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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폭력을 일으키고 때로는 평화를 알선하며, 가난한 이들의 위안이자 가난의 원인이기도 한 모순덩어리”가 있다. 바로 술이다. 신간은 이처럼 술이 인류에게 미친 방대한 역사를 풀어냈다. 단어의 유래와 숨은 뜻을 연구하는 데 천착해 온 작가가 썼다. “인간은 술을 마시도록 진화해 왔다”는 주장으로 시작되는 대서사는 고대 이집트와 중세 유럽, 근대 미국 등으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폭넓게 망라한다. 약 1만 년에 달하는 역사를 짚지만 지루하지 않다. 수다쟁이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듯 경쾌하고 위트 있는 문체가 강점이다. 기원전 1300년경 고대 이집트인이 남긴 ‘과음 후 토하는 여성’ 벽화, ‘인간의 인격을 시험하기엔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적합한 것이 없다’는 플라톤의 말 등 눈길 끄는 자료들을 다채롭게 활용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책은 아니다. 그동안 역사서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조명한다는 의미가 크다. 20세기 미국 금주법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운동도, 알코올을 반대하는 운동도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가정폭력과 가난의 위험에 놓인 여성들이 살룬(미 서부의 술집)에 반대하고 남편의 ‘맨 정신’을 염원한 진보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술의 제조법이나 멋있게 마시는 법 등을 주로 다루는 ‘술 책’들과는 색다른 지적 충족감도 준다. ‘불콰한 시골 사람들이 여관 선술집에 모여 거품 가득한 맥주를 들이켠다’는 중세풍 콘텐츠의 전형성을 깨는 대목이 그렇다. 저자는 “오늘날 고급 호텔과 동격인 여관이 시골에 존재하기란 불가능했고, 선술집은 와인을 파는 곳이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주장이 다수 제기되지만 근거가 살짝 빈약한 점은 아쉽다. 저자는 “기원전 9000년경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유는 식량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술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맥주는 빵보다 만들기 쉽다’는 등의 논리를 들지만, 과학적인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운동장에서 맘껏 뛰는 아이들을 보기 어려운 시대다. 학교 체육이 붕괴됐다는 우려가 나온 지도 오래다. 146개 국가의 청소년(11∼17세) 운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세계보건기구 2016년) 한국은 가장 운동 안 하는 나라로 꼽혔지만 상황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생활체육이 ‘실종’된 지금의 현실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채널A 특별기획 3부작 다큐멘터리 ‘오징어 게임이 사라졌다’가 8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된다. 첫 회에선 체육 활동이 부족한 청소년의 현실을 짚고 학교·지역사회·공공기관이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다룬다. 대한양궁협회와 손잡고 양궁 수업을 개설한 경북 칠곡군 학림초등학교 등 체육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려는 다양한 사례를 보여 준다. 15일 2회에서는 성별, 체격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즐기기 좋은 ‘뉴 스포츠’를 소개한다. 무겁고 딱딱해 부상 위험이 있는 핸드볼 공을 말랑말랑한 스펀지 재질로 바꾼 ‘핸볼’ 등을 보여 주며 보급형 체육 활동의 필요성을 짚는다. 22일 마지막 회에서는 장애 아동 등 체육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 꿈나무 특기 장려금’을 비롯한 여러 스포츠 교육 정책에 대해 알아본다. 진행과 내레이션은 배우 박재민(사진)이 맡았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학사, 미 조지타운대 대학원 석사, 서울대 대학원 박사(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학)를 거친 연예계의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가다. 그는 “스포츠 활동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분법적 시선이 만연하다. 그러나 체육과 공부는 상호 대립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라며 “건강과 스포츠에 관한 사회적 재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1부에 등장하는 고등학생 최주은 양이 학교에 농구부 개설을 건의하고 체육 교사가 이를 적극 지지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남 채널A PD는 “특별한 도구 없이도 운동장에서 뛰놀던 시절의 놀이문화를 요즘 아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체육 활동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관객 눈앞에 깜깜한 무대 대신 대파, 옥발토마토 등 푸릇한 토종 작물이 펼쳐졌다. 제작진이 두 달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직접 가꾼 텃밭이다. 관객은 지급된 스마트폰의 안내에 따라 극장 로비에서 텃밭으로,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여정의 끝인 극장으로 입장한 이들은 천장에 달린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환을 ‘감각’했다. 1,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이동형 연극 ‘극장 앞 텃밭, 텃밭 뒤 극장’이다. 만약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을 본 적 없는 세대가 나타난다면 연극은 무엇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형태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들이 최근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다음 달 3∼11일 서울 성동구 우란2경에서 공연되는 연극 ‘디망쉬’는 기괴한 느낌의 인형과 신체극, 영상 매체 등을 다채롭게 결합해 기후 문제를 은유한다. 한 가족이 자연재해에 부닥치며 벌어지는 사건과 지구의 종말을 기록하는 취재진의 여정을 교차시키며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펼친다. 지난달 23∼29일 서울 대학로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된 연극 ‘가덕도를 아십니까?’