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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대주주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 조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과 관련해선 측근과 수행비서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10일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검찰은 라 대표 등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직전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수익을 낸 경위에 대해 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후 절차에 따라 필요하다면 출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체포한 라 대표와 최측근 변모 씨 및 프로 골퍼 출신 안모 씨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9, 10일 라 대표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라 대표와 함께 움직여 라 대표 및 최측근 그룹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H투자컨설팅업체 직원으로도 일하고 있어 검찰이 투자금 흐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라 대표가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부관리숍의 대표 임모 씨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라 대표는 지난해 12월까지 이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가 지인 임 씨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검찰은 라 대표가 피부관리숍과 골프 아카데미 등을 문어발식으로 만들어 회원권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라 대표와 변 씨, 안 씨에 대해 체포영장 시한 48시간이 끝나는 11일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한편 라 대표와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투자했던 정보기술(IT) 업체 등에선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직원들의 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검찰이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시세 조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라덕연 H 투자컨설팅업체 대표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후 11시 반경 라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라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2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검찰은 라 대표 등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대주주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주가 폭락 직전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수익을 낸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후 절차에 따라 필요하다면 출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검찰은 라 대표 일당과 관련해선 측근과 수행비서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9, 10일 라 대표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라 대표와 함께 움직여 라 대표 및 최측근 그룹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H투자컨설팅업체 직원으로도 일하고 있어 검찰이 투자금 흐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또 라 대표가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부관리숍의 대표 임모 씨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라 대표는 지난해 12월까지 이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가 지인 임 씨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검찰은 라 대표가 피부관리숍과 골프 아카데미 등을 문어발식으로 만들어 회원권 등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한편 라 대표와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투자했던 정보기술(IT) 업체 등에선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직원들의 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IT 업체에 최근 사직서를 냈다는 한 직원은 “60명 중 40명 이상이 각각 1억 원 안팎을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모두 날렸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검찰이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대주주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 조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라덕연 H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과 관련해선 측근과 수행비서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10일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검찰은 라 대표 등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직전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수익을 낸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후 절차에 따라 필요하다면 출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전날 체포한 라 대표와 최측근 변모 씨 및 프로 골퍼 출신 안모 씨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9, 10일 라 대표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라 대표와 함께 움직여 라 대표 및 최측근 그룹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H 투자컨설팅업체 직원으로도 일하고 있어 검찰이 투자금 흐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또 라 대표가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부관리숍의 대표 임모 씨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라 대표는 지난해 12월까지 이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가 지인 임 씨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검찰은 라 대표가 피부관리숍과 골프 아카데미 등을 문어발식으로 만들어 회원권 등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검찰은 라 대표와 변 씨, 안 씨에 대해 체포영장 시한 48시간이 끝나는 11일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한편 라 대표와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투자했던 정보기술(IT) 업체 등에선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직원들의 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IT 업체에 최근 사직서를 냈다는 한 직원은 “60명 중 40명 이상이 각각 1억 원 안팎을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모두 날렸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사진)와 라 대표의 최측근인 변모 씨, 프로 골퍼 출신 안모 씨가 9일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라 대표를 자택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라 대표와 주요 법인에서 함께 활동했던 변 씨를 오후 3시 50분경, 안 씨를 오후 6시 15분경 잇따라 체포했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 15일 만이다. 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통정거래(같은 세력끼리 매매를 하며 주가를 움직이는 수법)를 하며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 및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라 대표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라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대신 바로 체포한 것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정상적으로 출석을 요구할 경우 출석하지 않거나 도주, 잠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법원도 인정해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르면 10일 라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골프아카데미 등을 통해 수수료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조세포탈)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라 대표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9개 종목 가격이 2, 3년 동안 오른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폭락 직전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불공정 거래 연루 의혹을 받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라덕연 체포영장에 ‘시세조종 혐의’ 적시… 김익래 前회장 등도 혐의점 들여다보기로C일보 산하 연구소 이사장라대표 일당 언론사 고문 맡아 검찰이 라 대표와 측근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합동수사팀의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체포한 라 대표의 최측근 변 씨와 안 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 “라덕연 해외 자산 추적해 수익 환수” 라 대표는 앞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시세 조종은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투자자를 동원해 주식을 사면서 가격이 올랐을 뿐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이 라 대표에 대해 시세 조종 혐의가 적시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라 대표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검찰은 영장 발부로 주가 조작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라 대표와 측근들이 골프아카데미, 식당, 피부관리숍 등을 세운 뒤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으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수익금에 대한 수수료를 골프 회원권 등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라 대표가 해외 골프장 등에 수익을 은닉한 정황도 나타났는데, 검찰 관계자는 “해외 은닉 자산은 관련국들과 공조하면서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시세 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경우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다.