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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ELS 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고,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이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와 상품 판매 관련 내부 통제 등을 재정비한 뒤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9일 홍콩H지수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 역시 ELS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의 ELS 판매 중단을 포함해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고위험 상품을)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단기 실적주의가 부동산 PF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로의 쏠림 현상을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법 위반 사항을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30일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성과보수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 17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여러 증권사가 지배구조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증권사는 성과보수 이연 기간과 비율 등을 위반했고, B증권사는 아예 성과보수 전액을 일시 지급했다. C증권사는 성과보수를 부동산 PF 담당 부서 단위로만 구분해 지급함에 따라 임직원별 이연 지급되는 성과보수가 구분되지 않기도 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증권사나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증권사는 임원·금융투자 업무 담당자의 성과급 40% 이상을 3년 넘게 이연 지급해야 한다. 이때 이연 첫해 지급액은 기간별 균등 배분액을 넘을 수 없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쟁과 신(新)냉전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새롭게 고조되고 고금리와 경기 둔화, 부동산발(發) 잠재 리스크 등 경제 및 금융 시계도 불투명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과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로 기존의 예측 범위를 넘어선 여러 잠재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의 자산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해야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커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글로벌 경기 부진 등 제2금융권의 여러 위협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경영·사업 효율화, 내부 통제, 소비자·정보 보호 등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의 확산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할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불과 1년 전 취임사에서 100만 사용자를 얘기했던 ‘챗GPT’를 지금은 매주 전 세계 1억 명이 사용한다”며 “NH농협금융지주도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모든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장(實裝·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그룹 슈퍼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의 ‘일상 금융 회사’에서 ‘인생 금융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계열사를 구분해 찾을 필요 없이 하나의 접점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로 그룹 시너지를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중심의 슈퍼 플랫폼과 증권 자산관리,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등 자회사별 주력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나갈 예정이다. 경영과 사업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이 회장은 “머지않아 금융회사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기반의 자금 공급과 생태계 조성, 기업의 ESG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올해 NH농협금융지주는 ESG를 경영과 사업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NH농협금융지주도 모든 경영 활동에서 ‘E(환경) First’ 원칙을 적용한다. 기업과의 거래에도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도 확충한다. 이 회장은 “저탄소·녹색금융 등 농협만의 특화된 잠재력과 가치를 접목해 새로운 기업 금융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진출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네트워크 확충으로 경쟁력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앞으로는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의 사업 확대에 관심을 키우고 지역 전문가와 글로벌 전문 인력 육성에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 회장은 “이루고 싶은 분명한 꿈이 있다”며 “NH농협금융지주가 어디에서든 고객의 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해 인생의 긴 여정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금융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않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NH농협금융지주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한 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경영 목표를 ‘선도 금융그룹 도약, 역량집중·시너지·소통’이라고 밝히며 그룹의 발전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임 회장은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그룹 시너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고객, 직원 모두와 활발히 소통하는 기업 문화 혁신을 이룰 것”이라며 “반드시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가지 핵심 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그룹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특히 우리금융이 가졌던 ‘기업금융’ 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것을 주문했다. 임 회장은 “우리가 대표이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기업금융 분야에서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및 혁신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언급됐다.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고(高)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완화되는 등 지난해보다는 경영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임 회장은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 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정교한 시계 비행을 통해 위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돌발적인 리스크에 면밀히 대비한다면 더욱 탄탄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룹 시너지’ 영역 확대도 선도 금융그룹 도약의 발판으로 꼽혔다. 임 회장은 “각 자회사의 모든 영역별 업무가 연계된 만큼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시너지의 범위도 연결·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자회사 간의 교류와 협업 사업 추진으로 시너지 성과를 보다 활발히 창출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정보기술(IT)’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올해 하반기(7∼12월) 출시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New WON)’의 완성도 높은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증권형 토큰(STO)’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에도 선제 대응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문화 혁신 고도화’와 ‘사회적 신뢰도 상승’을 언급했다. 