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의당과 손잡고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특검)법 등 이른바 ‘양 특검’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와 그에 맞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은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통과됐다. 수적 열세에 밀린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예지 의원과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표결 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되 의료법은 건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에 대해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법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실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당과 협의 후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날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함께 올린 50억 클럽과 김 여사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의 건은 재석 183명 중 각각 찬성 183명, 찬성 182명으로 가결됐다. 양 특검법은 최장 240일간 숙려 기간을 거쳐 연말경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이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신속히 했다면 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 대표 방탄 특검법”이라며 “민주당이 정치적, 정략적 목적으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 3법’도 이날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민의힘은 전원 퇴장했다.야권, 직회부 간호법 강행처리… 與 “대통령 거부권 건의” 與 “의료계 갈라치기” 표결 불참野 “尹대통령 대선공약에도 있어”대통령실 “거부권 필요성 검토” 신중범죄 의사 면허취소법도 통과 “서로의 이해가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통과되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힘은 더는 ‘대통령 거부권 건의’라는 무책임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잇달아 강행 처리되자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폭력적 처리”라며 이날 본회의 도중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건, 간호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 방송3법의 본회의 부의 안건을 처리할 때마다 총 세 차례 표결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민생’을 강조하며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 與 “의료계 갈라치기” 野 “대통령도 공약” 이날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를 의사와 구별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제정안이 간호사의 활동 범위를 기존에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한 것을 두고 “결국 ‘간호사 병원’이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이날 찬성 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홍보물에도 간호법 제정이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간호법이 의료계를 갈라치기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예지 의원과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표결에 불참했다.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도 이날 강행 처리됐다. 의료법 역시 최 의원과 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전원이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이날 통과된 의료법은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취소 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까지 여야 원내대표에게 ‘모든 범죄’를 ‘성범죄나 강력범죄’로 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간호법 거부권 행사 신중 기류 국민의힘은 본회의 퇴장 후 국회 본청에서 ‘거대 야당 입법폭거 규탄대회’를 열고 반발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란 이름이 들어가는 당명을 내걸었지만 하는 행동은 주먹 쥐고 달려드는 폭력배와 다름없는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법의 경우 재의 요구까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추후 ‘의료 대란’ 가능성의 부담을 안게 된 민주당은 “국민의힘도 동의했던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간호법 제정을 추진했고 그 결실을 맺었다”며 “정부 여당 소속 의원도 참여해 법안을 심사하고 여러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공을 넘겨받은 대통령실은 신중한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안은 정부가 추진한 법안 내용에서 많이 후퇴했다”면서도 “직역 간 갈등으로 의료계에 혼선을 줄 수 있겠으나 대통령이 재의까지 요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27일 간호법 제정안과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다음 주 중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다음주 중에 부분 파업에 나선다.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부분 파업에 동참하는 규모는 다음달 2일경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때 총파업 시작 날짜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대한간호협회(간협)를 규탄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협은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일고의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원안만 고집함으로써 (간호법 제정이) 직역 이기주의임을 명백하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해 온 간협은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환영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한국에서는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92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갑니다. 한국은 죽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지친 당신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담겠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1회> 택시 기사 이상길 씨“나 어떨 땐 죽고 싶어.” 10여 년 전 설. 성묘를 위해 찾은 산소 앞에서 형이 뜬금없이 툭 뱉은 말이었다.“아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하지 마.” 동생은 형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로부터 며칠 뒤, 어머니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네 큰 성(형)이 병원에 있댄다.” 그제야 동생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형이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가는 내내 ‘제발 살아있기를…’ 셀 수 없이 빌었지만 형은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동생에게 평생의 후회로 남았다. 그때 형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달라졌을까. 남은 가족들은 여전히 늘 형이 그립다. 어머니는 가끔씩 형의 영정 사진을 등에 업고 다녔다. 형이 눈을 감기 전 남긴 마지막 한마디. “엄마, 나 한 번 업어줘.” 어머니는 아들의 이 말이 두고두고 가슴에 맺혔던 것이다.인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이상길 씨(55)씨의 가족 이야기다. 지금 이 씨는 과거 자신의 형처럼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택시기사다. 20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람 살리는 택시기사’ 이 씨를 만났다.이 씨는 인천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생명사랑택시 사업에 2018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생명사랑택시 기사들은 자살 위험에 처한 승객을 발견했을 때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다. 