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낸 김익래 전 회장을 비롯해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 대해서도 혐의점이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날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60여 명은 라 대표와 측근 등 6명을 사기 및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피해자 측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대건의 공형준 변호사는 “1차로 접수한 피해자만 66명으로 이들의 피해액을 합치면 1350억 원대”라며 “이 사건은 단순 주가조작을 넘어 가치 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주장했다.● 일간지 고위 인사도 연루 한편 C일보 산하 연구소 김모 이사장이 라 대표 일당이 최근 인수한 언론사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수백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라 대표를 통해 직접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 라 대표 일당이 최근 지분 99%를 사들인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라 대표가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가 20여 개라면서 투자를 제안해 수락했는데 ‘회사를 제대로 키우고 싶으면 김 이사장을 고문으로 받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분을 인수한 라 대표 측은 자신의 측근 둘을 사내이사로, 자신과 가까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 출신 장모 씨를 감사로 올리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 이사장은 콘텐츠 제작 관련 고문으로 임명돼 최근까지 월 500여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김 이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와 라 대표의 최측근인 변모 씨, 프로 골퍼 출신 안모 씨가 9일 검찰에 체포됐다.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라 대표를 자택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라 대표와 주요 법인에서 함께 활동했던 변 씨를 오후 3시 50분경, 안 씨를 오후 6시 15분경 잇따라 체포했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 15일 만이다.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통정거래(같은 세력끼리 매매를 하며 주가를 움직이는 수법)를 하며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라 씨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라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대신 바로 체포한 것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정상적으로 출석을 요구할 경우 출석하지 않거나 도주, 잠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법원도 인정해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포영장 시한인) 48시간 동안 (라 대표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검찰은 이르면 10일 라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골프아카데미 등을 통해 수수료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조세포탈)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라 대표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9개 종목 가격이 2, 3년 동안 오른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폭락 직전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을 받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檢 “라덕연 해외 자산 추적해 수익 환수”… 주가조작 수사 탄력검찰이 라 대표와 측근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합동수사팀의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체포한 라 대표의 최측근 변 씨와 안 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1차 접수 피해자만 66명, 피해액 1350억 원대”라 대표는 앞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시세 조종은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투자자를 동원해 주식을 사면서 가격이 올랐을 뿐,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이 라 대표에 대해 시세 조종 혐의가 적시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라 대표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검찰은 영장 발부로 주가 조작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고 보고 있다.검찰은 라 대표와 측근들이 골프아카데미, 식당, 피부관리숍 등을 세운 뒤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으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수익금에 대한 수수료를 골프 회원권 등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라 대표가 해외 골프장 등에 수익을 은닉한 정황도 나타났는데 검찰 관계자는 “해외 은닉 자산은 관련국들과 공조하면서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시세 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경우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다.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낸 김익래 전 회장을 비롯해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 대해서도 혐의점이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이날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60여 명은 라 대표와 측근 등 6명을 사기 및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피해자 측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대건의 공형준 변호사는 “1차로 접수한 피해자만 66명으로 이들 피해액을 합치면 1350억 원대”라며 “이 사건은 단순 주가조작을 넘어 가치 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주장했다.● 일간지 고위급 인사도 연루한편 C일보 산하 연구소 김모 이사장이 라 대표 일당이 최근 인수한 언론사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수백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라 대표를 통해 직접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라 대표 일당이 최근 지분 99%를 사들인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라 대표가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가 20여 개라면서 투자를 제안해 수락했는데 ‘회사를 제대로 키우고 싶으면 김 이사장을 고문으로 받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지분을 인수한 라 대표 측은 자신의 측근 둘을 사내이사로, 자신과 가까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 출신 장모 씨를 감사로 올리게 했다. 