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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됐다. 일찍 산업화를 거치며 탄소를 대량 배출한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일조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후변화 피해 보상을 위한 30년간의 싸움에서 빈곤국이 승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평가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의장국 UAE의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세계와 우리의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밝혔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기후 재앙에 선진국 책임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 논의가 시작됐지만 선진국 저항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COP27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이날 기금은 4억2000만 달러(약 550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 원), 영국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은 각각 1750만 달러(약 230억 원),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내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1억4500만 달러(약 1900억 원)를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기에 기금 확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1일 공식 출범한 ‘기후클럽’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기후클럽은 파리협정의 효과적 이행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33개 선진국 및 개도국 다자협력체다. 한국은 기금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스라엘군이 임시 휴전 7일 만인 1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배했다며 가자지구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민간인 추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1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군사작전 중단(합의)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가 연장된 임시 휴전 8일째 종료 시한인 이날 오전 7시를 1시간도 남기지 않은 때였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휴전이 2일까지 하루 더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1일 휴전 종료 시점을 1시간여 남기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전 6시가 지날 무렵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몇십 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발사체를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IDF 전투 재개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하마스 정부 공보실은 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공격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은 “이집트 등 중재국이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양측이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직후 예루살렘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모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거주 동예루살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마스 산하 알깟삼 여단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중동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군이 임시 휴전 7일만인 1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배했다며 가자지구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민간인 추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1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군사작전 중단(합의)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가 연장된 임시 휴전 8일째 종료 시한인 이날 오전 7시를 1시간도 남기지 않은 때였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휴전이 2일까지 하루 더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다.하마스는 1일 휴전 종료 시점을 1시간여 남기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전 6시가 지날 무렵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몇십 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발사체를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하마스는 IDF 전투 재개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하마스 정부 공보실은 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공격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은 “이집트 등 중재국이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지난달 30일 양측이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직후 예루살렘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모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거주 동예루살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마스 산하 알깟삼 여단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0일 네타냐후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중동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뤄낸 만큼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등록엑스포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던 포부를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 부산은 이날 파리 이시레물리노시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3차 BIE 총회에서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투표 결과 29표를 얻어 119표를 획득한 리야드에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기권은 없었다. 사우디는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한국을 따돌리며 결선 투표 없이 유치권을 따냈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치 실패 소식을 접한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막판 총력 유치전을 펼친 인사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발자취를 담은 영상 ‘부산 갈매기의 꿈’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 총리,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출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연사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PT에서 “부산 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다. 