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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 붓을 사용해 한글로 글을 쓰는 ‘한글 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해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지식’으로 규정했다. 한글서예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15세기부터 한지, 금석(金石), 섬유 등 다양한 재질에 구현돼 왔다. 조선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한글 문학작품의 필사본이나 편지글에서도 활용됐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 문자 체계인 한글을 표현하면서도 특유의 서체와 필법 등이 한국 전통문화로서의 대표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정 가치로 △한글 창제 이후 오랜 역사 △다양한 기록물에 사용돼 민속사, 국어사 등의 연구에 기여한 점 △이웃 나라와 구별되는 독특한 필법과 정제미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 등을 들었다. 다만 한글 서예는 특정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판소리나 가야금처럼 도제식 교육에 의해 전달되는 무형유산은 보유자와 단체를 지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경우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2015년 ‘아리랑’을 시작으로 씨름, 해녀 등을 국가무형유산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해 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개항 후 전기를 도입하는 등 근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려고 한 대한제국의 노력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가유산청 덕수궁관리소는 27일부터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전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항 후 덕수궁 내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됐던 장식등, 서양식 촛대, 석유등, 유리 등갓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 점을 선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명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설치됐다. 1898년에는 전기회사가 조선에 처음 설립되면서 덕수궁에도 전등이 켜졌다. 특히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제조한 ‘이화문 장식등’이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인 이화문을 넣어 만든 샹들리에로, 황금색 안료와 전구를 끼우는 소켓에 새겨진 상표 등을 봤을 때 1904년 돈덕전 접견실 회랑을 꾸미기 위해 주문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이오니아식 장식 기둥과 고전적 무늬로 꾸며져 접견 공간에 놓였던 ‘화로형 스탠드’, 석조전 내부 장식을 만든 영국 회사 메이플의 가구들도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 대조전 욕실에 달렸던 ‘트로자리에 등갓’과 대청의 샹들리에 중앙등을 밝히던 ‘마쓰다 램프’ 등 현재 1점씩만 남은 조명기구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물고기의 몸과 용의 머리가 합쳐진 어룡(魚龍)이 눈을 부릅뜬 채 연꽃 위에 앉아 있다. 머리를 꼿꼿이 들고 꼬리는 치켜세운 어룡의 은은한 푸른빛이 신비롭다. 비늘은 입체감이 살도록 섬세하게 표현됐고, 철 안료로 점을 찍은 용의 눈은 번뜩인다. 물을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 있다고 전하는 상상의 동물 어룡을 표현한 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13세기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瓷·인물이나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다룬 특별전을 26일부터 연다.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미국·일본·중국의 4개 기관 소장품 274건(국보 11건, 보물 9건)을 선보인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상형청자만 집중적으로 다룬 특별전은 처음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유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과 섬세한 상감 기법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청자 문화의 중심”이라며 “중국의 자기 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려 사람들의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에선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전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 장식 토기를 선보인다. 경북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 경주 덕천리 무덤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기’ 등 다양한 토기를 모았다. 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고려 개경의 왕실과 상류층이 발전시킨 도자를 전시한다. 이 중 국보 ‘청자 사자모양 향로’는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이를 입으로 뿜도록 설계됐는데, 사자의 귀와 코는 물론이고 가지런한 이빨이 드러난 입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고려 청자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국 북송시대(960∼1127년)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허난성 청량사 여요(汝窯) 출토품과 고려 청자를 비교 전시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은 중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 조각’에 비해 은은한 비색(翡色)이 감돌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선 용과 기린, 사자 등을 표현한 각종 청자를 각각 단독 유리장에 진열해 눈길을 끈다. 국보 ‘청자 귀룡모양 주자’는 연꽃 위에 용이 앉아 있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비늘과 갈기, 뿔, 발톱 등을 세밀하게 음각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틀에 찍어낸 꽃잎 하나하나를 몸체에 붙여 장식한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고려 상형청자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도교, 불교 등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밀양 박씨 헤리티지 브라더.