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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향후 5년간 세계 경제가 33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6일(현지 시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앞서 열린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공동행사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는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1990년 이래 IMF 중기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라며 “최근 20년간 중기 경제성장률 평균이 3.8%였는데 이를 하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밝지 않다. 다음 주 세계경제전망(WEO) 발표를 앞두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세계 경제 성장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둔화세가 뚜렷하다”며 “선진경제의 90%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한국을 선진경제국으로 분류한다. 그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난제로 인플레이션과 금융 부문의 압박을 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와 관련해 “은행 부문 압박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동시에 금융 안정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간신히 1%대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등 8개 IB가 밝힌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였다. 이 중 6곳이 1%대를 전망한 가운데 씨티는 0.7% 성장률을 제시했고, 노무라는 마이너스 성장(─0.4%)을 예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국내 은행권은 예·적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인 ‘이자 마진’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은 59조300억 원이었고 이 중 이자이익은 94.2%에 달했다. 전년 말(86.8%)에 비해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대다수의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높여 은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아직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이런 국내 은행의 모습은 애플, 월마트 등 핀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인 글로벌 은행과 상반된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수차례의 인수합병(M&A)을 거쳐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JP모건은 2020년 이후 6곳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 결제업체 레노바이트(Renovite)를 사들인 데 이어 3월 중순에는 데이터 분석회사 아움니(Aumni)도 인수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각종 인터뷰와 주주 서한에서 “은행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발 위협과 어마어마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해 왔다. 월가의 또 다른 대형은행 골드만삭스는 애플과 손잡고 ‘애플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애플페이에 기반한 예금계좌 개설도 추진하며 디지털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미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춰 생존 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이자이익 중심으로 성장할 경우 경기에 민감한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며 “그룹 차원에서 M&A, 전략적 제휴 등으로 비은행 자회사 역량을 강화하고 은행과의 협력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대부분의 한국 금융지주사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 특성상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 외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대한 ‘낙하산’ 시비가 반복되고 주요 경영 판단이 금융 당국의 입김에 휘둘리기도 한다. 반면 해외 주요국의 금융사들은 철저한 검증을 통한 후계 양성 시스템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해 금융사 CEO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초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관치 논란의 대표적 사례다.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당국에선 언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퇴진을 압박했다. 작년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주요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면서 금융사 CEO 선임에 관해 당국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논란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금융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주주가 분산돼 마땅한 주인이 없고, 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차기 회장 내정 과정이 불과 몇 달 만에 진행되는 점도 선임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부추겼다. 한국 금융사와 달리 미국 월가 이사회는 CEO 검증 절차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다. ‘후계 계획’ 업무를 통해 CEO 후보군을 꾸준히 주요 요직에 앉혀 수년간 훈련시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최소 승계 1년 전에 확정한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에게 다양한 계열사와 보직을 두루 경험하게 하면서 자질을 평가한다. 2020년 씨티그룹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선임된 제인 프레이저 CEO도 선임 1년 전부터 ‘2인자’ 자리에 올라 훈련과 검증을 받아 왔다. 골드만삭스도 이사회에서 2018년 데이비드 솔로몬 CEO를 선임하기 전 2년 동안 그를 라이벌인 하비 슈워츠와 함께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해 경쟁시키기도 했다. 월가의 승계 과정에서 이사회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씨티그룹의 경우 이사회 내 상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가 잠재적 CEO 후보군 물색부터 선임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은행 이사회가 CEO 등의 경영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중 갈등 소용돌이 속에 한국은 미국발(發) 투자가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끊긴다면 손실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 어느 국가든 미국 또는 중국 어느 한 진영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5일(현지 시간) 일부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2020년 4월부터 2022년까지 FD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5년∼2020년 3월) 대비 약 20%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직접투자를 대폭 줄였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과 캐나다가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프렌드 쇼어링’(동맹 간 공급망 연대)이 실제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 중심 무역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맞서 동맹들과 공동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완전히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나뉜다면 어떨까. IMF는 FDI 자원이 미국과 선진국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진영 FDI 하락 폭이 더 클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미국 진영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 단절로 받을 피해 때문에 미국 진영 전체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인도나 인도네시아처럼 양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면 FDI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이 국가들이 향후 어느 진영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더욱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IMF는 또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지원법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FDI의 