이 씨처럼 일정한 교육을 수료하고 자살을 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발굴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이들을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 keeper)’라고 한다. 특히 택시 기사들은 이웃을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는 만큼 자살 고위험군에게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자살 예방에 효과가 클 수 있다. 현재까지 총 609명의 인천 지역 택시기사들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이 씨가 생명사랑택시에 참여하게 된 건 우연히 LPG 충전소에 붙은 모집 공고를 보면서부터다. 자살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글귀에 자신도 모르게 순간 멈칫했다.“‘내 가족도 지키지 못했는데 이런 일을 해도 될까? 누군가에게 우스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형님은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라도 지키자는 마음에 신청해서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자살 예방 교육을 받으면서 이 씨는 깜짝 놀랐다. 교육 내용에 포함된 ‘자살 위험 신호’ 중 상당수가 형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고 나오자 비가 유난히 세차게 쏟아졌다. 그날 이 씨는 주차장에서 홀로 한 시간 동안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앞으로 택시를 타는 승객들에게 이런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무조건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날 이후 5년째 이 씨는 택시를 타고 내리는 이들 중 자살 위험 신호가 감지되거나 유난히 힘들어보이는 이들에게 조용히 명함을 건넨다. 명함에는 이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 인천자살예방센터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이 씨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니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에 연계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한 번은 택시에 탈 때부터 유난히 행동이 조심스러워 보이던 30대 승객이 있었다. 얇은 이불이 담긴 가방을 들고 탄 승객은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나 정말 그 집에 가도 돼?”라고 묻기도 했다. 살던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가는 듯한 눈치였다.이 씨는 승객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손님,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지요?” 그때부터 승객이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승객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파혼을 연달아 겪고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였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지지받지 못해 크게 실망하면서 삶의 의지를 잃었다. 승객은 더이상 살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승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조심스레 운을 뗐다.“지금 너무 힘드시죠. 요즘은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비밀도 지켜주고 무료로 상담해주는 기관들이 있어요. 같이 한번 통화해보실래요?”그리고 이 씨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스피커폰으로 인천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 오전에 다시 승객이 상담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며칠 뒤 승객으로부터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 씨는 승객에게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꾸준히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이렇게 이 씨는 매일 누군가가 보내는 작은 SOS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이 씨는 생명을 구한다는 것이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 살아가는 이유를 잠시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보내는 따뜻한 관심과 경청, 위로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이라고 믿는다. “하늘에서 형이 지금의 절 본다면 ‘야, 그때 나한테 좀 잘하지’라고 말할 것 같아요. 여전히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꼭 잘 들어주고 싶어요. 그게 형이 제게 남기고 간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자살 예방 Q&A내 가족, 친구, 이웃이 ‘죽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문을 받아 자살 예방과 관련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드립니다.Q. 상대방에게 자살 생각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요? 괜히 물어봤다가 오히려 충동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A. 자살 생각을 물어보는 것 자체는 자살 충동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자살 생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자살생각 그 자체에 대해서 질문해주세요.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라는 부정적인 표현 대신 “자살을 생각하고 있니?” 처럼 직접적으로 물어봐주세요.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인천=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갑상샘암과 심장병을 앓고 있었지만 본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던 라오스 환자 두 명이 한국 의료진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24일 “2월 라오스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도중 만난 갑상샘암 환자 야 시옹 씨(37)와 선천성 심장병 환자 사이사바트 베 씨(19)가 한국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라오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야 시옹 씨는 목에 있는 혹이 늘 불안했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병원 진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 의료봉사단이 무료로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더니 목에서 종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으로 이송된 야 시옹 씨는 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한국 의료진을 만난 것이 기적”이라며 “얼른 자녀 6명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은 이들의 치료비, 항공료 등을 전액 지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교육부가 전문대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한 간호법 중재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단체를 대상으로 중재안 수용을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셈이다. 당정이 11일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에는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이상으로 명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내용이 시행된다면 전문대에서 기존에 양성하고 있던 간호사에 더해 간호조무사도 추가로 양성할 수 있게 된다. 보건행정과 등에서 간호조무사 과정을 운영하거나,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대에서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는 그만큼 더 전문성을 갖출 수 있고 이는 곧 국민 건강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서 환자에 대한 간호 및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인력이다. 전국 56개 특성화고와 600여 민간 간호학원(고졸) 등에서 양성되고 있다.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같은 수준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다. 원래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을 고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4년제 대학 보건·의료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응시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고졸·학원 출신 간호조무사만 양성되고 있다”며 ‘고졸 이상’으로 자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 요구가 당정의 간호법 중재안에 반영됐다. 