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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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6-06-02~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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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작품 읽으며 공부 더 해야겠다 생각”

    “젊을 때는 수필을 잡문이라고 여겼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습디다. 산문은 맨살과 맨몸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 솔직한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사)를 출간한 한승원 소설가(79)는 산문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산문집은 유년기, 젊은 날의 추억과 함께 1996년 고향인 전남 장흥군의 바닷가로 내려가 자연과 호흡하며 글을 쓰는 과정, 노쇠해 가는 육체를 마주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 씨는 “의지가 약한 남자 아이가 늙음에 이르기까지, 운명이라는 바위를 짊어지고 시시포스처럼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 애써 온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서재에 ‘광기(狂氣)’를 한자로 써 붙여 놓고 지내왔다고 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성취하지 못하거든요. 예술가는 미쳐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 독감으로 입원하며 호되게 고생한 그는 책 뒤에 ‘병상일기―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주는 편지’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슬픈 눈빛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슬퍼졌을 때 비로소 차갑고 냉엄하게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뚫어보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딸인 소설가 한강(48)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환해졌다. 마침 이날 ‘흰’으로 딸이 또다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흰’을 보니 강이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더라고요. 이번 산문집에도 ‘흰, 그게 시이다’는 글이 있는데 하얀 존재들에 대해 썼거든요.” 그는 딸의 문학작품에 대해 “환상적이고 리얼리즘이면서도 신화적인 데 뿌리를 두고 있어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다. 강이의 작품을 읽으며 공부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를 뛰어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저는 ‘진짜 효도’를 받았어요. 진작 강이가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웃음) 그는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이다. 잔치를 하고 싶지만 아내가 여행을 가자고 해 그에 따르기로 했단다. 쉬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 온 그는 올해 가을 장편소설도 출간할 예정이다. 내용을 묻자 장난스레 웃으며 “비밀이다”라고 했다. 원고는 다 썼지만 고치는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돌아보니 저는 늘 길을 잃었고 다시 찾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중요한 건 계속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는 것이고, 살아있는 한 글을 쓸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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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 때 쓰는 저작물 두고… 출판계-저작권단체 보상금 갈등

    수업 목적으로 사용하는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싸고 출판계와 저작권단체가 맞서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 10개 단체는 13일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저작권법 개정과 출판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범출판인대회를 열었다. 출판단체들은 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의 퇴임과 함께 출판권자에게 수업목적이용저작물 보상금을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수업목적보상금은 대학 이상의 학교나 공공 교육기관에서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의 일부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이용하고 보상금 수령단체를 통해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보상금은 매년 수십억 원 규모로,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서 문체부의 신탁을 받아 분배한다. 그동안 분배가 진행되지 않아 수년간 보상금이 쌓여 있었고 최근 분배가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출판단체들은 “도서관복제보상금은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에게 모두 지급하면서 수업목적보상금에서 출판권자를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수업목적보상금은 대부분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하기 때문에 교육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저작권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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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죽음과의 거리 불과 1㎜… 삶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 있는 시간을 알고 있다면, 육체가 스러져 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확인해야 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호주 소설가인 저자는 암과 투병하며 보낸 과정을 찬찬히 기록해 나갔다.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이가 겪는 의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담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2005년 암 선고(흑색종·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암)를 받은 저자는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갔다. 10대인 두 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어 남편과 가까운 이들 외에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말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저자가 떠올린 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간호사에게 쭈글쭈글한 엉덩이를 내맡긴 채 세면대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습과 눈빛은 학대로 고통 받는 동물을 연상시켰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의 한 사이트에서 안락사 약을 산다. 