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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관저 벽을 넘고 침입해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인 반미·친북 성향 학생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7명에 대해 20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중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불법 점거했던 회원도 포함됐지만 당시엔 불구속 입건으로 풀려났던 것으로 확인됐다.●美대사관 앞 불법 시위 전력자가 대사관저 침입 서울지방경찰청은 18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정동의 미국대사관저 벽에 사다리 2개를 설치한 뒤 벽을 넘어 침입해 관저 현관에서 기습 농성을 벌인 대진연 회원 17명 중 9명에 대해 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 중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21일 오후 3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사관저 밖에서 검거된 또 다른 대진연 회원 2명은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진연 회원 9명은 모두 한 차례 이상 불법 시위를 벌여 경찰에 입건된 전력이 있었고, 대다수는 여러 차례 입건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 인도에서 ‘미국 내정간섭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다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 기단 위로 기습적으로 올라가 반미 시위를 벌였다. 또 올 7월 중구 명동의 한 빌딩에 입주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 사무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일부 회원과 올 3월 국회 의원회관 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의원실을 기습 점거한 이들도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그때마다 현행범으로 연행됐지만 곧 풀려나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길 반복했다. 경찰은 세종대왕상 시위 당시 미신고 집회 혐의만 적용했고, 미쓰비시 사무실 복도 점거 땐 시위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했다. 나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점거한 회원 2명의 구속영장은 검찰과 법원에서 각각 1명씩 반려되거나 기각됐다. 경찰이 뒤늦게 대사관저 인근 경비 경력을 기존 의무경찰 2개 소대에서 경찰관 1개 중대로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껏 솜방망이 대응으로 과격 시위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진연 회원들이 대사관저에 침입할 당시에도 경찰은 사다리를 치우지 않았고, 담을 넘은 여학생 11명은 여경이 도착할 때까지 체포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엔 중국동포 여성(43)이 대사관저에 담장 중 낮은 부분을 뛰어넘어 들어가 배회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경찰, 배후 수사 착수 경찰은 대진연이 사다리 두 개를 미리 준비해온 점에 미뤄 침입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배후를 수사하고 있다. 대진연은 한국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이었던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2016년경부터 조직됐으며 지난해 3월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진보 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정식으로 출범했다.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 내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진연 산하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유모 씨(36)도 한총련 15기 의장 출신이다. 경찰은 대진연이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지만 시위를 기획한 건 한총련 소속 회원들이 활동하는 국민주권연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진연과 국민주권연대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했다. 연행된 대진연 회원 19명은 모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외에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배후 연관성을 밝혀낼 방침이다. 대진연은 이날 오후 6시 체포된 회원이 조사를 받고 있는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진연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사를 맡은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항의전화를 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 경찰이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아동음란물 사이트 이용자 300여 명의 신원을 파악했는데 이 중 200명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미국, 영국, 독일 수사기관과의 공조 수사로 아동음란물 사이트 이용자 310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이 중 한국인 223명을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미국 법무부도 이날 워싱턴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32개 나라의 아동음란물 이용자 310명이 검거된 사실을 알렸다. 윤상연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아동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하는 것이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미국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을 갖고만 있다가 적발돼도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4개 나라의 공조 수사는 영어로 된 해당 사이트를 들여다보던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사이트 서버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2017년 9월 한국 경찰청에 알리면서 시작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은 지난해 3월 사이트 운영자 손모 씨(23·수감 중)를 붙잡았고 이후 사이트 이용자들을 계속 추적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충남의 자택에 서버를 갖춰 놓고 이 사이트를 통해 아동음란물 동영상 22만여 건을 유통했다. 손 씨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받고 동영상을 판매해 415비트코인(약 4억 원)을 챙겼다. 손 씨가 만든 사이트는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이 어렵고, 일반적인 브라우저로는 접속도 할 수 없는 이른바 ‘다크웹(Dark web)’이었다. 손 씨는 이용자들도 사이트에 아동음란물을 올릴 수 있게 한 뒤 해당 영상이 팔리면 영상을 등록한 이용자의 비트코인이 충전되도록 했다. 