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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에 가기 위해선 득점도 중요하지만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F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국으로선 선제골 허용은 곧 패배를 의미할 수 있다. F조 ‘킬러’들을 잘 막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이 1승 상대로 보고 있는 스웨덴에선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27·라이프치히)를 막아야 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 정교한 패싱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드리블이 일품이다. 수비가 놓치면 그대로 골을 내줄 수 있다. 월드컵 예선 10경기와 플레이오프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멕시코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는 말이 필요 없는 월드스타다. 스페인어로 완두콩이란 뜻의 ‘치차리토’란 별명을 지닌 에르난데스는 골 본능이 탁월한 최전방 공격수다. 키는 작지만 위치 선정이 좋고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헤딩 능력까지 갖췄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어떤 자세로도 골을 잡아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04, 레버쿠젠 등 유럽 빅리그를 섭렵했다. 세계 최강 ‘전차군단’ 독일엔 공격 자원이 많다. 그중 ‘패스 마스터’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패싱력을 자랑하는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는 경계 대상 1호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미드필더로 불린 그는 9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한다. 여기에 왕성한 활동력에 수비 및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베스트11에 3번 선정됐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를 놓치면 많은 골을 내줄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남자 유도에서 한 한국 선수의 투혼이 주목받았다. 93kg에 출전해 중도 탈락하자 삭발을 하고 무제한급에 다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1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장을 맡은 조재기 이사장(68)의 스토리다. 당시 레슬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양정모에게 가렸지만 유도계에선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12대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역대 이사장 중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경기장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뚝심의 사나이였지만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조 이사장은 “스포츠는 승리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을 맡은 지 3개월을 넘긴 그는 “공단은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고 이제 완성해 나갈 단계”라고 강조했다. “체육 발전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는 스포츠를 즐길 장소와 시설 확보, 둘째는 프로그램 공급, 셋째는 즐길 수 있는 클럽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단은 그동안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며 국민체력 100 등 프로그램도 제공해왔다. 이젠 클럽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단은 전국 229개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7170억 원을 지원했고 각급 학교 217개 다목적체육관 건립에도 1236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방과 후 스포츠클럽 강사 지원도 공단이 하고 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시설까지 합치면 시설 문제는 사실상 완전히 해결됐다는 평가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체활동을 안 하면 죽는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사회도 건강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시작해 평생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단은 그 기반을 만들고 있다.” 조 이사장은 교육제도 등 아직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일 때 체육을 잘못 받아들였다. 군사체육을 들여온 것이다. 일본에도 한때 ‘화이토’라는 게 있었다. 우리가 파이팅이라고 하는 것인데 파이팅이 뭔가. 영어로 싸우자는 것이다. 이 문화가 그대로 한국에도 흡수됐다. 어느 순간 힘자랑하는 운동선수는 건달, 깡패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승리지상주의가 이어졌다. 이런 문화가 올림픽에서 은메달 따고도 억울해 우는 선수를 양산했다.” 조 이사장은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화이토’를 없애고 ‘힘내라’는 ‘간바레’로 바꾸었는데 우린 아직 파이팅을 외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은 파이팅 대신 ‘으라차차’라는 구호를 외쳤다. 으라차차는 ‘힘내라’ ‘나가자’는 순우리말 감탄사다. 우리도 파이팅을 버리고 즐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공단은 1988 서울 올림픽이 남긴 최고의 레거시(유산)라는 것도 강조했다. 공단은 1989년 3521억 원의 기금으로 발족해 올림픽 시설관리를 하며 체육기금을 마련해왔다. 그는 “공단은 한국 스포츠 재정의 91%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다양한 사업으로 1년에 1조5000억 원(2017년 기준)의 체육기금을 확보한다. 지난해까지 총 10조443억 원의 체육기금을 지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공단 체육기금 1조3000억 원이 지원됐다. 전체 올림픽 예산의 11%에 해당하는 돈이다. ‘한국 스포츠의 젖줄’인 공단의 수장을 맡은 조 이사장은 “학자로 지켜본 공단과 직접 와서 느껴본 공단은 완전히 달랐다. 공단은 한국 스포츠의 근간으로 정말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한국 스포츠를 잘 이끌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아울러 조 이사장은 공단이 벌이고 있는 스포츠토토와 경륜 경정 등의 사업이 더욱 건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나라 도박 시장이 전체 100조 원에 이르는데 합법적인 도박 시장은 20조 원뿐이라고 했다. 불법을 막고 합법적인 시장에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프로 최다승? 그게 뭔 큰 의미가 있나요?