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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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종교53%
문화 일반20%
문학/출판20%
음악7%
  • 스님-신부-목사-교무가 한 마음으로 부르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열려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 집 떠난 이 탕자를 모른 척하시면 어쩌나. 아니야, 우리 주님은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실 거야~.” (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엄숙한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반대로 경건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실제로 이런 종교를 초월한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1시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 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 그 첫 무대. 버스킹 형식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등 종교인들과 합창단이 출연한다. 40여년 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하는 정율 스님(천안 광덕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각자의 종교에서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이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열리는 이번 버스킹은 108인의 부다스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오빠생각’ ‘과수원길’ 등 동요를 부르며 배우는 오프닝 공연과 4대 종교인들의 본 무대로 구성됐다. 신부, 교무, 목사, 스님들이 함께 부르는 ‘좋은 인연(덕신 작사, 이덕만 작곡)’을 시작으로, 솔로 또는 다른 종교인들과 듀엣으로 자신의 종교 노래와 다른 종교 노래, 가요, 팝송, 성악 등을 선보인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성당, 교회 등 각 종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종교를 초월한 버스킹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40여년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해오름극 등 그가 선 크고 작은 무대만 1000여 회.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동 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2009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마이클 한인 천주교 성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때까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스님이 성당에서 음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번 화엄사 버스킹도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공연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될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 대해 불교계에는 “한 시간 설법을 듣는 것보다 정율 스님 찬불가 한 곡 듣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정율 스님은 “모두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유서 깊은 고찰에서 신부, 목사, 교무, 스님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 주위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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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먹고 노래하며 추모… 흑우 선생도 잘 놀고 가셨겠죠”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는 이 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 있는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한다. 흑우를 아버지처럼 여기는 오쿠라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장사익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 맞추지 말고 부르라고 했다.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된 계기”라고 했다. 공연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냈다. 앞서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앨범을 낸 적이 있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이날 1960년대 영화계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배우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문희는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장 선생님이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했다. 250여 개 객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모든 관객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흑우를 추모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도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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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생각하며 한바탕 노는거죠…” 즐거움으로 가득찬 흑우(黑雨) 김대환 추모 공연 열려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북 등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고 있는 이 공연은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을 맺은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흑우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기는 오쿠라 쇼노스케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장사익은 “한번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를 맞추지 말고 불러보라고 했다. 나름대로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라고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있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첫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함께 앨범을 낸 적이 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선생님을 생각하며 한바탕 노는 거죠. 초창기에 구경 왔던 분 중에는 이게 무슨 공연이냐며 나가 버린 사람도 있었어요. 평소에 보던 공연과는 아주 다르니까요. 하하하.” (장사익)이날 공연에는 196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정가는 우리 전통 민간 성악곡의 총칭인 속가(俗歌) 속요(俗謠)와 구분하기 위하여 근래에 사용된 용어로 시조, 가곡, 가사 등을 말한다. 이날 공연에서 문희는 평시조인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북 등 반주에 맞춰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이 ‘소리가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좋고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라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추모제란 특성상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250여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입장하는 모든 관객과 일일이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흑우를 추모했다. 예인들과 관객이 흥겹게 논 한바탕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근 음식점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이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부르고 싶으면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보이지는 않아도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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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절 광화문-서울광장서 대규모 퍼레이드

