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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구금했던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녀 인질 2명을 20일(현지 시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석방하면서 인질 석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미국의 설득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을 향해 ‘대피하지 않을 시 테러범으로 간주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며 지상군 투입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늦추기 위해 200여 명의 다국적 인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쟁 발발 후 13일만 첫 인질 석방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한 것은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처음이다. 22일 현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억류된 것으로 확인한 인질이 212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미국인은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두고 하마스가 인질을 카드로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는 카타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보내 하마스와 인질 석방 조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모든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대신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스라엘 군인 포로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인질 석방 조건은 이스라엘에도 전달됐으나 이스라엘은 공습 중단 등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인질 구출과 함께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및 구호품 전달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 일부의 석방에 동의할 조짐이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압력에 지상 작전 연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 지상전 앞서 경고-공습 강화하는 이이스라엘군(IDF)은 지상전을 펴기 위한 전 단계로서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강경한 대피 경고를 보내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1일부터 IDF 로고가 찍힌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려 “북부에서 남부로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은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며 누구든 테러단체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로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가 논란을 빚자 이스라엘군은 22일 “민간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2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 사원도 공습했다. 하마스와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지휘센터를 노린 것으로, 전투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서안 공습은 20여 년만이다.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 및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은 21일 “가자지구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다른 정부, 국가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의 서열 2위인 나임 카셈 부대표도 이날 “헤즈볼라는 이미 전쟁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시작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국방부가 19일(현지 시간) 홍해 북부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구축함 ‘카니’를 통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무인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 격추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후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미군의 첫 번째 사격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이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 미국의 참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아랍권 전체의 반발 또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같은 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등을 위한 긴급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던 155m 포탄 수만 발 또한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곧 투입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중동 전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美, 후티 미사일 요격 미 국방부는 19일 홍해 북부에 배치된 카니함이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순항 미사일 3기와 다수의 무인기를 ‘잠재적 위협’으로 판단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직면했다. ‘테러범’(하마스)과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을 절멸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들이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를 지원하지 않으면 미국의 리더십 또한 타격받는다며 지원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그가 20일 의회에 이스라엘 140억 달러(약 19조 원), 우크라이나 600억 달러(약 81조 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등의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지원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 또한 상당하다.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는 20일 전세계에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총 동원령을 내렸다. 앞서 18일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 또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 및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북부 아르빌의 알하리르 미 공군기지에도 역시 무인기 공격이 가해졌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후 서안지구에서만 양측 충돌로 최소 70명이 숨지고 12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규군에 필적하는 병력과 무기를 지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일 것이란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가자 북부는 지상군 투입, 남부는 정밀 타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또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일 가자지구 인근 군 주둔지를 방문해 “지금은 가자지구를 멀리서 보고 있지만 곧 내부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진입) 명령이 하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론 핀켈만 군 남부 사령관 또한 “이제 전투를 그들(하마스)의 영토로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르 바르카트 경제장관 또한 미 ABC 뉴스 인터뷰에서 “군이 미국으로부터 무기가 도착하는 시점에 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그린라이트(green light)’를 얻었다”고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지상군 투입 시점은 포탄 등 미국산 무기가 도착하고 날씨 등의 영향이 작을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14, 15일 지상군을 투입하려 했으나 흐린 날씨로 공중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지상군 작전을 벌여 하마스 지도부를 사살하고, 남부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외과 수술식 정밀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국방부는 19일(현지 시간) 실전 배치된 중국 핵탄두가 500기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핵탄두를 100기 이상 생산해 핵전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2035년에는 실전 배치 핵탄두를 1500기까지 늘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간 우주 경쟁과 첩보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을 정찰하는 중국 정찰위성도 석 달 만에 30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中 핵탄두 1년 새 100기 급증 미 국방부는 이날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은 2022년에도 핵 확장을 가속화했다”며 “올 5월 현재 중국의 작전 가능한(operational) 핵탄두 비축량이 500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의 2022년 실전 배치 핵탄두 비축량을 400기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은 2030년까지 작전 가능 핵탄두를 1000기 이상 보유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 중 대부분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에 배치될 것”이라며 “2035년에는 핵탄두가 1500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은 보유 핵탄두 3700기 중 1419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핵보유국 러시아는 4489기 중 1550기를 실전 배치했다. 