부산 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민관 509일 총력전도 역부족… 사우디 10조원 공세에 1차투표 고배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경쟁 뛰어들어韓총리 “국민 기대 못미쳐 송구”하루새 지지국 바뀌는 등 경쟁 치열“산업인프라 역량 어필 소기의 성과” 부산이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2030년 엑스포 유치권을 내줬다.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29표를 얻은 한국을 따돌린 것. 민관이 ‘코리아 원 팀’으로 509일 동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교섭 활동에 뛰어든 우리 정부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변화의 시대’란 슬로건을 걸고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유치위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한 총리가 발언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 오일 머니 공세 뒤집기에 역부족 한국 대표단은 예상과 달리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투표 결과가 모니터에 뜨자 당황하며 무거운 분위기였다. 반면 사우디 대표단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꾸린 뒤부터 한국과 사우디의 유치전은 ‘카드 뒤집기 게임’의 연속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한 나라 지지를 확보하면 사우디가 다시 되돌리고, 그걸 우리가 다시 찾아오는 상황이 전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면서 “하루 이틀 새 지지 국가가 바뀐 나라가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28일 투표 직전 총회장에선 한국 대표단과 인사하고 돌아서는 회원국 대표를 사우디 측이 곧바로 낚아채 데리고 나가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디어룸에서도 개최 후보국들 간 신경전이 감지됐다. 미디어룸에서 한국 대표단 반대쪽에 자리 잡은 사우디 대표단은 자국 PT가 진행될 때마다 미디어룸이 떠나갈 정도로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각국 BIE 대표단이 파리로 속속 집결한 이달 중순부터는 지지 국가의 표를 다지면서 상대 표를 끌어오기 위한 양국의 정보전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사우디 측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정보도 입수돼 정부는 접촉하는 국가 수와 국가명도 비밀에 부쳤다. 사우디는 특히 파리 주재 대사가 투표할 경우 표가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해당 국가의 장차관급 관료를 투표자로 파견해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부산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본국 관료 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치엔 실패했지만 사우디의 공격적인 오일 머니 교섭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엑스포 취지에 맞는 산업 인프라 역량과 글로벌 가치를 타국에 적극적으로 어필한 점은 소기의 성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尹, 유치 실패 정치적 부담에도 최선” 엑스포 유치엔 실패했지만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는 총력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났다. 장관 등 국무위원, 특사들까지 전 세계 각지로 파견한 거리를 합하면 976만8194km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47개국 정상과 대면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23∼24일 파리를 방문했을 땐 행사 때마다 모든 테이블을 돌며 BIE 대표단 등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릴레이 통화는 계속됐다. 한 총리도 투표가 임박한 이달에만 매일 4∼5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늦은 밤까지 통화하며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치 실패 시 정치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 정상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회원국들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압도적 표차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뤄낸 만큼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등록 엑스포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던 포부를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부산은 이날 파리 이시레물리노시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73차 BIE 총회에서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29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기권은 없었다. 사우디는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111표)를 얻어 한국을 크게 따돌려 결선 투표 없이 유치권을 따냈다. 투표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치 실패 소식을 접한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막찬 총력 유치전을 펼친 인사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은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발자취를 담은 영상 ‘부산 갈매기의 꿈’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출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연사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PT에서 “부산 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다. 부산 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 역부족이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28일(현지 시간) 정부와 재계 등 민관이 총출동한 ‘코리아 원팀’은 프랑스 파리에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은 투표 직전 이뤄지는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집중하면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을 펼쳤다.윤석열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파리 현지에서 막판 유치 활동에 집중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들과 전화 통화와 대면 면담을 이어가면서 부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도 막판 득표 활동을 위해 각국 대표단과 직접 통화를 이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한국의 PT는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각계의 발자취를 담은 ‘부산 갈매기의 꿈’이라는 영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한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유치를 호소하는 연설자로 나섰다. 