비슷한 시기 김 이사장은 콘텐츠제작 관련 고문으로 임명돼 최근까지 월 500여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김 이사장은 2006~2010년 C일보의 발행인을 지냈고 지금은 산하 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아일보는 김 이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를 도와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장 주모 씨가 폭락 직전 지인들로부터 거액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주 씨가 주가 조작 사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주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7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주 씨는 3월 초 본인 소유 부동산 10곳을 담보로 지인 4명으로부터 50억 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약 50일 전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 업계에선 라 대표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한 만큼 주 씨의 차입금도 라 대표 측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 씨는 2015년경부터 서울 노원구에서 재활의학과 병원 및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면서 라 대표에게 동료 의사 및 의료계 지인들을 소개해 투자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모집책이면서 거액의 투자자인 주 씨가 라 대표의 사업에 깊숙히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3일부터 라 대표 일당에게 거액을 투자한 의사 투자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조사에서 “주 씨의 소개를 받고 라 대표에게 투자를 일임했을 뿐 주가 조작 정황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 투자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를 소개한 사람이 라 대표 일당으로부터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며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지급, 수수료·수익금 재투자 제안 등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라 대표 일당에게 투자한 의사는 300여 명에 이르며 일부는 100억 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 대표는 앞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게 아니라 원하는 지인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받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주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그의 병원을 찾아가고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주 씨를 불러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자 중 통정거래(같은 세력끼리 매매를 하며 주가를 움직이는 수법) 사실을 미리 인지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주 씨 외에도 라 대표 일당과 자금 거래를 한 인물에 대해 자금 추적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SG증권발 주가 조작 의혹 종목의 오너뿐만 아니라 친척과 임원들도 폭락 전 주식을 팔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가운데, 일부 오너는 주가가 고점에 있을 때 매도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등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G발 주가 조작 의혹 종목인 선광 주가가 폭락하기 전 오너 친인척의 주식 매도가 이뤄졌다. 창업주 동생으로 현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심정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6∼8월 6만6000여 주를 주당 9만 원 수준에 매도해 6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최대주주의 친인척인 심중식 씨와 심정식 씨도 지난해 각각 5만 주, 5000주를 매도했다. 선광 최대주주인 심충식 부회장의 친인척 5명이 지난해 매도한 주식은 15만4083주로 시가 100억 원이 넘는다. 2020년 초 1만6650원이던 선광 주가는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13만4100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3만 원대로 급락한 상태다.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 정보에 밝은 임원들도 폭락 전 주식 매도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도시가스 임원 7명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이들이 매도한 주식 규모는 약 14억 원으로, 지난해 주당 20만 원을 넘어서자 본격적으로 매도를 시작했다. 2020년 말 9만500원이던 서울가스 주가는 꾸준히 올라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 46만7500원까지 상승해 5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후 주가가 떨어져 4일 종가는 77.69% 급락(지난달 21일 대비)한 10만4300원이었다. 오너들의 주식 매도는 고점과 더 가까운 시점에 이뤄졌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주가가 폭락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17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2%)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해 456억9500만 원을 확보했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대성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당 24만∼45만 원에 47만 주를 매각해 약 1601억 원을 현금화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지난달 20일 블록딜로 계열사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매도해 현금 605억 원을 확보했다. 이날은 주가가 급락하기 나흘 전이었다. 이를 두고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또 주식 처분으로 얻은 금액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 혐의로 입건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라 대표 일당이 운영했던 일부 회사의 법률고문을 맡아온 사실도 밝혀졌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9월부터 라 대표 일당이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데 사용되었던 골프아카데미와 법률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1월에는 라 대표 일당의 승마·리조트 회사와도 같은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4월까지 받은 고문료만 6600만 원에 이른다. 박 전 특검이 법률 고문으로 계약을 맺은 지난해 9월은 가짜 수산업자 연루 의혹은 물론이고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뒤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 측은 “기업 운영과 관련한 일반적인 자문 업무를 한 것”이라며 “그들과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한 적은 없고, 주가 조작과 관련된 기업인지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가 4년 전 북한 전문 여행사를 세워 남북 교류에 관심이 많은 정관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 대표는 경기 고양시 부시장을 지낸 A 씨 및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B 씨와 함께 2019년 북한 전문 관광 여행사 ‘아리투어’를 설립했다. 라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A, B 씨가 사내이사를 맡았다. B 씨는 2020년 라 대표로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아리투어는 설립 직후 남북체육교류협회로부터 남북경협 공식 여행사로 지정됐다. 2020년엔 강원도와 평창군, 한국국제협력단이 공동 주최한 ‘평창 평화 포럼’에 북한 전문 여행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라 대표는 이때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와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 등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던 때라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찾아왔는데 당시 라 대표도 ‘대북 사업을 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다”며 “남북체육교류협회 행사를 할 때 자신이 세운 여행사에 위탁을 주면 이익금을 후원금으로 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사업 준비를 위해 법인 설립 허가증까지 냈지만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확산되자 라 대표가 떠났다”며 “아리투어는 영업한 적도 없고 라 대표도 명함 한 장 써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라 대표는 또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과의 친분을 통해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혔다고 한다. 한 투자자는 “라 대표는 이 회장과 2019년 한 언론사 주최 포럼을 함께 수료하며 친분을 맺은 뒤 이 회장을 통해 정관계, 체육계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고 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라 대표가 기탁금 5000만 원을 대납해 주기도 했다. 또 라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와 고문 계약을 맺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을 감사로 두는 등 전방위적으로 인맥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라 대표와 이 회장 등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계, 언론계, 연예계 등을 막론하고 범죄 혐의에 관여한 정황이 있으면 모두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주취 신고 하루 2675건… 공무집행방해 67%가 ‘취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줄어들던 주취자 관련 신고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대면 모임이 부활하자 음주 관련 사건 사고도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주취자 관련 신고는 2019년 101만4542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90만250건, 2021년 79만1905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97만6392건으로 23.3% 급증했다. 