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부장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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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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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韓 부동산PF 대출 취약… 채무불이행 재발 우려”

    국제통화기금(IMF)이 4일(현지 시간)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 불안을 경고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속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재발할 우려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날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은행위기가 “수년간의 저금리,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확대된 금융 부문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같은 위험은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한 향후 몇 달 동안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특히 비(非)은행 금융사의 위험을 거론하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이 겪었던 레고랜드발 회사채 시장 위기를 서술했다. IMF는 “한국의 경우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한국 PF 대출 연체율이 정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당국은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잠재적인 채무불이행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 당국도 국내 제2금융권의 PF 관련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고수익을 노리고 최근 수년간 대규모 PF 대출에 나섰던 증권사나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에서 최근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 2배로… 제2금융 위험노출액 115조 PF연체→금융사 부실→채권 경색부동산 경기침체 악영향 확산 우려“수익만 좇다가 나라 전체 리스크”금융사 유동성-신뢰도 점검 필요 지난달 30일 찾은 부산 사하구 ‘다대 마린시티 사업’ 현장. 곳곳에 트럭과 테트라포드 등 공사 장비가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부산 서쪽 끝에 자리 잡은 18만 ㎡의 옛 한진중공업 부지에 3000여 가구의 주거 단지와 관광·문화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이 미니 신도시급 사업은 사실상 진행이 중지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노후된 지역이라 공사를 시작하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금 문제 때문에 사업 진행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중소 증권사와 상호금융권이 37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부지를 매입한 이후 한 발짝도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공사비가 급증한 가운데 사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착공도 못 하는 상황. 투자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대출 만기를 두 달 정도 겨우 연장했다”며 “추가 자금을 모으지 못하면 부지를 매각하고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15조 부동산 PF… 제2금융권에 집중 다대 마린시티 같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최근 한국 금융권의 대표적인 뇌관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속에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PF 연체율 상승→중소 금융회사 파산→채권시장 경색→기업 자금난 심화’ 등의 경로를 거쳐 실물경기 및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특히 제2금융권에서 위험도가 높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 증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금융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 보증 등 위험노출액) 규모를 115조5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도 여신전문금융사가 4.2배, 저축은행 3.4배,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3.1배, 보험 1.7배로 각각 급증했다. PF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2021년 말 3.7%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8.2%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같은 기간 1.2%에서 2.4%로 높아졌다. 한 증권사 PF 담당 임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PF의 매출액은 줄고 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라는 특정 영역의 문제가 전체 금융권의 리스크로 부각되는 상황이 한국 금융의 취약한 위기관리 수준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PF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지는데도 수익만을 좇아 대다수 금융사가 뛰어든 것”이라며 “이들이 관리하지 못한 리스크를 결국 나라 전체가 나눠 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 속 대출 부실 리스크 커져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사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의 자산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나 신뢰도 저하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 속에 취약한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014조2000억 원에 이른다. 1년 전보다 14.3%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제로 취약 자영업 대출자의 부실위험률이 16.8%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약한 고리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내 4대 은행의 중소법인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29%에서 2월 말 0.45%로 급격히 높아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금리와 물가 상승, 경기 둔화에 따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이 국내 금융사의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부산=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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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美, 지옥으로 가고 있다” 기소 반발… 찬반시위에 교통 마비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으로 갔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거리를 뒀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와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 편으로 뉴욕 퀸스 라과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은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 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로 묘사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이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에 대해 “이 기소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 사안”이라면서도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전임자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하며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느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라고만 답했다. 미국 내 여론 분열은 극심해지고 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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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마녀사냥, 美 지옥으로”…‘세기의 재판’ 뉴욕 초긴장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사상 최초로 기소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 같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일자리 행보에 나섰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 및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편으로 뉴욕 퀸스 라구아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애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e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은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을 내린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그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는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며 “공급망은 다시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고 답했다. 여론 분열은 여전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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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유료인증에 NYT-WP-CNN 일제히 반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후 도입한 유료 인증 정책에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주요 언론사들이 “동참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유료 회원이나 주요 광고기업의 메시지만 일반 대중에게 잘 보이도록 배치하는 정책이라 플랫폼 기업의 횡포로 본 것이다. 