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우

주현우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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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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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0~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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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미추홀 440채 대부-추심업체에 넘어가… 경매중단 사실상 어려워

    “확실히 어제보다 매물이 줄었네요.” 20일 오전 10시경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 경매장을 찾은 한 여성(63)이 법정 앞에 걸린 경매 물건 명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단 물건 상당수에 빨간 밑줄과 함께 ‘경매 기일이 변경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해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20채의 경매가 유예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추심업체가 채권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 4채는 이날도 경매가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전날(19일) 정부가 ‘20일부터 경매가 전면 중단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보여주기식 발표에 불과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각지대에 놓인 주택 551채 정부는 전날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미추홀구 피해 주택 채권은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모두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회사들에 6개월 동안 경매 절차를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 주택 1787채 중 551채는 채권자가 대부·추심업체(440채)이거나 개인(111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넘긴 것이다. 정부는 전날 “금융회사들이 추심업체에 채권을 넘긴 경우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부실률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부·추심업체에 넘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우 ‘부실 채권’으로 분류돼 이미 금융권에서 대거 대부·추심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에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30채에 대해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중 26채는 정부 발표대로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 기일 변경을 요청했지만 나머지 4채는 채권자가 경매 개시 시점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대로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가 진행된 4채의 채권자는 모두 대부·추심업체였다.●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 현행법상 경매 일자를 미루는 건 채권자만 가능하다. 그런데 부실 채권을 처분해 수익을 내는 대부·추심업체들은 “우리가 왜 손해를 감수하며 경매를 중단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여러 채의 채권을 갖고 있다는 한 대부·추심업체 대표는 “우리도 돈을 빌려서 부실 채권을 사들인다. 그러다 보니 매물을 처분하지 못하면 대출 이자로만 매달 1억 원이 나간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경매를 유예했을 때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항변했다.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도 “무작정 경매를 미루라는 건 피해자 대신 우리에게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것”이라며 “경매를 유예한 업체들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35)는 “살고 있는 집 채권자가 은행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대부업체에 넘어갔다”며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대부·추심업체로 채권을 넘기지 못하게 하거나, 대부·추심업체들도 경매를 유예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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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경매 중단” 다음날… 전세사기 11채 경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또는 유예를 지시한 다음 날인 19일에도 인천에선 피해 주택 11채의 경매가 예정대로 이뤄졌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사이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돼 1채가 낙찰됐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의 전세사기에 당한 피해자 조현기 씨(45)의 집이었다. 조 씨는 “매번 하루만, 한 주만 버티자는 심정이었는데 이제 정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 씨는 미추홀구 주안동 아파트 전세보증금 6200만 원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소변제금 2200만 원만 건진 채 조만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세계약은 올 10월까지로 기간이 남았지만 경매 낙찰자가 1개월 내 잔금을 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할 경우 기존 전세계약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조 씨 같은 사례를 막겠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피해 주택 경매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20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해 금융회사 대출을 해준 경우 6개월 이상 경매에 넘어가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경매 절차에 이미 돌입한 경우 매각 처분을 유예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조 씨처럼 채권자가 대부업체이거나 개인인 경우 경매·매각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경매·매각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이어서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근본 대책으로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 낙찰자에 앞서 사들일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법안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며 우선매수권 부여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건축왕’ 남 씨 외에도 ‘빌라왕’ 김모 씨 등 악성 임대인 3명이 소유한 인천 내 주택이 3008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523채가 미추홀구에 있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2479채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가 확인된 주택 중 1523채는 이미 경매에 넘겨졌다.“오늘은 경매 못할줄 알았는데… 이젠 정말 거리에 나앉게 돼” 집 잃은 전세사기 피해자 망연자실인천 매일 10~20채 피해주택 경매… 세입자들 “정부대책 임시방편 불과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을” 호소 “그래도 오늘은 유찰될 줄 알았는데….” 19일 오전 11시경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 전세사기 피해자 조현기 씨(45)는 거주 중인 집이 경매에서 낙찰됐다는 법원 통보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조 씨는 2017년 10월 미추홀구에 보증금 5300만 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고, 4년 후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을 6200만 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 집은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가 소유한 전세사기 주택이었다. 조 씨는 지난해 10월 집이 경매에 넘어간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피해자 없게 대책 빨리 시행” 이날 100여 명으로 가득 찬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지난달 1억4900만 원으로 경매에 나왔던 조 씨의 집은 한 차례 유찰됐다. 이날 두 번째 경매에선 2명이 응찰했는데 이 중 1억1289만 원을 써낸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낙찰받았다. 나머지 10채는 유찰됐는데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는 30%씩 떨어진다. 조 씨는 “한 번 정도 더 유찰돼 가격이 떨어지면 돈을 끌어모아 살 생각도 있었는데 한순간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 앞으론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조 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법원 입구 앞에서 경매 낙찰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경매 중단 지시를 내렸지만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건 정부가 즉각 중단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한 피해 주택 1723채의 채권자 중에는 농협 신협 등 협동조합이 979건(56.6%)으로 가장 많았다. 