교육부는 대졸자를 되레 차별한다는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격 조항은 개인의 응시 자격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양성 기관의 학교급을 명시한 것이므로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도 원하면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간호법 중재안에 반대하는 이유로 전문대에 간호조무학과를 설치하는 것이 과잉학력 유발 등 사회적 낭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간호조무사는 고졸 학력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고 본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전문대에 간호학과 외 간호조무학과가 추가로 설치되면 같은 학교급 안에서 학과 간 위계가 생긴다는 점을 우려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27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부가 자칫 ‘의료대란’으로 번질까 긴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3개 의료계 직역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고, 대한간호협회는 당정의 간호법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부터 5박 7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막판 간호법 중재를 위해 이 일정을 취소했다.● 강대강 갈등에 정부 ‘막판 달래기’ 23일 열린 제75차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필수 의협회장은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상정 시도를 규탄하고 의료악법을 끝까지 막아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총파업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생즉사사즉생의 각오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간호법 통과를 가정한 의협의 대응 로드맵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달 11일 중재안을 내놨다. 우선 법 명칭을 ‘간호법’에서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꿨다. 원안은 간호 서비스의 혜택 범위를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규정했지만, 중재안은 ‘지역사회’를 삭제해 적용 범위를 줄였다. 그러나 간협은 이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중재안은 정부가 사실상 의사단체 요구를 대폭 수용한 안이라는 것이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법 원안은 2021년 발의된 이후 공청회와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쳐 여야와 정부가 최종 합의한 법안”이라며 “중재안은 (정부가) 간호법을 제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역단체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자 정부는 ‘달래기’ 행보를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주 대한간호협회, 병원간호사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이대목동병원 현장 간호사 등과 연이어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간협의 반발이 워낙 강해 앞으로도 분위기를 크게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간협 관계자는 “중재안에 타협할 여지가 없다”며 “복지부 행보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27일 본회의 직전까지 야당 및 보건의료단체를 대상으로 간호법 중재안 수용을 설득할 예정이다. ● 본회의 통과되면 의료계 파업 가능성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통과 시 총파업을 예고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13개 단체가 연합한 단체다. 연대의 총회원이 4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일단 단체장들이 단식에 들어가고 구체적인 파업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7∼19일 간호법 저지 총파업 찬성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협 회원의 83%가 파업에 찬성했다. 의협과 연대한 다른 직역 단체의 태도도 강경하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파업 계획과는 별도로 25일 하루 동안 협회 회원 1000여 명이 개인 연가를 활용해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사들의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로서는 당장 직역 갈등을 해소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데다 간호법 통과를 저지할 방법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간호법 중재를 위해 현장 간담회를 이어가고 야당을 찾아가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25일에 간호사 처우 개선 방안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다음 생에는 이번 생의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길 엄마가 기도할게. 사랑해.”(A 군의 어머니)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11세 소년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4일 A 군이 부산대병원에서 간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0일 밝혔다. A 군은 이달 3일 학교를 가던 중 횡단보도에서 시내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기증원에 따르면 외동아들이었던 A 군은 24주 만에 태어나 100일 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었다. 작가를 꿈꿨던 A 군은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직접 동시를 짓고 주말마다 도서관을 찾아 책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A 군의 어머니는 A 군이 생전에 쓴 ‘사랑하오나 만날 수 없도다’라는 글이 현재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그리워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서울 관악구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 제작 및 보급 사업에 나선다. 배리어프리영화란 자막과 화면 해설이 포함된 영화다. 이 때문에 시청각 장애인과 초고령층뿐만 아니라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 가정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내 영화제 출품작의 대부분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아니기 떄문에 그동안 시청각 장애인 등은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복지관 측은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내 영화제 주최 기관과 협력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을 배리어프리 영화로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복지관 측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개막을 앞둔 영화제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4월 27~29일), 서울국제노인영화제(5월 11~15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6월 1~7일) 등 총 3개다. 복지관 측은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저작자와 협의를 통해서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배리어프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올해에 열리는 다른 국내 영화제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다양한 주제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 및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소영기자 ks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6508명으로 일주일 전인 12일(1만3920명)보다 약 18.6% 증가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등 각종 방역 조치가 풀렸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일상 회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생활 하수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 확산정도를 조사하는 현장을 동아일보가 찾아갔다. 12일 충북 청주시 환경사업본부 하수처리장에 들어서니 오랫동안 음식물을 묵혀둔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미 냄새에 익숙해진 듯한 김상현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은 10m 깊이의 생활 하수 유입점에 로프에 매단 바가지를 힘차게 던지더니 하수를 1L가량 퍼올렸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옆에 선 김수지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는 “상온에 검체를 보관하면 바이러스가 파괴돼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수를 담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보건환경연구원으로 향했다.