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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문재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간곡히 요청한 결과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로 훈련 중단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실은 우리가 나서서 훈련 중단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16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중단)도 우리가 간절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저렇게 된 거다.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돈 때문에 안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미국의 대북 군사 압박이 해소돼야만 협상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우선 그런 환경부터 만들자고 해서 지난해 규모 축소 식으로 이야기해 놨다가 안 했고, 올해도 안 하기로 했다”면서 “미국이 주판알 튕겨서 그만둔 게 아니다. 북한이 요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이달 키리졸브(KR), 독수리훈련(FE) 폐지까지 이어온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결국 우리의 강한 요청사항이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협상 경험으로 보건대, 우리가 간절하게 이야기하면 미국이 듣는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테니 일단 눈감아 달라고 그러면 아마 미국이 들어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협상 접점에 대해선 “북한은 5개를 내놓으면 미국도 5개를 줘야 한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어떻게 등가로 교환하나? 내가 2개 줄게, 5개 내놔’라고 하는데 미국은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최악의 경우에 북한은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핵 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도) 그러면 죽는다는 걸 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렇게까지 벼랑 끝 전술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누가 무엇을 도와주기를 바라면서 남을 쳐다보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노동신문이 16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소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다. 전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 가능성을 밝힌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2면 기사를 통해 “자력갱생이냐, 외세 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자주적 인민으로 사느냐, 노예가 되느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 사활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및 근로단체 조직들에서는 당원과 근로자들이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풀어나가도록 사상교양사업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설을 통해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현실에 맞게 (지방 행정구역인) 도(道)들 사이의 경쟁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은 나라의 전반적, 전면적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총진군운동이며 그 규모와 내용에서 전례가 없는 보다 높은 형태의 경쟁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북-미 합의 결렬로 제재가 유지되자 지역별 ‘성과 쥐어짜기’에 나선 셈이다. 한편 북한이 14일부터 전국 규모로 방공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6일 아침 (9시) 갑자기 방공훈련을 알리는 사이렌 경보가 10분 동안이나 울렸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일부 외신에서 최초에 잘못 보도가 돼서 국내에서도 계속 (잘못) 그렇게 보도가 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긴급 브리핑 도중 이틀 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한 국내외 보도를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최 부상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자기의 말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라고 인용해서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의 얘기를 인용한 것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회견 성격에 대해선 “외신 기자 4명만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자회견이라고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 브리핑 성격”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미 협상 필요 여부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성명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는 (최 부상이 밝힌 것과) 표현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최 부상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앞으로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곧 결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자기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선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이를 AP통신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계속 중단할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 지명에 대해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것 보고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13일 강원 춘천시와 강원대가 마련한 남북교류협력아카데미 입학식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강원도민일보가 14일 전했다. 문 특보는 “대통령이 신한반도 체제와 평화 프로세스를 소신 있게 할 사람을 뽑은 것”이라면서 “김연철 장관(후보자)은 그동안 본인 주장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칼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북 제재 무용론’을 강조해 왔다. 문 특보는 “한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분절화, 양분화 분란이 있는데 설득을 잘해야 한다. 우리가 합쳐진 모습을 보이면 미국도 어쩌지 못한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금강산 관광은) 핵미사일과 관계가 없고 관광객 개별이 내는 것은 현금 다발이 아니다. 유엔 제재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특보는 “운영의 묘를 구하고 미국을 설득하면 가능하다. 대통령 결단이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고 북한도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노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를 떠나면서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빅딜에 대해서 설명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 달라고 몇 번을 부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중재’로 설명해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면서 “중재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하는 것으로, 미국 측에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고 한편이며, 북한도 그렇게 인식한다”면서 “중재라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에서 ‘촉진자’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북한 편향 발언과 과거 정치권을 향한 원색적인 막말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자질 논란이 여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13일 “한 부처의 장관직을 맡기에는 다소 급진적이고 가벼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발언들인데 그대로 가기 어려울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조심스럽게 대안이 필요한 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들은 이날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선 “남북관계가 파탄 난 것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이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10·4선언 불이행으로 남북 간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우발적인 사건이 잇따라 터져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우발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남북 경제협력 전면 확대 내용을 담은 10·4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린 것. 