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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사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며 질주하다 사이클 선수들을 치어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난 지 이틀 만인 3일, 교사 석모 씨(35)는 네 살배기 딸을 병원에 데려가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석 씨는 주행하는 20분 내내 DMB로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운전사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석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운전사에게 “아이가 무서워하니 운전에만 집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운전만 한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라는 타박이 돌아왔다. 그는 “그나마 TV로 지루함을 달랠 수 있어 손님에게 웃는 낯을 보일 수 있다”며 “20년 넘는 운전 경험이 있으니 잠깐씩 TV 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운전사는 계속 DMB를 보며 껄껄거리다 서울역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직진했다. 그 때문에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는 승합차와 부딪힐 뻔하고도 “××, 성질머리하고는…”이라며 욕설을 했다.대법원은 운전 중 DMB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한 택시운전사에게 60만 원의 과징금을 물린 서울 중랑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2010년 확정 판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2008년 택시운전사가 주행 중 TV나 DMB 등을 시청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과징금 12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다. 중랑구는 이 규정을 어긴 택시운전사에게 60만 원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보다 지자체가 특정 업체에 사업개선명령을 할 수 없도록 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더 최근에 만들어진 특별법이어서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경찰도 ‘운전 중 DMB 시청’을 처벌하려 했지만 일부 국회의원이 “DMB 시청을 단속하면 다른 위반사항도 같이 잡게 돼 시민과의 마찰이 생긴다” “시청만 금지하면 되지 처벌까지 하는 건 과잉이다”라는 논리로 반대해 실현되지 않았다.DMB 시청을 규제하지 못하는 사이 택시에 의한 인명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이나 DMB 등 디지털 기기가 택시에 보급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택시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했다. 2004년 217명이던 사망자는 2005년 273명으로 껑충 뛰었고 2006년 281명, 2007년 291명, 2008년 319명으로 4년 새 47% 늘었다.삼성교통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운전 중 DMB 시청행위에 무거운 범칙금을 물려야 한다”며 “차량 시속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DMB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기술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고자의 동의 없이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게 됐다. 여야는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에는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과 관련된 긴급구조요청에 한해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이 규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과 위치정보를 보유한 사업자가 위치조회 사실을 6개월에 한 번씩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소방과 해양경찰은 2005년 긴급구조기관으로 분류돼 신고자에 대해 자동 위치추적을 해왔지만 경찰은 위치조회 권한이 없어 피해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찰 관계자는 “112 신고 자체가 ‘내 위치를 빨리 파악해 출동해 달라’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위치추적법 통과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112 신고자에 대해서만 위치조회가 가능하도록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 오남용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007년 서울 홍익대 앞에서 여성 회사원 2명이 납치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접수와 동시에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근거로 제동을 걸어 실현되지 못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일 차량 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던 화물차 운전자가 훈련 중인 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죽음을 부르는 운전습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DMB 시청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나 휴대전화 조작, 애완견을 옆에 두고 주행하는 등의 사소한 습관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최근 5년 사이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DMB 운전 얼마나 위험한가운전 중 DMB를 시청하면 크게 세 가지 위험에 봉착한다. 우선 전방을 주시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상 주행일 때 75.5%인 전방주시율이 DMB를 보며 운전하면 50.3%까지 떨어진다.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의 음주 운전을 할 때 전방주시율인 72%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차량이 차선 좌우를 이탈하는 정도인 차량이탈도도 정상운행 땐 0.91m지만 DMB 운전 땐 1.44m로 높아져 삐뚤삐뚤하게 주행할 가능성이 60%가량 높아진다.운전 중 장애물이 나왔을 때 반응하는 시간도 DMB를 시청하면 0.6초 더 걸린다. 시내 평균주행 속도를 시속 60km로 가정했을 때 DMB를 시청하는 운전자는 급정거 시 10m가량을 더 움직이게 된다. 횡단보도의 폭이 평균 6m인 점을 고려하면 DMB 시청이 인명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실제로 전방 주시 소홀에 따른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망사고가 난 현황을 보면 2001∼2004년 50명 수준이던 사망자가 내비게이션과 DMB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5년 79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매년 늘어 2009년엔 128명이 사망했다. 5년 새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살인자로 만드는 운전 습관들최근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운전 중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액정화면이 3∼5인치 수준인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2초만 앞을 못 봐도 이동거리가 55m나 된다. 축구장(110m) 길이의 절반을 눈감고 주행하는 셈이다. 애완견이나 영유아를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힌 채 운전하는 것도 위험하다. 