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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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문화 일반24%
인사일반19%
연극16%
사회일반14%
문학/출판11%
음악5%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2%
  • [책의 향기]“임신은 곧 몸의 리모델링”… 모성은 신화가 아니다

    “애를 낳는 게 이렇다는 걸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줬을까요.”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출산 후 만난 산모들로부터 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보다 임신 관련 지식이 풍부한 그 역시 아이를 가진 이후 겪은 신체 변화에 놀란다. 임신선부터 튼살, 탈모에 돌아오지 않는 몸매까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외형의 변화는 일반적인 미적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출산의 배신’은 외형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아가 비집고 들어온 신체 변화는 “9개월짜리 세입자의 엄청나게 요란한 리모델링”에 견줄 만하다. 자궁 용량이 최대 1000배까지 증가하면서 주변의 모든 장기가 영향을 받는다. 신진대사와 혈당 조절 기준도 태아를 위해 변하고, 늘어난 자궁으로 인해 폐의 부피마저 달라진다. 이 책은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시각에 초점을 맞춰 임신, 수유, 양육 등 출산의 모든 과정을 풀어낸다. 사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임신부의 고충이나 개인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 저자는 자신의 출산 경험에 의학적 관점을 함께 제시하며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임신 중 몸의 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늘면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임신의 예측 불가능성도 여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임신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할 때 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저자는 이를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비유하는데 “삼신할미의 카페는 영업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언제 여닫는지도 알 수가 없어 방문할 때마다 허탕을 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우리는 유산이나 난임 등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왜 하필 내가?”와 같은 의문을 갖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확실성을 견디되 자신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어머니다움이 지나치게 이상화된 ‘모성 신화’ 역시 출산의 배신 중 하나다. 어머니는 지극히 헌신적이고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는 모성 신화는 임산부 입장에서 숨이 막힐 수 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임신의 생물학적 책임을 거의 대부분 여성이 짊어진다. 그러나 태어난 자식을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떠넘기지 않고 아빠가 나서도록 육아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출산과 양육이 “숭고한 모성의 완성도, 몸과 마음을 희생하는 비극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심각한 요즘 출산에 대한 신화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젊은층이 출산을 꺼리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이야기는 저출산 정책 보고서 이상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친모는 여전히 아기에게 최선의 옵션이지만,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라는 지적은 남성들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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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심삼일, 게으른 성격 탓 아닙니다”

    “꾸물거림은 게으름이 아닌 감정 조절의 문제입니다.” 신간 ‘나는 왜 꾸물거릴까’의 저자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55·사진)는 꾸물거리는 행동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와 연세대 상담심리연구실 연구팀은 해외 최신 연구 결과와 참고문헌 등을 바탕으로 꾸물거리는 사람들의 성향을 5가지로 분석했다. 이 책에서는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지연 행동을 ‘꾸물거림’으로 표현했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다섯 가지 감정적 성향으로 인해 꾸물거린다. △비현실적 낙관주의 △자기 비난 △현실 저항 △완벽주의 △자극 추구 등이다. 교수는 “시중 자기계발서에서는 25분간 집중하고 5분간 쉬라는 등의 다양한 해결책을 알려주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결심이 오래가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마다 꾸물거리는 이유가 다른데 획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는 자신이 할 일의 예상 소요 시간을 과소평가한다. 실제로 10시간 걸릴 과제를 “2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면서 미루는 것이다. 반대로 완벽주의형은 2시간 걸릴 과제도 10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시작할 엄두를 못 낸다. 이 교수는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해결책을 찾는 것이 꾸물거리는 습관을 고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한 이 교수는 우울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꾸물거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늦게 일어나고, 집을 안 치우고, 운동도 안 하는 등 기본적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 설명했다. 할 일을 하지 않고 꾸물대며 불안에 시달리고, 심지어 심혈관계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꾸물거림에 대해 깊이 연구하다 보니 이 교수 자신은 일의 마감 기한을 늘 이틀 앞으로 생각하는 자신만의 ‘D-2 데드라인’을 갖고 생활하게 됐다. 이 교수는 꾸물거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시도가 작심삼일이 돼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일을 할 때 우리 몸에선 스트레스 방어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유효 기간이 통상 3일”이라며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꾸물거림을 차츰 고쳐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말 일을 미루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일단 15분이라도 해라”라고 조언한다. 드라마를 보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은 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소용없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맘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고요? 그때는 오지 않아요. 일단 15분이라도 해보면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집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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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굴렁쇠… 첫 스마트폰… 50년 안돼도 ‘예비문화유산’

    앞으로 서울 올림픽 개막식 굴렁쇠나 최초의 스마트폰처럼 생긴 지 50년이 안 되더라도 보존 가치가 크면 문화유산에 준해 국가가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제작 또는 형성된 지 50년이 안 된 문화유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올 9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공포된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개항기 전후부터 현재까지 형성된 문화유산 중 역사·예술·사회적 가치가 인정돼 보존할 필요가 있는 유산을 말한다. 기존 근현대 문화유산을 관리할 때는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50년 미만의 유산은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지 50년이 되지 않았어도 보존 또는 활용 가치가 높은 유산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때 사용된 굴렁쇠나 피겨 선수 김연아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신은 스케이트, 국내 최초 스마트폰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소유자로부터 예비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조사,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비문화유산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선정된 문화유산은 보존, 활용에 필요한 기술 및 교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올 5월 예비문화유산 선정을 위한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통해 근대뿐 아니라 현대 문화유산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해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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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연구자가 쓴 소설… “청춘들도 고전 재미 느끼게 판타지 결합”

