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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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종교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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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17%
음악7%
칼럼3%
  • 임형주 “교황님 알현때 갑자기 ‘칸타레’ 요청해 숨이 멎는 줄”

    “특별 알현 때 교황님이 갑자기 ‘칸타레’(노래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라며 노래를 요청하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몽골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3일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 폐막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팝페라 테너 임형주(37)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형주는 이 무대에서 ‘아베 마리아’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불렀다. 그는 이와 별도로 교황 특별 알현 때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교황의 몽골 방문에 한국 음악가가 초청됐다니 의외다. “몽골은 천주교 신자가 1400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적어 주한 교황대사가 몽골 교황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천주교와 인연도 깊다. 선교는 물론이고 몽골에 ‘노밍요스 초등학교’ ‘고이혼도 유치원’ 같은 각종 학교를 세우는 등 우리가 많이 돕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살레시오수녀회가 설립한 노밍요스 중등학교다.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노밍요스 중등학교 설립에 약간의 도움을 준 인연으로 명예 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인연을 안 몽골 천주교 측에서 직접 초청해 무대에 서게 됐다.” ―알현 때 노래하는 건 예정에 없던 것 아닌가. “교황 집전 미사 다음 날(4일) 오전에 울란바토르 몽골주교관 ‘비숍의 집’에서 특별 알현했다. 먼저 내가 이태리어로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며 내 노래가 담긴 성가 음반 ‘마지막 고해(The Last Confession)’를 전달했더니 내 소개를 들은 교황이 환하게 웃으시며 갑자기 ‘칸타레! 칸타레!’라고 하셨다.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신 거다. 그때가 오전 8시 반이 조금 지난 때였다. 목이 잠긴 상태라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무반주로 불렀다.” ―특별 알현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몽골 장관과 각국 대사 등 주요 인사 가운데 가톨릭과 관계된 인물을 선별해 소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안다. 그중에서도 나는 굉장히 앞쪽 순서였는데, 아마 한국 천주교가 몽골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교황이 잘 알고 있어서 우대해준 게 아닌가 싶다. 20년 넘게 몽골 선교활동을 하다 올해 5월 몽골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김성현 신부라는 분이 있는데, 교황이 직접 이름을 언급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몽골에 대한 그의 사랑은 주님께서 더 잘 아실 거라며…. 그런 덕을 내가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몽골에서 관광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하하, 바트울지 바트에르데네 몽골 환경관광장관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더라. 한국 천주교와의 인연도 깊고, 처음으로 교황을 뵌 인연도 있어서 수락했다. 교황이 말씀하신 ‘칸타레’는 물론 노래를 부탁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노래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라는 뜻으로 하신 말이 아닌가도 싶다. 올해가 데뷔 25주년인데 정말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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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 쓴 김대건 신부 성상, 바티칸에 설치… 16일 축복식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 축복식이 열린다고 6일 밝혔다. 성상 설치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면서 결정됐다. 성상은 높이 3.7m, 가로 1.83m 크기의 전신상으로, 갓을 쓰고 도포 등 한복을 입은 김대건 신부가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출구 인근 외부 벽에 설치된다. 동양 성인의 성상이 설치되는 건 성 베드로 대성전 역사상 처음이다. 제작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한 한진섭 조각가가 맡았다. 축복식은 16일 오후 3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10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상 설치 기념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시작으로 열린다. 이 자리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염수정 추기경, 유수일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부산교구 신호철 주교가 참석한다. 이에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 작가가 별도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원형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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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줬으면…”

    “배…우마다 개…개성이 있듯, 장…애도 다른 사람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다양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길별은(본명 길윤배·54·사진)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은 4일 서울 마포구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배우마다 오랜 세월 살면서 생긴 개성은 남이 따라 할 수 없다. 장애도 마찬가지”라며 “장애인에게 장애는 연기가 아닌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여전히 장애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배우 정은혜와 청각장애가 있는 배우 이소별이 열연해 주목받았지만 특별한 경우로 꼽힌다. 앞서 길 회장은 2004년 연극 ‘크리스마스 캐럴’로 데뷔해 드라마 ‘갑동이’, 뮤지컬 ‘날개 없는 천사들’, 영화 ‘독 짓는 늙은이’ 등에 출연했다. 2012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길 회장은 말을 매끄럽게 하진 못한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대사가 제일 힘들다”며 “발성 연습 등 훈련을 많이 해서 데뷔했을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했다. 2014년 드라마 ‘갑동이’ 출연 때는 그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제작진이 한 회로 끝날 이름 없는 배역에 ‘하일식’이란 이름을 부여하고 분량도 늘렸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왜소증을 가진 배우 피터 딘클리지처럼 해외에선 장애 배우가 희화화되지 않는 역을 맡아 인기를 모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길 회장은 “국내에선 아직은 장애가 있는 배우가 배역을 따는 게 쉽지 않고, 연기를 하는 사람도 적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작품을 통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을 볼 수 있어요. 저를 보며 다른 분들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분이 제 연기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전해 듣기도 했고요. ‘저런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했대요. 하하하.”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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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건 신부가 사목했던 ‘한국의 산티아고길’ 걸어볼까

