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예

고도예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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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법원 관련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yea@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57%
사건·범죄16%
사회일반11%
정치일반7%
정당5%
국회2%
대통령2%
  • “北 오물풍선에 기생충 다수… 여러번 꿰맨 양말도”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까지 살포한 오물풍선에 실린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오물에 포함된 토양 등에서 기생충이 다수 검출됐다.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나왔는데 이는 이 기생충이 인분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이 소량이고, 우리 군에서 수거·관리해 감염병 우려 등 위해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4일 통일부는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풍선 추가 부양을 준비 중인 동향이 포착되자 북한 수뇌부가 민감해할 수 있는 풍선 내용물을 분석해 이날 오전 전격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 합동참모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24일부터 북풍 또는 북서풍이 예고돼 있어 북한군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밤 보란 듯 또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우리 정부가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풍선 4차 살포를 감행한 지 보름 만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검출된 기생충들은 회충, 편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비료를 사용하는 경작 환경이나 생활 환경이 비위생적일 때 발생하는 만큼 보건 환경 후진국에서 많이 관찰된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을 보여주는 쓰레기도 발견됐다. 북한은 생활 실태 노출을 감추기 위해 폐종이, 비닐, 자투리 천 등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만든 ‘살포용 쓰레기’를 급조했지만 여러 번 꿰맨 흔적이 있는 양말이나 구멍 뚫린 바지 등 열악한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물건이 다수 발견된 것. 오물 속에선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문건도 훼손된 채 발견됐다.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 대원수님 교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가 적힌 종잇조각이 나온 것. 북한 형법상 수령 교시가 담긴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4일 오후 9시 전부터 북서풍을 이용해 다시 풍선 부양을 시작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풍선은 오후 10시를 전후해선 서울 상공에서도 포착됐다. 정부는 북한이 오물풍선 테러 재개를 시작으로 휴전선 인근 국지 도발 등 추가 도발을 집중적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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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 현장 찾은 尹 “화학물질 화재 조기 진화 종합대책 연구하라”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경기 화성시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의 원인을 철저하게 정밀 감식하라”고 지시했다.이날 오후 7시경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화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를 전한 뒤 피해 및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화재 원인 규명을 지시하고 “화학물질에 의한 화재는 기존 소화기나 소화전으로 진화가 어렵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화재 조기 진화를 위한 종합적 대책은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에겐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행안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인명 수색·구조 및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소방관 등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라”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또 사망자의 장례 지원과 유가족 지원에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으며, 사상자나 실종자 중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관련 국가 공관과도 협조 시스템을 즉시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정부는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 36분 중대본 회의를 열어 관계기관과 신속한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화재 발생 현장을 찾아 “피해자별로 일대일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심리 치료 등 피해 가족 지원에도 만전을 가하는 한편 부상자들을 신속하게 치료해 줄 것”을 당부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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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 아빠 어떻게 해”…화마 앞에서 오열한 가족들

    “불이 난 지 4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연락 하나 받지 못했어요.”24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리튬전지 공장 정문 앞. 이날 오전 10시 31분경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명 이상 고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여성이 “남편이 연락이 되질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화재가 발생한 2층에서 근무를 하다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아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남편의 생존 여부가) 왜 확인이 안 돼느냐, 도대체 왜…”라고 울먹였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겉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한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소방관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버스로 안내했지만 이마저도 뿌리치며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치며 옆에 있던 남동생을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화재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직원들도 가족들과 함께 동료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다. 1층에서 근무하다 간신히 탈출했다는 이모 씨(59)는 “생산 쪽 책임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평소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도 했는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를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등 단순 업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곳 병원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시신 훼손이 심해 현재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비자를 받았느냐 등에 따라 유족을 지원할 부처도 달라진다. 계절근로(E-8)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쳤을 때는 법무부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피해를 봤을 때는 고용노동부가 지원 업무를 주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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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번 꿰맨 양말, 인분에 각종 기생충…北 오물풍선 뜯어보니 경제·위생 열악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다량 살포한 오물풍선에 실린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오물에 포함된 토양 등에서 기생충들이 다수 검출됐다. 