김 후보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던 2000년 6월 한 보고서에선 “(북한에) 대형 투자, 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시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며 남한 내 공업단지 북한 이전과 반도체, 자동차 등 투자 추진을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하며 “2008년 (금강산에서 피격된) 박왕자 씨 사망 사건 진상 조사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도 했다.황인찬 hic@donga.com·강성휘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질 논란이 거의 매일같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 인터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밝힌 북한에 편향된 듯한 발언이나 ‘문제적 언사’들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장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제재와 남북 경협에 신중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자’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 동결’ 주장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 후보자는 2017년 4월 11일 동아시아재단의 연재물 ‘정책논쟁’에서 핵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군사적 해결은 잃을 것이 너무 많고, 협상은 지속되지 못했고, 제재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지금 수준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비핵화에 앞서 핵 동결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창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선택할 북핵 노선으로 핵 동결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통째로 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비핵화 협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에 유리한 협상안을 꺼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재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너무 쉽게 폐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은 신뢰의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였지만 이런 언급은 뺀 채 핵 동결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한 것.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한 신문 칼럼을 통해서도 “‘제재를 유지한다’는 말은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미국의 선(先)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이런 대북 보상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북한이 저지른 도발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북한 목함지뢰로 아군 2명이 부상을 입은 도발에 대해 “(북측 소행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우리 정부 당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날렸던 막말에 가까운 언사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페이스북에 천안함 폭침 5주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사진을 올리면서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향해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같은 해 민주당을 지휘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갈등을 겪자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여권, “청와대가 또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북한학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그동안 정치권에 노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쏟아낸 정치적 메시지들이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성균관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정치외교학)를 했고 1997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시작으로 2002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2008년 인제대 교수 등을 지냈다. 꾸준히 현실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서 2004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2017년 대선엔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한 북한학 전문가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갈수록 관심을 보였고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의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저술이나 SNS상 발언 등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가장 기본 항목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빠졌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1년 만에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서 제외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당선된 687명의 대의원 명단을 발표했지만 김 위원장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다. 2014년 2월 제13기 대의원 선거 발표 때는 제111호 백두산선거구 당선자를 발표하지 않으며, 김 위원장 당선 사실을 우회적으로 전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조치가 없었다. 이번 결정은 김 위원장이 6일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 답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김 위원장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며 지나친 신비주의를 배격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대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아, 최고인민회의에 권한을 나눠주는 모양새를 띠면서 정상 국가화를 강조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처음 이름을 올렸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광호 선전선동부장도 당선됐다. 한편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하노이 (북-미) 수뇌(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에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타진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신고하지 않았거나 남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시한 ‘영변 폐기 및 제재 해제’ 카드를 거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원하지 않고 해제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그 위치에 있으려면 북한이 비핵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은 제재 해제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과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일축하며 선(先)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해제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히 통일(unity)돼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원샷 빅딜’로 스탠스를 정리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과 핵무기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면서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모든 WMD 제거가 목표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실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북한 내 화학무기 문제 해결에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으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IAEA의 관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주장처럼 북-미 전문가들의 공동 검증이 아니라 국제기구 참여를 통한 ‘완전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한 것. 