에는 전문 배우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자, 활동가 등이 무대에 올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꼬집었다. 공연계가 이처럼 열띠게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극장 앞 텃밭…’의 전윤환 연출가는 “기후위기에 대해 여전히 ‘머나먼 재난’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을 통해 숫자나 이론이 아닌 감각을 사용할 때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를 아십니까?’의 이성직 연출가는 “각자 놓인 상황에 따라 신공항 건설이 자신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연기와 관련 없는 출연진이 무대에 오름으로써 관객도 연관성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망쉬’를 기획한 김혜리 우란문화재단 PD는 “환경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만을 내세우기보단 독특한 표현 방식이 대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백인 무용수가 살풀이 곡조에 맞춰 한발 한발 예사롭지 않은 발 디딤새를 뽐낸다. 곱게 빗어 넘긴 백발의 쪽머리에 비녀를 꽂은 그는 아쟁 선율에 따라 빙글빙글 돌며 미색 치마저고리를 부풀리고, 하얀 수건으로 호를 그려 살(煞)을 신명 나게 풀어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일이관지―조선춤방Ⅱ’에서 미국인 무용가 메리 조 프레슬리(사진)가 춘 ‘아쟁살풀이’의 한 장면이다. 이민 3세 한국계 미국인 전수생 2명과 무대에 올라 ‘한국인의 정서’인 한(恨)을 춤으로 담아낸 것.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각광받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한국무용을 추는 무용가들과 전승자들이 춤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디아스포라 춤은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프레슬리는 하와이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무용가로 활동한 한라함(본명 배용자·1922∼1994)의 제자이자 하와이대 한국무용과 강사다. 부산에서 태어난 한라함은 1948년 하와이 이민자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국무용을 알리는 데 헌신했다. 프레슬리는 “어린 시절과 여생을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보낸 한라함 선생은 생전 그리움을 춤으로 담아냈다”며 “특히 그가 말년에 안무한 ‘도살풀이춤’에는 이방인으로서의 애환이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들 춤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고 합쳐진 각 전통무용의 ‘원형’을 간직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옌볜은 한국 근대무용의 효시로 여겨지는 무용가 최승희의 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 무용가 박용원(1930∼1992)을 중심으로 그 제자 최미선 등이 계보를 잇고 있다. 박용원은 1950년대 최승희무용단, 옌볜예술대 등에서 활동하며 전통무용 확산에 힘썼다. 이처럼 원형을 보전하려는 의지는 이민자들의 지리적, 문화적 고립에서 비롯했다. 프레슬리는 “하와이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다른 주보다 규모가 작고 고립돼 있어 초기 이민자들은 춤과 음악을 지킴으로써 고국과 연결되고 문화적 자긍심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최미선은 “옌볜예술대 등 민족 교육기관을 설립하며 해외에서 민족 예술을 지키려던 과거 조선인들의 디아스포라적 노력이 원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오디션만 100번 넘게 떨어졌어요. 대본 리딩을 하다 잘린 적도 있죠. ‘선재’ 역할도 다른 배우들이 거절했기에 제게 왔죠. 그렇게 어렵게 만난 선재가 제 인생 캐릭터가 됐네요.”배우 변우석(33)은 최근의 ‘선재앓이’ 현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첫 드라마 이후 8년 만의 작품이었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주인공 류선재 역을 맡은 그는 최근 가장 핫한 배우가 됐다. 종방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89cm의 큰 키와 촉촉한 눈빛, 입가에 언뜻언뜻 맴도는 미소가 ‘비현실적’으로 융합된 매력적인 배우였다.드라마는 과거 자신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준 톱스타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얻은 임솔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로맨스물이다. 대본을 읽고 첫눈에 반했다는 변우석은 소속사에 출연 가능 여부를 한 달 넘게 묻고 또 물을 만큼 선재 역할이 간절했다고 전했다. “어릴 때 드라마 ‘쾌걸춘향’을 재밌게 봤거든요. 과거 로맨스물에선 남자주인공이 까칠한 경우가 많았는데, 선재는 일편단심이라 좋았어요.”실제로 변우석은 선재의 순애보 연기로 팬들의 환호를 샀다. 특히 “너 구하고 죽는 거면 난 괜찮아” 등 여심을 울린 명대사는 종영 후에도 화제가 됐다. 그는 “본명 대신 ‘변선재’라고 불리는 게 너무도 행복하다”며 웃었다.그는 꽤 오랜 시간 ‘무명 배우’로 지냈다. 탄탄한 어깨와 큰 키가 장점인 덕에 2010년 모델로 데뷔했다. 2016년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하며 배우로 전향했다. 여러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배우로서 자질이 없나 고민도 했다. 그러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을 꿰찬 ‘선재 업고 튀어’에서 만루홈런을 날리게 된 것.“모델로 일할 때였어요. 리허설 대타를 설 기회가 생겨 설레는 마음으로 메이크업을 받고 무대에 올랐죠. 근데 갑자기 ‘집에 가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라인이 번지도록 울었어요. 배우 활동 초반 땐 ‘넌 안 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드라마처럼 시간을 거슬러 돌아간대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아픔을 이겨냄으로써 지금의 제가 됐으니까요.”소중하게 얻은 주연의 기회였지만 ‘선재 업고 튀어’의 촬영 과정은 그에게 정신적, 육체적 도전의 연속이었다. 겨울에 차디찬 물에 풍덩 빠져 오들오들 떨었고, 상체 탈의를 하는 날엔 쉼 없이 ‘펌핑’을 했으며 캐릭터가 겪는 감정적 파고가 때론 벅차기도 했다. 선재를 향해 ‘대체 내게 무슨 보상을 줄 셈이냐’고 따져 물은 적도 있다.