이 사이트 회원 수는 128만 명에 달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청은 아동음란물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촬영물 등 추적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경찰이 지정한 개인 간 거래(P2P) 사이트 등에서 불법 촬영물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해당 촬영물의 유통 경로를 추적한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 시스템을 통해 불법 촬영물 소지 및 유포자 142명을 검거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14일 그동안 조 전 장관의 퇴진을 촉구해 왔던 단체들은 ‘정의와 상식의 승리’라고 환영하면서도 조 전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조 전 장관의 사퇴와 관계없이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서를 발표했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조 전 장관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온갖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을 부르짖다 사퇴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 정의와 윤리를 요구해온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열어 온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의 이상용 대변인은 “우리가 열었던 집회의 초점은 조 전 장관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였기 때문에 집회 참가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 하야를 목표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으로 구성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전 장관의) 검찰 수사에 대한 압력과 대정부 질문에서의 위증만으로도 사퇴는 너무 관대하다”며 “장관 사퇴가 그가 연루된 많은 의혹을 덮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쟁본부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세 번째 집회를 열 예정이다. 변호사 단체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조 전 장관의 사퇴와 관계없이 검찰 개혁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검찰도 국민을 위한 검찰로 변화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상관없이 검찰 개혁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기도 했던 참여연대는 “조 전 장관의 사퇴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대대적이고 철저한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조 전 장관의 사퇴는 검찰 개혁의 중단이 아니라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표명했던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재희 jetti@donga.com·한성희·박상준 기자}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아내와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큰 마음의 상처를 줬고, 7년간 함께해온 회사 임직원에게 큰 실망을 안겨줘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7일 오전 인천지법 410호 법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 씨(29)가 최후 진술을 했다. 목이 잠긴 듯했지만 이 씨는 2분 동안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저를 사랑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가족과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제 인생을 성찰하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런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송현경) 심리로 열린 이 씨에 대한 첫 재판이자 결심공판에서 이 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미국 유학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발 부위에 나사와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했고, 치료 과정에서 유전병까지 발현돼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교통사고 후유증 외에 근육이 위축되고 감각장애가 일어나는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유학 시절 쓴 ‘아파봄으로써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에세이 일부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또 “잘못이 밝혀진 직후 (이달 말 출산 예정인) 만삭인 부인과 검사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하며 사실상 구속을 자처했다.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이어 “만삭인 부인과 곧 태어날 아기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거듭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해외에서 대마를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했다”며 이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씨는 지난달 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혐의로 적발된 뒤 구속 기소됐다. 이 씨의 선고 공판은 24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40대 남성 A 씨는 몇 년째 도박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2015년 한 정신병원에 8개월간 입원한 적도 있다. 20대 후반 ‘바다이야기’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도박을 시작한 그는 이내 빚더미에 올랐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자 끊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도박 자금으로 대출한 돈이 1억 원을 넘겼고, 결국 회사 돈에 손을 댔다. 딸과 아내는 그를 떠났고 어머니는 “같이 죽자”며 울었다. A 씨는 “그때 나는 짐승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남성 B 씨는 군대에 있을 때 불법 스포츠토토를 접한 게 인생을 바꿨다. 1만 원을 걸어 170만 원을 땄던 잠깐의 경험이 성실히 일할 생각을 접게 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는 돈이 필요하면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B 씨의 부모는 아들을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접수한 사례들이다. 지난해 접수한 상담만 6만6862건에 달한다. 상담자의 대부분은 불법도박에 손을 댔다 도박중독에 빠졌다. 사감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2015년 현재 8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가 4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가파르게 늘고 있기에 내년에는 150조 원(국가정보원 추산)에서 220조 원(형사정책연구원 추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은 늘고 있지만 ‘합법’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행되는 합법 사행산업 7개는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본능에 가까운 도박 욕구를 근절하는 게 어려우니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관리를 하며 그 이익을 세수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였지만 현재 매출 규모는 불법도박의 4분의 1이 안 된다. 합법 사행산업 7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3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경륜 매출은 최근 10년 새 최저였다. 일부 지역 경륜본부는 타산이 맞지 않아 한시적 운영 중단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불법도박이 비정상적으로 성행하는 이유로 환급금이 많고 접근성이 뛰어난 데 비해 단속은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먼저 불법도박은 합법 사행산업처럼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지도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금액을 걸었을 때 손에 쥐는 돈이 더 많다. 또한 접근성에서도 상대가 안 된다. 합법 경마·경정·경륜 등은 오프라인으로만 베팅이 가능하지만 불법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베팅 액수에도 제한이 없다.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한 일본은 사설 경마가 일본중앙경마회 매출의 10%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사설 경마 규모가 합법적인 매출보다 30% 이상 많다. 