    ‘2023 부활절 퍼레이드 조직위원회’(대표 대회장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4월 9일 부활절 퍼레이드를 연다고 밝혔다. 이영훈 대표 대회장은 “한국 기독교 140년 역사에 처음 열리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복음의 장이 되고, 문화 축제를 넘어 모든 시민이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부활절 퍼레이드는 2020년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다. 4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부활절 퍼레이드 행사는 1부 퍼레이드(오후 2∼4시), 2부 기념음악회(오후 5시 반∼7시 반) 순으로 진행된다. 구약, 신약, 근현대, 다음 세대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 퍼레이드 행렬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음악회에는 남진, 에일리, 이충주,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 하모나이즈와 합창단이 클래식과 가곡, 케이팝,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퍼레이드 참가와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2023 부활절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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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팩트라고? 당신은 믿는 대로 들을 뿐

    아쉽다. 이 책이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때 논란이 된 “○○○○ 쪽팔려서 어떡하나” 발언 직후 나왔다면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텐데. 명확하게 들리지 않은 부분이 어떤 말이냐를 놓고 정쟁이 일어난 건 물론이고 온 국민이 청력까지 시험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청각적 착각인 ‘착청’ 현상을 발견한 음악심리학의 대가. 책은 다양한 착청 현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소리 지각 메커니즘과 뇌의 미스터리를 해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2008년 미국에서는 ‘말하는 팅키 윙키(Tinky Winky)’ 인형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송을 하겠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손을 잡아당기면 말을 하는 이 인형이 ‘I got a gun, I got a gun, run away, run away(나는 총을 갖고 있어, 나는 총을 갖고 있어, 도망가, 도망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에 따르면 인형이 말한 것은 ‘Again, Again’이었다. 저자는 지식, 신념, 예측이 만들어낸 언어의 착청을 ‘유령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예가 있다. 1980년대 유행어였던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다. 독일 혼성 디스코 그룹 보니엠의 ‘Rivers of Babylon’의 첫 소절 ‘By the Rivers of Babylon∼’을 한 코미디언이 우리말로 들리는 식으로 개사했는데 2000년대까지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같은 소리라도 평소의 신념이나 정서,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등에 따라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듣는다고 말한다. 우리 뇌가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심지어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조차 들린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믿는 진실은 다를 수 있으니 절대 오만해지지 말라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 중 하나는 한쪽의 말만 듣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 논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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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 불화에 숨겨진 항일 ‘태극기 그림’

    괘불탱(掛佛幀·그림으로 그려 걸어 놓은 부처의 모습)에 태극기가 몰래 그려진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전북 남원시)는 사찰 내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에서 항일운동 시기 사용하던 형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지장시왕도는 지장보살과 시왕(十王·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태극기는 제6대 왕인 변성대왕의 관모에 그려졌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 8.5cm, 세로 3cm 정도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녹색으로 채색됐고, 사방에 건곤감리를 배치했다. 이는 태극기 도안이 정착되기 전 독립운동 시절에 사용되던 태극 문양과 일치한다고 선운사 측은 밝혔다. 제작 시기는 1917년 11월 5∼17일이며, 당대의 학승이자 화엄사 주지였던 진응 스님(1873∼1941)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진응 스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불교를 일본 조동종에 병합시키려는 친일파 승려들의 시도에 맞서 임제종을 설립하고, 조선 불교 수호에 앞장선 인물이다. 조선 후기 변성대왕도는 주로 죄인들이 날카로운 칼 숲에 갇혀 있거나 옥졸이 창으로 죄인을 찌르는 장면 등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칼이나 몽둥이로 남을 괴롭힌 자가 떨어지는 도산(刀山)지옥 또는 검수(劍樹)지옥을 나타낸다. 태극기 연구 전문가인 송명호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불화에 태극기가 그려진 것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칼로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일제는 칼로 망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1917년 당시는 일제가 탱화 제작 등 모든 예술 행위를 검열했다”며 “처음부터 태극기를 그린 게 아니라 검열이 끝난 뒤 몰래 그려 넣은 것 같다. 지장시왕도 태극기는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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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교문까지 쓴 챗GPT… “아직 목사 설교 수준은 안돼”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고인을 추도하는 기도문 같다.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에 놓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가 있었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와 비슷한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다. 또 성경은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에서 차이가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 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답했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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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문도 AI가?…챗봇이 작성한 기도문은 어떨까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망자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문.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이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를 보였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었다. 