트위터는 앞서 2009년 가짜 계정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진짜 계정이란 의미의 ‘인증 정책’을 도입해 주로 유명인이나 주요 기관 계정 앞에 ‘블루체크’를 표시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 트위터 인수 직후 광고시장 의존도를 줄이고자 올해 4월부터 기업 계정은 한 달에 1000달러(약 131만 원)를, 개인은 월 8달러(약 1만 원)를 지불하도록 했다. 트위터는 “유료 이용자에게는 더 적은 광고가 표시되고, 더 긴 비디오를 게시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그 대신 비용을 내지 않으면 블루체크를 삭제하고, 유료 인증 회원만 주요 피드에서 보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백악관도 유료 인증 비용을 내지 않을 방침을 내부 직원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팔로어 수가 5500만 명인 NYT는 “이미 팔로어가 많으면 굳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며 거부 뜻을 밝혔고, WP는 “유료 전환으로 가짜 계정이 더 늘어나고 혐오 발언도 확대될 것”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일부 유명인은 머스크의 투자 비용 만회 정책에 활용당하고 싶지 않다고 WP에 전했다. 2일(현지 시간) 불참을 선언한 주요 언론사 중 NYT의 블루체크만 사라졌다. 이를 두고 머스크의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는 이날 NYT를 찍어 “그들의 피드는 설사와도 같다. 읽을 가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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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기소까지 대권 활용… 법정 출석후 자택서 연설

    정치인들 사이에는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기사라도 나는 게 좋다”라는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측근에게 “내가 아동성애자라는 내용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 결정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기에 쏠리는 관심까지도 차기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을 둘러싼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3일 마러라고를 떠나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머그샷(체포 뒤 찍는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은 뒤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 과정이나 법정에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변호인인 존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원에 출석할 때 안전 문제를 고려해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2024년 미국 대선판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격차를 벌리며 단숨에 압도적 주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에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CBS방송에서 “이번 기소 건이 법정에서 무혐의 등으로 종결된다면 이는 그의 선거운동을 떠받칠 로켓 연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공화당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NYT는 “관심을 먹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또다시 ‘서커스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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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기소도 대권 활용…법원 출석 뒤 자택서 연설

    정치인들 사이에는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기사라도 나는 게 좋다”라는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측근에게 “내가 아동성애자라는 내용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 결정된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기에 쏠리는 관심까지도 차기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을 둘러싼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3일 마러라고를 떠나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머그샷(체포 뒤 찍는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은 뒤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 과정이나 법정에서는 특별히 세간의 관심을 끌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변호인인 존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원에 출석할 때 안전 문제를 고려해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2024년 미국 대선판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격차를 벌리며 단숨에 압도적 주자로 뛰어올랐다.그러나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에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CBS방송에서 “이번 기소 건이 법정에서 무혐의 등으로 종결된다면 이는 그의 선거운동을 떠받칠 로켓 연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공화당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NYT는 “관심을 먹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또 다시 ‘서커스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여론도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2일 ABC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 62%는 ‘기소하지 말았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 88%는 ‘기소가 옳다’고 응답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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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배터리, ‘美 IRA 보조금’ 받지만… 2025년까지 中 광물 끊어야

    미국이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인도네시아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변경했다. 부품 요건도 완화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IRA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협회는 “광물 조달과 핵심 부품 범위에 대해 요구했던 바가 거의 반영됐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에도 사실상 중국을 뜻하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관련된 보조금 배제 조건의 상세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중국이 장악한 주요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에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아예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中·인니 광물로 배터리 제조 가능해져 지난해 8월 공개된 IRA법상 배터리 핵심 광물과 핵심 부품 범위가 세부지침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우리 정부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광물을 조달하는데 이들 지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곳이라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산업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추출했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양극판과 음극판의 구성물질인 각각의 활물질을 가루 형태로 한국에서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양극판 및 음극판을 제조해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구성물질은 부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中 광물 의존도 낮춰야…“과제 남아” 이번 세부지침에는 보조금 배제 대상이 되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은 중국 배터리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겨 한국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중국 광물을 쓸 수 없어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2025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북미에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하는 이상 IRA 기준 충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은 ‘광물협정’을 맺어 FTA 체결국에 준하는 국가가 됐지만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추출뿐 아니라 가공까지도 현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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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반도체 산단에 2500개社 입주, 年매출 23조원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독일 동부 작센주 드레스덴의 반도체 산업단지 ‘실리콘 작소니’ 외곽. 독일 최대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의 반도체 생산시설 앞 공터는 흙을 파내고 싣는 굴착기와 트럭 등 중장비들의 굉음으로 가득했다. 이 회사의 디아나 카세러 홍보 매니저는 “300mm 웨이퍼(반도체 기판) 클린룸이 2026년 가을부터 가동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 핵심산업인 전기차용 반도체 생산기지여선지 공터를 철조망이 둘러싸고 곳곳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등 삼엄한 경계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미국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의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3개 중 1개를 생산하는 실리콘 작소니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 2500여 곳은 시너지를 통해 연매출 약 23조 원을 올린다. 