    좁은 계곡 옆에 점점이 자리한 집들은 안개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와 불어 넘친 계곡 물 소리는 사람이 내는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웠다. 박해를 피해 숨어 살기에는 ‘딱’인 장소라는 느낌이다. 9월은 가톨릭의 순교자 성월(聖月·하느님이나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 이를 맞아 서울, 원주 등 각 교구에서는 교구 내 순례길 걷기 대회가 열린다. ‘한국의 산티아고길’이라 불리는 ‘청년 김대건길’(경기 용인 은이성지∼안성 미리내성지·10.3km)은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걷기 좋은 명품 숲길에 선정됐다. 이 길을 지난달 30일 걸었다. 바티칸에서는 16일(현지 시간) 김대건 신부 성상 축성식이 열릴 예정이다. ‘청년 김대건길’은 우리나라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사목 활동을 했던 활동로이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시신을 미리내에 안장하기 위해 옮겼던 이장 경로다. 신덕∼망덕∼애덕 등 고개 3곳을 넘는 험한 산길이지만, 2021년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수원교구와 용인시가 정비사업을 펼쳐 걷기 좋은 순례길로 탄생했다. 출발지인 은이성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한 김 신부와 그 가족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곳이다. 은이(隱里·숨겨진 마을)라는 이름도 박해를 피해 들어온 많은 교인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돌아온 김 신부가 처음으로 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은이성지에는 김 신부의 삶을 볼 수 있는 기념관과 1845년 김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성당(김가항성당)을 복원한 건축물이 푸른 잔디 위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기자가 걸은 날은 비 때문에 힘들었지만, 맑은 날이라면 시원한 계곡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종착지인 미리내성지에는 김 신부와 그의 어머니, 김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청년 김대건길’ 주변에는 골배마실길(은이성지∼골배마실 성지·4.4km), 한덕길(은이성지∼한덕골 성지·19.2km), 고초골 공소길(고초골 공소∼애덕고개·4.1km) 등 다른 순례길도 있다. 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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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때도 자원봉사 줄 잇는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도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분들이 줄을 이었어요.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고국 이탈리아에서 최근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출간한 김하종 신부(66·이탈리아 이름 빈첸조 보르도)가 “이탈리아에 한국과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 책을 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성남시 ‘안나의 집’에서 22일 김 신부를 만났다. 198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신부는 1990년 한국에 왔다. 1998년 노숙인과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는 ‘안나의 집’을 열고 지금까지 빈민 사목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고국에서 책을 내셨다고요. “2021년 한국에서 ‘사랑이 밥 먹여준다’라는 책을 냈어요.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후원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 책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이번에 낸 거죠. 한국에 30년 넘게 살면서 한국인들의 참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봤어요. 이를 알리고 싶었죠.” ―한국인의 어떤 모습이 그렇습니까. “한둘이 아니지만….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고 있어요. 하루에 700명 넘게 오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배식이 불가능하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감염 우려가 컸잖아요. 자원봉사자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 걱정이 기우였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분이 도와주러 오셨는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배식 중단을 요구했다고요. “그랬죠. 그런데 여기 오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분들이에요. 이것마저 못 먹게 되면 병에 걸려도 나을 수가 없잖아요.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잘 먹어서 힘과 면역력을 길러야죠. 여기마저 문을 닫으면 그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도시락 한 개가 그분들에게는 하루 목숨인데…. 대신 배식을 도시락으로 바꾸고 방역도 철저하게 했어요. 그 덕분인지 다행히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지금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제 이름 ‘하종’은 ‘하느님의 종’이란 뜻이에요. 한국에 봉사하러 왔고, 봉사자로서 끝까지 살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죠. 한국인으로 귀화도 했고, 장기와 시신 기증 서약까지 했으니까요. 제가 여기서 할 일이 없고, 또 봉사할 수 없는 상태라면 돌아가겠죠. 하지만 할 일이 남아 있고, 또 할 수 있다면 갈 생각은 없어요.” ―왜 한국을 선택하신 겁니까. “제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어요.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한국을 알게 됐고 좋아하게 됐죠. 또 공부하면서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 알게 됐는데 정말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제 성도 김대건 신부님에서 따온 거예요. 중국은 종교 활동을 하기가 어렵고, 일본은 아예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제 서품을 받고 1년 정도 세네갈에서 봉사한 뒤 바로 한국으로 왔죠.” ―하루 700명이 넘는 노숙인들에게 무료 배식을 하는데 힘들지 않으십니까. “노숙인, 독거노인, 어려운 청소년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라고 생각해요.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를 모시는 것은 제게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여담입니다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 대표팀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셨더군요. 16강에서 한국이 이겼는데 혹시 어느 팀을 응원하셨습니까? “제가 미사는 했지만…. 하하하. 한국을 응원했어요.”성남=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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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마트폰 다음의 혁신? 보이는 세상이 달라진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0년대 중반, 교내에서 한 PC통신 업체가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 막 출범한 그 회사는 주 고객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판촉 행사를 벌였고, TV 광고도 매우 야심차게 했는데 얼마 안 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즈음부터 인터넷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제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런 ‘세상을 바꾼 혁명’은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뭐가 올까? 음성 인식·로봇 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공간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저자는 인공지능(AI), 공간 컴퓨팅, 컴퓨터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스마트 안경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신문을 보고, e메일과 날씨를 확인하고, 쇼핑에 회의와 영화 감상까지 지금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모든 것이 앞으로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이뤄지리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소방대원들에게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뭔지 알아? 연기 속을 뚫고 앞을 내다보는 기술이야. 그래야 구조할 사람들이나 발화 지점을 빨리 찾아낼 수 있거든.’ (소방대원인) 에드의 소망은 이미 실현됐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소방장비 제조업체 퀘이크는 소방대원들이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생체공학적’ 눈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스모크 다이빙 헬멧은 벽이나 사람의 윤곽을 강조해서 비추고, 온도가 매우 높은 ‘핫 스폿’이나 불길이 소용돌이치는 곳을 색깔로 표시해준다.”