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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액 가운데 약 34%가 내년 만기를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75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없는 리츠 펀드 외에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NH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은행마다 평균적으로 1000억 원이 넘는 판매 잔액을 보유한 셈이다. 이 중 1061억 원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1∼6월)에 도래한다. 하반기(7∼12월)에는 그보다 많은 151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거나 소유권을 확보해 얻은 임대 수익을 배당금으로 분배하고,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의 공실률이 증가한 데다 고금리로 차입 비용마저 높아져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글로벌 은행의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꼽기도 했다. 은행들도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해 대출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기존 대출금 상환 뒤 신규 대출을 받는 것)이 실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산을 저가에 매각할 경우 펀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펀드 판매사인 만큼 운용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고객들에게 시장 상황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은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보험사가 31조7000억 원으로 보유 규모가 가장 컸고 은행(9조8000억 원), 증권(8조3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가 금융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불과한 만큼 투자로 인한 손실이 시스템 전체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개별 회사의 건전성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금감원에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보험업계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데 이어 자동차보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18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 평균)은 약 1.5% 수준으로 산출됐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14.2%, 8.9%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크게 낮아졌다. 세대별로는 1세대 실손보험료가 평균 4%대 내릴 것으로 산출됐다. 1세대 실손보험료가 인하되는 것은 10여 년 만이다. 반면 2세대, 3세대 실손보험료는 각각 평균 1%대, 18%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출시돼 5년이 지나지 않은 4세대의 경우 보험료가 동결된다. 협회 측은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보험사들의 평균 수준”이라며 “가입 상품의 갱신주기·종류·연령·성별 및 보험회사별 손해율 상황 등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인상률은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도수치료, 영양제 주사 등 일부 문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관계 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손보업계는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4월 7개 손보사, 올해 2월 8개사가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바 있다. 손보협회는 “고금리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국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개별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보험료 인하 여부, 인하 폭 및 시행 시기와 같은 세부사항을 내놓을 방침이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원금 보장이 된다고 해서 이사 갈 때 쓰려고 넣은 돈인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한 안모 씨(46)는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상품은 다음 달 9일 만기 예정으로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의 절반가량을 날릴 수 있다. 그는 “목돈 쓸 일이 있다고 분명히 의사 표시를 했는데, 은행에서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별일 없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H지수 ELS 만기가 다음 달 도래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분기(1∼3월)에 만기를 맞는 상품 규모만 4조 원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15일 대책을 촉구하는 첫 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현장 검사를 조기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를 맞는 은행권 판매 H지수 ELS는 총 13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당장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만 3조8000억 원이다.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만기 도래액이 점차 늘어 4월에 정점을 찍은 뒤 이후에는 점차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H지수 ELS 투자비율이 약 40%에 육박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판매된 ELS(홍콩H지수 편입 상품에 한정) 금액(14조5383억 원)의 36.6%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했다. 이어 50대 31.2%, 40대 17.6%, 30대 5.5%, 20대 2.7%, 20대 미만 0.6% 순이었다. ELS의 만기가 통상 3년임을 감안하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ELS 판매액의 약 40%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투자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홍콩H지수 ELS 판매로 2021년에 벌어들인 판매 보수 및 수수료는 1153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 중에는 90대 노인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오기형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이 9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은 90억8000만 원이었다. 투자자들이 모인 ‘홍콩 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첫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내년 1분기에 실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내년에 손실이 난 사례를 바탕으로 불완전 판매 여부를 검사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사들이 참고할 보상 기준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권의 H지수 ELS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 상황에 따라 현장검사를 조기에 착수하기로 했다. 단순히 판매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와 달리 검사는 징계 등을 목적으로 귀책 사유를 따지는 강도 높은 조치다. 