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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현대축구단 감독(54)이 모교인 고려대의 축구부 창단 100주년을 응원하며 후배들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고 고려대가 17일 밝혔다.홍 감독은 14일 고려대와의 기부 약정식에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와 함께한 고려대 축구부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며,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격려가 되길 바란다”며 “고려대 축구부를 더욱 발전, 성장시켜 고려대 축구부의 자부심을 더욱 높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홍명보 감독의 고귀한 뜻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홍 감독은 고려대 체육교육과 87학번으로 학창 시절 고려대 축구부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14년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며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고, 은퇴 후엔 한국 축구 U-20 대표팀 감독, 올림픽 대표팀. 국가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국내 주요 기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일본발(發) 테러 예고 이메일이 도착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일본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보낸 테러 예고 이메일은 최근 열흘 사이에 4번째인데 이번에는 대검찰청과 전국 지자체 청사, 대학 등이 언급돼 각 기관 직원 등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6일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이메일 2통을 받았다는 신고를 오전 9시경 서울시로부터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발송된 이메일에는 폭발물 설치 장소로 대검찰청과 부산·광주·수원·화성시청,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 등이 언급됐다. 해당 장소들에 폭발물 2억7000만여 개를 설치했으며 16, 17일 오후에 터뜨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당 시청 공무원을 대피시키고, 경찰특공대와 군 폭발물 처리반을 투입해 폭발물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언급된 장소 어디에서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테러 예고 이메일의 내용과 형식이 최근 세 차례 국내에 도착한 이메일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해 협박 이메일은 한 일본인 변호사와 변호사가 소속된 법률사무소 명의로 전송됐다. 9일과 13일에도 7일과 같은 명의로 “국립중앙박물관, 일본대사관, 남산서울타워, 일본인학교를 폭파하겠다” “서울시청 내 여러 곳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 폭파 시간은 15일 오후 3시 34분”이라는 이메일이 잇따라 전송됐다. 다만 이 이메일들을 보낸 일본 IP주소는 모두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선 최근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계정을 도용해 이메일을 보내는 수법의 피싱 범죄가 성행 중이다. 가라사와 변호사는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는 것 같다. 일부 극단주의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직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임종을 지켰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15일부터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대통령실은 “조화와 조문을 사양한다”고 밝혔으나 빈소에는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부부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낸 데 이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도 조문했다. 김대기 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유인촌 문화체육특보 등 대통령실 참모들도 조의를 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인 김기현 당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조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등이 조문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짧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윤 대통령은 ‘바쁜 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조문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조의했다. 종교계에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대한예수교장로회 명성교회 원로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총회장,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최종수 성균관장 등이 조문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윤 대통령의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조문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 부친상은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9년 10월 29일 모친상을 치렀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소음과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었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2시 반경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8·15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2만2000여 명(경찰 추산)은 동화면세점부터 중구 덕수궁 대한문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세종대로 대한문 방향 편도 5개 전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크레인에 대형 스피커를 매달아 놓고 구호를 외치며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도로 점거와 소음은 본행사에 앞서 식전행사가 열린 이날 오전 10시 반경부터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선 경찰이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한 ‘등가 소음’이 기준치 75dB(데시벨)을 훌쩍 넘긴 93∼94dB을 기록했다. 본집회 장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도 집회 소음 때문에 옆 사람과 일상적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집회 참가자의 함성까지 더해지며 한때 소음은 집회 허용 최고 소음 기준(95dB)을 넘어 107dB까지 올랐다. 경찰은 등가 소음은 한 번, 최고 소음은 시간당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한 경우 소음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등가 소음 기준을 최소 3차례 위반해 기준 이하 소음 유지 명령,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을 잇달아 내렸지만 주최 측은 그대로 집회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최 측을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음 기준 위반으로 재판에 넘기더라도 20만∼50만 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4차례 이상 소음 기준을 위반했고 올 3, 6월 집회에서도 소음 기준을 위반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도를 넘는 소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루마니아 스카우트 대원 알리나 씨(23)는 “집회가 너무 시끄러워 인근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9세, 11세 자녀와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찾았다는 장모 씨(46)는 “기분 좋게 나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시끄러워 집에 갈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유통일당 외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약 3000명도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일대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세종대로 서울시의회∼청계광장 구간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6km에 불과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직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임종을 지켰다.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15일부터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대통령실은 “조화와 조문을 사양한다”고 밝혔으나 빈소에는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부부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낸 데 이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도 조문했다. 김대기 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유인촌 문화체육특보 등 대통령실 참모들도 조의를 표했다.