드라마는 그에게 전성기로 가는 문을 열게 만들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큼지막하게 사진이 내걸리고, 생애 처음 서울은 물론이고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등 아시아 전역을 도는 팬미팅 투어도 열게 됐다. 그는 자신이 이 드라마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된 공을 상대역 임솔을 연기한 배우 김혜윤에게 돌렸다. “솔이의 감정만 받으면 곧장 선재가 될 수 있었다. 촬영 중 지칠 때 혜윤이가 이를 알아채고 과자를 건네주는 등 큰 힘을 줬다”며 웃었다. 그는 본인도 선재의 ‘팬’이라고 했다. “생각조차 못 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저 역시 ‘선재앓이’를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1화부터 다시 볼 생각이에요. 선재가 그리우신 분들은 같이 되감기하며 선재를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리투아니아계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1세대 음악감독 박칼린(사진).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돌아온 뒤부턴 국악 작곡을 공부했다. 판소리 명창 박동진에게 직접 소리도 배웠다. 외가에선 대대로 ‘샤먼’의 피가 흘렀다. 그러나 그가 이름을 떨친 건 국악계도 굿판도 아닌 뮤지컬 시장이었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박칼린이 처음으로 창극 연출에 나선다. 국립창극단이 다음 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만신: 페이퍼 샤먼’을 통해서다. 박 연출가는 “예민함을 타고난 주인공이 사람과 자연에 보탬이 되고자 굿을 하며 수많은 넋을 달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극작과 연출, 음악감독을 겸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전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 만신(萬神)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했다. 작품은 소녀 ‘실’이 내림굿을 받은 뒤 세계 5개 대륙의 샤먼을 만나 세계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은 물론이고 서부 개척 시대에 희생당한 미국 원주민, 열대우림 파괴로 집을 잃은 아마존 부족 등 곳곳의 아픔이 등장한다. 국립창극단 모든 단원이 출연하며 ‘실’ 역은 소리꾼 김우정과 박경민이 연기한다. 작창은 국립창극단 단장 출신인 안숙선 명창이 맡았다. 창극단 간판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을 보조했다. 음악은 판소리와 민요, 민속악에 무가(巫歌)를 더해 만들었다. ‘실’이 오대륙 샤먼을 만나고부터는 세계 각지의 토속음악이 가미된다. 유태평양은 “아프리카, 아마존 등지의 토속음악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박 계열 리듬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토속음악을 살짝 변형해 우리 전통 선율을 얹고, 국악기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약 4m 높이의 나무와 언덕, 개울 등을 설치해 북유럽 숲부터 한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해변까지 오간다. 굿에 사용되는 일부 무구(巫具)는 종이로 제작된다. 박 연출가는 “종이는 자연에서 오고, 역사를 써 넣을 수 있다. 운명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린다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미선. 발레복 튀튀 대신 검정 재킷과 하얀 바지를 입은 채 한 발로 높이 뛰어올랐다. 최근 촬영한 신세계인터내셔날 델라라나의 봄 컬렉션 화보에서 그는 기성복을 입고 발레 동작을 하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이는 무용수와 패션 브랜드 간 화보 촬영 ‘윈윈 협업’의 일례다. 이 외에도 국립무용단 소속 최호종과 현대무용수 서예진은 지난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EE’의 화보를 찍었다. 이들은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2인무를 추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의 역동감을 높였다. 국립발레단은 이달 1∼5일 초연된 ‘인어공주’ 공연을 앞두고 한 패션잡지와 화보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어공주 역의 솔리스트 조연재와 공주 역 수석무용수 정은영 등 5명의 출연진이 참여했다. 이들은 ‘인어공주’ 무대에서와 비슷한 화장을 하고서 등을 둥글게 젖히는 캉브레, 한 다리로 서는 아라베스크 등 발레 동작을 활용한 다채로운 자세를 취했다. 패션업계가 무용수를 앵글에 담으려는 이유는 무얼까. 델라라나 관계자는 “무용수 모델은 일반 모델에 비해 선이 굵은 데다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포즈를 잘 표현해낸다”면서 “또한 세계적인 무용수로서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해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무용수와 무용단에도 홍보와 기회가 됨은 물론이다.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는 “무용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과 기성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무용수로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KBS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에 대해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 결정을 내렸다.KBS는 29일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를 열어 김씨에 대해 출연 규제 심사를 진행하고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는 대상자에 대해 법적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출연 정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KBS는 “법원의 판결 전이지만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도주 사고와 관련해 거듭된 거짓말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방송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여러 시청자의 청원 등이 접수돼 ‘한시적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추후 다시 규제 수위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KBS의 방송출연 규제는 성폭력, 음주운전, 마약 범죄 등 위법하거나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나 일반인 출연진에 대해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에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방송 출연 정지나 한시적 출연 규제, 출연 섭외 자제 권고 등의 결정을 하고 있다.