돌발적으로 운전대를 꺾거나 운전자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운전 도중 음식을 섭취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도 삼가야 한다. 옷이나 시트에 떨어진 음식물이나 담뱃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빈발한다. ○ 솜방망이 처벌에 운전습관은 악화운전자의 그릇된 운전 행태에 대해 한국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DMB 시청 금지는 도로교통법상 훈시조항에 불과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경찰은 당초 DMB 시청 행위에 범칙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그런 것까지 제재하면 국민이 수긍하지 않는다”는 국회의 논리에 부닥쳐 좌초됐다.호주에서는 차 내에 DMB 화면 영상이 잠깐이라도 보이면 최고 225호주달러(약 29만7000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일본도 DMB 시청 사실이 적발되면 약 10만 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애완견을 앉히고 운전하는 행위도 한국엔 처벌규정이 없지만 영국은 100파운드(약 18만3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한국 운전자의 주의력 분산은 선진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0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한국은 84%였지만 미국은 49%에 그쳤다. 흡연이나 음식물을 섭취하는 비율도 한국은 70%로 미국(49%)보다 1.5배가량 많았다. 한편 경북 의성경찰서는 2일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뒤에서 덮쳐 7명의 사상자를 낸 화물트럭 운전자 백모 씨(66)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경찰이 112 거짓신고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대신 구류(拘留)를 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허위 신고자는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론 인신구속을 해 실질적인 처벌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구류는 1∼30일 미만 동안 교도소나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는 형벌이다.경찰청 관계자는 “112 허위신고로 인한 공권력 낭비가 심각하지만 거짓신고에 대한 경각심은 미미해 벌금 대신 구류가 선고되도록 법원 측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112 거짓신고자는 형법(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경범죄의 적용을 받는다. 이 중 형사입건 비율은 1% 남짓이고 나머지는 경범죄로 분류된다.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거짓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3월 17일부터 20여 일 동안 모두 95차례에 걸쳐 112에 ‘자살을 하겠다’며 허위신고를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한모 씨(46)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11일부터 이틀간 783차례나 112에 전화해 “종질 잘해라, 종 ○○○들아’라고 말한 뒤 끊은 혐의로 어모 씨(35)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김기용 경찰청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 뒤 만장일치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다. 김 내정자는 1일 열린 청문회에서 조직 장악력 부족 우려와 추락한 경찰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해 집중 검증을 받았다. 새누리당 윤상일 의원은 “후보자가 서울과 경기경찰청장도 역임하지 않아 현장감이나 조직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되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맞섰다. 검정고시 출신에 9급 공무원 생활을 하며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특이한 이력을 두고도 질문이 이어졌다. 김 내정자는 “집이 가난해 검정고시로 학업을 대신했다”며 “정책 수립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저보다 힘들게 사는 서민들을 더 가까이에서 배려하는 공무원으로 살고 싶어 경찰로 전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장전입 등 김 내정자의 도덕성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은 “자녀 학업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했는데 법을 위반한 사람이 경찰 수장이 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내정자는 “국민과 경찰조직원들께 심려 끼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제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하는 것을 근처에서 보고 있으면 묘한 긴장과 희열을 느꼈어요.”112에 거짓신고를 해 붙잡힌 김모 씨(19)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찰관 30여 명이 헛걸음을 했지만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기색은 없었다. 경찰은 1일 김 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0만 원 이하 벌금만 물리고 풀어주던 관행에 비춰 강경한 조치다. 경찰은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을 계기로 112 허위 신고자를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거짓신고 때문에 경찰력을 허비하면 치명적 위험에 처한 피해자들이 제때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4시경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희망대공원 근처에서 ‘저 지금 위험해요, 위치 추적해서 저 좀 살려 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112센터에 보냈다. 신고 직후 경찰관 30여 명이 출동해 2시간 동안 근처 모텔과 PC방 등지를 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경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 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김 씨는 올 2월 10일 2차례, 3월 3일 1차례 등 4차례나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수원 사건으로 112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호기심에 거짓신고를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자신의 치킨가게에 강도가 들었다고 112에 허위 신고한 혐의로 박모 씨(34)를 지난달 30일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는 조사에서 “경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했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거짓말로 경찰관 50여 명이 동원되는 바람에 25건의 출동이 지연됐다. 