중국이 12년 내에 미사일에 실어 즉각 발사 가능한 핵탄두 수를 3배로 늘려 미국 러시아 같은 수준의 핵전력 보유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2020년 국방부는 중국의 작전 가능 핵탄두 비축량을 200기 초반으로 추정했고 2030년까지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핵전력 증강과 함께 핵 작전 개념도 적국 핵 공격을 방지하는 ‘핵 억제력’에서 적의 공격 징후를 감지하는 대로 즉시 핵 공격하는 ‘경보 즉시 발사(LOW·Launch on Warning)’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는 상당히 빠르게 핵 군사력을 확장하고 다양화하고 있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와 정밀성 모두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공격 가능 미사일 전력도 크게 강화해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50기, 발사대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재래식 무기를 이용하는 새로운 ICBM 체계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이고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때문에 “핵우산 약화 우려” 올 2월 정찰풍선 사태에 이어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정찰위성 등을 통한 정보·감시·정찰(ISR)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보고서는 2021년 말 기준 중국이 정찰위성 260개를 지구 궤도에 띄운 것으로 추정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3월 기준 290개 이상을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위성들은 중국이 한반도와 대만 인도양 남중국해 등 역내 잠재적 분쟁 지역을 정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재래식 전력도 강화돼 현재 세계 최대인 중국 해군 군함과 잠수함은 모두 370척으로 지난해보다 30척 증가했으며 공군 항공기는 3150대로 350대 늘었다. 또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지난해 기준 중국 국방예산은 전년도보다 7.1% 증가한 2290억 달러로 한국(425억 달러)의 5.4배에 달했다. 중국 핵전력 등의 급격한 강화가 역내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4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규모 핵무기 증강과 북한 핵보유 움직임이 한반도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국방부가 19일(현지 시간) 홍해 북부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구축함 ‘카니’를 통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무인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 격추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후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미군의 첫 번째 사격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이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 미국의 참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아랍권 전체의 반발 또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같은 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등을 위한 긴급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던 155m 포탄 수만 발 또한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또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곧 투입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중동 전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美, 후티 미사일 격추미 국방부는 19일 홍해 북부에 배치된 카니함이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순항 미사일 3기와 다수의 무인기를 ‘잠재적 위협’으로 판단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부터 대대적인 반미 무장 투쟁을 벌여 왔다.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직면했다. ‘테러범’(하마스)과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을 절멸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들이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를 지원하지 않으면 미국의 리더십 또한 타격 받는다고 지원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그가 20일 의회에 이스라엘 140억 달러(약 19조 원), 우크라이나 600억 달러(약 81조 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 70억 달러(약 9조 원) 등의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지원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 또한 상당하다. 18일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 또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 및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북부 아르빌의 알하리르 미 공군기지에도 역시 무인기 공격이 가해졌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후 서안지구에서만 양측 충돌로 최소 70명이 숨지고 12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규군에 필적하는 병력과 무기를 지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일 것이란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가자 북부는 지상군 투입, 남부는 정밀 타격”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또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일 가자지구 인근 군 주둔지를 방문해 “지금은 가자지구를 멀리서 보고 있지만 곧 내부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진입) 명령이 하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론 핀켈만 군 남부 사령관 또한 “이제 전투를 그들(하마스)의 영토로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니르 바라카트 경제장관 또한 미 ABC 뉴스 인터뷰에서 “군이 미국으로부터 무기가 도착하는 시점에 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그린라이트(green light)’를 얻었다”고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지상군 투입 시점은 포탄 등 미국산 무기가 도착하고 날씨 등의 영향이 적을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14, 15일 지상군을 투입하려 했으나 흐린 날씨로 공중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뤘다고 전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지상군 작전을 벌여 하마스 지도부를 사살하고, 남부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외과 수술식 정밀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국방부는 19일(현지 시간) 실전 배치된 중국 핵탄두가 500기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핵탄두를 100기 이상 생산해 핵전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2035년에는 실전 배치 핵탄두를 1500개까지 늘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간 우주 경쟁과 첩보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을 정찰하는 중국 정찰위성도 석 달 만에 30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中 핵탄두 1년 새 100기 급증미 국방부는 이날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은 2022년에도 핵 확장을 가속화했다”며 “올 5월 현재 중국의 작전 가능한(operational) 핵탄두 비축량이 500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의 2022년 실전 배치 핵탄두 비축량을 400기로 추산했다.보고서는 이어 “중국은 2030년까지 작전 가능 핵탄두를 1000기 이상 보유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 중 대부분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에 배치될 것”이라며 “2035년에는 핵탄두가 1500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현재 미국은 보유 핵탄두 3700기 중 1419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핵보유국 러시아는 4489기 중 1550기를 실전 배치했다. 중국이 12년 내에 미사일에 실어 즉각 발사 가능한 핵탄두 수를 3배로 늘려 미국 러시아 같은 수준의 핵전력 보유를 추진한다는 얘기다.보고서는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2020년 국방부는 중국의 작전 가능 핵탄두 비축량을 200개 초반으로 추정했고 2030년까지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중국은 핵전력 증강과 함께 핵 작전 개념도 적국 핵 공격을 방지하는 ‘핵 억제력’에서 적의 공격 징후를 감지하는 대로 즉시 핵 공격하는 ‘경보 즉시 발사(LOW·Launch on Warning)’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는 상당히 빠르게 핵 군사력을 확장, 다양화하고 있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와 정밀성 모두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은 미국 공격 가능 미사일 전력도 크게 강화해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50기, 발사대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재래식 무기를 이용하는 새로운 ICBM 체계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때문에 “핵우산 약화 우려”올 2월 정찰풍선 사태에 이어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정찰위성 등을 통한 정보·감시·정찰(ISR)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보고서는 2021년 말 기준 중국이 정찰위성 260개를 지구 궤도에 띄운 것으로 추정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3월 기준 290개 이상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위성들은 중국이 한반도와 대만 인도양 남중국해 등 역내 잠재적 분쟁 지역을 정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재래식 전력도 강화돼 현재 세계 최대인 중국 해군 군함과 잠수함은 모두 370척으로 지난해보다 30척 증가했으며 공군 항공기는 3150기로 350기 늘었다. 