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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54)은 일요일을 기다리며 한 주를 보낸다. 각종 사연이 있는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살리고 보살피며 쌓인 스트레스를 축구공을 차며 날려 보낸다. “축구는 내게 떡국 같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내가 힘이 없어 보이면 떡국을 끓여 주셨다. 떡국을 먹으면 힘이 났다. 요즘 축구가 내게 그렇다. 축구공만 봐도 설레고 힘이 난다. 나를 활기차게 만드는 친구 같다고 할까….” 김 센터장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즐겼다. “우리가 청소년 때는 ‘운동은 운동선수가, 학생은 공부’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었다.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네가 왜 축구를 해, 공부해야지’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짬짬이 공을 찼다. “그 때는 공을 차지 않으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했다. 공을 차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운동복이 없어 교복 입고 공을 차 오후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이 땀 냄새를 맡고 ‘때가 어느 때인데 축구를 하느냐’고 나무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공을 찼다.” 김 센터장은 축구부가 있는 서울 숭실고 출신. 축구선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는 경희대 의대에 합격한 뒤 그 로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의대 축구 동아리에 바로 가입해 ‘선수’로 활약을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의대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곳이라 축구한다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나 ‘이방인’ 같은 사람이 있는 법. 축구를 좋아하는 선배 및 동기가 많았다. 매 주말 공을 찼고 어떤 땐 주중에도 공을 찼다.” 대학에서 운동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의대는 시험도 많았다. 하지만 공을 차지 않으면 공부가 안됐다. “난 공부가 안 되면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벽에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한 10분 벽치기를 하고 다시 공부를 했다. 그럼 공부도 잘 됐다.” 김 센터장은 체육대학의 축구선수들과도 교류했다. 그러면서 부상이 축구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생활을 하면서 팀을 만들었다.“2000년 의사들 사이트인 메디게이트를 통해 전국의사축구팀을 만들었다. 처음엔 서울에서 모여서 축구하다 지역 축구팀을 만들어 리그전을 했다. 한 때 회원이 160명 정도까지 됐다.” 의사축구팀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의사축구회가 주최하는 ‘의사축구월드컵’에 참가했다. 이후 계속 출전하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10년을 일했는데 의사축구팀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운영돼 그만뒀다. 나는 의사들이 만나 공만 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본기는 물론 체력 및 밸런스 훈련도 하고 전술훈련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코치들까지 참여시켜 ‘축구를 제대로 배우는 기회’를 삼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친목단체로 변질됐다.” 그는 부상으로 축구생명이 끝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시민 구단 창단도 시도했다. “나 같이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도 있지만 크게 다쳐 축구생명이 끝날 위기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줬다. 청우라는 팀으로 하나은행이 주최하는 동호회 대회에도 나갔다. 그 대회에서 우승하면 정통 엘리트팀과 경쟁하는 FA(축구협회)컵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회원들이 생업을 하면서 축구를 하는 팀이었기에 중도에 포기했다. 경기를 수요일 날 했다. 한 두 번은 참가할 수 있었지만 계속 출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봉신클럽이 유일한 순수 아마추어 팀으로 FA컵 32강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2006년 쯤 일이었다. 김 센터장은 시민축구단까지 만들려고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김 센터장에게 축구는 엘리트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공을 그냥 차지 않았다. ‘프로’처럼 하고 싶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심판 자격증을 딴 이유다. “축구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1주일 휴가를 내고 연수원 들어가 이론 실기를 집중적으로 배운 뒤 시험을 봐 합격했다. 그 때부터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심판으로 유일하게 주심을 봤던 김영주 심판과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지도자 자격증도 따려고 했다. 하지만 2주 넘게 시간을 비워야 해 포기했다. 병원일이 바빠 2주 이상 휴가를 낼 순 없었다.” 김 센터장의 축구 사랑은 2011년 미국 뉴욕 콜롬비아 대학으로 1년 연수를 가서도 계속 됐다. “뉴욕으로 가기 전에 현지 축구팀을 알아봤고 뉴저지OB팀에서 뛰기로 했다. 당시 거처를 장만한 뉴저지 리치몬드에 금요일 오후 4시에 도착했는데 다음날 새벽 6시에 회원들이 픽업을 와서 공 차러 나갔다.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을 찼다. 요즘도 뉴저지OB팀이 한민족축구대회에 참가하러 한국에 오면 나도 나가서 함께 찬다.” 미국 연수를 떠나기 전까진 거의 매일 공을 찼다. 하지만 병원일이 바빠지면서 요즘은 주말에만 찬다. 김 센터장은 매주 일요일 월계축구회에 나가 공을 찬다. 월계축구회는 1974년 만들어진 전통 있는 축구동호회다. 대학축구연맹 회장인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4년 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인 덴소컵을 계기로 일본 의사들이 한국을 찾았는데 한국의사들과 축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제자의 삼촌이 축구선수 출신 최철순 광운대 교수로 당시 대학축구연맹 간부로 있었다. 제자가 내 얘기를 했고 최 부회장이 전화를 했다. 대학시절부터 일본 오사카시립의대와 교류전을 하고 있었기에 흔쾌히 팀을 만들어 나갔다.” 당시 김 센터장의 플레이를 보고 변 회장이 월계축구회에서 공을 차라고 권유했다. “월계축구회에는 축구선수 출신과 일반 동호인이 섞여 있었다. 수준이 아주 높았다. 축구하는 맛이 났다. 그래서 그 때부터 매주 일요일은 월계축구회에서 공을 차고 있다. 월계축구회는 공만 차지 않았다. 축구단처럼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회원들간의 우정도 두터웠다. 이렇게 좋은 팀에서 공을 차게 돼 너무 좋았다.” 왼쪽 공격수로 주로 나서는 김 센터장은 바쁜 병원일 속에서도 일요일 축구를 즐기기 위해 몸 관리를 따로 한다. 주 2,3일은 줄넘기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중증환자가 없는 자투리 시간엔 운동화를 신고 병원 주위 5km를 달린다. 사이클도 탄다. “축구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대충하는 것이다. 단 한 경기를 하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 더 못 뛸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 슬렁슬렁 뛰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고 부상 위험도 높다. 축구하러 나와서 왔다 갔다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그냥 마라톤이나 하는 게 좋다. 축구장에서 축구를 해야지…. 축구의 맛을 잘 모르고 무작정 뛰면 무슨 재미냐? 패스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상대가 멋진 플레이하면 박수를 보내고, 조기축구도 축구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설렁설렁 차면 부상 위험도 높다. 축구를 하다보면 갑자기 안하던 동작을 할 수도 있는데 그때 다친다.” 김 센터장은 축구하면서 부상 안당하려면 한발 더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체력도 있어야 한다. 전날 술 마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뛰어선 안 된다. “삶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나가 다치면 얼마나 억울한가. 일요일을 위해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축구를 마친 뒤 술 마시는 문화도 자제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다시 활기차게 생활해야 하는데 축구를 하고 피곤이 떠 쌓이면 무의미한 활동이 되고 만다.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 피곤한데 일의 능률이 오를 수 있을까. 축구가 삶에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악순환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김 센터장은 조기축구회에 만연한 잘못된 운동문화도 부상을 키운다고 한다. 그는 축구하다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적도 있다. “축구장에 나가서 바로 공을 차는 사람들이 많다. 부상의 지름길이다. 최소 10~15분 워밍업을 해야 한다. 우리 몸은 무조건 섭씨 1도를 높여야 근육 부드러워지며 체내 효소도 활성화돼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그냥 바로 차면 근육이 경직돼 부상으로 이어진다. 축구하러 나가 불상사를 당하면 가족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또 하나 마스터스 스포츠에서 불굴의 정신은 중요하지 않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중단하는 것이 평생스포츠를 즐기는 정신이다.” 축구장에서 배우는 게 많단다. “축구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느끼고 내 능력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슈팅과 드리블, 패스…. 못하면 노력하고 잘하면 겸손하고…. 축구를 통해 성숙해진다. 축구장에서 공을 차다보면 사람들 성격이 다 나온다. 협력 봉사하고 뒷마무리까지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밖에 모르는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축구는 단체 운동이다. 팀을 위해서 뛰는 게 기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축구와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을 꼭 시켜야 한다.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속칭 조기축구로 불리는 동호회 축구의 잘못된 문화에 안타까움도 있다. “2002년 이후 축구동회회가 부쩍 늘었는데 경기할 때 술 마시고 싸우는 잘못된 문화가 형성돼 있다. 팀마다 순회코치를 두고 심판도 제대로 보고 규칙을 잘 지키는 문화가 절실하다. 이제 생활체육 축구와 합친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도 아빠 따라 나가 축구를 배워야 하는데 늘 싸우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겠느냐.” 김 센터장에게 축구는 평생 반려스포츠다. “난 내 축구실력의 최고점을 70세에 맞춰 놨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70세 될 때 가장 좋은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목표다. 무리하지 않고 항상 체력을 관리하면서 평생 즐기고 싶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축구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요일에 축구를 하면 환자 보는 일도 즐겁다. 활력이랄까. 힘이 생긴다. 사람들이 내가 늘 웃는다고 한다. 축구의 힘이다. 솔직히 응급센터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최선을 다하지만 죽고 사는 것은 내가 어떻게 못한다. 환자들이 죽으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회한’이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오늘을 투자해야 한다. 난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30대 후반의 움직이기 싫어하던 커리어우먼이 어느 순간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하는 스포츠우먼으로 탈바꿈돼 있었다. 출판 에디터로 밤늦게까지 책이나 영화를 보고 새벽에 1분이라도 더 자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던 아줌마는 ‘새벽 형 인간’으로 변신해 새롭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삶이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뀐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영미 작가(51)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 친구 부부 5쌍이 여름휴가를 맞아 지리산 근처로 여행을 간 게 ‘화근’이 됐다. 남자 셋과 여자 둘은 산을 오른다고 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차밭이나 둘러보자고 했다. 산에 올라갔다 밤늦게 내려와 그날 있었던 일을 화기애애하게 얘기하는 등산 멤버들을 보면서 짜증이 나면서도 부러웠다. 20세 때만해도 설악산도 단번에 올랐던 당당했던 내가 언젠가 ‘저질 체력’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화가 났다. 과연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 회의가 들었다.”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영을 시작했다. 30대 초반 수영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두 달 만에 그만뒀다. 바쁜 아침에 수영장까지 가기 애매해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주차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다른 집 차를 빼달라고 해야 했다. 귀찮았다. 눈이 안 좋아 물안경을 쓰면 시야가 좁아져 답답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수영을 하지 않아야 할 변명 거리를 찾아 다녔다. 감기가 들어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절대 수영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으로 수영과 담 쌓았다. 하지만 막상 체력을 키우고 싶었을 때는 수영장이 가까운 아파트로 이미 이사를 갔고 라식 수술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시작했다.” 6개월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주 5일 나가는 수영에 두 번이든 세 번이든 6개월까지는 하자는 버티기 작전을 시도했다. 솔직히 수영강습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물에서 허우적대다 회사에 출근하면 힘이 쫙 빠져 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버텼다. 그러니 달라졌다. 두 달, 세 달쯤 지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수영에 갈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뜨였다. 어느 순간 아침 일찍 움직이기 시작한 날에 오히려 기분이며 몸이 좋았다.” 수영 초보자들이 하는 발차기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6개월이 지나니 25m 풀을 쉬지 않고 4바퀴나 돌았다. “수영을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단순히 허약하고 운동, 땀, 근육과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단지 내가 단 한번도 6개월 이상 단련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몸이 달라지니 신기했다. ‘딴 것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바퀴부터 시작했다. 5km와 10km, 하프코스까지 완주했다. 마라톤 계에서 통하는 이른바 ‘두 배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두 배의 법칙은 5km가 익숙해지면 10km에 도전하는 등으로 거리를 두 배로 늘려가는 것이다. 2005년 ‘동마’로 불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했다. “수영과 달리 달리기는 쉬웠다. 몸도 운동에 익숙해 있었고 수영으로 폐활량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풀코스 완주가 쉽지 않았다. 첫 도전에 5시간40분. 좀 우습게 알았는데 제한시간인 5시간을 훌쩍 넘었다. 걸었다. 차와 함께 달렸다. 먼저 운동에 빠진 남편이 동반주를 해줬지만 도움이 안 됐다. 잔소리뿐이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완주한 동호회 회원들이 나를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남편 따라 나가긴 했지만 동호회에 정식으로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었다. 학창시절 계주 멤버에게 열광하듯. 감동 받았다.” 사람들이 왜 마라톤에 빠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제일 놀라운 것은 6시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녁에 가족들 밥 챙겨야 하고 대회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회의도 준비해야 하는데…. 온전히 나만 생각했다. 