블록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짚으며 FDI 감소로 세계 경제 생산의 2%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독일, 한국의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리쇼어링(자국 회귀 정책)으로 인해 FDI 감소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중 갈등 소용돌이 속에 한국은 미국발(發) 투자가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끊긴다면 손실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 어느 국가든 미국 또는 중국 어느 한 진영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5일(현지 시간) 일부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2020년 4월부터 2022년까지 FD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5~2020년 3월) 대비 약 20%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직접투자를 대폭 줄였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과 캐나다가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프렌드 쇼어링’(동맹 간 공급망 연대)이 실제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 중심 무역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맞서 동맹들과 공동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완전히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나뉜다면 어떨까. IMF는 FDI 자원이 미국과 선진국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진영 FDI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미국 진영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 단절로 받을 피해 때문에 미국 진영 전체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인도나 인도네시아처럼 양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면 FDI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이 국가들이 향후 어느 진영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더욱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IMF는 또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지원법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FDI의 블록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짚으며 FDI 감소로 세계경제생산의 2%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독일, 한국의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리쇼어링(자국 회기 정책)으로 인해 FDI 감소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검찰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제기한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4일 뉴욕경찰과 비밀경호국의 엄호를 받으며 맨해튼 형사법원에 도착한 트럼프는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을 찍지 않고, 수갑 없이 지문만 채취한 채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에 참석했다. 기소 인부는 피고인에게 범죄 혐의를 알리고, 이를 인정할지를 묻는 절차다. 검찰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직전 ‘성추문 입막음’ 대가로 거액의 돈을 전달케 하고 이를 ‘법률 자문료’ 형태로 문서를 위조했다며 34개 중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이미 알려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외에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 트럼프에게 혼외자가 있다고 주장했던 아파트 도어맨까지 총 3건의 입막음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34개 혐의는 모두 기업문서 위조로 각각은 경범죄에 속하지만 뉴욕주에서 선거법 위반 등 다른 범죄를 감추려는 의도에 따른 위조는 중범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 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가 연설을 통해 “이 가짜 소송은 (뉴욕 검찰이) 오로지 2024년 대선에 개입하려고 시작된 것”이라면서 “당장 취하돼야 한다”며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굳은 표정의 트럼프, 57분간 ‘무죄’ ‘네’ 등 9개 단어만 말해 머그샷 촬영 안하고 수갑도 안차판사 “SNS로 선동 말아야” 경고귀가뒤 “이번 기소는 선거개입” 주장검찰 “불법 감추려는 조작은 중범죄” 4일(현지 시간) 오후 1시 40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 진을 친 취재진과 친(親)트럼프, 반(反)트럼프 시위대 등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을 트럼프타워에서부터 상공에서 쫓던 취재 헬기들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게 법원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룻밤을 묵은 트럼프타워를 나올 때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여유를 보였지만 법원에 들어서자 표정이 굳어졌다. 법원으로 향하는 차에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초현실적인 기분”이라고 올렸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그는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고 수갑도 차지 않았다. 지문을 찍은 뒤 법정으로 이동한 그는 미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트럼프 판사 “SNS 선동금지” 명령후안 머천 판사 주재로 57분간 진행된 기소 인부 절차 심리에서 검찰 측은 34개 중범죄 혐의를 공개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기소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법원 측이 공개한 법정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도 경직돼 있었다. 미 NBC 방송은 “미국 역사책에 실릴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무죄(Not guilty)”라고 했고, 머천 판사가 피고인 권리를 읽어주자 “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방해 행위를 하면 재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렇다(I do)”고 답하는 등 심리 내내 9개 단어만 말했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소셜미디어로 대중의 폭력행위를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을 나온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소셜미디어에 “놀랄 게 전혀 없었다. 법을 아는 사람이면 전혀 기소거리가 안 된다(No case)고 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어 “나는 합법적으로 (입막음에) 13만 달러를 썼지만 브래그(지검장)는 뉴욕경찰 총동원 예산 2억 달러를 썼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선거 개입” vs 브래그 “중대 범죄”이날 오후 8시 30분경 마러라고 자택으로 들어설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는 수백 명의 지지자 앞에서 “내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이들로부터 용감하게 조국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민주당)은 투표로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법을 이용하려 한다. 미국은 지금 엉망”이라며 이번 기소를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에 대해 뉴욕 대배심 관련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며 “범죄자”라고 지칭했고, “나를 증오하는 판사의 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밑에서 일한다”고 머천 판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익명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가 힘든 하루를 보낸 뒤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브래그 지검장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중심지 뉴욕은 문서 명확성이 중요하며 맨해튼 지검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엄격한 이유”라며 “(트럼프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를 감추려는 문서 조작은) 누구든지 저지르면 중범죄”라고 말했다. 이날 형사법원 밖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트럼프 시위대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미국의 분열된 단면을 드러냈다. 