김진표 국회의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인 김기현 당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조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등이 조문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짧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윤 대통령은 ‘바쁜 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조문했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조의했다. 종교계에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대한예수교장로회 명성교회 원로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총회장,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최종수 성균관장 등이 조문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윤 대통령의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조문했고, 인요한 연세대 교수도 조의를 표했다.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 부친상은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9년 10월 29일 모친상을 치렀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소음과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었다.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2시 반경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8·15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2만2000여 명(경찰 추산)은 동화면세점부터 중구 덕수궁 대한문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세종대로 대한문 방향 편도 5개 전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크레인에 대형 스피커를 매달아 놓고 구호를 외치며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도로 점거와 소음은 본행사에 앞서 식전행사가 열린 이날 오전 10시 반경부터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선 경찰이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한 ‘등가 소음’이 기준치 75dB(데시벨)을 훌쩍 넘긴 93~94dB을 기록했다. 본 집회 장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도 집회 소음 때문에 옆사람과 일상적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집회 참가자 함성까지 더해지며 한때 소음은 집회 허용 최고 소음 기준(95dB)을 넘어 107dB까지 올랐다. 경찰은 등가소음은 한 번, 최고소음은 시간당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한 경우 소음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경찰 관계자는 “이날 등가 소음 기준을 최소 3차례 위반해 기준 이하 소음 유지 명령,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을 잇달아 내렸지만 주최 측은 그대로 집회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최 측을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판에 넘기더라도 20만~50만 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4차례 이상 소음 기준을 위반했고 올 3, 6월 집회에서도 소음 기준을 위반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시민들은 도 넘는 소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루마니아 스카우트 대원 알리나 씨(23)는 “집회가 너무 시끄러워 인근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9세, 11세 자녀와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찾았다는 장모 씨(46)는 “기분 좋게 나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시끄러워 집에 갈까 고민했다”고 말했다.자유통일당 외에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약 3000명도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일대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세종대로 서울시의회~청계광장 구간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6km에 불과했다.주현우기자 woojoo@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체스-미니카에 빠진 ‘어른 덕후들’게임과 놀이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어른들이 있다. 지난달 체코 국제대회에 다녀온 ‘체스 덕후’ 기자, 창고에 미니카 트랙을 만들고 밤마다 조립과 주행에 몰두하는 사업가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 즐겼던 게임이나 놀이를 어른이 된 후에도 놓지 않는 이들이 있다. 회사에 다니며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수입과 시간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으며 ‘은밀한 기쁨’을 느끼는 어른들. 기자 역시 주말마다 초등학생 시절 얻게 된 취미에 몰두하는 이른바 ‘덕후’인데 얼마 전 드디어 꿈꾸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게 됐다. 기자는 어학연수로 열두 살 때 뉴질랜드에 갔다가 홈스테이 가정에서 우연히 접한 체스에 매료됐다.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즐길 수 있는 두뇌게임이란 점이 매력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레 꿈이 생겼다. 바로 해외 체스 대회에 참가해 전 세계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것이었다. 넉 달 동안 월급을 모으고 휴가를 낸 끝에 기자도 전 세계 48개국에서 1066명이 참가한 체스 대회 ‘체코 투어’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었다. 오랜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달 19일 출국을 앞두고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대회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열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파르두비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지난달 22일 개막했다. 파르두비체 시의원회관 대강당에는 1, 2층을 합쳐 300개 넘는 체스판이 설치됐다. 2층 난간에는 참가자들의 국기가 빼곡하게 걸렸다. 기자를 포함해 한국 참가자도 60여 명 있었던 만큼 태극기도 걸려 있었다. 대회장 한쪽에 입점한 기념품점에선 체스 서적과 티셔츠 등을 팔았다. 참가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는 이날 오후 3시 시작됐다. 아비터라고 불리는 심판이 “행운을 빕니다. 경기를 시작해주세요”라고 안내하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악수를 나눴다. 기자의 첫 상대는 한국에서 온 박주혁 군(14)이었다. 어린 학생이라고 보고 방심한 탓일까. 박 군의 매서운 공격에 중요한 국면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됐다. 체스판에서 나이는 변수가 아니란 걸 절실히 느끼는 기자에게 박 군은 “그래도 잘 싸웠다”며 “실수하더라도 멘털을 잘 다스리면 앞으로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군의 충고를 듣고 마음을 다잡은 기자는 체코 선수 2명과 독일, 폴란드 선수를 차례로 이기고 4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승점이 같은 선수끼리 만나 겨루게 되는 대회 방식(스위스 리그 방식) 때문에 상대 실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연승 행진을 계속 이어갈 순 없었고, 결국 6승 1무 2패로 입상에는 실패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최저 점수 제한이 없는 ‘오픈 레이팅’ 그룹 참가자 238명 중 18등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또 기자는 이 대회를 통해 세계체스연맹(FIDE)이 부여하는 공식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 FIDE 점수가 있는 300여 명 중 57위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대회 출전을 위해 술자리를 줄이고 외식도 참으며 마련한 돈으로 항공권과 숙박비를 충당했다. 불규칙한 업무 때문에 힘든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연습을 했다. 준비하는 동안 ‘이렇게 어렵게 출전했는데 공식 점수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공식 점수를 받으려면 공식 점수 보유자와 대결해 일정 경기 이상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세계인들과 원없이 체스를 두며 쌓은 평생의 추억이었다. 자연스럽게 귀국한 후 다음 메이저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알아보게 됐다. 찾아보니 내년 1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대회가 있었다. 항공권과 숙박비를 합치면 이번에는 얼마를 모아야 할까.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국적 달라도 체스판 앞에선 ‘한마음’ 대회장에선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선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이스라엘에서 온 안드레 마르티아노프 씨(28)는 “체스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단언했다. 여섯 살 때부터 부모님과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는 마르티아노프 씨는 텔아비브에서 호텔 리셉셔니스트로 일한다고 했다. 그는 “힘들 때 체스를 두면 다시 태어나는 듯한 새로운 힘을 얻는다”며 “체코 투어에만 벌써 세 번째 출전이다. 