공사 현장에는 3년 뒤 축구장 3개 넓이(2만 ㎡) 규모의 클린룸이 추가로 들어선다. 기존 생산시설(약 4만 ㎡)이 1.5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인피니언은 클린룸 증설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억 유로(약 7조 원)를 투입하고 있다. 보쉬도 올해 생산시설 증설에 1억 유로(약 1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아르민 레이스 작센경제개발공사 정보통신기술(ICT) 책임자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 투자 기업에 대규모 지원금을 주는 ‘유럽반도체법’ 시행 방침을 밝힌 후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마일’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옆 켄들스퀘어의 바이오텍 클러스터에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10대 바이오 제약사 중 9곳이 이곳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한미약품,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보스턴에 거점을 마련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술 선진국들은 매년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단지가 글로벌 기술 전쟁의 전진 기지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저마다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글로벌 반도체 4社, ‘실리콘 작소니’ 모여 정보 공유…‘적과의 동침’ 로봇 수십대, 웨이퍼 싣고 날라… 클린룸엔 관리직원 2, 3명뿐정부지원 업고 공정 100% 자동화, 신생 스타트업엔 ‘3중 지원금’입주 2500곳 연매출 23조원《최근 전 세계 기술 선진국 사이에선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선정한 데 이어 상반기(1∼6월) 중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전쟁의 전진 기지인 첨단산단을 둘러싼 국내외의 치열한 각축전 현장을 돌아봤다.》 ‘위이이잉∼.’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반도체 산업단지 ‘실리콘 작소니’.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공장 클린룸에선 지하철이 출발할 때 나는 듯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유아용 전동차 크기 로봇 수십 대가 총연장 약 13km인 천장 레일에 매달려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각 로봇은 300mm 웨이퍼(반도체 기판) 25장씩을 넣은 플라스틱 용기들을 싣고 달리다가 예정된 구간에 닿으면 승객을 내려주듯 웨이퍼 용기를 분리시켰다. 클린룸에선 방진복을 입고 기계를 관리하는 직원 두세 명만 가끔 눈에 띄었다. 라이크 브레트슈나이더 인피니언 부회장은 “공정이 100%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거인 4개사 ‘적과의 동침’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장비 등에 쓰이는 300mm 웨이퍼 생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리콘 작소니 입주 기업들은 자동화를 무기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 정부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따라 일찍부터 자동화 수준을 높인 결과다. 또 유럽을 대표하는 첨단산단인 실리콘 작소니에는 반도체 기업과 관계사, 고객사 등이 모여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피니언을 비롯해 글로벌파운드리, 보쉬, 엑스팹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4개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슈테판 울리히 실리콘 작소니 프로젝트 매니저는 “반도체 강자인 네 기업이 한꺼번에 입주한 산단은 보기 드물다”며 “이런 강점을 토대로 유럽 반도체 산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다가 2016년 드레스덴에 나노테크디지털을 세운 정유엽 대표는 “한국에선 삼성과 LG가 협업하기 힘들지만 여기선 경쟁사 구매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좋은 거래처를 공유한다”고 했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협업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실리콘 작소니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실리콘 작소니는 기본적으로 민간 회사들의 협의체다. 2000년 15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회비를 걷어 투자 유치 행사를 열거나 정보를 교류한 것이 모태가 됐다.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익히면서 23년 만에 급성장해 현재 고용 인원만 7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2500곳이 입주해 연매출이 23조 원에 이른다.● 지방정부, 인건비 5년간 절반 지원 지방정부는 민간 협의체를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작센주에 처음 투자하는 기업은 고용 인원, 급여 상한 등의 요건을 갖출 경우 인건비 절반을 약 5년간 지원 받거나 설비 투자비용의 25∼3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작센주는 또 공장 신설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기업 애로 사항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레트슈나이더 인피니언 부회장은 “에너지와 물이 탄탄하게 공급돼야 생산이 안정화된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에너지와 물) 관련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줬다”고 말했다. 신생 스타트업의 경우 작센주는 물론이고 독일 연방정부,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중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핀클라우드시스템스는 지난달 초 EU 지원금 250만 유로(약 35억 원)를 받았다. 독일 연방정부 2개 부처도 지난해 각각 25만 유로(약 3억5000만 원), 50만 유로(약 7억 원)를 지원했다. 숙련된 인력이 산단 입주 기업들과 긴밀한 교류 속에 배출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산단에 있는 ‘드레스덴 칩 아카데미’는 입주 기업의 공동 교육 플랫폼이다. 기업이 교육비를 내면 아카데미가 해당 업체 직원들을 교육해 준다. 정식 입사 전에도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이곳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다. 김홍균 주독일 한국대사는 “실리콘 작소니 인근 라이프치히에 자동차 기업이 모여 있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풍부하고 프라운호퍼연구소나 드레스덴공대가 기업과 협력하는 점 등도 국내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드레스덴=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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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마일’ MIT 등 세계 최고 산학연 한자리에

    “이 건물은 MIT(매사추세츠 공대) 소유이고 이웃 사무실에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아래층에는 바이오 벤처캐피탈(VC)이 입주해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텍 클러스터 LG화학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노지혜 상무는 “대학-기업-금융이 결합한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특징을 이 건물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LG화학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로 보스톤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웠는데 이후에도 유수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톤에 속속 진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강조되면서 보스턴 중심지인 ‘켄달스퀘어’를 넘어 시 외곽까지 첨단 연구소가 들어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갔던 것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스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의 최대 장점은 하버드대와 MIT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이 모두 모여있다는 것이다. 클러스터 중심부인 켄달스퀘어는 대학 연구소와 기업이 울타리 없이 섞여 있다. MIT 항암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모더나, 바이오젠, 암젠 같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만날 수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원조’ 격인 바이오젠의 숀 제문덴 수석 매니저는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에선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받는다. 바이오젠 역시 기후변화 관련해 최근 하버드대 및 MIT 연구소와 각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했다. 바이오젠이 MIT 옆 공터에 설립된 배경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가 있었다. 1970년대 지자체 차원에서 윤리 논란이 일던 DNA 실험을 허용하자 노벨상 수상자 필립 샤프 MIT 교수 등이 1978년 바이오젠을 공동 창업하면서 생명공학 기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0년 제정된 ‘베이-돌 법’으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연구자가 특허를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산학 공동 창업 붐이 일었다. 지금도 미 국립보건원(NIH)은 매년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보스턴 기반 바이오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센소리움의 김진우 수석 컴퓨테이셔널 생물학자는 “보스턴은 워낙 다양한 스타트업이 많아 미생물 분야 전공에서 데이터분석 같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접목해 가며 원하는 연구를 확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계 박사들도 보스턴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특화된 벤처캐피털(VC)도 클러스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문가들은 실패 확률이 비교적 높은 바이오 산업에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환경과 문화가 보스턴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방문해 유명해진 VC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경우 창업 전 단계부터 성장을 돕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은 모더나도 이 곳에서 탄생했다. 로버트 부데리 MIT 테크 리뷰 전 편집장은 “학생, 창업자, VC 등이 ‘멘토십’을 통해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는 게 보스턴 바이오 혁신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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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4일 법원 출석… 뉴욕 경찰 “소요사태 막아라” 비상령