회사도 빠지고 100마일(약 162km)을 운전해 뉴욕에 왔다는 에드워드 영 씨(63)는 “범죄 수사를 통한 정적(政敵) 제거는 스탈린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뉴욕 시민 라파에 바단 씨(55)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세금 사기, 선거 개입, 기밀문서 유출 혐의도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4일(현지 시간) 오후 1시 40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 진을 친 취재진과 친(親)트럼프, 반(反)트럼프 시위대 등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첫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을 트럼프타워에서부터 상공에서 쫓던 취재 헬기들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게 법원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룻밤을 묵은 트럼프타워를 나올 때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여유를 보였지만 법원에 들어서자 표정이 굳어졌다. 법원으로 향하는 차에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초현실적인 기분”이라고 올렸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그는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고 수갑도 차지 않았다. 지문을 찍은 뒤 법정으로 이동한 그는 미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트럼프 판사 “SNS 선동금지” 명령 후안 머천 판사 주재로 약 50분간 진행된 기소 인부 절차 심리에서 검찰 측은 34개 중범죄 혐의를 공개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기소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법원 측이 공개한 법정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도 경직돼 있었다. 미 NBC 방송은 “미국 역사책에 실릴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무죄(Not guilty)”라고 했고, 머천 판사가 피고인 권리를 읽어 주자 “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방해 행위를 하면 재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렇다(I do)”고 답하는 등 심리 내내 9개 단어만 말했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소셜미디어로 대중의 폭력행위를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을 나온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소셜미디어에 “놀랄 게 전혀 없었다. 법을 아는 사람이면 전혀 기소거리가 안 된다(No case)고 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어 “나는 합법적으로 (입막음에) 13만 달러를 썼지만 브래그(지검장)는 뉴욕경찰 총동원 예산 2억 달러를 썼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선거 개입” VS 브래그 “중대 범죄” 이날 오후 8시 30분경 마러라고 자택으로 들어설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는 지지자 수백 명 앞에서 “내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이들로부터 용감하게 조국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민주당)은 투표로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법을 이용하려 한다. 미국은 지금 엉망”이라며 이번 기소를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에 대해 뉴욕 대배심 관련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며 “범죄자”라고 지칭했고, “나를 증오하는 판사의 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밑에서 일한다”고 머천 판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익명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가 힘든 하루를 보낸 뒤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브래그 지검장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중심지 뉴욕은 문서 명확성이 중요하며 맨해튼 지검이 화이트컬러 범죄에 엄격한 이유”라며 “(트럼프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를 감추려는 문서 조작은) 누구든지 저지르면 중범죄”라고 말했다. 이날 형사법원 밖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트럼프 시위대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미국의 분열된 단면을 드러냈다. 회사도 빠지고 100마일(약 162km)을 운전해 뉴욕에 왔다는 에드워드 영 씨(63)는 “범죄 수사를 통한 정적(政敵) 제거는 스탈린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뉴욕 시민 라파에 바단 씨(55)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세금 사기, 선거 개입, 기밀문서 유출 혐의도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검찰의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마녀는 마녀사냥이 아니란 것을 안다.”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주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법원 출석을 앞두고 아침 일찍부터 중계차, 경찰차가 둘러싸며 삼엄한 경비태세에 들어갔다. 시위대는 수백 여명은 경찰이 법원 앞 진입을 막아 법원 앞 ‘콜렉트 폰드’ 공원에서 각자 준비해 온 시위 도구를 꺼내며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라”,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기 바빴다. 지지자, 반대 시위대, 유튜버를 비롯해 미국 일본 프랑스 멕시코 한국 등 전세계 방송사 기자들이 미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형사기소 사태를 지켜보기 위해 공원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은 공원 안과 밖을 순찰돌며 고성이 오가면 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뉴욕경찰(NYPD)은 ‘1.6 의사당 난입사건’과 같은 대규모 폭력 시위보다 ‘외로운 늑대형’ 돌출 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날부터 소셜미디어 메시지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왔다.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공원을 가로질러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양 측을 갈라놨다. 다른 시위대로 가려면 공원 밖으로 나가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할 정도였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첫 기소로 분열이 극화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삿대질, 고성, 논쟁, 욕설을 주고받았지만 경찰의 우려와 달리 폭력 시위로 번지지는 않았다. 한 트럼프 지지자가 “바이든이 나라를 두 쪽으로 분열시켰다”며 “이 전쟁은 트럼프가 시작하지 않았다”고 외치자 반대측에서는 “무슨 소리냐. 트럼프가 애초에 나라를 미국을 두쪽 내버렸다”며 서로 ‘FXXX’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반 트럼프 측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것은 마녀사냥”이라고 언급한 것을 되받아치기위해 “마녀는 이것이 마녀사냥이 아님을 알고 있다”는 팻말을 가져오기도 했고, 어떤 이는 “트럼프를 가둬라”,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다”,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반대초 친 트럼프 측은 “2024년 트럼프”,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 “바이든을 탄핵하라”, “민주당은 공산당” 등이 쓰인 깃발이나 팻말을 들고 목청이 터쳐라 트럼프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배지를 옷에 달고 온 에드워드 영(63) 씨는 기소 소식을 듣고 분노해 전날부터 뉴욕에 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통보 후 이 곳에 와 있다. 뉴저지주 집에서 100마일(161km)을 운전했다”며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이다.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정적을 제거할 때나 하던 일”이라며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트럼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적을 지정해 범죄 수사로 그를 끌어내리려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 언론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언론에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밝힌 한 노년의 지지자는 “4년 동안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사람에게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바이든 때문에 물가는 오르고, 중국 북한 이란이 미국을 우습게 보게 만들었다. 바이든은 나라를 분열 시켜 미국이 약해졌다”고 격분했다. 뉴욕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단체로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왔다는 웨슬리 유 씨(45)는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차라리 잘 된 일이다. 