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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황의조 선수(31)의 휴대전화에 있던 영상이 유출되며 피해를 입은 여성 측이 ‘황 선수가 불법 촬영을 했다는 증거’라며 통화 내용과 메시지를 공개했다. 피해자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황 선수 측이 공개한 걸 두고서도 “2차 가해를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여성 A 씨의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황 선수와의 통화에서 분명히 ‘싫다, 지워 달라’고 말했다”며 올 6월 27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후 7시 반경 황 선수와의 통화에서 “내가 너한테 싫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잖아”라며 “분명히 (영상을) 지워 달라고 했는데 왜 그게 아직도 있는 거냐”고 말했다. 또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며 “여기서 잘 마무리해 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선수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진짜 미안하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또 황 선수는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 27분경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라며 “피해 안 가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 선수 측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여성이 볼 수 있는 곳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해당 영상을 공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촬영 모드인 휴대전화를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뒀다고 피해자가 인식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수년 전 불법 영상 캡처본을 한 차례 공유했는데 당시 피해자는 당혹감과 수치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황 선수 측이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이자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황 선수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된 형수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황 선수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다”며 “형제간 금전 다툼 및 형수와의 불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황 선수의 사생활 영상 유포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은 형수 외에도 황 선수의 ‘전 연인’을 사칭하며 온라인에서 폭로를 하겠다고 협박한 제3의 인물이 있었다며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우울한 상황이었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최근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A 씨(25)는 “심리적으로 지쳐 있을 때 다정하게 접근해 오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허물어졌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A 씨는 올 4월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한 달 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만난 적도 없었고, 전화번호도 몰랐지만 SNS 메시지로 위로를 받으며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 5월경 “당장 환전을 해야 하는데 계좌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2800만 원을 건넸는데 이후 남성은 SNS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남성을 경찰에 신고한 A 씨는 “대출받아 마련한 돈도 잃었고 배신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도 남았다”며 울먹였다.● 최근 급증한 ‘로맨스 스캠’ 범죄SNS 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어낸 후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이 급증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정원 111콜센터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신고는 총 11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확인된 피해액만 48억6000여만 원에 달한다.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2018년 9억3000만 원에서 지난해 39억6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0월까지만 해도 2018년의 5.2배에 달한다. 피해액이 10억 원 미만이었다가 2021년경부터 급격히 늘었는데 이를 두고 법무법인 화랑의 이지훈 변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이 급성장하는 등 비대면 접촉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로맨스 스캠 범죄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맨스 스캠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대를 노리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김모 씨(24)도 올해 8월 파혼과 소송이 겹치면서 우울한 상태에서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다 7200만 원을 뜯겼다.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씨(42)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 씨(27)도 과거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피해 큰데 구제 방법 마땅치 않아”문제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은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사기범에게 애정을 느끼고 속았다’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선 로맨스 스캠 사기를 당한 여성이 진정인 조사를 받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에 따라 금융회사에 계좌 입출금 금지를 요청하면 즉각 지급 정지를 할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아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다. 반면 로맨스 스캠 범죄는 일반 사기로 처벌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 8월 ‘다중 사기 범죄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기 피해자를 다수 변호한 나현진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 범죄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사기를 친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라며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기범을 처벌하고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계속 피해가 급증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지윤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장원영 인턴기자 서울대 동양사학과 4학년}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씨(42)와 남 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 씨(27)를 둘러싼 사기 혐의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남 씨 명의 벤틀리 차량이 몰수 보전 집행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앞서 남 씨는 전 씨에게 선물로 받은 3억 원 상당의 벤틀리 차량을 3일 경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 경찰은 압수 절차를 완료해 벤틀리 차량을 10일 서울동부지법에 몰수 보전 신청했고, 법원은 15일 이를 인용했다. 