이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나왔는데 이는 이 기생충들이 인분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은 소량인 데다 우리 군에서 수거·관리해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24일 통일부는 북한이 날린 70여개 오물풍선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들은 회충, 편충, 분선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보통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는 환경이나 생활환경이 비위생적일 때 발생하는 만큼 보건 관경 후진국에서 많이 식별된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오물풍선에는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을 보여주는 쓰레기들도 다수 발견됐다. 북한은 생활실태 노출을 감추기 위해 폐종이, 비닐, 자투리 천 등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만든, 이른바 ‘살포용 쓰레기’를 급조했지만 구멍 난 양말을 여러 번 꿰맨 흔적이나 구멍 뚫린 유아용 바지,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과 마스크 등 열악한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물건들이 다수 발견된 것.오물 속에선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문건이 훼손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 대원수님 교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가 적힌 종잇조각이 나온 것. 북한 형법상 수령 교시가 담긴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물 살포에 일반 주민들도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긴급하게 행정력을 동원하니 오물에서 북한 주민들의 반감 및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오물에선 과거 국내 업체가 북한에 지원한 넥타이, 청재킷 등 의류를 가위나 칼로 자른 듯한 천조각도 발견됐다. 또 ‘스키니진’처럼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훼손된 채 담겼다.정부는 북한이 또 오물풍선 테러를 준비 중인 동향을 포착함에 따라 북한 수뇌부가 민감해할 수 있는 오물풍선의 내용물을 분석해 이날 전격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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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러 위협에, 국정원산하 연구원 “자체 핵무장 검토해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수차례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현지 시간)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 “북-러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그런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북-러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조항까지 담긴 조약을 새로 체결하자 이에 대응할 방법론 중 하나로 ‘한국 핵무장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 특히 한국에선 국책연구기관, 미국에선 핵심 실무자로 최근까지 북핵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한 전 당국자로부터 동시에 자체 핵무장 관련 언급이 나와 주목된다. 북-러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까지 직접 위협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넘어선 한국 핵무장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전략연은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21일 공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보를 과시(했다)”며 “향후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로부터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확보하는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는 물론 ‘자체 핵무장’ 등까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았다가 유사시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개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오물풍선’ 테러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동향을 주시 중이다. 특히 한미일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22일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부산항 입항을 계기로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이를 명분으로 북한이 육해공·사이버 등에서 복합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前참모 “北-러 협력,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 내몰아”[커지는 韓 자체 핵무장론]기존 핵우산으론 대응 한계 인식… 美싱크탱크 “자체 핵무장이 차악”국정원 산하기관, 핵무장 보고서… 대통령실 “탈냉전후 최대 변혁기”“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자체 핵무장 등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국의 핵우산 체제 속에 그간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한미 일각의 강성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내놓는 소수 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국에서 각각 안보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연달아 핵무장론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준(準)군사동맹으로 단숨에 격상되자 기존의 핵우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 테이블 위에 올라온 ‘韓 핵무장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러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보고서를 내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맺은 조약을 계기로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우리도 미국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핵우산 외 자체 핵무장 카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이 자체 핵무장론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유성옥 전략연 이사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한다는 큰 판을 짰다”며 “우리도 확장억제라는 기존의 작은 판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커 전 보좌관도 이날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웨비나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커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차례 대북 실무접촉 경험을 쌓은 몇 안 되는 인사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 관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유력 국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정치 컨설팅업체 미국글로벌전략(AGS)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21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며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북한의 (핵) 능력의 인질로 잡아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탈냉전 이후 최대 변혁기” 전략연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며 향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 10조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주목했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또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이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탈냉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신냉전 구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잠시 멈췄던 대남 도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 풍선’ 테러 등 도발 재개를 시사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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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주일대사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내정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사진)이 차기 주일 한국 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박 내정자는 주재국 정부의 아그레망(임명 동의) 절차가 끝나는 대로 부임하게 된다. 