경찰은 박 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통합진보당 이청호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이 1일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의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는 모든 당직자의 사퇴와 영구제명, 비례대표 1, 2, 3번 당선자(윤금순, 이석기, 김재연)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지난달 18일 최초로 당내 경선 부정 의혹을 공식 제기했던 이 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나는 ‘패권파’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검찰에서 그 끝을 보고 싶다면 끝까지 물타기하고 은폐해도 좋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이어 “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금정구 공동지역위원장이라는 당직과 구의원이라는 공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이 실시된) 3월 18일 당 중앙선관위가 개표 이후 무효처리 기준(항목)을 4, 5개에서 2개로 줄여버렸다”며 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통진당은 “무효표 처리 기준은 개표 전에 변경된 것”이라며 “‘투표관리자가 선거인명부에 서명하지 않고 배부한 투표용지’와 ‘선거인이 선거인명부에 서명을 하지 않고 배부한 투표용지’ 등 두 가지 지침은 실제로 확인할 길이 없어 논리적 모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표가 끝난 후 ‘투·개표 지침’을 바꾼 것을 두고 총체적 관리 부실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로 예정된 당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통진당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총선 전부터 내재된 당내 계파 갈등이 이를 계기로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3일 실시되는 당 지도부 선출 준비가 한창인 당으로서는 최악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13석을 확보한 제3당으로서 외부에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1일 밤 만나 사후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책과 관련해선 온라인투표가 진행될 때 ‘소스코드’를 열람한 일부 당직자의 문책으로 그치고,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등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비주류의 반발로 당이 더욱 혼란 속으로 빠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들의 자살 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변을 비관한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또래 청소년들의 연이은 자살이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가 우려된다며 10대들의 자살을 막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에 따르면 28일 0시 56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 주변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장모 양(15·중3)이 투신해 숨졌다. 장 양이 투신한 아파트 복도 벽면에는 “모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장 양이 1년 전 부모가 이혼을 한 뒤 가정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친구들의 말 등으로 미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신한 아파트 주변과 집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정 문제로 비관하다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양의 학교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지만 장 양이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중학생 투신 사건은 최근 5개월새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권모 군(당시 15세)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개월 만인 올해 4월 16일 경북 영주시 휴천동에서 중학교 2학년 이모 군(13)이 투신자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군은 평소 동급생 세 명으로부터 강제추행과 폭행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열흘 뒤인 26일에는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8층에서 중학교 3학년 천모 양(15)이 투신해 중태에 빠졌다. 공부가 힘들고 학원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천 양은 다행히 화단의 나뭇가지에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대구에서 자살한 청소년은 2009년 9명, 2010년과 지난해 각각 8명으로 매년 평균 8, 9명 수준이었다. 10대들의 자살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사망 유형 중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서울의 초중고교생 자살자는 101명에 달해 매달 2명꼴이었다. 청소년들은 감성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 주변인의 자살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처럼 모방 자살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이나 왕따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심적 고통을 겪게 되는데 자살 외에 다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청소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자살 사례를 많이 접하다 보면 힘든 상황을 벗어날 대책으로 자살을 먼저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자살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을 빨리 발견해 상담교사의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경인고 구내식당 앞에 팻말을 든 학생들이 나타났다. 점심식사를 하러 온 학생 몇 명이 그걸 보고는 꼬깃꼬깃한 1000원권 지폐를 꺼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도착한 학생들도 하나 둘 주머니를 뒤졌다. 팻말에는 ‘사랑이 넘치는 학교 심장병 수술 친구를 도웁시다’라고 쓰여 있었다. 어느덧 모금함 주변은 학생 100여 명으로 붐볐다. 학생들이 간식 값, 학용품 값을 아껴 도우려는 친구는 이 학교 특수반 3학년 임모 양(20)이다. 임 양은 지적장애(2급)에 선천적 심장병까지 겹쳐 생후 8개월부터 여러 번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1월 심장이식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이다. 문제는 2억2000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 기초생활수급자인 임 양 부모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 4900만 원을 마련했지만 나머지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처지를 알게 된 임 양의 친구들이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임 양은 허약한 건강과 지적장애 때문에 그동안 주로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았다. 2010년 가을, 일반인 학생이 대다수인 이 학교로 전학 오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임 양은 특유의 적극성으로 스스럼없이 친구를 사귀었다. 2학년 때 짝꿍이었던 김한솔 양(18)은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엔 취미인 일본어 공부까지 하는 걸 보고 그 부지런함에 놀랐다”며 “많은 가르침을 준 친구에게 작은 힘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 양이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통합 운영한 덕이 컸다. 비장애인인 학생들이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가르치자는 취지다. 이번 모금운동을 주도한 친구들도 대부분 일반 학급 학생들이다. 친구 양주원 양(18)은 “많이 불편한 아이라 친해지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일기도 같이 쓰면서 선입견이 사라졌다”며 임 양이 손수 만들어 선물해줬다는 ‘입술 보습제’를 보여주기도 했다.