레저마케팅 전문가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대로라면 불법 시장은 계속 커지고 합법 시장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도박의 역기능만 강조하면서 허가 받은 종목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 또한 합법 사행산업을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내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범법자로 추락할 수 있는 이들을 합법이라는 밝은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경마의 경우 온라인 베팅만 허용해도 불법 도박의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불법 경마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장외 발매소를 말 산업에 대한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경마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도 병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김재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10건의 화성 사건 외에 추가로 자백한 살인 범행 4건은 1988년부터 1992년 사이에 경기 수원시와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건의 화성 사건과 유사하게 피해자의 의류로 양손을 결박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경찰은 수사팀이 먼저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이춘재가 추가 범행의 장소와 특징을 상세히 진술한 점에 비춰 자백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1988년 12월 24일 수원시 팔달구 화서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고생 김모 양(당시 18세) 살인 사건과 1989년 7월 3일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에서 있었던 정모 양(당시 17세) 살인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양과 정 양은 발견 당시 자신의 옷 등으로 양손이 묶인 상태였다. 총 10건의 화성 사건 중 5건의 피해자가 손이 옷 등으로 묶인 채 발견됐다. 화성 사건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73)은 “(김 양 사건은) 화성 사건의 ‘복사판’이었다. ‘화성의 그놈이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이춘재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했다. 김 양 사건 땐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명모 군(당시 16세)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숨지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정 양 사건 땐 용의자를 좁히지 못했다. 이춘재는 수원의 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1990년 2월엔 권선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으려던 혐의(강도예비 등)로 붙잡혔다. 이춘재는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택지조성공사현장의 공장 직원 박모 양(당시 17세) 살인과 1992년 6월 24일 흥덕구 복대동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이모 씨(당시 28세) 살인 역시 자백했다. 이들도 양손이 묶인 채 발견됐다. 이춘재는 청주의 한 건설업체에서 포클레인 기사로 일하다가 아내 이모 씨를 만나 1991년 7월 결혼했다. 1993년 4월 청주로 이사 가기 전까지 화성과 청주를 오가며 생활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양 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가 아닌 박모 군(당시 19세)을 지목했다. 박 군은 법원에서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사건도 미제로 남아있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로 확인되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던 이들의 재심 청구 등이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상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면 이미 징역을 산 뒤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국가에 형사보상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1988년 9월 8번째 화성 사건의 경우 농기계수리공 윤모 씨(52)가 1989년 7월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징역 20년으로 감형된 뒤 2009년 8월에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윤 씨의 지인 A 씨(54)는 “원주교도소에 수감된 윤 씨를 면회하러 갈 때마다 그는 ‘너도 잘 알겠지만 나는 그런 걸(범행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윤 씨의 가족은 “윤 씨가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검찰이 거대한 권력에 기대 수사권을 방어권으로 쓰는 오남용 사태가 많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 공감대가 있을 때 ‘검찰공화국’ 사수에 검찰권을 오남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땅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청문회 당시 사문서위조 혐의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는 걸 보고 인사권에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청문회에서 걸러져야 할 일을 검찰이 수사로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검사가 경찰청 국감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부장검사는 2016년 고소장을 위조한 검사에 대한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검찰 지휘부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의원 감금과 폭행 고소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17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조광환)는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7명에게 7∼1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 요구를 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된 한국당 의원 60명 중 20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낸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한국당은 국정감사 기간에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의원들의 출석 불응 방침을 밝혀왔다. 당 원내수석부대표 권한대행인 정유섭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감사 기간은 원내대표가 가장 필요한 시점으로 하루 종일 어떻게 자리를 비울 수 있느냐. 국감이 끝나고 적절한 시기에 당당히 출석해서 패스트트랙에 대한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고소 고발된 60명의 한국당 의원 중 아직 출석 요구를 하지 않은 23명에 대해서도 곧 출석 요구를 할 방침이다. 지난달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 20명은 이날까지 출석하라고 통보받았으나 한 명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의원 신분은 아니지만 황교안 대표는 의원 감금, 폭행 등을 지시한 혐의로 고발당해 1일 검찰에 자진출석한 뒤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경찰이 화성 사건의 모방 범죄로 결론 내린 8차 사건을 본인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춘재는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1988년 9월 16일 발생한 8차 사건이 본인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당시 이춘재는 다른 화성 사건을 자백할 때와 마찬가지로 종이에 약도를 그리며 8차 사건 범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8차는 피해자 박모 양(13)이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진안동) 자신의 집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박 양의 어머니는 아침에 딸이 일어나지 않자 방문을 열었는데 박 양은 이불 속에서 숨져 있었다. 