이어 6·25전쟁 참전용사와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부산엑스포 홍보대사인 배우 이정재와 가수 싸이, 김준수 등이 영상에 등장해 부산 유치를 설득했다.반 전 총장은 최종 PT에서 “부산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부산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투자 약속으로 개발도상국의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한 사우디와 달리 “기후, 식량 위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첨단 박람회를 만들 것”이란 비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한 총리는 “엑스포 역사상 유례 없는 규모인 5억2000만 달러를 110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한국이 여러분께 길을 열어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여정은 2030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투표는 유치 경쟁국인 한국과 사우디, 이탈리아 대표단이 발표를 마친 뒤 곧바로 전자투표로 진행된다.28일(현지 시간) 오후 파리의 컨벤션 센터인 ‘팔레 데 콩그레’의 회의장 연단에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사 자격으로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 세계인과 함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는 ‘연대의 엑스포’를 만들 것”이라며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한 총리는 회원국 대표들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가면서 엑스포 유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엑스포를 계기로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K-라이스 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태평양 도서국과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깜짝 연사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부산 엑스포에 대해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하며, 오늘 우리 행동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든 플랫폼 ‘웨이브’를 소개하면서 “이 플랫폼을 유산으로서 다음 (엑스포) 주최 국가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웨이브’는 기후위기와 식량난 등 인류 공통의 난제에 대한 세계인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여정은 5000만 국민의 염원이 됐다”고 강조했다.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생에너지 등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성장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프레젠테이션 연사 5명 모두 영어로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연설을 마친 뒤 상영된 영상에선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 씨와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세계인의 인기를 끈 배우 이정재 씨 등이 등장해 부산의 매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한국과 사우디는 투표 하루 전날까지 서로 표를 뺏고 뺏기는 등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부산은 준비됐다”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의 팔레 데 콩그레. 다음날 2030년 부산 국제박람회(엑스포)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이 건물 바로 앞에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걸렸다. 총회장 로비는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리허설을 준비하는 관계자들로 북적여 긴장감이 감돌았다. 리허설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총회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은 물론이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등장했다.전날 저녁 파리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이날 BIE 회원국 오찬 세미나에 한 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28일 최종 PT 연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파리 르 그랑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부산 엑스포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서로 지속 가능하게 모든 나라가 잘 살도록 하는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시작점)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원래부터 잘 살던 국가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해방된 후진국 중 많은 국가는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OECD에 들어와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부산은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한정된 BIE 회원국 표를 두고 표 싸움을 벌이다 보니 막판 긴장감이 고조됐다. 유치위원회 측은 한국 정부 및 재계 인사들의 파리에서의 동선과 만나는 상대를 철저히 함구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외교 일정 중 만난 국가 수, 국가 이름 등을 발표일인 한국 시간 28일 새벽 2시까지 알리지 말아 달라”고 공지를 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집을 내놓은 지 한 달 반이 됐는데 찾는 사람이 없네요.” 10일 프랑스 파리 패션 중심지인 마레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집주인 크리스틴 파파도풀로 씨가 말했다. 공인중개업소 센추리21 알파마레 지점장이기도 한 그는 “금리가 오르면서 빚을 못 갚는 대출자가 늘까 봐 은행이 대출 문턱을 엄청 높이고 있다”며 “집 사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날 그의 공인중개업소 앞에는 매물 10여 건의 광고가 줄줄이 내걸려 있었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주택 매매 붐을 기대하던 프랑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식고 있다. 최근 1년 3개월 만에 금리가 3배나 뛰어 4%대를 기록하면서 주택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탓이다. 유럽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 20개국 평균 집값은 9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집값은 더 내려가고 유럽 주택시장 침체가 세계 경기 회복을 더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獨 전체 건설사 22% “사업 취소” 유럽 주택시장은 지난해까지 금리가 사실상 제로(0)에서 최근 4% 이상으로 급등하며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관 유로스타트가 지난달 발표한 올 2분기(4∼6월)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EU 20개국 평균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했다. 집값 하락은 2014년 1분기(1∼3월) 이후 처음이다. 독일(―9.9%) 덴마크(―7.6%) 스웨덴(―6.8%)의 하락 폭이 컸다. 특히 독일에서는 지난달 주택건설업체 22.2%가 진행 중인 사업을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육박하는 영국에서는 이미 올 7월 집값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인 전년 동월 대비 3.8% 하락했다. 