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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유벤투스)가 ‘축구 황제’ 펠레(81)의 통산 득점을 넘어섰다. 호날두는 4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우디네세와의 세리에A 안방경기에서 멀티골에 도움까지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유벤투스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이 두 골로 소속 클럽과 포르투갈 성인대표팀을 통틀어 호날두의 통산 득점은 758골이 됐다. ‘축구 황제’ 펠레(통산 757골)를 앞선 것이다. 이에 앞서 호날두의 라이벌인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4·FC바르셀로나)는 지난해 12월 23일 펠레(643골)가 갖고 있던 단일 구단 최다 골 기록을 넘어 644골을 기록했다. 골닷컴, ESPN 등 해외 일부 언론도 이날 호날두가 펠레의 기록을 돌파했다고 전했지만 반세기가 지난 펠레의 기록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펠레를 소개하면서 그가 통산 1281골을 넣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친선전 등 비공식 경기까지 포함한 기록이다. 펠레 본인이 1289골을 넣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러 기록 사이트와 매체들은 펠레가 클럽에서 680골, 국가대표로 77골을 넣어 합계 757골을 넣었다고 정리하고 있다. 국제스포츠축구통계재단(RSSSF)의 자료에 따르면 역대 최다 통산 득점 기록은 요제프 비칸(1913∼2001·오스트리아)의 805골이다. 호날두는 2002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02∼2003시즌 스포르팅에서 5골을 넣은 호날두는 2003∼2004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이적하며 비상을 시작했다. 2006∼2007시즌 처음으로 20골(23골·이상 클럽 기준)을 넘은 이후 2008∼2009시즌(26골)을 빼곤 지난 시즌까지 모두 30골 이상을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뛸 때는 두 시즌이나 60골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호날두는 14골로 세리에A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로도 매년 5골 이상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이면 비칸도 추월해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등극할 수 있다. 메시도 같은 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우에스카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리그 통산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사비 에르난데스(알 사드 감독)의 505경기에 이은 바르셀로나 소속 역대 2위 기록. 앞으로 6경기에 더 출전하면 이 부문에서 1위가 된다. 메시는 이날 1도움을 올리며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한편 호날두는 최근 경기장 밖에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스카이스포츠 등에 따르면 호날두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세계 최초로 2억5000만 명을 돌파했다. 단일 인물로는 최다이다. 호날두에 이어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미국·2억1430만 명),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미국·2억980만 명)이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시는 7위이자 스포츠 선수로는 2번째로 많은 1억7490만 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다. ESPN에 따르면 호날두의 팔로어는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을 모두 합친 팔로어(1억5900만 명)보다 약 9100만 명이나 많다. 호날두는 2019년 인스타그램으로만 4780만 달러(약 517억 원)를 벌어들였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인어공주는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 창작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커다란 기대를 안고 인어공주 동상을 찾지만 막상 가보면 생각보다 작은 크기(80cm)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0년 넘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지나친 관심 때문인지 수차례 훼손당했다. “공주는 괴로워”라고 말할 법도 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꽃이 피지 않는 겨울, 그래도 꽃은 핀다. 동백은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을 사용한다. 이름 그대로 ‘겨울의 꽃’이다. 차디찬 겨울에도 남쪽에서 홀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동백을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꼿꼿함’이다. 소나무와 대나무도 겨울에 푸르지만 동백은 꽃을 피워 겨울을 견딘다. 동백은 붉은 꽃송이를 피웠을 때도 아름답지만 꽃송이가 비장하게 떨어져 융단처럼 깔릴 때도 아름답다. 12월부터 이른 봄까지 쉼 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겨울에 동백 군락지를 가면 바닥에는 붉은색 융단, 옆으로는 붉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왔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을 본다면 움츠러들었던 마음에도 미소와 온기가 깃들지 않을까. 덜 알려졌지만 빼어난 정취를 지닌 경남과 전남의 동백 명소들을 골라봤다.》○동백길 머금은 신안 천사섬 분재공원전남 신안의 ‘천사섬 분재공원’은 1996년 산불로 폐허가 됐던 송공산(해발 230m) 자락에 조성한 수목원이다. 분재공원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공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애기동백이다.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동백을 심어 이제는 12만 m²의 규모에 애기동백 1만70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공원 입구부터 빨간색 꽃송이를 머금은 동백이 반겨준다. 오른쪽으로 난 동백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길 양쪽으로 활짝 핀 동백꽃을 실컷 볼 수 있다. 신안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다가도 동백꽃을 보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동백길은 약 2km 길이로 산중턱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다. 경사가 그리 높지 않고 지그재그로 조성돼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빨간색 동백꽃과 잘 어울리는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전망대에 오르면 신안의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넓은 바다에 펼쳐진 김양식장과 오가는 배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공원에 심어진 동백들은 나이가 제각각이다. 10년 넘게 공원을 지키고 있는 동백이 있는가 하면 올해 겨울에 심어진 초보 동백도 있다. 그래서 걷다 보면 키가 크고 풍성하게 꽃망울을 피운 동백도 보이고, 초등학생 키 높이로 수줍게 작은 꽃송이를 들이미는 동백도 나온다. 저마다 개성이 달라 마음에 드는 동백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공원 곳곳에는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있다. 또 분재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하고 멋진 분재를 전시하고 있는 분재원, 생태연못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저녁노을미술관은 동백길을 걷고 난 뒤 방문하면 동백의 여운을 좀 더 오래 남길 수 있다. 동백을 주제로 작가 13명이 창작한 43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이 가슴으로 품은 동백을 만나다 보면 동백꽃이 수줍게 속삭이는 듯하다. ○동백터널의 진수 보여주는 여수 오동도전남 여수의 오동도는 그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보이는 데다 예전에는 오동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해서 오동도라 이름이 붙었다. 현재 오동도에 오동나무는 거의 없다. 그 자리에는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오동나무가 없어지고 동백이 대신 자리한 것에 대해서는 전설이 있다. 고려 말 풍수지리에 밝은 신돈이 새 임금이 전라도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오동도에 금빛 봉황이 날아와 오동 열매를 따서 먹으며 놀았다. 봉황이 노니는 곳에는 새 임금이 난다는 소문이 났고, 왕이 오동도의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 내도록 했다고 한다. 긴 세월이 흘러 오동에 사는 금실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바다로 나간 사이 아내가 도적들에게 쫓기다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남편은 슬퍼하며 오동도에 아내를 묻었는데 그해 겨울부터 무덤가에 동백이 피었다고 한다. 