● 이달부터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체계 도입 이날 만난 김 연구사와 김 주무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출하기 위해 하수를 채수하던 중이었다. 이달부터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를 도입했다. 모든 확진자를 집계하는 현재 임상 기반 전수 감시와 달리 생활 하수에 섞인 바이러스 양을 분석해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하는 분석 기법이다. 이렇게 채수한 하수 검체는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실험실동으로 옮겨져 농축과 추출,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진다. 하수 검체의 ‘진액’을 뽑아내는 농축과 추출 과정이 진행되는 생물안전 2등급 실험실에는 ‘생물학적 위험’이라고 적힌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분변 등 이물질이 많은 생활 하수 특성상 바이러스를 제대로 검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 연구사는 “실험실의 ‘BSC(Biological Safety Cabinet)’라는 안전실험대가 기류를 순환시켜 실험 중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 핵산 0.005mL 남을 때까지 농축-추출 김 연구사는 50mL의 하수 검체를 용기에 담아 냉장고로 옮겼다. 1시간가량 기다렸더니 하수 내 이물질이 가라앉았다. 걸러진 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을 얻기 위해 핵산 추출 장비와 시약을 활용한 농축과 추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약 50분간의 이 과정이 끝나면 1.6mL의 하수 검체만 남는다. 이 하수 검체를 가지고 다시 핵산 추출 과정을 거친다. 핵산 추출 과정에선 단백질 덩어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제외한 나머지 불순물들을 에탄올 등으로 씻어낸다. 결국 당초 채수량의 1만분의 1인 0.005mL만 남게 되는데 이를 PCR 진단검사에 활용한다. 김 주무관은 “이런 극소량만으로도 충북 전역의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진단 검사에서 도출된 결과값은 질병관리청으로 보내져 2, 3일간 분석한 후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비교하는 데 쓰인다.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체계는 기존의 개인별 임상 검사보다 2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하수 기반 감시를 새로운 감염병 감시 기술로 인정하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세종시에서 처음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체계를 시범 운영해 확진자 집계와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일치도를 보였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매주 전국의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결과를 발표하고, 장기적으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로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청주=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정부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빠른 판단을 돕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해 발표했다. ‘응급 임상의사 결정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응급 수술 여부나 집중치료실 입실 여부 등을 판단할 때 AI 기술을 이용해 의사 결정을 더 빨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술이 개발돼 실제로 상용화되면 의료진의 의사 결정이 빨라지면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단축되고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도 일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이동형 병원’ 플랫폼 기술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동형 병원이란 재난이나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한 현장에서 환자가 진단과 검사, 치료, 입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컨테이너나 조립식 텐트 등으로 구성된 병원을 뜻한다. 또 난임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되는 기술을 선정해 발표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업체를 어떤 규모로 지원할 것인지는 추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혁신적인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의사과학자도 양성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과 병원에서 의사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또 연구 성과가 사업화돼 창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중독균이 검출된 백김치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회수한다고 7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회수 대상 제품은 농업회사법인 예소담이 제조 및 판매한 ‘예소담 특백김치’ 중 제조일자가 2023년 3월 28일로 표시된 제품이다. 식중독균인 여시니아엔 테로 콜리 티카가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신속히 회수하도록 조치했다”며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섭취를 중단하고 구입처에 반품해달라”고 당부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6일 “응급실 표류 현상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도로 위를 떠도는 실태를 보도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에 대해 “현재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응급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지금, 정부가 신속하게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환자의 복지와 권리 증진을 위해 2010년 창립된 단체다. 연합회는 이날 “응급의료와 관련해서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은 거의 말이 없다”며 “환자는 이미 죽어서 말이 없고 유족은 응급이라는 ‘방탄 수식어’와 의료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아일보의 응급의료 탐사기획 보도는 말이 없는 환자와 유족을 대신해 그 울분을 세상에 외쳐줬고 정부에 해결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필수의료 관련 재정 투입과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확고한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다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응급환자의 ‘표류’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이 응급의료체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전국 모든 곳에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현재 40개에서 60개로 늘리고 원스톱 환자 이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한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는 이런 응급의료체계의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응급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보장돼야 진정한 의료 선진국”이라며 “당정은 응급실 표류 사고의 근본 원인을 짚어 보고 소아, 분만, 수술 등 기본적 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급대 출동부터 환자 이송, 응급실 진료까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는 원스톱 환자 이송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술 의사와 환자를 이어주는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당정은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수술 입원 등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편하고, 중증응급분야 건강보험 수가 인상, 야간 휴일당직비 지원, 적정 근로시간 보장 등 의료진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내용은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년)’에 모두 포함됐던 정책이다. 