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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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종교53%
문화 일반20%
문학/출판20%
음악7%
  • 질 바이든, 기시다 유코, 리처드 기어가 진관사에 빠진 까닭은…[인사이드&인사이트]

    《#1. 2011년 6월 배우 리처드 기어가 자신의 사진전 ‘순례의 길’ 홍보차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津寬寺)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방문을 취소했다. 가는 곳마다 장사진을 이룬 팬들과 취재진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다음 날 취재진과 팬들 몰래, 경찰 경호도 없이 가족과 진관사를 찾아 3시간 정도 둘러보고 떠났다. 그는 당시 통역을 맡은 혜민 스님에게 “다음에는 몰래 와 쉬면서 한국 불교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2. 2015년 7월 미국 부통령 부인으로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질 바이든 여사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진관사를 방문했다. 바이든 여사는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총무국장 법해 스님(현 주지 스님)과 함께 경내 사찰음식 체험관인 향적당과 세심교 다리, 장독대 등을 둘러봤다. 바이든 여사가 진관사를 찾은 건 당시 백악관 부주방장 샘 카스가 강력히 권했기 때문. 카스 부주방장은 2014년 진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며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갔다. 바이든 여사는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머물렀다. 이 사실은 5년 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알려졌다. 바이든 여사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진관사 스님들을 일일이 포옹한 뒤 떠났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자하문터널, 구기터널을 거쳐 은평뉴타운을 지나면 멋스러운 한옥이 즐비한 은평 한옥마을이 보인다. 차로는 도심에서 30∼40분 거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7일 방문해 화제가 된 진관사는 바로 그 뒤에 고즈넉하게 숨어 있다. 11일 기자가 찾은 진관사는 평범한 여느 사찰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북한산 등산로에 자리 잡은 탓에 많은 등산객들로 오히려 더 평범해 보일 정도. 하지만 속세와 부처님의 세계를 가르는 해탈문을 지나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아하∼” 하는 감탄과 함께 벨기에 마틸드 필리프 왕비, 건축가 페터 춤토어 등 수많은 해외 귀빈이 왜 그토록 이곳을 찾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다.● 삼각산 자락 속 한 폭의 동양화진관사는 예부터 동쪽 불암사, 남쪽 삼막사, 북쪽 승가사와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찰로 손꼽혔다. 고려 제8대 왕 현종이 1011년 왕사인 진관대사(津寬大師)를 위해 창건해, 절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진관대사는 당시 전국에서 올라온 후보지 3곳(오대산 상원사 터, 해남 대흥사 터) 중 이곳을 택했다고 한다. 그만큼 진관사의 풍경은 수려함을 넘어 감탄을 자아낸다. ‘뭐지? 골짜기 안에 있지만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눈 맛이 시원한 이 느낌은….’ 귀빈들이 가장 먼저 탄성을 자아내는 것도 바로 이 풍광이라고 한다. 삼각산(북한산) 바위의 매력과 기세가 주변 소나무, 계곡과 어우러져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자연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구니 사찰이란 특성 때문인지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깨끗하다, 정갈하다’는 느낌이 온몸에 밴다. 홍제루를 지나 본당으로 향하다 보면 작약꽃 흐드러진 마당 너머 보이는 대웅전과 나한전, 적묵당과 잘 정돈된 정원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진관사의 별칭이 ‘마음의 정원’이다. 이 때문인지 진관사 템플스테이는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정도로 예약이 어렵다.● 매일 나물 캐는 스님들“그날 만들 음식은 당일 캔 재료로만 만들지요. 여기 있는 음식도 모두 오늘 새벽에 스님들이 직접 산에서 땄어요.” 지난달 중순 진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후 가진 식사 자리에서 법해 스님은 “채소와 나물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진관사 사찰 음식의 기본 정신은 ‘그날 채취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이다. 이 때문에 정해진 메뉴가 없다. 계절별로, 그날그날 인근 산과 재배하는 밭에서 딴 재료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수많은 음식이 있지만 진관사를 아는 사람들이 백미로 꼽는 것은 550년 전통의 두부찜 ‘포증(泡蒸)’이다. 신숙주의 시문집 ‘보한재집(保閑齋集)’에도 등장하는 진관사 두부찜은 갓 만든 두부에 곱게 채 썬 석이버섯, 잣, 검은깨를 얹고 그 위에 미나리로 글자를 입혔다. 진관사에는 섣달그믐에 두부와 두부소를 넣은 만두를 빚어 묵은 제사와 조왕불공을 드리고 이를 신도들과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 때문에 두부 음식이 발달했다. 두부채소탕, 두부호박찜, 두부깻잎전병, 구운두부찜, 구운두부장아찌 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백악관 부주방장 카스는 진관사를 어떻게 알았기에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바이든 여사에게 추천까지 했을까.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주관하는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1990∼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냉장 음식과 식재료 오염, 육식에 대한 반성이 일 때 채식 요리 중 하나로 한국 사찰음식이 조금씩 소개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명 셰프들이 한두 명씩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았고, 이들이 사찰음식을 미국과 유럽의 리더들에게 소개하면서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불교 상차림의 끝판왕 ‘수륙재’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은 조선 태조가 진관사를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국가무형문화재)’를 지내는 사찰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의식으로, 최근 진관사를 방문한 유코 여사도 수륙재 중 법고무를 관람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며 잠시 맥이 끊겼으나 1970년대 진관사 스님들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재에 필수인 음식도 스님들이 각종 사료를 뒤져가며 복원에 나섰고, 이것이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진관사에는 산사음식연구소가 있고 경내에 방앗간도 있어 가래떡, 절편, 백설기 등 각종 떡도 직접 만든다. 본디 사찰음식은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수륙재 음식은 다르다. 수륙재는 왕이 외로운 영혼을 도량에 모셔 장엄한 의식과 음식을 베푸는 최고의 불교 의식이기 때문에 수륙재 음식은 속된 말로 불교 의식 상차림의 ‘끝판왕’이라고 불린다. 49일 동안 7번 재를 지내는 수륙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이틀 열리는 칠재. 상중하 3단으로 차린 제사 음식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년 기사에 나오는 단차림 규정에 따르고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올기쌀’로 지은 찐밥 서른 동이, 유과와 두부탕 각각 아홉 그릇, 국수와 떡 각각 아홉 그릇을 올린다. 상중하단과는 별도로 용왕을 위한 용왕단에는 미역, 사자(使者)가 타고 온 말이 쉬는 마구단에는 콩죽을 올린다. 그리고 재가 끝난 뒤에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 국행수륙재를 비롯한 의례음식에서 발우공양과 대중공양이 발전해 온 셈이다. 신도, 비신도를 가리지 않고 진관사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진관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맛과 풍광과 함께 ‘나누는 마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지만 그 전까지는 월·화요일만 빼고 절을 찾는 누구에게나 점심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등산로 옆에 자리한 탓에 점심 식사를 한 사람이 하루 평균 500∼600여 명이나 됐다니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유신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팀장은 “공양은 보시하는 마음을 의미하고, 나눔과 베풂의 지극한 경지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진관사 공양문화는 인류가 지향하는 참된 음식문화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문화부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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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자비 없이는 세상 고통 줄지 않아”