오동도는 섬이지만 내륙과 연결돼 있다. 768m의 방파제를 따라 걷다 보면 오동도에 닿는다. 가는 길은 차도와 자전거도로, 보행자도로가 분리돼 있다. 동백꽃과 바닷속 풍경이 그려진 벽화가 있어 걷기에 심심하지 않다. 오동도 산책로는 나무 덱으로 만들어져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동백 군락지는 섬에서 가장 높은 등대 근처에 있다. 가는 길에도 곳곳에 동백이 있다. 동백꽃을 바라보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향한다. 군데군데 설치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해돋이 전망대에 이르면 주변에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이 빽빽하게 자리해 있다. 숲에 들어가 위를 바라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그래서 오동도 동백꽃은 햇빛을 쉽게 받는 바깥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 동백터널에서 동백과 어우러져 충분히 눈으로 음미했다면 노천카페에서 판매하는 동백꽃차를 마시며 동백을 혀로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운이 좋다면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으로 만든 하트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오동도를 찾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면서 만들었을 하트일 것이다. 하트를 바라보고 있으면 메말랐던 가슴에 붉은색 기운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붉은 융단 깔린 사천 노산공원경남 사천의 삼천포항 바로 옆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노산공원으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이지만 겨울에는 공원 곳곳에 핀 동백들로 붉게 물든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공원이어서 한적하게 동백을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다. 이곳의 동백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키도 크고 풍성한 동백꽃을 품고 있다. 서로 앞다투어 피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얼굴을 내밀 정도다. 공원 안에 있는 1770년에 건립된 학당인 호연재 앞 동백이 가장 인기기 높다. 키도 크고 동백꽃도 많이 피어 있고 벤치도 있어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공원 곳곳에 동백이 있는데 공원 바로 밑 자그마한 숲에도 동백들이 우거져 있다. 10m가 넘는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동백들이 서로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공원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동백 숨겨 놓은 부산 화명생태공원부산 서쪽의 낙동강 둔치에 위치한 화명생태공원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휴식을 즐기는 곳이다. 길이만 7km에 달하는 공원에서 동백 군락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밖에서 볼 때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꼭꼭 숨겨진 동백 명소 중 하나다. 공원지도를 찾아 ‘희망의 숲’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면 된다. 공원의 중앙 부근이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길 한쪽으로 줄을 지어 서 있는 동백을 만날 수 있다. 동백숲이라고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동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사진을 찍기에는 더 없이 좋다. 동백꽃 사이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으면 올 한 해 웃는 일이 많아질 것만 같다. 겨울에도 피는 동백처럼 말이다.글·사진 신안 여수 사천 부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렌시아 이강인(19·사진)이 영국 매체가 선정한 ‘2021년 주목할 축구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30일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잠재력을 갖춘 젊은 선수 위주로 ‘2021년에 지켜봐야 할 흥미로운 선수 21명’을 골랐다. 21위로 소개한 이강인에 대해 이 매체는 “유럽에서 뛴다는 것만으로 이강인을 ‘한국의 다비드 실바’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왼발 공격형 미드필더이면서 우아한 몸놀림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점이 실바와 비슷하다”며 “하비 가르시아 감독 밑에서 주전 멤버로 뛰고 있지는 않지만 새해에는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가치가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발렌시아 새 유니폼 모델로 발탁됐던 이강인은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도움 2개로 팀의 4-2 승리를 도왔다. 하지만 이후 교체 투입이 늘면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1명 가운데는 손흥민(토트넘)의 친한 동료이지만 조만간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한 델리 알리(24·13위), 리버풀의 미래로 평가 받는 커티스 존스(21·3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축구 천재’ 유수파 무코코(16·2위) 등이 포함됐다. 1위는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이적을 예고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3·FC바르셀로나)였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FC바르셀로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3·사진)의 이적설이 또 나왔다. 행선지로는 미국이 거론됐다. 29일 영국 방송 BBC의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스페인 방송 ‘라 섹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축구리그와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메시는 “아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며 “(미국에 가더라도) 얼마 뒤에는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뒤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축구선수로서 이룰 만큼 다 이뤘다. 2000년 13세의 나이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뒤 이번 시즌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04∼2005시즌 1군에 데뷔해 이날 현재 644골을 넣었다. 단일 구단 최다 득점 기록이다. 또 열 번의 리그 우승과 여섯 번의 국왕컵 우승, 네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메시는 이미 8월에도 팀을 떠나겠다며 이적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구단과 맞서다 결국 계약이 되어 있는 내년 6월 30일까지 팀에 남기로 했다. 메시는 내년 1월부터 타 구단과 이적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메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팀에 집중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바로 스위스의 인터라켄에서 유럽의 정상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해발 3454m)까지 오가는 기차여행이다. 여러 번 기차를 갈아타야 할 중간역들 중 해발 796m에 위치한 라우터브루넨은 멋진 폭포들이 많아 인기가 높다. 마을 뒤편 절벽에서 직선으로 떨어지는 낙차 297m의 슈타우바흐 폭포가 가장 대표적이다. 특유의 풍경으로 괴테, 멘델스존 등 많은 예술가들이 이 폭포를 사랑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경북 영양은 ‘청정(淸淨)’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곳이다. 인구 1만6000여 명으로, 울릉군을 제외하고 인구도 가장 적다.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내비게이션이 임도로 길을 안내해 주는 일도 있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이 반가울 정도로 사람의 발길도 드물다. 그만큼 개발이 덜 됐고, 사람 손이 덜 탄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양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어떤 곳보다 청정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을 찾아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동주의 시가 읊어진다.》○ ‘하늘’과 맞닿은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탑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언뜻 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풍경은 꽉 찬 느낌이다. 국보 제187호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이다. 높이는 11m 정도. 