번 돈을 다 쓰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성별과 나이, 국적이 모두 제각각인 참가자들이었지만 체스를 향한 애정은 한결같았다. 네덜란드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알베르트 판 위르크 씨(30)는 2년 전 넷플릭스 체스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고 체스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판 위르크 씨는 “배낭여행을 다닐 땐 늘 혼자였지만 체스를 두러 올 때면 항상 새로운 인연이 생겨 설렌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선 기자에게 패배했지만, 판 위르크 씨와는 귀국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됐다. 대회 마지막날인 30일 시상식에선 우승 선수의 국가 대신 연맹가가 울려퍼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금지됐는데, 러시아인 아나톨리 모스크빈 씨(21)가 FIDE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했기 때문이었다. 모스크빈 씨는 “러시아인 출전이 금지됐지만 체스에 대한 애정 때문에 참가했다. 체스는 내가 꿈꾸는 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차분한 성격과 집중력을 갖게 해줬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돈으로 약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국인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체스 1세대’로 불리는 이철우 씨(52)였다. 열 살 때 영화에서 주인공이 턱시도를 입고 크루즈에서 체스를 두는 장면을 본 후 체스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40년 넘게 체스를 둔 그는 “승패를 떠나 나이를 먹고도 계속 체스를 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경기에 계속 출전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희왕, 미니카, 큐브… 멈추지 못하는 즐거움 전남대에서 인공지능 석사 과정을 밟는 김우재 씨(30)는 카드게임을 소재로 한 일본 만화 ‘유희왕’ 덕후다. 김 씨는 “일주일 넘게 카드만 보며 밤을 새운 적도 있다”며 웃었다. 최근 논문 주제로 유희왕을 택했을 정도다. 그는 “유희왕은 한국에 들어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규칙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며 “어릴 적 추억을 그대로 담고 있어 동심을 자극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 김홍규 씨(48)의 창고에는 트랙 길이만 10m가 넘는 타미야 미니카 정식 경기용 트랙이 설치돼 있다. 매일 밤 김 씨는 이곳에서 미니카를 개조하고, 주행 연습을 한다. 미니카지만 트랙에 올라가면 최대 시속 160km로 질주한다. 물론 속도가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트랙에서 튕겨 나가지 않도록 안정성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요즘 미니카에는 공기 흐름을 제어해 차체를 눌러주는 ‘윙’과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도 탑재돼 있다. 5년 전 김 씨는 우연히 어릴 적 갖고 놀던 미니카에 빠져들었다. 매일 3, 4시간씩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미니카 아시아챌린지’ 출전 자격을 얻으며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김 씨는 “입상은 못했지만 많은 걸 배웠다”며 “올해 말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챌린지에 참가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노력 중”이라고 했다.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일규 한국외국어대 수학과 교수(36)의 가방엔 전공책 대신 다양한 종류의 큐브가 가득했다. 큐브를 섞은 뒤 천천히 맞춰 달라고 부탁하자 몇 번 돌리지 않고 손쉽게 큐브 퍼즐을 완성시켰다. 그의 최고 공인기록은 10.79초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학창시절 공부가 하기 싫어 집에 돌아다니는 큐브를 맞추다가 큐브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며 “처음에는 열흘이 넘게 걸렸는데 공식을 연구하며 시간을 단축한 끝에 대회에 출전할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돌이켰다. 그는 내친김에 대학에서 대회를 직접 개최하며 전미큐브대회 운영위원과 세계큐브협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분기마다 대회를 열며 큐브 알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1위 기록을 8번 갈아치웠다. 최 교수는 12일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큐브대회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조직위원장을 맡아 경기 운영을 총괄한다. 최 교수는 “내가 사랑하는 취미를 누군가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했다.파르두비체=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나이가 든 후에도 게임이나 놀이를 즐기는 어른들은 생각보다 많다. 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대회가 열리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체스 대회는 정식 선수가 아니어도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세계체스연맹(FIDE)이 정한 기준에 따라 매년 열리는 체스 대회만 수천 개에 달한다. 참가비도 1인당 10만 원대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매년 체코에서 열리는 ‘체코 투어’와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타타 스틸 체스 토너먼트’, 영국령 지브롤터섬에서 열리는 ‘지브롤터 오픈’ 등이 유명하다. ‘유희왕 월드챔피언십’은 유희왕 카드를 발매하는 일본 코나미가 주최하는 세계 대회다. 지역 예선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둬야 본선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원작자의 바람에 따라 우승자에겐 상금 대신 특별 카드를 증정한다. 지난달 열린 월드챔피언십에선 미국, 유럽 선수들이 온·오프라인 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니카 월드 챌린지’는 일본 미니카 제작사 타미야가 주최하는 세계 대회다. 이 역시 지역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대회는 차량 개조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 클래스’와 정해진 부품으로만 조립해 경주하는 ‘스톡 클래스’ 부문으로 나뉜다. 대회 측은 트랙의 레이아웃을 미리 공개하고 선수들은 사전에 이를 연구한 후 출전한다. 아시아 선수만 참여하는 ‘미니카 아시아 챌린지’는 지난달 태국에서 열렸으며 월드 챌린지는 연말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다. 큐브 역시 대부분의 대회에서 출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세계큐브협회(WCA)가 정한 요건을 갖추면 어디서든 개최할 수 있다. 7×7×7 큐브 빨리 맞추기, 3×3×3 큐브 한 손으로 맞추기 등 다양한 부문이 있다. 12일부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선 나흘 동안 ‘세계큐브협회 월드챔피언십’ 대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세계 큐브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주최 측은 “참가자와 관객을 합쳐 3000명 넘게 대회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11일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동.캐나다에서 온 도로시 모리슨 양(16)은 “폭염부터 태풍까지, 출발 전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잼버리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마지막 날 콘서트까지 잘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1일 시작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태풍 ‘카눈’ 때문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던 스카우트 대원 약 4만 명은 이날 오전부터 버스 약 1400대를 타고 경기장으로 모였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파도타기를 하고 함성을 지르며 잼버리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궜다. 뉴진스 등이 무대에 오를 땐 너나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치켜들며 열렬히 환호했다.벨기에에서 온 릴리 자넨 양(14)은 “초반엔 힘들기도 했지만 일정을 완주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K팝 ‘왕팬’인데, 아티스트들을 직접 보고 노래를 들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폐영식에선 한국 스카우트 대원이 차기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이 진행됐다. 캐나다 대원 온킷 사하 군(15)은 상기된 표정으로 “완벽한 피날레”라며 “12일 캐나다로 돌아가는데 더 있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11일 폐영식 및 K팝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에선 들뜬 분위기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기숙사에 머물던 스위스 단원들은 이날 오전 강당에 모여 함께 K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 관람을 준비했다. 한 단원은 “콘서트를 신나게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노래를 듣고 춤추며 준비했다”고 말했다.오후 2시경부터 경기장 입장이 시작됐는데 각국 대원들은 이슬비를 맞으면서도 정해진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앞에선 스카우트 대원들을 도왔던 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들과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한국어로 인사하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일부 대원은 총을 들고 입구를 지키는 경찰특공대원들과 사진을 찍거나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했다.