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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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문화 일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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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일반12%
만화10%
사회일반5%
사건·범죄2%
연극2%
미술2%
  • ‘환경 보호’ Z세대 “플라스틱 CD 대신 QR코드 앨범 사요”

    ‘음반을 산다’라는 말을 들으면 저마다 떠올리는 장면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LP를 집어드는 장면을, 누군가는 테이프나 CD를 사는 순간을 떠올린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다. 바로 ‘QR코드’다. 최근 가요계에선 실물 음반 없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다. CD 대신 음원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새겨진 종이가 담긴 앨범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QR코드를 등록할 수 있는 음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QR코드로 앨범을 내려받으면 된다. 실물 CD는 없지만 이 역시 써클(옛 가온), 한터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집계에 반영된다. 26일 현재 알라딘이 집계한 음반 판매량 3위는 뉴진스의 디지털 플랫폼 앨범 ‘OMG’, 4위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이다. 이 중 ‘OMG’는 CD가 포함된 버전의 앨범도 동시 발매했는데 이는 판매 순위 8위다. QR코드가 담긴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를 끄는 건 환경을 중시하는 아이돌 음악팬 ‘Z세대’ 덕분이다. 기존 기획사들은 CD를 비롯해 화보집, 포토 카드, 메시지 카드 등을 함께 넣어 일종의 ‘굿즈’ 개념으로 음반을 접하게 했다. 같은 앨범이지만 커버 사진을 멤버별로 달리하거나 앨범 한 장당 팬 미팅 응모권을 증정해 추첨하는 이벤트를 하며 음반 판매량을 늘려왔다. 문제는 살 때마다 늘어나는 CD였다. CD 플레이어 생산 및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Z세대에게 CD는 일종의 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븐틴의 팬인 김세연 씨(23)는 “집에 CD 플레이어가 없어 앨범을 사도 CD로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팬 미팅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음반 3, 4개를 한꺼번에 사곤 했다”며 “일부 팬은 사진 등을 꺼낸 뒤 CD는 현장에서 버린다”고 했다. 실제 케이팝 팬으로 구성된 기후 변화 위기 대응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이 지난해 3월부터 한 달간 국내 팬들이 버린 가요 앨범 8000여 장을 수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Z세대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CD 음반을 줄여야 한다”는 캠페인이 확산되며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졌다. 기획사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솔로 ‘잭 인 더 박스’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만 발매했다.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의 음반은 CD와 동시에 QR코드로도 발매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26일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불필요한 앨범 포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NFC(근거리무선통신) 접촉으로 이용 가능한 스마트 앨범 제작에 나섰다. 레드벨벳, NCT, 슈퍼주니어 등의 앨범이 대표적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해 10월 그룹 ‘트레저’의 앨범을 친환경 종이로 만든 카드에 적힌 점자 형식 코드를 스캔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요계에서는 친환경 음반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앨범 리뷰를 남기며 장단점으로 플라스틱 사용 여부나 비중을 적는 것이 관례가 됐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CD가 지닌 소장가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CD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건 어렵더라도 플라스틱, 종이 소비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디지털 플랫폼 앨범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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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시티팝 영향 받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고민 녹여”

    ‘한 번 밴 생강(Ginger)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팝의 신흥강자로 불리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진저루트(Ginger Root·사진)’. 팬들은 진저루트의 곡에 빠져든 자신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진저루트의 본명은 캐머런 루(28). 2016년 진저루트란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며 현재까지 7장의 앨범과 3장의 EP, 1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진저루트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건 약 2년 전부터다. 국내에서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팬들이 그의 곡을 넣어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와 가사를 번역한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단독 공연까지 열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마포구 왓챠홀에서 20일 국내 첫 공연을 앞둔 진저루트를 만났다. 그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스탠딩석으로 이뤄진 왓챠홀은 이날 600여 명의 관객으로 꽉 찼다. 진저루트의 음악이 이목을 끈 건 국내 레트로 열풍과 관련 있다. ‘Loretta’(2021년) ‘Weather’(2021년) 등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멜로디가 특징인 그의 음악은 낭만적 음률을 가진 1970, 80년대 일본 시티팝과 많이 닮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 1970, 80년대 일본 음악을 접하고 팬이 됐다”며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공감대는 그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 이민 3세대인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생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비슷한 시대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노래에도 관심이 가는 이유”라며 “제 음악이 표면적으로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민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의 개성은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발표한 ‘Loneliness’ 뮤직비디오는 가상의 일본 가수 기미코가 도망가자 진저루트가 그를 대신해 활동한다는 독특한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학도이기도 한 그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1970, 80년대 감성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노래하고 연주하며 춤추는 중간중간 개그를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야기해 한 편의 재치 있는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음악, 뮤직비디오, 공연 등 제 모든 활동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저루트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3월 홍콩과 태국에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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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진저 루트 인터뷰