국내에 남아 있는 모전석탑(模塼石塔·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탑) 중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다. 탑 주위에는 절간 건물 하나 없다. 대신 탑이 있는 주변 밭에서 기와와 청자 파편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사찰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다. 문헌기록이나 전해오는 이야기도 전혀 없다. 탑이 위치한 마을은 오래전부터 봉감으로 불렸다. 그래서 탑 이름을 산해리 대신 ‘봉감 모전오층석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일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탑이 서 있는 위치는 절묘하다. 서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 아래로 반변천이 굽어 흐른다. 평탄한 탑 주변과 절벽, 강물, 하늘 등이 어우러진 풍광은 찾는 이들을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탑 옆에 서 있는 감나무에는 겨울인데도 주황색 연시감들이 매달려 있다. 오랫동안 감나무와 탑은 서로를 친구 삼아 지내지 않았을까. 액자처럼 생긴 조형물 앞에 앉아 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겨울 햇살이 이렇게 따뜻했나 싶을 정도로 포근해진다. ○ ‘바람’ 맞아도 행복한 영양풍력발전단지 해발 800m의 맹동산은 높지는 않지만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찬 곳이다. 이곳에 800m 능선을 따라 총 4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쉑쉑’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돌아가고 있다. 맹동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주위 풍력발전기까지 약 80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국내 최대 육상 풍력발전단지다. 바람개비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발전단지에는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나 있다. 차를 타고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맹동산과 이웃한 산까지 풍력발전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까지 갈 수 있지만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발전기 바로 밑에는 주차를 할 수 없다. 길이 넓은 곳을 찾아 세워야만 한다. 풍력발전단지 안에는 특이하게도 목장이 하나 있다.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특히 일출과 일몰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발전기 소리까지 더해져 더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놓치기 싫은 풍경 덕분에 두꺼운 옷을 입는 수고가 부담스럽지 않다.○ ‘별’ 보기 좋은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영양은 국내 어떤 곳보다 별을 보기에 좋다.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밤하늘 별빛이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로,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전국에서 별을 관측하려는 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딧불이천문대는 밤하늘보호공원 옆에 있다. 해가 진 뒤 별을 보기 위해 천문대로 향하다 보면 색다른 세상과 마주한다. 자동차가 비추는 불빛 외에 다른 인공적인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는 도중 공터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밤이 이토록 어두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두려운 마음에 차 시동을 다시 켜고,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지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천문대 주위도 어둡다. 얇은 몇 개의 불빛이 천문대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 밤하늘보호공원 옆에 있는 만큼 최소한의 조명만 사용하고 있다. 지상 2층 규모의 천문대는 망원경 5대와 실내외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예약을 통해 별과 달을 관찰할 수 있다. 망원경을 통해서만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문대 밖으로 나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면 별들이 보인다. 날이 좋을 땐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린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별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별을 보고 있으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별을 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시’를 품은 죽파리 자작나무 숲수비면 죽파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강원 인제 원대리, 경기 양평 서후리 숲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성된 인공 조림을 통해 축구장 40개 면적에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수비면 죽파리 산39-1’로 검색하면 임도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 주차를 한 뒤 3.2km를 걸어가야 한다.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 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해 계곡물과 새소리를 빼면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 발걸음 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다. 자작나무 숲에 닿으면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숲은 넓다. 숲 안에는 오솔길이 나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에 넉넉한 너비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작나무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군데군데 재미있는 모양의 나무 조형물들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빼곡하게 하늘 위로 솟은 자작나무 숲을 걷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햇살이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비칠 때면 하얀 껍질에 빛들이 산란돼 동화 속 세상을 만든다. 시집 한 권 가져와 숲속에서 읽고 싶다. 산등성이 아래로 점점 기울어지는 해를 보고서야 겨우 멈추고 싶던 발걸음을 돌린다. “곧 다시 올게”라고 자작나무에게 말해 본다.글·사진 영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전남 순천은 ‘대한민국 생태수도’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이 바다로 나가는 끝자락에 조성됐다. 5.4km²에 이르는 갈대밭과 22.6km²의 광활한 갯벌에는 겨울이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이 찾아온다. 순천만 습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갈대밭이다. 가을과 겨울에 은빛 고운 갈대꽃이 장관을 이룬다. 갈대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면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꽤 매력적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어느 해보다 다난했던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사회·정치적인 갈등 심화 등으로 야기된 정신적 피로감과 무력감도 커졌다. 이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졌음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강원 횡성은 이런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내 마음에 비친 나를 그려 가면서,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속삭여 주면서, 어둠에 숨지 말고 빛은 또 떠오른다는 마음으로 횡성으로 떠나 보자.》○ 잔잔한 호수에 마음을 비추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유재하의 노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횡성호는 1990년 시작해 2000년 완공된, 섬강 물줄기를 막아 생긴 인공호수다. 당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갑천면에 위치한 5곳이 수몰됐다. 호수가 생긴 뒤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길도 생겼다. 횡성군은 이 길을 정비해 2011년 6개 구간, 31.5km 길이의 산책길을 만들었다. 걷는 시간은 가장 짧은 3구간(총길이 1.5km)이 1시간,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각각 7km)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은 5구간 ‘가족길’(9km·소요 시간 2시간 15분)이다. 