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앤더슨 팩!” 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박진영이 케이블 채널 엠넷의 연말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무대에서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인 앤더슨 팩을 이렇게 직접 소개했다. 앤드슨 팩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밀양 박씨다. 세계 음반 시장 1위인 미국 본토에서 한국 음반 시상식이 열리고, ‘밀양 박씨’들의 축하 무대가 펼쳐진 것. 박진영의 신곡 ‘이지 러버(Easy Lover)’에 맞춰 앤더슨 팩이 드럼을 치자 3000여 명이 꽉 들어찬 대극장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말 케이팝(K-POP) 시상식인 MAMA가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최됐다. 1999년 엠넷의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한 MAMA는 2009년 이후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등 각지에서 공연을 열어 왔다. 이제는 아시아의 연말 축제를 넘어 개최 25년 만에 ‘음반 대륙’ 아메리카에 입성한 것. 특히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가 매년 열리는 장소다. 시상식 전인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CJ ENM 컨벤션사업부장은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는 2020년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곳”이라며 “MAMA의 첫 미국 개최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MAMA가 케이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공연에선 K팝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남자 신인상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 영화와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 아일릿은 트와이스의 ‘하트 셰이커’로 사랑스러운 오프닝 무대를 꾸민 데 이어 히트곡 ‘마그네틱’, ‘체리시’를 연이어 선보였다. 또한 원로 할리우드 배우 더스틴 호프먼, 그룹 엔싱크 출신 랜스 베이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등이 깜짝 시상자로 등장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22, 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이어진 MAMA 무대 역시 함성으로 가득 찼다. 22일 시상식에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는 ‘아파트’(APT.)로 글로벌 센세이션을 받았다. 로제는 “가장 좋아하는 술 게임으로 시작했다가 재밌는 곡을 쓰게 됐다”며 “많은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스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관객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이들은 ‘아파트’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23일에는 빅뱅 지드래곤이 솔로로 신곡 ‘파워’ 무대를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태양과 대성이 합류해 완전체 빅뱅으로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등 히트곡을 불러 객석을 달궜다. 이 밖에도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 2관왕을 거머쥔 세븐틴,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에스파와 아이브, 제로베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세계 음반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시장 2위인 일본에서 사흘에 걸쳐 진행된 MAMA에는 모두 9만3000여 관객이 공연장을 메웠다. 지구촌의 200여 개국에서 생중계됐고, 42개국의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진입하는 등 온라인 열기도 뜨거웠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MAMA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미국의 케이팝 팬들은 한국 특유의 공연 퀄리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의 밤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도에는 조기 떼가 몰렸다. 해마다 4, 5월이면 연평도 바다엔 조기가 넘쳐났고, 거대한 조기 떼의 “꾸욱꾸욱” 울음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였다. 작은 섬에 만선의 꿈을 쫓아온 선원 수만 명이 몰렸다. 조기 판 돈이 섬에 흘러넘쳐 상점과 유흥주점은 활황을 맞았다. 서울 명동 부럽지 않았다는 추억담까지. “연평도 어업조합 일일출납액이 한국은행 출납액보다 많았다” “연평도 어업조합 전무를 하지 황해도 도지사 안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황금 시기’였다. 하지만 조기 어업량이 줄면서 호황의 불빛은 꺼졌다. 꽃게잡이가 조기를 대신하긴 했지만 과거만큼의 활력을 찾아보긴 어렵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연평도는 분단의 긴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연평도에 관찰 조사를 나가는 저자는 그 변화를 이렇게 말한다. “연평도는 하나의 군사 요새다. 주민의 절반은 군인과 그 가족들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 저서.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의 바다를 발로 뛰며 조사한 내용과 지역 주민의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겼다. 잡히는 어종의 변화에 따라 어촌의 모습도 시나브로 바뀐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싸인 만큼 어종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어촌 사람들의 희로애락도 다채롭고 풍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022년 9월 26일. 발트해 해저에서 거대한 물거품이 일었다. 지름이 200m에서 1km에 달하는 거대한 메탄 거품들이 나온 곳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과 2.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독일로 곧장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독일과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기획해 건설한 파이프라인이 폭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지 7개월 만의 폭발로, 누구의 소행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르몽드 출신 프랑스 언론인이 쓴 신간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에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 ‘노르트스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논픽션이다. 