    “우리가 밝힌 자비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회심(回心)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하심(下心)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15일 낸 봉축 법어를 통해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이 세상 고통은 사랑과 자비의 헌신 없이는 줄어들지 않고, 중생의 고통을 제 몸에 담는 비원(悲願) 없이는 구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성(自性)을 통해 무생(無生)의 면목(面目)을 깨달은 분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과 안락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도 봉축 법어를 통해 “생멸이 없는 마음의 본성을 보면, 곧 진실한 부처님을 볼 것”이라며 “평화로운 마음에서 인류의 행복이 얻어지고 일심 청정으로 부처님 세상을 이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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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김의 모습 못보여준 기성 교회… 기독교 지도자들 정말 정신 차려야”

    “가장 낮은 자세로 섬김과 희생을 다 하는 초심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순복음교회 창립 65주년(18일)을 맞아 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회장은 “오늘날 교회에 물량주의와 교권주의 등이 생겨난 것은 기독교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가진 초심을 잃은 탓”이라며 “앞으로 환골탈태해 사회와 국민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58년 5명으로 시작한 순복음교회는 현재 신도 57만여 명의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이 대표회장은 21일 담임목사 취임 15주년을 맞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 교권주의를 지적하셨습니다. “이 땅에 기독교가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교회의 크기와 화려함, 신도 수에 너무 치중하는 면이 있지요. 교회가 커지다 보니 그 안에서 또 자리다툼도 벌어지고요. 교회가 부흥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텅 빈 들에서 당신이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낮게 사셨습니다. 낮아짐, 섬김, 희생이 바로 신앙의 근본 자세지요. 우리가 그에 부합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합니다.” ―기독교가 처음 왔을 때의 초심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 “개화기에 민중이 기독교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당시 교회가 가장 낮은 곳에서 진심으로 사람들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 사업은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는 신분과 계급, 남녀의 차이도 없었지요. 지금 우리 안에는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교권주의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사이비 종교의 폐해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낮아짐, 섬김의 모습을 못 보여준 기성 교회와 이에 실망한 사람들 사이의 틈을 사이비 종교가 파고든 것이죠. 대부분 기성 교회에 다니던 분들이 옮겨 가셨거든요. 기독교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개신교가 종교개혁에서 나왔는데 그 개혁 정신을 잊어버리면 안 되지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요. “미국에 있을 때 보니 미국 교회에는 고등부 대표 장로, 청년 대표 장로도 있더군요.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교회에 고등학생 장로를 두자고 하면 아마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른들 중심이니까요. 제가 재임하는 동안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창립 65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교회로 남길 바라십니까. “순복음교회가 시작된 1950년대 후반은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울 때였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모든 것을 뜨겁게 바쳤지요. 5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모습이 사람들에게 와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와 국민 뜨겁게 섬기는 교회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국민과 신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희망 전도사로 활동해온 이지선 씨가 모교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됐습니다. 제가 그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감동한 게, 피해자라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꿈과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한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게 되기 때문에 그것과 이별하고 가해자를 용서했다고요. 절망적인 상황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때 그것에 매여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이고 경제, 안보 문제로도 힘든 시기지만 모든 국민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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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첫 팝페라 국제 콩쿠르 만들어 보고 싶어”

    “20년 넘게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 이제 나눔으로 갚고 싶어요.”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37)가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데뷔 25주년 단독 콘서트 ‘리빙 히스토리(Living History)’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행복하길 바래’(드라마 ‘쾌걸춘향’ 주제가) 등 대표곡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선보여 왔던 독창적인 팝페라 세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11일 인터뷰에서 “그동안 팬들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앞으로는 음악 외에도 후배 양성 등 다양한 사회 활동으로도 그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공연을 못 할 뻔했다던데…. “일주일 전쯤 갑자기 급성 후두염과 식중독이 겹치면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연습하기 힘들 정도로 목소리 조절이 잘 안되더라. 공연을 취소해야 할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직 약은 먹고 있지만 다행히 좀 나아져서 공연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첫 앨범 ‘위스퍼스 오브 호프(Whispers of Hope)’를 초등학교 6학년 때 냈다. “그때는 정식 음악 교육을 받기 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교내 동요대회에서 상을 탄 게 계기가 돼 각종 외부 대회에 많이 나가게 됐다. 하루는 어머니 지인이 집에 놀러 왔는데, 내 노래를 듣더니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그분이 당시 관련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바로 계약하고 음반을 낼 수 있었다. (무슨 노래를 불렀기에….) 마이클 잭슨이 열세 살 때 부른 ‘벤’이었는데,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역대 최연소(17세)로 애국가를 불렀다. “그해 1월 첫 팝페라 앨범 ‘샐리 가든(Sally Garden)’이 나왔다. 방송은 두 개 정도밖에 못 했는데, 마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계신 분이 그걸 봤던 것 같다. 취임식 2주 전쯤 인수위에서 전화가 와서 취임식을 새롭게 바꿔 보고 싶다며 애국가를 부를 것을 제안했다. 늘 기성 성악가들이 부르던 것을 열일곱 살 소년에게 맡김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하는 정부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성악을 공부하다 팝페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에 합격한 직후였는데, 그때 안드레아 보첼리, 세라 브라이트먼이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 크로스오버 음악 열풍이 불면서 팝페라라는 새로운 장르가 주목받았다. 마침 주변에서도 팝페라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많이 했는데, 원래도 좀 더 대중적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클래식 음악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후로 성악을 공부하면서도 직업은 팝페라 가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전 세계 팝페라 가수들이 한자리에서 기량을 뽐내는 세계 최초의 팝페라 국제 콩쿠르를 만들어 보고 싶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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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낮은 자세로 섬김과 희생을 다하는 기독교 돼야”