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무엇보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22일 제주를 1-0으로 꺾으며 프로축구 사령탑 역대 최다승 타이(210승·김정남 전 울산 감독)를 기록한 최강희 전북 감독(59·사진)은 덤덤했다. 1승만 추가하면 역대 최연소, 최단기간 프로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게 되고 이후 매 승리가 새 역사가 되는데도 이렇다 할 감흥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대화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전북에 대한 강한 애착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선수들에게 잔소리해대며 이기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감독과 선수, 구단, 팬들이 서로 믿어주는 관계가 됐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움직이다 보니 전북이 이젠 K리그1 최고 인기구단이 됐다.” 최 감독은 2005년 전북 사령탑에 오른 뒤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땐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5년 FA(축구협회)컵 우승,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지만 계속 리그 성적이 좋지 않자 2008년 팬들이 최 감독에게 “떠나라”고 한 것이다. 최 감독은 당시 바로 떠나려다 팬들에게 편지를 쓰면서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임 감독도 팬들이 몰아냈는데 자신까지 팬들에게 밀려 나간다면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 향후 전북의 미래가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성남에서 사실상 버린 ‘노장’ 이동국(39)과 김상식(42)을 영입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선수는 지방에 있는 전북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볼 땐 이동국과 김상식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설득해 데려왔다.” 최 감독은 2009년 K리그를 제패하며 팬들은 물론 구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졌고 팬들도 최 감독을 ‘봉동 이장’이라 부르며 열렬히 응원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전북 숙소가 있는 것을 빗대 팬들이 최 감독을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최 감독은 ‘재활공장장’으로 불린다. 은퇴 기로에 있던 최태욱(37)과 김남일(41)도 최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더 이어갔다. 최 감독은 단점보다는 장점을 봤다. 그가 만든 최고의 작품은 이동국이다. 2009년 초 성남에서 방출된 이동국을 영입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동국은 이적 첫해 22골을 터뜨려 전북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전북이 K리그1 ‘절대 1강’이 되는 데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잘하던 선수는 뭔가 있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면서 선수 자신이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된다.” 최 감독은 선이 굵으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믿고 기다린다. 구단 관계자는 “대선배들이 나이를 잊고 잘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선수들도 최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이 최강으로 군림하는 배경에 최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양평이 고향인 최 감독은 “전북 봉동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전북은 그에게 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최강희 감독은? ::△생년월일: 1959년 4월 12일 △대표 경력: 1988년 서울 올림픽,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수비수) △지도자 경력: 프로축구 수원 코치(1998∼2001년),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대표 코치, 한국축구대표팀 코치(2002∼2004년), 프로축구 전북 감독(2005∼2011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2011∼2013년) 전북 감독(2013년∼) △전북에서 거둔 성적: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9년 K리그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피언십 우승, 2011년 K리그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피언십 우승, 2014년 K리그 클래식 우승, 2015년 K리그 클래식 우승, 201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7년 K리그 클래식 우승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경남 돌풍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나. 경남이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방문경기에서 1-2로 져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이번 시즌 2부 리그에서 승격한 경남은 시즌 초반 4연승으로 1위를 달리며 K리그1 판도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듯했으나 이후 1무 2패로 부진하며 3위로 추락했다. 시즌 초반 4경기에서 6골을 터뜨려 득점 랭킹 1위에 오른 경남 외국인 공격수 말컹은 2경기 연속 침묵했다. 포항은 브라질 공격수 레오가말류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2연패에서 탈출하며 4승 1무 2패(승점 13)로 4위로 도약했다. 이날 패한 경남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뒤져 4위가 됐다. 대구는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2-1로 승리하며 3무 3패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두고 최하위를 탈피했다. 대구는 승점 6을 기록해 전남(승점 5)을 꼴찌로 밀어내고 11위가 됐다.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9·전북)은 14일 전남과의 안방경기에서 2골을 넣어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청신호를 켰다. 이동국은 이날 후반 15분 페널티킥 선제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머리로 한 골을 더 보탰다. 이동국은 후반 43분 얻은 페널티킥을 놓쳤지만 시즌 시작 7경기 만에 시즌 4골을 기록해 2009년부터 시작된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10년 연속으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200골 고지에 오르며 ‘골=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이동국은 통산 206골을 기록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멀티골과 이재성의 추가골로 3-0 완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하며 6승 1패(승점 18)로 수원(승점 14)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연출한 박항서 감독(58·사진)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쏟아진 포상금이 25억 원을 넘겼다. 