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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보신각 종지기직을 대대로 이어온 가문의 후손이 “180여 년 전부터 해온 가업을 잇게 해달라”고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신각은 공공 문화재인 만큼 특정 가문이 관리를 세습하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이달 3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종지기 가문의 관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보신각 종지기의 역사는 1840년대 종지기를 맡은 고 조재복 씨(1대)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당시 보신각 누각에 불이 나 종로구 관철동 토박이였던 조 씨가 집 안뜰에 보신각종을 보관하면서 종지기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종지기는 보신각종을 청소하고 관리하며 타종 행사를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조씨 가문에서 보신각종은 ‘종님’으로 불렸다. 3대 종지기였던 고 조한이 씨는 영친왕의 호위군관 출신으로 6·25전쟁 때도 피란 가지 않고 종을 지키다 부인이 한 손을 잃었다. 문제는 4대 종지기를 맡았던 고 조진호 씨가 일흔 넘은 나이에 암으로 2006년 세상을 뜨면서 생겼다. 집안 사정으로 대를 이을 수 없게 되자 제자 격이던 신철민 씨(48)에게 종지기 역할을 이어가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신 씨는 서울시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돼 5대 종지기가 됐다. 그런데 지난해 조진호 씨의 손자인 재원 씨(27)가 “가업을 잇겠다”고 손을 들었고, 문화재 관련 실무 경력 1년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타종을 관리하는 서울시 외주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3·1절 타종에도 참여하며 신 씨로부터 타종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무렵 서울시 안팎에선 “공개 채용으로 임용해야 하는 공무원 자리를 특정 가문에 맡기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신 씨가 “조 씨에게 물려주겠다”면서 물러난 자리에는 조씨 가문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채용됐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외주업체 일을 그만둔 조재원 씨는 다른 업체에서 ‘실무 경력 1년’ 요건을 채운 뒤 다시 종지기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자리가 다른 공무원으로 채워진 다음이라 언제 종지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씨는 “집안에서 보신각종을 관리하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라 언제가 되든 종지기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문화재정책과 문화재관리요원이 종지기를 맡고 있는데 해당 직위는 지방공무원법상 공개 채용해야 하는 자리”라며 “한 가문에서 보신각 타종과 관리를 이어간다고 하면 독점 세습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일본으로 함께 유학을 떠난 고교 동창을 5년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며 억대의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강선주)는 2018년부터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하던 피해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배해 5년간 1억6000여만 원을 갈취하고 폭행한 혐의로 A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폭행해 뇌출혈 상해로 영구 장애를 입혔다.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프로그램에 함께 지원한 피해자와 일본 오사카에서 함께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A 씨는 타국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상황을 악용해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통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피해자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게임 제작회사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 후 가짜로 취직이 된 것처럼 속였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게임 회사가 요구하는 ‘게임 승수 달성’, ‘후기 작성’부터 해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피해자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경우 “손해가 발생해 갚아야 한다”고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회사는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유령 회사였다. A 씨는 2019년 3월부터는 ‘게임 회사에 대한 채무부담’이라는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결국 피해자는 A 씨에게 속아 게임 회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줄 알고 자신의 생활비 80%가량을 A 씨에게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피해자를 노예 취급하며 비정상적인 생활 규칙을 지킬 것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나 수면, 목욕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생활 규칙을 정한 뒤 피해자로부터 “밥 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 등의 보고를 받았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A 씨는 ‘계약서’, ‘생활 규칙’ 등을 20개가량 작성해 ‘규제 위반 시 10만 원부터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청구된다’ ‘제3자와 연락은 엄격히 금한다’ ‘수면시간을 초과한 수면 및 졸음도 엄격히 금한다’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의 생활 자체를 통제했다. 조사 결과 A 씨의 계좌에는 피해자가 ‘무단 지각’ ‘벌점 초과’ ‘자택 도착 미보고’ 등의 명목으로 돈을 보낸 내역이 다수 확인됐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A 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피해자로부터 405회에 걸쳐 총 1억6000만 원에 달하는 생활비 등을 가로챘다. A 씨는 피해자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부모나 여동생이 대신 갚아야 한다”며 채무변제 계약서까지 작성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A 씨에게 보낼 돈이 부족해지자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밖에도 A 씨는 지난해 9월 피해자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머리를 여러 차례 폭행해 뇌출혈 상해를 일으켜 피해자는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일본 구급대원에게 A 씨는 “피해자가 혼자 넘어졌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A 씨는 피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관리하면서 피해자의 부모나 지인으로부터 온 메시지는 삭제하고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등 외부인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했다. 