복지부는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중증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개편하고 그 숫자를 늘리는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5년에는 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당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아이들에게 ‘How are you today?(오늘 어때?)’라고 물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한국 아이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저 학원 가야 해요’, ‘오늘 학원 3개 가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 애덤 돈 씨(50·미국)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돈 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할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이런 추세를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발표한 대책도 대부분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저출산의 원인과 해법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지난달 23∼29일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심층 인터뷰했다. 직업을 갖고 있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이와 부모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원어민 교사 16명이 대상이었다.● “한국은 ‘열 살까지만’ 아이 키우기 좋아” 외국인들은 ‘수능(K-SAT)’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비싼 ‘학원 문화(Hakwon culture)’,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한국은 이미 태어난 아이조차 행복하게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한 외국인은 부모보다 아이 시점에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본 셈이다. 이들이 본 한국은 한마디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나라’였다. 생후 1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알렉산드라 바르 씨(31·미국)는 “한국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단,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건강보험 제도가 잘돼 있고 어린이집 비용도 정부가 전부 지원해 준다는 점이 좋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심해져서 아들이 중학생 때부터는 학원을 다니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스카일라 케터링 씨(30·미국)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초등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보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니게 하고 싶다”며 “한국의 시험에 대한 심한 압박과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토머스 앨런 던라비 씨(41·미국)는 “한국에는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는 ‘옆집(Yeopgip) 바이러스’가 있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은 자녀들이 어떤 학원과 유치원에 다니는지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6조 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수당 등의 정부 지원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아도 결국 학원비로 다 쓰인다면 체감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뚜렷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저고위 대책에서도 “수준 높은 방과 후 프로그램 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개빈 이스턴 씨(45·영국)는 “영국에선 사교육이 불필요하다”며 “고등학교 시험이 (한국과 달리) 암기를 통한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2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쓰는 형식이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아빠는 ‘주말 아빠(Weekend father)’ 외국인들이 꼽은 또 다른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붕괴된 부모들의 워라밸이었다. 16명에게 국내 저출산 정책 5개 분야(의료비, 현금, 보육, 일·가정 균형, 주거 지원) 중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물었을 때 ‘일·가정 균형’(7명)을 1위로 꼽았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자녀가 없는 A 씨는(37·미국)는 한국인 직장 동료들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아빠의 모습을 ‘주말 아빠(Weekend father)’, 혹은 ‘가끔 보는 아빠(Visiting father)’라고 표현했다. 평일에 한국 아빠들은 자녀가 잠든 아침에 출근해, 자녀가 잠든 늦은 밤 귀가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직장 동료들이 자주 ‘아이를 낳지 말고 그냥 자유를 즐겨라’라고 한다”며 “만약 아빠와 아이가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는 데 열린 마음가짐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도 출산의 걸림돌이라고 꼽았다. 샐리 우 씨(30·미국)는 한국에서 여성 교사가 출산휴가와 방학 때문에 결혼 상대로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런 이유로 교사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른 직장인들도 교사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유럽 국가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이행력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MZ세대, 37년 뒤 낼 국민연금 얼마 올해 대학교 4학년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김모 씨(22)는 2060년에 59세가 된다. 저출산과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이어지면 정 씨는 37년 뒤, 월소득의 34% 이상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운영되면 2055년에 기금이 바닥나고 2060년에는 월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보험료율(9%)의 3.8배다. 기금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기를 5년 정도 늦출 수 있지만 최근 경제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각한 저출산, 보험료율 급등으로 이어져31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추계위)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기금 소진 시점 등을 전망하는 추계를 한다. 앞서 1월 추계위가 발표한 것은 시산(試算) 결과, 즉 잠정치였고 이날 발표가 최종 수치였다. 추계위는 1월 발표 때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료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 개의 시나리오를 더 내놨다. 1월에는 2046년 합계출산율이 1.21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금은 2055년 고갈되고, 2060년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9.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금은 기금으로 쌓아놓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지만 2060년에는 이미 기금이 고갈된 뒤이기 때문에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식으로 연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률이라고 한다. 추계위는 이번 최종 발표에서는 합계출산율이 각각 0.98명(2054년)일 경우와 1.02명(2050년)일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도 내놨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출산율’, 초저출산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변동이 없지만 부과방식비용률은 34.3%로 오른다. 