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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년 동안 단지 ‘약 10억 원’만 벌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부동산 역시 “소형 아파트 1채와 차고 1개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밀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서류상 흔적도 없이’ 용의주도하게 숨겨뒀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대통령 후보 정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17∼2022년 소득을 6759만1875루블(약 10억600만 원)으로 신고했다”고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보유 자산도 검소하다. 은행 계좌 10개에 총 5441만6604루블(약 8억900만 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PJSC 은행 주식 230주를 보유하고 있다.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이 주식은 주당 280.49루블이다.부동산은 더 소박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소형(77㎡) 아파트 1채와 18㎡ 크기의 차고 1개가 전부다. 자동차는 소련 시절 생산된 1960년형 가즈 M21과 1965년형 가즈 M21, 2009년형 라다 니바 등 3대에 불과하다. 1987년 생산된 스키프 트레일러 1대도 소유했다. 선관위는 여기에 “모스크바에 153㎡ 규모 아파트 1채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8㎡ 규모 주차장을 무제한 이용할 권리를 가졌다”고 전했다.3월 15∼17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중앙선관위에 무소속 후보로 등록하며 재산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선 후보는 선거 연도 이전 6년간의 소득과 재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하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숨겨둔 자산은 엄청날 것이란 추측이다. 미국 CNN은 러시아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의 재산은 말 그대로 서류상 흔적이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대 투자사였던 허미티지 캐피탈의 빌 브라우더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미 의회에 출석해 “푸틴의 재산은 2000억 달러(약 267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 단체는 푸틴 대통령이 “흑해 연안에 이른바 ‘푸틴의 궁전’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형경기장과 지하 하키링크, 개인항구 등을 갖춘 저택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억 달러(약 1300억 원) 상당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 등 요트 4척에 항공기도 58종을 숨겨뒀다는 설도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021년 공개한 이른바 ‘판도라 페이퍼’에 따르면 푸틴의 연인 중 하나로 보도된 익명의 여성은 모나코에 410만 달러(약 54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등 주로 미국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마련했다. 규제는 올 3월부터 본격 적용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중점 타깃이 될 것을 예상하고 이미 2, 3년 전부터 “미국 기업만 차별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EU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DMA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관문(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는 법이다.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세계 연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내야 한다. EU는 활성 사용자, 매출액,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6곳을 게이트키퍼로 확정했다. 규제 대상 6곳 중 중국계 바이트댄스만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다. 미국은 이러한 구체적 규제가 확정되기 전부터 EU를 강하게 압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핵심 측근이 2022년 당시 유럽의회에서 DMA 제정을 주도한 안드레아스 슈바프 의원에게 ‘살살해 달라’는 취지로 서한을 보냈다. 앞서 러몬도 장관은 2021년 12월 말 “미 플랫폼 기업이 부당하게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 하원의원 21명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EU의 미 빅테크 규제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공개서한을 보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3월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우방 벨라루스와 ‘연합 국가’ 창설 논의를 앞당길 뜻도 밝혔다. 29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3월 15∼17일 예정된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다. 2012년 대선 때만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나왔을 뿐 2000년, 2004년, 2018년엔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무소속 출마의 이유로 장기 집권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누가 봐도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무소속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다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2일 유권자 31만5000명의 지지 서명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이 명단에는 통합러시아당의 각 지역 조직은 물론이고 친(親)푸틴계 정치단체 전러시아국민전선 등이 모두 포함됐다. 사실상 집권당 조직을 유세에 동원할 뜻을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통합 속도를 앞당길 뜻도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고향이자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벨라루스와의 연합 국가 수립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형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2021∼2023년 연합 국가 수립을 위한 각 조항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2024∼2026년 추진할 연합 국가 창설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두 나라는 이미 1999년부터 연합 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하고 국가 통합을 추진해 왔다. 1994년부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능가하는 장기 집권으로 비판받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의 최고 조력자 노릇도 자처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부터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까지 배치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압박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양국의 협력 강화를 우려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는 북한, 이란, 중국 같은 나라를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핀란드가 2023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뒤 처음으로 치른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 전직 총리와 중도좌파 성향 전직 외교장관이 결선 투표로 맞붙게 됐다. 두 후보가 이념 성향에서는 다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 방어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서는 일치한다. 지난해 4월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에서는 급변하는 유럽 정세에 대응할 강력한 외교적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치러진 핀란드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위인 중도우파 성향 제1당 국민연합당 알렉산데르 스투브 후보(55)와 2위인 중도좌파 성향 녹색당 페카 하비스토 후보(65)가 다음 달 11일 결선 투표를 다시 치른다. 이날 개표에선 스투브 후보가 27.2%, 하비스트 후보가 25.8%를 차지했다. 극우 핀란드인당 소속인 유시 할라아호 후보(52)는 19%를 득표하는 데 그쳐 탈락했다. 