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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뛰는 야구’를 내세운 프로야구 LG는 6일까지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00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가장 많은 5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도루사 역시 41개로 최다였다. 도루 성공률이 59.0%밖에 되지 않는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키움이다. 도루 시도는 10개 팀 중 9위인 26번밖에 되지 않는데 그중 23번을 성공해 88.5%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도루는 성공률이 70% 정도 되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보는데 키움은 이를 훌쩍 넘는다. 키움의 성공률 높은 도루 중심엔 발 빠른 내야수 김혜성(24)이 있다. 2021시즌 베이스를 46차례 훔쳐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은 6일 LG와의 경기에서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14번 시도한 도루에서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률 100%를 이어갔다.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는 첫발을 떼는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겨울훈련 때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코치들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1.3초 안에만 포수 미트에 들어오면 주자의 스타트가 아무리 빨라도 도루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도루 저지는 포수보다는 투수한테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린라이트(벤치의 지시가 없어도 주자 스스로 판단해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권한)를 갖고 있는 김혜성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경기 당일 내 몸 컨디션을 확인하고 상대 팀 배터리의 움직임도 유심히 관찰한다. 몸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되는 날에는 적극적으로 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득점이나 작전 수행 등 다른 플레이를 더 잘하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또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공격의 맥이 끊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팀과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도루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김혜성의 개인 통산 도루 성공률은 85.9%(198번 시도해 170번 성공)에 이른다. 올 시즌뿐 아니라 다른 해에도 무척 높았다. 도루 1위에 올랐던 2021년엔 50번 시도 끝에 46번 성공해 92.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낮았던 2020년에도 성공률은 75.8%였다. 김혜성은 “도루에 성공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예전에 비해 도루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열심히 뛸 것”이라고 했다. 2루수로 나서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뿐 아니라 타율(0.308)과 최다안타(64개), 득점(36개) 등에서도 팀 내 1위다. 홈런은 2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그중 하나가 4일 SSG전 8회초에 나온 결승 솔로포였다. 김혜성의 이 홈런 덕에 키움은 4-3으로 이기며 올 시즌 SSG와의 경기 8전 전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도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고루 갖춘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혜성은 “MLB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작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토르 호블란(26)은 노르웨이 남자 골프의 선구자다. 2018년 노르웨이 선수로는 최초로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9년에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무대에 섰다. 그는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는데 이 역시 노르웨이 선수 최초였다. 5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그는 노르웨이 골프에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노르웨이 선수 최초로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2억 원)가 걸린 특급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호블란은 이날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데니 매카시(30·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14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그는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가장 어렵게 세팅된 17번홀(파4)에서 8m짜리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1차 연장전에서 매카시가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한 사이 호블란은 파를 지켰다. 개인 통산 4번째 우승. 2승(마야코바 클래식)과 3승(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을 모두 멕시코에서 거뒀던 그는 미국에서 처음 우승하며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 원)를 받았다.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던 그는 11세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갔다가 사 온 클럽으로 실내 연습장에서 골프를 쳤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 온 태권도도 도움이 됐다. 태권도 검은 띠인 그는 “태권도를 하면서 근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노르웨이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던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입학하면서 골프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김시우(28)는 이날 1타를 잃고 4위(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던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샷 난조를 보이며 3타를 잃고 공동 7위(3언더파 285타)로 밀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롯데의 경기는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 반에 2만2990석의 좌석이 모두 팔렸다. 하루 전인 3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야간 경기로 열린 2일엔 1만8996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거의 가득 메웠다. 두 팀의 주말 3연전 동안 모두 6만4976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적지 않은 롯데 팬들이 ‘기세’라고 쓴 종이를 들고 응원을 펼쳤다. 시즌 개막 후 봄에만 반짝한다는 의미의 ‘봄데’를 넘어 앞으로도 지금 기세를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승리하며 스위프(시리즈 전승)를 노렸던 롯데의 기세는 이날 꺾이고 말았다. 롯데의 상승세를 막아낸 것은 KIA 왼손 투수 이의리(사진)와 집중력 있는 타선이었다. KIA는 이날 6회초 공격에서만 6점을 뽑으며 6-0으로 이겼다. 2연패를 끊어낸 KIA는 23승 24패로 6위를 유지했다. 패한 롯데도 29승 19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양 팀 선발 이의리와 한현희(롯데)의 호투 속에 5회까지 팽팽한 0-0 흐름이 이어졌다. 승기는 6회 들어 단숨에 KIA 쪽으로 기울었다. 선두 타자 고종욱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물꼬를 트자 3번 타자 소크라테스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고종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는 투구 수가 79개이던 한현희를 내리고 왼손 투수 김진욱을 투입했지만 한번 불붙은 KIA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KIA는 계속된 무사 2루에서 최형우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탰다. 롯데는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김도규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KIA 6번 타자 이우성은 김도규의 초구를 2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KIA는 이후에도 김규성과 류지혁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KIA 타선은 이날 15개의 안타를 합작했다. 최고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던진 이의리는 5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5승(3패)째를 따냈다. 삼진은 8개를 잡았다. 이후 임기영이 3이닝, 김유신이 1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영봉승을 완성했다. 키움은 SSG와의 인천 방문경기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이정후와 김혜성이 각각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4-3으로 역전승했다. 전날까지 올 시즌 8전 전패를 당했던 키움은 이날 승리로 SSG전 첫 승을 거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월 2일 경남FC와 김천 상무의 K리그2 경기에서는 모처럼 서울대 출신 선수가 탄생했다. 