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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 한국은행 자료가 나왔다.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에 올랐지만 3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지난해 환율 상승으로 달러 표시 가격이 하락한 데다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6733억 달러로 추정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2161조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 늘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9% 올라 달러화 기준 명목 GDP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18년 10위에서 이듬해 12위로 하락했다가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를 유지했다.韓 경제순위, 伊-브라질에 밀려… “인구감소에 더 추락 우려” 한국GDP 작년 세계 13위무역적자 478억달러로 역대 최대1%대 저성장 전망 올해 더 험난“반도체 등 특정품목 의존 바꾸고 저출산 대응 연금-노동-교육 개혁을”일본(4조2256억 달러)과 독일(4조752억 달러), 영국(3조798억 달러)은 3∼5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 브라질(1조8747억 달러)과 호주(1조7023억 달러)는 각각 11, 12위를 차지해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명목 GDP 하락은 ‘강달러’ 현상과 더불어 수출 및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를 바꾸고,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를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인해 무역적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478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올해는 대중(對中) 수출 부진까지 겹쳐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한 132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수출도 같은 기간 36.8%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 감소의 핵심은 반도체 경기 악화와 수출 부진”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금방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지난해 1월(2.9%)과 6월(2.8%) 전망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을 네 번 연속 낮춰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한은은 이보다 낮은 1.4%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으로 명목 GDP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 감소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2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 명대로, 2070년에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인구는 올해 80억5000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 잠재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기존의 방법으로 원상 회복시키긴 쉽지 않다”며 “반도체 외 신산업 발굴과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 정부가 제시한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언급하며 “3대 개혁에 대한 세세한 장기적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퇴직연금을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이 12일 시행됐다. 연금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고 안전한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시범 도입된 디폴트옵션이 전산망 구축 등에 필요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세 가지가 있는데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고 성과에 책임을 지는 DC형 및 IRP에만 적용된다. DC형 또는 IRP에 가입하고 2주가 지났는데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정하지 않거나,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6주가 지났는데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만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이라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가입자들이 전문성이나 시간 부족으로 자신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함에 따라 수익률이 저조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퇴직연금 역사가 긴 미국, 영국 등에서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8%에 이르고 있다. 국내 디폴트옵션은 고용노동부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으로 구성된다. 펀드 상품의 경우 타깃데이트펀드(TDF), 사회간접자본펀드, 밸런스펀드(BF)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2019년 200조 원 규모를 넘어선 뒤 올 1분기(1∼3월) 338조 원 규모로 커졌다. 올 2분기(3∼6월) 상위 6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증권)의 디폴트옵션 유치 금액은 약 922억5000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가입자들이 금융사별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4조2000억 원)보다 1조7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이후 최대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1062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814조8000억 원)이 전달보다 7조 원 늘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은은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 확대와 입주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등으로 인해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주담대 규제 완화 여파로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난 영향도 있다. 통상 주택 거래량 증가는 2,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증가로 이어진다. 반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46조1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10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19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것으로 5월(―500억 원)에 비해 감소 폭이 늘었다. 5월 가정의 달 소비와 여행 등 각종 자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주담대 증가 규모가 커 보이지만 기타 대출과 비은행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전체를 보면 전체적인 증가 흐름이 매우 빠른 정도는 아니다. 속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골프장과 호텔에 일감을 몰아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금을 부과받은 것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5일 미래에셋 8개 계열사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미래에셋 측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승소로 판결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고객을 접대하거나 회사 행사를 열 때 미래에셋컨설팅의 골프장, 호텔을 이용하도록 한 혐의로 2020년 9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9100만 원을 부과했다. 합리적인 검토나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 측에 사업 기회를 제공해 약 430억 원의 매출을 올려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박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봤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과 배우자, 자녀 등이 지분의 91.9%를 갖고 있는 회사다. 