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백골 상태인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4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인 어머니 B 씨(사망 당시 76세)를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2020년 8월까지 혼자 보살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사이가 좋았고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피해자가 고집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안방에서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발견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 어머니 시신을 약 2년 5개월간 백골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노인복지법상 방임, 기초연금법 및 국민연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선 “연금을 부정 수급할 목적으로 (사망 사실을)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 씨가 어머니 사망 후 대신 받은 연금은 18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인천 부평구에서 고1 아들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 학교에서 남학생 두 명이 싸웠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화해한 뒤에도 부모들이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고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사정을 들어보니 혹시라도 나중에 상대편에서 학교폭력(학폭) 문제를 제기할까봐 걱정돼 미리 대비하려 그랬다고 한다”며 혀를 찼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을 계기로 학폭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일명 ‘학폭 연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든 학폭과 연루되는 것을 막고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학생,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일부 학생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게 “너를 학폭 가해자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자녀가 서울 A중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는 “학교에 장애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급식 줄에 새치기를 하려다가 친구들에게 주의를 받았다. 그러자 그 학생이 ‘너희들을 학폭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해자가 안 되려면 먼저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 초6, 초4 자녀를 둔 학부모 권모 씨(46)는 “초교 아이들은 사소한 말다툼도 학폭으로 신고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이 어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먼저 신고를 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부모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폭에 연루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의사 소통도 줄이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모 양(17)은 반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대화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한 양은 “자칫 문제 소지가 될 말을 하거나 사진을 잘못 올리면 사이버 학폭으로 걸리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사이버 학폭을 막기 위해 ‘학생들끼리 단톡방을 개설하지 말라’는 공지도 내렸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결국 입시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에서 고1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요즘 자녀에게 “친구들에게 불쾌한 장난은 아예 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김 씨는 “자칫 학폭으로 몰리면 대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학생들은 서로 운동하고 놀다보면 몸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마저도 학폭으로 걸리까봐 아예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정 변호사 아들 사건 이후 주변에서 다들 그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가상화폐를 노린 납치 살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가운데 ‘판박이’처럼 비슷한 강력 사건이 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2018년 이후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무풍지대에서 시세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큰 손실을 보자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범죄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코인 두고 납치-탈취 강력 범죄 반복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납치 살인과 유사한 강력 범죄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9년 지인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약 1억 원을 날린 A 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압박을 받던 중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에게 3억 원 상당의 코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B 씨에게 납치 강도 범행을 제안했고 2019년 4월경 피해자가 살고 있던 광주 북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피해자를 납치해 광주 서구의 한 저수지 인근 공터로 이동했다. 둘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재산 가치가 없는 코인만 있는 걸 확인하고 피해자를 풀어줬다. 광주지법은 2019년 4월 특수강도 미수 및 공동감금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코인을 둘러싼 납치 사건은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약 50억 원의 코인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인천의 한 물류창고로 납치하는 등 총 28시간 동안 감금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일당 6명이 붙잡힌 것이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내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9월 일당 중 주범 2명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500만∼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시세조종 전담 세력이 피해자 양산”가상화폐 업계에선 최근 발생한 강남 납치 살인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보급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시세 조종 세력이 판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됐는데 여기에 시세 조종 세력이 붙어 가격을 좌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코인에 투자해온 한 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올랐을 때 비트코인 등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코인을 둘러싸고 시세 조종 정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시세 조종 수법은 대형 거래소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흘려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우는 ‘허위 공시’,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지인들과 거래하며 가격을 올리는 ‘펌핑’, 보유 코인을 자기 돈으로 사고팔며 시세를 올리는 ‘자전 거래’ 등이다. 