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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81이 좋은 행마. 눈엣가시 같은 백 ○를 사실상 가둬두는 수다. 백이 한 점을 살리려면 참고 1도 백 1을 둬야 하는데 흑 2∼6을 선수하고 8로 공격하면 백이 곤란하다. 살려도 득이 없다는 얘기다. 백은 82, 84로 좌변을 크게 키운다. 하변 백 두 점이 외롭게 보이지만 알파고는 끝까지 버티다 타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만큼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타개에 능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흑은 하변을 희생하면서 두터움을 얻었고 백은 실리를 얻었다. 흑이 하변 백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흑 87은 좌변 백의 삭감도 염두에 둔 수. 흑 89로 이단젖힘 할 때 90으로 가만히 늘어둔 것은 정수. 참고 2도 백 1처럼 섣불리 단수하면 흑 10까지 크게 당한 모습이다. 흑 93과 백 94는 급소. 흑 99로 끊어 하변 백에 대한 공격이 절정에 달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에서 험악한 상황이 발생했다. 흑이 무난하게 탈출하면 백의 가장 큰 집이 사라지게 된다. 백 64로 이은 것이 가장 강력한 수. 흑도 물러서지 않는다. 탈출에만 급급하지 않고 흑 67로 끊어 사생결단의 자세를 취했다. 국면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다. 백 68은 축을 방지한 수. 백 70 대신 참고 1도 백 1로 끊으면 어떻게 될까. 축은 안 되지만 흑 10의 촉촉수가 있어 승부가 끝나버린다.(백 9는 ●) 백으로서도 참고 2도 백 1로 두어 수상전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수. 흑 2, 4로 패가 나는데, 결론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모양이다. 흑 71로 씌운 것이 간명한 수법. 아래 흑 넉 점을 희생해 중앙 세력을 두텁게 하겠다는 뜻이다. 백 80까지는 외길 수순. 흑 세력이 완전해지려면 백 76 한 점을 잘 잡아야 한다. 그곳은 어디일까. 80=●.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48까지 또 한 번 흑 귀를 도려냈고 그 대신 흑은 49로 우상 백을 무력화시켰다. 우하와 우상을 사실상 맞바꾼 셈이다. 백 50과 흑 51로 큰 곳을 사이좋게 차지한다. 흑 51 때 백이 바로 참고 1도 백 1로 움직이면 흑은 12까지 우하귀를 먼저 정리한다. 우상 백 넉 점이 쫓길 모양이라 백으로선 탐탁지 않다. 백 56의 어깨걸침은 하변 삭감과 좌중앙 백 세력 확장을 위한 일석이조의 수. 백 60으로 품을 한껏 넓히자 흑으로선 좌변 삭감이 시급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흑의 선택은 61의 응수타진. 여기서 보통은 참고 2도 백 1로 잇는 건데 흑 2의 붙임이 재미있는 수. 만약 백 3으로 받으면 백 23까지 패가 난다. 백 세력 내에서 패를 만들었으니 흑의 성공이다. 그래서 백 62로 내려선 것인데 흑 63으로 강력하게 나온다. 갑자기 국면이 긴박해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1, 33은 축이 유리해야 택할 수 있는 정석. 백이 34로 보강하지 않으면 당장 축에 걸린다. 물론 백 34로는 참고 1도 백 1로 젖히는 수도 있다. 일단 흑 8까지는 필연의 수순인데 이후로 매우 복잡한 변화가 숨어 있다. 알파고 제로는 간명한 걸 좋아하니 이런 정석은 잘 나오지 않는다. 백 36으로 끊은 것이 가장 알기 쉬운 진행. 백 석 점을 사석으로 버리겠다는 뜻이다. 이후는 일사천리의 진행이다. 흑은 41까지 실리에서 이득을 보았고 백은 42의 요처를 차지해 쌍방 불만이 없는 모습이다. 좌하귀가 일단락되자 흑은 미완으로 남겨둔 우상 쪽부터 손을 댄다. 흑 43에는 참고 2도 백 1로 막는 것이 보통이다. 흑 12까지의 정석은 서로 무난한데 백은 손을 빼고 44로 우하 귀 3·3으로 들어간다. ‘손 빼기’를 좋아하는 알파고의 습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3·3 침입에 백은 20으로 막았다. 예전에는 막는 방향을 굉장히 중시했으나 알파고 이후에는 어느 쪽을 막더라도 한판의 바둑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흑 23으로는 요즘 참고 1도 1을 먼저 두는 경우가 많다. 백 14까지 예상도인데, 잘 어울린 한판이라 하겠다. 흑 23으로 두면 백 24, 26으로 둬 복잡한 정석이 이어진다. 알파고의 ‘이른 3·3 침입’에 따라 3·3을 둘러싼 정석이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차츰 정리되고 있다. 