당시 경찰은 다른 화성 사건과 달리 피해자의 손발이 묶여 있지 않았고, 야외가 아닌 유일하게 피해자의 집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방 범죄로 결론 내렸다. 사건 발생 다음해인 1989년 7월 경찰은 윤모 씨(당시 22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윤 씨가 박 양을 성폭행 한 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불구적인 신체적 특징’ 때문에 범행이 특정될 것을 우려해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윤 씨를 검거한 공로로 수사팀 4명이 1계급 특진했다. 당시 경찰이 윤 씨를 진범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박 양의 방에서 발견된 범인의 음모였다. 경찰은 음모에 카드뮴이 다량 함유돼있다는 점에 착안해 중금속에 노출된 공장 직원이 범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당시 농기계 수리공이었던 윤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윤 씨의 음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를 비교한 결과 방사성 동위원소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당시에는 이춘재를 화성 연쇄사건의 진범으로 지목한 유전자(DNA) 분석기법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8차 사건의 진범이 본인이라는 이춘재의 자백이 맞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로 윤 씨가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002년 윤 씨의 여죄를 조사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그를 만난 경찰은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씨가 ‘나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해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저지른 게 아니다. 형들이, 형사님들이 나를 여기다 잡아넣었잖아’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윤 씨는 만기 출소일인 2010년 5월을 8개월 앞둔 2009년 8월 가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최근 이춘재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 경찰관이 “왜 그때 범행을 인정했느냐”고 묻자 “내가 언제 범행을 인정했냐. 당신들이 인정했지”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신빙성 여부를 계속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기록과 피해자 조서, 이춘재 진술과 당시 현장 묘사가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인 자백인 만큼 자백의 신빙성과 객관성을 수사기록과 비교해 사실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서른 살 넘은 박사도 논문 한 편 쓰려면 몇 달이 걸립니다. 고등학생이 2주 인턴활동으로 제1저자가 된 게 말이 됩니까?” 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30대 박모 씨는 30대 아내 김모 씨와 함께 두 아이의 유모차를 각각 끌고 이곳에 왔다. 박 씨는 “나도 지금 논문을 쓰고 있는데 제1저자는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등재돼야 한다. (조 장관 딸이) 영어 번역만으로 제1저자가 됐다는 건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공학박사인 아내 김 씨도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5년간 밤늦도록 실험하고 공부했다”며 “고등학생이 2주간 논문을 쓰고 제1저자가 됐다는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와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등이 집회를 주최했다.○ “나 같은 엄마 두게 해서 미안하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조 장관을 향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60대 부모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30대 남성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40번 넘게 참여했을 만큼 나는 ‘촛불시민’이었는데 (조 장관과 관련된) 이번 사태를 보고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1000명이 넘는 변호사, 1만 명이 넘는 대학교수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국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부모들의 자조 섞인 분노도 터져 나왔다. 딸 장주희 씨(24)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윤경 씨(53·여)는 “난 권력도 돈도 없어 딸의 취업 준비에 도움을 못 줘 요즘 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털어도 먼지 안 나오게, 정직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고 했다. 서울대에 다니는 아들을 둔 오모 씨(52)는 “우리 아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봉사활동 3시간 30분을 하고도 1시간 단위로 인정이 돼 3시간만 봉사 시간으로 인정받았다”며 “우리 같은 서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조 장관 가족은 편법으로 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나왔다”는 교사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 영어교사인 이소희 씨(36·여)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닌 조 장관 자녀가 누린 ‘품앗이 인턴’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없다”며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인턴이었다고 했지만 그건 교사들도 알기 힘든 정보”라고 했다. ○ 자유한국당 “서초동 이긴 광화문광장” 자유한국당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 ‘친북 수구 위선 좌파’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한국당은 광화문 삼거리에서 옛 삼성본관 빌딩 앞까지 1.5km 구간의 도로를 가득 채운 범보수단체 인파가 300만 명이라며 ‘서초동 집회 200만 명’을 이겼다고 주장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쪽으로 가는 새문안로 갓길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지방에서 타고 온 전세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검은 줄무늬 셔츠와 연갈색 바지를 입고 세종문화회관 앞 연설대에 올라 “대통령이 요새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이 조국에게 검찰 개혁하라고 하고 조국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건 검찰 수사를 마비시키고 수사팀을 바꿔 자기 비리를 덮으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은 가짜”라고 말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연설대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는 “싸구려 감성팔이에 국민이 안 속으니까 홍위병을 풀어 200만 운운한다”며 “광화문광장은 서초동 대검찰청 도로보다 훨씬 넓다”며 “그들이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이라고 했다. 한국당 원외 인사들이 참석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운동본부’ 집회에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조폭 같은 집단의 수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탄핵 결정문을 낭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요즘 조국의 눈동자에서 덫에 걸린 야생동물의 죽음을 예감하는 초조한 눈동자를 본다. 왜 이 공포에 질린 초조한 한 마리 동물을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기분 상해야 하느냐”고 외쳤다.○ “정의는 어디 갔냐” 촛불 든 대학생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전국대학생연합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 각각 열린 조 장관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대학 연합 집회 형식으로 처음 열린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단국대 등 40개 대학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700여 명(오후 7시 기준)이 참여했다. 