    ‘소설 연구자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윤채근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58·사진)가 최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전환담(古傳幻談·오래된 괴상한 이야기)’ 집필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됐다. 신간은 윤 교수가 2017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신동아에 연재한 26편의 글들을 묶어낸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이다. 한문소설을 전공한 윤 교수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도록 사료를 기반으로 상상을 적절히 결합했다. 책의 첫 장 ‘왜장 와키자카의 고백’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에게 대패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와키자카는 이순신에 대한 증오와 존경이 담긴 회고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묘지에 이순신의 친필 칠언시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와키자카가 이를 가토의 영전에 바쳤다는 상상력을 가미했다. 윤 교수는 “한산대첩은 일본에 처음으로 ‘우리가 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을 준 전쟁이었다”며 “당시 적장이던 와키자카를 통해 이순신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칭 ‘판타지 덕후’라는 윤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재미있게 고전을 전달하기 위해 내게 가장 익숙한 판타지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책의 ‘식인귀와 함께 걷는 길’ 편에서는 채제공(1720∼1799)이 지은 협객 이야기 ‘이충백전(李忠伯傳)’을 좀비 이야기로 풀어냈다. ‘세종,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편에서는 정의공주가 막내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아버지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에 기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종대왕이 텔레파시로 백성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충을 감지했다는 설정이 들어갔다. 윤 교수는 “10여 년 전 연구년을 내고 1년간 인도 승려가 대륙을 횡단하는 내용의 장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이전에 써놓은 장편소설들을 손질해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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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기 사찰 양식’ 문수사 극락보전 보물지정 예고

    17세기 사찰 양식을 대표하는 충남 서산 문수사의 극락보전(사진)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충남도 유형문화재인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16일 예고했다. 문수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극락보전은 1630년대에 중건(重建)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 영조 대인 1728년에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닫집’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내부 중앙에 불상을 모시는 불단을 두고, 뒤쪽에는 벽을 조성해 조선 중기 이전의 구성 양식을 보이는 등 17세기 중건 당시의 형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락보전은 17세기 양식의 단청 무늬와 채색이 주요 부재에 남아 있고, 이후 시기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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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녀… 김소사… 독립운동 한가운데 이름 없는 여성들 있었다

    ‘늙은 부인들은 발을 구르며 남자들의 기개가 부족함을 통매(痛罵·몹시 꾸짖음)했다. 이들은 “일제히 광주로 가서 매 맞고 굶어 죽는 한이 있을지라도 우리를 위해 일하다 철창에서 신음하는 동지와 같이 하자”고 말했다.’ 1925년 10월 23일자 동아일보 5면에 실린 전남 무안군 도초도(현 신안군 도초도) 소작쟁의 사건 기사 중 일부다. 일본인과 조선인 지주들이 소작료를 터무니없이 올려 섬 주민들이 반발하자, 일제는 주동자 20여 명을 체포하는 등 강제 진압에 나섰다. 이에 도초도 주민 200여 명이 나룻배를 타고 목포경찰서까지 몰려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찍힌 시위대 사진에서 맨 앞줄에 앉은 이들은 모두 한복 치마를 입은 중년 여성들이다. 이들은 광주형무소에도 주민들이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하자”며 강하게 맞섰다.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부상자가 여럿 발생했는데, 이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중상자 명단에는 ‘김성녀(金姓女·김씨 성을 가진 여성)’ ‘김소사(金召史·김씨 성의 과부)’ 등 이름 없는 50, 60대 여성 3명이 포함돼 있다. 백정 해방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봉건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있던 1920년대에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가보훈부의 국내 항일운동 서훈자 3060명 중 농민 여성은 2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았으리라는 추정이 나온다. 독립기념관과 한국역사연구회, 역사공장이 공동 발간한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시리즈(전 5권·사진)가 최근 완간됐다. 독립기념관은 2019년 ‘3·1운동에 앞장선 여성들’을 시작으로 항일 무장투쟁, 국내 사회운동, 국외 한인사회, 여성단체를 주제로 한 단행본을 매년 한 권씩 펴냈다. 공동 저자 13명이 집필한 다섯 권을 통틀어 총 10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등장한다. 여성들의 항일운동은 뭍에만 그치지 않았다. 1931년 12월∼1932년 1월 제주도 내 어촌마을 6곳의 해녀 약 1만7000명도 공동 항일투쟁을 벌였다. 일제의 어업령에 따라 설립된 해녀조합에서 감태와 전복 값을 강제로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일경에 맞서 호미와 빗창을 휘두르고, 주동자를 체포하러 온 배를 에워싸며 시위를 벌였다. 이 중 100여 명이 일제에 검거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제주 해녀들의 집단행동은 최대 규모의 항일 여성운동이었다. 그러나 항쟁을 주도한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세 해녀만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시리즈 전반을 기획한 이지원 대림대 교수(한국근현대사)는 “독립운동 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일제의 재판 기록으로 확인된 여성 독립운동가 자료는 남성보다 적다”며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이나 아들을 지원한 경우 ‘사적 영역’으로 취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에선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의 딸로만 여겨졌던 여성 광복군의 활약상도 새롭게 조명됐다. 예를 들어 지복영은 교과서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의 딸로만 간략히 언급돼 있지만 그는 여군으로서 항일 무장투쟁에 참여했다. 16세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만주로 온 오희영은 지복영과 함께 적진 부근에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한승훈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여성 광복군은 30여 명이지만 증언 등을 토대로 보면 100여 명의 여성이 광복군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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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열강이 그린 지도 속 독도, 日해양경계선 바깥에 위치”

