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신진우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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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신진우 기자입니다.

nicesh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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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뀔때마다 국정원 물갈이… 카드흔적 남긴 아마추어 돼”

    “우리 정보기관의 나이브하고 아마추어 같은 행태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 수집의 ABC를 망각한 행위를 정보요원들이 수년 동안 반복해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국 연방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공소장에는 국정원의 부족한 정보 역량과 허술한 보안 의식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보 소식통은 “카드 내역을 남기고 면세 혜택까지 받는 등 기본도 안 된 요원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24시간 감시에 노출된 정보 최전선에 배치돼 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국정원의 이런 현저한 정보 역량 저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급을 포함해 직원 수백 명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물갈이되는 국정원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국정원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많다 보니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보요원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정보 수집 역량이 떨어지면서 핵심 정보원 확보에 실패하다 보니 수미 테리 수준 정보원에게도 무리하게 목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정보원 확보 못 해 학자에 목매다 참사”아마추어 수준의 허술함을 드러낸 정보 활동은 “전문성과 역량보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미국 등 핵심 지역 정보 라인을 교체하는 국정원의 고질적인 인사 병폐가 초래한 상징적인 장면”이란 게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평가다.국정원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을 내세워 핵심 요직들을 물갈이하면서 눈에 띄게 정보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에 매달리면서 보수 성향인 테리까지 포섭해서라도 우리 정부 입장을 미 행정부에 무리하게 반영하려다가 벌어진 사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미국에 파견한 정보요원 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보 당국자는 “미국과 소통 가능한 정보 요원들이 나가는 자리에 자기 사람을 꽂다 보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인력 관리가 어려워져 통제에 실패한 것도 이번 정보 참사의 원인”이라고 했다.미 연방 검찰 공소장에는 북-미 정상회담 한 달 전인 2019년 1월 테리가 국정원 관계자 요청을 받고 서훈 당시 국정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전현직 안보 관계자들 간 비공개 회의를 주선한 사실도 적시됐다. 또 당시 서 원장과 만난 미 당국자들이 훗날 FBI 진술에서 “(회의가) 굉장히 비정상적(highly abnormal)이었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전 국정원 간부는 “한미 간 정책적 공감대가 없고 제대로 된 핵심 정보원이 없다 보니 테리 같은 학자에게 의존한 한국 정부의 이런 로비 행태가 미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거슬렸을 것”이라고 했다.현 정부 들어서는 국정원 정상화를 내세워 고위직까지 대거 물갈이했다. 2022~2023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3급 이상 간부 250여 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한직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일어난 1급 인사 파동 과정에서 임명이 철회된 보직에는 미국과 일본 내 정보거점장인 정무2공사 등이 포함됐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현 정부 물갈이 과정에서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해외 정보 업무에 배치돼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물갈이 반복에 전문성-자질 부족 요원 배치”이런 과정에서 정보 업무의 기본마저 무너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국정원 안팎의 지적이다. 통상 미국에 나가는 요원들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엘리트로 꼽히지만 교육 및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미 요원 정도 되면 활동의 99%가 워치(감시)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는다”며 “(이번에 드러난 행태는) 요원 양성 교육 부족이나 자질 부족”이라고 했다. 미국 근무 경험이 있는 다른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주미 대사관에서 숙직하던 우리 행정 직원이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 현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 정부 기관들이 우리를 사실상 24시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번 기소 여파로 우리 정부와 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간 교류가 위축될 조짐도 확인됐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가 테리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우리 정부 산하 연구기관 세미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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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정부 당혹… “美대선 앞 로비 수위 높이자 경고 보낸듯”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연방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을 ‘외국 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이렇게 토로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도 미 연방 검찰이 우리 국정원 요원의 행적 등까지 자세히 적시한 공소장을 공개하자 그 자체가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어 16일 국무회의에선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하루 만에 테리 연구원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된 것. 이에 정부 안팎에선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현지에서 벌써부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 싱크탱크와 접촉을 꺼리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부 일각에선 미 행정부가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 우리 정보 당국의 첩보 활동을 자세히 공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워싱턴을 중심으로 비공식 정보·로비 활동 수위를 높이자 이를 제지하려는 의도로 이례적으로 공소장에 우리 정보 당국 활동을 상세히 공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테리 연구원 기소에 대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 외국의 영향력 문제에 맞서기 위한 미 법무부의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이려는 공작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등이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비공개 로비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런 활동을 제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정확한 사실관계 등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로선 (미 정부가) 어떤 의도나 배경을 갖고 타이밍을 잡고 공소장을 공개했는지 등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공식 입장으로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이다”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일단 ‘로키(low-key)’로 미국 측과 접촉을 이어가며 공소 내용 및 배경부터 확인한 뒤 필요한 수습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현지 정보 활동 등이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최대한 미 측과 협조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 사안이 한미 관계의 대형 악재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한미동맹을 흔들 문제까지 가기보다는 일단 개인의 일탈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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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주쿠바외교관 등 北 고위급 탈북 1년반새 20여명 달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으로 온 고위급 탈북민이 2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10명 안팎의 고위급 탈북민이 입국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비슷한 규모로 고위급 탈북민이 들어온 것. 특히 올해 입국한 고위급 탈북민 중에는 외교관보단 무역일꾼 등 주재관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엔 주쿠바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참사가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바에서 두 차례 근무한 ‘남미통’인 리 참사는 직무 평가 등으로 외무성 본부와 갈등을 겪다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으로 재외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고, 해외주재관 교체가 이어지자 이에 동요한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가 올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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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3대 핵전력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 사실상 상시배치