흑 29도 새로운 수. 요즘은 참고 2도 흑 1로 끊는 정석을 많이 쓰고 있다. 흑 7과 백 14 가 알파고의 특허품. 백 22까지 자체로는 서로 불만이 없다. 하지만 좌하 배석 때문에 백이 유리하다(백 12=●). 그래서 흑 29는 불가피하고 백 30의 마늘모 행마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수. 여기서 흑은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 제로40의 셀프 바둑을 3번째 소개한다. 흑 5의 걸침에 받지 않는 것은 알파고 이전에는 생각도 못 한 개념이다. 양걸침을 허용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그걸 깬 것이다. 실전에서도 흑이 11로 양걸침을 했으나 백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흑 15로 붙이는 수가 양걸침 정석에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수. 물론 알파고가 만든 유행이다. 과거에는 참고 1도 백 1로 끼우는 수를 많이 뒀다. 흑 10까지가 보통인데 지금은 흑이 좋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백 18로 붙인 것 역시 알파고가 유행시킨 수. 흑은 손을 빼고 19로 두었는데 계속 둔다면 참고 2도 흑 1로 찌르고 3으로 둔다. 백 6까지 일단락되는데 이렇게 두고 19를 둬도 되지만 실전처럼 손 빼는 게 보다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전개 양상에 따라 좌하 정석의 완결 방식을 정하겠다는 것.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대국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2곳이었다. 우선 참고 1도. 흑 1(실전 103)로 침입했을 때다. 사람이라면 백은 보통 A나 그 부근에 둬 상변을 지켰을 것이다. 그런데 백 2는 정말 떠올리기 힘든 수다. 두텁지만 무미건조한 이 수가 과연 형세를 유리하게 이끄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그 다음은 좌변에서 참고 2도 백 1(실전 162)로 젖혔을 때 흑 2로 늘어둔 수다. 아마추어 고수도 3의 곳에 이단젖히는 수를 금방 생각해내는데 이렇게 담담하게 늘어두다니…. 이단젖히면 실전보다 흑이 더 두텁다. 사람끼리의 바둑이었다면 참고 2도 흑 2는 패착이라는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너무 느슨한 수라고. 특히 백이 이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둔 수이기에 조심스럽다. 상수끼리의 바둑을 함부로 가타부타 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24=17, 129=124, 216=187, 235=26.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개막한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선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돌바람’이 형세 판단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엔 프로기사 2, 3명이 해주던 것을 AI가 대신하고 있는 것. 중국 바둑대회에서도 이미 자국 AI 프로그램인 줴이(絶藝)가 형세 판단을 하고 있다. 백은 4부터 선수 끝내기를 계속 이어간다. 형세는 미세하게 백이 앞서고 있다. 백 26은 역끝내기 2집짜리. 후수 4집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흑 27은 자체로는 3집인데, 백 28을 두지 않으면 흑이 잇는 것이 선수가 되기 때문에 1집을 더 보태줘야 한다. 흑 31로는 참고도 흑 1에 두는 것도 4집 가까운 큰 곳이다. 이곳을 마다하고 흑이 31을 둔 것은 참고도에서 백이 2, 4를 선수해 이득을 보는 것이 클 뿐 아니라 백 40과 흑 41이 맞보기이기 때문. 백 44는 2집이 넘는 곳으로 지금은 최대의 곳이다. 백 52 때 흑이 항복을 선언했다. 더 이상 역전의 희망이 없다고 본 것. 계가한다면 2집 반 정도의 차이다. 35=○.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82의 비마끝내기는 백의 권리이다. 흑 83이 위험해 보이는 응수타진. 참고 1도 백 1로 두면 우상 흑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때 흑 2로 젖히는 것이 좋은 수. 백은 3, 5로 물러서야 한다. 백 1의 끝내기가 작지 않지만, 백 알파고 제로는 후수가 되는 것이 싫었던 것. 선수를 갖게 된 백은 92로 중앙 흑 한 점을 잡았다. 7∼8집은 되는 곳이다. 흑 93도 6집이 넘는 곳이다. 