    1776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기소가 결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뉴욕 지방법원 출석을 앞두고 미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소요 사태를 대비한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에 후원금이 쏟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야당 공화당도, 집권 민주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트럼프 출석 앞두고 ‘폭풍전야’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NYPD는 지지층 소요 사태 발생에 대비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법원과 바로 옆 맨해튼 지방검찰청 뒤쪽까지 경찰이 3, 4명씩 짝을 이뤄 배치됐다. 법원 근처 공원에는 수십명 취재진이 텐트를 치고 "최초의 대통령 기소"라며 생중계 중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당일인 4일 일부 도로를 폐쇄하기로 했다. 경찰관 3만5000명에게는 대기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날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앞에도 바리케이드가 일제히 설치됐다. 트럼프 지지자 한 명이 “트럼프는 죄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 로버트 씨는 기자에게 “전직 대통령도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을 위해 3일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뉴욕으로 이동한다. 4일 뉴욕 지방검찰청에 들러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머그샷’(체포 직후 촬영 사진)을 찍고 지문과 DNA를 채취한다. 다만 뉴욕주 법에 따라 그의 머그샷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이후 법원으로 이동해 오후 2시 15분 판사 앞에 서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과 관련된 자신의 혐의를 통지받고, 이에 대해 유무죄 주장을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에 참석한다. 중범죄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방법원으로 이동할 때 수갑을 차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생략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새 후원금 400만 달러”…반격 나선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 결정을 정치적 반격의 계기로 삼고 있다. 변호인단은 재판지를 현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같은 뉴욕 내 스태튼 아일랜드로 옮길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맨해튼보다 공화당 지지세가 존재하는 스태튼 아일랜드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 타코피나 트럼프 측 변호인은 지난달 31일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기소 사실을 듣고 처음에는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내 충격을 극복하고 반드시 싸우기로 결의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지층 독려에 나섰다. 보수 진영은 기소 결정 이후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가 결정되던 당일 24시간 동안에만 400만 달러(약 52억 원)에 이르는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금액의 25%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 적이 없는 ‘첫 후원자’로 파악됐다고 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후-유고브가 지난달 30, 31일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를 두 배 이상으로 앞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기소 결정’ 관련 질문을 4차례나 받고도 “전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 보도하면서 사실상 ‘친(親)트럼프’ 방송을 해온 폭스뉴스 또한 위기를 맞게 됐다. 폭스뉴스는 앞서 기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이 제기한 16억 달러(약 2조800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 재판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트럼프 기소 결정 다음 날 미 델라웨어 고등법원은 재판을 예정대로 17일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와 폭스뉴스를 ‘정치의 쌍둥이 거인’이라고 칭하며 “서로 결합해 정치를 바꿔놓은 두 세력이 각각 형사 기소(결정)와 민사 재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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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만 출입 가능… 뉴욕의 ‘하버드 클럽’ 가보니[김현수의 뉴욕人]

    뉴욕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야 ‘뉴요커’가 될 수 있을까요? 가끔 여기저기서 난상토론이 벌어집니다. 8년 이상은 살아야 한다, 길거리 이상한 사람과 위험한 사람을 본능을 알게 될 때다 등등. 솔직히 뉴요커가 뭐라고 그렇게 자부심을 느낄까 싶죠. 뉴욕 특파원으로서 외부인인 제 눈에 뉴요커는 ‘서바이버’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성공을 꿈꾸고 모여든 이들이 ‘이 험난한 도시에서 내 자리를 찾고 버텨냈다’는 훈장 같은 느낌이요. 서바이버 뉴요커들의 에너지가 담긴 도시, 뉴욕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오! 하버드 졸업생인가 보죠?” 길에서 지인을 기다리는데 한 행인이 지나가며 말을 겁니다. 제가 서 있던 곳은 뉴욕 맨해튼 44번가에 있는 ‘하버드 클럽 뉴욕’ 앞이었거든요. 이곳은 하버드대 동문을 대상으로 연간 회비를 낸 멤버 위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클럽’입니다. 동문은 아니라고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고 보니 길 건너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동문회관격 ‘펜 클럽’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맨해튼 5번과 6번 애비뉴 사이 44번가. 이곳은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클럽과 다른 명문 클럽들이 모여 있어 ‘클럽하우스 로우(Club House Row)’로 불린다고 합니다. 하버드 클럽 뉴욕만 해도 1865년에 결성, 1892년에 44번가 자리에 왔다고 하니 뉴욕 엘리트들의 프라이빗 클럽 원조 격인 셈입니다. 하버드 클럽의 경우 연간 회원 비용은 약 2300달러 수준이라고 하네요. 예일대, 다트머스대 등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이런 회원 전용 클럽을 뉴욕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클럽 들어가 보니 이달 중순, ‘지인 찬스’로 하버드 클럽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신세계였어요. 이날은 ‘동문의 날’ 행사로 뉴욕의 하버드 동문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버드 깃발이 휘날리는 건물에 들어가 보니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식당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바, 이벤트 홀 등이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하버드 상징색인 적갈색 카펫, 적갈색 벽지에 온 데 ‘H’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 전용 공간에 살짝 들어가 보니 조용한 도서관, 응접실과 같은 공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복도에 있는 책장에 있던 고풍스런 책들도 모조리 하버드 상징색인 적갈색이었네요. 하버드 클럽은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서 회원 가족이나 친지들이 뉴욕에 왔을 때 게스트룸으로 이용할 수 있더라고요. 회원 전용 스쿼시, 헬스장, 요가 클래스 등등도 가능한 클럽 하우스였습니다. 클럽 안 곳곳에 걸려 있는 동문 사진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도 눈에 띄었습니다. 혹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하버드 인맥도 한몫했다고 평하죠. 뉴욕에 ‘작은 케임브리지’를 만들고,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원래 뉴욕 아이비리그 클럽하우스의 원조는 프린스턴대 동문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프린스턴 클럽’이라고 합니다. 1866년 43번가에 설립했고 그 이후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대학과 더불어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명문 사립 윌리엄스 컬리지 클럽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100년이 넘게 뉴욕 엘리트의 상징이던 이들 아이비리그 클럽도 팬데믹 셧다운에 직격탄을 맞았고, MZ 세대 가입률이 떨어져 고군분투 중입니다. 사실 하버드클럽도 그 조용함과 고풍스러움이 이제 막 졸업한 20대가 드나들기에는 벽이 높아 보이긴 했어요. 20년째 30년째 장기 회원인 터줏대감 선배님들과 같이 헬스장을 이용하기에는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게다가 뉴욕에 좋은 레스토랑이 넘치는데 굳이 연간 수백만 원을 내고 회원이 될 필요가 있나 하는 거죠. 굳이 클럽하우스를 거치지 않아도 동문끼리 온라인 네트워크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도 하고요.점점 젊은 회원들이 줄어들어 윌리엄스 컬리지 클럽이 설립 100년 만인 2010년 문을 닫았고, 전통의 프린스턴 클럽도 팬데믹 셧다운 속 회원 수 급감으로 2021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뉴욕 지역 매체에 따르면 이들 아이비리그 클럽은 젊은 졸업생 확보를 위해 막 졸업한 동문에게는 회원비를 공짜로 해준다거나, 졸업 후 4년까지는 회비를 400~500달러 수준으로 깎아주거나 하며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 클럽에 ‘세 들어’ 살기도 한다고 하네요. 