금융당국이 현재 참고하고 있는 2019년 원유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당시 금감원은 그해 8월 검사에 착수한 후 대표 사례에 대한 보상 비율을 결정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신속히 조사에 착수한 건 앞서 DLS 사태 당시 보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걸 감안해 검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근 스페인 연립정부는 내년까지 2년간 한시 도입한 횡재세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출금리, 에너지 가격이 올라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앙헬레스 산초 마르티네스 스페인 경제디지털전환부 차관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르티네스 보좌관은 이 정책이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이중과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란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국면에서 은행과 에너지 회사가 큰 수혜를 봤기 때문에 이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주요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이미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U 회원국 89% “횡재세 걷겠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물가와 고금리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좇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국이 만지고 있는 1순위 대책이 ‘횡재세(windfall tax)’다. KPMG와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EU 회원국 27곳 중에서 약 89%(24곳)가 자국 은행과 에너지 기업 등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초 이후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 제안된 사례만 30건이 넘는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유럽 각국에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보다 과격한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하루만 머무는 당일치기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5유로(약 7000원) 입장료를 부과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을 경우 최대 300유로(약 42만5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탈리아는 앞서 6월 파스타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시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 차원에서 ‘파스타 가격 상한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극우 포퓰리즘도 득세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는 ‘반(反)이민’을 앞세운 자유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네덜란드의 주택난이 난민·이민자 유입 때문이라 주장하며 국경 통제 강화, 미등록 이민자 구금 및 추방 등의 강력한 반이민 공약을 내걸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난민 포용이나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정치권에서 득세하고 있다.● 극단적 포퓰리즘에 멍드는 유럽 경제 유럽 국가들이 이런 ‘반시장 정책’도 마다하지 않으며 각자도생하는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의 생활고가 커지자 여론을 달래고 민심을 얻기 위해 무리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잇따르면서 유럽 경제는 그야말로 멈춰 선 상태다. EU의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각각 0.0%, 0.1%였는데 3분기(7∼9월)엔 ―0.1%로 뒷걸음쳤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고물가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이 대출·투자를 꺼리면서 유로존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벨기에에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는 보고서에서 “지금 같은 추세가 2035년까지 이어진다면 미국과 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오늘날 일본과 에콰도르의 차이만큼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서 생계가 어려워진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며 “유럽에선 복합위기에 대응할 리더십이나 경제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가구 평균 자산이 11년 만에 처음 뒷걸음질쳤다. 임대보증금을 중심으로 가구당 평균 부채는 소폭 상승했고, 특히 저소득 가구가 고금리에도 더 많은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 원으로 전년 동기(5억4772만 원) 대비 3.7%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기간 부채는 0.2% 늘면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도 전년 대비 4.5% 감소한 4억35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이 감소한 건 집값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자산(1억2587만 원)은 1년 새 3.8% 늘었지만 실물자산(4억140만 원)이 5.9% 줄었다. 부동산 중 거주 주택 자산이 10% 감소한 탓이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지난해(9170만 원)보다 0.2% 증가한 9186만 원이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채 증가율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금융부채(6694만 원)는 지난해보다 1.6% 감소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1인 가구도 증가하면서 임대보증금(2492만 원) 부담은 오히려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규모는 소득 수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2004만 원)가 1년 전보다 22.7% 급증하면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2분위(4432만 원)와 3분위(7443만 원)는 각각 3.7%, 3.0% 줄었고, 4분위(1억1417만 원)와 5분위(2억634만 원)는 각각 0.3%, 0.4% 늘었다.가구주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부채 보유액이 1억253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억715만 원), 39세 이하(9937만 원), 60세 이상(6206만 원) 순이었다. 특히 29세 이하의 전체 부채액과 금융부채액이 각각 6.1%, 6.3% 감소했는데 자산은 8.6% 증가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금리로 집을 처분하면서 29세 이하 연령층이 전월세로 이동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거주 주택 등 실물 자산의 일부 항목이 줄어든 반면 전월세보증금과 저축액이 함께 늘면서 29세 이하의 금융자산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평균 가구소득은 6762만 원으로 2021년(6470만 원)보다 4.5% 증가했다. 다만 세금과 이자 등으로 빠져나간 비소비지출(1280만 원)도 8.1% 늘었다. 가구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5482만 원)은 3.7%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24로 1년 전보다 0.005포인트 하락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하다는 뜻인데 2011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지니계수는 0.383으로 0.005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로 생활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지난해 14.9%로 1년 전(14.8%)보다 악화됐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고금리발 경제난은 가계나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도 충격을 안기고 있다. 각국 중앙·지방정부는 한계 상황에 놓인 가구나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불어났다. 이들의 재정난은 국가 금융 시스템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중부 버밍엄시는 올 9월 지방정부재정법에 따라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인 32억 파운드(약 5조2854억 원) 중 8700만 파운드(약 1437억 원)를 충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버밍엄은 고금리와 고물가,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법인세 급감으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 왔다. 다른 지방정부도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영국에선 최소 26개의 시의회가 2년 안에 파산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방역비용 증가와 부동산 시장 위기의 영향으로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했다. 10월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40조 위안(약 7330조 원)을 넘어설 정도다.