핀란드 대선은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스투브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선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두 후보는 각각 ‘철인 스포츠맨’과 ‘아마추어 DJ’란 이색 경력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스투브 후보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뒤 극우 핀란드인당 등과 우파 연립정부를 꾸린 중도우파 국민연합당 소속이다. 2014∼15년 총리를 지냈으며, 재무·외교장관과 유럽의회 의원, 유럽투자은행(EIB) 부총재, 유럽대학연구소(EUI) 교수 등을 역임했다. 열정적인 철인3종 경기 선수로도 유명한데, 이번 대선에 집중하려고 훈련을 당분간 미뤄 두기로 했다고 한다. 한동안 정계를 떠났던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 “핀란드를 지키기 위해”라며 선거에 뛰어들었다. 하비스토 후보는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외교장관으로 재임하며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 러시아에 대항하는 강경 노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근무하며 2005∼2007년 다르푸르평화협정(DPA) 체결에 관여하는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소수자인 그는 ‘DJ 펙시’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DJ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두 차례 당선됐던 사울리 니니스퇴 현 대통령은 3선 금지 규정에 따라 3월에 퇴임한다. 임기 동안 지지율이 90%를 넘을 만큼 국민적 신뢰가 높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인 포로 65명을 포함해 탑승객 74명 전원이 숨진 러시아 수송기 추락 사건의 배후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유엔 안보리는 25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양국 접경지인 남부 벨고로드 상공에서 ‘일류신(IL)-76’ 수송기가 격추된 사건에 대해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리) 의장국인 프랑스가 조속히 회의 일정을 잡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우크라이나인 포로 65명, 승무원 6명, 호송 요원 성격의 3명 등 총 74명이 타고 있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날아온 우크라이나 측 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비행기가 ‘테러 행위’로 추락했다”며 분노를 표했다고 미국 NBC 뉴스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정황을 들어 우크라이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추후 내용을 수정하긴 했지만 당초 자국 군이 해당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고는 우리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다.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포로의 생명, 우크라이나 사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고의적인 사고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측이 방공망 안전을 지켜 달라고 통보하질 않았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납득할 만한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인 포로 65명을 포함해 탑승객 74명 전원이 숨진 러시아 수송기 추락 사건의 배후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유엔 안보리는 25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양국 접경지인 남부 벨고로드 상공에서 ‘일류신(IL)-76’ 수송기가 격추된 사건에 대해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리) 의장국인 프랑스가 조속히 회의 일정을 잡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우크라이나인 포로 65명, 승무원 6명, 호송 요원 성격의 3명 등 총 74명이 타고 있었다.라브로프 장관은 이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날아온 우크라이나 측 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비행기가 ‘테러 행위’로 추락했다”며 분노를 표했다고 미 NBC뉴스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 소행일 가능성을 정황을 들어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이날 열릴 예정이던 우크라이나 군인 수송 및 포로 교환 일정을 잘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과거 포로 교환 때와 달리 러시아 측에 “일대 영공의 보안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러시아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고는 우리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다.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포로의 생명, 우크라이나 사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고의적인 사고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양측 모두 납득할 만한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미사일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돼 북한이 러시아에 자국 미사일 등을 지원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영국 무기감시 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가 공개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미사일’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향해 이달 2일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잔해를 분석했다. 부품에 한글 ‘지읒’(ㅈ)으로 보이는 문자가 손 글씨로 적혀 있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문자는 일련번호처럼 숫자와 기호들의 앞에 적혔다. 미사일 잔해 여러 부품에서 ‘112’라는 숫자도 보였다. 연구소는 이 숫자가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에서 2023년을 가리키는 ‘주체 112년’을 상징하거나, 용성기계연합기업소 산하 군수공장인 ‘2월 11일 공장’을 뜻할 수도 있다고 봤다. 연구소는 미사일 잔해의 로켓 모터, 추력 방향을 조절하는 제트날개, 볼트 결합 양상 등의 형상을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 및 KN-24 사진과 비교 분석해 유사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미사일이 명백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도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자신들의 첨단 군사 역량을 실험하며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음 달로 만 2년을 맞는 가운데 러시아가 서방의 지원이 부족해진 우크라이나의 약점을 속속 파고들고 있다. 러시아는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등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고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11월 대선을 맞아 국내 의제에 치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상황이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터키)는 같은 날 러시아와 인접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결했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중립국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으로 기울며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다.