이들은 ‘조로남불 그만하고 자진해서 사퇴하라’ ‘금수저는 격려장학 흙수저는 학사경고’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양손에 들고 “평등공정 외치더니 정의는 어디 갔냐”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부산대 4학년 황모 씨(25)는 “우리 같은 흙수저는 죽어라 공부해도 장학금 받기도 힘든데 조국의 딸은 방 안에서 해외봉사와 인턴을 했다고 한다. 기득권 세대가 쌓아 놓은 인맥문화를 우리가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단국대 학생은 “특권을 이용해 편법을 쓴 사람이 법치국가에서 법을 다스리고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지시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대학생연합이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국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서명’에는 3일 참여자가 800명을 넘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조동주·김재희 기자}

“서른 살 넘은 박사도 논문 한 편 쓰려면 몇 달이 걸립니다. 고등학생이 2주 인턴활동으로 제1저자가 된 게 말이 됩니까?” 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30대 의사 박모 씨는 30대 아내 김모 씨와 함께 두 아이의 유모차를 각각 끌고 이곳에 왔다. 박 씨는 “나도 지금 의학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제1저자는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등재돼야 한다. (조 장관 딸이) 영어 번역만으로 제1저자가 됐다는 건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공학박사인 아내 김 씨도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5년간 밤늦도록 실험하고 공부했다”며 “고등학생이 2주간 논문을 쓰고 제1저자가 됐다는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 같은 엄마 둬서 미안하다” 자녀 손잡고 나온 부모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조 장관을 향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60대 부모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30대 남성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40번 넘게 참여했을 만큼 나는 ‘촛불시민’이었는데 (조 장관과 관련된) 이번 사태를 보고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1000명이 넘는 변호사, 1만 명이 넘는 대학 교수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국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부모들의 자조 섞인 분노도 터져 나왔다. 딸 장주희 씨(24)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윤경 씨(53·여)는 “난 권력도 돈도 없어 딸의 취업 준비에 도움을 못줘 요즘 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털어도 먼지 안 나오게, 정직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고 했다. 서울대에 다니는 아들을 둔 오모 씨(52)는 “우리 아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봉사활동 3시간 30분을 하고도 1시간 단위로 인정이 돼 3시간만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았다”며 “우리 같은 서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조 장관 가족은 편법으로 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나왔다”는 교사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 영어교사인 이소희 씨(36·여)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닌 조 장관 자녀가 누린 ‘품앗이 인턴’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없다”며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인턴이었다고 했지만 그건 교사들도 알기 힘든 정보”라고 했다. ●“정의는 어디갔냐” 촛불 든 대학생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전국대학생연합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 각각 열린 조 장관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대학 연합 집회 형식으로 처음 열린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단국대 등 40개 대학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500여 명(조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대학생들은 이들은 ‘조로남불 그만하고 자진해서 사퇴하라’, ‘금수저는 격려장학 흙수저는 학사경고’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양손에 들고 “평등 공정 외치더니 정의는 어디 갔냐”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부산대 4학년 황모 씨(25)는 “우리 같은 흙수저는 죽어라 공부해도 장학금 받기도 힘든데 조국의 딸은 방안에서 해외봉사와 인턴을 했다고 한다. 기득권 세대가 쌓아 놓은 인맥문화를 우리가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단국대 학생은 “특권을 이용해 편법을 쓴 사람이 법치국가에서 법을 다스리고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지시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대학생연합이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국 퇴진을 위한 전국대학생 서명’에는 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참여자가 800명을 넘었다. ●자유한국당 “서초동 이긴 광화문광장” 자유한국당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 ‘친북 수구 위선 좌파’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한국당은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역광장까지 2.5km 구간의 도로를 가득 채운 범보수단체 인파가 300만 명이라며 ‘서초동 집회 200만 명’을 이겼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검은 줄무늬 셔츠와 연갈색 바지를 입고 세종문화회관 앞 연설대에 올라 “대통령이 요새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이 조국에게 검찰 개혁하라고 하고 조국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건 검찰 수사를 마비시키고 수사팀을 바꿔서 자기 비리를 덮으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은 가짜”라고 말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연설대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는 “싸구려 감성팔이에 국민이 안 속으니까 홍위병을 풀어 200만 운운한다”며 “광화문광장은 서초동 대검찰청 도로보다 훨씬 넓다”며 “그들이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이라고 했다. 한국당 원외 인사들이 참석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운동본부’ 집회에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조폭 같은 집단의 수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탄핵 결정문을 낭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요즘 조국의 눈동자에서 덫에 걸린 야생동물의 죽음을 예감하는 초조한 눈동자를 본다. 왜 이 공포에 질린 초조한 한 마리 동물을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기분상해야 하느냐”며 “이런 자에게 검찰 개혁의 칼을 준 최악의 대통령 독재자 문재인을 헌정유린의 죄악으로 파면한다”고 외쳤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조동주기자 djc@donga.com}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의원 감금, 폭행 등을 지시한 혐의로 고발당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경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서울남부지검은 고소 고발을 당한 한국당 의원 전체 60명 중 20명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소환 통보를 받지 않았다. 