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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에서 61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야당 공화당이 막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나와 미국민은 우크라이나를 무책임하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백악관은 의회 승인 없이 집행 가능한 2600억 원 규모 무기 추가 지원 방침을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기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가 틀렸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우크라이나와 미국)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올해 안에 침략자(러시아)에게 우리 단결의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원의 절박성을 거듭 강조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의회를 방문해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지원 예산안 통과를 호소했다. 상원 양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민주) 및 미치 매코널(공화) 의원은 취재진 앞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연대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소극적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난 뒤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싶다”며 명확한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2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방공 요격망과 대포, 탄약 등이 지원책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그는 “우크라이나가 긴급 작전 수요에 대응하도록 돕는 우리 역량이 급속히 끝을 보이고 있다”며 예산안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란 문구가 끝내 포함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UAE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나라 등은 퇴출 문구 미포함에 반발하고 있어 폐회 후에도 양측 갈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의장국인 UAE가 작성해 공유한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란 표현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유·석탄·가스의 생산·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완화된 표현이 담겼다. 12일 오전 총회가 공식 종료된 뒤에도 합의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COP28의 초점이 석유 및 가스에서 벗어나도록 의장국인 UAE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문은 COP28에 참석한 198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확정된다. 중동 산유국과 화석연료 퇴출을 주도하는 서방 주요국의 갈등으로 최종 합의 또한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세계는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를 퇴출할 필요가 있지만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에이먼 라이언 EU 협상위원 겸 아일랜드 환경장관 또한 “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EU가 협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도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국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주요 도서국도 반발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태평양, 인도양, 카리브해 등의 39개 도서국으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에 속한 마셜제도의 존 실크 천연자원장관은 화석연료의 퇴출이 없으면 자신의 나라가 ‘물속의 무덤’이 될 수 있다며 “조용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태평양 주요 도서국은 이미 물속에 잠긴 일부 섬을 인양하는 데만 최소 350억 달러(약 46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아직도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약 81%를 담당하고 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총회 때 회원국들은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에만 합의했다. 현재까지 석유 및 천연가스의 감축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 전시내각 장관을 맡고 있는 가디 에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63·사진)이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지 하루 만에 조카를 잃었다. 에이젠코트 장관 아들 갈 메이르 에이젠코트 예비군 상사(25)는 7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 지하 터널을 수색하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설치한 폭탄이 폭발하며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하루 뒤인 8일 조카 마오르 코헨 에이젠코트 병장(19)이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 칸유니스 모스크에서 역시 폭발물이 터지며 숨졌다. 코헨 병장은 골라니여단 제12대대 소속으로 전사 당시 모스크 지붕에 숨은 하마스 저격병 등과 교전 중이었다. 10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숨진 아들과 조카 이름(메이르, 마오르)은 히브리어로 ‘빛’과 ‘빛을 내다’라는 뜻으로 에이젠코트 장관 아버지 이름에서 따왔다.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을 비롯해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숱한 전투를 치르면서도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군인으로 정평이 난 에이젠코트 장관도 8일 아들 장례식에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추도사 내내 목이 멘 채 “전우들과 이스라엘 국민을 위한 아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을 위해 기여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갈은 용감한 전사이자 진정한 영웅이었다”며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젠코트 장관은 1960년 이스라엘 북부 티베리아스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군사안보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병사로 시작해 분대장, 소대장, 대대장을 거쳐 1999년 국방장관으로 임명됐고 2015∼2019년 참모총장을 맡았다. 야당 소속으로 올 10월 전시 내각이 구성될 때 무임소 장관을 맡아 참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작전에 돌입한 뒤 IDF 전사자도 늘고 있다.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10일까지 IDF 군인 사망자 수는 425명으로 추산된다고 스카이뉴스는 보도했다. 다만 IDF 측은 97명이라고 발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규제 법에 합의했다. 약 2년 뒤 발효되는 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은 최대 3500만 유로(약 497억 원) 벌금을 내야 한다. EU는 주요 7개국(G7)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도 규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27개 회원국 대표들이 37시간 넘는 회의 끝에 ‘AI 법(EU AI Act)’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AI 법에 따르면 기업은 정치 및 종교적 신념이나 성적(性的) 지향, 인종 같은 민감한 특성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위해 인터넷이나 보안 (카메라) 영상에서 생체 정보를 모을 수 없다. 