경남FC 신인 공격수 유준하(22)가 주인공이다. 서울대 출신 프로축구 선수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58)이다. 원래 그는 공부와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책 읽기를 권한 한 선생님의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처음엔 읽기 쉬운 소설로 시작했다. 공부에도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공부로도 인정을 받으니까 운동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1988년 유공에 입단한 그는 그해 7골 5어시스트로 신인왕에 뽑혔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그는 “‘서울대 나온 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더 독한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황보관 하면 떠오르는 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온 ‘캐넌 슛’이다.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14km로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슈팅이었다. 1995년엔 일본 오이타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96년과 1997년에 선수로 뛴 뒤 유소년 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엔 감독까지 맡았다. 이후 프런트로 변신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8년 오이타는 나비스코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FC서울 감독을 지냈고 2011년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현 직책인 기술본부장은 국가대표 선발과 지원, 지도자 육성 등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건강관리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한 시간가량 일찍 출근해 코어를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집에서 쉴 때는 아내와 함께 집 인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한 시간 내외로 걷곤 한다. 6년째 서울대 축구부 OB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공을 찬다. 동호인 축구라고 해도 부상 방지를 위해선 평소에 꾸준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 년째 몸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이다. 그는 “어떤 일이든 발전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시간이 될 때마다 국내외로 여행을 다닌다. 요즘엔 커피와 와인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육성 전문가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야인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또 하나의 미래는 ‘제2의 고향’인 오이타에 집을 장만한 뒤 지인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 온천 지역인 오이타는 골프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좋은 분들과 인생을 함께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프로축구 경남FC 신인 공격수 유준하(22)는 4월 2일 김천 상무와의 K리그2 경기에 선발 출전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프로 데뷔전을 가지면서 유준하는 서울대 출신으로는 모처럼 프로축구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1988년 황보관, 1989년 양익전, 1991년 이현석 이후 32년 만의 일이었다. 고교 때 축구 선수를 하면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공부보단 축구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고교 때 축구를 꽤 잘했지만 프로 팀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1학년 때 서울대 축구부 ‘서울대 네이마르’로 불리던 그는 2학년이던 2021년 테스트를 통해 4부 리그 노원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아마추어 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끝에 마침내 경남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축구 선수는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58)이다. 그가 서울대에 입학한 과정은 유준하와는 달랐다. 고향인 대구에서 다니던 고교 축구부가 해체돼 서울체고로 전학을 간 그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당시 여느 축구를 하는 또래들처럼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전학을 와서 본 첫 시험에서 같은 반 60명 중 58등을 했다. 황보 본부장은 “그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해 주셨다. 처음엔 읽기 쉬운 소설로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글과 익숙해 지면서 공부에도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당시 체고 재학생들은 주말이면 외박을 받았다. 시골에서 올라온 황보 본부장은 갈 곳이 없었고, 숙소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그는 “그렇게 1년쯤 하다 보니 10등 안에 들어 있더라. 공부가 잘 되고 인정을 받으니까 운동까지 덩달아 더 재미있어졌다. 그렇게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면서 서울대까지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예나 지금이나 운동과는 거리가 먼 학교다. 서울대 야구부는 2004년 거둔 1승이 유일한 승리다. 하지만 황보관이 활동할 당시 서울대 축구부는 달랐다. 베스트11 중 특기생도 여럿 됐고, 체계도 잘 갖춰져 약팀이긴 해도 무시할 수는 없는 팀이었다. 신연호, 김종부 등이 뛰던 고려대에 승리하기도 했고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황보 본부장은 대학교 4학년 때 국가대표 2진으로 뽑혀 남미 원정에도 동행했다. 그 대회에서 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1988년 프로 팀 유공 코끼리에 입단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프로 첫 해 7골-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에도 뽑혔다. 여세를 몰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황보 본부장은 “당시 ‘서울대 나온 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시선이 많았다.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 훨씬 더 독한 마음으로 뛰고 또 뛰었다”며 “별볼일없던 선수였던 내가 발전하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다. ‘어, 정말 되네’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축구 인생의 클라이막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이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후반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14km가 나와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슈팅이었다. ‘캐논슈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즈음이다. 황보 본부장은 “사실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때도 최순호 선배가 밀어준 공을 프리킥 골로 성공시켰다”며 “그 골 이후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외국 팀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스타덤에 올랐다”고 했다. 매일 숙소로 팬레터가 수십 통씩 쏟아졌고, 당시 라디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도 두 번이나 게스트로 출연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출전이 불발된 후 그는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곳에서 그는 제2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1996년과 1997년에 선수로 뛴 뒤 유소년 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엔 감독으로 승진했다. 이후엔 프런트로 변신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오이타는 나비스코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FC서울 감독을 역임했고, 2011년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으로 선임돼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현재 맡고있는 기술본부장은 국가대표 선발과 지원, 지도자 등 인재 육성, 한국 축구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기 일산에서 살고 있다. 협회가 있는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이 위치한 경기 파주를 쉽게 오가기 위해서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건강관리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파주에 출근할 때는 출근시간을 한 시간 정도 당겨 한 시간 가량 코어 운동을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평소 집에서 쉴 때는 아내와 함께 집 인근 호수공원을 한 시간 내외 걷곤 한다. 한 달에 최고 한 번은 공도 찬다. 6년째 서울대 축구부 OB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동호인 축구라고 해도 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서울대 축구부의 끈끈함이 있다. 