(8장 ‘예측하다’ 중) 이런 혁신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기술”이라고 극찬했고, 삼성 애플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사활을 걸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듯, 안경만 쓰면 다른 곳에 있는 요원들이 모두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대면 회의는 필요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어도 안경만 쓰면 앞자리에 과장, 부장이 실제와 똑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무실이 왜 필요할까.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처럼 챗GPT가 결합된 스마트 안경은 ‘보이는 것’을 넘어 궁금하고 모르는 것에 대한 답까지 줄지 모른다. 세계적인 기업과 과학자들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리고 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폭이 넓어지면서 점점 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으로 우리가 기술의 발전과 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느냐 여부다. 햄버거집 키오스크가 어려워서 이용을 못 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부작용을 언급하는 일은 드물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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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 ‘화’ 가득… 사람들이 명상에 빠지는 이유죠”

    왜들 이렇게 가슴속에 ‘화’가 가득 찬 것일까.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사람이 잡혔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나온다. 취업난에, 생활고에 안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시대에 범죄까지…. 그래서일까.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명상 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북 문경세계명상마을(대한불교조계종)에서 20일 만난 선원장 각산 스님은 “지난해 4월 개원 후 3만여 명이 다녀갔다”며 “25일 열리는 제2회 청년명상힐링캠프는 공지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명상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화’가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지치고 힘들고…. 마음이 무거운 것이지요. 당일 체험부터 3박 4일, 7박 8일 등 여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마감될 정도로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명상힐링캠프도 지난해 100명, 올해 150명인데 내년에는 1000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요. 일종의 ‘멍 때리기’ 입니까. “하하하, 그것도 명상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요. ‘멍 때리기’도 끊이지 않는 잡념,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심박수도 내려가고요. 이곳에서는 7일 코스를 예로 들면 저는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이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단 쉬라고 합니다. 산책하든, 책을 보든, 잠을 자든 뭐든지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물결이 세차게 치면 그 안에 황금 잉어가 있어도 보일 리가 있겠습니까? 먼저 내 마음에 이는 물결부터 가라앉혀야죠. 지금까지 막 뛰면서 숨 가쁘게 살아왔잖아요. 숨이 차는데 오자마자 앉아서 눈을 감는다고 명상이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먼저 쉬라고 합니다. 쉬기만 해도 많이들 나아져요. 긴장이 풀리니까요. 중요한 건 ‘하는 명상’이 아니라 ‘되는 명상’이거든요.” ―‘되는 명상’이 무슨 의미인지요. “삼매경(三昧境)이라고 들어봤지요? 잡념을 벗어나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하지요. 삼매경에 빠지면 1, 2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두 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걸 느끼는 게 진짜 명상이지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안 되면 그렇게 많이 올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요. 7일 체험 정도를 하면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느끼고 갑니다.” ―문경에 명상마을이 자리 잡은 이유가 있습니까. “바로 옆에 희양산 봉암사가 있습니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879년) 지증대사 도헌 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지요. 광복 직후 극심한 사회 혼란 속에서 성철 청담 자운 우봉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라며 수행 정진을 한 곳이고요. 이때 세운 추상같은 법도가 오늘날 수행의 근간이 됐습니다. 희양산 봉암사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오직 수행만을 위한 곳입니다. 그런 정신을 상징하고 있지요.” ―명상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제대로 배운 뒤라면 괜찮지요. 처음에 명상마을에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모두 사무국에 맡기게 합니다. 개인이 소지하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명상이 안 되지요. 그래서 도반(道伴·함께 불도를 수행하는 벗)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함께 욕망과 습관을 제어하는 것이죠. 집에서 서랍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놓은들 혼자서 참아지겠습니까. 삼매경은 참선과 이어지고, 삼매경에 빠지면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겨도 문제로만 볼 뿐, 내 것으로 가져오지 않으니 마음 고통이 오래가지 않지요. 마음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고요. 이것이 우리가 명상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문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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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80만명 이상 참가”

    “세계청년대회는 국가와 인종, 언어, 종교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 되는 자리입니다. 현재 남북 대치 상황이나 국제 관계 등으로 볼 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청년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겠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World Youth Day) 서울 유치와 관련해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대주교는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젊은이들에게 분열과 갈등 상황을 숙고하고,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청년대회는 1984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행사로 2∼4년 간격으로 대륙을 순회하며 열린다. 교황은 대회에 직접 참석해 개막미사와 파견미사를 집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정 대주교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의 방북에도 큰 기대감을 표했다. 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에도 남북 분단 상황에 관심이 많고, 북한 방문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교황이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남북 분단의 지엄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평화와 화해의 큰 발걸음을 놓아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7년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최대 80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1∼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는 약 150만 명이 참가했다. 정 대주교는 대회 준비와 관련해 “최근 열린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국내외 참가자들의 숙박은 홈스테이를 기반으로 성당, 학교 및 교육 시설 등을 최대한 확보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에 큰 대회(2014년 아시아청년대회 등)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만큼 세계청년대회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조직위원장은 교회 내 주교 중에서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회 기간은 추후 바티칸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세계청년대회는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회 이후 올해 리스본 대회까지 15번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서울이 두 번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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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영재 부모들, 학교 찾아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해”[파워인터뷰]