임 회장은 “올해에는 기업 문화 건강도 진단 등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관리와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 가동 등 체감할 수 있는 변화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또 그룹 내 내부 통제 체계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 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임 회장이 밝힌 그룹 경영 목표를 바탕으로 19일 임직원 380명이 참여한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개최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4년은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며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한 손에는 나침반을, 다른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우리금융의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자”고 당부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KB금융그룹의 성장은 국민 모두 함께 행복하고,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우리 주변의 이웃과 함께 성장하고 사랑받아온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경영 방침도 제시했다. 특히 재무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회-고객-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가 KB금융그룹의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고, 이는 곧 주주 가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그는 “이런 기업만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고, 이것이 대한민국 금융의 표준”이라며 “KB금융지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이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제시한 4가지 경영 방침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 전략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과 관련해 ‘KB 고객’을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로 재정의하고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지주 및 은행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본부를 ‘ESG 상생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 판매 원칙을 재정립하기 위해 ‘대(對)고객 상품판매 철학/원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는 ‘투자상품관리부’를 신설해 ‘공동 상생 전략’에 앞장설 예정이다. 양 회장은 모든 순간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가 돼야 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모든 금융 상품과 서비스 기능을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만들어 어떤 플랫폼이든 고객 맞춤형으로 탑재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비대면 채널 영업방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임베디드(내장형) 금융’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위한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신명나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일한 만큼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장 직원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그룹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영업 담당 현장 직원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을 위해 ‘KB 브랜드’ 자체가 ‘금융의 표준이자 고유의 가치’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양 회장은 “‘미래 사업’에 대한 담대한 도전을 이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계열사별 성장 전략을 재정비해 은행뿐만 아니라 비(非)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이런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올해 1월 열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넘버원(No.1) 디지털금융그룹’이라는 중장기 지향점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KB의 시대적 소명”이라며 적극적으로 상생 금융을 실천하자고 언급했다. 또 “‘생존하는 것이 곧 성장’하는 시대를 맞아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회피할 경우 강도 높은 제재도 예고했다. 국내 3000개가 넘는 PF 사업장을 개별 평가해 ‘사업성’에 따라 충당급 적립 비율에 차등을 두는 등 부실 PF 정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털,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본PF’ 대출 전환이 어려운 ‘브리지론’ 상태의 사업장은 회계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요구했다. 본PF로 전환된 사업장 역시 공사 지연, 미분양 등의 수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줄 것을 주문했다.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기존에는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 등으로 ‘정상’ 혹은 ‘요주의’ 수준에서 관리되던 대출이 앞으로는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 구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3000개가 넘는 국내 PF 사업장별 ‘등급’ 산출로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을 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어느 사업장의 상태가 어떤지를 다 관리하면서 보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사업장이 충당금을 얼마나 더 적립해야 하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지난해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 금융회사가 이런 요구를 적절히 지켰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이 가진 모든 권한 범위 내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130조3000억 원에서 134조3000억 원으로 4조 원 증가했다. 한편, PF 부실로 건설사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날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부동산 PF 위험에 대한 고찰·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 사업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 인수를 요구한다. 구조적으로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구조에서) 건설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되면 PF 방식의 부동산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PF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이달 말 특례보금자리론의 종료에 맞춰 30일부터 6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을 재출시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공급 규모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계획 대비 7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약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대출’이 새로 출시되는 등 주택담보대출 수요 확대가 가계부채 관리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금자리 등 정책 모기지 40조 공급 25일 금융위원회는 보금자리론 개편 및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HF)가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 상환 주담대 상품으로, 연간 10조 원(최대 15조 원)이 공급된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계획(39조 원) 대비 약 74% 줄어드는 셈이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라면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때 보금자리론으로 최대 3억6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나 다자녀(3자녀 이상) 가구 등에는 완화된 요건이 적용된다. 