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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달을 밟는다. 고로 존재한다.’ 올 1월 직업전선에서 은퇴한 김건수 씨(61)는 거의 매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하루라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듯’ 찝찝하고 영 개운치가 않다. 그에게 자전거는 삶 그 자체다. 한마디로 자전거에 빠져 살고 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프랑스의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마라톤까지 제패한 ‘체코의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페크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생각해야 인간이고, 자토페크는 달려야 인간이라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개개의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 씨는 자전거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김 씨에게 자전거는 남은 인생의 희망이자 꿈이다. “은퇴한 뒤 남는 것은 시간 밖에 없다.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111년만의 폭염이 찾아온 요즘 그는 새벽과 저녁, 그리고 실내에서 운동을 한다. 새벽에는 주거지 근처인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가볍게 달린다. 그리고 낮엔 수영을 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보조 운동을 한다. 저녁엔 장거리 사이클 라이딩을 한다. 40~70km를 달린다. ‘젊었을 땐’ 섭씨 35도의 무더위에도 자전거를 탔지만 이젠 그러다 쓰러질 수 있어 새벽이나 저녁에만 탄다. 8월25일 열리는 대관령 국제 힐크라임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다. 오르막 산악 25km를 달리는 사이클 대회다. “그냥 도전하는 것이다. 완주를 위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록이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산악 25km 완주라는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준비한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이런 과정이 내게 열정과 희망을 불어 넣는다.” 이미 전국 4대강 1857km 완주에 제주 둘레길, 남도 횡단, 일본 규슈 일주 등을 끝냈지만 그는 매번 다른 목표를 정한다. 대관령 국제 힐크라임이 끝나면 한반도 해안 4000km 질주, 그리고 중국 태향산, 몽골, 뉴질랜드, 유럽의 산티아고와 다뉴브강…. 궁극적으론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 나이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야 목표가 생기고 희망이 생긴다. 나이는 꿈을 잃는 순간 드는 것이다. 난 자전거를 타면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늘 설렌다. 자전거와 함께 매일 상쾌하게 문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전거는 참 신기하다. 페달을 밟아도 원점으로 돌아가고 바퀴도 돌면 원점이다. 그런데 탄 사람을 새로운 장소로 옮겨준다. 무한한 원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그 매력이 쏠쏠하다. 김 씨가 스포츠에 빠지게 된 배경엔 ‘가족력’이 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다.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일찍 세상을 뜬 것이다. “회사에 입사해 막 살다보니 몸아 망가졌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51세에 돌아가신 것을 되새기며 운동하기 시작했다.” 1984년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한 김 씨는 약 3년 뒤부터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산을 탔고 테니스와 스키 등을 했다. 서울 김포공항 쪽으로 이사를 가면서는 안국동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면 1시간30분이 걸렸는데 자전거로는 40분밖에 안 걸렸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회사일이 바빠 다시 한 10년을 흥청망청 살았다. 과음에 흡연, 그리고 운동부족…. 어느 날 산을 오르는데 호흡이 가빴다. 심폐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가 온 1998년 무렵이었다. 경기도 고양 일산 신도시는 운동하기에 좋았다. 호수공원 등 달릴 곳이 많았다. 마라톤을 시작했다. 2000년 동아일보 주최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했다. 4시간10분. 그해 11월엔 뉴욕마라톤에도 출전했다. 모 스포츠단체에서 실시한 마라톤 수기 공모에서 당선돼 출전하게 됐다. 당시 3시간38분에 완주했다. 지금까지 풀코스만 10여 차례 완주. 최고 기록은 3시간24분이다. 달리기만 하다보니 지루했다. 2002년부터 철인3종으로 갈아탔다.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을 하는 철인3종은 아주 재미있었다. 하지만 대회 출전은 많이 하지 않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은 계속 즐긴다. 핵심은 자전거다. “한 종목만 하면 지루하다. 크로스트레이닝(교차훈련)을 하면 한결 재미있다. 난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을 섞어가며 운동한다.” “난 참 행운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51세를 넘기는 순간 ‘내가 운동을 시작 안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다. 그 때 운동이라는 ‘신의 선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수 있다.” 건강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진 않는다. 김 씨는 ‘운동을 많이 하니 건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건강을 장담하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그는 “내가 날 어떻게 평가하나? 건강을 지향할 뿐이다. ‘나는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교만한 것이다. 그런 언어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죽는다.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운동은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대체재라고 생각할 뿐이다. 100살을 넘게 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운동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운동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2004년 회사를 떠나 막노동 등을 전전하다 프리랜서로 활약했다. 삼성전자 각종 행사 사진을 찍어주며 모 신문사 경기 북부지역 사진기자로도 활약했다. 삼성전자 행사로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때 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며 그 도시의 새벽과 밤을 사진으로 찍었다. 낮에는 행사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과 밤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도시를 구경할 절호의 기회를 행사 사진 찍는 것으로 놓칠 순 없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지만 거뜬히 버텨냈던 게 운동을 생활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라톤과 자전거란 두개의 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고 또 다른 결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국내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면 찍은 사진을 토대로 ‘풍륜(風輪), 사계를 연주하다’란 e-book도 출간했다. 국내외를 누비며 담은 사진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어 시적인 감수성으로 사계(四季)를 풀어냈다. 풍륜은 김 씨가 내건 자신의 ‘별명’이다.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으로 책을 낼 생각이다. “자전거는 문화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만 지킨다면 내 인생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시도 읽고 책도 읽고 이를 사진과 결부시키며 자전거 문화를 만들고 있고 싶다.” 사실 은퇴한 사람들 대부분 또 다른 생업을 찾아 나선다. 김 씨같이 스포츠에만 매진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 씨는 “이렇게 살기 위해선 좀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니아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매일 운동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자전거를 타고 목표로 한 일주를 마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 돈이 들어간다. 