또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성경의 특성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의 차이도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강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나의 어린 아이들아, 너희는 선을 따라 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강아지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그는 생명의 문이요, 누가 그를 따르면 망함이 없겠고, 생명을 얻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강아지의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새로운 생명에서 계속하여 그를 생각할 것입니다.” 챗 GPT가 작성한 죽은 반려견을 위한 기도문. 교계 관계자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목사가 반려견을 위한 설교를 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챗GPT가 융통성 있게 자의적으로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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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어사 대웅전에 숨어있는 부처님 이야기

    신도든, 아니든 사찰을 방문할 때면 누구나 한 번은 찾는 대웅전(大雄殿).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불국토의 정신과 돌계단 하나마다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부산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발간한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잘 모르던 대웅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1602년 창건된 범어사 대웅전(보물)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 중 하나다. 부처님의 머리 위에 있는 지붕(닫집) 아래에 달아맨 용과 봉황, 학, 구름, 주악비천상 등은 상상력을 발휘해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대웅전은 이름 그대로 ‘큰 영웅’, 즉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다. 범어사 대웅전의 맞배지붕은 마주 보고 있는 보제루보다 소박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위풍당당한데, 이는 화려한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사면을 가득 채운 내외부 벽화, 기둥과 천장 등이 전각의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자리 잡은 지형적 위치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맞배지붕은 지붕 형식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궁궐에서도 정전 같은 주요 건물에는 팔작지붕을, 부속 건물에는 맞배지붕을 얹는 것이 관례였다. 대웅전의 위상을 고려하면 팔작지붕을 올렸을 만하지만, 여기에도 시대적 상황이 있다. 범어사 대웅전이 창건된 1602년은 임진왜란(1592∼1598년)이 끝난 직후였다. 특히 동래 지역은 피해가 커서 당시 지은 사찰 대부분은 품과 돈이 많이 드는 팔작지붕 대신 맞배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대웅전 수미단과 불전 장엄구를 통해 범어사 대웅전이 예배 대상을 봉안하는 전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양대로서의 시대성을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환응 스님)은 “시민들이 늘 찾던 범어사 대웅전에서 미처 몰랐던 의미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부처님의 세계가 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교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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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퍼’ 거리를 세계 최고의 나눔 거리로 만든다면[이진구 기자의 대화]

    지난주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최일도 목사를 인터뷰했습니다. 35년간 무의탁 어르신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해온 밥퍼가 1일부터 아침까지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전기·가스료는 물론이고 물가 급등으로 허리가 휘는 판에 오히려 한 끼에서 두 끼로 배식을 늘린다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최 목사는 “새벽부터 와서 떨며 기다리는 분들이 마음 쓰여서…”라고 했습니다. 밥퍼 점심은 오전 11시부터 제공됩니다. 그런데 아침 6~7시부터 찾아와서 기다리는 분이 많았답니다. 이유는… 방이 더 춥기 때문이었습니다. 노숙자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4~5 시간을 따뜻한 물로만 몸을 녹이며 기다리는 분들이 안타까워 간헐적으로 떡국이나 누룽지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차피 하는 것 정식으로 하자’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아침 배식을 시작하게 됐다는 거죠. 이렇게 밥퍼를 찾는 분들은 하루에 약 700~800명에 이릅니다. 이런 밥퍼가 지금 철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죠. 밥퍼 건물은 서울시가 지었습니다. 땅도 시유지죠. 밥퍼는 이런 시청과 구청의 도움으로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무료 배식 봉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관할 구청장이 바뀌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좀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관할 구청의 입장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건물이고, 또 그 안에서 불법 증축이 이뤄졌으니 철거하고 새로 안 지으면 강제 이행금(2억8000여만 원)을 내라는 것입니다. 밥퍼는 답답합니다.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은 건축주(땅 주인 또는 땅 주인의 허락을 받은 사람)에게 있지요. 세입자인 밥퍼는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조차 없는데, 불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애초에 땅 주인인 서울시가 건물을 지을 때 건축허가를 받았다면 지금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서울 시장은 지금 오세훈 시장었이지요.하지만 저는 누구 주장이 맞느냐는 걸 따지는 건 이 문제의 본질도 아니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더 슬기로운 방법으로 푸느냐가 아닐까요.새 구청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청량리 일대를 상업지구, 청년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근 이문동 삼천리 연탄 공장이나 디젤 정비창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매일 700~800여명의 노숙자, 무의탁 노인 등이 찾는 밥퍼가 달갑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 지점에 밥퍼와 구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퍼가 있는 거리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상가나 백화점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문화적 이익을 창출한다면, 모두가 ‘윈-윈(win -win)’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대상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도록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돈을 들여 홍보를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망하는 기업이 있을 리 없겠지요.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아, 그거!’하고 떠올리는 이름. 그게 바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지요. 그동안 활용할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밥퍼는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봉사, 사랑의 이름으로 이미 각인된 명칭입니다. 이를 활용해 도시 재생 전문가, 예술가, 프로젝트 기획자 등의 도움을 받아 밥퍼 거리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나눔과 봉사의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면, 구청이 원하는 상업·청년문화 지역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여름철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장소마다 수 십 대의 푸드 트럭이 갖가지 음식을 제공합니다. 