피해자의 부상 사실도 이같은 방식으로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SNS 계정까지 A 씨가 관리하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어차피 도움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순응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사건을 초기 단계부터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게임 회사 위장 취업을 시작으로 A 씨의 가스라이팅이 시작됐다”며 “A 씨는 유학 생활로 돈이 부족해지자 피해자의 금품을 가로챌 의도로 치밀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심리 상담과 경제적 지원 등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A 씨에 대해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자승 스님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입적하기 직전 자승 스님의 제자가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남긴 다른 유언장 가운데 3장을 추가로 공개했다. 1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경 신고자 A 씨가 119에 전화를 걸어 칠장사에 위급한 일이 있는지 물으며 “(자승 스님을) 위치추적을 좀 해주십시오. 긴급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분은 저의 스승이다. (스승은) 스님”이라고 밝혔는데, 화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제자의 전화는 화재가 발생하고 6분 후 걸려온 것으로, 칠장사 보살이 신고하기 1분 전에 이뤄졌다. 현장을 파악한 소방서가 화재 사실을 알려주자 A 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했다. 자승 스님이 진우 총무원장, 자신의 상좌 스님들, 수행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유언장 3장도 이날 추가로 공개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1일 이를 공개하며 “자승 스님이 올 3월 인도순례를 마친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며 “유언장은 모두 10여 장인데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 당일 자승 스님은 칠장사 주지 스님인 지강 스님과 일상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지강 스님은 1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평소처럼 쉬러 왔다’며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스님의 시신)의 유전자(DNA)를 감정한 결과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자승 스님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입적하기 직전 자승 스님의 제자가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남긴 다른 유언장 가운데 3장을 추가로 공개했다.1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경 신고자 A 씨가 119에 전화를 걸어 칠장사에 위급한 일이 있는지 물으며 “(자승 스님을) 위치추적을 좀 해주십시오. 긴급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분은 저의 스승이다. (스승은) 스님”이라고 밝혔는데, 화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제자의 전화는 화재가 발생하고 6분 후 걸려온 것으로 칠장사 보살이 신고하기 1분 전에 이뤄졌다. 현장을 파악한 소방서가 화재 사실을 알려주자 A 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했다.자승 스님이 진우 총무원장, 자신의 상좌 스님들, 수행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유언장 3장도 이날 추가로 공개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1일 이를 공개하며 “자승 스님이 올 3월 인도순례를 마친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며 “유언장은 모두 10여 장인데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한편 화재 당일 자승 스님은 칠장사 주지 스님인 지강 스님과 일상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지강 스님은 1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평소처럼 쉬러 왔다’며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스님의 시신)의 유전자(DNA)를 감정한 결과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경찰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화재로 자승 스님이 입적한 것과 관련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현장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면서도 “현장 인근 CCTV와 칠장사 관계자 진술, 자승 스님의 휴대전화 기록과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시신은 자승 스님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화재 당일 오후 3시 11분경 직접 차량을 몰고 칠장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어 칠장사 주지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 4시 24분경 인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화재가 발생한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CCTV에는 이후 자승 스님이 주차한 차량을 옮기러 나오는 등 2차례 요사채를 드나드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어 자승 스님이 요사채 안에서 밖을 한 차례 내다본 후 약 7분 뒤인 오후 6시 43분경 화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면 화재 발생 전후 요사채를 드나든 다른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오후 6시 50분경 칠장사에 머물던 보살의 119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고,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자승 스님의 차에서는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는데 사인과 함께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칠장사 주지스님 앞으로 남긴 다른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라는 내용이 역시 사인과 함께 적혀 있었다. 동아일보는 메모 2장의 필적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30일 민간 전문가 3명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2009년 자승 스님이 직접 쓴 서명과 이번 메모에 담긴 서명을 비교한 결과 3명 중 2명이 “동일인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나머지 1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경찰도 메모 2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필적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17명은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승 스님의 입적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라.