이런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자기가 하는 행동에 미쳐야 한다. 미치면 길이 보인다. “운동을 하면 건강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면 금방 지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다. 결국 마니아다. 마니아는 삶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지속화 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다. 마니아는 무시무시한 열정의 집합체다.” 미친 사람들끼리 모이면 더 쉽게 미칠 수 있다. 김 씨는 “자전거 마니아들끼리 밴드(네이버)에서 논다. 목표를 정하고 함께 질주하는 협의를 하고 함께 달리고 즐긴다. 그러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요즘은 밴드 등 인터넷 사이트가 동호회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10여 명의 골수 ‘사이클 마니아’들과 교류하며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마니아가 되면 ‘돈 때문에 하지 못 한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마니아로 가는 길에서 비용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우리가 모든 것을 사치를 할 수는 없다. 한가지만큼은 투자해도 되는 것 아니냐? 어떤 고가의 장비를 갖추면 효율적이면서도 기분도 좋다. 언젠가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보면서 ‘어 저선수도 내 자전거를 타네?’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선수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지향점은 같을 수 있다. 난 한양대 겸임교수하며 3년치 강의료 일부를 모아서 고가의 자전거를 샀다. 한 종목에 열정을 가지게 되면 결국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다.” 김 씨는 60세를 넘기면서는 ‘초보자(뉴 비기너·New Beginner)’의 자세로 운동한다. “60세 이상은 새로운 출발이다.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옛날엔 잘했는데 지금 못한다고 창피해 한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 요즘 김 씨는 자전거 페달을 밟다 힘들면 쉰다. 몸이 피곤하면 그날은 수영이나 체조, 보조 운동만하고 휴식을 취한다. 자전거를 더 즐기기 위해선 회복이 중요하다. “한 때 하루에 자전거로 270km를 달린 적이 있다. 이젠 그렇게 못한다. 전성기는 지났다. 늙어가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역효과가 난다.” 초보자의 자세로 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자세로, 마라톤과 수영을 처음 하는 기분으로,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된다. “90, 100세까지 살 건데 지금 출발해도 충분하다. 성과? 기록? 소용없다. 천천히 가면 된다. 나도 최근 초심의 자세로 다시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는 시간에 관계없이 어디까지 길게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천천히. 길게.” 김 씨는 스포츠를 즐길 때 준비와 계획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운동이나 스포츠를 할 때 ‘이것이나 한번 해볼까’라며 막연하게 도전한다. 그럼 백전백패다. 어떤 스포츠든 그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혀 준비 없이 계단을 3개씩 오를 수 있나? 하나씩 오르다보면 힘도 생기고 그게 쌓여야 3개씩 오를 수 있는 법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즐겨야 오래 즐길 수 있다. 우리 몸, 특히 늙은 몸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바이블’ 같은 책을 권했다. 최근 너무 정보가 넘쳐나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스포츠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중요하다. “난 마라톤을 시작하며 제프 겔러웨이의 ‘마라톤’이란 책을 수 십 번 읽었다. 마라톤 초보가 풀코스 완주하기까지 훈련법이 잘 설명돼 있다. 그리고 그 책을 따라 노력했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자신이 믿고 따를 책이 꼭 필요하다.” 김 씨는 다시 강조했다. “건강하게 100세를 향해 가는 길에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나는 날마다 기도하듯 운동 한다. 기도하듯 흘리는 땀은 나를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61세 김건수 씨의 ‘초보자(뉴 비기너·New Beginner) 운동법 1. 과거 아무리 운동을 잘했어도 초보자의 자세로 운동에 임한다. 2. 몸이 힘들면 쉬어라. 회복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3. 성과? 기록? 천천히 가야 오래 즐긴다. 4.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즐겁다.(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목표를 정해 정진하자) 5. 즐기려는 스포츠를 잘 정리한 책을 ’바이블‘로 삼고 공부하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은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운동을 시작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사실 기본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점점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을 위해선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 없다. 자세만 바르다면 몸에 크게 스트레스(부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신체에 아주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체내의 반응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마라톤이나 사이클(로드 및 MTB),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할 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 없이도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만의 하나 ‘내가 불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따라서 반드시 격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주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신체가 특정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운동처방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1>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신체 검진(신체구성, 심박수, 혈압)을 한다.<2>운동부하검사(신체 특히 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를 실시한다. 심전도(ECG)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에서 운동의 강도를 높이며 심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동 강도(심박수로 측정, 보통 분당 180회가 최대 운동 강도)에 따라 심장의 반응을 알아본다. 이때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허혈, 부정맥, 혈압이상 등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최대 운동 강도가 분당 심박수 120이 안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3>기초체력 테스트를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체력이 있는데 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등 건강 체력과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등 운동 체력으로 나뉜다.<4>신체의 구성 및 의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 골격의 상태 등을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 등을 알아본다. 질병의 유무도 확인한다.<5>이밖에 남녀노소, 체중, 신장 등의 차이에 따른 자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다.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몸 상태에 대한 종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운동처방사는 이를 토대로 피검자에게 적당한 운동방법과 양을 처방하게 된다. 검사과정은 꼭 초보자만 거쳐야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받아보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운동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보다 베테랑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두거나 병원을 찾는데 베테랑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다 불상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무리하면 이상이 오는 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말은 운동의 베테랑이라 해도 절대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요즘 각 종합병원엔 스포츠재활 혹은 스포츠건강클리닉이란 과가 따로 있고 대부분 운동부하검사 및 처방을 해주고 있다. 