현재 CWC 당사국 총회 의장은 이윤영 주네덜란드 대사가 맡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기자들에게만 보여줬고, 셀프 해체하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재건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이 명확한 검증 방법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속속 복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내에서도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트럼프 이틀째 “북한에 실망”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7일(현지 시간) 북한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 대해 “정상 가동 상태(normal operational status)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연구팀은 각각 6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후 이런 진단을 내놨다. CSIS는 “미사일 발사대와 수직 엔진시험대 재건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얼마나 쉽게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폐기 조치를 뒤집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틀 연속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정은과 북한의 핵 활동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약간 실망했다. 약간”이라고 답했다. “지켜보자. 약 1년 내에 알게 해주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하루 전에도 같은 질문에 “(동창리 복구가 사실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8일 동맹국에 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전체 주둔비의 150%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런 주장 때문에 지난달 가까스로 타결된 한미 분담금 협상이 결렬 직전까지 갔다고도 덧붙였다.○ 국무부 “동창리 사찰 계속 추진” 이날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동창리 발사장) 시설의 항구적 해체 및 파괴를 검증하기 위한 미 사찰단의 방문 허용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성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이 해당 지역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은 자신들이 과거에 한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내가 말하는 북한의 FFVD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핵분열 물질 및 핵탄두 제거, 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WMD 영구 동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고 미국을 견제해 비핵화 협상에 적극 개입할 뜻을 드러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예고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8일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큰 방향은 물론이고 비핵화 실현 과정에서 북한이 자국의 정당한 우려를 해결하는 것을 전력을 다해 지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수호에 20여 년을 노력해 왔다.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사실을 알렸다. 노동신문은 6면에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대)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썼다. ‘뜻밖에도’ 등의 표현으로 완곡하게 미국의 책임을 지적한 것은 김 위원장과 실무진의 책임론을 피해가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황인찬 기자}
한미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 여부를 놓고 연일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최근까지 비핵화 합의를 견인하기 위한 대북 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발간한 ‘70년의 대화’라는 저서에서 “지난 25년여간 북핵 위기의 역사에서 협상은 짧고 제재는 길었다. 협상은 자주 깜박거렸지만 제재의 불빛은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것은 실패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인터뷰에선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수단”이라고도 했다. 하노이 회담을 앞둔 1월 한 언론 매체 기고에서는 “모든 수단의 효과는 다 때가 있다. 지금 바로 제재 완화라는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후보자가) 제재가 핵 포기란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관계만 악화시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개각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회담) 이후에 (북-미) 협상을 재개하고, 더 나아가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재개하도록) 노력해야겠죠.”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8일 개각 발표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문가 때 얘기했던 부분들은 공직 후보로서 (추후에 달리) 검토해야 할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20년 넘게 대학과 연구소에 있으면서 대북 정책 수립에도 관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시절엔 개성공단 개설을 위해 대미 협상에도 관여했다. 김 후보자는 인제대 교수 시절인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4월 통일연구원장(차관급)에 올랐다. 각종 대북 서적도 펴냈는데 ‘협상의 전략’(2016년)은 문 대통령이 직접 읽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효과에 부정적인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남북 교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전임 조명균 장관은 청와대의 남북 교류 강화 주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감안해야 한다며 부정적 의견을 자주 피력하다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동해(55세) △강원 북평고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학·석·박사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통일연구원장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관장하는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 인근에 지난 수개월 동안 새로운 건물 단지가 빠르게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 사실상 완료됐으며 2월까지도 추가 공사가 진행된 것이 위성사진 판독 결과 확인됐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을 준비하면서도 꾸준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체(미사일) 관련 시설 확장에 나선 것.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물자 이동에 이어 NADA의 시설 증강도 확인되면서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전으로 복귀한 ‘동창리’ 북한전문매체 NK프로는 6일(현지 시간)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지난해 9월 22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 복합단지 건축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NK프로는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 우주 프로그램과 연관된 연구실, 박물관 또는 행사용 시설일 수 있다”고 전했다. NADA는 북한이 우주발사체 및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 설립한 기관이지만 인공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에는 별 기술적 차이가 없다. 북한은 그동안 로켓 발사에 대해 ‘위성 실험’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중순부터 일부 재건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선 이번 주에도 활발한 활동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7일 전했다.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발사장 중앙을 지키고 있던 ‘궤도식 로켓 이동 건물’이 6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동쪽으로 80∼90m 이동해 ‘주 처리 건물’ 옆에 자리 잡은 것. 