제한시간 안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완주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바로 남편이 참여하고 있는 동대문마라톤클럽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이 작가 남편은 아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 하다 넘어진 뒤 절치부심해 마라톤과 철인3종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 혼자 운동을 시작하고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달리는 등 남편이 간 길을 따라 가며 스포츠마니아로 변해갔다. “삶이 바뀌었다. 천지차이가 따로 없다. 운동을 하려면 시간이 새벽 밖에 없다. 아이가 잘 때 일어나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1분만 더’ 잠을 청하던 과거는 사라졌다. 나무 잎 보고 새소리 들으며 달리는 게 좋았다.” 2007년 8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도전했다. “어렸을 때 자전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었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아파트에서 요가 학원 갈 때 자전거를 탄 게 계기가 돼 자전거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결국 MTB에 이어 사이클까지 장만해 철인3종에 도전했다. 사이클을 배울 때 숱하게 넘어졌지만 동호회 회원들 꽁무니 쫓아다니니 실력이 향상 됐다. 그 때 과거 남편 따라 나갔다가 마주했던 철인3종 철인코스를 완주한 ‘멋진 동갑내기 아줌마’가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볼까?” 경기 이천에서 열린 설봉 트라이애슬론 대회였다. “전날 밤부터 비가 쏟아졌다. 수영이 첫 경기인데 흙탕물이었고 죽은 쥐가 물 위를 떠다녔다.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에 대회 장소까지 달려간 게 아까워 시도는 해보자고 생각했다. 조금 가다가 구명보트 쪽으로 매달렸다. 수영장 물과 흙탕물은 차원이 달랐다. ‘포기할래요?’ ‘네 도저히 못하겠어요’라고 할 때 응원하던 남편이 다가왔다. ‘첫 경기는 원래 힘들어. 꼭 완주하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 없어. 어차피 들어갔으니 첫 번째 부표까지만 갔다 오는 것은 어때?’라고 했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출발했지만 쉽지 않았다. 호흡이 가빴다. 그런데 첫 번째 부표까지 가는 동안 호흡이 안정됐다. 그래서 계속 갔다. 꼴찌지만 수영을 다 마쳤고 제한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완주했다.” 이 작가는 올림픽코스는 물론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 42.195km)의 하프코스를 4번 완주했다. 하프코스 완주에 6시간30분 걸린다. 사이클 배우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본격적으로 철인3종을 하기 위해선 사이클을 타야하고 효과적으로 페달을 밟으려면 사이클용 클릿 신발을 신어야한다. 신발 밑창에 달린 클릿을 페달에 끼워 고정시키면 끌어 올리는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초보자는 페달을 밟다가 정지할 때 고정된 클릿을 빼기 쉽지 않았다. 빼지 못하면 넘어진다. 매일 저녁 아프트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차가 꽉 찬 주차장에서 사이클을 타며 클릿 빼기고 넣기를 반복했다. 숱하게 넘어지며 체득했다. 이렇게 사이클을 마스터해 철인3종을 완주할 수 있었다.” 철인코스 완주는 하지 않았단다. “주위에서 철인코스 완주한 사람들보면 대상포진 걸린 사람도 있고 아예 운동을 그만 둔 사람도 있었다. 즐기려고 하는데 굳이 힘들게 철인코스까지 완주해야 할까? 철인코스에 도전하다 좋아하는 운동을 싫어할까봐 도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전거는 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줬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길이 너무 잘 뚫려 있다. 자전거 하나 있으면 어디든 여행을 갈 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가능하다. 시간 날 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 향후 남편과 함께 자전거 투어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다.” 3년 전부터는 친구부부 12명이 동호회를 만들어 배드민턴을 친다. “내가 남편을 포함해 친구들 4명과 어울리니 다른 중년 여자친구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난 따라 다닐 수 있어 재밌었지만…. 그래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다가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 친구 부부 6쌍 12명이 토요일 클럽을 만들었다.” 배드민턴은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이 혼자 하는 운동이라면 배드민턴은 함께 하는 스포츠였다. “혼자가 아니라 상대가 있고 복식으로 치니 어울릴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여자가 남자와 대결해서 맞먹을 수 있는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다른 여성친구들도 좋아했다. 이제 그 친구들도 체력이 좋아졌다.” 운동의 매력에 듬뿍 빠진 이 작가는 평생운동 계획도 세웠다. “60세까지 배드민턴 치고 60세부터는 탁구를 칠 것이다. 그리고 70세에는 전기자전거를 탈 계획이다. 요즘 서울 할머니들이 전기자전거 타고 강원도 속초에 가서 회 먹는다고 한다. 인생은 즐겨야 한다. 수영장에서 만나는 할머니들 보면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렇게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고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새로운 운동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이 작가는 ‘인생학교 서울’에서 강의를 한다. 당초 ‘일과 삶의 균형’과 ‘제짝 찾는 법’을 주제로 강의하다 최근엔 ‘삶을 즐기는 법’에 대해 강연한다. 당연히 삶을 즐기기 위해서 건강해야 하고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마녀체력(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할 때)’이란 책으로 엮었다. “책의 주제는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하는 것이다. 욕심 내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하는 것보다 조금이라고 하는 게 낫다. 몸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몸이 신호를 보내면 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은 10년, 20년, 평생 즐겨야 하는 것이다.” 40세 된 여성들에게는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수영과 자전거를 권한다. 천천히 꾸준히 하면 충분히 남자들과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배드민턴도 좋다. 남편과 함께 즐기면 더 없이 좋지 않은가.” 이 작가는 말한다.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앞서고 싶은 욕망이 있다. 솔직히 난 웬만한 남자보다 사이클을 잘 탄다. 사이클 타고 한강변을 달리면 남자들이 줄을 선다. 할아버지까지도. 그래도 전혀 잡히지 않는다.” 천천히 꾸준히 무한반복을 통해서 얻는 결과물이다. 그는 강조한다. “운동은 천천히 꾸준히 무한반복 하면 누구든 고수가 될 수 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조깅브레이크(Jogging Break)에서 설명했던 워크브레이크(Walk Break)는 마라톤을 쉽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2006년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7회 동아마라톤대회 때 국내에서 처음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에게 워크브레이크로 완주할 기회를 제공했다. 당시 미국 및 유럽 등 마라톤 선진국의 마스터스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주법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걷는다고? 쉬지 않고 달려도 될까 말까 하는데 중간 중간 걸어서 좋은 기록이 과연 나올까? 하지만 워크브레이크 주법으로 여러 차례 완주한 당시 페이스메이커 임용진 씨는 “오히려 워크브레이크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함께 따라 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제 달리기의 차원을 넘어서 마라톤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는 거리도 늘리고 시간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강도를 7530+에 맞춰 몸을 만드는 단계라는 것을 잊지 말자. 조깅브레이크로 달리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워크브레이크로 전환하자. 이젠 걷는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을 더 줘도 몸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상태가 됐다. 워크브레이크를 하다 힘들면 다시 조깅브레이크를 하면 된다. 미국의 마라토너 제프 갤러웨이가 개발한 워크브레이크를 우리말로 풀면 ‘걸으면서 휴식 취하기’다. 갤러웨이가 워크브레이크주법을 만들게 된 이유는 ‘우리 몸은 오랫동안 계속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래 달리게 되면 근육의 특정부위만을 계속 사용하게 돼 근육이 굳는 현상이 나타나 피로가 빨리 온다. 그런데 잠깐씩 쉬어주면 근육에 더 큰 활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갤러웨이가 강조하는 워크브레이크의 장점은 많다. 먼저 에너지원들이 처음부터 과도하게 소모되는 것을 방지한다.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주요 근육에 피로가 쌓이기 전에 회복할 기회를 준다. 또 계속 걸음으로써 대부분의 피로가 사라지고 결국은 근육을 강하게 만들어 후반 레이스에 도움을 준다. 이것은 근육의 부상을 줄이고 평생 달리기를 할 수 있게 한다. 워크브레이크 방법은 조깅브레이크와 역으로 하면 된다. 처음엔 2~3분 달리고 2분 걷는다. 그게 익숙해지면 3~8분을 달리고 1~2분을 걷고 다시 달리는 것을 반복한다. 이런 반복과정을 30분 정도 한다. 이게 익숙해지면 시간을 더 늘리면 된다. 시간을 늘릴 때가 언제인지는 자신이 안다. 이 과정을 30분 간 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면 시간을 늘려도 된다. 시간을 늘렸을 때 힘이 든다면 다시 줄이면 된다. 운동은 ‘기분 좋게 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이것은 훈련일 뿐이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참고로 2006년 동아마라톤에서 처음 활용된 워크브레이크 페이스메이킹 방법을 소개한다. 첫 5km까지는 30분(시속 10km)에 나머지 구간은 5km당 29분 30초(시속 10.2km) 페이스로 달리는 개념이었다. 20km까지는 9분 30초 뛰고 30초 걷기, 나머지는 9분 뛰고 1분 걷기를 반복했다. 32km의 ‘마라톤 벽’을 통과한 뒤에 힘이 남은 주자는 워크브레이크 없이 계속 달려도 됐다. 풀코스 완주 3시간30분에서 5시간 대 주자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주법이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그래픽 디자이너 남지현 씨(27)는 24일 열리는 영남알프스(울산) 하이트레일 40km와 다음 달 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스파르탄레이스 20km를 달린다는 생각에 들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원 최홍석 씨(40)와 예비역 하사 허곽청신 씨(24), 해병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준비하고 있는 유동현 씨(21)는 25일 개막하는 남극마라톤에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산과 모래사막, 물이 흐르는 계곡, 눈이 내리는 초원 등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왜 사막과 산을 뛰어다니고 싶어 할까. 2000년대 초반부터 사막과 산악 등 오지를 달려온 국내 트레일러닝의 선구자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47)는 “도심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참맛을 체험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몇 시간씩 달리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로를 달리는 것과는 천지 차이의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트레일러닝은 산과 들, 사막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거나 걷는 운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두고 있다. 과거 산악마라톤과 사막마라톤이 따로 불렸는데 모두 트레일러닝 범주에 포함이 됐다. 유 대표는 “2012년 국제트레일러닝협회가 생기면서 중구난방 열리던 대회를 트레일러닝으로 통합했다. 대회 이름은 다양하지만 개념은 모두 트레일러닝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건강을 다지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남 씨는 지인의 권유로 트레일러닝에 빠지게 됐다. “이제 막 10km를 완주할 정도였는데 50km의 산길을 달리자고 했다. 너무 재미있다고. 처음엔 망설였다. 장거리라 부담이 됐다. ‘출발하면 어떻게든 달린다’고 해 그해 여름 DMZ 울트라트레일러닝 50km에 신청했고 진짜 완주했다.” 7시간 20분. 첫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었다. 남 씨는 “힘들 줄 알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달리다 힘들면 걷는다. 오르막은 주로 걷는다. 본래 겁이 없는 성격이었는데 내리막길을 달리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혹 다칠까 봐 내리막을 천천히 달리는데 난 빠르게 질주하며 산을 내려간다”고 말했다. 남 씨는 지난해 경기 동두천에서 열린 코리아 50km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완주하는 등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회를 20회나 완주했다. 지난해는 대만에서 3일간 열린 134km 슈퍼레이스에 출전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남 씨는 말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산을 달리면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도 더 잘된다. 그리고 대회 참가를 신청하고 스케줄을 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 몸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부상 위험도 있고 힘이 든다. 탄탄한 준비로 완주하면 기쁨이 두 배다.” 트레일러닝은 젊은 사람들이 달린다. 유 대표는 “트레일러닝 참가자의 95%가 20대에서 40대”라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남녀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달리며 대회에도 출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크루(Crew) 문화다. 과거 몇십, 몇백 명이 모이는 동호회나 클럽의 개념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크루가 있다. 남 씨가 속한 크루도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남 씨는 “보통 스포츠용품 업체가 지원하는 크루가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든 크루가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가 지원하면 기록을 강조한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신고 기록이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지만 일반 크루는 동호회처럼 활동한다. 그렇다고 동호회처럼 우르르 뭉쳐 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크루는 자신들의 존재를 과감히 드러내고 자부심을 갖는다. 티셔츠를 하나 맞추더라도 최신 유행을 반영해 멋지게 만든다. 기록도 중요하지 않다. 크루에서 기록을 따지면 ‘꼰대’로 불리며 ‘왕따’가 된다. 짧은 순간이지만 자연과 하나 되는 자신이 중요하다. 유 대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여 개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다. 많게는 1500여 명, 적게는 수십 명이 달린다. 트레일러닝은 산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등산객들과의 마찰 등을 고려해 참가 인원을 제한한다. (사)달리는의사들이 18일 주최하는 소아암돕기 행복트레일런축제도 선착순 500명으로 제한했다. 서울 대모산과 청계산, 인릉산 등을 달리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트레일러닝 국내 인구는 1만 명 정도다. 수도권에는 달리기 좋은 산이 많다. 도봉산 창포원에서 출발해 태릉에 이르는 코스와 일자산, 대모산, 관악산 등.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은 트레일러닝 고수들이 좋아하는 ‘강북 5산 종주’ 코스다. 다소 난도가 높아 초보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트레일러닝 참가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 이미 아시아 지역 트레일러닝에 참가한 남 씨는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 도전할 계획이다. UTMB는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러닝 대회가 많다. 해외로 갈 경우 경비가 보통 600만∼700만 원(항공, 숙박, 특수장비 구입 포함) 든다. 남극은 2000만 원이 넘는다. 그래도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은 해외의 산과 사막으로 향한다. ‘극지(極地)’인 사막을 달리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2차례 한 유 대표는 사막마라톤을 트레일러닝의 ‘끝판왕’이라고 부른다. 모래와 산, 물, 눈 등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며 달릴 수 있다. 사막마라톤은 6박 7일간 250km를 질주하는 스테이지 레이스다. 식량과 침낭 등 7일간 필요한 것을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달린다. 