새마을금고가 304건(17.6%), 시중은행이 50건(2.9%) 순이었다. 이처럼 채권자가 금융회사인 경우 임의로 경매를 유예하면 금융 채권 추심 업무 규정상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우 경매를 유예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20일부터 경매 중단 지시가 시행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협조 요청에 불과해 금융회사가 이행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인천지법 경매법원만 해도 매일 10∼20채씩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 매물로 올라온다”며 “이달 말까지 경매가 예정된 피해 주택 80채라도 더 이상 낙찰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 피해자 두 번 울리는 ‘경매꾼’ 최근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속속 넘어가자 이른바 ‘경매꾼’으로 불리는 일부 경매 투자자가 “싼값에 낙찰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투자를 조장하기도 한다. 한 경매 전문 유튜버는 지난달 곳곳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란 현수막이 붙은 주택을 찾아 “지금이 낙찰받기 좋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튜버는 “미추홀구는 지금 노다지”라고 했다. 피해 주택에 살던 세입자가 대항력이 없는 경우 퇴거 조치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월세로 새로 계약을 하라”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19일 발표한 경매·매각 6개월 유예 방침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6개월 경매 유예가 실질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언젠가 경매가 재개돼 집이 넘어가고 비워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쥐꼬리만 한 최소변제금만 받고 퇴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경매에서 집이 낙찰된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집이 경매에서 낙찰된 강모 씨(36)는 “이미 집이 팔렸는데 정부에서 말하는 경매 중단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빚만 남아 당장 이사 비용도 부족한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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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민주당 돈봉투 조달’ 강래구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불법 자금을 조성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정당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9일 밝혔다. 강 회장은 2021년 3~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 캠프 관계자 8명과 함께 9400만 원을 조성해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은 또 2020년 9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으로 재직하면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공사 산하 태양광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12일 강 회장, 윤 의원, 이 의원 등 피의자 9명에 대해 주거지 및 사무실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16일과 19일 강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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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전세사기 주택 2083채 경매 넘어가”

    수도권 일대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의 전세사기로 청년 3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사실상 한 개 동 전체가 경매에 넘어간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빌라)이 미추홀구에만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단체는 건축왕 피해자 거주 주택 중 2000채 이상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경매로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뒤늦게 경매 진행 중단 방침을 밝혔다. 18일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으로 피해 아파트·빌라 34곳 중 이미 12곳이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여기에는 17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한 박모 씨(31)의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이들 주택은 남 씨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업자인 남 씨는 주택을 지은 뒤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받아 다른 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보유 주택을 2700채 이상으로 늘렸다. 대책위 조사 결과 남 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 주택 34개 단지 1723채 중 1066채 이상이 이미 경매에 넘어갔다고 한다. 경매 주택 중에선 이미 106채가 낙찰돼 매각이 완료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부동산 업계와 경매 사이트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대책위에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현재까지 경매로 넘어간 주택은 2083채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전셋집이 경매에 낙찰되면 보증금 반환은 더욱 어려워지는 데다 당장 지낼 곳까지 없어진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017년경 미추홀구에 신혼집을 구했던 이정희 씨(35)는 전세사기로 지난해 6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이 씨는 “언제 낙찰자가 나타나 집을 비워줘야 할지 몰라 매일 불안하다”고 했다.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경매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전세사기 피해 10명중 3명은 보증금 한푼도 못받고 쫓겨날 판” 벼랑끝에 내몰린 인천 피해자들“임시거처도 6개월뒤엔 떠나야새 집 구할 돈 마련할 길 없어생활고 극심해 파산신청 고민” “생활고 때문에 퇴근 후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김모 씨(41)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파산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결혼한 김 씨는 신혼집으로 7300만 원짜리 아파트 전셋집을 마련했다. 2년 뒤 임대인 요구로 전세보증금을 8300만 원으로 올렸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대출도 6500만 원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3월 거주하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김 씨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최소변제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집이 낙찰된 후 버티려 했지만 낙찰자의 요구에 결국 정부 임시 주거지로 옮겼다”며 “임시 거처는 6개월 후에 떠나야 하는데 새벽까지 부업을 해도 돈은 턱없이 모자라 살 집을 어떻게 구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피해 주민 10명 중 3명 한 푼도 못 받아1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의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한 피해자 439명 중 131명(29.8%)은 김 씨처럼 최우선변제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전세보증금이 기준을 100만 원이라도 초과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경매 절차가 끝날 경우 전세보증금 중에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거리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둘러본 미추홀구 일대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외벽에 ‘입찰 금지’ 등의 플래카드를 붙이며 경매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이 여럿 보였다. 이 중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피해자 김윤근 씨(51)는 “전세금 8500만 원 중 한 푼도 못 받고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며 “전세대출이 있어 새 집 보증금을 구할 방법이 없다. 9세 딸과 살 수 있는 월셋집이라도 얻으려고 6월부터 중동의 건설 현장에 나가 일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돼 쫓겨날 날만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강모 씨(37)는 어렵게 마련한 전셋집이 이달 초 경매에서 낙찰돼 집을 비워 주게 됐다고 한다. 강 씨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근처에 남아야 하는데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희생자 3명 합동 추모제 열려이날 오후 7시경 인천 주안역 광장에선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20여 명은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등의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밝힌 이철빈 씨는 “너무 참담하고 슬프지만, 앞서 세상을 떠난 3명의 피해자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평안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 자리에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 출범식도 열렸다. 