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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뺨을 할퀴던 추위가 한풀 꺾였다. 겨우내 은인자중하던 클래식 공연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생 공연’이 될지도 모를 3월의 클래식 성찬을 소개한다. ▲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쇼팽의 강자’로 알려진 1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 정작 자신은 “슈베르트가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한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슈베르트는 빼놓지 않던 그가 슈베르트로 전국 투어를 한다. 즉흥곡 D935와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D960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1577-5266 ▲ 서울시향 2018 올해의 음악가 이언 보스트리지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로 잘 알려진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10, 11일 공연한다. 서울시향 선정 올해의 음악가로서 갖는 세 번의 공연 가운데 첫 무대다. 드뷔시 ‘3개의 녹턴’, 브리튼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 홀스트 ‘행성’ 등을 들려준다.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9만 원. 1588-1210 ▲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 ‘소프라노계 비욘세’ 호주 출신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의 첫 내한 공연. 모차르트의 아리아, 아르디티 ‘입맞춤’,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피터팬’ 등을 노래한다. 정상급 솔리스트들과 협연해온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이 공연에 격을 더한다. 15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13만 원. 02-2005-0114▲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맡았다. 27일에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슈베르트 교향곡 제5번,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를, 28일에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프라하’, 슈만 교향곡 제2번 등을 연주한다.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4만∼15만 원. 1544-7744▲ 리처드 용재 오닐 ‘DUO’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5년 만에 신작앨범 ‘DUO’로 돌아왔다.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 첼로와 협연했다. 이에 맞춰 진행하는 공연 1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첼리스트 문태국, 비올리스트 이수민과 함께 베토벤, 조지 벤저민, 모차르트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선보인다. 31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3만∼10만 원. 1577-5266이설 기자 snow@donga.com}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1917∼1995·사진)의 유해가 25일 고향인 경남 통영시로 돌아왔다. 고국을 떠난 지 49년, 사후 23년 만이다. 그러나 이장(移葬)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상처 입은 용(龍)’이 고향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선생의 유해는 25일 오후 1시 반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유해함을 안은 플로리안 리임 국제통영음악재단 대표는 독일에서 출발해 일본을 경유한 뒤 한국에 입국했다. 리임 대표는 통영시추모공원에서 대기 중이던 선생의 아내 이수자 씨(91)에게 유해를 전달했다. 이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건네받은 유해를 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안치했다. 입국과 이후 일정은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 일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독일 현지 이장식은 23일(현지 시간)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서 진행됐다. 유해를 받아든 딸 윤정 씨(67)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이장식에는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 권세훈 주독 한국문화원장, 리임 대표, 최영숙 한민족유럽연대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이상의 귀환은 탄생 100주년이던 지난해 여름부터 추진됐다. 이수자 씨가 ‘제 나이도 아흔을 넘었는데, 통영에 묻히고 싶어 했던 남편과 함께하길 원한다’는 편지를 베를린시에 보내면서 급진전됐다. 정부와 통영시도 적극 나섰다. 유골은 임시 봉안했다가 다음 달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에 맞춰 안장될 예정이다. 묘지는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언덕 100m² 터에 마련된다. 생전 통영 앞바다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그리워하던 선생의 뜻을 기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를 골랐다. 처음 교편을 잡은 화양초등학교와도 멀지 않다. 봉분 없이 비석 하나 있는 소박한 추모 공간으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안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생은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뒤 이념 논쟁에 시달려 왔다. 재독 경제학자 오길남 씨에 대한 입북 권유 논란, 망명 후 북한과의 교류 등으로 ‘친북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무현 정권 당시 송두율이 귀국한 데 이어 이제는 이장까지 해가며 윤이상을 띄운다”며 비판했다. 오길남 씨(76)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도 “북한에 두고 온 두 딸은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도 쪼개졌다. 이날 오후 2시 통영시 중앙동 문화마당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박순옥 운영위원은 “유해 안치를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애국시민총연합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김일성을 사모했던 윤이상이 묻힐 곳은 북한의 ‘애국열사릉’이지 통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소속인 김동진 통영시장(67)은 “선생에 대해 친북활동과 사상적 편향성 시비가 있었지만 이제 인도적 차원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때도 됐다”며 “김동리문학관이 문학도의 순례지가 된 것처럼 윤이상 선생의 흔적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당 예술기획본부장은 “윤 선생은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며 “더 이상 분열 없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이상은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축하 행사 무대에 올린 오페라 ‘심청’의 성공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윤이상은 유럽 평론가들이 뽑은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명망이 높은 분”이라며 “이제라도 국내외에서 선생의 음악이 자주 연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강정훈 manman@donga.com / 이설 기자}