    “서양 지도를 탐구하면 제3국이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문화복합공간 순화동천에서 만난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57·사진)의 말이다. 이날은 독도재단과 한국해연구소가 함께 연 ‘해양 경계선이 그려진 고지도 속 독도’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 전시에서는 이 소장이 모은 서양 10여 개국의 지도 24점이 공개됐다. 모두 1870∼1910년대 영국, 독일, 튀르키예, 미국 등에서 제작된 지도들이다. 1870년대는 이양선(조선 후기 한반도 바닷가에 나타난 서양의 배)이 한국에 드나들면서 서양이 독도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시기다. 이 소장은 “당시 지도들을 확인해 보니 공통적으로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었다”며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도 독도를 대한제국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가 모은 고지도들은 대부분 각 나라가 인정한 교과서용 지도이거나, 명성 있는 지도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소장은 지도 제작 업체의 온라인 아카이브 등을 뒤져 지도를 찾아냈다. 가령 1901년 독일에서 제작된 ‘슈틸러 교육용 지리부도’ 내 아시아 지도에는 독도와 불과 87.4km 떨어진 울릉도가 명백히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다. 독도가 너무 작아 지도에 직접 표시되진 않았지만, 울릉도 바로 옆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도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1877년 미국 아돌프 폰 슈타인베어가 제작한 ‘아시아의 자연 및 정치 지도’, 1905년 튀르키예에서 메흐메드 렘지가 제작한 ‘군사학교용 지리부도’ 등에서도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는 일본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이 소장은 독도에 대한 제3국의 시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이 아닌 나라들의 고지도를 모았다. 해양 경계선을 근거로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찾기 위해서다. 이 소장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지리적 인식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독도 문제를 다룰 때 한국과 일본의 고지도뿐 아니라 제3국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소장은 “앞으로 과거 서양 지도 제작자들이 왜 독도를 일본 해양 경계선 바깥으로 그렸는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자료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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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통서 주운 ‘프렌즈’ 대본 3700만원에 팔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대본이 폐기 직전 발견돼 경매에서 2만2000파운드(약 3700만 원)에 낙찰됐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경매사 핸슨 로스가 진행한 경매에서 26년 전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프렌즈 대본이 2만2000파운드에 팔렸다. 예상가 600∼800파운드(약 100만∼134만 원)를 크게 웃도는 액수로, 낙찰자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본은 프렌즈 시즌4의 2부작 에피소드 ‘로스의 결혼식’이다. 1998년 영국의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끝난 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버려졌지만 촬영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직원이 쓰레기통에서 대본을 주워 보관했다. 1999년 퇴사한 직원은 집으로 대본을 가져갔는데, 20년 후 이사 청소를 하던 중 잊고 있던 대본을 발견해 경매에 내놨다. 경매업체는 “(대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며 “프렌즈 마지막 에피소드가 20년 전인 2004년 방영됐지만 수백만 명이 여전히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프렌즈’는 10년간 10시즌에 걸쳐 방영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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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탑건3’ 제작 확정… 톰 크루즈 주연 맡을듯

    톰 크루즈(사진) 주연의 영화 ‘탑건3’의 제작이 확정됐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현재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3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탑건: 매버릭’(탑건2)의 공동 각본가였던 에런 크루거가 시나리오 작업을 맡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탑건3 출연을 최종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그가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사인하기까지 절차 몇 가지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2022년 개봉한 탑건2는 1986년 개봉한 탑건의 속편이다. 톰 크루즈는 전편과 속편 모두 주인공 매버릭을 연기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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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가 사랑한 일본… 흔적이 된 아름다움을 추억하며

    “속세를 뒤로하고 마법의 영역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 미국인인 저자는 일본 시코쿠의 이야계곡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저자는 1970년대 도시화로 인해 우후죽순 생겨난 이 일대의 빈집을 백 군데 넘게 탐험한 뒤, 자신의 마음에 꼭 들어온 가로 네 칸, 세로 여덟 칸의 집을 구입한다. 오래된 톱, 바구니, 바가지 등 사소한 가재도구마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빈집에서 일본의 옛 모습이 묻어난다. 집에 남겨진 젊은 여성의 일기에선 도시화에 목말라 있던 일본의 상황이 잘 드러난다. 1950년대 조부모와 함께 살던 여성은 집 내부의 우울함과 어두움, 도시에 대한 동경을 글로 표현했다. 결국 여성은 가출을 선택하고, 조부모는 문에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부적을 거꾸로 붙인다. 인구 감소로 인해 농촌 곳곳의 슬럼화를 겪고 있는 한국을 생각하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책은 단순한 외국인의 일본 탐방기가 아니다. 저자는 열두 살이었던 1964년 해군장교 아버지를 따라 처음 일본에 왔다. 일본의 옛 가옥에 매료된 저자는 미국 예일대에서 일본학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국학을 전공했다. 1977년부터는 가메오카시에 살며 동아시아 미술품 수집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도 직접 일본어로 썼다.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최고 논픽션 작품에 주어지는 신초학예상도 받았다. 책은 서양인이 느끼는 일본에 대한 경외심과 비판, 빛과 어둠 등 양면을 고르게 담고 있다. 이야계곡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도, 동화 속 어두운 면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환경 파괴에 대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제 세계에서 가장 추한 나라가 됐다”고 말한다. 또 “탑처럼 정교한 형식을 쌓은 일본은 사회가 순하게 굴러가는 모양새지만, 그 속에는 타인에 대한 짜증과 질시가 숨겨져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저자는 변해가는 일본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애정을 가질 계기를 번번이 새롭게 발견한다. 가부키 배우 다마사부로를 만난 뒤 몇 년간 가부키 극장만 들락거렸고, 다도와 서예 등으로 관심사를 확장해 나간다. 저자는 이에 대해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마다 귀신의 손가락이 나를 잡아끈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일본에 대한 그의 애착이 귀신의 손가락을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는 미술품 수집가가 된 과정도 설명한다. 처음 산 빈집을 민속박물관처럼 꾸미고, 누구도 눈독 들이지 않았던 미술품을 싼값에 사 모은다. 값나가는 수집품을 사기 위해 지인들에게 갖고 있던 것들을 팔다 보니 어느새 미술품 거래상이 됐다. 저자는 “일본인들의 아시아 미술에 대한 무관심 덕에 수집품을 늘려갈 수 있었다”며 한탄 섞인 너스레를 떤다. 일본을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게 여기는 한국인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차분히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일본의 사라져가는 전통을 붙잡고 싶은 묘사 가득한 문장은 읽고 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일본의 흔적을 일본인보다 깊게 따라가며 추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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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한도-수월관음도… 4개월 특별한 외출