대출 금리는 특례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연 4.2∼4.5% 수준이다. 취약 계층의 경우 대출 금리가 3%대 중반으로 낮아진다. 대출 만기는 39세 이하(신혼부부 49세)는 최대 40년, 34세 이하(신혼부부 39세)는 최대 50년까지 가능하다. 보금자리론과 별도로 이달 29일에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27조 원 규모로 공급된다.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 가계부채 재차 확대 우려 신규 정책 모기지 상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서울 주요 입지의 공인중개업소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미 신생아 특례 대출 출시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황모 씨(33)는 “대출 금리가 높아서 집을 언제 사야 하나 고민이 많다가 마침 신생아 특례 대출이 출시돼 이용하려 한다”며 “8억 원대 아파트 위주로 매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정책금융상품 공급이 가뜩이나 위험한 가계부채 수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특례 보금자리론이 당초 계획을 훌쩍 넘는 44조 원이 공급되며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 준 정책 모기지였는데 무주택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최근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밝혔지만, 자칫 정책 모기지 상품이 과도하게 공급되면 정부가 설정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보금자리론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공급 규모를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에서 정책 모기지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지난해 특례 보금자리론처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다음 달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국내 증시의 오랜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에 나선다.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참여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부가보다 싼 코스피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낮을수록 기업의 주식이 저평가됐음을 뜻한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배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58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41배)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음 달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PBR이 낮은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구성된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 벤치마킹해 주주환원 유도 프로그램의 모델이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일본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며 “세제 혜택으로 수요를 키우고 주가 조작 엄벌 등으로 불공정 해소에도 나섰으니 남은 것은 기업이 스스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펼치며 자사 주가가 평가 절하된 이유를 고민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며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의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 상장기업의 배당 계획을 집계한 결과 예상 배당액(15조2200억 엔)이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1000억 엔 늘었을 정도다. 덕분에 일본 주식 시장은 역대급 활황이다. 이날 기준 일본 증권 시장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3만6546.95엔으로 ‘거품경제’ 시기였던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는다. 코스피는 이날도 전날보다 0.36% 내린 2,469.69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7.0%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금융이나 정유 등 내수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반강제적’으로라도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의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 실태를 점검해 PF 손실 회피로 얻은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한 금융사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23일 이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부동산 PF의 연착륙 추진 방향 등을 공유했다. 특히 부실 사업장의 속도감 있는 정리를 당부했다. 그는 “정상 추진이 어려운 곳마저 만기를 연장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다”며 “(이런 경우)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 배분이 저해됨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의 선순환도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가 PF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사업성 없는 곳은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지난해 말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해야 한다”며 “과거 최악의 상황에서의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사의 PF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이르면 2분기(4∼6월) 부실 채권을 추가로 매각한다. 상호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6.15%까지 치솟는 등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12개 저축은행이 1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공동 매각한 이후 두 번째다. 저축은행 업계의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NPL) 규모가 7조 원에 달해 올해 매각 물량은 지난해 말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한다며 투자자를 속여 큰 수익을 거둔 ‘주가조작꾼’들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불공정 거래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집중 조사에 나섰다. 18일 금감원은 지난해 신규 사업을 가장한 불공정 거래 행위 7건을 적발해 엄정 조치했고 현재 13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사업을 추진할 능력이나 의지는 없으면서 2차전지 등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유망 사업’에 진출한다는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속이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런 불공정 거래는 특히 무자본 M&A 세력의 경영권 인수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발된 7건의 불공정 거래 행위 중 3건은 무자본 M&A 세력의 경영권 인수 과정이나 인수 후 6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현재 조사 중인 13건의 사례에서도 7건은 불공정 거래 행위 직전 최대주주가 변경돼 금감원이 무자본 M&A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국 역량을 집중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주가 조작 세력에 엄정한 조치를 이어가겠다”며 “해외 금융당국 및 국내외 유관 기관과의 협조로 신규 사업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위원회가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및 중개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가상자산 변동성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네 번째 민생 토론회에 앞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관련 질문에 “현행법상 어렵다”며 이같이 답했다. 