영국에서도 대출 비용이 불어나 무주택자가 집을 살 엄두를 못 낸다. 로버트 가트너 네이션와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1년 전엔 내 집 마련에 드는 총비용 중 대출 비용이 32%였다면, 현재는 (금리 상승으로) 43%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에서도 올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수가 4년 전의 4분의 1로 줄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유럽 주택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이 없지는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지난달 4.5%에서 동결해 ‘금리 정점이 가까워졌다’란 분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ECB가 물가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 “세제-행정 개혁해야 시장 회복” 주택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주택 보유자들은 복잡한 세제와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파리 마레지구에서 또 다른 집을 보여주던 다주택자 베르나르 르브르통 씨는 “정부가 재산세 같은 바보 같은 세금을 개혁하고 집 살 때마다 서류를 100쪽가량 채워야 하는 행정 절차를 바꿔야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프랑스 전국부동산소유자연합에 따르면 2016∼2021년 5년간 재산세 인상률은 9.4%인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6.9%, 임대료 인상률은 3%다. 덴마크는 이 같은 집주인들의 불만을 의식해 최근 세제를 개편했다. 덴마크 인터넷 매체 더로컬에 따르면 당국은 내년부터 재산세를 산정하는 부동산 가치 평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보유자는 역대 최대 재산세 감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사업 정보 및 시장 조사 전문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안정되겠지만 높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인한 건설비 상승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집값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며 “2025년에는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집을 내놓은 지 한 달 반이 됐는데 찾는 사람이 없네요.”10일 프랑스 파리 패션중심지인 마레지구 한 아파트에서 만난 집주인 크리스틴 파파도풀로스 씨는 “사람들이 집 사는 걸 망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인중개업소 센츄리21 알파마레 지점장이기도 한 파파도풀로스 씨는 “금리가 오르면서 빚을 못 갚는 대출자가 늘까봐 은행이 대출 문턱을 엄청 높이고 있다”며 “집 사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날 그의 공인중개업소 앞에는 매물 10여 건 광고가 줄줄이 내걸려 있었다.내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주택 매매 붐을 기대하던 프랑스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식고 있다. 최근 1년 3개월 만에 금리가 3배나 뛰어 4%대를 기록해 소비자는 주택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자는 “무주택자는 이제 아예 발길이 끊겼다”고도 했다. 유럽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 20개국 평균 집값은 9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집값은 더 내려가고 유럽 주택 시장 침체가 세계 경기 회복을 더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獨 전체 건설사 22% “사업 취소”유럽 주택 시장은 지난해까지 사실상 제로(0) 금리에서 최근 4% 넘게 급등하며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관 유로스타트가 지난달 발표한 올 2분기(4~6월)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EU 20개국 평균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했다. 집값 하락은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독일(―9.9%) 덴마크(―7.6%) 스웨덴(―6.8%)의 하락 폭이 컸다. 특히 독일에서는 지난달 주택건설업체 22.2%가 진행 중인 사업을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육박한 영국에서는 이미 올 7월 집값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인 전년 동월 대비 3.8% 하락했다. 영국에서도 대출 비용이 불어나 무주택자가 집을 살 엄두를 못 낸다. 로버트 가트너 네이션와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주택 구매자금의 20%를 예금으로 쓰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현 금리 수준에서 구입비 43%를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며 “1년 전엔 32%였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수가 4년 전의 4분의 1로 줄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세제-행정 개혁해야 시장 회복”유럽 주택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이 없지는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지난달 4.5%에서 동결해 ‘금리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ECB가 물가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주택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주택 보유자들은 복잡한 세제와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파리 마레지구에서 또 다른 집을 보여주던 다주택자 베르나르 르브르통 씨는 “정부가 재산세 같은 바보 같은 세금을 개혁하고 집 살 때마다 서류를 100쪽가량 채워야 하는 행정 절차를 바꿔야 매도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덴마크는 이 같은 집주인들의 불만을 의식해 최근 세제를 개편했다. 덴마크 인터넷 매체 더로컬에 따르면 당국은 내년부터 재산세를 산정하는 부동산 가치 평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보유자는 역대 최대 재산세 감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영국 사업 정보 및 시장 조사 전문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안정되겠지만 높은 인건비와 재료비로 인한 건설비 상승으로 집값은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통화 긴축 정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북유럽 국가보다 더 긴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민과 망명 쓰나미를 억제하겠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민자가 아니라) 네덜란드인이 1순위가 돼야 한다.” 22일 실시된 네덜란드 조기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60)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그는 극단적인 반(反)난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노선을 표방한다. 