    외딴 토담집 한 채를 둘러싼 소나무와 잣나무 네 그루. 화려한 배경도 고운 색깔도 없는 메마른 붓질에서 겨울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지에서 1844년에 그린 국보 ‘세한도(歲寒圖)’다. 자신에게 매년 책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1804∼1865)의 곧은 인품을 소나무에 빗대 그렸다. 힘찬 가지와 독야청청한 솔잎은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가리라는 강한 의지로 다가온다. 세한도를 감상한 청나라 문인 조무견(?∼1853)은 “푸르름이 동심(冬心)을 품고 꿋꿋이 서리와 눈에 굽히지 않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2020년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가 기증한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이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해 11일 특별 공개했다. 기증 직후인 2020∼2021년에 개최한 기획전 이후 3년 만의 공개다. 이번 기념전에는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일본에서 사들여 2016년 기증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도 선보인다. 달 뜬 밤, 연못가에 앉은 관음보살이 선재동자의 방문을 받는 장면을 금니(金泥)로 비단 위에 그린 불화다. 관세음보살이 걸친 법의(法衣)와 사라(紗羅·얇은 비단)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가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 그린 수월관음도는 국내외를 통틀어 40여 점에 불과할 정도로 귀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 단장을 마친 기증관에는 세한도, 수월관음도 외에도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 ‘이항복필 천자문’ 등 총 1671점의 문화유산이 전시됐다. 앞서 박물관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기증관 개편 사업을 진행했다. 2005년 서울 용산으로 박물관을 옮긴 뒤 기증관을 개편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혜경 세계문화부 학예연구관은 “이곳에 기증된 문화유산들은 기증자가 조건 없이 국민들에게 내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는 인공지능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 구성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세한도와 수월관음도는 5월 5일까지만 전시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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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강남 방향은 무료

    앞으로 남산 1·3호 터널을 도심 방향으로 진입할 때만 ‘혼잡통행료’를 내게 된다. 터널을 지나 강남 방향으로 빠져나갈 때는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1996년 통행료가 도입된 지 28년 만이다. 서울시는 “이달 1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통행료를 도심 방향만 2000원 받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강남 쪽으로 나가는 외곽 방향은 통행료를 면제하되, 도심 방향만 기존 금액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는 이번 정책을 위해 지난해 전문가 자문회의와 공청회, 서울시 교통위원회 심의 등 행정 절차를 마쳤다. 시에 따르면 도입 후 교통량 감소 효과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 상승 폭을 고려할 때 2000원으로는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외곽 방향 차량까지 통행료를 걷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시는 지난해 3∼5월 통행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첫 1개월간은 도심 외곽 방향으로 나가는 차량에만 통행료를 면제했다.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5.2% 증가했지만, 터널 주변 도로에서는 큰 혼잡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이후 1개월간 양방향 통행료를 모두 면제하자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12.9% 늘고, 소공로와 삼일대로 등 도심 주요 도로 통행속도도 최대 13%까지 떨어졌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외곽 방향은 한남대교 확장 등 도로 여건이 개선돼 통행료 징수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징수 효과가 뚜렷한 도심 방향만 통행료를 계속 걷기로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인근에 거주하는 종로·용산·중구민에 한해 통행료를 완전히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통행료 폐지를 요구하는 거주민들의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특정 지역 주민의 통행료 부담을 면제하려면 조례 개정이 필요한 데다, 상반기 선거가 예정돼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또 강제 징수 성격을 띠는 기존 명칭 대신 ‘기후동행 부담금’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교통량 억제를 위해서는 통행료를 2000원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장기적으로 도심 방향 요금 인상도 검토할 계획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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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 10만명 찾아

    세계 최초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서울경제진흥원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콘에 10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58개 국가의 인플루언서 3100여 팀이 한국을 방문해 △페스티벌 △콘퍼런스 △콘텐츠·패션·뷰티 △공연·엔터테인먼트 등 4가지 분야 28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23 서울콘×월드케이팝 페스티벌’에서는 인플루언서와 각국의 K팝 팬 4000여 명이 참여해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다. 필리핀 가수 겸 배우 크리스텔 풀가, 인도 차세대 배우 아누슈카 센 등 인플루언서 6명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직접 참여해 종을 울렸다. 합산 구독자 수가 1억4000만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들의 개인 채널을 통해 한국의 새해 타종 행사가 전 세계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프로게임단 T1의 팬 초청 행사 ‘T1 콘(T1 CON)’의 열기도 뜨거웠다. T1은 지난해까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번째 우승컵을 차지한 팀이다. T1 선수들은 온라인 2600명, 오프라인 1800여 명의 팬들과 만나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열린 ‘K뷰티 부스트 위드(with) 누리라운지 크리에이터’ 행사도 K뷰티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36개국의 인플루언서 150여 명이 참여해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소개했다. 이날 전 세계 글로벌 인플루언서 간의 네트워킹 파티도 진행됐다. 또 이틀간 진행된 ‘K팝 랜덤 플레이 댄스 챌린지’는 관객 2만여 명이 관람했다. 서울시는 서울콘 개최를 계기로 1인 미디어 산업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참여한 인플루언서들과 계속 소통해 서울 소재 기업들과 연결시키는 등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매칭’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는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형성된다면 향후 잠재적인 한국 제품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서울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문화를 전파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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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후 하수관로 점검해 지반 침하 막는다”