금융위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처음 거래된 11일(현지 시간) 이후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 발행·중개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정부는 2017년 말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 매입, 담보 취득, 지분 투자를 금지했다.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으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ETF 출시를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아직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게 되면 건전성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게 되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방향성을 갖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여러 상황을 보면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열어 뒀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시가 12억 원을 넘는 주택 보유자의 주택연금 신규 가입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 대상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확대하고, 총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1억 원 늘린 데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1월 말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236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시가 12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가입 건수가 299건으로 전체의 12.6%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51건·2.0%)와 비교하면 6배로 급증한 것이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연금 방식으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제도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가입이 늘어난 것은 가입 대상을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였을 때는 시가 약 13억 원(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69% 적용) 이하의 주택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기준을 12억 원으로 높이면서 시가 약 17억3900만 원 이하 주택까지 대상이 확대됐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관련 상품에서 올해 들어서만 1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이 반 토막 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고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손실도 속속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1월 8∼12일)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2105억 원)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손실률은 50.7% 수준.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셈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H지수의 경우 2021년 2월 12,000 수준에서 지난해 말 5,700 선으로 50% 이상 급락한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H지수 ELS 상품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0조2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H지수 ELS 상품의 원금이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자 관련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국내 5대 은행에 접수된 H지수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1410건에 이른다. 이 중 518건은 올해 제기된 것으로 최근 상품 만기가 도래하며 손실이 확정되자 그만큼 관련 민원과 항의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발행한 상품의 손실도 줄줄이 확정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1월 15일 발행된 H지수 ELS 3개 상품에서 52.11%의 손실률이 발생했다고 11일 공지했다. 메리츠증권이 발행하고 KB국민은행이 판매한 2279호 ELS는 11일 51.28%의 손실을 내고 만기를 맞았고, 삼성증권도 같은 날 만기인 H지수 ELS에 대해 49.98%의 손실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H지수 ELS 손실과 관련해 늦어도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H지수 ELS 상품 관련) 손실 분담 내지는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돼야 한다”며 “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 감독당국의 욕심”이라고 밝혔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융당국이 1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 데뷔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국내 소비자들의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에서 이제 막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만큼 관련 검토는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는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당장은 국내 금융투자업자(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2017년 말부터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해왔다.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자본시장법상으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쉽지 않다. 국내 금융투자업자는 현행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상품만 판매할 수 있고 ETF 출시를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아직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추가 검토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며 “아예 불가능하다거나 특정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물 ETF 거래 승인에도 비트코인 시세는 연일 하락세다.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1개당 시세는 4만2760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66% 하락했다. 현물 ETF 거래 첫날 한때 4만9000달러를 넘어선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관련 호재가 이미 선반영됐고, 거래 개시 직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가상자산 연계 투자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비트코인 등 인지도가 높은 코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현혹해 투자금을 받은 뒤 ‘가짜 코인’을 전송하는 방식의 신종 사기 수법이 확인되면서다. 금감원은 “장외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코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현혹하는 행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부모님이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하셔서 괜찮다고, 문제없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지만 하루빨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해야죠.”