주식의 경우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용되고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 대신에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돼 입증이 어렵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도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10∼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라인상에 여러 차례 올리며 코인을 판매한 행위를 시세 조종이 아닌 단순 사기로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약하다 보니 시세 조종을 전담으로 하는 비밀세력도 있다”며 “업계에선 ‘전무’라고 불리는 인물이 서울 강남구 ○○동에 약 1650㎡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컴퓨터 300대를 가져다 놓고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카이라인’으로 불리는 작전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과거처럼 소규모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되는 일은 줄었지만 그 대신 과거 시세 조종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며 범죄 등 극단적 선택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인 관련 강력 범죄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선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듯이 새로 발행하는 가상화폐 심사에도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 시세 조종이 투자자 피해 또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해 경찰이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던 재력가 부부와 금품을 노린 3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 벌어진 범행”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0일 “피해자와 송사 등으로 원한을 갖고 있던 유 씨 부부(둘 다 수감 중)와 금품을 노린 이경우(36·수감 중), 황대한(36·수감 중), 연지호(30·수감 중)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 피해자에 대한 납치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마취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의 아내 A 씨가 이경우의 납치 살인 범행 계획을 알면서도 마취제를 건넸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 씨의 부인 황모 씨에 대해선 “황 씨 계좌에서 인출된 7000만 원이 착수금 등의 명목으로 A 씨 계좌에 입금된 사실 외에도 공범으로 볼만한 여러 정황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아직 찾지 못한 피해자의 휴대전화 4대도 황 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황 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따. 이경우 일당이 피해자를 지난달 29일 밤 납치한 것을 두고 경찰은 “특정일을 범행 날짜로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일당들이 (시간이 지나며) ‘빨리 (범행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진술했는데 피해자를 계속 엿보다 귀가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연지호가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곡괭이와 삽을 준비해가는 등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와 범행 모의 단계에서 이탈했다고 주장한 20대 남성 이모 씨까지 모두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또, 경찰은 납치 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가상화폐 퓨리에버 코인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인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 부부가 주범 이경우(36·수감 중)의 납치 살인 계획을 승인하고 착수금 등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당들은 피해자 A 씨뿐만 아니라 A 씨의 남편까지 범행 대상에 올려놓고 살인 계획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에게 피해자 부부를 납치, 살해할 것을 제안했고 유 씨 부부가 동의해 착수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 부부가 “피해자에게 코인이 몇십억 원 있을 것이다. 잘해 보자. 코인을 옮기고 현금 세탁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이미 구속된 유 씨 외에 부인 황모 씨도 8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 폭락 사태를 계기로 A 씨와 원한 관계를 갖게 된 유 씨 부부가 이경우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유 씨의 부인 황 씨 계좌에서 7000만 원이 인출되고, 이경우의 아내 B 씨 계좌로 현금 수백만 원씩 약 43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간호사인 B 씨는 지난달 29일 피해자 납치 직전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져나와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 마취제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경우는 공범 황대한(36·수감 중)과 연지호(30·수감 중)가 A 씨를 납치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1시경 경기 용인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유 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씨와 이경우는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뿐 아니라 A 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탈취하려고 했지만 정작 A 씨가 코인을 보유한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후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같은 날 오후 2시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유 씨를 만나 “도피 자금 6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 씨는 “당장 그런 돈을 구할 수 없다. (밀항) 배편을 알아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가 범행 직후 A 씨 휴대전화 등을 쇼핑백에 담아 B 씨에게 줬고, B 씨는 이경우가 체포된 후 유 씨의 부인 황 씨에게 이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미행 과정에 가담했던 이모 씨(수감 중) 등 4명을 9일 검찰에 송치했다. 연지호는 검찰에 이송되며 취재진에게 범행 가담 이유에 대해 “3억 원 넘게 받기로 했다”며 “황대한과 이경우가 ‘너도 (범행 모의를) 알고 있어 죽을 수 있다’고 협박해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경우는 “고인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범행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4개월 전에 일 때문에 집을 나올 때 동생이 ‘가지 말라’고 훌쩍이더군요. 전화 걸 때마다 ‘보고 싶다. 빨리 오라’고 해 별명이 ‘오빠 껌딱지’였어요.” 9일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 전날(8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9일 새벽 사망한 배승아 양(10)의 빈소에서 만난 오빠 A 씨(25) 씨는 “식당일 하는 엄마가 일 끝나고 오면 그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힘내라’고 하던 사랑스러운 동생이 이제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선 배 양의 어머니 B 씨(49)가 영정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연신 흐느꼈다.● 대낮에 음주운전 하다 인도 덮쳐 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2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대전시청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SM5 차량이 갑자기 오른쪽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차량은 인도를 지나던 10∼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는데 그중 초등학교 4학년생인 배 양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만취 상태에서 차를 8km가량 운전한 방모 씨(65)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방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08%)이었다. 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낮 12시 반경 모임이 있어서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방 씨)가 좌회전하면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도로 경계석에 충돌한 후 정신이 없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문정네거리는 문정초 탄방중 충남고 등 인근에 학교가 밀집한 스쿨존으로 시속 30km 이하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보면 방 씨의 차는 1차 추돌 후 급가속하면서 아이들을 덮쳤다. 