다만 사법당국이 인신 매매 피해자 수색, 테러 위협 예방,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 용의자 추적 등을 위해 실시간 안면 인식을 활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오픈AI 챗GPT, 구글 바드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AI는 규제 대상이지만 국가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한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된다. EU 국가에서 자율주행차나 의료장비같이 고위험 AI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은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세계 매출의 7%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혁신적 AI 시스템에는 규제를 면제해주는 AI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이 완전히 적용될 때까지 기업과 개발자가 새로운 규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AI 법에는 EU 집행위가 2021년 4월 작성한 초안에는 없던 범용AI(AGI·인간 수준의 AI) 관련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AI 법은 유럽의회와 각 회원국 공식 승인을 거쳐 시행되기까지 2년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음란물 시청자 연령 확인에 안면 인식 AI를 활용하기로 하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미디어 규제 기관 오프컴(Ofcom)은 5일 18세 미만 음란물 시청 방지를 위해 시청 연령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란물 사이트 운영 업체는 안면 인식 AI로 이용자 여권이나 운전면허 사진이 실제 접속자 얼굴과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확정됐다.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쯤에서 꺼졌지만 외신의 취재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개최지 발표 직후 열린 사우디 대표단의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은 사우디가 72%란 압도적 득표율을 얻은 비결에 주목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득표해 승리한 전례가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외신들이 분석한 핵심 비결은 사우디가 초반부터 선두 굳히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한 BIE 회원국 대표는 “사우디가 처음부터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해 ‘여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일찍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공식 지지를 이끌어낸 점이 상징적이었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입김이 센 마크롱 대통령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덕에 사우디의 열악한 인권을 문제 삼는 다른 EU 회원국의 우려 또한 잠재울 수 있었다. 한국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우디의 손을 들어준 같은 달에 국무총리 직속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를 설치했다. 경쟁자가 세계 주요국 정상의 공개 지지를 확보했을 때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셈이다. 한국 대표단의 피땀 어린 노고는 인정하나 초반 대응이 한참 늦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활동을 시작한 건 약 8년 전인 2015년 2030부산등록엑스포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마련했을 때부터다. 다만 당시 부산의 유치 활동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지방 정부의 힘만으로 역부족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미 4년 전인 2019년 5월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BIE에 엑스포 유치 신청을 한 시기는 2021년 6월 23일. 같은 해 10월 29일 유치 신청을 한 사우디보다 4개월가량 앞섰다. 중앙 정부와 부산이 이때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뛰었다면 초반 승기가 한국 몫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정권 교체기를 거쳤고, 국가적 사업에 대한 집중력도 흐려졌다. 최근 1년간 파리 현지에서 지켜본 유치전은 ‘마음만 급한 벼락치기’ 성격이 강했다. 유치 지원 조직은 커졌지만 효과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각각 체계적으로 각기 다른 회원국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어떤 나라가 한국으로 기우는 조짐이 보이면 모든 담당자들이 우르르 그 나라에만 몰린다는 얘기가 들렸다. 한국서 유치 지원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찾았다. 휴일 없이 먼 거리를 오가며 힘을 보탠 이들이 많았지만, 혈세를 써 가며 겉치레 유치 활동만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교민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한 인사는 “몇몇 시민단체에 효과적인 유치 방법을 조언했지만 별 관심은 없었고 적당히 요식 행위만 하다 가려는 것 같더라”라고 털어놨다. 총회 직전 부산에서 온 일부 시민단체가 파리 외교가, BIE 본부 근처 등이 아닌 곳에서 부산 홍보 행사를 연 것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물론 정부와 기업이 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빈 지구 400바퀴가 헛되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관이 함께 열심히 뛴 덕에 서울에 가려졌던 부산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 유치전 패배의 경험이 값지게 남으려면 패인을 냉정하게 분석해 향후 다른 국가 행사를 준비할 때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제재 속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찾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회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까지 만나 ‘오일 블록’과의 유대를 다졌다. 그가 사우디와 UAE를 방문한 건 2019년 10월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미국의 고립 시도에도 러시아에는 여전히 곳간이 두둑한 파트너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와 사우디 등이 올해 수차례 추가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다. ● “무엇도 우호관계 발전 못 막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범죄 혐의로 올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해외 순방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 UAE 모두 ICC 미가입국이라 ‘안전국가’라는 점이 고려됐다. 또 이번 순방에는 러시아 수호이(Su)-35S 전투기 4대가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를 호위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시작하며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어떤 것도 양국의 우호 관계 발전을 방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양국이) 정보와 평가를 교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양국 협력이 중동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자”라고 제안하자 “물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화답했다. 두 사람은 회담에 더해 만찬까지 이어가며 유대를 과시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도 찾았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내려오는 푸틴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며 환영했다. 아부다비 까스르 알 와탄 궁전에서 예포 21발을 발사하고 러시아 국기 색상인 빨강·하양·파랑 연기를 내뿜는 에어쇼를 선보이며 예우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2022년 양국 무역이 68%가량 증가했고 올해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중동 국가와의 무역 관계를 강조한 것은 서방의 제재가 심화돼도 러시아에는 여전히 부유하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있음을 서방에 내보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우크라 예산 불발, 푸틴에 선물” 사우디와 UAE는 중동에서 ‘친미 진영’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놓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불편한 기색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틈을 노려 산유국들과 밀착을 시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만남이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참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올해 미국의 반발에도 몇 차례 추가 감산에 합의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공동 대응이 긴요해지는 상황이었다. 