    ‘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미국 싱어송라이터 ‘진저 루트’의 곡에 빠져든 팬들은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유희한다.진저 루트의 본명은 ‘카메론 루’(28), 영화학도다. 그는 2016년 진저 루트란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며 현재까지 앨범 7장과 EP 3장, 1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진저 루트가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 음악 팬들이 진저 루트의 곡을 넣어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알고리즘을 타면서부터였다.20일 서울 마포구 왓챠홀에서 만난 그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이는 무대 위 그는 쾌소를 짓게 하는 B급 감성 보유자지만, 무대 아래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아티스트였다. 그에게도 이날 무대는 특별했다. 한국에서의 단독 공연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무대를 발판 삼아 올 3월 홍콩과 태국에서도 공연한다.진저 루트의 음악이 이목을 끈 건 국내의 레트로 열풍과 관련이 있다. ‘Loretta’(2021년) ‘Weather’(2021년) 등 그의 음악은 낭만적인 음률을 가진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닮아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접했고 팬이 됐다. 태어나기 이전 시대 음악이라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그 공감대는 진저 루트의 뿌리와 맞닿아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인 이민 3세대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생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제 음악이 표면적으로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민이 녹아들어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음악 공부를 하며 일본어를 독학했고, 팬데믹 시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그의 개성은 비단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뮤직비디오는 일본 가수 키미코가 도망간 자리를 대신해 활동하는 것이 진저 루트라는 식의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에서는 재치 있는 쇼맨십이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낸다. 그는 “마블처럼 진저루트 세계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뮤직비디오 제작, 라이브 공연 디자인, 굿즈 디자인 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어떤 때에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고, 그 뒤에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그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괴짜 같은 아이디어만 가득하면 난해한 법. 그는 “가사는 곡을 쓸 당시의 깊숙한 내면의 생각이나 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상반된 매력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찾고 팬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진저루트. 그는 “음악이건 뮤직비디오건 공연이건 저의 예술 활동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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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카모토 류이치, 암 투병하며 만든 곡… “있는 그대로 나의 소리”

    들숨과 날숨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17일 내놓은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12’는 그가 암 투병을 하며 일기 쓰듯 만든 음악 스케치다. 피아노와 전자음, 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사카모토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1년 1월 다시 직장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 음반에는 2021년 이후 만든 곡들이 담겼다. 곡을 만든 날짜를 각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음반에는 전반적으로 편안함이 흐른다. 피아노 선율 사이에 사카모토의 숨소리와 옷깃에 무언가 스치는 듯한 소리, 지글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박창학 작사가는 “소리 자체와 내면의 의식세계에 더 깊이 침잠하는 듯하다”며 “대중음악으로 흔한 건 아니지만 그의 음악을 꾸준히 따라온 팬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지닌 독보적 위상”이라고 했다. 곡에는 마니아틱한 분위기와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따뜻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슬픈, 혹한 겨울 속 산장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면서 처연하기도 하다”며 “텅 빈 듯하지만 포근하게 꽉 찬 소리, 수평선을 보는 듯한 공간감 등 세계적 거장답게 사운드의 디테일을 멋지게 살렸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멜로디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피아노 선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하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전작 ‘Async’(2017년)에는 멜로디 맥락이 익숙하고 뚜렷한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 음반은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이 일상에 더 가깝기에 ‘연주가 어땠느냐’ ‘완성도가 어땠느냐’와 같이 흔히 쓰는 기준은 의미도 없고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사카모토가 걸어왔던 길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12’는 사카모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 평론가는 “이번 신보는 의도하지 않은 소리들의 원초적인 힘에 주목해 온 그의 이상향을 가장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억지로) 만지지 않는 소리가 듣는 이에게 가장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작품이라고 웅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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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병생활 속 일기 쓰듯 제작”…사카모토 류이치,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숨이 들고 나간다. 그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일본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17일 내놓은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12’는 투병생활 속에서 일기 쓰듯 제작한 음악 스케치다. 피아노와 전자음, 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사카모토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했다. 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으며, 2021년 1월에는 다시 직장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 음반은 2021년 이후 만들어진 곡들로, 제작된 날짜를 각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음반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편안함이다. 피아노 선율 사이에 그의 숨소리와 옷깃에 무언가 스치는 듯한 소리, 지글거리는 듯한 노이즈 등이 섞였다. 어떤 순간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을 듣는 듯 하다. 박창학 작사가는 “소리 자체와 내면의 의식세계에 보다 더 깊이 침잠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대중음악 방법론으로서 결코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을 꾸준히 따라온 팬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획득한 독보적 위상”이라고 말했다. 얼핏 단순한 곡인 듯하지만 마니아틱한 풍미와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따뜻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슬픈, 혹한 겨울 속 산장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기도 처연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장르의 매력과 어려움은 사운드의 디테일에 있다. 텅 빈 듯하지만 포근하게 꽉 찬 소리, 수평선을 보는 듯한 공간감 등 세계적인 거장답게 이런 디테일을 멋지게 살렸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은 멜로디의 부재다. 피아노 선율은 예측되지 않고 불규칙적이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전작 ‘Async’(2017년)는 멜로디 맥락이 익숙하고 뚜렷한 곡들이 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은 ‘일상’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연주가 어땠느냐’ ‘완성도가 어땠느냐’와 같은 흔히 쓰는 기준은 의미도 없고 통용되기 어렵다. 그저 사카모토가 걸어왔던 길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했다.‘12’는 사카모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 평론가는 “이 시점에서 이번 신보는 의도하지 않은 소리들의 원초적인 힘에 주목해온 그의 이상향을 가장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만지지 않는 소리가 듣는 이에게 가장 큰 자유를 부여하며, 그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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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경계 초월한 ‘정보라식 호러’의 뿌리