    “가장 낮은 자세로 섬김과 희생을 다 하는 초심을 회복하려고 합니다.”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순복음교회 창립 65주년(18일)을 맞아 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날 교회에 물량주의와 교권주의 등이 생겨난 것은 기독교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가진 초심을 잃은 탓”이라며 “앞으로 환골탈태해 사회와 국민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58년 5명으로 시작한 순복음교회는 현재 신도 57만 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한국 교회의 물량주의, 교권주의를 지적하셨습니다.“이 땅에 기독교가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세월이 많이 지나다 보니 교회의 크기와 화려함, 신도 수에 너무 치중하는 면이 있지요. 교회가 커지다 보니 그 안에서 또 자리다툼도 벌어지고요. 교회가 부흥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빈 들에서 당신이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낮게 사셨습니다. 낮아짐, 섬김, 희생이 바로 신앙의 근본 자세지요. 우리가 얼마나 그에 부합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합니다.”―기독교가 처음 왔을 때의 초심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개화기에 민중이 기독교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당시 교회가 가장 낮은 곳에서 진심으로 사람들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 사업은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는 신분과 계급, 남녀의 차이도 없었지요. 그게 진짜 모습인데, 지금 우리 안에는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교권주의 모습도 보이고 있지요. 그래서는 안 되는데….”―사이비 종교의 폐해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저는 우리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낮아짐, 섬김의 모습을 못 보여 준 기성 교회와 이에 실망한 사람들 사이의 틈을 사이비 종교가 파고든 것이죠. 대부분 기성 교회에 다니던 분들이 옮긴 것이거든요. 저도 목사의 한 사람입니다만, 앞으로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기독교가 종교개혁에서 나왔는데 그 개혁 정신을 잊어버리면 안 되지요.”―예를 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요.“미국에 있을 때 보니 미국 교회에는 고등부 대표 장로, 청년 대표 장로도 있더군요. 젊은 사람들,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교회에 고등학생 장로를 두자고 하면 아마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이 어른들 중심이니까요. 제가 재임하는 동안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여의도순복음교회가 창립 65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교회로 남길 바라십니까.“순복음교회가 시작된 1950년대 후반은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울 때였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모든 것을 뜨겁게 바쳤지요. 5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모습이 사람들에게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잃지 않고 사회와 국민 뜨겁게 섬기는 교회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국민과 신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얼마 전에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희망 전도사로 활동해온 이지선 씨가 모교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됐습니다. 제가 그분의 많은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큰 감동을 한 게, 자신은 피해자란 과거에 머물지 않고 꿈과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한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게 되기 때문에 그것과 이별하고 가해자를 용서했다고요. 어떤 절망적인 상황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때 그것에 매여있으면 자꾸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이고 경제·안보적으로도 힘든 시기지만 모든 국민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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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사와 과학 넘나드는 ‘유전학’의 모든 것

    친척 중에 일란성 쌍둥이 동생들이 있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키, 목소리, 행동, 성격까지 정말 똑같았는데, 대부분의 친척은 명절 때마다 늘 “네가… ○○이?”라며 이름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더 신기한 것은 쌍둥이인데도 자라면서 얼굴만 빼고 많은 것이 서로 달라져 갔다는 점이다. 한쪽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왜 다른 한쪽은 안 그런지, 어떤 차이가 그렇게 만드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첫딸이 유전 질환을 갖고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유전의 과거와 미래, 역사, 과학과 유사 과학, 각종 사례 등 모든 것을 들입다 팠다. 유전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까.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와 그 아들 펠리페의 주걱턱 외모를 시작으로, 멘델의 법칙, 우생학,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 등으로 이어지는 유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자의 ‘학구열’ 유전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역사적 과학적 이야기도 풍부하지만,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위적인 유전자 편집에 대한 경고다. 기술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성급한 인간의 욕심에 대한 일침이라고 할까. 저자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삶을 쉽게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배아 유전자를 수정해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그런데도 영리한 아이가 태어나게 하기 위해 얼마의 돈을 써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현상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전은 단지 유전자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문화와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증거로 오늘날 사람들은 100년 전 사람들보다 더 큰데, 이것은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식생활, 의학, 보건 시스템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웃음이 닮았다’라는 제목은 건강하게 태어난 딸의 웃는 모습이 아내의 아기 때 사진과 닮았다는 데서 착안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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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정신은 국태민안… 코로나로 지친 국민 보듬지 못해 죄송”