앞서 김호중은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신채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에 정차돼있던 택시를 들이박고 도주한 바 있다. 범행 열흘이 지난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24일 김호중을 구속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찢어지는 기차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아르데코풍 전등 아래로 구부정한 노파가 선다. 한 아이가 자신을 ‘벤자민’이라고 소개하며 다가가지만 치매에 걸린 노파 ‘블루’는 아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린아이의 몸에 갇힌 벤자민은 과거 자신이 열렬히 사랑했던 노파에게 기억을 돌려주고자 그녀와의 인생을 담은 극중극을 펼치기 시작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1일 초연된 창작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이렇게 시작된다. 1920년대 미국,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재창작했다. “블루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삶의 의미”였다는 벤자민의 회상을 통해 현재의 소중함과 운명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벤자민 역은 그룹 동방신기 멤버 심창민과 김재범, 김성식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2003년 가수 데뷔 후 처음으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 심창민은 22일 공연에서 안정적인 보컬로 배역을 소화했다. 소년 시절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에서 점차 무게감을 더해감으로써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레 묻어나도록 했다. 재즈클럽 사장 ‘마마’ 역은 김지선이 맡아 재치 있는 연기와 간드러진 기교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벤자민이 사랑하는 재즈 가수 블루 역은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이 맡았다. 재밌는 건 극중극 속 노인에서 아이로 어려지는 벤자민의 모습은 배우가 아닌 ‘목제 퍼핏’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벤자민 역 배우는 자신의 대사에 맞춰 직접 퍼핏을 움직이거나 입을 벙긋거리게 한다. 다만 극중극으로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경계가 불분명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인생의 황금기는 다름 아닌 지금’이라는 작품 주제는 괴리감을 주는 이질적 대사, 모호한 연출 등으로 인해 명료히 드러나지 않는 듯했다. 다음 달 30일까지, 7만∼12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0만 달러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에 입성한 K뮤지컬이 처음 등장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만든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대표 신춘수·사진)의 글로벌 신작 ‘위대한 개츠비’가 바로 그 주인공. 신 대표는 작품에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25일 정식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최근 3주 연속 주간 매출액 100만 달러를 넘겼다. 개막 첫 주 105만 달러였던 주간 매출액은 셋째 주(13∼19일)엔 128만 달러까지 오르며 상승세다. 특히 ‘위대한 개츠비’가 상영 중인 브로드웨이 시어터는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등 대작이 거쳐 간 극장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약 1700석)다. 이 큰 극장에서 매회 좌석 점유율 90%대를 유지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웨이는 주간 매출액이 1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작품성과는 별개로 작품을 무대에서 가차 없이 끌어내리는 냉정한 곳이다. 이런 경쟁 무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당초 11월 공연까지 판매 예정이던 티켓 판매를 내년 봄까지 연장키로 했다. ‘롱런 가능성’을 보이는 셈이다. 이 뮤지컬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은 뮤지컬 ‘뉴시즈’ ‘보니 앤드 클라이드’로 이름을 알린 제러미 조던이, 데이지 뷰캐넌 역은 뮤지컬 ‘하데스타운’, ‘미스사이공’ 등에 출연한 이바 노블러자다가 연기한다. 공연을 안착시키고 한국에 돌아온 신 대표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100만 달러 클럽은 브로드웨이 성공의 상징이기에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며 “숙소에서 홀로 센트럴파크를 내다보는데 ‘드디어 이 도시가 나를 안아주는구나, 내가 가는 외로운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 위안이 됐다”고 했다. 사실 그는 공연계의 ‘돈키호테’로 불렸다. 앞서 프로듀서로 브로웨이에 3번 도전했으나 거푸 쓴잔을 마신 것.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 미국 전국 투어에 이어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2015년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으나 흥행엔 참패했고, 한 달여 만에 공연을 접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한 개츠비’로 3전 4기의 모습을 보여준 것. 한국인 제작자로서는 브로드웨이 사상 처음으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도 맡았다. 그는 좋은 현지 반응에 대해 “개츠비의 ‘위대한 파티’가 결국 ‘위대한 비극’임을 나타내는 콘셉트가 강렬함을 줬다고 본다”며 “다른 브로드웨이 작품과 비교해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속도감도 현지 젊은층 취향에 잘 맞은 듯하다”고 했다. 이를 반영한 환상적 무대와 화려한 의상은 공연의 볼거리. 