● 美 지원 멈춰선 우크라 vs 北 손잡은 러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3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40발 이상의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이터통신,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설레스트 월랜더 미 국방부 차관보는 “러시아가 미국의 자금 지원이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약점을 찾으려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정밀 공격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탄약 등 군사 물자 등이 부족해 공격에 취약한 곳들을 탐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역시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탄약과 무기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제출한 614억 달러(약 82조 원) 규모의 추가 지원 예산은 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 예산은 지난해 말 2억5000만 달러(약 3350억 원)를 마지막으로 끊겼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에 힘입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이어 최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고 양국 군사협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북한의 최신 미사일을 제공받아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제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각각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를 조달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4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65명, 승무원 6명, 동행인 3명 등을 태운 러시아군 수송기가 양국 접경지인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에 추락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일부 러시아 퇴역 장성은 이 비행기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미사일 3발에 의해 격추됐다며 우크라이나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웨덴 나토 가입 ‘눈앞’ 튀르키예 의회는 23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나토 가입에는 3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그간 튀르키예와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만 동의하지 않았으나 최종 가입의 ‘9분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자신들이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합류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자국 내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두둔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동의를 미뤘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또한 23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나토 가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연합(EU)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는 지지부진하다. EU는 2024∼2027년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2조 원) 지원을 추진 중이나 역시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텐트 안도 정말 춥지만 밖은 더 추우니 어디로 갈 수도 없어요.”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의 한 다리 아래에서 만난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노숙인 아부다카 씨의 말이다. 강변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낡은 텐트 20여 개 중에 그의 텐트가 있었다. 아부다카 씨는 “추운 날씨에 우릴 도와줄 구호대를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텐트 위에는 방한용으로 보이는 낡은 담요도 있었지만 강추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올 1월 파리 날씨는 예년에 비해 훨씬 추웠다. 예보에 없던 폭설도 종종 쏟아졌다. 이날도 많은 노숙인들이 시청 등 도심 곳곳의 온풍이 나오는 하수구 주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주변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짧은 시간 동안 온풍이 가까운 ‘명당’을 뺏기지 않으려고 낡은 매트리스와 옷가지를 가득 쌓아둔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1월 파리의 기온은 10도 안팎을 보이는 날이 있을 만큼 따뜻했다. 같은 해 연말에도 포근한 날씨가 계속됐다. 하지만 올 들어 갑자기 북유럽과 러시아의 찬 공기가 하강하며 기온이 10도가량 뚝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에 당국은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혹한과 폭설로 얼어 숨지는 노숙인이 상당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노숙인을 저소득층이 저렴하게 거주하는 사회 주택, 노숙인을 위한 임시 숙소 등으로 이주시키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호텔, 학교, 체육관 등에 긴급 임시 숙소 274곳도 만드는 등 부랴부랴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이민자 증가→노숙인 급증 프랑스는 노숙인이 많은 나라로 유명하다. 주요 대도시의 지하철역 주변은 물론이고 주택가나 교회 앞에서도 노숙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택부에 따르면 임시 숙소 등 건물에서 밤을 보내는 노숙인만 최소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노숙인 지원단체 ‘아베피에르’ 재단 역시 2022년 프랑스 전체의 노숙인을 약 33만 명으로 추산했다. 10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노숙인의 상당수는 파리와 그 주변 지역을 일컫는 일드프랑스주(州)에 거주한다. 이곳에 구호 단체와 무료 급식소가 많고 단순 일자리 또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숙인이 늘면서 최근에는 노숙인의 사망이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2022년에만 624명의 노숙인이 숨졌다. 또 다른 노숙인 지원단체 ‘거리의죽음’에 따르면 사망자 5명 중 1명은 폭행, 사고, 자살로 숨졌다. 또 7명 중 1명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미성년 노숙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지 매체 ‘웨스트프랑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7572명이 긴급 숙소를 찾지 못해 응급 번호로 당국에 신고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18세 미만이었다. 레아 필로슈 파리 부시장은 이를 두고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공립학교 학부모 단체는 ‘학생을 학교로’ ‘길 위의 아이들을 구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미성년 노숙인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노숙인 급증은 이민자 증가와도 관련이 깊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 거주자의 10분의 1인 약 700만 명이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에 왔다”고 답한 이민자였다. 53년 전인 1968년엔 프랑스 거주자의 6.5%만 “해외에서 왔다”고 했다. 또한 2021년 기준 이민자의 3분의 1 정도만 시민권을 갖고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시민권이 없어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생계 또한 위험에 처하기 쉽다는 뜻이다.노숙인용 숙소도 부족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계속된 고물가, 높은 주거 비용 등도 노숙인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거처가 없는 이들은 친척, 지인의 신세를 질 때가 많았다. 생활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금은 다들 자신의 생계 해결도 어려워 남을 도와주기 힘들어졌다. 웨스트프랑스는 “고물가가 재정적으로 취약한 가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 친척으로부터 집을 구했던 가족이 강제로 거리로 나앉고 있다”고 전했다. 거처를 원하는 이는 많은데 사회 주택, 임시 주택 등은 줄어 노숙인 위기를 더 키우고 있다. 자선단체 ‘연대행위자연맹’에 따르면 2022년 일드프랑스주에 있는 호텔의 임시 공간에서 생활한 노숙인만 약 5만 명이었다. 하지만 그간 노숙인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했던 상당수 호텔은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유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에 정부와 체결했던 임시 주택 계약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최소 5000곳이 계약을 취소했다고 미 CNN은 전했다. 남서부 지롱드주 보르도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가에 정박된 유람선을 노숙인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파리 마레지구 근처에서 만난 노숙인 마리오 씨는 “이곳에서 15년째 노숙하고 있다. 이민자가 워낙 많아 사회 주택에는 좀처럼 입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간혹 자리가 생겼을 때도 자신은 개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당한다고 토로했다.중앙정부 vs 지방정부 갈등도 파리 올림픽을 앞둔 당국이 일부 노숙인을 파리 외곽으로 이주시키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수개월간 노숙인들을 파리 밖 다른 10개 지역으로 옮겼다. 