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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조성한 신도시급 택지의 특징은 모두 서울 도심에서 3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후보지 4곳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도심 접근성을 꼽았다. 교통 인프라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경기 양주,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4곳 동시 개발로 공급 확대-집값 안정 신호 이날 발표된 신도시 4곳에는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경기 광명 성남 김포시 등이 빠졌다. 정부는 자료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완료된 곳’을 확정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9월에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가 사전 유출된 뒤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는 점을 감안해 가급적 마찰이 덜한 곳을 고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역 반발이 크다고 해서 특정 지역을 신도시 후보에서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지자체와 협의가 끝나지 않아 최종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당초 1, 2곳 발표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4곳을 지구 지정했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봐도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서울 경계에서 5km, 2기 신도시는 10km 떨어져 있지만 이번 3기 신도시는 2km에 불과하다. 거리로는 ‘서울 통근이 불가능한 서울 대체 신도시’라는 지적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에 사실상 서울이나 다름없는 과천을 신도시 4곳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과천지구는 주택건설 규모가 7000채에 불과해 신도시로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당초 예상보다 먼 남양주, 인천 정부가 3기 신도시 후보지의 최우선 요소로 서울 접근성을 꼽았음에도 다소 의외로 보이는 지역도 있다. 1134만 m²를 개발하는 남양주 왕숙지구(1134만 m²·6만6000채)가 대표적이다. 전체 3기 신도시 공급 주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곳에 몰려 있다. 서울 경계에선 2km 거리지만 서울 도심까지 닿기엔 교통여건이 좋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남양주 왕숙지구는 기존 다산신도시와 별내지구의 확장일 뿐”이라고 했다. 정부는 수도권 광역고속철도(GTX) B노선의 완공을 ‘가정’하고 신도시 계획을 세웠다. 왕숙지구가 서울역까지 15분 걸린다고 했지만 이는 GTX B노선이 완공됐을 때의 얘기인 것이다. 국토부 측은 GTX B노선이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년 하반기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 일대에 조성하는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지구 역시 서울 도심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정부는 인천지하철 박촌역과 서울지하철 김포공항역을 잇는 S-BRT를 만들어 해당 부지와 여의도를 25분 만에 잇겠다는 계획이다. 가용 면적의 49%를 자족용지(약 90만 m²)로 조성해 도시첨단산단, 스타트업캠퍼스 등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3만2000채의 주택이 들어서는 하남 교산지구는 서울지하철 3호선이 현재 종점인 오금역에서 10km가량 연장되면서 지구 내에 지하철역 2개가 새로 건설된다. 3호선이 연장되면 이곳에서 수서역까지 20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도 기업지원허브, 청년창업주택 등을 배치해 기업을 유치하고 덕풍천을 낀 친환경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3기 신도시 개발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단지를 조성해 스마트시티로 만들 계획이다.○ 지역주민 반발 해소해야 3기 신도시 개발 후보지로 결정된 4곳은 앞으로 지역주민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국토부는 4개 지자체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30차례 이상 회의를 열었지만 주민 대상의 설득 작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특히 과천은 정부가 9월 3기 신도시 지정 지역과 같은 곳을 택지 지정하려 했을 때 “과천은 서울의 베드타운이 아니다”라는 반발에 부딪힌 곳이다. 또 기존에 아파트 공급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남양주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부터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그동안 공공택지를 지정할 때 교통 혼잡, 임대주택 등의 문제로 지역 반대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대책에는 교통 문제를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애쓴 만큼 지역 반발도 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경기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 3기 신도시 4곳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한 수도권 택지 41곳에 총 15만5000채의 주택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1, 2곳의 3기 신도시 후보를 내놓기로 했던 것보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새로 개발하는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가장 부지가 큰 곳은 남양주(1134만 ㎡)다. 이어 하남(649만 ㎡), 인천 계양(335만 ㎡), 과천(155만 ㎡)의 순이다. 이들은 서울 경계로부터 2km 가량 떨어져 있어 1기 신도시(약 5km)보다 서울에 더 가깝다. 정부는 이번에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면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 선정 부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축을 중심으로 개발된다. 국토부 측은 “입주에 불편함이 없도록 2년 빨리 교통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3기 신도시 후보 부지는 2019년 하반기(7~12월)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1년 주택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서울시 제안 신규부지 24곳 등 서울 내 32곳의 소규모 택지를 개발한다. 여기엔 수색역세권(2170채) 동부도로사업소(2200채) 서남 물재생센터 유휴부지(2390채) 등이 포함됐다. 이들 소규모 택지는 지구 지정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내년에 착공해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주택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3차 신도시 예정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조기 지정해 투기를 막을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후속 절차를 마무리지어 수도권의 안정적인 주택공급 기반을 조기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19일 3기 신도시 대책이 발표된다. 수도권 내 2곳의 신규 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것으로 경기 광명시를 포함해 일부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19일 발표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3기 신도시 후보지로는 경기 광명시, 하남시 등이 거론된다. 