    정보라 전에 정도경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10여 년 전 필명은 정도경이었다. ‘저주토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까지 정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기 단편 소설을 엮었다.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초기작 중 9편과 정보라로 이름을 알린 뒤 쓴 미발표작 ‘비 오는 날’이 담겼다. “마술적 사실주의, 호러, 공상과학(SF)의 경계를 초월했다”는 부커상 심사평처럼 저자의 초기작 역시 환상과 현실이 온통 뒤섞여 있다. 첫 번째 단편 ‘나무’ 속 나무는 주인공 ‘그’의 친구다. 어릴 적 그는 친구와 함께 행인에게 장난을 치다 붙잡혀 땅속에 묻혔다. 그는 빠져나왔으나 친구는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 나무로 변했다. 이후 망나니처럼 살던 그는 청년이 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인은 어린 시절 그에게 해를 입혔던 행인의 딸이었다. 이내 여인은 그의 친구인 나무에 붙잡혀 생명을 빨아 먹히고 만다. 그는 죄책감과 비통함을 안은 채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비극을 기억한 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나무’뿐만 아니라 ‘산’ ‘머리카락’ ‘가면’ ‘비 오는 날’ 등은 오싹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머리카락’의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씨앗 비가 틔운 머리카락 때문에 방 안에 갇힌 채 생활하고, ‘가면’의 주인공은 환영이 주는 쾌락에 중독돼 스스로 방 안에만 머문다. 저자는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며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다 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은데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저자의 분노와 그로 인해 빚어진 이야기들은 순리와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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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하 시인, 고은시인과 출판사 실천문학사에 사과 요구…편집위원 사퇴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 시인(90)이 최근 사과 없이 시집과 대담집을 낸데 대해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63)이 고 시인과 출판사 실천문학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 시인은 편집자문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실천문학은 실천문학사의 계간지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 시인은 19일 인터넷 문학매체 뉴스페이퍼에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고은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라고 지적한 뒤 “올해 봄호부터 계간 ‘실천문학’의 편집 자문위원에서 내 이름을 빼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시인은 “고은 시인의 ‘내 아내나 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뻔뻔함’, ‘반성 없음’으로 비치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시인은 고 시인이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한 최영미 시인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점을 들어 “패소로 1심, 2심 재판이 끝났을 때 고은 시인이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썼다. 이어 “이번에 문단에 복귀하며 그가 보여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나는 죄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게 아니라 이번에 내는 시집이 내 오랜 반성의 결과물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게 그렇게 어려웠을까”라고 비판했다. 이 시인은 고 시인이 실천문학사를 통해 출간한 시집 ‘무의 노래’와 캐나다 시인과의 대담을 엮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와 관련해 “두 권의 책에는 ‘나는 언제나 깨끗하였다, 억울하다’란 뜻이 역력하기에 독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은 시인의 일탈적 행위를 알린 최영미 시인이나 당시의 재판부를 부정하는 당당한 복귀 행위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시인은 출판사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11명 편집자문위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2023년 봄호에 사과문을 싣길 제안한다”며 “여의치 않다면 ‘전 지구적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이란 문구가 적힌 띠지라도 벗겼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시인은 2017년 12월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그의 성추문을 폭로한 뒤 최근까지 활동을 중단해 왔다. 최 시인은 언론을 통해 고 시인이 1992~1994년 술집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최 시인 등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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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음악’ 김완선-박남정, 7년만의 합동공연

    ‘아티스트는 늙지 않는다.’ 30여 년 전 이미 ‘보는 음악’을 주도하며 정상에 올랐던 가수 김완선 씨(54)와 박남정 씨(57)가 7년 만에 함께 마포문화재단이 기획한 공연 ‘어떤가요’ 무대에 선다. 최근 전화로 인터뷰한 김 씨는 요즘 하는 생각을 묻자 “원래의 나를 찾고 싶다”고 했고, 박 씨는 “안주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싱글 음원 ‘사과꽃’을 내는 등 꾸준히 자작 신곡을 발표해 왔다. 올해도 신곡을 낼 예정이다. 약 10년 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지난해 전시회 ‘히어 아이 엠(Here I Am)’을 열며 화가로도 데뷔했다. 김 씨는 “옛날에 내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기획된 활동을 하면서 ‘나’를 많이 잃어버렸다”며 “나이 50이 넘으니 평생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김 씨는 이번 공연에서 전설이 된 히트곡 ‘기분 좋은 날’ ‘리듬속의 그 춤을’ ‘가장무도회’뿐 아니라 근래 발표한 ‘It’s you’ ‘사과꽃’ 등 모두 6곡을 부를 예정이다. 크지 않은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 온 박 씨도 올해 콘서트를 더 자주 열 생각이다. 박 씨는 “큰 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지가 몇십 년 됐다”면서도 “지금부터 관객 100명, 200명 앞에서 무대를 시작하면 언젠가 다시 수천 명 앞에서 2시간 동안 노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부쩍 목과 몸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박 씨는 “몸이 ‘현찰’이다 보니 살짝 삐끗해도 영업정지”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여인이여’ ‘비에 스친 날들’ ‘사랑으로’ ‘사랑의 불시착’ ‘널 그리며’ 등 6곡을 부른다. 오랜 시간 두 사람을 지탱해 준 건 팬들이다. 박 씨는 지난해 100여 명이 모인 팬 미팅에 참여한 뒤 “아직 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김 씨는 오랜 팬들이 이젠 가족 같다. 김 씨는 “워낙 가깝게 지내 그분들이 없는 인생은 상상이 잘 안 간다. 집에 초대할 정도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고 했다. 공연은 18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3만∼5만 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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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2시간 뒤에야 등장한 볼턴… 관객들 “사기 당한 기분”