바퀴 달린 푸드 트럭이 동대문구라고 못 가겠습니까. 공간만 마련해 준다면 얼마든지 찾아오겠지요. 시와 구는 푸드 트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푸드 트럭 사장님들은 다 사용하지 못한 재료를 밥퍼에 기부합니다. (밥퍼는 푸드 뱅크로 식자재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놀러 와 음식을 사 먹는 것 자체가 기부가 되겠지요. ‘골목식당’처럼 백종원 선생님이 기부를 많이 한 푸드 트럭의 음식을 봐준다면 ‘맛 트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푸드 트럭이 서 있을 수 있는 곳에 밴드라고 못 오겠습니까. 장소만 마련해주면 실력을 뽐내고 싶은 뮤지션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연주한 단체나 개인들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뮤직페스티벌은 어떻습니까. 나눔과 배려를 주제로 한 이벤트도 열 수 있습니다. 고대와 연대는 매년 야구 축구 등 5개 종목의 자웅을 겨루는 고·연전을 엽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와 함께 헌혈 고·연전도 4주간 열렸더군요. 건전한 대학 헌혈문화를 조성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 학교 학생들이 헌혈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 행사입니다. 밥퍼 거리에서 전국 각 대학의 헌혈 대항전이 펼쳐진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이효리 이상순 커플은 애견 봉사활동을 하다 만났다고 하지요. 놀러 온 김에 잠시라도 밥퍼에서 연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미리 연락을 주고 오면 더 좋지만 언제 가도 밥퍼에는 안내, 배식, 청소, 설거지, 도시락 포장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시간도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밥퍼에서는 봉사 활동을 한 분들에게 기념품으로 ‘밥퍼 밴드’를 줍니다. 푸드 트럭이든, 인근 식장이든 밴드를 찬 손님에게 약간의 할인을 해주면 어떨까요. ‘나눔과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더 맛있을 테고, 식당은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장소가 활성화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재능 있는 분들도 찾겠지요.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참치김밥이 나오기 전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주는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엄한 말입니다만, BTS라도 한 번 놀러 와 준다면 더 없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앞서 소개한 것보다 분명 더 좋은 계획과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밥퍼 거리’를 유례없는 나눔과 배려, 사랑의 거리로 재창조할 수 있다면, 어려운 그분들에게 하루 두 끼가 아니라 세끼를, 더 나아가 따뜻한 잠자리도 제공할 수 있겠지요. 설사 불법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하루 한 끼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이 준법이고 정의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밀어낸 자리에 설사 미슐랭 식당과 초호화 쇼핑몰이 들어선다 해도,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놀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니까요.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우리가 하기 나름 아닐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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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첩보물의 거장 르 카레의 유작

    일찌감치 물려받은 유산 덕분에 편안한 삶을 살던 젊은 부자 줄리언 론즐리. 그가 더 단조로운 생활을 위해 황량한 영국 북해 해변 마을에 연 작은 서점. 손님 하나 없던 서점에 어느 날 찾아온 노신사 에드워드 에이번. 서점 지하의 빈 공간을 ‘문학 공화국’으로 만들어보자는 노신사의 기묘한 제안…. 이 책은 ‘007’ 시리즈의 이언 플레밍과 쌍벽을 이루는 첩보 소설의 제왕 존 르 카레(본명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월·1931∼2020)가 마지막으로 쓴,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유작 소설이다. 그는 실제로 영국 비밀정보국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며 작품을 썼는데, 3번째 작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히트하자 사표를 내고 작가로 전업했다. 본명 대신 필명을 사용한 이유도 첫 소설을 쓸 당시 신분이 정보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비밀정보국 출신의 첩보 소설가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르 카레와 플레밍의 작품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을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007 시리즈가 술과 여자, 도박을 좋아한 이언 플레밍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들은 대부분 사실적이고 회색적이다. 또 007 시리즈가 영국식 ‘국뽕’과 선명한 선악을 담았다면, 르 카레의 작품들은 선악의 구별이 모호하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남다른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조국과 조직을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과 정의에서 멀어져 가는 자신을 보게 되고 동시에 그렇게 자신이 지켜낸 조국의 어두운 이면에 절망한다. 신간에서도 영국이 취한 외교적 자세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다. 실제 그의 삶도 그가 쓴 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는 2019년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책 ‘에이전트 러너’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추진한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급기야 사망 직전 영국 국적을 버리고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모두 스파이다. 냉전 직후 벌어진 정치적 사건들을 시점과 배경을 바꿔 21세기 영국으로 가져온 뒤 스파이 조직이 가진 정치적 양면성을 입혀 사건을 풀어간다. 그 안에 정파적 이해로 점철되고, 반드시 품어야 할 사람들에게조차 등을 돌리는, 종종 인간의 존엄성도 외면하는 첩보의 실체를 담았다. 소설에서 그려진 영국 스파이들은 조국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임무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유작 원고를 정리해 신간을 출간한 아들 닉 콘월은 이와 관련해 “내가 보기에 아버지도 그 얘기를 큰 소리로 외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가 20세기 중반 갈 곳 없는 떠돌이였을 때 집을 마련해준 기관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미 4분의 3 정도가 완성된 상태였음에도 작가가 생전에 이 소설을 출판하지 않은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거장이 남긴 작별 인사고, 자신의 전직(스파이)에 대한 러브스토리라는 해석은 타당해 보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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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0년대 선교사, 한복 입고 회갑연 열며 조선에 적응