재판부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적합한 다른 사업자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박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가치 유지에도 기여했다고 봤다. 미래에셋 측은 “특정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주기 위해 골프장 또는 호텔을 이용한 게 아니다”며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양극재 분야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10일 장중 한때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올 들어 70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 주가에 대해 증권사조차 명확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 펀더멘털과 유리된 주가 흐름을 무작정 추종하면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 한때 101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9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초보다 777% 급등했다. 코스닥에서 황제주가 나온 것은 2007년 동일철강(종가 110만2800원) 이후 16년 만이다. 에코프로는 올 4월 증권가의 과열 경고에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곧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 주가에는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지원 대상에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가 포함돼 관련 업체들이 북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에코프로의 주가가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고평가된 요인에 대해선 증권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순이익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률(PER)은 674배로 포스코퓨처엠(267배), LG에너지솔루션(166배) 등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월등히 높다.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PER은 숫자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에코프로 주가가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5월을 끝으로 뚝 끊겼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두 보고서의 에코프로 목표가 평균치는 42만5000원. 10일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증권사 보고서를 믿지 말라”며 2차전지 관련주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가 지주사라는 점에서 분석이나 전망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는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이기에 인수합병(M&A)이나 배당의 변화 같은 변수가 없으면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지주사를 사업회사처럼 평가하려다 보니 자꾸 시장과 보고서 간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2차전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 주가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아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형성되기에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가 공매도 세력과 온라인에서 도는 온갖 소문 등으로 혼탁해진 종목이 돼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갚는 이른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종목 선택지가 적다 보니 에코프로에 몰린 경향이 있다”며 “냉정한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고민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남들을 따라 사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원화 대비 엔화 값이 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수출시장에서 경합 중인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일 수출 경합 업종의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5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29원으로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8년 만에 900원 아래로 떨어졌다. 7일(909.44원)에 900원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엔저로 일본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면서 해외시장에서 경합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가뜩이나 무역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엔저에 따른 수출 타격마저 우려되고 있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 경합도는 69.2로 미국(67.9)이나 독일(61.5)을 앞질러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양국 산업의 수출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유사한 데 따른 것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떨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수출 물량은 0.2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대일(對日) 무역수지는 17억8000만 달러 적자로 중국(13억 달러 적자)을 앞질러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 1∼6월로는 102억1200만 달러 적자로 이 기간 전체 무역적자(281억 달러)의 약 36%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5월 무역수지가 1조3725억 엔(약 12조5000억 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42% 줄었다. 이는 국내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다음 날인 6일 한일 수출 경쟁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 석유화학, 섬유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2%, 1.7% 떨어졌다. 석유화학 분야의 S-Oil, 롯데케미칼 주가도 각각 1%, 0.97% 하락했다. 섬유 기업 F&F, 효성티앤씨는 각각 1.1%, 3.2% 떨어졌다. 엔화 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세계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는 현 수준보다 10% 넘게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달러당 160엔 안팎에서 통화당국이 시장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7일 엔-달러 환율은 143.985엔으로 올 1월 초보다 10%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엔저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엔저에 대비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일명 ‘1세대’라 불리는 32년 차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 한국 증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입사한 그는 한때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렸던 애널리스트의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매달 급여 통장에 찍히는 금액도, 증권사 내 영향력이나 업무량도 적어진 현실. “애널리스트 전성기 때는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일도 너무 많아 힘들었다”라며 “그 시절이 꼭 그립지만은 않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덤덤한 목소리에 섭섭함이 적잖이 묻어났다. 》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수억 원대 연봉을 자랑하며 대학생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으로 꼽혔던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그러나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날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 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투자상품의 다변화 등의 영향이 겹치며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내리막을 탄 것이다. ● ‘증권가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들 본보가 인터뷰한 1세대 애널리스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를 애널리스트의 ‘황금기’로 꼽는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거치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파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던 시기이기 때문. 