사하라(나미비아·과거 이집트)와 고비(몽골·과거 중국), 아타카마(칠레), 남극마라톤 등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최홍석 씨는 “여러 스포츠를 즐기다 도로 마라톤에 지쳐 있을 때 사막마라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난해 사하라와 고비사막을 다녀왔다. 그런데 과거 기간에 상관없이 4개 마라톤을 완주하면 됐던 그랜드슬램이 1년에 다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 올 4월 사하라, 8월 고비를 다시 다녀온 뒤 9월 아타카마까지 완주했다. 특히 최 씨는 아타카마에서 허곽청신 씨, 유동현 씨와 팀을 이뤄 사상 처음 팀레이스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사하라와 고비에서 만나며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팀레이스가 있어 함께 나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둘 다 흔쾌히 수락해 달렸는데 1등을 했다. 팀레이스는 함께 레이스를 펼쳐 동시에 들어와야 한다. 좀 빠르다고 먼저 가면 팀레이스가 안 된다.” 최 씨는 아타카마사막이 가장 좋았다. 그는 “사하라, 고비와는 다른 풍경이 있었다. 달의 계곡이라는 곳이 있는데 흡사 우주에 온 듯했다. 달이나 화성의 지형과 닮았다. 눈처럼 하얗게 덮인 소금 결정체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허곽 씨는 “사막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때 사막마라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간적인 면이나 나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UDT 특수임무대대 소속으로 2015년과 2017년 소말리아 호송전대 청해부대 파견까지 다녀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그랜드슬램을 준비했다. 부대에서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복학을 앞둔 그는 장기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사막에서 만난 해외 친구들이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는 대회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로 아마존(브라질)과 그랜드캐니언(미국) 트레일러닝이다. 유동현 씨는 “군대 있을 때 우연히 잡지를 보고 사막마라톤을 접했다. 그 순간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대에서 허락을 받고 시작했다. 하루 4, 5시간 운동했다. 체육시간 외에 자유시간에도 운동을 했다. 그래서 4월 사하라를 완주했고 7월 전역한 뒤 고비와 아타카마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한양대 전기공학과 복학 예정인 그는 “처음 보는 경치도 아름다웠지만 전 세계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랜드슬램을 하면 세계 최연소가 된다. 지금까지는 만 22세였다”며 말했다. 그는 사막을 달리며 세계의 여러 사람을 만나 성장했다고 했다. 그래서 사막을 달리듯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일찌감치 ‘인생 목표’도 설계했다고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래픽 디자이너 남지현 씨(27)는 24일 열리는 영남알프스(울산) 하이 트레일 40km와 다음달 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스파르탄레이스 20k를 달린다는 생각에 들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원 최홍석 씨(40)와 예비역 하사 허곽청신 씨(24), 해병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준비하고 있는 유동현 씨(21)는 25일 개막하는 남극마라톤에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산과 모래사막, 물이 흐르는 계곡, 눈이 내리는 초원 등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왜 사막과 산을 뛰어 다니고 싶을까. 2000년대 초반부터 사막과 산악 등 오지를 달려온 국내 트레일러닝의 선구자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47)는 “도심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참 맛을 체험하고 싶어서다”고 말한다. 그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몇 시간씩 달리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로달리는 것과는 천지차이의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트레일러닝은 산과 들, 사막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거나 걷는 운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두고 있다. 과거 산악마라톤과 사막마라톤이 따로 불렸는데 트레일러닝 범주에 포함이 됐다. 유 대표는 “2012년 국제트레일러닝협회가 생기면서 중구난방 열리던 대회를 트레일러닝으로 통합했다. 대회 이름은 다양하지만 개념은 모두 트레일러닝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건강을 다지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남 씨는 지인의 권유로 트레일러닝에 빠지게 됐다. “이제 막 10km를 완주할 정도였는데 50km의 산길을 달리자고 했다. 너무 재미있다고. 처음엔 망설였다. 장거리라 부담이 됐다. ‘출발하면 어떻게든 달린다’고 해 그해 여름 DMZ 울트라트레일러닝 50km에 신청했고 진짜 완주했다.” 7시간20분. 첫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었다. 남 씨는 “힘들 줄 알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달리다 힘들면 걷는다. 오르막은 주로 걷는다. 본래 겁이 없는 성격이었는데 내리막길을 달리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혹 다칠까봐 내리막을 천천히 달리는데 난 빠르게 질주하며 산을 내려간다”고 말했다. 남 씨는 지난해 동두천에서 열린 코리아 50km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완주하는 등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회를 20회나 완주했다. 지난해는 대만에서 3일간 열린 134km 슈퍼레이스에 출전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남 씨는 말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산을 달리면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도 더 잘된다. 그리고 대회 참가를 신청하고 스케줄을 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 몸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부상 위험도 있고 힘이 든다. 탄탄한 준비로 완주하면 기쁨이 두 배다.” 트레일러닝은 젊은 사람들이 달린다. 유 대표는 “트레일러닝 참가자의 95%가 20대에서 40대”다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남녀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달리며 대회에도 출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크루(Crew) 문화다. 과거 몇 십, 몇 백 명이 모이는 동호회나 클럽의 개념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크루가 있다. 남 씨가 속한 크루도 15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남 씨는 “보통 스포츠용품업체가 지원하는 크루가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든 크루가 있다. 스포츠용품업체가 지원하면 기록을 강조한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신고 기록이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지만 다른 크루는 동호회처럼 활동한다. 그렇다고 동호회처럼 우르르 뭉쳐 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크루는 자신들의 존재를 과감히 드러내고 자부심을 갖는다. 티셔츠를 하나 맞추더라도 최신 유행을 반영해 멋지게 만든다. 기록도 중요하지 않다. 크루에서 기록을 따지면 ‘꼰대’로 불리며 ‘왕따’가 된다. 짧은 순간이지만 자연과 하나 되는 자신이 중요하다. 유 대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여개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다 많게는 1500여명 적게는 수십 명이 달린다. 트레일러닝은 산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등산객들과의 마찰 등을 고려해 참가 인원을 제한한다. (사)달리는의사들이 18일 주최하는 소아암돕기 행복트레일런축제도 선착순 500명으로 제한했다. 서울 대모산과 청계산, 인능산 등을 달리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트레일러닝 국내 인구는 약 1만 명 정도다. 수도권에 달리기 좋은 산이 많다. 도봉산 창포원에서 출발해 태릉에 이르는 코스와 일자산, 대모산, 관악산 등.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은 트레일러닝 고수들이 좋아하는 ‘강북 5산 종주’ 코스다. 다소 난이도가 높아 초보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트레일러닝 참가는 국내 해외가 따로 없다. 이미 아시아 지역 트레일러닝에 참가한 남 씨는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도전할 계획이다. UTMB는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 트레일러닝대회가 많다. 해외로 갈 경우 경비가 보통 600에서 700만 원(항공, 숙박, 특수 장비 구입 포함) 든다. 남극은 2000만 원이 넘는다. 그래도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은 해외의 산과 사막으로 향한다. ‘극지(極地)’인 사막을 달리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2차례 한 유 대표는 사막마라톤을 트레일러닝의 ‘끝판 왕’이라고 부른다. 모래와 산, 물, 눈, 등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며 달릴 수 있다. 사막마라톤은 6박7일간 250km를 질주하는 스테이지 레이스다. 7일간의 식량과 침랑 등 필요한 것을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달린다. 사하라(나미비아·과거 이집트)와 고비(몽골·과거 중국), 아타카마(칠레), 남극마라톤 등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최홍석 씨는 “여러 스포츠를 즐기다 도로마라톤에 지쳐 있을 때 사막마라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난해 사하라와 고비사막을 다녀왔다. 그런데 과거 년 수에 상관없이 4개 마라톤을 완주하면 됐던 그랜드슬램이 1년에 다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 올 4월 사하라, 8월 고비를 다시 다녀온 뒤 9월 아타카마까지 완주했다. 특히 최 씨는 아타카마에서 허곽청신 씨, 유동현 씨와 팀을 이뤄 사상 처음 팀레이스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사하라와 고비에서 만나며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팀레이스가 있어 함께 나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둘 다 흔쾌히 수락해 달렸는데 1등을 했다. 팀레이스는 함께 레이스를 펼쳐 동시에 들어와야 한다. 좀 빠르다고 먼저 가면 팀레이스가 안 된다.” 최 씨는 아타카마사막이 가장 좋았다. 그는 “사하라, 고비와는 다른 풍경이 있었다. 달의 계곡이라는 곳이 있는데 흡사 우주에 온 듯했다. 달이나 화성의 지형과 닮았다. 눈처럼 하얗게 덮인 소금 결정체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허곽 씨는 “사막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 때 사막마라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간적인 면이나 나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지금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UDT 특수임무대대 소속으로 2015년과 2017년 소말리아 호송전대 청해부대 파견까지 다녀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그랜드슬램을 준했다. 부대에서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체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원광대(경찰행정학과) 복학을 앞둔 그는 장기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사막에서 만난 국제 친구들이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는 대회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로 아마존(브라질)과 그랜드캐년(미국) 트레일러닝이다. 유동현 씨는 “군대 있을 때 우연히 잡지를 보고 사막마라톤을 접했다. 그 순간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대에서 허락 받아서 시작했다. 하루 4,5시간 운동했다. 체육시간 외에 자유시간에도 운동을 했다. 그래서 4월 사하라를 완주했고 7월 전역한 뒤 고비와 아타카마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한양대 전기공학과 복학 예정인 그는 “처음 보는 경치도 아름다웠지만 전 세계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랜드슬램을 하면 세계 최연소가 된다. 지금까지는 만 22세였다”며 웃었다. 그는 사막을 달리며 세계의 여러 사람을 만나 성장했다고 했다. 그래서 사막을 달리듯 공부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일찌감치 ‘인생 목표’도 설계했다고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랜 기간 걷기를 했다면 몸이 어느 정도 단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중도 줄었을 것이다. 심장과 폐도 좋아졌을 것이다. 뼈와 근육을 이어주는 건(腱)과 뼈를 연결하는 관절을 견고하게 하는 인대 등도 예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이젠 본격 운동에 들어가도 된다. 잘 짜인 유기체인 몸이 운동이란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걷기가 생활화되고 신체에 체중의 현저한 감소 등 변화가 나타났다면 이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운동에 들어가도 된다. 이제부터는 운동의 기본 원칙에 따른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꼬박꼬박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본격 운동의 시작은 달리기다. 미국의 마라토너 제프 갤러웨이는 마라톤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워크 브레이크’(Walk-Break)를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잘 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달리다→걷다’를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워크 브레이크주법을 개발했다. 워크 브레이크를 우리말로 풀면 ‘걸으면서 휴식 취하기’다. 그런데 이제 걷기 시작한 사람이 달리다 걷기로 휴식을 취할 순 없을 터. 역 발상으로 걷다가 짧은 시간의 조깅 브레이크를 가져보자. 여기서의 조깅 브레이크는 ‘조깅하며 휴식 취하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조깅하는 구간(Break)’으로 생각하면 된다. 갤러웨이도 달리기 입문자에게 조깅 브레이크를 권한다. 가장 일반적인 게 5분 걷고 1분 조깅하며 달리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7530+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으로 보고 5분 걷고 1분 달리기를 하루 30분씩 해보자. 달리는 것은 걷는 것 보다 조금 빠르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심장 등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면 4분 걷고 1분 조깅, 3분 걷고 1분 조깅을 하다가 2분 걷고 1분 조깅, 1분 걷고 1분 조깅으로 걷는 시간을 줄여나가면 된다. 달리기는 걷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융통성이 있는 운동으로 꼭 야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트레드밀을 사용해 실내에서도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올바른 동작에 집중해 강도와 거리를 천천히 늘려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달리기는 신체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으로 무릎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해서는 안 된다. 걷기나 수영 등으로 무릎을 강화한 다음 하는 게 순서다. 달리기는 걷기와 거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은 맹수들을 피하는 등 생존을 위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설명했듯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는 속도다. 시속 7km이상이면 달리기, 이하면 걷기다. 학술적으론 두 발 중 한 발이 항상 땅에 닿아 있으면 걷기, 그렇지 않으면 달리기다. 처음 달리는 사람이라면 걷듯이 달리면 된다. 무슨 뜻이냐면 걷는 자세를 좀 더 빨리 하며 발동작과 팔 동작을 좀 더 크게 하면 된다. 처음엔 조깅 브레이크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걷고 뛰다를 반복하다 나중에는 계속 뛰는 게 좋다. 본격적으로 달릴 때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 조절이다. 달리기는 고강도 유산소운동으로 심박수가 아주 빠르게 증가한다. 따라서 계속 해오던 달리기 방식이 쉽게 느껴질 때 강도를 높이는 게 좋다. 시속 7, 8km를 달리기가 전혀 힘들지 않을 때 시속 9km, 10km, 11km 순차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강도를 올려 힘들면 걸으면 된다. 마라톤도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게’ 아니다. 엘리트 선수들과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을 노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중간 중간 쉬면서 달린다. 힘들면 쉬거나 걸으면 된다. 