저자는 어떻게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으로 유럽을 장악하려 했는지, 유럽 강대국들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이 과정에 공모했는지를 추적한다. 노르트스트림은 사업비만 200억 유로에 연간 수송력이 1100억 ㎥에 달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실 구상 단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돼 푸틴이 에너지를 전략 무기로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푸틴은 노르트스트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동안 러시아가 해마다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60∼80%가 우크라이나의 육로를 지났는데, 푸틴은 가스관 사용료를 우크라이나에 지급하기 싫었던 것. 그렇게 2011년 노르트스트림 1이, 2021년 노르트스트림 2가 완공됐다. 책은 푸틴이 노르트스트림을 만들기 위해 독일 유력 정치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과정을 치밀히 묘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전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다. 푸틴은 자신보다 8세 많은 슈뢰더와 친해지기 위해 수많은 공통점을 활용한다. 두 사람은 전쟁 피해를 본 가정에서 자랐고, 둘 다 가난을 겪었으며, 스포츠를 좋아했다. 슈뢰더는 러시아와의 노르트스트림 계약 체결에 큰 역할을 했고, 퇴임 직후에는 노르트스트림AG 이사에 취임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뒤에도 대놓고 러시아와 푸틴을 옹호하는 언행을 해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독일 역시 에너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했기에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탈원전 흐름이 강했던 독일은 환경 오염이 덜하고 가격이 석유에 비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눈길이 꽂힐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등을 침범하기 위한 푸틴의 야욕을 알면서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택하면서 눈을 감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 우크라이나전이 발생해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실제로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멈췄다. 이에 따라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이 인플레이션과 연료난에 시달려야 했다. 전체적으로 푸틴의 덫이 유럽을 옥죄는 과정을 스릴러처럼 묘사해 읽을 때 긴장감이 넘친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100여 명이 넘는 인물을 취재한 결과물을 탐사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 몰입감을 높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0년대를 풍미한 영국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2일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내년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오아시스 역시 이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우리의 새로운 절친들. 조금만 기다려”라며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정규 앨범 7장이 모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영국의 록 밴드다.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히트곡을 다수 발매했다. 전세계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에 이른다. 이들은 2009년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했으나 올 8월 공식 SNS에 “긴 기다림은 끝났다(The great wait is over)”라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재결합을 발표했다.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 투어 예매에 158개국 1000만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앞서 20일 오아시스는 SNS에 ‘말이 씨가 된다’는 메시지가 적혀있는 전광판 사진을 올려 내한 공연을 암시한 바 있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 공연을 연 뒤 한국 팬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2009년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공연으로 한국을 두 번 찾았고, 투어에서 잘 선보이지 않던 ‘리브 포에버’를 특별히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티켓은 이달 29일 낮 12시부터 공식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앞서 28일에는 팬클럽 선예매가 진행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가요계는 ‘밴드 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밴드들이 사랑을 받았다. 과거에는 마니아들만의 음악이라고 여겨졌던 밴드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돌 음악, 트로트가 주를 이루던 K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밴드들은 여름과 가을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한 데 이어 연말에는 풍성한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뜨겁고 감미롭게 우리의 귀를 녹일 ‘K밴드’들의 연말 공연들을 소개한다.음원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며 밴드 열풍을 이끈 데이식스는 다음 달 20, 21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The Present)’를 연다. 콘서트를 한 달 앞둔 이달 19, 20일 열린 티켓 예매에서 2회 공연분의 3만8000여 석이 매진됐다. 