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태영건설 본사 1층 로비. 출근길에 만난 30대 남자 직원 A 씨는 “태영은 50년 넘은 회사고, 잠시 힘든 것일 뿐”이라며 보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채권단, 실사 위한 절차 돌입 1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회계 업계 등에 실사 법인 선정을 위한 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번 주초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이번 주말에는 회사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계법인은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 및 존속능력 평가 등을 진행하고,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의 처리 방안도 검토하게 된다. 채권단과 태영 측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구계획 이행 방안, 채무 조정 방안, 필요시 주주 감자, 출자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하는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공식 확정된 12일 만난 태영건설 직원들은 워크아웃 개시에 대해 희망과 우려 섞인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30대 남자 직원 B 씨는 “구조조정이 동반된다고 하니 걱정은 된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대 여성 직원 C 씨는 “워크아웃이 결정되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정관리보다는 나은 결정이라 한편으론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50대 남성 직원 D 씨도 “잘나가던 회사인 만큼 담담하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태영건설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기업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PF 사업장별 구조조정과 금융채무 변제, 자구책 이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직원들의 희망과 달리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많다. ● 경영 정상화 위한 우선 과제 3가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국 60여 개에 이르는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채권단은 PF 사업장별로 대주단을 구성해 사업 진행과 매각 등 옥석 가리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개발 초기 단계인 브리지론 사업장 18곳은 상당수가 청산 혹은 매각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리지론은 미착공 단계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상태를 의미한다. 분양을 앞둔 사업장도 기업 이미지 악화 등으로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정상화 펀드 투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상거래 채권을 변제하기 위해 태영건설이 5000억 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근로자 임금과 공사 대금 등을 포함한 상거래 채권 상환용 자금은 태영건설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협력업체들은 태영건설이 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함에 따라 대금을 자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에 직접 대출을 내준 ‘주채권단’과 개별 PF 사업장에 대출한 ‘PF 대주단’ 중 누가 자금을 지원할지도 관건이다. 정부의 ‘워크아웃 건설사 MOU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워크아웃 개시까지 발생한 부족 자금과 워크아웃 이후 PF 사업장 이외의 사유로 발생한 부족 자금은 주채권단이, PF 사업장 처리 방안에 따른 필요 자금은 대주단이 내야 한다. 결정이 어려울 경우 양측이 절반씩 자금을 지원한 뒤 사후 정산하게 된다.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도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에코비트, 블루원과 평택싸이로에 대한 매각 및 담보 제공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인적 구조조정 방안 역시 태영건설로서는 상당한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게 됐다. 최소 3개월간의 채권단 실사 이후 워크아웃이 최종 승인 나면 태영건설은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채무가 3년 정도 유예되고, 필요시 출자전환이나 채권단 신규 자금 투입도 이뤄질 수 있다. 워크아웃 개시 뒤에도 우발 채무 발생, 실사 과정에서의 다른 부실 발견, 자금 조달을 위한 계열사 매각 지연 등의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채권단 실사가 끝날 때까지는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태영건설로서는 사업장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서둘러 유동성을 마련해야 해당 기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 결의)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 이미 워크아웃 개시 조건(신용공여액 기준 채권자 75% 이상 동의)을 높은 수준으로 충족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집계 결과는 12일 오전에 발표된다. 태영건설은 우선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이 맡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총 60개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 초기인 브리지론 단계가 18곳, 이후 단계인 본PF 단계가 42곳이다. 특히 브리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대부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기 전이어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단초가 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2차’가 매각 1순위로 거론된다. 태영건설은 사업장별로 채권단 협의체를 구성해 청산, 매각, 계속 운영 등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사업장별로 부족 자금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채권단 중심의 실사 과정에서 산출될 예정이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발생한 근로자 임금 미지급 문제도 태영건설의 최우선 해결 과제다. 태영건설 사업장 112곳 중 일부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태영건설 측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근로자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기 위해 태영건설 전국 현장 전수조사에 나섰다. 채권단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채권단에 임금 체납 문제를 먼저 안건으로 올려 자금 지원을 받는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원칙상 실사 과정에서의 부족 자금은 태영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하게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TY홀딩스나 SBS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이 일부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오너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의해 임금 체납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4가지 자구안을 내세웠다. 태영그룹은 그러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중 890억 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채권단은 “신뢰가 깨졌다”며 크게 반발했고 워크아웃 무산 위기론까지 불거졌다. 이에 금융당국과 대통령실까지 나서 강경 발언을 내놨다. 결국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9일 지주사 지분 및 SBS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까지 ‘라스트 마일’만 남았다. 