경찰은 9일 오후 방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간식거리 생기면 친구부터 챙기던 아이” 이날 사고 현장에는 파손된 도로 경계석, 사고 차량에 의해 부서진 자전거 등이 그대로 남아 당시 처참했던 사고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가로등에는 노란색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한 목격자는 “문정네거리 주변은 학교가 많아 대부분 무단횡단 차단 펜스가 설치돼 있는데 유독 이곳에만 펜스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 배 양은 이날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다녀오겠다”며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오빠 A 씨는 “사고 15분 전 어머니에게 전화해 ‘친구들이랑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했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초콜릿 한 봉지를 사면 본인은 한두 개만 먹고, 친구들에게 다 나눠 주는 착한 아이였다”며 “민식이법 시행에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축구와 사랑에 빠진 여대생들 최근 축구를 직접 즐기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5개 여자대학 소속 축구동아리가 참가하는 ‘제1회 한국여자대학 스포츠 교류전’이 개최됐다. 여자대학 학생들만 참가하는 축구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제 인생의 8할은 축구입니다. 축구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레고, 다음 날 훈련할 생각에 신나서 밤에 잠이 안 올 때도 있어요.” 성신여대 축구 동아리 ‘FC 크리스탈즈’ 선수 박정현 씨(22)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1회 여자대학 축구대회 경기 출전을 앞두고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1년 전 축구 동아리에 참여한 박 씨는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여자애가 무슨 축구냐’는 핀잔을 많이 들어 축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며 “요즘은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여성 축구 인기도 높아져 축구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최근 직업과 연령을 불문하고 축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면서 축구, 풋살 등 단체 스포츠가 다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여기에 여자 축구팀끼리 경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대는 물론이고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는 곳들이 확산되고 있다.● “남자 축구만큼 박진감 넘쳐요” 박 씨가 이날 참가한 대회는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회장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 주최로 열린 ‘제1회 한국여자대학 스포츠 교류전’. 서울 시내 5개 여대(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가 처음으로 연 축구대회다. 첫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11시. 삼삼오오 팀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이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종합운동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운동장 곳곳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선수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드리블 연습을 했다. 표정에서는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묻어났다. 대회는 5개 대학이 2개 조로 나눠 A조(덕성, 숙명)와 B조(동덕, 서울, 성신)가 각각 경기당 전·후반 15분씩 총 30분간 맞붙는 리그전으로 진행됐다. 각 조 1위가 결승에서 맞붙는 방식이다. 첫 경기는 덕성여대와 숙명여대.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양쪽 응원단은 선수들을 향해 “잘한다 숙명”, “덕성 파이팅” 등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기념비적인 첫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은 숙명여대였다. 숙명여대 응원단은 골이 확인되자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덕성여대 응원단은 이에 질세라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기운를 불어넣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는 박빙 양상으로 전개됐다. 최종 결과는 1―0, 숙명여대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관람한 대학생 이윤호 씨(24)는 “평소 축구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자 축구가 이렇게 박진감 넘칠 줄 몰랐다.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여자 축구도 자주 챙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첫 대회 우승은 숙명여대 축구 동아리 ‘FC 숙명’이 차지했다. 숙명여대는 덕성여대와의 조별리그에서 1골을 넣은 데 이어, 성신여대와의 결승전에서 2골을 넣으며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국가대표 못지않은 선수들의 열정 대회에 출전한 여대생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만은 국가대표 못지않았다. 동덕여대 축구팀 ‘동덕 FC’ 소속 김채완 씨(23)는 팀 내에서 연습벌레로 통한다. 김 씨는 “대학 축구 동아리뿐 아니라 지역 축구 동호회 활동까지 하며 주 10시간 이상 훈련 중”이라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수업 쉬는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도 틈틈이 축구 선수 동영상을 찾아보며 기술을 연습하고 따라 해본다. 김 씨는 “요즘 가장 열심히 연습 중인 건 손흥민 선수의 ‘헛다리 짚기’ 기술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몇 주 더 연습해 반드시 내 주특기 기술로 만들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대회에서 MVP를 차지한 FC 숙명 주장 강서연 씨(20)는 “학교에 축구 연습할 운동장이 없어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공원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우승해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2년 전만 해도 축구 동아리 모집할 때 경쟁률이 미미했는데 올해는 경쟁률 3 대 1이 넘었다”며 “최근 높아진 여자 축구 인기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아쉽게 2연패로 탈락한 서울여대 축구 동아리 ‘SWU FC’의 공격수 김하늘 씨(22)는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학생만 선발하던 축구부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김 씨는 “남자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결국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김 씨는 “친한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연달아 두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직업, 연령대 불문하고 인기 최근에는 여대생뿐 아니라 직장인, 주부, 환갑을 앞둔 장년 여성까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다. 서울시의 경우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여성 축구단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여성축구단에 가입한 주부 박수진 씨(42)는 최근 축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박 씨는 주 3회 훈련에 참여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축구 일지에 쓰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박 씨는 “아들(10)이 축구를 하는데 경기를 보다 보니 직접 뛰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저녁마다 아들과 축구 연습을 한다. 박 씨는 “필라테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보다 축구처럼 여럿이 뛰는 활동적인 운동이 좋다. 팀플레이를 하면서 팀원들끼리 끈끈한 우정도 다질 수 있다”며 웃었다. 20년째 서대문구 여성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김우석 씨(47)는 “요즘 여성축구단에 지원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2년 전과 비교하면 지원율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마포구 여성축구단에선 24∼6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가 활동한다. 이귀례 회장(60)은 1999년에 마포구 여성축구단 문을 연 창단 멤버다. 24년째 수문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받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한 축구선수 생활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그라운드에 있는 축구공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뻥뻥 차다 보니 어느새 축구에 푹 빠지게 됐다”며 “상대편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찬 공을 온몸을 던져 막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알 것”이라며 웃었다. 