횡성호수길이 모두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호숫가에서 떨어져 있어 산길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길은 호숫가를 따라 조성돼 있어 호수 바로 옆을 걸을 수 있다. A코스만 있었는데 최근 B코스가 추가됐다. 5구간 입구에는 ‘망향의 동산’이 있다. 횡성호가 생기면서 마을을 떠나야 했던 실향민들의 역사 보관소다. 전시관에는 실향민들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실향민들은 매년 이곳에서 망향제를 지낸다. 물속으로 사라지고 없는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마을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과 자연은 예전 그대로다. 5구간 A, B코스 모두 순환형 구조다. 왼쪽 편으로 호수를 끼고 걷는 A코스를 20분 정도 걷다 보면 B코스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5구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흙길이다. 경사 구간도 거의 없어 평지나 다름없다. A코스는 자동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넓다. 반면 B코스는 사람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다. A코스보다는 B코스가 좀 더 가깝게 호수 옆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는 A코스가 더 많다. 길은 이리저리 굽어 있어 다양한 각도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호수 건너편의 산자락과 걸어왔던 길도 눈에 담을 수 있다. 호수는 거울처럼 나 자신과 주위 풍경을 비춘다. 물에 비친 풍경은 주위와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잔잔한 호수 위로 드리운 산과 구름의 그림자가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이 멈추기 일쑤다. 걷다 보면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도 차분해진다. 호수와 산, 그리고 하늘이 부드럽게 위로해 주는 기분마저 든다. ○ 노을을 보며, 나에게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 횡성호 주변의 어답산과 구리봉에 둘러싸인 ‘노아의 숲’에서는 횡성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은 박주원, 진영숙 부부가 퇴직 후 10여 년간 가꾼 숲속 정원이다. 부부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자연을 만끽하길 바라고 있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횡성호와 태기산, 청태산, 치악산, 어답산 등 횡성 일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노을이 질 때 횡성호의 풍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미리 예약을 한다면 펜션 숙박은 물론이고 숲 탐방과 명상, 산림 치유 프로그램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횡성의 최고봉인 해발 1261m의 태기산은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발전기가 연출하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노을이 질 때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와 그 뒤로 보이는 산과 들판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1907년 준공된 풍수원성당은 한국에서는 네 번째,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옛 모습이 잘 보존됐고, 빨간 벽돌로 쌓은 벽과 뾰족한 4층 종탑이 고풍스럽다. 성당 옆 동산에 산책길이 있는데 걸어서 20분이면 오갈 수 있다. 가만히 성당을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노을이 질 때 붉은 햇살을 받은 성당의 모습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 스트레스를 날릴 재미와 맛 ‘겨울이 오면 내쉬자…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하루가 돌아오겠지. 아무 일도 없단 듯이.’(BTS의 노래 ‘Life Goes On’) 횡성 루지 체험장은 서울과 강원 강릉을 연결하는 국도 42호선 일부 구간 도로를 살려 루지 코스로 만든 것이다. 길이가 2.4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인위적으로 S자 코스를 꼬아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이용해 조성한 코스여서 운전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시속 30km로 달리면 강원도 산골의 시원한 바람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루지 체험장과 가까운 곳에 안흥찐빵마을이 있다. 안흥찐빵은 국산 팥을 삶아 인공 감미료 없이 소를 만들고,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로 빵을 빚은 뒤 쪄서 만든다. 흔한 찐빵 같지만 많이 달지 않으면서 쫄깃한 맛이 인상적이다.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과 심순녀안흥찐빵이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 올 연말은 북적이고 바빴던 예전의 연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차분하고 조용한 산책과 명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다면 강원 횡성이 정답이다.글·사진 횡성=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전남 해남의 미황사는 우리나라 육지의 사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다.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된 미황사는 한때 주변 열두 암자를 거느렸을 정도로 위세가 컸다. 하지만 전쟁 등을 겪으며 현재는 건물 몇 채만 남았다. 대웅보전(보물 제947호)에서 앞마당 쪽을 바라보면 서해 바다가 눈에 담긴다. 뒤로는 미황사를 보호해 주듯 달마산이 병풍처럼 우뚝 서 있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미황사는 아늑한 느낌이 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행의 즐거움은 보고, 듣고, 먹는 일에서 비롯된다. 아쉽게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여행지를 찾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시간과 돈이 드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그런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대구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어디서 찍은 사진이야”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사진촬영 명소와 “감각 있는데”라는 칭찬을 들을 만한 카페가 대구 곳곳에 숨어 있어 찾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는 지친 여행객들의 입맛을 되살려준다.》○ 눈이 즐겁다… 하늘과 언덕 그리고 노을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동산에 불과한 모양이다. 하지만 다가가 들여다보면 동산에 봉긋봉긋 수많은 봉분이 솟아 있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불로동 고분군이다. 최근 사진촬영 명소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이다. 고분들은 지름 15∼20m, 높이 4∼7m 크기로, 모두 275기가 있다. 1938년 처음 발굴된 이후 금귀고리 등 장신구와 각종 토기와 무기들이 발견됐다. 당시로는 귀한 음식인 상어(돔배기)의 뼈도 나와 5, 6세기 삼국시대에 일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분군은 말 그대로 공동묘지이지만 이젠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 중 하나다.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웨딩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동글동글한 모양의 봉분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고분군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봉분의 부드러운 곡선과 하늘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해낸다. 봉분 사이로 홀로 서 있는 소나무는 회화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동산의 높이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대구의 그 어떤 곳보다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정상에 오르면 팔공산, 이월드 83타워, 월드컵경기장 등 대구 지역 명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1500년 이상의 시차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대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다. 가족 동반 나들이 코스로도 적당하다. 주차장에서 입구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봉분 사이로 산책로가 나온다. 경사가 완만하고 정비가 잘돼 있어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걷기에 좋다. 고분군은 팔공산 올레길 6코스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고군분이 단지 죽은 사람들만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람들에게도 안식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언제든 아름답지만 해질 무렵이 특히 뛰어나다. 