베트남 일간지 ‘전찌’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이 받게 될 보너스가 511억 동(약 25억5000만 원)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라고 10일 전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 등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과 단체가 포상금을 쾌척한 결과다. 포상금은 기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1인당 8억5000만∼18억 동(약 4250만∼9000만 원)씩 주어진다. 자동차와 TV는 물론이고 고급 휴양지 무료 이용권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업체나 기관도 많다. 한편 박 감독은 18일 개막하는 2018 수원 JS컵 19세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참석해 베트남대표팀을 응원할 계획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월드컵 스카우팅 리포트 2018’이 발간됐다. 이 책은 1990년부터 월드컵 가이드북을 만들어온 축구전문가 장원구 씨와 인터풋볼 정지훈 편집장이 공동집필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열린 월드컵 예선 중계방송 화면 및 유튜브 동영상을 바탕으로 월드컵 출전이 예상되는 선수 955명의 개인 기술과 32개국의 팀 전술을 자세히 분석했다. 선수들의 유효슈팅과 비유효슈팅, 득점, 태클, 인터셉트, 패스, 어시스트, 경고, 퇴장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또한 예선 출전 상황을 선발출전, 교체출전, 벤치대기, 명단제외로 나누고 이를 색(빨간색, 오렌지색, 회색, 하늘색)으로 표시해 한눈에 각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32개 팀 분석에서는 예선 전 경기 포진도, 공격 및 수비 매커니즘, 장단점, 공격과 수비 전술, 득실점 패턴, 상세한 예선 기록, 출전 예상 선수들의 몸값 등 상당히 디테일한 정보와 함께 보기 쉽게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팀 소개 앞부분에는 조별 판도 분석 및 48경기 프리뷰와 함께 유명 베팅 회사의 배당률까지 게재했다. 축구 팬 뿐만 아니라 월드컵 때 스포츠토토를 즐길 유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 한권이면 월드컵에 관한 한 거의 전문가 수준의 축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밖에 2014년 8월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대표님의 발자취를 담은 ‘팀 코리아 기승전결,’ 러시아 월드컵 화려한 스타들, 축구 전설과 그 후계자들, 축구 스타와 미인 여자친구(아내), 개최도시 소개 등 풍부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또한 1000여 컷의 생생한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북카라반에서 펴냈으며 가격은 2만 9000원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슈퍼매치’엔 스토리가 있다. 수도권 최대 라이벌 수원과 서울이 만나는 슈퍼매치는 프로축구 K리그 최고의 빅 매치다. 특히 올 시즌엔 더 많은 얘깃거리가 있다. 영원한 ‘서울 맨’으로 여겨지던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37·사진)이 수원으로 이적한 뒤 첫 경기다. 수원이나 서울이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도 있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시즌 첫 슈퍼매치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유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데얀. 데얀은 2007년 인천으로 K리그에 데뷔했지만 2008년부터 8시즌을 서울과 함께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리그에서만 267경기에 출전해 154골 38도움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득점왕(2011, 2012, 2013년), 4년 연속 시즌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4∼2015년 중국에서 뛰다가 2016시즌 서울로 복귀해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런 데얀이 지난해 말 수원으로 옮겼을 때 팬들은 보낸 황선홍 감독과 데얀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데얀은 5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서울전에서 골을 넣어야 하겠지만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기보다는 서울 팬들에게 존경심을 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선 데얀이란 걸출한 공격수가 총을 겨누는 적수가 됐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시즌 무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까지 있다.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서울은 이번 시즌 2무 2패로 10위에 처져 있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물러설 곳도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승리로 팬들에게 위안을 가져다 드리겠다”는 황 감독의 각오에서도 절실함이 느껴진다. K리그1에서 2승 1무 1패로 5위에 랭크된 수원은 최근 슈퍼매치 10경기에서 5무 5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이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번 경기는 서울이나 수원 모두 간절함의 경기다. 수원은 슈퍼매치에서 치욕적인 결과를 보였다. 무승부도 의미가 없다. 우리 선수들이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간절함을 가지고 꼭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이 84번째 슈퍼매치다. 역대 전적에서는 수원이 32승 21무 30패로 앞서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강희 전북 감독(59·사진)의 올 시즌 목표는 트레블(3관왕) 달성이다. 프로축구 K리그1과 FA(축구협회)컵,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모두 제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ACL에서 우승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우승 상금(400만 달러·약 42억2000만 원) 획득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키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아시아시장 공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 감독은 1군을 두 팀 꾸릴 수 있는 ‘더블 스쿼드’를 구성해 3관왕 등극을 준비해 왔다. 2016년 ACL 챔피언 전북은 지난해엔 출전하지 못했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2위로 자격을 갖췄지만 AFC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CB)’가 2016년 유죄 판결이 난 전북 스카우트의 2013년 심판 매수 건을 문제 삼아 출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북으로선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꼭 우승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K리그1) 챔피언 전북은 4일 오후 7시 30분 일본 가시와의 히타치 가시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가시와 레이솔과의 ACL E조 5차전에서 16강을 확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북은 E조에서 3승 1패(승점 9)로 톈진 취안젠(중국·승점 7)에 앞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시와는 승점 4로 3위다. 