그게 즐거운 운동의 법칙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인생역전’이 따로 없다.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로또복권에 당첨돼서가 아니다. 정말 멋있게 삶이 ‘180도’ 바뀌었다. 사고를 연거푸 당해 골골하던 몸이 운동이란 활력소를 통해서 팔팔하게 됐다. 몸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졌다. 이젠 운동이 일상이 됐고 그 운동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운동 전도사’란 말이 어울린다. 소통에 대한 강연과 책을 쓰는 오세진 작가(37) 이야기다.그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 여 기간에 교통사고에 3차례 연루됐다. 처음은 앞서가던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들이 받았고 두 번째는 서울 남산 터널에서 광역버스에 받쳤다. 그리고 마지막엔 서울 서초IC 부근에서 다시 후방에서 추돌 당했다. “외상은 없었지만 사고 후 한동안 무릎이 시큰거렸고 손목도 욱신거렸다. 허리와 목도 마찬가지였다.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올 때면 ‘내일 비가 오려나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일을 해도 집중이 안 됐다. 한번은 약속을 잡아놓고 아파서 약을 먹고 자는 바람에 2시간 뒤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한 분이 ‘너의 의지는 믿는데 네 몸은 못 믿는다’는 말을 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20대부터 운동을 시작해 건강은 자신했는데 사고 3번에 무너진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사실 20대에는 예뻐지기 위해 운동을 했다. 다이어트가 주 목적이었고 허리라인 등 어떻게 하면 몸매를 멋있게 보일까를 고민했다. 이번엔 살기 위해 시작했다. 몸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운동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더니 트레이너가 ‘왜 운동하세요’라고 하기에 ‘허리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정말 아프지 않고 싶었다.” 아프면 삶의 중심이 아픈 곳에 집중된다. “언젠가 어떤 분이 ‘네 삶의 중심이 뭐냐’고 물었다. 대답을 잘 하지 못하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삶의 중심이 아픈 것이다’고 했다. 맞았다. 아프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삶의 중심이 아픈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고 명예고 다 소용없다’는 말은 진리였다.”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 케틀 벨(Kettle Bell)을 만났다. 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를 붙인 중량기구로 소의 목에 다는 벨과 모양이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링 웨이트(Ring Weight)라고도 한다. “사고 당하기 전 운동할 때 도움을 준 트레이너를 찾았는데 케틀 벨 운동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설명했더니 케틀 벨 운동을 권했다. 허리 강화는 물론이고 몸의 올바른 기능을 회복시켜준다고 했다.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몸이 달라졌다.” 이런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는’ 느낌. 진짜 몸이 달라졌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 운동을 지속하면서 몸이 좋아졌다. 운동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목과 허리의 만성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팔과 다리, 몸통 등 분할운동이다. 케틀 벨은 몸의 협응력,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운동이었다. 속칭 코어를 발달시키는 운동이었는데 정말 내 몸에 좋은 효과를 줬다.” 케틀 벨 운동은 수련하는 느낌을 줬다. 케틀 벨로 스윙 동작을 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꼈다. 8kg, 12kg으로도 힘겨워 했는데 지금은 24kg으로도 가뿐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처럼 팔 다리 따로 하지 않아도 온 몸이 균형이 잡혀갔다. 어느 순간 삶이 달라졌다. 짜증나고 골골한 삶은 살아졌고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이 찾아왔다. 사는 게 행복했다. 일도 잘 됐다. 아플 땐 잘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술술 잘 풀렸다. 역시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었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은 ‘해냈다’ ‘강해졌다’ ‘어제보다 좋아지고 있다’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자신감은 자만이나 오만, 거만과는 다른 개념이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 믿는 마음’이다. 매 순간 성취감을 맛보는 긍정적인 마음작용은 자존감도 향상시킨다.” 몸이 좋아지면서 달리기에도 도전했다. 한국CEO연구소 강경태 소장의 권유였다. “솔직히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왜 달려야하지?’란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마라톤에 빠진 강 소장님의 악착같은 권유로 달려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지난해 9월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9월 10일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해 1시간30분에 완주했다. “뭐 이런 것 있지 않나. 생각지도 않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완주 메달을 받았다. 준비도 하지 않고 설렁설렁 달렸는데 완주라니…. ‘좀 더 노력하면 10분은 단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2주 뒤 다시 10km에 도전해 완주했다. 올초부터 뉴발란스 러닝팀 NBx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달리면 뭐가 좋을까. “언젠가 TV를 보는데 매주 10km를 완주하는 4살짜리 아이가 나왔다. 이모 따라 마라톤대회에 응원하러 갔다가 달리기에 빠진 아이였다. 방송 PD가 신기해하며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달리냐’고. 그 때 그 아이는 ‘결승선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해줘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올해부터는 산을 달리고 있다.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었는데 회원들이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기에 따라 갔다. 올 4월 코리아 50km 트레일러닝에서 10km를 처음 완주했다. 산을 달린다고 해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힘들었다. 하지만 산이 나를 환영해주는 느낌에 너무 행복하게 달렸다.” 그에게 산은 소통의 공간이었다. “6년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을 한 적이 있다. 하루 8시간씩, 많게는 14시간 씩 걸었다. 그 때 휴대폰 등 모든 문명의 이기와 단절돼 초반엔 불안했었다. 그런데 3,4일 걷기를 반복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때부터 같이 간 동료들의 얘기가 들리고 자연도 보였다.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산을 달릴 때 그 추억이 떠오른다.” 올 9월엔 와일드트레일 인제 30km 여자부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내 숨소리를 들으며 나만에 집중하며 즐겁게 달리고 있었다. 20km까지 갔을 때 3위라고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욕심을 냈는데 앞 주자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쉽게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 나도 멈추지 않으면 뒤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겠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결국 3위를 했다.” 6시간22분.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행복했다. 달기기 시작해 1년 만의 일이다. 지난 4일에는 jtbc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완주했다. “목표가 4시간 안쪽이었는데 4시간30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32km를 너머서면서부터 다리 경련이 와 걷기 힘든 상황이 찾아왔는데 경찰과 달리던 주자들이 다리를 주물러주며 경련을 풀어줘 다시 달릴 수 있었다.” 대기업에서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전문 강사이기도 한 오 작가는 주제를 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바꿨다. “강연 주제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 너와 함께 하는 동행’이다. 사람이 누구와 대화할 때 그 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내 몸, 나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타자의 얘기가 들린다. 타자의 얘기가 들리면 조직에서 원하는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이 이뤄진다. 그래야 하나 되어 더 높은 곳을 날아갈 수 있는 비행을 시작할 수 있다. 소통과 몸은 얼마든지 융합할 수 있다. 결국 내 몸이 건강해야 나는 물론 남과도 소통할 수 있다.” 오 작가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몸이 답이다’는 책으로 풀어냈다. “책의 핵심은 성형(成炯)이다. 이룰 성에 빛날 형자. 성형 수술할 때 쓰는 형태 형(形)이 아니다. 빛남을 이루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빛나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몸과 마음을 위해 운동을 하고,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고, 사랑하자는 것이다. 그 구심점에 몸이 있다.” 오 작가는 ‘행동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지라도 행동 없는 행복이란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과 ‘우리들의 행복은 십중팔구 건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다’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건강해야 오는 것이고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살면 초라하고 나를 위해 살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보다는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사는 경향이 있다. 내 삶의 핵심 가치를 찾고 내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몸이 기반이다. 우린 몸을 통해서 살고 몸을 통해서 느낀다. 건강하지 못하고 아픈 몸이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성형(成炯), 삶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몸에서 찾아야 한다.” 오 작가는 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GFM(Ground Force Method)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아이가 누워있다 기고, 서서 걷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듯 그 원초적인 움직임들을 운동으로 만든 것이 GFM이다. 발목부터 머리까지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운동법, 몸의 기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운동법이라 배웠다.” 지금은 케틀 벨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케틀 벨을 가르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운동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공부하는 차원이다. 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언젠가 돈이나 명예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언젠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믿음이다.” 오 작가는 자신을 너무 믿고 몸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뤽 낭시가 쓴 ‘코르푸스’에 ‘확신이 탐욕을 받아서 산산이 부서지는 게 몸이다’는 구절이 있다. 건강에 대한 확신과 무지함에 몸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난 건강해’ ‘우리 집은 장수집안이야’ 등 지나친 확신에 몸을 망친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사람들에게 운동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을 통해, 책을 통해 ‘아 나도 저 사람처럼 해볼까’라는 느낌만 줘도 된다는 생각이다. 강연을 하고 책을 쓰면서도 오 작가는 운동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있다. “내년엔 50km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백두산 천지가 결승선인 장백산 마라톤대회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턴, 뉴욕,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의 세계 6대 마라톤도 완주하고 싶다. 이렇게 움직일 때 내가 행복하고 내 본연의 일도 더 잘된다.” 그는 주위로부터 ‘세상 밝은 러너’로 불린다. 다릴 때마다 늘 웃고 있어서란다. “나도 몰랐다. 찍힌 사진마다 웃고 있었다. ‘아 내가 이 운동을 정말 사랑하는구나’를 느꼈다.” 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린 달리기 책도 구상하고 있다. 왜 쓰느냐고 “달리기가 좋아서”란다. “전 강연할 때 ‘스토리’를 얘기합니다.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스로 토해내는 진실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가 운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했기에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얘기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운동을 하세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운동은 걷기다. 특히 지금까지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출발은 당연히 걷기여야 한다. 시작이 쉽고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걷기를 밥 먹듯이 한다. 자거나 앉아서 쉴 때, 식사할 때, 사무실에서 일할 때 등을 제외하면 우리는 늘 걷는다. 물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있지만 걷기는 우리가 언제나, 항상 하고 또 할 수 있는 아주 친숙한 활동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걷기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걷기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짧은 거리라도 걷기를 생활화하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우리 몸이 활기를 느낄 만큼의 스트레스(부하)를 주려면 어느 정도 지속 시간이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7530+운동법이 강조한 게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30분의 기준은 10분 씩 세 번을 나눠서 해도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10분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운동 효과를 보려면 한 번 걸을 때 반드시 10분은 채워야 한다.걷기는 인간이 땅에 직립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운동이다. 아프리카 케냐 북부 나이로비에 사는 마사이족은 하루 평균 3만보를 걷는다. 한국인은 잘해야 하루 평균 5000보 안팎을 걷는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약 3500보. 주부는 3000보. 하루 1000보도 걷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잘 뛰어노는 아이들의 경우 2만600보를 걷는다. 보통 1일 권장 걸음수가 1만보다. 1만보면 보폭에 따라 8km에서 9.5km다. 빠르게 한 번에 걸으면 1시간 20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로 상당한 운동량이다. 걷기와 달리기를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속도다. 시속 7km 이상이면 달리기, 이하면 걷기다. 학술적으론 두 발 중 한 발이 항상 땅에 닿아 있으면 걷기, 그렇지 않으면 달리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걷기는 하중이 뒤꿈치부터 바닥을 거쳐 발가락 쪽으로 전달되는 식(계란이 굴러가는 모양)인 반면 달리기는 공이 바닥에 튀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걷기보다 달리기가 순간적으로 막중한 체중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걸을 때 발목과 무릎, 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과 비슷하지만 달릴 때는 최대 4배까지 충격이 가해진다. 걷기가 달리기에 비해 몸에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이유다. 걷기는 지방과 탄수화물을 반반씩 쓰지만 달리기는 지방을 적게 탄수화물을 많이 소비한다. 