이날 발표에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등 2기 신도시의 교통 대책도 동시에 나온다. 그동안 2기 신도시 입주민 사이에서 “서울에 가까운 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2기 신도시는 ‘유령 도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역시 이날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택지 조성 방안과 도심 내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등을 발표한다.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3기 신도시 발표의 서울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수도권 주택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데다 서울보다 인근 수도권 도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박재명 jmpark@donga.com·주애진 기자}
정부와 임차인이 갈등을 빚어 온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이 당초 계약대로 현 시세의 90% 선인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적용된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할 것을 요구해 온 임차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15만3000채의 10년 임대주택 중 조기에 분양 전환된 물량(3만3000채)을 뺀 12만 채의 분양전환 시기가 내년부터 도래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분양전환 기준과 지원방안 등을 18일 발표했다. 분양전환이란 임대아파트를 일정 기간 이후 일반 아파트처럼 분양받게 하는 것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2003년 도입됐다.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중대형도 공급됐다. 2009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첫 입주를 시작했다. 정부는 최대 쟁점이 된 분양전환 가격을 지자체장이 선정한 2개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 금액의 산술 평균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10년 임대주택을 공급할 당시 정부가 내놓은 분양전환 조건이다. 그동안 10년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판교를 중심으로 분양가 산정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해 왔다. 분양 당시 4억 원 정도였던 전용면적 85m² 아파트 가격이 최근 10억 원 선으로 뛴 만큼 시세에 가까운 감정평가액이 아니라 ‘5년 공공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산술 평균 혹은 분양가상한제 등의 방식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이 경우 시세의 30∼60% 수준으로 분양전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국토부 측은 “현 임차인들은 10년 전 임대계약 체결 때 감정가 분양전환 조건을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특히 조기 분양 전환된 물량은 모두 감정가로 분양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계약 조건을 바꿀 순 없다”고 했다. 그 대신 국토부는 임차인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기로 했다. 분양전환을 원하지 않는 임차인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최대 8년간 추가 거주할 수 있다. 임차인이 분양을 원하면 장기 저금리 대출을 해 줄 예정이다. 임차인들은 여전히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정치권이 내놓았던 10년 임대주택 전환 제도 개편 약속을 지키라는 입장이다. 국회에는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가격을 낮추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김동령 LH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일반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하는데 서민을 위해 지은 10년 임대주택만 시세대로 분양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2일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10년 공공임대주택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2003년에 도입된 임대주택.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중대형도 지을 수 있으며 10년간 임대로 산 뒤 분양으로 전환된다. 2009년 5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첫 입주가 시작됐으며 내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으로 전환된다.}

광주 동구에 있는 ‘무등산 아이파크’의 전용면적 101m²짜리 한 아파트의 임대시세는 보증금 3억 원, 월세 45만 원 수준이다. 무주택자가 이곳에 입주해 월세를 꼬박 내도 지금 기준으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현재의 월세 세액공제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m² 이하인 집에 사는 세입자에게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전용면적이 기준을 넘어도 가격이 비싸지 않다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17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 이 같은 서민 주거안정대책이 담겼다. 이 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월세 세액공제 혜택 범위가 확대된다. 현재는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가 전용 85m² 이하인 주택에 월세로 살면 750만 원 한도로 1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고급 아파트에 월세로 사는 임차인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면적이 넓은 아파트가 비교적 많은 지방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용면적이 85m²를 초과하더라도 가격대가 낮은 주택의 임차인에게도 월세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기준이 확정될 예정이지만 기준시가 2억∼3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대출 등을 제한하는 조정대상지역 중 지방의 일부 지역에 대해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서울 25개구와 부산의 7개구 등 전국 43개 지역이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추려 해제할 방침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 초 부산 등 일부 지방의 규제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방 부동산 규제 해소를 언급한 것은 부산 울산 등 동남권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침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산은 2016년 조정대상지역에 처음 지정됐다. 그동안 대출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가 적용돼 왔다. 