이를 통해 약 1800명이 강제로 파리를 떠났다. 대부분 이민자들이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CNN에 “노숙인 이주 작업은 올림픽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당국의 처사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60여 곳은 “정부가 사회 정화에라도 나선 것이냐”고 비난했다. 올림픽을 찾는 각국 주요 인사와 관광객에게 파리의 화사한 면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인 미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의 갈등 또한 불거졌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5월 성명을 통해 “지방 선출직 공무원 및 협회와 협의해 노숙인센터를 건립하도록 각 지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노숙인들을 강제로 할당받은 리옹, 보르도 등에선 “중앙정부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상드린 뤼넬 리옹 부시장은 CNN에 “지역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처사를 비판했다. 일부 노숙인은 오염 지역으로 보내져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현지 매체 르텔레그램에 따르면 북서부의 소도시 브뤼즈에서는 경찰청 주도로 노숙인 임시 숙소가 마련됐다. 그러나 필리프 살몽 시장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자리에 숙소가 들어선다며 “우리와 이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다.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노숙인들을 이리저리 재배치하기에만 바쁠 뿐 지속 가능한 대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숙인 지원단체 ‘유토피아56’의 얀 망지 설립자는 “각 지역의 노숙인 보호소에서도 3주 정도만 묵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호소에 온 노숙인의 25∼30%는 다시 거리로 돌아가야 하는 신세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주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다. 그는 17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블룸버그통신에 ‘올 여름부터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의견에 대해 “나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금리 조기 인하론을 부정한 셈이다.이에 유럽 증시는 출렁였다. 독일 대표지수인 DAX3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4% 떨어졌다.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1.07%, 영국의 FTSE 100 지수도 1.48% 하락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신중한 태도에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도 순간 얼어붙었다.● 시장은 ‘4월 금리 인하’ 기대시장에서는 ECB의 첫 번째 금리 인하 시기가 3월이었는데 최근 4월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2일 “트레이더들은 금리 첫 인하 시기가 3월에서 4월로 미뤄졌다고 생각한다”며 “ECB가 3월 물가 및 성장 전망을 새로 발표하는데 이는 최종적인 (통화정책) 완화 논의의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 발표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보다 나쁘면 ECB가 ‘물가가 안정됐으니 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사실 라가르드 총재로선 ‘난 금리를 내린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시장은 왜 이럴까’라며 억울해 할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12월 분명히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 전달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향후 2개 분기(6개월)간 정책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시장이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보다 앞서 가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말 미 연준이 워낙 조기 금리 인하 신호를 세게 울렸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는 정점을 찍었거나 근처에 다가갔다”며 “오늘 회의에서도 명백하게 (금리 인하 시점이) 논의 주제였다”고 말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5회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상 ECB 등 타국 중앙은행은 연준의 기조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선 연준이 3월, ECB는 4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게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선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 금리 인하 필요성이 일찍이 흘러 나왔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올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0.1%였다. 미국(5.2%)과 비교해 경기 하강이 이미 가시화한 것이다.●“물가 아직 안심 못 해”시장을 한동안 들뜨게 만든 조기 금리 인하론 속에서도 최근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철회 전망이 늘면서 ECB의 조기 금리 인하론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는 우려되지만 다른 지표들은 ECB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중앙은행은 침체가 심각해지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물가나 임금이 높으면 고물가가 더 심각해질 수 있으니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물가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8개월 만에 올라 2.9%로 집계됐다. 물가 전망의 주요 지표인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다. 홀거 슈미딩 베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춰야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최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서방 국가들의 홍해 긴장으로 물류 대란이 생겨나고 있어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모를 일이다.●‘금리 인상 실기론’ 비판라가르드 총재가 시장의 강한 금리 인하 기대에도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금리 인상 실기론’ 비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물가가 유럽 전역을 덮쳤지만 ECB는 너무 느리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10월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정부 부채 매입을 중단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점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것은 우리의 미래 지침에 구속감을 느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2022년 첫 6개월간 (금리 인상에) 더 과감했어야 했다”고 금리 인상 실기론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여기에 ECB 노동조합마저 라가르드 총재의 통화정책 리더십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조는 라가르드 총재의 8년 임기 반환점을 맞아 22일 발표한 조사에서 ECB 고위 경영진에 대해 60%가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물론 직원 급여, 근무조건과 관련된 측면이 있지만 응답자 중 절반가량은 ECB의 주요 목표인 물가 관리에 대한 라가르드 총재의 업무성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바이어 측 요구사항이라 이달 말까지 꼭 제출해야 하는데 탄소배출량 신고 자료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유럽연합(EU) 지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부산의 제조업체 A사는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현지 고객사로부터 ‘다음 달 말까지 수출 제품의 탄소배출량 신고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요구가 온 게 발단이었다. A사는 아직 업무 담당자도 못 정했던 상태에서 부랴부랴 내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EU 바이어가 요구한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려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같은 직접 배출량뿐 아니라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를 가동할 때 소요된 전력까지 계산해야 한다. A사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기계를 몇 시간 작동했는지 등을 따져 계산해야 한다. 