작품은 다음 달 개최되는 제77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의상디자인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신 대표는 “미국 작품을 외부인으로서 바라봤기에 더욱 창의적이고 열린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위대한 개츠비’는 호주, 영국, 중국 등 제작사로부터 적극적인 라이선스 공연 제안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늦어도 2026년 초까지 ‘위대한 개츠비’를 선보인다는 계획. 작품은 한국 관객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 다듬을 예정이다. 신 대표는 “오디컴퍼니가 전 세계 공연권을 갖고 있기에 자유롭게 작품을 보강할 수 있다”며 “브로드웨이에서 통하면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영원한 돈키호테’로서 꿈과 이상을 가지고 뚜벅뚜벅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큰물이 한줄기로 빨려드는 듯한 음악이 시작되자 11명의 무용수가 서서히 바닥에서 피어올랐다. 이 중 둥글게 말린 등허리를 발끝까지 천천히 뻗던 두 무용수가 서로의 몸을 타고 끈덕지게 맞붙기 시작했다. 라오스에서 전통춤을 전공한 누트나파 소이달라가 손동작을 뱀처럼 감아내며 다툼과 애착의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했다. 9개국 출신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인잇’의 연습 현장을 20일 찾았다. 다음 달 7∼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인잇’은 무용수 각자의 몸에 내재된 고유한 역사를 60분간 춤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진행된 연습은 안무 구성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시작됐다. 작품을 안무한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장을 포함해 모든 구성원은 영어로 소통한다. ‘각 사람은 저마다의 우주를 이룬다’는 김 단장의 표현처럼 이들은 언어를 인식하고 몸으로 옮겨 담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그는 “다양한 문화가 두 달 넘게 상호 작용하며 완성된 안무”라며 “충돌과 조화의 반복으로 인해 까다로운 과정이었지만 그 결과물은 유일무이하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한국인 2명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언뜻 보면 출신지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닮았지만 기본 테크닉을 구사하는 방법부터 천차만별이다. 김 단장은 “각자 몸에 내재된 속성이 신기할 만큼 같고 다르다.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의 경우 손끝, 발끝에 힘을 싣는 방법 등 미세한 동작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해 발표한 ‘DMAU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기획됐다. 아시아 현대무용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내건 프로젝트다. ‘인잇’은 초연 후 해외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대 디자인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유재헌이 맡아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를 꾸민다.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높은 음악은 밴드 ‘악어들’의 유지완이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었다. 서로의 같고 다름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계 프랑스인 앙주 히로키는 “내 안에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이 있음을 느꼈다. 부드러우면서도 끓어오르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고민했다”고 말했다. 홍콩 출신 무용수 제이슨 옙은 “함께 밥을 먹고 연습하며 경험한 사랑과 보살핌의 에너지를 공연에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요즘 해외여행을 가도 쇼핑의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이미 전 세계 각양각색의 물건을 구할 수 있어서다. 물건을 집을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생각이 있다. ‘어차피 온라인에서 더 싸게 팔겠지’. 발굴의 재미가 사라졌다. 책은 세상이 빠르고 편리해지면서 유실된 일상과 가치들을 반추한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이자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시대를 모두 겪은 1970년대생 저자가 썼다. 손 편지, 백과사전 등 효용 가치가 떨어진 물건은 물론이고 창밖 내다보기, 길 잃기 등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행동들까지 촘촘히 되짚는다. 감상에 젖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의 상시적인 연결은 엄청난 위안을 준다”며 기술 발달의 이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립’이 아닌 ‘달콤한 고독’이라며 이면을 본다. 저자는 “혼자 있는 것에 덜 능숙해진 사람들은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을 상황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며 “작은 고독이 있어야 외로움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논의로도 확대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며 “삶의 모든 것이 공연이 된” 시대를 다각도로 비판한다. 책은 “SNS는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 됐다.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연기하며 자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론장이 커졌지만 ‘안전한 의견’뿐이라고도 꼬집는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일 때도 대부분은 온라인 군중을 의식해 안전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100가지 유실물이 주는 건 포근한 낭만만큼 큰 자기반성이다. 독자는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던 옛 추억과 동시에 뼈아픈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온라인 세상에서 우리는 듣기보다 말하기를 택한다. 