마포구 여성축구단 멤버는 약 60명. 7년째 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한창윤 감독(47)은 “회장님을 중심으로 연배가 있는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독려하는 걸 보면 뿌듯한 마음”이라며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은 남자든 여자든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꿋꿋한 선수들 국내 여자 축구는 1946년 당시 서울 종로구에 있던 중앙여중(현재 서대문구 소재)에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한 끝에 2010년 여자 U17(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우승하는 등 최근 들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성 축구단도 많아졌지만 여자 축구 프로리그가 열리는 유럽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구나 2019년 12월 대한축구협회가 여성 축구인들의 염원이던 2023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유치 신청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마포구 여성 축구단의 김리안 씨(34)는 “손흥민 선수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여자 축구팀과 손 선수가 단합대회라도 한번 열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며 웃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착하게 생긴 아줌마들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려주는 음료’라고 권했다고 했어요.” 3일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고교생 6명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인 1조로 움직였던 일당 4명을 직접 만났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맘카페 등에는 직접 음료를 권유받았거나 권유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수십 건 올라왔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밝혀진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잖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 앞에서 시음 행사를 했다더라. 같은 반 친구가 음료를 마셨는데, 다행히 그 친구는 맛이 없어서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도 “길거리 시음 행사에서 나눠 준 음료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마약 음료였다”, “음료를 마신 한 명은 먹자마자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밤에 잠을 못 잤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6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만난 박모 양(14)도 “(범행 당일) 학원에서 나오다가 길에서 20대 여성들이 ‘이거 먹으면 기억력 좋아진다’고 음료를 권하자 한 언니가 그걸 마시는 걸 봤다”고 했다. 경찰에는 전날까지 접수된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약 투약을 신고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남구청역 인근 한 학원 원장은 “만에 하나 마약 복용 사실이 기록에 남을 경우 대학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거리에서 만난 김모 군(18)은 “주변에 마약 성분 음료를 마신 사람이 있는데 민망하다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오모 군(18)은 “부모님 친구가 ‘당신 아들 마약 먹었으니 돈 내놔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는데 흔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아들이 마약 음료 마신 걸 알았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도 안 했고 아들에게도 입단속을 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약을 복용하게 된 경우 범죄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가 의심될 경우 즉각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25세까지 뇌 성장기… 마약, 청소년에 더 치명적”“성인보다 대뇌피질손상 더 심해한번 노출로 중독가능성은 낮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로폰이나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에 노출될 경우 아직 발달이 진행 중인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마약 치료 전문병원인 인천 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25세까지는 뇌가 발달하며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청소년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30, 40대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마약에 중독되면 기억력, 판단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 측두엽의 대뇌피질이 얇아진다. 청소년은 마약 중독 시 대뇌피질 등의 손상이 성인보다 훨씬 더 심하다. 마약으로 뇌가 손상되면 제대로 발달 과정을 거치지 못해 충동 조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천 원장은 “건물을 지을 때 마지막에 외장재를 덮어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바람이 치면 구조물이 무너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들이 한 번 마약 성분에 노출됐다고 해서 바로 중독 증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필로폰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속하지만 최소 2, 3회 이상 사용했을 때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쓰인 음료 병에는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ADHD’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유명 제약회사 상호도 표기돼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중 집중력 강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과 협력해 이달부터 11월까지 온라인상에서의 의약품·마약류 불법 판매 광고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인다고 이날 밝혔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착하게 생긴 아줌마들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려주는 음료’라고 권했다고 했어요.” 3일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고교생 6명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인 1조로 움직였던 일당 4명을 직접 만났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맘카페 등에는 직접 음료를 권유받았거나 권유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수십 건 이상 올라왔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밝혀진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잖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 앞에서 시음 행사를 했다더라. 같은 반 친구가 음료를 마셨는데, 다행히 그 친구는 맛이 없어서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도 “길거리 시음 행사에서 나눠 준 음료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마약 음료였다”, “음료를 마신 한 명은 먹자마자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밤에 잠을 못 자잤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6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만난 박모 양(14)도 “(범행 당일) 학원에서 나오다 길에서 20대 여성들이 ‘이거 먹으면 기억력 좋아진다’고 음료를 권하자 한 언니가 그걸 마시는 걸 봤다”고 했다. 경찰에는 전날까지 접수된 고등학생 6명 외에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약 투약을 신고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 것 아니냔 말이 나온다. 