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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연장전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인주연(21·동부건설)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59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 KLPGA투어는 지난주까지 7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명도 생애 첫 우승자를 허락하지 않을 만큼 두꺼운 선수층을 보였다. 인주연은 기존 위너스 클럽의 높은 벽을 뚫은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인주연은 13일 경기 용인 수원CC(파72)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8언더파 208타를 쳐 김소이(23)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홀(파4)에서 열린 2차 연장전에서 이겼다. 2타 차 선두로 시작해 1, 3번홀 보기로 위기를 맞은 인주연은 “굉장히 떨렸다. 야디지북 뒤에 적어둔 ‘차분하게 치자’는 메모를 반복해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고생하신 부모님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울먹였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2월 창단한 동부건설 골프단에 트로피를 안긴 인주연은 상금 1억4000만 원을 받았다. 2015년 투어에 데뷔한 인주연은 성적 부진으로 1부와 2부 투어를 오가며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출전권 유지를 위해 주중 2부 투어, 주말 1부 투어를 병행하는 강행군까지 펼쳤다. 1부 투어에선 60위 밖(71위·7800만 원)으로 밀려 시드를 잃게 됐으나 2부 투어 상금 2위(1억795만 원)를 차지해 올해 1부 투어에서 뛰게 됐다. 260야드가 넘는 장타를 앞세워 이날 파5홀에서만 4개의 버디를 낚았다. 2차 연장전에서 역시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김소이보다 드라이버샷을 20m가량 더 멀리 보냈다. 초등학교에서 육상 100m 선수를 하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인주연은 “고3 때 최경주재단에 뽑혀 장학금도 받고 골프 선수로서 필요한 태도 등도 배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고교생 콤비 백하나(청송여고)와 이유림(장곡고)이 2018 호주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랐다. 세계 랭킹 29위 백하나-이유림 조는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일본의 아라타마 미사토-와타나베 아카네(세계 42위)조를 2-0(21-16, 21-15)으로 눌렀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여자 복식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 선수는 일본의 사쿠라모토 아야코-다카하타 유키코 조와 우승을 다툰다. 혼합복식에서 서승재(원광재)와 채유정(삼성전기)은 준결승에서 팀 동료 최솔규(요넥스)-김하나(삼성전기)를 2-0(21-16, 21-12)으로 꺾었다. 강경진 감독이 이끌고 있는 배드민턴 대표팀은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와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다양한 복식 조합을 시험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LG 조성민(35·사진)은 2006년 KTF(현 KT)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지난 시즌까지 10시즌을 뛰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국내 간판 슈터로 이름을 날린 그가 농구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잔류와 이적의 갈림길에 섰다. 처가가 있는 경북 포항에 머물고 있던 그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 있는 LG 사무실에서 구단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LG 구단 측은 재계약 의지를 강조했다. LG 농구단 손종오 사무국장은 “면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구단과 선수의 (계약 조건을 둘러싼) 갭이 크지 않다면 조성민이 계속 팀에 남아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구단에서 나를 잡겠다고 했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팀에서 나를 진정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KT에서만 8시즌 동안 한 우물을 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2017년 시즌 도중 전격 트레이드되면서 충격에 빠졌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또 팀을 옮기는 데 대한 부담감도 커 보인다. 하지만 조성민 측근들은 이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대학 선배는 “LG에서 자리를 못 잡는 느낌이다. 역대 LG에서 뛰던 톱스타들이 갑자기 은퇴를 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나게 되는 등 말년이 좋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로 내세우는 조건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성민처럼 만 35세 이상 선수는 FA 계약으로 영입하더라도 원소속 구단에 선수나 현금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 있다. 조성민의 지난 시즌 보수(연봉과 인센티브 합계)는 4억5000만 원이다. 여전히 해결사로서 충분한 능력을 지닌 조성민을 받아들이더라도 다른 출혈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구단의 러브콜이 쏟아질 수 있다. 7시즌 연속 경기당 평균 10점 이상을 넣었던 조성민은 지난 시즌 평균 8점을 기록했다. 한 구단 감독은 “본인이 무리한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면 어떤 팀에서도 환영할 만한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조성민은 15일까지 LG와 협상을 마쳐야 하며 재계약이 안 될 경우 21일까지 나머지 9개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은 뒤 24일까지 이적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을 대표하는 보이그룹 워너원을 비롯해 모모랜드, EXID, 슈퍼주니어의 이특과 신동, 구구단, 킬라그램…. 이름만 들어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스타들이 골프장에서 펼쳐지는 이색 콘서트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입장권 구입 걱정은 필요 없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26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리는 그린콘서트(사진)가 바로 그 무대다. 행사 당일 낮 12시에 골프장을 개방해 씨름대회, 사생대회, 골프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본공연은 오후 6시 막을 올린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해마다 4만 명 이상이 찾아 올해 누적 관람객 4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K팝을 만끽하는 자리로 유명해지면서 해마다 3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고 있다. 