이때 이른바 ‘해외파 애널리스트’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영입됐고, 2007년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어서자 기관투자가의 리서치 수요까지 늘어났다. 1999년부터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B 씨는 “양질의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다”며 “애널리스트들에게는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이때 정확한 경제 방향성 예측으로 ‘이코노미스트’로서 명성을 쌓은 애널리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그중 하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역임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해내며 거시경제 ‘족집게’로 이름을 떨쳤다. 각종 통계와 현장을 담은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여의도 밖에서까지 화제를 모으는 일도 왕왕 있었다. 2011년 당시 유진투자증권의 김미연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전형 분석 자료 ‘교육의 정석’은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은 물론이고 입시정보에 목말랐던 워킹맘들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인터넷 카페에선 이 자료를 앞다퉈 공유했고 일부 입시컨설팅 업체들은 100쪽이 넘는 이 자료를 따로 묶어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국 단위 설명회를 열었고, 김 애널리스트도 단숨에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오르며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신뢰 잃고 위상 추락… ‘엑소더스’ 가속화 ‘스타급’ 대우를 받던 애널리스트의 인기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시들해졌다. 이후 해가 지날수록 애널리스트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현역 애널리스트 수는 1069명이다. 약 10년 전인 2014년(1192명)에 비해 123명이나 줄었다. 증시 활황기였던 2010년 1575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13년 만에 약 32%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케이프투자증권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아예 리서치센터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A 씨는 “애널리스트의 연봉 절대 금액도 2010년보다 낮아졌다”고 고백했다. 젊은 세대의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를 ‘거쳐 가는 곳’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1세대 애널리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즘에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투자은행(IB)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위태로워진 데는 △수익률 저하 △신뢰 상실 △투자 환경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지만, 결정적으로 리서치센터 운영의 수익성이 낮아진 게 치명타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서치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기관 및 법인 고객들에게 투자에 도움이 될 종목 분석 자료를 제공해 매매거래를 유치하는 영업 활동이었다. 그러나 과거 증권사에 주식매매를 위탁했던 법인 투자자들은 수수료율이 더 낮은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증권가의 경쟁 격화도 수익성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증권사가 많아지면서 수수료를 두고 출혈 경쟁이 생긴 측면도 있다”며 “법인영업의 수수료 수익이 계속 하락하니까 리서치센터의 비용을 충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투자 정보를 얻을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애널리스트 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사실상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25년 차 애널리스트 C 씨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년간의 시장 동향도 맞히지 못하는 리포트를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나”며 “당연히 리서치센터의 파워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애널리스트들이 자기가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리포트 질 하락엔 접근 어려운 기업정보가 한몫 일부에서는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진 원인으로 기업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꼽기도 한다. 2000년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과의 유착관계가 논란이 될 정도로 기업들로부터 비공식 루트로 정보를 받곤 했다. B 씨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식 발표 전 애널리스트에게 근사치를 슬쩍 알려주면 그 수치를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이를 ‘위스퍼 넘버(비공식 소문)’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러한 관행을 악용해 선행매매(기업의 중요 정보를 미리 빼돌려 자신의 투자에 활용하는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미리 정보를 흘리는 게 차단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평균 매수 의견 비중은 약 89%로 나타났다. DS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등의 매수의견 비중은 100%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고 매도 의견을 낸 곳은 DB금융투자(0.7%), 미래에셋증권(0.7%), 유진투자증권(1.3%), 한화투자증권(0.6%) 등이 유일했다. ‘매도 의견’을 내버리면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 일 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대기업을 상대로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업이 거래 정지를 당하면서 해당 증권사 펀드에 투자했던 수천억 원을 바로 빼버렸다”며 “매도 리포트를 못 내는 것을 애널리스트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애널리스트 역할 더 중요” vs “이미 사양 산업” 고객의 수요도, 회사의 지원도 메말라가는 한국 리서치센터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전성기’는 다시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막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신입 애널리스트들은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되레 더 중요해졌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8월 입사한 E 씨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게 좋아서 애널리스트를 택했다”며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 등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채널이 다양해진 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지만, 정보를 재검증해 신뢰성을 높이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고”고 했다. 반대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이미 사양 산업이 돼버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들의 분석이 더 이상 맞지도 않고, 돈만 축내는 곳을 민간 기업인 증권사가 더는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과거처럼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일부긴 하지만 최근 몇몇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저희 직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죠.” 