저출산이 인구 감소, 연금 가입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2060년 부과방식비용률이 32.6%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2060년 월급이 4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내야 하는 보험료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일 때 137만2000원, 1.02명일 때 130만4000원, 1.21명일 때 119만2000원이 된다. 이 금액 중 절반은 회사가, 절반은 A 씨가 부담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59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65세(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 연금을 받는다. 이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22세(2001년생) 이하 젊은이들은 2060년에 월급의 34% 이상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혁을 미루다간 현재 대학에서 공부하며 사회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연금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익률 높이면 고갈 늦출 수 있지만… 최근 적자다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면 고갈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추계위는 기금투자수익률 변화에 따른 기금 고갈 시점을 분석했는데, 기본 수익률을 4.5%로 봤을 때 고갈 시점은 2055년이었다. 만약 수익률이 0.5%포인트 올라 5%가 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으로 2년 늦춰진다. 1%포인트 오른 5.5%가 되면 2060년으로 5년 늦춰진다. 하지만 이처럼 수익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우리 국민연금 수익률은 대내외 투자 환경 악화로 ―8.22%로 적자였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9%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이르면 4월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불과 6개월 남은 시점이어서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운영되면 2055년에 기금이 바닥나고 2060년에는 월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보험료율(9%)의 3.8배다. 기금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기를 5년 정도 늦출 수 있지만 최근 경제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각한 저출산, 보험료율 급등으로 이어져31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추계위)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기금 소진 시점 등을 전망하는 추계를 한다. 앞서 1월 추계위가 발표한 것은 시산(試算) 결과, 즉 잠정치였고 이날 발표가 최종 수치였다. 추계위는 1월 발표 때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료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 개의 시나리오를 더 내놨다.1월에는 2046년 합계출산율이 1.21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금은 2055년 고갈되고, 2060년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9.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금은 기금으로 쌓아놓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지만 2060년에는 이미 기금이 고갈된 뒤이기 때문에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식으로 연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률이라고 한다.추계위는 이번 최종 발표에서는 합계출산율이 각각 0.98명(2054년)일 경우와 1.02명(2050년)일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도 내놨다.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출산율’, 초저출산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변동이 없지만 부과방식비용률은 34.3%로 오른다. 저출산이 인구 감소, 연금 가입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2060년 부과방식비용률이 32.6%로 나타났다.이를 적용하면, 2060년 월급이 4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내야 하는 보험료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일 때 137만2000원, 1.02명일 때 130만4000원, 1.21명일 때 119만2000원이 된다. 이 금액 중 절반은 회사가, 절반은 A 씨가 부담한다.현재 국민연금은 59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65세(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 연금을 받는다. 이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22세(2001년생) 이하 젊은이들은 2060년에 월급의 34% 이상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혁을 미루다간 현재 대학에서 공부하며 사회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연금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익률 높이면 고갈 늦출 수 있지만… 최근 적자다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면 고갈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추계위는 기금투자수익률 변화에 따른 기금 고갈 시점을 분석했는데, 기본 수익률을 4.5%로 봤을 때 고갈 시점은 2055년이었다. 만약 수익률이 0.5%포인트 올라 5%가 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으로 2년 늦춰진다. 1%포인트 오른 5.5%가 되면 2060년으로 5년 늦춰진다.하지만 이처럼 수익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우리 국민연금 수익률은 대내외 투자 환경 악화로 ―8.22%로 적자였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9%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이르면 4월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불과 6개월 남은 시점이어서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 초안 대신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정리한 수준의 경과보고서를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민들이 국민연금에서 ‘지금보다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지금과 비교해 얼마를 받아야 할지(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16인의 연금 전문가가 넉 달 넘게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 없이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 정치권 역시 재정안정성 등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모수개혁’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 11월 출범 넉 달 만에 맹탕 보고서 이날 오후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문위는 ‘연금개혁안 검토 현황’ 경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문위는 일단 국민연금을 ‘지금보다 더 내고,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더 올리고, 연금을 낼 수 있는 상한 연령(현행 59세)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현행 63세)을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담지 않았다. 당초 자문위는 그동안 논의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안과 50%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해 왔지만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돌연 논의를 중단했고, 이날도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의 공약인 기초연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점진적 인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 합리화’ 등의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다각적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수준에서 논의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문위는 퇴직연금과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직역연금도 논의는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 넘겨받은 복지부, 10월 개혁안 초안 자문위가 ‘맹탕’ 보고서를 낸 것에는 정치권의 방향 설정 탓도 있다. 