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통을 끝내 줄 수 있는 수단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됐다고 털어놓는다. 버킷리스트는 작성하지 않았다.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한 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억이었단다. 비행기 조종사로 방랑벽이 있는 아버지, 자존심 강한 교사인 어머니, 언니, 오빠와 호주 각지는 물론 피지까지 숱하게 이사를 다니며 겪었던 소소한 일상을 복기한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이 견딜 만한 죽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학창시절 일찍 발견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삶은 때로 아이러니하다. 시한부 환자의 일생을 전기로 써 책을 증정하는 자원봉사자 수잔과의 만남이 그랬다. 아들을 잃고도 꿋꿋이 견딘 수잔과 마음을 나누던 때, 수잔이 뇌중풍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 저자를 위로해 주던 수잔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을 뻔한 일도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른쪽 무릎 뒤에서 흑색종이 발견됐다. 만약 두 다리를 잃었다면 이렇게 죽어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는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불과 1mm 떨어져 있다. 단지 알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몇 걸음이 하루의 가장 고된 일과가 돼버리고 자신이 속한 세계가 침실과 거실로 줄어들면서 아기가 되어 간다. 그가 소망한 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때의 몸을 다시 느껴 보는 것이었다. 2016년 저자는 61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고백은 누구나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미리 경험하고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출근 버스에 오르는 평범한 순간순간이 모두 빛나는 생의 한 조각임을. 원제는 ‘Dying: A Memoir by Cory Taylor’.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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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라이프]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알수 있다면…”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 있는 시간을 알고 있다면, 육체가 스러져 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확인해야 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호주 소설가인 저자는 암으로 투병하며 보낸 과정을 찬찬히 기록해 나갔다. 죽음을 향해 한발씩 다가가는 이가 겪는 의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담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2005년 암 선고(흑색종 4기)를 받은 저자는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갔다. 10대인 두 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어 남편과 가까운 이들 외에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저자가 떠올린 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간호사에게 쭈글쭈글한 엉덩이를 내맡긴 채 세면대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습과 눈빛은 학대로 고통 받는 동물을 연상시켰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의 한 사이트에서 안락사 약을 산다. 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통을 끝내줄 수 있는 수단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됐다고 털어놓는다. 버킷리스트는 작성하지 않았다.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한 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억이었단다. 비행기 조종사로 방랑벽이 있는 아버지, 자존심 강한 교사인 어머니, 언니, 오빠와 호주 각지는 물론 피지까지 숱하게 이사를 다니며 겪었던 소소한 일상을 복기한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이 견딜만한 죽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학창시절 일찍 발견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삶은 때로 아이러니하다. 시한부 환자의 일생을 전기로 써 책을 증정하는 자원봉사자 수잔과의 만남이 그랬다. 아들을 잃고도 꿋꿋이 견딘 수잔과 마음을 나누던 때, 수잔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 저자를 위로해주던 수잔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을 뻔한 일도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른쪽 무릎 뒤에서 흑색종이 발견됐다. 만약 두 다리를 잃었다면 이렇게 죽어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는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불과 1㎜ 떨어져 있다. 단지 알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몇 걸음이 하루의 가장 고된 일과가 돼버리고 자신이 속한 세계가 침실과 거실로 줄어들면서 아기가 되어간다. 그가 소망한 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때의 몸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었다. 2016년 저자는 61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고백은 누구나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미리 경험하고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달리고 뛰고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출근 버스에 오르는 평범한 순간순간이 모두 빛나는 생의 한 조각임을. 원제는 ‘Dying: A Memoir by Cory Taylor’.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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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신, 백성과 하나 되려 사투리 쓰고 직접 문상”

