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사진)이 올해 상반기(1∼6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전체 영화·TV시리즈 1만8000여 개 가운데 시청 시간 3위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13일 발표한 ‘시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더 글로리: 시즌1’은 상반기 전 세계에서 6억2280만 시간 재생됐다. 시청 시간 1, 2위는 미국의 액션 스릴러 드라마 ‘나이트 에이전트: 시즌1’(8억1210만 시간)과 코미디 드라마 ‘지니&조지아: 시즌2’(6억6510만 시간)가 각각 차지했다. 다른 한국 콘텐츠로는 예능 ‘피지컬:100 시즌1’(2억3500만 시간)과 드라마 ‘일타 스캔들’(2억3480만 시간)이 15위, 16위에 차례로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비(非)영어권 콘텐츠는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이토록 쓸쓸하고 비극적인 인물을 과연 이창섭이 소화할 수 있을까. 관객이 품은 의문일 테고, 저조차도 확신이 안 섰죠. 다만 제가 연기하는 극 중 민우처럼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면서 어른이 돼요. 걸맞은 연기를 보여드리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뮤지컬 ‘겨울나그네’의 주연 배우 이창섭(32)이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15일 개막하는 ‘겨울나그네’는 1983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고 최인호 작가(1945∼2013)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이다. 풋풋하고 올곧은 의대생 민우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을 제작한 에이콤이 1997년 초연하고 2005년 재공연한 후 올해 최 작가 10주기를 맞아 1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대중에게 밝은 이미지로 각인된 이 씨는 최근 뮤지컬 ‘멤피스’(휴이 역), 유튜브 채널 ‘전과자’에서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데 민우 역은 더없이 외롭고 어둡다. 이 씨는 “보기보다 내향적이라 평소 성격은 휴이보다 민우에 가깝다. 잔잔한 연기를 해보고 싶던 차에 운 좋게 출연 제의를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민우 역은 이창섭과 SF9의 김인성, 아스트로의 MJ, 렌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민우의 선배 현태 역은 가수 세븐, 슈퍼주니어 려욱, 아스트로 진진이 맡았다. 민우와 사랑에 빠지는 다혜 역은 한재아, 임예진이 연기한다. 소설 ‘겨울나그네’는 1980년대 배우 강석우 씨와 손창민 씨가 각각 민우 역을 맡은 동명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씨는 기존 작품들과 거리 두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관객이 원작을 알고 있든, 모르든 모두가 공연을 이해하려면 오직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부러 다른 버전을 보지 않았다”며 “이창섭이 보여줄 민우는 학생에서 어른이 될 때의 변화, 즉 선택과 책임의 무게감을 표현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했다. 2012년 그룹 비투비로 데뷔한 그는 2017년 ‘꽃보다 남자 더 뮤지컬’로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디뎠다. 가수로서의 경험이 안무를 금방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첫 공연 날이면 어김없이 얼어붙어 위경련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는 “근육이완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너무 아파서 인터미션이 되자마자 대기실에 주저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 앞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2시간을 사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없기에 자꾸 도전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연습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꼬박 11시간 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오후 10시가 지나도 그의 연습은 끝나지 않는다. 집에서 대본을 꼼꼼히 살펴보며 실수를 복기하고, 대본에는 없는 민우의 인생 전체를 상상하며 일기 쓰듯 빈칸을 빼곡히 채웠다. 다른 배우들이 어떤 각도로 무대에 섰을 때 멋있었는지 되짚어보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도 한다. 그는 “한밤중이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동갑내기 김민영 연출가에게 대뜸 전화를 건다. 원작 소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공연장을 나설 땐 관객 한 명 한 명이 겨울 나그네가 되길 바랍니다. 따뜻함이 감도는 연말이지만 최대한 쓸쓸하게요. 언젠가는 연극 ‘에쿠우스’처럼 강렬함과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고독하거나 기괴하게…. 그래야 관객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으니까요.(웃음)” 내년 2월 25일까지, 6만∼1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드라큘라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요. 현실적인 성격이라 운명을 잘 믿지 않지만, 사랑에서만큼은 그러길 바라죠. 그런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 ‘She’는 제가 가장 아끼는 곡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1일 만난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인공 배우 김준수(36)의 말이다. ‘드라큘라’는 6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까지 빠짐없이 드라큘라 역을 맡아온 그는 드라큘라의 사랑과 원망, 고독이 뒤엉킨 감정을 호소력 짙은 노래로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 어떤 작품보다 우선순위에 두던 ‘드라큘라’를 다시 공연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드라큘라’는 1897년 출간된 동명 원작 소설을 토대로 400여 년간 한 여인만을 바라본 드라큘라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200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후 국내에선 2021년 4번째 시즌까지 총 318회 공연되며 누적 관객 40만 명을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와 전동석, 신성록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진 여인 미나 역은 임혜영 정선아 아이비가, 드라큘라로 인해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반 헬싱 역은 손준호와 박은석이 각각 맡았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됐다. 어느덧 14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된 그에게 ‘드라큘라’는 배우 인생의 이정표가 돼준 작품이다. 20년 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후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김준수는 “단편적인 캐릭터가 많은 뮤지컬계에서 드라큘라는 손에 꼽히는 입체적인 배역이다. 