    “마이클 볼턴은 공연이 시작되고 2시간 뒤에야 무대에 올랐다. 한국 관객을 무시한 처사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14일 열린 콘서트에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턴(70)이 공연 시작 후 2시간이나 지나 무대에 나타나는 등 9년 만의 내한공연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스페셜 게스트인 한국 가수 유미와 정홍일이 공연 시작 후 무려 100분 동안 무대를 채워 관객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최 측인 KBES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환불 요구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열린 콘서트 ‘Encore, Michael Bolton Live in Seoul’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내한공연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공연을 열흘 앞두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져 한 차례 연기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표는 매진됐고 전국에서 모인 관객 1만여 명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공연 초반 볼턴이 아닌 유미와 정홍일이 나타난 데다 이들이 계속 노래를 이어가자 객석에서는 “완전 사기다” “볼턴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 관객은 스태프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VIP석 티켓을 12만 원에 구매한 한 60대 남성 관객은 게스트 공연이 끝나자 화를 내며 콘서트장을 떠났다. 그는 “많은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사기 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주말에 시간 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 대한 모독이다. 주최 측은 티켓값을 환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턴이 무대에 오른 건 오후 8시. 100분간의 게스트 공연, 무대 전환을 위해 20분이 더 흐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볼턴은 사과 한마디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검은색 기타를 멘 그는 첫 곡으로 ‘Stand By Me’(2017년)를 불렀다. 이후 볼턴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희생된 분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약 30초간 묵념했다. 그는 총 10곡을 불렀다. 그에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안겨준 대표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1996년), ‘When a Man Loves a Woman’(1996년)을 부를 때 그는 후렴구 부분에서 마이크를 객석에 넘겼고, 관객은 떼창을 했다. 공연 중간에 음향 사고가 났고, 볼턴의 공연은 1시간 만인 오후 9시에 끝났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쳤지만 볼턴은 “생큐 코리아”라고만 한 채 퇴장했다. 티켓 판매처인 인터파크 홈페이지에는 “공연 당일 사과도, 설명도 없이 관객을 우롱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별점 한 개도 아깝다”는 항의글이 여럿 올라왔다. KBES는 1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이클 볼턴 내한공연 관련 사과문’을 올렸지만 환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볼턴은 15일 콘서트에서도 공연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10분 후에야 무대에 올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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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입힌 뮤비 부활… ‘보는 음악’ 시대 다시 열리나

    “희수야!” 교복을 입은 5명의 여고생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다소 흐릿한 화질의 캠코더 화면에 친구들의 학교생활을 담던 희수의 눈에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뮤직비디오는 캠코더를 들고 등장한 반희수(뉴진스 팬덤 ‘버니즈’에서 따온 이름)가 뉴진스 멤버들의 학창 시절을 촬영해 ‘영상 일기’ 형식으로 올린 것 같다. 15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가 2111만 회에 달할 정도로 노래만큼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Ditto’ 뮤직비디오는 2010년을 전후로 스토리텔링이 사라졌던 뮤직비디오에 다시 서사를 입힌 것이 특징이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프로듀서는 “뉴진스는 앞으로 음악이나 음악 외 활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이 될 것”이라며 “뮤직비디오 역시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배우 박지후와 최현욱을 캐스팅한 것도 뮤직비디오에 담긴 서사를 잘 풀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비슷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국내에서는 6∼15분을 넘나드는 길이에 초호화 배우를 섭외한 드라마형 뮤직비디오가 대거 등장했다. 극적인 신파 같은 이야기와 화려한 화면이 가득했다. 조성모의 데뷔곡 ‘투 헤븐’(1998년)의 뮤직비디오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이병헌과 김하늘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서사를 지녔다. 당시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통상 1500만∼2000만 원을 썼지만, ‘투 헤븐’의 제작비는 무려 1억 원이었다. 이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2001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2003년), 엠투엠 ‘세 글자’(2005년) 등 드라마식 뮤직비디오가 이어졌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당시는 영상의 힘을 얻어야 음악이 홍보되던 때였다”며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빅뱅의 ‘하루하루’(2008년), 티아라 ‘Cry Cry’(2011년) 등 뮤직비디오는 가벼운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마저도 2010년을 전후해 거의 사라졌다. 엑소의 ‘으르렁’(2013년) ‘러브샷’(2018년), 트와이스의 ‘CHEER UP’(2016년) ‘Alcohol-Free’(2021년),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 ‘핑크베놈’(2022년) 등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장를 배경으로 그룹의 안무를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한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2010년 이후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면서 영상에서도 핵심인 안무를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며 “음원 위주의 시장에서 뮤직비디오는 신곡 홍보의 보조 수단이 되면서 거액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서사를 입힌 복고풍의 뉴진스 뮤직비디오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자 가요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와이스, 있지(ITZY)의 소속사 JYP 관계자는 “최근 뮤직비디오 시장은 곡 내용에 어울리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며 “후속곡 뮤직비디오와도 연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큰 서사와 세계관이 나타나도록 한다”고 했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등 팬데믹 시기에 만든 뮤직비디오는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라며 “엔데믹 시기에는 해외 촬영, 과감한 컴퓨터그래픽(CG) 같은 시도가 있을 텐데 그 방향은 세계관, 퍼포먼스 등 그룹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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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등장한 마이클 볼튼… 관객들 뿔난 9년만의 내한 콘서트

