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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 스물둘…. 저게 다 몇 그릇이야?”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P레지던스 건물 인근에 현지 경찰과 함께 잠복해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용의자들이 받아 가는 배달음식의 양을 멀리서 세다가 깜짝 놀랐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이 이 건물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이틀 전 현지에 도착했다. 배달음식의 양을 보니 사이트 운영 일당은 예상(10여 명)보다 많은 게 분명했다. 이들을 일망타진하려면 그에 걸맞은 규모의 합동검거단이 필요했다. 잠복 나흘째인 지난달 25일 낮 12시 한국 경찰 5명과 말레이시아 경찰 50여 명 등 총 60여 명으로 몸집을 키운 합동검거단이 움직였다. 용의자들이 배달음식을 받으려 현관문을 열 때를 노렸다. 검거단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으로 파악한 사무실 4곳에 동시에 들이닥쳤다. 2017년 4월부터 도박사이트 ‘몽키스’와 ‘대작’ 등을 만들어 운영해온 노모 씨(38) 일당 28명이 한꺼번에 검거되는 순간이었다. 해외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사범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도 노 씨 일당은 사이버 머니를 환전해주는 등 사이트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이 지내던 곳은 야외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잔디 테니스장, 실내 농구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고급 레지던스로, 한 달 임차료만 180만∼5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레지던스 안에는 고급 안마기와 게임기뿐 아니라 불닭볶음면 사발면 등 한국 음식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경찰은 노 씨 일당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까지 고용하는 등 범죄 수익으로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엔 9일이나 걸렸다. 노 씨의 사무실 인근에서 붙잡은 또 다른 도박사이트 운영자 이모 씨(41) 일당 9명까지 더하면 모두 37명인데, 한국 항공사 자체 규정상 한 여객기에 3명 이상의 피의자를 한꺼번에 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낮은 피의자는 말레이시아에서 강제 출국시킨 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하는 방식까지 동원해 이달 17일 모든 피의자를 넘겨받았다. 말레이시아에 2년 넘게 숨어있던 노 씨 일당을 붙잡은 덴 한국 경찰청 인터폴계를 중심으로 한 양국의 공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사팀은 일찍이 IP주소 추적을 통해 사무실 1곳의 위치는 파악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원을 밝히진 못하고 있었다. 경찰청은 올 5월 ‘국제 사이버범죄대응 심포지엄’ 참석차 서울에 온 말레이시아 경찰 대표단에 노 씨 일당을 추적할 단서를 건네며 수사를 요청했다. 현지 경찰은 탐문수사로 노 씨 일당이 4곳의 사무실을 운영 중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초 한국 경찰에 합동검거를 제안하며 대규모 검거단이 꾸려진 것이다. 수사팀은 노 씨가 ‘몽키스’ 등을 운영하기 전인 2013년경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지낸 점으로 미뤄 예전부터 도박장을 운영해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범행 기간과 범죄 수익을 조사 중이다. 경찰청은 올 상반기 사이버 도박을 특별 단속한 결과 노 씨 일당 외에도 도박사범 4848명을 검거하고 이들의 범죄 수익 127억2900만 원을 몰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검거 인원으로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로 늘어난 규모다.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앞으로도 각국 경찰 기관과 유기적으로 공조해 국외 도피 사범을 검거해오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제 인생의 스승을 두 분만 꼽으라면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입니다.” ‘100세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9)는 제헌절인 17일 전북 고창군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인촌 사랑방’ 발족식에 특별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고창군이 고향인 인촌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 모임엔 이날 450여 명이 모였다. 고령으로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김 교수는 전날 서울에서 출발해 중간에 하룻밤을 묵은 뒤 행사장에 도착했다. 김 교수는 1950년 중앙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할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만난 인촌 선생은 살면서 만난 누구보다도 인간애가 많았다”며 “3·1운동의 주역인 인촌 선생이 없었다면 독립도, 대한민국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누구나 잘한 일도, 실수한 일도 있다. 정치적으로 찍은 낙인은 시일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83)는 인촌 선생이 2·8독립선언을 주도한 송계백 선생에게 독립선언서 인쇄 및 여행 비용을 몰래 지원한 일화를 소개하며 “독립운동에 누구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인촌 선생이 보성전문학교에서 키우던 닭에게 먹일 사료를 구하려고 조선총독부 축산과 서기에게 고개를 숙였던 사례를 들며 “자존심이나 명예보다 굶주린 동포를 더 중시했다”고 강조했다. 인촌 사랑방이라는 이름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인촌 고택 사랑방에서 건국헌법(제헌헌법)과 농지개혁법의 초안이 사실상 탄생한 점에서 착안했다. 모임을 제헌절에 발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촌 사랑방은 광복절인 다음 달 15일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고창군 본가에서 현판식을 열고 매달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고창=조건희 becom@donga.com·박영민 기자}

“제 인생의 스승을 두 분만 꼽으라면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입니다.” ‘100세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9)는 제헌절인 17일 전북 고창군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인촌 사랑방’ 발족식에 특별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고창군이 고향인 인촌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창 주민들이 만든 이 모임엔 이날 450여 명이 모였다. 고령으로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김 교수는 전날 서울에서 출발해 중간에 하룻밤을 묵은 뒤 행사장에 도착했다. 김 교수는 1950년 중앙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할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만난 인촌 선생은 살면서 만난 누구보다도 인간애가 많았다”며 “3·1운동의 주역인 인촌 선생이 없었다면 독립도, 대한민국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누구나 잘한 일도, 실수한 일도 있다. 정치적으로 찍은 낙인은 시일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83)는 인촌 선생이 2·8독립선언을 주도한 송계백 선생에게 독립선언서 인쇄 및 여행 비용을 몰래 지원한 일화를 소개하며 “독립운동에 누구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인촌 선생이 보성전문학교에서 키우던 닭에게 먹일 사료를 구하려고 조선총독부 축산과 서기에게 고개를 숙였던 사례를 들며 “자존심이나 명예보다 굶주린 동포를 더 중시했다”고 강조했다. 