흑 97도 유의하며 봐야 할 수. 참고 2도 흑 1로 꽉 막는 게 먼저 떠오르는데 이건 백 4로 단수해 놓는 것이 그 자체로 이득이다. 사실 이 이득이라는 게 한 집이 될까 말까 하지만 지금과 같은 미세한 형세에선 든든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 백 88에 흑 99로 따낸 것은 백 A의 단수까지는 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백 102로 두 점 잡고 흑 103으로 한 점을 살려나와 이젠 잔끝내기만 남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3이 알파고의 독특한 감각이다. 아마추어 고수 정도 되면 본능적으로 참고 1도 흑 1로 젖히는 것을 떠올린다. 이런 이단젖힘이 돌의 활력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밋밋하다 못해 하수나 둘 법한 흑 63은 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참고 1도의 결과를 보면 흑 모양이 실전보단 두터워 보인다. 알파고가 둔 수니 그냥 “인정!”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흑 65에 백 66으로 반발한 것은 기세이다. 흑 67로 차단돼도 백 68로 젖히면 잡힐 말이 아니다. 백은 70까지 중앙 흑을 삭감하며 탈출할 수 있어 좌변을 넘어가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 사실 흑 71로는 참고 2도 흑 1로 끊을 수도 있다. 흑 5까지 좌변 백 두 점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실리로는 큰 이득. 하지만 빵따냄을 허용하고 후수가 되는 것이 탐탁지 않았나 보다. 알파고는 선수를 매우 중시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43부터 49까지 간명하게 중앙 흑 대마를 수습했다. 이같이 빠르고 손쉬운 수습을 잘하는 것이 알파고의 특기다. 백 50부터 본격적인 끝내기가 시작됐다. 형세는 매우 미세하다. 흑 51은 선수로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는 수이다. 중앙만 생각한다면 참고 1도 백 1로 받는 것이 정수지만 흑 2로 좌변을 선점하면 백으로선 장담할 수 없는 형세가 된다. 따라서 백 52, 흑 53을 둬 서로 ‘마이웨이’를 갔다. 백 54는 두텁고 준(準)선수에 해당한다. 실전처럼 백 60까지 놓이면 흑 61로 보강해야 한다. 안 하면 참고 2도 백 1, 3으로 둬 패가 발생한다. 이제 유일하게 빈 곳은 좌변이다. 선수를 잡은 백은 62로 젖혀 실리를 확보하려고 한다. 흑 역시 순순히 실리를 내줄 순 없는 노릇. 따라서 흑백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절대 필요한 수. 백 24부터 외길이라고 볼 때 흑 ●가 없으면 큰 수가 난다. 물론 백 24 이후 수순은 사실 팻감을 없애는 수라 프로기사들은 이렇게 두지 않는다. 하지만 알파고는 팻감을 남겨놔야 한다는 계산이 아예 없는 듯하다. 패가 날지도 모른다고 팻감을 놔두는 인간과 패가 안 나니까 팻감을 쌓아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알파고의 격차는 매우 큰 것 같다. 백 32 때 흑이 받지 않으면 백 1로 먹여치는 수가 있어 패가 난다. 아마추어들이 간과하기 쉬운 수다. 백 34는 요처. 흑 대마를 공격하는 급소다. 백은 아까부터 이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 흑 35가 백 집을 삭감하며 대마를 돌보는 수지만 백 36으로 붙일 때 흑이 강하게 맞받아 싸우기 쉽지 않다. 흑 대마가 엷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참고 2도 흑 1로 물러나면 백 6까지 백 집이 두툼하게 생긴다. 흑 37로 버티자 백 40으로 끊는다. 흑의 타개책이 궁금하다. 29=24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백 4(104)로 응수한 것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아마 알파고 등장 이전에 이런 수를 뒀다면 ‘느슨하기 짝이 없는’ 수라고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아마추어 고수만 돼도 참고 1도의 진행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흑 ●에 직접 응수하지 않고 실전 백 4로 두는 것은 인간의 머리에선 없는 수법이다. 참고 1도는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데, 백 4는 모호하고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백 4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백 8, 10의 공격에 흑은 탈출하지 않고 11로 상변에 살림을 차리기로 한다. 