● 유명 그룹 등장하자 응원봉 흔들며 열광잼버리의 마지막 순서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시작되자 스카우트 대원들은 좋아하는 그룹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댄스크루 ‘홀리뱅’이 콘서트의 포문을 연 뒤 ‘더보이즈’ ‘있지’ ‘마마무’ ‘NCT 드림’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그룹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대원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공연 중에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대원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대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자에 맞춰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앉은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챌린지로 유행한 아이브의 ‘I AM’ 하이라이트 소절이 나올 땐 안무를 따라 추는 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투로 군(15)은 “콘서트장에서 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니 마지막까지 재밌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 가득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했다. 미국에서 온 케빈 하트 씨(22)도 “주최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와 K팝 콘서트 응원봉,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등이 담긴 ‘콘서트 리멤버 키트’ 기념품을 지급했다. 미국에서 온 데포 오에린 씨(21)는 “BTS 굿즈를 받았다고 하니 미국 친구들이 메신저로 벌써부터 달라고 난리”라며 웃었다.마지막 무대가 다가오자 대원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은 “꼭 다시 만나자”며 다른 나라 대원들과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SNS 계정을 교환하기도 했다. 콘서트에 등장한 아티스트 19개 팀이 함께 무대로 나와 마지막 곡 ‘풍선’을 부르자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과 응원봉을 흔들며 경기장을 더욱 환하게 물들였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잼버리였다”고 입을 모았다.네덜란드에서 온 마틴 새트 씨(20)는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유럽에서 먼 국가에서 온 이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며 “특히 한국 시민들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한국에 더 남기 위해 항공편도 바꾸고 다음 주에는 부산과 제주도를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영국 스카우트 단원 제임스 에더리지 씨(37) 역시 “스카우트 목도리를 두르고 다닐 때마다 한국인들이 환한 표정으로 맞아줬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돌이켰다. 모리셔스에서 온 사하바나즈 아모드 씨(24)와 잔시 파르마 씨(20)는 “화합이라는 스카우트 정신에 부합하는 잼버리였다”며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펼쳐졌지만 그래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폐영식에서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다”며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이날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12일부터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스웨덴과 대만 스카우트 대원 957명이 부산을 찾는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자체적으로 추가 관광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개별적으로 한국에 남아 다른 프로그램이나 관광을 하는 경우 비용은 해당 국가가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2일 이후에도 잼버리 참가자들이 원하는 경우 숙소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8일 오전부터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서울 경기 등 전국 8개 광역단체로 철수했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대만 대표단을 시작으로 156개국 3만7000명의 대원이 45인승 버스 1014대를 통해 야영장을 떠났다. 오후 7시경 마지막으로 체코 대표단이 새만금을 떠나면서 8일 동안 대원들이 울고 웃었던 야영장은 텅 비게 됐다. 체코 대표단이 오후 10시경 서울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약 13시간의 호송 작전이 마무리됐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전북 등 8개 광역단체에서 마련한 128곳에 분산배치됐다. 가장 많은 1만3568명이 경기에 둥지를 틀었고 인천(3257명), 서울(3133명)에도 많은 대원이 머물게 됐다. 특히 수도권 숙소 부족으로 새만금 인근 전북 지역(5541명)과 충남(6274명)에도 상당수 인원이 배치됐다. 경찰은 헬기 4대, 순찰차 등 273대를 동원해 하늘과 땅에서 대원들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했다. 숙소가 급하게 마련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일부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조직위는 “대원들을 대부분 1∼2인실에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대전과 세종 등지에선 3∼4인실을 이용하는 대원도 적지 않았다. 식사 준비가 늦어져 빵 등 간편식을 제공한 시설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비용 정산방법도 밝히지 않은 채 8일 오전 갑자기 기숙사를 제공하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11일까지 각 지역에서 관광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이날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열리는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의 이동과 문화 행사 관련 보고를 받는 등 잼버리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대원들과 대표단이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갖고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대원들 “새만금 밖 잼버리 기대”… 대학기숙사 등 숙식준비 비상3만7000명, 버스 1014대로 이동야영지서 1시간 넘게 걸어 탑승8개 시도로 분산… 숙박난은 없어“철수 아쉽지만 K팝 폐영식 기다려” “야영지에서 철수 버스를 타려고 1시간 넘게 걸어왔어요.” 볼리비아인 스테파 베니코 군(17)은 8일 전북 부안 새만금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156개국 3만7000명의 잼버리 대원이 버스 1014대를 통해 일제히 떠나다 보니 자국 버스를 찾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자기 몸통보다 큰 가방을 2개나 든 베니코 군은 “오전 5시에 일어나서 퇴영 준비를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며 “이곳에 오기 위해 3년 넘게 준비했는데, 이렇게 떠밀리듯이 새만금을 떠나니 아쉽다”고 말했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서울 경기 등 8개 지역으로 철수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정보다 나흘 빠른 철수가 진행된 것이다. 조직위는 당초 오전 10시경 철수를 시작해 약 6시간 만에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숙박지 배정이 늦어지면서 오전 9시에 첫 철수를 시작한 지 약 13시간 만인 오후 10시경 철수가 마무리됐다.● 각국 대원들 “새만금 밖 잼버리 기대” 스카우트 대원들은 많은 인원이 함께 먹고 잘 수 있는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정부 관계자는 “호텔, 홈스테이 등도 검토했지만 잼버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요청이 있었고, 식중독 등 관리감독의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까지 대원들을 분산배치하면서 우려했던 숙박난은 발생하지 않았다. 새만금을 떠나 주로 도심지에 마련된 새로운 숙소에 도착한 대원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스위스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 도착해 밝은 모습으로 배정된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일부는 취재진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대원 일부는 방 배정을 기다리며 큰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스위스 대표단의 지도자인 코라이아 씨(23)는 “아직 서울에서의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기대가 되고, 특히 K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폐영식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숙소에 도착한 오스트리아 국적의 줄리아나 씨(24)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새만금을 떠나며 무척 아쉬워했지만 인천은 큰 도시라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새롭고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식재료 부족한데” 대학 초비상 다만 전날(7일) 정부의 조기 철수 발표 후 하루 만에 3만7000명의 숙소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8일 아침 기숙사 방을 구해 달라는 연락을 급하게 받고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있다”며 “어느 국가 인원이 몇 명 온다는 내용도 너무 늦게 통보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1∼2인실에 대부분 배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다인실이 배정된 단원들도 적지 않았다. 