전북은 가시와와 비기기만 해도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게 돼 16강 티켓을 따낸다. 한편 수원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H조 5차전에서 호주의 시드니 FC에 1-4로 대패했다. 수원은 2승 1무 2패를 기록해 17일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꼭 이겨야 16강에 오른다. G조의 제주는 일본 세레소 오사카에 1-2로 져 1승 1무 3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체육언론인회(회장 이종세)와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정희돈)은 한국체육학회(회장 강신욱)와 공동으로 30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과와 향후 과제’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김주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기획홍보부위원장의 겨울올림픽 결산 브리핑에 이어 이재구 삼육대 교수를 좌장으로 권종오 SBS 스포츠부장,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원, 김학수 한국체육언론인회 이사, 임충훈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발제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들은 올림픽을 유치하기 전부터 국민 차원에서 어떤 레거시(유산)를 남길지 논의 과정이 전혀 없어 향후 레거시를 만드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평창이 남긴 레거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해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았고, 한국으로선 역대 최다인 1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빙상 편중성을 벗어나 설상과 썰매, 컬링 등 ‘종목 다변화’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시설 사후 활용 등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도 지적할 예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에 대해 세계적인 골키퍼들이 “거리 판단이 어렵다”며 ‘골칫거리’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사상 처음 만든 공인구인 ‘원조’ 텔스타를 업그레이드해 텔스타 18(사진)을 제작해 지난해 말 공개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페페 레이나(나폴리)는 25일 스페인 일간지 아스(A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중거리 슈팅으로만 적어도 35골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볼과의 거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텔스타 18은 겉면이 플라스틱 필름으로 덮여 있어서 꽉 쥐는 게 쉽지 않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문제가 많은 볼이다. 개선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24일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길 당시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나선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정말로 이상한 볼”이라고 거들었다. 반발력이 좋아 슈팅하는 순간 속도가 빨라져 골키퍼가 볼의 방향과 거리에 반응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독일 대표팀의 수문장인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바르셀로나)도 “볼의 움직임이 심하다. 결국 볼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 볼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 월드컵 공인구는 골이 많이 터지길 기대하며 만들다 보니 공격수로부터는 호평을 받지만 골키퍼나 수비수로부터 혹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11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벌이는 북아일랜드와의 경기는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상대 스웨덴을 가상한 평가전이다. 북아일랜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철벽수비로 무장한 뒤 ‘카테나치오(빗장 수비)’ 이탈리아를 무너뜨리고 본선에 오른 스웨덴과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북아일랜드는 유럽에서도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다. 선수들의 근성과 정신력도 높이 살 만하다. 한국으로선 스웨덴 대비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은 이번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스웨덴을 무너뜨릴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 위원은 “북아일랜드를 못 뚫는다면 한 수 위인 스웨덴도 뚫지 못한다. 스웨덴을 잡지 못하면 16강 진출도 어렵다. 북아일랜드와 제대로 붙어 스웨덴을 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도 “북아일랜드가 스웨덴과 독일이라고 생각하고 맞붙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9위 스웨덴과 첫 경기를 치른 뒤 17위 멕시코, 1위 독일을 만나기 때문에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한국은 북아일랜드의 장신 수비벽을 넘어야 한다. 북아일랜드의 중앙 수비수 조니 에번스가 188cm이고 개러스 매콜리는 195cm, 에런 휴스와 코너 매클로플린은 183cm이다. 백업 중앙수비수 크레이그 카스카트도 188cm다. 북아일랜드는 높이와 힘을 앞세운 수비로 독일, 체코,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산마리노와 월드컵 유럽 예선 10경기를 벌여 6실점했다. 최강 독일에 5골을 내준 것을 빼면 다른 팀엔 단 1골을 내준 짠물 수비를 펼쳤다. 스위스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1골만을 내주고 월드컵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신 감독은 북아일랜드 장신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하고 스피드가 좋은 이근호(강원)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손흥민의 파트너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장신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느린 점을 이용해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물오른 골 감각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과 이근호, 황희찬이 빠른 발로 페널티지역 좌우를 오가며 공격 기회를 엿보고,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중앙미드필더와 염기훈(수원) 이재성(전북) 등 좌우 날개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는 전술이다. 