중동 국가들을 끌어들이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다. 미 상원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600억 달러)을 포함한 안보 패키지 예산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부결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전 백악관 연설에서 “(야당) 공화당 의원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최고의 선물을 기꺼이 주려 한다”며 승인을 촉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이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사들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이탈리아에 반환한 고대 로마 조각상을 다시 돌려 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박물관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 국립박물관에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사진)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기원전 450∼기원전 440년에 만든 청동상을 본뜬 것이다. 미론의 원작은 전해지지 않고 로마 시대인 2세기에 대리석으로 모방해 제작한 2점만 남았다. 각각 로마 국립박물관과 런던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1938년 이 조각상에 매료된 히틀러는 당시 이탈리아의 개인 소유주로부터 500만 리라(현재 가치로 약 212억 원)에 이 작품을 매입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작품의 해외 반출을 반대했지만 매입을 강행했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전시됐다 1948년 나치가 불법적으로 사들인 작품이란 이유로 이탈리아로 반환됐다. 이번 논란은 로마 국립박물관이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이 조각상의 대리석 받침대를 반환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조각상을 돌려 달라고 맞서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재고 정리합니다. 50% 할인에 2개 이상 품목 구입 시 10% 추가 할인.’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 쇼핑몰 레카트르탕. 쇼핑몰 중앙에 있는 남성복 매장 ‘카포랄’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가 붙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불과 나흘 앞두고 있었지만 점심 시간 ‘틈새 쇼핑’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홀로 지키고 있던 사장 발랭탕 장티 씨는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버틸 수가 없어서 한 달 뒤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객이 30%가량 줄었다. 쇼핑몰 곳곳에 재고 정리와 세일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 약 100곳 가운데 중앙 2곳을 포함해 총 12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여기저기 폐업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라데팡스는 파리 서부 외곽의 버려진 장소였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15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10여 채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현대식 건물과 쇼핑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 재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공실률은 지난해 15.7%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파리 시민과 관광객 등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도시의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얼어붙은 소비…문 닫는 쇼핑몰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상업용 건물인 ‘왕징 소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타워1의 1층 매장은 3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았다. 올 3분기(7∼9월) 베이징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19.5%에 달한다. 왕징 소호의 편의점에 근무하는 점원은 “코로나19 때보다 오가는 사람이 늘었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때 기업가치 470억 달러에 달했던 공유경제의 아이콘 ‘위워크’의 몰락은 그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뉴욕 맨해튼의 미트패킹 건물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에 밀린 월세, 임대차 계약 관련 소송 비용 등을 포함한 위워크의 부채는 187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에서만 47개 지점을 운영했던 위워크는 35개 지점의 임차 계약 종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뉴욕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갖은 소송전과 공실 등으로 위워크를 임대인으로 두고 있는 건물들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금리와 높은 공실률로 인해 주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데 찬물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의한 자산시장의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거느린 오스트리아 부동산·유통 기업 시그나그룹도 지난달 29일 파산 신청을 했다. 앞선 올해 8월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업계가 출렁였다.● “부동산 위기, 유동성 잔치 청구서” 각국 소비시장이나 부동산 업체들의 위기는 저금리 시기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공격적인 차입 경영이 부메랑이 됐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도 이런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은 수익이 감소하면서 지점 폐쇄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추가 공실이 발생하고,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가 정착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부동산 가격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 중 하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시기에 유동성 잔치를 벌인 데 대한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최소한 내년 후반기까지 소비 침체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독일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이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사들였다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이탈리아에 반환한 고대 로마 조각상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박물관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 국립박물관에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기원전 450∼440년 만든 청동상을 본 땄다. 미론의 원작은 전해지지 않고 로마 시대인 2세기에 대리석으로 모방해 제작한 2점만 남았다. 각각 로마 국립박물관과 런던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1938년 이 조각상에 매료된 히틀러는 당시 이탈리아의 개인 소유주로부터 500만 리라(현재 가치로 약 212억 원)에 이 작품을 매입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작품의 해외 반출을 반대했지만 매입을 강행했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전시됐다 1948년 나치가 불법적으로 사들인 작품이란 이유로 이탈리아로 반환됐다.