대형 증권사에서 15년 가까이 애널리스트 일을 해온 A 씨는 “여러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의 국내 주식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등 강한 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가뜩이나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이 본인의 증권사 리포트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신뢰도 추락까지 발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들의 부정거래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도 DB금융투자의 유명 애널리스트 B 씨가 불법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B 씨는 증권사 보고서를 내기 전 ‘매수 의견’을 제시한 종목을 차명 증권계좌로 미리 사들인 뒤 보고서 공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식으로 5억2000여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가 사들인 종목은 총 22개에 달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부정 거래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 씨의 부정 거래를 포착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020년에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와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동일한 수법으로 선행매매 한 것을 적발한 바 있다. 이들은 2021년에 각각 징역 3년과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의 잇따른 부정 거래에 금융업계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근거로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부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금투협의 표준내부통제기준은 증권사 임직원들의 거래 빈도와 금액 등을 제한해 투자로 인해 과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금투협이 고시한 기준을 바탕으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임직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협회와 업계가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 통제를 하고 있음에도 증권사 임직원의 모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어렵다 보니 부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B 씨의 경우는 금감원에 이상 자금 흐름이 포착됐지만 차명계좌를 통한 선행매매 부정 거래를 잡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 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수준과 과징금의 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인 뒤 일벌백계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차명계좌로 부정 거래를 했을 때 가중 처벌을 하고, 부정 거래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 등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원화 대비 엔화값 900원 선이 무너지며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일 하나은행이 고시한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반 기준 100엔당 897.29원 수준이었다.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 반 기준)이 800원대를 기록한 건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900.92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900원대를 전후해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800원대로 떨어졌다. 엔화는 올 들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값은 지난해 151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45엔 안팎을 오가고 있다. 엔화값이 급격히 떨어진 건 일본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일본은 기준금리를 ㅡ0.1%로 정하고, 국채 수익률을 0%대에서 관리하는 ‘돈 풀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올해 하반기(7~12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것도 엔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2일 이후 2주 만에 1200원대로 진입했다. 일본의 ‘역대급 엔저’ 현상에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엔저 현상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에 타격을 줬다. 다만 이 같은 엔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시작 후 엔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 심할 뿐이지 장기적으로는 원화,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수출국 통화도 강달러 속 동반 약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생활 관련 글과 영상 등이 퍼지며 논란이 된 한국 축구대표팀 황의조 선수(31·사진)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적 없다”는 자필 입장문을 29일 발표했다. 황 선수는 25일 SNS에 올라온 자신의 사생활 폭로 글과 관련해 낸 입장문에서 “불미스러운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도 “자신을 내 여자친구라고 칭하는 자에 의해 허위 게시물이 업로드되고 사생활 영상이 유포됐다. 사생활과 관련해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최초 작성된 글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또 “최초 유포자를 포함해 2차 피해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이들에 대해 어떤 경우도 선처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황 선수 측 변호인에 따르면 황 선수는 지난해 11월경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뛸 당시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이후 올 5월부터 사생활 관련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황 선수는 26일 사생활 폭로 글 게시자와 협박 메시지를 보낸 두 사람을 고소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근 병원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국회에선 15년 전부터 관련 법안 20건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이뤄진 것도 한 번뿐이었다. 동아일보가 2019년 1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지 7년 뒤에야 존재가 알려진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를 보도하는 등 이슈가 될 때마다 ‘보여주기식 입법 발의’가 이뤄졌지만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출생통보제, 관련 질의 단 1명 동아일보는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던 2008년 이후 15년 동안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회의록을 전수조사했다. 관련 법안은 △18대 국회 1건 △19대 3건 △20대 5건 △21대 11건 등 총 20건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통보제 관련 논의가 회의록에 남은 건 2016년 4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일표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언급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홍 의원은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통지하는 안이냐”고 물은 뒤 “기존 법안과 여러 문제가 잘 조율될 필요가 있겠다. 생활 법률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도록 잘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발언을 했다. 