박 내정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 정치 전문가다.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3월에는 국립외교원장(차관급)에 임명됐다. 박 내정자는 지난 대선 땐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 4월에는 한일정책협의단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박 내정자에 대해 “한미, 한일정책협의단에 모두 참여한 인사”라며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를 이끌어낼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그런 만큼 박 내정자는 한일 관계 도약을 위한 중요한 가교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이후 처음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을 강화한 새로운 문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외교가에서 거론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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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前참모 “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아”

    “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자체 핵무장 등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국의 핵우산 체제 속에 그간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한미 일각의 강성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내놓는 소수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국에서 각각 안보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연달아 핵무장론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준(準)군사동맹으로 단숨에 격상되자 기존의 핵우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 테이블 위에 올라온 ‘韓 핵무장론’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러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보고서를 내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맺은 조약을 계기로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우리도 미국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핵우산 외 자체 핵무장 카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이 자체 핵무장론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유성옥 전략연 이사장은 2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사실상 자동군사개입한다는 큰 판을 짰다”며 “우리도 확장억제라는 기존의 작은 판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커 전 보좌관도 이날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웨비나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커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차례 대북 실무접촉 경험을 쌓은 몇 안 되는 인사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 관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유력 국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정치 컨설팅업체 미국글로벌전략(AGS)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21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며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북한의 (핵) 능력의 인질로 잡아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탈냉전 이후 최대 변혁기”전략연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면서 향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 10조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주목했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또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이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탈냉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신냉전 구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잠시 멈췄던 대남 도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테러 등 도발 재개를 시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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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C 정상회의… 내년 경주서 개최

    경북 경주시가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됐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참석해 정치 및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외교부는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 회의를 열고 참석 위원 다수결로 경주를 최적의 후보 도시로 정했다고 밝혔다. 선정위는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위원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산하에 있다. 준비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경주를 개최 도시로 확정 짓고, 본격적인 회의 콘셉트와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인천시, 제주도와 유치 경쟁을 펼쳤던 경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천년 고도’로 등재된 불국사와 첨성대가 있다. 경주가 개최지가 되면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선정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쟁 도시에 비해 국제행사 유치 경험이 많지 않은 경주가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지역 발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을 것이란 점 역시 개최지 선정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위는 이번에 개최지로 선정되지 않은 인천이나 제주에선 2025년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열리는 장관회의나 고위관리 회의를 여는 방안 등을 준비위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이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경우 2014년 7월 방한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것이 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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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과 동문” 청주터미널 운영 불법연장한 공무원들

    충북 청주시 공무원들이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와 불법으로 수의계약을 맺어 터미널 운영 기간을 연장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이 회사가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내부 공문서까지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청주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최고 책임자였던 한범덕 전 청주시장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청주시 공무원 2명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식회사 청주여객터미널은 1999년 3월 터미널을 청주시에 기부채납하고 2016년 8월까지 무상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는 5년간 청주시와 수의계약 형태로 재계약했다. 청주시는 2016년 12월 충북도로부터 “현행법상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수의계약을 그대로 진행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법령을 위반하고 수의계약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청주여객터미널의 사장이 청주시장의 고등학교 동문이었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다. 한 전 시장이 터미널 현대화 개발을 청주여객터미널 사장 A 씨에게 권유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부하직원인 공무원들은 이 회사에 계속 터미널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청주시는 또 다른 업체로부터 “5년간 150억 원을 내고 터미널을 운영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보다 저렴한 67억 원에 청주여객터미널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청주시가 83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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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러, ‘제재 무시’ 대놓고 문서화… “일방적 강제조치 반대”