매일 평균 2675건씩 주취자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올해는 다시 100만 건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날씨가 풀리며 야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코로나19 기간 줄었던 음주 소비도 늘면서 주취 관련 신고 및 범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이들이 늘면 술에 취해 저지르는 범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공무집행방해로 붙잡힌 피의자 9132명 중 주취자는 6126명(67.1%)에 달했다. 경찰과 소방관 등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 범죄자 10명 중 약 7명은 주취자였던 것이다. 역시 2021년 기준으로 방화 범죄의 37.3%, 폭행 범죄의 23.9%가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주취자를 상대하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라며 “주취자 관련 신고와 범죄가 늘어 현장에서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을 겪고 있다”고 했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주폭(酒暴)이 줄지 않는 것은 수사 및 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재판에 넘어가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술에 취한 취객한테 발차기 한두 대 맞는 건 기본”이라며 “심각한 부상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했다. 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어간 경우에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021년 기준으로 17.9%에 불과하다.“112 신고 10건중 8건 술 때문”… 공무집행방해 실형은 18% 그쳐 당곡지구대 12시간 동행 르포계속된 주취 신고에 인력 부족도… 다른 강력사건 골든타임 놓칠 우려폭행 등으로 입건해도 처벌 약해… “음주, 감경 아닌 가중처벌 사유로” “여기 사람들이 술병 던지고 싸워요. 빨리 좀 와주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49분경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일행 사이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것이었다. 출동한 두 경찰관을 맞이한 건 테이블에 있던 가위를 들고 서로 위협하던 두 청년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찰들은 “제발 가위는 내려놓고 얘기하자”며 한 명씩 붙잡고 뜯어말렸다. 하지만 둘 다 물러서지 않으면서 몸싸움이 이어지자 경찰은 증원을 요청했고 경찰 10여 명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야 상황이 진정됐다. 몸싸움을 벌이던 이들은 “일행인데 잠시 오해가 있었다”라고 해 경찰은 입건 없이 약 1시간 만에 상황을 마무리했다.● “112 신고 10건 중 8건이 술 때문” 동아일보는 주말을 앞둔 ‘불금’인 지난달 28일 오후 7시 반부터 29일 오전 7시 반까지 약 12시간 동안 당곡지구대 현장 경찰과 동행 취재를 진행했다. 관악구 신림동 당곡지구대는 서울에서 주취자 신고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동행한 현장마다 경찰들은 주취자 대응에 애를 먹고 있었다. 29일 0시 47분경 관악구에 있는 한 빈대떡집에선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선 만취한 70대 남성이 “잘못한 거 없으니까 당장 가라”며 육두문자를 연신 내뱉었다. 싫은 표정 없이 남성을 달래서 가게를 떠나게 한 김민우 경위는 “욕은 하지만 경찰을 때리진 않으니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했다. 주폭의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갔다. 가게 주인은 “3시간 넘게 욕설과 고함을 반복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서 할 수 없이 신고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 밖에도 도로나 공사 현장 등에서 취객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119구급대에 인계하는 등 음주 관련 신고는 밤새 쏟아졌다. 12시간 동안 당곡지구대에 접수된 신고 총 42건 중 18건(42.9%)이 주취자 신고로 분류됐다. 하지만 폭행으로 신고된 경우에도 출동해 보면 음주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신고가 술과 관련돼 있다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이 지구대의 정경빈 경위는 “평균 10건 중 8건은 음주와 관련된 신고”라고 했다. 주취 사고가 이어지다 보니 성폭행 강도 등 다른 강력사건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행 취재한 오후 11시경 당곡지구대에 신고 7건이 한꺼번에 몰리자 출동할 순찰차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도 벌어졌다.● 공무집행방해 10건 중 1건도 입건 안 돼 현장에선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지만 실제 입건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한 지구대에 근무 중인 경찰관은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발생해도 실제 입건해서 수사까지 이어지는 건 10건 중 1건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주취자에게 한두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입건하는 걸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고 수사해 재판에 넘기는 것도 일이다 보니 적당히 달래 마무리하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 1월 서울서부지법은 2021년 주취자 보호 조치를 하던 경찰관의 허벅지를 20초간 깨물어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어간 경우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가 45.7%로 가장 많았고, 벌금이 선고된 경우는 30.7%에 달했다.● “음주 범죄 감형 아닌 가중처벌 필요”최근 법원에선 음주를 감형 사유로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형사 법정에선 주취 감경을 호소하는 피고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술에 취해 택시 운전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역시 변호인을 통해 “만취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음주가 감형 사유가 아닌 가중처벌의 사유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전히 법원은 음주 범죄 처벌에 소극적”이라며 “오히려 음주를 가중처벌 사유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음주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인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현장에서도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금융당국이 이른바 ‘SG증권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 세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세력에 30억 원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 가수 임창정 씨(사진)가 27일 입장문을 내고 “좋은 재테크라고 믿고 돈을 맡겼다. 어떤 조사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 씨를 포함해 주가 조작 세력에 돈을 맡겼거나 맡길 뻔한 것으로 거론된 연예인은 지금까지 3명에 달한다. 임 씨는 입장문에서 자신이 세운 기획사에 투자할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주가 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기획사 주식을 일부 매각했는데 주식 매매대금을 운용해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다른 투자자들이 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주고 주식 (매각)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겼다”며 “이들이 개별 주식 종목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고 언론 보도가 터지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이들에게 30억 원을 투자해 대부분을 잃고 1억8900만 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가수 A 씨가 임 씨의 권유로 돈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보도에 대해선 “명백한 오보다. 동료 A 씨에게도 오보임을 확실히 확인했다”고 부인했다. 한편 방송인 노홍철 씨는 투자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 의혹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프로골퍼 출신 B 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는데, 노 씨도 그중 한 명이라고 한다. 다만 노 씨는 프로골퍼가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 실제로 투자하진 않았다고 한다. B 씨는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고 자신을 홍보하며 다수의 연예인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와 연루된 연예인이 더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금융당국이 이른바 ‘SG증권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 세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세력에게 30억 원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 가수 임창정 씨가 27일 입장문을 내고 “좋은 재테크라고 믿고 돈을 맡겼다. 어떤 조사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 씨를 포함해 주가조작 세력에게 돈을 맡겼거나 맡길 뻔한 것으로 거론된 연예인은 지금까지만 3명에 달한다. 