초연부터 창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배역을 연구하면서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큘라 역을 맡은 후로 ‘가수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옅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드라큘라’는 그가 가장 많이 출연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선 드라큘라의 다정함에 주목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패기 넘치고 다혈질인 드라큘라를 표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드라큘라와 미나의 첫 만남을 상상하며 더 다정한 목소리, 말투를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큘라 역을 비롯해 뮤지컬 ‘데스노트’의 엘 역, ‘엘리자벳’의 죽음(토드) 역 등 신비로운 배역들로 유독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일반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한몫하는 듯하다. 목소리만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쇳소리로 개성이 뚜렷한 목소리를 지녔다. 그는 “인간 이외의 존재는 몸으로 풀어내는 연기가 중요한데,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몸을 쓰는 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피를 탐하는 배역에 맞춰 새빨갛게 물들인 머리카락은 일명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끝으로 그의 빨간 머리는 볼 수 없게 될 예정이다. 그는 “5∼7일에 한 번씩 염색을 하지 않으면 분홍색이 돼버린다. 운동할 때조차 빨간 물이 흐르고 수건과 베개를 버리는 건 기본이고 피부도 많이 상한다”며 “빨간 머리 드라큘라를 보고 싶다면 이번에 오셔야 한다”며 웃었다. “모든 공연에서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그 수준을 넘지 못하면 ‘잘해야 본전’이죠. 관객의 기준도 이미 높아졌을 테니, 죽을힘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내년 3월 3일까지, 8만∼17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 110분간 관객은 무려 80여 개 배역을 만나게 됩니다.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니 무대 뒤에서도 긴장하죠. 저희끼리는 이 작품을 ‘뮤지컬 도미노’라 불러요. 한 명이 실수하면 모든 게 엉켜 버리거든요.”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5일 열린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정영주가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컴프롬어웨이는 2001년 9·11테러 당시 캐나다 마을에 불시착한 승객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그해 토니상 최우수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BBCH홀에서 국내 초연 중인 이 작품에는 정영주와 남경주 최정원 신영숙 차지연 고창석 등 배우 24명이 참여했다. 작품은 9·11테러 당일 인구 1만 명의 소도시 캐나다 뉴펀들랜드 갠더에 수십 대의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벌어진 일을 그렸다. 실제 당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미국으로 향하던 항공기들을 긴급 우회시켰고, 갠더에는 총 6579명이 착륙해 6일간 머물렀다. 극작과 작사, 작곡을 맡은 아이린 샌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이 테러 10주기에 갠더를 찾아 당시 불시착한 이들과 주민을 인터뷰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공연은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에 따스함을 선사한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들어온” 기막힌 상황임에도 갠더 주민들은 “욕조만 한 그릇에 따뜻한 음식을” 담아 주고, 사례금마저 손사래 치며 “비행기 사람들(Come From Away)”을 대가 없이 받아들인다. 1막 후반부의 국적이나 종교, 성별에 관계없이 다 함께 복닥거리며 춤추는 장면은 먹먹함을 준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12명의 배우가 80여 명에 가까운 배역을 나눠서 연기한다는 점이다. 남경주는 “모든 배우가 (평균적으로) 대여섯 배역을 맡아서 연기한다는 게 의미 있다”고 했다. 여성 파일럿 베벌리 역이 제복을 분홍색 조끼로 갈아입고 목소리를 발랄하게 바꾸면 갠더 학교의 선생님인 애넷 역이 되는 식이다. 오즈 역 등 10개에 달하는 최다 배역을 맡은 이정수는 “분량이 많든 적든 배역마다 동일한 부담감을 느낀다. 물 마실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웃었다. 다만 주요 배역 외엔 누가 누군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럽다. 대사 대부분이 노래로 이뤄졌음에도 서사가 소절마다 정교하게 담겨 매끄럽게 이어졌다. 만돌린, 바우런 등 켈트족 악기를 활용해 신비롭고 정겨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구소영 음악감독은 “오래전 영국 어부와 선원들이 뉴펀들랜드에 이주해 오며 켈틱 음악이 유입된 후 전통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다른 존재를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작품의 주제와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넘버가 없고, 번역을 거치며 가사의 마디당 단어량이 늘어나면서 전달력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롭게 찾아낸 것에 감사하자”는 후반부의 대사는 여운을 남긴다. 내년 2월 18일까지. 6만∼1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구상 인류를 몇 개의 종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정답은 1개다. 8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하기 때문이다. 15만∼20만 년 전 출현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미그란스(이동하는 인간)’이자 ‘호모 하브리두스(잡종 인간)’임이 고인류학 연구의 정설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다른 지역(in the other zones)으로 이동하며 광범위한 혼혈을 겪은 다양성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은 지난해 말 진행된 콘퍼런스의 강연과 대담을 풀어 엮었다.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등 분야별 연구자 6명이 참여했다. 다양성을 사회학, 인구학, 범죄심리학 등 관점에서 풀어내며 단순히 ‘역지사지’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책은 “국내 19세 이하 인구 100명 중 3명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고, 전체 국민의 14%에 해당하는 700만 명 이상이 해외 180여 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은 이주 국가”라며 사실과 논리를 근거로 포용, 연대에 대한 동기를 자극한다. 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명 이하로 떨어진 상황을 거론하며 “이주민이라 불리는 다양한 사람과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 후반부의 팽팽한 대담문에선 인구학적, 사회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지 제시한다. 다른 문화권에 이질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다양성 확대의 주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플랫폼에 기반해 역사상 전례 없는 ‘문명의 동시대성’을 타고난 세대의 정규 교육 과정에 ‘다양성 교육’을 편성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동아뮤지컬콩쿠르는 학교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예요. 열정과 실력이 남다른 사람들이 ‘마스터 클래스’에 모여 만드는 시너지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거든요.” 