강남구청역 인근 한 학원 원장은 “만에 하나 마약 복용 사실이 기록에 남을 경우 대학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거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모 군(18)은 “주변에 마약 성분 음료를 마신 사람이 있는데 민망하다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오모 군(18)은 “부모님 친구가 ‘당신 아들 마약 먹었으니 돈 내놔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는데 흔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아들이 마약 음료 마신 걸 알았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도 안 했고 아들한테도 입단속을 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약을 복용하게 된 경우 범죄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가 의심될 경우 즉각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경찰이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배후로 거론됐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를 5일 전격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가 범행 직후 유 씨를 두 차례 만나 수천만 원을 요구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3시 6분경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피의자 1명(유 씨)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용인의 한 백화점에 유 씨와 함께 있던 부인 황 씨는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유 씨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직후였던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유 씨 자택에서 한 차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 씨 회사 근처에서 한 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구속된 황대한(36)과 연지호(30)로부터 “이경우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 A 씨와 맞소송을 벌이던 유 씨 부부가 착수금을 건네고 살해를 사주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또, 황대한과 연지호가 “이경우가 유 씨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 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다만 이경우는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네진 돈에 대해서도 “유 씨 부부가 2019년 9월경 이경우에게 약 35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며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지 범행과 관련된 착수금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상화폐 퓨리에버를 고리로 얽혀 있는 이경우와 유 씨 부부, 피해자 A 씨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이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경우는 유 씨의 부인 황 씨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했다. 유 씨 부부와 A 씨는 한때 친밀한 관계였으나 2021년 초 1만 원대였던 코인 가격이 6개월 만에 10원대로 급락하면서 맞소송을 벌이는 등 사이가 틀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 부부는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며 A 씨 사무실 집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한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A 씨 소송을 두고 ‘금전적 대가를 주는 쪽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날 범행을 실행한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핵심 피의자 3명의 사진과 실명 등 신상을 공개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경찰이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배후로 거론됐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를 5일 전격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가 범행 직후 유 씨 부부를 두 차례 만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3시 6분경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피의자 1명(유 씨)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용인의 한 백화점에 유 씨와 함께 있던 부인 황 씨는 임의동행해 조사했다.경찰은 이경우와 유 씨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직후였던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유 씨 자택에서 한 차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 씨 회사 근처에서 한 차례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경찰은 구속된 황대한(36)과 연지호(30)로부터 “이경우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 A 씨와 맞소송을 벌이던 유 씨 부부가 착수금을 건네고 살해를 사주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또, 황대한과 연지호가 “이경우가 유 씨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 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다만 이경우는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네진 돈에 대해서도 “유 씨 부부가 2019년 9월경 이경우에게 약 35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며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지 범행과 관련된 착수금이 아니다”라고 했다.가상화폐 퓨리에버를 고리로 얽혀 있는 이경우와 유 씨 부부, 피해자 A 씨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이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경우는 유 씨의 부인 황 씨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했다.유 씨 부부와 A 씨는 한때 친밀한 관계였으나 2021년 초 1만 원대였던 코인 가격이 6개월 만에 10원대로 급락하면서 맞소송을 벌이는 등 사이가 틀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 부부는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며 A 씨 사무실 집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한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A 씨 소송을 두고 ‘금전적 대가를 주는 쪽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겠다’고 말하고도 다녔다”고도 했다. 이경우와 가까웠던 다른 퓨리에버 코인 관계자는 “이경우는 오로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다.경찰은 이날 범행을 실행한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핵심 피의자 3명의 사진과 실명 등 신상을 공개했다.송유근기자 big@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붙잡힌 일당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구속된 실행범들이 “주범 이모 씨(35)로부터 ‘윗선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 하지만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과 이 씨의 관계, 이 씨가 범행을 주도한 이유, 납치 목적 등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경찰은 해당 의혹의 진상을 밝힐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주범에게 범행 사주한 윗선 있었나 경찰은 납치·살해를 실행했다고 인정한 공범 황모 씨(36)와 연모 씨(30)가 모두 이 씨의 윗선을 언급한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구체적 진술을 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이 씨가 모두 알고 지냈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 부부를 윗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착수금이 이들 부부로부터 이 씨에게 건너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계좌를 압수수색하며 금전거래 내역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이 씨가 착수금을 받았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씨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했다고 한다. 2019년 한 중국 언론은 유 씨 부부가 ‘한국 기업 대표단’으로 무역전시센터에 방문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다만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유 씨 부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 큰돈을 굴렸을진 몰라도 가상화폐 업계에 영향을 미친 개발 또는 발행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왜 범행을 주도했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씨의 