“한국의 ‘반지’는 독일이나 미국 반지와는 달라야겠죠. 남북 분단 상황과 핵전쟁의 위협 등을 작품에 적극 반영할 생각입니다. 예컨대 파프너와 파졸트 형제가 싸우는 장면은 남북 분단으로 그리는 거죠.” 거장의 손에서 ‘한국의 반지’가 새롭게 탄생한다. 독일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사진)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사이클)을 한국에서 제작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니벨룽의 반지’는 2005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했지만, 한국에서 제작을 맡은 건 처음. 올해 11월 ‘라인의 황금’(공연 시간 2시간 30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발퀴레’(3시간 40분), ‘지크프리트’(3시간 50분), ‘신들의 황혼’(5시간 20분)을 차례로 선보인다. 그는 21일 본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과 독일 수교 135주년을 맞아 7년 전부터 이번 공연을 준비해 왔다”며 “‘한국의 반지’가 ‘최고의 반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우물을 제대로 판 전방위 예술가다. 포스터 의상 소품 등 무대 위 모든 시각물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한다. 지금껏 신들린 듯 쏟아낸 작품이 무려 150여 편.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수제자로 4개국에서 최고문화훈장을 받았다. “저는 30대 후반에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했어요. 그래서인지 남북으로 갈라진 한국에서의 공연에 큰 애착을 느낍니다. 분단국가의 현실과 경쟁, 물질만능주의, ‘갑질’ 논란 등을 작품에 담아 반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싶습니다.”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예술 혼은 펄펄 끓는다. 링사이클은 주요 인물만 34명에, 나흘에 걸쳐 총 18시간 동안 공연되는 대작. 미국 로스앤젤레스(2010년)와 독일 만하임(2013년)에 이어 그 어렵다는 작품에 세 번째로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바그너가 26년 동안 빚어낸 링사이클은 완벽하게 혁신적인 작품이에요. 세계관이 웅장하고 인물은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메시지는 세월이 흘러도 살아 펄떡이죠. 지금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표현한 연출가는 없다고 봅니다.” 주요 배역은 바그너를 기리는 독일 음악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활약해 온 한국과 유럽 성악가들이 맡았다. 전승현(아틸라 전), 김동섭(제라르 김), 에스더 리 등이 함께한다. 오케스트라는 오스트리아 지휘자 랄프 바이케르트(78)가 이끌며, 한국인 연주자 60명과 유럽의 연주자 30명이 참여한다. 총 제작비는 120억 원. 주한 독일문화원과 BMW 등 독일 기업이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국내 공연 뒤 독일 현지로 작품을 역수출할 계획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전 아직 어리고 먼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훌륭한 천재조차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일에 미쳐 있지 않다면’이란 명언을 늘 되새기죠.” 러시아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는 최근 가장 ‘힙’한 20대 소프라노다. 티 없이 깨끗한 고음과 완벽한 기교, 중세시대 인형을 닮은 외모로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22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율리아 레즈네바의 바로크 음악’ 무대에 오르는 그를 e메일로 미리 만났다. 레즈네바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지구물리학자인 부모는 노래에 무섭게 집중하는 다섯 살 딸의 재능을 알아보곤 곧장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며 독보적 재능과 날카로운 안목이 만나 꽃길을 걸을 운을 틔웠다. 18세에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수많은 거물이 그를 ‘다음 세기를 이끌 디바’로 점찍었다.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마크 민코프스키(54), 소프라노의 전설 키리 테카나와(74), 세계적인 고악기 앙상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끄는 조반니 안토니니(53) 등이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코프스키는 대부 같은 분입니다. 데카나와는 저를 로열 앨버트홀 공연에 초청해 주셨죠. 안토니니와 그의 앙상블은 고음악계의 보석 같은 존재고요.” 레즈네바는 음색이 순박하면서도 기교가 화려해 바로크 음악에 최적화된 콜로라투라로 꼽힌다.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이번 무대에서도 비발디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 퍼셀의 ‘아더 왕 모음곡’ 등을 노래한다. 그는 “어린 시절 함께 어울렸던 한국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소프라노 조수미도 무척 존경해 이번 서울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바로크 음악은 ‘재즈’를 닮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바흐와 헨델의 오라토리오 등 바로크 음악을 좋아했죠. 노래할 때 모험을 하듯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고음악에 대한 애정은 악보 연구로 이어진다. 그는 “숨겨진 음악을 공유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며 “니콜라 포르포라의 모테트와 카를 하인리히 그라운의 아리아 악보를 발굴했을 때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서른을 앞두고 음악적 외연을 넓힐 생각은 없을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지만 너무 많이 변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바로크 음악에 단단히 발을 딛고 모차르트,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가곡, 피아노와의 듀오 리사이틀 등에 도전할 겁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번 설 연휴에는 모처럼 만난 가족과 함께 국악 공연장을 찾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즐기기엔 시끌벅적 다채로운 국악이 안성맞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노릴 만한 명품 공연을 소개한다. 먼저 4년 만에 돌아온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고전소설인 심청전이 현대 풍자극으로 재탄생했다. 무능한 아버지 대신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는 심청이는 더 이상 효녀가 아니다. 외계어에 가까운 ‘급식체’(청소년 은어)를 쓰며 현실에서 달아나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심 봉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세 글을 올리며 적폐에 눈감는 ‘꼰대’로 그려진다. 뺑덕어멈은 심 봉사의 재산을 탕진한 뒤 특활비로 썼다고 큰소리친다. 풍자를 통해 민심을 다독이는 마당놀이 역할에 충실했다. 2014년 초연 뒤 2016년까지 118회 공연해 관객 12만5786명을 동원한 연말연시 대표 공연. 1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전석 5만 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우리네 세시풍속을 재현한 대공연 ‘한판놀개’가 열린다. 젊은 소리꾼 김용우의 사회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이 공연한다. 대중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와 지난해 제6회 국악동요부르기 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리꽃심 중창단’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새해를 여는 북 합주와 불운을 몰아내는 액막이 타령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소리꾼 김용우와 제니스가 샌드아트와 어우러진 협연을 펼친다. 무용단과 창작단은 신명나는 무대로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소리꽃심 중창단은 설 동요를 부르고 국악관현악단은 세계민요와 연희 판놀음 등을 공연한다. 개띠 해에 태어난 관람객이나 한복 착용자, 3대가 함께 온 관람객에겐 입장료를 1000원으로 할인해준다. 아이가 있는 가족은 국립국악원 앞마당에서 열리는 떡메 치기,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체험을 놓치지 말자. 16, 17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전석 1만 원. 클래식 공연도 마련돼 있다. ‘크마앙상블의 협주곡과 함께하는 음악여행’이 17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크마앙상블은 200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창단연주회를 한 뒤로 연극과 클래식 음악을 접목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해왔다. 김영호의 지휘로 멘델스존, 하이든, 쇼팽 등의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2만∼3만5000원. 세계적인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도 내한 콘서트를 연다. ‘2018년 원주 윈터 댄싱카니발’의 일환으로 열리는 공연 ‘따뜻한 선물’에서 로망스, 레이크 루이스, 어펙션 등을 연주할 예정. 17일 오후 3시 강원 원주시 치악예술관. 5만5000∼6만6000원.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날 밤(개회식 공연)의 스타는 단연 소프라노 수미 황이었다.”(뉴욕타임스)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이후 인터넷은 ‘올림픽 찬가 선녀’에 대한 관심으로 후끈했다. 자그마한 체구, 황금 봉황이 수놓인 한복드레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와는 다른 반전 카리스마에 세계의 안방이 숨을 죽였다. 11일 독일로 돌아간 소프라노 황수미 씨(32)를 13일 인터뷰했다. 독일 본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그는 전화 통화가 힘들 만큼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무대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시나무처럼 떨었어요. 하지만 반주가 울리자 거짓말처럼 긴장이 가라앉더군요. 고요하고 벅찬 마음으로 노래했습니다.” 