    미국의 핵전력이 북핵 억제·대응을 위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된다. 한미가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24시간 논의하고 상시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시키기로 한 것으로, 이러한 내용이 문서로 공식화된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공동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a swift, overwhelming and decisive response)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역량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모든 역량이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공동지침은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여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북한 핵공격 등 유사시 즉각적인 핵보복(핵우산) 태세를 완비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은 현재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미, 北 핵공격시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 핵보복 구체화한미 ‘한반도 핵작전’ 공동성명 채택‘일체형 핵우산’ 가이드라인 완성… “비핵국 첫 美와 핵작전 양자협의”핵-재래식 전력 통합운용도 포함… 내달 UFS서 핵작전연습 첫 시행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양국 수석대표인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에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이 공동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고, 그 3개월 뒤 NCG가 출범했다. NCG 출범 1년 만에 북핵 위협에 맞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의 가이드라인이 완성된 것. 군 관계자는 “비핵국가로서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 작전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美 핵전력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 배정 확장억제의 핵심인 미국 핵전력의 운용 결정은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확장억제는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핵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미국이 결정했고, 전개가 임박해서야 미 측이 한국에 통보·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우리 입장에선 ‘일방적·수동적 확장억제’였던 것. 하지만 이번에 한미가 서명한 수십 쪽 분량의 공동지침에는 북핵 위협 억제 및 유사시 대응을 위해 미국 핵전력이 전시(戰時)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론 한미 담당관이 24시간 서로 공유하면서 전략자산의 전개 필요성에 대해 논의·협의하기로 이번에 공식 문서화한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에 어떤 특정 위기 상황이 생기면 미국이 어떤 핵전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양국이 함께 미리 정해 두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선언적 차원의 ‘대북 핵우산’이었다면 이젠 핵보복을 작전계획 직전 단계까지 진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 핵공격 시 미국의 핵전력이 반드시 한반도에 투입돼 핵보복에 나선다는 점을 명문화해 ‘핵우산’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의미다.● 美 전략자산 상시 배치 수준 전개 공동지침에는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략폭격기와 SSBN의 한반도 전개 빈도와 강도를 더 높여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겠다는 것.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으로 실효적인 핵우산(핵보복)이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면 적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현격히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별도 공개하지 않더라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군에 따르면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이 투입되는 한미 핵작전 수행에 필요한 연습과 실전교본, 커뮤니케이션 체계 등도 공동지침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핵공격 수위 및 유형별 한미의 핵·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구체적 절차·방안도 포함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으로 최전방이나 한국 내륙 및 해상 등을 공격하는 등 모든 핵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한 핵보복 방안 등이 담긴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미는 다음 달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에서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상정한 핵작전 연습을 처음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미는 이번 공동지침을 토대로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연합 작전계획에 미국의 핵전력과 한미 핵·재래식 통합까지 반영하거나 별도의 연합 작전계획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의 다양한 핵위협 및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 연합연습과 훈련의 내용을 발전시키고, 작전계획의 형태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검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간에 존재하는 작전계획에 소규모 핵공격이나 대규모 핵공격 등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실전적 대비 태세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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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방위백서 20년째 “독도는 일본땅”… 韓엔 ‘협력 파트너’ 첫 지칭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지칭하며 2005년 이후 20년째 억지 주장을 반복했다. 한국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항의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을 초치했다. 다만 일본은 백서에서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가리키며 안보 분야에서 양국 협력 의사를 강조했다. 현재 국제 정세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련’으로 진단하며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강하게 우려했다.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의 군사 위협에 맞서 한국을 비롯한 우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독도 억지 주장 속 안보협력 강조 일본 정부는 1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한 2024년 방위백서에서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가리키는 명칭), 북방영토(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열도 4개 섬의 일본식 표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고 기재했다. 방위백서 지도에는 독도를 일본 영해 안에 넣어 표시하고 독도 위치에 ‘다케시마 영토 문제’라고 적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외교 활동 내용을 담아 해마다 발간하는 외교청서와 초중고 교과서에서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 다케다 요헤이(武田洋平) 육상자위대 자위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즉각적인 시정 및 향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백서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국을 ‘파트너’라고 지칭하며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에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양국 안보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기술한 것보다 진전된 표현이다. 한국 관련 분량은 지난해 2쪽에서 올해 3.5쪽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초계기-레이더 갈등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작성한 사실도 상세히 소개했다. 일본 방위백서가 보통 발간 3∼4개월 전까지 일어난 일을 기술하는 걸 감안하면 중요한 내용으로 간주해 이례적으로 막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사진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경계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 등 진전을 확인했다”고도 적었다.● 中 군사 팽창 경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현 국제 정세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심각한 사태가 앞으로 인도태평양, 특히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체제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라며 “심각한 우려 사항이자 지금까지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해선 이미 일본을 사정권 안에 두는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한층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고 썼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경계 의식을 드러낸 일본 방위백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면서, 이른바 중국의 위협과 지역 정세를 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일본이 최근 방위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무기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고 있다”며 일본의 군비 팽창에 우려를 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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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동해선 이어 경의선 철로 철거… 반년만에 남북연결로 다 끊어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을 지나는 경의선 철로를 철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5월 북한은 동해선 철로를 철거하는 조치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곧바로 경의선 철로마저 뜯어내며 과거 남북을 연결했던 철로를 모두 단절한 것. 1906년에 놓인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km 철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남북) 교류협력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 우리 측 구간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더니 그 핵심 조치로 경의선 단절을 언급한 것.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지시한 남북 단절 조치가 반년 만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지시 반년 만에 단절 마무리 수순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최근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인근 경의선 일부 구간의 레일과 침목을 제거하고 있다. 침목은 철로 하부에 설치하는 구조물로 일정 간격으로 놓여 레일을 지지하고 철도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남북 단절을 지시하면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경의선을 콕 집어 언급한 만큼 예고된 수순으로 봤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최근 경의선 북측 구간에서 철로 일부를 철거하는 정황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6·15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이 추진했던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북한이 모두 훼손시켜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이미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향하는 경의선, 동해선 육로의 경우 지난해 말 휴전선 인근 북측에 지뢰가 다수 매설됐고 도로에 놓인 가로등도 철거됐다. 