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에 구조물을 불법 증축해 참사 당시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 씨(76)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96일 만에 사법부가 내린 참사 관련 첫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9일 이 씨에 대해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밀톤호텔 법인에도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다. 이 씨 등은 해밀톤호텔 본관 뒤편 테라스에 주점을 운영하면서 불법 증축을 했는데 이 구조물이 참사 당시 대피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2013∼2017년 총 5차례 무단 증축 지적을 받고도 10년 가까이 시정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 판사는 “6m 이상인 (호텔 본관 뒤편) 도로 폭이 (불법 증축 때문에) 3.6m가량으로 줄어 도로 통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반 건축물 시정명령을 두 차례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 받았지만 방치한 기간이 길며 수익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가벽을 설치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2010년 이전에도 비슷한 가벽이 있었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씨가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참사 유가족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말했고, 선고 이후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등 이태원 참사 관련자에 대한 재판 4건이 진행 중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새 사냥이나 낚시용 불법 무기를 직접 조립해 판매한 태국인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약 2년 동안 6500만 원 상당의 사제 발사 장치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에 따르면 태국인 A 씨(29)는 돈을 벌기 위해 2018년 국내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접하고 불법 무기를 제조하는 방법을 익히게 됐다고 한다. 경남에 있는 한 농가에서 일하던 A 씨는 부인 B 씨(40)를 만나 2021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불법 무기를 제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A 씨는 직접 제작한 석궁 형태의 고무줄 작살총으로 잡은 팔뚝만 한 물고기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십 장 올리면서 ‘구매를 망설이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A 씨 부부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위챗을 통해 4만 원 상당의 부품을 구매한 뒤 화살촉, 쇠구슬 등과 함께 ‘무기 조립 세트’라며 10만~15만 원에 판매했다. 그런 뒤 자신이 만든 사제 무기를 조립하거나 사용하는 방법을 1시간가량 라이브로 방송해 영상으로 올렸다. 경찰은 불법 무기가 강력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A 씨를 불법 무기를 판매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9월 15일 검거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B 씨는 일주일 뒤 국내에서 추방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 판매로 아내와 떨어지게 돼 후회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 부부로부터 낚시와 사냥 목적으로 불법 무기를 산 태국인 9명도 함께 검거했다. 내국인에게는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 씨가 만든 사제 발사 장치가 예상보다 정교해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테니 기증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가 만든 무기 중엔 배율까지 조절할 수 있는 조준경이 있어 30m 거리에서도 조준이 가능했고 관통력도 뛰어났다고 한다.경찰은 화살촉의 경우 15cm 거리에서 사람을 향해 쐈을 때 7~10cm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위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화살촉엔 목표물에 적중되면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조날개도 달았다고 한다.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제 발사 장치의 위험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유통을 막아 강력범죄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대 신입생들의 영어 실력이 5년 새 저하됐다는 자료가 나왔다. 이를 두고 2018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이후 상위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신입생이 수강하는 ‘고급영어’ 과목 수강생 수는 2018년 926명에서 올해 790명으로 14.7% 줄었다. 또 그 바로 아래 단계인 ‘대학영어 2’ 수강생 수는 1077명에서 994명으로 7.7% 줄었다. 반면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이 수강하는 ‘대학영어 1’ 수강생 수는 같은 기간 1646명에서 올해 2116명으로 28.6% 늘었다. 서울대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신입생을 위한 텝스(TEPS) 특별시험’을 진행하고 600점 만점에 453점 이상인 경우 고급영어를 듣도록 하고 있다. 387∼452점인 경우 대학영어 2, 298∼386점인 경우 대학영어 1, 297점 이하인 경우 기초영어를 수강한 후 대학영어 1을 들어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고급 영어 실력이 과거보다 떨어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매 학기 말 보고서를 작성하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단협 회장인 윤희철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을 보면 발음 등 기초 회화 실력은 좋지만 문장 해독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회화 능력 때문에 착시 현상이 생겨 문해력 저하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영어교육학회 등 31개 영어 교육 학회의 연합체인 영단협은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 실력 저하 실태를 발표한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대 신입생들의 영어 실력이 5년 새 저하됐다는 자료가 나왔다. 이를 두고 2018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이후 상위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17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신입생이 수강하는 ‘고급영어’ 과목 수강생 수는 2018년 926명에서 올해 790명으로 14.7% 줄었다. 