올림픽 찬가는 개회식 공연의 꽃이다. 1958년 공식 찬가로 지정된 뒤 플라시도 도밍고, 몽세라 카바예, 알프레도 크라우스, 안나 네트렙코 등 세계적 거장들이 개회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중요한 무대인 만큼 성악가 선정 작업도 극비리에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초에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12월 29일 최종 선정 소식을 듣고선 ‘현실인가’ 싶었죠. 다행히 독일 공연 일정과 겹치지 않아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습니다.” 공연은 라이브가 아닌 녹음으로 진행됐다. 날씨 등 돌발 상황을 고려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침에 따른 것. 특히 황 씨는 그리스어로 찬가를 불러달라는 특별 미션을 받았다. 생소한 가사를 어떻게 익힐지 걱정하던 중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그리스어로 올림픽 찬가를 부른 경험이 있는 극장 동료의 도움으로 발음을 정확히 익힐 수 있었어요. 1월 중순 한국에 들어와 녹음 작업을 마치고 바로 독일로 돌아갔죠. 이런 노력 덕분인지 IOC 측에서 올림픽 찬가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네요.(웃음)” 그는 2014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소프라노로 우뚝 섰다. 경북 안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엔 발레 피아노 등에 두루 관심을 두다가 성악에 정착해 서울예고로 유학을 갔다. “교육공무원인 아버지 수입으로 서울예고에 유학 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직 딸의 꿈을 위해 단 한 번의 반대도 없이 버팀목이 돼주신 부모님을 존경합니다.”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한 후에는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인 실력에 좌절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어느 순간 비교가 발전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남들보다 나은 노래’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노래’를 추구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했다. 오페라, 종교음악, 가곡 등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도전과제는 뭘까. “20대엔 방송 뮤지컬 등 다양한 길을 고민했죠.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성악이에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매 순간에 충실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성악가에겐 행복한 마음과 체력 관리가 최고의 계획입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사라 장 연주를 보고 자랐는데 ‘레전드’와 같은 무대에 서게 돼 영광입니다.” “저도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닌데 조금 이상하네요.(웃음)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Virtuosi)’ 기자간담회. 사라 장(38·사진)과 후배들은 서로를 치켜세우느라 바빴다. 장 씨는 올해 예술의전당 30주년을 맞아 13일 오후 7시 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4년 만의 국내 공연에는 후배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악장)·김다미, 비올리스트 이한나·정승원·윤소희, 첼리스트 박노을, 베이시스트 성민제 등이 함께한다. 연주곡은 비탈리 ‘샤콘’과 비발디 ‘사계’, 피아졸라 ‘사계’ 등이다. “엄마와 할머니가 아홉 살짜리에게 맞는 드레스를 찾아 동분서주하시던 모습만 생생해요. 또 공연이 끝나고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됐는데, 알고 보니 노태우 대통령이었죠.” 사라 장은 예술의전당과 인연이 깊다. 1990년 당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뉴욕 필 신년음악회’에 데뷔한 그를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 초대해 이곳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무대마다 기운이 다른데 예술의전당은 집에 왔다는 느낌을 준다. 백스테이지도 편안하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욕심이 과하면 작품이 안드로메다로 가기 쉽다. 역대 겨울올림픽 단복 가운데 ‘슬픈 망작 5’를 꼽아봤다. ①‘무지개떡인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독일 선수단 단복이 공개되자 한국 유머게시판에는 이런 비아냥거림이 올라왔다. 빨간색, 노란색, 연두색, 하늘색, 흰색, 보라색, 주황색…. 전신을 오색으로 수놓아 눈이 어지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와 보그너가 함께 제작한 이 유니폼은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러시아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등의 긍정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긴 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은 1978년 미국의 동성애 운동가인 길버트 베이커(1951∼2017)가 처음 디자인한 후 세계로 퍼졌다. ②1984년 사라예보 겨울올림픽. 미국은 지나친 카우보이 사랑으로 빈축을 샀다. 황토색 점퍼와 카우보이모자를 눌러 쓴미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은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카우보이모자와 웨스턴 부츠, 청바지로 상징되는 ‘카우보이 패션’은 자유와 개척 정신을 나타내는 패션 코드. 한데 정도가 지나쳤던 걸까. “옛날 카우보이보다 더 촌스럽다”는 혹평을 들었다. ③항공 점퍼와 군복 바지, 그리고 세련된 빨간색 비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멕시코의 단복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장소가 문제였다. 당시 외신은 “올림픽 개회식이 아니라 비행장이었다면 멕시코 선수단이 베스트 드레서로 꼽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를 연기한 영화 ‘탑건’(1987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④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개막식. 캐나다 선수단이 입장하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큼직한 붉은색 코트와 망토, 검은색 털모자와 검은색 장갑. 분명 러시아 선수단 복장인데 깃발에는 ‘캐나다’라는 글자가 또렷했던 것. 전혀 캐나다스럽지 않은 당시 디자인은 지금도 그 의도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⑤체코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단복은 지나치게 어지러운 무늬를 사용해 박한 점수를 받았다. “잭슨 폴록이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스케치북에서나 볼 법한 무늬”라는 혹평을 들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올림픽은 거대한 생중계 패션쇼다. 세계의 눈이 안방 TV를 통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꽂힌다. 각국이 주요 브랜드와 손잡고 수년간 단복 제작에 매달리는 이유다. 9일 막이 오른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 디자인 측면에서 각국이 ‘패션 승부’를 펼친다. ○ 국가 상징… 과하면 ‘밉상’ 덜하면 ‘바보’ 선수 단복은 상징물을 총동원해 애국심을 누가 더 세련되게 드러내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과하면 지나치다고 빈축을 사고, 모자라면 일대의 자국 홍보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미국]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멋스러운 조화.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 별무늬와 줄무늬. 미국은 이번에도 성조기 덕을 톡톡히 봤다. 카우보이모자와 청바지, 웨스턴 부츠가 상징하는 ‘카우보이 패션’도 힘을 보탰다. 미국 개막식 단복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디자인했다. 빨간색, 흰색, 파란색으로 구성된 패딩 점퍼 뒷면에 성조기와 ‘USA’ 마크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청바지와 웨스턴 장갑으로 자유로운 멋을 더했다. 미국적인 모티브를 과하지 않게 섞어 홍보와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여기에 기술력까지 과시했다. 버튼을 누르면 파카 안쪽에 부착된 발열 잉크가 몸을 데워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발열 기능을 끄고 켤 수 있다. 성조기의 온도는 3단계로 조절된다. 디자인을 맡은 곳은 미국 대표 브랜드인 랄프로렌. 이번이 벌써 6번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단복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알려져 국내 망신을 산 뒤로 원단과 제작 과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캐나다]캐나다는 의류는 물론이고 모자, 장갑 등 액세서리까지 빨간색, 검은색, 흰색으로 만들어 통일감을 줬다. 또 단풍잎 문양과 ‘CANADA’ 글자를 곳곳에 노출해 홍보지수를 높였다. 