컬럼비아대는 유펜의 ‘펜 클럽’ 건물에, 다트머스대는 ‘예일 클럽’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고 합니다.●프라이빗 클럽은 폭풍 성장 아이비리그의 전통 회원 전용 클럽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뉴욕의 럭셔리 회원제 클럽은 폭풍 성장 중입니다. 아이러니하죠. 세계 각지의 연예인, 기업인 등 부호들이 팬데믹 기간에 사적인 공간을 찾다 보니 놀거리도 제공해주는 회원제 클럽에 뜨고 있다는 거네요. TV에서도 가끔 나오는 뉴욕 사교계의 엘리트클럽은 프레피룩을 한 엄격한 어퍼이스트사이드가 떠오르죠. 1836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클럽이라는 ‘더 유니온 클럽’ 홈페이지에 가보니 게스트들은 반드시 재킷을 입어야 하고, 스쿼시를 칠 때는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고 써있네요. 하지만 요즘 뜨는 뉴욕의 회원제 클럽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트렌디함을 내세우며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인기 미드 ‘섹스앤더시티’에서 여주인공 중 하나인 사만다가 ‘소호 하우스’라는 회원 전용 클럽을 이용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다 다른 회원을 사칭했던 에피소드를 기억하시나요? 소호 하우스는 그런 트렌디 클럽의 원조 격으로 뉴욕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아니라 글로벌 30여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카사 크루즈’, ‘카사 치프리아니’, ‘제로 본드’ 등이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릅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로본드는 최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2020년 뉴욕 노호 지역에 생긴 ‘제로 본드’는 드라마 ‘가십걸’에서 블레어의 최애 맛집으로 나오는 ‘버터’ 설립자들이 아이디어를 내 만든 회원제 클럽이라고 합니다. NYT에 따르면 45세 이상은 가입비 5000달러, 연간 회원비 4000달러를 내야 한다네요. 이런 비싼 회원제 클럽에 회원이 아닌 애덤스 시장이 자주 출몰해 구설수에 오른 겁니다. 특히 팬데믹 셧다운 이후 관광객이 줄어 고군분투하던 자영업자들이 분노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런던에서 온 ‘카사 크루즈’는 회원제라기보다 ‘투자자들의 공간’이라며 20만~5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죠. 일부 공간은 일반 고급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며 회원은 약 99명이라고 합니다. 오프닝 행사에 유럽 왕족들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니 영화 속에서나 보던 광경이네요. 이런 회원제 클럽의 인기를 지켜보는 미 언론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NYT는 “부자들만 있는 클럽은 지루하지 않겠느냐. 예술가, 디자이너, 운동선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좋다”는 한 월가 뱅커의 코멘트를 소개하며 “뉴욕에 과연 배타적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뉴욕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뉴욕의 최고 장점은 대중을 위한 도시라는 점이다. 누구나 하루쯤 멋진 저녁을 계획할 수 있는 곳이다”며 “최근 넘치는 회원제 클럽은 뉴욕의 암적인 존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클럽을 구경도 못 한 저로서는 미드 ‘석세션’이나 ‘가십걸’에서 나온 장면들이나 곱씹어야 할 듯합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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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VB 사태’ 진화단계에 있지만…美 은행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 경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진화 단계에 들어서며 최악의 고비는 지나가고 있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들이닥치지만 슬로우 모션 위기는 서서히 시스템이 무너지며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잠재적 뱅크런에 대비해 시장에 자금 공급을 줄여 결국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슬로우 모션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향후 몇 년간 은행 상당수가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 합병돼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40여 년 전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1980∼1994년 미국에서 3000여 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S&L은 저금리 고정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단기 예금으로 충당하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무너졌다. 또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 예금주들이 이자율에 민감해지며 예금을 자주 옮기고 있고, 예금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마불사’인 대형은행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중소형 은행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중소형 은행에서 1200억 달러(156조 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대형 은행들에 660억 달러(86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실패로 약 230억 달러(30조 원) 비용을 치르게 돼 대형 은행에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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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상 최초 소셜미디어발 ‘은행 공포’ 위기[특파원칼럼/김현수]

    ‘잘 가라, 데빗 스위스(Debit Suisse).’ 지난해 10월 1일 트위터와 레딧 등 소셜미디어에서 글로벌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새 별명이 급속히 퍼졌다. 신용과 예금 등을 뜻하는 크레디트(Credit)를 반대말인 ‘데빗’으로 바꿔 파산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희화화하는 밈(meme)이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루 전인 9월 30일 금요일, 울리히 쾨르너 CS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결정적 순간(Critical moment)’에 서 있지만 CS는 강력하므로 잘 해보자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결정적 순간이라고? 역시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이른바 ‘데빗 스위스’ 공포는 주말 디지털 세상을 뜨겁게 달궜고, CS만의 ‘블랙먼데이’가 찾아왔다. 아케고스 펀드의 마진콜 사태로 인한 대량 손실 등으로 CS를 불안하게 보던 ‘글로벌 개미’들의 이탈이 시작된 것이다. 부도 위기 가능성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이후 위태로운 상태를 이어오던 CS는 이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에 따른 공포 확산으로 또다시 파산 위기에 몰렸고, 스위스 당국의 주도로 UBS에 인수됐다. CS도, SVB도 몰락의 원인은 결국 은행의 위험 관리 실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소문이 시장에 반영되는 속도, 실제 인출로 이어지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간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져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린 불운도 작용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없었던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뱅킹 및 주식 거래 덕분이다. 팬데믹 이후 대중의 시장 참여 비중도 높아졌다. 이들의 위력은 ‘게임스톱’과 같은 밈 주식의 폭등과 폭락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은행들도 밈 주식처럼 소셜미디어발 공포 확산에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난데없는 주가 폭락 등 이슈가 발생한 은행은 어김없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량이 급증했다. 아무리 초우량 은행이라도 40년 만의 급속한 금리 인상에 따라 위험에 민감해진 상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4800개 은행이 보유한 자산 중 고금리로 인한 미실현 평가손실이 2600조 원이 넘었다. 자칫 채권 매각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누구나 문제 은행으로 지목될 수 있다. SVB와 고객 구조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달 들어 주가가 90% 폭락했다. CS와 비교되면 억울할 법한 우량은행 독일 도이체방크도 최근 CDS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미 월가 관계자는 “CS와 도이체방크의 공통점은 법적 분쟁이나 구조조정에 시달렸던 기억이 많은 이들에게 각인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번 위기가 우려스러운 점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불현듯 공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은 조용히 곪아가지만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 몰락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예금보호 조치에 대해 3일 연속 오락가락해 비판을 받은 대목은 ‘시간 낭비’였다. 3주 전 SVB 파산 때만 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미 전문가들도 ‘구조적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위기의 불똥이 언제 한국으로 튈지 모르는 일이다. 역사상 최초의 소셜미디어발 은행 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은 속도여야 한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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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위기, 이번엔 도이체방크… 장중 14% 급락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가 독일 최대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로 확산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독일 총리가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다르다”고 이례적으로 민간 은행을 비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은행 위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독일 증시에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장 중 14% 이상 급락하다 최종 8.5% 하락했다. 