인촌 사랑방이라는 이름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인촌 고택 사랑방에서 건국헌법(제헌헌법)과 농지개혁법의 초안이 사실상 탄생한 점에서 착안했다. 모임을 제헌절에 발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아버지(김영기 전 의원)가 제헌 의원이신 데다 내가 제헌 의원 유족회를 만들었기에 매년 국회에서 열리는 제헌절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 오늘은 인촌 사랑방의 발족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인촌 사랑방은 광복절인 다음 달 15일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고창군 본가에서 현판식을 열고 매달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고창=조건희기자 becom@donga.com고창=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의 동료 의료진들은 그를 ‘항덕(항공기 덕후)’이라고 부른다.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를 비롯한 환자 수송기에 대한 전문지식은 여느 항공 전문가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음달 말 아주대병원에 새로 들여오게 된 닥터헬기의 정비 작업을 점검하기 위해 이달 1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했을 때도 ‘항덕’ 이 교수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아주대병원에 들여올 국내 일곱 번째 닥터헬기의 구조와 기능을 일행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 모습을 본 한 관계자가 “이 교수님이 (옆에 있는) 김조원 KAI 사장보다 헬기를 더 잘 아시는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이 교수는 이날 새 닥터헬기에 숨겨진 기능과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의 항공 의료진과 조정일 KAI 운영지원실장의 조언을 토대로 그 비밀을 살펴봤다.#. 콜사인 ‘ATLAS’, 헬기 바닥엔 왜 헬기엔 ‘ATLAS’(아틀라스)라는 글자를 새겼다. 아틀라스는 올해 2월 4일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가리킨다. 이 교수는 윤 센터장을 지구를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 속 거인의 이름이자 사람의 1번 경추를 뜻하는 아틀라스에 빗대며 그 이름을 헬기의 콜사인으로 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콜사인은 관제 당국과 교신할 때 쓰는 헬기의 고유한 무선 호출 부호다. ATLAS를 새긴 위치는 꼬리 양옆과 바닥 등 총 3곳이다. 콜사인을 헬기 바닥에도 새긴 이유는 뭘까.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들것에 누운 채 하늘을 보며 헬기를 기다릴 중증외상 환자의 눈에는 헬기 바닥에 적힌 ATLAS와 아주대병원 및 경기소방본부의 엠블럼이 가장 먼저 들어오게 된다. 이를 통해 ‘구조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길이 19.5m 거체 새 닥터헬기는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H225 기종이다. ‘슈퍼 퓨마2’라고도 불리는 이 기종은 길이가 무려 19.5m로 똑바로 세우면 웬만한 5층 건물보다 높다. 현재 운행 중인 인천과 전남 지역의 닥터헬기 2대는 중형 기종인 ‘AW-169’로 길이가 15m이고, 나머지 지역의 4대(AW-109)는 13m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의 기령(機齡)을 ‘생산 10년 이내’로 제한한 현행 응급의료법을 고쳐달라고 요구하면서까지 대형 중고헬기를 고집했다. 더 많은 의료진과 환자를 태우기 위해서다. 새 닥터헬기엔 의료진 4명과 119 항공구조대원 2명이 탑승하게 된다. 기존 헬기엔 의사와 간호사(혹은 응급구조사) 2명만 탔다. 새 헬기엔 들것을 최대 6대까지 실을 수 있고, 응급 수술 장비도 완비할 예정이다. 헬기가 충분히 큰 덕에 호이스트(권상기·捲上機)도 달 수 있게 됐다. 작은 배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이 심해 헬기를 착륙시킬 수 없을 때에도 공중에서 환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다. 이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 항공의료진은 정기적으로 호이스트를 이용한 강하 훈련을 받고 있다. #. 파란 색 꼬리 새 닥터헬기의 머리는 하얀 색, 꼬리는 파란 색으로 도색돼있다. ‘디테일 끝판왕’인 이 교수가 색상에도 뭔가 의미를 담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그러나 KAI로부터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색상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해상 유전(油田)과 육지를 오가는 데 쓰인 이 헬기는 직전에 사용한 운송업체가 이미 꼬리 부분을 파랗게 칠한 상태였다. 대개는 기체를 완전히 다시 칠하지만 이 교수는 배경색을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작업만 마무리해 달라고 KAI 측에 부탁했다. 도색 작업에 들일 시간을 아껴 하루라도 빨리 환자 구조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비상부주 헬기 앞뒤엔 납작하게 접힌 부주가 총 4개 장착돼있다. 혹시 헬기가 물 위에 불시착하면 이 부주가 자동으로 펴진다. 11t이 넘는 기체와 승객의 무게를 30분간 지탱하며 물 위에 떠있게 해줄 수 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가 인천 백령도 등 도서 지역으로 출동하다가 불시착할 경우에 대비한 장비다. #. 위성 안테나 이 교수는 소방헬기에 탑승해 중증외상 환자가 기다리는 현장으로 출동할 때 공중에서 무전 신호가 잡히지 않아 카카오톡으로 지상 의료진과 교신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새 헬기엔 이를 보완할 위성 안테나를 장착한다. 최장 1135㎞까지 비행하면서도 통신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새 헬기의 가동 범위를 감안하면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해외에서 일어난 재난 현장을 향해 출동할 때도 이 위성 안테나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서치라이트와 적외선 카메라 새 닥터헬기가 기존 6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밤에도 출동한다는 점이다. 현재 닥터헬기 출동 시간은 해가 뜬 후부터 해 지기 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를 시범적으로 24시간 운항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헬기 앞쪽 아래엔 서치라이트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다. 이착륙장에 조명 시설이 마땅치 않아도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항법장치도 야간 운항에 적합한 것을 장착한다. 혹시 착륙장에 시민들이 몰려있을 경우 피하라고 알리기 위해 대형 스피커도 달았다.#. 에어컨 예산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헬기 도색도 새로 하지 않았을 정도이지만, 헬기 내부에 에어컨은 빼놓지 않았다. 통상 여객용이 아닌 군용이나 소방헬기엔 냉난방 장비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닥터헬기는 열사병 환자 등 기온에 민감한 응급환자도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수다. #. 헬기 안 사진 닥터헬기 내부에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이 항상 볼 수 있는 위치에 윤 센터장의 사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교수가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에게 특별히 부탁해 받은 사진이다. 이 교수는 “하늘 위에서 윤 센터장이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1일 오전 10시경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건물에서 도배 작업을 하던 A 씨(51)가 가슴을 움켜쥔 채 주저앉았다. 119구급대원이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난달까지 이런 환자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게 최선이었다. 