앞서 미사일을 조립한 뒤 이를 싣고 발사대까지 철로식 궤도를 따라 이동시키는 구조물인 ‘궤도식 로켓 이동 건물’은 발사장의 일부 해체 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발사대와 비교적 가까운 발사장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발사장 중앙에서 이 건물은 외벽이 철거되는 등의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외벽이 재건된 모습이 확인됐고 주변엔 2대의 지지 크레인이 등장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그러더니 6일 사진에서는 지면에 깔린 선로를 따라 80∼90m 이동해 ‘지난해 6월 1차 북-미 회담 이전 위치’로 돌아간 것. VOA는 “건물이 제자리로 돌아간 사실을 통해 이동에 필요한 선로 등이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16일 (동창리 재건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것이어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2차 회담 전) 미국을 미리 압박하기 위해 동창리 시설을 활용하다가 합의문 결렬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반발 차원에서 같은 시설의 활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도발 시그널 보내면서 3차 회담 제안할 수도 북-미가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거나 신형 ICBM 발사 같은 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형 도발 이후엔 상당 기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평화적 목적의 우주 발사체 개발을 내세우며 북한이 엔진 시험 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로켓 추진체 실험을 단행하며 3차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새로운 길’이 ICBM 도발일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하노이에서도 ‘여차하면 (동창리 재건으로)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북한은)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대처하겠다는 의도이고, 도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걸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야도 북한 미사일 정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만에 드러난 이번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시험발사의 유예를 북한이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있어 불길한 징후(ominous sign)”라고 지적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 탄도미사일 생산 거점인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활발한 물자 이동 정황이 국가정보원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생산된 곳. 여기에 ICBM 발사 기지인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정황도 잇따라 구체적으로 포착되고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도발 재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5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산음동 미사일 단지에 물자 운송용 차량 활동이 최근 있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ICBM 능력 고도화나 추가 생산은 계속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 북한이 하노이에서 완전 폐기를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 중 일부도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보고에서 “영변 핵시설 가운데 우라늄 농축 시설은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심분리기를 통한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영변에서는 매해 핵무기 2, 3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폐기를 약속한 뒤 일부 해체에 나섰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구체적인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일(현지 시간) 하노이 회담 이틀 뒤인 2일 촬영한 동창리 일대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측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장을 서둘러 재건(rapid rebuilding)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구) 움직임은 수직 엔진 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같은 날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궤도식 이동 건축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으며 기존보다 높은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5일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최근 들어 동창리 미사일 시설 중 지붕과 문짝을 다시 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빈손’ 귀국한 다음 날인 6일 북한이 ‘새로운 길’ 모색 가능성을 재차 밝히며 미국에 “조속히 동시 행동에 나서라”며 압박에 나섰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는 선의에 기초한 상응조치’란 기사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일부 해제’ 협상안을 언급하면서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선의의 제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전에 조미 신뢰 조성을 위한 동시 행동의 첫 단계공정을 바로 정하고 그 실천 준비를 다그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테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중 핵심 5개를 해제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에 대해서는 “강압적이고 무례한 패권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현 단계에서 조선 측이 내놓은 선의의 제안에 호응하여 6·12조미공동성명 이행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현실적이며 유익한 선택”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하노이 노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에 꺼내 든 한반도 비핵화 빅딜 청구서가 선명해지고 있다. 북한엔 모든 핵시설에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얹은 ‘대량살상무기(WMD) 원샷’ 타결을 제시하는 동시에, 한국을 향해선 최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국의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예고한 것. 경제와 안보 이슈를 한데 섞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식 외교 기술’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엔 ‘핵’, 한국엔 ‘돈’ 청구한 트럼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며 “여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내용, 그 대가로 북한이 얻게 될 엄청난 경제적 미래에 관한 것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고 (김정은 위원장을)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엔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미국의 경제적 상응조치를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통 크게(go bigger) 올인하라”고 주문했다는 협상 관계자들의 전언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4일 성명을 내고 “영변 핵시설에서 기존에 알려진 우라늄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이 계속 가동 중인 징후들을 포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관심의 방향을 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하더니 이날에도 트위터에서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국방부 장관이 전날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폐지를 발표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비용 탓’이라며 속내를 밝힌 것이다. 이에 당장 한미가 상반기에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들어가는 만큼 워싱턴의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일 한미는 올해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789억 원 오른 1조389억 원에 가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 각료회의에서 “더 올라가야 한다.