    영웅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 7권짜리 대하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작가정신)이 완간됐다. 정찬주 소설가(65·사진)가 이순신(1545∼1598)이 전라 좌수사로 1591년 부임한 후 노량해전에서 눈을 감기까지의 삶을 새롭게 그린 작품이다. 정 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이 신사임당이라면 이순신 장군은 대표적인 아버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 속 이순신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잠기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을 지녔지만 때때로 불안과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 허심탄회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아주 낮은 계급의 부하가 상을 당해도 직접 문상을 갔어요. 당시 벼슬아치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유년기를 보낸 충남 아산의 사투리를 썼습니다. 백성과 함께하려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 씨는 10년간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고 역사서뿐 아니라 문중 족보까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과 명나라와의 역학관계는 물론 당시 군 체계,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거북선 건조 과정을 비롯해 의식주 문화도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은 백성들도 주목했다. 선비와 의병, 승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자취를 하나하나 발굴해 이들의 활약상을 써 내려갔다. “군사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조선 수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 임진왜란은 열강들의 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당시 백성들의 충의는 넘쳤지만 이를 담아낼 임금이 없었다는 점도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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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 구원 저항… 새롭게 만나는 카프카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를 새롭게 조명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카프카의 오랜 친구 막스 브로트가 쓴 카프카의 생애와 문학을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나의 카프카’(솔), 몽상가가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카프카의 면모를 파헤친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박홍규 지음·푸른들녘)가 나왔다. 카프카 연구자인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나의…’는 카프카의 생애를 상세히 기록하는 한편 그의 작품이 허무주의적이기는 하지만 구원에 대한 희망도 담고 있다고 서술했다. 장편소설 ‘성’, ‘실종자’, ‘소송’에는 희망과 구원을 향한 길이 발견된다는 것. 브로트는 카프카를 ‘파괴할 수 없는 신성에 대한 믿음을 지닌 인간’이라고 여겼다. 각종 사진과 삽화, 편지도 수록했다. ‘카프카…’는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 불안과 고독에 찬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근대 관료주의 체제와 산업주의 사회를 해부하며 기존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통해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평가받는 인간을 그렸고 ‘소송’에서는 거대한 법체계에 짓눌리는 약자를 담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몽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부당한 정치사회적 권력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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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어린 몸으로 견뎌낸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열세 살 최동린은 동학교도 간에 서신을 전달하며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게 된다. 농민군은 전라도 장령성, 병영성을 점령하지만 일본군의 개입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어리지만 침착한 동린은 잔류 농민군의 대장이 돼 싸우다가 총상을 입는다. 동린의 활약과 불꽃 튀는 전투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조선이 처한 엄혹한 현실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다만, 동학농민혁명의 개요와 접주(동학교도들의 지역 책임자), 집강소(동학군이 지역별로 설치한 자치행정기구), 술시(오후 7∼9시) 등 어린이에게 다소 낯선 단어에 대한 설명을 넣으면 이해도가 높아질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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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행복지수 1위’ 북유럽의 속살

    양성평등, 사교육, 저출산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북유럽이다. 덴마크는 1973년부터 행복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핀란드는 삶의 질, 노르웨이는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다. 이쯤 되면 지구상에서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한 곳은 북유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유럽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인데 장밋빛으로만 채색돼 있을까. 영국인인 저자는 10년간 북유럽에 거주한 경험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과 실시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유럽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알고 보면 북유럽은 의외의 모습이 많다. 술에 관대하고 흡연율이 높은 덴마크는 암 발병률이 10만 명당 326명으로 세계 1위다. 덴마크에 살 때 저자는 아들의 눈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응급실을 찾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 진료를 받지 못한다. 비용 절감 정책 때문이란다. 저자는 “다음부터는 누가 다치기 전에 예약을 하고 올게요”라며 혀를 찬다. 핀란드는 서유럽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고 총기 소지율은 미국 예멘에 이어 세계 3위다. 폭음을 일삼으며 자살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향정신제, 인슐린, 항우울제다. 석유로 부를 확보한 노르웨이는 생산인구의 3분의 1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의 독해력, 수학, 과학 실력은 유럽 평균을 밑돌고 이는 지난 10년간 더욱 악화돼 왔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느 사회나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북유럽인은 삶의 자율성이 높고 탄탄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안심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만은 분명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가 생생함을 더하는 한편 북유럽 각국의 역사와 사회적 특징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민얼굴을 마주한 기분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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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전집으로 되짚는 김수영의 ‘풀’… 소설로 만나는 기형도의 젊은 날