범행 동기 역시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유 씨 부부와 이 씨, 피해자 A 씨가 가상화폐 P코인을 연결고리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P코인 투자 홍보를 맡았던 A 씨는 유 씨 부부에 대해 “대단한 분들”이라며 P코인 발행사 대표에게 이들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21년 P코인이 6개월 만에 1만 원에서 17원까지 폭락하면서 A 씨와 유 씨 부부의 사이가 틀어졌다. A 씨는 유 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해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해 다른 투자자들과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하던 유 씨의 아내 황 씨를 찾아갔다. P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던 이 씨도 이때 A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씨와 A 씨는 유 씨의 아내 황 씨로부터 약 1억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갈취해 공동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이 씨는 A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A 씨 부부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채굴 회사에 채용됐고 급여 명목으로 약 2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동공갈 사건 이후 이 씨는 “오해가 있었다”며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친분을 맺고 지난해 가을 무렵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 2021년 9월 A 씨 부부 회사를 그만둔 후 유 씨 부부 소개로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때 동업까지 했던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A 씨는 서로를 비난하며 맞소송을 낼 만큼 관계가 악화됐다고 한다. 경찰은 유 씨 부부와 이 씨, A 씨 부부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4일 경기 광주시의 이 씨 부모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 씨는 여전히 범행 가담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재산 노렸나, 살해가 목적이었나 공범 황 씨와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상화폐 탈취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실행범들은 A 씨를 납치한 뒤 눈을 가리고 마취제 등을 수차례 사용하며 30분 이상 가상화폐 계좌 및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정신을 잃자 이 씨에게 상황을 알렸는데 이 씨가 “돈이 없는 것 같으니 묻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공범 황 씨와 연 씨가 30일 오전 3시경 충북 청주시 대청댐 인근에 도착한 후 매장할 때 A 씨가 마취 상태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이 씨의 아내가 일하는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하며 범행 도구로 사용된 주사기 등의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황모 씨(36)와 연모 씨(36)가 “주범한테서 ‘윗선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주범 이모 씨(35)에게 범행을 사주한 ‘윗선’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와 연 씨는 3일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범행의 윗선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의 윗선으로 지목된 40대 유모 씨와 황모 씨 부부에 대한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황 씨와 연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뒤 경기 용인시에서 이 씨와 만나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각자 이 씨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가 “이 씨가 유 씨 부부로부터 (착수금 목적의) 4000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연 씨는 “나도 (윗선이 있다고) 건너 들었다”며 대화를 나눈 것. 황 씨와 연 씨 모두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는 이들이 진술한 윗선에 대해 일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피의자 진술만 확보된 상황”이라며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윗선 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황 씨 등이 “범행 착수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이 오갔다”는 진술에 대해 아직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계좌 압수수색에선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현금으로 전달받거나 가상화폐 형태로 전달받았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 씨의 변호인은 유 씨, 황 씨 부부의 범행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과거 형사사건으로 연루된 유 씨 부부와 친분은 있는 사이”라면서도 “이번 살인 사건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당사자들도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살해된 가운데 차량 수배가 범행 70분 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또 용의 차량 번호를 파악하고도 4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국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 여성이 납치되고 3분 후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가장 위급한 단계인 ‘코드제로(긴급출동)’를 즉각 발령했고 사건 발생 7분 뒤인 오후 11시 53분경 납치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를 만나 목격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점검한 뒤 30일 오전 0시 33분경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차량 수배는 23분 더 지난 오전 0시 56분경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다른 차종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이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에 용의 차량번호를 등록한 것은 4시간 더 지난 새벽 4시57분경이었다. 그 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0시 41분에는 용인터미널 사거리를 거쳐 평택으로 향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30일 오전 6시 전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시신 유기 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차량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렌트카를 타고 충북 청주로 간 뒤 택시와 도보를 번갈아 이용하며 경기 성남시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성남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및 휴대전화 기록도 살펴봤지만 대포폰을 사용했고 택시 요금도 현금으로 결제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12 신고 접수 4분 만에 납치 현장에 도착했으니 초동 대응은 잘 됐다고 본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살해된 가운데 차량 수배가 범행 70분 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 여성이 납치되고 3분 후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가장 위급한 단계인 ‘코드제로(긴급출동)’를 즉각 발령했고 사건 발생 7분 뒤인 오후 11시 53분경 납치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를 만나 목격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점검한 뒤 30일 오전 0시 33분경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차량 수배는 23분 더 지난 오전 0시 56분경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다른 차종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며 “차량 소유주가 음주 운전 등으로 수배된 걸 확인한 후 범행 차량을 특정해 경기남부청과 경기북부청, 고속도로 순찰대에 공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0시 41분에는 용인터미널 사거리를 거쳐 평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피의자들은 30일 오전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차량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렌트카를 타고 충북 청주로 간 뒤 택시와 도보를 번갈아 이용하며 경기 성남시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성남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및 휴대전화 기록도 살펴봤지만 대포폰을 사용했고 택시 요금도 현금으로 결제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12 신고 접수 4분 만에 납치 현장에 도착했으니 초동 대응은 잘 됐다고 본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어차피 누누티비가 차단되더라도 무료로 드라마 볼 수 있는 불법 동영상 사이트가 넘쳐나는데 굳이 뭐하러 돈 주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구독하나요.”