학생들이 임 양을 위한 모금운동을 결심한 건 공교롭게도 정부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19일이었다. 교실이 폭력과 왕따로 가득한 ‘정글’로 변해 간다는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이 학교에선 뜨거운 우정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쁨 양(18)은 “한 친구가 폭력을 행사했을 때 주변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맞장구를 치니까 가해 학생이 우월감을 느끼는 게 문제”라며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도 많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 운동을 알리고 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인근 학교 학생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 학교 특수교육 교사인 이의선 씨는 “학생들이 갈수록 폭력적이 된다고 하지만 본래의 선한 본성을 이끌어내는 게 교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유족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20일 “가장 바라는 건 유족이 고소를 취소해주는 것이지만 불가피하게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어느 정도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조 청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유족에게도 송구스럽다”며 “하지만 (차명계좌 발언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한 얘기인 이상 고소가 취소되지 않아 검찰 조사로 이어진다면 경찰조직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관련 내용을 밝힐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날 채널A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쾌도난마’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걸 굉장히 혐오한다”며 “어느 정도 수위까지 얘기할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의원 10여명에 인사청탁 받은적 있다” ▼조 청장은 이에 앞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10여 명에게서 인사 청탁을 받았다”며 정치권의 인사개입 사실도 털어놨다. 조 청장은 “여야 구분 없이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2명을 포함해 10여 명한테 청탁 전화를 받았다”며 “‘인사청탁 사실을 공개해도 좋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이어 “(청탁을 들어주지 않자)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에게 그토록 무안을 줄 수 있느냐, 혼자만 깨끗한 척하는 형편없는 놈’이라고 지금까지 나를 욕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의 승진에 얽힌 비화도 공개됐다. 조 청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진 황 기획관을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로부터 강하게 견제 받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황 기획관이 당시 서울에서 경찰서장을 하지 않아 관행상 경무관 승진을 시키면 안 된다는 반대논리가 있어 받아들였다”며 “하여간 황운하에 대해선 반대가 심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검찰 출신이 많다보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황 기획관은 당시 승진자 명단에서 빠진 뒤 이듬해가 돼서야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조 청장은 이날 “제가 경찰 수뇌부 인사를 할 때 청와대에서 상당한 힘을 실어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민주통합당 김현 수석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과 유족들을 망언으로 욕보이겠다는 식의 공갈”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당시 경찰이 가택 탐문을 소극적으로 해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해선 과감하게 가택수색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집 문을 뜯고 들어갔다가 허탕이면 경찰관 개인이 보상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손실을 보상하고 긴급한 상황에 가택 출입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법조항도 바꾸겠다는 것이다.경찰은 우선 탐문 과정에서 생긴 피해를 국가가 대신 보상하도록 하는 ‘손실보상’ 규정을 경찰직무집행법에 추가할 계획이다. 또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 신고가 들어올 경우 위치추적 범주 내에 있는 가구에 대해선 출입뿐 아니라 탐문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이 법 7조 1항(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절박한 때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타인의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을 개정할 계획이다.수원 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 오원춘의 옆집을 수상하게 보고 탐문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별다른 기척을 하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며 1시간 반가량을 허비했다. 탐문수색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인터폰으로 얼굴을 확인하고도 집주인이 외면하면 도리가 없다”며 “밤에는 벨만 눌러도 왜 시끄럽게 하냐며 항의를 하거나 야간주거침입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된 탐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튿날 발생한 평택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가택수색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신고 여성의 위치를 추적해 원룸 8개동 94가구를 특정하고 경찰관 70여 명을 투입해 탐문수색에 나섰다. 이 중 12가구에 인기척이 없어 경찰은 내부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범인 최모 씨(31)가 그중 한 집에 숨어 있었던 것. 경찰이 코앞에서도 범인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경찰의 112 신고자 위치추적이 기술적 한계로 수십∼수백 가구 범위까지만 신고자의 위치를 압축할 수 있어 정밀한 가택 수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실효성 있는 탐문수색을 위해서는 시민의 협조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협조하는 게 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란 공감대가 있어 경찰 수색에 협조적인 편”이라며 “흉악범 검거라는 공익을 위해 적정선에서 사익을 양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사생활 침해나 경찰 사칭 범죄 등의 문제가 있어 가택수색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12와 119 등 긴급전화에 거짓신고를 하는 ‘양치기 시민’을 솜방망이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막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거짓신고 때문에 긴급출동 태세에 차질이 생기면타인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또 ‘허탕 출동’으로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는 건 납세자의 혈세를 훔치는 행위로 간주해 벌금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일부 국가에선 거짓신고자를 끝까지 추적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미국은 경찰 소방 통합신고 전화인 911에 허위신고를 하면 공권력이 동원된 정도를 4단계로 나눠 징역 1∼3년형 또는 100∼2만5000달러(약 28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처벌 강도와 벌금 액수는 주별로 다소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미국 테네시 주의 한 50대 여성이 911에 ‘햄버거가 맛이 없다’며 두 차례 장난전화를 하자 경찰이 즉각 체포해 5일간 구류를 살게 하기도 했다.