미추홀구 피해자 단체가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전국 조직을 만든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지금은 살아남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피해자”라고 했다. 대책위는 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을 골자로 한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전세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인천=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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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진 피해여성,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번째 사망자 박모 씨(31)는 국가대표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사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씨는 강원 정선의 한 중학교에서 원반던지기 선수를 하다 부모와 살던 집을 떠나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이후 해머던지기로 종목을 바꾼 박 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학교 졸업 후에는 실업팀 선수로 뛰었다. 박 씨를 지도했던 실업팀 코치는 인천의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착하고 실력 있는 선수였다. 월급을 모아 인천에 전셋집을 마련했다고 좋아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박 씨의 빈소를 찾은 김모 씨는 “박 씨 집 아래층에 살았는데, 젊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게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박 씨의 부친은 “딸이 경제적으로 일찍 독립했다. 폐 끼치는 걸 싫어해서 전세사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에는 애견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고 한다. 박 씨는 “전세사기를 당했다. 의지할 부모님도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전세사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인천=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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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스쿨존 음주운전 단속… 하루 낮에만 55건 적발

    “차에서 내려주세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인근 도로. 경찰이 들고 있는 음주측정기에 붉은색 표시등이 켜지자 경찰이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운전자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종이컵에 생수를 따라주며 입을 헹구고 다시 측정하게 했다. 이 운전자는 두 번째 측정에서 정상이라는 의미로 파란색 불이 들어온 후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끔 졸음방지껌 때문에 음주한 것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신 현장에서 술냄새가 나면 정밀 측정을 실시한다”고 했다.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배승아 양(10)이 숨지고, 9일 분식집을 운영하며 세 아들을 키우던 김모 씨(49)가 역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나는 등 음주운전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이 집중 단속에 돌입했다. 두 사고가 낮 또는 이른 저녁 시간에 일어난 것을 감안해 7주 동안 낮 시간대에도 전국 곳곳에서 불시 단속을 실시한다. 고은초교 앞 스쿨존 도로에선 경찰 12명이 투입됐는데 2시간가량 진행된 집중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1∼3시 전국 스쿨존 인근 등 431곳에서 단속을 실시해 총 55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긴 운전자도 13명이나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늘었다. 전체 음주운전 교통사고에서 주간 시간대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2.9%에서 41.2%로 뛰었다. 이날 고은초교 스쿨존 음주단속 현장을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자에 대해 법에서 정한 최고 형량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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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교 화단, 병원 화장실, 의류수거함… 겁없는 ‘마약 던지기’

    2021년 9월 A 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판매자와 대마 거래 약속을 했다. 판매자가 거래 장소로 고른 곳은 충남 천안시의 한 초등학교였다. 판매자는 초등학교 화단 풀숲 사이에 대마를 숨긴 뒤 A 씨에게 “찾아가라”며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초등학교 화단에 대마잎이 놓여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A 씨는 이렇게 입수한 대마를 흡입하다 같은 해 12월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10월 전북 군산시에서도 유사한 ‘던지기 수법’으로 구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까지 더해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초등학교 화단까지 파고든 마약 판매 최근 마약 거래는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고 사진 등을 통해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면할 필요가 없어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고 검거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13일 마약류 범죄 판결문 중 던지기 장소가 특정된 50건을 분석한 결과 마약 거래는 초등학교 화단, 병원 화장실, 주택가 의류수거함, 에어컨 실외기 등 일상 곳곳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인근에서 마약류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인적이 드문 저녁 시간대 초등학교나 중학교 교문 주변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감시가 덜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A 씨 역시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고 난 뒤 주변 인적이 드문 저녁 시간대를 노려 대마를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침대 베개 아래 마약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2021년 7월 필로폰 구매자 B 씨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호텔 객실을 빌린 후 침대 베개 밑에 현금 20만 원을 놓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 나갔다. 이후 구매자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돈을 챙긴 후 마약을 베개 밑에 넣고 나갔다. 관리가 잘 안 되는 건물이 단골 거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약 판매상인 중국인 C 씨는 2021년 12월 2주 동안 한 건물에서 320차례 필로폰 던지기 거래를 했다. 필로폰을 숨긴 장소는 건물 전기계량기 내부, 지하 유리창틀, 우편함, 전기 배선 아래, 손잡이 뒤편 등으로 다양했다. C 씨가 2주간 거래한 필로폰은 총 661g으로 1만8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는 마약 거래 혐의로 지난해 4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하철 무인 보관함 등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곳까지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곳에서 마약이 거래되면서 단속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37분 만에 거래, 임신부와 살며 대마 재배도 던지기 거래가 일상화되다 보니 음식 배달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20년 3월 D 씨는 텔레그램으로 합성 대마 1봉지(약 0.75g)를 구매하기로 하고 25만 원을 무통장 입금했다. 입금부터 부산의 한 주택가 화분에 숨겨진 대마를 찾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37분에 불과했다. 한편 13일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주거밀집지역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직접 피운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권모 씨(26)와 박모 씨(26)는 서울 중랑구 빌라 지하에 전문 설비를 구비하고 액상대마를 만들었고, 박모 씨(37)의 경우 임신 초기인 배우자와 경남 김해의 아파트에 살면서 대마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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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작전세력 활개… 4년전 납치사건에도 대책 손놔 범죄 속출