사설 스포츠건강클리닉에서도 운동처방을 해준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그제인가? 독일로 떠나기로 결정한 뒤 찾아왔다. 손에 직접 쓴 2장짜리 편지를 들고 왔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전북에 와서 행복했다’ 등 구구절절 이재성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런 선택을 내리는 것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꼭 안아줬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홀스타인 킬로 이적한 제자 이재성(26)이 손수 쓴 편지로 최강희 전북 감독(59)을 감동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감독은 27일 이 사실을 밝혔다. “솔직히 이재성이 더 좋은 팀으로 가야 했는데 아쉽다. 지난해 중동에서 연봉과 이적료를 훨씬 더 많이 준다는 팀이 있었는데 포기했었다. 러시아 월드컵을 잘 치르고 유럽으로 당당히 떠나겠다고 했는데….” 최 감독은 이재성을 독특한 제자로 기억했다. “다른 선수 같으면 연봉을 몇 배 더 준다면 그냥 떠났을 텐데…. 지난해 재성이는 버튼만 누르면 이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포기했다. 돈보다는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최 감독은 더 아쉽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재성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멕시코 경기 막판 손흥민(26·토트넘)의 골을 도운 것 외에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한 활약의 5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빅리그에서 이재성을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홀스타인 킬은 달랐다. 홀스타인 킬은 이재성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분데스리가 2부 개막전(8월 4일)부터 이재성을 뛰게 하겠다는 자세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최 감독은 “재성이가 한 일주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얘기 안 했지만 주위에서는 ‘2부인데 왜 가려 하느냐’고 했나 보다.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최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우선순위도 아닌 자유계약으로 고려대 출신 이재성을 뽑았고 곧바로 주전으로 발탁했다. 이재성은 2014년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주도하며 그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5년에도 전북을 우승시키며 K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에도 전북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 상을 수상했다. 2016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주도했다. “이런 선수가 어디 있나. 매년 우승하고 상 받고…. 일부에서 재성이가 행운아라고 하는데 아니다. 진짜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독일에서도 결실을 얻길 기대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사진)가 탈세 혐의에서 벗어나는 데 1890만 유로(약 247억 원)의 벌금과 집행유예 2년이란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7일 호날두가 스페인 세무당국과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호날두는 자신에게 제기된 탈세 혐의를 시인하고 1890만 유로에 해당하는 벌금과 미납 세금, 이자를 내기로 했다. 그 대신 징역형 형량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2년으로 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판사가 초범에 한해 2년 이하의 징역형은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2년형으로 합의하면서 호날두는 감옥살이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 기간 스페인에서 다른 세금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으면 수감된다. 스페인 검찰은 지난해 호날두가 초상권 수익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2011∼2014년 총 1470만 유로(약 192억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기소했다.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호날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무렵 검찰과 형량에 잠정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 세무당국과도 합의하면서 ‘탈세 혐의’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최근 호날두는 스페인 프리메리리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로 이적했는데 탈세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월 열리는 동아일보 2018 경주국제마라톤과 공주백제마라톤 기념품 티셔츠가 공개됐다. 코오롱스포츠가 제작한 티셔츠는 폴리에스테르 흡습속건(吸濕速乾·습기를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소재를 채택했다. 코오롱은 “원단의 표면적이 넓어서 습기를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시킨다”고 설명했다. 마라톤과 등산 등 야외 스포츠 활동에 적합하다. 사이즈는 85부터 110까지 다양하며 파란색 바탕에 옆구리 절개 부분에는 흰색 메시 소재를 사용해 산뜻함과 기능성을 동시에 살렸다. 경주국제마라톤은 10월 21일 오전 8시 경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경주시내를 돌아오는 코스, 공주백제마라톤은 10월 28일 오전 9시 공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공주시내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각각 열린다. 두 대회 모두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등 4개 부문에서 열린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코스 참가자에게는 스포츠 티셔츠를 제공하고 5km 참가자에게는 하얀색 스포츠 양말을 제공한다. 스포츠 양말도 흡습속건 소재로 만들었다. 경주국제마라톤과 공주백제마라톤 참가 신청은 대회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서울국제마라톤의 사나이’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케냐·청양군청)가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특별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체육회는 17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특별귀화에 대한 심의를 통과시켰다. 체육회는 ‘에루페가 마라톤에서 특출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추천했다. 충남 청양군청에서 법무부로 올린 특별귀화 요청에 법무부에서 체육회에 심의를 의뢰한 것이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오주한(吳走韓)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에루페는 2015년 청양군청에 입단해 활동해 왔다. 대한육상연맹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도 에루페의 특별귀화를 추진했지만 2012년 말 말라리아 약을 먹고 도핑에 걸린 일이 문제가 돼 당시 체육회 특별귀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에루페는 “치료 목적으로 약을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이번 심의를 통과했다. 에루페가 특별귀화 하면 육상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육상연맹은 황영조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이봉주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침체한 한국 남자마라톤 부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육상연맹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복주 육상연맹 전무이사는 “에루페의 귀화는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루페가 귀화하면 도쿄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봉주가 2000년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도 곧바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공정위원회 투표 결과 7-6이 말해주듯 반발도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계속 귀화하면 국내 선수들이 밀려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과 인연이 깊다.