    일제강점기 선교사와 스님, 사찰 등의 모습과 생활상이 담긴 사진첩이 잇달아 출간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발간한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 소장된 ‘마펫 한국 컬렉션’ 4000여 점 중 160여 점을 추렸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선교 활동을 편 사무엘 A 마펫 선교사와 그의 가족, 동료 선교사들이 수집한 자료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교회사 연구자들에 의해 일부 소개된 것은 있지만, 1890년대 서울 풍경과 선교사의 생활상이 다양하게 담겨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서울 생활’편에서는 선교사들이 낯선 타지에서 30∼40년을 살며 어떻게 적응했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선교사들은 한국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60세 생일 파티를 한국식 회갑연으로 열어 모두 한복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105명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한 ‘105인 사건’ 공판 사진 등 한국 근대사에서 의미 있는 사진도 담았다. 최근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출간한 ‘사진으로 읽은 근현대 한국불교’에서는 19세기 말 사찰 모습과 함께 왜색 불교를 청산하고 진정한 수행 공간과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불교계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 신계사, 지금과는 달리 서울 홍제천변 자갈밭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서울 서대문구 홍지문길)도 담았다. 신계사는 6·25전쟁 때 대웅보전 앞 3층 석탑만 남기고 전소됐으나, 2000년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공동으로 복원을 추진해 2004년 14개 전각이 복원됐다. 1950년대 불교 정화 운동을 통해 오늘날 한국불교의 토대를 일군 큰스님들을 비롯해 수계(受戒) 직후의 스님들, 안거와 용맹정진을 마친 스님들의 단체 사진에서 훗날 한국 불교계를 이끈 큰스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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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사찰 소장 불교 문화재 200점 한자리에

    순천, 영암 등 전남 지역 사찰이 소장한 불교 문화재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순천대(총장 고영진) 박물관은 ‘불교 문화재 순천 나들이’전을 2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품 가운데는 순천 금룡사가 소장한 보물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사진)’이 눈에 띈다. 훈민정음 창제 후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불경 언해서로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1461년(세조 7년) 조선시대 활자를 주조하는 관청인 교서관에서 금속활자를 사용해 찍어냈다. 한자 원문과 언해문으로 이뤄졌으며 10권으로 구성됐다. 한글 창제 무렵의 국어 특징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순천 선암사의 ‘목조 인왕상’과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금동은입사향로’, 선암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선암사 중창건도기’, 금룡사의 ‘묘법연화경’, 영암 천황사의 목탑을 장식했던 불꽃무늬 장식품과 연화문 수막새도 볼 수 있다.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 머문 광양 옥룡사의 중국제 해무리굽 청자와 연화문 막새류도 전시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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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 9일 출발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이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 중흥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9일부터 43일간 총 1167km의 인도 도보순례에 나선다. 순례단은 스님과 신도 100여 명으로 이뤄졌으며 부처님이 성도 후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에서 입재식을 가진 후, 부처님 성도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결집 장소인 칠엽굴과 영축산이 있는 라즈기리, 라즈기리의 나란다 대학,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 탄생지인 룸비니 등 불교 성지를 방문한다. 또 녹야원, 마하보디대탑, 죽림정사, 쿠시나가르 등에서는 대규모 법회도 열 예정이다. 조계종은 순례에 맞춰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현지를 찾고, 연등회 전시를 비롯해 템플스테이 홍보, 사찰음식 시연·만찬 등 다양한 교류 행사도 갖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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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후위기’로 주식-집값 출렁… 지속가능한 전략은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두 책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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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에 해수면 상승…오션뷰 아파트의 미래는?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신간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다산북스)과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퍼블리온)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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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태종 무원 스님 “명락사에 다문화센터 건립”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사진)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문화가정, 탈북이주민,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무원 스님은 “올해 천태종의 종무 기조는 ‘자성(自性·본디부터 갖추고 있는 불성)을 밝혀 만인과 소통하고,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를 통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다문화 사찰로 운영돼온 서울 관악구 명락사 내에 건립될 계획이다. 천태종은 이 밖에 올해 주요 사업으로 2대 종정을 지낸 남대충 대종사 탄신 100주년(2026년) 준비위원회도 발족할 예정이다. 무원 스님은 “불교는 복을 기원하기보다 복을 짓는 작복(作福)의 종교”라며 “새해에는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작복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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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다 살아난 ‘K칩스법’… 정쟁으로 표류시키면 그게 바로 매국”[이진구 기자의 對話]

    《최근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세액공제율이 너무 낮아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 다행히 법 통과 일주일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정 지시를 내리기는 했지만, 법 개정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무소속)은 “땅에 묻힐 뻔했던 국가 미래가 되살아났다”며 “만약 여야의 정쟁으로 법 통과가 지연된다면 그게 바로 매국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으로 불리는 ‘K칩스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법 통과 때 차라리 부결시켜 달라고 했던데…. “특위에서 만든 안은 대기업은 6%→20%, 중견기업은 8%→25%, 중소기업은 16%→3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4개월여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그날 갑자기 여야가 대기업만 8%로 2%포인트 더 올려주고, 나머지는 전과 똑같은 기획재정부 안으로 합의해 통과시켜 버렸다. 남들보다 더 지원해주고 뛰게 해도 모자랄 판에….” ―실망이 컸나. “사실상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특위 안을 만들면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숱한 논의 끝에 8%로는 도저히 경쟁국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입안 과정에서 관련 부처 장관 릴레이 미팅과 8개 부처 장차관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숱하게 세액공제율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세수 부족을 이유로, 그것도 본회의 당일 기습 상정을 하다니…. 