즉 체지방을 태워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겐 달리기보다는 걷기가 더 좋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정책개발원(과거 체육과학연구원)의 조사결과 걷기와 달리기를 1회 30분, 주 3회씩, 20주간 실시한 결과 걷기(13.4%)가 달리기(6.0%)에 비해 체지방 감소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걷기의 효과는 크다. 하루 10분 이상씩 3회를 걷자. 다만 걸을 땐 산보하듯 하면 안 되고 조금 빨리 걸어야 한다. 10분을 걷고 나면 목이나 등에 땀이 살짝 밸 정도가 돼야 한다. 걷기의 속도 조정은 평소 걸을 때보다 약간만 속도를 내면 된다. 물론 더 많이 걸어도 된다. 단 호흡이 가쁘거나 근육이나 통증이 오면 멈춰야 한다. 운동은 몸에 적절한 스트레스를 줘야 하지만 무리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독이 된다. 걷기의 올바른 자세는 목과 팔, 다리를 바르게 하고 편하게 걸으면 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3)은 ‘달리는 미스터코리아’로 불린다. 대한민국 최고 근육을 자랑하는 미스터코리아 출신으로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 사막마라톤을 완주했고 최근엔 산까지 달리고 있다. 전문 운동선수 출신으로 끊임없는 관리와 새로운 도전으로 ‘건강 100세 시대’를 개척해 가고 있다. “40대 초반 졸도를 해 119에 실려 갔다. 보디빌딩 선수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소 건강을 과시하는 삶을 살다보니 몸이 크게 망가졌다. 부정맥도 생겼다. 근육을 키워 외형은 건강해보였는데 속이 썩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고교 1학년 때 역도부에 들어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창 원장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3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5번이나 정상에 섰을 정도였다.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했고 1979년 제대한 뒤 다시 운동을 시작해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일반부 미스터코리아에 도전해 두 번만의 일이다. “솔직히 난 부모님 덕을 많이 봤다. 선천적으로 골격이 크고 근육질도 좋았다. 요즘 같으면 경쟁이 심해 15년은 열심히 해야 우승할 수 있는데 난 운동 시작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운동을 그만두고 지나치게 건강을 자신한 게 화근이었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창 원장은 은퇴한 뒤 1992년부터 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로 들어가 후진을 양성하는 등 보디빌딩 발전을 위해 헌신하면서 몸이 망가졌다. “나를 포함에 엘리트 운동선수를 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이렇게 건강한데 운동은 왜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보상심리이기도 하고 너무 운동을 많이 해 탈진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다. 나는 당시 이유도 없이 화장실에서 넘어져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3번이나 졸도했다. 한 번은 제주도에서 대회를 하고 있는데 쓰러져 이마를 다치는 바람에 6바늘을 꿰맨 적도 있다. 체력을 자신해 술을 많이 마시면서 몸이 망가진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1990년대 말부터 마라톤 붐이 일고 있었다. “보디빌더들이 외형은 그럴 듯한데 속으로는 그렇게 건강하지 않았다. 자동차로 치면 외형은 ‘벤츠’인데 그 몸을 굴려주는 엔진은 상대적으로 ‘경차’에 가까웠다. 근력은 좋은데 특히 심폐지구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렸다.” 분당검푸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달렸다. “보디빌더들만을 만나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서도 돕고 의지하며 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건강이 좋아져 걱정도 사라졌다. 마라톤으로는 ‘우승’이 아닌 ‘기록’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4시간17분으로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지금까지 43회 풀코스를 달렸다. 2003년 ‘꿈의 무대’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했다. 국내 최고인 ‘동아마라톤’에서 5번 페이스메이커 자원봉사도 했다. 목표 기록을 ‘3시간30분’으로 정해놓고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난 골격이 크고 체중도 80kg이 넘는다. 이 몸으론 속칭 ‘서브스리(3시간 이내)’는 어림도 없었다. 전문가들 상담을 받으니 3시간30분은 가능하다고 했다. 이 기록을 목표로 설정하고 7번 도전 끝에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27분38초로란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날아갈 듯 기뻤다.” 달리니 몸이 달라졌다. 부정맥도 사라졌다. 안정시 심박수가 70회이었는데 52회로 떨어졌다. “솔직히 보디빌더들은 유산소운동을 기피했었다. 근육이 빠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보디빌더는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백근을 주로 발달시키는데 마라톤은 지구력이 좋은 적근을 키워야했다. 그런 딜레마 때문에 나도 힘들었다. 근육이 발달해 있어 달릴 때 잘 뭉치기도 했지만 마라톤은 몸을 가볍게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땀이 안 나는데 달리면 땀이 흐른다. 심장 뛰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달리고 난 뒤 땀에 흠뻑 젖는 매력이 그만이었다.” 창 원장은 울트라마라톤 100km도 4회 완주했고 ‘극지마라톤’의 대명사인 사막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시작하면 결국 울트라마라톤과 극지마라톤으로 가더라. 뭔가 더 힘든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2005년 사하라사막마라톤(이집트),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중국), 2008년 아카타마사막마라톤(칠레)을 달렸다. 남극마라톤을 달려야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데 남극은 달리기에 별 재미가 없다고 해서 안 갔다. 극지마라톤도 재미가 있어야 달리는 것 아닌가.” 2010년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뒤엔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스팔트를 달리다보니 발도 아프고 싫증도 났다. 당시 산을 달리는 것도 유행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 달려보니 좋았다. 흙길을 뛰니 발에도 좋았고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니 잔근육 발달에도 좋았다. 이 때부터는 기록보다는 건강을 위해 달리는 데 중점을 뒀다.” 2010년부터 강북 5산종주 산악마라톤인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48km를 3년 연속 달렸다. 2013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트레킹을 다녀왔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대관령 50km 트레일러닝을 완주했다. 2017년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158km 트레킹, 올 9월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5550m 트레킹을 다녀왔다. “산에 가면 자유인이 된 것 같다. 흙길이 있고 나무와 풀, 돌, 바위…. 시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로웠다. 마라톤하고 트레일러닝은 힘들지만 특정 거리를 완주한 뒤 얻는 쾌감이 좋다. 보디빌딩 선수로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린 뒤 느끼는 감정이랄까.” 최근엔 사이클에도 빠져 있다. “사람이 만날 똑같은 밥을 먹을 수 없지 않나.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는 것도 재밌더라. 언덕을 오르면 하체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요즘엔 주말에 친구들과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까지 사이클 타고 갔다 오는 재미에 빠졌다.” 사이클로도 4대강 주변을 다 달렸고 동해안 질주는 물론 제주도 순환도 3회나 했다. 창 원장은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조화’를 강조했다. “60세 이상 나이 먹어서 꼭 키워야 할 게 근육이다. 20세 후반부터 매년 근육이 줄어드는데 나이 들면 그 감소폭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심폐지구력도 중요하다. 심장과 폐가 튼튼해야 어떤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 두 운동을 조화시켜서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창 원장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번갈아하는 ‘반반 운동법’을 강조했다. 걷기와 달리기, 마라톤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주 2~3회 꼭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라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도 부위를 나눠서 하면 매일 할 수 있다. 상체를 팔, 어깨, 복근, 등근육으로 나누고, 하체도 허벅지 앞뒤, 장딴지 등으로 나눠서 교대로 하면 크게 힘 안들이고 할 수 있다.” 창 원장은 운동선수 출신들에게도 조언을 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이 오래 못 산다고 알려져 있다. 현역 때 너무 운동을 많이 해서 몸이 삭았기 때문이라고…. 내가 직접 해보니 그것은 아니다. 운동선수를 그만둔 뒤 관리를 해야 한다. 관리는 안하고 건강을 과신해 몸을 쓰다보니 일찍 건강이 망가지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운동을 그만두고 3개월 지나면 일반인하고 똑같아진다. 적절하게 운동해야 건강하고 오래살 수 있다.” 창 원장은 일반 스포츠 마니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특히 마스터스마라토너들, 아프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참고 달리면 이 좋은 운동을 오래 못한다. 100세 시대까지 즐겁게 운동하려면 절대 무리해 몸을 망치면 안 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스포츠의 역할을 모색하는 국제적인 논의의 장이 열린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단장: 서울대 강준호 교수)은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드림투게더 서울포럼 2018’을 개최한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증진’을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포럼에서는 최근 남북한 관계개선 및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스포츠의 역할을 모색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파이잘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평화증진 수단으로서의 스포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 뒤 스포츠가 범국가적 갈등 해소에 성공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독일 통일과 콜롬비아 내전, 북아일랜드 분쟁에 자세히 알아본다. 독일 쾰른체육대학 만프레드 라에머 교수(독일 통일),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평화그룹의 베아트리즈 메히아 국장(콜롬비아 내전), 보스턴 칼리지 아일랜드 마이크 크로닌 교수(북아일랜드 분쟁)는 각 주제에서 스포츠가 평화증진에 기여한 측면을 소개한다. 나영일 서울대 교수는 남북한 평화증진을 위해 향후 진행 가능한 교류추진 방안을 발표한다. 강준호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스포츠의 다양한 가치를 활용해 향후 한반도 평화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조재기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박찬욱 서울대 총장 직무대리 교육부총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우리 몸은 잘 짜여 진 유기체다. 뼈와 관절, 근육으로 이뤄진 근골격계와 온 몸에 피를 공급하는 심혈관계, 그리고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해 움직이기 위해 몸 각 부위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신경계…. 운동할 때 몸이란 유기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예열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준비운동, 워밍업을 예기한다. 워밍업은 영어로 Warming Up으로 체온을 올린다는 얘기다. 인간은 항온 동물로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몸이 이상이 있으면 열이 오른다. 하지만 운동 때는 얘기가 다르다. 열이 올라야 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몸은 평상시엔 굳어있다고 보면 된다. 딱딱한 고체 상태는 아니지만 갑자기 움직이면 가동이 잘 안되는 상태다. 평상시 위험에 노출돼 갑자기 10~20m를 빠르게 달려본 기억이 있는가. 숨은 가프고 온 근육에선 피로가 느껴진다. 몸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힘들지 않게 하려면 몸의 각 부위가 속칭 말랑말랑해야 한다. 심장도 적당하게 심박수가 올라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가도 숨이 가쁘지 않게 준비돼야 한다. 그게 워밍업이다. 딱딱하게 굳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인대, 건, 관절, 근육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운동을 편하게 하고 스포츠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밍업의 생리학적 효과는 여러 가지다. 첫째, 체내 효소를 활성화시켜준다. 운동할 때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쓰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게 효소다. 효소는 에너지시스템의 대사 작용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둘째, 혈액 흐름을 빠르게 해줘 결과적으로 산소 이용률을 높여준다. 셋째, 근수축 시간과 반응 시간을 단축해준다. 워밍업은 먼저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체조를 하고 천천히 달리는 조깅을 많이 활용한다. 맨손체조는 학창 시절 배운 국민체조가 대표적이다. 발, 다리, 허리, 어깨, 목 등의 순서로 돌릴 수 있는 부위를 잘 돌려주면 된다. 보통 심장에서 먼 발부터 먼저하고 다리 허리 팔 목 등 순서로 돌려주면 된다. 스트레칭은 각 부위를 길게 늘려 주는 체조다. 스트레칭은 몸의 유연성(Flexibility)을 높여준다. 유연성은 간단하게 근육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나타낸다. 유연성이 좋은 사람은 어떤 동작이라도 인체에 무리 없게 잘 할 수 있다. 스트레칭은 또 근섬유와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의 찢어짐을 방지한다. 결과적으로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막아준다. 스트레칭은 마지막으로 허리와 어깨, 목 등의 근육에 긴장감을 줘 역시 부상을 예방한다. 일반적으로 팔이나 다리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신체 골격 구조의 중심이며 신경계의 중심인 척추를 첫 순서로 스트레칭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척추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팔이나 다리가 단단하고 척추가 뻣뻣하다면 등과 허리 또는 목이 다칠 염려가 있다. 또 스트레칭은 하고자 하는 운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를 많이 해주는 게 좋다. 스트레칭 방법은 (1) 한 동작에 적어도 10초가 적당하나 근육이 발달된 우수한 선수의 경우 효과를 올리기 위해 20~30초 정도 유지하는 게 좋다. 정확하게 10~15초 동안 스트레칭 후 근육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각 부위별 스트레칭 시간은 평균 20~30초 사이가 최적의 시간이다. (2)각 부위에 2~3회 정도 실시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체조까지 마친 뒤 10~20분 가볍게 달리면 워밍업이 끝난다. 애피타이저를 먹어야 본식이 맛있듯 워밍업을 잘 하면 축구 야구 마라톤 등 본 운동(식사로 얘기하면 본식)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운동하기 전 꼭 준비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본 운동을 마친 뒤에도 가볍게 달린 뒤 스트레칭체조와 맨손체조를 해주는 워밍다운(Warming Down, Cooling Down)을 하면 피로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은 운동이나 훈련, 경기 전후 실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서 스트레칭을 하면 몸 유연성 향상은 물론 근력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가정주부 홍현분 씨(57)는 다시 한번 사막을 누비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2006년 사하라사막마라톤과 2007년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한 뒤 사막을 그리워하고 있다. “사막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누눈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 때문이라고 했다. 진짜 초록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막에서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었다. 물이 있으면 나무가 있고 새도 있고…. 또 씻을 수도 있어 좋았다.” 사막이 좋은 점이 또 있단다. “사막마라톤에서는 한번은 밤새도록 달리는 날이 있다. 