월례적으로 하는 축구 경기와는 별개로 7월과 11월 등 1년에 두 번은 서울대 축구부 OB와 YB가 함께 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현재 체중은 선수 때보다 3kg 정도 많은 70kg대 후반을 유지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 년째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황보 본부장은 “나도 잘 몰랐는데 요즘 딸들이 ‘아빠는 참 긍정적이야’라고 말하더라. 그런 마음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잘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있더라. 어떤 일이든 발전적인 방향을 생각하고, 그 방안을 찾아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요즘에 그는 커피와 와인에 빠져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다니려 한다.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는 육성에서 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황보 본부장은 “현직을 끝내고 야인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마음,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또 하나의 미래는 ‘제2의 고향’인 오이타에 집을 하나 장만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 온천 지역인 오이타는 골프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오이타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많이 쳤다. 지금도 70대와 80대를 오가는 실력”이라며 “오이타에 집을 마련하면 그 동안 신세를 졌던 분들을 초대해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생을 즐기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0년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홈런왕을 가장 많이 차지한 선수는 KT 박병호다.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차례나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2위는 SSG 거포 최정으로 2017년과 2021년 등 두 번 홈런왕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뜻밖의 얼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정규시즌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 5월 말 현재 홈런왕 경쟁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LG 포수 박동원이다. 박동원은 키움 시절이던 2021년 22홈런으로 공동 10위에 턱걸이한 게 유일한 홈런 톱10 진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1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4월에 4개의 홈런을 친 박동원은 예년에 비해 한결 안정된 스윙으로 5월에만 9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최주환(SSG)-로하스(두산)-노시환(한화) 등 세 명이 9개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은 로하스는 열외라 쳐도 최주환과 노시환은 그동안 홈런 10위 안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타격 5관왕 키움 이정후의 부진 속에 타격왕 부문도 혼전이다. 그동안 이 부문 타이틀을 타 본 적이 없던 LG 홍창기(0.330)와 문성주(0.329)가 1리 차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는 출루율에서도 각각 0.441과 0.430으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홍창기는 62안타로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1위다. 타점은 키움으로 돌아온 외국인 선수 러셀이 38개로 선두고 득점은 최정이 41개로 1위다. 투수 쪽에서는 SSG 마무리 서진용이 생애 첫 구원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서 있다. 지난해 21세이브로 세이브 6위에 올랐던 서진용은 5월 말까지 18세이브 1승 평균자책점 0.77의 특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문 2위 롯데 김원중(12개)과는 6개 차다. 지난해 구원왕 LG 고우석은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2세이브밖에 올리지 못했다. 2003년 입단한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도 13홀드로 이 부문 1위다. 필승조를 맡고 있는 노경은은 1점대 평균자책점(1.73)을 기록하며 21번째 시즌 만에 생애 첫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2위 구승민(롯데·11개)과는 2개 차다. NC 새 외국인 선수 페디는 8승 1패 평균자책점 1.47로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탈삼진왕 키움 안우진이 87삼진으로 1위를 유지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동아일보 야구팀은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한 현장 지도자들에게 고교야구 발전 방안에 관해 물었다. 이 중 가장 관심이 높았던 건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이었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올해 황금사자기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심판을 도입한 대회다. 같은 달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덕적고 선발 신준서(16)가 공주고 톱타자 김용현(18)을 상대로 던진 공이 로봇심판 첫 판정 대상이었고 결과는 볼이었다. 이후로도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보다 볼 판정이 잦았다. 다음 날 야로고BC(21개)와 부산공고(12개)는 볼넷 33개를 주고받기도 했다. 두 팀은 몸에 맞는 공 6개를 합쳐 사사구를 총 39개 남겼다. 1971년 고교야구가 4대 메이저 대회 체제를 갖춘 뒤 이보다 사사구가 많이 나온 경기는 없었다. 이날 목동에서 치른 3경기에서는 볼넷이 총 68개 나왔다. 서울 신월야구장에서도 황금사자기 1회전 경기가 열렸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목동에서 볼넷 68개가 나온 날 신월에서 열린 3경기에서는 볼넷 20개가 나오는 데 그쳤다. 신월은 로봇심판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해 인간심판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책임졌다. 이런 경향은 목동과 신월에서 대회 일정을 나눠 소화한 1회전 종료 시점까지 이어졌다. 목동(9경기)에서는 신월(12경기)보다 1회전 경기를 3경기 덜 치렀지만 총 볼넷 수는 163개로 신월(89개)보다 1.8배 이상으로 많았다. 타석당 볼넷 비율은 목동(22.7%)이 신월(10.1%)의 두 배를 넘었다. 이번 황금사자기는 주말리그 도입(2011년) 이후 처음으로 볼넷 비율(19.7%)이 삼진 비율(15.6%)보다 높은 대회였다. 오태근 휘문고 감독은 “수십 년간 야구를 해 온 우리 눈에는 스트라이크인데 (로봇심판에서) 볼 판정을 받는 공이 나오곤 했다. 투수들의 발전을 위해 존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상 공주고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바깥쪽에서 흘러들어오는 공을 던지면 로봇심판이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한 수도권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평소 스트라이크였던 공이 볼이 되면 어린 선수들은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은 뒤 제구가 무너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런 것도 볼넷이 많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인간심판은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경기에서는 애매한 공에 대해 ‘융통성 있는’ 판정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로봇심판은 단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현장 지도자들은 “로봇심판에 판정을 맡기는 큰 방향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로봇심판의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우리 투수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판정으로 인해 심판과 감정싸움을 할 일이 없었다. 판정의 일관성이 문제가 되곤 했는데 그런 점에서 모든 팀에 공평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팀 감독 역시 “판정에 대한 불신 탓에 아마추어 야구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심판으로 인해 그런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고교 지도자의 95% 이상이 로봇심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황금사자기 대회 중에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넓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음 대회 때는 존의 좌우 폭을 넓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 대회 중 하나인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6월 1일부터 나흘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다. 메이저대회 18번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73승을 거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83)가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부터 특급 대회로 지정돼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5억 원),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7000만 원)가 걸렸다. 특급 대회에 걸맞게 세계랭킹 톱5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29일 현재 세계랭킹 1∼5위는 스코티 셰플러(미국), 욘 람(스페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잰더 쇼플리(미국)다. PGA투어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2020년 대회 우승자 람을 1위에 올려놨다. 