또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지난해 기준 중국 국방예산은 전년도보다 7.1% 증가한 2290억 달러로 한국(425억 달러)의 5.4배에 달했다.중국 핵전력 등의 급격한 강화가 역내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4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규모 핵무기 증강과 북한 핵보유 움직임이 한반도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1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포 오폭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미 정부는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폭발 참사에 대해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포 오폭에 따른 폭발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가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우리 평가는 각종 정보, 미사일 운동 궤적, 위성 열화상 이미지와 공개된 사건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적외선 센서를 통해 수집된 (로켓)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은 (병원에 폭발을 일으킨 로켓 또는 미사일) 발사가 이스라엘군 책임이 아니라고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참사 직후 ‘이스라엘군 소행’에 무게를 뒀던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대학살’을 일으켰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사용된 폭탄은 오직 이스라엘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의약품, 식수, 식량 같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일 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제공은 처음이다.美 “병원 참사, 이스라엘 책임없다”… 무장세력들 이-美 향해 공격 서방 “폭발 구덩이 이 무기와 달라사망자도 471명 아닌 50명 수준”이라크 미군기지 드론 공격 시도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로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18일(현지 시간) 신속하게 “이스라엘 책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이스라엘의 학살”이라는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방 전문가들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폭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망자가 471명이라는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 무장단체 오폭’ 정황 속속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해 “증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스라엘이 공습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이스라엘군 등이 공개한 각종 정보 증거 및 사건 현장 사진과 영상 분석에 따르면 오폭에 무게가 실린다고 서방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8일 공개한,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 병원 주차장에 생긴 폭발 구덩이는 깊이와 지름이 수십 cm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 공습에 주로 사용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이 만드는 깊이와 지름 5∼10m 구덩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영상에는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발사된 로켓들 가운데 한 로켓이 급상승하다 터지고 잠시 뒤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왔다. 이스라엘 방공 요격망 ‘아이언돔’이 격추한 로켓이 병원에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언돔에 의한 격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차장 주변 병원 건물들도 외벽이 그을리거나 충격으로 창문 등이 깨졌지만 공습으로 인한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도 이날 “병원 건물이 아니라 주차장에서만 폭발로 인한 손상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희생자도 병원 주차장에서 노숙하던 피란민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미 NBC뉴스는 “폭발 후 소셜미디어에는 병원 주차장에 시신이 뒤엉키고 사지가 흩어져 있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피에 젖은 이불과 베개 옆에 책가방이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미 정보분석가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JDAM은 폭발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폭발할 때) 큰불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 주차장은) 폭발보다 화재로 인한 특징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영상과 사진으로 볼 때 사망자는 50명 수준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계속 불붙는 反서방 시위 병원 폭발 참사가 오폭일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랍권에서는 반(反)이스라엘, 반미 시위와 공격이 계속됐다. 이날 하마스와 오폭 주체로 이스라엘의 지목을 받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은 별다른 반박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서방을 향한 아랍권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담당 미군 중부사령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 서부와 북부 미군기지들을 겨냥한 두 건의 드론(무인기)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드론은 모두 3기로 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는 격추한 드론 2기 중 1기가 폭발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배후는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 하부 조직들로 추정된다. 이라크 무장세력들은 지난해 휴전 이후로는 현지 미군기지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향한 공격을 자제해 왔으나 중동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공세를 재개한 것이다. 18일을 ‘분노의 날’로 규정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집트, 튀르키예, 모로코, 리비아, 이란, 알제리 등에서도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구호물자 전달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가자지구 남쪽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르면 20일부터 구호품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에서 인도적 지원 구호품을 담은 트럭 20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이집트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로 구호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집트는 하마스 전투원이 민간인 틈에 끼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가자지구의 유일한 외부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막아왔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밝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구호품 전달 대상은) 가자지구 남부의 민간인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구호품이 흘러들어가는 일이 일어난다면 원조는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측도 이날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라파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8시간이 채 되지 않는 ‘반쪽 일정’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연설한다.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 오벌오피스 연설이다. 통상 오벌오피스 연설에선 미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정책을 발표한다. 미국 NBC방송은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 예산 400억 달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0억 달러를 합한 총 1000억 달러(약 136조 원) 규모 패키지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미국이 1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포 오폭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에이드라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미 정부는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폭발에 대해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포 오폭에 따른 폭발이라는 이스라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가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왓슨 대변인은 “우리 평가는 각종 정보, 미사일 운동 궤적, 위성 열화상 이미지와 공개된 사건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적외선 센서를 통해 수집된 (로켓)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은 (병원에 폭발을 일으킨 로켓 또는 미사일) 발사가 이스라엘군 책임이 아니라고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참사 직후 ‘이스라엘군 소행’에 무게를 뒀던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유엔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대학살’을 일으켰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바리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사용된 폭탄은 오직 이스라엘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의약품, 식수, 식량 같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일 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제공은 처음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인 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이라고 규탄했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소행”이라고 맞서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병원 공습을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 대 아랍 국가로 선명하게 선이 그어지며 중동전쟁이 한층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폭격으로 환자,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수백 명이고 이와 별도로 상당수의 시민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했다. 