이근호는 지난 주말 K리그1 경기에서 타박상을 입어 회복 상태에 따라 선발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96cm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은 후반에 조커로 투입돼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잡아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강한 압박을 견뎌라.” 20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일랜드축구협회(FAI) 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 모여 훈련을 소화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은 밝았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열린 콜롬비아, 세르비아 평가전 이후 4개월 만에 해외파와 국내파가 다 모였다. 현 상태로 최고의 멤버들이다. 오랜만에 만나 화기애애한 선수들과 달리 신태용 감독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6월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부족한 퍼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3월 랭킹 1위 독일, 17위 멕시코, 19위 스웨덴과 함께 F조에 속해 있다. 59위인 한국으로선 한마디로 ‘죽음의 조’에서 경기를 치른다. 신 감독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5월 말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기 전에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F조에서 살아남을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한 수 위의 팀이 펼치는 압박을 잘 견디는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효과적으로 역습하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잡아내야 한다. 이번 평가전에서 이 3가지 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FIFA 랭킹 6위 폴란드, 24위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을 벌이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게 상대의 강한 압박에 무너지지 않을 수비다. 수비가 흔들리면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없다. K리그1 ‘최강’ 전북 수비라인을 그대로 옮겨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 감독은 중앙 수비수 홍정호와 김민재를 비롯해 좌측 풀백 김진수와 우측 풀백 최철순, 이용 등 전북 수비수 5명을 뽑았다. 수비수 장현수(FC 도쿄)와 김민우 윤영선(이상 상주)도 있고 유럽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박주호(울산)도 수비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장시간 맞춰 온 전북 수비 조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 감독은 수비라인이 잘 버텨준다면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토트넘) 등을 활용해 충분히 골도 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때 손흥민은 이근호(강원)와 투톱을 이뤄 2골을 잡아냈다. 대표팀에서 주로 측면공격수로 활약하던 손흥민은 중앙으로 옮겨 이근호와 자리를 바꿔 가며 기회를 엿본 뒤 골문을 파고들며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미드필더들의 정확한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다. 신 감독은 “수비만 어이없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승산은 있다”고 말한다. 기성용을 비롯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 염기훈(수원) 등 탄탄한 미드필더진이 버티고 있고 손흥민, 김신욱(전북) 등이 소속팀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활용한 세트피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8일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녀 1위 김재훈(29·한국전력)과 김도연(25·K-water)이 ‘아시아프리미어마라톤(APM)’ 포인트 상위권에 올랐다. 서울국제마라톤은 베이징 마라톤(중국), 베이루트 마라톤(레바논)과 함께 APM으로 열리는 국내 유일의 대회다. APM은 아시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뉴욕·런던·베를린·도쿄 마라톤 등이 참여하는 월드마라톤메이저스(WMM)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 9월 창설됐다. APM은 2개 이상의 회원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록 포인트로 순위를 매겨 남녀 아시아 선수 중 1∼3위에게 상금을 준다. 상금은 남녀 각 1위 16만 달러(약 1억7000만 원), 2위 6만 달러(약 6400만 원), 3위 3만 달러(약 3200만 원)다. 포인트는 각 대회 남녀 아시아 1위 19점, 2위 12점, 3위 7점, 4위 3점, 5위 1점이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각각 2시간13분24초와 2시간25분41초로 남녀 국내부 1위를 차지한 김재훈과 김도연은 아프리카 선수를 제외하고 아시아 선수 최고 순위라 19점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재훈은 2017년 베이징(2시간17분36초)과 베이루트(2시간18분29초)에서 아시아 1위로 38점을 획득한 중국의 리쯔청(28)에 이어 랭킹 2위가 됐다. 김도연도 베이징(2시간42분53초)과 베이루트(2시간57분28초)에서 아시아 1위를 기록해 38점인 중국의 허인리(30)와 2017 베이징 마라톤 2위(2시간46분56초), 2018 서울국제마라톤 2위(2시간31분05초)로 24점인 중국의 궁리화(25)에 이어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9월 열리는 베이징 마라톤이 첫 APM 시리즈 마지막 레이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묵은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한 김도연(25·K-water)의 뒤에는 김영근 감독(54)이 있었다. 김 감독은 ‘한국 마라톤의 모리뉴’다. 선수 출신이 아니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세계적인 명장이 된 조제 모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처럼 비선수 출신으로 한국 마라톤의 명지도자가 됐다. 김 감독은 육상 중거리 선수를 했지만 부산 남중 시절 일찌감치 그만뒀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에겐 ‘스포츠 유전자’가 있었다. 동아대 체육과에 입학하면서 다시 육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엘리트선수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의 마라톤 명문 준텐도대 석사과정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했고 연구원생활을 2년 더 하며 일본 육상을 집중 탐구했다. 1997년 대한육상연맹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육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마라톤 명문 코오롱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를 키운 고 정봉수 감독의 ‘DNA’를 이어 받고 싶었다. 5년 반 동안 코오롱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김 감독은 2016년 K-water로 옮겨 본격적으로 ‘마라톤 선수’를 키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전공인 운동생리학을 바탕으로 모든 훈련을 선수와 상의해 체계적으로 시켰다. 