    올해 50주기를 맞은 김수영 시인(1921∼1968)의 전집이 재출간됐다. 29세에 세상을 떠난 기형도 시인(1960∼1989)의 29주기(3월 7일)를 앞두고 그의 삶을 사실적으로 쓴 소설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도 나왔다. 두 권으로 구성된 ‘김수영 전집’(민음사)은 김수영 연구 권위자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이 엮었다. ‘음악’, ‘태백산맥’ 등 2003년 개정판 이후 발굴한 시 4편을 비롯해 미발표 시 3편, 작품 세계의 태동기를 보여주는 미완성 초고 시 15편이 새로 수록됐다. 산문 22편과 일기 21편, 편지 1편도 추가됐다. 1981년 초판이 나온 김수영 전집은 시 부문은 5만 권, 산문 부문은 3만 권 넘게 판매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교수는 “김수영은 참여시인이 분명하지만 당대 정치 상황뿐 아니라 문화 전체를 문제 삼았으며 종교적인 측면도 작품에 담았다. ‘풀’은 세상에서 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몸짓을 영성적으로 바라본 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인의 대표 시를 ‘꽃잎’으로 꼽았다. 그는 “격렬하고 투쟁적이면서도 종교적 의미까지 담은 시로, 참여시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의 압력이나 검열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시인의 높은 기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이번에 많이 발굴됐다”고 평가했다. ‘기형도를…’(휴먼앤북스)은 시인의 대학 친구인 김태연 소설가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와 여러 기록을 토대로 시인의 삶을 복원한 작품이다. 저자는 연세대 문학 동아리인 ‘연세문학회’에서 1학년 때 시인을 만났다. 남유럽 소년을 연상시키는 외모, 다정다감한 성격에 철학에 심취했고 하이네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가곡 ‘2인의 척탄병’을 기가 막히게 부르던 시인의 푸른 청춘을 생생하게 그렸다. 20대에 고혈압을 앓았고 스스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시인의 아픔과 절망도 담았다. 시인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김 소설가는 “몇몇 소설적 장치 외에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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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스트런던에서 이 할아버지를 만난 적 있나요?

    헐렁한 재킷에 약간 짧은 바지를 입은 해맑은 표정의 할아버지가 이스트런던 거리를 느릿느릿 걸어 다닌다. 조지프 마코비치. 그는 평생 영국을 떠난 적이 없다. 하지만 런던에 온 호주인 미국인 브라질인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가지 못한 세계를 상상한다. 사진작가인 어스본은 2007년 우연히 마코비치를 만난 후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사진을 찍다 친구가 됐다. 책은 1927년 이스트런던에서 태어난 마코비치의 생을 주제별 짧은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솔직하고 천진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와 꾸밈없는 표정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가방에 리벳(큰 못)을 박는 일을 20년 동안 한 마코비치는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단다. 마차도 봤고, 카메라가 발명된 것도, 프로젝터도 봤기에. 무엇보다 배를 곯은 적이 없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편견이 없다. 어릴 적에는 영국인만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나라 사람들과 섞여 있어 좋다고 한다. 길가 벽에 그림을 그리는 젊은이들을 보며 말한다. “멋져요. 좀 더 생기가 도는 것 같지 않나요?” 가끔 빠른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가구점 양장점 뮤직홀이 있던 곳에 들어선 거대한 경기장을 보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슬플 때는 계속 걷는다. 울어봤자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으므로. 그에게 중요한 물건은 세 가지다. 열쇠, 버스카드, 벨트. 열쇠가 없으면 집 밖에 있어야 하고 버스카드가 없으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바지가 흘러내리면 버스에 태워주지 않을 테니 벨트도 소중하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과 우주를 탐험했던 그는 2013년 눈을 감았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는 특별할 것 없지만 비우고, 성찰하고, 맑게 사는 법을 조용히 알려줬다. 그가 이 말을 들었다면 선한 큰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지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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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호근 “남북문제 풀어갈 힘은 논리 아닌 상상력”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보니 고대와 미래를 오가더군요. 남북 간 대치 상황을 풀어갈 힘은 논리가 아니라 이런 상상의 미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 ‘다시, 빛 속으로: 김사량을 찾아서’(나남)를 출간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62)는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사량(1914∼1950)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하층민의 삶을 기록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고민한 작가로, 분단 후 인민군 종군작가가 돼 한국 문학사에서 잊혀졌다. 김사량의 질문은 송 교수에게 지금도 유효하다. 김사량이 26세 때 쓴 단편소설 ‘빛 속으로’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20여 년 전에 김사량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슬프고 비장했습니다. 도쿄제국대 학생이었던 그가 느낀 비애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후 김사량이 쓴 종군기는 전투적 용어로 가득 차 있었다. “10년 만에 김사량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건지, 예술을 총으로 만든 사회주의 체제의 결과물인지…. 그 과정을 상상해 봤습니다.” ‘다시…’는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인 주인공이 아버지 김사량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송 교수는 민족의 정체성 상실과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김사량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가 왜 학문이 아니라 소설로 이를 풀어냈을까. “논리만으로는 이념적 대치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의 상태, 민족의 원류를 찾아가다 보면 해결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이죠. 이런 의미에서 사회과학이 끝난 지점에 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 교수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외국 선수의 어머니가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똑같더라”고 인터뷰한 것을 보며 무릎을 쳤다고 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부분이잖아요. 