    《지난해 8월 국내에서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는 “국제 주요 음악 경연에서 한국인의 우승은 최근에 거의 당연해졌다. 지난 20년간 700명이 결선에 올랐고, 그중 110명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빨리 정상급에 오른 비결과 그 간절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감독은 20년이 넘게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를 현장 중계해온 벨기에 공영방송(RTBF) 음악감독인 티에리 로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61)은 서울 성북구 한예종에서 1일 가진 인터뷰에서 “궁금한 게 당연한데 사실 딱 이것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예종은 임윤찬(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문지영(2015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임지영(201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1위·바이올린) 등을 배출한 명실상부한 K클래식의 산실이다.》―요즘 학부모의 과도한 교권 침해가 사회문제다. 2021년 총장 취임 일성이 ‘치맛바람 사절’이었다. “1994년 (교수) 부임했을 때는 그런 게 많았다. 그래서 학부모들과 엄청나게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아예 ‘내가 연락하기 전에는 (학부모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게 참 그런데…. 학생에게 문제가 발견돼 부모를 만나 보면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알겠더라. 학생이 가진 문제를 그 부모가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모가 더한 경우도 있고.” ―학생이 가진 문제를 부모가 갖고 있는 경우는 어떤 사례가 있나. “예를 들어 욕망이나 욕심이 굉장히 지나친 아이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집에서 부모님들이 콩쿠르에서 떨어져도 좀 다독이고 안심시켜 줘야 하는데 만나 보면 부모님이 더 하더라. (손)열음이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엄마가 너무 앞서 나가면 자식이 엄마처럼 된다’고. 나는 그 말이 참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영재들 부모는 학교 찾아와서 이러쿵저러쿵 안 한다.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 ―예체능계는 다른 분야보다 부모가 신경을 훨씬 더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선욱이 영국 유학 간 뒤였는데, 선욱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혹시 아들 영국 휴대전화 번호 아시냐고…. 정말 크게 성장한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바라보거나 아예 무관심하다. 요즘 학교교육 문제가 심각한데, 나는 핵심은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교육학자가 한 말인데, 학교에서 교사를 때리는 학생은 집에서 부모도 때릴 거라는 거다. 그럴 확률이 높다고. (아이도) 부모가 하는 걸 보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영재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영재가 뭔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걸 말하나. “그런 아이들도 있는데, 임윤찬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아니었다. 평범했다. 국내 삼익·자일러 콩쿠르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후에 스승인 손민수 교수(한예종)를 만나면서 안에 숨어 있던 뭔가가 ‘빵’ 터지면서 발현된 거다. 윤찬이의 어린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아 저런 게 있던 아이였구나. 재능이란 게 늦게 발현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음악가가 K클래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콩쿠르에 강한 이유가 뭔가. “하하하. 앞서 말한 대로 여러 가지가 작용한 결과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위클리(weekly)’라는 실습 수업 시간이 있다. 학생 중 한 명이 연주하면 다른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평가하고 지적하는데, 이게 평상시에도 무대 연습을 엄청나게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공연예술은 정해진 시간에 단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얼마나 많은 무대 경험을 갖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을 해보면 당일 연주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진 참가자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점수는 잠재력보다 현장에서 더 잘한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외국 기자들에게는 차마 말을 못 했는데…. 선생님의 헌신이 필요하다.” ―교수의 헌신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레슨으로는 턱도 없다. 치는 곡만 10여 곡인데….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추가로 레슨을 하는데, 한 번 하면 3∼4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외국 교수들은 그렇게 안 해주나. “그게 우리와의 차이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출전하는 학생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문화여서 정해진 수업 시간 안에서만 도와준다.” ―외국 기자들에게는 왜 이 말을 못 한 건가. “왠지 외국 선생님들을 안 좋게 말하는 것 같아서….”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만든 로로 감독은 ‘자유’를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연주에서 ‘자유’가 뭔가. “10여 년 전만 해도 정형화된 연주를 좋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 연주가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은 다음 부분에서 어떻게 칠지 예측이 되고, 또 그대로 되면 재미없는 연주로 친다. 세계적인 추세가 ‘자, 뻔하게 연주하지 말고 나를 좀 놀라게 해봐’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걸 개성이라고 해도 좋고, 창의성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은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가르친 게 그럼 다 잘못 교육한 건가?’ 하는 회의에도 빠졌다.” ―자유나 개성, 창의성을 어떻게 가르치나. “그건 스스로 키우는 것이지 누가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단, 학생이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개성은 악기 연습으로 길러지는 게 아니니까.” ―임윤찬이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 ‘순례의 해’ 중 ‘단테 소나타’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읽은 것도 그런 차원일까. “신곡은 굉장히 어려운 책이다. 윤찬이가 정말 그 내용을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곡을 연주하기 위해 그 정도로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게 아니지 않나. 그 과정에서 분명히 여러 가지 다른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고 자기만의 곡 해석이 생긴다. 악보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연주에 고민을 해야 한다.” ―연주에 고민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자신이 미치도록 좋은 부분이 있다면 좋다는 걸 느끼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멜로디가 왜 좋은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문학적, 철학적 접근도 필요한 거고. 자기만의 감정과 해석에 따른 연주. 그게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떻게 연주할지 뻔히 예상되는 연주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나도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박사 면접에서 곡의 사상적 배경을 묻는데 제대로 대답을 못 해서 떨어졌다.” ―시험 준비를 많이 못 한 건가. “그전에는 실기만 봤는데, 그해(1986년) 새로 부임한 교장이 ‘박사를 실기로만 뽑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처음으로 면접 인터뷰를 추가하고 자신이 직접 질문했다. 요즘 뭘 치고 있냐고 묻기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라고 했더니 ‘마침 잘됐다’면서 곡에 깔린 시대적 사상을 30분 동안 얘기해 보라고 하더라. 30분은 고사하고 아는 게 없어서 3분도 채 못 했다. 그래서 그 다음 해에 들어갔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직접 도전해봤을 텐데….