황 대표는 조사를 받기 전 검찰청사 앞에서 취재진에 “당 대표로서 패스트트랙 폭정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격려했다”며 “이 문제에 관해 책임이 있다면 전적으로 당 대표인 제 책임이니 검찰은 저의 목을 쳐 달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야당 탄압을 중단하고, 검찰 수사 방해 말고 조국 사태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당내 결정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검찰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경 조사를 마치고 나온 황 대표는 “이 사건의 고소와 고발은 불법을 전제로 한 패스트트랙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한국당에서 출석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사법개혁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사임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보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이지훈 기자}
70대 남성이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찾아가 낫으로 안내표지석 훼손을 시도하고 기념관 직원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이 남성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한 남성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10분경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관으로 찾아와 1층의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문 피해자다. 박정희 동상이 어디 있느냐. 동상을 부수러 왔다”고 말했다. 직원이 “여기엔 박정희 대통령 동상이 없다”고 하자 A 씨는 기념관 건물 밖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차량에서 낫을 꺼내들고 기념관 앞에 있던 안내표지석을 훼손하려고 했다. A 씨는 자신을 제지하려는 기념관 보안요원을 향해서도 낫을 휘둘러대다 타고 왔던 차량을 몰고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A 씨의 차량번호를 파악하고 A 씨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기념관 직원들에게 “박정희 아들을 2개월간 찾아다녔는데 만나지 못했다. 박근혜는 감옥에 있어 만날 수가 없다”는 등의 말도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기념관 안내데스크 담당자와 보안요원 등 A 씨로부터 위협을 당한 기념관 직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정부 지원금과 민간 기부금을 모아 2012년 2월 건립했다. 기념사업회는 기념관 앞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로 하고 지난해 1월 마포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동상 설립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념관 부지는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는 박 전 대통령 동상 설립안을 심의하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검찰이 올해 4월 말 검찰 개혁법안 등에 대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여 고소 고발을 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조광환)는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1∼4일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지난달 27일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달 10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보좌관이 아닌 한국당 의원들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우선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고발된 한국당 의원 60명 중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거나 회의 및 의안과 법안 접수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20명에게 우선 소환을 통보했다. 나머지 40명도 순차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선진화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소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선행되면 애초 약속한 대로 나 원내대표가 대표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의원들과 함께 고발된 한국당 보좌진에게도 그간 출석을 요구해 왔지만 대부분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은 한국당 관계자는 김준교 전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유일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7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가 경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49)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1년 파견 뒤 근무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사무실, 윤 총경의 자택 등이 포함됐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경찰 인력 150명을 투입해 수사했던 경찰이 압수수색하지 않았던 곳이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사의 허점을 다수 발견했으며, 경찰의 축소 수사 배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 검찰, 부실 수사 배후로 청와대 의심 경찰대 출신인 윤 총경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첫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54)은 윤 총장의 직속상관이었다. 조 장관과 윤 총경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웃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이 버닝썬 사건을 수사할 당시 조 장관은 민정수석이었다. 경찰은 6개월 동안의 수사를 끝낸 뒤 윤 총경이 아이돌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동업자 유모 씨(34)의 부탁을 받고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뇌물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의견을 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증거물이 나올 개연성이 높은 윤 총경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윤 총경의 휴대전화는 임의 제출로 받았고, 주거지와 사무실, 차량 압수수색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안이다. 당시 수사도 검찰과 협의한 가운데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윤 총경의 PC와 업무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경찰의 축소 및 부실 수사 배경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윤 총경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총경은 민정수석실 파견 근무 뒤 경찰청 인사과장을 맡았다. 경찰청 인사과장은 경찰 인사를 관장하는 경찰의 ‘핵심 요직’이다.○ 검찰, 윤 총경 공짜 주식 뇌물 여부 조사 검찰은 버닝썬 사건의 또 다른 갈래로 정모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전 대표(46·수감 중)가 벌인 주가 조작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그는 회삿돈 60억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최근 체포돼 구속됐다. 