트럼프가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기소를 찬성하는 반 트럼프 시위대는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며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차례로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에 사는 라파엘 반다 씨(55)는 직접 집에서 팻말을 제작해 왔다. 한쪽 면은 ‘그를 감옥에 가둬라’는 구호와 트럼프가 철장 안에 있는 그림을, 다른 쪽 면에는 트럼프가 수사를 받고 있는 각종 혐의를 나열해 놨다. 반다 씨는 “드디어 나라가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입막음 의혹’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세금 사기, 비밀문서 유츨, 1.6 폭동선동, 선거 개입 범죄가 줄줄이 남았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뉴욕 주민이라는 애나 레지나(54) 씨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성추행 입막음을 위해 돈을 지불한) 트럼프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징역 3년형을 받았다면 당연히 이를 지시한 트럼프도 감옥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 언론의 관심과 달리 시위자 수는 예상외로 대규모는 아니었다. 대신 뜨거운 관심 속에 퍼포먼스를 즐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죄수복을 입은 트럼프 가면을 하거나, 속옷만 입고 컨트리 가수 흉내를 내는 등 개별적 시위가 주를 이뤘다. 언론에 트럼프 뉴스로 도배가 돼 궁금해 와봤다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뉴욕에 놀러왔다는 한 관광객은 “미국에서 대통령이 기소되는 일은 처음이라 역사적 순간인 것 같아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4일(현지 시간)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 불안을 경고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속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재발할 우려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날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은행위기가 “수년간의 저금리,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확대된 금융 부문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같은 위험은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한 향후 몇 달 동안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특히 비(非)은행 금융사의 위험을 거론하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이 겪었던 레고랜드발 회사채 시장 위기를 서술했다. IMF는 “한국의 경우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한국 PF 대출 연체율이 정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당국은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잠재적인 채무불이행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 당국도 국내 제2금융권의 PF 관련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고수익을 노리고 최근 수년간 대규모 PF 대출에 나섰던 증권사나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에서 최근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 2배로… 제2금융 위험노출액 115조 PF연체→금융사 부실→채권 경색부동산 경기침체 악영향 확산 우려“수익만 좇다가 나라 전체 리스크”금융사 유동성-신뢰도 점검 필요 지난달 30일 찾은 부산 사하구 ‘다대 마린시티 사업’ 현장. 곳곳에 트럭과 테트라포드 등 공사 장비가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부산 서쪽 끝에 자리 잡은 18만 ㎡의 옛 한진중공업 부지에 3000여 가구의 주거 단지와 관광·문화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이 미니 신도시급 사업은 사실상 진행이 중지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노후된 지역이라 공사를 시작하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금 문제 때문에 사업 진행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중소 증권사와 상호금융권이 37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부지를 매입한 이후 한 발짝도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공사비가 급증한 가운데 사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착공도 못 하는 상황. 투자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대출 만기를 두 달 정도 겨우 연장했다”며 “추가 자금을 모으지 못하면 부지를 매각하고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15조 부동산 PF… 제2금융권에 집중 다대 마린시티 같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최근 한국 금융권의 대표적인 뇌관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속에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PF 연체율 상승→중소 금융회사 파산→채권시장 경색→기업 자금난 심화’ 등의 경로를 거쳐 실물경기 및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특히 제2금융권에서 위험도가 높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 증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금융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 보증 등 위험노출액) 규모를 115조5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도 여신전문금융사가 4.2배, 저축은행 3.4배,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3.1배, 보험 1.7배로 각각 급증했다. PF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2021년 말 3.7%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8.2%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같은 기간 1.2%에서 2.4%로 높아졌다. 한 증권사 PF 담당 임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PF의 매출액은 줄고 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라는 특정 영역의 문제가 전체 금융권의 리스크로 부각되는 상황이 한국 금융의 취약한 위기관리 수준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PF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지는데도 수익만을 좇아 대다수 금융사가 뛰어든 것”이라며 “이들이 관리하지 못한 리스크를 결국 나라 전체가 나눠 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 속 대출 부실 리스크 커져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사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의 자산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나 신뢰도 저하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 속에 취약한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014조2000억 원에 이른다. 1년 전보다 14.3%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제로 취약 자영업 대출자의 부실위험률이 16.8%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약한 고리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내 4대 은행의 중소법인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29%에서 2월 말 0.45%로 급격히 높아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금리와 물가 상승, 경기 둔화에 따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이 국내 금융사의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부산=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으로 갔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거리를 뒀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와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 편으로 뉴욕 퀸스 라과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은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 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로 묘사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이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에 대해 “이 기소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 사안”이라면서도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전임자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하며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느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라고만 답했다. 