올 들어 부산 아파트 값은 12월 둘째 주까지 4.04% 떨어져 광역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과 이달 5일 정부에 공식적으로 부동산 규제 해제 신청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부산시의 신청에 대해 “일부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월 해제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실물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지는 만큼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많아 한계에 몰린 집주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매각후재임대(세일앤드리스백)’ 적용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는 대출자의 주택을 사들이고 대출자는 해당 주택에 세 들어 살다가 5년 후 팔았던 가격으로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정부는 내년 세일앤드리스백 지원을 올해(400가구)보다 많은 500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박재명 기자}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줄여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빗장을 푸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수조 원 규모의 건설·토목 사업을 국가 재정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은 특히 대형 재정사업의 전제조건인 경제성 조사(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기존 예타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난 사업이다. 일각에선 대형 SOC 사업이 추진되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 번에 대형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면 향후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접수된 예타 면제 요청 사업은 38건으로 총사업비는 70조4614억 원이다. 여기에는 서울시가 요구한 동부간선도로 확장비용이 빠져 있다. 서울시가 사업비를 제출하지 않아서다. 국가균형위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내년 1월 중순에 예타 면제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가균형위가 이들 사업을 접수한 이유는 예타 면제 조건 중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타 면제 재정사업은 사업비 500억 원 미만 소형 사업에 국한된다. 정부가 대형 지방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해주겠다고 한 건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은 무주∼대구 고속도로(4조8578억 원), 상용차 생태계 구축(2343억 원), 새만금 국제공항(9700억 원) 등 총 6조621억 원 규모의 사업 3건을 냈다. 충북도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1조4500억 원), 중부고속도로 확장(1조 원) 등을 예타 없이 추진해 줄 것을 국가균형위에 요구했다. 예타가 없으면 재정이 투입되기 쉬울 뿐 아니라 사업 속도도 빨라진다. 문제는 이번에 신청한 대부분의 사업이 기존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기준치(1) 이하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제안한 사업비 5조9038억 원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은 2014년 예타에서 B/C가 0.33에 불과했다. 사업비 1조1646억 원인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도 경제성이 없어(B/C 0.57) 재정을 투입하기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가 요청한 남부내륙고속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 건설 사업(5조3000억 원)은 예타 면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측면을 검토한 결과 남부내륙철도는 경제성 평가와는 별개로 추진하기로 매듭지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사업비가 내년 철도 전체 예산(5조5163억 원)과 맞먹는 대형 사업으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타에서 B/C가 기준을 넘지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예타 면제 결정이 나면 단선철로를 놓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복선화를 추진하는 등 사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경남도와 형평성을 내세우며 예타 면제를 압박하고 있다. 전북도 측은 “최근의 흐름이 새만금국제공항의 예타 면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 면제는 지역의 꼭 필요한 소규모 사업을 위한 것이지 수조 원짜리 대형 재정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 숙원사업에 예타 면제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가균형위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국가 30대 선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해준 적이 있다”며 “기재부와 협의해 적절한 사업들을 선정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휘 yolo@donga.com·박재명 기자}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8 서울 홈테이블 데코페어’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된 인테리어 소품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홈테이블 데코페어는 13∼16일 가구, 조명, 액세서리 등 다양한 실내 인테리어 용품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1만 원.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위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는 한 해 만에 거래량이 40% 이상 줄었다. 13일 부동산인포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내 서울 아파트 거래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만94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9만9900건)과 비교하면 20.5% 줄어든 것이다. 서울 평균보다 강남권의 거래 감소 폭이 더 컸다. 강남구는 올해 아파트 거래량이 3420건으로 지난해 거래 건수(6838건)의 절반에 그쳤다. 서초구(―38.7%) 송파구(―40.8%) 강동구(―36.1%) 등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4개 구 전체로는 아파트 거래가 전년 대비 41.8% 감소했다. 아파트 거래를 월별로 보면 9·13 부동산대책이 나온 9월 이후 거래가 급격히 끊겼다. 8월 1만5092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9월(7263건)과 10월(3014건)을 거쳐 11월에는 1000건에도 못 미치는 963건에 그쳤다. 이달에는 11일까지 100건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8월 아파트 거래가 특히 많았던 건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을 언급해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건립 시기별로 따져보면 지은 지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가 1만8646건(24%) 매매돼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10년 초과∼15년 이하(1만5104건·19%) △20년 초과∼25년 이하(1만1991건·15%) 순이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서울 내에서도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줄었다”며 “아파트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는 상태에서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는 만큼 ‘거래 절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국내 14개 지방공항의 안전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63·사진)이 내정됐다. 