정 씨는 윤 총경에게 유 씨를 소개해준 인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총경이 정 씨로부터 2016년 무렵 공짜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비상장회사의 주식이 뇌물인지 규명하고 있다. 주식의 가격은 수천만 원대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총경이 그 대가로 수사 정보를 알려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윤 총경은 2015년 말엔 정 씨로부터 “오를 테니 사라”는 문자를 받곤 대출을 받아 큐브스 주식 5000만 원어치를 사기도 했다.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공교롭게도 큐브스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얽혀 있는 곳이다. 윤 총경이 큐브스에 투자할 당시 이 회사의 2대 주주는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의 전신인 에이원앤이었다. 에이원앤은 코링크PE가 2017년 말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이 WFM으로 바뀌었다. 현재 WFM의 대표도 큐브스에서 일한 적이 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재희 기자}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64)가 학내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4일 자신의 강의를 진행했다. 류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자신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대학에서는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것에 기반을 둬 판단하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류 교수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수업을 진행했다. 연세대 본부는 출석부 명단과 학생증을 대조해 수강신청을 한 학생 30여 명만 강의실에 입장시켰다. 전날 연세대는 논란이 된 류 교수의 발언이 있었던 ‘발전사회학’ 강의는 중단시켰다. 하지만 류 교수가 이번 학기에 맡은 또 다른 강의인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류 교수는 24일 강의 도중 한 학생이 “위안부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일제시대의 쌀 수탈, 농지 수탈, 노동자 강제동원, 위안부 강제동원은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라며 “전 국민이 그렇게 알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로 기존의 지식이 도전받고 있고, 여러분이 그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전태일이란 사람이 노동자로 일하며 착취당해 자살한 것으로 아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도 강의할 것이다. 그건 내가 직접 연구한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24일 오전 교무처에 ‘모든 강의에서 류 교수를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류 교수는 교무처에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날 ‘류석춘 교수는 학생과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대학 본부는 류석춘 교수를 파면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64)가 학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24일 자신의 강의를 진행했다. 류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자신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대학에서는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것에 기반을 둬 판단하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류 교수는 오후 4~6시로 예정돼 있던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수업을 진행했다. 류 교수는 강의 시작 시간보다 15분 늦은 오후 4시 15분경 강의실에 모습을 드러내 오후 5시 50분까지 강의했다. 연세대 본부는 출석부 명단과 학생증을 대조해 수강신청을 한 학생 30여 명만 강의실에 입장시켰다. 전날 연세대는 논란이 된 류 교수의 발언이 있었던 ‘발전사회학’ 강의는 중단시켰다. 하지만 류 교수가 이번 학기에 맡은 또 다른 강의인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류 교수는 24일 강의 앞부분에 “외부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평소 학생들이 나를 판단한 것에 기반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수업 도중 한 학생이 “위안부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일제시대의 쌀 수탈, 농지 수탈, 노동자 강제동원, 위안부 강제동원은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며 “전 국민이 그렇게 알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로 기존의 지식이 도전받고 있고, 여러분이 그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전태일이란 사람이 노동자로 일하며 착취당해 자살한 것으로 아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도 강의할 것이다. 그건 내가 직접 연구한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24일 오전 교무처에 “류 교수가 강의를 진행할 경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모든 강의에서 류 교수를 배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류 교수는 교무처에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무처는 총학에 “교무처가 수업을 강제로 중단할 방법은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는 이날 ‘류석춘 교수는 학생과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대학 본부는 류석춘 교수를 파면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세대가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과 비슷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64)의 해당 강의를 중단시켰다. 이 대학 윤리인권위원회는 류 교수의 강의 운영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연세대는 2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소속 교수의 강의 중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위안부 관련 발언이 있었던) 류 교수의 9월 19일 강좌 운영 적절성 여부에 대해 윤리인권위원회가 공식 조사를 시작했고 교무처는 류 교수의 해당 강의를 중단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류 교수는 논란이 된 발언을 했던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맡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강의는 계속한다. 연세대 사회과학대는 26일로 예정된 발전사회학 강의는 휴강하고, 이후로는 다른 강사에게 수업을 맡길 계획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성희롱 혐의로 23일 류 교수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송영길, 우상호 의원 등 연세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은 이날 김용학 연세대 총장에게 “류 교수를 즉각 모든 수업에서 배제하고 학교가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교수직을 박탈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학 내 류 교수의 연구실 앞에는 ‘왜곡된 역사의식 조장하는 수업 거부한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책임지고 사과하지 않을 거면 물러나라’ 등의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여러 장 붙었다. 류 교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춘이 식민지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여성이 매춘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을 했다”며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번 해 볼래요?’라고 물은 건 매춘이 아니라 조사를 두고 한 말이었다는 취지다. 