관련 데이터만 엑셀로 3만∼4만 줄”이라며 “어떻게 자료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 정부 설명회도 찾아다녔지만 개념 중심이라 큰 도움이 안 됐다”고 했다. 이달 31일 EU가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첫 탄소배출량 보고 기한을 앞두고 관련된 국내 기업 1700여 곳이 혼란에 빠졌다. CBAM은 EU가 수입 제품의 생산·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배출량 규제가 강한 EU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걸 막겠다며 만든 관세 장벽이라 국제적으로는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통한다. 이 제도에 따라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 EU 수출액 중 약 7.5%인 51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의 품목이 이달 말부터 탄소배출량 신고 대상이 됐다.‘7조원 EU수출품목’ 탄소배출 신고 대상… 中企 절반 무대책 EU 탄소배출 신고 혼란中企 78% 탄소국경세 아예 몰라… 신고기한 닥쳐서야 정부 문의 봇물대기업은 1년전부터 준비 ‘여유’英-美도 도입 움직임… 부담 커질듯1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콘퍼런스홀.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중견 철강기업 EU CBAM 설명회’에 중소·중견기업 관계자 등 4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노트에 필기를 하거나 강연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강연을 마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포항에서 온 철강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에는 ‘탄소배출량 신고’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 78% “제도 자체 모른다” EU는 2019년경부터 2050년 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며 ‘탄소국경세’를 추진해 왔다. 또 지난해 탄소국경세 도입 일정을 확정해 지난해 4분기(10∼12월) EU에 대상 품목을 수출한 기업들은 이달 31일까지 첫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8.3%는 ‘EU 탄소국경세’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2022년 EU 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 142개 중 54.9%도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 유관 기관이 합동 설명회 등을 열며 홍보하고 있지만 해당되는 기업 1700여 곳에 일일이 연락하며 상황을 설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은 신고 기한이 닥쳐서야 정부에 문의를 쏟아내고 있다. 환경부의 헬프데스크 상담은 지난해 10월 29건에서 11월 49건, 12월 59건, 그리고 이달은 22일 현재까지 111건으로 급증했다.● 신고 기한 닥쳤는데 정부 지원 ‘제각각’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EU에서 요구하는 탄소배출량 계산 방법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공장 단위로 배출량을 계산한다. 그런데 EU는 제품 단위로 생산 공정 내 모든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방법이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일부 계수를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협회로도 질문을 많이 하는데 EU 규정 자체가 불확실한 부분이 있어 우리도 시원하게 대답을 못 할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범부처 대응 전담팀(TF)’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 상담창구는 제각각이다. 산자부 헬프데스크는 규정 등 개념 관련 질의를, 환경부 헬프데스크는 탄소배출량 산정 방법에 대한 조언을 돕고 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11일에야 부처 내 전담 지원조직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길게는 1년 반 전부터 자체적으로 대응팀을 운영하며 대비해 온 대기업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2년 8월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온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생산된 수출품의 탄소 배출량을 EU 지역 수입사에 보고했다. 지난해 5월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한 현대제철도 지난해 4분기 탄소배출량 보고를 여유 있게 마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중국산 철강제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영국, 미국 등도 가세… 부담 커질 듯 2022년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EU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약 5309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6년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서 대상이 EU 수입품 전체로 확대되면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국경세는 EU 외에도 영국 등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은 2027년 탄소국경조정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기후 정책이 덜 엄격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제품에 비해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올해 대상 품목을 정하고 이행 규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은 아직 제도가 마련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상원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국경세탄소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무역 관세. 지난해 유럽의회는 철강 등 6개 업종에 탄소국경세 부과를 결정했다. 현재는 시범 기간으로 2026년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탄소배출량 신고 의무는 생겨 올 1월 말까지 신고를 안 하면 1t당 10∼50유로(약 1만5000∼7만5000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경쟁하는 영국도 2027년 탄소국경조정제(CBAM) 시행에 나선다. 미국은 아직 제도가 마련되진 않았지만 의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영국 정부는 2027년부터 CBAM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입 상품이 생산될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 원산지에서 적용되는 탄소가격과 영국의 탄소가격 간의 차이 등을 감안해 요금이 책정된다. 영국 정부는 기후 정책이 덜 엄격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제품에 비해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CBAM 대상 품목을 정하고 이행 규정 등을 추가로 논의한다. 철,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세라믹, 유리, 시멘트 등 탄소 집약적 제품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개발도상국 등 CBAM의 영향을 받는 기업이나 조직과 협력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규정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의회가 유사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상원에 발의된 ‘프루브 잇 액트(PROVE IT Act)’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제품에 요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에 나서며 법안 통과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EU가 CBAM을 시행하기 시작할 때 미국도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미 폴리티코 자매지인 E&E뉴스가 18일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 3월 대선에서 5선에 도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19일 영하 5도의 날씨에도 얼음물에 입수했다. 최근 건강 이상설이 거듭되는 와중에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음 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남편, 아들 등을 전장에 보낸 사람들이 푸틴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찾아가 “가족을 돌려 달라”고 촉구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반발 여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19일 새벽 푸틴 대통령이 정교회의 주현절 전통에 따라 얼음판에 뚫린 구멍 안에 몸을 담갔다고 밝혔다. 