손 전 학장은 항공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데다 20대 총선 당시 경기 안산시 단원을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어 ‘정치권 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 나올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10일 주주총회를 통해 손 전 학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손 전 학장은 공사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달 중 임명 절차가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학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1981년 경위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2011년 경찰대학장을 끝으로 퇴임한 뒤 2016년 민주당 단원을 지역위원장을 맡았고,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한국공항공사는 낙하산 기관장이 많이 거쳐 간 공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역대 사장 11명 가운데 내부 승진자는 단 1명뿐이고, 공군과 건설교통부 등 업무 연관성이 있던 사장도 3명에 그쳤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르면 2026년부터 경기 의정부에서 서울 강남까지 기차로 16분 만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을 남북으로 잇는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11일 밝혔다. 내년 초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시작하면 2021년 착공해 2026년 완공된다. 정부는 수도권 서북부와 남부를 잇는 GTX A노선도 연내 착공을 추진 중이다.○ 2026년경 하루 35만 명 이용 GTX 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동을 출발해 의정부, 청량리, 삼성, 양재 등을 거쳐 경기 수원시까지 가는 급행철도 노선이다. 역 정차시간을 포함한 열차의 평균속도가 기존 지하철(시속 30km)보다 3배 이상 빠른 시속 100km에 이른다. 최고 시속은 200km다. 완공되면 현재 지하철로 74분 걸리는 의정부∼삼성 구간을 16분, 78분 걸리는 수원∼삼성 구간을 22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GTX C노선은 당초 2011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됐지만 2014년 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고 건설이 무산됐다. 이후 의정부∼도봉산, 과천∼금정 구간은 기존 철도 노선을 사용하고, 당초 의정부와 금정이던 시종착역을 양주 덕정과 수원으로 연장하는 등 사업 계획을 바꾸고서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르면 2021년 말 GTX C노선의 첫 삽을 뜰 예정이다.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건설에 5년 정도 걸리는 만큼 이르면 2026년경 GTX C노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GTX C노선이 완공되면 하루 35만 명(2026년 기준)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사업비는 4조3088억 원이다.○ GTX A노선도 연내 착공 추진 정부는 GTX A노선의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파주시∼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43.6km(정거장 5개)를 잇는 해당 사업은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고 그동안 사업조건 협상과 실시설계를 해 왔다. 삼성동을 지나서부터는 수서발 고속철도 선로를 이용해 동탄신도시까지 닿는다. 국토부는 12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GTX A노선의 사업 내용을 상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당국자는 “기재부 심의 의결이 종료되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약을 맺고 올해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연내 착공이 어렵다는 분위기였지만 ‘적극 추진’으로 당국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남양주시 마석을 잇는 GTX B노선(총 80.1km)은 아직 KDI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GTX C노선의 사업 추진 소식이 알려지며 경기 의정부시, 양주시 등 그동안 ‘소외 지역’으로 평가되던 경기 동북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양주시 덕정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뉴스를 보고서 지역 시세를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 동안 4, 5통 정도 걸려 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GTX 수혜 지역’으로 서울 청량리, 경기 파주시 운정동, 일산신도시, 군포시 금정동 등을 꼽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 사업은 서울 강남으로 쏠리는 부동산 수요를 어느 정도 경기도 등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11일 강릉선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 발생 후 사흘 만이다. 오 사장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현안회의 출석을 한 시간여 앞둔 오전 9시 40분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 왔지만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과거 정부 주도의 인력 감축, 경영 합리화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 사장은 이날 국토위 회의에 불참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오 사장은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고, 올해 2월 사장에 임명됐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현대건설이 ‘2018 대한민국 건설상’ 종합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10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대한민국 건설상 시상식을 열고 8개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사를 부문별 대상으로 선정했다. 종합대상에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新)사옥’을 출품한 현대건설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추병직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건축의 아름다움과 혁신적인 설계, 공간 활용을 보여줬다”며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현대건설을 종합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부문 대상에 포스코건설(송도더샵 센트럴시티) △주택부문 대상에 대림산업(e편한세상 연산 더퍼스트) 롯데건설(동탄2롯데캐슬) 대우건설(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토목부문 대상에 쌍용건설(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GS건설(노량대교) △부동산개발부문 대상에 누림디앤씨(웅천자이 더스위트)가 선정됐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축사에서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수상 기업들에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를 드린다. 