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숨겨진 부채’로 꼽히는 국영 특수법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부실까지 감안하면 이미 지방정부 상당수가 채무불이행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부채 잔액을 일부 제하고 상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현지 시간) “중국 당국이 부채가 많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재정·경제·제도에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보험계약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보험회사가 신뢰받는 동행자로서 이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 달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보험의 근간은 보험계약자 간 상부상조 정신과,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간 장기적인 신뢰에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단기 실적을 위한 불건전 영업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미래의 부담이 되므로 건전한 영업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10개 보험사와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는 보험업권의 상생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표하며 업권의 자체적인 협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의 상생금융 규모가 1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보업계와 생보업계는 각각 자동차보험료 인하, 기금 출연 및 상생금융상품 판매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들은 공실이 넘치고 있지만 일반 가계의 주거비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높아진 임차료를 부담하지 못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신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건물 안내원을 하고 있는 조지프 낼로이 씨(25)는 최근 런던 외곽으로 집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생활물가가 자꾸 오르는데 임차료까지 상승하면서 고정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낼로이 씨는 기자와 만나 “런던 중심에서 방 1개가 있는 집의 임차료로 런던 변두리 지역에선 방 3개짜리 집에 살 수 있다”라며 “직장이 가까워서 겨우 버티고 있지만, 결국에는 멀리 이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런던에서 집을 옮긴 20대 세입자 가운데 48%가 도시 외곽으로 집을 옮겼다. 올해 9월 주택 임대료 상승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에 이르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을 옮긴 것이다. 유럽 다른 지역의 주택 임대료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유럽의 평균 임대료를 100이라고 할 때 올해 포르투갈 리스본의 임대료는 143, 독일 베를린은 118, 마드리드는 108 수준이다. 월세가 고공행진하는 것과 반대로 집값은 하락세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가 불어나면서 주택 매매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요 도시의 임차료가 급상승한 것은 도심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높아진 월세 부담 때문에 유럽에서는 노숙을 하거나 승합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또 주택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청년들이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도 못 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제니퍼 홀 씨(46)는 금리 인상으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변동금리로 60만 캐나다달러(약 5억7961만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계약 당시 연 2.7%였던 금리는 올해 6월 7%대로 치솟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 그는 만기가 끝나기 전인 8월 연 5.8% 3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홀 씨는 “5년 전보다 월 상환액이 950캐나다달러(약 92만 원)나 불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이후 2년째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각국 국민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만난 10여 명의 사람은 “(금리 상승 등 최근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살림살이가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국들은 코로나 시기에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자 앞다퉈 긴축을 시작하며 ‘유동성 잔치’를 끝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생활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고금리 기조가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 주체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각국에선 내수 불황과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연쇄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빚 부담이 커진 한계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전 같은 초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고금리로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모두가 고통받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 등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월급 40% 대출상환… 전세계 영끌족, 고금리 고통 시작에 불과”〈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남편이 매달 벌어오는 돈의 40%를 주택담보대출 갚는 데만 쓰고 있으니 전시(戰時) 상황이 따로 없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보아디야델몬테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아나 힐 씨(5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금리 시기에 대출 규모를 늘려 총액 30만 유로(약 4억2558만 원)를 변동금리 조건으로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늘어난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000유로(약 142만 원)를 넘지 않았던 월 상환액은 1460유로(약 207만 원)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단체 ADICAE엔 최근 힐 씨와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변경하거나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2개월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가 지난해 7월 초 0.961%에서 올해 12월 초 3.90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약 75%로 한국(58.4%)보다 높다. ● 고금리 직격탄 맞은 글로벌 ‘영끌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한 캐나다도 고금리 충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9%로 세계 3위였다. 한국(100.2%·4위)보다 높다. 샤나 리 캐나다왕립은행(RBC) 모기지 스페셜리스트는 “고금리의 충격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담대 이자가 1.1%까지 하락했던 2020년, 2021년 ‘영끌’한 고객이 많다”며 “그때 변동금리로 계약한 고객들은 현재 6%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자가 크게 늘어 원금은 갚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85만 캐나다달러(약 8억2111만 원) 이상을 빌린 대규모 주담대 보유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08%에서 올해 2분기(4∼6월) 0.13%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산층도 고물가와 임차료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미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올봄 맨해튼 북단 ‘워싱턴하이츠’ 지역으로 이사했다.