마음과 마음을 공유하기보다는 화를 내고 화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공감’과는 정반대”라는 대목이 경종을 울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팝페라 테너 임형주(38·사진)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역대 수상자 중 최연소다. 22일 소속사 디지엔콤에 따르면 임형주는 23일 충남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문화예술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20회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 개막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 및 기부 활동을 꾸준히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민훈장은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분야별로 수여하는 훈장이다. 임형주는 1998년 데뷔 이래 25년간 나눔 활동을 이어왔다. 데뷔 음반 발매 당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손잡고 세계 불우 아동을 위한 캠페인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이후 소외 계층 아동·청소년에게 자신의 콘서트 티켓을 제공하고, 남양주 ‘드림키즈 오케스트라’의 총예술감독직을 무보수로 맡았다. 국제 자선기구의 홍보·친선대사로 20여 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임형주는 “감개무량하다. 다른 분들을 대표해 받는 상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더 나눔 활동에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계 바둑 최강자 신진서 9단이 ‘LG배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16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22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16강전에서 한상조 6단은 신진서를 상대로 225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한상조가 2017년 입단 후 처음 참가한 세계 대회 본선에서다. 두 선수는 동갑내기지만 입단 연도는 신진서가 5년 빠르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의 연승 여부는 이번 대회의 화두였다. LG배는 1996년 처음 실시된 이래 단 한 번도 2회 연속 우승자를 내놓지 않은 징크스가 있다. 신진서가 이달 19일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이제 그 징크스를 넘을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혀 관심이 더욱 고조됐다. 앞서 신진서는 제24회 대회에서 우승한 이듬해 16강전에서 탈락한 바 있다. 제26회에서 우승컵을 탈환했으나 제27회에도 연승을 거머쥐는 데엔 실패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초긍정 마인드의 ‘원영적 사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동원적 사고’….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화제가 되며 스타들의 이름을 딴 ‘○○적 사고’란 신조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행의 선두에는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있다. 초긍정적 마인드를 의미하는 ‘원영적 사고’는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게시된 장원영의 스페인 여행 영상에서 출발했다. 장원영은 사려던 빵이 눈앞에서 품절돼 빵이 다시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제가 사려는 빵이 다 나가서 ‘럭키’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라고 해맑게 웃는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었지만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태도가 화제가 됐고, 해당 영상은 조회수 85만 회까지 올랐다. 장원영이 평소 자신의 영어 이름 비키와 합쳐 주문처럼 외치는 ‘럭키비키’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뜨거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다. 장원영에 이어 사고방식으로 화제가 된 또 다른 인물은 최근 영화 ‘설계자’로 복귀한 배우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치, 안 되는 거지. 더 열심히 해볼까”라며 상황은 받아들이되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화내지 않고 여유를 갖는 그의 마인드를 의미하는 ‘동원적 사고’ 역시 유행어가 됐다. 보이그룹 트레저의 멤버 준규 역시 연습 중 안무를 실수한 상황에서 위축되기보다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며 태연하게 대처해 호응을 얻었다. ‘○○적 사고’ 트렌드는 단순히 연예인의 태도를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원영적 사고의 경우 “다음 주에 여행 가는데 비 온대. 무더위를 식혀주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업무 시작한 지 3일 만에 일이 쏟아지다니! 내가 신입치고 잘하는 편인가? 완전 럭키비키!”라는 식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어려운 현실에 놓인 젊은층이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함으로써 ‘숨구멍’을 찾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바라는 일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유행어인 ‘∼겠냐’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 부정적 표현들과 마찬가지로 만만찮은 사회에 대한 공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적 사고의 공통점은 큰 사태가 아닌 개인 단위의 작은 일들을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SNS 등을 통해 연예인과 대중 간 접촉면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연예인이 본보기로서 갖는 공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 강화됐다”며 “아이가 부모를 따라 하듯 연예인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학습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고 현실을 버텨 보려는 사회현상”이라고 분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초긍정 마인드의 ‘원영적 사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동원적 사고’….