    “국민의 어려움을 불교가 과연 얼마나 함께 나눴는지 자성하려고 합니다.”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에 지난달 18일 당선된 상진 스님은 지난 3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국민에게 종교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상진 스님을 경기 양주시 청련사에서 1일 만났다. 스님은 “경제, 안보 문제로 어려운 시기에 불교가 국민을 보듬어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진 스님은 1991년 철화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2011년 혜초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마산 원각사 주지, 태고종 총무원 문화부장·교무부장, 중앙종회의원, 양주 청련사 주지를 지냈다. ―‘새로운 불교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매일 드리는 예불부터 법회, 각종 재(齋)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근본 정신은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달라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과거 나라가 어렵고 중생이 힘들 때면 스님들이 나서서 국태민안의 재를 지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지면서 우리 스스로도 그런 정신이 조금 약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입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경을 읊었지만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읊은 것은 아닌지…. 그 참된 정신을 다시 찾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당선 소감에서 공명정대하게 종단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종단 내부의 갈등이 심했다. 밖에서 보면 ‘중들이 왜 저러나’ 싶겠지만 스님들도 사람이다 보니…. 그러다 보니 태고종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우리 스스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연꽃처럼 맑은 향내가 사방에 퍼지는 불교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하겠다.” ―태고종 문화유산 보존·확산을 공약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불교 의식이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 일제강점기 사찰령 등으로 점차 쇠퇴했다. 그런 가운데도 국가 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봉원사 영산재(靈山齋),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6호인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 광주 무형문화재 제23호인 광주 법륜사 영산재, 경남 창원 백운사의 ‘아랫녘 영산재’ 등 사라질 뻔한 불교 전통 의식을 계승해온 게 태고종이다. 현재는 봉원사 영산재만 국가무형문화재로 돼 있는데, 다른 불교 의식들도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려고 한다.” ―영산재는 어떤 의식인가. “석가모니가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파할 때 모습을 재현한 의식인데, 영혼이 극락으로 가도록 비는 천도재 중 가장 크고 대표적인 재다. 불교 음악인 범패와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의 불교 무용에 괘불이란 미술까지 더해진 종합 예술로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말할 수 없이 높다.” ―국민과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생의 업이 지금을 만들었듯이 지금 하는 생각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현재와 미래를 만든다. 욕심을 줄이고 함께 나눔을 실천해 나간다면 스스로는 행복하고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이것이 불교가 함께 이뤄 나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양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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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힘듦을 불교가 과연 얼마나 함께 나눴는지…”

    “국민의 힘듦을 불교가 과연 얼마나 함께 나눴는지 자성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18일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상진 스님(사진)은 지난 3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국민에게 종교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1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과 국가를 떠난 종교란 있을 수 없다”라며 “경제적, 안보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불교가 힘든 국민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상진 스님은 1991년 철화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2011년 혜초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마산 원각사 주지, 태고종 총무원 문화부장·교무부장, 중앙종회의원, 양주 청련사 주지를 지냈다.―새로운 불교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매일 드리는 예불부터 법회, 각종 재(齋)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근본 정신은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은 편안하게 해달라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과거에 나라가 어렵고 중생이 힘들 때면 스님들이 나서서 국태민안의 재를 지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지면서 우리 스스로도 그런 정신이 조금 약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입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경을 읊었지만,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읊은 것은 아닌지…. 그 참된 정신을 다시 찾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당선 소감에서 공명정대하게 종단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종단 내부에 갈등이 심했다. 밖에서 보면 ‘중들이 왜 저러나’ 싶겠지만 스님들도 사람이다 보니…. 그러다 보니 태고종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세간에서 말하는 의전 서열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연꽃처럼 맑은 향내가 사방에 퍼지는 불교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하겠다.”―태고종 문화유산 보존·확산을 공약했던데.“삼국시대부터 이어온 불교 의식이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 일제강점기 사찰령 등으로 점차 쇠퇴했다. 그런 가운데도 국가 무형문화재 제5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인 봉원사 영산재(靈山齋),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6호인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 광주 무형문화재 제23호인 광주 법륜사 영산재, 경남 창원 백운사의 ‘아랫녘 영산재’ 등 사라질 뻔한 불교 전통 의식을 계승해온 게 태고종이다. 현재는 봉원사 영산재만 국가 무형문화재로 돼 있는데, 다른 불교 의식들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려고 한다.”―영산재는 어떤 의식인가.“석가모니가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파할 때 모습을 재현한 의식인데, 영혼이 극락으로 가도록 비는 천도재 중 가장 크고 대표적인 재다. 불교 음악인 범패와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의 불교 무용에 괘불이란 미술까지 더해진 종합 예술로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말할 수 없이 높다. 예수시왕생칠재는 전생의 업을 참회하는 의식이다.”―국민과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설법 때 늘 ‘진실을 느끼면 행하라’고 강조한다. 또 꼭 필요한 곳에 쓰임을 받는 구성원이 돼달라고 당부한다. 전생의 업이 지금을 만들었듯이 지금 하는 생각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현재와 미래를 만든다. 욕심을 줄이고 함께 나눔을 실천해 나간다면 스스로는 행복하고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가 함께 이뤄나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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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난민 100명 구출… 더 못구해 아쉬워”

    “더 많은 아프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쉽지요….” 2021년 8월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인권은 고사하고 생명조차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땅이 된 아프가니스탄. 국제 비정부기구(NGO) 힘펀드 월드와이드(HEME fund Worldwide) 대표인 재미교포 서우석 선교사(55)는 이때부터 100명이 넘는 아프간 사람들을 국외로 탈출시켜왔다. 지난달 20여 명을 브라질로 탈출시킨 뒤 잠시 한국을 찾은 그는 2일 “미군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을 때 만난 한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래 미군 출신인가. “2008년 40세에 뒤늦게 미군에 입대한 후 이듬해 의무병으로 아프간에 파병됐다. 하루는 한 할아버지가 맨발로 부대를 찾아왔는데, 염증으로 발이 피범벅이었다. 치료는 해줬지만, 경황이 없다 보니 맨발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도 신발을 챙겨줄 생각을 못 했다. 그게 마음에 걸려 현지에서 의료봉사, 문맹 퇴치 운동 등을 했는데, 미국에 돌아온 후 내가 너무 일시적인 도움만 주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2010년 힘펀드를 설립하고 아프간 돕기에 나섰다. 2014년 제대한 후 미국 고든 콘웰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다녔고, 그때부터 아프간에 재봉 기술을 가르쳐주는 직업기술학교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아프간에서 사역했다.” ―아프간 난민 구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탈레반이 점령하면서 나와 함께 일했던 직업기술학교 사람들, 학생들이 굉장한 위험에 처하게 됐다. 내가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한 것도 아니고 단지 직업기술학교일 뿐인데도 그런 걸 따지지 않았다. 각국 대사관과 여러 구호단체에 이들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성사가 안 됐다. 오죽하면 돈을 받고 탈출시켜주는 전직 네이비실 군인들에게까지 부탁했을까. 자칫 죽을 수도 있는 그 사람들을 구할 방법은 내가 직접 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아프간 난민 100여 명을 탈출시켰다. “직업기술학교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다. 한 번에 모두 탈출시킬 수는 없어서 되는 대로 20∼30명씩 1년 8개월에 걸쳐 먼저 파키스탄으로 빼낸 뒤 브라질로 보냈다.” ―탈출시킨 사람들을 왜 브라질로 보냈나. “수많은 나라에 난민 요청을 했지만, 주파키스탄 브라질대사관만 탈출 비용부터 브라질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비, 도착해서 6개월간 정착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우리가 대는 조건으로 특별 난민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다행히 힘펀드 취지에 공감해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첫 탈출을 성공시킨 후 브라질에 이들이 거처할 곳을 마련해야 했는데 정말 막막했다. 아는 브라질 사람 한 명 없었으니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지인이 브라질 인권변호사를 알려줬고, 그가 다시 브라질 선교단체를 연결해줬다. 그런 연결이 브라질 펩시콜라 전 대표까지 이어졌고, 그가 자기 소유의 리조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을 못 하고 있으니 5년 동안 무상으로 쓰라고 빌려줬다. 그 덕분에 탈출한 난민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는 잠비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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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글로리’식 학폭 복수, 치유에 도움 안돼”