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떨어졌고…, 리즈(국제 피아노 콩쿠르)도 1차에서 떨어졌고….”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인데…. “임윤찬, 조성진은 피아노가 아예 자기 몸의 일부다. 피아노를 갖고 자유자재로 논다고 할까.” ―콩쿠르 출전자들은 대개 그렇지 않나. “말로 설명하긴 참 어려운데…. 다들 실수도 하나 없고 어려운 부분도 잘하긴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뭔가 연주자와 피아노가 한 몸으로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다. 내게는 그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 ―우리가 콩쿠르 강국은 맞는데, 클래식 강국은 아니라고 한다. “국제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가 보면 한국은 좀 왕따 취급을 받는다. 와서 상만 타가고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기여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 출전자가 우승하면 대서특필되고 연주가 줄을 잇는다. 그런데 외국 참가자가 우승하면 우리는 관심 밖이다. 국내 초청 연주도 거의 없다. 일본은 자기네 본선 진출자가 없는 콩쿠르라도 자국 심사위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주재국 대사관에서 심사위원 전원 초청 만찬을 열어준다. 콩쿠르 후원도 하고.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니 그쪽에서 보기에 한국은 잘하기는 하는데 상만 타갈 뿐 아무것도 교류하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국제 콩쿠르를 통해 훌륭한 연주자들을 많이 배출한 만큼 우리도 세계 음악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1962년생△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졸업, 동 대학원 박사△피아니스트 겸 지휘자△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클리블랜드 국제 콩쿠르 등 심사위원△한예종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 한예종 음악원장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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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불교 영화냐 할 만큼 재밌습니다”

    제3회 ‘세계일화 국제불교영화제(OIBFF)’가 17∼20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과 동국대에서 열린다. ‘Re:Sonance―불교의 울림으로 세상과 공명하다’를 슬로건으로 한 올해 영화제에선 28개국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상영작 발굴·선정 작업을 주관한 김세환 동국대 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사진)를 1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제불교영화제에 대해 김 교수는 “불교의 저변을 확대하고, 젊은층에게 다가가자는 취지로 2021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외로 미국과 유럽에 8∼10개 정도 작은 규모의 불교 관련 영화제가 있을 뿐, 제대로 된 불교 영화제가 없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제가 불교 영화제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는 ‘온 세상이 한 송이의 꽃’이라는 뜻으로 영화제가 지향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개막작인 ‘다크 레드 포레스트’는 중국 진화칭 감독의 작품으로, 티베트에서 2만여 명의 비구니들이 자신들만의 생활을 지키며 고난의 수행을 거듭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을 찾기 위해, 무슨 답을 얻기 위해 저렇게까지 힘들게 수도할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시애틀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수상작이다. 그는 “올해 영화제는 대중성을 더 많이 가미해 ‘불교 영화 맞아?’라고 느낄 작품도 꽤 있을 것”이라며 “불교 영화제지만 재미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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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사의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하하하, 화엄사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조선 숙종이 ‘선교양종(禪敎兩宗)의 대가람(大伽藍·큰절)’이라 한 천년고찰 전남 구례 화엄사의 주지 덕문 스님이 말했다. 숙종이 ‘절 중의 절’이라고 한 이 근엄하고 조용한 절이 몇 년 전부터 시끌벅적해졌다. 경내에서 모기장영화음악제, 홍매화·들매화 사진 찍기 대회, 화엄문화제와 요가 대회 개최, 굿즈 제작에 이어 이달부터는 야간 개방까지, 보통 절에서는 보기 힘든 변신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덕문 스님은 화엄사에서 10일 가진 인터뷰에서 “절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행사들이 많습니다. “저도 아이디어를 내지만 절 차원에서 홍보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제가 귀가 아주 얇아요.(웃음) 그래서 위원회에서 이런 거 저런 거 해보자고 하면 대부분 하지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많은 분이 즐거워한다면 해보는 거죠. 모기장영화음악제도, 우리 어릴 때 마당 평상에서 수박 먹으며 TV 보던 추억을 떠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돗자리를 깔려고 했는데, 여름에 모기가 많아서 2, 3인용 모기장 안에 들어가서 보는 걸로 바꿨습니다. 근데 그게 더 운치 있다고 좋아합디다.” ―자체 굿즈도 만들었더군요.“버려지는 커피 원두 마대를 활용해 가방과 컵 홀더, 차받침 등을 만들었어요. 친환경적이고 홍보 효과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홍매화를 새겨 넣었는데, 꽤 예뻐요. ‘화엄사 비건 햄버거’도 개발 중인데, 곧 출시할 예정이에요. 요즘 사찰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니까 접목을 한 거죠. 절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에도 납품하려고 해요.”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 때는 차가 하루에 1만 대씩 들어왔다고요. “구례 지역이 먹고살 거리가 부족해요. 절도 지역사회 안에 있는데, 스님들만 잘 먹고 잘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지역이 발전하는 게 절에도 좋은 거지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효과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지로 취임해서 첫 번째로 했던 일이 절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거였어요. 밤이면 어두컴컴해서 사람들이 다 내려갔으니까요. 보통 절들이 문화재 관리 때문에 야간 개방을 잘 안 하는데,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해서 8월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지요. 조명도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설치해서 걸어다니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각종 행사로 지난해 지역사회에 46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생겼다더군요. “행사가 있는 날은 절 아래는 물론이고 구례 읍내 음식점들까지 식재료가 오후면 다 떨어졌다고 해요.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하루 50잔도 안 팔린 커피가 200∼300잔이 팔린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요.” ―그래도 요가 대회는 너무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젊은 여성들이 달라붙는 옷을 입고 절 안을 돌아다니는 걸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참가했어요. 저는 절이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오래되고 국보·보물로 절을 채운들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화엄사와 구례를 찾아오는 분들께 특별한 선물도 해주고 싶고….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것은 다 베푸는 게 부처님 뜻이 아닐까요. 화엄사 홍매화, 들매화가 얼마나 좋습니까. 섬진강을 낀 경치는 또 어떻고요. 그 좋은 걸 중들만 즐기면 너무 아깝지요.”구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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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최후의 승자는 적응하는 종…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까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1877∼1927)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1856∼1950)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머리와 제 외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이에 쇼가 말했다. “내 얼굴과 당신 머리를 닮는다면?” 웃고 넘어가면 그만인 에피소드다. 