    북한이 20일 공개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치외법권적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해 일방적인 강제 조치의 적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언급된 ‘일방적인 강제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을 겨냥해 부과해온 ‘대북 제재’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최근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늘려 대북 제재 ‘뒷구멍’ 역할을 해온 러시아가 이젠 대놓고 “제재를 지키지 않겠다”고 문서로 못 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앞서 2016∼2017년 직접 대북제재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약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에도 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제재 금지한 우주-원자력 협력 명시 북한이 공개한 조약은 총 1079개의 단어로 돼 있다. 북-러는 이 중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공동 대응의 뜻을 밝히는 조항(16조)에만 15%에 달하는 169개의 단어를 쓰며 자세히 밝혔다. 국가 간의 친선, 동맹 관계를 규정하는 조약에 ‘제3국의 일방적 강제 조치’ 등 내용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러는 이 조항에서 제3국의 강제 조치가 있을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국제 관계에서 이런 조치의 적용과 실천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조율한다”면서 공동 대응할 의지도 노골적으로 적시했다. 북-러 정상은 또 조약의 10조에서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분야를 콕 집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우주, 원자력, 정보기술 등은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를 준수할 경우 북한과 사실상 협력해선 안 되는 분야들이다. 안보리는 2016년 11월 채택한 대북결의안 2321호에서 “유엔 회원국의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한다”고 적시했다. 핵과학, 항공우주, 첨단 제조 생산 기술 등 구체적 분야까지 밝혔다. 북한이 최근 발사했지만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의 추진체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활용된다. 그런 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기술을 전수하면 대북 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도 크다. 북-러가 조약에서 언급한 ‘원자력 협력’ 역시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로 쓰일 고농축 우라늄을 제공할 길을 열어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애초 대북 제재의 약점으로 지목된 중국과 러시아란 두 축 가운데 이번에 반쪽(러시아)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것”이라며 “이제 안보 전략의 틀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러, 北에 곡물·우라늄 수출 가능성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 무시 의사를 시사한 만큼, 북-러 간 교역 수준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약 9조에는 “식량 및 에너지 안전 등 전략적 의의를 갖는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부분이 국제사회 제재로 수출이 가로막힌 러시아가 곡물이나 농축 우라늄을 북한에 수출하기 위한 명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대한 수입금지 법안에 서명했다”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느라 1달러가 아쉬운 러시아가 향후 우라늄 수출 대체 시장으로 북한을 지목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러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주도로 꾸린 국제기구에 북한을 가입시키려고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약에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외교가에선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나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북한을 끼워 주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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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후배라며 법령 어기고 버스터미널 사업 기간 연장해준 청주시 공무원들

    충북 청주시 공무원들이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와 불법으로 수의계약을 맺어 터미널 운영 기간을 연장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이 회사가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내부 공문서까지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청주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최고 책임자였던 한범덕 전 청주시장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청주시 공무원 2명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식회사 청주여객터미널은 1999년 3월 터미널을 청주시에 기부채납하고 2016년 8월까지 무상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는 5년간 청주시와 수의계약 형태로 재계약했다. 청주시는 2016년 12월 충청북도로부터 “현행법상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수의 계약을 그대로 진행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법령을 위반하고 수의계약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청주여객터미널의 사장이 청주시장의 고등학교 동문이었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다. 한 전 시장이 터미널 현대화 개발을 청주여객터미널 사장 A 씨에 권유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부하직원인 공무원들은 이 회사에 계속 터미널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청주시는 또다른 업체로부터 “5년 간 150억 원을 내고 터미널을 운영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보다 저렴한 67억 원에 청주여객터미널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청주시가 83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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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개입’ 길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4조)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동맹 바로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1996년 폐기된 군사동맹 조약을 28년 만에 복원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양국이 밝힌 ‘상호 지원’ 조항은 1961년 동맹 시절 북한과 옛 소련이 맺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것이다. 당시 조항 1조에 “쌍방 중 한 곳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가 1996년 조약이 폐기됐고 2000년 북-러 조약은 “침략 위협 발생 시 지체 없이 접촉한다”고만 했다. 