행사 홍보 영상에 영어 자막까지 등장한 이유다. 행사 당일 주변 식당, 여관, 주유소 등의 매출이 급증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람 편의를 위해 골프장 9개홀 페어웨이를 주차 공간으로 제공한다. 먹거리 장터, 인기 스타 소장품 판매, 캘러웨이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조성된 수익금은 보육원,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 등에 전달된다. 그동안 모금한 자선기금은 5억 원이 넘는다. 40만 번째 입장객에게는 대형 TV를 선물한다. 추첨을 통해 항공권과 여행상품, 골프용품 등 총 1억 원 상당의 경품을 나눠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이번 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무료로 숙소를 제공받았다. 대회 장소인 미 플로리다주 TPC소그래스(파72)의 매리엇 리조트에 주방이 딸린 방을 공짜로 얻었다. 골프장 내 주차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김시우 전용 구역까지 배정됐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이름이 새겨진 개인 라커를 받았으며 식당에서는 ‘시우 김치 갈비’라는 한정판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코스 구석구석에는 김시우 사진이 담긴 장식물이 들어찼다. 지난해 우승자로 특급 예우를 해준 것이다. 10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는 김시우는 “대회장에 오니 지난해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대회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극한 그는 대회 사상 첫 2연패를 노리고 있다. 1974년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초대 우승자가 된 뒤 그동안 2년 연속 우승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시우는 “대회를 앞두고 2주를 쉬어 컨디션은 매우 좋다. 샷 감각도 잘 유지하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전년도 우승자들이 잘 못하는 징크스를 바꾸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PGA투어에 따르면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 거둔 최고 성적은 공동 5위였고 컷 탈락한 경우는 9차례나 있었다. 김시우는 “지난해 우승 비결은 견고한 쇼트게임이다. 올해도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시우의 1, 2라운드 동반자는 역대 우승자인 애덤 스콧(2004년)과 마르틴 카이머(2014년)다. 4년 만에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된 라이벌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컬슨(48)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11년과 2013년에 우승한 우즈는 2007년 정상에 오른 미컬슨과 2014년 PGA챔피언십 이후 처음 1, 2라운드를 같은 조로 치른다. 미 골프채널은 “우즈, 미컬슨에 2015년 챔피언 리키 파울러를 한 조로 묶은 건 꿈의 조 편성이다. 이 조만 따로 유료 채널로 팔아도 될 정도다”라고 평했다. 두 선수는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20년 만에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미컬슨은 “조 편성이 가장 큰 뉴스가 된 것 같다. 만일 우리가 마지막 날 맞대결하게 된다면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다”고 말했다. 우즈는 “미컬슨은 대단한 경쟁자다. 그를 꺾기 위해 도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합쳐서 2억 달러(약 2160억 원) 가까운 통산 상금을 번 우즈와 미컬슨은 통산 35차례 동반 라운드를 가졌다. 여기서 우즈가 16승 4무 15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우즈는 투어 통산 79승을 거뒀으며 미컬슨은 43승. 둘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 올 들어 미컬슨이 멕시코 챔피언십 우승으로 재기에 성공하자 우즈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창녕군청 정구부는 올 들어 큰 경사를 맞았다. 팀의 맏형 김기성(36)이 대표선발전을 통과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2001년 팀 창단 후 처음으로 대표선수를 배출한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전체 선수가 6명밖에 안되는 ‘미니 팀’이다 보니 김기성의 대표 차출로 국내 대회에선 단체전 엔트리 구성도 쉽지 않았다. 평소 동갑내기 김기성과 짝을 이룬 창녕군청 지병우는 띠동갑인 후배 장명호(24)를 복식 파트너로 급조하게 됐다. 손발을 맞춘 지 한 달도 안 된 두 선수가 처음 출전한 무대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지병우와 장명호는 8일 경북 문경공고 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남자일반부 복식 결승에서 서울시청 김동언과 송인경을 3-2로 눌렀다. 창녕군청은 선수 5명이 다른 팀에서 이적한 ‘외인부대’로 불린다. 예산 부족으로 스카우트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문경시청에서 옮긴 지병우는 2016년 이 대회 단식에서 우승할 만큼 에이스로 성장했다. 네트 플레이가 장점인 장명호는 서울시청에서 뛰다 올해 이적했다. 지병우는 “사연이 많은 선수들끼리 모이다 보니 서로 의지하면서 다른 팀보다 끈끈한 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장명호는 “선배들이 잘 챙겨주고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하게 해준다. 회식도 자주 한다”며 웃었다. 창녕군청 김용국 감독은 직접 낚시를 해 잡은 붕어를 선수 보약으로 쓸 만큼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김 감독은 “숙소 냉장고에 붕어 20마리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고생한 선수들에게 붕어즙을 만들어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선수들이 열심히 해 성과를 낸 덕분에 팀 사정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대학 유망주들을 영입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공을 돌렸다. 남자 일반부 단식에서는 김재복(문경시청)이 전진민(수원시청)을 3-2로 꺾고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대표 상비군인 김재복은 “진천선수촌 하드코트에서 합숙을 하다 이번 대회를 클레이코트에서 치러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상대 약점인 백핸드를 공략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여자 일반부 단식 타이틀은 NH농협은행 이민선에게 돌아갔다. 국가대표 상비군 이민선은 결승에서 김지원(경남체육회)을 3-0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문경 경북조리과학고를 졸업한 이민선은 “대표팀에 언니 3명이 빠져 단체전 성적(3위)이 아쉬웠다. 