발 카페리 3척은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인천∼중국 항로 전체 카페리가 화물만 싣고 운항하는 것은 1990년 첫 항로 개설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릴 때도 선박들은 수십 명의 승객을 태웠고 여객 수송은 중단되지 않았다.김태성 kts5710@donga.com·이청아·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