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등 서울국제마라톤에서만 4번 우승했다. 2012년 대회에서 2시간5분37초로 국내 대회를 통틀어 첫 2시간5분대 기록을 세웠고 2016년에는 2시간5분13초로 대회 최고기록이자 역시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2011, 2012, 2015년 정상에 올랐다. 에루페는 케냐에서 10월 21일 열리는 2018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 통산 4회 우승을 준비하고 있다. 에루페의 훈련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케냐를 찾은 오창석 백석대 교수(56)는 “에루페가 심의 통과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한국마라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에루페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6일 열리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주심은 ‘전직 영화배우’ 네스토르 피타나(43·아르헨티나)로 결정됐다. 피타나 심판은 1997년 개봉한 아르헨티나 영화 ‘라 푸리아(La Furia)’에서 교도소 간수 역할로 영화배우로 데뷔했던 인물. 하지만 본업은 현직 체육 선생님으로 축구심판을 보고 있다. 2007년 아르헨티나 1부 리그 경기에서 주심으로 데뷔한 피타나 심판은 2010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심판을 맡았으며 월드컵 본선에서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 주심을 맡았다. 한국이 속한 F조의 멕시코-스웨덴전에서도 휘슬을 불었다. 피타나 심판은 크로아티아, 프랑스와도 인연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8강전 심판을 봤다. 피타나 심판은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러시아-한국, 미국-포르투갈, 온두라스-스위스의 조별 예선 세 경기의 주심을 맡았다. 당시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경기 때 파울이 나올 때는 어김없이 옐로카드를 많이 꺼내는 심판이었다. 영화배우 출신이라 선수들의 어설픈 ‘할리우드 액션’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전.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은 그라운드에서 주장으로서 크로아티아를 무너뜨리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크로아티아 대표팀 멤버가 아니었던 즐라트코 달리치는 관중석에서 크로아티아가 프랑스에 패해 탈락하는 모습을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데샹은 결국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환호했다. 같은 시대에 서로 판이한 길을 걸어온 두 사령탑이 정상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50)과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52) 얘기다. 17세의 나이로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에 데뷔한 데샹의 경력은 화려하다. 마르세유 소속으로 2회 연속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프랑스 클럽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유벤투스로 둥지를 옮겨 세 번의 리그 우승과 또 한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는 ‘레전드’로 통한다.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21세 때부터 2000년 대표팀을 은퇴할 때까지 A매치 103경기를 뛰면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33세의 이른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데샹은 AS모나코에서 프랑스 리그컵 우승, 리그 준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는 프랑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16 준우승의 성적을 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나폴레옹에 빗대 “5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서 절망을 맛본 나폴레옹과 달리 단 23명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달리치 감독은 현역 시절 단 한 번도 국가대표로 뽑혀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하이두크 스플리트에서도 고작 3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다보르 슈케르, 즈보니미르 보반 등이 주축이었던 크로아티아의 ‘황금세대’의 활약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다. 그런 그가 루카 모드리치를 주축으로 한 ‘신(新) 황금세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지도자 경력에서 내세울 것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의 성공이 전부였던 그는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PO)로 떨어진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소방수로 부임해 팀을 본선에 올려놓았다. 본선에서는 교체 투입을 거부하는 선수를 과감히 대표팀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해 크로아티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려놨다. 두 감독의 공통점도 있다. 모두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며 사령탑이 된 현재 대표팀에서 애용하는 전형도 중원을 두껍게 한 4-2-3-1이라는 점이다. ‘원 팀’을 중시하는 지도 철학도 유사하다. 과연 누가 웃을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세계 최강이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탈락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는 브라질과 프랑스, 스페인으로 압축되고 있다. 각종 우승 예상 후보 사이트에서는 브라질과 프랑스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월드컵 최다인 5회 우승국 브라질이 2일 오후 11시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다툰다. 역대 월드컵에서 3승 1무, 역대 전적 23승 7무 10패로 브라질이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부분 전문가가 브라질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완파했듯 ‘축구장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브라질은 E조 첫 경기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코스타리카와 세르비아를 각각 2-0으로 완파하며 조 1위로 가볍게 16강에 올랐다. 월드컵 본선에서 역대 최다인 13회 연속 2라운드 진출이다. 특히 월드컵 직전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특급 스타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매 경기 좋은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 필리피 코치뉴(26·FC 바르셀로나)도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멕시코는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한 뒤 한국이 독일을 잡으면서 ‘어부지리’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멕시코는 전광석화 같은 역습을 바탕으로 독일(1-0)과 한국(2-1)을 꺾고 7회 연속 본선 16강에 올랐다. 작은 완두콩 ‘치차리토’로 불리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와 이르빙 로사노(23·PSV 에인트호번) 등 ‘역습의 귀재’들이 6회 연속 16강에서 머문 ‘징크스’를 떨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일본은 ‘황금세대’가 버티고 있는 벨기에와 3일 오전 3시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벨기에는 G조에서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덴 아자르(27·첼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파괴력 있는 공격수들을 앞세워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를 1-0으로 꺾는 등 3연승으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 이후 이번 대회 우승 후보 4위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폴란드와의 H조 3차전에서 마치 경기를 포기한 듯한 플레이로 0-1로 지고도 16강에 오르며 쏟아진 비난을 털어내야 한다. 같은 시간 세네갈이 콜롬비아에 0-1로 지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상대 전적까지 똑같은 세네갈에 파울 수가 적어 ‘페어플레이 점수’로 앞선다는 판단을 하고 경기를 포기했다는 비난이었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32·FC 파추카), 가가와 신지(29·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베테랑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전반 7분 페널티 지역 왼쪽을 파고들던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31·FC 바르셀로나)는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반대쪽으로 날카롭게 크로스를 올렸다. 