    한국 사회에서 학교폭력은 ‘만연됐다’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최근에는 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를 최근 출간한 제니퍼 프레이저(사진)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괴롭힘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캐나다의 교사인 그가 아들이 겪은 학교폭력을 계기로 괴롭힘과 폭언이 피해자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리기 위해 쓴 일종의 ‘고발서’다. ―아들은 지금 어떤가.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아들(몽고메리)은 의지가 강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학교에 다녔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각종 거짓말과 조작에서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담과 운동도 병행했다. 아들은 지금 건강하고, 영화계에서 카메라 촬영자로 일하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은 학대한 교사만이 아니었다. 학교 행정관들과 공무원들에게도 ‘배신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들은 이미 1년 전에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았고, 심지어 은폐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인 복수가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복수에 대한 열망은 이해하지만, 치유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뇌 과학을 공부하면서 안 것은,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를 가할 때 자신의 뇌도 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을 괴롭혔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로 인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왜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더 심각해질까. “어른들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들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고 자란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그런 나쁜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나는 이 위선이 학교폭력, 괴롭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괴롭힘과 학대를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문제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우리의 뇌는 선천적으로 (상처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적절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어떤 괴롭힘을 겪었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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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의 체벌은 훈육? 어른들의 위선이 학교 폭력 양산해”

    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은 이제 ‘만연됐다’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 급기야 최근에는 고위공직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낙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를 출간한 제니퍼 프레이저(사진)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 괴롭힘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교사인 그가 아들이 겪은 학교 폭력을 계기로 괴롭힘과 폭언 등이 피해자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리기 위해 쓴 일종의 ‘고발서’다.―아들은 지금 어떤가.“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아들(몽고메리)은 의지가 강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학교에 다녔다. 우리 가족은 몽고메리가 어떻게 학대받았는지 알기 위해 그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각종 거짓말과 조작에서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담과 운동도 병행했다. 아들은 지금 건강하고, 영화계에서 카메라 기사로 일하고 있다.”―치료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아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은 학대한 교사만이 아니었다. 학교 행정관들과 공무원들에게도 ‘배신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들은 이미 1년 전에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았고, 학부모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은폐했다. 특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암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인 복수가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복수에 대한 열망은 이해하지만, 치유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뇌 과학을 공부하면서 안 것은, 누군가를 괴롭히고 가해할 때 자신의 뇌도 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을 괴롭혔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로 인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하면 후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뇌에 상처를 주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왜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더 심각해질까.“어른들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들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고 자란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그런 나쁜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나는 이 위선이 학교폭력, 괴롭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 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괴롭힘과 학대를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문제다. 뒷받침할만한 연구는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어떤 아이가 친구를 막대기로 때리고 다치게 하면 학교 폭력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면 훈육이라고 둘러댄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였다는 식으로. 위선이 보이지 않나? 교사끼리 벌어졌다면 범죄인데 말이다.”―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우리의 뇌는 선천적으로 (상처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적절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어떤 괴롭힘을 겪었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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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불교 대각개교절 기념식 열려

    원불교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4월 28일) 기념식이 28일 오전 10시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을 비롯한 국내외 1000여개 교당과 기관에서 열렸다. 기념식에서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전산 종법사는 “원불교는 100여 년의 교단 창립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일제 식민 통치의 억압과 한국전쟁 등 여러 고통과 혼란의 격변기를 겪었으나, 이제는 오대양 육대주에 법음을 전하는 기적 같은 교단사를 이뤄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대신한 축사에서 “원불교 교도들이 이웃의 고통을 보듬어 주듯 정부 역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각개교절은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1891∼1943)의 깨달음과 개교(開敎)를 기념하는 원불교 최대 경축일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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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쏟아지는 천년고찰서 차담… 산책길엔 쉼표 하나