부담이 컸는데 단식 우승으로 조금 위로가 될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어서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충북대 김태민은 단체전, 단식, 복식에서 정상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여고부 복식에서 순창 제일고 김연화와 조은정은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이번 시즌 전국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전북 순창 제일고 여자 정구부 김연화(18)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어딘가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 세월 실과 바늘처럼 자신과 붙어 다닌 동갑내기 파트너 조은정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8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김연화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대회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챔피언 타이틀이 지난달 불의의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부산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올해 49세인 김연화 아버지는 지난달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5층에서 용접 일을 하다 추락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당시 장원배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집중하던 김연화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에 운동을 관두고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일단 대회에 출전하는 걸 아버지가 원하고 있을 것이란 가족의 만류에 대회에 나서 정상에 올랐다. 대한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화가 우승 후 아버지 병실을 찾았다. 평소 외부 자극에도 아무 반응이 없던 아버지가 ”아빠에게 자랑하려고 더 열심히 해서 우승했다“는 딸의 얘기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이 일을 계기로 김연화는 코트에서 더욱 어금니를 깨물었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이 열린 이날은 어버이 날이었다. 김연화는 “아빠에게 빨리 달려가 우승 소식을 전하고 싶다. 우승 하고 다시 오겠다는 아빠와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화는 찰떡 콤비 조은정과 한국 여자 정구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꼽힌다. 둘 다 170cm의 장신에 국내 여고 무대를 평정한지 이미 오래다. 고교 2학년 때인 지난해 동아일보기 대회에서 복식 우승 뿐 아니라 순창 제일고를 단체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올해에도 회장기 대회 2연패를 비롯해 복식 3관왕을 차지했다. 김연화는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가 강점이다. 조은정은 스매싱과 쇼트 등 네트 플레이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음성군청 박환(31)은 혼합복식 대진표를 처음 받아 든 뒤 난감했다. 자신의 파트너로 낯선 일본 선수가 결정됐기 때문. 국내 정구 대회에서 혼합복식 파트너는 출전 선수 가운데 무작위 제비뽑기로 이뤄진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박환은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며 한일 합작 초대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박환과 일본 초청팀 와타큐 세이모아의 이시이 유리(27)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강덕구(서울시청)와 송지연(문경시청)을 3-0으로 완파했다. 국내 단일 종목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1923년 여자부만으로 출범한 뒤 2006년 남자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한 데 이어 올해 혼합복식이 신설됐다. 이로써 박환과 이시이는 혼합복식 1호 우승자가 됐다. 박환은 “처음엔 막막했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손발이 잘 맞았다. 작은 키에도 탄력이 좋고 발리가 워낙 강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시이는 “정구 종주국 일본에도 90년 넘는 대회는 없다. 유서 깊은 무대에서 우승해 큰 영광이다. 음성군청 선수들이 열띤 응원을 해줘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왼손잡이로 국내 남자 등록 선수 가운데 키(170cm)가 세 번째로 작은 박환은 서울시청 소속으로 뛰다가 강원 인제에서 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2016년 제대 후 음성군청으로 둥지를 옮겨 지난해 12월 같은 충북 연고인 옥천군청 정구 선수인 이현정과 결혼했다. 정구 커플인 박환은 “요즘 집에서나 코트에서나 여자 정구 선수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다. 내년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 두 오빠의 영향으로 정구를 시작한 이시이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인간과학부 전공)를 졸업했다. 일본 대학대표로 뛰었을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녔다. 병원 물품 서비스 관련 실업팀인 와타큐 세이모아에서 6년째 뛰고 있는 그는 평일 오후 3시까지 사무직원으로 일하다가 퇴근 후 오후 7시까지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는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시이는 “단신(148cm)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 플레이를 미리 간파하고 빨리 움직이는 동작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주인식 문경시청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키는 작아도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스트로크와 네트 플레이, 서브 등이 고르게 강해 궁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트와이스와 빅뱅 팬이라는 이시이는 “내년에도 동아일보 대회에 꼭 다시 오고 싶다”며 웃었다.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초중고교와 대학을 같이 다닌 그들은 40년 넘게 코트를 지키고 있다. ‘실과 바늘’로 불리던 두 친구가 동반 우승이라는 첫 경험을 하며 함께 웃었다. 55세 동갑내기인 달성군청 남종대 감독과 문경시청 주인식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달성군청과 문경시청은 6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 남녀 일반부에서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국내 단일 종목 대회 가운데 역사가 가장 깊은 이 대회에서 두 팀이 시상식 최고 영예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성군청은 결승에서 이천시청을 3-1로 눌러 2년 만이자 대회 통산 6번째 타이틀을 차지했다. 문경시청은 일본 초청팀 와타큐 세이모아를 3시간의 접전 끝에 3-1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남 감독과 주 감독은 경북 성주 중앙초등학교 시절 핸드볼을 하다 1970년대 중반 성주중에서 정구로 바꿔 경주공고, 전주대를 졸업한 뒤 이천시청에서 계속 한솥밥을 먹었다. 