    “9년만에 내한한 마이클볼튼 공연을 보러갔는데…. 게스트 가수 공연만 100분, 정작 볼튼은 공연 시작 2시간 뒤에나 볼 수 있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튼(70)의 내한 공연이 9년만에 열린 가운데, 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볼튼이 무대에 오르는 등 파행을 겪었다. 주최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관람객들의 환불 요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볼튼의 내한 공연 ‘ENCORE, MICHAEL BOLTON LIVE IN SEOUL’은 14일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초반 100분을 이끈건 볼튼이 아닌 스페셜 게스트 가수 유미와 정홍일이었다. 객석에서는 “완전 사기다” “볼튼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하는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의미가 남달랐던 터라 더욱 아쉬움을 낳는다. 볼튼이 9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당초 지난해 11월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미뤄졌다. 우천 상황에서도 공연장에 모인 1만 여명의 관객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볼튼의 등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100분 동안 볼튼의 모습은 전혀 볼수 없었다. 이에 대한 주최 측의 상황 설명도 없었다. 결국 몇몇 관객들은 보안 직원과 스태프들을 상대로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 12만 원짜리 VIP 티켓을 구매한 한 60대 남성 관객은 게스트 공연이 끝난 뒤 화를 참지 못하며 콘서트장을 나섰다. 그는 “무수히 많은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사기 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을 향한 모독”이라며 “티켓 값을 환불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볼튼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 오후 7시 58분. 100분간의 게스트 공연 이후 무대 전환을 이후로 15분이 더 지난 시점이였다. 결국 공연 시작 2시간 만에 볼튼이 무대에 등장했다. 백발의 그는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고 검은색 기타를 맨채 첫곡으로 그가 2017년 발표한 ‘Stand By Me’를 불렀다. 첫곡을 마친 뒤 볼튼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약 30초간 묵념을 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총 10곡의 곡을 불렀다. 그에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안겨준 대표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1996년), ‘When a Man Loves a Woman’(1996년)을 부를 때 그는 후렴구 부분에서 마이크를 관객석에 넘겼고,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종종 음향 사고가 있었고, 그의 공연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후 8시 57분에 끝이 났다. 관객석에서는 “앙코르”를 외쳤지만, 그가 남긴 말은 “땡큐 코리아”뿐이었다. 콘서트장을 끝까지 지켰던 안모 씨(28)는 “주최 측 공지가 없어 두 배가 넘는 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다. 게다가 볼튼의 콘서트라기엔 스페셜 게스트들의 곡수가 더 많았고, 번역자도 없어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느낌이 적었다”고 말했다.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에는 “공연 당일 사과도 설명도 없이 관객 우롱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별점 한 개도 아깝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제주에서 온 한 관객은 “공연 지연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했다. 진행 미숙으로 발생한 시간적, 물질적 손해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인 KBES는 15일 홈페이지에 ‘마이클 볼튼 내한공연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객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ES는 “(공연 시작 전)티켓 교환 시간이 늦어져 (관객지연입장으로) 공연이 15분 지연됐다. 이로인한 게스트 두 팀의 공연시간 단축을 각 아티스트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5일에도 이어지며 이날은 가수 소향, K2 김성면이 게스트로 함께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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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사 입힌 뮤직비디오 부활하나… 드라마형→영상미→쌍방소통형?

    “희수야” 한 학교의 복도. 교복을 입은 5명의 친구들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친구들을 찍어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던 희수의 마음에 첫사랑 같은 남학생이 들어온다. 이는 지난달 공개한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15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2111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음원만큼이나 뮤비가 화제다. 대중이 이 뮤비에 신선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Ditto’는 케이팝의 전형을 깬다. 스토리텔링이 사라졌던 뮤비 시장에 다시금 서사를 입혔기 때문이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프로듀서는 “안무는 안무 뮤비 등으로 충분히 강조될 수 있다. 뉴진스는 앞으로 음악이나 음악 외 활동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이 될 것이고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실제 뮤비 버전만 2가지에 각각 5분 33초와 4분 37초로, 3분을 조금 넘는 다른 아이돌의 뮤비보다 길다. 박지후와 최현욱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이야기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슷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해 국내에서는 6~15분을 넘나드는 길이에 초호화 배우를 섭외한 드라마형 뮤비가 태동했다. 이 시기 뮤비는 극적인 신파 등 한국적 정서가 짙은 스토리라인이 가사를 압도했다. 그 효시로 불리는 조성모의 ‘투 헤븐’(1998년)은 김하늘과 이병헌이 출연했으며 약 1억 원이 투입됐다. 이후에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2001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2003년), 엠투엠 ‘세 글자’(2005년) 등이 뒤를 이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영상의 협조를 얻어야 음악이 홍보되는 때였다.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 경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빅뱅의 ‘하루하루’(2008년), 티아라 ‘Cry Cry’(2011년) 등 가벼운 스토리라인을 이어가던 흐름은 2010년을 전후해 거의 사라졌다. 엑소의 ‘으르렁’(2013년) ‘러브샷’(2018년), 트와이스의 ‘CHEER UP’(2016년) ‘Alcohol-Free’(2021년),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 ‘핑크베놈’(2022년) 등은 화려한 세트장과 안무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한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아이돌 산업이 주류가 되면서 영상에서도 핵심인 춤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 게다가 음원 위주 시장에서 뮤비가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거액의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뉴진스의 뮤비는 새로운 트렌드 가능성을 시사한다. 명확한 스토리라인 대신 은유적인 장면과 오브제를 사용해 다양한 문화권 시청층에게 해석을 돌린다. 2일 발표한 뉴진스의 OMG 뮤비는 Ditto에 비해서는 서사가 약하지만 더 파격적이었다. 이 뮤비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멤버들이 집단상담하는 모습을 담아 참신하다는 평이 많은 반면, 악플을 저격하는 듯한 쿠키영상은 많은 갑론을박이 있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점점 새로운 뮤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JYP 관계자는 “최근 뮤비 시장은 곡 내용에 어울리는 내러티브에 중점을 둔다. 뮤비 간에도 연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큰 서사와 세계관이 나타내도록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등 팬데믹 시기에 제작된 뮤비를 보면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라며 “엔데믹 시기에는 해외 촬영, 과감한 그래픽과 같은 시도가 있을 텐데, 그 방향은 세계관, 퍼포먼스 등 그룹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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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3대 기타리스트’ 英 제프 벡 별세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제프 벡이 11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벡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12일 “벡이 세균성 수막염으로 전날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벡은 자택이 있는 영국 남부의 리버홀 인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태어난 벡은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8차례 상을 받은 ‘전설의 기타리스트’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2015년 미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 가운데 5위에 올랐다. 벡은 1960년대 초 여러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다 1965년 밴드 ‘더 야드버즈’에 클랩턴의 후임으로 합류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밴드 ‘제프 벡 그룹’ 등을 거쳤다. 100만 장이 넘게 팔린 1975년 연주앨범 ‘블로 바이 블로(Blow by Blow)’는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꼽힌다. 하드 록과 재즈, 펑키 블루스,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이면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과 2014년, 2017년에 내한 공연을 가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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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결혼 말고 동거할까? 당당하게!”