이에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살해 위협까지 받아 경찰 경호를 받으며 출퇴근했던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연정 구성에 성공해 총리에 오르면 반이민 정책이 강화되고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뜻하는 ‘넥시트(NEXIT)’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들어 핀란드,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모두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1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꼽히는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또한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등 전 세계 극우 정당과 정치인의 돌풍이 거세다.● 인니 출생 모친 둔 反이슬람주의자가디언 등에 따르면 자유당은 이날 출구조사에서 하원 150석 중 37석을 확보했다. 2021년 총선(17석)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녹색당과 노동당의 좌파연합(25석), 집권 자유민주당(24석)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기 총선은 2010년부터 집권 중인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민 정책에 관한 연정 파트너와의 견해차로 올 7월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치러졌다. 빌더르스 대표는 청년기인 1981∼1983년 이스라엘 모샤브(집단농장)에서 일하며 중동 전역을 여행했고 이를 통해 뿌리 깊은 반이슬람 시각을 갖게 됐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의 모친은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이자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다. 보험업계 등에서 일하다 1998년 중도우파 자유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이 이슬람 및 이민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이유로 탈당한 뒤 2006년 자유당을 창당했다. 이후 활동은 거침이 없었다.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아성애자’, 이슬람 경전 꾸란을 ‘파시스트의 책’이라고 했고 반이슬람 단편영화 ‘피트나’도 제작했다. “거리에서 모로코인 쓰레기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이 이민, 청년층 주거난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공격해 표심을 파고들었다. 선거 직전 꾸란 금지 주장 등을 철회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반이슬람 정책의 수위를 낮춘 것 또한 제1당 등극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연정 구성 난항… 총리 등극은 불투명다만 자유당의 연정 구성 및 그의 총리 등극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좌파연합, 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모두 자유당이 주도하는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사매체 타임은 뤼터 총리 또한 비슷한 중도우파 계열의 소수 정당을 끌어모아 연정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당이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더라도 지지세가 확인된 만큼 네덜란드 사회 전반의 우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국경 통제 복원,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 등 빌더르스 대표가 주장하는 정책들이 네덜란드의 DNA를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넥시트’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지난달 스위스 총선에서도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이 제1당에 올랐다.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란드인당이 제2당에 올라 우파 연정에 참여했다. 나치 독일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된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난민 유입, 고물가 등으로 반이민 여론이 고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핀란드는 24일부터 난민 유입을 막으려 러시아와 접한 최북단 검문소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카우보이’처럼 거칠면서도 강인한 제주 해녀의 힘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옥스퍼드셔주 옥스퍼드대에 있는 허트퍼드 칼리지의 한 강의실. 옥스퍼드대 아시아 및 중동학부 연구위원인 커티스 윈터 영화감독이 올 4월부터 제작 중인 해녀 관련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가 전통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 있는데, 해녀들은 수 세기에 걸쳐 사회적 소외를 견뎌내며 제주의 핵심 가치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류 4.0, 그 새로운 물결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열린 제1회 고려대-옥스퍼드대 포럼에선 제주 해녀 등 한국 전통 문화가 깊이 있게 조명됐다. K팝이나 K드라마 같은 현대 문화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 문화로 한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와 옥스퍼드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번 포럼에는 윈터 감독은 물론 옥스퍼드대 이언 카이어 미대 교수, 조지은 아시아 및 중동학부 교수와 고려대 김동원 총장 등 10명이 한류의 가치와 미래를 논했다. 이 포럼은 현대자동차가 재정 지원을 했다.● 옥스퍼드대 교수 “조선시대 화가에게 영감”윈터 감독의 해녀 다큐멘터리는 옥스퍼드대 조 교수가 영국 리버흄재단에서 5억여 원을 지원받아 시작됐다. 조 교수와 윈터 감독, 신우봉 제주대 교수팀은 제주에서 해녀의 삶과 고뇌를 170시간에 걸쳐 담아냈다. 이 다큐는 2025년 상영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이 다큐멘터리는 한류의 물결이 한국 전통문화 구석구석까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올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도 제주의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 울림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산수화의 매력도 주목받았다. 카이어 교수는 조선시대 전기 사대부인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1488∼1545)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16세기 산수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양팽손의 그림 여백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이 추상적 표현주의와 현대 미술의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카이어 교수는 최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에서 연 전시에서 이 영감을 반영해 단색과 여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자본에 종속될 우려도 제기됐다. 