정부도 200만 건설인의 노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건설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재도약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아모레퍼시픽 사옥 건립은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사업입니다.” 10일 ‘2018 대한민국 건설상’의 종합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현대건설을 대표해 박동욱 사장(56)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설 사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올해 6월 준공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대해선 시공사인 현대건설뿐 아니라 국내외 건축 전문가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추병직 심사위원장은 “현대건설이 국내 오피스 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호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외부를 덮은 알루미늄 재질의 커튼 월. 길이 4.5∼7m의 ‘핀(fin·알루미늄 루버)’ 2만5000개가 사옥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핀 중량만 3300t에 달한다. 건축물 내부에 들어서면 로비에 3층 높이 층고를 적용했다. 5층에는 단풍나무 등을 심은 중정(中庭·건물 내부 정원)을 설치했다. 건축부문 대상은 포스코건설이 수상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9월 입주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 센트럴시티를 통해 실내 공간 ‘실험’에 나섰다.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 외에도 4∼8인용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과 수납장으로 활용 가능한 서재를 배치하는 ‘다이닝 오픈 서고’를 처음 선보였다. 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드레스룸, 수납장과 세탁기 설치 공간 등을 합친 ‘스마트 다용도실’ 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토목부문에서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한 쌍용건설과 노량대교를 건설한 GS건설이 수상했다.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DTL 921 공구와 TEL 308 공구 공사는 지상의 도로와 운하, 지하의 기존 지하철 노선을 피하기 위해 고난도 기술을 적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DTL 921 공구 중 로처역 구간은 길이는 약 1km에 불과하지만 기존 지하철 구간을 피하면서 역사 2개를 로처 운하 아래에 시공하는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했다. TEL 308 공구는 아파트 밀집 지역을 통과함과 동시에 연약 지반 위에 역사를 지어야 해 역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됐다. GS건설의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의 경사 주탑 현수교를 우리 기술로 건설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노량대교는 경남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에서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잇는 총연장 3.1km의 교량이다. 일반적으로 주탑은 수직으로 만드는데 노량대교는 8도의 경사각을 적용해 수려한 경관은 물론이고 공사비 절감 효과까지 얻었다. 주택부문 대상을 받은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차별화된 기술로 국내 주거시설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 연제구 ‘e편한세상 연산 더퍼스트’ 아파트는 부산의 행정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어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모두 뛰어난 단지다. 대림산업은 리모델링에 유리한 가변형 평면구조를 설계하고, 바닥을 일반 아파트보다 30mm 두껍게 해 층간소음을 줄이는 등 특화설계를 적용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대우건설의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그린 프리미엄’ 기술이 도입됐다.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는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된 생활 문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동탄2 롯데캐슬’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다. 내부에 치유의 숲, 명상의 숲, 솔숲마당을 조성하고 중앙광장에 티가든과 텃밭을 꾸며 자연 친화적인 생활 공간을 마련했다. 부동산개발부문에선 전남 여수시 생활숙박시설 ‘웅천 자이 더스위트’를 선보인 누림디앤씨가 대상을 받았다. 누림디앤씨는 2016년 설립된 부동산 디벨로퍼 기업으로, 2년여 만에 GS건설과 손잡고 올해 9월 여수에서 가장 높은 42층짜리 건물인 웅천 자이 더스위트를 분양했다. 이날 행사에는 8개 수상 기업을 대표해 현대건설 김용식 전무, 포스코건설 피재일 이사, 쌍용건설 김민경 상무, GS건설 박용철 상무, 대림산업 홍록희 상무, 대우건설 전윤영 상무, 롯데건설 정세진 상무, 누림디앤씨 김정욱 회장이 참석했다. 시상에는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참여했다. 주애진 jaj@donga.com·박재명 기자}

연이은 철도 사고에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51)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여당과 정부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9일 사고 현장을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렇게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하는 것은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운행 시스템이 얼마나 정밀하지 못한지에 대한 방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등 이례적으로 날 세운 발언을 이어갔다. 관가에선 김 장관이 오 사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코레일의 정비 불량,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지난달)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했다”며 “또 사고가 난 데 대해 더 이상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코레일이 남북철도 연결의 주무 기관인데 본업인 철도 안전에서 문제가 계속 터지면 대북사업 자체가 비판을 받을 수 있음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2016년 개정된 3차 철도안전종합계획에는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1년에 네 번 이상 발생하면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코레일 사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 사장이 사고 발생 당일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 때문”이라며 자연재해 탓으로 돌린 데 대해서도 책임 면하기에 치중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도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확실한 사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이번 사고를 “낙하산 인사가 낸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그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낙하산인 것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며 “특히 코레일 사장은 전대협 제2기 의장으로 운동권 출신의 전형적인 캠코더 낙하산”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오 사장이 취임 직후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을 복직시킨 것을 예로 들며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안전 점검 등에 총체적 구멍이 생겼다”고도 했다.최고야 best@donga.com·박재명 기자}