또 그 바로 아래 단계인 ‘대학영어 2’ 수강생 수는 1077명에서 994명으로 7.7% 줄었다. 반면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이 수강하는 ‘대학영어 1’ 수강생 수는 같은 기간 1646명에서 올해 2116명으로 28.6% 늘었다.서울대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신입생을 위한 텝스(TEPS) 특별시험’을 진행하고 600점 만점에 453점 이상인 경우 고급영어를 듣도록 하고 있다. 387~452점인 경우 대학영어 2, 298~386점인 경우 대학영어 1, 297점 이하인 경우 기초영어를 수강한 후 대학영어 1을 들어야 한다. 일부 단과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세 과목 중 자신이 배정된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고급 영어 실력이 과거보다 떨어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매 학기말 보고서를 작성하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영단협 회장인 윤희철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을 보면 발음 등 기초 회화 실력은 좋지만 문장 해독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회화 능력 때문에 착시 현상이 생겨 문해력 저하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영어교육학회 등 31개 영어 교육 학회의 연합체인 영단협은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 실력 저하 실태를 발표한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처음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이 배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렇게 깔끔하게 출제할 수 있는데 과거엔 왜 그랬느냐”며 호평한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핵불까지는 아니어도 불수능이었다”, “(어려워서) 중간에 울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배제 유형을 맛보긴 했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그동안의 수능 문제 유형에 익숙하게 공부해온 탓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예상보다는 시험이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재학생 최모 씨는 “영어와 국어, 특히 문학 파트가 어려웠다. 올해 9월 모의고사에서도 그렇고 평소 3등급 정도 나오는데 수능이 더 어려웠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재수생 우모 씨는 “중간 문항들 난도가 확실히 변별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국어가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손이 덜덜 떨렸다” 등의 글이 잇달았다. 한 N수생은 “킬러 문항이 배제돼서 쉬울 것이고 N수생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출제 방식이 과거와 달랐다”며 “다니던 학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N수생 노모 양은 “영어는 듣기평가가 평소보다 어려웠다. 수학 영역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에서는 과거에 나오지 않던 유형의 문제가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막상 피워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불법만 아니면 진짜 대마초 흡연을 시도했을 것 같아요.” 김모 씨(42)는 “완벽하게 실제와 유사한 향을 구현했다는 업체 광고를 보고 궁금해져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향이 나는 전자담배 액상을 샀다”며 “은근히 중독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초 향을 재현한 전자담배 액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에선 “규제 대상인 대마 성분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투약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 광고 1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한 업체가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라는 문구와 함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만든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30mL를 3만1000원에 팔고 있었다. 상품 후기는 1500개가 넘었는데 “대마초의 새로운 경험이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덕분에 진짜 대마가 더 궁금해졌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온라인 쇼핑몰에선 다른 업체도 ‘이것은 대마인가, 액상 담배인가’ 등의 문구를 내걸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제조한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두 종류를 팔고 있었다. 액상을 사면 대마 문양이 포함된 스티커와 대마 종이로 만든 디자인 카드를 사은품으로 함께 준다고도 했다. 한 판매업체 대표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준을 충족했고 합법적으로 사업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제품의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밝혔다. 마약류관리법상 불법으로 분류된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디올(CBD) 등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대마향 액상에는 THC와 CBD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한 판매업체에서 밝힌 가향 성분 4종류는 모두 마약 성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해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적 규제 없는 사각지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을 두고선 다른 가향 액상과 달리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 감독하거나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먼저 담배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만 담배로 간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액상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합성 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안 돼 담배에 포함하는 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정의된 제품만 세부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화학물질 수입량이 연간 100kg 미만인 경우엔 ‘위해성 심사’를 안 한다. 업체 스스로 신규 화학물질인지, 위해성이 있는지 체크해 환경부에 제출하고 수입하는 식이다. 