골 지역 오른쪽으로 달려들던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는 그 볼을 절묘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 순간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우루과이의 수아레스-카바니 투톱이 호날두를 울렸다. 1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두 콤비는 선제골을 합작하며 포르투갈을 2-1로 꺾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프랑스의 벽에 막혀 짐을 싼 데 이어 또 다른 슈퍼스타 호날두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관심이었던 경기. 카바니는 1-1이던 후반 16분 호날두의 ‘월드컵 우승 꿈’을 날려버리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의 진영을 향해 길게 넘어온 골킥을 받은 로드리고 벤탕쿠르(21·유벤투스)가 넘긴 패스를 카바니가 절묘하게 감아 차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수아레스-카바니의 활약에 비해 호날두는 우루과이의 철벽 수비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최전방에서 뛰던 호날두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거의 공도 잡지 못하며 침묵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 측면으로 변하자 기회는 더 많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골은 잡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카바니(3골)와 수아레스(2골)는 이번 월드컵 4경기에서 5골을 합작했다. 두 선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골을 기록하며 우루과이를 이끌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당신이 진짜로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58)과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의 첫 질문자로 나선 독일 기자는 신태용 감독(48)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신 감독이 “세계 최고 감독과 비교된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하자 독일 기자들은 냉소에 가까운 웃음을 보였다. 신 감독은 딱 달라붙는 셔츠 등 뢰프 감독과 비슷한 옷을 입을 때가 많아 ‘닮은꼴’로 불려 왔다. 하지만 27일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은 뒤에 더는 독일 기자들의 웃음을 보기 힘들었다. 신 감독은 승리 소감으로 “기분은 좋지만 뭔가 허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의 가능성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선수들에게 투혼을 얘기했다. 독일이 방심할 것으로 보고 역으로 준비한 부분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신 감독은 사령탑치고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가 조직력을 가지고 상대해도 독일이라는 벽은 쉽게 넘지 못할 것 같다.” 백기를 든 듯한 발언에 기자회견에 동석한 손흥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골키퍼 조현우는 “우리도 처음에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독일이 어떻게든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한 말이다’라고 설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상대가 생각보다 덜 위협적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독일의 경기력이 떨어져 운이 좋은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 이겼으니 계획대로 잘됐다고 볼 수 있다. 상대 전력을 분석하며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지만 수비 땐 5-4-1로 변용하는 훈련을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 줬다. 볼 점유율은 뒤지겠지만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 상대가 심리적으로 급하게 나올 것이고 그것을 잘 이용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잘됐다”고 답했다. 2패를 당했을 때 쏟아진 비난에 대해서는 “속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만으로 결론을 짓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속도 상했다. 하지만 우리도 잘 준비했고 잘 이겨내면 나중엔 국민들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독일을 이기면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가 심리적으로 급하기 때문에 그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역습을 노린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신 감독이지만 조 3위(1승 2패)에 그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신 감독의 계약 기간은 월드컵 본선까지다.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29일 귀국하면 사실상 신 감독의 임기는 끝난다. 이에 따라 향후 신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신태용호’와 동행하며 신 감독을 지켜봤다. 신 감독은 월드컵 직전까지 선수 실험에 몰두하면서 조직력 강화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올인’을 선언한 스웨덴전(1차전·0-1 패)에서 역습 위주의 전략을 쓰면서도 스피드가 떨어지는 김신욱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했다는 비판도 있다. 당시 대표팀은 유효 슈팅 0개의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창훈, 이근호 등 주축 선수가 월드컵 최종 엔트리 소집 직전에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술 변경이 불가피했고, 이에 따라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 중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계약을 연장한 사례는 없다. 독일전에서 승리하며 국민의 응원 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축구협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다. 협회로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신 감독이 재계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에 패해서 나도 쇼크를 먹었다.” ‘전차군단’ 독일의 요아힘 뢰프 감독(58)은 한국에 패한 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몇 시간 더 생각해봐야 제대로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뢰프 감독은 이날 패배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너무 실망이 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다. 2006년부터 독일을 이끌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등 세계 최강으로 이끌던 뢰프 감독이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한국에 0-2로 완패하며 독일은 1938년 이후 80년 만에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은 현실을 받아들였고 한국전 패배가 실력이 부족해서였다고 인정했다. “멕시코, 스웨덴에 축하한다. 한국과의 3차전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 스웨덴이 이긴다는 것을 알고 한국을 압박해야 하는 걸 알았지만,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골 결정력도 많이 부족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탈락한 것은 수치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훈련에서는 준비를 잘했다. 진짜 다시 챔피언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평상시 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패했다”고 말했다. 독일 국민들의 분노와 라커룸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상당히 쇼크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말하기가 어렵다. 몇 시간 동안 충분히 생각을 해야 한다. 나도 쇼크 상태다. 한국을 이기지 못한 것 자체가 쇼크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 부담을 많이 받았다. 스웨덴과의 경기도 잘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차분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실망했기에 나중에 생각하겠다.” 