“만약 평창 올림픽 때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할 뻔했나요.” 8일 발생한 강원 강릉시 고속철도(KTX) 탈선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릉시 운산동 사고 현장을 찾아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질책하며 한 말이다. 사고 직후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5개 기관의 현장 확인 결과 사고가 난 남강릉 분기점의 선로전환기 2개는 고장 상태를 외부로 알려주는 케이블이 서로 엇갈려 연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이 언제부터 다른 선로전환기의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올림픽 기간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철도학회 관계자는 “통상 1건의 큰 사고가 표면에 드러나면 실제로는 300번의 작은 사고가 숨어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산업 현장의 정설”이라며 “최근 잇따른 대형 철도 사고는 국내 철도안전 체계의 위험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또 선로전환기 고장, 7년 만에 동일 문제로 탈선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에 가깝다. 위험 신호는 사고 발생 전부터 감지됐다. 사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는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열차를 보내는 ‘21A’ 선로전환기의 문제 신호가 접수됐다. 코레일 직원들이 현장 점검을 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케이블이 잘못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작 고장 난 ‘21B’ 선로전환기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열차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신호가 뜬 서울행 선로(21B 관할)로 직선 주행을 했다가 사고가 났다. 전환기 고장으로 선로가 서울 방향으로 완전히 이동하지 않고 강릉차량기지 방향과의 사이에 어중간하게 있다 보니 열차 바퀴가 그 틈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남강릉 분기점의 선로전환기 케이블은 사고 지점에서 약 6km 떨어진 청량신호소 내 신호기계실에 꽂혀 있다. 지난해 6월 설치됐다. 박규환 코레일 기술본부장은 “(선로전환기) 최종 점검이 지난해 9월 17일 있었고, 그때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토부 측은 “누가 언제 케이블을 잘못 연결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를 끝냈을 때부터 케이블이 잘못 연결돼 있었는지, 추후 유지보수 과정에서 코레일 측에서 문제를 일으켰는지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강릉선은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개통 후 1년간 이상 유무를 알지 못했다. 오 사장은 “(평창 올림픽 때) 장애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다행히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열차 10량 전체(기관차 2량 포함)가 선로에서 이탈했다. 당시 충격으로 앞쪽 2량은 T자로 꺾인 채 튕겨 나갔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저속 주행(시속 103km) 중이어서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철로 양쪽은 20∼30m 높이의 급경사로 열차가 아래로 추락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구간이다. 선로전환기 관리 문제는 2004년 KTX 상업 운행 이후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2011년 2월 경기 광명시 경부고속선 일직터널에서 발생한 KTX 탈선 역시 이 장치의 너트가 빠지면서 선로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 전문가는 “7년 전 문제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또다시 사고가 났다”고 했다.○ 비상안전경영, 총리 질책 끝나자마자 사고 국내 철도의 ‘안전 불감증’이 정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은 철도 사고가 빈발하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비상안전경영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찾아 “국민 불신을 완전히 불식할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사흘 만에 역대 두 번째 KTX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코레일의 기관차·전동차 고장 건수는 661건으로 사흘에 한 번꼴이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종합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고속철도용 신선(新線)에서는 탈선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도 만약 300km로 달리다가 났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서형석 / 강릉=이인모 기자}

개통한 지 1년밖에 안 된 고속철도(KTX) 강릉선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났는데 이를 통제소에 알려주는 케이블이 엉뚱한 곳에 꽂혀 있었다. 열차가 끊긴 상태나 다름없는 선로로 멈추지 않고 들어선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철도는 최근 3주 사이 10건의 사고가 터졌다. 1964년 개통된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개통 후 지진에 의한 2건을 제외하고 탈선 사고가 없었던 점과 대조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 35분경 승객 198명을 태운 강릉발 서울행 KTX-산천806호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직원 1명 등 16명이 부상했고, 강릉선 KTX 통행이 양방향 모두 주말 내내 중단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고 지점인 남강릉 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강릉차량기지로 보내는 ‘21A’, 서울로 보내는 ‘21B’ 등 두 개가 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이 사고 직후 조사한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꽂혀 있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 21A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떠서 이곳으로 점검을 나갔는데 실은 21B가 고장 나 있었다. 열차는 ‘정상 진행’ 신호가 뜬 21B 선로전환기를 이용해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다 탈선했다. 국토부 측은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선로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고, 열차는 이곳을 통과하다 사고가 났다”고 했다. 사고를 감지하는 케이블이 언제 왜 바뀌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TX 탈선은 2011년 2월 11일 경기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후 7년 만이다. 당시에도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2011년 광명역 탈선 사고와 판박이”라며 “유지보수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잘못 건드린 것인지, 시공 때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런 실력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사과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 작업을 끝내고, 추가 점검을 거쳐 이날 오전 5시 30분 강릉발 서울행 첫차부터 강릉선을 정상 운행할 계획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서형석 / 강릉=이인모 기자}