가향 전자담배 액상이 흡연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9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전자담배 액상에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아 20대 국회 임기 만료 후 폐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어 세부적으로 어떤 향을 넣었는지까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이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범죄 전문 이승기 변호사는 “마약향이 나는 전자담배가 기호식품처럼 받아들여지면 마약으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 수료}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법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김 센터장과 홍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 등 6명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 대상에는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 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변호사 2명도 포함됐다. 이들과 앞서 13일 구속 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 등은 올 2월 카카오와 에스엠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높인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센터장 등이 시세조종에 직간접적으로 공모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임직원이 법을 위반하면 해당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특사경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 관계자가 추가로 송치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수사하는 모든 피의자가 송치된 건 아니고 관련자 중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판단된 사람들만 송치된 상황”이라며 “내용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보완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 등 카카오 고위 경영진이 참석해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논의하는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올 1, 2월경 에스엠 인수를 논의했다는 점에 주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또 김 센터장이 시세조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센터장에 대해 보완 수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 센터장 등을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를 확인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라며 “검토 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선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이 기소한 배 대표 등은 추후 김 센터장 등이 기소될 경우 함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가상자산 ‘클레이(Klay)’를 투자·용역비 등 각종 명목으로 나눠 가져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김 센터장이 고발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김 센터장 등의 송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선거 때만 되면 매번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나오는데 그때뿐이에요. 지금은 기대도 안 합니다.” 10일 수도권에 있는 한 하수종말처리장 앞.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30년 가까이 방치된 시설을 두고 ‘지역 흉물’이라며 혀를 찼다. 인근 상인은 “선거 공약이 매번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걸 봐 왔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주민 숙원 사업을 이뤄 주겠다’며 다시 공약으로 내미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있는데 이젠 믿지 않는다”고 했다. 22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동아일보는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238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만4119개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공약 중 검증 가능한 공약은 70%에 불과했고, 검증 가능한 공약 중 올 6월 말까지 이행된 비율은 18.5%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곳곳에는 무분별한 공약 남발로 주민들이 ‘희망 고문’을 당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트램 사업? 처음 들어봤다”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을 다수 발표했다. 문제는 사업 타당성을 도외시한 채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공약을 발표하다 보니 당선 후에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철도 건설과 도로 연결 및 확장, 트램 개통 등 교통 관련 공약만 10여 개를 내놨다. 하지만 시동이라도 건 공약은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해당 지역구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는 “트램 사업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원 외에도 21대 총선에서 트램 관련 공약을 발표한 국회의원은 26명이나 됐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에 착수한 건 3명이 공약으로 냈던 사업 1개에 불과했다. 개중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이미 탈락한 전력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도 상당수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트램이 지하철보다 건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총선 당시 트램 개통 공약이 쏟아졌다”면서도 “사업 타당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SOC 공약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소속이 다른 상황에서 지자체장이 반대하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된 공약도 있었다. 시공사의 재정난 때문에 선거 당시 이미 추진할 동력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매립지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모두 선거 당시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태였고, 당선 후에도 추진되지 못했다.● 리모델링 공약 10년 넘게 표류수도권 도심의 한 오래된 상가는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리모델링 공약이 거론됐다. 하지만 부지가 넓고 소유 관계가 복잡해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야 재개발 계획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지만 상인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13일 찾은 상가의 한 동은 이미 상점 10곳 중 7곳이 넘게 비어 있었다. 