다만 미 CNN 등 외신에서 폭발 원인이나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을 유례없는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내일(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중동 이슬람권에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이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반이스라엘 성향인 PIJ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야만적 테러범들”이라며 PIJ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18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폭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스라엘 측)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연설에서 이 폭격을 ‘테러단체’ 소행이라고 말했다. 이 여파로 당초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중동전쟁의 해법을 논의하려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 또한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는 지지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이례적으로 빠르게 타국 전장을 찾아 직접 해법을 도출하려 했다. 하지만 대형 참사와 주변 아랍 3국과의 회담 취소로 첫발부터 어그러진 모양새일 뿐만 아니라 중동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1981년 결성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자살폭탄 테러와 민간인 공격을 감행하는 등 하마스보다 세력은 약하지만 더 강경한 성향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됐다.하마스 “이 공습에 500명 숨져”… 이 “지하드 오폭” 감청파일 제시 [중동전쟁]가자 병원 공격 누가… 책임 공방이 “공습 때 생기는 웅덩이 없어”지하드 “이, 과거에도 병원 공습” “수술 중 강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수술실 천장이 무너졌다.” 17일(현지 시간) 공습으로 수백 명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영국 스카이뉴스에 전한 당시 참상이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병원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 됐다며 “이건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폭발 직후 촬영된 몇몇 영상에는 불길이 병원 일부를 집어삼키고 부상자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의료진 등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생생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확전을 억제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공격 주체의 진위와 관계없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과 가까운 아랍국인 요르단, 이집트 등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하마스-이스라엘 책임 공방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알아흘리아랍병원은 1882년 설립된 141년 역사의 유서 깊은 병원이다. 이 병원은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대피를 통보했던 가자지구 북부 병원 20곳 중 하나다. 하지만 남부로의 피란이 여의치 않았던 상당수 주민이 병원만은 안전할 것으로 믿고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공습에 따른 인명 피해가 커졌다. 이 사건이 누구 소행인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공방을 벌였다. 하마스는 병원 공습 직후 “이스라엘 폭격으로 어린이, 여성을 비롯해 최소 민간인 5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오폭”이라면서 영상과 사진, 음성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사망자 수도 하마스가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습으로 인한 (주차장) 주변 건물 훼손도 없고, 우리 무기로 공습할 때 일반적으로 생기는 거대한 웅덩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미사일 공습 현장에 생긴 각각 지름 7m, 9m짜리 웅덩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공격이 PIJ 측 오폭임을 인정하는 듯한 하마스 대원들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스라엘군이 영어로 번역해 함께 게시한 대화 자막에 따르면 하마스 한 대원이 “우리가 쏜 거야?”라고 묻자 다른 대원이 “(병원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은 PIJ 것이래, 이스라엘 것이 아니고”라면서 “병원 뒤쪽 묘지에서 쐈다”고 말했다. 반면 PIJ는 “이스라엘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이전에도 이곳을 공습했다”면서 (미사일이) 떨어진 각도나 파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行 바이든, ‘확전 방지 구상’ 위기 18일 이스라엘 도착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가자지구 병원 폭격에 대해 “당신(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팀(the other team)의 소행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우리는 많은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하마스의 공격 및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선 “잔인하고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면서 “이스라엘은 혼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신은 미 대통령이 전쟁 중 이스라엘을 방문한 첫 번째 사례”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중 교전 중인 다른 나라를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이 타국 전장에 뛰어드는 위험을 무릅썼지만 돌출 참사로 인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중동 국가들마저 거리를 두며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 이번 참사로 같은 날 요르단 암만에서 만나기로 했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격 취소했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을 설득해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을 이끌어내며 이란과 헤즈볼라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중동 전체를 향해 메시지를 내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완전히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미국의 중동 개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에 치중했던 미국의 정책이 이번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다시 중동 관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인 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이라고 규탄했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소행”이라고 맞서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병원 공습을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 대 아랍 국가로 선명하게 선이 그어지며 중동전쟁이 한층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 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폭격으로 환자,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수 백 명이고 이와 별도로 상당수의 시민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있다고 했다. 다만 미 CNN 등 외신에서 폭발 원인이나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을 유례없는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내일(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중동 이슬람권에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이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반이스라엘 성향인 PIJ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야만적 테러범들”이라며 PIJ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18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폭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스라엘 측)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이 여파로 당초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중동전쟁의 해법을 논의하려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 또한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에는 지지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이례적으로 빠르게 타국 전장을 찾아 직접 해법을 도출하려 했다. 