우리 정부는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향후 자동군사개입으로 발전할 여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 충돌이나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한미의 반격 등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 때 북한이 포탄 지원을 넘어 북한군 투입 등 직접 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 동북아 안보 차원을 넘어 국제안보 정세를 뒤흔드는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양국 관계를 3차례나 “동맹”이라고 표현한 것은 양국이 1961년과 2000년 북-러 간 체결된 조약을 대체하는 이번 협정을 실질적으로는 군사 동맹 조약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협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해 온 북한에 반대급부로 향후 전략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선 중국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北-러 관계, 옛 소련 혈맹수준 격상… 군사개입 여지 남겨[北-러 정상회담]北-러 ‘자동군사개입’ 조항 근접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충실할 것”… 푸틴 “北, 주권보호 조치 취할 권리”단독회담서 군사기술이전 논의한 듯… 한반도-국제안보 질서 격랑 예고“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이렇게 강조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러시아의 대외 관계 가운데 동맹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약으로 맺어졌다가 28년 전인 1996년 폐기된 양국 간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김 위원장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 ‘침략 시 상호 원조’ 조항으로 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상호 파병 길을 열어 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러 군사협력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1961년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밀착된 북-러 관계가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 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협정 4조)는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체 없이” “군사 원조”라는 표현은 없지만 침략당했을 때 상호 원조 군사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뒤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조약에서도 빠졌다. 당시 이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조항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히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준동맹’ 이상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소(북-소련) 관계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평가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맹’이라는 표현만 3차례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 표현은 직접 하지 않아 김 위원장과 온도 차도 드러냈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즉각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국은 이번 조약 체결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 일부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 등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본토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침략으로 보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향후 북-러가 연합 군사훈련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시간 반 밀담에서 러 군사기술 이전 논의 가능성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북한은 스스로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은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 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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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러 “두만강 다리 건설” 노동자 파견 확대 의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이 두만강에 자동차 다리를 건설하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러 국경을 가르는 두만강을 자동차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는 것. 이를 두고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앞서 양국은 2015년부터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산 지역과 북한 나진시를 잇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은 2016년 9월 직접 타당성 조사까지 실시하며 러시아에 사업 추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만강엔 현재 북-러 간 화물 열차 운행을 위한 철교가 놓여 있고, 자동차 도로용 대교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청년층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노동력 확보는 러시아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북한 노동자 수급을 더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자동차 도로가 놓이면 무역량, 인적 교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 후 러시아는 “보건·의학·교육·과학 분야 협력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보건 분야 협력 확대 등을 명목으로 북한 출신 건설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대량 발급해주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그동안 러시아에 있는 북한 외화벌이 건설 노동자들은 유학생 비자를 받는 방식 등으로 대북 제재를 회피한 전례가 많다. 북-러가 ‘과학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군사정찰위성 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수행단에는 이례적으로 ‘러시아판 미국항공우주국(NASA)’인 연방우주공사 사장까지 동행해 이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제재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교역을 거론하며 “절대적인 수치는 미미하지만 지난해 무역 회전율이 9배 증가했다”고도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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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러 관계, 옛 소련 혈맹수준 격상…군사개입 여지 남겨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이렇게 강조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러시아의 대외 관계 가운데 동맹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약으로 맺어졌다가 28년 전인 1996년 폐기된 양국 간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김 위원장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침략 시 상호 원조’ 조항으로 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상호 파병 길을 열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러 군사협력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1961년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이에 따라 밀착된 북-러 관계가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조약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협정 4조)는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체 없이” “군사 원조”라는 표현은 없지만 침략당했을 때 상호 원조 군사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뒤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조약에서도 빠졌다. 당시 이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조항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히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준동맹’ 이상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소련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평가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맹’이라는 표현만 3차례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 표현은 직접 하지 않아 김 위원장과 온도차도 드러냈다.