람은 이번 시즌에만 4승을 쓸어 담으며 페덱스컵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람은 2021년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6타 앞선 선두로 나서 2연패가 유력했으나 3라운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는 바람에 타이틀 방어가 무산됐다. 그해 캔틀레이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9년에 이어 대회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작년 대회에서 에런 와이즈(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빌리 호셜(미국)은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 이경훈, 김성현, 안병훈, 최경주가 출전한다. 7명의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임성재(19위)는 이달 중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 대역전승을 거뒀고 PGA투어에 복귀해서는 두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 PGA투어는 임성재를 파워랭킹 15위에 올려놓으며 “이제는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임성재는 지난해 대회에서 공동 10위를 했다. 김시우의 파워랭킹은 12위다. 올해 시니어 투어인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주로 뛰는 ‘맏형’ 최경주는 이번 시즌 정규 투어 첫 컷 통과에 도전한다. 1월 소니오픈과 3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선 모두 컷 탈락했다. 최경주는 200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챔피언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고 교가(유치환 작사·윤이상 작곡)아스라이 한겨레가 오천재를 밴 꿈이 세기의 굽잇물에 산맥처럼 부푸놋다배움의 도가니에 불리는 이 슬기야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1947년 창단한 부산고 야구부가 ‘4전 5기’ 끝에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고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재개된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선린인터넷고를 12-3으로 꺾고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부산고는 57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당한 패배도 설욕했다. 두 학교는 1966년 제20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선린인터넷고가 4-0으로 이겼다. 부산고는 지난해까지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에서 13번이나 우승한 야구 명문교다. 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1965, 1966, 1972, 1992년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패해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부산고는 황금사자기 정상까지 밟으면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을 달성했다. 27일 열린 두 학교의 결승전은 1회초 도중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29일 경기는 선린인터넷고의 1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재개됐다. 후속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회초를 실점 없이 넘긴 부산고는 1회말 공격부터 7회말까지 매 이닝 득점하며 선린인터넷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1회말 1사 3루에서 3번 타자 이찬우(3학년)의 2루수 앞 땅볼 때 선제 점수를 뽑은 부산고는 2회 안지원(1학년)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3회에는 양혁준(3학년)과 최민제(1학년)가 잇따라 적시타를 때리며 2점을 추가했다. 부산고는 5-2로 추격당한 5회말 공격에서 상대 수비 실책과 안지원의 2타점 3루타로 4점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 김태완(3학년)이 채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린인터넷고는 불붙은 부산고 타선을 막지 못했다. 부산고 타자들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4안타를 합작했다. 안지원이 3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양혁준, 박재엽(2학년), 박찬엽(2학년)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부산고 마운드에서는 성영탁(3학년)의 호투가 빛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 에이스 원상현(3학년) 대신 마운드를 책임진 성영탁은 이날 6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2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를 앞세워 삼진을 12개나 잡아냈다. 이번 대회 세 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한 성영탁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이후 김동후(2학년)와 조민우(3학년)가 각각 2이닝, 1이닝을 책임지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부산고 38회 졸업생 장재규 총동창회 부회장(57)은 “황금사자기에서만 우승이 없어 동문들이 늘 아쉬워했는데 오늘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황금사자기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2년 대회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4-5로 역전패할 당시 3루수로 뛰었던 부산고 26회 졸업생 김문희 씨(68)는 “50년 넘게 갖고 있던 한(恨)을 후배들이 풀어줘서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선린인터넷고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열세를 절감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개인상 수상자△최우수선수상: 안지원(부산고)△우수투수상: 성영탁(부산고)△감투상: 김태완(선린인터넷고)△수훈상: 양혁준(부산고)△타격상: 안지원(타율 0.556·부산고)△최다타점상: 안지원(9타점·부산고)△최다안타상: 안지원(10안타·부산고)△최다득점상: 연준원(9득점·부산고)△최다홈런상: 여동건(1개·서울고)△최다도루상: 최재영(6개·선린인터넷고)△감독상: 박계원(부산고)△지도상: 정현철(부산고 부장)△공로상: 김성은(부산고 교장)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롯데와 LG에서 감독을 지낸 양상문 감독(62)은 현재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 감독은 주중에는 중계를 하고, 주말에는 경기 화성드림파크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도해 왔다.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 야구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양 감독은 “여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일 레슨을 갔다가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해 감독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필리핀을 9-5로 꺾고 조별리그 2승 1패로 내년 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부산이 고향인 양 감독은 2019년 프로 감독직을 그만둔 뒤엔 소백산 기슭에 있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터를 잡았다. 사찰 구인사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은 그는 맑은 공기와 좋은 기운을 가득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건강 비결은 가벼운 등산이다. 양 감독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데 산책도 시킬 겸 매일 야산을 6km 정도 왕복한다. 지나고 보니 강아지가 나를 운동시키고 있더라. 아내와 함께 다니는 짧은 산행이야말로 내 건강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력 강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7kg 무게의 아령 두 개가 도구다. 양 감독은 “야구 중계 등으로 출장을 갈 때도 아령 두 개를 꼭 챙긴다. 숙소에서 틈나는 대로 아령을 든다. 아령 두 개만으로도 팔과 어깨, 허벅지, 허리 등 모든 부분의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각종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가 빼놓지 않는 건 골프 연습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습장을 찾아 샷을 가다듬고, 한 달에 한두 번 지인들과 라운딩을 한다. 양 감독은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 고수다. 2009년 경기 남양주 해비치CC에서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에선 77타를 쳐 메달리스트(핸디캡 적용 전 최소 타수상)를 차지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2011년 기록한 4언더파 68타다. 양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1980년대 후반에 골프를 처음 배웠다. 기교파 왼손 투수였던 그는 좌우 밸런스에 도움을 얻기 위해 오른손 타석으로 골프를 쳤다. 당시만 해도 90대를 치는 보기플레이어였다. 오히려 야구에서 효과를 봤다. 골프채를 쥐면서 악력이 세졌고 그 덕분에 구속도 빨라졌다. 골프가 만개한 것은 은퇴 후 왼손 타석으로 바꾸면서다. 그때부터 거리도 늘고, 정교함도 더 좋아졌다. 어느덧 60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싱글을 친다. 그는 “예전에 비해 거리가 많이 줄었다”면서도 “(70대 타수를 의미하는) 7자를 그리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농담을 했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그는 ‘하체’를 꼽았다. 