정부 소식통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인 경의선 연결을 김정은이 노골적으로 부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위해 선대 신격화를 차단하는 움직임과도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이 연결돼 2007년 5월 철도 시범 운행을 거쳐 남북은 그해 12월부터 실제 222회에 걸쳐 화물 열차를 운행했다. 다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그해 말부터 경의선 운행은 중단됐다. 하지만 경의선을 중국으로 이어지는 남북 물류 및 교통의 핵심 수단으로 봤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했고, 현대화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이에 그해 11월 남북은 개성부터 신의주까지 400km에 이르는 구간을 열차를 타고 공동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은 이달 중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김 위원장의 예고대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해 남북 단절을 제도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소식통은 “경의선 단절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휴전선 일대 대남 적대 행위들을 모두 종합해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언급하면서 이를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북한군, 한여름에도 방벽 건설 작업에 불만” 휴전선 일대에 콘크리트 방벽을 건설 중인 북한군은 한여름에도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5월부터 휴전선 인근 서부 2곳, 중부 1곳, 동부 1곳 등에서 이 작업을 시작해 왔는데 계절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 방벽 일부 구간 옆에는 철조망도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아무래도 날씨가 더워진 데다 작업량이 줄지 않고 그 기간은 길어지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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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 “北 노동자 다 나가라”… 러와 밀착 北 ‘돈줄’ 죈다

    중국이 최근 북한 당국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 대부분의 체류 허가 기한이 조만간 대거 만료되는데, 중국이 이들에 대한 일괄 귀국을 요구하고 나선 것. 우리 정부는 이를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이자 ‘김정은 체제’ 유지 기반이다. 특히 해외 노동자의 90%가량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중국의 조치는 러시아와 동맹 수준으로 밀착한 북한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북한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옥죄어 김정은 정권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중국의 이 같은 요구에 중국 내 노동자를 순차적으로 귀국시키고 이를 대체할 신규 노동자를 중국에 다시 파견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비자 등이 만료되는 노동자들을 일단 전원 귀국시키되 신규 노동자는 순차적으로 받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양측 협상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기존 북한 노동자의 체류 기간 연장을 불허하고 신규 노동자 파견에 필요한 비자 발급 등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중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규모 귀국하면 북한 외화벌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북한은 이 상황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이다. 이에 북한은 그동안 노동 비자 외에 유학생·관광비자 등을 활용해 국제사회 눈을 피하는 방식으로 편법으로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해왔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 대다수는 조만간 체류 허가 기한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이들을 본국으로 부르지 않으면 대부분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간 노동자 귀국 협상이 결렬되면 중국 당국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체류 허가 기한이 만료된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불법 취업 단속 등 통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당국이 충돌하는 하나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 외에도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무역 분야에서 올해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수출품에 대한 세관 통제는 물론이고 석탄이나 정제유 등 암묵적으로 용인해오던 해상 밀수까지 단속을 강화했다는 것.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중국에 약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고,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최대 90%를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中, 대북 석탄-정제유 밀수도 보란듯 단속 ‘김정은 길들이기’러와 밀착 北에 경고 메시지中, 北 노동자 비자 발급 제한…대북 수출품목 세관 통제도 강화北, 5월 對中 수입액 8.8% 줄어…정부 “中, 北과 이례적 거리두기”“북한 노동자를 돌려보내는 문제로 (북-중 간) 대립이 이어지는 건 명백한 양국 균열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중국 당국이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전원 귀국시키라고 최근 북한에 요구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특히 우리 당국은 중국이 해상을 통해 성행하던 북-중 간 대북 밀수품 운송업 등까지 최근 보란 듯이 단속하는 상황 등도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웬만큼 마찰이 있어도 건드리지 않던 분야까지 손대며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는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 소식통은 “중국이 관성적인 북한 감싸기에서 이례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북-러 밀착 수위나 미국 대선의 향배 등을 보면서 중국은 당분간 이런 (거리 두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대북 수출 품목 세관 통제” 북한은 지난해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폐쇄했던 국경을 3년 7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개방했다. 이에 중국에 장기 체류 중인 노동자가 신규 노동자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신규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등에 대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북한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이 됐다. 노동자 대체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그만큼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쉽게 노동자를 소환할 수 없게 된 것. 이런 교착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국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의 불만은 폭등했다. 앞서 1월에는 중국 지린성 허룽에서 북한 노동자 2000여 명이 임금 체불에 항의해 공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최근 북한에 “노동자를 전원 북한으로 귀국시키라”고 요구한 건 북한의 숨통을 확실하게 조이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입장에선 새 비자 발급 조치 등은 약속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모두 돌려보내겠다는 중국의 요구가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중국에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 임금의 최대 90%를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원 귀국 조치는 북한의 외화벌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노동자 파견뿐만 아니라 북한이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무역 분야에서도 전방위적인 옥죄기에 나섰다. 최근 대북 수출 품목에 대한 세관 통제는 물론이고 밀수 단속까지 강화하고 있는 것.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중국은 전례와 다르게 대북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관 통제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해상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북-중 간 밀수품 운송업도 중국 당국이 해상 단속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석탄을 중국에 팔고, 정제유를 북한으로 밀수하는 많은 대북 사업가가 단속 강화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동향까지 최근 잇따라 우리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5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1억5038만 달러로 4월 대비 8.8% 하락했다.● “북-러 밀착하자 외화 옥죄어 北 길들이기 ” 중국이 최근 중국에 있는 노동자 전원을 북한으로 복귀시키라고 평양에 최후통첩을 날리고, 그동안 눈감아준 북-중 밀수 단속까지 강화한 데는 복합적인 의도가 깔린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우선 북-러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신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급격히 밀착하자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해 대미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조만간 러시아란 ‘뒷배’를 믿고 핵실험 등 중국에도 부담스러운 초강경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만큼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라고 중국이 판단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김정은 체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것들만 일단 골라 북한의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북한이 중국의 의도와 달리 더 엇나가면 (중국이) 더 치명적인 조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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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진우]북-러 조약 미리 알고도 의미 잘못 판단한 정부