남북 문제는 이념보다는 민족적 동질성에 대해 생각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지난해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신헌을 그린 소설 ‘강화도’를 내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그는 베이비부머가 주인공인 소설도 2년 정도 후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의 내면을 개성 있는 언어로 그리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요. 외로운 작업이지만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때는 행복해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정선아리랑과 빛을 버무려 멋지게 표현했더라고요. 그런 종합적인 감성을 언어로 전환하고 싶습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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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평창 온 괴짜 할배 “이 아름다운 나라에 핵폭탄을?”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핀란드 농부이자 나무 스키를 만드는 노인 그럼프가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한국. 서울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 손녀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뚱뚱한 김 씨 소년과 오렌지색 얼굴에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핵폭탄을 둘러싸고 말다툼을 하는 곳이다! 핀란드의 유명 작가인 저자는 그럼프의 한국 여행기를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과 분단의 아픔, 평화에 대한 염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녹여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지난해 서울과 평창 겨울올림픽 시설 곳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대표작 ‘괴짜 노인 그럼프’ 시리즈는 인구 500만 명의 핀란드에서 50만 권 이상 판매됐다. 그럼프는 스키 장인인 자신의 집을 대통령이 찾아와도 바쁜 날이라며 시큰둥하게 대할 정도로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오른 그럼프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소속의 남녀를 만나 올림픽 시설을 둘러보고 집에 초대받는다. 한국은 특이하다. 휴게소는 핀란드의 모든 휴게소를 합친 것보다 크고, 음악이 흐르는 버튼을 설치한 공중화장실은 안마시술소 같다. 음식은 그리 낯설지 않다. 소주는 물을 탄 보드카 맛이고, 막걸리는 핀란드의 발효주 ‘낄유’ 맛과 비슷하다. 피겨스케이트장에서 김연아 선수의 나비 날갯짓 같은 아름다운 몸짓을 보며 아내, 아들들과 TV로 겨울올림픽 경기를 함께 봤던 지난날을 추억한다. 한국에 오기 전 그럼프는 공중에 폭탄이 날아다니거나 길거리에 공격용 소총을 든 남자들은 없는지 염려했다. 이에 대한 손녀의 대답은 ‘쿨’하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을 속임수로 여기는 것 같고, 김 씨 가족은 늘 화가 난 외삼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단다. 뉴스로만 한국을 접한 외국인과 실제 한국에 살아본 외국인의 인식 차이를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대목이다. 핀란드도 내전에 이어 소련과의 전쟁(1939∼1944)과 가난을 겪었고 단기간에 농업 국가에서 첨단 기술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 그럼프는 한국을 찬찬히 접할수록 핀란드와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가슴으로 한국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럼프는 한국 여행을 마친 후 뚱뚱한 김 씨 소년에게 편지를 쓴다. 허풍은 당장 그만두고 나비, 비둘기, 산을 충분히 오랫동안 쳐다보라고. 이 모든 것을 수소폭탄 곤죽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평창올림픽이 예상치 않게 국제 정치의 각축장이 된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성공적인 올림픽을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그럼프의 회상을 통해 역대 겨울 올림픽과 유명 선수들의 활약, 각종 에피소드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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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부르는 문단권력 바로잡아야”… ‘미투’ 바람에 자성론 이는 문학계

    최영미 시인이 문단의 성폭력에 대해 폭로한 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문단 권력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런 폭로가 있어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문열 소설가가 1994년 펴낸 단편 ‘사로잡힌 악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환속한 승려인 시인이 작가를 지망하는 여성들을 농락하고, 순문학계에서 설 자리를 잃자 저항문학의 선두에 선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자 저항시인의 탈을 벗어던진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작품은 가해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이 속한 민족문학작가회의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이 씨는 작품의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최 시인도 2005년 출간한 시집 ‘돼지들에게’를 통해 우리 사회 지식인의 위선과 탐욕을 비판했다. 문단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판 관계자는 “여성을 성추행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원로 문인 가운데 일부는 반성하고 문단의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인 만큼 문학을 고시처럼 만들어 작품을 심사하는 ‘선생님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등단 연도별로 서열을 매기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시인은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피해자들이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2016년 계간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질문 있습니다’를 통해 문단 성폭력을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최 시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승철 시인은 7일 페이스북에 “자기 체험을 일반화해서 문단 전체에 만연한 이야기로 침소봉대했다.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형으로 매도하는 건 조금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인들은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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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 문단 성추행 폭로 파장…“터질 게 터졌다”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인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며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문단 전체를 성추행 집단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말하는 이도 있다. 