양 감독은 “하체가 강해야 안정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 샷 연습도 중요하지만 평소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 운동 등으로 하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습관처럼 하는 등산과 아령 운동이 하체의 기본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은 요즘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는데 세계랭킹 10위인 한국은 일본(1위), 인도네시아(세계랭킹 집계되지 않음), 필리핀(14위) 등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조 2위로 아시안컵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뒤 8월 또는 9월에 열릴 야구월드컵 본선 그룹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 여자 야구에는 엘리트 선수를 위한 학교 팀이나 실업팀이 없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선수 20명을 선발했다. 고교생과 대학생이 많고 학교 선생님과 가정주부 등 동호인 야구를 즐기는 다양한 선수들이 뽑혔다. 하지만 선수단과 달리 코칭스태프의 면면은 화려하다. 프로야구 LG와 롯데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양상문 감독(62)이 한국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투수코치는 LG에서 활약했던 이동현과 KIA의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정용운이다. 타격 및 수비는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가 지도한다. 배터리 코치는 롯데와 SK 등에서 뛰었던 허일상이다. 양 감독은 “얼마 전 상비군 여자 선수 60여명을 대상으로 레슨을 한 적이 있다. 열정적으로 배우는 그들의 모습에 너무 감동해 감독직에 지원했다”며 “내가 가진 야구의 모든 걸 전해주고 싶었다.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고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롯데 감독직을 그만둔 뒤 양 감독은 2021년부터 SPOTV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직도 맡았다. 여자 야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양 감독은 주중과 주말이 없는 생활을 해 왔다. 주중에는 2~3회 야구 중계를 하고, 주말에는 경기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리는 대표팀 훈련을 지휘했다. 말은 대표팀 감독이지만 거의 무보수 봉사나 마찬가지다. 주말 훈련마다 10만 원의 일당이 나오는데 이를 코치들과 함께 나눈다. 사실상 기름값 정도다. 양 감독은 “우리 여자 선수들은 말 그대로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한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양 감독은 2019년 롯데 감독직을 그만둔 뒤엔 소위 말하는 ‘낙향’을 했다. 새로 터를 잡은 곳은 소백산 기슭에 있는 충북 단양 소백산 영춘면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젊은 시절부터 구인사를 다녔는데 때마침 이곳 주변에 나온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었다. 그는 맑은 공기와 좋은 기운을 가득 받으며 이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양 감독이 말하는 최고의 건강 비법은 등산이다. 등산이라고 하면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집 주변의 야산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산을 하는데 이유는 바로 애완견을 운동시키기 위해서라고. 양 감독은 “강아지 운동 삼아 약 6km 정도를 왕복한다. 처음엔 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지나서 생각해보니 강아지가 나를 운동시키는 거더라. 아내, 강아지와 함께 다니는 짧은 산행이야말로 내 건강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그는 근력 강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집이 산중에 있으니 딱히 피트니스센터 등을 갈 수도 없고 갈 이유도 없다. 7kg 무게의 아령 두 개가 그의 근력을 책임진다. 양 감독은 “야구 중계 등으로 출장을 갈 때도 아령 두 개는 꼭 챙겨서 간다. 숙소에서도 틈나는 대로 아령을 들곤 한다. 아령 두 개만 있으면 팔과 어깨, 허벅지, 허리 등 모든 부분의 근력 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각종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가 빼놓지 않는 건 골프 연습이다. 주 1회는 연습장을 찾아 샷을 가다듬는다. 지인들과는 한 달에 1, 2회 라운딩을 한다. 양 감독은 야구계에서는 알아주는 골프 고수다. 매년 열리는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시상식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09년 경기 남양주 해비치CC에서 열린 제28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 양 감독은 77타를 쳐 메달리스트(핸디캡 적용전 최소 타수상)을 차지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2011년 기록한 68타다. 양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던 1980년대 후반에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기교파 왼손 투수였던 그는 좌우 밸런스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오른손 타석으로 골프를 쳤다. 반대쪽으로 쳐서 그런지 당시만 해도 90대 타수를 기록하는 평범한 골퍼였다. 효과는 오히려 야구에서 나타났다. 골프채를 세게 쥐면서 악력이 세졌고, 그 덕분에 구속도 빨라졌다. 양 감독은 태평양 소속이던 1990년 162와 3분의1이닝을 던지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무려 6차례나 완투를 했고, 완봉승도 4번이나 거뒀다. 양 감독은 통산 9시즌을 뛰며 63승 79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59의 기록을 남겼다. 골프가 만개한 것은 은퇴 후 왼손 타석으로 바꾸면서다. 그때부터 거리도 늘고, 정교함도 더 좋아졌다. 어느덧 60대로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싱글 플레이어다. 스스로는 “7자를 그리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예전에 비해 거리가 많이 줄었다”는 양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스코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내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그는 ‘체력’, 그중에서도 ‘하체’를 꼽았다. 양 감독은 “하체가 강해야 안정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의 샷 연습도 중요하지만 평소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 운동 등으로 하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고의 화력이냐, 선린인터넷고의 수비냐. 27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1947년 창단 후 황금사자기에서 준우승만 4차례 했던 부산고는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첫 우승에 도전한다. 부산고는 물금고와의 1회전(9-2승), 김해고와의 2회전(10-1승)을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이후 16강, 8강, 4강에서도 모두 5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5경기 총 득점은 37점이다. 부산고는 테이블 세터인 연준원(3학년)과 안지원(1학년)이 타선을 이끈다. 정교한 방망이와 빠른 발을 가진 연준원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6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도 5개를 기록했다. 안지원은 1학년인데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하며 타율 0.500(14타수 7안타), 6타점을 올리고 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주말리그부터 황금사자기까지 우리 타자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매 경기 낙승을 거두면서 자신감도 가득하다. 좋은 기세를 이어가 꼭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6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선린인터넷고는 수비 조직력이 강점이다. 유격수 임재민(3학년)과 2루수 유채운(3학년)이 수비진의 핵심이다. 프로야구 수도권 팀의 한 스카우트는 “부산고 공격을 선린인터넷고의 수비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며 “결승전처럼 큰 경기에서는 실책이 승부를 가르곤 한다. 내야 수비에서는 선린인터넷고의 키스톤 콤비가 훨씬 단단해 보인다”고 했다.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 선수는 공격력도 뛰어나다. 3번 타자 유채운과 4번 타자 임재민은 나란히 타율 0.324에 11타점씩 기록하고 있다. 유채운은 도루 13개, 임재민은 10개를 성공시켰다. 마운드 파워에서는 부산고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스 원상현(3학년)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또 다른 에이스 성영탁(3학년)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시속 140km대의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지는 성영탁은 세광고와의 16강전에서 7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이번 대회 2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엽과 김동후 등 뒤를 받치는 2학년 투수들도 든든하다. 선린인터넷고는 김태완(3학년)의 어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태완은 팀이 치른 이번 대회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주로 구원으로 나서다 23일 서울고와의 경기에는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사흘간 휴식을 취한 김태완이 부산고 타선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 팀 운명이 달려 있다. 