    “원래 있던 (북-러) 조약을 이번에 건드리긴 할 거다.” 지난달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며칠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귀띔했다. 이후 정상회담 당일, 푸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말처럼 새 조약을 체결했다. 다만 당시 평양발 속보로 전달된 조약 내용의 수위는 분명 예상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었다. 김정은은 양국 관계를 3차례나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푸틴은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외교장관은 아예 조약 중 4조를 콕 집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내용까지 일부 공개했다. 종합하면 누가 봐도 북-러가 군사동맹 조약을 28년 만에 사실상 복원한 것으로 여겨졌다. ‘불량국가’들이 위험한 거래를 다지는 초석을 세운 만큼 당연히 우리 정부의 반응, 정확히는 정부가 어떤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날 정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의외였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확률로 약속을 한 셈”이라고도 했다. 다음날 오전, 이런 우리 정부의 시큰둥한 반응을 조간 제목으로 봤는지 북한은 보란 듯 조약 전문을 통째로 공개했다. 그렇게 확인된 전문 중 4조에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타방이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분명히 명시됐다. 북-러 연합훈련의 길을 뚫어준 것으로 해석된 3조, 러시아의 대북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 8조 등도 우리에겐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다가왔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넋 놓고 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건 아닌 듯하다. 회담 수일 전 이미 조약 내용을 구체적인 수준으로 확인은 했단 얘기다. 그럼 왜 정상회담 당일엔 조약의 의미를 후려치는 발언을 했을까. 이에 대해 다른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다양한 허들을 두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군사 개입 결정 시 러시아 국내법과 유엔 헌장을 따라야 한다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들을 조약에 끼워 둔 만큼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설사 그렇다 해도 정부가 조약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 그릇된 판단을 내렸고 부적절한 초기 대응까지 이어졌단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당장 전문 곳곳에 잔뜩 도사린 ‘지체 없이’ ‘모든 수단’ ‘군사적 원조’ 등 노골적인 표현들은 이 조약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안보를 위협할 만한 수위임을 확인해준다. 이를 자랑하듯 북-러는 이 조약의 효력까지 ‘무기한’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는 북한이 전문을 공개한 날 오후에야 서둘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한 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라고 하더니 하루 뒤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며 초강경 대응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이런 행보가 스스로 판단 미스를 자인한 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혹여 정부 안에서 메시지 조율에 실패한 거라면 더 큰 문제다. 외교안보 영역에서 갈지자 행보는 신냉전 흐름 속에서 북한에 우리 배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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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트럼프측 인사들과 접촉면 늘릴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우리 정부도 미 대선 판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미 대선이 아직 넉 달 이상 남은 만큼 판세 등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리스크가 있는 인물이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어떤 변수가 더 나올지 모른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각 후보별 승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왔다”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대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 내부에선 이번 TV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의 소통 면적 등을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외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와의 접촉을 노출해온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방식은 맞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지금껏 해왔던 대로 철저히 ‘로키’로 접근하되 판세에 따라 접촉 면적은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현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를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방식보단 주요 국제 행사나 현지 일정 등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접촉면을 늘려가겠단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설계를 지원하는 미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허드슨연구소 등 싱크탱크 인사들이 한일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10여 차례 회의를 앞두고 있고, 이미 만남이 몇 차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이 최근 한국과 일본 관리들에게 한미일 3국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 기조를 트럼프 전 대통령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견지한 동맹 중시 기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퇴색될 수 있다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한일 정부 우려를 적극 진화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려고 했었다”면서 “당시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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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韓, 북핵협상 패싱-방위비 부담 가중 우려

    “그(조 바이든 대통령)는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무능한 게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첫 미 대선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선거유세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졸전을 벌여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까지 받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며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하게 내비친 것.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참패했단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토론이 몰고 올 후폭풍이 한미 관계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재집권 경보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변수였지만 이번 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리스크’가 훨씬 더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눈앞의 과제는 물론이고 북핵 협상이나 경제안보 등까지 (한미 간) 주요 이슈 전반에서 격변의 수준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북한 문제 등 담판 가능성” 한반도가 신냉전 구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도발에 맞선 대응이나 북핵 협상 등에서도 현재와 크게 다른 접근법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직접 담판을 짓고 주판알을 튀기며 한반도 안보 이슈를 풀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을 상대론 거친 언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당근을 제시하며 극적인 협상판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첫 TV토론에서 “푸틴, 시진핑, 김정은은 바이든을 존중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자신이 집권하면 협상이든 제재든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직접 담판 짓고 해결하겠단 의미로 들렸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를 제도화 수준으로 다지는 등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이미 공고히 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반도 안보 이슈에서 패싱당할 염려는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분노와 화염’ 공세와 ‘통 큰 선물’ 세례를 정신없이 내던질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상 북-미 직거래 과정에서 언제든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북핵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첫날부터 ‘마가노믹스’ 정책을 내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마가노믹스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것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 등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대미 전략을 짜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전 세계 최저가 에너지 공급을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유, 천연가스, 핵, 석탄, 수력발전소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내세울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등 우리 친환경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격적으로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IRA 폐지 혹은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시작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 이슈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증액까지 요구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국내에서 더욱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선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트럼프가 우리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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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러 위협에, 국정원산하 연구원 “자체 핵무장 검토해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수차례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현지 시간)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 “북-러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그런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북-러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조항까지 담긴 조약을 새로 체결하자 이에 대응할 방법론 중 하나로 ‘한국 핵무장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 특히 한국에선 국책연구기관, 미국에선 핵심 실무자로 최근까지 북핵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한 전 당국자로부터 동시에 자체 핵무장 관련 언급이 나와 주목된다. 