단복을 제작한 캐나다 소매유통기업 허드슨베이컴퍼니는 특히 다양한 구성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양말을 체크무늬와 단풍잎무늬 등 여러 종류로 디자인한 것. 방한 장갑, 털모자, 야구모자, 가방, 목도리 등은 평상복으로도 손색이 없다. 허드슨베이컴퍼니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단복뿐 아니라 손수건, 유아용 보디슈트, 담요 등 다양한 올림픽 용품을 판매 중이다.○ 숨은 애국 디자인을 찾아라 의류 강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발군의 감각을 자랑했다. 자국의 상징색을 숨은그림 찾기수준으로 섞어 절제미를 살렸다. 또 ‘스키니 핏’을 고수해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을 지켰다.[프랑스]프랑스 역시 국기의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본떴다. 활동적인 인상을 주는 파란색을 주색으로 쓰되 흰색과 빨간색 선을 곳곳에 배치해 재미를 줬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각도가 한쪽으로 기운 사선 디자인. 패딩 점퍼 등에 가로 세로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지퍼를 배치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심장 부분에 위치한 라코스테의 악어 로고를 유심히 살펴보자. 그 작은 악어의 몸을 파란색, 흰색, 빨간색으로 나눠 칠해 ‘앙증미’를 살렸다. 라코스테는 단복과 동일한 제품에 올림픽 오륜기를 덜어낸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탈리아]시골 아낙도 ‘패피(패션피플)’라는 이탈리아의 단복은 엠포리오아르마니의 스포츠 라인인 엠포리오아르마니 EA7이 제작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짙은 파란색으로 통일감을 준 뒤 양쪽 가슴 바깥 부분과 로고에 국기 상징색을 썼다. 언뜻 스타일에 집중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애국 디자인이 숨어 있다. 재킷과 스웨터의 안쪽에 황금빛 필기체로 이탈리아 국가의 첫 소절인 ‘이탈리아의 형제’를 새겼다.스웨덴의 단복은 3번 연속으로 세계적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H&M이 만들고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발한 노란색과 파란색을 활용해 밝고 역동적인 단복을 완성했다. H&M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능성과 디자인, 스웨덴의 문화를 모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 자칫하면 균형 잃고 ‘망작’[독일]독일 개막식 단복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부정적 목소리가 다소 우세하다. 톤 다운된 황토색 카키색에 가죽으로 된 로고가 마치 캠핑 패션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30대 남성은 “아디다스가 디자인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눈밭과 어울리지 않는 색만 모아놓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독일 올림픽위원회는 단복을 공개하면서 “도시적이고 편안한 ‘어번 스트리트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스위스는 투박한 학교 체육복 같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빨강은 흰색이나 남색 등과 달리 변화를 줘야 돋보이는데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해 투박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위스 올림픽위원회는 “스위스 국기에서 빨간색 바탕은 예수의 피를, 흰색 십자가는 예수의 십자가를 상징한다”며 “단복에는 스위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정, 존중, 신뢰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호주]호주는 ‘차려입은 대학생 룩’ 같은 단복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상징하는 짙은 초록을 상징색으로 내세운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디자인. 현지 신문은 “체크무늬 셔츠와 재킷, 초록색 스웨터로 구성된 단복은 은행원에게 어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추위에 약한 선수단을 위해 100% 메리노울을 사용하는 등 보온에는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 막판까지 우여곡절도[한국]노스페이스가 제작한 한국 단복은 ‘북한 변수’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뒤 단복 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흰색을 기본으로 태극기 문양의 파란색 빨간색을 적절히 활용했다. 북한 대표팀을 고려해 태극기는 한반도기로 바꾸고 오른쪽 팔의 ‘팀 코리아’ 로고와 패딩 안감에 새긴 애국가 가사는 삭제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소치 올림픽 단복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개최국의 품위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자국의 도핑 스캔들로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러시아 선수단. 지난해 11월 단복을 공개한 러시아 브랜드 자스포트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3색 사용은 금하며 단색 또는 2개 색으로만 단복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색톤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생쥐꼴로 출전하게 됐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제약을 뛰어넘은 모던하고 트렌디한 디자인”(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으로 평이 나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디리리리링.”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티에리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61)의 지휘봉이 양금(洋琴) 연주자 최휘선 씨(31)를 가리켰다. 최 씨가 나무채로 현을 가볍게 두드리자 맑고 고운 소리가 귓등을 두드렸다. 피셔 씨는 “동양 악기가 서양 악기를 대체하다니 흥미롭다. 좋은 연주를 보여줘서 고맙다”며 최 씨를 격려했다. 이날 서울시향 단원 90여 명은 9,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 꿈’ 가운데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1916∼2013)의 ‘꿈의 나무’ 리허설 중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호른, 봉고, 비브라폰…. 30여 종의 서양 악기와 호흡을 맞추던 최 씨는 “어안이 벙벙하다. 입양된 쌍둥이 언니 자리에 앉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서양클래식 공연에 어쩌다가 동양악기 양금이 끼게 됐을까. 사연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지혜 서울시향 공연기획팀 과장(41)은 공연 악기편성표를 받아들고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헝가리 민속악기 ‘침벌롬(cimbalom)’. 웬만한 악기 족보를 꿰고 있지만 너무 생소했다. 일단 급히 인맥을 동원해 국내 연주자를 수소문했다. 결과는 낭패.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 침벌롬을 갖고 있긴 했지만 연주법을 몰랐다. 침벌롬과 이름이 비슷한 쳄발로(cembalo) 연주자인 오주희 씨(60)에게 ‘SOS’를 쳤다. “이야기를 듣고 바로 양금을 떠올렸어요. 양금과 침벌롬은 조상이 같고 소리도 똑같거든요. 12세기 고악기인 서유럽의 덜시머(dulcimer)가 동유럽에선 침벌롬으로, 동양에서는 양금으로 변형됐죠. 덜시머의 조상은 고대 페르시아 악기인 산투르(santur)입니다.” 악기 편성의 결정권을 쥔 지휘자 피셔 씨도 흔쾌히 악기 변경에 동의했다. 다음은 양금 연주자를 찾을 차례. 오 씨와 알고 지내던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씨가 최 씨를 적극 추천했다. 북한과 인접해 개량 국악기가 발달한 옌볜(延邊) 출신의 실력파였다. 6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인턴 단원으로 활동한 최 씨는 “늘 양금의 동양적인 면을 부각하려 애썼는데 이번엔 상황이 반대가 됐다”며 “연주법이 조금 다르지만 최대한 침벌롬 느낌을 살려서 연주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음악의 테두리에 있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인 덕분에 양금이 이 무대에 오르게 된 게 아닐까요. 한국에서 양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난해 5월 서울 신촌의 한 술집. 몇몇 음대생이 술잔을 나눴다. 작곡, 바이올린, 오보에 등 전공은 달랐지만 고민은 같았다. ‘클래식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취기가 오르자 하나둘 진심을 꺼내 보였다. 모두 같은 마음. “그래도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 “거리로 나가 보면 어떨까.” 누군가의 제안에 다들 ‘유레카’가 번쩍했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미래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음대생 40여 명이 클래식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후즈아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후즈아트 소속 이상준(23·계명쇼팽음악원 작곡과 3학년), 전용진(20·연세대 관현악과 2학년), 강연경 씨(20·성신여대 기악과 2학년)를 만나봤다. 