마라톤의 기본인 지구력은 물론 지구성 스피드, 기초체력 등 훈련 프로그램에 운동생리학은 기본. 김 감독에게 지난해 초 강원도청에서 옮겨온 김도연은 최상의 제자였다. 스펀지 같았다. 가르치는 대로 다 흡수했다. 5000m와 1만 m, 하프마라톤, 마라톤 한국최고기록 경신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K-water도 적극 지원한 덕택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본 전지훈련만 4차례 다녀왔다. 성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8월 열리는 자카르타 - 팔렘방 아시아경기의 목표는 순위가 아닌 기록이다. 이젠 2시간24, 23분대를 뛰어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달리다 보면 좋은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사람들이 육상 선수는 돈을 잘 못 버는 줄 알아요. 잘하면 많이 벌어요.(ㅎㅎ)” 김도연은 18일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여자 마라톤 한국최고기록을 세우며 대회조직위에서 주는 한국 최고기록 상금 5000만 원과 대한육상연맹 포상금 1000만 원 등 7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소속팀에서도 포상금이 예정돼 있다. 실업 7년 차 김도연은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돈 많이 벌었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라 사람들이 육상 선수는 돈도 못 번다고 생각해 불쌍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또 운동선수는 마음만 먹으면 목돈도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뜰한’ 김도연의 생각은 이렇다. 훈련비용은 모두 팀에서 부담한다. 평소 숙소에서 합숙을 하니 숙식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팀에서 트레이닝복과 마라톤화 등 훈련장비도 지원한다. 사실상 돈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경우는 커피를 마시거나 쇼핑할 때다. 김도연은 인터넷으로 화장품을 구입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김도연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에 집을 장만할 계획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김도연은 먼 훗날 은퇴하면 조그만 카페를 운영할 계획도 있다. 예쁘게 꾸며 놓고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쉬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만의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경신한 김도연(25·K-water)은 제발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온몸이 지쳐서 대기록을 세운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하루 뒤에야 꿈이 아닌 걸 알고 기뻤다고 했다. 운동만 하는 기계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참았고 결국 해내서 행복하다고 했다. 치열한 레이스 경합 중에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혼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는 신세대 여자 마라톤 샛별을 만났다.》 “어제는 제발 이게 꿈이 아니길 빌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제가 한국최고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18일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로 21년 묵은 여자마라톤 한국최고기록(2시간26분12초)을 갈아 치운 ‘샛별’ 김도연(25·K-water). 정작 당일엔 풀코스를 완주한 뒤 체력이 고갈돼 신기록 수립이란 기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19일 대전 대덕구 K-water 본사에서 만난 김도연의 얼굴엔 생기가 넘쳤다. ―오늘 아침에 눈 뜨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어제 일이 꿈이 아니라 기뻤어요. 어젠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어요. 온몸이 쑤셔서 밤새 잠도 못 잤어요. 발바닥에 물집 잡히고 발톱도 빠지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가 한국최고기록을 깼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어요.” ―기사는 읽어봤나.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워요. 과거엔 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흔히 하는 얘기로 ‘국내용 아니냐’고들 했죠. 하지만 21년 만에 한국최고기록을 깨자 모두가 축하해 주네요. 감사합니다.” ―댓글 반응이 뜨거운데…. “예쁘다고 하는데…. 풀코스를 완주한 뒤라 사진이 이상하게 나갔는데 예쁘다고 해 이상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준 것 같아요.” ―신기록 수립 후 드는 첫 느낌은…. “제가 한국최고기록을 세웠다고 인생이 달라질 것은 없어요. 제가 가는 길에서 하나의 목표를 이뤘을 뿐이에요. 계속 갈 길을 갈 것입니다.” ―이제 더 유명해질 것 같은데…. (수줍게 웃으며) “유명요? 전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운동할 겁니다. 그런데 팬들이 어제 레이스 시작 전부터 절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줄 땐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모르는 분들이 ‘김도연 힘내라’고 외칠 땐 힘도 났어요. 레이스 끝난 뒤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눈물을 글썽이며 ‘축하한다’고 할 땐 저도 눈물이 났어요. 팬들이 응원해 주시니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향후 목표는…. “물론 올 8월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해 달려야죠. 목표는 금메달이지만 감독님은 성적보다는 기록에 집중하라고 하십니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김도연에게 마라톤은 무엇인가. “뭐 다들 말하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에요. 정말 힘들어요. 트랙 경기랑 확실히 다릅니다. 훨씬 강한 체력도 있어야 해요. 그동안 전 5000m와 1만 m에 집중했고 마라톤은 제게 새로운 분야입니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합니다.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따른 성과가 주는 성취감도 큽니다. 훈련은 힘든데 마라톤 대회 출전은 재밌어요. 트랙 경기를 할 때는 주로 동료 선수와 부모들이 응원했어요. 하지만 마라톤 대회에서는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응원해 줬어요.” ―힘들 땐 어떤 생각이 드나. “그만두겠다는 생각요. 하하. 올 1월 전지훈련 때도 너무 힘들어서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울먹이며) 운동만 하는 기계인가라는 생각, 몸은 피곤하고…. 하지만 제가 시작했고 하고자 하는 것을 이뤄야 하기에 참았어요. 