하지만 대형 참사와 주변 아랍 3국과의 회담 취소로 첫 발부터 어그러진 모양새일 뿐만 아니라 중동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수술 중 강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수술실 천장이 무너졌다.”17일(현지 시간) 공습으로 수백 명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영국 스카이뉴스에 전한 당시 참상이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병원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 됐다며 “이건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폭발 직후 촬영된 몇몇 영상에는 불길이 병원 일부를 집어삼키고 부상자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의료진의 모습 등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생생하다.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확전을 억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공격 주체의 진위와 관계없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과 가까운 아랍국인 요르단, 이집트 등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 하마스-이스라엘 책임 공방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알아흘리아랍병원은 1882년 설립된 141년 역사의 유서 깊은 병원이다. 이 병원은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대피를 통보했던 가자지구 북부 병원 20곳 중 하나다. 하지만 남부로의 피란이 여의치 않았던 상당수 주민이 병원만은 안전할 것으로 믿고 이 곳으로 몰려들면서 공습에 따른 인명 피해가 커졌다.이 사건이 누구 소행인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공방을 벌였다.하마스는 병원 공습 직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 여성을 비롯해 최소 민간인 5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오폭”이라면서 영상과 사진, 음성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사망자 수도 하마스가 부풀렸다고 주장했다.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습으로 인한 (주차장) 주변 건물 훼손도 없고, 우리 무기로 공습할 때 일반적으로 생기는 거대한 웅덩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미사일 공습 현장에 생긴 각각 지름 7m, 9m짜리 웅덩이 사진을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 따르면 해당 병원 인근에서 로켓포가 이스라엘 쪽을 향해 수십 발 발사 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부근에서 작은 폭발에 이어 큰 폭발이 일어났다.하가리 대변인은 이어 이번 공격이 PIJ 측 오폭임을 인정하는 듯한 하마스 대원들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을 X 계정에 올렸다. 이스라엘군이 영어로 번역해 함께 게시한 대화 자막에 따르면 하마스 한 대원이 “우리가 쏜 거야?”라고 묻자 다른 대원이 “(병원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은 PIJ 것이래, 이스라엘 것이 아니고”라면서 “병원 뒤쪽 묘지에서 쐈다”고 말했다.반면 PIJ는 “이스라엘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이전에도 이곳을 공습했다”면서 (미사일이) 떨어진 각도나 파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 힘 실은 바이든, ‘확전 방지 구상’은 위기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가 이슬람국가(IS)가 더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악행, 즉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며 하마스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병원 폭격에 대해서도 “당신이 아닌 다른 팀이 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신은 미국 대통령이 전쟁 중 이스라엘을 방문한 첫 번째 사례”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중 교전 중인 다른 나라를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위험을 무릅썼지만 돌출 참사로 인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중동 국가들마저 거리를 두며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참사로 같은 날 요르단 암만에서 만나기로 했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 전체를 향해 확전 억제 메시지를 내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완전히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중동 개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그간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에 치중했던 미국의 정책이 이번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다시 중동 관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과 러시아가 8월부터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탄약 등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거래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과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법 무기 거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중국을 거쳐 18, 19일 방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연합훈련 준비 정황도 포착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北, 8월부터 탄약 대규모 공급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16일 발표한 ‘오리엔트 특급: 북한의 러시아 비밀공급 루트’ 보고서에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러가 8월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군 항구시설인 두나이항을 통해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했다고 밝혔다.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와 마리야호가 두나이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나진항으로 이동해 컨테이너를 하역한 뒤 새로운 컨테이너를 실은 채 두나이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컨테이너들은 두나이항에 설치된 철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00km 떨어진 러시아 티호레츠크 탄약고로 수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RUSI는 분석했다. 8월 중순부터 티호레츠크 탄약고에 100여 개의 새로운 탄약 저장용 구덩이 건설이 시작됐고, 이어 지난달 28일 북-러가 수송한 것과 같은 크기와 색깔의 컨테이너 수십 개가 이 탄약 창고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또 이 컨테이너들은 새로 판 탄약 저장용 구덩이 옆에 하역됐다. 이는 백악관이 13일 공개한 북-러 무기 거래 첩보와 일치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8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나진항 사진과 이 컨테이너들을 실은 러시아 선박 2척이 두나이항에 도착한 12일 사진, 이달 1일 이 컨테이너들이 티호레츠크 탄약고에 도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앙가라호와 마리야호는 과거 러시아군 무기를 시리아, 미얀마 등으로 수송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들이다. RUSI는 이 선박들이 북한 컨테이너 수송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려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고 전했다. 북-러 무기 거래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직후인 8월부터 이미 이뤄진 만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에서는 러시아 첨단 기술 제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RUSI는 “북한은 미사일 및 기타 첨단 군사기술 제공을 대가로 요청할 수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러 연합훈련 준비 정황 포착”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해상에서 평소와 다른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면서 “북-러 연합훈련 관련 정황일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러가 연합훈련에 나선다면 이는 무기 거래와는 또 다른 문제인 만큼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황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해상 훈련 준비 움직임을 우리 정부가 일부 감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 해상 인근에서 북-러 훈련 관련 감청 정보 등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방러 당시 러시아의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에 승선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8월에는 해군절(8월 29일)을 계기로 해군사령부도 방문했다. 양국 간 군사훈련에 대해선 러시아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중국 동료들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북한 동료들이 동참하길 원한다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7일(현지 시각) 낮은 사양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제3국을 통한 규제 우회를 막기 위해 중국 기업 해외 사업체에 대한 반도체 수출도 차단된다.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AI 반도체에 대한 성능 기준을 추가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저(低)사양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반도체 수출규제를 통해 특정 속도 이상의 AI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자 엔비디아는 이 같은 기준을 우회하기 위해 속도를 낮춘 A800 및 H800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에 판매해왔다.