미국은 긴급하지 않은 출동 요청은 서비스를 유료화해 장난신고를 사전에 차단하기도 한다. 예컨대 911에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신고를 하면 출동과 동시에 상당한 비용이 청구된다. 911 대원 출동으로 위급 상황에 놓인 시민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신청자에게 ‘기회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영국은 긴급신고 전화 999에 거짓신고를 하면 5000파운드(약 9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거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인력과 장비가 대규모로 동원된 사건이 허위신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 소요된 비용을 산출해 거짓신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있다. 모든 신고전화는 자동 녹음된다. 거짓신고일 경우 전화 발신지와 통화 음성을 분석해 신고자를 반드시 찾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호주 역시 긴급전화(000) 허위신고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싱가포르(999)는 2만 달러(약 18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장난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아르헨티나는 2006년 관련법을 강화해 벌금 4000페소(약 160만 원)를 물리거나 구류 30일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 폭발물 설치 등 악의적인 허위신고가 늘자 2007년부터 거짓신고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을 한 경우는 전체 허위신고의 0.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은 즉결심판에 회부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112 신고건수가 60%가량 늘었는데도 경찰 인력은 1.6% 증가에 그치고 있어 업무량이 많은 상태”라며 “신고접수 업무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거짓신고는 112 요원들의 주의력과 사기가 떨어뜨리는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10일 ‘차 트렁크에 납치됐다’는 거짓 신고를 해 경찰관 60명을 허탕 치게 한 30대 ‘양치기 남성’ A 씨를 두고 경찰이 처벌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신고를 받고 112순찰차량 7대와 경찰관 40명이 출동해 2시간이나 허비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거짓 신고자를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A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3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섣불리 형사입건을 했다가 무혐의로 결론나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즉결심판에도 넘기지 못한다. 기존 방식대로 A 씨를 즉결심판에 넘기면, 경찰관 60명이 2시간 동안 투입돼 다른 곳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피해자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치안공백이 만들어진 데 대한 죗값이 최대 1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2 신고는 모두 995만1202건으로 하루 평균 2만7260건이었다. 이 중 경찰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처지 비관이나 하소연성 전화가 3통 중 1통꼴이다. 또 신고자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오인신고는 3.2%인 31만9139건, 의도적인 허위 장난 전화는 0.11%인 1만680건이었다. 오인 또는 거짓신고를 받은 경찰이 하루 평균 876차례나 헛걸음한 셈이다. 문제는 명백한 거짓 신고를 해도 그냥 봐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근 5년간 5만9731건의 거짓 신고가 들어왔지만 처벌이 이뤄진 건 9185건(15.4%)에 그쳤다. 처벌 강도도 문제다. 경찰은 폭발물 설치처럼 막대한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거짓 신고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0.5∼1%에 불과하다. 대부분 즉결심판에 회부되는데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등의 처분을 받는다. 미국은 거짓신고가 확인되면 경찰 출동으로 소요된 액수에 상응하는 벌금을 물린다. 사안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벌금이 올라간다. 다른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하게 한 만큼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자녀가 장난으로 911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어려서부터 철저히 가정교육을 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장난전화 방법과 녹음된 장난전화 음성을 공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짓 신고는 112 근무자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폐해도 낳는다. 서울경찰청 112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몇 번 거짓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허탕을 치고 나면 그 이후 들어오는 신고에 대해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계기로 거짓 신고자를 엄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 신고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애들이 장난 전화 한 번쯤 할 수 있지’하는 국민정서 때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 지휘부회의를 열고 112 운영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은 위치추적 법제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한편으로 신고자가 치명적 위협을 받는 긴급 상황에선 동의 절차 없이도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112센터 직원 중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강력사건 신고는 일반 경찰관이 아닌 상황실장이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112 신고내용을 모두 녹취해 파일화한 뒤 현장 경찰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유할 방침이다. 이원화된 112지령실과 치안상황실 업무를 통합해 ‘통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19대 총선에서 법조계(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당선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2일 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당선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이번 총선에 법조계 인사 104명이 출마해 42명이 당선됐다. 17대(131명이 출마해 54명 당선)나 18대(121명이 출마해 59명 당선)와 비교하면 출마자와 당선자 모두 크게 줄었다. 