하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 대부분도 덩컨처럼 ‘남보다 더 뛰어난 아이’를 낳기 위해 배우자를 고르는 데 열성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아이가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당뇨병을 연구하던 의사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물음을 던진 책이다. ‘우리는 어떻게 변해왔고, 또 어떻게 변할까’라는…. 저자는 당뇨병의 빠른 증가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당뇨병 자체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인간의 몸이 과잉 섭취 등 주어진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우리를 빚어내지만, 불변의 청사진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착안해 자연선택에서 벗어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세포가 만들어 낸 산물이지만 세포 또한 우리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생명은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하며 그 세포가 200여 가지 전문화된 변이형으로 분화한다. 이 딸세포들은 환경의 단서에 반응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라고 죽는다.”(15장 ‘죽어가는 짐승에 옭매여’ 중)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현재까지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해 온 인류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러면 미래에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자연 생태적 변화에서 인공지능(AI) 등 과학적 변화, 약물 남용과 영양과잉으로 인한 비만 등 각종 질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할 요인들은 10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넘쳐나고, 또 빠르게 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신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있으며, 이는 인간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에 새롭게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히 낙관적인 결론인데,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의식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결론에 살짝 여지를 뒀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잘 적응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적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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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사, 故 차일혁 경무관 다례재 엄수

    6·25전쟁 중 소각 명령을 어기고 화엄사 전각을 지킨 고 차일혁(1920~1958) 경무관의 추모 다례재가 10일 대한불교조계종 지리산 대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각황전에서 엄수됐다.차 경무관은 중일전쟁 직전인 1936년 말 16살의 나이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6·25전쟁 때는 경찰에 투신해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지리산, 덕유산 자락을 누볐다. 차 경무관은 작전 중 상부로부터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충분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며 상부의 명령을 어겨 천년고찰 화엄사를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케 했다. 덕문 스님은 “화엄사뿐만 아니라 천은사, 쌍계사, 금산사, 백양사, 선운사 그리고 덕유산 사찰을 비롯한 수많은 천년 고찰들이 고인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며 “차 경무관의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한 뜻을 대화엄사의 천년역사와 더불어 만대에 걸쳐 선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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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앞두니, 네 교회 왜 남 주느냐고 악마가 속삭여…”

    “은퇴를 앞두니 악마가 속삭이더군요. 애써 키운 교회를 왜 남 주느냐고….” 최근 신간 ‘꺾이지 않는 사명’을 출간한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한소망교회 담임목사)은 내년 말 은퇴를 앞두고 책을 낸 이유를 묻자 이 말부터 꺼냈다. 류 전 대표회장은 7일 경기 고양시 드림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한국 교회에 바라는 것은 공적인 교회, 공공의 선을 이루는 교회가 돼 달라는 것”이라며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나부터 실천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례지만 목사 사위가 있지 않으십니까. “제가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는 정말 예배드릴 공간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대형 교회(등록 신도 1만4000여 명)로 성장했지요. 그동안 제 피와 뼈를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교회 세습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도 은퇴할 때가 되니까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서 다른 소리 하나가 들리더군요. ‘네 교회다, 네가 세웠는데 왜 남을 주려고 하느냐….’ 마귀의 소리지요. 그래서 시간 오래 끌지 말고 빨리 후임을 정하기로 결심했어요. 오래 끌면 저도 사람인지라 넘어질지 모르니까요.” ―후임은 어떻게 뽑으셨습니까. “후보가 20여 명 됐는데, 위원회를 꾸려서 몇 차례의 논의와 투표를 거치며 추리고 추려서 한 명을 선정했습니다. 투표는 만장일치로 했지요. 당연히 저와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고요. 교회 세습이 정말 성경적으로 틀렸느냐는 건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교회라면 일반 기업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교회가 설립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것은 아니라고 믿지요.” ―교회 안팎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형 교회 담임목사를 하면 이런저런 많은 유혹이 들어옵니다. 한교총 대표회장이면 말할 것도 없지요. 자기 진영을 위한 편향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정치적 요구도 많고요. 더군다나 제가 한교총 대표회장이던 지난해에는 대선이 있었습니다. 한두 명이 찾아왔겠습니까? 조언을 듣겠다고 찾아와서는 ‘저희가 교회를 위해 뭘 도와드릴까요?’라고도 하고…. 교회도 세상 속에 있다 보니 민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걸 정권과 소통해 해결하려 하면 안 되지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정권과 결탁해 왔던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목소리 내는 건 고사하고 정치인들의 조찬 기도회 요청도 다 거절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세상에 사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더군요. “교회 안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교단은 교회, 성경, 하나님 중심이라는 가치를 중하게 여기다 보니 사회의 어려움과 문제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지요. 반면 진보적인 쪽은 너무 사회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교회라기보다 시민단체처럼 된 면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념을 떠나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잘 수용해, 세상과 어려움을 함께하면서도 교회라는 본분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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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교총, 잼버리 참가자에 교회 시설 숙박 제공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은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각 지역 수련원, 청소년센터, 수양관 등 교회 시설을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기도원 인근 영산청소년수련원, 경기 안성 안성크리스찬휴빌리지 등을 제공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소강석 담임목사)도 경기 용인 교회 1~6층 교육관을 모두 숙박시설로 제공키로 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담임목사)도 교회 내 채플실을 100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숙소로 제공한다. 