그리고 결국 이뤄서 이젠 행복해요.” ―왜 눈물이 났나. “너무 힘든 상황을 다시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평소에도 그래요.” ―힘든 과정을 어떻게 참았나. “다른 사람들이 ‘쟤는 5000m 선수야’ ‘마라톤은 못 할 거야’ ‘마라톤 체력이 아니다’라고 하던 평가를 생각해요.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오기가 생겨요. 힘들 땐 그 사람들이 한 얘기를 떠올리며 승부욕을 되살립니다. 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렸어요.” ―한국최고기록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솔직히 사람들이 부담을 많이 줬어요. 하지만 팀 주변에서는 편하게 해주려고 했어요. 소속팀 관계자들은 한국최고기록이란 언급도 안 했어요. ‘다음이 있다. 무리하지 말라. 몸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앞으로도 주위의 평가와 상관없이 지금처럼 부담 없이 달릴 겁니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영화를 봐요.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 건 아니고 관객들이 많이 본 영화를 봅니다. 요즘 한국영화가 재미있더라고요. 음악도 들어요. 헤이즈와 아이유 음악을 좋아해요. 특히 아이유는 저랑 동갑인 데다 밝고 명랑한 노래가 많아 좋아요.” ―달릴 때도 음악을 듣나. “훈련 땐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경우가 많아요. 음악을 들으면 달리는 리듬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어제도 어느 순간 마마무의 ‘별이 빛나는 밤’이 생각나 계속 흥얼거리면서 달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달릴 땐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평소 취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단체 생활을 하니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 혼자 가서 커피를 자주 마셔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요. 아무 생각 없이 한두 시간 ‘멍 때리다’ 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좋아하는 음식은….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보신탕 빼고 다 잘 먹어요. 힘든 훈련을 한 뒤에는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어요. 탄수화물이 피로 해소에 좋아서요.” ―평소 본받고 싶은 선수가 있나. “삼성전자 김성은 언니요. 제가 어제 깬 기록을 세운 권은주 선배님도 있지만 그분은 과거 분이고 성은 언니는 현 세대에서 가장 잘 뛰는 선수잖아요. 2013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7분20초를 기록하는 등 2시간20분대 기록도 많이 냈고…. 그래서 배우고 싶었어요. 팀이 달라 평소 인사만 하고 지냈는데 기회가 되면 만나서 많은 것을 묻고 싶어요.” ―지난해 강원도청에서 K-water로 옮겼다. “계약 기간이 끝났고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때 김영근 감독님하고 통화하게 됐는데 믿음이 갔습니다. 감독님이 첫 통화에서 ‘5000m와 1만 m, 하프마라톤, 풀코스마라톤 한국기록을 깰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어요. 1만 m 빼고 다 깼으니 성공한 것 아닌가요?”대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내가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꿈이 아니길 바랐어요. 오늘 아침 깨어 금메달을 다시 확인하곤 너무 기뻤답니다.”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만에 여자마라톤 한국최고기록을 세운 김도연(25·K-water) 선수는 19일 “시민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로 힘이 났다. 앞으로도 열심히 달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K-water 본사 숙소가 있는 대전은 이날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한국 여자마라톤의 ‘샛별’로 떠오른 그의 표정과 옷차림에선 화사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단독 인터뷰 전체 내용은 20일자 동아일보에 소개한다.대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도연(25·K-water)이 18일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묵은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동아마라톤’이 한국 기록의 산실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대한육상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금까지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은 7번 나왔다. 이 중 김도연의 기록까지 4개가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1991년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에서 김연구(한국체대)가 기록한 2시간37분58초가 연맹 공식 기록의 시작. 이후 이미옥(한국수자원공사)이 1992년 제63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36분44초를 기록했고 이미경(코오롱)이 1994년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5분44초로 새 기록을 세웠다. 강순덕(수자원공사)이 1995년 춘천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35분37초를 오미자(쌍방울)가 1996년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0분09초로 다시 갈아 치웠다. 권은주가 1997년 세운 2시간26분12초는 21년 만에 김도연에 의해 깨졌다. 남자마라톤도 1984년부터 18개의 한국 최고기록이 나왔는데 그중 13개가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동아마라톤은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으로 변신해 국내 개최 최고기록을 계속 바꾸고 있다. 2006년 중국의 저우춘슈가 세운 2시간19분51초는 여자마라톤 국내 개최 최고기록이다.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의 사나이’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케냐)가 2시간5분37초를 기록해 국내 대회 사상 첫 ‘2시간5분대 기록’을 세웠다. 에루페는 2016년에 다시 2시간5분13초로 국내 개최 최고기록을 바꿨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2년 전 비등록 선수들이 참가하는 서울시교육청 주관 육상대회에 나간 것이 한국 마라톤의 새 역사를 쓴 그의 시작이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김도연(25·K-water)은 이 대회 400m에서 1위에 올랐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체육교사이자 고모인 김경선 씨(65)의 권유로 이듬해 서울체중으로 전학했다.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김도연은 육상선수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혹독한 성장통을 앓았다. 중학교 여자 중장거리 선수들이 뛰는 거리는 1500m와 3000m. 400m 이하 단거리 육상도 해보지 않은 ‘왕초보’로선 기초체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주법을 만들어야 했다. 보통 엘리트 선수들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에 비해 3, 4년 늦게 시작했으니 갈 길이 멀었다. 