이는 출마 직전의 경력을 기재하는 선관위 자료(19명)와는 달리 전체 경력 가운데 판사 검사 변호사를 지냈는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정당별로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법조계 인사 39명을 공천해(비례대표 1명 포함) 19명이 당선됐다. 민주통합당도 39명(비례대표 3명 포함)을 공천해 21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18대 때는 한나라당 당선자가 33명, 민주당은 16명이었다. 이번에 당선된 법조계 인사 중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속하지 않는 당선자 2명은 자유선진당 이인제 후보와 무소속 박주선 후보다.법조계에서는 과거 ‘법조당’이란 얘기까지 들은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법조계 출신 인사의 공천을 줄인 데다 법조계 출신 인사를 주로 공천한 수도권에서 고전한 게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과거에 비해 많은 법조계 출신 인사를 총선에 내보냈지만 낙선이 많았던 것도 법조계 출신 인사의 약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출신 후보도 대거 고배를 마셨다. 허준영,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11명이 출사표를 냈으나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새누리당 윤재옥 후보(대구 달서을)와 거제경찰서장 출신인 무소속 김한표 후보(경남 거제) 등 2명만 당선됐다. 그동안 경찰 출신 의원은 17대 때 2명(이인기 서재관), 18대 국회에 1명(이인기)이었다.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경찰청이 수사해온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검찰이 관할 지역 경찰서로 넘기라고 지휘하자 경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1년이나 수사해온 사건을 다른 곳으로 넘기면 수사가 사실상 흐지부지된다는 것이 경찰의 반발 이유다. 경찰은 검찰의 이송 지휘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이 현직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을 포함해 최근 2건의 이송지휘에 응했지만 이번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경찰이 검사의 이송지휘를 거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11일 검경에 따르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이 지역 개발과정에서 10여 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해왔다.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으며 이 사건을 수사해오다 검찰 지시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수원지검의 지휘를 받고 있다.하지만 수원지검이 최근 경찰청에 이 사건을 관할지역에 있는 경기경찰청이나 수도권 경찰서로 이송하라고 지휘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검찰은 참고인 대부분이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조사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부당한 지휘에 따를 수 없다”며 12일 대검찰청에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경찰은 수사기록과 관련 정보가 방대해 새 수사팀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또 현직 자치단체장의 비리는 해당 지역 경찰보다 경찰청이 직접 수사해야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펴고 있다. 특히 특정 사건을 어느 경찰서에서 수사할지는 경찰청이 수사 효율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은 아니라는 게 경찰 측의 시각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고소 고발 사건은 관계인의 편의를 고려해 가까운 경찰서가 수사하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청이 비리 첩보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어서 정확한 실체규명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19대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아 3분가량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0일 오후 11시 2분부터 20분까지 18분간 선관위 ‘투표소 찾기’ 홈페이지(si.nec.go.kr)가 디도스 공격을 받고 접속이 지연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투표소 찾기’를 관할하는 서버에 2.45Gbps의 부하가 걸려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발생한 디도스 공격(263Mbps)보다 10배 가까이 강도가 셌다. 하지만 선관위가 공격 직후 해당 서버를 KT사이버대피소로 옮겨 피해가 크지 않았다. 10·26 디도스사건 당시 공격자들은 전날 테스트한 뒤 선거 당일 본격적으로 공격했지만 이번에는 선관위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선관위 메인 홈페이지(www.nec.go.kr)도 ‘투표소 찾기’ 공격 직전인 10일 오후 10시 27분부터 11시 1분까지 34분간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인터넷 주소(IP)로 공격이 가해져 홈페이지 작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선관위는 10·26 디도스사건을 계기로 메인 홈페이지 서버에 대해선 KT사이버대피소에 옮겨 관리해 왔지만 ‘투표소 찾기’ 등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서버는 별다른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누리꾼들이 112신고센터의 위치추적을 허용하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이슈 청원방’에는 ‘112 긴급전화의 위치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7일 게시됐다. 11일까지 누리꾼 1630명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서명운동을 제안한 직장인 김모 씨는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처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경찰이 신고자에게 주소를 물어보는 한심한 상황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 상황에서는 피해자 위치를 파악하는 게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여자는 “일각에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112 위치추적을 반대하는데 그렇다면 사지에 몰린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하자는 것이냐”며 “경찰이 오남용하지 않도록 세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면 되는데 위치추적 자체를 가로막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9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원 사건처럼 긴박한 경우 바로 (위치추적 하도록) 조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해 신상진 최인기 변재일 의원과 정부가 2009년 발의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119신고처럼 112신고전화의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검사 출신 의원들과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에 부닥쳐 3년째 계류 중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나랑 성관계해 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반항했어요. 살려서 보낼 수는 없겠다 싶었죠.”