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월 1660달러(약 216만 원)였던 ‘할렘’ 지역 스튜디오(방이 없는 원룸) 월세가 2년 뒤 1970달러(약 257만 원)로 20% 가까이 뛰었다. 맥널티 씨는 기자와 만나 “현재 지역에선 방 2개 아파트를 월 2550달러(약 333만 원)에 구했다”며 “그나마 나는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외식 습관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엔 맨해튼 미드타운(시내 중심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 1인당 7∼15달러(약 9000∼2만 원)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20달러(약 2만∼3만 원) 수준에 팁이 20%가량 붙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긴축 여파로 월세 부담도 상승 금리 갱신 주기가 비교적 짧은 영국에선 연말까지 고정금리 주담대 150만 건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영국의 주담대 금리가 급등해 7월에는 2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6.66%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액이 늘어나 연말까지 120만 가구의 저축이 바닥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 영국 주택 임대료는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폭(5.3%)으로 올랐다. 영국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경민 씨(26)는 “주변에는 월세로 400파운드(약 66만 원)가 한 번에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긴축의 충격으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집을 산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고금리에 집을 사기도, 가족을 꾸리기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맥널티 씨는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고, 부부 중 한 명은 집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마드리드·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남유럽의 극심한 가뭄 등 기후변화로 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최대 생산지인 스페인에서도 올리브유는 귀한 몸이 됐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마드리드 교외 레가네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베아트리스 산체스 씨(33)는 “1년 전만 해도 30유로(약 4만 원)였던 5L들이 올리브유 가격이 2배로 뛰었다”며 “할인율이 높은 슈퍼마켓을 찾아다니거나 ‘화이트 브랜드’(무상표 제품)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각국 소비자들은 상당한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10.3%) 1980년대 이후 처음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지금은 상승률이 어느 정도 내려왔다고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10월에도 5.6%로 여전히 상당히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 가격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관 칸타 조사 결과 생필품을 구매할 때 3개 이상의 매장을 방문하는 스페인 소비자의 비중은 2021년 42.4%에서 올해 8월 45.1%로 늘었다. 마트나 식당의 재고 상품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으로 프랑스에 대형 재고 처리 매장이 증가하면서 네덜란드 브랜드 ‘악시옹’은 프랑스에 7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다. 2015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재고 음식 판매 플랫폼 ‘투굿투고’는 설립 5년 만에 유럽 전역에서 사용자 수가 3배로 뛰어 7600만 명이 됐다. 프랑스 유튜버 프티트 폴린 씨는 “투굿투고로 구입하니 브리오슈 등 7가지 빵이 총 3.99유로(약 5700원)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일본 도교도청 앞에는 한 시민단체가 매주 토요일마다 나눠주는 무료 식료품을 받으려고 777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3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에선 쇼미키겐(한국의 유통기한과 유사)이 지난 통조림, 포장식품 등을 정가보다 50% 가까이 싸게 파는 전문점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내년 상반기(1∼6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신속한 분쟁 조정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에 대해 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경우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 관련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다양한 방안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일까지였던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점검 기한을 이번 주로 연장했다. H지수 ELS 분쟁 조정에 배상기준안 방식이 적용된다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앞서 금감원은 DLF와 라임 등 일부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손해액의 40∼80% 수준의 손해 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투자자별 최종 배상 비율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바탕으로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조정하여 결정된다. 당시 가입자의 연령, 투자 경험 역시 고려 대상이었다. 고령 투자자와 재가입자가 많은 H지수 ELS의 경우에도 해당 내용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권을 겨냥해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고액이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1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42건으로, 일반 민원 접수된 건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실 우려에 H지수 ELS 발행량 역시 급감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발행 규모는 4023억 원으로 9월(5137억 원)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654억 원에서 올 4월 8301억 원까지 늘어났지만 증시 약세에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은 H지수 편입 ELS 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는 서울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선 이틀에 한 개씩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나오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대관료는 4년 새 2배로 뛰었다.》짱구를 만나기까지 1시간 40분. 짱구의 인기는 못 말릴 정도였다.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일본 원제 ‘크레용 신짱’)의 팝업스토어가 마련됐다.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웹페이지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처럼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한두 달간 운영되는 가게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임시 매장’이지만, 요새 마케터들에게 팝업스토어는 임시 매장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날 기자가 짱구는 못 말려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40분. 대기 인원이 주말에는 200명을 훌쩍 넘는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후기를 참고해 평일인 수요일 퇴근 시간대보다 이른 시간을 노렸건만, 앞선 대기 인원은 이미 83팀에 달했다. 팝업스토어에는 인형, 스티커, 노트 등 다양한 짱구 ‘굿즈’에 푹 빠진 20, 30대로 가득했다. “귀엽다” “사고 싶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장 인기를 끈 건 애니메이션 주인공 짱구와 반려견 흰둥이가 무인 사진관 ‘인생네컷’을 찍은 콘셉트로 제작된 스티커였다. 