    “동거 커플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정말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어요. 저도 동거하고 싶네요.”(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 “결혼 전엔 동거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는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결혼 전에 서로를 더 잘 맞춰가는 차원에서 동거는 필요한 것 같아요.”(개그맨 이용진) 20일 오후 8시 처음 방송되는 채널A 예능 ‘결혼 말고 동거’(연출 소수정·작가 천진영)는 실제 동거 커플들의 생활을 밀착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과 에피소드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진행은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 개그맨 이용진, 댄서 아이키, 배우 이수혁이 맡았다. 총괄 기획을 한 김진 CP가 꼽은 이들의 공통점은 솔직함이다. 김 CP는 “기혼자와 미혼자를 적절하게 배치해 동거에 대한 다양한 토크를 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애 참견러’란 별명을 가진 한혜진과 7년간 연애 후 결혼한 개그맨 이용진, 댄서이자 초등생 딸을 키우고 있는 아이키, ‘여심 저격수’로 불리는 배우 이수혁은 동거와 결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내며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 한혜진은 “출연하기로 결정한 후 실제 녹화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심 걱정을 많이 했던 프로그램”이라며 웃었다. 그는 “동거하는 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동거가 가진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출연한 동거 커플들을 보면서 연애보단 동거를 하고 싶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용진은 “주변에서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이들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 커플의 동거에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건 ‘결혼 말고 동거’가 처음”이라며 “단순한 연애 예능이라기보다는 동거에 대한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출연자를 섭외할 때 김 CP가 꼽은 조건은 단 하나. ‘동거에 대한 의사와 가치관이 명확한 커플’이다. 누군가는 결혼 전 상대의 생활습관이나 생각을 더 잘 알기 위해, 또 누군가는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다. 실제 출연하는 이들도 11년 장기 연애 커플부터 비혼주의 커플까지 각자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 20일 방영되는 첫 회에선 이제 막 동거를 시작하려는 커플이 출연한다. 이들은 ‘동거를 꼭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부모님에게 동거 사실을 밝힐지, 함께 살아갈 집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등 여러 난관과 마주한다. 김 CP는 “동거는 기혼, 미혼처럼 현재 상태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연인들이 선택한 사랑의 한 형태로서 동거를 순수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말고 동거’는 설 연휴 직전인 20일 오후 8시 1, 2회가 한 번에 방송된다. 다음 달 6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하는 3회부터는 매주 같은 시간인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김 CP는 “동거는 세대 간에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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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거는 현 시대 연인들이 선택한 사랑의 한 형태”