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내년도 협상은 1조389억 원을 기준으로 인상 폭을 조율하게 된다. ○ 북한 비핵화 시, 상응조치 비용 중 상당액 한국에 청구할 수도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까지 한반도 문제에 안보와 경제 카드를 혼용해 꺼내며 남북한으로부터 최대 이익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이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를 내년 재선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세운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등 주력 지지층을 공략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표심을 끄는 것은 북핵 위협보다는 경제 성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이 관점에서 한반도 구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미동맹에도 경제 논리가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미국은 한국을 ‘최혜국 대우 프레임’에서 조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포함된 한반도를 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야 하는 수많은 지역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설 경우 내어줄 경제 지원 등 상응조치 비용을 한국에 대폭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북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스텝이 ‘하노이 노딜’로 꼬이면서 이후 언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일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만큼 김 위원장이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 러시아 정상과의 회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원 포인트 판문점 회담’ 깜짝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北, 3차 회담 앞당기려 핵 활동 늘릴 수도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2일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해 중국을 통과한 뒤 5일 오전 평양에 닿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총 68시간이 걸렸던 길을 되짚어 복귀하는 것을 감안하면 왕복 이동에만 약 136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특별열차가 건널 북-중 우의교(압록강철교)가 훤히 보이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중롄호텔은 “당분간 중국인들의 투숙만 허용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도착하는 대로 자신의 기대와 달리 비틀어진 북핵 판을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고민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선희를 통해 “미국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꼈다”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당장 북-미 간 실무,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에 일단 비핵화 문제와 공동 전선을 펼쳤던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할 듯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15일 폐막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베이징(北京)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으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남북 정상의 ‘원 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북-미 1차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자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한중러를 지렛대 삼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하노이에서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크게 다르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확인시킨 만큼, 중국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김 위원장의 ‘SOS’ 신호에 덜컥 반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하노이에서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국 측에 회담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중 밀착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이 ‘플랜B’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은 자제하겠지만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생산 등 핵 활동 증가 정황을 흘려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조바심 나게 해 협상장으로 다시 이끌어 내겠다는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북한의 목표는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것인 만큼, 핵 활동이 증가할수록 동결 시 미국에서 받는 포상도 커진다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 매체 “김정은,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북한 매체들은 북-미 회담 결렬 나흘째인 3일에도 결렬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 대신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을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국제사회계의 칭송의 목소리’란 기사로 치켜세웠다. 신문은 “여러 차례의 중국 방문과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수뇌외교활동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시여 특대사변들을 연속 안아 오신 김정은 각하의 박력 있는 외교활동 방식은 세인을 경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지훈 기자}
북한은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달라”고 밝혔다고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제재로 주민 생활이 어려워졌으니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풀라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2016년부터 본격화된 유엔 대북 경제 제재가 누적되면서 북한 경제가 한층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석 수석연구위원은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서 “2017년부터 침체 상태를 보인 북한의 거시경제 추이는 2018년 들어 전반적으로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17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5%였는데 지난해엔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해관총서는 북한의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가 19억7000만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1998년 이후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제재로 광물, 섬유, 농수산물 등 수출 길은 막혔지만 중국 소비재와 식품, 곡물 수입은 이어져 평양의 ‘달러 곳간’이 마르고 있는 것. 주민 생활은 궁핍해지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장마당에는 가구, TV 등을 팔려고 나온 사람들이 있지만 식량만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해 12월 10일 전했다.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팔지 못하자 평북 용천 ‘10월 8일 광산’에서는 석고의 원재료인 ‘회망초’를 캐내 팔아 광부들의 식량을 해결하고 있다고 RFA는 지난달 전했다. 내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지만 이대로라면 텅 빈 잔칫상이 차려질 수 있다. 조병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북한 당국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제재 해제가 절실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노이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돈 문제를 거론하며 대규모 한미 훈련 가능성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 동력을 남겨둔 것. 군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저강도 한미 훈련을 지속하며 꾸준히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돈 아까워 훈련 안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앞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건 수억 달러를 매 훈련마다 지출했기 때문”이라며 “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가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그것이 김 위원장과의 북핵 대화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 때문”이라며 특유의 과장 어법을 섞어 설명한 것. 