만약 처음 간 병원에 심장혈관을 넓혀줄 의료진과 장비가 없으면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A 씨의 경우는 달랐다. 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몸에 12개의 전극을 붙이고 심전도를 측정했다. 본래 응급구조사인 구급대원이 이런 ‘12유도’ 심전도 측정을 하는 건 불법이지만, 다행히 A 씨를 구하러 달려간 것은 이달 1일부터 심전도 측정이 시범적으로 허용된 ‘특별구급대’였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상황실에서 대기 중이던 의사는 영상전화로 A 씨의 심전도 결과를 판독하고 구급대에 “심근경색이 의심된다”고 알렸다. A 씨는 곧장 심장혈관 확장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소방청은 이달 1일부터 서울 내 소방서 24곳에서 특별구급대를 1개씩 시범운영한 결과 15일까지 보름간 총 117차례 출동해 57명의 환자에게 기존엔 불가능했던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이 중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28명이었고 심정지 환자는 24명,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으로 쇼크를 일으킨 환자는 5명이었다. 모두 경각을 다투는 환자였다. 응급구조사인 일반 119구급대원은 현행 응급의료법상 인공호흡과 수액 투여 등 14가지의 응급처치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지적(본보 지난해 11월 19일자 A1면)이 이어지자 정부가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에 △12유도 심전도 측정 △탯줄 절단 △에피네프린(심정지 및 쇼크 치료제) 투약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투약 등 7가지를 추가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5일 강북소방서 특별구급대의 출동 현장에 동행했을 때도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4시 50분경 미아동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80대 노인의 심장이 멎은 것. 현장에 도착한 특별구급대 소속 한수명 소방교(30)가 심정지 치료제 투약을 준비하는 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 구급대원이었다면 에피네프린을 투약할 수 없어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느라 또다시 시간을 지체했을 상황이었다. 구급대원들은 “드디어 처벌될까 마음 졸이지 않고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강북소방서 나정 소방사(37·여)는 “지난해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여성 환자가 발생했을 땐 병원으로 옮기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젠 곧장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은 현재 24개에 불과한 특별구급대가 보름 만에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에 비춰 강화된 응급처치 권한을 전국 구급대 1444개로 확대하면 응급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응급 사망자 중 적정 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할 것으로 판단되는 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여전히 법령에 열거된 응급처치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이기 때문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구급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부정맥 환자에게 심장충격기에 버금가는 효과를 주는 치료제 아미오다론은 여전히 구급대원의 투약이 금지돼 있다. 김건남 병원응급구조사회장은 “이번 대책은 119구급대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고 꼬집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화영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심리학과 졸업}

11일 오전 10시경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건물에서 도배 작업을 하던 A 씨(51)가 가슴을 움켜쥔 채 주저앉았다. 119구급대원이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난달까지 이런 환자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게 최선이었다. 만약 처음 간 병원에 심장혈관을 넓혀줄 의료진과 장비가 없으면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A 씨의 경우는 달랐다. 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몸에 12개의 전극을 붙이고 심전도를 측정했다. 본래 응급구조사인 구급대원이 이런 ‘12유도’ 심전도 측정을 하는 건 불법이지만, 다행히 A 씨를 구하러 달려간 것은 이달 1일부터 심전도 측정이 시범적으로 허용된 ‘특별구급대’였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상황실에서 대기 중이던 의사는 영상전화로 A 씨의 심전도 결과를 판독하고 구급대에 “심근경색이 의심된다”고 알렸다. A 씨는 곧장 심장혈관 확장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소방청은 이달 1일부터 서울 내 소방서 24곳에서 특별구급대를 1개씩 시범운영한 결과 15일까지 보름간 총 117차례 출동해 57명의 환자에게 기존엔 불가능했던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이 중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28명이었고 심정지 환자는 24명,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으로 쇼크를 일으킨 환자는 5명이었다. 모두 경각을 다투는 환자였다. 응급구조사인 일반 119구급대원은 현행 응급의료법상 인공호흡과 수액 투여 등 14가지의 응급처치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지적(본보 지난해 11월 19일자 A1면)이 이어지자 정부가 구급대원의 업무범위에 △12유도 심전도 측정 △탯줄 절단 △에피네프린(심정지 및 쇼크 치료제) 투약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투약 등 7가지를 추가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5일 강북소방서 특별구급대의 출동 현장에 동행했을 때도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4시 50분경 미아동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있던 80대 노인의 심장이 멎은 것. 현장에 도착한 특별구급대 소속 한수명 소방교(30)가 심정지 치료제 투약을 준비하는 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 구급대원이었다면 에피네프린을 투약할 수 없어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느라 또다시 시간을 지체했을 상황이었다. 구급대원들은 “드디어 처벌될까 마음 졸이지 않고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강북소방서 나정 소방사(37·여)는 “지난해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여성 환자가 발생했을 땐 병원으로 옮기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젠 곧장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은 현재 24개에 불과한 특별구급대가 보름 만에 이 같은 실적을 낸 데 비춰, 강화된 응급처치 권한을 전국 구급대 1444개로 확대하면 응급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응급 사망자 중 적정 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할 것으로 판단되는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여전히 법령에 열거된 응급처치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이기 때문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구급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부정맥 환자에게 심장충격기에 버금가는 효과를 주는 치료제 아미오다론은 여전히 구급대원의 투약이 금지돼있다. 김건남 병원응급구조사회장은 “이번 대책은 119구급대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고 꼬집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화영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심리학과 졸업 ::119특별구급대 주요 응급처치 사례::▽급성 심근경색 환자 A 씨(51)-11일 오전 10시경 가슴 통증을 호소. 특별구급대가 심전도를 측정해 심근경색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곧장 심장혈관 확장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을 건짐.▽벌에 쏘인 심정지 환자 B 씨(50대)-11일 오후 6시경 벌에 쏘여 심정지에 빠짐. 특별구급대가 치료제를 투약해 호흡과 의식이 돌아옴. ▽알레르기 쇼크 환자 C 씨(20대·여)-9일 오후 3시경 양념 불고기를 먹다가 키위 알레르기 탓에 목이 부어올라 숨쉬기 곤란해짐. 특별구급대가 치료제를 투약해 상태 호전. 자료: 서울소방재난본부}