상무부는 또 모(母)기업이 중국이나 마카오, 미국의 무기 금수 대상 국가에 있는 사업체에 대해선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제3국을 통해 미국의 규제 대상인 반도체를 수입해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우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조치는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도 최근 발표한 신형 스마트폰에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미국 수출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발표됐다.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인공지능은 잘못된 군대에 들어가면 엄청나고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규정의 허점을 막아 중국 군사적 발전에 미국과 동맹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라며 “(반도체 수출 규정은) 매년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밝혔다.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선한 영역에 사용될 중국의 AI 역량도 제한하는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국가안보 분야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중국은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수출 규제 발표 전 가진 브리핑에서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중은 8월 러몬도 상무장관 방중을 통해 수출통제 정보교환 회의체를 신설했지만 미국은 AI 반도체 추가 수출규제에 대해선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이날 발표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개장 직후 7% 가까이 떨어졌으며 AMD와 인텔 등도 3% 가량 하락하는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날 성명에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국가안보 개선보다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다만 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선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규정을 개정해 별도의 유효기간 없이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예외를 연장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극단주의자 제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무장단체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은 지지하지만 민간인 피해와 확전 우려가 큰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음식, 식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 개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시도와 민간인 공격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하마스가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스라엘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지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하마스 파괴(작전)는 승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청으로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NYT 등이 전했다.바이든 ‘하마스-팔 분리대응’ 제시… 이란-헤즈볼라 개입 명분 차단 [중동전쟁]이스라엘에 지상전 앞 가이드라인“하마스에 책임 물을것” 밝히면서가자지구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목표는 지지하면서도 가지지구 점령에 대해선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로 가자를 점령한 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병력과 정착촌을 철수시켰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피 통로를 확보하고 생필품 공급 등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 뒤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되 재점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란이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개입 명분을 주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 “바이든, 이번 주 이스라엘行 검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 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목표는 지지하면서도 가지지구 점령에 대해선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로 가자를 점령한 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병력과 정착촌을 철수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피 통로를 확보하고 생필품 공급 등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 뒤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되 재점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란이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개입 명분을 주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 “바이든, 이번주 이스라엘行 검토”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를 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해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소위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속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동맹에도 반대하는 비공식 군사 동맹을 뜻한다. 이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시리아, 예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미국은 지상군 투입이 ‘저항의 축’의 전면적인 참전을 야기할까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이 전쟁 발발 후 거의 매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세력도 이번 사태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이유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저항의 축 내부에서도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참전의 ‘레드라인(금지선)’ 또한 각각 다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면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참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는 이란, 예멘,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이 참전하는 확전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가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목표를 이미 달성한 만큼 이란 등이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모험을 감수하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전쟁이 확전 없이 끝난다 해도 이미 민간인 살육 같은 참사가 벌어진 만큼 글로벌 안보 정세에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외교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꼽은 지정학적 핵심 지역인 유라시아 서쪽(유럽)과 남쪽(중동), 동쪽(동아시아) 중 두 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8개월을 맞은 상황에서 발발한 이번 전쟁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이른바 ‘독재의 축’과 ‘저항의 축’이 공통의 이해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지원하는 정황은 이미 포착됐다. 또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 방공 체계 ‘아이언돔’ 무력화 등의 여파를 진단하고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또한 이번 전쟁을 반기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탓이다. 중국은 양비론을 유지하며 ‘평화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려 한다. 하지만 날로 커져가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우려 속에 유럽과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이 중국의 군사적 팽창주의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대한 변화는 미국 내부에서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우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삭감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제 분쟁 개입을 줄이고 동맹국의 안보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미국 우선주의’ 세력의 새로운 명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억제력은 본질적으로 심리의 문제다. 이스라엘을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면 자칫 중국과 북한이 이를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 약화 계기로 여기고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이 자칫 미국의 쇠퇴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 해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초박빙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논란 속에 중동전쟁 책임론까지 일며 위기를 맞았지만 ‘숙적’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력에선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와 현실화한 제3지대 후보 같은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불씨로 남아 미 대선 정국은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위기’ 바이든, 反트럼프 경쟁력 확인 12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3%포인트) 이내인 1%포인트 차가 났다. 