청춘 음대생의 ‘클래식 먹고사니즘’. 알싸하게 시리면서도 근사하게 파릇했다. ○ 버스킹 해보니 어때? 이=내가 쓴 곡을 누가 들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확인했어. 클래식은 물론 현대음악은 어렵다고 외면받는데, 버스킹을 통해 ‘작은 노력의 마법’을 발견했지. 예컨대 가사가 있거나 잘 알려진 클래식 곡을 섞으면 집중도가 높아지더라고. 전=음악 하는 기쁨 가운데 하나는 역시 소통이더라. 유럽은 춤추면서 클래식 버스킹도 하고 굉장히 발상이 다양하잖아. 물론 집집마다 바이올린 한 대쯤 있는 곳이니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우리도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씨나 바이올리니스트 제니윤 씨 등이 활동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지. 강=아무래도 한국 사회는 유럽보다 다소 각박하잖아. 버스킹을 해도 시민들이 즐길 여유가 없어 보일 때도 있었어. 클래식 팬들이 보수적인 편이라 다양한 시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기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즐거움 아닐까? 접근법이 다양해지면 취향에 따라 클래식을 골라 즐길 수 있잖아.○ 음악 계속 할 거야? 강=바이올린이 좋아 전공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 되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유학파에 고(高)스펙 지원자가 넘쳐나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잖아. 바이올린은 취미로 남겨두고 임용을 준비하려고…. 음악 교사도 경쟁률이 어마하지만. 이=같은 과 한 학년 30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작곡가가 되면 성공했다고 해. 작곡으로만 먹고살기? 진은숙 선생님(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이 유일할 거야. 학계에 남으면 그나마 곡 발표할 기회가 생기니 대부분 교수를 꿈꾸지. 문제는 지망생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야. 전=난 바흐가 정말 좋거든? 음악이 소름 돋게 계산적이잖아. 바로크음악 합주를 하고 싶은데, 국내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유일하지. 그나마 한두 명 뽑는 오보에는 언제 선배들이 관둘지 몰라. 해외 취업도 고려하고 있어.○ 너네만 힘드니? 강=물론 취업난은 ‘전공 불문’이지만 우리 처지는 좀 특수한 편이지. 다른 친구들은 자격증을 딴다든지 ‘취업 준비’라는 게 있잖아? 우린 연주자가 아니면 진로가 너무 좁아. 대부분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지. 전=교습비가 교수가 아닌 이상 10년 전 가격인 회당 5만∼10만 원 선이잖아. 근데 그것도 경쟁이 치열해서 구하기 힘들어. 얼마 전에 유학생 출신 개인교사를 시급 2만 원에 구하고 있단 얘기도 들리더라. 이=‘조성진 신드롬’ 이후 피아노 입시생이 2, 3배쯤 늘었대. 클래식 스타 탄생은 반길 일이지만, 다른 연주자가 설 자리는 좁아지는 역효과도 생기니 큰일이야. 양극화가 아닌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텐데. 우리 버스킹이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어. 3명 모두=하여간 잊지 말자. 그래도 우린,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이설 기자 snow@donga.com}

“한국인이자 유럽인인 특성을 살려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실내공연의 총괄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얀센스 씨(43·사진)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인인 그를 6일 전화 인터뷰했다. ‘세계인의 화합’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3, 4개 팀이 참가한다. 그는 “한국의 멋과 세계의 멋을 고루 담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버려져 9개월 때 벨기에 가정에 입양됐다. 기타는 8세 때 처음 손에 쥐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웠던 양부모는 어린이용 기타를 사줬다. 14세에 벨기에 청소년 콩쿠르에서 1위를 한 뒤 벨기에 몽스 왕립음악원, 파리 고등사범음악원, 브뤼셀 왕립음악원을 거치며 기량을 다졌다. 이후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한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땅은 친부모를 찾기 위해 2006년 처음 밟았다. 한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건 친부모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아직 친부모를 찾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절반인 한국 자체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아내를 통해 한국 문화를 더 깊이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은 정말 멋집니다.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한번 음악으로 통하면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무대에서 고국의 관객과 감정을 공유할 때마다 전율을 느낍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얼씨구 좋다!” 구수한 우리 소리와 피리 연주…. 지난해 2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 ‘시너지’와 ‘피리협주곡’에는 한국의 정서가 진하게 묻어났다. 2015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1년간 활동한 재미동포 작곡가 이수연 씨(42·사진)의 작품들이다. 그는 올해 2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다시 상주작곡가로 선정됐다. 미국 뉴욕에 사는 그를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열두 살 이후로 미국에서 살았지만 국악이 그렇게 좋았어요. 목사인 아버지가 한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구해주신 국악 음반을 듣고 또 들었죠.” 오케스트라와 소통하고 작품을 협연하는 상주작곡가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는 “국악에 대한 열정으로 좋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원래 공학도였다. 정보기술(IT) 붐이 한창인 시절 부모의 권유로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한데 오가며 듣던 음악 수업에 인생이 바뀌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가까이 지냈어요. 부전공을 할 생각으로 음악 수업을 듣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자꾸 곡을 분석하고 있더군요. 결국 작곡과로 전공을 바꿨죠.” 이후 미시간대 작곡과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뉴욕으로 갔다. 유튜브와 책으로 국악을 배웠다. 이따금 뉴욕의 아마추어 한국 연주자와 교류했지만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2016년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2주간의 워크숍은 단비 같은 시간이었다. “서울과 전남 진도를 오가며 전통 가락과 장구 피리 대금 등 악기를 배웠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국악의 맛을 익힐 수 있었죠. 이후 두 달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가락을 쏟아내 ‘시너지’를 완성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음악가의 천국’인 뉴욕에서도 국악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유명 작곡가인 조지 크럼과 루 해리슨도 한국 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바이브레이션이 강한 국악의 음색은 깊고 슬프면서도 신명납니다. 최근 핫한 아프리카 음악 못지않죠. 요즘은 대금을 활용한 곡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는 각종 페스티벌에서 창작곡을 선보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클래식 음악잡지 스트링이 선정한 ‘현악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25인의 작곡가’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에서 동양인 작곡가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는 않지만 후회는 없어요. 국악을 제대로 공부해서 동서양의 하모니를 선보이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서울에서 평창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2시간 반 남짓, KTX로 1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 짧지 않은 거리다. 평창 가는 길, 음악으로 기분을 예열하는 건 어떨까. 자동차로 움직인다면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를 크게 틀어보자. 평창 겨울올림픽은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열정을 되새기면 뭉클함과 투지가 동시에 끓어오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988년 이후에 태어났다고? 걱정 마시라. 추억 없이 그냥 들어도 좋다. 