대전보건대 기숙사에 배치된 베트남 대원 200명 중 150명은 3인실 숙소를 사용했다. 세종에선 4인실을 사용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 기숙사들은 식사 제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세종대는 당장 준비된 식재료가 없어 구청이 제공한 컵라면과 김밥을 단원들에게 제공했다. 동양미래대는 도시락을 주문해 대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방학이라 기숙사 식수인원이 100인분도 안 되는데, 내일부터 갑자기 300인분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텐트 문을 닫자 뜨거운 공기 탓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마치 거대한 압력밥솥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있다간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3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한강 변에 텐트를 설치했다. 당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 지목된 ‘땡볕 야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기 위해서였다.당시 서울 낮 최고기온은 33.4도로, 새만금 잼버리가 열린 전북 군산 낮 최고기온 33.8도와 비슷했다. 취재팀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그늘 없는 장소에 야영한 점을 고려해 한강 변에서도 그늘 없는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온도계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젤리, 초콜릿 등 ‘실험 도구’도 텐트 내부에 넣어뒀다. 텐트 내부에 온도계를 넣어둔 지 10분 만에 온도는 42도까지 올랐다. 꽁꽁 언 아이스크림은 흘러내렸다. 50분이 지난 낮 12시 무렵이 되자 텐트 내부 온도는 무려 54.4도까지 치솟았다. 이후 디지털 온도계 3개는 모두 먹통이 됐다. 딸기 맛 아이스크림은 딸기 우유가 돼 있었고, 초콜릿과 젤리도 모두 녹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하루 중 가장 뜨겁다던 오후 2시경 기자가 직접 텐트 내부로 들어가 봤다. 텐트 문을 닫자 3분 만에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을 쉬는 게 버거워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텐트 문을 열고 분무기로 텐트 표면에 물을 뿌렸지만 열기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5분도 버티지 못하고 텐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후에 텐트를 그늘막 아래로 옮겨봤다. 55도에 이르던 내부 온도는 텐트를 그늘로 옮긴 지 5분 만에 46.3도로 내려갔다. 약 20분이 지나자 38도까지 떨어졌다. 더웠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그늘막이 지급됐거나 직사광선을 피해 텐트를 칠 장소가 있었다면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체력이 고갈되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었던 셈이다. 물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기자는 이날 반나절 동안 한강 변에 머무르면서 30여 분을 제외하면 모두 그늘에 있었다. 그런데도 수시로 목이 말라 2리터짜리 생수 한 통을 다 비웠다. 하지만 더 열악한 상황에 있던 잼버리 참가자들 사이에선 생수 제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한 참가자는 “잼버리 주최 측이 물을 안 줘 아이들이 탈수 직전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물을 줘서 살았다”도 말했다. 반나절 간접 체험이었지만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극한 폭염 속 ‘땡볕 야영’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함께 손잡고 걷고 있었는데 아내만 차에 치였습니다. 못 지켜줘서 정말 미안합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모 씨(22)의 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이모 씨(64)의 남편은 “딱 5분만 늦게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이라며 절규했다. 사건이 있기 전 이 씨 부부는 외식을 하기 위해 집에서 10여 분 떨어진 AK플라자 백화점을 향했다. 부인인 이 씨가 인도 안쪽에서, 남편이 차도와 가까운 바깥쪽에서 걸었다. 백화점에서 100여 m 떨어진 아파트단지와 상가를 지날 때쯤 갑자기 뒤에서 모닝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이 씨 부부를 순식간에 덮쳤다고 한다. 두 사람을 들이받은 뒤 이 차량은 인도 위 다른 행인들도 치었다. 남편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부인 이 씨는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였다. 남편은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고 이 씨는 호흡을 회복해 인근 성남시 분당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피해자 20대 여성 김모 씨는 사고 직후 의식 저하 상태로 경기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 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병원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제(3일) 저녁에 20대 여성이 이송돼 오자마자 가족들이 여럿 몰려와서 울고 난리가 났었다”고 전했다. 피의자 최 씨의 차량 돌진(5명)과 흉기 난동(9명)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위중 환자는 이 씨와 김 씨 등 여성 2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는 차량 충돌로 무릎과 머리를 다치거나 배, 옆구리 등을 흉기에 찔렸지만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최 씨의 범행 당시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생생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고 장소 인근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큰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 보니까 여러 명이 쓰러져 있어서 처음엔 음주운전 뺑소니인 줄 알았다”면서 “순식간에 일어나 상황 파악이 잘 안될 정도였다”고 말했다.“‘살려주세요’ 외치는 손님들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개점 첫날 50명 구한 보석매장피신 온 사람들 창고 안내뒤 문 잠가대표는 대걸레 들고 매장 앞 지켜 “손님들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4일 만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1층 보석 매장의 점장인 김귀자 씨(53)는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6시경 매장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매장 밖에서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매장 안으로 몰려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130여 ㎡ 정도 돼 보이는 매장에는 순식간에 50여 명이 대피했다. 김 씨는 우선 이들을 매장 안 VIP실과 금고가 있는 창고로 안내한 뒤 밖에서 문을 잠갔다. 당시 김 씨와 함께 매장에 있던 이학수 대표(52)는 ‘흉기 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걸레를 들고 나가 1시간 넘게 매장 앞을 지켰다. 이 대표는 “범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무서웠다. 하지만 손님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도망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모 양(16)은 멀리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김 씨를 보고 황급히 이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이 양은 “솔직히 범인이 유리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직원이 ‘걱정하지 말라’며 초콜릿을 줘서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보석 매장은 이날 오전에 개점식을 하고 첫 영업을 시작했다. 김 점장은 “오픈 첫날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수원=최원영 기자 o0@donga.com}