이번 논란은 로마 국립박물관이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이 조각상의 대리석 받침대를 반환해달라고 먼저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조각상을 돌려달라고 맞서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 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중단해야 러시아와 관계가 호전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21개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안타깝게도 양국 관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특히 경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됐다”고 평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상황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 함께 일했다”고 거듭 주장했다.이날 제정식에는 이도훈 신임 주러 한국대사를 포함해 영국, 독일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대러 제재를 가해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국가의 대사가 대거 자리했다. 신임장 제정은 대사를 파견 보내는 국가의 원수가 신임 대사에게 준 신임장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전달하는 절차다. 외교부는 5일 푸틴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러시아 내 우리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소통을 (러시아 측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미국이 한국에서 받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155mm 포탄의 수가 모든 유럽 국가에서 공급된 규모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교전 지역에 대한 무기 공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미 관계자들이 한국과 꾸준히 교섭해 ‘간접 지원’을 성사시켰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이 지원한 구체적인 포탄 수는 물론 미국이 한국산 포탄으로 자국 탄약고를 메웠는지, 아니면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이 최근 ‘예산 공백’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독일 정부가 이미 짜 놓은 올해와 내년 예산이 위헌이란 연방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집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복지예산까지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지자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2년 연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원래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재정 건전성이 탄탄한 모범생으로 꼽힌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뒤 각국의 재정 풀기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잘 관리해왔다. 그랬던 독일에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추경해도 24조 원 부족독일 예산 위기의 시작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이 위헌이라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며 시작됐다. 연립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확산기에 집권하기 시작하며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600억 유로(약 86조 원)를 기후변환기금(KTF)으로 바꿔 쓰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독일 헌법에 따라 새로운 부채를 GDP의 0.35%까지만 조달하도록 제한을 받는데, 코로나19 등 특별한 위기 상황에선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 예산은 이 규제 적용이 제외돼 있으니 정부가 이를 손쉽게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KTF로 전용한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위헌 판단을 내리며 KTF를 위한 국채 발행 허가를 무력화했다. 예산 공백이 생기자 독일 내각은 448억 유로(약 64조 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고려하면 여전히 170억 유로(24조 원)가 부족한 상황이다. 구멍 난 예산을 어찌 매울 지에 대해 논쟁이 치열하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증세 가능성이 언급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정준칙’ 개혁 목소리이번 예산 위기를 점화한 건 결국 ‘부채 브레이크’라는 일종의 재정 준칙이다. 재정 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다. 국가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한국에서도 국가 부채가 불어나면서 한국형 재정 준칙을 논의하고 있지만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한국에선 법제화조차 안 되고 있는 재정 준칙이 독일에선 일찍이 2009년 헌법에 명시됐다. 독일은 통일 직후인 1991년에도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39%였을 만큼 재정이 탄탄했지만 통일 비용으로 막대한 재정을 쓰고, 저성장이 이어지며 나라 빚이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관리 지표 덕에 실제 독일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10년 82%에서 2019년 60%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쓰느라 부채 브레이크는 중단됐다.부채 브레이크는 정부 차입을 줄이는 목표를 잘 달성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2021년 독일 연방선거에서 녹색당은 인프라, 의료 및 교육에 대한 재정 지출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개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슈피겔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3분의 2가 부채 브레이크에 찬성하고 있고, 개혁을 하려면 설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독일인 대다수가 이 제도 덕에 독일 재정과 경제 기초체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집권 연정 균열 확대”부채 브레이크 개혁 논란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독일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4일 “독일의 예산 위기가 이미 타격을 입은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입혔다”며 “투자자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대형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은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이번 판결이 독일 공공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피치의 근본적인 견해를 바꾸진 않는다”면서도 “내년에 부채 브레이크 규정이 재활성화 되면 재정 삭감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는 집권 연정의 균열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은 2023년 주요 7개국(G7) 가운데 경제가 위축되는 유일한 국가로, 2024년에는 예상 보다 더 큰 재정 긴축으로 회복세가 방해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남유럽의 극심한 가뭄 등 기후변화로 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최대 생산지인 스페인에서도 올리브유는 귀한 몸이 됐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마드리드 교외 레가네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베아트리스 산체스 씨(33)는 “1년 전만 해도 30유로(약 4만 원)였던 5L들이 올리브유 가격이 2배로 뛰었다”며 “할인율이 높은 슈퍼마켓을 찾아다니거나 ‘화이트 브랜드’(무상표 제품)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각국 소비자들은 상당한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10.3%) 1980년대 이후 처음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지금은 상승률이 어느 정도 내려왔다고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10월에도 5.6%로 여전히 상당히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 가격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관 칸타 조사 결과 생필품을 구매할 때 3개 이상의 매장을 방문하는 스페인 소비자의 비중은 2021년 42.4%에서 올해 8월 45.1%로 늘었다. 