이날 회의를 끝으로 19대 국회가 임기 만료되며 관련 법안 3건도 자동 폐기됐다. 2021년 1월에도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8세 딸을 살해한 뒤 방치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에선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11건 중 6건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도 이슈가 될 때마다 2018년, 2019년, 2022년 등 여러 차례 출생통보제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세부 논의에 들어가면 소극적 의견을 반복했다. 2020년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잉 규제가 될 수 있고 외국에서 출생한 아동에 대한 입법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건복지부는 “출생 통보로 인해 출산 사실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여성이 의료기관 외에서 출산하는 경우 산모와 영아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점이 우려된다”며 “보호출산제 도입 없이 출생통보제 도입만을 규정하는 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출생통보제’ 처리 가닥15년 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여야는 최근 출생 미신고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자 뒤늦게 출생통보제 도입을 두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는 출생통보제 도입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여야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병원에서 출산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달하면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28일 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안 된 사건 12건 중 생사 확인이 안 된 4건을 집중 수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신생아를 넘겼다”고 한 경기 화성시 10대 미혼모 사건과 관련해 친모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은 이들이 강원에 살고 있는데 조만간 인천으로 이사 간 후 출생신고를 하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출생신고가 이뤄진 흔적은 못 찾은 상태다. 2019년 경기 수원시에서 출산한 외국인 친모와 영아의 행방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영아 예방접종 당시 친모와 함께 있었던 30대 외국인 남성의 신원을 먼저 특정하고 친모와의 관계를 조사 중이다. 또 2015년 경기 안성시에서 태국과 베트남 국적 불법 체류자로부터 태어난 영아 2명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해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이상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달 26일 범행 당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관련 부위를 훼손하는 등 시신 곳곳을 손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유정은 범행 직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지냈는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배경에 대해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50분경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과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로 구속기소했다.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A 씨는 2019년 5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를 가진 후 아이를 가졌다.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2월 부산 수영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혼자 남아를 출산했다. 밖에 있던 어머니가 “왜 안 나오냐”고 재촉하자 A 씨는 2층 높이에서 신생아를 밖으로 던졌고, 아이는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1심 법원은 2020년 8월 영아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25일 동아일보가 최근 5년(2018년 6월∼2023년 6월) 동안 영아살해·살해미수 관련 1심 판결문 2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12건(50%)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선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 감안” 영아살해·살해미수 판결 24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12건도 처벌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형법에 따르면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내려진 건 △징역 2년 이하 8건(66.7%) △징역 3년 3건(25%) △징역 5년 1건(8.3%)이었다. 가장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경우 친모가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여성은 2019년 5월 화장실에서 출산한 후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했으며, 시신을 깡통 안에 넣은 채 소각을 시도했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20건)는 점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또 “출산 직후 정신적 불안과 충격 등으로 정상적 판단이 어려웠다”(14건), “전과 및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12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고려했다”(6건)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24건 중 미혼 상태에서의 범행은 22건(92%), 기혼 상태는 2건(8%)이었다. 범인은 친모가 22건, 친모와 친부가 함께인 경우가 2건이었다. 범행 장소는 화장실이 대부분이었고, 범행 동기로는 “경제적으로 양육할 형편이 안 됐다”는 경우가 18건(75%)이었다.● “보호출산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후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면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숨지게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미혼모들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아이를 키워도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아살해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당장 먹고살 게 없어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영아살해죄를 더 무겁게 처벌해 생명 경시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A 씨는 2019년 5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를 가진 후 아이를 가졌다.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2월 부산 수영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혼자 남아를 출산했다. 밖에 있던 어머니가 “왜 안 나오냐”고 재촉하자 A 씨는 2층 높이에서 신생아를 밖으로 던졌고, 아이는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1심 법원은 2020년 8월 영아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25일 동아일보가 최근 5년(2018~2023년) 동안 영아살해·살해미수 관련 1심 판결문 2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12건(50%)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선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 감안”영아살해·살해미수 판결 24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12건도 처벌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형법에 따르면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내려진 건 △징역 2년 이하 8건(66.7%) △징역 3년 3건(25%) △징역 5년 1건(8.3%)이었다.가장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경우 친모가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여성은 2019년 5월 화장실에서 출산한 후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했으며, 시신을 깡통 안에 넣은 채 소각을 시도했다.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20건)는 점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또 “출산 직후 정신적 불안과 충격 등으로 정상적 판단이 어려웠다”(14건), “전과 및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12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고려했다”(6건)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24건 중 미혼 상태에서의 범행은 22건(92%), 기혼 상태는 2건(8%)이었다. 범인은 친모가 22건, 친모와 친부가 함께인 경우가 2건이었다. 