박지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작권을 독점하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제작사가 받은 순수익은 전체 제작비의 10% 정도인 200만 달러(약 26억 원)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류, 대학 글로벌화로 이어가야”한류가 지속 가능하려면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와 옥스퍼드대처럼 한국 대학들이 해외 명문대와 교류해 외국의 한국 전문가를 양성하면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김 총장은 “한 대학이 명문대로 남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의 해외 네트워크가 경쟁력”이라며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는 16일 영국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UCL은 올해 영국의 세계 대학평가 기관인 QS평가에서 세계 9위를 차지한 연구중심 공립대다. 1826년 설립 이래 3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두 대학은 매년 각각 3만 파운드(약 4900만 원)씩 연구 기금을 조성해 공동 연구와 신진 연구 인력 육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교 간 온·오프라인 회의를 정례화하고, 공동세미나 및 교원 교류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옥스퍼드대 울프슨 칼리지와는 첨단과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협력과 학생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추진하기로 했다. 허트퍼드 칼리지, 브레이스노즈 칼리지와는 MOU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영국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고려대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옥스퍼드=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나의 벗, 영국이여, 당신은 영원히 늙지 않으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번의 한 구절을 인용해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스와 퀸, 그리고 엘턴 존에 열광했다”며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찬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4명도 전원 참석했다. 찰스 3세 국왕은 만찬사에서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한국이 빠른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는 것은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구절을 영어로 낭송했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찰스 3세는 양국의 동반자 관계(partnership)를 한국어 ‘정(jeong)’으로 표현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내가 몇십 년 전 서울에 갔을 때 내가 (가수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이라고 불릴 만한 것을 제대로 개발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농담을 건네자 내빈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찰스 3세는 왕세자이던 1992년 11월 다이애나 당시 왕세자빈과 함께 방한했다. 찰스 3세는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게임’이 있다”며 “비틀스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애국가 연주가 만찬장에 울려 퍼졌다. 영국 BBC 방송은 “음식과 각종 식기, 꽃 장식 등을 모두 합쳐 4000개 이상의 제품으로 구성된 19세기식 호화로운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손님마다 46cm씩 할당된 테이블에는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 때 제작한 금 접시와 1877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 생산한 청록색 디저트 접시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찰스 3세 부부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연설집과 위스키, 무궁화와 윤 대통령 부부 반려견 이름을 수놓은 파시미나(최고급 캐시미어) 등을 선물했다. 찰스 3세는 윈저성 왕실 제본소에서 제본한 처칠 전 총리의 한정판 1951∼1952년 연설문 모음집 ‘흐름을 막으며(Stemming the Tide)’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찰스 3세는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러프로이그(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과 자신의 서명이 담긴 은색 사진도 선사했다.런던=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는 21일(현지 시간)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연설집과 위스키 그리고 무궁화와 윤 대통령 부부 반려견 이름을 수놓은 파시미나(최고급 캐시미어) 등을 선물했다.더타임스를 비롯한 영국 언론과 왕실에 따르면 찰스3세는 윈저성 왕실 제본소에서 제본한 처칠 전 총리의 한정판 1951∼1952년 연설문 모음집 ‘흐름을 막으며(Stemming the Tide)’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처칠 전 총리는 이 중 한 연설에서 “나는 늘 최대한 빨리 한국전쟁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찰스3세 국왕은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과 자신의 서명이 담긴 은색 사진도 선사했다. 커밀라 왕비는 김건희 여사에게 무궁화와 김 여사가 키우는 반려견 이름들을 왕실자수협회 전문가들이 직접 수놓은 파시미나 머플러를 선물했다.영국 언론은 윤 대통령 국빈 방문 행사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커밀라 왕비가 파란 코트를,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빨간 망토와 모자를 착용해 태극기 색상을 표현한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BBC 방송은 이날 ‘한국 대통령 방문을 위해 왕실 레드카펫 펼쳐져’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을 환영하는 웅장한 예식이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빈 방문은 왕실의 화려함과 실용 정치를 결합한 소프트파워를 선보여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역에서 중요성이 더 커지는 동맹이자 무역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존중을 표시했다고 평가했다.·런던 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 정부에 감세 정책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난해 10월 당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안을 철회하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당초 무리한 감세안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가량 지나 리시 수낵 총리가 다시 일종의 ‘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번에는 약 200년 이어온 상속세를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신 정부는 발표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영국 내에서 찬반 여론이 시끌시끌하기 때문이다.● 버티던 수낵 내각, 감세 검토영국에선 현재 32만5000파운드(약 5억2600만 원)를 초과하는 부동산에 대해 40%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을 종합하면 영국 정부는 상속세율을 40%에서 절반으로 낮추고 소기업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 시간) 예정된 가을 예산안 발표에서 상속세율을 현재 40%에서 30%나 20%로 인하하고 과세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더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수낵 내각은 그간 보수당 내부에서 감세를 하라는 압박에 반대하며 버텼다. 하지만 이번에 감세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은 우선 물가상승률 둔화 때문이다. 