다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주현절 얼음물 입수를 2018년 처음 거론했고 사진도 대부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그의 얼음물 입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주현절은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믿는 정교회가 매년 1월 19일 아기 예수의 세례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에 신자들은 세례를 받듯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전통을 고수한다.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온도가 영하 5도를 기록했지만 상당수 시민이 얼음물에 몸을 담갔다. 이 모습은 소셜미디어 등에 널리 퍼졌다. 이렇듯 푸틴 대통령이 애써 건재함을 강조하려 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병사 가족들의 모임 ‘집으로 가는 길’은 20일 푸틴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찾아 항의했다. 2022년 10월 남편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냈다는 마리야 안드레예바 씨는 “내 남편이 그곳(우크라이나)에 있어야 한다는 명령을 푸틴이 내렸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명령은 언제 내릴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푸틴 캠프 관계자가 ‘조국을 지키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하자 안드레예바 씨는 “모든 것을 쥐어짜고 생명까지 앗아가야 하느냐. 그래서 병사들이 (팔다리가 절단된) 통나무 꼴이 돼서 돌아오고 있느냐”고 외쳤다. 그는 딸이 언어 장애까지 겪고 있다며 “우리 가족의 모든 문제는 남편이 돌아와야만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안드레예바 씨의 발언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수주간 모스크바와 일부 대도시에서 그와 비슷한 상황인 징집병 아내들이 남편의 귀환을 요구하는 집단 거리 시위도 벌였다.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그는 과거 암 수술설, 파킨슨병 진단설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그가 침실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구급요원들로부터 긴급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크렘린궁이 올해 그의 얼음물 입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 3월 대선에서 5선에 도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19일 영하 5도의 날씨에도 얼음물에 입수했다. 최근 건강 이상설이 거듭되는 와중에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음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남편, 아들 등을 전장에 보낸 사람들이 푸틴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찾아가 “가족을 돌려 달라”고 촉구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반발 여론 또한 높아지고 있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19일 새벽 푸틴 대통령이 정교회의 주현절 전통에 따라 얼음판에 뚫린 구멍 안에 몸을 담갔다고 밝혔다. 다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주현절 얼음물 입수를 2018년 처음 거론했고 사진도 대부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그의 얼음물 입수 사진을 볼 수 있었다.주현절은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믿는 정교회가 매년 1월 19일 아기 예수의 세례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에 신자들 또한 세례를 받듯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전통을 고수한다.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온도가 영하 5도를 기록했지만 상당수 시민이 얼음물에 몸을 담갔다. 이 모습은 소셜미디어 등에 널리 퍼졌다.이렇듯 푸틴 대통령이 애써 건재함을 강조하려 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병사 가족들의 모임 ‘집으로 가는 길’은 20일 푸틴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찾아 항의했다. 2022년 10월 남편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냈다는 마리아 안드레예바 씨는 “내 남편이 그 곳(우크라이나)에 있어야 한다는 명령을 푸틴이 내렸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명령은 언제 내릴 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푸틴 캠프 관계자가 ‘조국을 지키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하자 안드레예바 씨는 “모든 것을 쥐어짜고 생명까지 앗아가야 하느냐. 그래서 병사들이 (팔다리가 절단된) 통나무꼴이 돼서 돌아오고 있느냐”고 외쳤다. 그는 딸이 언어 장애까지 겪고 있다며 “우리 가족의 모든 문제는 남편이 돌아와야만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안드레예바 씨의 발언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수 주간 모스크바와 일부 대도시에서 그와 비슷한 상황인 징집병 아내들이 남편의 귀환을 요구하는 집단 거리 시위도 벌였다.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그는 과거 암 수술설, 파킨슨병 진단설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그가 침실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구급요원들로부터 긴급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크렘린궁이 올해 그의 얼음물 입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5~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다녀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한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WEF는 1971년 출범해 세계 정치인과 기업인, 학자 등이 매년 모여 세계가 당면한 현안을 토론해 ‘경제올림픽’이라 불린다.김 지사는 19일 포럼 참석 뒤 일드프랑스 주지사, 프랑스 상원의원과의 면담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아 특파원들과 만나 “세계는 국제정치, 지정학적 위험요인, 교역 감소, 협력을 고민하고 반도체 칩 전쟁,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내 이슈에 매몰돼) 역주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부분을 정주행으로 바꾸면서 속도를 내고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김 지사는 포럼에서 주요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장,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하는 세계경제지도자모임(IGWEL) 경제세션에 참가했다. 그가 세계 지방정부의 수장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김 지사는 포럼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대표자 90여 명의 모임 ‘이노베이터 커뮤니티’ 간담회에서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도와 혁신가들’을 주제로 한 특별 세션에선 중재자로 참가해 세계 스타트업에 경기도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올 5월 WEF와 함께 ‘인간과 지구를 위한 한국혁신센터’라는 4차산업혁명센터를 설립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매일 아침 둘째 아이를 프랑스 파리의 한 유치원에 보낸다. 한국이라면 출근을 마쳤을 시간인 오전 8시 반마다 유치원 입구로 우르르 몰려드는 부모들 풍경이 이색적이다. 양복, 하이힐에 노트북 가방을 메고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낸 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부모들이 많다. 서울에서 주변에 일하는 부모들은 주로 ‘이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아이를 맡기고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오기 바빴기에 궁금했다. 부모들은 유치원에 들렀다가 출근해도 늦지 않나. 프랑스 기업의 출근 시간이 유독 늦는 것일까. 얼마 전 워킹맘인 아이 친구 엄마가 답을 알려줬다. 그 엄마는 주간 근무 전체 시간을 채우고 중요한 미팅만 차질 없이 소화하면 원할 때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집 부부가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셋이나 키울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이런 근무 환경은 보편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10월 진행된 한 설문에서 ‘시간과 장소 모든 측면에서 업무 환경이 유연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40%였다. 