서울 관악구 관악문화재단에서 6일 열린 제7회 동아뮤지컬콩쿠르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 김다빈 씨(23·서울예대)가 말했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4∼6일 진행된 예선 통과자에게 제공된 특전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은 수업에서 배운 합창곡으로 11일 열리는 본선 경연에서 축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씨는 “올해로 4번째 동아뮤지컬콩쿠르에 도전한다. 1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마스터 클래스에서 솔로 파트까지 따내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채널A,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 등 7개 단체가 후원하는 올해 동아뮤지컬콩쿠르에는 지난해(176명)보다 1.8배로 늘어난 312명이 참가했다. 마스터 클래스엔 예선을 거쳐 선발된 초등부 16명, 중등부 8명, 고등부 8명, 대학·일반부 16명이 참가했다. 본선에서 수상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발성교정사로부터 성대 관리를 받고 뮤지컬 배우와 만날 수 있는 ‘보아스 뮤지컬 워크숍’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날 먼저 진행된 고등·일반부 수업에선 뮤지컬 ‘렌트’의 간판 넘버인 ‘Seasons of Love’를 배웠다. 수업 초반 어색했던 강약과 완급은 섬세한 교정을 거치며 1시간 만에 완성도를 높였다. 뮤지컬 ‘벤허’,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컬코치를 맡았던 오도현 씨가 멘토로 나서 “악보를 벗어나 보라. 풍부한 가사 전달력과 나만의 분석을 가져야 관객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 정이제 씨(25·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는 “단순히 ‘여리게’가 아닌 ‘여리되 긴장감 있게, 신난 기분으로’ 등 구체적으로 잡아주신 덕에 짧은 시간에 많이 배웠다”고 했다. 초등·중등부는 ‘마틸다 더 뮤지컬’의 인기 넘버 ‘어른이 되면’으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를 꿈꾸며 노래하는 합창곡이다. 유주헌 군(12·안양 부림초)은 “2년 전 뮤지컬 ‘비틀쥬스’를 본 뒤 뮤지컬에 반해 독학했다. 평소 화음을 맞출 때 끌려다니곤 했는데 전문 코칭을 받으니 빠르게 개선돼 보람차다”고 말했다. 솔로 파트를 맡은 양규아 양(10·하남 한홀초)은 “4년 전부터 어린이 공연단 활동을 했지만 뮤지컬 합창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재밌었다.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25일 도심 속 주말 인파를 뚫고 도착한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 전시장. 관람객들로 붐비는 이곳에 마치 고요한 낙원 같은 공간이 있었다. 푹신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머리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쓰니 보랏빛 우주와 거목 한 그루가 눈앞에 펼쳐졌다. 평소 아무리 애써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잡념이 잔잔한 음악과 우주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예술명상 플랫폼 ‘고요행성’이다. 무용을 전공한 박수진 스페이스몸 대표와 김서령 프로듀서가 만든 것으로 메타버스 공간에 모여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7년 전부터 명상 공연과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이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 명상과 달리 시공간 제약이 없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다. 해외에 선보이기도 수월하다”며 “훈련이 필요한 일반 명상에 비해 초보자들도 손쉽게 몰입 가능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 메타버스 명상부터 ‘관객 마음 읽어낸 커피’까지최근 예술계에 ‘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예술가들이 직접 최신 기술을 배우거나 기술자들과 협업해 기술융합예술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 올해 10월 개관한 예술특화 종합지원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에선 지난달 23∼25일 전시와 공연, 강연을 결합한 행사 ‘랩들이’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이 올해 예술가, 연구소, 대학교, 기업 등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원사업에 참여한 총 55개 팀의 작품 38건을 소개하고 실험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공학도가 자신의 역량을 살려 예술 활동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았다. 세 명의 공학도로 이뤄진 미디어아트랩 ‘얼스’는 관람객의 감정을 데이터로 분석해 이를 맛으로 표현해내는 ‘탠저블 이모션 리플렉션’을 개발했다. 손바닥 땀 분비량으로 감정을 측정하고, 2차원 좌표평면으로 표시한 뒤 단맛, 쓴맛, 신맛 등 원두를 배합해 관람객에게 맞춤형 커피를 제조해 준다. 이승정 얼스 대표는 “HCI(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관계)를 연구하던 중 ‘우리는 얼마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살까’를 고민하다 작업이 시작됐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선 이달 13일까지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가 열린다. VR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와 인공지능(AI)을 오디오에 접목한 청각예술, 관객과 상호작용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등 국내외 작품 23점이 전시된다. 서울문화재단의 이정훈 융합예술팀장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예술을 창작, 유통, 소비하는 젊은 예술가와 대중이 늘면서 기술은 자연스럽게 물감이자 악기가 됐다”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기존 전시 위주였던 행사를 지난해부터 축제 형태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 접근성 높이며 작품에 생명력 불어넣는 ‘기술’창작자들은 기술을 통해 관람객 접점을 늘리는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각각 조소와 클래식음악 작곡을 전공한 권정원, 소수정 작가는 더 다양한 관람객을 만나고자 기술융합예술에 도전했다. 올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역사 내에 전시된 작품 ‘닿을 때 만나는 것들’은 시민들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센서로 인식해 무작위적 이미지와 소리로 변환하고, 이를 벽면에 투사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다. 권 작가는 “작품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관람객이 찾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 기반 작품은 언제 어디서든 전시하기 좋고, 한 번에 여러 감각을 활용할 수 있어 장애인, 어린이 등의 참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술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한다. 그림책 등 기존 평면 일러스트 작업을 하던 이은정 작가(문요)는 올해 처음 VR 드로잉 툴을 익혀 메타버스 그림책 콘텐츠를 제작했다.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토대로 만든 알록달록한 가상 도시를 이용자가 탐험하는 콘텐츠다. 