몰수 보전 조치는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리지 못하도록 일체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몰수는 유사수신행위, 다단계 판매, 범죄단체 조직,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등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이나 그 재산을 보유·처분하면서 얻은 재산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경찰은 전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단순 사기가 아닌 유사수신행위에 의한 범행”이라고 강조해 법원의 보전 신청 인용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몰수 보전된 벤틀리 차량은 피해 금액 변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차량을 공매 처분한 뒤 형사 재판이 끝나고 나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전 씨 관련 사기 피해자가 다수인데다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어 변제 시기와 방식 등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검찰에서 판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벤틀리 차량 외에도 남 씨가 자진해서 제출한 다른 금품 등에 대해서도 몰수·추징 보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오늘도 서류를 못 뗄까 봐 맘 졸였는데 다행히 발급 받았어요.”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청을 찾은 김모 씨(35)는 “지난주 금요일에 왔다가 허탕 쳐서 혹시 오늘도 안 될까 봐 걱정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17일 오전부터 발생했던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56시간 만인 19일 오후 5시경 복구된 가운데 20일 전국 곳곳의 구청과 주민센터에는 오전부터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광주 북구 오치2동 행정복지센터에선 무인민원발급기와 민원 창구마다 줄지어 기다리는 ‘오픈 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통상 민원인이 많은 월요일인 데다 지난주 서류를 발급받지 못했던 이들까지 찾아와 평소보다 민원인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선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전산망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전 9시 업무 시작 시간에 연제구와 사상구 등 5곳의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이 주민등록시스템에 제대로 접속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행정복지센터 PC 환경이 좋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민원 현장에선 별다른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24’도 정상 작동하며 인터넷을 통한 민원 서류도 문제없이 발급됐다. 이날 낮 12시 기준 정부24는 민원 26만여 건을 발급·처리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도 접속 건수 53만여 건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당분간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3곳을 운영하면서 주요 시스템과 민원 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사업은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서류 하나 못 떼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앞두고 주민센터와 시청, 구청 등을 방문한 국민들의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까지 이날 오후 폐쇄되며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돼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민원인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송파구청 2층 민원실은 민원인 3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서류를 빨리 발급해 달라”,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산 장애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페인 국적 로게르 호세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 거주지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구청을 찾았는데 3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돼 포기하고 나왔다”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오전에는 작동되던 정부24 사이트마저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전면 폐쇄돼 온라인 민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기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오후에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구청 등을 찾았다가 “또 중단됐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64·여)는 “영하 날씨에 올해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인감을 떼러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 금융·부동산 거래도 차질인감증명서와 건축물대장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보증금 8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물대장이 안 나와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다”며 “향후 건축물대장을 떼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 박모 씨(55)는 “과수원 매매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발급이 지연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진위를 확인하는 인터넷은행들은 정부 전산망을 활용한 진위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중은행들도 창구에서 신분증 스캔을 통한 진위 확인이 안 돼 일일이 전화로 행정안전부에 진위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사업은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서류 하나 못 떼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앞두고 주민센터와 시청·구청 등을 방문한 국민들의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까지 이날 오후 폐쇄되며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돼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민원인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송파구청 2층 민원실은 민원인 3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서류를 빨리 발급해 달라”,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산 장애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페인 국적 로게르 호세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 거주지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구청을 찾았는데 3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돼 포기하고 나왔다”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설상가상으로 오전에는 작동되던 정부24 사이트마저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전면 폐쇄되면서 온라인 민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오후에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구청 등을 찾았다가 “또 중단됐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64·여)는 “영하 날씨에 올해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인감을 떼러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마무리다. ● 금융·부동산 거래도 차질인감증명서와 건출물대장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보증금 8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출물대장이 안 나와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다”며 “향후 건축물대장을 떼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 박모 씨(55)는 “과수원 매매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발급이 지연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글이 쏟아지기도 했다.