국내 밴드가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고척돔에선 방탄소년단(BTS)과 NCT127, 임영웅처럼 팬덤이 많은 가수들이 주로 공연을 펼쳐 왔다는 점을 볼 때, 데이식스의 고척돔 입성은 매우 상징적이다. JYP 관계자는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돔에 서는 만큼 그에 맞는 스케일로 무대를 준비 중”이라며 “연말에 많은 관객들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춘을 응원하는 사운드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물론 ‘예뻤어’, ‘해피(Happy)’ 등 데이식스의 다양한 히트곡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밴드 붐의 시초 격인 넬도 다음 달 20∼22일 사흘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 2024’를 연다. 넬스룸은 넬이 2003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대표 연말 콘서트 브랜드로, 넬의 여러 공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뛰어난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구성은 물론 공연장을 가득 채운 향기 등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 관계자는 “사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의 수 등 무대 규모 측면에서 역대 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은 자우림도 다음 달 27∼29일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를 연다. 자우림 공식 인스타그램은 “2024년과 2025년을 잇는 자우림의 특급 열차가 다시 출발한다”며 “한 해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연”이라고 이번 연말 공연을 소개했다. 페스티벌계의 황제로 불리는 밴드 데이브레이크도 다음 달 새 미니 앨범 ‘세미콜론(SEMICOLON)’을 발매한 후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개최한다. 다음 달 28, 29일 이틀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는 데이브레이크가 미스틱스토리로 이적한 뒤 처음 가지는 콘서트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세미콜론’과 ‘올드&와이즈(Old&Wise)’, ‘리듬, 이 밤은’, ‘영원하라’ 등 데이브레이크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4곡이 담겨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디 밴드들도 연말 공연에 가세하고 있다. 2022년 엠넷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해 3위를 차지한 유다빈밴드는 다음 달 30, 31일 서울 명화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우리는 밤―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를 연다. 벌써 5번 연속 단독 콘서트 매진이다. 지난해 강변가요제 대상을 탄 밴드 ‘엔분의일’도 다음 달 14일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2024 엔분의일’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직원과 학생들은 송현동 구교사에서 고별식을 하고 교기(校旗)와 ‘보성전문학교’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열을 지어 신교사로 향했다.” 1934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암동에 지어진 새 교사(현 고려대 본관)로 이전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은 세계인에게 내세울 우리 민족의 민립대학을 세우겠다는 포부로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다. 건축가 박동진(1899∼1981)에게 의뢰해 1934년 안암동 신교사(현 고려대 본관)를 준공했다. “1934년 고려대의 안암동 시대 개막은 1920년대 좌절됐던 민립대학 설립의 꿈이 인촌 선생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19일 전화로 만난 한용진 고려대 근대교육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근대교육연구소는 최근 고려대의 안암동 이전 90주년을 기념해 ‘안암 90주년: 1920∼30년대의 보성전문학교’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보성전문학교는 1905년 대한제국의 황실 예산을 담당한 내장원경(內藏院卿)을 맡았던 이용익이 세운 황립 학교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용익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망명해 사망한 뒤 이용익의 손주 이종호를 거쳐 3·1운동 민족대표였던 천도교 교주 손병희에게 학교가 넘어갔다. 이후 구미 각국의 대학을 둘러보며 민립대학 구상을 다듬던 인촌이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고, 안암동 일대에 새 캠퍼스를 마련했다. 고려대 캠퍼스 건물 중 가장 먼저 지어진 본관은 당시 흔하던 일제의 목조 건축과 달리 화강암이 사용됐다. 한 소장은 “건축가 박동진의 말처럼 일본 목조 건축의 유약성과 대비되는 화강암의 강인한 면모를 생각하면, 이는 민족 독립의 굳건한 의지를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 듀크대의 배치와 건축 양식이 본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려대 본관은 1937년 준공된 옛 중앙도서관과 함께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사적으로도 지정됐다. 1938년 본관과 정문 사이에 트랙 필드 400m와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를 갖춘 대운동장도 만들어졌다. 이는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베를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모델로 한 것으로, 동양 최대 규모였다. 한 소장은 “대운동장이 존재함으로써 대학이 단지 지성뿐 아니라 야성을 겸비할 수 있었다”며 “오늘날 고려대 캠퍼스의 근원이 되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복고(復古)가 아니라 창신(創新)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일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19일 재개관한다. 올해 8월 전시 개편을 위해 휴관한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약 377㎡(약 114평) 규모로 조성된 전시 공간은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요리조리, 마음 들여다보기’ 코너를 통해 의례를 표현한 풍속화인 ‘평생도(平生圖)’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토우(土偶)’ 등 우리 문화유산을 여러 각도에서 엿볼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음’ 코너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문화유산의 색과 모양을 활용해 표현해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된 ‘마음의 숲’은 풍성한 숲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면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음 캐릭터들은 어린이박물관에 방문한 어린이 약 1000명이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린다고 응답한 색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융합적 체험 전시”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박물관은 관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5번에 걸쳐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일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19일 재개관한다. 