미국 내 여론 분열은 극심해지고 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사상 최초로 기소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 같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일자리 행보에 나섰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 및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편으로 뉴욕 퀸스 라구아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애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e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은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을 내린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그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는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며 “공급망은 다시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고 답했다. 여론 분열은 여전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후 도입한 유료 인증 정책에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주요 언론사들이 “동참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유료 회원이나 주요 광고기업의 메시지만 일반 대중에게 잘 보이도록 배치하는 정책이라 플랫폼 기업의 횡포로 본 것이다. 트위터는 앞서 2009년 가짜 계정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진짜 계정이란 의미의 ‘인증 정책’을 도입해 주로 유명인이나 주요 기관 계정 앞에 ‘블루체크’를 표시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 트위터 인수 직후 광고시장 의존도를 줄이고자 올해 4월부터 기업 계정은 한 달에 1000달러(약 131만 원)를, 개인은 월 8달러(약 1만 원)를 지불하도록 했다. 트위터는 “유료 이용자에게는 더 적은 광고가 표시되고, 더 긴 비디오를 게시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그 대신 비용을 내지 않으면 블루체크를 삭제하고, 유료 인증 회원만 주요 피드에서 보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백악관도 유료 인증 비용을 내지 않을 방침을 내부 직원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팔로어 수가 5500만 명인 NYT는 “이미 팔로어가 많으면 굳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며 거부 뜻을 밝혔고, WP는 “유료 전환으로 가짜 계정이 더 늘어나고 혐오 발언도 확대될 것”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일부 유명인은 머스크의 투자 비용 만회 정책에 활용당하고 싶지 않다고 WP에 전했다. 2일(현지 시간) 불참을 선언한 주요 언론사 중 NYT의 블루체크만 사라졌다. 이를 두고 머스크의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는 이날 NYT를 찍어 “그들의 피드는 설사와도 같다. 읽을 가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정치인들 사이에는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기사라도 나는 게 좋다”라는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측근에게 “내가 아동성애자라는 내용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 결정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기에 쏠리는 관심까지도 차기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을 둘러싼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3일 마러라고를 떠나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머그샷(체포 뒤 찍는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은 뒤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 과정이나 법정에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변호인인 존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원에 출석할 때 안전 문제를 고려해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2024년 미국 대선판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격차를 벌리며 단숨에 압도적 주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에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CBS방송에서 “이번 기소 건이 법정에서 무혐의 등으로 종결된다면 이는 그의 선거운동을 떠받칠 로켓 연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공화당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NYT는 “관심을 먹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또다시 ‘서커스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정치인들 사이에는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기사라도 나는 게 좋다”라는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측근에게 “내가 아동성애자라는 내용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 결정된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기에 쏠리는 관심까지도 차기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을 둘러싼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3일 마러라고를 떠나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머그샷(체포 뒤 찍는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은 뒤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 과정이나 법정에서는 특별히 세간의 관심을 끌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변호인인 존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원에 출석할 때 안전 문제를 고려해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2024년 미국 대선판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격차를 벌리며 단숨에 압도적 주자로 뛰어올랐다.그러나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에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CBS방송에서 “이번 기소 건이 법정에서 무혐의 등으로 종결된다면 이는 그의 선거운동을 떠받칠 로켓 연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공화당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NYT는 “관심을 먹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또 다시 ‘서커스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여론도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2일 ABC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 62%는 ‘기소하지 말았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 88%는 ‘기소가 옳다’고 응답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이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인도네시아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변경했다. 부품 요건도 완화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IRA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협회는 “광물 조달과 핵심 부품 범위에 대해 요구했던 바가 거의 반영됐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에도 사실상 중국을 뜻하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관련된 보조금 배제 조건의 상세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중국이 장악한 주요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에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아예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中·인니 광물로 배터리 제조 가능해져 지난해 8월 공개된 IRA법상 배터리 핵심 광물과 핵심 부품 범위가 세부지침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우리 정부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광물을 조달하는데 이들 지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곳이라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산업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추출했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양극판과 음극판의 구성물질인 각각의 활물질을 가루 형태로 한국에서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양극판 및 음극판을 제조해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구성물질은 부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中 광물 의존도 낮춰야…“과제 남아” 이번 세부지침에는 보조금 배제 대상이 되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은 중국 배터리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겨 한국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중국 광물을 쓸 수 없어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2025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북미에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하는 이상 IRA 기준 충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은 ‘광물협정’을 맺어 FTA 체결국에 준하는 국가가 됐지만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추출뿐 아니라 가공까지도 현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독일 동부 작센주 드레스덴의 반도체 산업단지 ‘실리콘 작소니’ 외곽. 