독일 내 도이체방크의 라이벌 은행 코메르츠방크 주가도 이날 9% 떨어지는 등 유럽 은행 전반으로 시장 불신이 증폭되며 유로스톡스600 은행지수도 3.8% 하락했다. 부도 가능성을 가리키는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하면서 주가가 빠졌다. CDS 프리미엄은 22일 1.34%포인트에서 23일 2.03%포인트로, 24일 2.2%포인트로 올랐다. 도이체방크는 각종 스캔들 속에 구조조정 위기를 거쳤지만 2019년 이후 재무건전성이 건강한 은행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스위스 1위 투자은행 UBS가 CS를 전격 인수하면서 170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인 AT1(코코본드)이 전액 상각 처리돼 휴지 조각이 된 것이 시장 공포를 증폭시켰고 AT1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이체방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비이성이 지배한 시장이 희생자를 찾고 있다”며 은행 위기 공포가 건강한 은행까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CS 코코본드에 놀란 투자자, 위기설 돌자 도이체방크株 투매 글로벌 은행 위기 확산 CS 22조 코코본드, 모두 상각처리‘보유채권이 0원 될수도’ 공포 확산美중소은행 2주새 716조원 유출 월가 “비이성이 시장 지배” 경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촉발한 은행 위기가 상대적으로 건강한 독일 도이체방크에까지 미친 것은 투자자 공포가 극에 달했음을 알리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위스 1위 은행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과정에서 약 17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의 일종인 AT1이 모두 상각 처리돼 휴지조각이 되면서 또 다른 불씨로 남았다. AT1 발행이 집중된 유럽은행, 그중에서도 CS처럼 구조조정 위기를 겪은 도이체방크가 ‘다음 위기 은행’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CS처럼 수년간 위기를 겪은 도이체방크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 (위기라는) 언급이 급증하며 ‘우려 은행’으로 지목돼 주식 투매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코코본드발(發) 공포 확산코코본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실패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자들이 은행 위기 시 ‘구제금융’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채권을 말한다. 유럽에서 소개돼 주로 유럽과 아시아 은행들이 발행해 온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파산 변제 순위가 일반적으로 채권보다 뒤지지만 주식에는 앞섰다. 하지만 스위스 당국이 CS 주주에게 UBS 주식을 일정 비율로 교환해 주면서 코코본드는 상각해버려 ‘은행이 순식간에 파산하면 보유 채권값은 0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남겼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 등은 CS 코코본드 상각은 스위스 당국의 결정일 뿐,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선 변제 순위를 지킬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 대규모 인출 위기, 유럽 은행 채권 상각 위기가 겹치며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보통주자본(CET1) 대비 AT1 채권 비율이 유럽 평균(16%)보다 높은 바클레이스(28.2%) 소시에테제네랄(20.7%) 스탠다드차타드(19%) 도이체방크(17.7%) HSBC(16.6%) 같은 은행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UBS의 CS 인수 이후 유럽 은행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찍히면 공포’ 확산 주가 와르르 SVB 파산 사태 전부터 대규모 예금 인출과 손실 누적에 시달린 CS와 달리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순수익이 전년 대비 159% 상승한 50억 유로(약 7조 원)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42%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24일 기자들에게 “유럽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며 “도이체방크는 CS가 아니다. 수익성이 좋은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는 AT1 비중이 높은 데다 CS처럼 돈세탁 혐의를 비롯해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전력이 있어 ‘우려 은행’ 이미지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붕괴 조짐이 보이는 상업부동산 노출 비중이 높다는 지적과 헤지펀드들이 시장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은행주 하락에 집중 베팅한 점도 영향을 줬다.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이달 초 1.0%포인트를 밑돌았지만 24일 2.0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를 내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수수료 격인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주가도 이날 장중 14%나 급락했다. 미 CNBC 방송은 시장이 “타깃을 정해 무너뜨리자”는 식의 공포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소은행발 뱅크런 사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5500억 달러(약 716조 원)가 중소형 은행에서 대형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했다. 코코본드은행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주식보다는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져 왔으나,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 170억 달러어치가 상각 처리된 후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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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매파 “美금리 5.5∼5.75%로” 인상 시사… ‘채권왕’ 건들락은 “곧 금리 대폭 인하할 것”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미 기준금리 전망을 5.50∼5.75%로 내다보며 연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은 ‘5월 금리 동결, 7월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난 불러드 총재는 “나는 기준금리 연말 전망치를 기존 5.3%(5.25∼5.5%)에서 0.25%포인트 더 올려 잡았다”면서 “최근 경제 지표가 강하고,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될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5.3%는 22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의 연말 최종금리 전망 중간값 5.1%(5.0∼5.25%)보다 높다. FOMC 위원 18명 중 7명이 5.1%보다 더 높은 금리를 연말 전망치로 찍었다. 즉, 은행 위기가 진정된다면 최종 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3월 금리 인상은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3월 FOMC 결정이 마지막 금리 인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 투자자들은 다음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88.2%로 올렸다. 이와 함께 7월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93% 이상으로 올라갔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장단기 금리 차 추가 확대를 비롯해 경기 적신호가 보인다며 “곧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으로 본다. 보통 내 예측은 30% 틀리는 것을 감안해 (투자)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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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매파 “올해 금리 5.5~5.75%”…시장은 ‘5월 동결-7월 인하’ 전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미 기준금리 전망을 5.50~5.75%로 내다보며 연준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은 ‘5월 금리 동결, 7월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난 불러드 총재는 “나는 기준금리 연말 전망치를 기존 5.3%(5.25~5.5%)에서 0.25%포인트 더 올려 잡았다”면서 “최근 경제 지표가 강하고,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될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5.3%는 22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의 연말 최종금리 전망 중간값 5.1%(5.0~5.25%)보다 높다. FOMC 위원 18명 중 7명이 5.1%보다 더 높은 연말 금리 전망치로 찍었다. 즉 은행 위기가 진정된다면 최종 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3월 금리 인상은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3월 FOMC 결정이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가코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 투자자들은 다음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88.2%로 올렸다. 이와 함께 7월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93% 이상으로 올라갔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추가 확대를 비롯해 경기 적신호가 보인다며 “곧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으로 본다. 보통 내 예측은 30% 틀리는 것을 감안해 (투자)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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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기준금리 5%로 올려… 한미 격차 22년만에 최대