“함께 손잡고 걷고 있었는데 아내만 차에 치였습니다. 못 지켜줘서 정말 미안합니다.”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모 씨(22)의 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이모 씨(64)의 남편은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절규했다. 사건이 있기 전 이 씨 부부는, 외식을 하기 위해 집에서 10여 분 떨어진 AK플라자 백화점을 향했다. 부인인 이 씨가 인도 안쪽에서, 남편이 차도와 가까운 바깥쪽에서 걸었다. 백화점에서 100여 m 떨어진 아파트단지와 상가를 지날 때쯤, 이때 갑자기 뒤에서 모닝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이 씨 부부를 순식간에 덮쳤다고 한다. 두 사람을 들이받은 뒤 이 차량은 인도 위 다른 행인들도 치었다. 남편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부인 이 씨는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였다. 남편은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고 이 씨는 호흡을 회복해 인근 성남시 분당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 상태로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또 다른 피해자 20대 여성 김모 씨는 사고 직후 의식저하 상태로,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병원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제(3일) 저녁에 20대 여성이 이송돼 오자마자 가족들이 여럿 몰려와서 울고 난리가 났었다”고 전했다.피의자 최 씨의 차량 돌진(5명)과 흉기 난동(9명)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위중 환자는 이 씨와 김 씨 등 여성 2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는 차량 충돌로 무릎과 머리를 다치거나 배, 옆구리 등을 흉기에 찔렸지만, 수술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최 씨의 범행 당시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생생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고 장소 인근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큰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보니까 여러 명이 쓰러져 있어서 처음엔 음주운전 뺑소니인 줄 알았다”면서 “순식간에 일어나 상황 파악이 잘 안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수원=최원영 기자 o0@donga.com}

평일 퇴근시간대 20대 남성이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차량으로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흉기를 들고 백화점에 들어가 무차별 난동을 부려 14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13일 만에 또다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건이 벌어져 시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모 씨(22)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최 씨는 차에서 내려 칼을 들고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1, 2층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화면에 따르면 최 씨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 건물 내부를 뛰어다니며 20∼70대 시민들을 습격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59분경 “백화점 1층 시계탑 부근에서 칼로 사람을 찌르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해 오후 6시 5분경 최 씨를 붙잡았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다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 살인하려고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업 종사자로 확인된 최 씨는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목격자의 증언과 CCTV 화면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이날 오후 5시 55분경부터 차량으로 행인에게 돌진한 뒤 10분가량 흉기 난동을 벌였다.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 바지, 회색 운동화 차림의 최 씨는 남성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20∼30cm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에서 도망가는 피해자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들은 모두 최 씨와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최 씨가 몰던 차량에 부딪힌 60대 여성은 한때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1명도 의식을 잃고 닥터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두 여성 모두 위중한 상태다. 지난달 21일 신림역에서 벌어진 ‘묻지 마’ 칼부림 사건에 이어 벌어진 무차별 사건으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을 목격한 10대 여성 A 양은 “갑자기 시끄러운 소음이 크게 들려 지하철역 근처로 가보니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며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길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뛰어가며 달아났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거주하는 이선숙 씨(42)는 “딸에게 연락이 와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혹시나 딸이 다칠까봐 어떻게 하나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다행히 대피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실상 테러행위”라며 “구속을 비롯해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서현역에 가지 마세요. 사람들 칼 맞고 난리 났습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지자 퇴근길 지하철역과 연결된 백화점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범행 사진이 급속도로 유포되며 서현역 인근에 가지 말라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배달업 종사자 최모 씨(22)가 10분 동안 차량과 흉기로 벌인 무차별 ‘묻지 마’ 난동 사건으로 14명이 부상을 입고 이 중 1명은 심정지 상태다. 차량에 들이받힌 이 환자는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차량 사고 부상자도 위중한 상태다.● 목격자들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 공포 휩싸여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최 씨는 오후 5시 55분경 다른 사람 명의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4명을 들이받았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최 씨는 흉기를 들고 백화점 안으로 난입해 1, 2층을 뛰어다니며 9명에게 20∼30cm 길이의 칼을 휘둘렀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서현역 앞은 테러 현장을 방불케 했다. 건물 내부에서 도망쳐 나온 시민들과 백화점 직원 등 수백 명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무슨 일이 있느냐”며 몰려들었다. 백화점 직원 조모 씨는 “1층 출입구 쪽 판매대에서 일하다가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나가는 걸 보고 같이 대피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최 씨의 범행 현장 사진과 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됐다. 부상자로 보이는 시민들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과 선글라스를 쓴 채 칼을 들고 1, 2층을 활보하는 최 씨의 모습 등이 고스란히 유포된 것. 한 시민은 “난생처음 겪는 공포였다”며 “말로만 듣던 외국의 총기 난사 현장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범행에 쓰인 차량은 이날 검거된 피의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였다. 차량 소유주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너무 혼란스럽다. 내 차가 왜 거기에 있느냐. 서현역 사건에 쓰인 차가 내 차가 맞느냐”며 여러 차례 되물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잠그고 숨어 있었다”며 “옆 칸에도 다른 시민들이 숨어들어 와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근처 매장 공사 현장에 있던 냉동창고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닥치는 대로 흉기 휘둘러최 씨는 이날 10분 동안 차량과 흉기로 난동을 부리면서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 20대 남녀와 60대 여성 등 5명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백화점 안에서 20대 여성 3명, 20대 남성 2명, 40대 남성 1명, 50대 여성 1명, 60대 남성 1명, 70대 여성 1명 등 9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 이 중에서 복부에 칼이 찔린 여성 1명은 분당제생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옆구리와 등, 복부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최 씨가 휘두른 칼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분경 최 씨는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 소속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당시 112상황실에 90여 건의 신고가 빗발쳤는데, 최 씨를 피해 달아나던 시민 2명이 서현지구대로 들어와 “칼을 든 범죄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며 다급히 신고한 것. 시민들이 “바로 저 사람이다”라고 최 씨를 지목하자 박모 경장이 최 씨의 팔을 꺾고 넘어트려 현장에서 붙잡았다. 