    “살아봐야 더 사랑한다!” 20일 오후 8시 첫 방송하는 채널A 예능 ‘결혼 말고 동거’의 캐치프레이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동거 커플들의 생활을 밀착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에피소드를 다룬다. 채널A 부부상담 프로그램 ‘애로부부’를 기획했던 김진 CP(43)의 작품이다. 9일 만난 김 CP는 “연애보다는 깊고 결혼보다는 짜릿한, 이 순간 뜨겁게 사랑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라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기획의 시작은 애로부부 시즌1이 끝나갈 때였다. “풋풋한 청춘의 사랑을 담은 ‘하트시그널’과 극강의 매운맛 ‘애로부부’ 그 사이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없을까?” 이 고민을 안은 김 CP는 연출을 맡은 소수정 PD와 천진영 작가와 대화하다 ‘동거’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다.“제가 금단의 영역을 건드리는 걸 좋아합니다. (웃음) 최근 사실혼이나 동거의 형태도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동거 커플이 주변에 동거 사실을 알리기도 하고요. 이 시기에 동거를 수면 위로 올려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섭외 조건은 하나. ‘동거에 대한 의사와 가치관이 명확한 커플’이었다. 누군가는 결혼 전 상대의 생활습관이나 생각을 더 잘 알기 위해, 또 누군가는 온 가족의 행사인 결혼을 대신하기 위해 동거를 택한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커플들도 11년 장기 연애 커플부터 비혼주의 커플까지 다양하다. 김 CP는 “염려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흔쾌히 출연에 응해주셨다. 다들 당당하셨고, 그래서 예뻤다”고 했다. 동거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예능이 해답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첫 회에는 이제 막 동거를 시작하려는 커플이 출연한다. 이들은 “동거를 꼭 해야 하냐”는 질문부터 맞닥뜨린다. 부모님에게 동거 사실을 공개할지 말지, 동거 장소는 어디로 구해야 하는지 등 이어지는 난관도 가지각색이다. 여러 동거 커플들의 갈등을 살펴보면서 동거 중 피해야 할 말이나 행동, 화해 스킬 등도 속속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김 CP는 “‘동거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냐‘고 물으신다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동거는 기혼, 미혼처럼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연인들이 선택한 사랑의 한 형태로서 동거를 순수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행은 한혜진, 이용진, 아이키, 이수혁이 맡았다. 이들 넷의 공통점은 솔직함이다. “기혼자와 미혼자를 적절하게 배치해서 동거에 대한 다양한 토크를 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는 김 CP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프로 연애 참견러‘ 한혜진과 7년 연애 후 결혼한 이용진, MZ세대의 아이콘이자 10살 딸을 키우고 있는 아이키, 여심 저격수 이수혁은 동거와 결혼의 차이점 등에 대해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결혼 말고 동거’는 설 연휴 직전인 20일 오후 8시에 1·2회가 한번에 방송된다. 다음달 6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하는 3회부터는 매주 같은 시간에 방송된다. 김 CP는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에 동거에 대해 함께 터놓고 이야기해보셨으면 좋겠다. 세대 간에 한 번쯤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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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김광석 찾아서… 추모노래부르기, ‘경연대회’로 승화

    “조그마한 씨앗 하나가 꽃이 되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푸른색의 나무 한 그루 꽃을 보며 기다린 듯이 햇살을 내어줬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권별 씨(26)가 피아노를 치며 나직한 목소리로 창작곡 ‘꽃은 나무를 사랑했네’를 불렀다. 권 씨는 무대에서 ”고 김광석 님(1964∼1996)처럼 죽어서도 내 노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곡을 썼다”고 말했다. 이날 학전블루에서는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가 열렸다. 2012년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주관해 시작한 추모행사 ‘김광석 노래 부르기’를 확장시킨 대회다. 사회자인 가수 박학기 씨는 “김광석의 노래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김광석이 나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행사는 누구나 찾아와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다. 이번 대회에서는 102팀 중 선발된 7팀이 김광석의 노래 한 곡과 미발표 창작곡 한 곡을 선보였다. 김광석이 1000회 이상 섰던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떨린다”면서도 의연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소보 씨(34)는 “아버지의 LP를 통해 김광석을 접했다”며 ‘먼지가 되어’와 창작곡 ‘페이지’를 불렀다. 2002년생 3명이 모인 그룹 ‘THE2002’는 “2020년, 코로나19 시대에 당연했던 시간과 그리운 시간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함께 창작곡 ‘그리운 시간’을 불렀다. ‘이 밤’(김지성)과 ‘무화과’(오창석), ‘소야곡’(유태), ‘자장가’(이주영) 등 창작곡들은 대체로 나직했다. 참가자들이 기타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선 생전 김광석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열두 살부터 일흔한 살에 이르는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대회는 1등이나 대상을 정하지 않았다. ‘김광석상’은 여러 측면에서 잘했다는 평을 받은 ‘THE2002’에 수여됐다. ‘다시 부르기 상’ 김지성, 작사상 권별, 작곡상 오창석, 편곡상 이주영, 연주상 소보, 가창상 유태까지 참가자 모두에게 상이 돌아갔다. 김광석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마틴 기타를,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파크우드 기타를 각각 수여했다. 심사위원은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 창립 멤버), 작사가 김광희 씨, 가수 한동준 권진원 씨, 그룹 ‘동물원’의 박기영 씨, 그룹 ‘유리상자’의 박승화 씨가 맡았다. 김 교수는 “지금도 김광석의 노래가 불리는 이유는 그의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시대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드러내려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 상에 걸맞은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상이 젊은 음악 창작인의 등용문으로 든든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서툴러도 좋으니 더 실험적인 음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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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김광석 찾을까…김광석 추모 노래부르기, ‘경연대회’로 변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6일 밤.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김광석(1964~1996)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타 치는 김광석의 흑백 사진 아래로 사회자 박학기씨가 향을 피우고 술 한 잔을 따라 옆에 놓았다.그렇게 시작된 이 행사는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김광석 추모사업회 주관으로 2012년 시작된 추모 행사 ‘김광석 노래 부르기’를 확장시킨 대회다. 박 씨는 “김광석의 노래에 머물지 말고 또 다른 김광석이 나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연대회를 시작했다”고 했다. 기존 행사가 누구나 찾아와 김광석의 노래를 가창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면, 올해부터는 참가팀을 선정했다. 102팀 중에서 선발된 7팀이 이날 김광석의 노래 1곡과 미발표 창작곡 1곡을 선보였다. 생전 김광석이 섰던 무대에 오른 참가팀들은 “떨린다”면서도 의연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이들은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과 함께 각자의 창작곡을 불렀다. ‘페이지’(소보). ‘이 밤’(김지성), ‘꽃은 나무를 사랑했네’(권별), ‘무화과’(오창석). ‘소야곡’(유태). ‘자장가’(이주영), ‘그리운 시간’(THE2002) 등 창작곡은 대체로 나직했다. 기타나 피아노를 직접 치며 노래하는 광경에서 생전 김광석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참가자들의 나이는 21~34세. “아버지의 LP를 통해 김광석을 접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느 세대에게도 호소력이 있는 김광석의 노래 덕일까. 관객들도 남녀노소였다. 소극장 194석에 12세부터 71세까지 관객들이 어우러져 앉은 채 박수로 노래에 화답했다. 막간에는 김광석이 거쳐간 포크그룹 동물원이 ‘혜화동’ ‘변해가네’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유리상자 멤버 박승화 씨 또한 김광석의 노래 ‘사랑했지만’을 불렀다. 이들은 “역시 대학로 소극장만의 감성이 있다”며 과거를 추억했다.이날 행사는 말 그대로 ‘잔치’였다. 참가자 사이에 1등이나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광석상은 모든 측면에서 잘했다는 평을 받은 ‘THE2002’에게 수여됐다. 그 외 다시 부르기 상 김지성, 작사상 권별, 작곡상 오창석, 편곡상 이주영, 연주상 소보, 가창상 유태 등 모두에게 상이 돌아갔다. 김광석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마틴 기타가 주어졌고,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파크우드 기타가 시상됐다.심사위원은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작사가 김광희 씨, 가수 한동준·권진원·박승화 씨, ‘동물원’ 박기영 씨가 맡았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그의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시대를 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 상들에 걸맞은 정신”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김 대표는 “이 상이 앞으로 젊은 음악 창작인들의 등용문으로서 든든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차차 창작곡으로만 이 행사를 진행하려 한다. 서툴러도 좋으니 더 실험적인 음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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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드스톡 페스티벌’ 한국 온다… 7월 개최… 미국 외 나라 처음