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즉각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전력을 보유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양국은 이번 조약 체결로 북한군의 대러 무기 지원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 일부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 등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본토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침략으로 보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향후 북-러가 연합군사훈련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시간 반 밀담에서 러 군사기술 이전 논의 가능성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북한은 스스로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은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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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러, 두만강 잇는 자동차 대교 건설 합의…“노동자 파견 확대 염두에 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이 두만강에 자동차 다리를 건설하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러 국경을 가르는 두만강을 자동차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는 것. 이를 두고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앞서 양국은 2015년부터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산 지역과 북한 나진시를 잇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은 2016년 9월 직접 타당성 조사까지 실시하며 러시아에 사업 추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만강엔 현재 북-러 간 화물 열차 운행을 위한 철교가 놓여있고, 자동차 도로용 대교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청년층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노동력 확보는 러시아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북한 노동자 수급을 더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자동차 도로가 놓이면 무역량, 인적 교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 후 러시아는 “보건·의학·교육·과학 분야 협력 관련한 협정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보건 분야 협력 확대 등을 명목으로 북한 출신 건설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대량 발급해주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그동안 러시아에 있는 북한 외화벌이 건설 노동자들은 유학생 비자를 받는 방식 등으로 대북제재를 회피한 전례가 많다. 북-러가 ‘과학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군사정찰위성 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수행단에는 이례적으로 ‘러시아판 미국항공우주국(NASA)’인 연방우주공사 사장까지 동행해 이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제재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교역을 거론하며 “절대적인 수치는 미미하지만 지난해 무역 회전율이 9배 증가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교역을 확대해나가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 장기화로 달러 자금줄이 말라버린 러시아가 북한 등 반미 국가를 규합해 달러 생태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서방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북한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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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北과 서방통제 없는 결제체계 구축”… 제재 무력화 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에 앞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북한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 매체에 기고한 글에 포함된 이 내용은 북-러 정상이 19일 서명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최근 무기 수출 등으로 비중이 커진 북한과의 교역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달러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에 북한을 비롯한 반미 국가들을 규합해 달러 생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궁극적으론 ‘반미 경제 블록’까지 만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금융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석유·가스 수출대금 결제 통로였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이에 러시아는 해외에 수출했던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화로 돌려받을 수 없게 됐고,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은 각국 금융망을 통해 들어온 러시아 자금을 동결해야 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 회피를 위해 루블화나 가상화폐 등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SPFS(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를 개발했고, 동유럽 국가 등을 여기에 끌어들이려고 애써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에 맞설 우군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푸틴 대통령은 이제 북한까지 SPFS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넣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이미 20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루블화를 교역의 주요 통화로 삼기로 합의는 해둔 상태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달러화를 선호했고,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교역 규모가 2014년 이후 연간 3400∼9200만 달러(470억∼1273억 원)로 크지 않아 ‘루블화 결제’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 결국 러시아가 냉전 시대 공산권 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코메콘’(경제상호원조희의)을 사실상 부활시키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러 간 루블화 결제시스템이 구축되면 북-러가 불법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등을 회피하는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나 북한 파견노동자 임금으로 북한에 지급하는 대금 창구로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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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국방 장차관, 위성담당 사장 등 방북 동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수행단에는 러시아 국방 장차관 등 군부 핵심 인사들이 모두 포진했다. 또 외교 수장은 물론이고 자원·교통·보건 분야 책임자들까지 대거 포함됐다. 특히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도 이번 방북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방우주공사는 러시아의 항공우주 국영기업으로 ‘러시아판 NASA(미 항공우주국)’로 불린다. 그런 만큼 이번 방북 선물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엔진 기술 등을 이전해 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이 공개한 수행원 명단에는 국방 장차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와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가 모두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군부 핵심 인사들을 동시에 북한에 보내는 것 자체가 그만큼 북한과의 군사협력 가치를 높게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지만 국방 장차관이 동시에 동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위성 개발을 총괄하는 유리 보리소프 연방우주공사 사장도 방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보리소프 사장은 김 위원장에게 소유스 2, 안가라 등 러시아의 최신 로켓 기술을 설명한 바 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 부문 부총리,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올레크 벨로조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도 수행단에 포함돼 북-러 간 직항 노선 편성, 북한 철도 개보수 사업 등 철도 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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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수 위험’ 지하차도 전국 182곳, 87%는 진입 통제기준 없어