솔직히 그때는 이 사람들이 말로만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 사실은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지.” ―법 통과 당일까지 전혀 몰랐단 말인가. “그날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 참석하느라 호찌민에 있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기조연설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빗발치더라. 지인들과 기자들 전화였는데, 오늘 본회의에 기재부 안이 올라가는데 알고 있었냐는 거다. 내가 되레 되물었다. 논의도 안 했는데 그럴 리가 있냐고. 너무 놀라서 그 뒤 일정을 다 취소하고 부랴부랴 당일 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본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통과시킬 바엔 차라리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 그런데 투표가 끝나고 적반하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적반하장이라니? “특위 위원 중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조명희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날 밤 전화가 왔다. 자기가 국민의힘에서 죄인 됐다고….” (죄인이라니?) “자기가 마치 반도체 산업 지원을 반대하는 사람처럼 몰렸다고….” (당신처럼 그 정도 지원으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반대한 것 아니었나?) “내 말이…. 그때 베트남에 조 의원도 함께 갔다가 같이 귀국했다. 오는 길에 내가 법이 이렇게 통과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도 설명을 해서 당당하게 반대표를 던진 건데….” ―그런데 특위 위원장에게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줬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 “법안을 제출한 뒤에 넉 달 동안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다렸다. 소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시작되면 가서 설명도 하고 설득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언제 논의가 시작되는지 이제나 저제나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만 보고 있었는데, 몇 달 동안 아무 이야기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그분은 내가 민주당에 있을 적에도 계속 왜 그렇게 친기업적인 이야기만 하냐고 나를 엄청 비판하던 분이라 묻기가 어려워서…. 그래서 12월이 됐을 때는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습적으로 할 줄이야.” ―윤 대통령이 일주일여 만에 수정 지시를 했는데,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혹시 강하게 항의를 했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못 챙겼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 대통령실이 너무 바쁜 데다 예산안, 법인세 문제 등에 초점이 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빨리 수정 지시를 내린 건 정말 잘한 거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바로잡아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15%(대·중견기업)로 인상하는 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으니까. 특위 안(20%, 25%)에 비하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별 말이 없나.) “지난달 28일인가?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는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앞에 있었다. 그래서 얼른 다가가 ‘주 대표님!’ 하고 불렀더니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시더라고.” ―일각에서는 세액공제율 확대가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대기업에 잘해주면 반대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프레임을 너무 심하게 가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부자 감세’라며 대기업을 어떻게든 악마로 만들어내려고 애쓰는데… 내 눈에는 참 처량해 보이더라. 저런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할까 싶기도 하고. 반도체는 생산량이 많으면 고정비가 하락하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이 대표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걸 대기업에 특혜 주는 것으로 보니 안타깝지. 대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법 통과를 가장 바라는 사람들이 중견·중소기업 대표들이다. 그들은 대기업의 투자 증가가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2, 3차 협력사인 자신들을 동반 성장시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관련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고 하던데….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된 게 이미 20년이 넘었다. 그래서 특위에서 수도권 대학은 정원 규제와 무관하게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하자는 안을 냈다. 그런데 이게 논의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수도권 특혜 등의 벽에 부닥쳐 대학이 자체 정원 내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내 분란만 일 것 같은데….) “반도체 관련 정원을 늘리고 싶으면 다른 과 정원을 줄이라는 건데 해당 학과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건 책임을 대학에 미루는 것이다.” ―당신은 광주(서을) 지역구 의원이지 않나. “지방 의원이 왜 수도권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하냐고? 나는 수도권 규제가 오히려 국가 전체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가 부족한데 수도권에 혜택을 주지 않으면, 인재와 기업은 지방 대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50여 명인데 미국 스탠퍼드대는 700명이 넘는다. 반도체 산업은 지역대항전이 아니라 국가대항전이다. 지금 상태로는 인재 확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을 풀자고 한거다. 그걸 수도권 집중, 지역 소외 문제로만 보니….” ―작년 6월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수락할 때 국회 차원의 상설 특위 설치를 약속받았다고 했다. “그게 첫 번째 조건이었다. 작년 11월에 (여야가) 국회 안에 첨단산업특위를 설치하기로 의결했고, 안도 나와 있는데 국정조사니, 예산안 통과니 해서 정쟁에 빠지는 바람에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 높은 분이 내가 (위원장) 하면 안 만든다고 했다고 하더라.” (무슨 문제가 있나.) “내가 그쪽에 약간 미운털이 박혀 있으니까…. 반도체고 뭐고 내가 하는 건 다 싫어하는 그런 감정이 있어서….”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쉽게 합의해 줄까. “정국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고 벼를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야 어느 쪽이든 반도체 산업 지원법을 정쟁의 도구로 쓰는 세력은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들을 신매국노라고 불렀던데….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안에 이상한 프레임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첨단 산업 정책을 정략적 거래로 이용하는 자, 대기업 특혜라며 갈라치기 하는 자, 지역 소외 정책이라며 국토균형발전론을 오남용하는 자 등이다. 마음 같아서는 진짜 ‘매국노(賣國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표현이 너무 센 것 같기도 하고, 또 이 사람들이 진짜 나라를 팔아먹은 건 아니라서 ‘나라의 미래를 땅에 묻는 것’이란 의미로 ‘묻을 매(埋)’를 썼다. 나라의 미래를 놓고 흥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게 언론과 국민 모두 잘 감시해야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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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석 “지금 시급한 건… 마스크 해제 아닌 개량백신 접종률 올리는 것”[이진구 기자의 對話]