스티커 판매대 앞에 인파가 몰리며 5분 이상 갇혀 있어야 했다. 팝업스토어 외부에서도 짱구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짱구 팝업스토어는 이날을 포함해 경기 성남시 판교, 대구, 부산 등 올해 네 번 열려 총 방문객 18만 명 이상을 모았다. 팝업스토어 열풍이 거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마포구 홍대입구 등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팝업스토어가 이젠 백화점 등 기성 유통 채널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팝업스토어 메카인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인기로 부동산 임대료가 몇 년 새 두 배로 오르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온라인의 대항마… 유통가에 부는 팝업스토어 바람팝업스토어가 지금과 같이 유통채널과 결합돼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팝업스토어 초창기엔 신제품 소개나 할인 판매 매장의 성격이 짙었다.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차원에서 내걸고 운영한 사례는 2009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패션브랜드 구호(KUHO)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마련한 매장이나 나이키가 마포구 상수동에 마련한 매장이 최초의 팝업스토어로 받아들여지긴 한다. 그러다가 2015년 전후로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자 오프라인만의 묘미를 지닌 팝업스토어가 서울 도심의 골목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니터로만 볼 수 있었던 상품이 오프라인에 소개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잠시 주춤했으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가 도래하자 ‘경험’과 ‘한정판’에 꽂힌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됐다.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살려야 하는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은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의 특성상 인기 팝업스토어를 통해 20, 30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점포 중 가장 인지도가 있거나 규모가 큰 매장에서 진행된다. 팝업스토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더현대서울이다.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개점 후 올해 11월 중순까지 약 460회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틀에 한 개꼴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연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올해에만 잠실점에 200여 개,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에 100여 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팝업스토어 매출은 기존 매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패션 매장 최상위 브랜드의 월 매출은 3억∼4억 원대 수준이다. 하지만 더현대서울 인기 팝업스토어의 경우 1, 2주 운영하는 동안 매출이 10억 원, 심지어 20억 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팝업스토어의 주 고객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아트리움’을 설치한 이후 방문객 중 20, 30세대 비중이 약 10%포인트 늘었다. 더현대서울의 경우 팝업스토어 제품 구매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매장의 평균 20, 30대 비중이 약 25%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한 결과 더현대서울에 2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추가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시 매장’의 이미지였던 팝업스토어가 ‘한정판 전문 매장’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운영 기간 제한이라는 팝업스토어의 특징이 ‘이때 아니면 못 산다’는 인식을 주게 된 것.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환경의 변화로 과거 같은 대중적, 빅 브랜드의 탄생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SNS에서 쇼트폼(짧은 동영상)이 유행하듯 유통업계에서는 팝업스토어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핫플레이스’ 내 팝업스토어… 부동산 가치도 끌어올려 서울 성수동, 신사동, 한남동 등 이른바 ‘MZ세대 핫플레이스’가 팝업스토어의 격전지로 떠오르자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성수동의 경우 팝업스토어가 자주 설치되는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과거 ‘임대 문의’ ‘입점 문의’와 같은 문구 대신 ‘팝업(스토어) 문의’, ‘대관 문의’ 등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거리가 있는 성수동 연무장길은 최근 수년간 월평균 100개 이상 팝업스토어가 열리자 인근 상업 시설의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연무장길 일대(성수동 1∼2가) 상업 시설 평균 매매가는 대지면적 기준 평당(3.3㎡) 1억2972만 원으로 3년 전인 2020년(7644만 원)보다 약 70% 상승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4년 전인 2019년 6월 220억 원에 연무장길 땅을 매입해 지어 올린 사옥 ‘무신사캠퍼스E1’은 올해 10월 1115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단기 임대는 ‘부르는 게 값’으로 통한다. 성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등에 따르면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단기 임대 일일 대관료는 평당 15만∼20만 원대다. 평당 10만 원대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소와 시기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통상 20평 크기 팝업스토어를 일주일간 운영한다면 대관료만 2000만 원 이상 드는 셈이다. 마케팅과 인테리어 비용도 추가로 수천만 원이 발생한다. 건물주들 사이에선 임대보다 팝업스토어 유치를 선호하는 추세도 두드러진다. 월세보다도 팝업스토어 수익이 높다 보니 팝업스토어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추운 겨울이지만 여름철만큼이나 많은 팝업스토어가 이어지고 있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이들은 공간 대여를 중개하거나 운영 기획을 대행한다. 팝업스토어 대행사인 ‘스위트스팟’이 중개한 팝업스토어 숫자는 2019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스위트스팟 매출액도 126% 뛰었다.● 팝업스토어 과열… 희소성 떨어지고 젠트리피케이션전문가들은 당분간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정된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성향,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업체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팝업스토어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기성 유통사, 대기업 브랜드까지 모두 팝업스토어를 만들고 나서자 팝업스토어가 가진 독특함,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의 묘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대기업 참여가 늘어날수록 팝업스토어만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의 경우 전형적인 상업형 젠트리피케이션 전철을 밟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무기로 삼아 성장했지만, 자본이 몰려들고 상업화되면서 지역 특색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로 임대료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성수동의 기존 상인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수동도 팝업스토어 유행이 시들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슬럼화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주기적인 팝업스토어에 따른 폐기물 역시 문제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가 계속 바뀌며 들어가는 인테리어 자재와 폐기물 등이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팝업스토어의 환경 문제에도 인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MZ세대 잡아라” 각양각색 금융권 팝업스토어 [위클리 리포트] 팝업스토어 열풍 어디까지팝업스토어로 이미지 변신 꾀하는 금융권은행권, 고객에 친근한 이미지 주기 위해… 공항-지역 상생 주제로 체험 공간 마련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도 젊은층 공략… 브랜드 인지도 높여 업계 선점 노려 유통업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팝업스토어 열풍이 금융회사로 번지고 있다. 