마트나 식당의 재고 상품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으로 프랑스에 대형 재고 처리 매장이 증가하면서 네덜란드 브랜드 ‘악시옹’은 프랑스에 7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다. 2015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재고 음식 판매 플랫폼 ‘투굿투고’는 설립 5년 만에 유럽 전역에서 사용자 수가 3배로 뛰어 7600만 명이 됐다. 프랑스 유튜버 프티트 폴린 씨는 “투굿투고로 구입하니 브리오슈 등 7가지 빵이 총 3.99유로(약 5700원)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일본 도교도청 앞에는 한 시민단체가 매주 토요일마다 나눠주는 무료 식료품을 받으려고 777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3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에선 쇼미키겐(한국의 유통기한과 유사)이 지난 통조림, 포장식품 등을 정가보다 50% 가까이 싸게 파는 전문점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0조9000억 원)를 지원하려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안한 600억 달러(약 78조 원) 지원 예산 통과가 진통을 겪고 있는 데 이어 든든한 버팀목이던 EU까지 공동 지원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길어지는 전쟁의 피로감과 겨울철 혹한 속 전투로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서방의 비관론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내부 불만 여론도 높아지면서 수도 키이우 시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실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21개월째 전쟁을 지휘하는 젤렌스키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 “우크라 지원, 매우 매우 어려워”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 15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500억 유로가 포함된 EU 공동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EU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예산 합의가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예산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조금 170억 유로와 대출 330억 유로로 구성된다. 지원 내용별로는 이주 지원 자금 140억 유로, 전략 기술 투자금 100억 유로, EU 대출에 대한 상환액 190억 유로가 포함된다. 이는 EU의 2024∼2027년 예산안이라 통과되면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선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EU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자 분열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FT 인터뷰에서 “유럽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반면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자금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승리해 EU의 합의가 방해를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PVV는 ‘반(反)EU’ 노선을 표방하고 있어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뜻하는 ‘넥시트(NEXIT)’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우군을 자처해 온 독일마저 지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대한 위헌 판결로 전례 없는 ‘예산 공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정치 숙적 “젤렌스키 실각할 것”우크라이나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 중 집안싸움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경쟁자들의 공개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은 스위스 매체 ‘20분’,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각각 인터뷰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정으로 결국 실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지를 잃고 있다”며 그가 점점 더 고립되고 독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클리치코 시장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관리들 덕분에 버텨냈다고도 주장했다. 2014년 취임한 클리치코 시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숙적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치코 시장의 공개적인 비판은 전쟁이 21개월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텔레그래프는 풀이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올해 7, 8월 전쟁을 지지하는 우크라이나인은 60%가량으로 협상을 바라는 응답자(31%)보다 2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2022년 9월 70%보다는 줄었다. 게다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을 미루겠다고 발표하자 반대파들이 그를 더 비판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됐다. 일찍 산업화를 거치며 탄소를 대량 배출한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일조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후변화 피해 보상을 위한 30년간의 싸움에서 빈곤국이 승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평가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의장국 UAE의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세계와 우리의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밝혔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기후 재앙에 선진국 책임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 논의가 시작됐지만 선진국 저항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COP27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이날 기금은 4억2000만 달러(약 550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 원), 영국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은 각각 1750만 달러(약 230억 원),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내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1억4500만 달러(약 1900억 원)를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기에 기금 확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1일 공식 출범한 ‘기후클럽’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기후클럽은 파리협정의 효과적 이행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33개 선진국 및 개도국 다자협력체다. 한국은 기금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스라엘군이 임시 휴전 7일 만인 1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배했다며 가자지구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민간인 추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1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군사작전 중단(합의)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가 연장된 임시 휴전 8일째 종료 시한인 이날 오전 7시를 1시간도 남기지 않은 때였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휴전이 2일까지 하루 더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1일 휴전 종료 시점을 1시간여 남기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전 6시가 지날 무렵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몇십 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발사체를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IDF 전투 재개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하마스 정부 공보실은 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공격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은 “이집트 등 