독일 최대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의 반도체 생산시설 앞 공터는 흙을 파내고 싣는 굴착기와 트럭 등 중장비들의 굉음으로 가득했다. 이 회사의 디아나 카세러 홍보 매니저는 “300mm 웨이퍼(반도체 기판) 클린룸이 2026년 가을부터 가동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 핵심산업인 전기차용 반도체 생산기지여선지 공터를 철조망이 둘러싸고 곳곳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등 삼엄한 경계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미국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의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3개 중 1개를 생산하는 실리콘 작소니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 2500여 곳은 시너지를 통해 연매출 약 23조 원을 올린다. 공사 현장에는 3년 뒤 축구장 3개 넓이(2만 ㎡) 규모의 클린룸이 추가로 들어선다. 기존 생산시설(약 4만 ㎡)이 1.5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인피니언은 클린룸 증설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억 유로(약 7조 원)를 투입하고 있다. 보쉬도 올해 생산시설 증설에 1억 유로(약 1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아르민 레이스 작센경제개발공사 정보통신기술(ICT) 책임자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 투자 기업에 대규모 지원금을 주는 ‘유럽반도체법’ 시행 방침을 밝힌 후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마일’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옆 켄들스퀘어의 바이오텍 클러스터에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10대 바이오 제약사 중 9곳이 이곳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한미약품,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보스턴에 거점을 마련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술 선진국들은 매년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단지가 글로벌 기술 전쟁의 전진 기지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저마다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글로벌 반도체 4社, ‘실리콘 작소니’ 모여 정보 공유…‘적과의 동침’ 로봇 수십대, 웨이퍼 싣고 날라… 클린룸엔 관리직원 2, 3명뿐정부지원 업고 공정 100% 자동화, 신생 스타트업엔 ‘3중 지원금’입주 2500곳 연매출 23조원《최근 전 세계 기술 선진국 사이에선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선정한 데 이어 상반기(1∼6월) 중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전쟁의 전진 기지인 첨단산단을 둘러싼 국내외의 치열한 각축전 현장을 돌아봤다.》 ‘위이이잉∼.’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반도체 산업단지 ‘실리콘 작소니’.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공장 클린룸에선 지하철이 출발할 때 나는 듯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유아용 전동차 크기 로봇 수십 대가 총연장 약 13km인 천장 레일에 매달려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각 로봇은 300mm 웨이퍼(반도체 기판) 25장씩을 넣은 플라스틱 용기들을 싣고 달리다가 예정된 구간에 닿으면 승객을 내려주듯 웨이퍼 용기를 분리시켰다. 클린룸에선 방진복을 입고 기계를 관리하는 직원 두세 명만 가끔 눈에 띄었다. 라이크 브레트슈나이더 인피니언 부회장은 “공정이 100%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거인 4개사 ‘적과의 동침’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장비 등에 쓰이는 300mm 웨이퍼 생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리콘 작소니 입주 기업들은 자동화를 무기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 정부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따라 일찍부터 자동화 수준을 높인 결과다. 또 유럽을 대표하는 첨단산단인 실리콘 작소니에는 반도체 기업과 관계사, 고객사 등이 모여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피니언을 비롯해 글로벌파운드리, 보쉬, 엑스팹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4개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슈테판 울리히 실리콘 작소니 프로젝트 매니저는 “반도체 강자인 네 기업이 한꺼번에 입주한 산단은 보기 드물다”며 “이런 강점을 토대로 유럽 반도체 산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다가 2016년 드레스덴에 나노테크디지털을 세운 정유엽 대표는 “한국에선 삼성과 LG가 협업하기 힘들지만 여기선 경쟁사 구매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좋은 거래처를 공유한다”고 했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협업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실리콘 작소니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실리콘 작소니는 기본적으로 민간 회사들의 협의체다. 2000년 15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회비를 걷어 투자 유치 행사를 열거나 정보를 교류한 것이 모태가 됐다.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익히면서 23년 만에 급성장해 현재 고용 인원만 7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2500곳이 입주해 연매출이 23조 원에 이른다.● 지방정부, 인건비 5년간 절반 지원 지방정부는 민간 협의체를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작센주에 처음 투자하는 기업은 고용 인원, 급여 상한 등의 요건을 갖출 경우 인건비 절반을 약 5년간 지원 받거나 설비 투자비용의 25∼3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작센주는 또 공장 신설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기업 애로 사항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레트슈나이더 인피니언 부회장은 “에너지와 물이 탄탄하게 공급돼야 생산이 안정화된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에너지와 물) 관련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줬다”고 말했다. 신생 스타트업의 경우 작센주는 물론이고 독일 연방정부,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중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핀클라우드시스템스는 지난달 초 EU 지원금 250만 유로(약 35억 원)를 받았다. 독일 연방정부 2개 부처도 지난해 각각 25만 유로(약 3억5000만 원), 50만 유로(약 7억 원)를 지원했다. 숙련된 인력이 산단 입주 기업들과 긴밀한 교류 속에 배출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산단에 있는 ‘드레스덴 칩 아카데미’는 입주 기업의 공동 교육 플랫폼이다. 기업이 교육비를 내면 아카데미가 해당 업체 직원들을 교육해 준다. 정식 입사 전에도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이곳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다. 김홍균 주독일 한국대사는 “실리콘 작소니 인근 라이프치히에 자동차 기업이 모여 있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풍부하고 프라운호퍼연구소나 드레스덴공대가 기업과 협력하는 점 등도 국내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드레스덴=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 건물은 MIT(매사추세츠 공대) 소유이고 이웃 사무실에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아래층에는 바이오 벤처캐피탈(VC)이 입주해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텍 클러스터 LG화학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노지혜 상무는 “대학-기업-금융이 결합한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특징을 이 건물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LG화학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로 보스톤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웠는데 이후에도 유수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톤에 속속 진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강조되면서 보스턴 중심지인 ‘켄달스퀘어’를 넘어 시 외곽까지 첨단 연구소가 들어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갔던 것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스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의 최대 장점은 하버드대와 MIT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이 모두 모여있다는 것이다. 