이 밖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충북 옥천 제자들교회 수양관, 옥천 좋은기도동산 경기 포천 광림세미나하우스, 경기 광주 광림수도원 등 교회 시설 10여 곳을 제공키로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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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순택 대주교 “2027 세계청년대회 차질없이 준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사진)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서울 개최와 관련해 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WYD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 다양한 나라의 많은 젊은이가 어려움 없이 올 수 있도록, 또 기꺼이 환대할 수 있도록 잘 대처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WYD는 가톨릭만의 행사가 아닌,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해 친교를 나누는 자리”라며 “모든 인류의 형제애적·영적·사회경제적 선익과 유익을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또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만큼 바티칸시국은 물론 한국 정부와 서울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한국 교회 젊은이들은 굉장히 활발하고 영적인 힘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거치며 신앙 생활에서 멀어진 면이 있다”며 “서울 WYD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청소년·청년사목 부흥의 기회, 다시 꽃피울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달 31일 염수정 추기경, 손희송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등과 함께 현지로 출국해 대회 유치 활동을 펼쳤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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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외 관광 프로그램 긴급 편성… 한강투어-템플스테이-푸드 체험

    “2배, 3배의 재정 지원과 노력, 인력을 지원해 (대원들이) 만족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대원들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군과 민간이 최선을 다해 잼버리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온열질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시설 미비 등으로 인해 ‘현실판 생존게임’으로 불린 잼버리 대회가 정부와 광역단체, 민간의 총력 지원 속에 가까스로 중대 고비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청소인력·냉방버스·냉수 등 총력 지원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잼버리 기간 위생 관리로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펴 달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6일 사흘 연속으로 잼버리 대회 현장을 찾아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점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조직위 관계자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조치한 뒤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야영장 곳곳에 262대의 쿨링 버스가 배치됐고, 셔틀버스 배차 간격도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대원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영지 곳곳에 69개 동의 그늘막이 설치됐고, 8개의 물놀이 시설이 추가 설치됐다. 화장실과 샤워실 관리인력은 1400명으로 늘었다. ● 한강투어·템플스테이… 韓 문화 체험 흠뻑 대회의 정상 진행이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는 참가자들을 위한 관광 프로그램 긴급 편성을 주문하며 수습에 나섰다. 사태 수습을 위해 17개 시도에서 제안한 영외 문화활동 프로그램은 90여 개에 이른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전국 170여 개 사찰을 개방함에 따라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거나 명상을 체험했다. 전북 부안의 곰소젓갈발효식품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 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 등 ‘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개최됐다. 서울시는 잼버리 단원들을 위한 야간 시티투어를 진행했다.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반포대교-N서울타워, 남대문시장, 청계광장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로 이동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60인승 2층 버스 2대 등에 나눠 타고 야간 투어에 참여했다. 한강공원 일부를 숙영지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원도도 춘천 남이섬, 원주 간현 유원지, 평창 올림픽 시설 등을 활용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부는 영국잼버리위원회와 6일 오후 서울에서 긴급히 회동하고 영국 청소년들에게 6·25전쟁 당시 영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 잼버리 청소년들은 8일부터 경기 파주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방문, 전쟁기념관 및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프로그램을 소화한다.삼성 에어컨 화장실, LG 음료 20만병, HD현대 봉사단 지원기업들도 잼버리 정상화 힘 보태건설업계, 현장 청소-설비 수리 나서 기업들도 폭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지원에 나섰다. 자원봉사 인력을 파견하고 식음료, 야영지 등을 제공하며 행사 정상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입사 후 연수 중인 신입사원 150여 명을 7일부터 현장에 파견해 쓰레기 분리수거 등 환경미화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5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과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보냈다. 삼성은 위생 문제와 더위로 고생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에어컨이 설치된 간이 화장실 7세트와 살수차 5대, 발전기 5대도 지원했다. 외부 활동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잼버리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기 평택·화성 반도체 공장 등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HD현대는 봉사단 120여 명을 긴급 파견했다. 계열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화장실 등 대회장 시설 정비를 돕는다. 정비 및 청소에 필요한 비품은 자체적으로 마련해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각종 식음료 및 편의제품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LG는 생수 및 이온음료 총 20만 병을 지원할 계획이다. 목에 두르는 ‘넥 쿨러’ 1만 개를 비롯해 그늘막 300동, 휴대용 선풍기 총 1만 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배터리, 냉동 탑차 6대는 이미 투입한 상태다. 포스코는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쿨스카프 1만 장을 지원해 잼버리 현장에 배송했다. 쿨스카프는 야외 활동 시 목에 두르면 열을 식혀준다. 이마트는 4일 얼음 생수 8만여 병을 공급하기 시작해 10일까지 매일 생수 10만 병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GS25도 냉동 생수 4만 개를 매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SPC는 행사 종료일까지 매일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빵을 3만5000개씩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선크림 4만 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워홈은 식자재 추가 공급을 비롯해 얼음, 냉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도 현장 청소와 설비 수리 등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일 현재 삼성물산(100명) 현대건설(100명) SK에코플랜트(50명) 등에서 현장 청소인력 350명을 보냈다. 또 설비전문가를 투입해 화장실 수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냉방 대형버스 100대와 냉장냉동 탑차 15대도 현장에 공급했다. 경제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 생수 총 10만 병을 지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보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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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쓰시로 대본영 징용한인 사망자 수백명… 국내서도 아는 사람 없다는게 더 안타까워”