미국의 록 밴드 밴 헤일런의 ‘점프(Jump)’, 스웨덴의 록 밴드 유럽(Europe)의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도 두근거림 지수를 높이기에 좋다. 기차에서 지인과 이어폰을 나눠 꽂고 들을 음악으론 ‘피겨 여왕’ 김연아의 연기곡을 추천한다.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2009년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만토바니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프로그램)가 대표적이다. 가족 단위로 이동한다면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이 딱이다. 언제 들어도 좋은 ‘렛잇고’, ‘같이 눈사람 만들래?’, ‘사랑은 열린 문’으로 흥을 돋우자. 커플들은 눈싸움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제곡을 듣는 건 어떨까. ‘러브스토리’, ‘눈싸움’ 등의 잔잔한 음률이 설경과 만나 우주적 하모니를 선사할 것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평창 마운틴 클러스터, 강릉 코스털 클러스터, 아이스 아레나…. 평창 겨울올림픽에 가고 싶긴 한데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문화 행사도 매일같이 열린다는데 어디에 어떻게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는 게 없어 좌절 중인 커플, 가족, ‘혼족’, 외국인 등 4색(色) ‘평알못’(평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완전 정복 가이드를 준비했다. 평창 가는 길에 들으면 좋을 추천 음악도 담았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D-6일. ‘평알못’(평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방대한 일정표 앞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하고픈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체험하고 먹어야 할까. 커플, 가족,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이 편한 ‘혼족’, 외국인을 위한 4색(色) 맞춤 가이드를 준비했다. ○ 커플-우리 둘이 분위기 있게 ▽관람 추천 경기 서늘한 공기 속에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기 마련. 이 때문에 커플은 어떤 경기를 봐도 실패할 확률이 작다. 굳이 꼽자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을 권한다. 새하얀 빙판과 클래식 음악이 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선물할 것이다. 최신 시스템으로 온도 15도, 습도 40%가 유지돼 관람 환경도 쾌적하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 올림픽플라자 문화ICT관에서는 신비한 빛의 세계가 기다린다. 건물 밖에서 시작되는 빛의 흔적을 좇다 보면 벽면을 가득 메운 불상 벽과 마주한다. 작품명은 류재하의 ‘한국을 느끼다’. 이어 텔레비전 모니터 166개로 만든 ‘거북’, ‘네온TV’, ‘비디오 샹들리에’ 등 백남준의 작품이 나타난다. 이중섭, 이응노 등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20점도 전시됐다. 가상현실(VR) 체험존에서는 실제 눈밭을 질주하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인근 즐길거리 ―대관령 하늘목장: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 영화 ‘겨울왕국’ 속 못지않은 설경에서 눈썰매, 트랙터 드라이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033-332-8061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일주문에서 월정사 앞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 향이 그득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몸과 마음이 생기를 되찾는 듯하다. ―무이예술관: 2001년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건물 내·외부에 그림과 조각 등이 전시돼 있는데, 평소 전시를 즐기는 커플이라면 가볼 만하다. 낡은 학교 건물에서 서로의 학창 시절을 공유하면 관계 지수가 ‘업’된다. 033-335-6700 ▽먹거리 평창군 봉평면 메밀거리에는 메밀 전문 음식점이 모여 있다. 봉평산 메밀에 간장소스와 마늘향으로 맛을 낸 메밀파스타가 별미. 김치나 나물을 넣어 부친 메밀전병, 시원한 메밀 막국수는 배불러도 맛보자.○ 가족-아이들과 시끌벅적 ▽관람 추천 경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속도감 있고 경기시간이 짧은 썰매 종목을 추천한다. 썰매는 모양과 타는 방법에 따라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로 나뉜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서 머리부터 내려온다. 루지는 썰매에 누운 채 발부터 하강한다. ‘빙판 위의 F1’으로 불리는 봅슬레이는 2명 또는 4명이 트랙을 고속 질주한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과 강릉의 라이브 사이트에서는 매일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생중계하고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가 없을 때는 난타, 케이팝 콘서트 등 공연이 열린다. 특히 강릉 라이브 사이트에서는 무료 개방 아이스링크 등 겨울 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대회 기간에 투입되는 11종의 로봇 85대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 경기장 곳곳에 안내로봇, 서비스로봇 등이 배치된다. ▽인근 즐길거리 ―대관령 양떼목장: 올림픽플라자에서 차로 10분 거리. 한겨울엔 양들을 방목하지 않아 축사에서 건초를 주고 양털을 만질 수 있다. 설원 한가운데 오뚝 선 오두막을 배경으로 ‘가족 인생샷’을 노려봄 직하다. 033-335-1966 ―평창송어축제: 진부역 인근 진부면 오대천 일대에서 열리는 송어축제에서는 얼음낚시, 맨손잡기는 물론이고 얼음 자전거와 스케이트도 체험할 수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텐트를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게 좋다. 033-336-4000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진부역에서 차로 1시간 반 이상 걸린다. 다소 멀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탐험이 가능한 동굴이라 놓치기 아깝다. 일정을 확인한 뒤 예약하고 가면 배를 타고 동강이 품은 동굴 내부를 체험할 수 있다. 소요 시간은 1시간 반.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은 입장할 수 없다. 033-334-7200 ▽먹거리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먹을 차례. 평창군 대관령면 인근에 포진한 한우타운에서 가족 고기파티를 벌이는 건 어떨까. 한우의 대명사 횡성뿐 아니라 대관령, 강릉, 정선 등 강원도 전역에서 품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 ‘혼족’-나 홀로 유유자적 ▽관람 추천 경기 프리스타일스키는 ‘설원의 꽃’, ‘설원의 곡예’라 불린다. 한 편의 행위예술처럼 화려한 공중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4명의 선수가 동시에 펼치는 공중곡예전은 혼자라도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다. 경기 장소는 휘닉스파크리조트. ▽경기장 볼거리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매일 60여 명이 퍼레이드를 한다. 국방부 취타대가 대열을 이끌고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뒤를 따른다. 뮤지컬 쇼 형식이라 남녀노소 함께 즐기기 좋다.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안성 남사당바우덕이축제’, ‘한복 플래시몹’ 등 신명나는 행사가 한가득이다.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서울 빛초롱축제’도 놓치지 말자. ▽인근 즐길거리 ―커피거리: 열 친구보다 커피 한 잔이 고마울 때가 있다. 아름다운 안목해변의 커피거리에서 인생 커피를 진하게 한잔 하자. 평소 소홀히 했던 독서, 걷기, 사색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경포대: 강원의 대표 관광지인 경포대에선 이달 25일까지 ‘파이어 아트 페스타 2018’이 열린다. 대한민국 전통 향가인 ‘헌화가’에서 영감을 얻어 해변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정해진 기간에 불태우는 제의적인 행사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주인장이 60여 년간 수집한 축음기, 오르골, 라디오 등 2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축음기 시절 아날로그 음악이 마련된 음악감상실은 방문객을 과거로 안내한다. 에디슨과학박물관에 전시된 에디슨의 대표 발명품 2000여 점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033-655-1130 ▽먹거리 다리가 아파 오면 강릉역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주문진으로 이동하자. 홍게, 대게, 킹크랩, 랍스터 등 갑각류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혼술’을 기울이며 고독을 만끽하자.○ 외국인-“아이 러브 평창” ▽관람 추천 경기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으로 통한다. 