손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상인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보니 리모델링 구호만 외치다가 당선되면 계획 수립 단계에서 좌절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세월이 지나는 동안 노후화가 가속화되며 상권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손님이 하도 없다 보니 리모델링 될 때까지 버틸 수 없어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많지 않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약을 발표하고 당선 후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도 제대로 된 비용 추계가 없는 공약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에 자문을 해준 바른사회시민회의 김하영 대외협력실장은 “공약보다 후보나 정당에 초점을 맞춰 투표하는 선거 문화가 바뀌지 않다 보니 공약 검증에 소홀했던 것”이라며 “공약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투표하는 문화가 더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 공약을 담은 인쇄물(선거공약서)에 ‘사업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조항은 2007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들의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2008년에 대통령 선거에도 적용하도록 대상이 확대됐다. 동시에 선거공약서를 발행할 경우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할 수 있다”에서 “게재해야 한다”고 바뀌며 강제성이 부여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개정안을 제안할 당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선거공약서를 발행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와 입법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의원들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거공약서 발행 대상에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빠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공약서 대상에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은 포함되고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배제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담은 선거공약서를 제출하게 할 경우 무분별한 공약 남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물만 발행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도 선거공약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특활비 공개처럼 국회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공약 관련 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만드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부터라도 후보자들이 무분별하게 공약을 남발하는 걸 막고 선거 후 공약 이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함께 21대 의원 공약 분석을 진행한 한국정치학회 소속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현재 시민단체와 언론이 하고 있는 공약 검증 빈도를 늘리고 정례화하면서 현실 가능성과 구체성 외에 보편성, 사회통합 기여 등의 기준을 추가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다방면으로 평가한 정보를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에게 제공하면서 선택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약의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분석에 자문을 해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공약을 제출할 때 목적, 대상, 기대효과, 재정소요 등을 명시하도록 하면서 공약의 구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천 권한을 갖고 있는 당이 후보들의 공약 이행에 책임을 지고, 공약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후보 공약과 정당 공약을 분리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보들이 ‘북핵 문제 해결’ 등 국회의원 한 명이 할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선거공보물이 복잡해서 잘 모르겠더라도 최소한 ‘했습니다(업적)’와 ‘하겠습니다(공약)’를 구분하고, 정당 공약인지 후보자 공약인지를 구분하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유권자들이 입법부를 ‘고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 공약인지 등을 생각해 보고 투표하면 예산을 무분별하게 쓰겠다는 후보가 당선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갈승은}

22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1대 지역구 국회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0개 중 3개는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검증이 불가능한 ‘공약(空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증 가능한 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 6월 말 기준 이행률은 18.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3일 동아일보가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의 2020년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다. 분석은 21대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의원직을 잃은 15명을 제외한 23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에 낸 공약은 모두 1만4119개였는데 그중 30%에 해당하는 4236개는 검증이 불가능한 공약으로 나타났다. ‘북핵 문제 해결’ ‘공교육 정상화’ 등 추상적 선언에 불과하거나 국회의원의 권한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증 가능 공약 9883개를 올 6월 말 기준으로 완료, 진행 중, 보류 등 3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결과 완료된 공약은 18.5%(183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임기가 80%가량 지났음에도 공약 6건 중 1건만 이행한 것이다. 아예 착수조차 못 한 ‘보류’ 공약이 36.3%(3584개)나 됐다. 나머지 45.2%(4466개)는 진행 중이었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한국정치학회 소속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타당성이 높지 않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뒤 이행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약을 검증한 후 이행 여부를 평가하고 다음 선거에 반영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이나 정치 양극화 현상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입법공약 45% 발의조차 안돼… 지역 현안사업 이행은 17% 그쳐[국회 지역구 238명 공약 전수 분석]〈上〉 ‘사업-입법-예산’ 유형별 분석예산 관련은 44% “완료” 평가… 중년수당 등 포퓰리즘 공약 많아총선전 백지화된 사업 공약 걸고“한반도 평화” 등 모호한 내용도 4년마다 총선 시즌이 돌아오면 여야 정당과 후보자들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한다. 