지난달 말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1%)에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 뒤진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박빙 구도를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의 2, 3위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7% 대 49%),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45% 대 49%)에겐 뒤졌다. 폭스뉴스는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41%)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지지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령 논란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백악관과 집권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기관 비컨리서치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폭스뉴스에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이 성사된다면 민주당 지지층은 압력솥 수준으로 결집한다”며 “반면 공화당이 트럼프 대신 다른 후보를 선택하면 그 결집력은 즉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3%로 트럼프 전 대통령(42%)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더메신저 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 41%, 트럼프 전 대통령 45%였다. 민주당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대안 후보론’이 나오는 가운데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결과를 ‘로즈가든 전략’(재선 전략) 핵심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미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고문이 바이든 출마를 불안해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트럼프와 낙태(문제)가 바이든을 재선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네디 출마에 트럼프도 긴장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격전지에서도 전·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에머슨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 속한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각각 2%포인트, 9%포인트 앞섰다. 반면 CNN방송 조사 결과 네바다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46%, 트럼프 전 대통령 45%였다. 대선 판도의 주요 변수는 미국 정치 명문가(家) 케네디 가문 일원으로 집권 민주당에 기반을 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무소속 출마를 비롯한 제3지대 후보 출마다. 폭스뉴스 3자 가상 대결 조사에선 바이든, 트럼프가 각각 41%, 케네디 주니어가 16%를 얻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 일부도 ‘백신 반대’를 비롯해 강경 보수 성향 목소리를 낸 케네디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트럼프 선거 캠프도 케네디에게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美 하원의장 후보 하루만에 사퇴… 또 의회 흔든 ‘프리덤코커스’ 미국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사진)가 12일(현지 시간) 의장 도전 의사를 접었다. 공화당 의원 221명 중 강경파 20여 명이 스컬리스를 반대하면서 하원 전체 433석 중 과반(217표) 확보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내부 경선에서 2위를 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 차기 후보로 거론되지만 강경파의 불복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조던을 반대하고 있다.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으로 촉발된 미 의회 마비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 이를 주도하며 공화당 주도권 장악을 노리는 강경파 의원모임 ‘프리덤코커스’를 들여다봤다.》 “완전한 혼란을 원하는 그들은 입법 테러리스트다.”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2015년까지 하원의장을 지낸 존 베이너는 2021년 ‘프리덤코커스(Freedom Caucus)’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웨이터 출신으로 미국 권력서열 3위(한국 국회의장 격)에 오른 베이너는 정치적 양극화가 거세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프리덤코커스의 첫 번째 타깃으로 하원의장에서 낙마했다. 미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3일(현지 시간) 하원을 통과한 이후 야당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모임인 프리덤코커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40명 안팎에 불과한 소수 강경파 의원들이 하원의장 해임으로 미 의회 권력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감축을 요구하며 세계 최강국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권정치에 물든 워싱턴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보수 유권자들의 풀뿌리 민심을 따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프리덤코커스의 원칙주의적인 면모에 강경 보수 지지층들은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덤코커스를 두고 특유의 비타협적 노선으로 타협과 양보를 거부하면서 미국 정치를 끝없는 소모적인 갈등으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일각에선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막강한 권력을 과시한 프리덤코커스가 본격적인 의회 권력 장악에 나서면서 미국 정치권에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미 대선에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2기의 한 축으로 프리덤코커스와 손을 잡으면 이들의 영향력이 미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본격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 3명 낙마 주도 “매카시는 적폐의 핵심이다.”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3일 하원 표결에서 해임결의안이 통과되자 이같이 말했다. 게이츠는 플로리다주(州) 상원의장을 지낸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34세에 하원의원이 된 이른바 ‘금수저 정치인’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전력과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 각종 추문에 휩싸여 의회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등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그런 그가 2014년부터 8년간 하원 원내대표로 공화당을 이끌어 온 9선의 거물 정치인 매카시를 ‘적폐’로 규정하며 하원의장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프리덤코커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프리덤코커스는 공화당연구위원회(RSC)에서 갈라져 나온 계파다. 공화당 내 신보수주의 분파인 RSC가 외연을 확장하면서 중도 보수 의원들이 대거 유입되자 강경파 의원 9명이 ‘부패의 늪에서 물을 빼자(Drain the swamp)’라는 슬로건과 함께 별도 계파를 창설했다. 프리덤코커스는 출발부터 의회를 뒤흔들었다. 창립 멤버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감세와 작은 정부 등 자신들의 정책 우선순위에 양보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하는 내부 규정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원들의 80% 이상이 지지하는 결정에 대해선 의원 개개인의 찬반과 관계없이 반드시 코커스의 결정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내부 규정을 만든 것이다.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을 허가하는 비밀 결사적 성격을 띤 프리덤코커스는 통상 소속 의원 수가 많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다른 의회 내 계파들과 달리 30, 40명 안팎의 소규모 회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특정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프리덤코커스가 반대하면 어떠한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양당제가 고착된 미국에선 특정 정당이 435석의 하원 의석을 압도적으로 휩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실제로 공화당의 압승으로 평가되는 2014년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은 247석으로 민주당(188석)보다 59석을 더 차지하는 데 그쳤으며, 2016년 중간선거에선 47석, 지난해엔 9석 차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30, 40명의 프리덤코커스 회원들이 결집하기만 하면 언제든 공화당 지도부가 결정한 당론을 뒤집을 수 있는 비토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프리덤코커스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프리덤코커스가 무엇이든 반대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반대를 위한 정치)’를 통해 공화당 지도부를 흔들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프리덤코커스는 창립 이후 공화당이 배출한 하원의장과 매번 충돌했다. 2015년에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피하려고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한 베이너 하원의장의 해임을 추진해 자진사퇴를 이끌었으며 당시 공화당 2인자로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했던 매카시 전 의장을 당내 경선에서 낙마시켰다. 하원의장 바통을 받은 폴 라이언 전 의장은 프리덤코커스와 거듭된 신경전 끝에 2019년 정계를 은퇴했다. 찰리 덴트 전 하원의원은 뉴요커에 “하원 공화당은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주류 보수파와 지도부에 반대표를 던지면서도 의회 파행은 우려하는 그룹, 그리고 모든 것에 반대표를 던지는 프리덤코커스 등 거부파(rejectionist)로 나뉘어졌다”고 지적했다.● 주(州) 의회로 외연 확대 중 프리덤코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변화를 맞았다. 