그러면서 “주한미군 훈련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드는데 군사훈련이 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막대한 지출이 들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남북을 모두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북한을 항해선 “당장 훈련 재개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을 향해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동시에 꺼냈다. 그러면서 이번엔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꼭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억 달러를 훈련에 지출하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돈을 한국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도 곧바로 “미국은 다른 국가로부터 이용만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한미 훈련, 하더라도 ‘로키’로 북-미 베트남 핵 담판이 결렬되면서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실시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KR)는 4일부터 9일간,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은 15일부터 두 달가량 진행하기로 잠정 결정한 뒤 관련 준비를 해왔다. 다만 군 당국자는 28일 “(훈련 실시 여부를) 한미가 협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적정 규모로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KR 실시 이후 주요 연합 훈련이 잇달아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 훈련마저 취소할 경우 전시작전권 전환 대비와 연합방위태세에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나온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이날 연합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훈련은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로키(low-key)’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합 훈련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지적한 것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말한 것으로 모든 훈련을 취소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 한미가 향후 관련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점심도 안 먹고 끝날 줄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빈손 회담으로 끝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허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은 더 컸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후속 북-미 협상과 비핵화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주력했다. 그러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남북 경제협력 실현은 더 늦춰지게 됐다.○ 靑 “남북 대화 본격화” 발표 25분 만에 ‘결렬’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하노이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만나는 만큼 이번에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대북제재 일부 완화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2시경 춘추관을 찾아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간 대화의 속도,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25분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 간 오찬은 물론이고 서명식조차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날아오자 청와대는 당황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들과 함께 서명식 및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집무실 TV로 볼 계획이었지만, 이 자리도 무산됐다. 김 대변인은 이번 담판의 결렬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두 정상이 그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쐐기를 박을 의도였지만, 북-미 정상 간 견해차가 상당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회담을 두고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서로 상대방의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김정은 서울 답방도 ‘시계 제로’ 하노이 담판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청와대의 후속 구상도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청와대는 ‘하노이 담판→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문 대통령의 방북’ 등을 통해 올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며 본격적인 남북 경협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상당 부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3월 말∼4월 초로 예상되던 김 위원장의 답방도 ‘시계 제로’가 됐다. 제재 완화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더라도 성과를 얻어 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하노이에서 미국에 최소한 남북 경협 등에 대한 일부 제재 면제를 받고, 서울에 와 실질적인 경협 방안을 논의하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이었을 텐데 모두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0분경부터 약 25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미온적인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첫 과제가 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답방 일정이 불투명해졌지만, 역설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남북 정상이 접촉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5월과 같은 판문점에서의 ‘당일치기’ 회담이 다시 열리거나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처음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접촉과 별도로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한미 정상 간 접촉 순서 등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 한번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려 68시간을 열차와 차량으로 달려 찾아온 하노이 담판장에서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대미 라인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뉴 페이스’가 등장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협상 결렬이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 대신 김혁철을 실무협상 대표로 교체하며 ‘하노이 빅딜’에 공을 들였다. 유엔 북한대표부 참사 출신으로 ‘미국통’으로 알려진 박철까지 협상 라인에 추가했다. 군부 출신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했던 것. 한 대북 전문가는 “누적된 제재 효과로 올해 경제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제재 완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책임을 질 사람을 찾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김혁철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평양, 하노이에서 의제를 상당 부분 좁혔고, 결국 최종 선택은 양 정상이 한 만큼 북한 외교라인이 책임을 질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에 합의서는 작성했지만 미측에서 서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결렬된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실무자들을 처벌하면 이번 협상 실패를 북측으로 돌리는 것이어서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대남, 대미라인 분야에선 수 년, 수십 년 근무를 시키며 전문가로 키워내는 만큼 당장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론도 나온다. 그만큼 대미 인재풀이 작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북한 매체들이 1일부터 관련 보도를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베트남 일정을 계속 하기로 한 것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이 계속 협상을 하기로 한 것을 강조하면서 베트남과의 우호 친선 일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