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화제가 되며 스타들의 이름을 딴 ‘OO적 사고’란 신조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행의 선두에는 그룹 아이브 출신의 멤버 ‘장원영’이 있다. 초긍정적 마인드를 의미하는 ‘원영적 사고’는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게시된 장원영의 스페인 여행 영상에서 출발했다. 장원영은 사려던 빵이 눈앞에서 품절돼 빵이 다시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제가 사려는 빵이 다 나가서 럭키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라고 해맑게 웃는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지만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태도가 화제가 됐고, 해당 영상은 조회수 85만회 까지 올랐다. 장원영이 평소 자신의 영어 이름 비키와 합쳐 주문처럼 외치는 ‘럭키비키’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뜨거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다.장원영에 이어 사고방식으로 화제가 된 또 다른 인물은 최근 영화 ‘설계자’로 복귀한 배우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치, 안 되는 거지. 더 열심히 해볼까”라며 상황은 받아들이되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화내지 않고 여유를 갖는 그의 마인드를 의미하는 ‘동원적 사고’ 역시 유행어가 됐다. ‘○○적 사고’ 트렌드는 단순히 연예인의 태도를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원영적 사고의 경우 “다음 주 여행 가는데 비 온대. 무더위를 식혀주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업무 시작한 지 3일 만에 일이 쏟아지다니! 내가 신입치고 잘하는 편인가? 완전 럭키비키!”라는 식으로 활용된다. 뉴진스의 멤버 민지가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을 따져 “나는 하루 6잔까지 괜찮다”고 합리화한 ‘민지적 사고’는 논리를 통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용도로 쓰인다. 연예인의 이름이 들어가는 자리에 본받을 만한 지인의 이름을 넣어 변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어려운 현실에 놓인 젊은층이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함으로써 ‘숨구멍’을 찾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바라는 일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유행어인 ‘~겠냐’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 부정적 표현들과 마찬가지로 만만찮은 사회에 대한 공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O적 사고의 공통점은 큰 사태가 아닌 개인 단위의 작은 일들을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SNS 등을 통해 연예인과 대중 간 접촉면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연예인이 본보기로서 갖는 공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 강화됐다”며 “아이가 부모를 따라 하듯 연예인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학습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고 현실을 버텨보려는 사회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언제나 가족을 최우선으로 살아온 가정주부부터 건망증이 부쩍 심해진 커리어우먼까지,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진솔하게 담아낸 뮤지컬 2편이 잇달아 공연된다. 다음 달 13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완경기)’에는 갱년기를 겪는 중년 여성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근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증을 겪는 전업주부,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배우 등이 백화점 속옷매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에는 가사와 일에 지친 중년 여성 7명이 주인공. 열정적인 보험설계사, 남편과 사별 후에도 시댁을 돌본 교사 등 여고 동창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두 작품은 국내 공연계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중년 관객을 겨냥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20일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다시, 봄’과 ‘메노포즈’의 40대 이상 관객의 예매 비율은 각각 64%, 50%에 달한다. 화제작인 뮤지컬 ‘벤자민 버튼’(29.4%), ‘프랑켄슈타인’(24.6%)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오늘날 새 소비층으로 떠오른 중장년층의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 관객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고 했다. 실제 두 작품은 중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와 넘버가 특징이다. ‘다시, 봄’에서 주부인 경아 역은 “쉬는 날은 더 바쁜 날. 아들이나 남편이나 알지도 못하겠지,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라고 노래한다. ‘메노포즈’는 플래터스의 ‘온리 유’, 빌리지 피플의 ‘YMCA’ 등 1960∼1980년대를 풍미한 팝 음악을 위트 있게 개사해 들려준다. 중장년층에게 친숙한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 ‘메노포즈’는 배우 조혜련 신봉선 김현숙이, ‘다시, 봄’은 황석정 예지원 왕은숙 등이 주역을 맡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백색 타일과 철창으로 둘러싸인 수감시설. 희뿌연 안개 사이로 하얀 옷을 입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 몸이 돼 바닥을 구른다. 입술이 닿은 채 회전하고, 서로의 신체 굴곡을 따라 미끄러지며 격정적인 춤을 춘다. 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초연된 댄스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다. 