백은 애써 이를 막지 않고 12, 14로 위에서 눌러가며 두터움을 취했다. 흑 17의 보강은 알파고제로답다.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이 아프다. 백을 두텁게 만들어주는 흑 2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백 18로 끊자 흑 21로 우상을 살린다. 이제 보니 백은 우변에서 나온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백 ○는 하변 백 말의 타개를 위한 수. 이에 대해 참고 1도 흑 1, 3으로 백의 미끼를 덥석 문 꼴이다. 8까지 백 모양이 두텁다. 실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전과 참고 1도의 차이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쨌든 백은 94, 96으로 하변을 살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흑 97에 대해 백은 기분 좋게 98로 한 점을 따냈다. 우변 백이 살아 있지만 이렇게 견실하게 두면 흑에게 더 이상 이용당할 일이 없다. 알파고제로의 특징대로 차분하고 두텁게 두는 방향으로 간 것. 물론 참고 2도 백 1로 귀를 지키는 수가 크긴 하다. 흑은 2를 선수하게 되는데 알파고제로는 귀를 지킨 대신 선수를 빼앗기는 것이 더 손해라고 계산한 것이다. 그 때문에 99, 101로 귀는 흑의 차지가 되었다. 백 102로 변으로 전개한 것은 당연하다. 4선으로 높게 둔 것은 중앙 흑의 세력을 의식한 것으로 중앙 견제도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이 우변에서 손을 빼고 ○로 밀어갔는데 흑이 우변 백을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될까. 우선 참고 1도 흑 1로 따내야 하는데 백은 대꾸도 하지 않고 2로 하변을 제압한다. 흑 3으로 패를 방지하며 잡으려고 해도 백 4, 6으로 곱게 죽는 형태는 아니다. 결국 흑은 75, 77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백은 78, 80으로 하고 싶은 대로 다 두고 난 뒤 82로 붙여 흑의 신경을 긁는다. 우변 백 대마가 핍박받기 전에 흑의 응수를 묻는 것이다. 여기서 흑이 응수하기가 고약하다. 만약 활용당하지 않겠다고 참고 2도 흑 1로 이으면 백은 2로 우상 귀를 확실히 지켜버린다. 흑 3으로 끊어도 백 4로 산다. 차라리 실전처럼 흑 83으로 두고 백 84 때 손을 빼는 것이 바른 선택이다. 약간 당한 느낌이 들면 무리하기 마련인데 흑은 87로 중앙을 두텁게 보강한다. 알파고제로의 특징 중의 하나가 견실하다는 것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초강수로 반상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이곳에서 대형 전투가 발발할 조짐이 보인 것. 이어 흑 49는 정식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백은 50으로 점잖게 대응한다. 흑 두 점을 강력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우선 우하 백돌부터 살리고 보겠다는 화해의 제스처. 그러자 흑도 화답하듯 51로 평범하게 한 칸을 뛰어나간다. 지금 당장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백이 52부터 56까지 수습에 나서자 전투의 먹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맑은 하늘로 바뀌었다. 흑 57은 눈여겨볼 수. 무심코 참고 1도 흑 1로 받기 쉽다. 하지만 백 2가 급소여서 8까지 되고 나면 흑의 모양이 둔탁하다. 특히 백 6이 선수가 돼 우하 백이 튼튼해진 것도 만족스럽다. 백 58로는 참고 2도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두는 것도 유력한 수법이다. 백 5까지 중앙으로 한 발 먼저 내딛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1, 33은 프로기사들이 자주 두는 수법은 아니다. 보통 초보자를 가르칠 때 나오는 접바둑용 정석이다. 그래서 좀 촌스럽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보를 익히지 않은 알파고 제로40은 그런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다. 백도 접바둑 식으로 둔다. 백 34로 3·3에 들어가 36으로 눈 목(目)자 행마를 하는 건 상수가 하수를 헷갈리게 하려고 쓰는 수법. 세계 최정상인 알파고 사이의 대국에서 이런 수법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만약 흑 37 대신 참고 1도 흑 1로 차단하는 것은 백에게 걸려든다. 