대구 최고의 ‘노을 맛집’이라 부를 만하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주변 빌딩과 아파트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면 봉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지기까지 봉분은 이국적이면서도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 된다. 이맘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넋을 놓고 석양을 한동안 쳐다보기 일쑤다. 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봉무공원도 가볼 만하다. 인공 저수지인 단산지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는 ‘맨발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약 3.5km 길이로 4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 귀가 호강하다… 바람에 춤추는 억새 소리 낙동강 인근의 대명유수지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축구장 30개 정도 규모인 26만 m² 습지를 억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낙동강 범람을 막기 위해 강둑과 성서산업단지 사이에 조성된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수천 마리가 살고 있다. 겨울이면 겨울철 특유의 스산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억새가 필 때면 자동차들이 유수지에 접한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수지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다.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한정된 시기에만 임시 주차장을 운영한다. 보통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 차를 세우고 20∼30분 정도 걸어서 억새밭을 찾는다. 강둑에 올라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밭을 바라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때론 은빛으로, 때론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나무 덱으로 만든 길은 ‘T’자 모양으로 억새밭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억새를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억새는 춤을 추듯 이리저리 흔들린다. 동시에 억새끼리 부딪는 소리가 파도가 돼 귓전을 때린다. 눈을 감으면 마치 억새의 바다 위에 있는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만드는 풍경을 놓칠세라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댄다. 대명유수지 바로 옆에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성습지가 있다. 예전에 홍수로 하천에 쌓인 퇴적물이 습지를 형성했다. 이곳 습지를 한눈에 담으려면 인근 화원유원지로 가면 된다. 1970, 80년대까지 대구지역민들이 즐겨 찾았지만 1990년대 이후 개발이 중단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곳이다. 최근 사문진 나루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화원유원지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화원유원지 전망대에 오르면 달성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보는 달성습지는 강물 수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한반도나 아메리카 대륙, 또는 남아메리카 모양을 연상케 한다. 유원지는 개발이 멈춘 탓에 1970, 8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복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장소다. ○ 입맛이 살아나다… 복고풍 감성과 옛맛 대구 중구 향촌동과 북성로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1960,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당시 영화 촬영장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일제강점기에 향촌동과 북성로는 대구지역 유흥의 중심지였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여러 지역에서 온 예술인들이 모이면서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1980년대에 접어들어 대구 신도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옮겨지면서 향촌동은 잊혀 갔다. 60대 이상만 찾던 이곳이 복고풍 열기에 젊은 감성이 입혀지면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독특한 감성을 지닌 카페와 오랫동안 대구지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맛집들이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꽃자리다방’은 시인 구상 등 대구지역 문인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했던 곳이다. 2층의 카페 내부는 복고풍 감성으로 꾸며졌다. 3층 야외 테라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들이 있다. 꽃자리다방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대화의 장’은 옛날에 여관으로 사용됐던 공간이다. 이곳은 현재 카페와 영화관, 공방, 상점 등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앉아만 있어도 감성이 풍부해진다. 향촌동을 들렀다면 반드시 찾아가야 할 맛집들이 있다. ‘해주분식’에선 요즘 보기 힘든 풀짜장(4000원)을 맛볼 수 있다. 풀짜장은 납작한 국수 면에 채 썬 파와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짜장면이다. 10년 전만 해도 풀짜장을 내놓는 집이 10여 곳 있었지만 이젠 해주분식만 남았다. ‘너구리’ 식당에서는 2000원으로 옛날 국수를 먹을 수 있다. 주물럭 석쇠구이 1인분을 추가하면 7000원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향촌동 찌짐집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돔배기전(6000원)과 배추전(4000원)도 즐길 수 있다.글·사진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멀리서 보면 숲이 우거진 도심 속 언덕처럼 보인다.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높이 60m의 지하 3층, 지상 8층 빌딩이다. 이 빌딩은 건물 측면에 정상까지 이어지는 계단식 정원을 설치했다. 정원에는 산수유, 단풍나무 등 75종 3만7000여 그루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여러 개의 작은 공원을 만난다.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최근 몇 년 강원 양양은 국내 ‘서핑 성지’로 떠오른 곳이다. 여름 성수기가 되면 많은 사람이양양 바다를 찾아 서핑을 즐긴다. 당연히 각종 관련 용품을 팔고, 교육을 해주는 곳들이 밀집돼 있다. 하지만 양양을 그 정도로만 안다면 절반만 아는 셈이다. 겨울철 양양이 가진 숨은 매력이 있어서다. 바로 ‘워킹(걷기) 천국’이라는 점이다. 양양은 동해바다를 눈에 품고, 설악산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해변 길과 숲길이 국내 어느 곳보다 잘 정비돼 있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숲 담은 길 양양의 남쪽에 위치한 현남면 하월천리의 달래촌. 이곳에 길이가 80km에 달하는 달래길이 있다. 달래촌은 달 아래 내 천(川)자로 세 개의 골짜기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달래촌에서 출발해 삼형제봉까지 닿는 데에는 10개가 넘는 다양한 길이 있다. 그중 ‘동해바다로 코스’는 왕복 3km 정도로 걸어서 1시간 남짓 걸린다. 달래촌 힐링센터 오른쪽 길을 따라 뒷동산을 오르듯 쉬엄쉬엄 걷을 수 있는 동해바다로 코스의 매력은 이름에 드러났듯 동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면 키 작은 관목들이 나타나면서 시야가 탁 트이는 지점이 나온다. 동해바다로 코스의 정상부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골짜기 사이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정상부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많다. 2011년 산불로 기존 나무들이 거의 다 타서, 새로 심은 것들이다. 그래선지 산불을 피해 살아남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 10여 그루가 껑충해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바위 위에 걸터앉으면 앞에는 바다, 뒤로는 산이 보인다.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물어 호젓하게 풍광을 즐기기에 좋다. ○ 주민들과 함께 걷는 소나무 숲길 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양양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산책코스가 있다. 바로 모노골 산림욕장이다. 시내와 가까워 인기가 많은 곳인데,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1, 2시간 정도 걷기에 적당하다. 전체 길이는 4.6km인데 모노골샘터를 기준으로 A코스(1.8km)와 B코스(2.8km)로 나뉜다. 