    은행 위기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지난해 3월 이후 9회 연속 인상으로 미 금리는 4.50∼4.75%에서 4.75∼5.0%로 뛰어 상단 기준 5%대에 들어섰다. 한국 금리와의 격차는 2000년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1.5%포인트가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도 고려했지만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2주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올해) 최종 금리 전망치를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FOMC가 이날 공개한 점도표의 올해 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5.1%(5.0∼5.25%)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를 유지한 것이다. 은행 위기 속에 신용 경색을 우려해 사실상 금리 인상 종결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혀 ‘피벗(정책 전환)’ 낙관론은 경계했다. 연준의 속도 조절로 한국은행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연준이 5월 FOMC에서 다시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1.75%까지 벌어져 통화정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막바지 기대감에 전 거래일(1307.7원)보다 29.4원 급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파월 “올해 금리인하 없다”… 韓美격차 1.75%P까지 벌어질 수도美 5% 기준금리에 韓銀 딜레마파월 “올릴 필요 있으면 더 올릴것”시장선 “금리인상 막바지”… 환율↓韓銀 내달 금리 한번 더 동결 관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긴축 속도를 늦추면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 뒀다. 우려됐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은 피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불씨가 살아 있는 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2년 만에 최대치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침체 비상 신호들을 모른 체할 수 없고, 손 놓고 사상 최대 금리 역전 상태를 지켜볼 수도 없는 ‘고차 방정식’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美 긴축 속도 조절, 시장에선 “금리 인상 막바지”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고심하던 연준은 물가는 잡되 앞으로 은행 위기 진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인플레이션, 중소형 은행 위기 등 경제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시그널은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도 반영됐다.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각자 점을 찍어 보여 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최종금리 전망 중간값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5.1%(5.0∼5.25%)로 나타났다. 매번 금리를 올릴 때마다 성명서에 넣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 문구 대신 처음으로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라는 말을 써서 향후 정책 경로를 모호하게 표현했다. 현재 기준금리(4.75∼5%)에서 한 차례 정도 베이비스텝만 남아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은행 위기를 고려해 금리 전망치를 높이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금리 인하는 보고 있지 않다. 더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파월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3일 0시 기준 5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0.3%,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6.4%로 내다봤다. 은행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연준이 피벗(정책 전환)을 앞당길 것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고차 방정식’ 떠안은 한은이로써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한은은 다소 시간을 벌게 됐다. 당장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최대 적자폭(―45억2000만 달러)을 기록한 1월 경상수지와 부동산 경기 침체, 가계부채 부담 등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상승 압박도 조금은 덜었다. 다만 갈수록 벌어지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부담이다. 연준이 5월 추가 베이비스텝을 밟게 되면 금리 차가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10일 이후 20일까지 1조3000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이미 투자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금리를 올렸던 유일한 이유는 환율”이라며 “국내 사정을 따지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환율이 최대 변수”라고 전했다. 23일에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락(원화 가치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돼 미국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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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모든 예금 보증은 아니다” 한 발 물러서… 파월과 엇박자

    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막으려고 “예금자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증은 없다”고 밝혔다. 중소형 은행의 예금 전액 보증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미 은행주는 급락했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 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예금에 대한 보호 조치에 의회 승인이 필요한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실패한 은행 투자자와 채권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옐런 장관은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예금을 금융당국이 전액 보증했다며 “중소형 은행이 확산 위험이 큰 예금 인출 사태에 처하면 유사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모든 은행 예금 전액 보장’으로 해석될 조짐이 보이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옐런 장관은 예금 보호 한도가 확대된다면 “특별한 일회성 조치”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금융당국 개입 여지는 남겼다. 미 월가 ‘큰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최고경영자(CEO)는 “옐런 장관이 어제는 예금자를 안심시켰다가 오늘은 말을 바꿨다”며 “5%대 기준금리는 은행 예금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 예금 인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모든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하자 블룸버그통신은 “미 금융당국 양대 수장이 엇박자를 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옐런 장관 발언 이후 퍼스트리퍼블릭(―15.5%) 팩웨스트뱅코프(―17.1%) US뱅코프(―7.3%)를 비롯한 은행주는 줄줄이 급락했고, 상승세였던 뉴욕 증시도 하락으로 마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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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5%대 진입…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50~4.75%에서 4.75~5.0%로 뛰어 상단기준 금리 5%대 시대를 열었다.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 금리 전망 중간 값을 5.1%로 지난 전망치를 유지해 사실상 5월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후 금리인상이 종결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두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확산되는 은행 위기 여파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동결도 고민…물가안정 신뢰 중요”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 위기 여파를 고려해 동결할 생각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동결도 고려했었다”면서도 “우리는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리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상품 물가는 내려가고 있지만 둔화세가 느리고, 식료품과 에너지, 주거비를 제외한 ‘슈퍼 근원 물가’는 여전히 끈적이고 있다는 점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배경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FOMC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 연쇄 폐쇄, 글로벌 대형 은행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등 글로벌 은행 위기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열렸다. 팬데믹 유동성 파티와 뒤이은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에 중소 은행을 비롯해 미 부동산 시장 확산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사설을 통해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내리려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목표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한 경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은행 위기에 인상 종결 다가오나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각자 ‘점’을 찍어 보여주는 점도표 따르면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과 같았다. 