최 시인이 ‘괴물’을 발표한 계간 ‘황해문화’의 편집주간인 김명인 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부끄러운 문단을 해제하자”는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결국 나도 공범이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던 것이다. 이른바 문단밥을 먹고 살아온 모든 남성 작가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전부 ‘잠재적 용의자’이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종 인맥과 서열 관계, 그로부터 발생하는 크고 작은 미시권력들이 다른 사회집단과 다를 바 없이 촘촘하게 존재하면서, 동시에 ‘자율성’의 이름으로 은폐되거나 보호받는 이 ‘문단’이라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제 해체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독립적인 문인들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근 시인은 페이스북에 가해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류 시인은 “그의 온갖 비도덕적인 스캔들을 다 감싸 안으며 오늘날 그를 우리나라 문학의 대표로, 한국 문학의 상징으로 옹립하고 우상화한 사람들 지금 무엇하고 있나. 위선과 비겁은 문학의 언어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문단 전체에 성희롱이 만연한 것처럼 비춰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인은 “이름 있는 남성 문인들은 모두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명성을 얻은 여성 문인들은 성적인 요구에 응한 이들로 오해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인은 “가해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작품을 통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했다. 최영미 시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은 것은 안타깝지만 해당 원로 시인이 한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와 그의 작품 세계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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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계도 ‘미투’…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는” 최영미 폭로詩

    성범죄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6일에는 최영미 시인(57)이 계간 ‘황해문화’ 지난해 겨울호에 게재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가 온라인을 달궜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로 시작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 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고 썼다. 문제가 된 작가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십 년 선배’ ‘100권의 시집을 펴낸’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라며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후배 문인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구차한 변명이다. 상습범이다. 너무나 많이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고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반박했다. 최 시인은 이어 “(문단에서) 나를 성희롱 성추행한 사람도 수십 명이었다”며 “독신의 젊은 여성이 그들의 타깃으로,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원고 청탁을 하지 않고 비평도 실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복수해 작가 생명이 끝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에는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 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그분 말고도 이미 거물, 괴물이 된 작가들의 행태는 끼리끼리 두둔하며 감춰져 왔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성추문 전력이 있는 감태준 시인(71)이 신임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선출된 사실도 5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감 시인은 2007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논란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감 시인은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성폭력 문인을 실명으로 고발하는 일이 이어져 시인과 소설가 10여 명이 언급됐다. 영화계에서는 여성 영화감독 B 씨가 2015년 여성 영화감독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 ‘#미투’를 달고 폭로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B 씨에게 유사성행위를 했고 뒤늦게 이를 안 B 씨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A 씨를 6일 제명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실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여성 응답자 391명 가운데 11.5%가 강제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영진위는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연기를 강제했다는 폭로가 지난해 나오자 처음 영화계 전반의 실태 조사를 했다. 성폭력 피해 사례 가운데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이 35.1%로 가장 많았다. 술을 따르게 하거나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하고(29.7%), 가해자가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응시한 경우(26.4%)도 상당수였다. 일각에서는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6년 문단 성폭력 폭로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박진성 시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부산 동아대 손모 교수는 2016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범은 이후 밝혀졌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최고야·장선희 기자 정정보도문본보는 2018. 6. 3.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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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누굴까…‘#MeToo’ 문화계로 확산