    가상화폐를 노린 납치 살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가운데 ‘판박이’처럼 비슷한 강력 사건이 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2018년 이후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무풍지대에서 시세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큰 손실을 보자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범죄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코인 두고 납치-탈취 강력 범죄 반복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납치 살인과 유사한 강력 범죄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9년 지인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약 1억 원을 날린 A 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압박을 받던 중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에게 3억 원 상당의 코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B 씨에게 납치 강도 범행을 제안했고 2019년 4월경 피해자가 살고 있던 광주 북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피해자를 납치해 광주 서구의 한 저수지 인근 공터로 이동했다. 둘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재산 가치가 없는 코인만 있는 걸 확인하고 피해자를 풀어줬다. 광주지법은 2019년 4월 특수강도 미수 및 공동감금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코인을 둘러싼 납치 사건은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약 50억 원의 코인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인천의 한 물류창고로 납치하는 등 총 28시간 동안 감금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일당 6명이 붙잡힌 것이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내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9월 일당 중 주범 2명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500만∼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시세조종 전담 세력이 피해자 양산”가상화폐 업계에선 최근 발생한 강남 납치 살인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보급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시세 조종 세력이 판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됐는데 여기에 시세 조종 세력이 붙어 가격을 좌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코인에 투자해온 한 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올랐을 때 비트코인 등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코인을 둘러싸고 시세 조종 정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시세 조종 수법은 대형 거래소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흘려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우는 ‘허위 공시’,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지인들과 거래하며 가격을 올리는 ‘펌핑’, 보유 코인을 자기 돈으로 사고팔며 시세를 올리는 ‘자전 거래’ 등이다. 주식의 경우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용되고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 대신에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돼 입증이 어렵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도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10∼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라인상에 여러 차례 올리며 코인을 판매한 행위를 시세 조종이 아닌 단순 사기로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약하다 보니 시세 조종을 전담으로 하는 비밀세력도 있다”며 “업계에선 ‘전무’라고 불리는 인물이 서울 강남구 ○○동에 약 1650㎡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컴퓨터 300대를 가져다 놓고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카이라인’으로 불리는 작전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과거처럼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되는 일은 줄었지만 그 대신 과거 시세 조종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며 범죄 등 극단적 선택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강력 범죄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선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듯이 새로 발행하는 가상화폐 심사에도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 시세 조종이 투자자 피해 또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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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력가 부부, ‘납치 살해’ 제안받고 7000만원 주며 지시”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인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 부부가 주범 이경우(36·수감 중)의 납치 살인 계획을 승인하고 착수금 등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당들은 피해자 A 씨뿐만 아니라 A 씨의 남편까지 범행 대상에 올려놓고 살인 계획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에게 피해자 부부를 납치, 살해할 것을 제안했고 유 씨 부부가 동의해 착수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 부부가 “피해자에게 코인이 몇십억 원 있을 것이다. 잘해 보자. 코인을 옮기고 현금 세탁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이미 구속된 유 씨 외에 부인 황모 씨도 8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 폭락 사태를 계기로 A 씨와 원한 관계를 갖게 된 유 씨 부부가 이경우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유 씨의 부인 황 씨 계좌에서 7000만 원이 인출되고, 이경우의 아내 B 씨 계좌로 현금 수백만 원씩 약 43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간호사인 B 씨는 지난달 29일 피해자 납치 직전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져나와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 마취제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경우는 공범 황대한(36·수감 중)과 연지호(30·수감 중)가 A 씨를 납치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1시경 경기 용인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유 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씨와 이경우는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뿐 아니라 A 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탈취하려고 했지만 정작 A 씨가 코인을 보유한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후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같은 날 오후 2시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유 씨를 만나 “도피 자금 6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 씨는 “당장 그런 돈을 구할 수 없다. (밀항) 배편을 알아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가 범행 직후 A 씨 휴대전화 등을 쇼핑백에 담아 B 씨에게 줬고, B 씨는 이경우가 체포된 후 유 씨의 부인 황 씨에게 이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미행 과정에 가담했던 이모 씨(수감 중) 등 4명을 9일 검찰에 송치했다. 연지호는 검찰에 이송되며 취재진에게 범행 가담 이유에 대해 “3억 원 넘게 받기로 했다”며 “황대한과 이경우가 ‘너도 (범행 모의를) 알고 있어 죽을 수 있다’고 협박해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경우는 “고인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범행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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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강남살인 교사혐의 재력가, ‘사람 처리 가능’ 말해”…법원, 구속영장 발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 씨가 구속된 가운데, 유 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를 두고 ‘언제든 청부살인이 가능한 사람’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이경우가 유 씨의 지시를 받은 후 자신의 대학 동문인 공범 황대한(36)과 연지호(30)를 끌어들여 피해자 A 씨를 납치, 살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납치,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심을 받는 유 씨 부부와 A 씨는 가상화폐 퓨리에버가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함께 투자한 초기 멤버였다. 