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인터넷 은행들은 정부 전산망을 활용한 진위 여부가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중은행들도 창구에서 신분증 스캔을 통한 진위 확인이 안 되면서 일일이 전화로 행정안전부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처음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이 배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렇게 깔끔하게 출제할 수 있는데 과거엔 왜 그랬느냐”며 호평한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핵불까지는 아니어도 불수능이었다”, “(어려워서) 중간에 울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배제 유형을 맛보긴 했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그동안의 수능 문제 유형에 익숙하게 공부해온 탓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예상보다는 시험이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재학생 최모 씨는 “영어와 국어, 특히 문학 파트가 어려웠다. 올해 9월 모의고사에서도 그렇고 평소 3등급 정도 나오는데 수능이 더 어려웠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재수생 우모 씨는 “중간 문항들 난도가 확실히 변별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국어가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손이 덜덜 떨렸다” 등의 글이 잇달았다. 한 N수생은 “킬러 문항이 배제돼서 쉬울 것이고 N수생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출제 방식이 과거와 달랐다”며 “다니던 학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N수생 노모 양은 “영어는 듣기평가가 평소보다 어려웠다. 수학 영역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에서는 과거에 나오지 않던 유형의 문제가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1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 노조원 50여 명이 간이의자에 앉았다. 마이크를 잡은 노조 간부가 “민생폭탄 무능정권, 윤석열은 퇴직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불렀고 노조원들은 형광봉을 흔들며 호응했다. 오후 8시 반경 문화제를 마친 노조원들은 하나둘 텐트를 치며 전날에 이어 이틀째 노숙집회를 준비했다. 경찰이 금지한 도심 노숙집회가 전날 법원의 결정으로 허용됐기 때문인데 민노총은 20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노숙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금지한 노숙집회, 법원이 허용 민노총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하자 11∼20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노숙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민 불편과 소음 문제 등을 이유로 0시∼오전 6시에 한해 집회를 불허했다. 그러자 민노총은 서울행정법원에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부분금지통고 처분으로) 신청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시민 불편을 고려해 △동화면세점 인도 부분으로 장소 한정 △참가 인원 100명 △음주 금지 △질서 유지인 10명 이상 △야간 및 심야시간대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 준수 의무 조건을 붙였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경찰은 “하루 단위 노숙 집회가 허가된 적은 있지만 일주일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노숙 집회를 허용한 건 처음”이라며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집회 시위가 용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의 허가에 따라 민노총은 14일 오후 9시 반부터 1인용 텐트 20여 개를 설치하고 농성 및 노숙집회를 진행했다. 15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게릴라 피켓시위와 문화제를 진행하는 등 집회를 이어가다 밤에 텐트를 쳤다. 텐트가 도심 거리를 점거한 상황에서 경찰의 집회 관리용 폴리스라인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을 지나던 황모 씨(26)는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굳이 이곳에서, 그것도 며칠 동안 텐트까지 치며 길을 막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문가 “옥외집회 법 공백, 조속히 개정해야”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면 법원이 허용하는 상황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되는 모습이다. 법원은 9월에도 민노총 금속노조의 밤샘집회를 음주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아 허가했다. 5월에도 민노총 건설노조의 야간 행진을 허용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기간은 1박 2일이었다. 민노총은 올 5월에도 중구 시청광장 등에서 1박 2일 노숙집회를 하며 소음과 쓰레기 투기, 통행로 점거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아 해당 규정은 사실상 공백 상태”라며 “이런 사태가 이어질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법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농성하며 시민들에게 소음, 통행 문제로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 수료김송현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선거 때만 되면 매번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나오는데 그때뿐이에요. 지금은 기대도 안 합니다.” 10일 수도권에 있는 한 하수종말처리장 앞.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30년 가까이 방치된 시설을 두고 ‘지역 흉물’이라며 혀를 찼다. 인근 상인은 “선거 공약이 매번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걸 봐 왔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주민 숙원 사업을 이뤄 주겠다’며 다시 공약으로 내미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있는데 이젠 믿지 않는다”고 했다. 22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동아일보는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238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만4119개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공약 중 검증 가능한 공약은 70%에 불과했고, 검증 가능한 공약 중 올 6월 말까지 이행된 비율은 18.5%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곳곳에는 무분별한 공약 남발로 주민들이 ‘희망 고문’을 당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트램 사업? 처음 들어봤다”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을 다수 발표했다. 문제는 사업 타당성을 도외시한 채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공약을 발표하다 보니 당선 후에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철도 건설과 도로 연결 및 확장, 트램 개통 등 교통 관련 공약만 10여 개를 내놨다. 하지만 시동이라도 건 공약은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해당 지역구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는 “트램 사업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원 외에도 21대 총선에서 트램 관련 공약을 발표한 국회의원은 26명이나 됐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에 착수한 건 3명이 공약으로 냈던 사업 1개에 불과했다. 개중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이미 탈락한 전력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도 상당수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트램이 지하철보다 건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총선 당시 트램 개통 공약이 쏟아졌다”면서도 “사업 타당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SOC 공약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소속이 다른 상황에서 지자체장이 반대하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된 공약도 있었다. 시공사의 재정난 때문에 선거 당시 이미 추진할 동력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매립지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모두 선거 당시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태였고, 당선 후에도 추진되지 못했다.