금융업계가 갖고 있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NH올원뱅크 신선놀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NH농협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 ‘NH올원뱅크’의 금융·생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권은 단순히 상품 홍보를 넘어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7월 해외여행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하나뿐인 공항, 성수국제공항’을 오픈했다. 실제 공항처럼 꾸며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여행 전용 체크카드의 혜택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자 하나금융은 7월 7일부터 16일까지였던 운영 기간을 23일까지로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약 1만7000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역 상생을 주제로 내걸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원 더 바이브 합정’을 열고 지역 상점이 판매하는 소품을 활용한 포토존, 지역 예술가들의 아트북 등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은행은 MZ세대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 대신 젊음과 친숙함을 내세워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MZ세대의 ‘핫 플레이스’인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단골 장소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비대면에 익숙한 젊은층이 은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고객들이 상품에 따라 언제든 은행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이달 2일까지 반려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오모오모 하우스’를 운영한다. 펫 전용 사진 스튜디오, 슬개골 마사지 클래스, ‘펫스널 컬러(펫+퍼스널 컬러)’ 진단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각인시켜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한카드는 싱가포르항공과 함께 ‘크리스플라이어 팝업스토어’를 열고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실체적으로 느낀 것이 결국 고객 확보로 연결된다”며 “젊은 세대가 낯설게 느끼는 업종들이 팝업스토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고금리 장기화로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6%를 넘어서는 등 중소서민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상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연체율 관리를 위해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금감원은 ‘하반기 은행·중소서민부문 주요 현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중소서민 부문 건전성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등 중소서민 금융회사의 연체율 상승세가 3분기(7∼9월)에도 이어졌다.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9월 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15%로 6월 말(5.33%) 대비 0.82%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 폭은 1분기(1∼3월·+1.66%포인트)보다는 낮았지만 2분기(4∼6월·+0.26%포인트) 대비 확대됐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7.09%로 3개월 새 1.33%포인트 오르며 전체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금감원은 이달 연체율 현황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은 “고금리 부담 기간이 길어지면 당분간 연체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장기 연체 채권은 신속하게 상각하도록 하고,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매각이 제한된 가계연체채권의 유동화 방식도 시장에서 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몇 저축은행들이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도 건전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전날 웰컴, OSB, JT친애저축은행 등 19개사는 1257억 원 규모의 개인 무담보 부실채권(NPL)을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에 참여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5월 말 저축은행이 캠코 외 민간 유동화 전문회사에도 개인 연체 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줬다. 한편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2조3000억 원 늘어 10월(6조3000억 원)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 대상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어난 영향이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A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되기 직전인 올해 9월 유동성 부족으로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을 신청했다. 한때 매출 1조 원을 오갔던 이 업체는 올해 6월 말 기준 차입금 규모만 약 1900억 원, 부채 비율은 4만 % 가까이 치솟아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나 A사는 워크아웃을 통해 차입금 상환 기일을 늦출 수 있었고 기업 매각과 신산업 진출을 통해 부활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기촉법 일몰로 자칫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회사 가치가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실과 도산을 선제적으로 막아줄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이어 실효(失效)될 위기에 몰렸다. 이미 일몰된 기촉법에 이어 기활법까지 사라지면 한계기업 등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은 법정관리(회생절차)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흑자 도산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이달 논의 안 되면 무기한 표류 가능성 27일 국회 및 정부 등에 따르면 기촉법과 기활법은 이달 말 연달아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촉법은 재입법이,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기활법은 상시화, 지원 범위 확대 등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촉법은 지난달 이미 일몰이 됐고 기활법은 내년 8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기활법의 상시화를 담은 법안 개정안은 2020년 9월 발의된 이후 3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달 두 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국회 일정상 상당 기간 국회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실상 기존 법안은 폐기되고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새로 법안을 발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는 국회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달 상임위를 통과해야 그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 심사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안건이 뒤로 밀리면 이번에도 계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1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모두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기촉법과 기활법은 각각 2001년과 2016년 시행됐다. 