올해 8월 전시 개편을 위해 휴관한 지 약 3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약 377㎡(약 114평) 규모로 조성된 전시 공간은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요리조리, 마음 들여다보기’ 코너를 통해 의례를 표현한 풍속화인 ‘평생도(平生圖)’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토우(土偶)’ 등 우리 문화유산을 여러 각도에서 엿볼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음’ 코너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문화유산의 색과 모양을 활용해 표현해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된 ‘마음의 숲’은 풍성한 숲에 숨어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면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음 캐릭터들은 어린이박물관에 방문한 어린이 약 1000명이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린다고 응답한 색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융합적 체험 전시”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박물관은 관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5번에 걸쳐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참새목에 속하는 ‘천인조’는 ‘긴꼬리단풍조’의 둥지에 기생해 자란다. 남의 둥지 안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탁란’을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이 두 종의 성체는 전혀 다르지만, 새끼 때만큼은 입이 닮았다. 새끼 천인조가 부모 긴꼬리단풍조를 속여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입이 같은 무늬로 진화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모방 전략’을 쓰는 아기 새를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신간은 어린 동물들의 특성과 성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무척추동물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해양 생물학자다. 그는 “모든 종의 어린 구성원은 우리 지구가 펼치는 드라마에 왕성하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메리카 대왕 오징어’로 알려진 훔볼트오징어의 알 덩어리를 기적적으로 발견한 경험을 한 이후 어린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책에 따르면 어린 생명체는 성체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독립적 개체다. 단지 성체가 되지 못한 미성숙한 동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기 캥거루에게는 어미의 육아낭을 찾아 올라갈 수 있는 강한 팔다리가 있다. 랑구르 원숭이는 태어날 때는 어미의 주의를 끄는 오렌지색이지만, 자란 뒤에는 천적의 눈에 덜 띄도록 흑백의 모습을 갖춘다. 작디작지만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도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강인함도 있다. 청개구리 알 무리는 포식자의 위협이 느껴지면 보다 일찍 부화해 ‘도망’치고, 얼룩상어 배아는 굶주린 포식자를 감지하면 얼어붙은 듯 정지한 채 숨을 참는다. “새끼 한 마리 한 마리는 세상이라는 천을 뚫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작은 바늘과 같다.” 저자는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동물들의 치열함에 경탄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알 또는 태아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온갖 위협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시절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가난한 두 가족이 집 한 채를 나눠서 살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한 할머니가 이 집에 들러 도움을 받고는 호박 하나씩을 두 가족에게 선물했습니다. 이것은 ‘마법 호박’이라면서, 다만 마법이 일어나게 하려면 슬기롭게 잘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지요. 한 가족은 ‘과감히’ 호박을 갈라 속은 먹고, 씨는 밭에 뿌렸습니다. 다른 한 가족은 호박을 깨끗이 씻은 뒤 ‘소중히’ 간직했지요. 호박이 마법을 부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요. 두 가족은 마법 호박이란 ‘기회’를 같이 잡게 됐지만 대응법은 이렇게 아주 달랐습니다. 한참이 흐른 뒤 할머니는 이들 가족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두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옛날, 옛날에∼’란 말이 서두에 붙을 것만 같은, 익숙한 전래 동화 진행 방식이 정겹습니다. 그렇기에 이국적인 그림체지만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승자와 패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반전’이 있는 것도 책이 주는 미덕이자 매력입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하이브에 행사했으며, 그 규모가 약 260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가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행사 시 그는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어도어 감사보고서 기준 전체 어도어 주식의 18%인 57만 3160주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가 이달 초 풋옵션을 행사해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 2023년이다. 