중재국이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양측이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직후 예루살렘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모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거주 동예루살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마스 산하 알깟삼 여단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중동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군이 임시 휴전 7일만인 1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배했다며 가자지구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민간인 추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1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군사작전 중단(합의)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가 연장된 임시 휴전 8일째 종료 시한인 이날 오전 7시를 1시간도 남기지 않은 때였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휴전이 2일까지 하루 더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다.하마스는 1일 휴전 종료 시점을 1시간여 남기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전 6시가 지날 무렵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몇십 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발사체를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하마스는 IDF 전투 재개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하마스 정부 공보실은 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공격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은 “이집트 등 중재국이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지난달 30일 양측이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직후 예루살렘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모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거주 동예루살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마스 산하 알깟삼 여단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0일 네타냐후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중동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뤄낸 만큼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등록엑스포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던 포부를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 부산은 이날 파리 이시레물리노시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3차 BIE 총회에서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투표 결과 29표를 얻어 119표를 획득한 리야드에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기권은 없었다. 사우디는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한국을 따돌리며 결선 투표 없이 유치권을 따냈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치 실패 소식을 접한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막판 총력 유치전을 펼친 인사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발자취를 담은 영상 ‘부산 갈매기의 꿈’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 총리,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출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연사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PT에서 “부산 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다. 부산 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민관 509일 총력전도 역부족… 사우디 10조원 공세에 1차투표 고배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경쟁 뛰어들어韓총리 “국민 기대 못미쳐 송구”하루새 지지국 바뀌는 등 경쟁 치열“산업인프라 역량 어필 소기의 성과” 부산이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2030년 엑스포 유치권을 내줬다.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29표를 얻은 한국을 따돌린 것. 민관이 ‘코리아 원 팀’으로 509일 동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교섭 활동에 뛰어든 우리 정부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변화의 시대’란 슬로건을 걸고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유치위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한 총리가 발언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 오일 머니 공세 뒤집기에 역부족 한국 대표단은 예상과 달리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투표 결과가 모니터에 뜨자 당황하며 무거운 분위기였다. 반면 사우디 대표단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꾸린 뒤부터 한국과 사우디의 유치전은 ‘카드 뒤집기 게임’의 연속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한 나라 지지를 확보하면 사우디가 다시 되돌리고, 그걸 우리가 다시 찾아오는 상황이 전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면서 “하루 이틀 새 지지 국가가 바뀐 나라가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28일 투표 직전 총회장에선 한국 대표단과 인사하고 돌아서는 회원국 대표를 사우디 측이 곧바로 낚아채 데리고 나가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디어룸에서도 개최 후보국들 간 신경전이 감지됐다. 미디어룸에서 한국 대표단 반대쪽에 자리 잡은 사우디 대표단은 자국 PT가 진행될 때마다 미디어룸이 떠나갈 정도로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각국 BIE 대표단이 파리로 속속 집결한 이달 중순부터는 지지 국가의 표를 다지면서 상대 표를 끌어오기 위한 양국의 정보전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사우디 측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정보도 입수돼 정부는 접촉하는 국가 수와 국가명도 비밀에 부쳤다. 사우디는 특히 파리 주재 대사가 투표할 경우 표가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해당 국가의 장차관급 관료를 투표자로 파견해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부산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본국 관료 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치엔 실패했지만 사우디의 공격적인 오일 머니 교섭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엑스포 취지에 맞는 산업 인프라 역량과 글로벌 가치를 타국에 적극적으로 어필한 점은 소기의 성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尹, 유치 실패 정치적 부담에도 최선” 엑스포 유치엔 실패했지만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는 총력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났다. 장관 등 국무위원, 특사들까지 전 세계 각지로 파견한 거리를 합하면 976만8194km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47개국 정상과 대면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23∼24일 파리를 방문했을 땐 행사 때마다 모든 테이블을 돌며 BIE 대표단 등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릴레이 통화는 계속됐다. 