한국만의 노하우가 이어져 왔고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지며 국제무대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장을 찾아도 좋지만 한국에 왔으니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뜨거운 응원 문화를 경험해 보길 권한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 올림픽플라자 전통문화관에는 침선(바느질로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것), 갓일(갓을 만드는 것) 등 무형문화재들의 시연이 마련됐다. 대금, 가야금, 판소리 등 전통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한옥으로 꾸며진 전통문화마당에서는 탈춤 공연이 열린다. ▽인근 즐길거리 ―오죽헌: 보물 제165로 지정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생가. 강릉이 배출한 여러 문인과 예술인을 기리는 명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033-660-3301 ―강릉예술창작인촌: 오죽헌과 붙어 있는 이곳은 원래 초등학교였다. 학생들이 떠난 빈자리는 개성 넘치는 수공예 작품들이 채우고 있다. 2층 동양자수박물관에 전시된 수백 년 전의 자수들이 외국인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033-642-2210 ―정동진: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도 지척에 있다. 해안을 따라 뻗은 레일바이크, 모래시계 공원 등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먹거리 강릉 중앙시장에서 닭강정, 매운 칼국수, 감자옹심이, 아이스크림 호떡 등에 도전해 보자. 시끌벅적하고 푸근한 한국의 시장 인심은 덤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영화더 포리너(사진)감독 마틴 캠벨. 출연 청룽, 피어스 브로스넌. 7일 개봉. 15세 이상웃음기 뺀 청룽표 정극 액션.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한 그에게 박수를. ★★★(★ 5개 만점)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목소리 출연 다니 가논, 시모다 쇼타, 에모토 아키라. 1월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시골 소년이 인어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성장 일기. 지난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감독 애덤 로비텔. 출연 린 섀이, 스펜서 로크, 조시 스튜어트, 하비에르 보테트. 1월 31일 개봉. 15세 이상귀신보다 무서운 그녀의 과거, 공포영화치곤 탄탄한 전개. ★★★ ■ 공연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앙코르(사진)더 빨라지고 더 새로워졌다. 30여 년간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캣츠’의 리바이벌 버전. 고양이 분장과 군무가 격동적으로 변했다. ‘메모리’ 등 유명 넘버를 듣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5만 원. 1577-3363 ★★★☆연극 ‘템페스트’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우리의 전통적인 어법과 감성으로 재해석한 극단 목화의 대표작.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가락국의 8대 왕인 질지왕으로, 나폴리왕 알론조는 신라의 20대 자비왕으로 바뀌었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삼국유사 속 캐릭터로 덧칠해 한국적 색채를 냈다. 21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전석 3만 원. 02-2261-0500 ♥♥♥(두근지수 ♥ 5개 만점) ■ 클래식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알렉산더 크냐제브 첼로러시아의 첼리스트 알렉산더 크냐제브가 바흐 무반주 첼로 전곡을 연주한다.8일 오후 7시 서울 금호아트홀. 6만 원. 02-6303-1977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후계자. 바흐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 티에리 피셔가 협연해 뒤티외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2월 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1만∼9만 원. 1588-1210뒤티외의 대가 카퓌송과 피셔가 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 ♥♥♥♥ ■ 콘서트마마스 건(Mamas Gun)(사진)황금빛 솔, 디스코, 펑크 리듬 위에 현대적인 은빛 멜로디를 토핑한 영국 밴드.3일 오후 7시, 4일 오후 6시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7만7000원. 02-563-0595박효신, 존 박에게도 작곡해 준 보컬 앤디 플래츠의 매끈한 선율 감각, 밴드의 뛰어난 라이브 실력. ♥♥♥♥원오크록(One Ok Rock)강렬한 록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로 위세를 떨친 일본 밴드. 2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8만8000∼11만 원. 02-6925-1818밴드의 첫 일본 4대 돔구장 투어를 앞두고 펼치는 월드투어 중 서울 무대. ♥♥♥♥ }
서울 서초구청(구청장 조은희)과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김남윤)가 서초구 강남대로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을 일곱 차례에 걸쳐 공연한다. 2일 오후 7시 반 열리는 첫 공연에서는 교향곡 9번 ‘합창’을 선보인다. 이날 무대에는 합창단 W콘서트콰이어도 함께한다. 3월 9일에는 1·2번, 5월 29일에는 6번 ‘전원’을 연주한다. 이어 3번 ‘영웅’(6월 15일), 4·8번(10월 30일), 7번(11월 27일)이 무대에 오른다. 5번 ‘운명’은 12월 중에 연주할 예정이다. 금요일 공연(2일, 3월 9일, 6월 15일)은 무료로, 연주 당일 공연장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면 된다. 화요일 공연은 유료(가격 미정)지만 서초구민, 학생, 국가유공자는 할인해준다. 02-2155-8301이설 기자 snow@donga.com}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공연 돌연 취소로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앞둔 공연장들도 애가 타고 있다. 2월 8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초청 규모는 물론이고 일반 관람객들의 입장 방식 등 기본 사항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릉아트센터 관계자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사전점검단이 다녀가고 일주일이 넘었는데 객석을 전부 초청석으로 할 건지, 선착순으로 관객들을 입장시킬지, 시민들은 어떻게 초대할지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언질이 없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연장 측과는 상의 없이 일반 관람객을 다 초청한다고 발표해서 당황스러웠다. 애초부터 유료화 검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극장 측도 이번 기회에 대국민 홍보를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송월 등 북측 점검단은 방남 당시 남다른 공연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남북 실무접촉에 참여했던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30일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900여 석 규모의) 강릉아트센터를 우리 측에서 제의하자 현 단장이 ‘900석으로 뭘 보여줍네까.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만한 공간이 더 없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북측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140여 명 가운데 50∼60명이 무대 앞쪽에서 춤과 노래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평창 올림픽 기간 중 남측에 머물 북한 대표단에 대한 현금 지원 가능성을 두고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 국면이 시작된 이후 미 정부가 우리 측에 우려 섞인 의견을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알려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전후 펼치는 유화 공세를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주말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의 고위급 인사, 응원단이 포함된 대표단에 현금, 현물 등이 전달될 가능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대표단의 예상 동선도 알아봤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형식은 문의에 가까웠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의 평창 관련 행보를 지켜보다 브레이크를 한 번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북측 대표단 방남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을 위반했는지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의 판단이 우선”이란 취지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이설 기자}