    “마쓰시로(松代) 대본영(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건설 공사에는 6000∼70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됐습니다. 그중 추정 사망자는 최소 300명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지요.” 지난달 15일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安曇野)시 금강사에서 일제강점기 마쓰시로 대본영 건설 공사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천도재가 열렸다. 법회를 주도한 사람은 금강사 주지 법현 스님(한국불교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그는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늘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는 얼마나 우리 역사를 알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쓰시로 대본영 희생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쓰시로 대본영은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본토 결전에 대비해 히로시마 대본영을 대신하고자 만든 대규모 전쟁 시설이다. 사방 수 km의 암반 속에 왕궁과 군사·행정·통신 기관이 들어갈 지하도시를 건설했는데, 수천 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고 이 중 300∼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사와 희생자들이 관계가 있나. “금강사는 재일교포들이 마쓰시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40여 년 전에 대본영 인근에 지은 작은 한국식 절이다. 일본 사찰과 달리 삼성각(三聖閣)이 있고, 대웅전에도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조선인 희생자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도 수가 적어 운영이 어려워지자 평소 알던 신도회장님이 운영을 도와달라고 해서 주지를 맡게 됐다.” ―천도재를 연 계기는…. “2018년에 정식으로 주지에 취임했는데, 그전에는 신도들끼리 간헐적으로 법회를 열었다. 이런 뜻깊은 행사가 잊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임 이듬해부터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여러 단체와 함께 추모제를 지냈다.” ―10일에도 추모제가 열린다고 하던데…. “일본이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연합국에 밝힌 1945년 8월 10일에 맞춰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 앞 희생 조선인 추모비 앞에서 열린다. 절에서는 매년 7월 천도재를 열고, 8월에는 마쓰시로 대본영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였는데, 재일교포 불자들이 한국의 시각으로 너무 강하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 스님은 말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자신들은 남아서 주워 담아야 한다며…. 이처럼 한일관계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많다. 일본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추길 바라는 것과 함께 우리도 깨어 있는 역사의식으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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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2027년 서울서 열린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최대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가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오전(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3 세계청년대회’ 파견(폐막)미사에서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한국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청년대회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행사로 2∼4년 간격으로 대륙을 순회하며 열린다. 전 세계에서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교황도 직접 참석한다.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회 이후 리스본 대회까지 15번 개최됐으며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서울이 두 번째다. 한국 천주교는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10명의 주교단이 리스본 대회에 참석해 유치 활동을 펴왔다.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게 되면서 교황의 방한도 예상된다. 통상 대회 기간 중 교황은 개막미사와 파견미사를 집전한다. 역대 교황 가운데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4년 한국을 찾아 ‘윤지충 바오로와 124위 시복식’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바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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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성직자 당연히 있어야한다면서도, ‘우리교회에는…’ 하는 분위기 안타까워”

    요즘 시대에 여성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계다. 가톨릭은 아예 여성 사제가 없고, 개신교도 일부 교단은 여전히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불교도 비구니가 고위직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대한성공회의 여성 사제 가운데 한 명인 동대문교회 한주희 신부(42)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로는) 여성 성직자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교회에는…’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에 여성 사제는 얼마나 되나.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가 첫 서품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20여 명이 배출됐다. 중간에 그만둔 분도 있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분도 있어서 지금 국내에는 10여 명, 서울에선 나를 포함해 5명이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종교계가 워낙 보수적이라 여성 신부가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민 신부는 신학 과정을 마치고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첫 여성 신부를 배출하기까지 내부에서 참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성공회 내에서 여성이 사제가 되는 데 제도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문화나 관습까지 다 바뀐 것은 아직 아니다.” ―여전히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나. “2015년에 사제가 됐는데 내 경우도 처음 발령받은 교회에 부임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여성이 오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가게 됐는데, 한 선배 성직자가 ‘가서 관할 사제에게 잘해’라고 했다. 신도들이 반대하는데도 관할 사제가 받아줬다는 것이다. 그날 성직자가 된 후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날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한 거니까. 정말 되게 억울했다.” ―여성이 성직자를 하면 안 될 이유는 없을 텐데…. “하하하, 설마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라는 바울의 말을 근거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성경은 여러 문서를 묶어서 엮은 것이고,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쓰인 것이다. 쓰일 때 상황과 목적, 맥락도 권마다 다 다르다. 그걸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게 과연 맞을까?” ―바깥 세상보다 종교계가 변화가 많이 느리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질서 속에 있다 보니… 미사 때 나한테는 성체를 안 받는 어른분들이 계셨다. 악수를 안 하는 분도 있었고. 그런데 몇 년 함께 지내고 내가 떠나는 날인데 다가오시더니 ‘처음 왔을 때 환영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하더라. 그때 ‘아, 여성 사제를 겪어본 적이 없다 보니 낯설고 몰라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역으로 여성 성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 그런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히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 노력해서 여성 성직자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종교를 떠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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