모노골 산림욕장의 분위기만 맛보고 싶다면 모노골샘터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1km 길이의 약식 코스도 있다. 하이팰리스 아파트 뒤로 난 A코스는 2시간짜리다. 겨울철 거센 바람이 불어도 모노골 산림욕장에 들어서면 빽빽하게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줘 아늑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숲속을 걷다 보면 풍겨오는 은은한 솔향기도 매력적이다. 가톨릭관동대 뒤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길 양옆으로 자란 벚나무들도 볼 수 있다. 봄이 오면 이 길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한겨울에는 한적한 편이다. B코스 입구와 모노골샘터에 주차 공간이 있지만 규모가 작아 추천하지 않는다.○ 과거 보러 한양 가기 위해 넘던 고갯길 구룡령(해발 1013m)은 백두대간을 넘을 때 거쳐야 할 여러 고개 중 하나로, 양양과 강원 홍천을 연결해준다. 승용차를 타고 강원도 여행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홍천군 내면과 양양 서면을 잇는 국도 56호선의 구룡령 구간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잖다.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구룡령이란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쳐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어갔다’ 또는 ‘용이 구불구불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흔아홉 굽이를 넘어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몇 굽이인지 세어봤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90개 정도였다. 아흔아홉 굽이란 전설이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다. 구룡령 구간 도로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비포장도로였지만, 1990년대 전체 구간이 모두 포장됐다. 길을 따라 많은 식당과 휴게소가 생겼고,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영동과 영서를 잇는 여러 도로가 생기고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지금은 찾는 이가 많지 않다.○ 산적들이 출몰하던 구룡령 옛길 구룡령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도보로 이용하던 길이 있었다. 비교적 산세가 평탄해 양양과 강원 고성에 살던 사람들이 한양에 갈 때 주로 이용했던 길이다. 구룡령 옛길을 따라 선비들은 한양으로 과거를 치러 갔고, 상인들은 등짐 진 조랑말을 끌고 양양과 홍천 등을 오갔다. 한계령, 미시령, 대관령 등에 비해 구룡령 옛길은 원형이 잘 보전돼 있다. 2007년 명승 29호로 지정됐을 정도다. 명승으로 지정된 길은 경북 문경의 새재, 죽령 옛길, 토끼비리 등 많지 않다. 구룡령 옛길은 두 갈래다. 옛길을 찾으려면 먼저 구룡령 정상 부근에 있는 백두대간 방문자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입구까지 가야 한다. 이곳에서 1.5km를 걸어가면 옛길 고갯마루(해발 1089m)가 나온다. 여기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 쪽으로 가는 길과 양양군 서면 갈천리로 가는 길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갈천리까지 2.8km 구간이 명승으로 지정됐다. 명승으로 지정된 길을 주로 찾는데, 길을 걷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고갯마루에서 내려가거나 반대로 갈천산촌체험학교에서 출발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갈천산촌체험학교를 들머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어떤 쪽에서 출발하든 왕복하는 데 3, 4시간 걸린다. 갈천산촌체험학교 일대는 예전에 주막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구룡령 고개를 넘으려는 사람들이 구룡령 정상에 머물고 있는 산적들과 맞서기 위해 주막에서 10명이 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급제와 부자의 꿈을 안고 주막에서 머물렀을 선비와 상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갈천산촌체험학교에서 출발해 갈천리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옛길이 시작된다. 길은 굴곡이 심하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 덕분에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힘은 덜 든다. 자연 속에 조화롭게 파고든 옛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 양양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겨울 양양 바다는 북적거리는 여름 바다와 달리 한적하다. 중광정해변의 서피비치에서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이국적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인 남애항의 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는 투명유리를 통해 바다와 기암괴석을 발아래 둘 수 있다. 파도와 바람도 생생하다. 바다 바로 앞 암자인 휴휴암의 거북바위에 오르면 방생한 황어 떼와 함께 바다가 좀 더 가까이 느껴진다. 글·사진 양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여행 수요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가 6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근거리 관광수요가 증가했고,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관광이 확대됐다. 특히 위생과 안전이 여행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편안한 불안보다는 불편한 안전을 선택하면서 청정지역과 자연친화 관광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여행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진행 중인 ‘여행업 종사원 직무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사례다. KATA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8000명 이상의 여행업계 종사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무역량강화 교육을 받았다. 이론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전문강사들과 교육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여행업에 필요한 여행상품과 채널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활용할 만한 다양한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현재 여행업이 처한 위기상황과 변화의 필요성을 교육생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다른 분야와 융합 등을 통해 여행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이 다양하게 이뤄졌다. 대다수 교육생은 이번 프로그램이 원론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콘텐츠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보였다. 특히 빅데이터와 유튜브 마케팅 등을 활용한 여행상품 개발 과정은 큰 주목을 받았다. KATA 관계자는 “이번 ‘여행업 종사원 직무역량강화 교육사업’이 다른 어떤 정책지원보다 국내 여행업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ATA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일상 회복과 행복감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여행의 의미와 여행업의 가치를 여행업계 종사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또 미래 산업으로 여행업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경남 함안은 5∼6세기 아라가야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수많은 가야 유적이 발굴될 정도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함안군청 뒤에는 많은 구릉이 보이는데 바로 ‘말이산 고분군’이다. 아라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총 37개의 고분으로 구성돼 있다. 해발 40∼70m의 구릉으로 이뤄진 고분군 사이에는 약 2km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한적한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충남 태안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지형을 지녔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으로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린다. 또 섬도 아니면서 이례적으로 4면 어디서든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태안에서는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바다가 만들어낸 절경이 많다. 해변에 위치한 해식동굴에선 인생사진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섬에선 인생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연인들이 줄서서 사진 찍는 명소 파도리 해변은 천리포나 만리포만큼 유명한 해변은 아니다.