범행 장소는 화장실이 많았고, 범행 동기로는 “경제적으로 양육할 형편이 안 됐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보호출산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출생신고 하지 않은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후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면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숨지게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영아살해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당장 먹고 살 게 없어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영아살해죄를 더 무겁게 처벌해 생명 경시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미혼모들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아이를 키워도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주현우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여자친구와 자주 가던 룸카페 출입문이 모두 투명창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밀폐된 공간을 찾아 만화카페로 왔어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만화카페에서 만난 신모 군(17)은 “룸카페와 만화카페는 사실 구조나 시설이 비슷한 것 같은데 룸카페에만 규제가 적용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밀폐된 공간이 있는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룸카페와 비슷한 형태로 영업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속이 소홀한 만화카페나 보드게임카페 등으로 청소년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만화·보드게임카페 20곳 중 13곳 규정 위반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개정해 룸카페 등에 대한 단속 기준을 마련했다. 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인 경우 밀폐된 공간에 잠금장치를 설치할 수 없게 했고 출입문과 벽면 등을 일정 부분 이상 개방하거나 투명하게 만들도록 했다. 또 커튼으로 출입구 등을 가리는 것과 침대·침구 설치 등을 금지했다. 해당 규정을 어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적발 시 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룸카페뿐 아니라 만화카페, 보드게임카페 등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룸카페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다른 업종 가게들은 바뀐 규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영업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19일 강남·송파·강동구의 만화카페와 보드게임카페 20곳을 둘러본 결과 13곳(65%)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은 밀실이나 칸막이 등으로 밀폐된 공간에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출입구를 커튼으로 가리는 등 사실상 룸카페와 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13곳 모두 이불, 담요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 만화카페에선 남녀 청소년이 밀폐된 공간에서 쿠션을 베고 담요를 덮은 채 잠들어 있었다. 다른 만화카페에선 교복을 입은 남녀 2명이 손을 잡고 밀폐된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업주들 “단속할 거면 다 똑같이 하라” 불만 최근 집중 단속의 대상이 된 룸카페 업주들은 ‘단속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룸카페 주인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단속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단속을 할 거면 룸카페만 집중 단속하지 말고 만화카페도 동일한 기준으로 단속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의 한 보드게임카페 주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룸카페 집중 단속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청소년 손님이 30%가량 늘었다”며 “보드게임카페도 규제 대상인 줄 몰랐는데 규제를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룸카페를 집중 단속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만화·보드게임카페는 단속이 미비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업종에 대해선 같은 잣대로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 역사상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 A 씨에 대해 징역 20년과 추징금 5억7500여만 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범 11명에게는 징역 1~15년형이 선고됐다. 20일 대검찰청과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에 따르면 A 씨는 중국과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으로부터 총 26억 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한 피해자는 2억8000만 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 충격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A 씨는 단순 사기죄로 송치됐다. 하지만 합수단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관련 범죄를 병합해 상습사기 혐의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A 씨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해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중형을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서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교육 교과 과정 밖의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서도, 공정성과 분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킬러 문제의 존재 이유가 ‘변별력 극대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지시가 수능에 제대로 구현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교과 내용에서만 출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수능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사실상 변별력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이를 수능 출제 기법의 개선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는 질문의 유형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정답률 20∼30% 수준의 ‘준(準)킬러 문항’이 다수 출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어 영역의 경우 교과 과정에서 다뤘던 지문이 나오는 대신 지문 길이가 길어지거나 문제당 지문 개수를 늘려 적정 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이 지문을 이해했는지 다양한 맥락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출제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지문이 나오면 단순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의 차원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때 문제를 풀 수 있게 복합적으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쉬운 수능’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퍼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 과목 융합형 문제 등을 배제한다고 한 만큼 이 영역은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작년까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안 해본 내용이 수능에 나왔지만 올 수능은 다뤄 본 내용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보통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고 점수가 수시, 정시 중 어디에 더 유리한지 판단하고 입시 전략을 짜는데, 올해는 9월 모의평가를 치르기 전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 변별력은 기르겠다니… 구체적이지도 않은 수능 출제 방향을 6월 모의평가도 이미 치른 뒤인 지금 시점에서 발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울 강남에 사는 고3 학부모 이모 씨(52)는 19일 대치동에서 기자와 만나 “내신 점수를 따기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은 보통 정시를 많이 노린다. 