학창 시절에는 대회가 끝나고 카퍼레이드를 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은퇴 후 지도자로도 성공 시대를 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국제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둬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한 것도 닮은꼴이다. 최근에는 경기 때 소속팀 코치에게 벤치를 맡기고 있지만 이번에는 직접 진두지휘했다. 문경시청 김희수 코치와 달성군청 김경한 코치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발탁돼 진천선수촌에 소집됐기 때문이다. 남 감독과 주 감독은 “다 선수들이 집중해서 노력한 결과다. 우린 옆에서 등만 두드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문경시청 승리 주역은 송지연(24). 안성시청에서 이적한 송지연은 1-1로 맞선 두 번째 복식에서 승리를 이끈 뒤 두 번째 단식에서도 이겨 승부를 결정지었다. 송지연은 “예선에서 일본팀에 패해 설욕을 다짐했다. 감독님 주문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했던 게 효과를 봤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물을 드린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주 감독은 예선에서 패했던 와타큐 세이모아를 맞아 약한 선수를 첫 번째 복식에 배치하는 변칙 오더를 낸 뒤 강세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3연승을 달렸다. 달성군청은 2-1로 앞선 두 번째 단식에서 왼손잡이 이현수가 이천시청 박상엽을 꺾고 팀에 우승을 안겼다. 이현수는 “감독님이 평소 서브 리시브 같은 기본기를 강조하셨다. 오늘 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처장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감독이 겉으로는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할 때도 많다. 하지만 우정 어린 경쟁 속에서 한국 정구 발전을 이끈 주역이다”라고 평가했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문경시청이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일반부 2연패를 놓고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주인식 감독이 이끄는 문경시청은 5일 경북 문경 시민운동장 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여자 일반부 단체전 준결승에서 예선을 2전 전승으로 통과한 경남체육회를 3-0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문경시청은 NH농협은행을 3-1로 꺾은 일본 실업팀 와타큐 세이모아와 정상을 다투게 됐다. 문경시청 승리 주역은 이적생 이지선이었다. 안성시청에 뛰던 이지선은 팀내 사정으로 지난해 1년 가까이 코트를 떠나 있었다. 은퇴 기로에서 지난 연말 문경시청에 새롭게 둥지를 뜬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지선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편하다. 그래서 실력이 더 향상된 것 같다”며 웃었다. 복식에서 후위를 맡은 이지선의 장점은 상대 네트 앞에 짧게 떨어지는 절묘한 쇼트다. 지난해 문경시청은 남녀 일반부 동반 우승에 성공하며 홈팬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 2명이 대표팀 차출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남자팀이 준결승 진출에도 실패했다. 이지선은 “남자 팀을 대신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식 감독은 “팀을 옮겨 어려움이 있을텐데 잘 적응했다. 결승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칭찬했다. 남자 일반부 준결승에서 달성군청은 순창군청을 3-1로 물리쳤다. 이천시청은 음성군청을 3-2로 제압했다. 달성군청과 이천시청은 6일 결승에서 만난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남녀 일반부 우승을 다툴 4강이 모두 가려졌다. 남자 일반부에서는 이천시청이 음성군청과 준결승을 치르고 순창군청은 달성군청을 만났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천시청은 5일 경북 문경 시민운동장 정구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예선 A조에서 간판스타 이요한 등의 활약에 힘입어 3연승을 달려 조 1위를 차지했다. 음성군청은 결승 길목에서 이천시청과 일전을 치르게 됐다.지난해 우승팀 문경시청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B조에서는 순창군청이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여자일반부 경남체육회는 예선에서 김지혜의 활약으로 전통의 명문 NH농협은행을 3-2로 꺾었다. 초청팀으로 나선 일본 실업 와타큐 세이모어도 조 1위로 준결승에 합류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남자대학부 결승에서는 충북대가 한경대를 2-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충북대는 지난해에 이어 2연 연속 정상에 올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997년 당시 스무 살 주희정(41)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농구부 숙소에서 짐을 쌌다. 위로는 신기성이라는 대형 가드가 있었고, 홀로 자신을 키운 할머니가 간경화여서 치료비가 급했다. 대학 2년을 중퇴한 뒤 프로농구 나래(현 DB)에 입단했다. 국내 1호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로부터 프로무대에서 꼬박 20시즌을 활약한 뒤 지난해 은퇴한 ‘코트의 살아 있는 역사’ 주희정이 21년 만에 고려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지도자다. 지난달 고려대 농구부 코치로 선임돼 2일부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주희정은 “강병수 신임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 감독과는 나래에서 한솥밥을 먹다 나란히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인연이 있다. 삼성 시절 김동광 감독은 송도고 후배인 강 감독에게 주희정 관리를 맡기기도 했다. 올해 초 주희정은 필리핀리그 객원코치를 거쳐 미국에서 드리블, 슈팅 드릴 등을 직접 몸으로 배웠다. 또 독일 리그를 참관하는 등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주희정은 “프로와 학원 스포츠는 너무 다른 세계다. 고려대에 올 정도면 실력은 누구나 뛰어나다. 학생 선수이므로 예의와 인성을 강조하고 싶다. 동료를 배려하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희정은 프로에서 20년을 뛰며 15경기에 빠졌을 뿐이다. 전체 경기의 99%에 출전했을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코트에서나 숙소에서나 외출 나갔을 때나 늘 열정과 목표의식을 갖고 행동해야 합니다.” 프로에서 숱한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그에게 어떤 타이틀이 가장 애착이 가는지 물었다. “1000경기 넘게 출전한 것과 2009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일입니다.” 4명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 된 주희정은 강 감독의 권유로 2학기에 복학해 못다 한 학업(체육교육과)도 마칠 계획이다. ‘플레잉 코치’가 되면 선수로도 뛰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주위에서 고연전(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에 나서도 되겠다는 말을 하더라”며 웃었다. 