북-러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까지 직접 위협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넘어선 한국 핵무장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전략연은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21일 공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보를 과시(했다)”며 “향후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로부터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확보하는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는 물론 ‘자체 핵무장’ 등까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았다가 유사시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개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오물풍선’ 테러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동향을 주시 중이다. 특히 한미일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22일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부산항 입항을 계기로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이를 명분으로 북한이 육해공·사이버 등에서 복합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前참모 “北-러 협력,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 내몰아”[커지는 韓 자체 핵무장론]기존 핵우산으론 대응 한계 인식… 美싱크탱크 “자체 핵무장이 차악”국정원 산하기관, 핵무장 보고서… 대통령실 “탈냉전후 최대 변혁기”“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자체 핵무장 등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국의 핵우산 체제 속에 그간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한미 일각의 강성 정치인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내놓는 소수 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국에서 각각 안보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연달아 핵무장론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준(準)군사동맹으로 단숨에 격상되자 기존의 핵우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 테이블 위에 올라온 ‘韓 핵무장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러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보고서를 내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맺은 조약을 계기로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우리도 미국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핵우산 외 자체 핵무장 카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이 자체 핵무장론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유성옥 전략연 이사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한다는 큰 판을 짰다”며 “우리도 확장억제라는 기존의 작은 판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커 전 보좌관도 이날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웨비나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커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차례 대북 실무접촉 경험을 쌓은 몇 안 되는 인사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 관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유력 국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정치 컨설팅업체 미국글로벌전략(AGS)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21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며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북한의 (핵) 능력의 인질로 잡아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탈냉전 이후 최대 변혁기” 전략연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며 향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 10조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주목했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또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이 북핵 협상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탈냉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신냉전 구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잠시 멈췄던 대남 도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 풍선’ 테러 등 도발 재개를 시사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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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진우]북-러 브로맨스 지켜보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

    “같이 어울려야 하는 관계인데 어울리기 부담스러운 상황, 그래도 결국 어울리려 할 것이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정부 관계자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한 얘기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러 관계를 지켜보는 중국의 고민과 속내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새 조약을 체결했다. 거기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까지 넣었다. 28년 만에 이 조항을 부활시키며 과거 냉전 당시 혈맹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올렸다. 사실 냉전 시대 이후 북한과 함께 타는 자동차의 운전석은 대부분 중국이 꿰차고 있었다. 큰형 중국이 운전하면 동승한 동생 북한은 가끔 반항했지만 대체로 따라갔다. 중국은 그런 북한에 먹을 것도 주고 입을 것도 주면서 토닥였다. 그랬던 중국 입장에선 김정은과 푸틴의 이 갑작스러운 ‘브로맨스’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운전자를 자처하고, 북한이 흔쾌히 웃으며 따라가는 지금 상황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런 중국의 불안한 눈길을 즐기듯 19일 정상회담 직후 이동할 땐 방문객인 푸틴이 운전대를 잡고, 김정은은 조수석에 앉았다. 푸틴이 선물한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아우루스 리무진을 타고. 그럼에도 중국은 꾹 참고 있다. 푸틴이 평양에 간 날 우리와 서울에서 외교안보대화를 갖고 “북-러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꼬집어 이례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 이상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표출하진 않았다. 북한을 손절할 수 없고, 어울리긴 해야 해서다. 중국이 북한을 곁에 두는 건 ‘기브 앤드 테이크’ 개념은 아니다. 자원, 인력 등 뭔가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란 얘기다. 북한엔 중국과의 교역이 생존을 좌우할 규모일지 몰라도 중국 입장에선 안 해도 그만인 수준이다. 그보다 중국은 북한의 안보·전략적 가치를 높게 본다. 배짱 좋게 핵보유국 지위까지 굳히려는 ‘깡패 국가’ 북한을 다독거릴 사실상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란 타이틀 자체가 중국엔 의미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시원하게 북-러와 손잡고 다시 운전석을 꿰차면 되지 않을까. 중국 입장에선 그 역시 부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푸틴, ‘오물 풍선’ 테러 등 막장 도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김정은과 어울리기엔 시진핑 주석만 잃을 게 너무 많다. 중국이 그동안 겉으론 러시아 지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뒤론 무기 지원을 하지 않으며 미묘한 줄타기를 해 온 것도 그래서다. 북한처럼 포탄을 퍼주는 자체가 중국엔 ‘레드 라인’을 넘어선 행위다. 그래도 결국 중국은 일정 선을 긋되 북-러와 어울리려 할 것이다. 한반도 이슈에서 중국이 가장 애를 쓴 부분은 언제나 우군 확보였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된 지금, 김정은·푸틴과도 등 돌려 완전 고립되는 상황은 중국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지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중 패권 경쟁을 의식해 ‘핵 확장’ 정책까지 시사했다. 미국과의 갈등이 수습은커녕 증폭 일변도로 가는 상황 역시 중국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중국은 그게 ‘불량 국가’일지라도 비빌 언덕을 뒤에 두고플 것이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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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北-러에 맞서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검토