어도어는 2022년 영업손실 40억 원, 2023년 영업이익 335억 원을 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민 전 대표는 약 260억 원을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모 어도어 전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도 같은 날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해 실제로 거액을 손에 쥐려면 법정 다툼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는 7월 민 전 대표에게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풋옵션의 근거인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앞서 뉴진스는 13일 “시정 요구 사항이 14일 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소속사 어도어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어도어는 14일 “내용 증명을 수령해 검토 중”이라며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장인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친윤 진영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구했고, 친한 진영은 “불법적인 글도 아닌데 당무감사 요건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계가 그간 쌓였던 앙금에 공세에 나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당원의 성씨만 표시되는 익명 당원 게시판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작성자 이름까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당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고발을 예고하면서 당내 사안이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 친윤 “많은 당원 걱정, 의문점 빨리 해소해야”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씨 성을 가진 당원이 4·10총선 이후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었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리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당원의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한 대표의 부인과 모친, 장인, 장모 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이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사설, 기사 등을 꾸준히 올려 온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작성한 글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지 않아 글을 쓸 권한이 없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도 실제 누구인지 확인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 친한 “韓 가족과 이름 같으면 확인해야 하나” 일단 친한계 등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감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다.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지에서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당 지도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 의원은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앞서 한 대표 이름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렇게 다투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을 찾겠다면 대통령 욕한 사람과 한 대표를 욕한 사람을 다 찾아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용산 쪽 사람이 나온다거나 하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007년 한 대학교의 ‘역사서 강독’ 강의. 담당 교수가 고구려 을지문덕이 수나라 군사 30만 명을 섬멸한 살수대첩을 한창 설명할 때 한 사학과 2학년생은 의문이 생겼다. ‘전장에서 숨진 수십만 군사들의 시체로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고구려 풍토병에 감염된 병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옮기지는 않았을까?’ 학생이 질병 관련 당대 기록이 남아있는지 묻자, 교수는 “관련 기록은 없지만 연구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답했다. 학생은 고고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고인골(古人骨·오래된 사람 뼈)이나 동식물의 유체에 남은 DNA를 분석하는 ‘생물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그때 결심했다. 묘를 파는 ‘파묘’가 인생의 일부가 돼버린 홍종하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40) 얘기다. “사방에 뼈들이 좀 많죠?” 지난달 경희대 유라시아 생물유존체 분석센터에서 만난 홍 교수의 연구실. 한쪽에는 100개가 넘는 ‘뼈 단지’들이 쌓여 있었다. 분석 중인 고인골과 동물 뼈들이 방 안 가득했다. 분석을 위해 뼈를 절단하는 무시무시한(?) 전동 드릴도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방 안에서 퀴퀴한 냄새는 나지 않았으며,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놓인 제습제들이 눈에 띄었다.고인골 DNA는 식생활과 건강, 질병 상태 등 옛 조상들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이다. 역사 기록이나 유물로는 얻을 수 없는 생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연구 분야다. 홍 교수는 “문헌이나 유물 연구에서 발견하지 못한 역사의 ‘미싱 링크’를 찾아 복원하는 게 생물 고고학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고인골 분석은 다른 동물의 뼈에 비해 분석이 훨씬 까다롭다. 연구자들의 DNA와 고인골 DNA가 뒤섞여 잘못된 분석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홍 교수는 “인골은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굴 현장에서 접근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발굴하면 뼈의 기초 분석을 통해 생전 키나 몸무게와 같은 신체 조건을 추정하고,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식단과 출신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때론 유골뿐 아니라 인체 장기가 보존된 ‘미라’가 국내에서 발견돼 이를 연구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2014년 10월 경북 청도군의 고성 이씨 문중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이징(1580∼1642)이라는 남성의 미라를 국립대구박물관과 함께 연구했다. 무덤 주인의 키는 조선 시대 일반 남성보다 큰 165.1cm로 측정됐고, 영양 상태도 좋았다. 