앞으로는 13∼15세 가출 청소년을 숙식을 미끼로 꾀어내 성관계를 할 경우 합의한 관계여도 처벌받는다. 힘으로 억누르거나 성관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어도 청소년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했다면 ‘성 착취’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청은 16일부터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가출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8월 말까지 집중 단속한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합의한 관계라도 강간죄에 준하는 처벌을 해왔다. 13∼18세 장애 청소년과의 성관계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장애가 없는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경우엔 이런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사랑한 사이”라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정 내 학대를 당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거나 지낼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관계를 맺는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를 처벌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2014년 11월 대법원은 15세 여중생과 성관계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16일부터는 경제·정신·육체적으로 급박하게 곤궁한 상태인 13∼15세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은 ‘급박하게 곤궁한 상태’를 가급적 넓게 해석해 많은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8월 말까지 해당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신고자에겐 1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경찰은 16일부터 개정된 자살예방법이 시행됨에 따라 그간 처벌 근거가 없었던 ‘자살 유발 정보’에 대해서도 100일간 특별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자살 유발 정보는 △자살 동반자 모집 △자살 방법 제시 등 자살을 부추기는 정보를 말한다. 자살 유발 정보를 온라인 등에 게재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경찰은 이런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는 사람도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입건 여부는 ‘지역공동체치안 협의체’와의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1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ATLAS’(아틀라스)라는 글자가 새겨진 닥터헬기 꼬리에 손을 얹은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이 헬기는 8월 말 아주대병원에 도입될 국내 일곱 번째 닥터헬기로, 기체에 새겨진 콜사인(호출부호) ATLAS는 올해 2월 4일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상징한다. 이 교수는 2월 10일 윤 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지구를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에 윤 센터장을 빗대며 “선생(윤 센터장)께서 하늘에서 저희가 도입하는 닥터헬기를 다른 기체와 혼동하시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 ATLAS를 박아 넣겠다”고 추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날 KAI 측이 헬기에 콜사인을 새긴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것이다. 해군 점퍼를 입고 현장에 나타난 이 교수는 헬기 안팎을 꼼꼼히 살폈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고로 들여온 이 헬기는 직전에 사용한 운송업체가 꼬리 부분만 파랗게 칠한 상태였다. 대개는 기체를 완전히 다시 칠하지만 이 교수는 기존 배경색을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글자만 추가로 새겨 도색을 마무리해 달라고 KAI 측에 부탁했다. 도색 작업에 들일 시간을 아껴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헬기는 한꺼번에 21명이 탈 수 있는 대형 기종인 ‘H225’다. 길이가 19.5m로 똑바로 세우면 5층 건물보다 높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등이 운영 중인 기존 닥터헬기보다 수용 인원이 3, 4배로 많다. 이 교수는 중고 헬기를 들여오는 대신 많은 의료진이 탈 수 있는 대형 기종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이 교수는 정비 작업을 하는 기술자에게 “응급수술이 가능하게끔 큼직한 스트레처(들것을 고정하는 침상)를 놓아 달라”고 주문했다. 헬기 오른쪽엔 국내 닥터헬기 최초로 호이스트(권상기·捲上機)를 장착한다. 작은 배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이 심해 헬기를 착륙시킬 수 없을 때에도 공중에서 환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다. 야간운항이 가능하게끔 대형 조명 장치와 적외선 카메라도 설치한다. 기존 닥터헬기는 출동 시간이 해뜬 뒤, 해지기 전으로 제한돼 있다. 최장 1135km까지 비행하면서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위성안테나도 장착한다. 이날 이 교수의 방문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동행했다. 김 지사는 이 교수와의 면담에서 경남 지역에도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섬과 산이 많은 경남은 구급차로 환자를 실어 나르기 힘든 지역이 다수인데도 닥터헬기가 없어 응급의료 사각지대로 꼽혀 왔다. 아주대병원 닥터헬기 안엔 윤 센터장의 생전 사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교수가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에게 부탁해 받은 사진이다. 민 씨는 1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남편이 추진했던 일에 관심을 가져주고, 잊지 않고 기려줘서 고맙다”며 “남편도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사천=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민갑룡 경찰청장이 8일 베트남 치안총수를 만나 최근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피해자 보호를 약속했다. 