    《관심을 모았던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는 결국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아직은 해제 시점을 밝힐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대신 방역당국은 해제가 가능한 전제 조건을 발표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면역력이 아직 많이 낮은 상태”라며 “전력을 다해 고위험군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을 높여야 할 때에 섣부르게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을 촉발시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시켰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이 오히려 방역에 지장을 줬다고…. “지금 상황이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은 동절기 추가 접종(개량 백신)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같은 감염취약시설에 계신 분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사망자 수 등에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고위험군의 개량 백신 접종률을 올려야 할 시기인데, 그 인력과 시간이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낭비됐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이제 곧 벗게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바람에 경각심을 낮춰 버린 면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크긴 했다. “물론 마스크 피로도가 분명히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벗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60세 이하만 해제할 수도 없지 않나. 마스크를 벗으면 확진자는 반드시 는다.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아직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실내 마스크 해제로 고령층 등의 사망자가 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개량 백신 접종률을 더 올린 후에 풀자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대전시가 이달 초 중앙정부가 먼저 풀지 않으면 이달 15일부터 먼저 벗겠다고 시점까지 밝히는 바람에 사회적 이슈가 됐다. 개량 백신 접종과 치료제 처방률 제고, 취약 시설 관리 등에 더 신경을 써서 고위험군 사망자를 한 명이라도 더 낮춰야 할 시기에 국무총리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각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난리가 난 거다.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 로드맵 발표도 등 떠밀려 한 면이 있다.” ―원래 예정된 계획이 아니었나.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는 방역의 우선순위에서는 훨씬 밀리는 사안이다. 내가 알기로는 12월 초까지 올해 안에 해제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모든 방역 정책이 지금까지 자문위 자문을 거쳤는데 그런 자문이 들어온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자체가 먼저 풀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니까 사태를 진정시키고 제어하기 위해 발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거다.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해제 시점을 밝힌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게 정치 방역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 해제의 전제 조건만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안 그래도 지난 정부 때 정치방역 논란이 많았는데 이제는 지자체까지 그러니….” ―대전은 방역을 잘해서 그런 건가. “이달 초 먼저 해제하겠다고 논란을 일으켰을 때 대전의 감염 취약시설 개량 백신 접종률은 30% 초반대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다. 지금(20일 기준)도 41.8%로 전국 평균 46.4%보다 낮다.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실내 마스크 해제를 요구했던 충남은 중환자실 점유율이 굉장히 높다. 실내 마스크 해제로 위중증 환자가 늘면 다른 지자체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왜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나. 논란을 일으킬 시간이 있으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지.” ―추워지면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논문이 하나 있는데, 코의 온도를 낮췄더니 면역력이 확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 추워지면 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내가 호흡기 질환 분야만 40년 경력이다. 겨울철에는 무조건 바쁘다. 지금 아이들 독감 환자도 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미 폭증했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마스크 때문인가.) “그렇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벗으면 반드시 더 는다. 그리고 지금 걸려도 검사나 치료를 안 받는 숨은 확진자가 굉장히 많다. 검사도 이제는 대부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아닌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 항원검사를 받는다. 드러난 통계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내년 설 연휴 전에는 해제가 어렵나. “지금(20일 기준)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60세 이상은 27.8%, 감염취약시설은 46.4% 정도다. 이게 60세 이상은 50%, 감염 취약시설도 60%를 넘기면 대체로 고위험군(1450만 명)의 75% 정도가 면역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게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느냐의 마지막 기준이 될 거다. 해제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된다. 만약 그게 안 되면… 그때 가서도 풀 수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전에 경기도 의사회에서 날 징계하겠다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더라.” ―실내 마스크를 풀 때가 아니라고 했다고 징계한다고? 더군다나 당신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인데…. “이유를 물어보니까, 첫째는 지금 실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충분한 근거가 없는데 내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되면서 계속 써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게 더 기가 막힌데… 내가 경기 안양에 있는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지 않나. 회원이 왜 경기도 의사회 성명에 반하는 입장을 계속 얘기하냐는 거다. 정치판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얼마 전부터는 병원에서 진료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의사회는 9월 실내 마스크 즉각 해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2급에서 인플루엔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냈다. ―나랏일 하느라 휴직한 건가. “그게 아니고… 내가 아이들 실내 마스크를 강제하는 아동학대범이라며 경기도 의사회에 제소한 시민단체가 있는데, 한 달째 우리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쓴 채 진료실까지 쳐들어오고, 그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다 보니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의무화는 지난 정부 때 결정됐고, 당신은 관여도 안 했는데 왜? “나도 모르겠다. 내 입장은 전문가로서, 그리고 학자적 양심으로, 코로나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사망하지 않도록 마스크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벗자는 것이다. 