    대통령실이 북-러 조약을 규탄하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를 모두 마쳤으며, 무기 지원 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 탄약부터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체결한 북-러 간 조약이 “우리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일 공개한 조약 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됐다. 1961년 맺었다가 1996년 폐지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과 유사한 내용이 들어가 28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 것.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파병이나 첨단무기 지원으로 참전할 수 있다고 못 박은 셈이다. 조약에는 또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직접적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실천 조치를 합의할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3조)는 조항도 포함됐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침략 위협”이라고 규정해 이를 빌미로 북-러 연합훈련 등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 길을 뚫어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약에는 또 “방위 능력 강화 목적하에 공동 조치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8조)는 대목도 포함됐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 군사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내용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이날 “6·25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은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장 실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를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북-러 조약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1961년 혈맹 당시 조약보다도 더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러 군사동맹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글로벌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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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개입’ 길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4조)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동맹 바로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1996년 폐기된 군사동맹 조약을 28년 만에 복원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양국이 밝힌 ‘상호 지원’ 조항은 1961년 동맹 시절 북한과 옛 소련이 맺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것이다. 당시 조항 1조에 “쌍방 중 한 곳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가 1996년 조약이 폐기됐고 2000년 북-러 조약은 “침략 위협 발생 시 지체 없이 접촉한다”고만 했다. 우리 정부는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향후 자동군사개입으로 발전할 여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 충돌이나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한미의 반격 등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 때 북한이 포탄 지원을 넘어 북한군 투입 등 직접 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 동북아 안보 차원을 넘어 국제안보 정세를 뒤흔드는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양국 관계를 3차례나 “동맹”이라고 표현한 것은 양국이 1961년과 2000년 북-러 간 체결된 조약을 대체하는 이번 협정을 실질적으로는 군사 동맹 조약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협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해 온 북한에 반대급부로 향후 전략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선 중국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北-러 관계, 옛 소련 혈맹수준 격상… 군사개입 여지 남겨[北-러 정상회담]北-러 ‘자동군사개입’ 조항 근접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충실할 것”… 푸틴 “北, 주권보호 조치 취할 권리”단독회담서 군사기술이전 논의한 듯… 한반도-국제안보 질서 격랑 예고“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이렇게 강조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러시아의 대외 관계 가운데 동맹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약으로 맺어졌다가 28년 전인 1996년 폐기된 양국 간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김 위원장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 ‘침략 시 상호 원조’ 조항으로 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상호 파병 길을 열어 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러 군사협력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1961년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밀착된 북-러 관계가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 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협정 4조)는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체 없이” “군사 원조”라는 표현은 없지만 침략당했을 때 상호 원조 군사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뒤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조약에서도 빠졌다. 당시 이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조항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히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준동맹’ 이상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소(북-소련) 관계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평가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맹’이라는 표현만 3차례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 표현은 직접 하지 않아 김 위원장과 온도 차도 드러냈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즉각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국은 이번 조약 체결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 일부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 등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본토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침략으로 보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향후 북-러가 연합 군사훈련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시간 반 밀담에서 러 군사기술 이전 논의 가능성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북한은 스스로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은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 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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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간 푸틴… 北-러 ‘준동맹’ 격상, 위험한 밀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협정에 서명한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러시아 외교의 최상위 관계인 ‘전략적 동맹’의 바로 밑 단계다. 푸틴 대통령이 대러-대북 제재에 대한 공동 저항을 거론하며 양국 간 “분리 불가능한 안보 구조 건설”을 강조한 만큼 반미(反美) 전선을 고리로 북-러 관계를 ‘준(準)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18일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세우게 될 것”이라며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不可分離·뗄 수 없음)적인 안전(안보)구조를 건설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안보가 분리될 수 없다며 군사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정부는 1961년 북-소 조약에 포함됐다가 1996년 폐기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부활과의 관련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그동안 러시아에 제공해 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등 북-러 간 군사기술 거래를 노골화할 장치가 이번에 생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원하는 군사기술 등을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사실상 마련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개발로 세계 무역-금융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제재를 받고 있는 양국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대러 제재에 러시아가 더 노골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무력화시킬 뜻도 내비쳤다. 북한군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도착하기 전 이날 오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또 침범했다.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은 직후 돌아갔지만 9일 만에 또다시 휴전선을 넘으며 전방 지역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 군에 따르면 북한군 20∼30명중 일부는 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오후 서울에선 9년 만에 한중 ‘2+2’ 외교안보대화가 급을 격상해 재개됐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진 북한이 우리와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에 대한 불만을 한중 대화 당일 도발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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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오늘 방북… “北 포탄 절실하지만 핵잠 등 기술이전엔 부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24년 만에 평양을 국빈 방문한다고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이 17일(현지 시간) 오후 밝혔다. 북한도 같은 시간 이를 공식 확인했다. 특히 러시아 측은 이날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이번 방북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동반하는 양국 간 관계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매우 바쁘고 역동적인 한 주를 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이번 방북 관련 북-러 간 주요 현안들을 두고 우리 정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미묘하게 엇갈린 양국 정상의 셈법을 주시하고 있다. 북-러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전례 없는 수위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지원 등 양국 간 핵심 사안들을 두고선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나 인식에서 엇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과 푸틴은 일단 최대한 각자 방북 결과에 자신의 입장을 더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차이가 만남에서 어떻게 정리되고 절충되느냐에 따라 향후 북-러 관계의 그림까지 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푸틴, 진보된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 작아”일단 두 정상이 이번 만남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을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감사를 표시하든, 김 위원장이 과시하듯 얘기하든 무기 지원은 대화 첫머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했다.