그 땐 마치 내가 한 점이고 온 우주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온 별들이 내 가슴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가고 싶다. 지금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 혼자 사막을 달리면 외롭고 무섭지 않을까. “아버지 품을 향해 달린다고 생각하면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다. 난 어렸을 때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다. 경기도 화성 시골에서 도시로 공부하러 갔다 토요일 마다 집에 갔다.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마당에서 양팔을 벌리고 내가 달려오길 기다렸다. 난 힘차게 달려 아버지 품에 안겼다. 사막을 달리면 아버지가 양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달린다. 그럼 사막이 마치 고향 가는 길 같다.” 평범하게 가정만을 돌보고 있던 홍 씨는 2002년 우연한 기회에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다. “평소 수영과 등산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는 언니가 마라톤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 언니 남편이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내가 뭐든 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등산도 한번 시작하면 정상까지 오르지 중간에 내려온 적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 언니가 ‘넌 끈기가 있으니 마라톤 한번 해봐라’고 했고 그게 계기가 됐다.” 그해 4월 인천 송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라톤을 하겠다고 한 뒤 25일 만이었다. 참가신청을 못해 개인 사정상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 번호를 달고 달렸다. 뭣도 모르고 달렸는데 5시간 17분에 완주했다. 5km, 10km, 하프코스 등을 전혀 달려보지 않았다. 그런데 마라톤 풀코스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6개월 뒤 춘천마라톤에서 제대로 달렸다. 4시간20분. “마라톤의 매력은 ‘마의 구간’이라고 일컬어지는 30km에서 42.195km 구간을 달리고 나서 얻는 쾌감이다. 너무 지쳐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내가 힘들면 누구나 힘들다고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달려 결승선을 통과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마의 구간을 달릴 땐 힘이 없어 완주 못할 것 같은데 완주하면 활짝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 과정이 좋다.” 개인 최고기록은 3시간33분이다. 2007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 43분, 그해 11월 중앙마라톤에서 3시간 37분, 그리고 2008년 4월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매일 10~15km를 달리고 있다. 진짜 딱 내 적성에 맞았다. 난 수영을 할 때도 한번 하면 2시간 씩 했다. 동네 수영대회에서도 자주 입상했다. 주변에서 ‘물개’로 불렀다. 그만큼 지구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이 나보러 육상 장거리선수를 하라고 했다. 어머니의 반대로 하지 못했는데…. 어쨌든 오래 달리는 게 좋았다. 그래서 지금도 혼자 열심히 달리고 있다.” 마라톤에 빠져 있을 때 사막마라톤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났다. 100회마라톤클럽과 해누리마라톤클럽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달리는데 해누리마라톤클럽 회원으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이룬 이무웅 씨(75)가 “사막이 너무 아름다우니 달려보라”고 권한 것이다. “15km 배낭을 메고 250km를 달리는 사막마라톤에 참가한 선배님이 ‘사막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 했다. 나도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아서 참가했다.”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은 사하라마라톤(이집트)과 고비사막마라톤(중국), 아타카마사막마라톤(칠레), 그리고 남극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다. 홍 씨는 “2, 3년 뒤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며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뒤 극한에 도전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2009년 한반도횡단 308km마라톤을 완주했다. 경기도 강화도 창우리에 강릉 경포대까지 2박3일에 완주했다.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다.” 2014년엔 미국에서 8연풀(8일 연속 풀코스 완주)을 하기도 했다. “2010년 뉴욕마라톤, 2011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할 때 어우동 한복을 입고 달린 적이 있다. 그 때 교포들이 그렇게 좋아했다. 현지 신문에 내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 때 사귀었던 교포가 미국에서 8연풀 대회를 하는데 달려볼 생각이 없냐고 해서 바로 달려갔다. 8개 대회를 모두 5시간 안쪽으로 달렸다.” 홍 씨는 한 때 1년에 풀코스를 35회 완주하기도 했다. 제주 4연풀(4일 연속 풀코스 완주)도 완주하는 등 거의 매주 풀코스를 달렸다. 지금까지 풀코스 완주만 280회. 세계 6대 마라톤(보스턴 시카고 뉴욕 베를린 런던 도쿄)도 완주했다. 하지만 홍 씨는 최근 2연간 대회 출전을 못했다. 교회 여성회장을 맡는 바람에 주말에 시간을 내지 못했다. 지난 3일 손기정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 57분대에 완주한 게 2년만의 풀코스 완주였다. 20일 서울 신도림역 도림천을 달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도 3시간 54분대에 완주했다. 홍 씨 등 마라톤마니아들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새벽 6시부터 7시에 출발하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훈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원사랑마라톤대회 출전은 다음달 열리는 중앙마라톤을 대비해 마지막으로 긴 거리를 달린 것이었다. 2년 풀코스를 달리지 않았지만 평소 매일 달려 아직 기록이 나쁘지는 않았다.” 홍 씨는 내년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릴 예정이다. “솔직히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한국 나이 39세 땐 대형 운전면허를 땄다. 49세 땐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완주했다. 내년엔 한국나이 59세인데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할 계획이다. 나이를 먹는 게 안타까워 뭔가 이정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잡은 계획이다.” 산타아고 순례길은 프랑스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배를 타는 구간까지 900여 km. 홍 씨는 “보통 걸으면 4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난 친구들과 달리며 걸을 계획이기 때문에 20일에서 25일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개인적으로 잡은 장단기 목표를 위해 매일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힘겨운 훈련이 아니다. 운동은 즐겁고 재밌는 일상생활이다. “최근엔 목동마라톤클럽에 나가서 스피드 훈련을 한다. 좀더 기록을 당기기 위해서다. 난 매일 웨이트트레이닝도 1시간 씩 한다.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있다. 근육이 조화롭게 발달해야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다. 하루 3시간은 운동에 투자하고 있다.” 홍 씨가 즐겁게 달리니 주변에서 ‘나도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 한단다.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고독이 내 그림자다’라고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구력과 끈기가 있어야 마라톤들 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하기 싫다고 안하면 안 된다. 덮고 추울 때 훈련하러 나가려면 도살장에 끌려 나가는 듯한 마음이지만 그것을 참고 훈련해야 즐겁게 마라톤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100세 시대 건강에 대해 물었다. “사람은 나이 먹을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운동을 하면 달라진다. 운동은 삶에 활력을 준다. 자신감도 준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밥 먹듯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의 생활화, 습관화가 중요하다. 솔직히 나이 들면 안하던 운동을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힘든 것을 참고 이겨내면 즐겁고 건강한 삶이 펼쳐진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나. 지금 바로 운동을 시작하자. 그래서 나른한 삶을 확 바꿔보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은 7월 기자페이지를 개설해 분야별 전문기자들의 깊이 있는 디지털 전용 콘텐츠(디지털 스페셜)를 발신해 왔습니다. 특히 스포츠부의 양종구 차장은 ‘100세 시대 건강법’ 코너에서 은퇴를 전후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삶의 활력을 키워가는 노년들의 이야기와 과학적인 건강법을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양 기자가 만난 운동 마니아들의 건강 비법을 소개합니다. 》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 3일 앓다 죽는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병치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죽는다’는 뜻으로 농담처럼 떠돌던 이 일련의 숫자가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실현’해야 할 목표가 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평균 연령은 82.4세. 지금 60세라면 충분히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00세 시대 건강법’을 실천하는 남녀 노익장 스포츠 마니아들은 운동(스포츠)이 ‘9988-234’를 실현시켜줄 좋은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 시작해 50년 가까이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내가 100세가 됐을 때 어떤 상태로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자주 쓰는 말이 ‘9988-234’다. 항상 그런 이미지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 남은 생을 앓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죽기 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매일 그리면 스스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거의 매일 서울 옥수동 자택에서 잠원동 병원까지 편도 7.5km를 달리거나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1997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 원장은 2000년 달리는의사들(현 사단법인 한국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어 ‘안전하게 달리는 법’ ‘마라톤 에티켓’ 등을 달림이들에게 인식시키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 6분대며 풀코스만 200회 가까이 완주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계속 지속하는 원동력은 운동으로 얻는 ‘행복감’과 ‘자신감’이었다. 언제나 “근육은 나이가 없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근육맨’ 서영갑 전 대구 덕화여고 교장(82)은 40년 가까이 근육 운동을 즐기고 있다. 그는 40대 초반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입문하게 됐다. 평소 아령 2개로 혼자 운동하다 1999년 8월 31일 정년퇴직하면서 본격적인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길로 접어들었고 각종 대회 시니어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는 “근육을 키우면서 자세도 좋아지고 힘이 세지니까 당당해졌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벌써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고, 누워 있는 친구도 있다.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대부분 허리가 굽고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있다. 난 아직 아령을 쉽게 들어올리며 운동할 수 있다”며 웃었다. 8월 6박 7일간 250km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이무웅 씨(75·구진피티에프이 대표)도 운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골프를 하다 그립을 못 잡을 정도로 손가락을 다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근질근질해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즐기는 것을 보고 따라 시작한 것이다. 55세에 마라톤에 입문해 10km, 하프, 풀코스를 넘어 사막이란 ‘극지마라톤’까지 완주했다. 그는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이집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16차례나 다녀왔다. 올해로 환갑인 박정순 씨(60)는 30대 후반 나른한 삶을 탈피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도 찾아주고 ‘100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도 지켜줬다. 운동이라곤 해보지 않았는데 수영은 몸에 딱 맞는 옷 같았다. 수영 자체가 재미있었고 하는 대로 실력이 향상됐다. 각종 생활체육 수영대회를 석권했고 48세에 수영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5월 2018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 산악마라톤에서 8시간 54분으로 여자부 우승을 하는 등 최근엔 ‘트레일러닝’의 강자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이현아 강남구보디빌딩협회 부회장(55)은 웨이트트레이닝 덕택에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가정주부였던 이 부회장은 첫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인 2006년 어렸을 때의 ‘모델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 당시 30, 40대 미시 주부 모델들이 뜨고 있었다. 그래서 미시모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몸은 날씬했는데 그것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져 몸만들기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근육을 키워 한때 보디피트니스(보디빌딩)계에서 잘나가던 스타로 떠올랐고 모델 꿈을 이뤘다. 지금은 ‘시니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몸에 근육을 입힌 뒤 ‘20년은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80)는 매주 5일씩 산을 타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1990년 9월 전역한 뒤 전국의 산을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1만6000개의 봉우리를 올랐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은 물론이고 전국의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산의 봉우리까지 섭렵하고 있다. 심 씨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있는 산의 봉우리는 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산을 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떤 봉우리든 오르면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준다”고 말한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해 2002년까지 8년 동안 1대간 9정맥을 완전히 종주했다. 백두대간엔 정맥 지맥 등이 있는데 거의 다 갔다 왔단다. 그는 “등산을 시작한 뒤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다. 늘 공기와 경치가 좋은 산에 올라서 그런가 보다”며 웃었다. ▼나이-체력 감안 적절한 운동법 선택… 동호회-전문가 활용도 ‘굿’▼“기본에 충실하라” 新초보자의 운동법나이 들어서도 별 탈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 김건수 씨(61)는 60세를 넘기면서 ‘신(新)초보자 운동법’을 실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옛날엔 잘했는데 지금 못한다고 창피해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적당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 20년 넘게 운동을 즐겨 온 그의 철학. 마라톤 풀코스 다수 완주, 사이클로 전국 4대강 1857km 완주에 제주 둘레길, 남도 횡단, 일본 규슈 일주 등을 끝낸 전문가지만 ‘초심’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김 씨의 초보자 운동법은 다음과 같다. ①과거 아무리 운동을 잘했어도 초보자의 자세로 운동에 임한다. ②몸이 힘들면 쉬어라. 회복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③성과? 기록? 