류 교수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이나 갈등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기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교수에게 외부의 압력과 통제가 가해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세대가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과 비슷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64)의 해당 강의를 중단시켰다. 이 대학 윤리인권위원회는 류 교수의 강의 운영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연세대는 2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소속 교수의 강의 중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위안부 관련 발언이 있었던) 류 교수의 9월 19일 강좌 운영 적절성 여부에 대해 윤리인권위원회가 공식 조사를 시작했고 교무처는 류 교수의 해당 강의를 중단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조사를 맡은 윤리인권위원회 산하 성평등센터는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 지원 기관이다. 이에 따라 류 교수는 논란이 된 발언을 했던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맡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수업은 계속 강의한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은 26일로 예정된 발전사회학 강의는 휴강하고, 이후로는 다른 강사에게 수업을 맡길 계획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성희롱 혐의로 23일 류 교수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송영길, 우상호 의원 등 연세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은 이날 김용학 연세대 총장에게 “류 교수의 망언 사건으로 동문들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며 “류 교수를 즉각 모든 수업에서 배제하고 학교가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교수직을 박탈해 달라”고 요구했다. 류 교수는 이날 A4 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매춘이 식민지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여성이 매춘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을 했다”며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번 해 볼래요?’라고 물은 건 매춘이 아니라 조사를 두고 한 말이었다는 취지다. 류 교수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이나 갈등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기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교수에게 외부의 압력과 통제가 가해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64·사진)에 대해 연세대 총학생회와 동문들이 강하게 규탄하며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류 교수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22일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세민주동문회,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 동문 단체는 ‘위안부 망언 류석춘 파면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범연세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류 교수의 망언은 수준 이하의 몰지각한 매국적 발언”이라며 “연세대는 정관에 따라 류 교수를 파면하는 등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류 교수 파면을 결정할 때까지 학교 내외에서 파면 요구 서명운동, 총장 항의 방문, 교내 촛불집회 개최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본보가 입수한 류 교수의 19일 발전사회학 수업 녹취록에 따르면 류 교수는 민족사관에 기반해 일제 식민 지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내용을 수업 내내 강조했고,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위안부 발언이 나왔다. 류 교수는 “위안부에 끌려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갔다고 보시는 것이냐”는 여학생의 질문에 “지금도 매춘 산업이 있다. 거기 여성들은 자기가 갔어요, 부모가 팔았어요?”라고 반문했다. 또 “(위안부도) 결국은 비슷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서 매춘업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이 “(일본이) 할머니들에게 교육을 시켜주고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해 따라가 보니 위안부였던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한테 술만 팔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궁금하면 (학생이) 한번 해볼래요?”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이 “(위안부 피해자) 수십 명의 증언이 존재하는데도 (증언이) 거짓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른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이 끼어 들어와서 할머니들 모아다 교육하는 거다”며 “일제가 끝난 직후에는 쥐 죽은 듯이 돌아와서 살던 분들이다. 그런데 정대협이 끼어서 ‘국가적으로 너희가 피해자’라고 해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질의응답 말미에 “여러분들은 이상하게 일제 때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선 그렇게 동정하면서 왜 오늘날 매춘업에 있는 여성들은 동정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을 동정하세요, 차라리”라고도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류 교수가 과거 강의에서 한 발언을 제보 받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섰다. 21일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에 ‘긴급공지’를 올리고 “류 교수의 수업 중 있었던 발언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가능한 모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사회학 수업을 들은 학우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언론에 노출된 문제 발언을 포함해 추가 피해 사례를 제보해 달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22일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수업에서 나온 발언 등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도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22일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와 상처를 난도질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에게 성폭력적 발언을 한 류 교수를 규탄한다”며 해임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류 교수에 대해 파면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단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류 교수가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점을 들어 “한국당은 유감 표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과 함께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도 선을 그었다. 김성원 대변인은 21일 구두 논평에서 “류 교수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께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내긴 했지만 당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언론 보도와 관련해) 분명히 해명할 부분이 있다. 때가 되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jetti@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