개성이 뚜렷한 세계적인 스타 3명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월 무대에 오른다. 시작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 다음 달 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등을 연주한다. 청량한 음색과 세련된 해석으로 스타가 된 그는 세계적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과 다채로운 레퍼토리의 음반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휘는 네덜란드 출신 안토니 헤르뮈스가 맡는다. 두 번째 주자는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이다. 9, 1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수석 객원 지휘자 티에리 피셔와 협연한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의 바이올린 협주곡 ‘꿈의 나무’ 등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이윤경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함께한다. 마지막은 소프라노계의 샛별 율리야 레즈네바가 장식한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2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헨델의 합주 협주곡 제4번, 비발디의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를 부른다. 모차르트 오페라 ‘코시 판 투테: 여자는 다 그래’ 가운데 서곡과 아리아,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 퍼셀의 ‘아서왕 모음곡’, 텔레만의 ‘수상음악’도 선보인다. 바로크 음악 전문가인 폴 굿윈 카멀 바흐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14세기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그는 2007년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작품을 훌륭하게 연주한 공로로 독일 할레시로부터 헨델 명예상을 받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국내 재계 최고경영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56.5세에서 59.3세로 2.8세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기술 발전으로 첨단 경영기법이 쏟아지면서 젊은 피 발탁이 강세를 보였을 거라는 예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정년 연장에 따른 여파라는 시각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해석에 방점을 둔다.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08년 초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해 봤다. 조사한 결과 눈길을 끄는 변화가 적잖았다.》최근 10년 사이에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2.8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학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젊은 피’ 발탁을 통한 공격 경영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로 투자 의욕이 떨어진 기업들이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와 올해 초 기준 경력을 비교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금융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국내 대기업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2008년 초 206개사 271명(공동 대표 포함), 올해 초 279개사 326명(공동 대표 포함)이다. 최근 10년간 인수합병(M&A)이나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늘어난 계열사를 반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아 인사 적체가 빚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에 있어 현상 유지는 죽음을 뜻하는 만큼 부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노련한 CEO 선호 지난해 10월 말 실시된 삼성전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사장(당시 직책) 등 60대 대표이사들이 모두 물러나는 대신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 등 50대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에서 촉발된 세대교체 파도가 국내 기업들에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CEO스코어가 지난해 말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를 반영해 집계한 30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통계는 이런 예상과는 달리 대표이사 평균 연령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62)을 2015년 말 대표이사로 내정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상훈 전 사장(63)을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해 젊은 대표이사들과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충성심이 강한 노련한 경영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대외적인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수세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명문학교 비중은 줄어…‘간판’보다는 ‘실력’ 이번 조사를 통해 대표이사들의 출신학교 지형도가 바뀌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우선 명문고 비중이 대폭 낮아졌다. 올해 초 기준 경기고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6.3%로 전국 고교 중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13.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고와 함께 서울 지역 3대 명문고로 꼽혔던 경복고와 서울고까지 합치면 3개 학교의 대표이사 배출 비중은 이 기간 42.4%에서 15.5%로 크게 줄어들었다. 명문고 비중이 감소한 것은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된 고교평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요직에서 활약하던 비(非)평준화 세대들이 은퇴할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 대신 평준화된 다양한 학교들이 대표이사를 배출했다. 실제로 대표이사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가 2008년 초에는 81곳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101곳으로 늘어났다. 대학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 기간 서울대 출신 비중이 34.1%에서 27.3%로 감소했다. 고려대는 15.2%에서 11.5%, 연세대는 12.5%에서 10.2%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이 2008년 초 61.7%에서 올해 초엔 49.2%로 줄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같은 기간 53.8%에서 37.5%, 현대차그룹이 45.0%에서 40.9%, LG그룹이 85.7%에서 75.0%로 각각 떨어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고교 평준화 세대가 대표이사급으로 성장하면서 과거 명문고 출신 CEO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명문대 출신이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의 인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경영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간판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된 결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영학과 출신 ↓, 이공계 출신 ↑ 대표이사들의 대학 시절 전공은 경영학이 제일 많았다. 올해 초 기준으로 전체 대표이사의 31.7%가 경영학도 출신이다.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도 서울대 경영학과(전체의 7.1%)였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2008년 초 기준 경영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4.7%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비중도 10.1%나 됐다. 경제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도 같은 기간 17.4%에서 9.3%로 감소했다. 반면 공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올해 초 기준 39.9%였다. 10년 전(34.8%)과 비교하면 5.1%포인트 높아졌다. 수학과 등 이과 계통 학과까지 합치면 46.4%까지 올라간다. 10년 전 이공계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3.2%였다. 이공계에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가 대표이사 배출 1위였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대표이사 8명을 배출했다. 10년 전(4명)과 비교하면 갑절로 늘었다.송진흡 jinhup@donga.com·이설·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