임 씨는 입장문에서 자신이 세운 기획사에 투자할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주가 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기획사 주식을 일부 매각했는데 주식 매매대금을 운용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다른 투자자들이 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주고 주식 (매각)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겼다”며 “이들이 개별 주식 종목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고 언론 보도가 터지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이들에게 30억 원을 투자해 대부분을 잃고 1억8900만 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가수 A 씨가 임 씨의 권유로 돈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보도에 대해선 “ “명백한 오보다. 동료 A 씨에게도 오보임을 확실히 확인했다”고 부인했다. 한편 방송인 노홍철 씨는 투자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 의혹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프로골퍼 출신 B 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는데, 노 씨도 그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다만 노 씨는 프로골퍼가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 실제로 투자하진 않았다고 한다. 노 씨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한 게 맞다. 노 씨는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B 씨는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고 자신을 홍보하며 다수의 연예인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와 연루된 연예인들이 더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여전히 ‘지옥철’이네요.” 24일 오전 7시 반경 경기 김포시와 서울을 잇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에서 지하철을 탄 장모 씨(30)는 사람들 사이에 낀 채 “버스를 추가 투입한다고 해 승객이 조금은 분산될 줄 알고 지하철을 탔는데 달라진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날부터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4개 역을 연결하는 70번 시내버스 노선을 출근시간대에 8대 늘려 총 13대 운영했다. 혼잡률이 최대 289%에 달하는 김포골드라인의 승객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평소처럼 지하철에 인파가 몰리면서 오전 8시 20분경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20대 여성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김포골드라인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오전 7∼9시) 이용객은 1만9285명으로, 지난주 월요일(1만9400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김포골드라인 관계자는 “사실상 버스 추가 투입으로 인한 분산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대체 투입된 버스들은 출근길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버스 추가 투입으로 70번 버스의 운행 간격은 기존 15분에서 5분가량으로 단축됐지만 교통 정체가 심해 지하철(약 16분)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김포 북변동에 사는 시민 염성원 씨(43)는 “출근할 땐 대체 대중교통 수단인 70번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나 걸려서 결국 퇴근길엔 더 빠른 지하철을 택했다”고 했다. 혼잡은 퇴근길에서도 반복됐다. 오후 6시 반경 김포공항역은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것을 안내원들이 통제했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에 도착하는 데 10분이나 걸렸다. 그런 뒤에도 지하철을 3대나 보낸 후 탑승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김포골드라인에는 내년 9월이 돼야 2량짜리 열차 6편성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다음 달 전세버스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경기도, 서울시 등과 버스 증차, 전용차로 확보 등을 계속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김포=공승배 기자 ksb@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아이가 혼자 방치돼 있는 게 너무 걱정돼 엄마에게 전화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이혼했으니 아이 문제에 대해 자기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 주인은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부모 없이 고시원 단칸방에 홀로 방치됐다가 구조된 A 군(7)에 대해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A 군 아버지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데 지방에 일하러 다니느라 2, 3일씩 방치돼 있는 게 일상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끔 빵이나 고구마를 갖다 주면 말도 못하고 멍한 미소만 지었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어린이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이 중국 국적의 A 군을 구조했다. A 군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임시보호센터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아이가 방치됐던 고시원 방에선 곰팡이 핀 식빵과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 냉장고에는 썩기 직전의 과일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가득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하러 나간 후 방에 혼자 남겨진 A 군은 매일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고시원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는 “한번은 아이 엄마라는 사람이 ‘돈가스 같은 메뉴를 A 군에게 하루에 한 번 배달해 달라’고 말해 몇 번 음식을 두고 온 적이 있다”고 했다. A 군이 살던 고시원 방 맞은편 거주자는 “아이를 몇 차례 마주쳤는데 보호자가 안 보여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체구가 너무 작은 데다 앙상하게 말라 일곱 살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생인 A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나이지만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군과 중국 국적의 부모 모두 지난해 7월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된 것으로 안다”며 “불법체류자가 된 이후 사회복지망 등에 포착되지 않아 필요한 지원과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A 군의 부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A 군과 같은 ‘그림자 아이들’을 돕기 위해 2021년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구제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체류 아동도 국내 출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부모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국내 체류를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출생하지 않았더라도 6세 미만일 때 국내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한 경우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A 군은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았다. 불법체류자인 부모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자녀 구제 신청을 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이주민센터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구제 기준을 현실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A 군과 같은 불법체류자 자녀는 1만3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아이가 혼자 방치돼 있는 게 너무 걱정돼 엄마에게 전화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이혼했으니 아이 문제에 대해 자기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 주인은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부모 없이 고시원 단칸방에 홀로 방치됐다가 구조된 A 군(7)에 대해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A 군 아버지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데 지방에 일하러 다니느라 2, 3일씩 방치돼 있는 게 일상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끔 빵이나 고구마를 갖다주면 말도 못하고 멍한 미소만 지었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어린이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이 중국 국적의 A 군을 구조했다. 구조 당시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던 A 군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임시보호센터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치된 채 하루 한 끼 배달 음식만 경찰에 따르면 당시 아이가 방치됐던 고시원 방에선 곰팡이 핀 식빵과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 냉장고에는 썩기 직전의 과일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가득했다고 한다. 