    “다섯 손가락이 연꽃잎처럼 서로 밀착되게 손바닥을 붙이시고요, 팔목은 명치 근처에 오게 올리고 합장해주세요.”(직지사의 한 스님)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마음이 쉬어갈 만한 곳으로 템플스테이만 한 것이 또 있을까. 25일 기자가 찾은 곳은 경북 김천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직지사(直指寺).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사찰이다.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도 화상이 창건한 천년 고찰로 사명대사가 출가한 곳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다녀간 뒤에는 BTS 팬클럽 ‘아미’의 성지가 됐다. 직지사는 체험형(금·토, 일·월요일 1박 2일)과 숙박 기간에 관계없는 휴식형(월요일 제외)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체험형은 예불, 스님과의 차담, 108배 및 연등 만들기, 사찰 산책, 명상 체험 등을 하고, 휴식형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원할 경우 저녁 또는 새벽 예불을 드리거나 걷기 명상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종류 모두 사찰 관람으로 시작된다. 오랜 역사만큼 경내에는 대웅전(보물), 대웅전 앞 동서삼층석탑(보물),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등 볼거리가 많다. 전명자 문화관광해설사는 “문화재 외에도 직지사는 사명대사 명상길 등 울창한 소나무와 산수유, 철쭉, 개나리, 목단 등이 어우러진 정갈하고 운치 있는 산책길이 일품”이라며 “오랜 세월 큰스님들이 공들여 가꿨다”고 말했다. 스님과의 차담은 템플스테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밤은 깊어가고, 비도 내리고, 방 안 가득한 차향에 취해 조심스레 선문답을 던졌다. “친한 후배가 저를 서운하게 했는데, 분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스님이 조용하게 답했다. “후배가 서운하게 한 건 시주님 의도와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되갚아줄까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술을 먹고 혹여 가족에게 화풀이라도 하게 되면 이건 모두 시주님이 스스로 만든 일입니다. 후배를 미워하는 게 결국 자신을 괴롭히고, 고통을 확대하는 걸로 이어지는 거죠. 그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내 행복을 위해 쓸지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음 날 새벽 예불에 참석했다. 예불은 새벽 4시 반에 30분 동안 한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아직은 쌀쌀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예불 소리에 맞춰 절을 하는데 10번이 넘어가자 금방 땀이 나고 다리가 펴지지 않는다. ‘스님, 휴식형이라면서요….’ 아침 공양은 죽. 가끔 찰밥과 미역국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날은 스님들이 머리 깎는 날이라고 한다. 직지사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도 제공한다. 이달 초 미국 ABC 방송국 TV 드라마 ‘더 루키’ 총괄 프로듀서인 미셸 채프먼이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 채프먼은 사찰의 매력에 반해 직지사의 아름다움과 사찰음식을 다룬 프로그램을 두 편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휴식형은 물론이고, 체험형도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경내를 다니며 자연 풍경과 사찰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다. 오가며 만나는 스님들과의 대화는 덤. 직지사 바로 아래에는 직지문화공원, 사명대사 공원이 있다. 야경이 특히 일품이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산책 삼아 슬슬 내려와 걷다 보면 템플스테이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과 프로그램 및 예약은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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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 고찰서 스님과의 차담… RM도 다녀간 직지사 템플스테이

    “다섯 손가락이 연꽃잎처럼 서로 밀착되게 손바닥을 붙이시고요, 팔목은 명치 근처에 오게 올리고 합장해주세요.”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마음이 쉬어갈 만한 곳으로 템플스테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25일 기자가 찾은 곳은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대한불교조계종 직지사(直指寺·경북 김천).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도 화상이 창건한 천년 고찰로 사명대사가 출가한 유서 깊은 곳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다녀간 뒤에는 BTS 팬클럽 ‘아미’의 성지가 됐다.직지사는 체험형(금·토, 일·월 1박 2일)과 숙박 기간과 관계없는 휴식형(월요일 제외)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체험형은 예불, 스님과의 차담, 108배 및 연등 만들기, 사찰 산책, 명상 체험 등을, 휴식형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원할 경우 저녁 또는 새벽 예불을 드리거나 걷기 명상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종류 모두 사찰 관람으로 시작되는데, 오랜 역사만큼 경내에는 대웅전(보물 제1576호), 대웅전 앞 동서삼층석탑(보물 제606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제208호) 등 볼거리가 많다. 전명자 문화관광해설사는 “문화재 외에도 직지사는 사명대사 명상길 등 울창한 소나무와 산수유, 철쭉, 개나리, 목단 등이 어우러진 정갈하고 운치 있는 산책길이 일품”이라며 “오랜 세월 큰 스님들이 공들여 가꾼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한창 설명을 듣는데 옆을 보니 웬 소녀가 함께 듣고 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아미’란다. 스님과의 차담은 템플스테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밤은 깊어져 가고, 비도 내리고, 방 안 가득한 차향에 취해 건방지게 선문답을 던졌다.“친한 후배가 저를 서운하게 했는데, 분해서 못 견디겠습니다.”“후배가 서운하게 한 건 시주님 의도와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되갚아 줄까 생각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화가 난다고 술을 먹고 그러다 울컥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화풀이라도 하게 되면 이건 모두 시주님이 스스로 만든 일입니다. 후배를 미워하는 게 결국 자신을 괴롭히고, 고통을 확대 재생산하는 걸로 이어지는 거죠. 차라리 그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내 행복을 위해 쓸지를 생각하는 쪽으로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부처님을 뵙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생각해보니 되갚아줄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에 옮길 방법은 없다. 그러면서도 늘 그 생각에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으니…. 말이 나온 김에 예정에는 없었지만, 다음 날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로 했다.아침 예불은 새벽 4시 반에 30분 동안 이뤄진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아직은 쌀쌀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예불 소리에 맞춰 부처님께 절을 하는데 10번이 넘어가자 금방 땀이 나고 다리가 펴지지 않는다. ‘스님, 휴식형이라면서요….’ 아침 공양은 죽. 가끔 찰밥과 미역국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날은 스님들이 머리 깎는 날이라고 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머리를 깎아 빠진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속설이 있다. 직지사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 ABC 방송국 TV 드라마 ‘더 루키(The Rookie)’ 총괄 프로듀서인 미셸 채프먼이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사찰의 매력에 반해 직지사의 아름다움과 사찰음식 등 두 편을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특정 종교시설에서 하는 거라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템플스테이는 아주 쉽게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휴식형은 물론이고, 체험형도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경내를 다니며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천년 사찰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다. 오가며 만나는 스님들과의 대화는 덤. 직지사 바로 아래에는 직지문화공원, 사명대사 공원 등이 조성돼있는데 야경이 일품이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산책 삼아 슬슬 내려와 걷다 보면 템플스테이가 주는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조계종에서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사찰과 프로그램 및 예약은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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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의 언어 능력마저 넘보는 AI… 최후의 승자 누굴까