기촉법은 은행권의 채무 조정과 만기 연장 등 워크아웃을, 기활법은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근거법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었다. 두 법이 모두 사라지면 기업들에 남은 구조조정 옵션은 법정관리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기업 정상화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데다, 부도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계는 기촉법, 기활법의 재입법과 상시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도 우려…“만기연장 요청 늘어” 최근 고금리 상황으로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자율 조정 등의 조치가 시행되는데, 고금리 상황에서 기촉법마저 없어진다면 기업 부실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기업들마다 대출 만기 연장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시에 여러 건의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워크아웃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정상화 작업으로 재입법이 필요하다”며 “기활법도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도 정지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다”며 “기업들에 구조조정 수단을 결정할 선택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관리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 상품의 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대출을 중단하는 등 적극적인 수요 억제 조치에 나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다주택자가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주담대를 실행할 경우 최대 2억 원의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3월 한도 폐지가 적용된 이후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을 넘지 않는다면 별도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립·빌라·다세대 대상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플러스모기지론)과 주거용 오피스텔 대상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TOPS부동산대출)도 중단한다. MCI와 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아닌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다. 보험에 연계한 주담대 상품이 사라지면 그만큼 주담대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적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신규 주담대 취급 기준을 선제적으로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24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다. 우리은행 역시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의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이 기준은 가구원을 포함한 2주택 이상 보유 차주 단위로 적용된다. 다만 전세자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다면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담대의 MCI·MCG 가입도 불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하거나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또는 감액, 신탁등기 말소 조건의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등 전세자금대출 취급 기준도 함께 변경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62·사진)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KB금융이 9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KB금융은 17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양 회장 내정자는 윤종규 현 회장의 뒤를 이어 21일부터 3년 동안 KB금융을 이끈다. 17일 양 내정자는 “KB금융 이사회와 윤 회장이 추진해 온 중장기 자본 관리 방안과 주주 환원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9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윤 회장은 이날 “행복한 추억만 안고 KB에서 일한 15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떠난다”고 소회를 전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사업은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서류 하나 못 떼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앞두고 주민센터와 시청, 구청 등을 방문한 국민들의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까지 이날 오후 폐쇄되며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돼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민원인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송파구청 2층 민원실은 민원인 3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서류를 빨리 발급해 달라”,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산 장애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페인 국적 로게르 호세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 거주지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구청을 찾았는데 3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돼 포기하고 나왔다”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오전에는 작동되던 정부24 사이트마저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전면 폐쇄돼 온라인 민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기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오후에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구청 등을 찾았다가 “또 중단됐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64·여)는 “영하 날씨에 올해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인감을 떼러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 금융·부동산 거래도 차질인감증명서와 건축물대장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보증금 8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물대장이 안 나와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다”며 “향후 건축물대장을 떼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 박모 씨(55)는 “과수원 매매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발급이 지연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진위를 확인하는 인터넷은행들은 정부 전산망을 활용한 진위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중은행들도 창구에서 신분증 스캔을 통한 진위 확인이 안 돼 일일이 전화로 행정안전부에 진위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사업은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서류 하나 못 떼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앞두고 주민센터와 시청·구청 등을 방문한 국민들의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까지 이날 오후 폐쇄되며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돼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민원인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송파구청 2층 민원실은 민원인 3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서류를 빨리 발급해 달라”,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산 장애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페인 국적 로게르 호세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 