민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치안총수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또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에게 “최근에 (벌어진)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통해 이 사건이 양국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여기에 나타난 여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담은 올해 4월 민 청장이 양국 간 치안협력을 위해 또람 장관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그런데 이달 4일 전남 영암에서 한국인 남성의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아내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자 회담의 의제로 등장한 것이다. 또람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민 청장의 말을 경청했다.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또람 장관은 민 청장에게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양국의 치안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잘되고 있는 이때에 이 사건이 양국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로 유흥업소와의 유착이 드러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이 최장 5년 안에 많으면 70%까지 물갈이된다. 사건 당사자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담당 형사를 무작위로 배정하고,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이라도 시민이 요구하면 다시 수사하는 ‘수사배심제’가 도입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민 청장은 “최근 버닝썬 사건 등으로 국민께 많은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며 “특단의 의지로 유착 비리 근절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앞서 1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치 유착 비리를 분석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책은 강남과 서초, 송파, 수서 등 강남권 경찰서 4곳을 유착 비리의 온상으로 보고 정조준했다. 치안정책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금품 수수나 수사 정보 유출 등의 유착 비리로 징계를 받은 전국 경찰 중 10.3%가 강남권 경찰서 4곳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강남서는 같은 기간 징계 경찰관이 강남권을 제외한 전국 경찰서 251곳 평균의 18배에 달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강남권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데다 사기와 횡령 등 경제사건의 규모가 커 유착 비리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이달 중 강남서를 첫 번째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최장 5년간 적게는 30%, 많게는 70%의 경찰관을 교체하기로 했다. ‘특별 인사관리구역’은 비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거나 비리 발생 위험이 높은 경찰서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경찰청은 △같은 경찰서에 7년 이상, 같은 부서에 5년 이상 근무 △3년 내에 감봉 이상의 징계 △1년 내에 두 차례 이상 불만 민원 등 7개 기준 중 5개 이상에 해당하면 우선 전출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1개 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강남권 반부패 전담팀’은 아예 강남지역에 상주하며 강남권 경찰서 네 곳의 유착 비리를 감시한다. 동료 경찰의 유착 비리를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신고하는 ‘대리신고제’가 올해 안에 전국 지방경찰청에 도입된다. 신고 포상금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은 실명 신고가 원칙이어서 동료의 유착 비리를 알아도 눈감는 일이 많다. 순번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는 방식은 법원처럼 ‘무작위 배당’으로 바꾼다. 금품 수수가 아닌 단순 수사 정보 유출의 경우에도 수사 업무에서 배제시킨다. 현직 경찰이 퇴직 경찰과 접촉하면 신고하도록 했다. 룸이 20개 이상이거나 종업원 50명 이상인 대형 유흥업소에 대해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일선서가 단속하지 않으면 곧장 지방경찰청이 나선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예비역 병장이 군 복무 당시 IS 가입을 준비하고 테러를 위해 폭발물 점화 장치 등 군 특수 장비를 훔친 혐의로 수사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4일 군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육군 병장으로 복무하다 2일로 전역한 박모 씨(23)는 군복무 당시인 2017년 10월 수도권의 한 부대에 배치돼 육군공병학교에서 폭파병 교육을 받을 당시 군용 폭발물 점화 장치 등 군용물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박 씨가 입대 전인 2016년에도 휴대전화를 통해 사제 실탄 제조 영상을 수집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박 씨 집에서 테러용으로 쓰이는 칼도 발견했다. 박 씨는 또 IS 대원들이 지령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 등을 위해 사용하는 비밀 애플리케이션도 휴대전화에 설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박 씨가 IS 대원으로 보이는 인물에게서 이메일을 받은 정황도 확인하는 등 IS 가입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17년 11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한국 인터넷주소(IP)를 이용해서 IS 선전 매체인 ‘아마크통신’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 씨의 혐의를 포착했다. 이어 IP 추적을 통해 박 씨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박 씨가 이미 군에 입대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방부 조사본부 등 군 수사당국과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또 박 씨의 이메일과 통신기록을 압수수색해 그가 극우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 IS를 옹호하는 글을 여러 건 게재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 씨의 혐의 중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는 의정부지검에, 군용물 절도 혐의는 군 검찰에 송치됐다. 국방부는 “박 씨는 2일부로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지만 군용물 절도 혐의를 받고 있어 해당 혐의에 한해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며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민간 검찰에 이송해 조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2016년 3월 테러방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처벌받는 내국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손효주 hjson@donga.com·조건희 기자}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사상자가 전부 이송될 때까지 현장에 도착조차 못한 사례가 최근 4년여 동안 4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DMAT는 119구급대가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의료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대형 화재나 교통사고로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119는 이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DMAT의 출동을 요청한다. 