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백사장과 갯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파도리란 이름은 ‘거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고 해서 붙었다. 이 해변은 최근 연인들 사이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해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동굴 덕분이다. ‘파도리 해변’ 또는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하면 동굴과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안내한다. 그 대신 ‘파도 캠핑장’ ‘파도리 캠핑장’을 검색하면 동굴과 가까운 위치에 닿는다. 해변에 도착하면 갯바위가 있는 해변 북쪽으로 걸으면 된다. 백사장과 맞닿아 있는 높이 3∼4m의 절벽이 쭉 늘어서 있고 곳곳에 작은 동굴이 눈에 띈다. 가까이 가 보면 사람 한 명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작다. 발길을 계속 옮기다 보면 갯바위다. 험한 편은 아니지만 미끄러우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갯바위에는 보통 굴보다 작고 검은 깜장 굴을 캐는 어민들을 볼 수 있다. 갯바위를 건너 다시 백사장에 다다르면 오른쪽에 두 개의 동굴이 보인다. 두 동굴 모두 아치 형태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동굴이라는 액자 속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 백사장, 청명한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동굴 안쪽을 기준으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연인들은 함께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가져간다. 물이 나갈 때만 찍을 수 있어 사람이 몰려 기다리기도 한다. 동굴 안이어서 얼굴 표정은 잘 나오지 않는다. 비록 실루엣만 나오지만 그 모습이 동굴과 바다, 백사장, 하늘과 아름드리 조화를 이룬다. 사진을 다 찍었다면 동굴 주변의 백사장을 살펴보자. 파도리 해변에는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반들반들한 해옥이 유명하다. ‘바다에서 나는 옥’이라는 뜻으로 천연 조약돌이다.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이면 해옥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신기한 마음에 가져가 볼까 싶지만 외부 유출은 금지돼 있다. 마을 입구에 해옥 전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삼봉해변에도 사진 찍기 좋은 동굴이 있다. 해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변으로 나가면 북쪽으로 바위 세 개가 능선을 이룬 삼봉이 보인다. 가장 바다 끝 쪽으로 나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바닥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인다. 이곳이 동굴인가 싶을 정도로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동굴은 1.5m 정도 높이로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싶지만 동굴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자세를 낮춰 밖을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절묘하게도 동굴 앞에는 뭉툭하게 튀어나온 조그마한 바위가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자세를 취하면 더없이 좋은 발판이 된다. 파도리 해변과 삼봉 해변 동굴 모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낙석을 조심해야 한다. 종종 돌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물이 들어올 때는 오가는 길이 모두 물에 잠기기에 조심해야 한다. 안흥항 뒷산에 위치한 안흥성은 숨은 사진 명소다. 안흥성 성벽에 올라서면 작은 어촌 마을인 안흥항과 아름다운 서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1665년 조선 효종 6년에 세워진 안흥성은 약 1.7km 길이의 석성이다. 성벽의 돌에는 성의 축조를 담당한 고을의 석공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인근 19개 군민들이 동원됐을 정도로 큰 성이었다. 현재는 내부 건물 대부분이 불타 사라졌지만 성벽과 4개의 성문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60호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누각이 있는 서문을 지나 성 안에 있는 태국사에 차를 세워두고 성벽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 성 안에는 마을이 있는데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장작으로 군불 때는 냄새와 솥에서 밥 짓는 냄새가 퍼져 나온다. 정겨운 분위기에 성벽이 정답게 느껴진다. 남문에서는 노을이 질 때 문 위로 서 있으면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 다른 개성 뽐내는 태안의 섬들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서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섬이다. 배를 타고 30분이면 닿는다. 안흥외항에는 하루 세 차례 가의도로 가는 배가 있다. 가의도로 가는 길에는 안흥량이 있는데 강화 손돌목, 진도 울돌목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가장 험하기로 유명하다. 육쪽마늘 원산지인 가의도는 면적이 2.19km²로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섬 주변에는 전복과 해삼이 많이 있어 제주 해녀 10여 명이 주민들과 계약을 맺고 전복 등을 채취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배는 북항인 가의도 선착장에 댄다. 마을은 섬 가운데에 있다. 가의도는 크게 마을길과 소솔길로 되어 있다. 소솔길은 소나무와 소사나무숲이 아름다운 탐방로로 트레킹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약 4km 길이로 반나절 정도면 여유 있게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남항이 나온다. 보통 파도가 높게 치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을 때 이용하는 남항은 주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남항 주변에는 너른 바위와 독특한 주상절리,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솔섬 등을 볼 수 있다. 가의도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궁시도는 무인도다. 그 모습이 마치 ‘활과 시위에 걸린 화살’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은 괭이갈매기에게 신도시 같은 곳이다. 국내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로부터 약 2.85km 떨어져 있는데 난도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많은 괭이갈매기가 궁시도로 이주해왔다. 천연기념물 334호인 궁시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섬 근처로 배를 대면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모습과 커다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 511호인 내파수도는 섬 동쪽으로 약 300m 뻗어나간 조약돌로 이뤄진 자연방파제가 특징이다. 수만 년에 걸쳐 파도가 만든 방파제는 예전부터 어선과 상선들의 피난을 도왔다고 한다. 충남 유일의 유인등대섬인 옹도는 멀리서도 언덕 위의 하얀 등대가 눈에 띈다. 맑은 날에는 등대 뒤편의 산책로에서 최서단의 격렬비열도가 멀리 보인다.글·사진 태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13년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7을 출시했다. 배경화면용 사진으로 청록빛 물 위에 자작나무가 있는 겨울 풍경이 포함됐다. 일본 홋카이도의 비에이에 위치한 ‘아오이이케’였다. 아오이이케는 일본어로 ‘푸른 연못’이란 의미다. 에메랄드빛으로 보이다가 우윳빛을 띠었다가 수시로 색이 변한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신비하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에 오랫동안 연못을 바라보곤 한다. 자연만큼 빼어난 예술가도 없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독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의 제주는 그동안 쌓인 걱정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곳이다. 제주관광공사는 힐링과 치유를 돕는 ‘제주 웰니스관광 15선’을 추천했다. 제주 특유의 자연을 느끼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자.》녹차공원과 동백나무숲에서 뛰어놀다 제주다원 녹차미로공원(서귀포시 산록남로 1258)은 한라산 해발 500m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한다. 1996년에 조성된 약 16만5000m² 규모의 녹차 다원으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광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여행지다. 겨울에도 초록색을 뽐내는 녹차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공원 곳곳에 재미있는 포토존이 있어 인생 사진을 찍기 좋다. 