주희정은 가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트리플 더블을 8차례나 기록했다. 단신(180cm)임에도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한 결과다. 통산 리바운드도 5위에 올랐다. “농구에선 키가 아니라 심장이라고 하더라. 수비와 속공을 강조하고 앞 선에서도 리바운드에 신경 쓸 것을 주문하고 싶어요.” 다시 찾은 모교 캠퍼스에 대해 주희정은 “농구부 숙소, 체육관 등 시설이 너무 좋아졌다. 여학생이 예전보다 엄청 많아졌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명훈이 한번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젠 걔도 좀 늙었겠죠.” 선수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린 허재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53)은 한때 북한의 세계 최장신 농구 선수로 유명했던 리명훈(49·235cm)과의 추억이 많다. 그래서인지 허 감독은 최근 리명훈이라는 잊혀졌던 이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데 반가움을 표시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 약해졌다”고 말한 내용이 공개된 것. 그러면서 농구팬인 김 위원장이 남북 농구 교류를 언급해 그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허 감독이 리명훈을 마지막으로 본 건 2003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리명훈은 깍듯하게 허 감독에게 술을 따르기도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선 허 감독이 북한 대표로 출전한 리명훈을 만나러 농구장까지 찾아가 행운의 열쇠, 전자시계, 사이즈가 375mm나 되는 농구화를 선물했다. 리명훈 아내를 위해 따로 팔찌까지 준비했다. 당시 만남에 앞서 리명훈은 한국 농구 관계자들에게 허 감독의 아시아경기 출전 여부를 묻기도 했다. 허 감독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와 1993년 아시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후배인 강동희 전 감독과 함께 리명훈을 마주치면서 “명훈아”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1993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경기에서는 허 감독이 이끈 한국이 리명훈이 골밑을 지킨 북한을 77-68로 이겼다. 강 전 감독은 “명훈이에게 용돈을 주거나 호텔 일부 비용을 대신 내준 적도 있었다”며 “몇 년 전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 갔을 때 종업원에게 명훈이 근황을 물은 적이 있는데 인민영웅으로 잘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치고 호텔 방에서 술 대결을 벌인 적이 있는데 주량이 대단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안주 삼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농구 교류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농구협회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구협회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밝혔다.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허 감독은 “우리 팀에 부상 선수가 많다. 하지만 북한 남자 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진 지 오래여서 전력이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북한 남자 농구는 리명훈이 뛰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 실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끝으로 공식 대회에서 자취를 감출 만큼 전력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여자 농구는 지난해 아시아컵을 비롯해 최근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팀 내에 득점력을 갖춘 장신 선수들도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남자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시아경기 남북 단일팀 구성에 걸림돌이 적다는 게 농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열 농구협회장은 “북한 농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지만 몇 명 정도는 단일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남북에서 번갈아 평가전을 치러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구협회는 과거 서울과 평양 등을 오가며 열었던 통일농구 형식의 남북 올스타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대학대회인 아시아퍼시픽 대학 챌린지에 북한 팀 초청 등도 교류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허 감독은 “남과 북이 코트에서 하나가 된다면 농구 인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론 명훈이에게 술 한잔 권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명훈이 한번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젠 많이 늙었겠죠.” 선수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린 허재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53)은 한때 북한의 세계 최장신 농구 선수로 유명했던 리명훈(49·235cm)과 추억이 많다. 그래서인지 허 감독은 최근 리명훈이라는 잊혀졌던 이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데 반가움을 표시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 약해졌다”고 말한 내용이 공개된 것. 그러면서 농구광 김정은이 남북 농구 교류를 언급하면서 그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허 감독이 리명훈을 마지막으로 본 건 2003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리명훈이 깍듯하게 따르는 술잔을 받는 허 감독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2년 부산 아시아 경기에선 허 감독이 북한 대표로 출전한 리명훈을 만나러 농구장까지 찾아가 행운의 열쇠, 전자시계, 사이즈가 375㎜나 되는 농구화를 선물했다. 리명훈 아내를 위해 따로 팔찌까지 준비했다. 당시 만남에 앞서 리명훈은 한국 농구 관계자들에게 허 감독의 근황과 아시아경기 출전 여부를 묻기도 했다. 허 감독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와 1993년 아시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리명훈과 마주치면서 “명훈아”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1993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경기에서는 허 감독이 이끈 한국이 리명훈이 골밑을 지킨 북한을 77-68로 이겼다. 