지난해 초부터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를 이용해온 장모 씨(28)는 최근 누누티비의 콘텐츠 삭제 조치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넘쳐나는 상황에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OTT 등 각종 유료 콘텐츠를 무단으로 서비스하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다. 최근 저작권 위반 논란이 일자 누누티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OTT 및 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하겠다”고 최근 공지했다.업계에선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콘텐츠 사이트 여러 곳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타 불법 사이트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이용자들 “어차피 다른 불법 사이트로 옮기면 돼”30일 포털사이트 등에 ‘누누티비 대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글이 100개 이상 쏟아졌다. 해당 글에는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사이트 링크와 우회해서 접속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콘텐츠 사이트를 나열해둔 곳엔 유사한 사이트가 130개 넘게 올라와 있었다.직접 누누티비에 접속해보자 국내 OTT 프로그램 일부가 삭제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더 글로리’,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 해외 OTT 프로그램은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사이트에선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등 티빙과 같은 국내 OTT 전용 드라마와 예능도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누누티비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 콘텐츠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건 이처럼 ‘대체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홍모 씨(24)는 “OTT 몇 개만 유료 구독하면 한 달에 3만 원 넘게 들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했다. A 씨(28) 역시 “경찰이 누누티비를 수사한다고 해서 이젠 다른 사이트로 옮기려 한다”면서도 “누누티비를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불법 사이트는 많다”고 말했다. ● 누누티비로 인한 OTT 업계 피해액 ‘5조 원’ 육박누누티비 같은 불법 콘텐츠 사이트로 인해 OTT 업계가 입은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영화·OTT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2021년 누누티비가 개설된 후 지난달까지 조회수는 총 18억1200만 회 이상으로 집계됐다. 협의체는 이 조회수를 OTT 구독료 중 비교적 저렴한 2750원으로 산정했을 때 피해액이 최소 4조9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누누티비 외에도 유사 사이트가 수백 개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수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협의체는 이달 9일 수사기관에 누누티비를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을 모은다. 협의체 관계자는 “누누티비 운영자 한 명 잡고 끝낼 게 아니라 수입원 자체를 막아야 한다”며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게시된 도박·음란물 광고 자체를 차단해 돈줄을 막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IP(지식재산권) 보호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국회에선 특정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들도 접속차단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전문가들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의 경우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서라도 운영자를 붙잡아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반드시 처벌한다는 선례를 보여줘야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 운영자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한 마리가 탈출해 시내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3시간 만에 포획됐다.어린이대공원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50분경 얼룩말 ‘세로’(3·수컷)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해 아차산역 인근 대로와 구의동 주택가를 활보하다 3시간 만인 오후 6시경에 포획됐다. 얼룩말은 오후 6시 10분경 어린이대공원에 복귀한 했다.경찰과 소방 당국, 공원 사육사들은 탈출한 얼룩말을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해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진정제가 든 마취총을 수차례 쏘는 등 생포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명피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탈출한 얼룩말의 사진과 영상 등이 다수 퍼지기도 했다.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얼룩말이 공원 내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했다고 전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얼룩말이 우리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스스로 파손해 탈출했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얼룩말의 건강을 위해 수의사 및 담당 사육사들이 전담해 돌볼 예정”이라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탈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의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일제 점검에 반발하며 23일 오전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고 예고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일제 점검을 멈추고 대화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3일 오전 8시 출근길부터 1호선 시청역을 중심으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과 1박2일 노숙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1월 20일을 마지막으로 출퇴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전장연과 서울시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일제 점검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가 중증 장애인들에게 지원하는 활동지원급여와 별도로 서울에 사는 장애인에게 추가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정 수급 의심 사례가 있다며 13일 일제 점검에 나서자, 전장연 측은 “전장연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장연 측 주장에 “특정 단체 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점검을 하고 있진 않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이 출근길 탑승 시위를 재개할 경우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시는 무정차 등을 통해 지하철 운행 방해 시도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며 “어느 단체라도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할 경우 강력한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이날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라며 “안전과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법령에 근거한 원칙적인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대회를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4년 만에 다시 ‘마스터스 러너들의 축제’로 열렸다. 40개국 3만1500여 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10km 부문에 참가하면서 ‘봄날의 서울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 풀코스를 2명 또는 4명이 나눠 달리는 릴레이도 함께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난 3년간 마스터스 부문이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앱을 이용해 각자 원하는 코스를 달린 뒤 완주 기록을 온라인에 등록하는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공식 엠블럼이 새겨진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해외 초청 엘리트 남자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 부문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가 2시간5분2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국제 부문 1∼5위를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휩쓸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참전국이다. 