지금도 주요한 변이 바이러스가 4개나 돌고 있다.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닌데 정부가 먼저 ‘국민들이 알아서 잘 쓰겠지’라고 생각하고 당장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면 부주의한 사람들은 더 부주의하게 될 거다. 그로 인해 죽는 사람이 생기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지금도 매일 코로나로 40∼60명이 죽는다. 지구상에 매일 이만큼이 죽는 병이 없다. 지금 질병청 안에 결핵정책과와 에이즈관리과가 있다. 코로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망자가 적은데도 전담과를 두고 관리한다. 하물며 매일 수십 명이 죽는 코로나를…. 정부에 조언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앞장서서 당장 실내 마스크를 풀자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치료제 처방률은 왜 높지 않은 건가. “지금은 좀 올라가고 있는데, 그동안 지자체 방역당국이나 의사들이 라게브리오나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를 처방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 (약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처방하지 않았다고?) “초기에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효과가 좋은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팍스로비드는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금기약이 23가지나 된다. 23가지 중 하나라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거다. 전국에 원스톱 진료기관이 1만 곳 정도 되다 보니 내과 의사보다 다른 과 의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 중에는 이 23개 약을 안 써 본 사람이 꽤 된다. 또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말해 주지 않는 환자도 있다 보니 의사로서는 책임질 일이 생기지 않게 처방에 소극적이 됐던 거다. 이후에 라게브리오의 성적이 굉장히 올라갔는데, 라게브리오는 금기약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치료제 처방률이 30%대로 꽤 올라갔고, 더 오르고 있다.” ―강조하는 개량 백신은 1∼4차 백신과 많이 다른가. “지금 접종하는 개량 백신은 4차까지의 백신과는 완전히 다르다. 4차까지의 백신에는 지금 유행하는 BA.5는 물론이고 오미크론도 없었다. 개량 백신은 이런 걸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래서 이름도 특별히 ‘개량’이라고 붙인 거다. 확실히 효과가 다르다.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들은 안 맞아도 되지만, 60세 이상이라면 자기 방어를 위해서 꼭 맞아야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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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축구가 韓보다 세다는 걸 우리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니…[이진구 기자의 對話]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 전이 끝난 직후 허정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아쉽게 8강 진출은 못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듣기 위해서였죠. 아시다시피 그는 12년 전 첫 방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허 감독은 유망주 발굴 시스템, 축구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그중 제가 가장 들으며 놀란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고 언급하기도 싫지만, 이제는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 관계자들이나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일반인들은 모르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한일전에서 패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전술 부재, 선수들 부상 등 그날의 경기력 부재를 이유로 들었지, 축구 수준을 지적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우리 정서상 패인을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로 말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어느 감독과 선수들이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절감한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그런데 현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합니다. 허 감독은 일본은 고등학교 팀만 수천 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지난해 전 일본 고등축구연맹에 등록된 팀이 3962개더군요.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는 190팀이었습니다. 일본은 고교 축구팀이 의무라서 그렇게 많은 걸까요?우리가 한일전 승패에만 집중할 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낮은 부분을 끌어올려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층도 두껍고, 대표팀 성적도 굉장히 안정돼있어 큰 기복이 없다는군요. 전 국가대표 이영표는 한 방송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이 더 강하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2013년입니다. 저는 일본 축구를 배우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 축구가 따로 있겠습니까. 세계 축구를 배우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결과겠죠. 단지 일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세계 축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한·일전 승패에만 매몰돼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높아진 축구 수준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볼은 둥글기 때문에, 하다 보면 어쩌다 우리도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단발성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허 감독에게 월드컵에 출전했던 역대 감독들이 조언 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월드컵을 석 달 남겨두고 네덜란드 현장 전력 분석보다 한·일전 승리에 더 신경을 썼다”라고요. 이번에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체 팀에게 패하는 일도 생길 수 있겠지요. 그런데 당장 눈앞의 한·일전에 질까 봐 과거에 익숙하던 방식으로 시합을 치르게 하면 감독이 구현하려는 선진 축구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작년 3월 벤투 감독의 대표팀이 평가전을 겸한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 3으로 진 뒤 여론의 비난이 워낙 거세지자 급기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대 5로 지자 ‘오대영’이란 조롱을 받았습니다. 저는 축구에 문외한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저 점수 차이가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투나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준비고 뭐고 간에 승패에 집착했다면 지더라도 저런 큰 점수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월드컵이지 그 과정에 벌어지는 평가전이 아니니까요. 앞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한·일전에서 늘 지는 모습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 뿐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굳이 일본이 우리보다 잘한다는 걸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지는 한·일전을 보고 싶지 않다면, 또 언젠가 일본이 월드컵 8강, 4강에 진출하는 걸 부러워하면서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나아지게 된 과정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해야 하고 또 긴 호흡을 가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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