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무기 계약을 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17일(현지 시간)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우크라이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북한 방문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며 “이 방문은 잘 조직됐으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북한은 24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무기 지원에 대한 확실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 리스트를 보여 준 뒤, 최대한 많은 체크 사인을 받아내는 게 이번 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어 주고 ‘황제 의전’을 제공하는 것도 선물 보따리를 풀라고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미국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이다. 다만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해 신세를 갚아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런 민감한 첨단무기 기술까지 그 대가로 선뜻 내주기엔 부담이 크다”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신 장관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가장 진보된 군사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지는 불확실하고 가능성도 매우 작다”고 했다.신 장관은 지난달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북한에 새로운 로켓 엔진 기술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 만큼 러시아는 이번엔 군사정찰위성 엔진 기술이나 엔진 자체를 추가 제공하는 선에서 일단 절충하려고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 측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민감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아주 민감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기술을 어느 수준에서는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北 도울수록 서방, 러시아 약체로 볼 것”푸틴 대통령은 첨단 군사기술이란 최고의 카드를 북한에 선뜻 내주면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잃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이나 한국과의 관계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이번에 북한을 많이 도우면 도울수록 서방은 러시아를 약체로 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 무기 지원 등에서 도움 받은 게 많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한 바 있다”고 밝혀 무기 기술 이전 등에 대한 ‘레드 라인’을 두고 한-러 간 어떤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과거 북한-소련의 동맹조약 수준에 근접하는 새 조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이에 대한 북-러 간 미묘한 인식 차도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은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최대한 수위를 높이려고 하겠지만 러시아는 조약 실행에 복잡한 절차 등 전제조건을 붙여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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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18일 방북…러 “北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준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24년 만에 평양을 국빈 방문한다고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이 17일(현지 시간) 오후 밝혔다. 북한도 같은 시간 이를 공식 확인했다. 특히 러시아 측은 이날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이번 방북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동반하는 양국 간 관계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매우 바쁘고 역동적인 한 주를 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방북 관련 북-러 간 주요 현안들을 두고 우리 정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미묘하게 엇갈린 양국 정상의 셈법을 주시하고 있다. 북-러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전례 없는 수위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지원 등 양국 간 핵심 사안들을 두고선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나 인식에서 엇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과 푸틴은 일단 최대한 각자 방북 결과에 자신의 입장을 더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차이가 만남에서 어떻게 정리되고 절충되느냐에 따라 향후 북-러 관계의 그림까지 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푸틴, 진보된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 작아”일단 두 정상이 이번 만남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을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감사를 표시하든, 김 위원장이 과시하듯 얘기하든 무기 지원은 대화 첫머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했다.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무기 계약을 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17일(현지 시간)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우크라이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북한 방문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며 “이 방문은 잘 조직됐으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북한은 24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무기 지원에 대한 확실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 리스트를 보여 준 뒤, 최대한 많은 체크 사인을 받아내는 게 이번 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어 주고 ‘황제 의전’을 제공하는 것도 선물 보따리를 풀라고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미국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이다. 다만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해 신세를 갚아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런 민감한 첨단무기 기술까지 그 대가로 선뜻 내주기엔 부담이 크다”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신 장관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가장 진보된 군사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지는 불확실하고 가능성도 매우 작다”고 했다.신 장관은 지난달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북한에 새로운 로켓 엔진 기술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 만큼 러시아는 이번엔 군사정찰위성 엔진 기술이나 엔진 자체를 추가 제공하는 선에서 일단 절충하려고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 측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민감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아주 민감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기술을 어느 수준에서는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北 도울수록 서방, 러시아 약체로 볼 것”푸틴 대통령은 첨단 군사기술이란 최고의 카드를 북한에 선뜻 내주면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잃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이나 한국과의 관계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이번에 북한을 많이 도우면 도울수록 서방은 러시아를 약체로 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 무기 지원 등에서 도움 받은 게 많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한 바 있다”고 밝혀 무기 기술 이전 등에 대한 ‘레드 라인’을 두고 한-러 간 어떤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과거 북한-소련의 동맹조약 수준에 근접하는 새 조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이에 대한 북-러 간 미묘한 인식 차도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은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최대한 수위를 높이려고 하겠지만 러시아는 조약 실행에 복잡한 절차 등 전제조건을 붙여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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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휴전선 따라 콘크리트 장벽 건설 움직임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부터 경의선·동해선 육상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동해선 일부 구간의 철로 철거에 나선 데 이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위한 ‘국경선’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14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부터 휴전선 일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작업은 휴전선 동쪽과 서쪽 중간 지점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지역에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을 건설하는 정황이 우리 감시자산에도 포착됐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장벽과 북한 내부를 연결하는 전술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했다. 앞서 9일 곡괭이와 삽 등을 든 북한군 20∼30명이 경기 연천 일대에서 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것도 장벽 건설 작업의 일환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경의선 우리 쪽(북측) 구간을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북남(남북)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관계 단절을 선포했다. 지난해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올 3월에는 이 길에 설치된 가로등을 철거하는 한편으로 동해선 일부 구간의 침목도 뜯어냈다. 