프리덤코커스는 2016년 대선 경선 초기만 해도 공화당 주류의 외면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프리덤코커스 창립 멤버인 믹 멀베이니 전 의원은 당시 “트럼프는 워싱턴을 뒤집어 놓기를 원한다”며 “우리도 같은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고 공화당이 여당으로 바뀌면서 내분에 휩싸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 법안을 추진하자 프리덤코커스가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그들과 싸울 것”이라며 프리덤코커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저스틴 어마시 전 하원의원 등 재정적 보수주의 원칙을 고집한 일부 회원이 탈퇴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프리덤코커스 소속 멀베이니와 마크 메도스 의원이 백악관 비서실장에 발탁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우군으로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프리덤코커스의 관계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서 더욱 밀착했다. 회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부정 주장을 지지하고 공화당 지도부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요구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위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본격화하면서 프리덤코커스 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가 모인 파벌이 생겨나기도 했다. 게이츠 의원을 비롯해 앤디 빅스, 스콧 페리, 폴 고사 의원 등이 프리덤코커스 내에서도 급진적인 강경파들의 모임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스쿼드’를 결성한 것이다. 3일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의원 8명의 대부분도 이들 ‘마가 스쿼드’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덤코커스는 2021년 12월에는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주 등 주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격전지)를 중심으로 주(州) 의원들이 가입하는 프리덤코커스를 창설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리덤코커스의 전략을 주 의회에도 확산시켜 낙태권, 성소수자 정책 등 문화전쟁의 핵심 이슈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와 손잡고 의회권력 장악 노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카시 전 의장 해임으로 촉발된 의회 권력 재편 과정에서 프리덤코커스와 다시 손잡았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 하원의장 후보로 나서자 프리덤코커스 초대 의장 출신인 조던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조던 위원장은 물론이고 스컬리스 원내대표 역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지지해온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사실상 친트럼프 후보들 경쟁으로 치러진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 경선에서는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113표를 얻어 99표를 얻은 조던 위원장을 제쳤다. 하지만 조던 위원장을 지지한 일부 의원이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결국 선출된 지 하루 만인 12일 하원의장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혈액암 진단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스컬리스는 암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그가 어떻게 하원의장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프리덤코커스 출신 조던 위원장을 하원의장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노골적으로 스컬리스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조던 위원장은 러시아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적극적으로 방어한 인물로 법사위원장을 맡은 이후엔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주도했다. 프리덤코커스가 의회 내 이단아에서 공화당 리더십에 도전하는 주류 계파로 성장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이들이 의회는 물론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프리덤코커스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재정적자 감축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삭감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초박빙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논란 속에 중동전쟁 책임론까지 일며 위기를 맞았지만 ‘숙적’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력에선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와 현실화한 제3지대 후보 같은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불씨로 남아 미 대선 정국은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위기’ 바이든, 反트럼프 경쟁력 확인12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3%포인트) 이내인 1%포인트 차가 났다. 지난달 말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1%)에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 뒤진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박빙 구도를 회복한 것이다.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의 2, 3위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7% 대 49%),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45% 대 49%)에겐 뒤졌다.폭스뉴스는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41%)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지지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령 논란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백악관과 집권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기관 비컨리서치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폭스뉴스에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이 성사된다면 민주당 지지층은 압력솥 수준으로 결집한다”며 “반면 공화당이 트럼프 대신 다른 후보를 선택하면 그 결집력은 즉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10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3%로 트럼프 전 대통령(42%)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더메신저 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 41%, 트럼프 전 대통령 45%였다.민주당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대안 후보론’이 나오는 가운데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결과를 ‘로즈가든 전략(재선 전략)’ 핵심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미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마이크 도닐론 백악관 고문이 바이든 출마를 불안해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트럼프와 낙태(문제)가 바이든을 재선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네디 출마에 트럼프도 긴장대선 결과를 좌우할 격전지에서도 전·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에머슨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 속한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각각 2%포인트, 9%포인트 앞섰다. 반면 CNN방송 조사 결과 네바다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46%, 트럼프 전 대통령 45%였다.대선 판도의 주요 변수는 미국 정치 명문가(家) 케네디 가문 일원으로 집권 민주당에 기반을 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출마를 비롯한 제3지대 후보 출마다. 폭스뉴스 3자 가상 대결 조사에선 바이든, 트럼프가 각각 41%, 케네디가 16%를 얻었다. 바이든 대통령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 일부도 ‘백신 반대’를 비롯해 강경 보수 성향 목소리를 낸 케네디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트럼프 선거 캠프도 케네디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공화당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12일(현지 시간) 하원의장 후보를 사퇴했다.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지 하루 만이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 모임 프리덤코커스(Freedom Caucus)의 당 주도권 장악 시도에 미 의회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으로 촉발된 의회 마비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의장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우리는 다시 뭉쳐야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분열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당 강경파 의원들의 하원의장 후보 경선 결과 불복을 사퇴 이유로 꼽은 것. 하원의장이 되려면 전체 하원의원 433명 중 과반인 217표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공화당 의원 221명 중 20여 명이 스컬리스를 반대하고 있어 당선이 불확실했다.이에 따라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 경선에서 2위를 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프리덤코커스 초대 의장 출신인 조던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강경파의 당내 경선 결과 불복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조던 법사위원장을 반대하면서 의회 마비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