워크아웃 결정을 하루 앞두고 추가 자구계획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태영그룹의 ‘막판’ 설득 작업이 주요 채권단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태영건설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0일 오전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IBK기업은행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과 여신금융협회 등도 참석했다. 태영그룹 측은 이날 회의에서 워크아웃 추진 방안과 자구계획 상세 내용 등을 설명했다. 전날 발표한 추가 자구안을 향해 일부 채권자들이 “상세 이행 계획이 없다”며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TY홀딩스와 SBS 지분의 담보 제공 계획 등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산은에 따르면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76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대출을 받는다.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 25.9%와 지주사(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3%(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제공한 6.3% 제외)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워크아웃 개시(채권단 75% 이상 동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워크아웃 개시 자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돌입으로 태영건설이 위기를 벗어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채권단 주도의 정밀실사가 최소 3개월가량 진행되는데 그사이 발생하는 부족자금은 태영그룹 및 태영건설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태영그룹이 밝힌 태영건설 부족자금은 약 1조3000억 원 규모다. 시장에선 태영그룹이 4가지 자구안을 통해 약 1조4000억∼1조5000억 원을 마련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자구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코비트의 경우 매각가만 2조∼3조 원 규모로 매각 절차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골프장인 블루원 역시 경기 둔화로 골프장 이용객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3000억 원 규모의 매각대금을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채권단과 별도 협의를 거쳐 자금지원을 받아야 한다. 채권단은 실사 전 자금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는 말 그대로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실무적 절차인데 이게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채권단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영그룹은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TY홀딩스 지분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800억 원 안팎에 불과하고 SBS 지분 역시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확산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올 1분기(1∼3월) 중에 건설 분야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긴급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건설 위탁을 하는 사업자는 하도급법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법령이 정하는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해야 하는데 이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미보증 현장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에도 나선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무산 위기였던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태영그룹이 기존 4가지 자구계획에 더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히면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태영그룹이 사실상 ‘백기 투항’하면서 이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추가 자구안 이행 확약과 중소 금융사 설득 등의 변수만 넘긴다면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해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TY홀딩스와 SBS 보유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가운데 변수는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의 확약 여부다. 이날 윤 창업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앞서 자구안 이행 약속을 어긴 사례가 있는 만큼 일부 채권자의 불신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추가 자구안 확약은 없었지만 이를 이행하는 형태는 산은과 합의가 이뤄졌다”며 “약속한 자구안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소 금융사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산은을 포함한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은 33% 수준이다. 채권단 75% 동의(워크아웃 개시 기준)를 위해서는 중소 규모 금융사 설득이 중요하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태영, 사실상 ‘백기투항’… 채권 67% 쥔 중소금융사 동의가 관건 오너일가 보유 지주사-SBS 지분금융당국 등 압박에 담보로 내놔태영-채권단, 문서 확약은 안해태영측 “임금체불 최우선 해결”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과 핵심 자산인 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기로 한 건 태영건설 부실이 자칫 그룹 전체 위기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BS 대주주로서의 적격성까지 거론되는 등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안팎에서 강경 발언이 나오자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다.● “지주사-SBS 오너 일가 지분 담보로 제공” 9일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 윤석민 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 자리에서 윤 창업회장 등은 오너 일가 소유의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민 회장은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TY홀딩스와 SBS 보유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며 “태영건설을 정상화해 채권단 그리고 모든 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지분은 33.67%,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은 36.32%다. 두 지분의 가치는 이날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2803억 원 수준이다. 채권단이 추산하는 태영건설 우발부채 규모인 9조 원의 3%에 그친다. 다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과 핵심 자산을 모두 담보로 제공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측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채권단과 태영그룹은 지분 담보 제공을 문서상으로 확약하지는 않았다. 대신 양측은 실사 후 예상치 못한 부족 자금이 발생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면 해당 지분을 담보로 잡기로 협의했다. 태영그룹은 기존 자구안에 담긴 에코비트도 지분 절반을 가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 매각하기로 했다. KKR의 동의를 받아 태영 측 지분만 매각할 때보다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도 이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약 절차를 밟았다. 