유 씨 부부는 “퓨리에버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며 지인들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거래소 상장 전 유 씨 부부와 A 씨가 유치한 투자금만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거래소 상장 직후 급등했던 시세는 2021년 1월 폭락했고 투자 손실 책임을 놓고 유 씨 부부와 피해자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유 씨 부부는 당시 자신의 권유로 퓨리에버를 산 투자자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초기 투자자는 “유 씨의 아내가 조직폭력배들에게도 투자를 종용했는데 (가격이 폭락하자) 굉장히 난감해하고 다급해했다”며 “건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왜 안 오르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씨 부부는 A 씨가 폭락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A 씨에 대한 원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유 씨는 2021년 초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로 A 씨를 제외한 다른 초기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투자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씨가 당시 A 씨를 ‘나쁜 ×’이라고 부르면서 특수부대를 나온 이경우가 중국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을 빼내서 사람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씨의 부인 황모 씨는 한 투자자와의 통화에서 A 씨를 ‘죽이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2021년 2월 25일 유 씨의 부인 황 씨는 “A 씨가 가지고 있는 코인 때문에 MM(Market Making·시세 조작)을 못 하고 있다”며 “저 미친 × 내가 직(죽)일 거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0시 57분경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유 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가 자신들 부부와 A 씨 사이의 갈등을 잘 알고 있는 이경우에게 4000만 원을 건넸고, 범행 직후 두 차례 만난 점 등을 토대로 유 씨가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씨와 이경우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피해자와의 관계와 이경우에게 범행을 지시한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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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강남 살인’ 윗선의혹 부부-피해자, 코인 동업… 폭락하자 소송전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배후로 체포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와 부인 황모 씨가 피해자 A 씨와 3년 전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 유치 과정 당시부터 수수료 배분 문제로 다퉜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 씨가 A 씨에 대해 원한을 갖고 범행을 사주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씨 부부와 A 씨는 2020년 퓨리에버 코인 발행 직전 투자금 유치를 위해 서로 동업했다. 일반인들에게 코인을 판 후 판매금 일부를 코인 발행사 대표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A 씨가 70%를, 유 씨 부부가 30%를 나눠 갖기로 한 것이다. 당시 투자 유치에 함께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황 씨가 수익을 나누기 전 일부 금액을 빼돌린 걸 A 씨가 알게 되면서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악화된 관계는 2021년 초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코인 투자자들이 A 씨와 유 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고, 2021년 10월 유 씨의 아내 황 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9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유 씨 부부가 자신들과 A 씨 간 갈등을 잘 알고 있는 핵심 피의자 이경우(36)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범행 착수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4000만 원을 유 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시점도 유 씨 부부와 A 씨가 소송전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경찰은 코인 발행사 대표 이모 씨(59)의 범행 연루 여부도 확인 중이다. 이경우가 일했던 서울 서초구 한 법률사무소 사무실도 6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경과를 보고받은 뒤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되기 전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수민 형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소속 검사 3명을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다만 이경우의 가족들은 5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신상이 공개된 실행범 황대한(36)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한 가족은 “황대한이 이경우로부터 착수금 700만 원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이는 호의에 따른 금전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광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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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강남 살인’ 윗선의혹 부부-피해자, 코인 동업…폭락하자 소송전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배후로 체포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와 부인 황모 씨가 피해자 A 씨와 3년 전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 유치 과정 당시부터 수수료 배분 문제로 다퉜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 씨가 A 씨에 대해 원한을 갖고 범행을 사주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씨 부부와 A 씨는 2020년 퓨리에버 코인 발행 직전 투자금 유치를 위해 서로 동업했다. 일반인들에게 코인을 판 후 판매금 일부를 코인 발행사 대표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A 씨가 70%를, 유 씨 부부가 30%를 나눠 갖기로 한 것이다. 당시 투자 유치에 함께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유 씨 부인) 황 씨가 수익을 나누기 전 일부 금액을 빼돌린 걸 A 씨가 알게 되면서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악화된 관계는 2021년 초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코인 투자자들이 A 씨와 유 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고, 2021년 10월 유 씨의 아내 황 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9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유 씨 부부가 자신들과 A 씨 간 갈등을 잘 알고 있는 핵심 피의자 이경우(36)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범행 착수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4000만 원을 유 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시점도 유 씨 부부와 A 씨가 소송전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경찰은 코인 발행사 대표 이모 씨(59)의 범행 연루 여부도 확인 중이다. 이경우가 일했던 서울 서초구 한 법률사무소 사무실도 6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경과를 보고받은 뒤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되기 전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수민 형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소속 검사 3명을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다만 이경우의 가족들은 5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신상이 공개된 실행범 황대한(36)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한 가족은 “황대한이 이경우로부터 착수금 700만 원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이는 호의에 따른 금전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광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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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외국인 “‘Hakwon’ 컬처, ‘위크엔드 파더’ 바꿔야 출산”