그동안 자문위는 ‘모수개혁’에 집중해 왔는데 지난달 초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회동 뒤 “구조개혁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방향을 바꾼 것. 구조개혁은 연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납부액의 경우 현재 전체 가입자의 월 소득 평균과 개인의 소득비례를 혼합해 결정되는데 이를 소득비례로만 전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제 연금개혁에 대한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왔지만 관련 논의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는 연금특위 연장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4월 30일까지인 연금특위 활동기한에 대해 여당은 즉각 기한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남은 한 달 동안 연금특위가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난 다음에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중 무엇을 우선할지도 엇갈린다.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구조개혁부터 한 다음 모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는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개혁 우선은 여당 의견”이라며 다만 “모수개혁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은 결국 정부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가 10월경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연금특위와 별도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준비해 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5월부터 7일에서 5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7월부터는 격리 의무가 아예 사라지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확연하고 국내 방역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총 3단계다. 1단계에서는 현재 ‘심각’ 단계인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된다. 정부는 4월 말로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여부가 결정된 뒤 5월 초쯤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단계 하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위기단계가 하향되면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는 5일로 줄어든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현재 우세종 변이인 BN.1의 전파 위험도 감소와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다수의 해외 국가가 확진자 5일 의무 또는 권고로 격리 제도를 운영 중인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단, 마스크는 지금처럼 병원 등 의료기관, 일반 약국, 감염취약시설에서 계속 써야 한다. 이때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 18곳의 운영이 중단된다. 현재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도 주간 단위로 발표한다. 2단계에서는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4급으로 바뀐다. 방역당국은 2단계 시행 시점을 7월 정도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는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다만 지 청장은 “격리 의무의 권고 전환은 법적인 의무가 사라져 위반했을 때 벌칙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비감염자처럼 자유롭게 활동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역시 전면 해제돼 병원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노마스크’가 가능해진다. 보건소와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모두 운영이 종료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그 대신 일반적인 호흡기감염병처럼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통해 집계된 코로나19 검출률 등을 주간 단위로 발표하기로 했다. 3단계는 한마디로 ‘완전한 엔데믹(풍토병화)’이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3단계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단계에서는 현재 무상 공급되는 코로나19 치료제에 건강보험 체계가 적용되면서 일부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지금은 누구나 무료로 받지만 이때부터 ‘건강한 성인’은 돈을 내고 맞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도 독감 백신처럼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생후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만 무료 접종 대상이고 나머지는 유료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확실히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건 2015년 1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며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저출산 정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실패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혁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고위는 ‘내 아이를 내가 키우게 해달라’는 청년들의 요구에 맞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적용 연령을 현재 만 8세에서 만 12세로 높이기로 했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하는 등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2자녀도 ‘다자녀 특공’…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24→36개월로 정부 저출산 대책‘근로단축’ 자녀 나이 8→12세로0세반 운영 어린이집에 인센티브“새 대책 없이 기존안 반복” 지적 나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8일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하고 각 분야마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추려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데는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정책에 280조 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 반전에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기존의 200개가 넘는 백화점식 정책을 과학에 기반해 평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정책 수를 줄이고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세 자녀까지 부모 근로시간 단축 가능‘일·육아 병행’ 분야에서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확대다. 지금은 근로자가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연령을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부모 1인당 현행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로 늘어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4월 중 (제도 활용 관련) 집중 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도 법으로 보장된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지금은 자녀 수와 관계없이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이 달라지는데, 앞으로는 2자녀 이상 가구에는 정부 지원금을 더 확대한다. 또 수요에 비해 부족한 어린이집 0세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 지원에 지금까지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는 소득기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득기준이 사라진다. 난임 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해 그 대상을 확대하고 난임휴가를 연 3일에서 6일로 늘린다. ● 2자녀도 다자녀 특공올해 6월부터는 자녀가 2명이어도 공공분양 특별공급(특공)의 다자녀 유형에 지원할 수 있다. 현 기준으로는 자녀가 3명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기존의 공공임대 다자녀 유형 기준이 자녀 2명인 점을 고려해 지원 자격을 완화한 것이다. 신혼부부 대상의 주택자금 지원 요건 역시 완화된다. 주택구입자금대출(금리 연 2.4%) 소득 요건은 기존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전세자금대출(금리 1.65%) 소득 요건은 6000만 원 이하에서 7500만 원 이하로 각각 완화된다. 