또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 지분(91.7%)도 담보로 제공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임금 체불 문제 최우선 해결” 태영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인한 임금 체불 등 현장 혼란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서울 성동구 청년주택 근로자 임금 문제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최우선 변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자금 부족으로 착공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선 워크아웃 개시 후 5일 이내 협의체를 구성해 한 달 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시공사를 선정해 양도 혹은 철수 등의 절차를 밟는다. 현재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아파트는 22개 단지, 1만9871채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현장은 전국 112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이달 11일 1차 채권단 협의에서 결정된다. 다만 일부 채권자 사이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어 워크아웃 개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 및 은행권(33%)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채권단 75%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중소금융사(67%)들의 동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이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을 선순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 상태라 뒤늦은 SBS 주식 담보 제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제시한 추가 자구안의 이행 확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담보 제공 방법, 규모, 시기, 이행 여부 모두 불투명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이와 관련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된다”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가 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인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한 것은 채권단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의 압박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어서로 해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태영의 자구 노력이) 아직은 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은 이에 윤세영 창업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지분(33.67%)을 KDB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추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강조해온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확약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태영, 오너 일가 지분 담보 제공 유력 TY홀딩스는 이르면 9일 이사회를 열어 블루원 담보 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 담보 제공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해당 자구 계획에 대한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요구해 왔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태영그룹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시 채권단과 합의한 4가지 선제 자구안은 일단 지키게 된다. 다만 워크아웃 개시까지 남은 관건은 추가 자구안이다. 11일 1차 채권단 협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서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요구 때문이다. 최 부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은 8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도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2015년 그룹 정상화를 위해 산은 등에 신규 자금을 요청하며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과 유사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지분 담보 규모는 태영건설 우발채무 규모(약 9조 원)에 비해 작지만 책임경영을 약속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은 33.67%다. TY홀딩스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 2393억 원으로 이 지분의 담보가치는 804억 원가량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절차 중 추가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담보를 무기로 오너 일가와 재차 협상을 벌이는 식으로 책임경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4개월 뒤에야 채권단 신규 자금 투입 1차 채권단 협의회 전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추가 자구안을 포함한 관련 내용을 금융지주사, 농협중앙회 등을 통해 전달하고,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다. 의결권은 산은이 파악한 609개 채권자 중 신고 완료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부여된다. 워크아웃 성사 시 반대매수청구권을 누가 인수하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반대매수청구권은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본인의 채권액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산은은 태영건설에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인수하라고 요구했지만 태영건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태영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찬성 측이 반대 측 채권을 매수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찬성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가 이뤄지면 3∼4개월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2차 채권단 협의를 거쳐 채권단의 신규 자금이 투입된다. 신규 자금 투입 전까지 발생하는 유동성 부족은 태영건설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 입장이다. 4가지 선제 자구안을 강력히 요구했던 이유다.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은 물론이고 기존 자구안 이행에도 유보적이던 태영건설의 태도가 주말 사이 급변한 것은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BS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정부와 채권단 등이 언급하면서 태영 내부에서 “이러다 다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무산 위기라는 급한 불을 껐다. 다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의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사재 출연 등 추가 자구안에 담길 내용에 따라 워크아웃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태영그룹 측이 4가지 자구 계획의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 유관기관 4곳(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수장은 물론 박춘섭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참석했다.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연대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890억 원을 다시 마련해 태영건설에 납입했다. TY홀딩스는 현금 마련을 위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117만2000주)을 담보로 330억 원을 빌렸고, 블루원에서도 100억 원을 차입했다. TY홀딩스는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도 빠른 시일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며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태영건설을 살리려는 진정성을 확인해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