이날 토마스 뮐러 등 핵심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아 한국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뮐러는 앞선 두 경기에서 잘하지 못해 선발로 나오지 않았다. 경고 누적과 부상 등을 고려해 몇몇 선수를 바꿨다. (결과는) 내 책임이다”라고 했다. 뢰프 감독은 “한국이 예상대로 나왔다. 공격적이고, 많이 뛸 거라고 생각했다. 수비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장거리 슛도 많았다. 한국에 빠른 역습 선수가 3, 4명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충분히 예상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을 놓치는 것이 미드필드에서 몇 번 있었다. 그래서 한국이 더 쉽게 공격했다. 우리가 앞서갔다면 더 기회가 있었을 수 있지만, 한국이 계속 전진하며 공격했다. 빈 공간이 없었다. 한국은 너무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한 골을 더 넣을 정도였다”고 분석했다. 김영권의 골과 관련한 비디오판독(VAR)에 대해서는 “독일 선수 다리에 맞지 않았다면 오프사이드가 맞다. VAR가 정확하게 봤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이 이번에 조별리그에서는 탈락했지만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독일 축구의 암흑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규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을 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독일 관중은 환호했지만 러시아 관중은 한국 관중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판독 심판과 얘기를 나누던 주심은 경기장 밖으로 걸어가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공이 독일 선수에게 맞고 김영권 앞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프사이드 판정은 취소됐다. ‘전차군단’을 격침시킨 한국의 결승골은 이렇게 힘겹게 만들어졌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6분에 하프라인 근처부터 50m가량 질주한 후 골키퍼가 없는 독일의 빈 골대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녹초가 된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은 27일 독일과의 경기에 4-4-2 전형으로 나섰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홍철-김영권-윤영선-이용이 섰고, 미드필드는 문선민-정우영-장현수-이재성으로 꾸렸다. ‘투톱’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손흥민과 현재 독일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이 나섰다. 골키퍼는 1차전부터 신임을 받은 조현우가 맡았다. 이날 스타팅 멤버 중 눈에 띄는 점은 수비라인에서 있던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긴 것이다. 장현수는 멕시코전 때 중앙 수비수로 나서 페널티킥의 빌미를 주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서며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미드필드 라인에는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등 독일이 자랑하는 ‘황금 미드필더’가 총출동했다. 경기 초반 독일은 예상외로 공을 뒤로 돌리며 느슨하게 공격에 나섰다.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염탐하는 듯했다. 중앙 미드필더 크로스의 조율 속에 좌우 사이드로 볼을 빼고 날개 마르코 로이스 등이 크로스를 띄우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패스 불안과 몸을 내던지며 막는 김영권과 윤영선 등 한국 수비수들에게 막혀 골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윤영선은 월드컵 첫 경기였지만 안정적인 대인 방어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도 이날은 패스 미스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중앙 수비 라인의 분전과 함께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가 후반 3분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한 것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FIFA 랭킹 1위로 한국(57위)과는 무려 56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독일이었지만 이날 플레이에는 힘이 없었다. 멕시코에 0-1로 패한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덴에 2-1로 진땀승을 거두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한국은 점유율에서는 독일에 밀렸다. 전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 주도권은 가져올 수 없지만 몇 차례 안 되는 기회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은 공격 전개가 느리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문선민 등 한국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다.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독일인 만큼 심리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반 들어 독일은 무리한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틈을 노려 한국은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했다. 결국 초조해진 독일의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리를 낚았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양종구 기자}

후반 추가시간 3분. 문전 혼전 중에서 김영권이 날린 슛이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하던 그 순간 선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곧이어 심판이 손으로 비디오판독(VAR)을 뜻하는 네모를 그렸다. 비디오판독 결과는 한국의 골.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이어 3분 뒤인 후반 추가시간 6분. 총공격에 나선 독일의 뒷공간을 파고들던 손흥민이 질주했다. 독일의 세계적이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앞으로 나온 상황에서 독일의 골대가 텅 비었다. 폭풍 질주한 손흥민은 빈 골대를 향해 여유 있게 골을 성공시켰다. 2-0.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받던 독일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한국은 이날 동시에 열린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스웨덴이 3-0 승리를 거두면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F조에서는 멕시코와 스웨덴이 나란히 2승 1패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독일을 꺾은 것은 2004년 12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3-1로 이긴 뒤 14년 만의 일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독일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은 ‘우승국 징크스’를 털지 못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무 2패 무득점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2무 1패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번엔 독일이 그 길을 간 것이다. 한국은 1차전 스웨덴, 2차전 멕시코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극심한 비난을 받았으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한국은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을 상당부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마지막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파 잠도 잘 못 잤어요.”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61)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기성용이 왼쪽 종아리를 다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25일 다른 도시로 이동 중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만난 기 단장은 “성용이와 전화 통화를 잠깐 했는데 많이 아프다고 했다. 