허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데 이런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국제대회에서 나가면 명훈이를 따로 술자리로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안주 삼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김정은이 남북 농구 교류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농구협회도 방열 회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구협회는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밝혔다.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허 감독은 “우리 대표팀에 부상 선수가 많긴 하다. 하지만 북한 남자 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진지 오래여서 전력이 베일에 가려있다.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평가대로 북한 남자농구는 리명훈이 뛰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 실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끝으로 공식 대회에서 자취를 감출 만큼 전력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여자 농구는 지난해 아시아컵을 비롯해 최근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한바 있으며 팀내에 득점력을 갖춘 장신 선수들도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남자 대표팀 보다 상대적으로 아시아경기 남북 단일팀 구성에 걸림돌이 적다는 게 농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열 농구협회장은 “북한 농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지만 몇 명 정도는 단일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 남북에서 번갈아 평가전을 치러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구협회는 과거 서울과 평양 등을 오가며 열렸던 통일농구 형식의 남북 올스타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학대회인 아시아 퍼시픽 대학 챌린지에 북한 팀 초청 등도 교류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허재 감독은 “남과 북이 코트에서 하나가 된다면 농구 인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론 명훈이에게 술 한 잔 권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NH농협은행 나다솜과 이민선이 제16회 규슈오픈 국제정구대회에서 우승했다. 1일 대한정구협회에 따르면 나다솜과 이민선은 지난 주말 일본 후쿠오카에서 끝난 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서 일본의 오카베 유리-오노가와 유키를 4-2로 눌렀다.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두 선수는 대표 상비군으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해 국제 대회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렸다.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다솜은 “진천선수촌은 하드코트였는데 이번 대회는 인조잔디코트여서 적응에 애를 먹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경 경북관광고를 졸업한 뒤 NH농협은행에 입단한 이민선은 새로운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민선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언니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이민선은 어린 나이에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NH농협은행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나다솜과 이민선은 3일 경북 문경정구장에서 개막하는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34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에 떨어진 뒤 핀을 향해 굴러갔다. 앨버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은 것)가 되는 줄 알았던 공은 홀 오른쪽 20cm가량 옆으로 지나갔다. 18번홀(파5·518야드)에서 가볍게 75cm 이글을 낚은 리디아 고(21)는 눈물을 쏟으며 모처럼 맛본 우승에 감격스러워했다. 골프 천재 소녀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리디아 고는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정상에 올랐다. 15세 때인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 첫 승을 올린 리디아 고는 여전히 10대였던 2016년 7월 18일 마라톤클래식까지 14승이나 올렸다. 골프 최연소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우던 그는 이후 43개 대회에서 무관에 그치는 오랜 슬럼프를 겪다가 651일 만에 20대 들어 첫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6번홀까지 보기만 3개를 해 3위까지 밀려났다. 이대로 주저앉는 듯했지만 13번홀에서 어프로치샷을 버디로 연결한 뒤 15번, 18번홀 버디를 추가해 최종 합계 12언더파로 이민지와 동타를 기록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호주 교포 이민지와의 연장에서 리디아 고는 티샷이 24야드 넘게 덜 나갔지만 컴퓨터 우드샷을 앞세운 이글로 이 홀에서 버디로 맞선 이민지를 제쳤다. 뉴질랜드 언론은 “지난 6년 동안 3만 번 이상의 샷을 했던 리디아가 최고의 한 방을 날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CBS 해설자는 “전설의 반열에 오를 만한 이글이었다”고 극찬했다. 스무 살이 된 지난해부터 리디아 고는 클럽, 스윙, 코치, 캐디 등을 바꾸며 제2의 도약을 꿈꿨으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앞만 보고 달리다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이 부진을 불렀다는 보도도 있었다. 2017시즌을 무관에 그친 그는 예년과 달리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늦잠과 여가를 즐기는 느긋했던 스케줄에서 벗어나 규칙적으로 필라테스와 근력 훈련 등에 매달리며 체중을 8kg 가까이 뺐다. 국내에서 프로 생활을 한 재미교포 테드 오를 새롭게 코치로 영입했고, 베테랑 캐디 조니 스콧 등 새 팀과도 호흡이 잘 맞고 있다. 지난달 24일 21세 생일을 맞은 리디아 고는 “지난 14번의 우승 때는 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며칠 전 생일 선물로 제시카 코르다(25·미국)에게서 보드카를 선물받았다. 부드러운 보드카라고 했는데 진짜 그런지 병을 따봐야겠다”며 웃었다.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한 골프장과 각별한 인연을 유지했다. 2014년 LPGA투어 데뷔 후 첫 승을 장식했다. 