하지만 4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5년 이후 DMAT 출동 사례 129건 자료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DMAT 출동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2분으로 나타났다. 2014년 2월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DMAT 출동에 69분이 걸린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DMAT 운영 병원을 10여 곳에서 올해 기준 40곳으로 크게 늘린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특히 출동 사례 129건 중 41건(31.8%)의 경우 DMAT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119구급대의 환자 이송이 완료돼 의료진이 환자를 한 명도 치료하지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2017년 2월 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경기 화성시 동탄메타폴리스 화재 사고가 대표적이다. 119는 사고가 발생한 지 16분 만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사고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규모를 작게 보고 DMAT 출동은 요청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 발생 137분 후에야 DMAT 출동을 요청하는 바람에 최종 출동까진 178분이 걸렸다. DMAT이 도착했을 땐 현장에 환자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응급의학계에선 119 상황실이 DMAT의 필요성을 신속히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엔 작은 사고였어도 현장 수습 중 사상자가 늘어나면 DMAT 출동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 정보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세종시 공사장 화재(3명 사망, 40명 부상) 땐 119가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아 중앙응급의료센터 근무자가 TV 뉴스를 보고서야 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DMAT 출동은 사고 발생 81분 뒤에야 이뤄졌다. 또 다른 원인은 DMAT 운영 병원이 전국 40곳으로 적어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강원 정선군 갱도 매몰사고 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DMAT가 출동 요청을 접수한 지 14분 만에 출발했지만 거리가 먼 탓에 현장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69분이나 걸렸고 최종적으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일본은 국토면적이 한국의 3.7배이지만 DMAT 운영 병원은 400여 곳으로 한국의 10배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DMAT를 늘리고 싶어도 일선 병원에 응급의료 인력이 부족해 어렵다”라며 “응급 의료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 결정이 연기됐다. 건보료를 인상하려는 정부에 맞서 가입자 단체가 동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건보료율 인상 폭으로 3.49%를 제시했다. 하지만 환자단체연합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가입자 대표 8명은 동결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조만간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접점을 찾은 뒤 다시 건보료 인상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건정심에서 건보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회의록이 공개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가입자 단체가 건보료 인상에 반대한 것은 정부가 건보 재정에 투입하는 국고 비중을 지키지 않은 채 재정 부담을 가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약 24조 원을 덜 투입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에 법정 국고 보조금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물러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식당에서 쓰는 물수건에서 기준치의 최고 7600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됐다. 위생물수건을 깨끗이 세탁한 뒤 포장해 식당에 공급해야 하는 위생처리업체가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철엔 세균이 더 빨리 증식해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0~24일 식당 등에서 유통된 위생물수건 105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9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위생처리업체들에는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위생물수건 1장당 세균 수는 10만 마리(CFU·집락형성단위) 이하여야 하는데, 8개 물수건에서 많게는 7억6000만 마리, 적게는 18만 마리가 검출됐다. 또 다른 물수건 1건은 눈에 띄게 변색돼 있었다. 또 식품적갭업소용 물티슈 48건을 수거 검사한 결과 1건에서 기준치(2500마리)보다 3320배 많은 830만 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 현행 ‘위생용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위생처리업체는 물수건을 식당에 공급할 때 △15분 이상 세탁 △쓰지 않은 물수건도 4일 내 회수 △재사용 횟수 5회 미만 등 기준을 지켜야 한다. 식당에선 손님이 쓰고 난 위생물수건을 행주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하지만 한국법제연구원이 2016년 국내 업체 60곳 조사해보니 물수건을 5회 이상 쓴다는 응답이 45%였고, 못 쓸 정도로 해질 때까지 사용한다는 응답도 13%였다. 식당에선 위생물수건으로 어린 아이의 입과 피부를 닦는 경우도 있어 비위생적인 물수건은 그 자체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생물수건에서 기준치보다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세탁 등 관리 과정이 부실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심야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게임 셧다운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수단을 자전거도로에서도 탈 수 있게 된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향후 5년간 70조 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해 일자리 50만 개를 만드는 장밋빛 그림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유차량 서비스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대책을 외면한 데다 서비스업 육성의 근간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에서 의료법 등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접속을 막는 제도다.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됐다. 게임업계는 이 제도를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신데렐라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셧다운제 완화에)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됐고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가 활성화돼 국민들의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정부 규제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성인에게 적용돼 온 온라인게임 50만 원 결제 한도를 27일부터 없애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치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서비스업 전략에는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게 하는 대책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일반 도로로 다녀야 했다. 