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의 범인 오원춘(吳元春·42) 씨는 9일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에게 이렇게 말했다. 7일부터 사흘간 오 씨를 심층 면접 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 경감은 오 씨가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과정을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상세히 전했다.○ 피해자 얼굴 가리고 시신 훼손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사건 당일인 1일 오후 10시 32분 오 씨는 집 앞 전봇대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 피해자 A 씨가 지나가자 넘어뜨린 뒤 10m 정도 떨어진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 먹고 외로움을 느끼다 멀리서 여성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넘어뜨렸다”며 계획적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권 경감에 따르면 오 씨는 A 씨에게 “돈을 줄 테니 성관계를 맺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A 씨가 계속 거부하자 오 씨는 “그럼 돈을 더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게 오 씨의 주장이다. 오 씨는 “살려 보내면 신고할 것 같아 방 안에 있던 스패너로 머리를 내리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오 씨는 시신이 여행가방에 잘 들어가지 않자 시신을 훼손했는데 그 방식이 여느 흉악범들과는 달랐다고 한다. 권 경감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전문 도구를 이용해 신속히 시신을 토막 내 분리했는데 오 씨는 부엌용 식칼을 썼다”며 “몇 시간에 걸쳐 살점을 발라내는 식으로 시신 부피를 줄이려 했다”고 말했다. 권 경감은 또 “오 씨가 피해자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채 시신을 훼손했는데 이는 오 씨의 소심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범인 자신도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오 씨의 범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했다. 오 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무려 280점으로 조각내는 악마 근성을 드러냈다. 권 경감은 다만 “오 씨가 범행에 생활도구만 쓴 것으로 봐 살인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전문 도구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14개 비닐봉지에 나눠 담은 뒤엔 스스로 한동안 멍하니 서 있기도 했다는 것.○ 놀림받을까 봐 대인기피오 씨는 고향인 중국 옌볜에 몽골인 아내와 여덟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농사일을 시작한 그는 여덟 살 많은 누나와 일곱 살 어린 여동생, 부모를 부양했다. 농사로 고리의 빚을 갚으며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권 경감은 “오 씨가 고향에서도 가난과 무식 때문에 무시당해 대인기피 증세가 심했다”고 했다. 오 씨는 몽골인 아내에 대해서도 “부모가 점지해 결혼했고 말이 안 통해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경감은 오 씨가 이렇다 할 이상형을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여성과 감정적 교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오 씨는 인생역전을 할 요량으로 2007년 한국에 왔다. 그는 노동일을 하며 최근까지도 한 달에 한두 번 2만, 3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집과 공사장을 오가는 게 일상의 전부였고 집에선 혼자 독한 술을 자주 마셨다. 인간관계라곤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 몇 명과 성매매 여성들뿐이었다. 오 씨 동료들은 “겁이 많고 말없이 일만 하던 사람인데 정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경감은 “오 씨가 어려서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해 자존감이 매우 낮았는데 A 씨를 굴복시키며 자존감을 세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억눌린 자존감을 잔혹하게 표출한 살인마라는 것이다.오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많이 맞았는데 커서 체력이 강해진 뒤에는 친구들 20여 명을 찾아다니며 때려줬다”고 말하며 소리 내 웃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여부를 알아보는 진단검사(PCRL)에서는 22점(35점 만점)이 나왔다.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간주하는데 유영철은 이 검사에서 34점을 받았다.○ “운이 없어 걸렸다”2일 아침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오 씨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시신을 훼손했던 화장실은 나름 걸레로 핏자국을 닦았지만 감식 결과 벽면에서 수백 점의 혈흔이 나왔다. 오 씨는 “경찰이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어디로 도망가겠느냐”고 했다. 권 경감은 “오 씨에겐 경찰이 중국 공안 이미지로 각인돼 있어 저항할 엄두를 못 냈다”며 “경찰에 걸리면 어렵게 모은 돈도 다 뺏기고 총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오 씨는 조사 과정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 씨는 “내가 왜 그때 거기(집 앞 전봇대)를 갔는지, 그 여자가 왜 내 앞을 지나갔는지 정말 재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경감에 대해 “목마르다고 하면 커피도 타주고 자상하게 대해 준다”며 고마워했다. 권 경감이 ‘식사는 잘 하느냐’고 묻자 오 씨는 “난 반찬 같은 건 필요 없고 밥만 많이 주면 된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은 10일 오 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여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오 씨가 머물렀던 경남 거제, 부산, 제주 등에서 가출 및 실종 신고된 14세 이상 여성 151명의 소재를 확인 중이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된 성폭행 관련 미제사건 유전자(DNA) 중 오 씨의 것과 일치하는 것은 한 건도 없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112 신고자에 대한 자동 위치추적을 할 수 없었던 데에는 고질적인 검경 갈등이 장애물로 작용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경찰이 위치추적 법제화 작업을 추진했지만 법무부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근거로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1일 조선족 남성에게 납치돼 참혹하게 살해된 20대 여성은 검경 수사권 갈등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女회사원 피살’ 계기로 법제화 착수경찰은 2007년 8월 서울 홍익대 앞에서 여성 회사원 2명이 납치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접수와 동시에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112 접수원과 통화가 시작된 직후 범인들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경찰은 신고자 동의를 구하지 못해 위치 조회를 하지 않았고 피해 여성들은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경찰은 이듬해 최인기 변재일 의원 등을 통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이 사건 후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하겠다며 같은 내용의 법안을 냈다. 