천천히 가야 오래 즐긴다. ④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즐겁다(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목표를 정해 정진한다). ⑤즐기려는 스포츠를 잘 정리한 책을 ‘바이블’로 삼고 공부한다. 올해 발레와 필라테스를 시작해 운동의 참맛을 알게 된 주부 우진미 씨(56)는 철저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피트니스센터 등을 다니면서도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했던 그는 발레 필라테스 원장에게 쓰지 않던 근육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면서 운동에 빠져들었다. 4월 발레를 시작했고 6월 필라테스를 병행해 10월까지 15kg을 감량한 배경에는 제대로 된 ‘전문가 활용’이 있었다. 1987년 테니스에 빠진 송선순 씨(58)는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에 가입해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송 씨는 5차례나 회장을 지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약했고 지금도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마니아들이 동호회를 활용한다. 특정 스포츠를 매개로 만나 우의를 다지고 실력을 키우면 훨씬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마니아’ 스테파니 오(한국명 오영주·59) 씨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고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스포츠 천국’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그는 30대 중반 달리기에 입문했고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4시간 5분대를 뛰어 ‘4시간 10분 이내’라는 보스턴 마라톤 성별 연령별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그는 환갑인 내년 4월 보스턴 마라톤 완주라는 행복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8월부터 dongA.com에 연재한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이 화제를 모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삶의 활력을 찾는 남녀 노익장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 받고 ‘나도 시도해보겠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건강해야 맘껏 누릴 수 있다. 그동안 소개한 10명의 운동마니아들을 통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찾아본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앓다 죽는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병치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죽는다’는 뜻으로 농담처럼 떠돌던 이 일련의 숫자가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실현’해야 할 목표가 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평균 연령은 82.4세. 지금 60세라면 충분히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00세 시대 건강법’을 실천하는 남녀 노익장 스포츠 마니아들은 운동(스포츠)이 ‘9988-234’를 실현시켜줄 좋은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 시작해 50년 가까이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내가 100세가 됐을 때 어떤 상태로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자주 쓰는 말이 ‘9988-234’다. 항상 그런 이미지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 남은 생을 앓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죽기 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매일 그리면 스스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거의 매일 서울 옥수동 자택에서 잠원동 병원까지 편도 7.5km를 달리거나 걸어 출퇴근하고 있다. 1997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 원장은 2000년 달리는의사들(현 사단법인 한국달리는의사들·http://www.runningdr.co.kr/)이란 동호회를 만들어 ‘안전하게 다리는 법’ ‘마라톤에티켓’ 등을 달림이들에게 인식시키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마라톤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6분대며 풀코스만 200회 가까이 완주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계속 지속하는 원동력은 운동으로 얻는 ‘행복감’이었다. 언제나 “근육은 나이가 없습니다”고 인사하는 ‘근육맨’ 서영갑 전 대구 덕화여고 교장(82)은 40년 가까이 근육 운동을 즐기고 있다. 그는 40대 초반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입문하게 됐다. 평소 아령 2개로 혼자 운동하다 1999년 8월 31일 정년퇴직하면서 본격적인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길로 접어들었고 각종 대회 시니어부분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는 “근육을 키우면서 자세도 좋아지고 힘이 세어지니까 당당해졌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벌써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고, 누워 있는 친구도 있다.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대부분 허리가 굽고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있다. 난 아직 아령을 쉽게 들어올리며 운동할 수 있다”며 웃었다. 서 교장은 아직도 운동이 생활이고 생활이 운동일 정도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8월 6박7일간 250km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한 이무웅 씨(75·구진피티에프이 대표)도 운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골프를 하다 그립을 못 잡을 정도로 손가락을 다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근질근질해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즐기는 것을 보고 따라 시작한 것이다. 55세에 마라톤에 입문해 10km, 하프, 풀코스를 넘어 사막이란 ‘극지마라톤’까지 완주했다. 그에게 사막마라톤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기회였다. 그는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이집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16차례나 다녀왔다. 그는 “힘이 있는 한 달릴 것”이라며 오늘도 질주하고 있다. 올해로 환갑인 박정순 씨(60)는 30대 후반 나른한 삶을 탈피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도 찾아주고 ‘100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도 지켜줬다. 운동이라곤 해보지 않았는데 수영은 몸에 딱 맞는 옷 같았다. 수영 자체가 재미있었고 하는 대로 실력이 향상됐다. 각종 생활체육 수영대회를 석권했고 48세에 수영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5월 2018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 산악마라톤에서 8시간54분으로 여자부 우승을 하는 등 최근엔 ‘트레일러닝’의 강자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이현아 강남구보디빌딩협회 부회장(55)은 웨이트트레이닝 덕택에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가정 주부였던 이 부회장은 첫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인 2006년 어렸을 때의 ‘모델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 당시 30, 40대 미시 주부 모델들이 뜨고 있었다. 그래서 미시모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몸은 날씬했는데 그것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져 몸만들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근육을 키워 한 때 보디피트니스(보디빌딩) 계에서 잘 나가던 스타로 떠올랐고 모델 꿈을 이뤘다. 지금은 ‘시니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몸에 근육을 입힌 뒤 ‘20년은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80)는 매주 5일씩 산을 타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1990년 9월 전역한 뒤 전국의 산을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1만6000개의 봉우리를 올랐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은 물론 전국의 전혀 알려지지 않는 산의 봉우리까지 섭렵하고 있다. 심 씨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있는 산의 봉우리는 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산을 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떤 봉우리든 오르면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군에서 더 이상 진급이 안돼 전역한 뒤 등산에 매진하게 됐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해 2002년까지 8년 동안 1대간 9정맥을 완전히 종주했다. 백두대간엔 정맥 지맥 등이 있는데 거의 다 갔다 왔단다. 그는 “등산을 시작한 뒤 평생 아파서 병원이 간 적이 없다. 늘 공기와 경치 좋은 산에 올라서 그런 가 보다”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안전하게 운동 즐기는 팁▼나이 들어서도 별 탈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 김건수 씨(61)는 60세를 넘기면서 ‘신(新) 초보자(New Beginner) 운동법’을 실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옛날엔 잘했는데 지금 못한다고 창피해 한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는 게 20년 넘게 운동을 즐겨온 그의 철학. 마라톤 풀코스 다수 완주에 사이클로 전국 4대강 1857km 완주에 제주 둘레길, 남도 횡단, 일본 규슈 일주 등을 끝낸 전문가지만 ‘초심’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김 씨의 초보자 운동법은 <1>과거 아무리 운동을 잘했어도 초보자의 자세로 운동에 임한다. <2>몸이 힘들면 쉬어라. 회복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3>성과? 기록? 천천히 가야 오래 즐긴다. <4>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즐겁다.(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목표를 정해 정진한다) <5>즐기려는 스포츠를 잘 정리한 책을 ‘바이블’로 삼고 공부한다. 올해 발레와 필라테스를 시작해 운동의 참 맛을 알게 된 주부 우진미 씨(56)는 철저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피트니스센터 등 다니면서도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했던 그는 발레 필라테스 원장으로부터 쓰지 않던 근육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면서 운동에 빠져 들었다. 4월 발레를 시작했고 6월 필라테스를 병행해 10월까지 15kg을 감량한 배경에 제대로 된 ‘전문가 활용’이 있었다. 1987년 테니스에 빠진 송선순 씨(58)는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에 가입해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송 씨는 5차례나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약했고 지금도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마니아들이 동호회를 활용한다. 특정 스포츠를 매개로 함께 만나 우의를 다지고 실력을 키우면 훨씬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마라톤 마니아’ 스테파니 오 씨(59·한국명 오영주)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운동을 즐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고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스포츠 천국’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그는 30대 중반 달리기에 입문했고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4시간 5분대를 뛰어 ‘4시간 10분 이내’라는 보스턴마라톤 성별 연령별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그는 환갑인 내년 4월 보스턴마라톤 완주란 행복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남자 1, 2위를 차지한 김재훈(29·한국전력)과 신광식(25·강원도청)이 아시아프리미어마라톤(APM) 상금을 받는다. APM은 아시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말까지 열린 서울국제마라톤과 베이징 마라톤(중국), 베이루트 마라톤(레바논)의 기록에 따라 상금을 주는 제도다. 뉴욕·런던·베를린·도쿄 마라톤 등이 참여하는 월드마라톤메이저스(WMM)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 9월 창설됐다. 김재훈은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3분24초를 기록해 APM 포인트 19점으로 남자부 전체 2위에 올라 6만 달러(약 6800만 원)를 받는다. 신광식은 2시간14분05초로 APM 포인트 12점으로 3위를 해 3만 달러(약 3400만 원)를 받게 됐다. 전체 1위는 38점을 받은 중국의 리쯔청(28)으로 16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챙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전북에 등 떠밀려 갑니다.” K리그1 전북을 떠나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옮긴다고 공식 발표한 22일 최강희 감독(59)은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엔 역으로 자신이 너무 오래 전북을 맡으며 우승을 자주 하다 보니 구단 운영에 운신의 폭이 좁아 전북에 숨쉴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 감독은 “솔직히 요즘 K리그에서 전북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팀이 어디 있나. 내가 있으면 전북에는 부담만 줄 수 있다”며 웃었다. 2005년 전북 수장에 오른 최 감독은 그해 FA(축구협회)컵에서 우승하는 등 9차례 트로피를 수집했다. 2006,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2009년과 2011년, 2014, 2015, 2017, 2018년 K리그 우승을 일궜다. 이런 최 감독이기에 톈진은 회장까지 직접 나서 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중국 매체는 코치진까지 3년 연봉이 250억 원이라고 전했다. 최 감독의 연봉은 세금을 제외하고 약 50억 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 감독은 올 시즌까지 마친 뒤 톈진으로 떠난다. 최 감독은 “전북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팀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항상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과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함께 극복하며 지지해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몸은 떠나도 언제나 전북을 응원하고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가슴속에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한국의 퍼거슨’을 꿈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이끌며 리그 우승 13회, FA컵 5회 우승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되려고 노력했고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최 감독은 전북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팬들과 소통했고 ‘봉동 이장’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최 감독은 우승도 많이 했지만 시스템 정착에 심혈을 기울었다.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결단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도 세웠다. 하지만 최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전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우승은 전북’이라는 공식 속에서 나태해지는 자신에게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늘 “동기부여가 떨어질까” 두려워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나 스스로 나를 바늘로 찌르면서 버텨 왔는데 이제는 아파서 더 못 찌를 것 같다”고도 했다. 전북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았지만 최 감독의 결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서 이룬 업적▽통산 성적=227승 112무 101패▽우승=K리그 6회(2009, 2011, 2014, 2015, 2017,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2006, 2016년), FA(축구협회)컵 1회(2005년)▽수상=K리그 대상 감독상(2009, 2011, 2014, 2015,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2016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일상생활도 운동이다’는 마음가짐이 운동의 시작이다. 