● 리모델링 공약 10년 넘게 표류수도권 도심의 한 오래된 상가는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리모델링 공약이 거론됐다. 하지만 부지가 넓고 소유 관계가 복잡해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야 재개발 계획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지만 상인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13일 찾은 상가의 한 동은 이미 상점 10곳 중 7곳이 넘게 비어 있었다. 손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상인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보니 리모델링 구호만 외치다가 당선되면 계획 수립 단계에서 좌절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세월이 지나는 동안 노후화가 가속화되며 상권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손님이 하도 없다 보니 리모델링 될 때까지 버틸 수 없어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많지 않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약을 발표하고 당선 후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도 제대로 된 비용 추계가 없는 공약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에 자문을 해준 바른사회시민회의 김하영 대외협력실장은 “공약보다 후보나 정당에 초점을 맞춰 투표하는 선거 문화가 바뀌지 않다 보니 공약 검증에 소홀했던 것”이라며 “공약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투표하는 문화가 더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 공약을 담은 인쇄물(선거공약서)에 ‘사업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조항은 2007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들의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2008년에 대통령 선거에도 적용하도록 대상이 확대됐다. 동시에 선거공약서를 발행할 경우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할 수 있다”에서 “게재해야 한다”고 바뀌며 강제성이 부여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개정안을 제안할 당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선거공약서를 발행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와 입법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의원들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거공약서 발행 대상에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빠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공약서 대상에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은 포함되고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배제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담은 선거공약서를 제출하게 할 경우 무분별한 공약 남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물만 발행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도 선거공약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특활비 공개처럼 국회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공약 관련 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만드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부터라도 후보자들이 무분별하게 공약을 남발하는 걸 막고 선거 후 공약 이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함께 21대 의원 공약 분석을 진행한 한국정치학회 소속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현재 시민단체와 언론이 하고 있는 공약 검증 빈도를 늘리고 정례화하면서 현실 가능성과 구체성 외에 보편성, 사회통합 기여 등의 기준을 추가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다방면으로 평가한 정보를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에게 제공하면서 선택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약의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분석에 자문을 해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공약을 제출할 때 목적, 대상, 기대효과, 재정소요 등을 명시하도록 하면서 공약의 구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천 권한을 갖고 있는 당이 후보들의 공약 이행에 책임을 지고, 공약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후보 공약과 정당 공약을 분리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보들이 ‘북핵 문제 해결’ 등 국회의원 한 명이 할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선거공보물이 복잡해서 잘 모르겠더라도 최소한 ‘했습니다(업적)’와 ‘하겠습니다(공약)’를 구분하고, 정당 공약인지 후보자 공약인지를 구분하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유권자들이 입법부를 ‘고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 공약인지 등을 생각해 보고 투표하면 예산을 무분별하게 쓰겠다는 후보가 당선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경찰이 올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숨진 교사 A 씨가 학생 간 다툼 문제 등 학교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학부모의 괴롭힘이나 폭언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4일 브리핑을 열고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와 동료 교사, 학부모, 친구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혐의로 볼 만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입건 전 조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A 씨 사망 이후 교원단체들은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기 6일 전 발생한 이른바 ‘연필 사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필 사건은 A 씨 학급 내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건이다. 하지만 경찰은 A 씨의 태블릿PC와 해당 학부모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갑질이나 폭언 등으로 볼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A 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이었고 학부모 휴대전화에는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지 않아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파악하진 못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 씨가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 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로부터 (고인이)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심리부검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안타까운 희생과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 내용과 관련해 정보 공개 청구를 마쳤다”며 “숨진 서이초 선생님이 순직을 인정받아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2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1대 지역구 국회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0개 중 3개는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검증이 불가능한 ‘공약(空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증 가능한 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 6월 말 기준 이행률은 18.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3일 동아일보가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의 2020년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다. 