다만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헬리코박터균과 폐 기생충에 감염됐음이 확인됐다. 홍 교수는 “골격, 영양 상태 등으로 미루어 양반인 이징으로 추정됐고, 기생충 검출 등을 보면 가재, 민물고기 등을 잘 익히지 않고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사 결과 수백 년 전 죽은 사람의 질병과 식습관까지 밝혀낼 수 있는 셈이다. 파묘를 하고, 유골을 만지는 게 좀 꺼림직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연구 직후에도 뼈가 들어간 해장국이나 사골국도 잘 먹는다고. 올해 관객 1000만을 넘긴 영화 ‘파묘’를 봤냐고 하자, 아직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있었다.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면 독특한 질병에 걸렸던 분의 미라나 유골이 발견되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과거에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고인에 대한 존중을 늘 잊지 않고 연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장인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친윤 진영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구했고, 친한 진영은 “불법적인 글도 아닌데 당무감사 요건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계가 그간 쌓였던 앙금에 공세에 나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이번 논란은 당원의 성 씨만 표시되는 익명 당원 게시판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작성자 이름까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당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고발을 예고하면서 당내 사안이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친윤 “많은 당원 걱정, 의문점 빨리 해소해야”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느냐”고 했다.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 씨 성을 가진 당원이 4·10총선 이후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었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릴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당원의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한 대표의 부인과 모친, 장인, 장모 등과 이름의 같은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사설, 기사 등을 꾸준히 올려온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작성한 글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지 않아 글을 쓸 권한이 없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도 실제 누구인지 확인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 친한 “韓가족과 이름 같으면 확인해야 하나”일단 친한계 등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감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다.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지에서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이날 당 지도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 의원은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앞서 한 대표 이름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렇게 다투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을 찾겠다면 대통령 욕한 사람과 한 대표를 욕한 사람을 다 찾아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용산 쪽 사람 등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제게 루마니아어 공부는 비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것이었죠.” 지난달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북하우스)를 펴낸 일본 소설가 사이토 뎃초(3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난 그는 루마니아는커녕 한 번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루마니아어를 독학으로 익혀 2019년부터 루마니아어로 쓴 단편소설 30여 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다.신간 에세이는 ‘루마니아어로 글을 쓰는 일본 소설가’가 된 그의 독특한 인생 경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는 본인의 에세이가 한국어로 출판된 것에 대해 “내 책이 다른 사람에 의해 번역돼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 감동”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일본의 메이지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앞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좌절에 빠져 졸업 후 그는 집에 틀어박혔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암담하던 그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2009년). 보고 또 봤고 자연스레 루마니아어에도 흥미가 생겼다. “싫어하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루마니아어를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싫어할 뿐,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마니아어 교재를 몇 권 사서 읽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는 루마니아를 좋아하는 일본인’이라고 적은 뒤 무턱대고 루마니아인 3000여 명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다. “이렇게 ‘루마니아 메타버스’를 만들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루마니아어로 채워져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야미’ 등 루마니아인 절친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소설가 데뷔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약 4년 만인 2019년 인터넷 문예지 ‘리터노티카(LiterNautica)’의 편집장 미하일 빅투스로부터 투고 제안을 받은 것. 