    살다 보면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던 것에 대해 어쩌다 궁금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게 만든다. 우리가 늘 쓰는 이 ‘언어’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진화의 유구한 세월 속에 왜 인간만이 언어라는 독특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됐을까.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인간은 언어라는 자신만의 고유 능력에서도 기계에 밀리지 않을까. 그 뒤는? 저명한 언어 인지과학자와 인지심리학자 두 사람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언어의 기원에 대한 탐구에 나섰다. 저자들은 언어가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독창성이 오랜 세월 축적돼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몸짓으로 의미를 맞추는 제스처 게임처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또는 우연한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음성에도 적용된다. 어떠한 몸짓도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만을 이용해 ‘칼’ ‘물’ ‘호랑이’ 같은 명사는 물론이고 ‘요리하다’ ‘사양하다’ ‘자르다’ 같은 동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실험을 했더니 참가자들이 수많은 반복과 시행착오를 거쳐 일정한 패턴의 소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물은 보글보글 소리로, 호랑이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표현하는 식이다. 칼은 ‘휙’ 하는 소리로 표현했는데, ‘휙’ 소리를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자르다’라는 동사를 표현해냈다. 이런 방식이 오랜 세월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고 의미를 넓히고 다수가 사용하면서 언어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 언어 덕분에 자신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동물들을 제치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어떤 식으로든 “함께 창을 던지자”라는 의사를 전달할 수 없었다면 혼자서는 거대한 매머드를 잡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신체적 능력에서 도저히 기계를 이길 수 없는 인간이, 만약 언어 능력까지 인공지능에 뒤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스티븐 호킹(1942∼2018)이 BBC 테크놀로지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대로 종국에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체될까? 저자들이 소개한 헤밍웨이의 에피소드는 이 질문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단어 6개로 자신들을 울릴 수 있는 소설을 쓰면 돈을 주겠다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헤밍웨이는 즉석에서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아기 신발 팝니다. 신은 적 없음)이라고 썼다. 이 짧은 글에서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를 연상하고, 누군가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신발을 준비한 부모의 마음을 떠올릴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너무 가난해서 죽은 아기의 신발마저 팔 수밖에 없는 부모를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과거의 대화와 경험, 세상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유추해보는 풍부한 은유적 과정을 생략한 채, 단어의 열과 열을 통계적으로 짝짓기하는 기계적인 작업만 수행했다. 그 결과 이 문장을 단순한 상품 판매 광고로 해석했다. 언어의 기원에 대한 탐구가 의외로 터미네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희망을 주니 참 놀랍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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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지는 종교 떠나 행복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지침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입니다.”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12일(현지 시간) 개막한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의 백미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다. 직지 실물이 공개된 것은 1973년 이후 50년 만이다. 프랑스에서 직지와 한국불교의 인쇄문화유산을 강연한 대한불교조계종 범종 스님(총무원 사회부장·사진)은 귀국 뒤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지(直指)는 ‘마음을 바르게 보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뜻”이라며 “특정 종교 여부를 떠나 인류를 행복한 삶으로 안내해 주는 훌륭한 지침서”라고 말했다. ―수많은 불교 서적 중 직지를 선불교의 자부심으로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에는 법맥(法脈)이라는 게 있다. 깨달은 법을 전하는 계보를 말하는데 인도에서는 이 법맥이 석가모니부터 시작해 28조(祖)인 달마(보리달마·菩提達磨)로 이어졌다.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선종 법맥이 생겼고, 우리나라에도 전승돼 고려 때 지공 선사(?∼1363), 나옹 선사(1320∼1376)로 계승됐다. 지공 선사의 제자 중 한 명이 직지를 편찬한 백운 스님(1298∼1374)이다. 직지는 바로 이 정통 법맥을 이은 책이다.” ―강연을 직지 내용이 아닌 심우도(尋牛圖) 설명으로 시작했던데….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를 야생 소를 길들이는 과정으로 비유해 그린 그림이다. 여기서 소는 누구에게나 있는, 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불성(佛性)을 말한다. 심우(尋牛)는 그 소를 찾기 위해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헤매다가 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발견), 견우(見牛·소를 발견), 득우(得牛·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등으로 이어진다. 바로 직지 내용부터 설명하면 프랑스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쉽게 접근하려고 그림으로 설명했다.” ―프랑스인들은 어떤 점을 궁금해했나.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면서도 왜 금속활자보다 목판 인쇄가 더 많이 발달했냐고 묻더라.” (이유가 뭔가?) “한자 문화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문자는 26자이고 그걸 조합해 쓰기 때문에 활자를 만들기 쉽다. 반면 한자는 수만 자에 이른다. 그 많은 글자를 하나하나 주물로 만들어 쓰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아, 그리고 직지 상권이 한국에 남아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금속활자본은 상·하권 중 하권만 남아 있다고 알려졌는데…. “2007년 국내 도굴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도굴꾼 하나가 수감 중에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각각 서울 봉원사와 경북 안동 광흥사의 복장유물(불상 등의 내부에 안치한 유물)이었던 직지 상권 두 권을 자신이 과거 훔쳤다는 주장이다. 당시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그걸 전해 들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절도 자체는 확인이 됐는데, 절에서도 피해를 당하기 전까지는 (불상 안을) 열어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조사했는데 아직도 실체가 확인된 건 없다.” ―프랑스 강연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직지와 인연이 있나. “지금 광흥사 주지가 전데…. 하하하. 당시에도 광흥사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가서 증언도 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직지에 관해 공부도 하게 됐고…. 그런 인연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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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종 스님 “‘직지’는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입니다”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입니다.”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이 열렸다.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의 백미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 직지 실물이 공개된 것은 1973년 이후 50년 만이다. 현지에서 직지와 한국불교의 인쇄문화유산을 강연한 대한불교조계종 범종 스님(총무원 사회부장)은 “직지(直指)는 ‘마음을 바르게 보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뜻”이라며 “특정 종교 여부를 떠나 인류를 행복한 삶으로 안내해주는 훌륭한 지침서”라고 말했다. ―불경은 물론이고 수많은 불교 관련 책 중에 직지를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이라고 꼽은 이유는….“불교에는 법맥(法脈)이라는 게 있다. 깨달은 법을 전하는 계보를 말하는데 인도에서는 이 법맥이 석가모니부터 시작해 28조(祖)인 달마(보리달마·菩提達磨)로 이어졌다.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선종 법맥이 생겼고, 우리나라에도 전승돼 고려 때 지공 선사(?~1363), 나옹선사(1320~1376)로 계승됐다. 그 지공 선사의 제자 중 하나가 직지를 편찬한 백운스님(1298~1374)이다. 직지를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정통 법맥을 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강연을 직지 내용이 아닌 심우도(尋牛圖)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던데….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를 야생 소를 길들이는 과정으로 비유해 그린 그림이다. 여기서 소는 누구에게나 있는, 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불성(佛性)을 말한다. 심우(尋牛)는 그 소를 찾기 위해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헤매다가 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발견), 견우(見牛·소를 발견), 득우(得牛·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등으로 이어진다. 바로 직지 내용부터 설명하면 프랑스 청중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쉽게 접근하려고 그림으로 설명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당신은 몇 단계인가) “하하하.”―프랑스 청중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든가. 질문도 받았을 텐데….“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면서도 왜 금속활자보다 목판 인쇄가 더 많이 발달했냐고 묻더라.” (이유가 뭔가) “한자 문화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문자는 26자고 그걸 조합해 쓰기 때문에 활자를 만들기 쉽다. 반면 한자는 수만 자에 이른다. 그 많은 글자를 하나하나 주물로 만들어 쓰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만약에 고려 시대에 한글이 있었다면 우리가 서양보다 더 금속활자 문화가 꽃피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혹시 직지 상권이 한국에 남아있냐는 질문도 있었다.”―상·하권 중 하권만 남아있다고 알려졌는데…. “2007년 국내 도굴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도굴꾼 하나가 수감 중에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각각 서울 봉원사와 경북 안동 광흥사의 복장유물(불상 등의 내부에 안치한 유물)이었던 직지 상권 2권을 자신이 과거 훔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좀 기사화가 됐는데 그걸 전해 들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게 절도 사실은 확인이 됐는데, 절에서도 피해를 당하기 전까지는 열어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조사했는데 아직도 실체가 확인된 건 없다.”―프랑스 강연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직지와 연이 좀 있나.“그 광흥사 주지가 전데…. 하하하. 당시에도 광흥사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나가 증언도 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직지에 관해 공부도 하게 됐고… 그런 인연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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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달 4일부터 사찰 문화재 관람료 폐지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이 다음 달 4일부터 전국 65개 사찰에서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고 무료로 개방한다. 이는 국가지정문화재의 민간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개정 문화재보호법 시행에 따른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 폐지 따른 비용은 정부가 보조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41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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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열암곡 마애불 ‘천년의 미소’ 화상으로 먼저 공개”