“‘다친 승객이 진료를 원하면 먼저 연락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고속열차(KTX) 탈선 사고로 발목을 다친 최모 씨는 코레일에서 문자메시지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레일은 승객들에게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 등을 원하시는 경우 가까운 역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상자를 찾아 일일이 연락을 취한 게 아니라 탑승객 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다친 승객들이 알아서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코레일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부상자들은 “코레일의 대응이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은 부상 승객 15명에게 치료비 등을 보상할 계획이지만 승객이 직접 배상요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취업과 진학을 위한 면접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코레일의 KTX 탈선 사고 대응은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8일 낮 12시경 서울역에 3시간 늦게 도착한 사고 열차 승객들은 당시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승객들은 “탈선 직후 코레일 측이 한 일은 ‘열차가 탈선을 했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잠깐만 자리에 앉아 계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승무원들이 비상문을 개방한 것이 전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일부 승객은 공포에 질려 객실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휴가와 외출로 열차에 탑승해 있던 군인들과 일부 승객은 자진해서 여성 승무원 1명과 함께 승객 대피를 도왔다. 코레일은 승객 보호에서도 난맥상을 드러냈다. 8일 오전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최강 한파’가 몰아쳤다. 사고 직후 탈출한 승객 20여 명이 소방서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강릉역으로 갔다. 하지만 나머지 170여 명은 코레일이 준비한 버스가 사고 후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해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서울로 가다가 상경을 포기한 승객은 “후속 조치가 너무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의 안이한 대응은 서울에서도 이어졌다. 사고 여파로 강릉선 열차가 8일 내내 지연되면서 9일 0시 3분과 23분 각각 청량리역, 서울역에 도착한 마지막 836편 승객을 위해 코레일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임시열차를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협의가 되지 않아 1호선 승강장이 아닌 지상의 다른 승강장에서 열차가 출발해 의정부역행 임시열차를 이용한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코레일 측은 “탈선 이후 차량의 피해가 커 전체 안내방송을 할 수 없었다”며 “승무원이 일일이 객차를 돌면서 육성으로 승객들에게 대피 안내를 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군인들이 구조 활동에 나선 것 역시 승무원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 코레일은 “사고 발생 즉시 연계 버스를 찾았으나 이른 오전이라 버스 확보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부상자와 노약자를 우선 이송했고,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8시 반부터 승객 이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박재명 기자}

“만약 평창올림픽 때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할 뻔 했나요.” 8일 발생한 강원 강릉시 고속철도(KTX) 탈선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 사고 현장을 찾아 오영식 한국코레일 사장을 질책하며 한 말이다. 사고 직후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5개 기관의 현장 확인 결과 사고가 난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기 2개는 고장 상태를 외부로 알려 주는 케이블이 서로 엇갈려 연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이 언제부터 다른 선로전환기의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올림픽 기간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철도학회 관계자는 “통상 1건의 큰 사고가 표면에 드러나면 실제로는 300번의 작은 사고가 숨어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산업 현장의 정설”이라며 “최근 잇따른 대형 철도사고는 국내 철도안전체계의 위험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또 선로전환기 고장, 7년 만에 동일 문제로 탈선 지금까지 조사 결과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에 가깝다. 위험 신호는 사고 발생 전부터 감지됐다. 사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는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열차를 보내는 ‘21A’ 선로전환기의 문제 신호가 접수됐다. 코레일 직원들이 현장 점검을 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케이블이 잘못 끼워져 있어서 정작 고장 난 ‘21B’ 선로전환기를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열차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신호가 뜬 서울행 선로(21B 관할)로 직선 주행했다가 사고가 났다. 움직이는 선로가 당초 진행해야할 선로와 붙어 있지 않다보니 열차는 탈선한 것이다.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기 케이블은 사고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청량신호소 내 신호기계실에 꽂혀 있다. 지난해 6월 설치됐다. 박규환 코레일 기술본부장은 “(선로전환기) 최종 점검이 지난해 9월 17일 있었고, 그때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토부 측은 “누가 언제 케이블을 잘못 연결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신호소 공사를 끝냈을 때부터 케이블 연결이 잘못되어 있었는지, 추후 유지보수 과정에서 코레일 측에서 문제를 일으켰는지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강릉선은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개통 후 1년 간 이상 유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오 사장은 “(평창올림픽 때) 장애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다행히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열차 10량 전체(기관차 2량 포함)가 선로에서 이탈했다. 