클러스터 중심부인 켄달스퀘어는 대학 연구소와 기업이 울타리 없이 섞여 있다. MIT 항암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모더나, 바이오젠, 암젠 같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만날 수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원조’ 격인 바이오젠의 숀 제문덴 수석 매니저는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에선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받는다. 바이오젠 역시 기후변화 관련해 최근 하버드대 및 MIT 연구소와 각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했다. 바이오젠이 MIT 옆 공터에 설립된 배경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가 있었다. 1970년대 지자체 차원에서 윤리 논란이 일던 DNA 실험을 허용하자 노벨상 수상자 필립 샤프 MIT 교수 등이 1978년 바이오젠을 공동 창업하면서 생명공학 기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0년 제정된 ‘베이-돌 법’으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연구자가 특허를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산학 공동 창업 붐이 일었다. 지금도 미 국립보건원(NIH)은 매년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보스턴 기반 바이오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센소리움의 김진우 수석 컴퓨테이셔널 생물학자는 “보스턴은 워낙 다양한 스타트업이 많아 미생물 분야 전공에서 데이터분석 같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접목해 가며 원하는 연구를 확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계 박사들도 보스턴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특화된 벤처캐피털(VC)도 클러스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문가들은 실패 확률이 비교적 높은 바이오 산업에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환경과 문화가 보스턴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방문해 유명해진 VC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경우 창업 전 단계부터 성장을 돕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은 모더나도 이 곳에서 탄생했다. 로버트 부데리 MIT 테크 리뷰 전 편집장은 “학생, 창업자, VC 등이 ‘멘토십’을 통해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는 게 보스턴 바이오 혁신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776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기소가 결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뉴욕 지방법원 출석을 앞두고 미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소요 사태를 대비한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에 후원금이 쏟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야당 공화당도, 집권 민주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트럼프 출석 앞두고 ‘폭풍전야’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NYPD는 지지층 소요 사태 발생에 대비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법원과 바로 옆 맨해튼 지방검찰청 뒤쪽까지 경찰이 3, 4명씩 짝을 이뤄 배치됐다. 법원 근처 공원에는 수십명 취재진이 텐트를 치고 "최초의 대통령 기소"라며 생중계 중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당일인 4일 일부 도로를 폐쇄하기로 했다. 경찰관 3만5000명에게는 대기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날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앞에도 바리케이드가 일제히 설치됐다. 트럼프 지지자 한 명이 “트럼프는 죄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 로버트 씨는 기자에게 “전직 대통령도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을 위해 3일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뉴욕으로 이동한다. 4일 뉴욕 지방검찰청에 들러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머그샷’(체포 직후 촬영 사진)을 찍고 지문과 DNA를 채취한다. 다만 뉴욕주 법에 따라 그의 머그샷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이후 법원으로 이동해 오후 2시 15분 판사 앞에 서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과 관련된 자신의 혐의를 통지받고, 이에 대해 유무죄 주장을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에 참석한다. 중범죄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방법원으로 이동할 때 수갑을 차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생략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새 후원금 400만 달러”…반격 나선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 결정을 정치적 반격의 계기로 삼고 있다. 변호인단은 재판지를 현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같은 뉴욕 내 스태튼 아일랜드로 옮길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맨해튼보다 공화당 지지세가 존재하는 스태튼 아일랜드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 타코피나 트럼프 측 변호인은 지난달 31일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기소 사실을 듣고 처음에는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내 충격을 극복하고 반드시 싸우기로 결의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지층 독려에 나섰다. 보수 진영은 기소 결정 이후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가 결정되던 당일 24시간 동안에만 400만 달러(약 52억 원)에 이르는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금액의 25%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 적이 없는 ‘첫 후원자’로 파악됐다고 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후-유고브가 지난달 30, 31일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를 두 배 이상으로 앞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기소 결정’ 관련 질문을 4차례나 받고도 “전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 보도하면서 사실상 ‘친(親)트럼프’ 방송을 해온 폭스뉴스 또한 위기를 맞게 됐다. 폭스뉴스는 앞서 기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이 제기한 16억 달러(약 2조800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 재판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트럼프 기소 결정 다음 날 미 델라웨어 고등법원은 재판을 예정대로 17일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와 폭스뉴스를 ‘정치의 쌍둥이 거인’이라고 칭하며 “서로 결합해 정치를 바꿔놓은 두 세력이 각각 형사 기소(결정)와 민사 재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뉴욕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야 ‘뉴요커’가 될 수 있을까요? 가끔 여기저기서 난상토론이 벌어집니다. 8년 이상은 살아야 한다, 길거리 이상한 사람과 위험한 사람을 본능을 알게 될 때다 등등. 솔직히 뉴요커가 뭐라고 그렇게 자부심을 느낄까 싶죠. 뉴욕 특파원으로서 외부인인 제 눈에 뉴요커는 ‘서바이버’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성공을 꿈꾸고 모여든 이들이 ‘이 험난한 도시에서 내 자리를 찾고 버텨냈다’는 훈장 같은 느낌이요. 서바이버 뉴요커들의 에너지가 담긴 도시, 뉴욕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오! 하버드 졸업생인가 보죠?” 길에서 지인을 기다리는데 한 행인이 지나가며 말을 겁니다. 제가 서 있던 곳은 뉴욕 맨해튼 44번가에 있는 ‘하버드 클럽 뉴욕’ 앞이었거든요. 이곳은 하버드대 동문을 대상으로 연간 회비를 낸 멤버 위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클럽’입니다. 