당시 흉기를 들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시민들이 “저쪽에 범죄자가 뭘 버렸다”고 신고해 화분 뒤편에서 최 씨가 버린 칼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방 범죄 심리 작용해… 대책 마련 시급”전문가들은 신림역 사건 이후 커진 ‘모방 범죄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장은 “최근 살인 예고 글이 잇따라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모방 범죄 심리가 커졌다는 신호가 여러 차례 나왔었다”며 “정부 측에서 관련 범죄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경고해 모방 심리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림역, 서현역 등 역에서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나는 건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범행을 일으키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다중 밀집 지역에 대한 순찰 등을 강화해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 “사실상 테러 행위”라며 모방 살인 예고 글 작성에 대해서도 “피의자를 신속히 특정하여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평일 퇴근시간대 20대 남성이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차량으로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흉기를 들고 백화점에 들어가 무차별 난동을 부려 14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13일 만에 또다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건이 벌어져 시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모 씨(22)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최 씨는 차에서 내려 칼을 들고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1, 2층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화면에 따르면 최 씨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 건물 내부를 뛰어다니며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경찰은 이날 오후 5시 59분경 “백화점 1층 시계탑 부근에서 칼로 사람을 찌르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해 오후 6시 5분경 최 씨를 붙잡았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다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 살인하려고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업 종사자로 확인된 최 씨는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목격자의 증언과 CCTV 화면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이날 오후 5시 55분경부터 차량으로 행인에게 돌진한 뒤 10분가량 흉기 난동을 벌였다.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 바지, 회색 운동화 차림의 최 씨는 남성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20~30cm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에서 도망가는 피해자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들은 모두 최 씨와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최 씨가 몰던 차량에 부딪힌 60대 여성은 한때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1명도 의식을 잃고 닥터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둘 다 위중한 상태다.지난달 21일 신림역에서 벌어진 ‘묻지 마’ 칼부림 사건에 이어 벌어진 무차별 사건으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을 목격한 10대 여성 A 양은 “갑자기 시끄러운 소음이 크게 들려 지하철역 근처로 가보니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며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길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뛰어가며 달아났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거주하는 이선숙 씨(42)는 “딸에게 연락이 와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혹시나 딸이 다칠까봐 어떻게 하나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다행히 대피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실상 테러행위”라며 “구속을 비롯해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재난 대응 주무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참사 발생 4시간 30분 전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사고 발생 1시간 40분 전부터 침수 우려가 있다는 신고 여러 건이 112와 119 등에 접수됐는데 누구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과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한 공직사회 관행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시신 5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는 15일 사고 발생 2시간 전 흥덕구로부터 “교통통제나 주민 대피 등을 조치해 달라”는 금강홍수통제소의 통보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주시는 사고 약 40분 전 “제방이 넘칠 것 같다”는 119 신고를 접수했고, “궁평2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는 112 신고 내용을 전달받고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도로 통제 권한은 도로 관리 기관인 충북도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주시 역시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필요한 경우 도로 통제가 가능하다. 충북도는 “청주시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침수 위험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며 “매뉴얼상 통제 기준이 아니었다. 갑자기 제방이 붕괴돼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과 소방 대응도 부실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4분부터 침수 우려 관련 112 신고 2건이 접수됐고 이 중에는 장소까지 특정하며 “교통을 통제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출동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하차도로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은 신고를 받고 무너지기 직전인 임시 제방에 출동하고도 청주시 등에 상황만 전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했다. 책임 공방이 가열되자 국무조정실은 “지하차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 조사에 착수한다”라며 “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과실이 드러난 기관이나 공무원을 징계하고, 필요하면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호강의 관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미호강의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지하차도 사상자를 포함해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41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청주시 “道 연락 못받아”… 충북도 “불가항력”… 경찰 “인력 부족” ‘오송참사’ 책임 떠넘기기 급급市 “사고 지하차도 통제는 도청 권한”道 “당시 상황 보면 물 갑자기 불어”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핵심 의문은 ‘강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왜 차량이 진입하는 걸 아무도 안 막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17일 청주시와 충북도, 경찰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법에 따라 청주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른 행정기관들도 책임을 완전히 피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청주시와 충북도 우선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와 소방, 경찰, 흥덕구 등으로부터 위험을 전달받고도 “충북도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을 못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총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고, 구와 읍면동 단위까지 비상근무자를 편성해 운영했다”며 “당일에도 오전 2시 15분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3단계로 격상시켰다”고 해명했다. 또 “도로법상 해당 도로의 통제 권한은 충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청주시 산하에 있는 흥덕구의 경우 “오전 6시 반경 미호천 범람 위험 사실을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통보받고 시에 알렸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흥덕구는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로 구청장도 청주시에서 임명한다”며 “별도의 재난대응 매뉴얼도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인 충북도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사고 4시간 전 이미 위험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 등에 교통 통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청주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행복청이 범람한 미호천 주변의 제방 높이를 낮추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물이 갑자기 몰려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소방도 사고 막을 기회 놓쳐 경찰과 소방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침수가 시작되기 약 1시간 40분 전인 오전 7시 4분경에는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를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7시 58분경에는 “궁평지하차도를 긴급 통제해야 할 것 같다”며 신고자가 구체적으로 장소까지 특정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강내면 탑연 사거리 곳곳에 침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곳 일대에 경찰력을 집중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산사태와 도심 도로 침수로 이미 인력이 총동원된 상황이었다”며 “추가 교통 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의 경우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경 “제방이 유실돼 넘칠 것 같으니 현장에 와서 조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지하차도 인근에 오전 8시 3분경 도착해 26분간 머물다가 청주시에 상황을 전달한 뒤 사고 직전인 오전 8시 29분경 현장을 떠났다. 