하지만 당선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걸었던 공약을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행태가 가능한 것은 공약 상당수가 ‘글로벌 인재 육성’ ‘한반도 평화 정착’처럼 선언적이거나 당선된 후 국회의원 한 명이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공약을 담은 인쇄물에 ‘사업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총선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의 분석에선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238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10개 중 3개가 구체성이 떨어져 검증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심성’ 사업 공약 남발… 이행률 20%도 안 돼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는 국회의원 공약 1만4119개 중 검증 불가능한 4236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9883개를 사업, 입법, 예산 등 유형별로 나눠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사업 공약은 전체 공약의 87.8%를 차지했지만 ‘완료’로 평가된 이행률은 17.2%로 가장 낮았다. 반면 ‘보류’로 분류된 공약은 3개 중 1개에 해당하는 35.6%에 달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 중에는 사업 타당성 조사 등 필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비수도권의 한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4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스포츠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 스포츠센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20년 총선 전에 백지화했던 사업이었다. 4년마다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사업 공약의 이행률이 낮은 것은 후보자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이런 공약들 탓에 지역마다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의조차 안 된 입법 공약 44.7%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인 입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약 중에도 완료된 공약 비율은 19.7%에 그쳤다. 발의조차 되지 않은 ‘보류’ 상태의 공약이 44.7%로 절반에 육박했고 발의는 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진행 중’ 공약이 35.6%였다. 지역 사업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 등을 내걸었지만 제대로 발의조차 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된 공약이 수두룩했다. 개헌이 필요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법안으로 만들겠다는 의원도 있었다. 한국정치학회 관계자는 “입법 발의는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만 모으면 할 수 있는데 그조차 안 했다는 건 처음부터 이행 의지가 없었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공약이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예산 관련 공약 중에는 완료된 공약이 44.3%로 그나마 높은 편이었다. 예산을 일부만 확보해 ‘진행 중’으로 분류된 공약이 24.0%였고,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해 ‘보류’된 경우는 31.7%였다. 보류된 예산 공약 상당수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 공약이었다. 비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미 시행 중인 노인 기초연금 외에도 중년수당, 청년기초수당, 학생수당 등 각종 현금 지원 공약을 대거 발표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을 동원한 선심성 공약들은 현실화되기도 어렵고, 현실화될 경우 정부 재정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유권자들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42곳 “공약 이행률 49.5%”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원 114명의 공약 이행률은 23.1%로 나타났고, 나머지 비수도권 의원 124명의 공약 이행률은 13.6%로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한국정치평론학회 관계자는 “인구와 재원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약 이행률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공약 분석을 진행하며 각 의원실에 공약 이행률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20곳, 더불어민주당 22곳 등 42곳에서 회신을 보내 왔는데 이들이 매긴 공약 이행률은 49.5%였다. 자체 평가에서도 절반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분석에선 이들 의원실의 공약 이행률이 16.9%에 불과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에 제출한 공보물에는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약도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런 공약은 지역구 의원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기 어려운 점도 공약 이행률 평가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해외 선진국 중에선 선거 전후 후보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검증하는 과정이 정착된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매니페스토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선 주요 정당이 당내 의원들의 모든 공약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체크리스트 형식의 백서를 발행한다. 백서는 실행할 경우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다. 또 영국 노동당은 매년 정책 포럼을 열어 유권자가 온라인으로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열어놓는다. 신규 공약을 만들기 전 기존 정책을 계속 이어갈지도 평가해 스스로 발표한다. 미국에선 주요 선거가 치러지기 1, 2주 전 교회나 학교, 관공서 등에 유권자들이 모여 배심원 역할을 하며 후보자와 공약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토론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돼 후보자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유권자들에게 공개된다. 