    “하수관이 노후화되거나 나무뿌리 등에 의해 손상되면 지반 침하(땅꺼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 서울시 안준회 물재생계획과 하수정비팀장이 하수구 맨홀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광조끼를 입은 작업자가 모니터에 달린 방향키를 조작하자 약 200m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된 자동차 모양 폐쇄회로(CC)TV가 하수관로를 움직이며 내부를 촬영했다. 지상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하수관로 내부 상황은 고화질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안 팀장은 “하수관로에 갈라짐이 있는지, 이음부가 정상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등을 살펴 보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꺼짐 발생지 인근 하수관로 135km 조사 서울시는 2021년 이후 최근 3년간 하수도 문제로 땅꺼짐이 발생한 지역 27곳에 있는 하수관로 135km를 지난해 12월부터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날 점검한 롯데호텔 앞 하수관로 인근은 2021년 8월 폭과 길이 각각 0.1m, 깊이 1.5m 규모의 땅꺼짐이 발생한 곳이다. 안 팀장은 “한 번 하수관로 때문에 땅꺼짐이 발생한 곳은 재발할 우려가 있어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판독을 통해 파손, 구부러짐 등을 점검해 하수관로를 1∼5등급으로 매긴다. 4, 5등급의 경우 부분 또는 전체 보수를 시행한다. 하수도 손상은 땅꺼짐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낡은 하수도에서 물이 새 주변의 흙이나 암석을 침식시켜 땅꺼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2015∼2023년 9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땅꺼짐 209건 중 하수도 관련이 51.2%(107건)였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배수 설비 문제로 인해 폭 6m, 길이 5m, 깊이 3m 규모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손상 가능성이 큰 노후 하수관로가 많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2021년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하수도 1만827km 중 내구연한 30년을 넘긴 노후 하수관로는 55.3%(5995km)에 달한다. 2015∼2019년 시는 이 중에서 5743km를 조사해 보완이 필요한 312km를 정비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내구연한이 도래하는 하수도 약 150km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꺼짐 예방 위해 ‘지하 공간’ 조사 강화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땅속 빈 곳을 뜻하는 ‘지하 공동(空洞)’ 조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내 1만8280km를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공동 6394곳을 발견해 복구했다. 조사 연장 1km당 공동 발견율은 0.61개(2014년)에서 0.23개(2023년)까지 떨어졌고, 2016년 57건까지 발견됐던 땅꺼짐도 지난해 22건으로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을 발견해 채움재를 넣어 보수하는 등 예방 활동을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부터 해빙기 및 우기에 이뤄지는 ‘지반 침하 우려 구간 특별점검’ 구간을 연 5000km로 확대한다. 기존에 비해 10배 늘어난 규모다. 집중호우 시 침수 구간, 노후 상·하수관, 지하철역, 침하 이력이 있는 지역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탐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도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도로 밑을 분석해 공동을 찾아내는 지표투과레이더(GPR) 차량도 3대에서 5대로 확대한다. 이르면 올 8월 서울시 전역의 땅꺼짐 위험을 포착할 수 있는 ‘위험지도’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지하 시설물과 지질, 지하수 등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한 ‘통합 지하 안전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실시간 공동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2029년까지는 서울 전역에 지하수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우물 250개 등 관측망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수 수위 변동을 탐지해 GPR 차량이 못 찾아내는 위험도 더욱 세밀하게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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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제야 행사 10만명… “새해엔 모두 빛나길”

    “3,2,1! 올해도 다들 행복합시다!”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2024년 갑신년 새해 첫날을 약 10초 남긴 채 보신각 일대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각자 휴대전화 플래시로 하늘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2024년 갑신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환호 소리가 튀어나왔으며, 보신각에서는 시민대표 등 22명이 함께 모여 33차례 타종을 시작했다.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도 카운트다운과 함께 초대형 조형물 ‘자정의 태양’이 화약 1000구를 터뜨리며 웅장한 빛을 발산했다. 폭죽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함께 온 가족을 껴안으며 “올해도 건강하자” “원하는 거 모두 다 이루자” 등의 덕담을 나눴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영상 통화를 하며 멀리 떨어진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보신각 타종 행사을 함께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는 김여주 씨(52)는 “우리 가족 모두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2024년 갑진년 새해를 알리는 ‘2023 제야의 종‧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가 1일 0시 서울 보신각과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개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스크 없이 맞이하는 첫 신년 행사였던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는 약 10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약 6만 명)의 2배 수준의 인파가 몰린 것이다.● 용띠 청년들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지난해 12월 31일 오후부터 세종대로 일대는 신년 행사를 보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보신각 앞도 가족이나 친구와 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버지의 손을 잡은 채 보신각을 방문한 조하준 군(8)은 “오늘 밤 종이 울릴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여자친구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용띠’ 군인 김종환 씨(23)는 “청룡의 해라고 하니 올해는 정말 ‘우리의 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확히 1년 후인 12월 31일 제대인데,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용띠인 여자친구 윤지원 씨(23)도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인 만큼, 안 해봤던 걸 시도하고 싶다”고 전했다.1일 0시 정각에 시작된 보신각 타종 행사에는 온라인 공개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대표 12명과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 오세훈 서울시장 등 22명이 참여해 33번에 걸쳐 종을 울렸다. 시민 대표로는 △서현역 ‘묻지 마 칼부림’ 피해자를 구한 의인 윤도일 씨 △매장 밖 쓰러진 노인을 구한 안경사 김민경 씨 △교통사고로 타계한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부인 김정명 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김정자 씨 등이 참여했다.이날 행사에선 세종대로 사거리에 서울시가 설치한 ‘자정의 태양’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름 12m, 무게 2.5t 규모로 설치된 이 조형물은 타종 소리와 함께 대형 크레인 4대에 의해 솟아오르며 일출 모습을 연출했다. 자정의 태양이 15m 상공까지 올라간 뒤 화약 1000구를 터뜨리며 2분 30초간 웅장한 빛을 뿜어내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서울시 안전관리 총력경찰과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7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KT빌딩~청계광장 교차로 구간)와 새문안로·종로(새문안교회~종로1가 사거리) 전 차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오후 3시부터는 청계천로(청계광장~청계2가 교차로), 우정국로(공평 사거리~광교 사거리), 무교로(시청뒷길 교차로~무교동 사거리)까지 전면 통제가 이뤄졌다.10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경찰과 서울시는 안전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은 서울 종로·남대문경찰서 450명, 경찰관 기동대 34개 부대 등 249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2배 규모인 1100여 명을 안전요원으로 배치했고, 행사 현장에 응급 의료 인력이 상주하는 부스 9개 동과 한파 쉼터 6개 동 등을 운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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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안부 “전산망 장애, 개발 오류-작업 실수 탓”… 결국 인재