리디아 고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손목에 우승 날짜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프로 데뷔 후 첫 대회 2연패를 장식한 곳이기도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남북 정상회담에서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단일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남북 단일팀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최근 대한체육회를 통해 각 종목 경기 단체를 대상으로 단일팀 구성 의향과 성사 가능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농구, 유도, 탁구, 정구, 체조, 카누, 조정 등 7개 종목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기조대로 발맞춰 갈 것이다. 민족 동질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아시아경기에서는 서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단일팀 구성)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 카누 용선 20인승 경기에 남북 선수 10명씩 출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성사되면 한강과 대동강에서 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내년 전국체육대회 100주년을 맞아 개최지인 서울시와 함께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20년 대한체육회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서적 편찬, 유적 발굴 등 기념사업을 남과 북이 공동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단일팀 구성에 대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농구는 과거 3차례 남북 통일농구대회를 개최한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이 많은 종목이다. 남자농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 이어 2연패를 노린다. 민감한 병역면제 문제가 걸려 있는 남자 대표팀보다는 여자 대표팀이 상대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이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제대회에 나온 북한 여자 대표팀에선 실력 있는 선수를 3명 정도 꼽을 수 있다. 문성은 대한민국농구협회 사무처장은 “(남북단일팀 관련) 의향은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엔트리 구성 등 부딪치는 게 많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연맹과의 협상을 통해 풀어줘야 할 부분이 많다. 언제 어떻게 누구를 뽑을지를 말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대한정구협회 김태주 사무처장은 “4월 초에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남북 단일팀 수요 조사에서 대한정구협회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고 밝혔다. 정구계는 이미 매년 6월 차이니스컵 국제정구대회에서 북한과 교류해왔다. 정구 남북 단일팀의 전제조건은 엔트리 확대다. 현재 남녀 각각 5명씩 10명이 국가 대표로 선발됐는데 아시아정구연맹 등을 통해 혼합복식 현 2명을 4명, 단식 2명을 4명(총 4명 확대)으로 늘려줘야 단일팀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2월 한국 국가대표팀 구성원이 뽑혔고 북한의 전력은 한국의 70% 정도로 평가된다. 혼합복식 단일팀은 동메달 정도를 노릴 수 있는 실력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각 도에는 우리의 실업팀처럼 정구팀이 활성화돼 있고 인기도 높다. 그런 면에서 정구 단일팀 구성이 되면 양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도 남북 단일팀이 과거에 선전했던 기록이 있고 북한 탁구 실력이 한국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지 않는 점에서 단일팀이 구성되면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탁구 역시 이미 남녀 5명씩 총 10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뽑힌 상황에서 단일팀이 추진되려면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엔트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8년 만에 프로농구 SK를 정상으로 이끈 문경은 감독(47)은 요즘 축하받느라 바쁘다. 지도자로 첫 우승 헹가래를 받은 문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지닌 농구인들도 자신의 일인 듯 기뻐했다. 선수 시절 은사, 선후배들이 자신에게 보낸 질문에 문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현재 국내 선수 멤버로 2연패도 가능해 보이는데 본인 생각은…. “SK 최태원 회장님이 우승 후 ‘해본 자와 못해 본 자 간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란 말을 하시더군요. 국내 선수가 많이 업그레이드됐어요. 최준용, 안영준이 시즌을 치르며 한층 성숙해졌고요. 최성원을 파이터로 키워 보려고요. 김민수 김선형 변기훈 최부경 등은 이미 A급 선수입니다. 잘 준비하면 모비스 같은 왕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새 목표가 생겼네요.” ―내년에도 애런 헤인즈를 뽑을 생각인지…. “무릎 상태를 봐야 합니다. 장신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2m 이하)이 생겼으니 경쟁력은 있어요. 나이(38세)가 걸리긴 하는데 몸이 아니라 머리로 농구하는 스타일이라 충분히 해낼 겁니다. 우리가 계약 안 하면 유 감독님이 하시려고요? 그런 생각만 해도 무서워지네요.”▼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 ―수비 전술이 좋아졌는데 그 요인은…. “최 감독님에게 배운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독님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셨죠. 요즘은 제가 그런 걸 선수들에게 강조합니다. 하이포스트 맨투맨, 코너에서 지역방어, 2 대 2 등 다양한 수비를 주문하는데 선수들이 다 따라와 줬어요. 여담으로 최 감독님 밑에서 유일하게 도망가지 않은 선수가 저예요. 요즘도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김동광 MBC스포츠 해설위원 ―챔프전 때 보면 위기에도 침착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승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시즌은 크게 당황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챔프전 때 먼저 2패를 했어도 큰 걱정이 안 되더라고요. 헤인즈가 다쳤지만 메이스가 와서 국내 선수들 수비가 편해졌고, 3점슛도 제때 잘 터졌어요. 혼자 있을 때 고심도 많답니다.”▼ 위성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감독 ―형님 리더십의 실체와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선수에게 말만 앞세우는 사기꾼이 아니라 행동하는 실천가가 되려 합니다. 기회를 준다고 했으면 실제로 그렇게 해야죠. 감독 된 뒤 꼭 지키는 게 지난 일에 대한 야단은 짧고 간단하게 빨리 하고 다음 걸 얘기해 준다는 겁니다. 필요하면 술도 같이하고 목욕도 함께합니다.”▼ 이성훈 한국농구연맹 사무총장 ―전희철 SK 코치와는 출신도 성격도 달라 보이는데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비결은…. “전 코치가 생긴 것보다 굉장히 섬세해요. 준비가 잘돼 있고 감독이 외로울 때마다 편하게 해주는 말을 잘해 줍니다. 예를 들면 ‘뭘 고민하세요. 둘 중 하나예요. 