당시 충격으로 앞쪽 2량은 T자로 꺾인 채 튕겨 나갔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출발한지 얼마 안 돼 저속주행(시속 103km) 중이라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철로 양쪽은 20~30m 높이의 급경사로 열차가 아래로 추락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아찔한 구간이다. 선로전환기 관리 문제는 2004년 KTX 상업운행 이후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2011년 2월 경기 광명시 경부고속선 일직터널에서 발생한 KTX 탈선 역시 이 장치의 너트가 빠지면서 선로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 전문가는 “7년 전 문제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또 다시 사고가 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비상안전경영, 총리 질책 끝나자마 사고 국내 철도의 ‘안전 불감증’이 정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은 철도사고가 빈발하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비상안전경영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찾아 “국민 불신을 완전 불식할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사흘 만에 역대 두 번째 KTX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코레일의 기관차·전동차 고장 건수는 661건으로 사흘에 한 번 꼴이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종합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고속철도용 신선(新線)에서는 탈선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도 만약 300㎞로 달리다 났다면 대형 참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철도 운영관리 책임이 불완전하게 이뤄진 게 사고의 근본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2004년 건설교통부는 철도청을 분리해 건설 및 유지보수는 철도시설공단, 운영은 코레일이 맡게 했다. 그런데 철도청 노조가 반대해 유지보수 인력은 지금도 코레일에 있다. 장 교수는 “유지보수 인력을 철도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아닌 곳에 둬야 안전점검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연이은 철도 사고에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51)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취임 초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전문성 부족’ 논란에 야당에서는 이번 KTX 강릉 탈선사고를 “낙하산 인사가 낸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코레일 사고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9일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그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낙하산인 것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코레일 사장으로 인사한 자가 전대협 제2기 의장의 운동권 출신의 전형적인 캠코더 낙하산 인사”라고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별다른 관련 경력 없이 코레일 수장을 맡은 오 사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국당은 오 사장이 취임 직후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을 복직시킨 것을 예로 들며 “총체적 기강해이가 사고를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근로 기강해이와 이에 따른 안전점검, 시설관리 등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 사장의 우군인 정부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코레일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을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재발한 만큼 더 이상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 사고원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오 사장을 직접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16년 개정된 3차 철도안전종합계획에는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1년에 4번 이상 발생하면 국토교통부가 대통령에게 코레일 사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확실한 사고재발 방지책을 세워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오 사장이 사고 발생 당일인 8일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 때문”이라며 자연재해 탓으로 돌린 데 대해서도 책임 면하기에 치중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개통한 지 1년밖에 안 된 고속철도(KTX) 강릉선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났는데 이를 통제소에 알려주는 케이블이 엉뚱한 게 꽂혀 있어서 열차가 잘못된 철로로 들어선 게 사고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철도는 최근 3주 사이 10건의 사고가 터졌다. 1964년 개통된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은 개통 후 지진에 의한 2건을 제외한 탈선 사고가 없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 35분 승객 198명을 태운 강릉발 서울행 KTX-산천806호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직원 1명 등 16명이 부상했고, 강릉선 KTX 통행이 양방향 모두 주말 내내 중단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고 지점인 남강릉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차량기지로 보내는 ‘21A’, 서울로 보내는 ‘21B’ 등 두 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사고 직후 육안 조사한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꽂혀 있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 21A에 문제가 있다고 신호가 떠서 21A로 점검을 나갔는데 실은 21B가 고장 나 있었다. 열차는 ‘정상 진행’ 신호가 뜬 21B 선로전환기를 이용해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다 탈선했다. 국토부 측은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선로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고, 열차는 이곳을 통과하다 사고가 났다”고 했다. 말하자면 선로가 끊긴 것과 다름없는 구간을 열차가 진행한 것이다. 사고를 감지하는 케이블이 바뀐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TX 탈선은 2011년 2월 11일 경기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후 7년 만이다. 당시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2011년 광명역 탈선 사고와 판박이”라며 “유지보수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잘못 건드린 것인지, 시공 때부터 문제였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런 실력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사과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추가 점검을 거쳐 당일 오전 5시 강릉발 서울행 첫차부터 정상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