개정안 초안은 ‘긴급구조 요청 시 경찰도 요청자의 위치정보를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그러자 법무부는 “경찰의 위치추적 오남용을 막기 위해 검찰과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경찰은 “112 신고의 대부분은 수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고자 위치 조회는 행정업무에 속하고, 보고 절차가 많으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맞섰다. 결국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치며 경찰에 위치추적권을 주되 법원의 사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檢 출신 의원들 “검사 통제 받아라”하지만 위치정보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신고자에 대한 위치확인도 수사행위이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해당 논의가 이뤄진 2010년 4월 29일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이한성 박민식 최병국 의원이 반대의 선봉에 섰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은 “112 위치추적도 통상적 수사절차에 따라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의 허가를 얻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도 “경찰이 위치추적 후 법원에 사후보고 한다는데 경찰은 법원과 ‘직거래’를 할 수 없고 검사를 경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 지휘체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형식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수사 지휘의 범위를 두고 지속돼온 검경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여기에 야당은 인권침해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간사였던 박영선 의원은 “경찰이 위치추적권을 갖게 되면 지휘권자인 검찰에 개인정보가 넘어가고 그러면 인권침해 소지가 커진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결국 개정안 논의는 무기한 보류돼 2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이 개정안은 18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긴급 신고 땐 편법 위치추적하기도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일부 112센터는 신고자 동의 없이 위치추적을 한 뒤 검찰에 사후 보고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실제로 7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센터에는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해왔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경찰은 납치 감금으로 판단하고 동의 절차 없이 신고자 휴대전화로 위치조회를 했다. 신고자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모텔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신고 3시간 만에 피해 여성을 구출했다. 경찰은 도주하던 용의자도 검거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신고한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합법 불법 따지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앞으로 납치 성폭행 사건이 나면 119에 신고해야 하는 겁니까.”경기 수원시의 한 주택가에서 납치 살해된 20대 여성 A 씨 유족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다. 피해자의 이모부 박모 씨는 “형사들이 우리한테 119에 가서 피해자 위치를 파악해 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다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피해자 위치 파악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조 청장은 “휴대전화 기지국으로 어느 정도 위치 파악은 하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빨리 찾지는 못하는 실정”이라며 쩔쩔맸다.이번 사건은 경찰이 피해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다. 112 신고 대응 과정에서 ‘집 안’ 등 핵심 단서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피해자가 신고전화를 통해 말한 곳으로 출동했더라도 수천 가구를 일일이 탐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납치 상태에서 자행되는 성폭행 살해 사건은 피해자가 현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자체적인 위치 추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112 신고자의 동의 없이는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긴급구조기관으로 규정된 소방서와 해양경찰서는 신고 접수와 동시에 자동으로 위치 추적을 하지만 경찰은 그럴 법적 근거가 없다. 신고자가 긴박한 상황에 놓인 게 명백해도 동의 절차를 밟지 못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경찰은 2008년 경찰도 신고 접수와 동시에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돼 관련 개정안이 조만간 폐기될 처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8일 “112 신고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고 사후에 경위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신고자의 동의를 받아 위치 추적을 해도 한계가 많다. 현행 위치 추적은 신고자 휴대전화와 가장 가까이 교신을 하는 기지국을 찾는 방식인데 기지국 주변 반경 100∼1000m 범위까지만 위치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원 사건의 경우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새마을금고 주변 반경 158m’라는 정보를 얻었지만 해당 지역에만 2000여 가구가 있었다.경찰은 최근 10∼20m 범위로 신고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112앱’이나 ‘원터치 SOS’ 서비스에 가입하면 위급 상황에서 112로 연결되는 단축번호 하나만 눌러도 경찰에서 GPS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2만여 명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자가 실내에 있을 경우 GPS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동 등 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수원 사건처럼 낯선 집의 실내로 납치된 성인 여성에겐 유명무실한 셈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실내에서도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최근 상용화 단계에 와 있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보급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이 위급 상황에서 과감하게 위치 추적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미국의 소방 경찰 통합 긴급 신고전화인 ‘911’은 신고와 동시에 신고자의 위치를 자동 전송받고 있다. 미국은 또 위치 추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에 GPS 기능을 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긴급 신고 전화 ‘911’을 눌렀다 말없이 끊어도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신고자를 찾아낸다. 캐나다에 체류 중인 기업 주재원 김모 씨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장난치다가 911을 잘못 눌러 황급히 끊었는데 5분 만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아이를 집 밖으로 데려가 10분간 상담하며 아동 폭력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