    성범죄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6일에는 최영미 시인(57)이 지난해 12월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로 시작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 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고 썼다. 문제가 된 작가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십 년 선배’ ‘100권의 시집을 펴낸’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라며 존재를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이 시에 대해 ‘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에는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 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이라며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분 말고도 이미 거물, 괴물이 된 작가들의 행태는 끼리끼리 두둔하며 감춰져 왔습니다”라는 글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성추문 전력이 있는 감태준 시인(71)이 신임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된 사실이 5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감 시인은 2007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논란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감 시인은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성폭력 문인을 실명으로 고발하는 일이 이어져 시인과 소설가 10여 명이 언급되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여성 영화감독 B 씨가 2015년 여성 영화감독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미투’를 달고 폭로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B 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유사 성행위를 했고 뒤늦게 이를 안 B 씨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A 씨를 6일 제명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던 이들이 하나둘 나서며 물꼬가 터졌다. 주변을 봐도 피해자들은 영화판의 힘없는 ‘을’들인 경우가 많아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이달 중 회의를 거쳐 영화인들을 위한 성평등센터를 열 계획이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는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 성소수자 모두를 아우르고, 향후 추가로 피해 사례가 접수된 영화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6년 문단 성폭력 폭로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박진성 시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부산 동아대 손모 교수(당시 34세)는 2016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범은 이후 밝혀졌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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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겉치레 없는 부코스키의 인생… 자유로움이란 이런 것

    체면 따위는 진작 걷어찬 인생이다. 술 잠 섹스 같은 본능적 욕구를 써내려 가는데 거침이 없다. 소설 ‘우체국’, ‘팩토텀’, ‘여자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1920∼1994)가 인터뷰와 낭독회를 위해 1978년 프랑스, 독일을 방문한 여정을 담은 이 에세이는 그렇다. 막노동을 하며 글을 쓴 저자는 작가로 유명해지자 유럽에 가게 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프랑스 출판사에서 마련했다는 비행기표는 요금이 지불되지 않았고, 술에 절어 사는 그는 나흘 동안 인터뷰가 열두 건이나 잡혀 있는지 몰랐다. 오전에 역류하는 맥주를 삼켜 가며 인터뷰하는 그의 답변은 이렇다. “내 글은 내가 아는 한 어떤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뭘 중요하게 생각하냐고요? 좋은 와인, 원활한 배설, 아침에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기.” 유명한 프랑스 TV 방송에 출연해 병나발을 불고 말을 마구 뱉어내다 진행자가 그의 입을 막고 “닥쳐요!”라고 소리치기에 이른다. 다음 날 프랑스 신문은 그에 대한 욕으로 도배된다. 물론 그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좌충우돌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에피소드들이 툭툭 튀어나와 웃음이 터진다. 그는 어린 아이 같다. 니스 해변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을 훔쳐보다 여자 친구 린다 리에게 핀잔을 듣지만 쿨하게 인정한다. 소심한 데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하기에 대놓고 여자를 보지 못한다는 것. 낭송회 자리를 꽉 채운 독자들의 열기에 긴장해 린다의 손을 꼭 붙잡고, 성당 구경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내키지 않지만 기꺼이 따라나서는 모습은 천진하다. 당시 촬영한 사진 87장 속의 그는 장난꾸러기처럼 보이다가도 철학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함께 실린 시에도 여행의 고단함과 자신을 향한 환호에 대한 어리둥절함, 린다에 대한 애틋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충실했던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비할 데 없는 자유로움에 어느새 젖어든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원제는 ‘Shakespeare Never Did This’.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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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글로 베풀었다는 건 오만” 시인의 손사래

    “나눌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만난 유안진 시인(77·사진)의 말이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집 ‘다보탑을 줍다’ ‘둥근 세모꼴’ 등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온 그가 아닌가. 그는 고개를 저으며 “글로 무언가를 베풀었다고 여기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상과 나눈 건 적지 않다. 상금과 인세 등을 모아 아프리카에 우물 10개를 만들었다.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대중교통을 몇 번씩 갈아타며 먼 곳까지 다녀온다. 이유는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하느님이 이 땅에 나를 보낸 이유를 매일 여쭤보고 있다”고 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산문집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가 최근 출간됐다. 감사하고 기쁠 때뿐 아니라 화나고 짜증나는 순간까지 일상의 소회를 솔직하게 담았다. 시인은 손사래 치지만 그의 글은 위로가 됐다. 이전부터 그랬듯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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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차기 교황 뽑는 자리, 반전의 결과는?