킥보드는 자동차에 비해 속도가 느려 킥보드 이용자와 차량 운전자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지금은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이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정부가 받아들여 면허취득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술 배달과 관련한 규정도 정비된다. 현행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음식점이 주문받은 음식에 부수하여 술을 배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음식과 함께 배달할 수 있는 술의 양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단속 기관과 음식점 간의 실랑이가 적지 않았다.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면서 맥주 10병을 배달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모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문하는 술 가격이 음식가격보다 낮아야 술 배달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고시에 넣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디지털헬스케어, 공유차량 서비스 등 신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계나 택시업계 등 이해집단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또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야 의견 차를 조정할 복안은 없는 상태다. 이 법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뒤 8년째 표류 중이다. 보수 정부 당시에는 시민단체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현 정부 들어선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 기본법 적용 대상에서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의 4개 법을 제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경쟁력 있는 의료 부문을 제외한 서비스산업 육성은 반쪽짜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조건희·사지원 기자}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수술의 수가는 그대로 둔 채 대형병원 2·3인실 입원료 등에 건보 혜택을 주는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의협과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케어 시책 중간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이세라 의협 기획이사는 “외과의사가 쌍꺼풀 수술을 해주면 100만 원을 받는데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수술의 건보 수가는 고작 5000원”이라며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다음달부터 2·3인실 병실료에 막대한 건보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의료 현장에선 병실료보다 건보 확대가 시급한 분야가 많다는 얘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건보료를 연평균 3.2%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더니 올해 3.49%를 인상했다”며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높은 건보료를 내고도 부실한 혜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홍보대행업체 직원 손모 씨(32·여)는 최근 택시 뒷자리에 앉는 순간 ‘아차’ 싶었다. 흡연실 못잖은 담배 찌든 내가 독한 방향제 향기와 뒤섞여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운전사가 택시 안에서 여러 차례 담배를 피운 게 분명했다. 급기야 멀미까지 났다. 손 씨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곤욕을 치렀다. 고객 미팅을 위해 드라이클리닝을 한 정장엔 담배 냄새가 잔뜩 배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손 씨처럼 담배 찌든 내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윤진하 연세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2017년 국내 성인 3000명을 설문해 보니 택시에서 담배 냄새로 불쾌감을 느꼈다는 응답이 84.8%였다. 택시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넘어 호흡기 건강까지 위협한다. 차량 시트나 먼지에 흡착됐던 니코틴이 승객의 호흡기로 들어가 ‘3차 흡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흡착된 유해물질 자체도 해롭지만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아질산과 반응해 새로운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 등까지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전사는 흔히 ‘담배 연기를 창밖으로 내뿜는다’며 차 안에 남은 냄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창문을 연 채 담배를 피워도 차 안 초미세먼지(PM2.5)의 m³당 농도는 최고 70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높아진 뒤 15분간 평균 82.4μg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공기 질 ‘매우 나쁨’ 기준(75μg)보다 높다. 차량 내에 한번 흡착된 유해물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차량 107대를 나눠서 분석해 보니 비흡연자 차량의 대시보드에서 검출된 검체 1g에 평균 니코틴 농도는 0.06μg이었지만 흡연자의 것은 8.61μg이었다. 12개월간 차량 내 흡연을 완전히 금한 뒤 추적 조사를 해봤지만 니코틴 농도는 5.09μg으로 절반도 줄어들지 않아 여전히 비흡연자 차량의 84배 수준이었다. 현행 여객자동차법에 택시 내부는 담배를 피워선 안 되는 공간으로 명기돼 있다. 이를 어기면 운전사든 승객이든 과태료 10만 원을 물린다. 하지만 실제 금연구역 단속은 여객자동차법이 아닌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이뤄진다. 국민건강증진법엔 유상 운송수단 중에서도 ‘16인승 이상’만 금연구역으로 분류돼 있다. 16인승 미만인 택시는 흡연 단속 대상이 아닌 것이다. 단속 대상을 왜 이처럼 16인승 이상으로 제한했는지는 정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최근 3년간 흡연 과태료가 부과된 8만756건 중 택시에서 단속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청소년을 비롯한 승객의 3차 흡연 피해를 막으려면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택시 내부도 금연구역으로 명기하고, 택시를 호출할 때 운전사의 흡연 여부를 표시해 승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여름에 유행하는 수족구병이 올해는 일찍 돌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9∼15일 전국 표본감시 병의원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의심환자가 29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11.1명)의 2배가 넘었다고 23일 밝혔다. 수족구병은 손과 발, 입안에 물집이 잡히는 질환으로, 주로 미취학 아동 사이에서 유행해 한여름에 정점을 찍는다. 최근 유행세는 지난해 수족구병 의심환자가 정점을 찍은 7월 중순(31.8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1∼6세 외래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의심환자는 9∼15일 39.4명으로 0세(9.8명)나 7∼12세(8명)보다 많았다. 수족구병에 걸리면 입안 통증 때문에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고 침을 삼키지 못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진다. 