이 작가는 “VR 드로잉 툴로 3차원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평면의 한계를 벗어난, 그림의 새로운 가능성을 체감했다”며 “향후 상호작용이 가능한 어린이용 VR 교구 등도 개발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은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 있는 젊은 창작자들 중심으로 기술융합예술 교육, 네트워킹 등에 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기술은 ‘배고픈 예술가’가 소득을 올릴 발판이 돼 주기도 한다. 기술을 접목한 예술품은 상품화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자성유체(자석의 성질을 가진 액체)를 활용한 음향시각화 장치(FAV)가 대표적 사례다. 상품화를 의도하진 않았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베놈 스피커’란 별칭으로 유명세를 타며 미국 인디고 크라우드펀딩에서 1억 원 넘는 모금을 이뤘다. 이를 개발한 정승훈 번슬랩 대표는 “과거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와 비교해 수입이 안정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디스트릭트(d’strict)의 실감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이 있다. 프로젝션 매핑(영상을 투사해 대상물의 외형을 변화시키는 기술), 3D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8m 높이 미디어 폭포, 거대한 밤바다 등을 전시한다. 2020년 제주에 처음 설립된 이후 SNS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강원 강릉, 전남 여수, 부산(예정)으로 확대됐다. 웹디자이너 3명이 외주용역으로 시작한 회사가 600만 명의 관람객(누적 관람객 수)을 끌어모은 ‘미디어아트’ 기업으로 거듭났다. ● 기술융합예술, ‘기계’인가 ‘작품’인가그런데 기술의 비중이 높고 외관과 특성이 ‘기계’에 가까워도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작곡이나 건축 등은 인간의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예술이다. 인간의 기술이 그 자체로서 오래전부터 예술로 대접받았던 것”이라며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가들은 기술과 예술을 한 몸으로 여긴 ‘테크네’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기술을 창작의 재료나 매체로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과 기계가 구축할 미래를 보여준다면 예술로서 기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융합예술은 예술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첨단기술 시대에 대한 비판점을 제시한다는 의의도 있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거 사진, 비디오, 인터넷 등이 등장했을 때처럼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예술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며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기술의 잠재적 위험과 비예측성 등을 보여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융합예술이 화두가 되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책도 최근 빠르게 확대됐다. 창작 지원은 물론 예술가와 기술자 간 교류, 작품 유통과 판매, 경영 자문까지 돕는 것. 그러나 지원이 최신 유행 기술에 집중되고 장기적 방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창작자는 “특정 기술이 유행하면 지자체 예산이 그 기술로만 쏠린다. 한때 실감 미디어아트가 그랬고, 메타버스로 옮겨갔다가 이젠 AI에 집중되고 있다. 창작자는 불안하고 대중은 금방 피로를 느낀다”고 했다. 기술융합예술이 비교적 일찍 확산한 해외에선 기술 혁신과 예술 진흥, 사회문제 해결을 아우르는 관점에서 정책이 설계된다.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955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입해 기술혁신과 사회문제 해결을 결부하는 지원책인 ‘호라이즌 유럽’의 과학, 기술, 예술 융합 플랫폼 ‘S+T+ARTS’가 대표적이다. 이광석 교수는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S+T+ARTS 등은 ‘사회문화적 디지털 전환’이란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만 국내 지원책은 K컬처, 신성장산업 등의 영향을 받아 단기적, 양적 지표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다”며 “단순 외형 성장이 아닌, ‘기술 동반 사회’라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문화부 기자 leemail@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한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 앞에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의 장례는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며 영결식은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승 대종사는 종단의 안정과 전법도생(傳法度生·부처님 말씀을 전해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스스로 화장)을 하심으로써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또 “자승 대종사는 살아생전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우봉 스님은 “종단은 진우 총무원장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단 규정에 따라 (입적일을 기점으로)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부터 조계사 및 전국 교구본사, 자승 스님이 회주로 있던 서울 강남구 봉은사, 자승 스님의 출가 본사인 경기 화성 용주사 등에 마련됐다.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한 뒤 용주사로 이동해 다비장을 치른다. 자승 스님이 세수 69세, 법랍 51세로 입적한 이튿날인 이날 조계종은 안팎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우봉 스님은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님들과 직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탄식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늘 수행하던 사람을 돌려보내고 자승 스님이 직접 운전해 (칠장사에) 갔다고 하니 스스로 선택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이틀 전까지 향후 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보인 분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입적하기 이틀 전인 2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불교계 언론사 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향후 행보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어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통합도 강조했다. 