    지난달부터 연이어 발생한 행정전산망 시스템 장애가 외부 해킹이 아닌 개발 오류, 작업자 실수 등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시스템 특별점검’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해 총 6개 팀 86명으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민등록통합행정시스템 △모바일 신분증시스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조달청 나라장터 등 지난달 발생한 정부 전산 시스템 오류 4건의 원인을 조사했다. 지난달 22일 20분가량 접속 지연을 일으켰던 주민등록통합행정시스템은 ‘개발 기능 오류’로 결론이 났다. 이날 브리핑에 민간 전문가로 참석한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용량이 큰 콘텐츠를 동시에 열람할 때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했고, 이 때문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약 8시간 43분가량 서비스가 중단됐던 모바일 신분증시스템은 작업자의 실수가 원인으로 파악됐다. 모바일 신분증 클라우드 플랫폼과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설정 과정에서 작업 미숙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14분간 장애가 발생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침입방지시스템(IPS)은 유지보수 업체가 하드디스크 불량을 알면서도 점검장비를 연결해 대량의 데이터 입출력을 발생시킨 결과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정부는 나라장터 장애 발생 당시 일부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사이버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은 “전체 트래픽에서 0.5%에 해당하는 사이버 공격이 있었지만 시스템 장애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별점검에 참여한 류재철 충남대 컴퓨터융합학부 교수는 “정부 정보시스템 장애가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과 ‘국가 사이버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포함되지 않은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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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CCTV 절반이상, 지능형으로 바꾼다

    서울시가 2026년까지 시내 폐쇄회로(CC)TV 16만 대 중 약 8만5000대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지능형 CCTV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원·등산로 등에 설치된 CCTV를 지능형으로 전환해 ‘묻지 마 범죄’를 예방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능형 CCTV는 보행자의 배회, 쓰러짐, 폭행 등 이상 움직임을 자동으로 감지해 관제센터에 알려준다. 시 관계자는 “영상은 서울시 안전통합상황실과 112·119상황실로 동시에 전송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2026년까지 시와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 8만5000여 대를 지능형 CCTV로 전환할 방침이다. 내구연한(7년)이 지났거나 130만 화소 미만인 노후 CCTV 1만5000여 대를 먼저 지능형 CCTV로 교체한다. 나머지 7만여 대는 2026년까지 523억 원을 투입해 지능화할 방침이다. 또 새로 설치하는 CCTV는 모두 지능형으로 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능형 CCTV 1만657대를 확충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CCTV가 없는 ‘공원·등산로 진출입로’에 4317대, 범죄 발생률이 높거나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주거·상업지역’에 6000대, ‘하천변·산책로·한강’에 340대 등이다. 또 △안전 취약 △지능형 CCTV 설치율 △CCTV 노후화 비중 △자치구 재정자립도 등 지역별 환경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올 10월에도 각 자치구에 특별조정교부금 512억 원을 지원해 구별 계획에 따라 지능형 CCTV 5515대를 신규 설치한 바 있다. 김진만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CCTV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기본적이고 확실한 치안망”이라며 “치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무차별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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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안부 “전산망 장애, 해킹 무관…장비 장애-작업 미숙이 원인”