중학교 2학년의 김도연은 기초부터 충실히 다졌다. 지루하고 고된 훈련이 끝나면 매번 울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김도연은 ‘조용한 악바리’였다.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진 않지만 모진 훈련을 군말 없이 이겨낼 만큼 다부졌고 재능에 우쭐하지 않았다. 장동영 감독과 함께 김도연의 중고교 시절을 지도한 서울체중·고교 김천성 코치는 “재능도 돋보였지만 성실함과 끈기가 빛나는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장 감독은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새벽 훈련에 김도연은 한 번도 늦거나 불평하지 않았다”며 “어린 나이에 갑자기 고된 훈련에 지쳤을 법도 한데 도연이에게는 묵묵하게 이를 견뎌낼 강인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목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고 탄력이 좋은 것이 김도연의 장점이었다. 살이 안 찌는 체질도 중장거리에선 유리했다. 기초가 탄탄해지자 곧바로 성과가 드러났다. 김도연은 선수 생활 2년째인 2008년 전국소년체전 3000m에서 9분40초8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고교 시절 김도연은 국내 최정상급 중장거리 선수로 올라섰다. 고교 1학년 때는 제1회 한국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서 9분39초29로 이 종목 한국 고교 선수 역대 세 번째인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 열린 제92회 전국체육대회 5000m에서도 이 종목 역대 세 번째 기록(16분10초43)을 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속 기록을 깨나갈 거예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갈 겁니다.” 18일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2시간25분41초)을 세운 그의 표정은 덤덤해 보였다. 마라톤 대회 출전은 이번이 세 번째인 그는 대회 출전 때마다 매번 5분 이상을 단축했다. 2016년 첫 풀코스에 도전해 2시간37분18초, 이듬해 두 번째 도전에서 2시간31분24초를 기록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김도연은 40km 이상의 고강도 훈련을 단 한 번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6분 가까이 단축했다. 첫 도전 때부터 12분가량 기록을 줄이는 폭발적인 상승세다. 이날도 그는 “마지막 2km를 남겨두고 속력을 올렸는데 5km 남겨뒀을 때부터 그럴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웃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새 역사를 쓴 건 기적에 가깝다. 급성장의 원동력을 간결한 주법에서 찾는 전문가가 많다. 이날 김도연의 경기 직전까지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였던 권은주 아식스코리아 마케팅팀장(41)은 “도연이를 서울체고 졸업 뒤 강원도청 시절 처음 봤는데 그때 정말 놀랐다. 팔 동작과 달리는 폼이 너무 좋았다”며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달려 조만간 일을 낼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한국 여자마라톤의 10년을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7월에는 5000m에서, 올해 2월에는 하프마라톤에서 각각 15분34초17과 1시간11분0초의 한국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제 남은 건 1만m 한국기록. 그는 “그것도 올해 안에 갈아 치울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도연의 다음 목표는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는 “더운 날씨에 잘 적응만 하면 25분대, 아니 그 이하도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근 K-water 감독은 “도연이는 순위가 아니라 기록과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연은 2녀 중 막내딸이다. 서울 관악구청 공무원인 아버지 김재훈 씨(55)는 “쉬는 날이면 매번 딸의 경기를 챙겨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며 “몸이 아플 때도 딸이 기어이 이를 악물고 결승선을 통과하려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그런 노력이 지금의 성장세를 만든 것 같아 대견하다”고 말했다.김재형 monami@donga.com·양종구 기자}

‘샛별’ 김도연(25·K-water)이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묵은 여자마라톤 한국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김도연은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으로 골인하는 42.195km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25분41초를 기록해 권은주가 1997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26분12초의 기록을 31초 앞당기며 경신했다. 서울국제마라톤에 처음 출전한 김도연은 국내 여자부 1위 및 국제부 5위에 올라 8월 열리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로 선발됐다. 김도연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주축이 된 선두그룹 바로 뒤 그룹에서 차분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매 5km를 17분20초로 통과하기로 페이스를 정했던 김도연은 첫 5km를 17분07초로 지나며 당초 구상보다 다소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이후 매 5km 구간을 17분20초 안팎의 속도로 꾸준하게 달렸다. 25∼30km 구간에서 17분23초, 30∼35km 구간에서 17분27초로 다소 주춤했지만 35∼40km를 17분18초로 당기며 페이스를 찾았고 여유 있게 한국최고기록을 세웠다.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김도연과 경쟁했던 안슬기(26·SH공사)는 20km 지점에서 뒤처졌다가 다시 따라붙었지만 페이스를 잃어 25km를 지난 뒤 레이스를 포기했다. 김도연은 대회조직위가 주는 한국기록 경신 상금 5000만 원, 국내 우승 및 국제부 5위 상금, 대한육상연맹 한국기록 경신 상금 1000만 원 등 7000여만 원을 받게 됐다. 케냐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는 서울국제마라톤 남자 국제부에서만 4번째 우승해 ‘서울국제마라톤의 사나이’임을 입증했다. 에루페는 2시간6분57초로 자신이 2016년 세운 2시간5분13초의 대회기록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2012년과 2015년, 2016년에 이어 4번째 정상에 올랐다. 김재훈(30·한국전력)은 2시간13분24초로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17분48초)을 4분 넘게 경신하며 국내 남자부 정상에 올라 아시아경기 대표 티켓을 거머쥐었다. 국제부에서는 11위를 했다. 이날 레이스에는 마스터스 마라토너 3만5000여 명이 참가해 초봄을 맞은 서울 도심을 통과하며 국내 최대의 마라톤 축제를 즐겼다. ※ 교통통제에 협조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대회가 18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교통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대회를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서울지방경찰청, 대한육상연맹,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