당시 자승 스님은 “앞으로 2, 3년 내에 중앙승가대에 신입생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폐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국대와 중앙승가대가 한 몸이 돼 중앙승가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앞서 10월 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간담회에서도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20만 청년불자가 동참하는 대법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올해 3월 말 43일간 1167km를 걷는 상원결사 인도·네팔 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해 열린 회향식에서 자승 스님이 환하게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은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라며 인사도 ‘성불하십시오’ 대신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로 바꾸자고 했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 스님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입적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이 2009년부터 8년간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연임했고 현재까지 조계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조계종 중심에 서 온 스님이 여러 비판을 받으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승 스님과 교류했던 한 스님은 “최근 자승 스님이 심적으로 괴로워하고 때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30일 오후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다음 달 2일 오후 5시 한국과 일본 뮤지션이 출연하는 공연 ‘동행’이 열린다. 올해 11회를 맞은 한일문화교류 시리즈 ‘동행’은 한일문화교류회의(위원장 정구종)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다. 정훈희가 ‘안개’ ‘꽃밭에서’를 부른다. 정 씨는 1970년 제1회 도쿄국제가요제에서 ‘월드베스트10 가수상’을 받았다. 드라마 ‘가을동화’ OST를 부른 가수 정일영, 그룹 2StepS가 출연한다. 일본 측에선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 싱어송라이터 하쓰시바 다카시가 무대에 선다. 무료.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29)과 뷔(28), 지민(28), 정국(26)이 다음 달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다. 이로써 BTS 멤버 7명 모두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다음 달 11일 RM과 뷔가, 12일 지민과 정국이 각각 입대한다. 전역 예정일은 2025년 6월이다. BTS는 지난해 12월 맏형 진이 멤버 중 처음 입대한 후 차례로 병역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4월 제이홉이 입대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 중이고, 슈가는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친 뒤 2025년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도쿄돔에서 28일 열린 음악시상식 ‘2023 MAMA 어워즈’에서 BTS는 6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정국은 영상을 통해 “오늘 다 같이 만나진 못해 아쉽지만 곧 더 큰 하나가 돼 만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두꺼운 외투를 걸쳐도 한기가 느껴지는 연습실. 차가운 바닥 위에 87세 배우가 맨발로 섰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인공 에스트라공 역(고고)을 맡은 신구 씨다. 야윈 발목이 드러나는 바지를 입고 잰걸음으로 무대를 수없이 가로질렀다. 발바닥이 검게 변했다. 이번 출연을 주저할 정도로 최근까지 거동이 힘들었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블라디미르 역(디디)을 맡은 박근형 씨(83)와 고고 간 밀도 높은 대화는 나무 하나, 바위 하나 놓인 무대를 빼곡히 채웠다. 인생을 관조하는 철학적 사유와 허무맹랑한 농담을 오가는 맥락 없는 대사를 서로의 눈빛과 동작을 읽으며 퍼즐처럼 맞춰냈다. 배우들의 이마엔 땀이 맺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고도를 기다리며’ 연습 현장을 27일 찾았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사뮈엘 베케트(1906∼1986)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주인공 고고와 디디가 고도라는 인물을 50여 년간 기다리는 내용의 부조리극이다. 극단 산울림이 1969년부터 2019년까지 약 1500회 공연하며 22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동안 전무송, 정동환 등 많은 배우들이 거쳐 갔다. 이번 작품은 공연 제작사 파크컴퍼니가 맡았다. 인생에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려본 고목들이 빚어낸 연극은 경이감을 줬다. 포악한 지주 ‘포조’ 역의 김학철 씨(63)와 목줄을 맨 짐꾼 ‘럭키’ 역을 맡은 박정자 씨(81)를 포함한 네 사람의 연기 경력은 도합 227년. 동아연극상 수상 횟수도 총 8번에 달한다. ‘국내 최고령 고고’인 신 씨가 박근형 씨의 오른쪽 어깨에 기대 잠에 빠져드는 모습은 하염없는 희망에 기대어 사는 인간의 무게와 허무함을 끌어안은 듯했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임에도 연습 때마다 ‘노력 경쟁’이 불붙는다. 박정미 파크컴퍼니 대표는 “연습 첫날 박정자 배우가 쉼표 하나 없는 8분짜리 고난도 독백을 모두 외워와 모두가 놀랐다. 서로 앞다퉈 대본을 암기하는 데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박정자 씨가 연기하는 럭키는 굽은 등과 질질 끌리는 발, 무력한 표정이 마치 평생을 짐꾼으로 산 듯했다. 그런 럭키에게 “일어나!”라며 소리치는 김 씨의 쩌렁쩌렁한 발성은 낮은 연습실 천장을 울렸다. 김 씨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동안엔 대본에 밑줄을 치고 메모하며 대사를 익혔다. 대본은 검정 펜과 빨간 펜, 형광펜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는 “도통 외워지지 않는 대사는 집 벽에 붙였다. 끊임없이 읽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근형 씨는 연습이 시작되는 매일 오후 2시보다 일찍 와 2막의 노래와 춤으로 몸을 예열한다. 연습이 끝나도 작품에 대한 논의는 이어졌다. 박근형 씨가 “어떤 대목에서 관객 웃음이 터질지 미리 고민해봐야 한다. 내일까지 하나씩 골라 오자”며 운을 뗐다. 소년 역을 맡은 김리안 씨가 “고고의 바지 흘러내리는 장면”을 꼽자 김 씨는 “그래, 빠질 수 없는 원초적 웃음이지” 받아쳤고, 신 씨는 “(공연)해봐야 알지”라고 했다. 오경택 연출가는 “출연진의 실제 성격도 각자 배역과 닮아 있다. 디디는 사람들을 이끌고, 고고는 촌철살인 위트를 툭툭 던진다. 티격태격 호흡을 맞추는 재미 덕에 연습이 힘들어도 다들 즐거워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모든 배역을 단일 캐스트로 진행한다. 같은 조합으로 다시 공연이 오를 가능성이 있을까. 네 배우는 “그때도 우리가 살아 있으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년 2월 18일까지, 5만5000∼7만7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총 313명의 출연진이 만드는 대규모 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이 다음 달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이 명동에서 1973년 지금의 자리인 남산으로 이전한 지 5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총 97명과 국립창극단 11명, 합창단 174명, 국립무용단 31명 등이 호흡을 맞추는 칸타타(서사가 있는 가사를 바탕으로 한 여러 악장의 성악곡)다. 국보 월인천강지곡은 1447년 세종이 세상을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석가모니의 생애를 한글로 지은 노래다. 이번 공연에선 박해진 작가가 작사를 맡아 원문의 ‘도솔래의(兜率來儀)’를 ‘흰 코끼리를 타고 오신 세존(석가모니)’으로 바꾸는 등 오늘날 눈높이에 맞춰 풀어썼다. ‘세종의 노래’는 약 50년 전부터 국립극장에서 활동해 온 손진책 연출가와 박범훈 작곡가, 국수호 안무가가 협업했다. 국립극장은 “백성과 소헌왕후를 향한 세종의 사랑에 초점을 뒀다. 600여 년 전 노래가 이 시대 관객에게 와닿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서곡과 8개 악장으로 구성된 칸타타는 박범훈 작곡가가 2년에 걸쳐 작곡했다. 그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1995∼1999년)과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을 지냈다. 