난이도에 따라 다양하게 조성된 미로 코스를 따라 아이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즐기며 맘껏 뛰놀 수 있다. 녹차는 보통의 어른 키보다는 작은 높이이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몸을 숨길 수 있다. 제주다원의 또 다른 매력은 서귀포 바다 전망이다.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는 황금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볼 수 있다. 또 카페 방향 언덕에 마련된 커플 전망대에서는 중문 관광단지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이면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보인다. 반려동물도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카멜리아힐(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백 수목원이다. 약 20만m² 부지에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겨울에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워 추위가 깊어질수록 하얗고 붉은빛을 띠는 수십 종의 아시아·유럽 동백꽃이 자태를 뽐낸다. 동백꽃잎이 떨어지면 붉게 물든 꽃길은 그 어떤 곳보다 낭만적이다. 1971년 문을 연 한림공원(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은 1년 내내 다양한 꽃이 피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11월 국화축제, 12월 애기동백축제, 1월 수선화축제, 2월 매화축제 등 겨울에도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꽃들이 공원을 장식한다. 이 밖에 아열대 식물원, 야자수길, 협재굴과 쌍룡굴, 제주 석분재원, 재암민속마을, 사파리조류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고요한 숲에서 잔잔한 명상에 잠기다 청재설헌(서귀포시 인정오름로 135-18)은 호화로운 호텔과 보통의 숙소와는 다르다. 청재설헌은 ‘잘 자는 것’과 ‘주인과 손님이 함께 아침식사’를 추구한다. 이 건물 자체는 소박하지만 뒤로는 한라산을, 앞으로는 멀리 서귀포 앞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지녔다. 문명의 소음 대신 바람과 새소리를, 백색 조명 대신 달빛과 별빛을 만날 수 있다. 낮에는 숙소의 통유리창을 열고 바람소리를 벗 삼아 독서를 즐기고, 밤에는 밤하늘에 흘러가는 달빛을 구경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주변에는 감귤나무와 풀, 꽃들이 잘 가꾸어져 한결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직접 구한 흙을 빚어 지은 토종 흙집으로 구성된 제주밭담숲(제주시 구좌읍 김녕남8길 55-64)은 숙소 자체가 자연이다. 바닥과 벽은 시멘트 같은 인공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구들 하나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릴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하룻밤 머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숙소다. 명상체험실과 각종 허브를 키우는 밭이 있어 명상하기에 좋다. 오설록 티뮤지엄(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옆에 있는 티스톤은 독특한 내·외관을 자랑하는 다도체험 공간이다. 티스톤은 추사 김정희를 상징하는 도구인 먹과 벼루에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티타임 시간을 갖는 것 외에 김정희와 제주 이야기를 듣고, 발효차 숙성고 투어 등 다양한 일정을 접할 수 있다. 제주의 곶자왈 숲지대 바농오름 밑에 위치한 제주베스트힐(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109-36)은 제주의 살아있는 숲을 즐기고 펜션, 글램핑, 드론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방탄소년단이 이곳에서 운영하는 열기구를 타고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다. 숨은 명소와 음식으로 다양한 체험을 즐기다제주여가마을(제주시 조천읍 조와로 360)은 여가 분석과 유형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쉬는 법과 노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첫째는 제주토종 동백꽃과 감귤밭이 있는 카페 골목 투어다. 둘째는 여가해설사와 함께 여가버스를 타고 조천읍의 숨은 명소를 돌아본다. 셋째는 슬기로운 한 달 살이 아카데미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한 달 살이를 계획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계절마다 체험 내용이 바뀌니 방문 전에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질그랭이센터(제주시 구좌읍 세평항로 46-9)는 세화리 마을 주민 477명이 모여 만든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이다. 지상 4층 규모로 1층은 세화리 사무소, 2층 카페와 로컬푸드 판매점, 3층 구좌읍주민여행사와 여행자센터를 갖추고 있다. 4층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다. 구좌읍주민여행사는 마을 주민이 직접 마을을 소개하는 여행사로 해녀여행, 오름 등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귀포시 신흥2리 제주동백마을(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 531번길 22-1)에서는 제주 토종 동백나무를 활용한 갖가지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마을 주민이 직접 생산한 동백기름으로 동백비누를 만들고, 다양한 동백요리를 만들고 먹어보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다. 마라도 섬투어(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로 65)는 주민이 직접 안내자 겸 해설사로 나서 마라도의 자연과 문화, 역사, 생활사를 들려준다. 토박이만이 알고 있는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전 예약제로 전화 문의는 필수.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주다 스위트호텔 아로마(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67)는 추운 겨울여행으로 지친 다리와 몸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아로마 전문점이다. 작은 규모지만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우수피부미용업소로 인증 받았다. 스파, 커플룸, 프라이빗룸으로 구성된 르쏠레이테라피센터는 성산 휘닉스호텔앤리조트(서귀포시 섭지코지로 107) 안에 있다. 프랑스 브랜드 달팡 제품을 사용하고, 전문교육을 이수한 세러피스트들이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아넥스호텔 온천(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71)은 제주 유일의 아라고나이트 고온천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하 2001m에서 토출온도 42도의 온천수로 칼슘,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실내와 노천 모두 즐길 수 있고, 우윳빛 색깔이 특징이다. 롯데호텔제주(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의 브이스파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세러피스트의 섬세한 손길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부쩍 기온이 낮아지고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면역력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KGC인삼공사는 자녀들의 면역력 건강을 위한 대표 제품으로 ‘홍이장군’과 ‘아이패스’를 추천한다.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기억력 개선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이다. 2004년 출시된 홍이장군은 어린이 홍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되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자녀를 위해 구매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총 3단계(3∼4세는 1단계, 5∼7세는 2단계, 8∼10세는 3단계)로 구성돼 연령별로 최적화된 성분들을 담았다. 수험생 건강관리에 특화된 홍삼 제품으로는 ‘정관장 아이패스’가 있다. 6년근 홍삼을 주원료로 각 연령에 필요한 성분을 더해 만든 청소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다. 연령대별로 필요한 영양성분을 제공하기 위해 11∼13세 성장기 자녀의 기초 건강을 위한 ‘아이패스 제이(J)’, 체력과 면역력 증진이 필요한 14∼16세 성장기 청소년을 위한 ‘아이패스 엠(M)’과 공부에 지쳐 피로 해소가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아이패스 에이치(H)’로 제품군을 세분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코틀랜드 북서쪽의 스카이섬은 유럽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가장 큰 도시인 포트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은 ‘항구’다. 19세기 스코틀랜드 출신의 건축가인 토머스 텔퍼드가 디자인한 항구는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트리는 낯설지 않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