호주는 의회 내 독립기관으로 있는 의회예산처가 정당이나 의원들에게 재정추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전 공약에 대한 비용 추계를 산정해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국회 논의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공약 제안 및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원하는 생활 밀착형 공약이 선거 주요 의제로 설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인기 영합적인 공약은 지양하고, 미국처럼 숙의의 날을 정착시켜 정책 위주의 투표가 진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동아일보는 2020년 4월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238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 공보물에서 공약 1만4119개를 추출해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이행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검증 기한은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6월까지다. 임기 중 사퇴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한 15명과 재·보궐 선거로 새로 당선된 의원 12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먼저 공약을 분류해 △사업 △입법 △예산 등 3개 분야로 나눴고 ‘검증 가능’ 여부를 1차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계획이 없는 경우, 국회의원 권한을 넘는 경우 등을 검증 불가로 판단했다. 검증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공약에 대해선 이행 여부를 2차로 검증하면서 △완료 △진행 중 △보류로 구분했다. 검증은 의정보고서, 보도자료, 언론보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참고해 진행했다. 사업은 준공 등이 완료된 경우, 입법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경우, 예산은 정부 예산에 반영된 경우 ‘완료’로 분류했다. 공청회, 타당성 검사, 법안 발의 등 공약 이행 관련 작업이 진행된 경우 ‘진행 중’으로 판단했다. 사업에 전혀 진척이 없거나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경우,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는 ‘보류’로 분류했다. 특별취재팀▽기획·취재: 김수현 newsoo@donga.com 최미송 손준영 주현우 기자 김송현 박경민 서지원 이수연 한종호 인턴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의 가맹 택시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최대 5%에서 3%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기로 했다.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았던 수수료 체계는 단순화하고 플랫폼 택시 호출의 배차 구조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서울 강남구 택시연합회관에서 사업자와 노동조합이 모인 택시 4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수수료 체계 등을 연말까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열린 가맹 택시 협의체와의 간담회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질 수수료를 3% 이하로 인하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동 데이터 제공과 각종 마케팅 등 참여 조건으로 운임의 15∼17%를 기사에게 되돌려준다. 이런 이중구조 계약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3∼5%의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와 논의해 이런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배차 알고리즘을 개편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은 이날 오전 3차 경영회의가 열린 경기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7년간 유지한 수염도 정리한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인적 쇄신과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도 다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김 센터장 등이 시세 조종에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특히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사경은 투심위를 카카오 고위 경영진이 참석해 기업 인수합병(M&A) 문제 등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로 보고 있다. 올 1, 2월 에스엠 인수를 위해 수 차례 열린 투심위 논의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사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의 가맹 택시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최대 5%에서 3%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기로 했다.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았던 수수료 체계는 단순화하고 플랫폼 택시 호출의 배차 구조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서울 강남구 택시연합회관에서 사업자와 노동조합이 모인 택시 4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수수료 체계 등을 연말까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열린 가맹 택시 협의체와의 간담회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질 수수료를 3% 이하로 인하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동 데이터 제공과 각종 마케팅 등 참여 조건으로 운임의 15∼17%를 기사에게 되돌려준다. 이런 이중구조 계약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3~5%의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와 논의해 이런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배차 알고리즘 개편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이날 오전 3차 경영회의가 열린 경기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7년간 유지한 수염도 정리한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인적 쇄신과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도 다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금융당국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김 센터장 등 카카오 경영진의 시세 조종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특히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사경은 투심위를 카카오 고위 경영진이 참석해 기업 인수합병(MA&) 문제 등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로 보고 있다. 올 1, 2월 에스엠 인수를 위해 수 차례 열린 투심위 논의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사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