동문은 아니라고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고 보니 길 건너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동문회관격 ‘펜 클럽’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맨해튼 5번과 6번 애비뉴 사이 44번가. 이곳은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클럽과 다른 명문 클럽들이 모여 있어 ‘클럽하우스 로우(Club House Row)’로 불린다고 합니다. 하버드 클럽 뉴욕만 해도 1865년에 결성, 1892년에 44번가 자리에 왔다고 하니 뉴욕 엘리트들의 프라이빗 클럽 원조 격인 셈입니다. 하버드 클럽의 경우 연간 회원 비용은 약 2300달러 수준이라고 하네요. 예일대, 다트머스대 등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이런 회원 전용 클럽을 뉴욕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클럽 들어가 보니 이달 중순, ‘지인 찬스’로 하버드 클럽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신세계였어요. 이날은 ‘동문의 날’ 행사로 뉴욕의 하버드 동문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버드 깃발이 휘날리는 건물에 들어가 보니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식당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바, 이벤트 홀 등이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하버드 상징색인 적갈색 카펫, 적갈색 벽지에 온 데 ‘H’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 전용 공간에 살짝 들어가 보니 조용한 도서관, 응접실과 같은 공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복도에 있는 책장에 있던 고풍스런 책들도 모조리 하버드 상징색인 적갈색이었네요. 하버드 클럽은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서 회원 가족이나 친지들이 뉴욕에 왔을 때 게스트룸으로 이용할 수 있더라고요. 회원 전용 스쿼시, 헬스장, 요가 클래스 등등도 가능한 클럽 하우스였습니다. 클럽 안 곳곳에 걸려 있는 동문 사진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도 눈에 띄었습니다. 혹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하버드 인맥도 한몫했다고 평하죠. 뉴욕에 ‘작은 케임브리지’를 만들고,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원래 뉴욕 아이비리그 클럽하우스의 원조는 프린스턴대 동문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프린스턴 클럽’이라고 합니다. 1866년 43번가에 설립했고 그 이후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대학과 더불어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명문 사립 윌리엄스 컬리지 클럽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100년이 넘게 뉴욕 엘리트의 상징이던 이들 아이비리그 클럽도 팬데믹 셧다운에 직격탄을 맞았고, MZ 세대 가입률이 떨어져 고군분투 중입니다. 사실 하버드클럽도 그 조용함과 고풍스러움이 이제 막 졸업한 20대가 드나들기에는 벽이 높아 보이긴 했어요. 20년째 30년째 장기 회원인 터줏대감 선배님들과 같이 헬스장을 이용하기에는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게다가 뉴욕에 좋은 레스토랑이 넘치는데 굳이 연간 수백만 원을 내고 회원이 될 필요가 있나 하는 거죠. 굳이 클럽하우스를 거치지 않아도 동문끼리 온라인 네트워크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도 하고요.점점 젊은 회원들이 줄어들어 윌리엄스 컬리지 클럽이 설립 100년 만인 2010년 문을 닫았고, 전통의 프린스턴 클럽도 팬데믹 셧다운 속 회원 수 급감으로 2021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뉴욕 지역 매체에 따르면 이들 아이비리그 클럽은 젊은 졸업생 확보를 위해 막 졸업한 동문에게는 회원비를 공짜로 해준다거나, 졸업 후 4년까지는 회비를 400~500달러 수준으로 깎아주거나 하며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 클럽에 ‘세 들어’ 살기도 한다고 하네요. 컬럼비아대는 유펜의 ‘펜 클럽’ 건물에, 다트머스대는 ‘예일 클럽’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고 합니다.●프라이빗 클럽은 폭풍 성장 아이비리그의 전통 회원 전용 클럽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뉴욕의 럭셔리 회원제 클럽은 폭풍 성장 중입니다. 아이러니하죠. 세계 각지의 연예인, 기업인 등 부호들이 팬데믹 기간에 사적인 공간을 찾다 보니 놀거리도 제공해주는 회원제 클럽에 뜨고 있다는 거네요. TV에서도 가끔 나오는 뉴욕 사교계의 엘리트클럽은 프레피룩을 한 엄격한 어퍼이스트사이드가 떠오르죠. 1836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클럽이라는 ‘더 유니온 클럽’ 홈페이지에 가보니 게스트들은 반드시 재킷을 입어야 하고, 스쿼시를 칠 때는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고 써있네요. 하지만 요즘 뜨는 뉴욕의 회원제 클럽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트렌디함을 내세우며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인기 미드 ‘섹스앤더시티’에서 여주인공 중 하나인 사만다가 ‘소호 하우스’라는 회원 전용 클럽을 이용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다 다른 회원을 사칭했던 에피소드를 기억하시나요? 소호 하우스는 그런 트렌디 클럽의 원조 격으로 뉴욕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아니라 글로벌 30여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카사 크루즈’, ‘카사 치프리아니’, ‘제로 본드’ 등이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릅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로본드는 최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2020년 뉴욕 노호 지역에 생긴 ‘제로 본드’는 드라마 ‘가십걸’에서 블레어의 최애 맛집으로 나오는 ‘버터’ 설립자들이 아이디어를 내 만든 회원제 클럽이라고 합니다. NYT에 따르면 45세 이상은 가입비 5000달러, 연간 회원비 4000달러를 내야 한다네요. 이런 비싼 회원제 클럽에 회원이 아닌 애덤스 시장이 자주 출몰해 구설수에 오른 겁니다. 특히 팬데믹 셧다운 이후 관광객이 줄어 고군분투하던 자영업자들이 분노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런던에서 온 ‘카사 크루즈’는 회원제라기보다 ‘투자자들의 공간’이라며 20만~5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죠. 일부 공간은 일반 고급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며 회원은 약 99명이라고 합니다. 오프닝 행사에 유럽 왕족들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니 영화 속에서나 보던 광경이네요. 이런 회원제 클럽의 인기를 지켜보는 미 언론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NYT는 “부자들만 있는 클럽은 지루하지 않겠느냐. 예술가, 디자이너, 운동선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좋다”는 한 월가 뱅커의 코멘트를 소개하며 “뉴욕에 과연 배타적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뉴욕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뉴욕의 최고 장점은 대중을 위한 도시라는 점이다. 누구나 하루쯤 멋진 저녁을 계획할 수 있는 곳이다”며 “최근 넘치는 회원제 클럽은 뉴욕의 암적인 존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클럽을 구경도 못 한 저로서는 미드 ‘석세션’이나 ‘가십걸’에서 나온 장면들이나 곱씹어야 할 듯합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진화 단계에 들어서며 최악의 고비는 지나가고 있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들이닥치지만 슬로우 모션 위기는 서서히 시스템이 무너지며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잠재적 뱅크런에 대비해 시장에 자금 공급을 줄여 결국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슬로우 모션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향후 몇 년간 은행 상당수가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 합병돼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40여 년 전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1980∼1994년 미국에서 3000여 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S&L은 저금리 고정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단기 예금으로 충당하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무너졌다. 또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 예금주들이 이자율에 민감해지며 예금을 자주 옮기고 있고, 예금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마불사’인 대형은행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중소형 은행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중소형 은행에서 1200억 달러(156조 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대형 은행들에 660억 달러(86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실패로 약 230억 달러(30조 원) 비용을 치르게 돼 대형 은행에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