벽 한쪽에는 혼자 지내며 그린 것으로 보이는 가족 그림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하러 나간 후 방에 혼자 남겨진 A 군은 매일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고시원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는 “한 번은 아이 엄마라는 사람이 ‘돈가스 같은 메뉴를 A 군에게 하루에 한 번 배달해 달라’고 말해 몇 번 음식을 두고 온 적 있다”고 했다. A 군이 살던 고시원방 맞은편 거주자는 “아이를 몇 차례 마주쳤는데 보호자가 안 보여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체구가 너무 작은 데다 말라 일곱 살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생인 A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나이지만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군과 중국 국적의 부모 모두 지난해 7월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된 것으로 안다”며 “가족이 모두 불법체류자가 된 이후 사회복지망 등에 포착되지 않아 필요한 지원과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A 군의 부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 1만3000명” 법무부는 A 군과 같은 ‘그림자 아이들’을 돕기 위해 2021년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구제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체류 아동도 국내 출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부모에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국내 체류를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출생하지 않았더라도 6세 미만일 때 국내에 입국해 6년이상 체류한 경우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A 군은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았다. 사단법인 이주민센터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나이의 불법체류 아동은 현재 구제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워 기준을 현실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불법체류자인 부모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자녀 구제 신청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자녀의 체류 자격을 취득하는 대신 내야하는 범칙금이 부담돼 신고하지 않는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 구제를 신청하려면 체류 기간에 따라 최대 3000만 원에 이르는 범칙금을 완납해야 한다. 또 구제 대책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A 군과 같은 불법체류자 자녀는 1만3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손준영기자 hand@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나 변호사야. 너는 뭔데, 명함 줘 봐.”11일 오후 10시 5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만취한 30대 중반 남성 A 씨가 주변에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소리쳤다. A 씨는 이날 오후 9시 59분경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열차를 타려고 하던 30대 초반 남성 B 씨의 왼쪽 허벅지를 아무 이유 없이 구두로 걷어찼다. A 씨는 황당해하며 말문조차 열지 못했던 B 씨에게 대뜸 “야, 너 몇 살이야”라며 고성을 질렀다.역무원 3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이 시민의 신고 전화를 받고 바로 출동했지만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A 씨를 말리기엔 역부족이었다. A 씨는 폭행 목격자들에게 변호사 명함을 내밀며 “나 변호사다. 당신들이 뭔데 끼어드냐”고 소리쳤다고 한다.이후 A 씨는 지하철에 다시 탑승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2명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임의 동행을 요구한 경찰에게 A 씨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라”며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나를 체포할 권리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신고가 또 한차례 접수되자 현장에 경찰관 2명을 추가 투입했다.당시 A 씨가 탑승한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신도림~까치산) 열차는 승하차 문이 열린 상태로 한때 10분가량 지연됐다.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승객 한 명은 “당신 때문에 지금 열차 못 가고 있으니까 빨리 내리라”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이 ○○○야”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열차가 출발한 후에도 A 씨는 “영장 갖고 오시든지”라며 경찰을 향해 삿대질했다. A 씨는 자신이 경찰대 출신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0분가량 버티던 A 씨는 태도를 바꿔 신도림역 역무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사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왼쪽 허벅지 전체가 빨갛게 부풀어 오른 B 씨는 A 씨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처벌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폭행 상황을 목격한 김모 씨(59)는 “법을 안다는 사람이 그러니 더 괘씸해 보였다”고 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현재 A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 씨가 출석하는 대로 폭행한 이유와 실제로 변호사로 재직 중인지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죠.” 대한적십자사 강릉지회장을 맡고 있다는 유지숙 씨(65)는 12일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 체육관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씨는 전날 오전 8시 20분경 산불이 발생하자 20분 만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후 대피소가 채 차려지기도 전부터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나눠 주고,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유 씨는 “앞으로도 이재민이 대피소에 있는 한 매일 나와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전날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빗발치고 있다. 강릉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11일 산불 발생 당일부터 서울, 경기, 경북 울진 등 전국에서 200명 넘는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은 “산불 피해지역 자원봉사센터에서 발급하는 자원봉사 확인증만 있으면 SRT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며 자원봉사를 독려하고 있다. 강릉 지역 상인과 주민들도 앞다퉈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강릉시 초당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대희 씨(48)는 화재 당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물이나 라면 등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달려가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릉 인근 상인 20명과 함께 이재민들을 위한 식료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포대 인근에는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과 이재민 등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도 많다. 강릉시 교동에서 애견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던 정환서 씨(38)는 개업을 잠시 미루고 반려동물 대피소를 열었다. 정 씨는 “직업군인으로 일하다 지난해 전역했는데 군대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많이 나가 현장의 처참함을 잘 안다”며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고 싶다”고 했다. 각계에서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KB국민·하나·우리금융지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성금 3억 원을 전달했고, 신한금융지주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3억 원을 냈다. 신용카드사들은 카드대금 청구유예·분할상환을 지원하고 카드대출 수수료를 할인해주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전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을 냈다. 방송인 이승윤 씨와 배우 천우희 씨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 원씩 기부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강원 강릉시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포대 인근까지 번지며 1명이 숨지고, 산림 379ha(헥타르)와 건물 100채를 태운 뒤 8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산불로 축구장 약 530개에 이르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1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2분경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대 초속 30m의 강풍을 타고 인접한 안현동, 저동, 경포동 일대로 급속히 번졌다. 짙은 연기가 동해안 인기 관광지인 경포 일대 하늘을 뒤덮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산림 및 소방당국은 산불로는 올해 처음으로 소방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또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내리고 전국에서 소방장비 275대와 진화인력 725명을 총동원하는 등 2700여 명의 인력과 400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강풍으로 헬기를 투입하지 못해 초기 진화에 애를 먹었고 불길은 주택가 등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화재 발생 6시간 반가량 지난 오후 2시 50분경에야 초대형 헬기 1대와 대형 헬기 2대를 투입했는데, 오후 3시 반경부터 단비까지 내리며 산불이 잦아들었다. 