박 작곡가는 “일평생 쓴 곡 중 가장 긴 시간 고민했다. 조선시대에 쓴 시를 21세기 노래로 바꾸는 작업이 까다로웠다”며 “우리 가락을 중심으로 작곡해 주요 선율은 국악기가 연주하되 그 외 부분은 서양 악기가 채우도록 했다”고 말했다. 석가모니 역과 소헌왕후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 소리꾼 김준수와 이소연이 맡았다. 2만∼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연꽃 한 송이가 고인 물의 악취를 물리치듯, 진창에 빠진 삶을 끌어올리는 덴 타인의 작은 손길이면 족하다. 연극 ‘키리에’ 속 죽음을 결심한 등장인물들은 누군가 지어준 따뜻한 밥과 ‘곧 해가 진다’는 걱정 한마디에 마음이 요동친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3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키리에’다. 작품을 연출한 전인철 극단 돌파구 대표(48)를 24일 정동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찰나의 자비(慈悲)는 오랜 시간 결심한 죽음마저 무너뜨린다”고 했다. 작품엔 결함과 결핍이 많은 인물들이 타인과 동물, 사물로부터 사랑을 배운다. 전 연출가는 “키리에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며 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뜻한다. 등장인물들은 자비를 주고받으며 자기 자신까지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희곡은 장영 작가가 썼다. 죽으러 온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독일의 검은 숲 근처에 한국인 여성 건축가가 지은 집. 30대에 과로사한 건축가의 영혼은 이 집에 깃들어 부족했던 과거의 기억을 곱씹는다. 60대 무용수 엠마가 근육이 굳어가는 남편과 이 집에 와,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머물 여관으로 만들고,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18년차 연출가인 그는 자비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품이 들었다고 했다. 비(非)인간을 아우르는 사랑에 대해 알기 위해 배우, 창작진과 둘러앉아 책 ‘다르게 함께 살기 : 인간과 동물’을 한 쪽씩 소리 내 읽었다. 저자인 이동신 서울대 교수도 초청했다. 전 연출가는 약 20년 전 강원도의 한 사찰에서 한 철을 보낸 경험도 떠올렸다. 그는 “뒤늦게 연극 공부를 시작하며 불안해하던 내게 스님이 등록금을 내어주며 훗날 세상에 돌려주라고 하셨다. 그때 스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지 곱씹었다”고 했다. 검은 숲과 집, 극장까지 3개 공간이 배경인 무대엔 나무도 가구도 없다. 거대한 검은 상자뿐이다. 전 연출가는 “‘키리에’는 소설처럼 자유롭게 쓰였다. 휙휙 바뀌는 장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단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했다. 무대 장치는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대사 속 촘촘한 묘사와 미세한 감정선을 강조했다. 배우 최희진과 백성철, 윤미경, 유은숙, 조어진 등이 출연한다. “세상은 너무도 시끄러운데 이 대본을 읽을 때면 고요로 둘러싸인 듯했어요. 관객들도 ‘키리에’를 보는 동안 평안해지길 바랍니다.” 전석 2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사람이 평양에서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 노랫말의 아리랑을 부른다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화답할 것이다. 아리랑은 남북이 같은, 한민족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 ‘아리랑의 고장’인 강원 정선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초 탈북민 출신 입학생인 유은지 씨와 평양예술대학 출신 이지안 씨가 클래식기타로 ‘아리랑’ 듀엣 공연을 펼친다. 다음 달 4∼8일 정선아리랑센터와 경기 가평 청리움,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센터에서 정효문화재단 등 4개 단체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 등 9개 단체가 후원하는 제5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한인화락’ 공연 중 하나다. 총 8개국 연주자 120여 명이 참가한다. 두 사람은 ‘아리랑’ 외에도 북한에서 ‘올리브 목걸이 노래’로 잘 알려진 ‘엘빔보(El Bimbo)’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무료다. ‘아리랑’은 기타 듀오용 악보를 구할 수 없어 손수 편곡했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씨는 “반복되는 선율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가야금처럼 뜯는 주법을 넣고, ‘힘들어도 손잡고 같이 가보자’는 메시지의 ‘홀로아리랑’ 선율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심장에 가까이 끌어안고 연주하는 클래식기타엔 연주자의 감정이 그대로 실린다”며 “북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아리랑에 묻어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음악의 피’가 흐르는 가풍의 영향을 받았다. 이 씨는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 최삼숙 씨의 딸이자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부른 고 남인수 씨(1918∼1962)의 조카 손녀다. 그는 “어머니께서 나를 낳기 전날까지 노래 녹음을 했다. 배 속에서부터 접한 게 음악”이라고 했다. 유 씨는 인민학교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기타를 잡았다. 그는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아버지는 노래를 잘하셨다. 유전자를 골고루 물려받았다”며 웃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듀엣 연주 후 북한의 음악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토크콘서트로 합을 맞췄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두 사람을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 유 씨는 “국가 간 관계는 좋고 나쁘길 반복하지만 적어도 나는 관객과 소통하며 ‘작은 통일’을 이뤄내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이 씨는 “음악엔 이념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두 사람은 “평양의 무대에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 씨는 “귀국 독주회를 열어 ‘저 열심히 공부하고 왔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 서양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클래식음악을 들려주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처음 만난 외국인이 이름을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자의 한글 이름 그대로(Jiyoon)와 영어식으로 변환한 이름(Jean), 어릴 적 방과후 교실에서 지은 영어 이름(Hillary) 중 무엇을 말해야 할까. 이는 나를 ‘독해’할 상대방을 고려해 정체성을 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나를 설명할 적확한 번역이 무엇인지, 얼마나 의역해야 할지 타협하는 과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책은 ‘축복받은 집’으로 2000년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가 작가이기 이전에 평생을 번역가로서 살며 끊임없이 ‘타협’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영국 런던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다시 미국으로 이주한 저자는 “진정한 모어(母語)를 갖지 못한 언어 고아”로 자랐다. 소설을 쓸 때면 머릿속에서 벵골어로 대화하는 인물들을 영어로 옮기는 고충을 겪었다. 