서울 청계천 동아미디어센터 북쪽 계단 지하1층에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라는 큰 안내판이 있다. ‘지하 1층부터 옥상까지 22층 계단을 오르면 열량이 약 80kcal 소모되며 건강수명은 약 35분 늘어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각 층을 오를 때 얼마의 칼로리가 소비되는 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다른 회사 건물이나 서울지하철 역 일부 계단에도 이와 비슷한 알림이 있다. 건강이 중요한 시대 일상생활도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운동은 한자로 옮길 운(運)에 움직일 동(動), 말 그대로 몸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이라면 ‘시간을 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힘든 이유다. 일생생활도 운동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약 10여년쯤 일이다. 필자가 잘 아는 분이 살을 빼겠다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그는 정말로 10kg 정도를 감량했다. 방법을 물었다. “처음엔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서 내려 걸었다. 그리고 적응이 되면 2정거장, 3정거장 씩 늘렸다. 나중엔 7정거장 정도를 걸었다. 걷는 거리만 1시간이 넘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퇴근 때도 똑같이 걸었단다. 어떻게 보면 출퇴근 시간을 길게 잡고 ‘시간을 투자한 측면’도 있지만 ‘운동시간’을 따로 내지 않고 일상생활로 편입시킨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었다. 필자가 지난 주 7530+의 개념을 설명할 때 지적했듯 일상생활에서 움직이는 활동 자체가 운동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행동변경(Behavior Modification)요법’이 일찌감치 인기를 끌었다. 운동으로 살을 빼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먹는 것을 줄이는 방법 외에 정해진 일과 중에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즉 일상생활 자체를 운동이라 생각하고 체중 증가 억제 지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편안함을 버리고 ‘움직이자’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생활도 ‘운동’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차를 직장에서 가능한 멀리 주차하고 걸어서 출퇴근 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직장에서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고 주위를 산책한다. ▷술자리를 가능한 한 피하고 운동을 통한 만남의 기회를 자주 마련한다. ▷집에서 쉴 땐 아내 대신 청소를 한다. ▷아이들과 1시간 이상 놀아준다. 아이들과 노는 게 의외로 에너지 소모가 많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가. 운동의 시발점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일상생활도 운동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많이 움직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행동변경 요법은 운동실천의 첫 단계일 뿐이다. 물론 이런 마음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이 ‘운동’이라는 마음으로 가급적 계단을 오르고 걸어보자. 어느 순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황명배 씨(65·세인 휠타 대표)는 동생의 권유로 약 30년 전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에 입문하면서 ‘만능 스포츠맨’ 변신해 활기찬 삶을 즐기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몸이 좋지 않았다. 특히 허리가 아파 고생했다.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 때 오리엔티어링을 하고 있던 남동생이 해보라고 권유했다. 오리엔티어링은 한마디로 독도법(讀圖法)이다. 군대에서 해보던 것이니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육을 받고 시작했다.” 사실 오리엔티어링을 바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몸이 안 좋았을 때 하루는 남한산성을 올랐는데 너무 편했다. 앉아도 누워도 허리가 불편해 힘들었는데 등산 후 일주일이 편했다. 그 다음 주 다시 산을 올랐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 때 동생이 오리엔티어링을 권했다.” 당시 제대로 교육을 받아 3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상에 표시된 몇 개의 지점을 가능한 짧은 시간에 찾아내는 경기’다.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산에서 여러 지점을 찍고 돌아오는 오리엔티어링은 체력이 필수였다. 그래서 처음엔 쉽지는 않았다. “나보다 나이가 10살은 어려보이는 친구가 아주 쉽게 지점들을 찍으며 달리는데 나는 헉헉거리며 잘 뛰지도 못했다. 빨리는 가고 싶고. 그래서 따로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달리기였다. 그런데 하다보니 동생들을 이기고 싶었고 결국 이기게 됐다.” 달리자 몸이 달라졌다. 허리 아픈 것도 사라졌고 체력이 좋아졌다. 어느 순간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우승도 많이 했다. 오리엔티어링 국가대표로 해외 대회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운동은 몸은 물론 일상생활에 활력을 줬다. “오리엔티어링은 체력도 좋아야하지만 상황판단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선 산을 달리면서 지도를 보고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난 일반병으로 군입대했는데 하사관으로 차출돼 독도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예비군들에게 훈련도 시켰기 때문에 내겐 딱 맞은 스포츠였다.”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다. 10km, 하프코스, 풀코스 다 섭렵했다. 풀코스는 2시간57분대를 끊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하기도 했다. 과거 다른 운동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운동은 ‘천직’ 같았다. 오리엔티어링을 하면서 마라톤은 물론 수영과 사이클에도 자연스럽게 입문했다. “오리엔티어링과 마라톤에서 재미를 느끼자 다른 스포츠도 눈에 들어왔다. 수영도 했고 사이클도 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하는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 ‘철인3종’은 2000년대 들어 시작했다. 정식 명칭이 트라이애슬론인 철인3종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달리는 올림픽코스와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달리는 철인코스로 나뉜다. 황 씨는 철인코스만 달렸다. 철인코스의 경우 17시간 이내에 들어와야 ‘철인’이란 호칭이 주어진다. 황 씨의 철인코스 최고기록은 11시간 39분. 수준급이다. 그는 2006년 ‘철인들’의 꿈 하와이 코나 철인선수권대회(Kona Ironman Championship)에도 다녀왔다. “코나 대회는 기록이 좋다고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출전하는 것도 아니다. 연령대별 참가 기준이 까다롭다. 다른 대회는 참가신청만 하면 되는데 코나는 아니다. 한마디로 출전 자체가 영광인 대회다.” 황 씨는 최근엔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5년 전 운동하다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쳤다. 아킬레스건염도 걸렸다. 그래서 4년 넘게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다. 좀 무리하면 통증이 재발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봄 서울 아차산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했다. 몸 상태가 걱정돼 비경쟁 부문으로 출전했는데 뛰고 나니 기분이 좋고 다리도 멀쩡했다. 지금 와서 보면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져 전반적으로 쓰는 근육이 미세하게 달라 특정 근육에 부하가 많이 안 걸린 것 같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산에서 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 씨에 따르면 평지에서 달리면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써 부상 위험이 더 높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평지를 달릴 땐 발을 뒤로 밀어줄 때 햄스트링을 많이 쓴다. 계속 반복하다보면 경련이 올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땐 햄스트링보다는 대퇴사두근을 많이 쓰기 때문에 햄스트링에 부하가 덜 간다. 내리막 땐 부하가 장딴지와 무릎에 많이 간다. 햄스트링만 놓고 본다면 산을 달릴 때 덜 무리하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을 달릴 땐 힘들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 무리하지 않게 달리게 돼 근육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산을 많이 달리면 잔 근육도 발달해 부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황 씨는 요즘 트레일러닝 예찬론자가 됐다. “정말이지 산을 달릴 땐 과거 아픈 곳이 안 아팠다. 부상도 오지 않았다. 평소 평지를 오래 달리면 3일 정도 아파서 운동을 못했는데 산을 달리고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위 마라톤 하는 후배들이 스피드를 끌어 올린다고 인터벌트레이닝을 하기도 하는데 그 때 부상을 많이 입는다. 그런데 산은 다르다. 힘들면 걷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다. 난 요즘 ‘서브스리’하려면 산을 달리라고 한다.” 아차산 대회이후 이후 검단산 용마산 남한산성 등을 달리는 성남 트레일러닝 20km를 완주했다. 그래도 문제가 없자 ‘불수사도’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부수사도는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을 주로 달리는 산악마라톤 동호회. 황 씨는 지리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달리는 화대종주 44km, 설악산 남교리에서 소공원까지 달리는 설악산종주 38km도 했지만 몸은 더 좋아졌다. “올 4월엔 동두천 트레일러닝 58km를 완주했다. 9시간30분 안에 들어 ‘골든 벨’ 그룹에 속했다. 그리고 하이원 트레일러닝 42km를 달렸다. 요즘 매주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다. 대회에 나가지 않을 땐 주말마다 20~30km 산을 달린다.” 황 씨는 20일 제주 울트라 트레일러닝 56km에 출전했다. 요즘은 오리엔티어링 대회에는 자주 나가지 못한다. “최근 오리엔티어링 대회가 참가자들을 많이 모으려고 도시 공원에서 열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잘 참가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도시 공원에서 하는 종목은 거리가 짧아 스피드가 좋은 젊은이들이 잘한다. 난 이제 나이가 들어 그들과 경쟁하기 힘들다. 지방에서는 깊은 산속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선뜻 출전하기 힘들다.” 황 씨는 매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집에서 영등포 사무실까지 편도 27km를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 그리고 산은 주말에 주로 달린다. 과거 평일엔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주말에 사이클을 탔는데 이젠 회복능력이 떨어져 출퇴근으로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거나 산을 달린다. 평일 운동을 따로 할 땐 몸을 정비하는 의미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어주는 정도만 한다. “3년 전 도심 속에서 열리는 장애물 대회에 출전했다 어깨를 다쳐 요즘 수영을 못한다. 재활을 하고 있다. 사이클 타다 넘어져 쇄골과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젠 그렇게 까지는 안한다. 아프지 않아야 스포츠를 계속 즐길 수 있지 않겠나. 재밌게 즐겁게 아프지 않게 달리는데 최우선을 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창호 대장의 죽음과 박영석 대장의 죽음은 연결돼 있다. 박 대장은 2011년 10월 세계적 난코스였던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됐다. 당시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있던 김 대장은 자원해서 박 대장의 시신 수색조에 합류했다. 밧줄로 몸을 묶고 박 대장의 시신을 찾기 위해 애썼다. 박 대장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김 대장은 7년 뒤 구르자히말 남벽에서 숨졌다. 이곳 역시 세계적 난코스로 꼽히는 지역이다. 박 대장은 “눈과 안개가 가득하다. 낙석이 심하다”는 최후 교신을 끝으로 실종됐다. 김 대장의 사고 현장 주변에도 부서진 얼음조각이 가득했다. 국내에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개를 모두 오른 사람은 6명이다. 2000년 7월 엄홍길, 2001년 7월 박영석, 2003년 7월 한왕용, 2011년 9월 김재수, 2013년 5월 김창호, 올해 7월 김미곤 씨 등이 14개 봉우리를 완등했다. 엄홍길 씨가 2000년 7월 K2를 끝으로 14좌를 완등했으나 그 과정에 있어서 시샤팡마와 로체 등정 여부로 시비가 일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의 14좌 완등자를 놓고 엄홍길이냐 박영석이냐라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엄 대장은 2001년 9월 로체와 시샤팡마를 모두 다시 올랐다. 엄 대장은 이후 14좌 외에 그 부속 봉우리로 여겨졌던 얄룽캉과 로체샤르 2개의 봉우리를 더 올라 모두 16좌 등정에 성공했다. 박 대장 실종 소식에 오열했던 엄 대장은 “일부에서 라이벌 의식을 부추겼지만 우리는 산에서 경쟁이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로를 존중했다”고 회고했었다. 이들은 전화번호 끝자리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높이를 뜻하는 8848로 사용하며 산에 대한 염원과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김창호 대장은 험난하기로 이름 높은 K2의 높이를 뜻하는 8611을 사용했다. 14좌 완등자 중 김창호 대장과 박영석 대장이 목숨을 잃었다. 엄 대장은 14좌 완등 후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했고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와 병원을 짓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왕용 대장은 트레킹업체를 운영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49)은 산악다큐영화 ‘히든밸리’ 제작의 일환으로 히말라야를 찾았다. 김창호 대장(49)과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으로 지냈다. 산악인들은 “김 대장과 임 감독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기억했다. 임 감독은 한국외국어대 시절부터 산악반에서 활동하다 대학을 중퇴한 뒤 일본에서 클라이밍 촬영을 시작했다. 한국 산악 촬영의 1인자이자 산악 영화의 개척자로 통한다. 알프스 몽블랑(4808m), 히말라야 마힌드라(6020m), 스팬틱(7027m), 가셔브룸 5봉(7147m), 촐라체(6440m), 에베레스트(8848m), 루굴라(6899m), 임자체(6189m) 등을 직접 오르며 장엄한 대자연과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임 감독은 2007년 캐나다 부가부 산군 빅월 원정대 활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벽’으로 이듬해 제56회 이탈리아 트렌토 국제 산악 영화제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본상인 ‘이탈리아 알파인 클럽상’을 수상했다. 2015년 황정민(48) 정우(37) 주연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의 네팔 에베레스트 특수 촬영 감독으로 나서 생생한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 완성도를 높였다. 2016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는 무산소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캠프4에서 숨진 서성호 씨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화 ‘알피니스트’도 공개했다. 산에서 생을 마감한 산악인들의 최후를 담았던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처럼 안타까운 마지막을 맞고 말았다.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54)는 ‘히든밸리’의 제작 후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포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당초 이 원정대에 포함되지 않고 최홍건 한국산악회 고문(75)과 트레킹 중 격려 방문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1989년 1월 일본 북알프스 동계리지 등반, 1989년 9월 안나푸르나 4봉 등정, 1996년 인도 히말라야 난다데비동봉 등반 등 전문산악인으로 활동해 왔다. 장비 담당으로 원정대에 합류한 유영직 대원(51)은 뒤늦게 산악에 입문했지만 ‘숨은 실력자’로 알려졌다. 암벽 전문가로 2008년 인도 시블링(6543m)과 2011년 네팔 마칼루(8643m)를 등정했고 2013년 네팔 아마다블링(6859m)을 동벽 신루트로 오르는 등 김 대장과 함께 ‘신루트’ 개척을 함께 했다. 식량·의료담당 이재훈 대원(24)은 ‘산악 유망주’라 산악인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부경대 산악부로 2013년 조지아 캅카스산맥을 탐사했고 2016년 중국 거녜선산(6204m)을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김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인도 다람수라-팝수라 신루트를 개척했다.양종구 yjong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