    “아이들에게 ‘How are you today?(오늘 어때?)’라고 물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한국 아이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저 학원 가야 해요’, ‘오늘 학원 3개 가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 애덤 돈 씨(50·미국)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돈 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할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이런 추세를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발표한 대책도 대부분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저출산의 원인과 해법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지난달 23∼29일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심층 인터뷰했다. 직업을 갖고 있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이와 부모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원어민 교사 16명이 대상이었다.● “한국은 ‘열 살까지만’ 아이 키우기 좋아” 외국인들은 ‘수능(K-SAT)’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비싼 ‘학원 문화(Hakwon culture)’,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한국은 이미 태어난 아이조차 행복하게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한 외국인은 부모보다 아이 시점에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본 셈이다. 이들이 본 한국은 한마디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나라’였다. 생후 1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알렉산드라 바르 씨(31·미국)는 “한국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단,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건강보험 제도가 잘돼 있고 어린이집 비용도 정부가 전부 지원해 준다는 점이 좋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심해져서 아들이 중학생 때부터는 학원을 다니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스카일라 케터링 씨(30·미국)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초등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보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니게 하고 싶다”며 “한국의 시험에 대한 심한 압박과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토머스 앨런 던라비 씨(41·미국)는 “한국에는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는 ‘옆집(Yeopgip) 바이러스’가 있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은 자녀들이 어떤 학원과 유치원에 다니는지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6조 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수당 등의 정부 지원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아도 결국 학원비로 다 쓰인다면 체감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뚜렷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저고위 대책에서도 “수준 높은 방과 후 프로그램 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개빈 이스턴 씨(45·영국)는 “영국에선 사교육이 불필요하다”며 “고등학교 시험이 (한국과 달리) 암기를 통한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2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쓰는 형식이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아빠는 ‘주말 아빠(Weekend father)’ 외국인들이 꼽은 또 다른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붕괴된 부모들의 워라밸이었다. 16명에게 국내 저출산 정책 5개 분야(의료비, 현금, 보육, 일·가정 균형, 주거 지원) 중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물었을 때 ‘일·가정 균형’(7명)을 1위로 꼽았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자녀가 없는 A 씨는(37·미국)는 한국인 직장 동료들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아빠의 모습을 ‘주말 아빠(Weekend father)’, 혹은 ‘가끔 보는 아빠(Visiting father)’라고 표현했다. 평일에 한국 아빠들은 자녀가 잠든 아침에 출근해, 자녀가 잠든 늦은 밤 귀가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직장 동료들이 자주 ‘아이를 낳지 말고 그냥 자유를 즐겨라’라고 한다”며 “만약 아빠와 아이가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는 데 열린 마음가짐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도 출산의 걸림돌이라고 꼽았다. 샐리 우 씨(30·미국)는 한국에서 여성 교사가 출산휴가와 방학 때문에 결혼 상대로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런 이유로 교사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른 직장인들도 교사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유럽 국가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이행력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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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대통령실 용산 이전 발표 1년… 상인들 “시위 소음과 매일 전쟁”

    “더 이상 소음을 참을 수 없어서 가게를 내놨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수민 씨(32)는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부쩍 늘어난 집회 때문에 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고 했다. 박 씨는 “집회 참가자와 말싸움도 해 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며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놨다”고 하소연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발표된 후 1년여 동안 용산구 내 집회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서에 신고된 집회·시위 건수는 2021년 2516건에서 지난해 3407건으로 약 35% 늘었다. 올 들어선 1, 2월에만 지난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954건이 신고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집회·시위는 대부분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각지역 1, 2, 10번 출구 앞에선 주말마다 몇 건씩 집회나 시위가 열리는 실정이다. 삼각지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모 씨(71)는 “주말마다 집회 참가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에 가게 안에 있던 손님도 발길을 돌릴 지경”이라고 했다. 주민과 상인들은 집회를 마친 후 뒷정리도 잘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달 26∼28일과 이달 3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삼각지역 인근을 둘러보니 주말 집회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 쌓여 있었고, 가로등과 나무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붙인 손팻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인근 주민 이모 씨(47)는 “주말에는 집회 인파에 버스 통행이 막혀 외출하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집회시위법 개정을 위한 온라인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관할 용산경찰서도 지난해부터 집회·시위 소음 규정 위반 등을 전담하는 ‘집시반’을 수사과에 신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소음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심할 때는 하루 50건씩 소음 신고가 들어올 때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음 달 용산공원이 개장을 앞두고 있어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집회가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사유지가 아닌 이상 경찰에 신고만 하면 공원 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도 “집무실이 보이는 용산공원에 집회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올 2월 입법예고된 집회시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하반기(7∼12월)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의 집회 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아 입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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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빌라서 화재… 나이지리아 어린 4남매 숨졌다