저자는 “영어와 벵골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생활환경에서 자랐다는 건 나 자신과 타인에게 두 언어를 끊임없이 번역해 왔다는 의미”라고 했다. 유리된 두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저자는 이탈리아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접목한다. 이탈리아어로만 글을 쓰기로 결심한 2015년부터 번역에 관해 사유하고 써내려간 에세이 10편이 실렸다. 저자는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선택한 이탈리아어는 내게 제2의 삶을 안겨줬다”고 말한다. 저자는 번역이 얼마나 정교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항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중언어를 품고 자란 그의 삶에 번역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곱씹는 재미가 있다. 그가 자기 정체성이 유효함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에선 은근한 경이마저 느낄 수 있다. “이민 가정의 자식으로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아슬아슬한 지리적, 문화적 접목”이라며 트라우마를 겪던 저자는 이탈리아어로 쓴 본인의 저서 ‘내가 있는 곳’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작품과 자의식의 약점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뤄낸다. 그는 “글쓰기와 번역하기는 더 멀리, 더 깊이 헤엄쳐 가게 해주는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영법”이라며 “나는 번역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붕이 들썩여야 돼. 그냥 우렁차게 내질러.” 단조로운 수녀원 안, 주인공 들로리스가 성가대를 독려하자 까만 수도복을 입은 수녀 10여 명이 엉덩이를 씰룩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루브 넘치는 넘버 ‘Raise Your Voice’를 부르며 빈틈없는 화음으로 극장을 메웠다. 들로리스 역을 맡은 니콜 버네사 오티즈와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의 김소향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성가대를 이끌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21일 개막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이다. 이 뮤지컬은 1992년 제작돼 인기를 끈 동명 영화에 기반했다. 무명 가수인 들로리스가 마피아 우두머리인 애인의 추격을 피해 수녀원에 몸을 숨기고,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각각 2009년, 2011년 초연됐다. 국내 공연은 2017년 아시아 투어로 첫선을 보인 후 6년 만이다. 디스코, 가스펠, 블루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흥겨운 넘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알라딘’에서 작곡을 맡았고, 아카데미상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8차례 수상한 앨런 멩컨이 맡았다.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에이 허프먼 음악감독은 “원곡을 최대한 유지하되 이번 공연의 배우 구성과 연출, 안무에 맞게 곡의 길이와 음정, 화음을 조금씩 손봤다”고 했다. 배역은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 오디션에 참가한 국내외 지원자 약 2000명 가운데서 선발됐다. 들로리스 역에 발탁된 오티즈는 미국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승 진출자다. 로버트 조핸슨 연출가는 “역대 ‘시스터 액트’ 중 배우들의 인종이 가장 다양해 더욱 뜻깊다”며 “백인, 아프리카계, 라틴계 등과 한국인 7명이 호흡을 맞춘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웃는 남자’ ‘엘리자벳’ 등을 만든 EMK가 영어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했다. 내년 2월까지 서울, 부산 등 국내 15개 도시를 순회한 뒤 아시아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핸슨 연출가는 “어느 나라에서든 즐길 수 있도록 수녀들의 몸짓 등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시각적 유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11일까지, 8만∼1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드라큘라 백작, 맥베스,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숱하게 각색된 ‘불멸의 캐릭터’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뮤지컬, 연극 무대로 줄줄이 찾아온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선 다음 달 6일부터 19세기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드라큘라’가 공연된다. 호러 장르인 원작과 달리 뮤지컬은 400여 년간 한 여인만을 바라본 드라큘라의 사랑을 조명한다. 데이비드 스완 연출가는 “드라큘라는 ‘무찔러야 할 악인’이 아니라 사랑과 상처에 아파하는 다층적 인물”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드라큘라가 부르는 ‘She’ 등 브로드웨이 버전엔 없는 넘버를 들을 수 있다. 김준수, 신성록, 전동석이 드라큘라 역을 맡았다. 정선아와 아이비, 임혜영이 드라큘라가 사랑하는 여인 미나를 연기한다. 내년 3월 3일까지, 8만∼17만 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도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다음 달 2일부터 공연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는 팝과 왈츠, 주술 음악 등을 아우르는 노래들로 구성됐다. 극본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원작이 권력의 구조적 폭력을 꼬집는 것과 달리 맥베스 개인의 욕망과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다음 달 30일까지, 3만∼7만 원.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5년)으로 잘 알려진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초연되고 있는 연극 ‘튜링머신’은 프랑스 극작가 겸 배우 브누아 솔레스가 쓴 극본을 토대로 했다. 신유청 연출가는 “일평생 고독했지만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할 줄 알던 튜링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배우 고상호가 튜링 역을 맡았고, 이승주가 미카엘 로스 등 4개 배역을 동시에 연기한다. 25일까지, 전석 7만7000원.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년 1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1998년 프랑스 초연 후 전 세계 23개국에서 1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작품으로, 한국어 공연은 6년 만이다. 대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 역은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맡았다. 대표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는 해설자 그랭구와르는 마이클 리, 이지훈, 노윤이 연기한다. 내년 3월 24일까지. 7만∼1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남사당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암덕: 류(流)의 기원’이 22∼26일 공연된다. 조선시대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15세에 남(男)사당패 사상 처음 여성으로 우두머리가 된 바우덕이(김암덕)의 삶을 다룬 이번 공연에선 전통연희 소품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품으로 공연을 들여다봤다.