    지난달부터 연이어 발생한 행정전산망 시스템 장애가 외부 해킹이 아닌 개발 오류, 작업자 실수 등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시스템 특별점검’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해 총 6개팀 86명으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민등록통합행정시스템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조달청 나라장터 등 지난달 발생한 정부 전산 시스템 오류 4건의 원인을 조사했다.지난달 22일 20분 가량 접속 지연을 일으켰던 주민등록통합행정시스템은 ‘개발 기능 오류’로 결론이 났다. 이날 브리핑에 민간 전문가로 참석한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용량이 큰 콘텐츠를 동시 열람할 때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했고, 이 때문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했다.지난달 24일 약 8시간 43분 가량 서비스가 중단됐던 모바일신분증 시스템은 작업자의 실수가 원인으로 파악됐다. 모바일 신분증 클라우드 플랫폼과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설정과정에서 작업 미숙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지난달 29일 14분 간 장애가 발생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침입방지시스템(IPS)은 유지보수 업체가 하드디스크 불량을 알면서도 점검장비를 연결해 대량의 데이터 입출력을 발생시킨 결과로 조사됐다.다만 정부는 나라장터 장애 발생 당시 일부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에서 사이버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전체 트래픽에 0.5%에 해당하는 사이버 공격이 있었지만 시스템 장애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입찰 참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접속하는 바람에 동시 접속자 수를 초과했다는 것이다.특별점검에 참여한 류재철 충남대 컴퓨터융합학부 교수는 “정부 정보시스템 장애가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과 ‘국가 사이버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포함되지 않은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다음 달 말까지 특별점검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향후 재발을 막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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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지키는 헌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2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해양경찰 여러분의 노고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각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 11명을 선정했습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국민 위한 헌신-봉사’ 수상자 명단 ● 대상(상금 3000만 원)윤종탁 경감(서울경찰청 송파경찰서)●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각 2000만 원)문기호 중령(국군의무사령부)김창곤 중령(육군 32보병사단)백성욱 경위(전북경찰청 서해지구대)양승춘 소방경(경기소방본부 성남소방서)이종욱 소방위(인천소방본부 중부소방서)김건남 경감(동해해양경찰청 포항해양경찰서)● 위민경찰관상(상금 각 1000만 원)신영환 경위(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이재원 경장(서울경찰청 문정지구대)● 위민소방관상(상금 1000만 원)신현혁 소방위(경기소방본부 안성소방서)● 위민해양경찰관상(상금 1000만 원)주진홍 경위(남해해양경찰청 수사과) 마약조직-음주운전자 붙잡다 부상 입고도 끝까지 검거 위민경찰관상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 신영환 경위(41)는 지난해 10월∼올해 9월 독일에서 엑스터시,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제 우편으로 밀반입해 서울 대구 경남 등 전국의 외국인 출입 유흥업소에 유통한 밀수조직 총책 등 51명을 일망타진했다. 또 올 3월 외국인 신분증 위조 사범 검거 중 달아나는 피의자를 붙잡으려다 우측 아킬레스건 파열 등 전치 29주의 상해를 입었음에도 퇴원 즉시 현장에 복귀해 수사와 재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문정지구대 이재원 경장(36)은 지난해 12월 음주 측정에 불응하는 피의자를 검거하려다 도주하는 피의자 차량에 치여 어깨와 목에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도주를 막고 피의자를 붙잡았다. 당시 그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가 끝나기도 전에 현장에 복귀했다. 이 경장은 “앞으로도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동료 3명 순직후 PTSD 딛고 현장에 자진 복귀 위민소방관상 안성소방서 신현혁 소방위(44)는 지난해 1월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내부에 고립됐다.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호스를 붙잡고 탈출하다가 화염이 폭발하며 몸이 튕겨져 나갔다. 당시 부상을 입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동료 3명의 순직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신 소방위는 공무상 요양 기간이 채 끝나기 전인 지난해 9월 자진해서 업무에 복귀했다. 신 소방위는 “평택 화재 당시 투입된 모든 팀원을 대표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1월 용인소방서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한 신 소방위는 18년간 여러 사고 현장에서 활약했다. 2019년 9월 경부고속도로 4중 추돌 교통사고 때는 차에 하체가 끼인 운전자를 구조하기도 했다.마약 조직 29명 체포… 검거 중 흉기에 부상 입기도 위민해양경찰관상 남해해양경찰청 주진홍 경위(41)은 2021년 11월 부산 중구 부둣가에서 “낚싯줄에 걸린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 일회용 주사기가 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은 후 마약류 범죄라는 걸 직감했다. 이후 끈질기게 수사한 끝에 올 2월 마약류 투약 및 투약장비 해상투기 피의자 2명을 검거했다. 또 후속 수사를 이어가 폭력조직 부두목 등 조폭 5명과 운반책, 알선책 등 일당 29명을 일망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당하면서도 끝까지 제압하는 투혼을 보였다. 주 경위는 2021년 1월 부산신항에 입항한 라이베리아 국적 컨테이너선에서 3일간 숙식하며 시가 1050억 원 상당의 코카인 35kg(약 100만 명 투약분)을 적발하기도 했다. 올해로 16년 차 해경인 주 경위는 “마약류 사범 척결에 힘을 보탰다는 사실만으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지뢰에 발목 부상 병사, 절단 않고 17시간 수술로 재건 제복상 문기호 중령 지난해 10월 표정호 병장이 국군수도병원으로 실려 왔다. 표 병장의 오른쪽 발뒤꿈치는 지뢰 사고로 완전히 절단된 상태. 이 경우 발목 전체를 절단해야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 문기호 중령(40·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 외상제2진료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뒤꿈치를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뼈와 인대를 이식하고 허벅지 근육을 떼어내 뒤꿈치를 재건하는 수술은 17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과는 대성공. 예비역이 된 표 병장은 현재 제자리 뛰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문 중령은 올해 10월엔 왼쪽 다리 대퇴부 동맥 등이 파열돼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이었던 민간인을 대상으로 수액줄로 파열된 혈관을 잇는 고난도 수술을 실시해 다리를 지켜냈다. 2019년 한 병사에게 국내 최초로 실시해 성공한 방법을 적용해 성공시킨 것. 그는 2011년 GOP(일반전초)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한 것을 시작으로 장기 복무로 전환해 군 의료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군대에 있으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의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군인들이 전투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의무부대 등 지원 부대원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한다”고 했다. 서해 선박 밀입국 시도 중국인 22명 체포작전 지휘 제복상 김창곤 중령 올해 10월 3일 오전 1시 47분경.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남서쪽으로 19km 떨어진 해상에 있던 수상한 선박 한 척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육군 32사단 제7해안감시기동대대장으로 현장 지휘관인 김창곤 중령(40)은 레이더운용병 등을 통해 즉시 보고받은 후 부대 지휘통제실로 달려갔다. 김 중령은 폐쇄회로(CC)TV 등 각종 감시 장비로 어선 밀착 추적에 나섰고, 기동타격대 병력을 대천항 접안 지역으로 즉각 출동시켰다. 해경과 경찰에 상황을 전파한 후 협조를 요청하는 등 작전 전반을 지휘했다. 