정부 소식통은 “대남관계의 완전한 물리적 단절과 함께 탈북 경로를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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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푸틴, 평양서 만날때… 韓-中, 서울서 외교안보대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 19일 1박 2일에 걸쳐 평양을 방문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한중 당국은 외교안보대화를 18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다. 같은 날 한중과 북-러가 서울과 평양에서 따로 만나는 것.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4년 만,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9년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며칠 안으로 다가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대화가 있다”고 밝혔다. 한중 ‘2+2’ 외교안보대화에선 외교·국방 라인에서 각각 양국의 차관·국장급이 만난다. 우리 정부가 외국 정상의 방북 사실을 먼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이 대화 개최 사실까지 함께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등 북-러가 한층 밀착하는 데는 한중 협력 기류 속 최근 다소 껄끄러워진 북-중 관계 요소도 작용했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을 끌어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정부는 북-러 관계를 견제하는 동시에 북-중이 다시 밀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중 관계 개선 기류를 적극 부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핵심 우군인 중-러를 동시에 잃어 고립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해 빨리 만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북한 무기 수입 수요가 줄면 언제든 러시아가 냉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해 푸틴 대통령의 빠른 방북을 요청했다는 분석이다. 中과 껄끄러운 김정은, 푸틴과 밀착… “中 불안하게 만들어”푸틴, 24년만에 방북 北, 러와 군사협력 명문화 시도할듯… 정상회담서 中자극 메시지 낼수도서방 대응-노동자 확보 시급한 러… 北과 이해관계 맞아 핵심 우군으로“‘우크라이나 전쟁 특수’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북한에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서두른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군사협력을 이어가는 등 북-러 관계가 전례 없이 밀착됐지만 언제든 이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인식이고, 이에 정상회담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1월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을 모스크바에 보냈을 때도 늦어도 상반기엔 정상회담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최근 상대적으로 멀어진 중국을 자극하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스팀슨 센터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북한의 대(對)러시아 관계 강화에 대해 “이는 중국을 불안(anxiety)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北, 러와 군사협력 제도화에 힘 쏟을 듯 혈맹인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은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는 확실한 관계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간 핵심 의제는 군사협력인 만큼 이를 제도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24년 전인 2000년 3월 대선 승리로 장기 집권의 서막을 열었던 푸틴 대통령은 그해 7월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조-러(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북-러 관계 복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하지만 당시 북한의 요구에도 한국을 의식한 러시아의 반대로 이 공동선언에는 과거 동맹 시절 조약에 담겨 있던 ‘위기 시 자동 군사 개입’ 등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상호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수준으로만 문구가 담겼다. 이에 이번 방북에선 북한이 북-러 관계를 24년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거나 1961년 체결된 동맹 조약 정신을 계승하는 협정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당시엔 공동 기자회견이나 선언문 발표 등은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이 선언적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엔 북한이 양국 관계 강화 등을 문서로 남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는 다소 냉담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 당시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됐을 때 북한이 담화를 통해 반발하며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문일이 유력한 18일에는 한중 2+2 외교안보대화도 예정돼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하거나 자극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대중 관계가 냉담하게 그냥 이어지는 상황이 최악”이라며 “안보든 경제든 중국이 주목할 만한 메시지를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담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러, 서방 세력 대응할 핵심 우군으로 北 염두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대북 정책 관련 질문에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라며 “양국 관계 발전의 잠재력이 매우 깊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전격 수용한 건 서방의 제재 속에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서방 세력에 맞설 세력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핵심 우군을 확보하고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는 것.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평양 방문에 앞서 이미 중국과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했다. 또 다음 주 평양 방문에 이어 바로 베트남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북한 노동자 확보 등 시급한 현실적 상황까지 감안해 푸틴 대통령이 평양행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특히 노동자 확보는 현재 러시아에 시급한 이슈”라며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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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내주 방북 유력… “北이 강력 요청, 김일성광장 환영 준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초 평양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방북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평양을 찾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양국 간 군사협력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날린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한 만큼, 진전된 관련 기술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평양까지 가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더욱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푸틴 환영 행사 관전 위해 구조물 등 설치” 정부 고위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8, 19일 1박 2일에 걸쳐 방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NHK방송도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현재 북한에서 푸틴 방북 준비가 임박한 동향을 포착해 주시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북-러 주요 인사들이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를 관전할 수 있는 관망대 등 구조물 설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도 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광장 연단 바로 옆에서 전에 없던 흰색 물체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11일 위성사진에선 광장 북쪽에 정사각형 모양의 흰색 대형 구조물 2개와 남쪽에 약 100m 길이의 흰색 대형 구조물이 정렬된 모습도 확인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환영 행사 준비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문은 특히 북한이 더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1월에 최선희 외무상을 보냈을 때도 정상회담 세부 일정을 잡자고 거듭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도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3월 평양에 보내는 등 북-러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혈맹(血盟)인 중국과 최근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만큼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러 관계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낼 카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등 집중 도발을 이어오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대남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선 것도 푸틴 대통령 방북을 의식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푸틴 방북 강하게 원해”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심 의제는 크게 군사와 경제협력 등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꾸준히 이어온 만큼 이번엔 그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필요한 ‘핀포인트’ 지원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유사시 ‘긴밀하게 협의한다’ 수준의 군사협력 제도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찰위성 기술을 포함한 ‘우주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일부 기술을 지원받아 신형 엔진을 장착해 2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엔 정상이 직접 방문하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 기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아예 엔진 완제품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그-29 등 북한 전투기 개량을 도와줄 수도 있다. 북한 전투기의 기반은 러시아제여서 러시아 지원이 필수인데,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일부 지원한 정황은 우리 정부가 포착했다. 이번 정상 방문을 계기로 그 지원 폭이 커질 수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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