거주지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구청을 찾았는데 3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돼 포기하고 나왔다”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설상가상으로 오전에는 작동되던 정부24 사이트마저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전면 폐쇄되면서 온라인 민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오후에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구청 등을 찾았다가 “또 중단됐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64·여)는 “영하 날씨에 올해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인감을 떼러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마무리다. ● 금융·부동산 거래도 차질인감증명서와 건출물대장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보증금 8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출물대장이 안 나와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다”며 “향후 건축물대장을 떼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 박모 씨(55)는 “과수원 매매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발급이 지연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글이 쏟아지기도 했다.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인터넷 은행들은 정부 전산망을 활용한 진위 여부가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중은행들도 창구에서 신분증 스캔을 통한 진위 확인이 안 되면서 일일이 전화로 행정안전부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신한은행은 무선 주파수 해킹으로부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죽전·일산 전산센터에 실시간 ‘무선 백도어(Backdoor) 해킹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17일 밝혔다. 무선 백도어 해킹 탐지 시스템은 은행 전산센터의 망분리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무선 스파이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무선 백도어 해킹으로 의심되는 주파수의 외부 발신 여부를 즉각 탐지해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첨단 방어 솔루션이다. 백도어는 시스템 접근에 대한 사용자 인증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선보안 솔루션 분야 선도기업 ㈜지슨이 연내 신한은행 일산 DR센터와 죽전 데이터센터에 ‘무선백도어 해킹 탐지 시스템’ 초도 구축을 마칠 예정이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HMM을 인수하려면 줄잡아 7조 원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인수 후보들 중 누가 그 돈을 댈 수 있나요?”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HMM 본입찰(23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견그룹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내면서 경쟁이 뜨거워졌지만 매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 등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 한계 때문에 시장에선 유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반면 KDB산업은행(산은)은 여전히 연내 매각을 목표로 ‘속도전’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HMM 안팎에서 “누가 인수하든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란 우려까지 내놓는 배경이다.● 자금력 한계 뚜렷한 인수 도전자들 16일 해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HMM 인수 비용은 5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금액 2조 원을 웃도는 올해 M&A 시장의 최대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합산 지분 3억9900만 주(지분 57.9%)를 주당 1만5000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약 6조 원이 든다. 통상 인수가의 20∼30%로 책정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1조2000억∼1조8000억 원까지 더하면 비용은 7조 원을 훌쩍 넘어간다. 인수 후보 기업들의 ‘의지’만큼은 경쟁이 치열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하림의 HMM 인수에 대해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며 명분론을 지폈다. 동원그룹도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을 인수하는 건 꿈의 정점”이라고 밝히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금 동원력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인수주체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팬오션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4조9000억 원이다. 현금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1조8000억 원이지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1조3000억 원이어서 팬오션의 수중에는 5000억 원밖에 없는 셈이다.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며 1600억 원가량을 마련했다. 동향기업인 호반그룹의 물밑 지원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지만, 인수금액과의 차이가 워낙 크다. 하림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PEF) JKL과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는 등 외부 자금을 통해 비용 충당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도 다르지 않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1000억 원이다. 유동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은 9000억 원 수준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동원그룹은 해외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5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채를 제외한 순유동자산 1조5000억 원을 보유한 LX인터내셔널은 자금 마련 계획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M&A를 위한 파이낸싱 후보와 규모가 어느 정도 소문이 나야 하는데 예상보다 너무 조용하다”고 전했다.● HMM 안팎에선 ‘유찰 가능성’ 솔솔 HMM 안팎에선 유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 포함되지 않은 1조6800억 원의 영구전환사채(CB) 해결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유찰 가능성을 높인다. 산은 등이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HMM을 인수한 기업의 총지분이 57.9%에서 30%대로 낮아지게 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HMM육상노동조합)는 14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21일 산은 앞에서 ‘졸속 매각 반대’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조합원이 약 800명으로 HMM 전체 육상 직원 중 조합 가입 대상자 1026명의 80% 가까이가 가입한 노조다. 결의대회 예상 참여 인원은 400여 명이다. 이기호 HMM지부장은 “이렇게 적은 자기자본(순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10조 원이 넘는 HMM 유동자산을 자기 수익으로 만드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1조 원에서 4조 원대 안팎의 자금력을 가진 새우(인수 후보 기업)가 고래(HMM)를 삼키려는 형국”이라며 “가능하다면 해상 물류에 이미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대기업이 인수해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HMM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정해진 일정대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유찰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 계획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