둘 중 하나만 유연하다고 답한 비율까지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 프랑스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휴가 제도도 유연하다. 최근 취재를 위해 만난 글로벌 광고기업 퓌블리시스 프랑스법인의 한 임원은 ‘직원들이 출근을 원할 때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아이가 아플 땐 언제든 연 10일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처럼 육아로 돌발 변수가 생길 때 긴급 휴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일하는 부모들은 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절실한 것은 ‘돈’보다 ‘시간’임을. 일하는 엄마들에게 경력 단절의 순간은 아이가 필요로 하는데 당장 달려갈 수 없을 때 찾아온다. 부모들의 이런 깊은 고충을 프랑스 기업들은 잘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유연한 근무 환경은 프랑스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합계출산율 1.8명으로 10년 연속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프랑스 출산율은 한국(0.78명)의 2.3배에 이르지만, 최근 다시 하락한다는 위기감에 정부가 부부 모두 산후 출산휴가를 6개월로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발표했다. 부모의 육아 시간을 추가로 벌어주려는 취지다. 탄력적인 근무제도는 업무 효율도 높인다. 프랑스에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최근 한 에너지 기업이 법정 근로 시간인 주 35시간을 주 4일에 나눠 근무하는 실험을 6개월간 진행한 결과 작업 속도가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일평균 회의 시간은 63분에서 54분으로 단축되고, 직원 120명의 결근율은 70% 이상, 사직 건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 8년 연속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한국도 갖가지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가 대표 대책으로 앞세운 주택비용 절감 대책이나 각종 육아 수당도 육아 부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다. 특히 인천시가 아동에게 18세까지 1억 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수당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데 이런 현금성 지원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런 수당은 아이 학원을 한 곳 정도 늘릴 수 있을 뿐이지 본질적인 변화를 주진 않는다. 일하는 부모가 일과 육아를 안정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출퇴근제와 재택근무만 활성화해도 부모들의 육아는 한층 가벼워진다. 물론 정부와 기업도 이 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면 직원을 제대로 감독할 수 없고 성과가 떨어질 것이란 통념 탓에 현실적으로 확산하질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슷한 저출산 대책만 재탕하고 있다면, 지금까지 그랬듯 ‘출산율 꼴찌’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0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독일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에 따른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 고금리 등 최근 세계 거시경제 악화 영향을 주변국보다 크게 받고 있다. 이 와중에 구조 개혁 등에도 소홀해 최근 연금, 교육 등 사회 각종 분야에서 개혁을 시도 중인 경쟁국 프랑스에 밀리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는 지난해 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업률 또한 41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간 연금 개혁 과정 등에서 강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한때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지만 굴하지 않고 추가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 큰 獨…거시경제 악화 영향 커 독일 통계청은 지난해 독일 GDP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고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독일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3.8%를 기록했다. 2021년 3.2%, 2022년 1.8%로 회복했지만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루트 브란트 통계청장은 “여전히 높은 물가가 경기를 가로막고 있다. 고금리, 국내외 주문 감소 등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제조업 수출에 의존적인 독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도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 위기,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독일 제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2.0%, 제조업 생산은 0.4% 줄었다.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무역이 마비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 독일 경제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최근 약 20%로 4배 이상 늘었다. 연방정부 체제로 각 주(州)의 자치권이 큰 독일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중앙집권적 대통령제인 프랑스는 최고지도자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편이다. 독일은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다 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 진척을 보지 못한단 의미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의 아르민 슈타인바흐 연구위원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에 “독일은 중앙·지방정부를 의사결정에 모두 참여시켜 영원히 토론만 하고 있다. 프랑스는 실행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佛, 연금-노동-교육 등 전방위 개혁 한때 ‘유럽 경제의 모델’로 꼽히던 독일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하자 프랑스식 개혁이 절실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베를린)는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은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했고, 연금·노동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규제를 합리화했다”고 호평했다. 그 결과가 실업률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DW 또한 “예전에는 프랑스가 경제 개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업률이 높아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이젠 이 별칭이 터무니없게 보일 것”이라고 달라진 프랑스를 주목했다. 2017년 집권한 마크롱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자유화, 실업보험 개혁, 연금 수급연령 상향, 기초학력 증진 교육 정책 등을 추진했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스위스 매체 왓슨은 마크롱 대통령이 1년에 한 번씩 해외 대기업을 베르사유궁전으로 초대하는 점에 주목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해외 투자 및 일자리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해 130억 유로(약 19조 원)를 유치하고 화이자, 노키아, 액센추어 등에서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호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노동 및 교육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시장 자유화를 강조하며 “정부는 고용 창출을 장려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고꾸라지자 경쟁국인 프랑스처럼 개혁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과 달리 지난해 경제가 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 프랑스에선 한국에서도 절실한 연금·노동·교육개혁이 속도를 내며 실업률이 41년 만에 최저치를 찍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간 연금 및 이민개혁 과정에서 강한 반대 여론에 지지율이 30%로 떨어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최근 추가 개혁 방침을 내놨다.