    미국 유명 록 페스티벌인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올해 7월 한국에서 열린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미국 이외 나라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공연기획사 SGC엔터테인먼트는 “6·25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7월 28∼30일 경기 포천시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표어로 내건 ‘우드스톡 뮤직 앤드 아트페어 2023’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출연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30여 개 팀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SGC엔터테인먼트는 설명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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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명령도 지시도 없다, ‘코끼리 리더십’

    “리더가 있는 무리가 없는 무리보다 거의 예외 없이 훨씬 더 성공적이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생명과학전공 교수인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조명한다. 리더십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리더십에 관한 다른 책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리더십을,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닌 생명체의 고유한 특징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들어 리더십의 기원과 기능을 탐색한다. 코끼리 집단은 암컷 중심 사회다. 리더 역시 60대의 가모장이다. 코끼리 수명이 약 70년인 걸 감안하면 할머니 격이다. 코끼리 집단의 리더 역할을 이해하려면 집단 특유의 특이점을 알아야 한다. 코끼리는 필요에 따라 무리에 속해 있기도 잠시 떨어져 있기도 한다. 아침 식사 때 무리는 15마리였다 한낮에는 100마리가 됐다가 오후에 다시 12마리로 줄어드는 식이다. 반드시 집단 내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모장이 집단 내에 머물 것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왜 집단을 떠나지 않을까. 저자는 리더인 가모장의 경험과 지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모장의 중요 능력 중 하나는 뛰어난 기억력이다. 몇십 년 전 만난 코끼리를 기억하거나 한 번 가본 장소를 기억해 무리를 이끈다는 것.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조사에서 나이가 많은 가모장이 이끄는 무리가 훨씬 빠르게 번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 집단의 리더는 단연 여왕벌이다. 여왕벌이 되기 위해선 왕대(王臺)에서 태어난 벌이 제일 먼저 친자매나 경쟁자를 제거해야 한다. 먼저 태어난 벌은 아직 왕대에 있는 다른 유충이나 번데기를 침을 쏴서 죽인다. 거의 동시에 경쟁자가 태어나면 이 둘은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 경쟁에서 승리한 처녀 여왕벌은 일벌들의 공식적인 리더로 군림한다. 동물 집단이 다양한 만큼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리더십이 있다.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이에나는 ‘생식기 냄새 맡기’라는 환영 의례를 통해 신뢰를 쌓는다. 리더가 주도하는 이 의례를 통해 무리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확인하고 서열관계를 재확립하는 것이다. 침팬지 무리에는 털 고르기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리더가 있다. 지금 각각의 사회와 조직에 최적화된 리더십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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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드스톡 페스티벌, 한국서 열린다…미국 외 국가로는 최초

    미국 유명 록 페스티벌인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올해 7월 한국에서 열린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미국 이외 나라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공연기획사 SGC엔터테인먼트는 “6·25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올해 7월 28일부터 30일 경기 포천시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표어로 내건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페어 2023’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출연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30여 개 팀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SGC엔터테인먼트는 설명했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1969년 미국 뉴욕주 우드스톡 인근에서 처음 열렸다.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등 당대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고, 40만 명 넘는 관객이 찾아 자유와 평화, 반전주의를 음악으로 표출했다. 이후 이 페스티벌은 저항문화의 상징이 됐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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