분석은 21대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의원직을 잃은 15명을 제외한 23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에 낸 공약은 모두 1만4119개였는데 그중 30%에 해당하는 4236개는 검증이 불가능한 공약으로 나타났다. ‘북핵 문제 해결’ ‘공교육 정상화’ 등 추상적 선언에 불과하거나 국회의원의 권한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증 가능 공약 9883개를 올 6월 말 기준으로 완료, 진행 중, 보류 등 3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결과 완료된 공약은 18.5%(183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임기가 80%가량 지났음에도 공약 6건 중 1건만 이행한 것이다. 아예 착수조차 못 한 ‘보류’ 공약이 36.3%(3584개)나 됐다. 나머지 45.2%(4466개)는 진행 중이었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한국정치학회 소속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타당성이 높지 않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뒤 이행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약을 검증한 후 이행 여부를 평가하고 다음 선거에 반영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이나 정치 양극화 현상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입법공약 45% 발의조차 안돼… 지역 현안사업 이행은 17% 그쳐[국회 지역구 238명 공약 전수 분석]〈上〉 ‘사업-입법-예산’ 유형별 분석예산 관련은 44% “완료” 평가… 중년수당 등 포퓰리즘 공약 많아총선전 백지화된 사업 공약 걸고“한반도 평화” 등 모호한 내용도 4년마다 총선 시즌이 돌아오면 여야 정당과 후보자들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한다. 하지만 당선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걸었던 공약을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행태가 가능한 것은 공약 상당수가 ‘글로벌 인재 육성’ ‘한반도 평화 정착’처럼 선언적이거나 당선된 후 국회의원 한 명이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공약을 담은 인쇄물에 ‘사업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총선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의 분석에선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238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0개 중 3개가 구체성이 떨어져 검증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심성’ 사업 공약 남발… 이행률 20%도 안 돼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는 국회의원 공약 1만4119개 중 검증 불가능한 4236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9883개를 사업, 입법, 예산 등 유형별로 나눠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사업 공약은 전체 공약의 87.8%를 차지했지만 ‘완료’로 평가된 이행률은 17.2%로 가장 낮았다. 반면 ‘보류’로 분류된 공약은 3개 중 1개에 해당하는 35.6%에 달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 중에는 사업 타당성 조사 등 필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비수도권의 한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4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스포츠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 스포츠센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20년 총선 전에 백지화했던 사업이었다. 4년마다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사업 공약의 이행률이 낮은 것은 후보자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이런 공약들 탓에 지역마다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의조차 안 된 입법 공약 44.7%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인 입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약 중에도 완료된 공약 비율은 19.7%에 그쳤다. 발의조차 되지 않은 ‘보류’ 상태의 공약이 44.7%로 절반에 육박했고 발의는 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진행 중’ 공약이 35.6%였다. 지역 사업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 등을 내걸었지만 제대로 발의조차 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된 공약이 수두룩했다. 개헌이 필요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법안으로 만들겠다는 의원도 있었다. 한국정치학회 관계자는 “입법 발의는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만 모으면 할 수 있는데 그조차 안 했다는 건 처음부터 이행 의지가 없었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공약이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예산 관련 공약 중에는 완료된 공약이 44.3%로 그나마 높은 편이었다. 예산을 일부만 확보해 ‘진행 중’으로 분류된 공약이 24.0%였고,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해 ‘보류’된 경우는 31.7%였다. 보류된 예산 공약 상당수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 공약이었다. 비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미 시행 중인 노인 기초연금 외에도 중년수당, 청년기초수당, 학생수당 등 각종 현금 지원 공약을 대거 발표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을 동원한 선심성 공약들은 현실화되기도 어렵고, 현실화될 경우 정부 재정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유권자들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42곳 “공약 이행률 49.5%”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원 114명의 공약 이행률은 23.1%로 나타났고, 나머지 비수도권 의원 124명의 공약 이행률은 13.6%로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한국정치평론학회 관계자는 “인구와 재원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약 이행률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공약 분석을 진행하며 각 의원실에 공약 이행률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20곳, 더불어민주당 22곳 등 42곳에서 회신을 보내 왔는데 이들이 매긴 공약 이행률은 49.5%였다. 자체 평가에서도 절반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분석에선 이들 의원실의 공약 이행률이 16.9%에 불과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에 제출한 공보물에는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약도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런 공약은 지역구 의원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기 어려운 점도 공약 이행률 평가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해외 선진국 중에선 선거 전후 후보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검증하는 과정이 정착된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매니페스토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선 주요 정당이 당내 의원들의 모든 공약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체크리스트 형식의 백서를 발행한다. 백서는 실행할 경우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다. 또 영국 노동당은 매년 정책 포럼을 열어 유권자가 온라인으로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열어놓는다. 신규 공약을 만들기 전 기존 정책을 계속 이어갈지도 평가해 스스로 발표한다. 미국에선 주요 선거가 치러지기 1, 2주 전 교회나 학교, 관공서 등에 유권자들이 모여 배심원 역할을 하며 후보자와 공약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토론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돼 후보자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유권자들에게 공개된다. 