통상 첫 증상이 나타난 지 7∼10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드물게 뇌수막염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진물이나 침 등에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선 수건과 장난감을 돌려쓰지 않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AI)이 대결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박창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말하자 청중 300여 명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됐다. 흉부 X레이 영상에서 폐 질환이 생긴 위치를 짚어내는 실험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결과는 AI의 진단 정확도가 98.5%, 흉부를 전문으로 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5명은 90.7%로 AI의 승리였다. 일반 영상의학과 전문의(진단 정확도 87%)나 일반의(78.1%)와의 격차는 더 컸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12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메디컬 AI 포럼: 인공지능으로 열어가는 의료 한류의 현재와 미래’의 한 장면이다. 박 교수가 이날 발표한 실험 결과는 폐결핵 등 흉부질환이 있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X레이 9만8621장을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법으로 학습시킨 AI ‘루닛 인사이트’를 이용한 것이다. 루닛 인사이트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박 교수는 48세 여성 폐암 환자의 흉부 X레이 영상을 화면에 띄우며 “의사 15명 중 2명만이 이 환자의 병변을 찾았지만 AI는 단박에 찾아냈다”며 “AI의 진단 정확도가 너무 높아 외부 기관에도 검증을 의뢰했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를 활용한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의료 환경에 미칠 영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포럼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남철 365mc 네트워크 대표,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등이 참석했다. 김 차관은 축사에서 “많은 미래 기술 중에도 IT와 보건의료가 결합된 AI 활용 기술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의 핵심 분야이자 의료 한류를 이끌 얼굴로 주목받고 있다”며 “병원을 중심으로 대학, 기업,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업계의 지원 확대 요구에 화답했다. 포럼엔 의료용 AI 개발을 이끄는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허설 365mc 네트워크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그간 의사의 ‘감’에 의존했던 지방흡입 수술 동작을 AI로 분석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의사가 지방흡입 수술을 숙달하는 데 필요한 수술 경험은 평균 1156건인데, AI를 활용하면 이를 300건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 CDO는 주삿바늘 모양의 흡입기(캐뉼라)에 동작 감지 센서를 달아 AI에 동작을 학습시키는 현 방식보다 진일보한, 여러 대의 입체 영상 카메라로 의사의 동작을 감지하는 차세대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환자의 안구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시력교정술을 찾아주는 AI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원장은 “눈이 안 좋은 환자 사이에선 ‘기승전라섹(여러 검사를 해도 결국 라섹 수술을 하게 된다는 뜻)’이란 말이 있지만 이는 오해다”라고 강조했다. 안구 하나만 검사해도 각막의 강도와 시신경의 두께 등 70여 종이 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적합한 시력 교정술은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선 의료용 AI가 인간 의사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로 논의가 확장됐다. 이에 대해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의사와 AI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이고, 살아남는 건 AI가 아닌 ‘AI를 잘 활용하는 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CDO도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의사의 역할은 아직까진 매우 한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참석자들은 의료용 AI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의료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윤리적인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기술의 진보를 상업적으로만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윤리적으로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의료용 AI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용 AI의 개발에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AI 개발에 우수한 인재가 모이도록 하려면 개발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데, 현재는 건보 수가 적용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 하반기 구조대원으로 변신해 소방헬기에 오르는 배우 박해진 씨가 동아일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박 씨는 배우 김은수 씨와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빨간 풍선을 터트린 뒤 “지금 이 소음이 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하다, 닥터헬기와 소방헬기의 소리는 바로 우리의 생명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씨와 김 씨는 올 하반기 방영될 드라마 ‘시크릿’에서 119특수구조대 항공구조대원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박 씨는 다음 참가자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김충식 강원소방본부장, 배우 류승수 씨, 권영진 대구시장을 지목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진진희 역으로 열연한 오나라 씨는 코미디 영화 ‘입술은 안 돼요(가제)’에 함께 출연할 영화배우 류승룡 씨의 지목을 받아 소생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오 씨는 스카이캐슬에서 강예서 역을 맡았던 김혜윤 씨를 지목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오 씨의 참여 영상은 18일 오후 9시 반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 공개된다. 개그콘서트에서 ‘~했을 뿐이고’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끈 안상태 씨는 드라마 ‘사춘기’에서 열연한 배우 이정호 씨에게 바통을 넘겼고, ‘개미핥기’로 유명한 코미디언 이광채 씨도 릴레이에 참여했다. 보이그룹 ‘뉴키드’ 멤버 7명은 방송인 박재민 씨를 지목했다. 뉴키드는 데뷔 한달여만에 해외 언론의 관심과 5 개국 7 개 도시 남미투어를 확정지으며 차세대 글로벌돌로 떠오른 신예아이돌이다. 멘버는 지한솔, 진권, 윤민, 우철, 휘, 최지안, 강승찬 총 7명의 멤버로 구성. 데뷔 타이틀곡 뚜에레스로 활동 중이다 양재진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GTV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 ‘오늘의 심리’에 함께 출연하는 조은나래 아나운서, 명희진 서울신문 기자와 함께 소생 캠페인 풍선을 터트렸다. 양 원장은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