    “중고 물품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가족이었어요.”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웨나린 씨(45)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인 남편이 있어 이날 화재 피해를 당한 나이지리아인 A 씨(55) 가족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웨나린 씨는 “A 씨는 15년 전 한국에 와 부인과 안산시 다세대주택 등을 전전하며 다섯 아이를 힘들게 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창문서 떨어뜨린 막내만 살아 불은 이날 오전 3시 28분경 선부동의 3층짜리 빌라 1층 A 씨 집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약 40분 만에 불을 진화했지만 A 씨의 집에선 이들 부부 자녀 중 11세, 4세 딸과 7세, 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네 아이 모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차 감식 결과에 따르면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한다. 출입구 인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돼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거실에서 자던 A 씨는 가족들에게 화재 소식을 알렸고 밖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방에서 다섯 아이와 함께 자던 부인 B 씨(41)는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막내딸(2)을 1층 약 2m 높이의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후 본인도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부부 중 누구도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B 씨는 골절상을 입고 양발과 오른팔에 화상을 입은 A 씨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막내딸도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한다. 이날 화재로 이 빌라 거주자 41명 중 A 씨 부부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31명은 자력 대피했다. 3층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김 알렉산더 씨(45)는 “간밤에 누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듣고 아들딸과 옥상으로 대피해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전에도 화재 사고 당해 불이 난 건물은 1994년 준공된 3층 빌라인데 내부에는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소방 장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지인 등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1년여 전부터 21㎡(약 6.4평)쯤 되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생활했다고 한다. A 씨는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을 거의 못 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숨진 자녀 중 일곱 살 아들은 2년 전에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씨 가족이 2021년 1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에 거주할 때 거실 소파 근처에서 난 불로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1500만 원 상당의 화상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안산시에서 A 씨 부부와 막내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화재 피해를 줄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 해도 A 씨 가족을 빼고도 화재로 외국인 2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주성 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멀티탭에 과도하게 많은 전원을 연결하거나 전기장판을 종일 틀어놓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며 “이주 초기 필수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거주지의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안산=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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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나이지리아 4남매, 빌라 화재로 숨져

    “중고 물품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가족이었어요.”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웨나린 씨(45)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인 남편이 있어 이날 화재 피해를 당한 나이지리아인 A 씨(55) 가족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웨나린 씨는 “A 씨는 15년 전 한국에 와 부인과 안산시 다세대주택 등을 전전하며 다섯 아이를 힘들게 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5남매 중 막내만 생명 구해불은 이날 오전 3시 28분경 선부동의 3층짜리 빌라 1층 A 씨 집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약 40분 만에 불을 진화했지만 A 씨의 집에선 이들 부부 자녀 중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네 아이 모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차 감식 결과에 따르면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한다. 출입구 인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돼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화재 당시 거실에서 자던 A 씨는 가족들에게 화재 소식을 알렸고 밖에 나와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방에서 다섯 아이와 함께 자던 부인 B 씨(41)는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막내딸(2)을 1층 약 2m 높이의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후 본인도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부부 중 누구도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B 씨는 골절상을 입고 양발과 오른팔에 화상을 입은 A 씨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막내딸도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한다.이날 화재로 이 빌라 거주자 41명 중 A 씨 부부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31명은 자력 대피했다. 3층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김 알렉산더 씨(45)는 “간밤에 누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듣고 아들딸과 옥상으로 대피해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전에도 화재 사고 당해불이 난 건물은 1994년 준공된 3층 빌라인데 내부에는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소방 장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지인 등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1년여 전부터 21㎡(약 6.4평)쯤 되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생활했다고 한다. A 씨는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을 거의 못 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숨진 자녀 중 일곱 살 아들은 2년 전에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씨 가족이 2021년 1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에 거주할 때 거실 소파 근처에서 난 불로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1500만 원 상당의 화상 치료비를 지원했다.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안산시청에서 A 씨 부부와 막내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화재 피해를 줄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 해도 A 씨 가족을 빼고도 화재로 외국인 2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주성 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멀티탭에 과도하게 많은 전원을 연결하거나 전기장판을 종일 틀어놓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주 초기 필수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거주지의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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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 62일만에 재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시위를 23일 재개했다. 1월 20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위를 중단한 지 62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 등 1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45분경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상행선 방면에서 열차 탑승을 시도했다. 그러자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 200여 명이 이들을 에워쌌고, 전장연 관계자들이 안전문(스크린도어)에 휠체어를 세운 채 버티면서 지하철 운행이 4분가량 지연됐다. 결국 전장연 관계자들은 지하철 탑승을 포기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장연 관계자와 경찰 등이 뒤엉키면서 2호선 환승 통로를 막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어 전장연 측 시위대 약 200명(경찰 추산)은 오전 11시 시청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진행 중인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점검조사’가 “전장연 죽이기”라고 규탄했다. 이날 오후에는 시위대가 시청역 내에 천막 설치를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450명(경찰 추산)까지 늘어난 시위대는 시청 동편에서 행진 집회를 이어갔다. 