그의 첫 단편소설 ‘평범한 일본인(Un japones ordinar)’은 아빠, 남편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어떤 측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적 심리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도 여럿 읽었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기쁘다는 그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한강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어라는 미지의 언어를 배우며 주인공이 변해 가는 걸 그리고 있는데, 제가 루마니아어를 배운 경험과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는 히키코모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루마니아 철학자 시오랑은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분명 자신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제게 루마니아어 공부는 비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것이었죠.” 지난달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북하우스)를 펴낸 일본 소설가 사이토 뎃초(3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난 그는 루마니아는커녕 한 번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루마니아어를 독학으로 익혀 2019년부터 루마니아어로 쓴 단편소설 30여 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신간 에세이는 ‘루마니아어로 글을 쓰는 일본 소설가’가 된 그의 독특한 인생 경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는 본인의 에세이가 한국어로 출판된 것에 대해 “내 책이 다른 사람에 의해 번역돼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 감동”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일본의 메이지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앞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좌절에 빠져 졸업 후 그는 집에 틀어박혔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암담하던 그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2009년). 보고 또 봤고 자연스레 루마니아어에도 흥미가 생겼다. “싫어하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루마니아어를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싫어할 뿐,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마니아어 교재를 몇 권 사서 읽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는 루마니아를 좋아하는 일본인’이라고 적은 뒤 무턱대고 루마니아인 3000여 명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다. “이렇게 ‘루마니아 메타버스’를 만들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루마니아어로 채워져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야미’ 등 루마니아인 절친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소설가 데뷔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약 4년 만인 2019년 인터넷 문예지 ‘리터노티카(LiterNautica)’의 편집장 미하일 빅투스로부터 투고 제안을 받은 것. 그의 첫 단편소설 ‘평범한 일본인(Un japones ordinar)’은 아빠, 남편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어떤 측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적 심리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도 여럿 읽었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기쁘다는 그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한강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어라는 미지의 언어를 배우며 주인공이 변해 가는 걸 그리고 있는데, 제가 루마니아어를 배운 경험과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는 루마니어를 익히면서 외국어 공부가 자신의 내면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나와 전혀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배우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변하는 감각을 맛보게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었는데, 루마니아어를 배운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즐겁다고 느낍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는 그런 막강한 힘이 깃들어 있거든요.” 그는 최근 루마니아어에 이어 몰타어, 룩셈부르크어도 공부하는 중이란다. 그는 히키코모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루마니아 철학자 시오랑은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분명 자신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 후기 왕실 행사의 방식 등을 기록한 업무일지인 ‘별감방일기(別監房日記)’의 한글 번역본(사진)을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2005년부터 도서관 소장 유일본 가운데 연구 가치가 높은 자료를 한국고문헌국역총서로 내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책이 16집이다. 별감방일기는 별감(궁중 행사 지원 및 호위 등을 맡은 관직) 등이 소속된 액정서(掖庭署) 운영에 관한 업무일지로, 1864∼1890년 940건의 기사를 수록하고 있다. 액정서는 조선시대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왕이 쓰는 필기구, 대궐 안 열쇠, 궁궐 설비 등을 관리하던 조직이다. 1392년(태조 1년) 설치돼 1894년(고종 31년) 폐지됐다. 별감방일기를 통해 고종 시대 왕실 행사의 진행 시기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액정서 관리들은 왕과 왕족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호위하거나 보좌했다. 이들은 철종(재위 1849∼1863)의 장례, 경복궁 중건, 명성왕후 책봉 등 왕실의 주요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후에는 국왕 등으로부터 하사품을 받기도 했다. 또 경복궁을 중건할 때는 원납전(願納錢)을 냈는데, 별감들이 중인 신분임에도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췄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은 “별감들에 대한 하사품을 누가 얼마나, 어떤 종류로 수여했는지를 연구하면 당시 왕실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