나중에 언론 보도로 전치 2주라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주장으로서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까지 잘 마쳤어야 했는데…”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또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용이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그 상황에서 몸을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성용은 멕시코 선수들을 온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주장인 한국 대표팀이 한 경기라도 이겨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성용이와 아직 얘기는 안 했는데 이번이 월드컵으론 마지막이 될 수 있어 더 아쉽다”고 했다. 기성용은 아직 4, 5년 프로 생활을 할 예정이고 대표팀도 곧바로 은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기 단장은 “나도 축구 선수였고 성용이는 내 분신이었다. 축구 선수로 너무 잘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성용이가 좀 더 큰 클럽에서 뛰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등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이적하지는 못했다. 기성용은 19세이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에 데뷔해 멕시코전까지 104경기를 뛰었다. 기 단장은 “2008년 9월 10일 북한전에서 터뜨린 데뷔 골,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한 어시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기 단장은 금호고 감독 시절 ‘왼발의 달인’ 고종수(40·대전 감독), ‘그라운드의 마술사’ 윤정환(45·세레소 오사카 감독) 등 천재 미드필더를 키운 지도자 출신이다. 광주축구협회 회장을 지내고 K리그2 광주를 이끄는 등 축구 행정가로도 활동 중이다. 축구 선수가 아닌 아들 기성용은 어땠을까. “속이 깊은 효자였다. 늘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했다.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멋진 아들이다.” 한편 기성용은 독일과의 3차전이 열리는 카잔 아레나에서도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한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벤치의 캡틴’ 역할을 한다. 기 단장도 독일과의 경기 현장에서 한국을 응원할 예정이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딱 달라붙는 셔츠와 바지. 노타이에 소매를 반쯤 걷어올린 스타일.’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맞붙는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48)과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58)의 ‘닮은꼴’ 사령탑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두 감독은 평소 정장보다는 깔끔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격식보다는 편하게 선수들과 팬들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두 감독 모두 선수 시절부터 패셔니스타로 불렸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지 10개월여 된 ‘초보’ 신 감독과 2006년부터 ‘전차군단’을 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제패한 ‘백전노장’ 뢰프 감독은 명성 면에선 비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두 감독이 ‘동병상련’ 속에서 배수진을 치고 만난다.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한국은 2패, 독일은 1승 1패.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F조 4개 팀 중 가장 낮다. 그렇다고 독일이 크게 유리하지도 않다. 신 감독은 ‘유종의 미’를 다짐하고 있다. 독일을 꺾어도 16강 진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리는 멕시코(2승)-스웨덴(1승 1패)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수비수 박주호(울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 이어 기성용(스완지시티)마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는 상태지만 한국 축구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멕시코전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 신 감독은 기성용의 결장에 대해 걱정을 털어놨다. 신 감독은 “주장으로서 100% 잘해준 기성용의 결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의지를 불태워줬다”며 ‘캡틴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천신만고 끝에 스웨덴을 잡고 모스크바 인근 베이스캠프에서 한국전을 준비하는 뢰프 감독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을 잡아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스웨덴전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것은 신 감독과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센터백 마츠 후멜스가 21일 팀 훈련 중 목을 다쳐 스웨덴전에 뛰지 못한 데 이어 후멜스와 중앙수비수로 짝을 이루는 제롬 보아텡이 경고누적 퇴장으로 한국전에 뛰지 못한다.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루디(이상 바이에른 뮌헨)도 스웨덴전에서 상대팀 스트라이커 올라 토이보넨의 발뒤꿈치에 맞아 코피를 흘리며 교체됐다. 뢰프 감독은 “루디는 한국전에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계속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은 “한국에 대한 분석을 끝냈고 꼭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역대 A매치에서 한국은 독일에 1승 2패로 뒤져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예선(2-3 패)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0-1 패)에서 석패했다. 가장 최근인 2004년 평가전에서 3-1로 이겼지만 무려 14년 전이라 역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팀이 더 간절한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볼가강 중류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세계 최강 독일과 러시아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카잔 아레나(사진)에서 독일 선수들을 상대하며 다시 한번 더위와 싸워야 한다. 24일 멕시코와의 경기가 열린 로스토프나도누는 섭씨 30도가 넘었는데 경기 당일인 27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카잔도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카잔에는 비 소식도 있어 습도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카잔의 습도는 40%. 24일 로스토프나도누의 습도가 28%였으니 훨씬 높은 것이다. 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으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14도인 점을 감안하면 태극전사들은 한마디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선수들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의 온도는 25도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더운 지역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선수들이 수분을 많이 섭취하도록 의무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훈련 후 반드시 온욕 샤워를 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외출을 할 때 훈련복 외에 패딩조끼를 착용했다. 아직까지 감기에 걸린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똑같은 날씨에서 싸운다. 하지만 열세라고 평가받는 한국으로선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력에 영향을 주는 더운 날씨가 더 부담스럽다. 게다가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이 같은 날씨가 더 신경 쓰인다. 카잔=양종구 yjongk@donga.com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스웨덴과의 1차전 때 이렇게 싸웠다면 어땠을까. 한국이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선전하고도 멕시코에 1-2로 졌다. 수비에 치중하던 스웨덴 경기 때와는 달리 공격적으로 나서 멕시코를 흔들었다. 다만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수 판단 미스 등 2%가 부족해 패배의 멍에를 썼다. 한국이 27일 오후 11시 최강 독일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리려면 멕시코전처럼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슈팅 17(유효 6)-13(유효 5)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5개의 슈팅 중 단 하나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한국은 이날 17번의 슈팅을 해 6번을 골문 쪽으로 향하게 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거리를 좁혀 압박하는 한국의 플레이에 멕시코는 경기 초반 다소 당황하기까지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재성을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깜짝 배치했고, 문선민과 황희찬을 양쪽 날개로 선발 출전시켰다. 