국내 엘리트 선수 남자부에선 박민호(24·코오롱)가 2시간10분13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오주한(청양군청)을 제외한 한국 선수로는 2011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찍은 정진혁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여자부에서는 정다은(26·K-water)이 2시간28분32초로 1위를 했다.“마라톤이 삶의 원동력” 84세부터 10세까지 서울 달렸다 서울마라톤 시민들 참가 열기 엄마 손 잡은 어린이 “10km 완주”외국인 “뛰면서 서울 풍경 감상”안철수-권오갑 등 정재계도 참가 “꼭 완주하고 싶어요!”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운동복을 입은 김태영 군(10)이 어머니 이소희 씨(40)의 손을 꼭 잡은 채 각오를 다졌다. 이날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한 김 군은 “마라톤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지난해 5km 코스를 두 번 달렸다. 완주하면 엄마 아빠에게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 군은 이날 1시간 2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4년 만의 도심 축제 즐긴 시민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날 대회에는 마스터스(일반인) 부문에 남녀노소 3만1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출발 3시간 전인 오전 6시경부터 풀코스(42.195km) 출발점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참가자가 하나둘 모였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로 쌀쌀한 편이었지만 모인 이들은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오철환 씨(76)는 “4년 만에 참가하는 이번 대회를 위해 서울 광진구 집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뛰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동아마라톤을 뛰면서 마라톤을 시작해 고지혈증과 당뇨가 완치됐다”며 “건강과 함께 어떤 어려운 일도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종대 씨(84)는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하는 10km 코스에 참가했는데 ‘인생은 60부터, 건강하게 삽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주변에서 나이가 많다며 말리지만 죽기 직전까지 달리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12km를 뛰며 연습했기 때문에 오늘도 자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1시간 5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K팝 좋아해 K마라톤에 도전”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 최고 등급(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 육상 문화유산에도 선정된 만큼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자신을 ‘K팝 마니아’로 소개한 태국인 푼자윗 삐띠시리팍 씨(27)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 오늘 뛰면서 둘러볼 도심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인 티머시 반드카스타르 씨(33)는 “한국인 아내와 두 살 아이의 응원을 받으며 참가했다”며 “서울 풍경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마라톤 풀코스를 통해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색 복장을 한 러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 복장을 한 성기민 씨(35)는 약 40km 지점부터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며 달렸다. 그는 “특이한 복장을 활용해 ‘환경 보호에 힘쓰자’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블 캐릭터 ‘헐크’ 복장과 가면을 쓴 안종천 씨(42)는 “같이 달리는 많은 분들께 힘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헐크 코스프레를 결심했다”며 “오늘로 마라톤 대회 출전 150번째인데 4년 동안 코로나19로 뛰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도 참여했다. 2인 릴레이 코스에 참가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2.195km를 아내와 절반씩 나눠 4시간 55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날 10km 코스를 1시간 13분에 완주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3년 만의 마라톤 도전이라 걱정했지만 달려 보니 15, 20km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엔 1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배우 박보검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0km 코스를 45분대에 완주했다.1117회 풀코스 완주 노익장 “2000회가 목표” “죽기 전까지 마라톤 풀코스 완주 2000회를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한옥두 전 동아창호 회장(82·사진)은 달리기 전 몸을 풀며 각오를 다졌다. 1980년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42.195km 풀코스만 1116회 완주한 한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일했는데, 함께 사업을 하던 아들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때문에 세상을 떠났고 사업까지 부도가 났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며 “그때 술독에 빠져 살 뻔한 나에게 마라톤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마라톤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 전 회장은 또 “마라톤은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못 뛰는 운동인 만큼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것”이라며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음껏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 전 회장은 5시간 30여 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며 1117회 완주를 기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착한 러닝’으로 기부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배우 박보검과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가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대회에 함께 출전해 10km 코스를 완주했다. 박보검과 이영표는 각각 45분 24초, 45분 25초 만에 10km를 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터스 선수(아마추어) 상위권에 해당하는기록이다. 이영표는 마라톤을 완주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서비스(SNS)에 박보검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마라톤엔 박보검, 이영표 외에도 전 축구 국가대표인 조원희, 전 육상 국가대표 장호준 등도 참여했다. 박보검과 이영표는 달리기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수 션, 조원희, 배우 윤세아, 임시완 등과 함께 몇 년 전부터 러닝크루를 꾸려 기부 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다. 둘은 올해 3·1절에도 해당 러닝 크루와 함께 ‘2023 3·1런‘에 참여해 1억48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한 바 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