    성역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선을 놓고 숨 가쁜 접전이 벌어지는 선거 역시 그렇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완벽히 결합돼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에니그마’ ‘아크 엔젤’을 비롯해 ‘폼페이’ ‘임페리움’ 등으로 유명한 저자의 선택은 이번에도 영리했다. 교황이 선종하자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 118명이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 회의를 시작한다. 냉정하고 지적인 진보주의자 벨리니 추기경(이탈리아인), 다양성을 중시하는 아데예미 추기경(나이지리아인), 행사 때 라틴어 사용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 테데스코 추기경(이탈리아인), 두뇌 회전이 빠르고 언론 매체를 잘 활용하는 트랑블레 추기경(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한다. 선출 과정은 엄숙하게 진행되지만 추기경들도 인간이다. 출신 대륙별, 이념 성향별로 특정 추기경을 지지하는 집단이 형성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의미심장하게 해석된다. 선종한 교황의 빡빡한 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젊은 추기경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클라베 관리 임무를 맡은 로멜리 추기경이 준비한 기도문 대신 즉석에서 감명 깊은 기도를 올리자 교황을 꿈꾼다는 말이 퍼진다. 투표가 거듭되고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후보군의 범위가 좁혀지는 듯하지만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고, 순위는 요동치기 시작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결말을 확인하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콘클라베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비밀의 공간을 엿보는 듯한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체격의 교황이 선출될지 알 수 없기에 교황용 제의와 어깨 망토를 대, 중, 소 세 가지로 준비하고 단화도 사이즈별로 10여 개를 갖춰놓는다는 것. 더불어 종교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믿음과 실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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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30000호]황순원 등 ‘문단의 별’ 무더기 배출한 동아신춘문예

    ‘국내 최초, 그리고 최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식어다. 동아일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925년 신춘문예 제도를 도입했다. ‘임꺽정’으로 유명한 홍명희 당시 편집국장 겸 학예부장이 주도했다. 이에 앞서 1923년부터 문예작품 현상 공모에 나섰다. 이후 신춘문예가 정기적인 공모제도로 자리 잡았다. 신춘문예는 첫해부터 동요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의 가사를 쓴 아동문학가 윤석중(동화 ‘올빼미의 눈’)을 발굴했다. 1933년 황순원(시)에 이어 1936년에는 서정주(시), 김동리 정비석(이상 소설)이 한꺼번에 수상했다. 한수산 안도현 장정일, 아동문학가 이오덕 정채봉, 극작가 이강백 역시 본보 신춘문예 출신이다. 현기영 조성기 정진규 오탁번 송기원 남진우 역시 본보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본보 신춘문예가 명실상부한 문학계 스타들의 등용문이 된 것이다. 신춘문예는 변화와 도전에도 과감하게 나섰다. 1979년 중편소설 부문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편 부문 첫 당선자는 ‘새하곡’을 쓴 이문열이었다. 이문열은 “고전만을 강조하던 다른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와 달리 동아일보는 실험적인 정신의 소설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도 한 걸음 앞서갔다. 세기말 젊은이들의 허무주의적 감성을 대변한 기형도를 1985년 ‘안개’로 당선시켰다. 1995년에는 중편 부문에 은희경의 ‘이중주’, 전경린의 ‘사막의 달’이 공동 당선됐고, 이들은 세차게 몰아친 여성 작가 돌풍의 주역이 됐다. 함정임 정끝별 조경란 등도 본보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며 문학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 당선된 천운영 윤성희 박주영 김언수 손보미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본보 신춘문예 출신의 영화, 미술, 방송계 인사도 많다. 이창동 감독은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유홍준 김병종은 미술평론부문,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은 시나리오 부문으로 등단했다. 자매지인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는 박완서를 비롯해 남지심 이남희가 배출됐다. 한편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는 심훈의 ‘상록수’가 당선됐다. ‘상록수’는 그해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며 농촌계몽운동의 횃불이 됐다. 은희경은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게 신춘문예”라고 말했다. 전경린은 “역대 당선자 이름을 확인하며 황금 계보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2018 신춘문예에도 모두 2260명이 6980편의 작품을 응모해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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