한 총리도 투표가 임박한 이달에만 매일 4∼5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늦은 밤까지 통화하며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치 실패 시 정치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 정상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회원국들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압도적 표차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뤄낸 만큼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등록 엑스포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던 포부를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부산은 이날 파리 이시레물리노시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73차 BIE 총회에서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29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기권은 없었다. 사우디는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111표)를 얻어 한국을 크게 따돌려 결선 투표 없이 유치권을 따냈다. 투표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치 실패 소식을 접한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막찬 총력 유치전을 펼친 인사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은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발자취를 담은 영상 ‘부산 갈매기의 꿈’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출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연사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PT에서 “부산 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다. 부산 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 역부족이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28일(현지 시간) 정부와 재계 등 민관이 총출동한 ‘코리아 원팀’은 프랑스 파리에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은 투표 직전 이뤄지는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집중하면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을 펼쳤다.윤석열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파리 현지에서 막판 유치 활동에 집중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들과 전화 통화와 대면 면담을 이어가면서 부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도 막판 득표 활동을 위해 각국 대표단과 직접 통화를 이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한국의 PT는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각계의 발자취를 담은 ‘부산 갈매기의 꿈’이라는 영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한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유치를 호소하는 연설자로 나섰다. 이어 6·25전쟁 참전용사와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부산엑스포 홍보대사인 배우 이정재와 가수 싸이, 김준수 등이 영상에 등장해 부산 유치를 설득했다.반 전 총장은 최종 PT에서 “부산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부산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투자 약속으로 개발도상국의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한 사우디와 달리 “기후, 식량 위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첨단 박람회를 만들 것”이란 비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한 총리는 “엑스포 역사상 유례 없는 규모인 5억2000만 달러를 110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한국이 여러분께 길을 열어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여정은 2030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투표는 유치 경쟁국인 한국과 사우디, 이탈리아 대표단이 발표를 마친 뒤 곧바로 전자투표로 진행된다.28일(현지 시간) 오후 파리의 컨벤션 센터인 ‘팔레 데 콩그레’의 회의장 연단에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사 자격으로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 세계인과 함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는 ‘연대의 엑스포’를 만들 것”이라며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한 총리는 회원국 대표들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가면서 엑스포 유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엑스포를 계기로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K-라이스 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태평양 도서국과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깜짝 연사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부산 엑스포에 대해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하며, 오늘 우리 행동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든 플랫폼 ‘웨이브’를 소개하면서 “이 플랫폼을 유산으로서 다음 (엑스포) 주최 국가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웨이브’는 기후위기와 식량난 등 인류 공통의 난제에 대한 세계인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여정은 5000만 국민의 염원이 됐다”고 강조했다.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생에너지 등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성장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프레젠테이션 연사 5명 모두 영어로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연설을 마친 뒤 상영된 영상에선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 씨와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세계인의 인기를 끈 배우 이정재 씨 등이 등장해 부산의 매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한국과 사우디는 투표 하루 전날까지 서로 표를 뺏고 뺏기는 등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부산은 준비됐다”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의 팔레 데 콩그레. 다음날 2030년 부산 국제박람회(엑스포)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이 건물 바로 앞에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걸렸다. 총회장 로비는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리허설을 준비하는 관계자들로 북적여 긴장감이 감돌았다. 리허설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총회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은 물론이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등장했다.전날 저녁 파리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이날 BIE 회원국 오찬 세미나에 한 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28일 최종 PT 연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파리 르 그랑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부산 엑스포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서로 지속 가능하게 모든 나라가 잘 살도록 하는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시작점)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원래부터 잘 살던 국가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해방된 후진국 중 많은 국가는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OECD에 들어와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부산은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한정된 BIE 회원국 표를 두고 표 싸움을 벌이다 보니 막판 긴장감이 고조됐다. 유치위원회 측은 한국 정부 및 재계 인사들의 파리에서의 동선과 만나는 상대를 철저히 함구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외교 일정 중 만난 국가 수, 국가 이름 등을 발표일인 한국 시간 28일 새벽 2시까지 알리지 말아 달라”고 공지를 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