동명 클래식 발레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우아한 2인무 ‘발코니 신’이 세계적 안무가 매슈 본의 손을 거쳐 파격적으로 재창작됐다. 본은 클래식 발레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올리비에상을 무려 9차례 받은 영국의 스타 안무가다.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공연된 건 2019년 ‘백조의 호수’ 이후 5년 만이다. ‘두 젊은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소재를 제외하곤 원작의 서사는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현대적으로 각색됐다. 원작인 셰익스피어 동명 소설의 큰 틀을 이루는 두 가문 간 갈등은 등장조차 않는다. 또 원작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공국은 청소년 교정시설 ‘베로나 인스티튜트’로 탈바꿈했다. 주인공 줄리엣은 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문제아로, 로미오의 두 친구는 동성 연인으로 등장해 성 정체성과 폭력, 사랑 등 오늘날 젊은이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중점적으로 비춘다. 대사, 마임 없이도 서사를 촘촘하게 보여주는 안무는 연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줬다. 경비원에게 학대받는 친구를 구출하고자 다급히 뛰어다니며 머리를 싸매는 동작 등은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음악을 시각화한 안무도 강점이다. 통상 발레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앞구르기, 주먹 지르기 등의 동작을 활용해 박자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1300여 석 규모 대극장의 무대를 채우기엔 군무 등이 빈약했고, 무대 연출에서도 허전함이 느껴졌다. 공연은 23∼26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이어진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긴축 정책. 경제 불황을 맞닥뜨린 정부가 흔히 꺼내 드는 카드다. 그런데 허리띠를 졸라 결국 ‘잘사는’ 이들이 누구인지 다른 시각으로 따져 보면 이렇다. 재정 부족에 직면한 정부는 공공서비스부터 손댄다. 복지 지출은 줄이고 민영화, 고용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건다. 대다수 국민에게는 근검절약을 강조하며 각자도생을 권하지만 역진적 과세를 통해 소수의 투자자가 져야 하는 부담은 덜어준다. 미국 뉴욕의 더뉴스쿨에서 진보경제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쓴 책의 내용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오늘날 저자는 자본 질서를 재평가하는 데 천착해 왔다. 저자는 “널리 당연시되는 긴축의 성과를 토론 대상으로 삼아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라고 저술 의도를 밝힌다. 책은 긴축 정책이 소득계층의 불평등을 악화했다고 주장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 쟁의가 확산하자 영국, 이탈리아 정부가 지배층의 부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방책으로써 긴축을 펼쳤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이 더 열심히 일하되 덜 소비하고, 정부로부터 받고자 하는 기대치를 낮췄다. 이는 민간 부문과 자본주의식 생산에 공적 투자를 집중시켰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도 “당파적이라 치부되기 쉽다”고 한 긴축의 악영향은 객관적 통계 자료로 입증한다. 총 10개 챕터 가운데 제9장과 10장에서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실질임금 및 노동분배율 추이 등을 통해 긴축의 정치경제적 여파를 보여준다. 1923년 영국의 긴축 정책으로 공공 예산이 삭감되자 육체노동자의 주당 평균 소득은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의 피날레는 ‘제11장’이나 다름없는 총 1255개의 주석이다. 논증이 이뤄지는 대목마다 빼곡히 달린 주석을 따라가다 보면 마천루처럼 번쩍이는 경제사의 뒤편을 들춰보는 듯한 재미가 느껴진다. 불황마다 들려오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가져볼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정적인 낭만발레 ‘돈키호테’부터 전쟁의 아픔을 꼬집는 컨템포러리 발레 ‘올리브’까지…. 총 12편의 다채로운 발레 공연이 모인 ‘제14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다음 달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우선 국내 양대 발레단이 참여해 발길을 모은다. 국립발레단은 다음 달 5∼9일 주요 레퍼토리 작품인 ‘돈키호테’를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설적인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인 송정빈이 재안무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CJ토월극장에서 꿈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하는 무용수들의 삶을 춤과 대화로 유쾌하게 그려낸 ‘더 발레리나’를 공연한다. 오늘날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공연들도 눈길을 끈다. 다음 달 13, 14일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가 선보이는 ‘Foggy 하지마’는 환경오염에 대한 작품이다. 공기 정화 마스크가 없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미래가 배경이다. 아함아트프로젝트의 ‘올리브’는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겪는 아픔과 그리움, 욕망 등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다음 달 22, 23일 공연된다. 문학 작품을 재창작한 발레도 펼쳐진다. ‘양영은 비욘드발레’는 주인공들의 순수한 사랑과 이별을 그린 ‘국화꽃 향기’를 다음 달 18, 19일 선보인다. 드라마 ‘가을동화’로 제작돼 사랑받은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의 ‘황폐한 땅’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을 각색했다. 책임감을 잃은 사회상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다음 달 22, 23일 공연된다. 한편 다음 달 29일부터는 화성, 부산, 춘천, 제주 등 4개 지역에서 축제가 이어진다. 7월 20일까지 갈라 공연 3편과 기획포럼 1건이 진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