백 8이 선수여서 백 12까지 흑이 망한 꼴. 흑은 귀를 내주긴 했지만 39로 하변을 점유해 불만은 없다. 그렇다면 백도 우하를 정리해야 한다. 백 44까지는 참고 2도를 주문한 것. 좌상 귀와 똑같은 정석으로 지금 형태에선 백 만족이다. 참고 2도를 꺼린 흑은 45로 끊는 초강수로 응수했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번에도 알파고 제로40의 셀프 대국을 소개한다. 흑 5의 즉각적인 3·3침입은 이젠 당연시되는 분위기이다. 백 8은 좌상귀 정석처럼 A에 두는 것이 대세. 백이 8로 간명하게 둔 것은 여기서 선수를 잡은 뒤 좌상 귀 3·3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그만큼 알파고는 3·3을 매우 비중 있게 여긴다는 뜻이다. 알파고가 가져온 3·3의 재발견은 혁명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흑 11은 참고도 흑 1로도 둘 수 있다. 알파고 초기 버전은 참고도를 많이 뒀다. 흑은 세력을 취하고 백은 10, 12로 짭짤하게 실리를 챙긴다. 하지만 알파고 제로40은 흑 11을 즐긴다. 흑 19로 끊은 수는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하는 수. 지난번에 소개한 셀프 대국 5보에서도 똑같은 정석이 나왔다. 다른 길도 있지만 실전처럼 두는 게 가장 선호되는 진행이다. 수순 중 흑 29를 외워둘 필요가 있다. 나중에 백 26이 준동하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방비한 수. 백은 30으로 큰 곳을 선점해 균형을 맞춰 간다. 초반은 유유하게 흘러가고 있다. 24=17.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가 제로 버전까지 실력을 키워왔지만 불리한 상황에선 엉뚱한 수를 둔다는 사실을 이 바둑에서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참고도를 보자. 백 1(실전 140) 때가 문제였다. 이때 형세는 백이 앞서고는 있으나 흑도 좌변 백 진을 깨며 맹추격한 상황.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흑 2가 어안이 막히게 한 수. 왜 이 두 점을 잡았을까. 알파고를 대신해 변명을 해주자면 177로 패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상변 흑 대마를 살려야 했다. 백 3으로 대마가 잡히면서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흑 알파고는 어차피 대마를 살려도 진다고 보고 우변 패를 해야 뒤집을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건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알파고가 당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 소스가 공개되지 않으니 영원히 미궁에 빠진 셈이다. 인간이랑 두면 완벽에 가까운 알파고가 왜 셀프 대국에선 자멸하는 수를 자주 두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13, 181·211=177, 184=178, 186=12, 216·222·228=196, 217·225=215, 219=62, 220=203. 228수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로 중앙 백 대마는 사실상 살았다. 물론 100% 완생은 아니고 패가 나는 모양이지만 중앙 백 대마는 자체 팻감이 많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대신 흑도 9로 좌변 대마 일부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하지만 백 10이 묘착. 선수를 잡기 위한 수법이다. 우변이 잡혔지만, 중앙 백 대마를 수습해 백이 여전히 우세하다. 흑 13으로 참고도 흑 1로 끊어 패를 하는 것은 어떨까. 강력하게 버텨야 하는 흑으로선 이 길이 최선처럼 보이지만 백 6의 팻감이 있어 흑이 패를 이길 순 없다. (5는 ●) 여기까지 되고 보니 백이 이미 이런 수순을 내다보고 승리를 확신했다는 ‘감’을 강하게 가지게 된다. 좀 복잡했을 따름이지 백은 이 길이 승리를 위해 훨씬 안전한 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흑 21로 결국 패가 났지만 백 26과 같은 자체 팻 감을 당해낼 길이 없다. 백이 패를 이기면 좌변 흑 대마가 죽기 때문에 흑은 정말 큰 팻감을 써야 한다. 백 28로 패를 따내자 흑 알파고는 항복을 선언했다. 백 26 부근에서 나올 팻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 22 28=○, 17 25=15, 20=●.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