박덕희 선린인터넷고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맞서 보겠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1966년 제20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어 선린인터넷고가 4-0으로 이긴 바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팀 스카우트들은 신인 선수를 ‘복권’이라고 부른다.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뽑기는 하지만 입단 후 기대만큼의 기량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앞 순위 지명을 받고 데뷔한 많은 신인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입단 후 몇 년이 지나 뒤늦게 만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10년 만에 재개된 전면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올해 신인들은 분명히 남다른 세대다. 첫해부터 지명 순위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한화 김서현(19)은 1년 선배 문동주(20)와 함께 팀 마운드의 ‘미래이자 현재’로 자리 잡았다. 24일 현재 그는 13경기에 구원 등판해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중이다. 다이내믹한 투구 폼으로 시속 160km에 가까운 공을 시원시원하게 던진다. 변화구도 예리해 1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21개나 잡았다. 23일 KIA전에서는 상대 4번 타자 최형우를 삼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헛스윙을 유도한 3구째는 체인지업이었는데도 시속 148km나 됐다. 1라운드 2순위로 KIA에 입단한 왼손 투수 윤영철(19)은 데뷔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고 있다. 2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6이닝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데뷔 후 처음 6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시즌 성적은 7경기 등판에 2승 1패, 평균자책점 3.15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에도 못 미치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완급 조절을 잘한다. ‘신인답지 않게 여유가 넘친다’는 평가에 대해 윤영철은 “고등학교 때부터 큰 경기 경험이 있어 긴장하기보다 재미있게 던지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우투좌타 외야수 김민석(19)은 요즘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사직 아이돌’로 불리는 그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5월 들어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단숨에 팀 내 유니폼 판매량 1위 선수가 됐다. 4월을 타율 0.196으로 마친 그는 5월 들어 15경기에서 타율 0.304를 기록했다. 18일 한화전에선 프로 첫 홈런도 날렸다. 24일 현재 성적은 34경기 출전에 타율 0.250(112타수 28안타), 1홈런, 13타점, 6도루다. 김민석은 “시즌 100안타를 치는 게 목표”라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61년 만에 갈아치운 에런 저지(31·뉴욕 양키스)가 올해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4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는 9회말 동점 홈런으로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놨다.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저지는 4-5로 뒤진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티모어 마무리 투수 펠릭스 바우티스타의 가운데로 몰린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양키스는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앤서니 볼프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6-5로 승리했다. 엉덩이 부상 등으로 4월까지 6홈런에 그쳤던 저지는 5월 들어 8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시즌 14홈런으로 아돌리스 가르시아(텍사스)와 함께 AL 홈런 1위로 올라섰다. 저지는 가르시아보다 12경기 적게 출전하고도 홈런 수가 같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저지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양키스도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5연승과 함께 최근 15경기에서 12승을 거둔 양키스는 30승 20패로 AL 동부지구 2위 볼티모어를 2경기 차로 추격했다. 지구 선두 탬파베이와는 5경기 차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33)은 이날 5이닝 6피안타 5실점의 부진을 보이고도 패전을 면했다. 전날까지 통산 1998탈삼진을 기록 중이던 그는 이날 삼진 2개를 잡아내며 2000탈삼진 고지에도 올라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고가 황금사자기 4강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부산고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에서 배재고를 7-1로 물리쳤다. 16강까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도루가 2개뿐이었던 부산고는 이날 도루 8개를 성공시키면서 배재고 배터리를 흔들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배재고 투수들이 견제 시도 후 흔들리는 모습이 보여 도루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부산고는 이날 승리로 장원준(38·두산)이 팀 에이스였던 2003년 이후 20년 만에 황금사자기 준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1947년 창단한 부산고는 황금사자기와 함께 4대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대통령배(6회), 봉황기(4회), 청룡기(3회)에서 모두 우승 경험이 있지만 황금사자기에서는 준우승만 4번 차지했다. 이 학교 33회 졸업생인 김성은 부산고 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황금사자기 우승이 숙원”이라고 말하곤 한다. 부산고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역 라이벌’ 경남고보다 먼저 고교야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경남고는 황금사자기 7회(최다 2위) 우승을 포함해 4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총 18번 올랐지만 대통령배 우승이 아직 없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경남고는 올해 대회 1회전에서 충암고에 패해 탈락했다. 이날 부산고에서는 2번 타자로 나선 1학년 안지원이 4타수 3안타 3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 선봉에 섰다. 안지원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전국대회 정상에 올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나도 우승이 처음이고, 팀도 황금사자기 우승이 처음이라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중 3학년이던 지난해까지는 투수로도 재능을 뽐냈던 안지원은 “올해는 타자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내년에는 투수로 황금사자기 결승전 승리 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부산고가 25일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진갑용(49·KIA 코치), 손민한(48·부경고 코치), 주형광(47·양정초 감독) 등이 활약했던 1992년 이후 31년 만에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르게 된다. 부산고는 2003년 준결승 때는 북일고에 6-7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부산고의 올해 준결승 상대는 강릉고다. 2021년 황금사자기 챔피언인 강릉고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 성남고를 10-3(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쳤다. 강릉고는 1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밀어내기 볼넷 2개로 2점을 뽑은 데 이어 8번 타자 박채운이 싹쓸이 2루타를 치면서 초반부터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가대항전을 제외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는 대부분 4라운드로 치러진다. 단 하나의 예외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다. LPGA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인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닷새 동안 7경기를 치러야 한다. 기술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 지치지 않는 체력이 관건이다. 1986년생으로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지은희(37·사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2020년 ISPS 한다 빅오픈 정상을 차지한 박희영(당시 32세 8개월 17일)을 넘어 LPGA투어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자(36세 16일)로 이름을 올렸다. 지은희는 25일부터 닷새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LPGA투어 통산 6승의 지은희는 올 시즌 좀처럼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최고 성적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11위다. 지난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는 컷 탈락했다. 총상금 150만 달러(약 19억7000만 원),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3억 원)가 걸린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 8명을 포함해 모두 64명이 출전한다. 4명씩 16개 조로 나뉜 조별리그에서 각자 세 경기를 치르고 각 조 1위가 16강에 오른다. 16강부터 결승까지는 일대일 승부로 승자를 가린다. 