여태 수능 기조에 맞춰 준비했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요 며칠 벌어진 일을 학교에 상담해 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당정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능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 수능 기조가 대폭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3 수험생인 박모 양(18)은 “국어 영역이 약해 특히 신경써서 공부해 왔는데 갑자기 출제경향이 바뀐다고 하니까 너무 막막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6월 모평 끝나고 대통령 한마디에 수능 기조가 바뀌는 게 공정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박모 씨(55)는 “공부 열심히 했던 아이들은 실수를 하나만 해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절대 못 가게 될 것”이라며 “EBS 변형 문제를 잘 내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라도 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야당도 맹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추어적이고 비상식적 지시”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능 5개월을 앞둔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주말인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10주년 페스타(FESTA) 불꽃놀이 행사 등에 최대 75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서울경찰청은 10주년 페스타 안전 관리를 위해 인력 2000여 명과 교통경찰 630명을 행사 주변 일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행사장 내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구급차 비상 통행로를 확보했다. 행사 당일인 17일 오후 2∼10시에는 마포대교 남단∼63빌딩 앞 여의동로 1.5km 구간이 전면 통제된다. 인파 및 교통 상황에 따라 여의상류 나들목과 여의나루로, 국제금융로 등도 탄력적으로 통제할 예정이다. 혼잡도에 따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무정차 통과하거나 출입구가 임시로 폐쇄될 수 있다. 서울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근 도로변과 강변북로, 한강다리 등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페스타를 주최하는 빅히트뮤직과 하이브는 현장의 인파 밀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장소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동통신 3사는 주변 이동 기지국 및 임시 시설을 설치하는 등 용량을 증설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더 나은 처우를 찾아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로 ‘취업 이민’ 가는 사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선진국의 간호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안 그래도 부족한 국내 간호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1816명에 달했다. 2018년 783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 1∼3월 응시자 수만 1758명에 달해 연간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이 통계는 처음 응시한 이들을 기준으로 집계돼 2차례 이상 시험을 본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응시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이 미국 등 해외로 취업을 나서는 것은 국내의 경우 보수 대비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에 성공한 A 씨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가량인데 연봉은 4배나 된다”고 했다. 또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 문화인 이른바 ‘태움’ 때문에 못 견디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의료 현장에선 “간호사 구인난이 응급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의 한 중소병원은 2년 전 간호사 인력난으로 중환자실을 폐쇄했다. 병원 관계자는 “추가 간호사 채용이 어려워 여전히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간호사들 “美업무량 韓의 절반, 연봉은 4배”… 이탈 늘어 의료공백 뉴욕 병원에 취업한 한국 간호사…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 없어”주60시간 넘는 근무에 처우는 열악간호인력 유출로 중소병원들 타격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하기도“한국에서 일할 때는 앉아서 점심을 먹은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지난해 말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취업한 이모 씨(29)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간호사가 됐지만 과중한 업무와 선배 간호사들의 폭언 등으로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에 불과한데 연봉은 4배 가까이 높다”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해외로 떠나는 간호사들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 취업을 택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과중한 반면 처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2년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를 하다 지난해부터 호주 멜버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이모 씨(33)는 “한국 병동에선 간호사 한 명당 한 번에 환자를 20명씩 담당할 때도 있었는데 호주에선 4명만 돌본다”며 “그만큼 환자 한 명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업무 피로감도 적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의 42.5%가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는 주 60시간 근무를 넘기는 것도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간호사 비율이 74.1%나 됐다. 반면 업무량 대비 보상은 적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은 4675만 원으로 연봉이 9000만∼1억 원 안팎인 미국의 절반 남짓이다. 또 한국에선 3교대 근무가 대부분인 반면 미국 간호사들은 주 3일을 2교대로 일하고, 4일은 휴식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또 미국의 경우 정년이 따로 없고 ‘전담 간호사 제도’가 정착돼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올 3월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해 이민을 준비 중인 오모 씨(26)는 “한국에선 3교대인데도 연장근로가 당연하게 여겨져 하루 12시간씩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진료 차트로 머리 맞는 일 비일비재” 병원 내 엄격한 조직 문화도 간호사들이 국내 병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년 차 간호사 신모 씨(27)는 “실수를 하면 선배들에게 진료 차트로 머리나 등짝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0.1%나 됐다.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77.8%)이 제일 많았고, 업무 몰아주기(36%), 따돌림(34.5%) 순이었다. 간호 인력의 사직과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중소 병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 병원이 퇴사자 대체를 위해 신규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다 보니 중소 병원에서 간호 인력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 박모 씨(57)는 “젊은 간호사가 자꾸 빠져나가 정년퇴직한 60대 간호사를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늘면서 연차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부족으로 응급구조사 등이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유출을 막으려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처우 개선을 위해선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료법에 관련 규제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처우를 개선해야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