호주는 의회 내 독립기관으로 있는 의회예산처가 정당이나 의원들에게 재정추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전 공약에 대한 비용 추계를 산정해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국회 논의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공약 제안 및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원하는 생활 밀착형 공약이 선거 주요 의제로 설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인기 영합적인 공약은 지양하고, 미국처럼 숙의의 날을 정착시켜 정책 위주의 투표가 진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동아일보는 2020년 4월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238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 공보물에서 공약 1만4119개를 추출해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이행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검증 기한은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6월까지다. 임기 중 사퇴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한 15명과 재·보궐 선거로 새로 당선된 의원 12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먼저 공약을 분류해 △사업 △입법 △예산 등 3개 분야로 나눴고 ‘검증 가능’ 여부를 1차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계획이 없는 경우, 국회의원 권한을 넘는 경우 등을 검증 불가로 판단했다. 검증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공약에 대해선 이행 여부를 2차로 검증하면서 △완료 △진행 중 △보류로 구분했다. 검증은 의정보고서, 보도자료, 언론보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참고해 진행했다. 사업은 준공 등이 완료된 경우, 입법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경우, 예산은 정부 예산에 반영된 경우 ‘완료’로 분류했다. 공청회, 타당성 검사, 법안 발의 등 공약 이행 관련 작업이 진행된 경우 ‘진행 중’으로 판단했다. 사업에 전혀 진척이 없거나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경우,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는 ‘보류’로 분류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없어서 못 팔죠. 어제도 한 번에 3통 사간 분이 계셨어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가량 앞둔 이달 8일. 텔레그램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판다는 한 판매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수능을 앞두고 효과가 높다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제시한 가격은 한 달가량 복용할 수 있는 한 통에 20만 원 안팎이었다. 판매자는 “문의가 많아 재고는 보장 못 하니 원하는 수량부터 문의해 달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를 ‘집중력 향상제’라고 광고하며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부 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이기 때문에 구입 및 투약 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약류’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사용되는 치료제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다. 그런데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이 성분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치료 목적 외에 판매하거나 복용할 경우 처벌받는다. 의학계에서도 심한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이유로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ADHD 치료제의 일시적 각성 효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잠을 안 자고 공부했다”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수험생용으로 학부모 등이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나눠주던 일당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ADHD 치료제”라는 점을 내세웠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며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가 이달 6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해 “ADHD 증상은 없지만 곧 수능이라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하자 원장은 “위안이 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응했다. 인터넷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ADHD 약을 처방해 주는 병원 명단도 돌고 있다. ADHD 치료제 오남용 사례가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8월 말 메틸페니데이트 관련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사 6237명에게 “의학적 타당성 없이 처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오남용 의심 처방이 지속되는 의사에 대해선 처방·투약 금지 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 16∼31일 메틸페니데이트를 불법 판매·광고하거나 유통·구매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 약 200건이 적발됐다”며 “모두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일반인 복용 시 효과 없어” 전문가들은 “마약류 약품을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 약을 복용할 경우 원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두통이나 혈압 이상, 위장 불편 등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약을 복용한 뒤 집중력이 향상됐다면 실제 ADHD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혈압이나 맥박의 변화로 도리어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 범죄 전문 박진실 변호사도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거나 판매 및 유통에 가담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윤진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없어서 못 팔죠. 어제도 한 번에 3통 사간 분이 계셨어요.”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 가량 앞둔 이달 8일. 텔레그램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판다는 한 판매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수능을 앞두고 효과가 높다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제시한 가격은 한 달 가량 복용할 수 있는 한 통에 20만 원 안팎이었다. 판매자는 “문의가 많아 재고는 보장 못하니 원하는 수량부터 문의해 달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를 ‘집중력 향상제’라고 광고하며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부 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이기 때문에 구입 및 투약 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약류’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사용되는 치료제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다. 그런데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이 성분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치료 목적 외에 판매하거나 복용할 경우 처벌받는다. 의학계에서도 심한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이유로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하지만 ADHD 치료제의 일시적 각성 효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잠을 안 자고 공부했다”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수험생용으로 학부모 등이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4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나눠주던 일당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ADHD 치료제”라는 점을 내세웠다.