주세종 역시 예상을 깨고 기성용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재성은 최전방이었지만 수시로 미드필드로 내려왔고 그 자리에 황희찬이 올라가 슈팅을 노렸다. 이는 슈팅 수에서 나타나듯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골을 잡아내기엔 세기가 부족했다. 전반 21분 후방에서 올라온 패스를 손흥민이 받아 질주하며 골 기회를 잡았지만 막판 컨트롤 부족으로 멕시코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23분 혼전 중 기성용이 골 지역 정면에서 찬 슈팅도 오초아의 선방으로 무산됐다. 전반 39분 또다시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찬 슈팅도 오초아의 손을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슈팅은 많았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손흥민의 중거리 슛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 한 방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 “스웨덴은 움츠러들었다 순간적으로 역습해 골을 잡아내는 스타일이다. 1차전에서 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렸는데 골을 잡지 못했다. 멕시코는 배수의 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독일전에서도 멕시코전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 또 페널티킥, 수비수 판단 미스 전반 24분 멕시코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올린 짧은 크로스를 막으려 장현수가 쓰러지며 태클에 나섰다. 하지만 볼은 장현수 오른팔을 맞아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스웨덴전 김민우의 태클 반칙에 이어 2경기 연속 페널티킥 허용이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런 상황에선 수비수가 자리를 지켜야지 태클을 하면 안 된다. 태클 실패는 곧 골이다”고 장현수의 판단 착오를 지적했다. 수비수들의 성급한 판단도 패인이었다. 후반 21분 멕시코 역습 상황에서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슈팅하려 할 때도 장현수가 성급하게 태클에 나서 실패했고 치차리토는 완벽한 슈팅 찬스를 맞았다. 잇따른 장현수의 실수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쉽게 바꿀 수 없다”며 장현수를 보호하고 나섰다. 한국은 이날 24개의 파울을 했다. 멕시코(7개)보다 3배를 많이 했다. 그만큼 태극전사들은 혼신을 다해서 몸을 던졌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이 결정적인 오심에 울었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2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기성용(사진)과 멕시코 엑토르 에레라가 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에레라가 기성용의 발을 걸었고 기성용은 넘어졌다. 이때 튕겨져 나간 볼을 이르빙 로사노가 잡아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패스해 추가골로 연결했다. 명백한 반칙이었지만 주심은 침묵을 지켰다. SBS 박지성 해설위원은 “기성용의 다리를 걸면서 볼을 빼앗았기 때문에 완벽한 파울이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에레라가 분명하게 발을 걸었지만 반칙으로 선언되지 않은 행운 덕분에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해설했다. 만약 반칙이 인정됐더라면 한국은 추가 실점 없이 추격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번 대회 처음 적용된 비디오판독(VAR)은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에만 시행해 신태용 감독은 VAR를 요청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은 “기성용이 분명히 다리를 차인 상황이었다. 주심이 인플레이를 시킨 건 멕시코 선수가 볼만 찼다고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두 번째 골로 이어진 상황이 내 실수인 거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오심 논란과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공식 유감 표명을 하기로 했다. 기성용은 이날 플레이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기 후 목발에 의지한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이 부상으로 기성용은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27일 독일과의 3차전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성용이 검사 결과 종아리 근육이 늘어나 2주 진단을 받았다. 3차전 출전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캡틴’ 기성용이 결장할 경우 한국은 전력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앞선 1, 2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활발한 움직임과 넓은 시야로 공수를 조율하고 과감한 슈팅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키플레이어였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또 ‘희망고문’이 될 텐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만난 K리그1 전북 최강희 감독은 ‘한국의 성적에 대한 전망’으로 이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한국이 16강 진출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축구계 전반적인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늘 이상만 좇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희망고문’을 당한다는 것이다. 24일 한국이 멕시코에 패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 KBS 해설위원과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4년 후에도 똑같다. 국민들은 월드컵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끝나 안타깝다.” 특히 박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오늘의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 15위 멕시코. FIFA 랭킹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순 없지만 한국은 F조에서 랭킹이 가장 낮고 한국의 부진은 그에 맞는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가 축구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최근 한국 유소년 축구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선수 육성을 중요시하던 학원축구와 ‘놀이’를 중시하는 클럽축구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선수 양성보다는 ‘놀이축구’를 강조하는 흐름이 대두되면서 학원축구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원과 클럽 지도자들끼리도 서로의 이익에 따라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언제나 선수 자원이 부족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공격수 권창훈과 수비수 김민재 등 주요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대표팀 전력에 큰 구멍이 났다. 일부에선 ‘전북 현대 선수 없으면 대표팀 구성이 안 된다’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선수 육성 시스템 개선은 수십 년간 지적된 문제였다. 즐겁게 축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저변을 넓히고 능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자는 움직임은 늘 있었다. 하지만 저변은 넓혔는데 제대로 된 선수는 없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국 축구는 2002년 4강 신화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리고 증가하는 유럽 진출 선수 등 그럴듯하게 드러난 현상 탓에 마치 축구 선진국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축구협회가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 개선은 무시한 채 연령별 국가대표를 구성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궁리만 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영표 박지성에 안정환 등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입을 맞춘 듯 “드러난 현상에 안주하지 말고 한국 축구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