이에 따르면 베이비스텝이 한 번 정도 남았다는 의미다. 또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4%로 지난해 12월 전망치(0.5%)에서 소폭 내렸다. 실업률도 기존 전망치(4.6%)에서 4.5%로 소폭 조정됐다. 앞서 SVB 사태 발발 전인 7일, 파월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재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FOMC에서 금리 전망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해 6%대 금리 전망까지 나왔다. 당시 발언과 달리 금리 전망치를 5.1%로 유지한 것에 대해 파월 의장은 “(당시 발언 후)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긴축은 사실상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 혹은 그 이상이 있다”며 최근의 은행위기를 고려해 금리 전망치를 높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예금인출 사태 속에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신용 공급을 줄이는 것이 금리 인상이나 진배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단골 문구인 물가억제를 위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은 빠지고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를 넣어 금리 인상 동결 시점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파월 의장은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들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은행 위기) 영향 정도와,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 방향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이에 따라 물가 진정을 위해 ‘지속적 금리 인상’ 대신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금리는 계속 올릴 것”이라며 “올해 금리 인하는 보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연준 발표 이후 금리인상 종결 희망 속에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비슷한 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예금 전액 보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전날 “필요한 보호조치를 다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사실상 뒤집은 영향으로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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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9층 벽에 걸린 첫 여성 사진… 세계 경제계의 ‘우먼파워’[글로벌 현장을 가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통화기금(IMF) 제1본부. 이곳 9층에는 IMF의 세계 경제 관련 연구가 수행되는 리서치센터가 있다.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는 곳이다. 센터 입구 쪽으로 가니 한쪽 벽에 역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액자 11개 중 여성 사진은 딱 하나. 현 ‘IMF 2인자’인 인도계 기타 고피나트 수석 부총재(52)였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고피나트 부총재는 2019년 IMF 최초 여성 수석 이코노미스트, 2022년 수석 부총재에 올라 최근 세계적 돌풍이 불고 있는 여성 고위 경제관료 ‘이너서클’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여성이) 장벽을 깨고 싶다면 ‘후츠파(Chutzpah) 정신’을 가져야 한다. 나도 이 정신으로 자신감을 갖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털어놨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담대함, 뻔뻔함이란 뜻이다.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 정신, 과감한 개척 정신, 집요함 등을 가리킨다.세계 경제계 우먼파워 경제 분야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인도, 스페인 등 세계 주요국에서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탄생하는 등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여성 관료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주최국 인도의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장관을 비롯해 재닛 옐런(미국), 나디아 칼비뇨(스페인),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인도네시아) 등 많은 재무장관이 여성이었다. 최초의 여성 IMF 총재를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고피나트 수석 부총재도 자리했다. 이들은 같이 사진을 찍고 교류를 강화하며 ‘글로벌 여성 리더십의 이너서클’을 형성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 경제팀에도 여풍이 상당하다. 옐런 장관은 물론이고 최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선임된 레이얼 브레이너드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다. 그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을 거쳐 백악관으로 진출했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립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을 관장하는 주요 상하원 의원,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도 모두 여성이다. 최근 스위스 1, 2위 은행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의 역사적 인수합병(M&A)을 이끈 주역인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재무장관, 마를레네 암스타트 금융감독(FINMA) 의장도 여성이다. 이들 상당수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제학계에서 꾸준히 학자로서 영역을 개척하며 고위 관료로 발돋움했다. 각국 중앙은행, 국제기구에서 경험을 쌓으며 최고위직에 오른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 컬럼비아대의 첫 여성 총장으로 선임된 이집트 출신의 네마트 샤피크 영국 런던정경대(LSE) 총장은 과거 미 워싱턴의 국제기구 세계은행(WB)의 최연소 부총재도 맡는 등 일찌감치 여러 유리천장을 깼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여성 고위직 증가가 곳곳의 장벽을 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직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큰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 또한 IMF의 첫 여성 총재였던 라가르드 ECB 총재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그들의 능력이 내가 첫 IMF 여성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불굴의 워킹맘 “배우자 역할 중요” 이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며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의 지원으로 육아 부담을 던 것이 성공의 주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첫 여성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연준 의장, 재무장관 등 갖가지 기록을 세운 옐런 장관은 지난해 방한 당시 한국은행 직원 간담회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평등한 가사 분담”이라고 답했다. 옐런 장관은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일 때(1994년) 연준 이사직을 제안받았다. 당시 남편은 ‘하겠다고 말해. 걱정 마.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라고 해 줬다”고 회고했다. 그의 남편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 부부는 옐런 장관이 연준 신입 직원이던 시절 구내식당에서 처음 만났다. 브레이너드 위원장 또한 2021년 연준 부의장 취임 당시 “워킹맘으로서 세 딸, 남편, 여동생들, 엄마에게 특별한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인 커트 캠벨 미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을 미 하버드대 구내식당에서 처음 만났다. 고피나트 부총재 또한 “운 좋게 남편이 나의 커리어에 엄청난 도움을 줬다. 지금 20세가 다 된 아들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되고 있다”며 “결혼할 때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 줄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완전한 균형은 멀어 사회적 지원 또한 필요하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차별 수준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성이 출산했다고 커리어에 손해를 입지 않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남녀 임금 격차는 1위이고,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 경제 고위직이 늘어도 절대 수치 자체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독일 괴테대가 세계 23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여성 비중은 40%에 달했지만 교수직으로 갈수록 수치가 줄었다. 유럽은 27%, 미국은 20%에 그쳤다. 니콜라 푸크스쉰델른 괴테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다양성이 더욱 커질수록 사회과학자로서 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여성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하도록 해야 하고, 이 분야에 남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 분야의 여성 고위직 비중은 학계보다 더 낮다. 미 CNBC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의 여성 고위직 비중은 17% 미만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는 달러화 지폐에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 및 여성 재무관의 서명이 인쇄되는 행사가 열렸다. 당시 옐런 장관은 “재무부와 경제 분야의 여성들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진전을 이뤘지만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 또한 최근 행사에서 “여성이 경제 분야의 ‘곁가지’로 남겨지면 엄청난 기회가 낭비된다”고 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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