곳곳에서 감세 요구가 나올 때마다 수낵 내각은 ‘물가가 높은데 감세를 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6%였다. 전달(6.7%)보다 크게 둔화된 수치로,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수치는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이 예측한 4.8%보다도 낮았다.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안을 발표할 당시보다 물가 여건이 훨씬 호전된 것이다.여기에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정부 재정 여유분은 130억 파운드(약 21조 원)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며 정부의 차입 비용 부담이 비교적 줄고, 가계의 임금이 최근 오르면서 세입이 는 것으로 분석된다.보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부유한 보수당 유권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과세 대상은 4% 미만”실제 영국 유권자들 상당수가 상속세 폐지를 원하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올 7월 18세 이상 성인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가장 불공정한 세금으로 상속세를 꼽았다. 응답자의 43%는 세금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고, 23%만이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백만장자인 나딤 자하위 전 재무부 장관은 상속세 폐지 운동을 하면서 “죽음과 함께 우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유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이 상속세에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이중과세’란 인식 때문이다. 이미 과세된 소득으로 구입한 자산에 대해서 또 과세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게다가 상속세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도 상속세 폐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가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과세 부담까지 안고 있는데 부유층만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속세 과세 대상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과세 대상의 4% 미만만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학자들은 공동으로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투고해 “우리의 조세 제도는 상속세 인하가 아니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브라이트블루의 토마스 널컴 연구위원은 “일반 노동자들이 과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가장 부유층만 내는 세금을 삭감하는 건 정치적, 도덕적, 경제적으로 잘못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구에 따르면 부자에 대한 세금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불평등이 커지지만 경제성장에는 눈에 띄는 영향이 없다”며 상속세 감면을 반대하는 학자도 있었다.영국 정부의 곳간에 잠시 여유가 생겼지만 상속세 완화를 논할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경제학자 루스 그레고리 씨는 FT에 “총리가 선거 전에 (상속세 감면 등) 약간의 경품이라도 내놓으면 총리의 재정 규칙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약 1년 7개월 만인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흔들리는 서방의 지원에 불안해하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1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키이우에 도착한 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와 계속 함께 있고자 한다.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강조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 국방부는 1억 달러(약 1291억 원) 규모의 새로운 안보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155mm 포탄,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오스틴 장관은 이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전쟁 발발 후 약 2개월이 지났을 무렵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 처음으로 키이우를 방문한 바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약 100년 전 만들어진 싱글몰트 위스키 ‘매캘런 1926’ 한 병이 약 35억 원에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 됐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매캘런 1926은 218만7500파운드(약 35억 원)에 낙찰됐다. 경매 전 예상가 75만∼120만 파운드를 훌쩍 뛰어넘었다. 소더비는 와인과 증류주를 다 합쳐 매캘런 1926이 주류 경매 역사상 최고 가격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매캘런 1926은 1926년에 증류해 셰리 오크통에서 60년 숙성한 뒤 1986년 40병만 한정 판매됐다. 이번 경매에 나온 제품은 이탈리아 화가이자 팝아트 대가 발레리오 아다미가 제작한 라벨이 붙은 12병 중 하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反)미·반이스라엘 세력을 뜻하는 ‘저항의 축’ 예멘 후티 반군이 19일 홍해 남부에서 이스라엘 관련 화물선 1척을 나포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테러 행위”라며 나포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피랍 선박은 튀르키예에서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인도로 향하던 차량 운반용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다. 선적은 바하마로 돼 있지만 일본 해운사 ‘닛폰유센(日本郵船)’이 운영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선박이 자국 회사 소유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소유자인 영국 회사의 일부 지분을 이스라엘 해군 재벌이 보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닛폰유센은 “선박은 영국 회사 소유이고 배를 빌려 자동차 운반선으로 운항했다”며 “선원 25명의 국적은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필리핀, 멕시코, 루마니아 등으로 일본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도 선원 중 이스라엘인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번 나포는 후티 반군 측이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공격을 실시할 것이며,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스라엘 회사가 소유 또는 운용하는 모든 선박을 나포하겠다. 각국은 이스라엘 선박에 탄 자국민을 철수시키라”고 경고한 가운데 이뤄졌다. 화물선 나포에 대해선 “팔레스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이번 나포 사건은) 자유세계 시민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증대됐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해운 경로의 보안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야기하는 이란의 또 다른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마쓰노 히로이치 일본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후티가 신속히 선원들을 석방하도록 관련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20일 보도했다. 