이를 통해 신혼부부 약 1만 가구가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도 이어간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공공분양(뉴:홈) 15만5000채를 포함해 공공임대 10만 채, 민간분양 17만5000채 등 총 43만 채를 2027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 기대했던 파격 대책은 없어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주문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파격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저출산 문제가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를 포함한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개별적 정책들, 단편적 조합만으로는 이를 한번에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 일회성 대책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세밀한 여론조사, 집단심층면접(FGI)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각 부처는 이날 논의된 방향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해 나갈 예정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으면 기분이 썩 좋진 않습니다.” 경기 과천에 사는 A 씨(66)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약자석에 앉지 않고 경로당 출입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산악 자전거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 한국의 노인 기준 연령은 1981년 이후 65세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발달 등으로 A 씨처럼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한 배경이다. 고령인구 증가로 노인 관련 복지 예산 지출도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가 노화, 복지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현 시대에 맞는 노인 연령 상향 방안은 두 가지로 귀결됐다. 서울연구원의 윤민석 연구위원은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유병기간을 뺀 연령)을 노인 연령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제안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6.3세다. 기대여명(현재 나이에서 더 살 수 있는 예상 기간)이 15년이 되는 시점부터 노인으로 보자는 제안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워런 샌더슨 등이 제안한 방식으로, 앞으로 살 날(15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자는 얘기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은 73세다. 73세가 노인 기준이 되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요 노인복지 사업 총 47개 중 24개(51%)가 65세 이상 연령 기준을 적용했다. KDI 이태석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연령을) 10년에 1세 정도로 천천히 올리고, 취약층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65세 노인연령, 점진적 올리고… 복지는 소득-자산따라 차등을” 〈3〉 미룰 수 없는 ‘노인 연령 상향’“65세 되면 받는 복지혜택 24개기준연령 높여야 청년 부담 줄어10년에 1세씩 서서히 올려가되취약층 피해 완화할 대책 병행을” “지금의 한국 사회는 과거의 노인 모습과 사회가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고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노인 전문가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42년간 ‘노인=65세’라는 기준에 묶여 사회적, 정책적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상으로는 노인에 속하지만 학력, 건강 상태,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사회의 중추적인 노동력 및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령층을 이제는 ‘노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지부동 노인 기준, 사회는 급변 법적으로 정확하게 노인을 정의하는 특정한 나이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졌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복지 제도가 이 기준을 따르면서 노인의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굳어졌다. 노인 연령 기준은 수십 년째 요지부동이지만, 노인의 특성은 급변하고 있다. 일단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의 경우 1981년 62.4년에서 2021년 80.6년으로, 여성은 같은 기간 70.9년에서 86.6년으로 늘었다. 남녀 평균 16.9년 증가한 셈이다. 고학력에 의욕이 넘치고 건강한(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이른바 ‘3H’로 무장한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가 2040년에는 33%, 2051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2월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서울시민 3010명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노인의 몸과 마음만 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노인을 부양할 인구가 부족하다. 42년 전 정해진 노인 연령 기준으로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면 세금과 보험료 등을 내야 하는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 사각지대-연금 공백’ 대안 필요문제는 한국에 가난한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의 약 3배다. 노인 연령 기준은 중앙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 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노인 기준 연령이 올라가면 기존에 복지 혜택을 받던 이들 중 일부가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건 불가피하다. 경기복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65세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조정하면 경기도 지역에서만 4353억 원 예산이 절감되지만, 제외되는 연령대(65∼69세)의 노인빈곤율은 33.1%에서 38%로 4.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한 논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정 고갈 문제 때문에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서 ‘더 늦게 받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노인 빈곤 문제와 충돌한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정년은 60세이기 때문에 퇴직 후부터 연금을 타기 시작할 때까지 5년 동안 소득이 줄어드는 일종의 공백기,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생길 수 있다. 정년 연장 없이 노인 연령을 상향할 경우 이 크레바스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노인 연령을 점진적으로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혜택 기준 ‘연령→소득-자산’ 바꿔야”일각에서는 복지 제도를 운영할 때 연령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여러 복지 제도가 연령을 기준으로 시행된 건 행정적으로 개인 소득이나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소득, 자산 등을 정확히 파악해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온 제안 중 소득을 기준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기노인(65∼69세), 노인(70∼79세), 후기노인(80세 이후) 식으로 연령대를 세분화해 복지 지원을 차별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바꾸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연령 기준을 두고 있는 복지 제도 등의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경로우대 조항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의 폭과 시기 등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사회가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인 연령 상향은 언젠가 한 번은 먹어야 할 쓴 약”이라며 “이 논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래는 점점 더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