소방 관계자는 “청주시에 3번, 흥덕구에 7번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안 받아 다른 현장으로 떠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재난기본법은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개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기초단체장에게 집행권을 부여한다”며 “1차적으로 기초단체장인 청주시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다만 상황을 보면 충북도와 경찰 등도 완전히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웃음을 보인 충북도청 간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 방문을 중계한 영상의 캡처본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충북 관할 지방도로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A 국장이 이날 현장에 도착한 원 장관과 인사를 나눈 뒤 환하게 웃는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공감 능력이 저렇게까지 떨어질 수 있나” 등 반응이 잇따랐다. 전날 오전 8시 45분경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의 오송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며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지하차도 안에서 9명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야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된 사진에 관해 충북도 관계자는 “A 국장은 평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침착하게 일을 풀어가는 사람”이라며 “결코 재난 상황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추모공원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곳을 찾은 노부부가 토사에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함께 매몰됐다가 구조된 일행 2명도 중상을 입었다.오후 4시경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반만에 토사에 매몰돼있던 70대 남성 윤모 씨와 부인 김모 씨(70), 윤 씨 부부의 조카(59·여), 윤 씨 부부의 손자(21) 등 4명을 구조했다. 부부인 윤 씨와 김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2명도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윤 씨 부부의 조카는 한 때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손자도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사고 당시 의식이 있던 손자가 119구급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추모공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절에서 열린 합장 행사에 참석하려고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추모공원에 있는 봉안당 건물이 무너지자 이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다시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현장을 목격한 절 관계자는 “차량 두 대가 쏟아져 내린 흙에 밀려 추모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까지 쓸려 나와 있었다”며 “절에서 추모공원까지 300m에 이르는 도로가 토사로 모두 막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경 윤 씨와 김 씨의 빈소가 마련된 논산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주민은 “김 씨가 평소 무료 급식도 운영하고, 이웃들을 위해 많이 베풀었다”며 “부부 모두 참 훌륭했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장례식장에 윤 씨 부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조문객들은 “누구보다 점잖고, 성실하게 생활하던 부부”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하루에만 300㎜가 넘는 비가 내린 논산시를 비롯해 충남 곳곳에선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제방이 무너졌다. 이날 전국에서 호우가 이어지며 산림청은 부산·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광역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300mm 폭우에 논산 산사태… 서대전~익산 일반열차 중단 ‘물폭탄 장마’에 전국서 피해 속출수도권 도로 잠겨 출퇴근 교통체증축대 무너져 20가구 한밤 대피도주말 충청-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 보니 돌과 흙이 쏟아져 있었어요. 급하게 대피하라길래 큰일 난 줄 알고 놀랐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충남 논산에서 300mm가 넘는 집중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노부부가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국서 4000가구 정전 비와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경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며 고압선이 끊어져 인근 2000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 광산구에서도 오전 4시 반경 폭우에 가로수가 넘어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광산구 송정 1동, 신흥동 일대 945가구에 전기와 통신망 공급이 차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도 아파트 지하 전기실로 빗물이 유입돼 1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시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mm를 기록하는 등 ‘물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홍수 경보도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경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 만년교 지점에 대해 오후 2시 20분 홍수경보가 변경 발령됐다. 경보 수위 기준인 4.5m가 넘을 것이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오인 신고가 들어왔지만 행적이 확인돼 종결 처리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충북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충청 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장마 최대 고비 이번 주말이 여름 장마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호남 등에는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mm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남과 전북 일부에 400mm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 일부는 300mm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mm,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mm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mm, 제주 산지는 최대 100mm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mm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집중호우로 논산역 인근 하천 수위가 상승하자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 일반 열차 운행을 14일 오후 6시 15분부터 15일 막차까지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영동, 태백선도 15일까지 전 구간 운행을 중단하며, 충북선과 경전선도 폭우가 내린 일부 구간에 대해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논산=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사흘째 시내버스 운행을 막아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대표(사진)가 14일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경 박 대표가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에서 전장연 활동가들과 차로로 내려가 버스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3분간 운행을 방해하자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그간 수차례 운행을 방해해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계속 운행을 방해하겠다고 예고했다”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 체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