후티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후티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는 14일 방송을 통해 “우리 영해와 가까운 홍해를 운항하는 이스라엘의 모든 배를 눈을 부릅뜨고 계속 감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약 100년 전 만들어진 싱글몰트 위스키 ‘매컬런 1926’ 한 병이 약 35억 원에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 됐다.19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매컬런 1926은 218만7500파운드(약 35억 원)에 낙찰됐다. 경매 전 예상가 75만∼120만 파운드를 훌쩍 뛰어넘었다. 소더비는 와인과 증류주를 다 합쳐 매컬런 1926이 주류 경매 역사상 최고 가격에 판매됐다고 밝혔다.매컬런 1926은 1926년에 증류해 셰리 오크통에서 60년 숙성한 뒤 1986년 40병만 한정 판매됐다. 이번 경매에 나온 제품은 이탈리아 화가이자 팝아트 대가 발레리오 아다미가 제작한 라벨이 붙은 12병 중 하나다. 소더비 관계자는 “샘플을 극히 조금 마셔봤는데 (맛과 향이) 아주 풍부하다. 예상대로 말린 과일뿐 아니라 향신료와 참나무 풍미가 많다”면서 “60년간 어두운 유럽산 오크통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 색깔까지도 반영됐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의 거점 도시 가자시티 서쪽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 주민에게는 ‘떠나라’는 전단지를 뿌리며 남부로 진격을 예고하고 있다.1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오늘 가자시티 서쪽을 장악하고 하마스 잔당 소탕을 완료했다”며 “이제 이스라엘군 지상전의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급습한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서 다음 단계의 지상전을 위해 ‘중요한 것’들을 발견했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이 지역 칸 유니스 동쪽의 마을 4곳을 떠나라는 전단지를 뿌려 남부 진격까지 시사했다.이스라엘군의 다음 단계 공세 예고 속에 가자지구의 모든 통신은 이날 두절돼 긴장감을 높였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가자지구 공황이 고조되고 시민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소탕을 위해 급습한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부근에서 살해된 이스라엘 여성 예후디트 바이스(65) 씨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전날에는 영상을 공개해 이 병원에서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과 관련한 정보와 영상이 담긴 노트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근거로써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으로 활용했다며 병원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이에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주 프랑스 파리 도심에 있는 방역업체를 방문했다. 2시간가량 머물며 취재하는 도중 이 업체 사장에게 10분에 한 번꼴로 문의 전화가 왔다. 모두 빈대 퇴치에 관한 전화였다. 빈대가 실제 생긴 집 말고도 빈대 예방을 위한 문의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빈대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있는데 소독할 수 있나’ 같은 질문에서 불안과 공포가 느껴졌다. 우려가 큰 만큼 주택 소독 건수도 급증했다. 프랑스 소독해충방제연합(CS3D)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서 빈대가 퍼진 올 6∼8월 방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뛰었다. 한국보다 먼저 빈대 사태가 닥친 파리에서는 빈대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빈대 퇴치법이 소셜미디어에 난무한다. 대표적인 허위 퇴치법은 폭약 제조에 쓰이는 규조토(硅藻土)가 빈대를 쫓는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7일 쇼트폼(short form)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오른 ‘빈대의 유일한 해결책은 규조토’란 영상은 닷새 만에 조회 수가 2만2600회를 넘었다. 오일 농축액이나 라벤더가 살충제보다 더 건강한 자연 퇴치법이란 영상 콘텐츠도 돌고 있다. 이에 편승해 검증되지도 않은 빈대 퇴치 약품을 판매한다는 광고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퇴치법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규조토는 광물질 화합물 실리카가 포함돼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라벤더도 퇴치 효과가 없고 오일 농축액은 사용자 호흡기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한다. 파리시(市)는 결국 이런 가짜 퇴치법에 혹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권장 퇴치법을 소개했다. 빈대 방지법의 기본은 빨래를 섭씨 최소 60도 물로 세탁하거나 영하 20도에서 72시간 이상 얼리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가짜 퇴치법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빈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빈대 전문가 장미셸 베랑제르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10년간 빈대를 연구했지만 사람들이 빈대에게 물린 적도 없고, 여행한 적도 없는데 집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편집증적 현상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빈대 공포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빈대 때문에 일상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빈대 공포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계기가 될 조짐도 보인다. 빈대 퇴치는 초기 대응이 관건인데 “프랑스의 ‘밀푀유(겹겹이 층을 쌓아 만든 디저트) 정부’ 탓에 대책이 늦게 나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의사결정 구조가 겹겹이 쌓인 관료주의 탓에 정부가 퇴치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프랑스에서 탐지견을 활용한 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는 NYT에 ‘노란 조끼’ 시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부의 정년 연장 강행, 물가 상승같이 지난 3년간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빈대 사태로 집단 분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적한 위기에 또 하나의 위기를 정부가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랑스에 이어 빈데믹(빈대+팬데믹)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한국으로선 참고할 바가 많다. 프랑스 정부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방역 대책을 내놨다. 특히 방역 업체 전문성을 정부가 인증해 방역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해 사실상 ‘빈대 플랫폼’처럼 만드는 것은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빈대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빈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여러 채널로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