    올해 대한불교조계종의 가장 큰 숙원 사업 중 하나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바로 모시기’다. 2007년 5월 경주 남산 기슭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된 80t 무게의 이 불상은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과 파손 우려 탓에 지금까지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조계종이 ‘마애불 바로 모시기’를 종책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조계종은 지난달 28일 특별기도 입재식을 시작으로 14일 열암곡 마애불상 학술대회, 19일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 등 본격적인 입불(立佛) 대장정에 나선다. ‘열암곡 마애불 바로 모시기’ 공동추진단장인 탄원 스님(총무원 문화부장)은 11일 “최종 입불은 2025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애불이 엎어져 있는 탓에 옆모습밖에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최종 입불 전이라도 첨단 장비를 이용해 부처님 존안만이라도 먼저 화상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천 년 전 부처님의 미소가 어떤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 촬영한 자료가 있을 것 같아 문화재청에 요청한 상태인데, 만약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려고 한다.” ―입불 과정은 어떻게 되나. “8월경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들어간다. 그 뒤에는 똑같은 크기와 무게의 모형을 만들어 비슷한 장소에서 실제로 들어 올리는 실사 시뮬레이션도 여러 차례 할 계획이다. 마애불이 있는 곳은 35∼45도에 이르는 급경사고, 이 때문에 중장비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 불상이 화강암 재질이라 작은 충격에도 부서질 수 있다. 만에 하나 한 점의 손상이라도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에 완벽히 하느라 시간은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사 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던데…. “마애불이 있는 경주 남산은 국가사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작업을 위해 텐트 하나 치는 것까지 허가받아야 한다. 문화재 복원도 중요하지만 남산 보존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도 마애불 바로 모시기에 적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자연환경과 문화재를 보호하면서 원형 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입불 후 마애불은 어디에 있게 되나. “박물관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문화재는 있던 자리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고…. 단지 떨어져 나왔던 원 장소에 붙이는 것은 어려울 테니, 현재 있는 곳 근처에 지진 등 피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모셔야 할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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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지’에 담긴 뜻은 “마음을 바르게 깨달으라”

    “법성(法性)은 본래부터 둥글고도 밝으니 병이 나았는데 왜 약에 집착하는가.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면 고요하고 맑고 상쾌하리라.” 프랑스 파리에서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직지’의 내용 중 일부다. 직지의 전체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고려 말 백운 스님(1298∼1374)이 가려 엮은 ‘직지심체’의 요약본이라는 뜻이다. 직지심체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으면 그 심성이 곧 부처라는 의미다. 직지는 선종(禪宗) 역대 조사(祖師)의 어록 등을 간추린 내용과 무심선(無心禪)이라는 선 수행법을 담고 있다. 무심선이란 분별에 물들지 않고, 시비와 선악에 동요되지 않는 마음인 무심을 도의 본체로 보는 선관(禪觀)이다. 이번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전시를 위해 펼쳐 놓은 장은 154장 지공(誌公) 화상의 14과송(科頌) 중 4번째 이사불이(理事不二·이치와 현상은 둘이 아니다), 5번째 정란불이(靜亂不二·고요함과 산란함은 둘이 아니다), 6번째 선악불이(善惡不二·선과 악은 둘이 아니다)를 담고 있다. 이 중 정란불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란을 피하고 고요함을 구하니, 밀가루를 버리고 떡을 구하는 것과 같네. 떡은 본래 밀가루에서 생겨났는데, 만드는 사람 따라 다양하게 변하네. 번뇌가 곧 보리이고, 마음이 없으면 경계 또한 없는 것이요, 생사가 열반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성냄은 아지랑이나 그림자와도 같네. (후략)’(동국대 동국역경원 번역)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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