일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며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가 이달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해 “ADHD 증상은 없지만 곧 수능이라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하자 원장은 “위안이 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응했다. 인터넷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ADHD 약을 처방해주는 병원 명단도 돌고 있다.ADHD 치료제 오남용 사례가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8월 말 메틸페니데이트 관련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사 6237명에게 “의학적 타당성 없이 처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오남용 의심 처방이 지속되는 의사에 대해선 처방·투약 금지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온라인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 16~31일 메틸페니데이트를 불법 판매·광고하거나 유통·구매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 약 200건이 적발됐다”며 “모두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일반인 복용 시 효과 없어”전문가들은 “마약류 약품을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 약을 복용할 경우 원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두통이나 혈압 이상, 위장 불편 등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약을 복용한 뒤 집중력이 향상됐다면 실제 ADHD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혈압이나 맥박의 변화로 도리어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마약 전문 박진실 변호사도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거나 판매 및 유통에 가담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윤진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서울교통공사노조(제1노조)가 10일 “인력 감축 등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일(16일) 이후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제1노조는 이날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2일 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명순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에 대비해 수능 이후 2차 전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제1노조는 다음 주까지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을 확인한 뒤 2차 파업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제1노조와 통합노조(제2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공사와 인력 감축 문제 등을 놓고 10여 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결렬된 상태다. 2노조의 불참으로 1노조만 9일부터 진행한 경고파업은 10일 오후 6시 종료됐으며 이후 열차 운행은 전면 정상화됐다.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10일도 출근 시간(오전 7∼9시)에는 열차를 정상 운행했고, 오후 6시까지 운행률은 75∼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열차가 10∼15분가량씩 지연되면서 승강장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2호선 승객 이영수 씨(40)는 “역삼역까지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약속 시간에 20분이나 늦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서울교통공사노조(제1노조)가 경고 파업 이틀째인 10일 “인력 감축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일(16일) 이후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제1노조는 이날 오후 6시 경고 파업 중단을 앞두고,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2일 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명순필 위원장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에 대비해 수능 이후 2차 전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제1노조는 다음 주까지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을 확인한 뒤 2차 파업 알정을 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제1노조와 통합노조(제2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7월 공사와 제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핵심 쟁점인 인력감축 문제 등을 놓고 10여 차례 교섭을 이어갔지만 결렬됐다.제2노조가 9일 파업을 철회하면서, 전체 인력의 68%인 제1노조만 파업을 이어갔다. 노사의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출근 시간(오전 7~9시)에는 열차를 정상 운행했고, 나머지 시간 대는 평소 열차 운행의 75~80% 수준으로 떨어졌다.이날 오전 11시, 고속터미널역(3호선)에는 열차 도착 시간이 10~15분가량 지연되면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승강장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시간 2호선 강남역에도 열차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승강장마다 7, 8명 씩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영수 씨(40)는 “역삼역까지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약속시간에 20분이나 늦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서울시 관계자는 “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후 도주했다가 검거된 피의자 김길수 씨(36)가 도주했던 63시간 동안의 행적이 밝혀졌다. 김 씨는 4일 오전 경기 안양시 병원에서 달아난 후 20시간 가까이 서울과 경기 곳곳을 전전하다 친동생 집이 있는 경기 양주시에 24시간 넘게 은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4일 오후 9시경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상가에서 옷을 사 갈아입고 택시로 동작구 노량진 일대로 이동한 뒤 노숙하며 몸을 숨겼다. 5일 오전 2시경에는 택시를 타고 도주 당일에 이어 2번째로 양주 친동생 집을 찾았다. 하지만 형사들이 잠복하고 있을 것을 우려해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주차장에서 계속 머물다 6일 오후 8시경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6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에 도착한 직후 한 PC방에 머물면서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후 9시 15분경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는데 전화가 역추적되면서 출동한 경찰들에게 10분 만에 붙잡혔다. 김 씨가 약 40m를 전속력으로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장면이 인근 가게 폐쇄회로(CC)TV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씨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병원 화장실을 다녀오다 우발적으로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번갈아 타면서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닌 것을 볼 때 치밀하게 도주 행각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숟가락을 삼켜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개복 수술을 거부한 것도 도주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이 보유한 주택 임차인으로부터 1억5000만 원가량의 잔금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이를 받아 도주자금을 충당하려 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체포 당시 동생에게서 받은 80만 원 중 43만 원을 수중에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주 당일 여자친구가 건넨 10만 원은 택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주 과정에서 여자친구와 친동생 외에 다른 접촉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의정부=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