이어 화재 발생 8시간 만인 오후 4시 반경 주불이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안현동에 거주하는 전모 씨(88)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주택 42채와 펜션 9채, 상가 2채 등 총 55채가 전소됐다. 주택 17채, 펜션 24채, 호텔 3곳 등은 일부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민과 소방대원 등 14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화재로 인근 주민 557명이 사천중학교와 경기장 시설인 아이스아레나로 대피했고, 리조트와 호텔에 투숙했던 관광객 708명도 인근으로 대피했다. 경포호까지 불길 ‘8시간 사투’… 솔숲 펜션촌-주택 잿더미로 펜션운영 80대, 남편 잃고 망연자실불탄 카페 주인들 “어떻게 살아가나”주민 557명 대피소로 몸만 피해일부 시민 “산불 2시간뒤 대피문자” “밭에서 같이 농사짓자고 노후 계획까지 다 짜놓고 이렇게 혼자 가면 어떻게 해….” 11일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김진광 씨(82·여)는 왼손으로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릉 산불이 나기 시작한 난곡동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서 남편인 전모 씨(88)와 함께 25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경 집 앞에 있는 밭에서 일하던 김 씨는 불이 난 걸 확인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이후 눈이 좋지 않은 남편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강풍에 불이 빠르게 번지며 입구를 막았다. 김 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전 씨는 불이 난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거짓말 같다. 나 때문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직격탄 맞은 주민들…“삶의 터전이 사라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산불로 379㏊(헥타르)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펜션 등 100채가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는 피해를 입은 지역 내 주민 557명은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특히 최초 발화 지점이었던 난곡동과 가까운 경포동 주민들의 피해가 심했다. 이재민 대피소로 몸을 옮긴 경포동 주민들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산불이 난 곳 인근 지역에서 카페나 펜션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사라져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스아레나 체육관 강당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미영 씨(49)는 “카페와 펜션이 불에 전부 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강릉시 안현동에서 10년째 펜션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불이 난 걸 확인한 남 씨는 황급히 펜션으로 달려가 손님들을 깨우고 대피시켰다. 영유아를 포함한 7팀이 남 씨의 펜션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남 씨는 “손님들을 보내고 나니 펜션이 절반 가까이 불에 타고 있더라”고 했다. 강릉시 저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남수 씨(56)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오전 인근에서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시내로 몸을 피했다. 약 1시간 반이 지난 뒤 펜션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준 객실 16개 규모의 펜션은 이미 숯덩이가 돼 있었다. 산불은 동해안 최대 관광지로 꼽히는 경포도립공원과 경포해변 인근까지 덮쳤다. 특히 경포호수 일대를 둘러싼 소나무 숲 일부도 불에 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벚꽃이 만개했던 이곳 일대엔 시커먼 연기만 가득했고 인근 펜션 10여 채는 까맣게 타버렸다. 인근 골프장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 “안내 늦어져 대피 지연” 산불 직후 강릉시는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재난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문자메시지를 늦게 받아 대피가 늦었다”고 했다. 저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영희 씨(63)는 산불이 시작되고 2시간 가까이 지난 오전 10시 22분경에야 대피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오전 9시 반경 아파트 대피 안내 방송을 듣고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며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가방만 급하게 메고 나왔는데 어떻게 재난문자가 불이 다 난 뒤에 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불이 난 지역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경포대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초등학생 75명은 수업 도중 급하게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한 뒤 귀가했다. 경포대초교 4학년생 우승연 양(10)은 “복도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창문 밖에서 연기가 나는 걸 봤다”며 “아버지를 따라 무사히 집에 온 뒤 친구들끼리 ‘살아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했다. 부모님이 사는 고향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자녀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5)는 “어머니에게 집이 불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 바로 강릉으로 내려왔다”면서 “아버지가 몇 해 전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사시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어머니가 무사하셔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 씨 어머니가 살던 마을은 전체 20가구 중 15가구 넘게 전소됐다.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강릉=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강릉=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릉=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가상화폐를 노린 납치 살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가운데 ‘판박이’처럼 비슷한 강력 사건이 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2018년 이후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무풍지대에서 시세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큰 손실을 보자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범죄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코인 두고 납치-탈취 강력 범죄 반복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납치 살인과 유사한 강력 범죄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9년 지인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약 1억 원을 날린 A 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압박을 받던 중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에게 3억 원 상당의 코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B 씨에게 납치 강도 범행을 제안했고 2019년 4월경 피해자가 살고 있던 광주 북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피해자를 납치해 광주 서구의 한 저수지 인근 공터로 이동했다. 둘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재산 가치가 없는 코인만 있는 걸 확인하고 피해자를 풀어줬다. 광주지법은 2019년 4월 특수강도 미수 및 공동감금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코인을 둘러싼 납치 사건은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약 50억 원의 코인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인천의 한 물류창고로 납치하는 등 총 28시간 동안 감금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일당 6명이 붙잡힌 것이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내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9월 일당 중 주범 2명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500만∼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시세조종 전담 세력이 피해자 양산”가상화폐 업계에선 최근 발생한 강남 납치 살인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보급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시세 조종 세력이 판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됐는데 여기에 시세 조종 세력이 붙어 가격을 좌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코인에 투자해온 한 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올랐을 때 비트코인 등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코인을 둘러싸고 시세 조종 정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시세 조종 수법은 대형 거래소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흘려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우는 ‘허위 공시’,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지인들과 거래하며 가격을 올리는 ‘펌핑’, 보유 코인을 자기 돈으로 사고팔며 시세를 올리는 ‘자전 거래’ 등이다. 