● “佛, 獨보다 경제 우위”독일 통계청은 지난해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독일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3.8%였다가 2021년 3.2%, 2022년 1.8%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루트 브란트 통계청장은 “여전히 높은 물가가 경기를 가로막았고 여기에 고금리와 국내외 주문 감소가 겹쳤다”고 설명했다.유럽 경제의 모델로 꼽히던 독일 경제가 초라해지자 프랑스식 개혁이 절실하단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경제연구소(DIW베를린)는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이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했고, 연금·노동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규제를 합리화했다”며 “대담한 산업정책의 목표를 제시해 실업률을 꾸준히 감소시키는 등 상당한 수확을 내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도 최근 “예전에는 프랑스가 경제 개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업률이 높아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이젠 이 별칭이 터무니없게 보일 것”이라며 최근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아르민 스타인바흐 연구위원은 DW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뒤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자유화, 실업보험 개혁, 고통스러운 연금 개혁을 추진했고 이제 야심찬 개혁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매체 왓슨도 “마크롱 대통령은 1년에 한 번씩 외국 기업들을 베르사유궁전으로 초대한다”며 “작년 130억 유로(약 19조 원)의 투자를 끌어왔고 화이자 노키아 액센추어 등에서 일자리 8000개를 창출했다”고 했다.마크롱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2차 노동개혁과 교육개혁 방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노동시장 자유화를 강조하며 “정부는 고용 창출을 장려할 것”이라며 “고용 제안을 거부하는 사람에겐 실업 보상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 부채가 佛의 발목”독일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프랑스는 대통령제로 중앙집권적으로 정책을 힘있게 끌고가는데 독일은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다 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 진척을 보지 못 한단 얘기다. 스타인바흐 연구위원은 DW에 “독일은 중앙·지방정부를 의사결정에 모두 참여시켜 영원히 토론만 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실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다만 프랑스 경제 성과를 두고 팬데믹 이후 관광 수입 급증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국가 부채가 놓여있어 이자 상환 때문에 적극적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왓슨은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당선된 뒤 국가 부채가 100% 미만에서 115%로 급증했다”며 “지금 프랑스의 문제는 국가부채”라고 짚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6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 등을 논의했다. 최선희는 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 장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와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이번 회담 의제에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수락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3월 러시아 대선 이후가 유력하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대한 비밀회담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조치도 거부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도 했다. 최선희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방북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대남(對南) 기구 정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선희의 역할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도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향후 최선희가 남측을 상대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민족적 관점을 폐기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에 대외 관계를 담당하는, 우리 외교부 수장 격인 최선희에게 대남 관련 여러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대남 정책·공작 기능을 지닌 통일전선부도 외무성 밑으로 통폐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통전부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나머지 조직들도 개편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협의도 북한 외무성이 주도하며 카운터파트로 우리 외교부에 나오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국가들을 연구해 보니 가족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확산된 곳이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인구전문가 로랑 툴몽 국립인구연구소(INED) 연구실장(사진)은 8일(현지 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INED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유연한 가족제도 확산’과 ‘직장 내 성 불평등 해소’를 한국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툴몽 실장은 “프랑스는 기혼이든 비혼이든 ‘자녀가 있는 가족’이면 동일하게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며 “한국도 비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야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직장 내 성 불평등을 해결하는 게 한국 저출산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상황을 들어보면 (출산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니 애를 낳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여직원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든 탓에 승진, 처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다 보니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는 취지다. 툴몽 실장은 “한국의 경우 여성들이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돌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직장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더라”며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성의 역할이 아직 바뀐 사회에 맞게 변화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남성 직원에게 긴 출산 휴가를 주는 사례를 소개하며 “남자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툴몽 실장은 INED에서만 39년간 출산율의 결정 요인, 비혼 가정의 증가 등 가족 구조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 인구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 저출산 문제에도 조언해왔다. 최근 인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1억 원 이상’을 약속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것을 두고선 “보조금은 저출산 대책의 일부일 뿐”이라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출산을 반등시키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툴몽 실장은 한국의 경우 집값과 사교육비가 결혼과 출산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프랑스에선 큰 문제가 안 된다고도 했다. 취약계층에게도 정책적으로 주택이 공급되기 때문에 집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도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은 국가의 몫’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공교육을 폭넓은 계층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덕분에 사교육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도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