행진 도중 일부 시위대가 사전 신고된 차로를 벗어나자 경찰이 휠체어를 강제로 들어올려 인도로 이동시키며 충돌이 벌어졌다. 이어 오후 6시 반경 퇴근 시간대 행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위대가 다시 차로를 벗어나면서 시청 인근 도로에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며 시청 동편 앞에서 쇠사슬로 휠체어를 묶은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1박 2일 노숙 농성도 예고했다. 이날 시위에 대해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진행 중인 조사는 전장연 죽이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세훈 시장도 페이스북에 “불법 행위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강경 대처 방침을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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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대표, 명동에 새 점포 열고 영업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거점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를 조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00일 넘도록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식당 대표가 서울 도심에 다른 중식당을 열고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당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12월 5일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한국을 포함해 최소 53개국에서 중국이 비밀경찰서 10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국정원과 경찰은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지목된 동방명주 소유주 왕하이쥔 씨(45) 등이 중국인 송환 과정에서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일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불법행위 입증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도 “(동방명주 소유주가) 범죄자 송환 및 영사 업무를 해왔다는 의혹 등을 조사 중”이라며 “소유주 외 다른 인물이 관련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파구가 “무허가 영업을 했다”며 동방명주 측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국정원 등의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이 왕 씨의 지인인 동방명주 대표 A 씨(55)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다른 중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기자는 20일 점심시간 A 씨가 운영하는 중국식 샤부샤부 전문점을 찾았는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직원 상당수는 동방명주 직원들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 씨는 1월 10일 새 식당을 맡아 운영을 시작했다. 왕 씨도 자주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한강에 뜬 선박을 임대해 식당으로 운영해왔던 동방명주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식당 관계자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을 뿐 중국 교민 등의 사적 모임 장소로 사용되는 걸로 보인다”며 “19일에도 왕 씨를 비롯해 중국 교민 40여 명이 참여한 행사가 열렸다”고 했다. 동방명주 측은 선박 소유자와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선박 소유자는 7개월 치 월세 총 2억3000만 원가량을 체납했다며 동방명주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동방명주 측은 선박 리모델링 비용 43억 원을 돌려달라며 가게를 비우지 않고 있다. 왕 씨는 비밀경찰서 의혹과 관련한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중국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할 말이 많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만 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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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 사망 고시원’ 입주민들 “난동에도 해코지 할까봐 모른척”

    “평소에도 (누군가) 술마시고 난동 부리는 소리가 자주 들렸어요.” 18일 서울 동대문구의 A고시원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80대 남성은 “누군가 난동 피우는 소리가 나면 그저 방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 그래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고시원에선 이달 11일 오전 1시경 조모 씨(45)와 안모 씨(60)가 60대 B 씨를 50분 동안 구타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 씨와 B 씨가 복도에서 몸이 부딪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안 씨까지 가담해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동안 B 씨는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고시원 입주자 누구도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B 씨는 이후 7시간가량 복도에 방치돼 있었다. 오전 8시경에야 이날 고시원에 처음 입주한 강모 씨(57)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다가 이틀 후 숨졌다. 조 씨와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12일 구속됐다. 19일 만난 A고시원 입주자들은 “술주정과 고성은 일상”이라며 “이웃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쓸 수 없는 게 고시원의 현실”이라고 했다. 7년간 이 고시원에서 살았다는 60대 남성은 “술 마시고 복도에 대소변을 보는 사람이 있어 고시원 관계자를 통해 항의했는데 얼마 후 갑자기 찾아와 시비를 걸었다”고 했다. 이 고시원에 8년 동안 거주했다는 중년 남성도 “시끄럽다고 (다른 방을) 찾아가면 말싸움이 시작되고 해코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슨 소리가 들려도 (방) 밖으론 아예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A 고시원의 복도는 폭이 1.5m가량인데, 중간중간 냉장고가 놓여 있어 몸을 돌리지 않으면 통행이 어려웠다. 복도에선 방에서 나오는 TV 소리와 통화 내용이 그대로 들렸다. 한 입주자는 “방과 방 사이가 얇은 합판이어서 방음이 전혀 안 된다”고 했다. 이 고시원 방은 월 25만∼40만 원인데 숨진 B 씨는 가장 저렴한 월 25만 원짜리 방에 살았다. 창이 있는 40만 원짜리는 대부분 공실이었다. 신고자인 강 씨는 “전에 총무로 일하던 고시원에선 내가 술을 못 마시게 했다. 만취한 채로 들어오면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고 돌려보냈다”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인데 그렇게라도 해야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고시원에 방이 20개 정도 있고 절반 이상 차 있었으니 사건 당시 적어도 10명은 방에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인 B 씨의 장례는 조만간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공영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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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인천 사망 일가족, 채무로 어려웠던 듯”

    인천의 주택가에서 40대 부부와 세 자녀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8일) 오전 10시 37분경 인천 미추홀구 단독주택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 안에서 A 씨 부부와 첫째 딸(5), 둘째 딸(4), 막내아들(2)의 시신을 발견했다. A 씨의 아내와 세 자녀는 흉기에 찔린 채 같은 방에 쓰러져 있었고, A 씨는 다른 방에 혼자 숨져 있었다. 신고는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해 집을 찾아간 A 씨의 친척이 했다고 한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을 감안할 때 A 씨가 아내와 자녀를 흉기로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이웃 주민은 “경제적으로 아주 곤궁한 형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주택은 A 씨 소유였다. 다른 주민은 “부부가 맞벌이를 했던 걸로 안다. 평소 아내가 ‘남편이 알뜰하다’고 칭찬하는 등 비교적 화목해 보였다”고 했다. 다만 A 씨 부부는 지난해 하반기 2층을 개조해 소규모 찜질방 업주에게 임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온라인에는 A 씨가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테리어 시공 부업을 시도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2017년 8월 해당 주택을 3억1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1억6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A 씨는 최근 주택 처분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최근 채무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고 A 씨 부부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및 병원 진료 내역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도 의뢰했다.인천=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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