주식의 경우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용되고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 대신에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돼 입증이 어렵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도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10∼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라인상에 여러 차례 올리며 코인을 판매한 행위를 시세 조종이 아닌 단순 사기로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약하다 보니 시세 조종을 전담으로 하는 비밀세력도 있다”며 “업계에선 ‘전무’라고 불리는 인물이 서울 강남구 ○○동에 약 1650㎡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컴퓨터 300대를 가져다 놓고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카이라인’으로 불리는 작전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과거처럼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되는 일은 줄었지만 그 대신 과거 시세 조종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며 범죄 등 극단적 선택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강력 범죄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선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듯이 새로 발행하는 가상화폐 심사에도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 시세 조종이 투자자 피해 또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밭에서 같이 농사짓자고 노후 계획까지 다 짜놓고 이렇게 혼자 가면 어떻게 해….” 11일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김진광 할머니(82)는 왼손으로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릉 산불이 나기 시작한 난곡동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서 남편인 전모 씨(88)와 함께 25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경 집 앞에 있는 밭에서 일하던 김 씨는 불이 난 걸 확인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이후 눈이 좋지 않은 남편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강풍에 불이 빠르게 번지며 입구를 막았다. 김 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 탈 수 있었다. 다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전 씨는 불이 난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거짓말 같다”며 “나 때문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직격탄 맞은 주민들…“삶의 터전이 사라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강릉 산불로 379㏊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펜션 등 100채가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는 피해를 입은 지역 내 주민 529명은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특히 최초 발화 지점이었던 난곡동과 가까운 경포동 주민들의 피해가 심했다. 이재민 대피소로 몸을 옮긴 경포동 주민들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산불이 난 곳 인근 지역에서 카페나 펜션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사라져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스아레나 체육관 강당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미영 씨(49)는 “카페와 펜션이 불에 전부 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강릉시 안현동에서 10년째 펜션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불이 난 걸 확인한 남 씨는 황급히 펜션으로 달려가 손님들을 깨우고 대피시켰다. 영유아를 포함한 7팀이 남 씨의 펜션에서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남 씨는 “손님들을 보내고 나니 펜션이 절반 가까이 불에 타고 있더라”고 했다. 강릉시 저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남수 씨(56)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오전 인근에서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시내로 몸을 피했다. 약 1시간 반이 지난 뒤 펜션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준 객실 16개 규모의 펜션은 이미 숯덩이가 돼 있었다. 산불은 동해안 최대 관광지로 꼽히는 경포도립공원과 경포해변까지 덮쳤다. 특히 경포호수 일대를 둘러싼 소나무 숲까지 번져 삽시간에 불에 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벚꽃이 만개했던 이곳 일대엔 시커먼 연기만 가득했고 인근 펜션 10여 채는 까맣게 타버렸다. 인근 골프장까지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 안내 늦어져 대피 지연… 부모님 걱정에 타지에서 달려와 산불 직후 강릉시는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재난문자를 보내 공지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문자메시지를 늦게 받아 대피가 늦었다”고 했다. 저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영희 씨(63)는 산불이 시작되고 2시간 가까이 지난 오전 10시 22분경에야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오전 9시 반경 아파트 대피 안내 방송을 듣고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며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휩쓸겠다 싶어 가방만 급하게 메고 나왔는데 어떻게 재난문자가 불이 다 난 뒤에 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불이 난 지역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경포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초등학생 75명은 수업 도중 급하게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한 뒤 귀가했다. 경포초등학교 4학년생 우승연 양(10)은 “복도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창문 밖에서 연기가 나는 걸 봤다”며 “아버지를 따라 무사히 집에 온 뒤 친구들끼리 ‘살아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했다. 부모님이 사는 고향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자녀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5)는 “어머니에게 집이 불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 바로 강릉으로 내려왔다”면서 “아버지가 몇 해 전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사시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불까지 나서 놀랐다. 어머니가 무사하셔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 씨 어머니가 살던 마을은 전체 20가구 중 15가구 넘게 전소됐다.강릉=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강릉=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밭에서 같이 농사짓자고 노후 계획까지 다 짜놓고 이렇게 혼자 가면 어떻게 해….”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김진광 씨(82·여)는 손으로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릉 산불이 나기 시작한 난곡동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서 남편인 전모 씨(88)와 함께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 씨는 “남편이 서울에서 40여년 공직생활을 했다. 그러다 은퇴하고 강릉에 정착한 지 25년째”라며 “펜션 옆에 집을 마련하고 남편과 농사를 짓고 남은 생을 보낼 노후 계획까지 세워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생한 강릉 산불이 모든 걸 바꿔놨다. 심상찮은 상황임을 느낀 건 밭에서 일하던 오전 9시 경이었다. 김 씨는 “연기가 자꾸 나더니 갑자기 뒷산 소나무에 불이 붙는 게 보였다“고 했다. 곧장 집으로 돌아온 그는 눈이 좋지 않은 남편을 데리고 불이 번지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강풍에 불이 빠르게 번지며 입구를 막았다. 이어 연기까지 집안으로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김 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 탈 수 있었다. 연기를 들이마셔 혼미한 상태였다.하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전 씨는 불이 난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는 말에 안도하며 두 아들을 보내 남편이 어딨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온 소식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김 씨는 “거짓말 같다”며 “나 때문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날 화재로 전 씨가 목숨을 잃었고, 주민 등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축구장 530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등 379㏊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펜션 등 100채가 소실됐다.강릉=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