지은희는 린 그란트(스웨덴),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 매디 셰리크(캐나다)와 같은 조에 속했다. 김세영, 김아림, 신지은, 안나린, 유해란, 이정은, 홍혜은도 출전한다. 올해 LPGA투어 우승자 중에는 2승을 거둔 릴리아 부(미국)와 브룩 헨더슨(캐나다), 셀린 부티에(프랑스) 등이 나선다. 23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7개월 만에 1위에 복귀한 고진영은 불참한다. 2위 넬리 코르다(미국),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랭킹 포인트 8.26점을 기록해 8.25점의 코르다를 0.01점 차로 제쳤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HSBC 월드챔피언십과 파운더스컵 등 두 차례 우승했다. 2019년 4월 처음 세계 1위가 된 고진영은 이번 주까지 총 153주간 1위 자리에 있어 158주의 로레나 오초아(은퇴·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틀 연속 2만29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 대전’은 SSG의 승리로 끝났다. SSG는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 라이벌’ 롯데와의 경기에서 최정(사진)의 솔로 홈런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3타점 활약 속에 6-3으로 승리했다. 3연전 첫날인 19일 5-7로 패했던 SSG는 20일 5-0 완승에 이어 21일 경기까지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26승 1무 24패가 된 SSG는 같은 날 한화에 4-1로 승리한 LG와 함께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19일 경기 후 단독 선두였던 롯데는 22승 14패로 SSG-LG에 2경기 차 뒤진 3위가 됐다. 최근 홈런포에 가속이 붙은 최정은 이날도 1회부터 롯데 선발 찰리 반즈를 상대로 선제 홈런을 때려내 기선을 제압했다. 최정은 17일 NC전 2홈런을 시작으로 최근 4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최정은 또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16일 NC전 이후 5경기 연속 멀티 안타(한 경기 2안타 이상) 행진도 이어갔다. 4번 타자 에레디아도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SSG 선발 투수 커크 맥카티는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4승(2패)째를 따냈다. 6-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SSG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1실점만 하며 경기를 끝냈다.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은 아니어서 세이브를 추가하진 못했다. 서진용은 전날까지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갔으나 이날 시즌 첫 자책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 0.42가 됐다. 공동 선두 SSG와 LG는 23일부터 인천에서 선두 자리를 두고 3연전을 치른다. 키움은 선발 최원태의 6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KIA를 1-0으로 꺾었다. KIA 선발 양현종은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개인 통산 2205와 3분의 2이닝 투구로 이강철 KT 감독(2204와 3분의 2이닝)을 넘어 통산 최다 이닝 투구 3위에 올랐다. KT는 두산을 7-3으로 꺾었고,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NC에 2-1로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광주일고와 충암고의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 경기가 열린 21일 서울 목동야구장.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이 0-1로 뒤진 5회초 수비 1사 2루 상황에 2학년 선발투수 김태현을 내리고 1학년 투수 김성준을 구원 등판시켰다.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2, 3학년 투수가 더 있었지만 조 감독은 ‘위기에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김)성준이’라고 생각했다. 해당 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김성준은 이날 4와 3분의 2이닝 동안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성준은 상대 타자 19명을 상대하는 동안 안타 4개만 내줬다. 3-1로 앞선 9회초 한 점을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승리투수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투수와 야수를 병행해 왔던 김성준은 투수보다는 유격수 출전이 더 잦았던 선수다. 프로야구 LG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조 감독은 “성준이는 투수로 보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데, 야수로 보면 30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만큼 재능이 더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광주일고 3학년 투수 4명 중 2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성준의 투수 등판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서울동산고와의 32강전에서 9-8로 앞선 8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13-8 승리에 힘을 보탰던 김성준은 이날 16강전에서는 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 후 김성준은 “오늘 속구 최고 시속이 143km가 나왔는데 나는 아직 1학년이니까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최고 시속 160km를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팀 한 스카우트는 “시속 140km 초중반대 공을 던지면서 제구도 잘하는 1학년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김성준을 칭찬했다. 광주일고는 0-1로 뒤진 6회말 1사 1, 2루에서 6번 타자 박헌이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날려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는 8번 타자 이주현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뽑았다. 황금사자기에서 광주일고와 충암고가 만난 건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광주일고는 충암고에 1-6으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한 광주일고 3번 타자 송진형은 “12년 전 선배들의 패배를 오늘 우리가 복수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상원고는 대구고를 3-1로, 배재고는 비봉고를 11-9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전날 서울고는 공주고를 6-4로, 선린인터넷고는 인천고를 8-4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율곡고야구단은 설악고에 12-3,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가장 마지막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율곡고야구단은 22일 강릉고와 8강행을 다툰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오즈민 씨(60)는 세계 최강 중국에서도 최고의 탁구 선수였다. 1986년 아시아경기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창 전성기에 그는 선수로서의 성공보다 사랑을 택했다. 1989년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58)과 결혼하며 탁구채를 놓게 된 것.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채 은퇴한 그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몇 년간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주니어 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나 출산과 함께 탁구와의 인연도 멀어지게 됐다. 이후 그는 잠시 탤런트 생활을 했다. 19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KBS에서 방영된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집온 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자오 씨는 “한국말을 썩 잘하지 못할 때인데 대사가 너무 많고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는 중국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크게 성공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던 안 위원장이 골프를 하는 아들 안병훈(32)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니는 동안 자오 씨는 중국에서 휴대전화 연결음과 음악, 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인인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약 20년간 떨어져 살던 자오즈민-안재형 부부는 최근 집을 다시 합쳤다.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자오 씨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 든다”고 했다. 탁구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는 성향이 다른 편이다. 안 위원장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자오 씨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한다. 안 위원장이 집에서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안산 봉수대를 맨발로 오르내리는 동안 자오 씨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은 안 위원장이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에 만든 ‘아이핑퐁 탁구클럽(I Ping Pong)’에는 함께 간다. 자오 씨는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걸 너무 오랜만에 보니 처음엔 좀 어지러웠다”며 “오랜만에 탁구를 즐기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지낸다. 