    여름철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해 침수될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가 전국에 최소 182곳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7.4%인 159곳은 물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차량 진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겪고도 재발 방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비 실태’ 감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 인근 미호강이 범람해 충북 청주시 오송읍 제2궁평지하차도의 침수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7개월이 지난 올해 2월까지도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182곳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명 피해 우려 지하차도’로 지정해 관리 대상으로 삼은 곳은 37곳(20.3%)뿐이었다. 각 지자체는 지하차도 40곳에 대해 자동차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겠다며 행안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중 17곳은 지원을 받지 못해 차단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홍수 관리 대책을 세우면서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도봉천,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던 의정부 백석천 등 홍수 피해 위험이 큰 하천을 분석 대상에서 아예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 피해 대책을 설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부터 잘못돼 있었던 것. 환경부와 용역계약을 맺었던 업체가 전체 하천의 6.3%인 235개 하천을 분석 대상에서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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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수 위험’ 지하차도 전국 182곳, 87%는 진입 통제 기준 없어

    여름철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해 침수될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가 전국에 최소 182곳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7.4%인 159곳은 물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차량 진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겪고도 재발 방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감사원이 18일 공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비 실태’ 감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침수 위험이 있는 182곳의 지하차도 중 고립된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시설인 탈출구나 사다리가 설치된 곳은 19곳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7개월이 지난 올해 2월까지도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182곳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명 피해 우려 지하차도’로 지정해 관리 대상으로 삼은 곳은 37곳(20.3%)뿐이었다. 각 지자체는 지하차도 40곳에 대해 자동차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겠다며 행안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중 17곳은 지원을 받지 못해 차단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환경부가 홍수 관리 대책을 세우면서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도봉천,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던 의정부 백석천 등 홍수 피해 위험이 큰 하천을 분석 대상에서 아예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 피해 대책을 설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부터 잘못돼 있었던 것. 환경부와 용역계약을 맺었던 업체가 전체 하천의 6.3%인 235개 하천을 분석 대상에서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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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北과 서방통제 없는 결제체계 구축”… 제재 무력화 노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에 앞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북한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에 기고한 글에 포함된 이 내용은 북-러 정상이 19일 서명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푸틴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최근 무기 수출 등으로 비중이 커진 북한과의 교역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달러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에 북한을 비롯한 반미 국가들을 규합해 달러 생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궁극적으론 ‘반미 경제 블록’까지 만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러시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금융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석유·가스 수출대금 결제 통로였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이에 러시아는 해외에 수출했던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화로 돌려받을 수 없게 됐고,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은 각국 금융망을 통해 들어온 러시아 자금을 동결해야 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 회피를 위해 루블화나 가상화폐 등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SPFS(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를 개발했고, 동유럽 국가 등을 여기에 끌어들이려고 애써 왔다.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에 맞설 우군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푸틴 대통령은 이제 북한까지 SPFS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넣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이미 20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루블화를 교역의 주요 통화로 삼기로 합의는 해둔 상태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달러화를 선호했고,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교역 규모가 2014년 이후 연간 3400~9200만 달러(470억~1273억 원)로 크지 않아 ‘루블화 결제’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결국 러시아가 냉전 시대 공산권 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코메콘’(경제상호원조희의)을 사실상 부활시키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블록’을 만들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고,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려고 한다는 것.북-러 간 루블화 결제시스템이 구축되면 북-러가 불법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등을 회피하는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나 북한 파견노동자 임금으로 북한에 지급하는 대금 창구로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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