그 결과 이날 새벽 어선을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22명 중 21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나머지 1명도 해경, 경찰 등과 연계해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김 중령은 지난해 12월 창설된 7해안감시기동대대의 초대 대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번 밀입국 시도자 검거 작전을 성공시키며 빈틈없는 해안경계작전 지휘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중령은 “결전 태세 확립 기조하에 장병들이 함께 실전 대비 훈련을 해온 것이 성공적인 작전 수행으로 이어졌다”며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대대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논에 휴대전화 버리는 용의자 잡아 살인자백 이끌어 제복상 백성욱 경위 전북 군산경찰서 서해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백성욱 경위(35)는 올 5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로 출동했다. 바다쪽 난간에 한 남학생이 위태롭게 걸터앉은 걸 본 백 경위는 왕복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순간 남학생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내려다보니 대교 아래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 경위는 같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팔을 뻗어 학생을 잡은 후 힘을 다해 끌어올렸다. 백 경위는 “당시는 학생을 꼭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올 9월에는 전북 군산시의 한 주택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그리고 논두렁에 휴대전화를 버리는 남성을 붙잡은 뒤 “여자친구를 죽였다”는 자백을 이끌어내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올해 경찰관 10년 차인 백 경위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제복의 무게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0년 화재현장 누벼… 한부모 가정 아이 12년 후원도 제복상 양승춘 소방경 경기 성남소방서에 근무하는 양승춘 소방경(58)은 1992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베테랑 소방관이다. 양 소방경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막내 구조대원으로 현장에 투입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양 소방경은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어려운 현장이었다”며 “163cm의 작은 키가 오히려 구조 활동에 유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양 소방경은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당시에도 내부에 진입해 불길을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는 국제 구조대로 파견돼 현장 지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부모 가정 아이를 7세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12년 동안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소방서 안에서 ‘키다리 소방관’으로도 통한다. 양 소방경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받으니 부끄럽다”며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일하고 퇴직을 앞둘 수 있게 된 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26년간 2961명 구해… 세월호 참사현장서도 구조활동 제복상 이종욱 소방위 인천 중부소방서 이종욱 소방위(57)는 1997년 11월부터 만 26년 동안 인천 지역에서 근무하며 화재 진압 4792회, 구조 출동 5630회를 기록했다. 2007년 7월 북한산을 등반하다 조난당한 여성 2명을 구조하는 등 근무 외 시간에 구조한 3명을 빼고도 총 2958명을 구했다. 이 소방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라고 한다. 당시 현장에 파견돼 보트를 타고 실종된 시신을 수색했던 이 소방위는 “시신이 나올 때마다 유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무엇보다 가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 소방위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현장 당시에도 화재를 진압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생수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대민 지원 업무를 했다. 2006년 7월에는 강원 평창군 수해피해 현장에 파견돼 인명구조 활동을 하며 3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 소방위는 “근무 중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뻤다”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깊이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밍크고래-대게-오징어 불법포획 조직 추적해 일망타진 제복상 김건남 경감 포항해양경찰서 김건남 경감(50)은 올 6월 초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6월 2일 오후 10시경 포항시 남구 양포항 남동쪽 6.4km 해상에서 불법으로 잡은 밍크고래를 육상으로 옮기던 일당 3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들은 시가 1억5000만 원 상당의 밍크고래를 해체해 트럭으로 옮기고 있었다. 김 경감은 후속 수사를 이어가 고래 고기 전문식당 운영자 등 59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그는 검찰과 협력해 이들이 올 1∼8월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17마리에 대한 범죄수익금 약 16억 원을 환수 조치하고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선박도 추징 보전 및 몰수 조치했다. 해경에서 25년째 근무 중인 김 경감은 2021년 암컷 대게 2만1300마리를 불법 포획한 총책 등 7명을 붙잡기도 했다. 2018년에는 오징어 등 어족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트롤 어선 65척을 검거해 71명을 입건했다. 김 경감은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모든 해양경찰에게 공을 돌린다”는 소감을 밝혔다.어려운 여건서 국민 보호 성과 평가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제12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공동대표,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 정원수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임도현 채널A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후보자들의 공적 사항을 분석한 뒤 각 추천 기관의 설명을 청취했다. 공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심사위원단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또 일선에서 활동하는 제복공무원뿐 아니라 후방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후보자들의 기여도도 고려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안성=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포항=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군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성남=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인천=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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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일 서울 버스-지하철 새벽 2시까지 연장운행

    서울시가 제야의 종 타종을 포함해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리는 31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서울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과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타종 행사가 열리는 것을 감안해 31일 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대 도로를 단계적으로 통제하기로 했다. 보신각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종각역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한다. 서울시는 대신 지하철을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하기로 했다. 서울 지하철 1∼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이 총 173회 추가로 운행된다. 시내버스는 을지로입구역, 종로3가역, 안국역 등 행사장과 가까운 정류소를 지나는 노선 38곳을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또 행사장 주변을 운행하는 택시 운전사에게 심야운행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경찰은 보신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행사 등 전국 132개 새해맞이 행사장에 총 117만여 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특공대 등 경찰 8277명을 전국 각지에 배치하기로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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