대화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한다. 가끔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자오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은 자오 씨의 성화에 조만간 종합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자오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온 가족의 건강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안재형과 자오즈민(焦志敏)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12월) 22일 정오 서울올림픽공원 수변무대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신랑 안재형은 조랑말을 타고 입장했으며 뒤따라 자오즈민이 가마를 타고 들어갔다. 이날 자오즈민이 탄 가마는 1백50여년 전 사용된 것으로 전주에서 구해온 것. 축의금은 신랑 측에서만 받았으며 김집 체육부 장관 박철언 정무장관 이해성 한양대 총장 홍재형 관세청장 등 5백여 하객이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1989년 12월 22일 자 동아일보에서는 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58)과 자오즈민(60)의 결혼식을 위와 같이 전하고 있다.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 스타였던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는 전 국민적인 화제였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갖은 고비와 어려움을 넘어서야 결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1989년 10월 제3국인 스웨덴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한 뒤 그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결혼식을 전후해 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두 사람에게 직접 결혼선물을 보냈을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사이기도 했다.결혼 후 약 10년간 함께 생활하던 두 사람은 이후 약 20년간 떨어져 살았다.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은 은퇴 후 실업팀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이후 아들 안병훈(31)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자 함께 미국으로 가 뒷바라지를 했다. 안병훈이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 2부 투어를 뛸 때는 3년간 직접 캐디백을 메기도 했다. 자오즈민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가로 변신해 중국에서 통신 관련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한 탁구 선수였던 그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오즈민 씨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정리한 뒤 다시 한국으로 왔다. 서로 바쁘게 약 20년을 보낸 두 사람은 약 2년 전부터 다시 집을 합친 뒤 제2의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아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너무 많았다. 이후 나는 병훈이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녔다. 그동안 아내는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 이제 서로 할 만큼 다 했으니 같이 지내자고 해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자오즈민 씨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1989년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다. 매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함께 맛있는 것 먹고 다니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안 위원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리스트다. 자오즈민 씨 역시 1986년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1989년 결혼과 함께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더 이상 중국 국적을 가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뒤 잠시 한국 주니어 대표팀 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했으나 아들이 태어나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자오즈민 씨는 “결혼이 아니었다면 선수 생활을 좀 더 오래 했을 것 같다. 서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중국에서 날 이기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너무 아쉬운 은퇴여서 그런지 탁구채를 놓고 나서 몇 년간은 잠을 자다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탤런트 생활을 한 적도 있다. KBS에서 19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방영한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집온 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맏며느리로는 임예진 씨가 출연했고, 일본 도쿄에서 온 며느리로는 고 이지은 씨가 나왔다. 자오즈민 씨는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아직 한국말이 그리 늘지 않았을 때인데 대사량이 너무 많고 어려웠다”며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선배 배우들이 내 대사를 보고는 작가에게 ‘우리가 하기에도 어렵다. 좀 쉽게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좋아하는 탁구를 했고, 탤런트 생활도 해 봤다. 그렇다면 다른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그게 바로 사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인터넷과 통신 분야는 한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었다. 자오즈민 씨는 한국에서 유행하던 휴대전화 연결음, 일명 컬러링 사업을 중국에 도입했고, 이 사업이 대박이 났다. 이후에는 온라인 음악, 게임 등을 중국 통신사들을 통해 서비스했다. 요즘에 비해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도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을 때였다. 중국에서는 그가 얼굴만 봐도 알만한 유명 인사였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자오즈민 씨는 “세월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자오즈민 씨는 사업을 할 때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찔 틈이 없었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소식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데다가 워낙 넓은 중국을 이곳저곳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자오즈민 씨는 “원래부터 살찌는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다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 양의 70% 정도만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전히 선수 시절과 비슷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오즈민 씨는 “사실 집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 운동은 홈 트레이닝 위주로 한다. 요가 등 몸의 유연성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주고 한다”고 했다. 반면 안 위원장은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안 위원장은 “지금 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 인근에 단독주택이다. 집에서 안산 둘레길이 가깝다. 흙길을 따라 맨발로 안산 봉수대를 다녀오곤 한다. 빠르게 걸으면 45분 안팎,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예전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아내는 호텔방에서 그냥 쉬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 함께 가는 곳이 있다. 안 위원장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 5층에 만든 ‘아이핑퐁 탁구클럽(I Ping Pong)’이다. 자오즈민 씨는 “너무 오랜만에 탁구대 앞에 서서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걸 보니 좀 어지러웠다”고 웃으며 “집에서 가까워 자주 들른다. 남편이 ‘탁구 놀이터’로 만든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러 탁구 얘기도 하고, 탁구도 치는 곳이다. 나도 이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다. 대화는 주로 한국어로 한다. 다시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오즈민 씨는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중국어를 쓴다. 결혼 당시 학원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던 안 위원장은 쉽게 이를 알아듣는다. 자오즈민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지금도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즈민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도 아내의 성화에 결국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종합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자오즈민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온 가족이 건강하고 무사히 지내는 것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