할 건지, 말 건지’ 이런 식으로 교통정리에 능해요. 15세 때 처음 만나 30년 넘게 보고 있어요. A급 스타 출신이지만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 ―‘문애런’이란 별명이 있는데 감독과 선수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철학은…. “무조건 신뢰입니다. 선수 때 여러 감독님을 만났지만 나에게 믿음을 주고, 그래서 제가 기댈 수 있는 감독님들이 좋더라고요. 경기를 많이 못 뛰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감독님이 고마웠습니다. 저도 그런 걸 선수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김선형이 저한테 아버지 같다고 하고 김민수도 그런 비슷한 말을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덧 장수 사령탑의 반열에 올랐는데 언제까지 힘든 감독 생활을 할 건지…. “SK에서 계약 기간 3년 채운 감독은 제가 유일합니다. 감독 대행을 포함하면 7년을 했는데 일단 10년은 채우고 싶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현지 시간 26일 새벽.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 한 호텔 방에서 선잠으로 뒤척거리던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카카오톡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효과음에 눈을 떴다. 외국인선수 정보 수집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던 그는 같은 시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귀화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cm) 드래프트’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에 ‘감독님 선발됐습니다’라는 이도현 모비스 사무국장의 보고가 뜨자 유 감독은 “그만한 선수가 없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 모비스는 골밑 보강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참가 신청을 한 SK, KCC를 제치고 3분의 1의 제비뽑기 확률을 차지해 라틀리프를 뽑았다. 모비스와의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첫 시즌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2000만 원)이며 이후 50만4000달러, 51만6000달러로 해마다 인상된다. 라틀리프는 모비스를 코트 왕조로 이끌었던 일등공신. 미주리대 졸업 후 2012년부터 3시즌 동안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팀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주도했다. 미국 미주리주 집에 머물고 있는 라틀리프는 “뛰었던 팀으로 가게 돼 고향 집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너무 기쁘다”며 “유재학 감독님은 내게 첫 기회를 주신 분이고 몰랐던 농구를 가르쳐주신 분이다. 다시 우승컵을 갖고 싶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유 감독은 “3연패를 달성한 좋은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 6년 동안 국내에서 뛰면서 한국 농구에도 적응을 완전히 마쳤다. 자신감도 넘쳐 보인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삼성에서 경기당 평균 24.58득점(2위)에 리바운드 13.6개(1위)를 기록했다. 59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라틀리프의 가세로 모비스는 취약한 골밑을 강화하게 됐다. 또 부상 중인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이 복귀하면 포스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게 됐다. 모비스 간판 가드 양동근은 “3연패의 대기록을 같이 만들어낸 동료의 컴백을 환영한다. 우리 팀과 다른 KBL 팀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광 해설위원은 “삼성에선 국내 선수와 조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모비스에서는 국내 선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선수 통제를 잘하는 유 감독과 잘 맞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라틀리프의 가세로 모비스 외국인선수 선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 감독은 “앞선에서 볼 배급을 잘하는 선수를 우선 고려할 생각이다. 가성비가 좋은 미국 대학을 갓 졸업한 유망주 가운데 발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 영입으로 모비스는 외국인선수 2명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이 다른 구단(70만 달러)보다 낮은 42만 달러로 제약을 받는다. 1명만 선발하면 최대 35만 달러에 영입 가능하다. 라틀리프 영입에 따른 다른 구단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다. 올해 귀화 후 라건아라는 이름을 얻은 라틀리프는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8월 아시아경기에도 출전하지만 국내 프로리그에선 향후 6시즌 동안 외국인선수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모비스는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2, 3쿼터에 라틀리프를 기용하면 단신(186cm 이하) 외국인선수는 한 명만 내보낼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개최하는 세계적인 명문 코스다. 이 골프장 레스토랑에는 김시우(23·CJ대한통운)의 이름이 들어간 ‘시우의 김치 갈비(Siwoo‘s Kimchi Short Ribs)’라는 메뉴가 추가됐다. 가격은 13달러(약 1만4000원). 사연은 이렇다. 김시우는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전년도 우승자가 메뉴 한 가지를 정하는 전통이 있다. 이른바 ‘챔피언 메뉴’다. 김시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갈비와 김치로 결정한 뒤 지난달 현장에서 시식까지 마쳤다. 당시 그는 “너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 후 이 메뉴는 판매에 들어갔다. 5월 10일 대회 개막 전후로는 출전 선수들도 즐길 것으로 보인다. ‘시우 갈비’는 대회 마지막 날까지만 제공된다. PGA투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관련 동영상에 따르면 이 요리는 3일 동안 양념에 재운 갈비를 구운 뒤 그 위에 김치 양념에 버무린 양배추를 얹었다. 또 삶은 계란을 곁들인다. 김시우는 “해외에서 일주일 넘게 한국 음식을 못 먹으면 김치, 갈비 생각이 절실해진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2011년 이 대회 우승자 최경주는 갈비버거를 챔피언 메뉴로 정했다.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에선 전년도 우승자가 대회 기간 역대 챔피언을 초청해 직접 정한 메뉴로 만찬을 베푸는 ‘챔피언스 디너’가 있다.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은 꼬치산적, 대하 잣무침 등 퓨전 한식으로 한 상을 차렸다. 이번 시즌 PGA투어에서 4차례 톱10에 들며 한국 선수 최고인 상금 랭킹 30위(181만 달러)인 김시우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고 들었다. 새로운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