● 덧뵈기(탈놀이) 탈얹은머리로 담담한 표정을 짓는 각시탈, 술에 취해 붉은 얼굴을 한 취발이탈 등 ‘암덕’에선 5가지 종류의 탈 20개가 사용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우덕이는 이 탈들을 좇아 남사당패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이현 안무가는 “다양한 탈에 우리 삶이 반영돼 있다”며 “바우덕이는 탈을 보며 어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외로움을 잊기도 한다”고 했다.● 사자탈매서운 겨울이 찾아오자 바우덕이와 사당패는 역경을 마주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푸른 몸통에 흰 털이 수놓인 사자 한 마리. 위풍당당하게 걷는 무대 위 사자는 사자춤 전문 무용수 2명이 연기한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사자는 예부터 악귀를 물리치는 수호신 같은 존재”라며 “남사당놀이에서 사자춤(사진)이 흔하진 않지만 극적인 전개를 위해 활용했다”고 말했다.● 버나 대접공연 3막, 바우덕이가 외줄을 타는 동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풍물패와 버나는 ‘암덕’의 하이라이트다. 버나는 대접을 긴 막대로 돌리거나 서로 던지고 받는 남사당놀이의 재주 중 하나다. 사기 접시 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선 가죽으로 만든 넓적한 원판과 최장 130cm 길이의 막대를 사용한다. 정 대표는 “서양의 서커스와 비슷하지만 우리 연희는 관객과 재담을 주고받으며 아픔을 보듬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부포부포는 새의 깃털로 풍성한 모란꽃 모양을 만든 모자다.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가 쓴다. 머리를 뱅뱅 돌리며 꽃을 오므렸다 펴고, 돌연 곧추세우기도 한다. 이 안무가는 “조선시대엔 꿩, 닭의 털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엔 더 부드럽고 풍성한 타조 등의 털을 사용한다”며 “부포는 가진 것을 모두 동원해 서민 관객에게 풍요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려 했던 과거 풍물패의 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석 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집세(rent)조차 내기 힘든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가 11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아티움에서 공연되고 있다. 여덟 명의 등장 인물이 다채로운 넘버로 펼쳐나가는 렌트를 숫자로 살펴봤다.● 1990렌트는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본과 작사·작곡을 맡은 조너선 라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영감을 받아 자전적 이야기로 각색했다. ‘라보엠’ 속 1800년대 파리는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낡은 재개발 지역으로, 파리에서 유행했던 결핵은 에이즈로 각색해 동성애 등 당대 터부시되던 소재를 다뤘다. 작품 속 에이즈에 걸린 주인공들은 모두 라슨의 실제 친구를 모델로 했다.● 11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렌트는 브로드웨이 사상 11번째로 장기 공연된 뮤지컬이다. 2008년까지 총 5123번 막이 올랐다. 초연했던 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뮤지컬로 퓰리처상(드라마 부문)을 받은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의 이재은 연출가는 “rent에는 ‘빌리다’ 외에 ‘찢기다’란 의미도 있다. 삶의 찢겨나간 부분을 위로하고, 죽을 때까지 고민하는 사랑의 본질을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42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뤄진 ‘송스루 뮤지컬’인 렌트에선 42개의 곡이 쉼 없이 이어진다. 5인조 록밴드가 록은 물론 R&B, 탱고, 가스펠 등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를 140분간 라이브로 연주한다. 콜린은 엔젤이 떠나간 후 R&B가 가미된 ‘I’ll Cover You-reprise’로 상실감을 노래하고, 마크와 조앤은 탱고풍 ‘Tango: Maureen’에 맞춰 붉은 조명 아래서 춤을 춘다.● 52만5600모든 배우들이 출동해 화음을 맞추는 ‘Seasons of Love’는 렌트를 대표하는 간판 넘버다. 가사는 도입부부터 숫자 52만5600이 반복해 등장한다. 이 숫자는 1년 365일을 분 단위로 환산하면 52만5600분이 되는 데서 나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매순간을 사랑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코엑스에서 1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엔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은 “듣는 사람이 저마다 추억을 소환하며 웃고 울 수 있는 곡”이라고 했다.● 134국내에서 2000년 초연된 렌트는 조승우, 최재림 등 134명의 배우가 거쳐갔다. 2002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배우 정선아가 미미 역으로, 대학생이던 김호영이 엔젤 역으로 데뷔하는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배출됐다. 이번엔 8개 배역에 24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마크와 로저 역은 각각 정원영과 배두훈, 장지후와 백형훈이 맡았고, 미미 역은 김환희 이지연이 연기한다. 가수 조권이 ‘최장수 엔젤’ 김호영과 번갈아가며 엔젤을 연기한다. 조권은 “기존 엔젤 역 배우들이 신던 하이힐보다 굽을 더 높였다. 조권의 ‘페르소나’인 하이힐을 신고 최고의 엔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5일까지. 7만∼1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작년 예선에서 떨어진 뒤에 굳은살 안의 피물집이 터질 정도로 연습했어요. 그 결과를 보상받은 듯해 더욱 뜻깊습니다. 동아국악콩쿠르에서도 꼭 금상을 타고 싶어요.”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홀에서 15일 열린 제2회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본선에서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해 금상을 수상한 김태은 양(14·국립국악중 2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동아일보사와 정효문화재단(대표 주재근)이 주최하고 국악방송(사장 백현주)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후원한 이번 콩쿠르는 초·중등부 현악, 관악, 성악, 무용 등 4개 부문에서 11일 예선을 거쳐 36명이 본선에 올랐다. 이날 본선에선 금상 9명 등 26명이 수상했다. 주요 입상자에게는 독주회와 국악방송 출연, 심사위원 멘토링 등 특전이 주어진다. 다음 달 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juniorgugak)에서 심사 결과와 심사평, 본선 연주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장려상 명단은 홈페이지 참조). ◇현악 ▽중등부 △금상 김태은(14·국립국악중 2년) 김태완(15·국립전통예중 3년) △동상 이소윤(14·국립국악중 2년) ▽초등부 △금상 임규도(10·미르초 5년) △은상 이연두(11·삼미초 5년) △동상 한예준(12·함박초 6년) ◇관악 ▽중등부 △금상 김시우(14·국립전통예중 2년) △은상 강효민(15·국립전통예중 3년) △동상 김시온(14·국립전통예중 2년) ▽초등부 △금상 홍리안(12·여수한려초 6년) △은상 김소연(12·김포금빛초 6년) ◇성악 ▽중등부 △금상 전호민(15·국립국악중 3년) △은상 남하율(13·국립국악중 2년) △동상 차다연(14·국립전통예중 2년) ▽초등부 △금상 김서우(11·용인 성지초 5년) △은상 손연재(11·건원초 5년) △동상 조하윤(11·청주 중앙초 5년) ◇무용 ▽중등부 △금상 장희윤(15·오금중 3년) △은상 박솔지(13·철원여중 1년) △동상 최혜지(14·미금중 2년) ▽초등부 △금상 전인호(11·대구고산초 5년) △은상 정채빈(12·신철원초 6년) △동상 김혜린(9·해강초 3년)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