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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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sangh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42%
일본23%
국제일반23%
미국/북미3%
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엔저 바람’ 日기업, 상반기 순익 30% 늘었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오랜 기간 부진의 터널을 지나온 일본 주요 기업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엔저 현상 장기화로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해 내내 한국 원화 또한 미국 달러화에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한국 주요 기업의 실적은 일본보다 나빴다. 한국의 수출 감소는 상당 부분 우리 기업과 업계의 경쟁력 하락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日 기업 역대 최고 실적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4∼9월)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 상장사의 순이익 또한 21조 엔(약 182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일본 기업의 역대 최고 수준 이익은 제조업 수출 대기업과 여행 관련 회사들의 ‘쌍끌이’로 이뤄졌다. 시가총액 1위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2조5894억 엔(약 22조48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0% 늘었다.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 모회사인 ANA홀딩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증가한 932억 엔이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도쿄 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 미쓰비시중공업 등 다른 주요 기업의 순이익 또한 일제히 최고 수준이다.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원인은 엔저 현상이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1달러당 130엔대 후반 환율을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1.69엔에 달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 이는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를 팔고 달러, 유로 등을 사려는 움직임이 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저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의 생활고를 부추기는 단점이 있다. 다만 수출 기업에는 경쟁국 회사보다 싸게 물건을 팔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한다.●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 장기화 반면 한국 기업의 부진은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조43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6%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79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상장사 전체를 비교하면 한일 양국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15곳의 상반기 영업이익(53조1083억 원)은 52.4%, 순이익(37조6886억 원)은 57.9%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철강, 건설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력 업종들이 불황에 빠졌다. 정부는 올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고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한 점 등을 꼽으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늘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게 정부 기대다. 하지만 단기간 내 실적 호전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이후 정보기술(IT) 업계의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국가별 산업 구조 및 경쟁력 변화 등으로 수출이 과거처럼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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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덩, 풍덩”… 오사카 시민들이 강물에 뛰어든 이유는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 연고팀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38년 만에 일본 시리즈를 재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하자 오사카 등이 들썩이고 있다.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신 타이거즈가 전날 일본 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오릭스 버펄로스를 7대 1로 이기며 우승을 확정짓자 오사카 중심지 도톤보리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경찰 1300여 명이 출동해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한신 팬 37명이 도톤보리강에 뛰어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신은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이 4만745명으로 일본 프로야구 12팀 중 도쿄가 연고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제치고 1위일 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1935년 창단 이후 일본 시리즈 우승은 이번이 두 번째일 정도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 우승은 1985년 이후 38년 만이다. 1995~2001년 7년 중 6년간 리그 꼴찌에 머문 암흑기도 거쳤다.구단 사상 2번째 우승에 오사카 주요 백화점 및 슈퍼마켓들은 6일 일제히 우승 기념 세일에 나섰다. 한신 백화점 우메다 본점 앞에는 아침부터 우승 기념품을 사기 위해 2000여 명이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일본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 따르면 한신의 리그 우승에 따른 경제 효과는 1011억 엔(약 87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가 이끄는 일본 대표팀이 우승했을 때(654억 엔)보다도 크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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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조작한 기시다 동영상 확산… 하루만에 232만회 조회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조작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동영상(사진)이 온라인에 퍼져 하루 만에 조회수 230만 회를 넘는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민영 방송 니혼TV 로고가 상단에 떠 있는 이 동영상은 양복을 입은 기시다 총리가 성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처럼 제작됐다. 니혼TV 자막 형식을 따라 한 자막도 입혀졌다. 또 ‘LIVE’(생중계) ‘BREAKING NEWS’(뉴스 속보)라는 자막도 나와 기시다 총리 발언이 긴급 속보로 생중계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3분 43초 분량의 이 조작 동영상은 올여름 인터넷 동영상 채널 ‘니코니코’ 등에 처음 게재됐다. 이후 분량을 30초로 줄인 동영상이 2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라와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 동영상은 오사카에 사는 25세 남성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생성형 AI 등을 사용해 기시다 총리 가짜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며 “재미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에 공개된 기시다 총리 기자회견 및 자민당 대회 연설 동영상 등에서 나온 총리 음성을 AI에 학습시켜 거짓 발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시다 총리의 온라인 기자회견을 보도한 니혼TV 뉴스 프로그램도 활용됐다. 이 남성은 “기시다 총리 발언 및 허위 동영상은 모두 삭제했으니 소송 등은 하지 말아 달라”며 “단순한 장난”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 허위 동영상도 제작해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혼TV 측은 “방송, 프로그램 로고를 허위 동영상에 악용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필요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4일 밝혔다. AI를 활용해 유명 정치인 또는 연예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조작해 거짓된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드는 딥페이크 기술 등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나도 (AI로 만든) 내 영상을 보고 ‘도대체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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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AI 조작영상 인터넷 게재…하루새 232만회 조회돼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조작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하루 만에 조회수 230만 회를 넘는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민영 방송 니혼TV 로고가 상단에 떠 있는 이 동영상은 양복을 입은 기시다 총리가 성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처럼 제작됐다. 니혼TV 자막 형식을 따라한 자막도 입혀졌다. 또 ‘LIVE’(생중계) ‘BREAKING NEWS’(뉴스 속보)라는 자막도 나와 기시다 총리 발언이 긴급 속보로 생중계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3분 43초 분량의 이 조작 동영상은 올여름 인터넷 동영상 채널 ‘니코니코’ 등에 처음 게재됐다. 이후 분량을 30초로 줄인 동영상이 2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라와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이 동영상은 오사카에 사는 25세 남성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생성형 AI 등을 사용해 기시다 총리 가짜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며 “재미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에 공개된 기시다 총리 기자회견 및 자민당 대회 연설 동영상 등에서 나온 총리 음성을 AI에 학습시켜 거짓 발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시다 총리 온라인 기자회견을 보도한 니혼TV 뉴스 프로그램도 활용됐다. 이 남성은 “기시다 총리 발언 및 허위 동영상은 모두 삭제했으니 소송 등은 하지 말아 달라”며 “단순한 장난”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 허위 동영상도 제작해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혼TV 측은 “방송, 프로그램 로고를 허위 동영상에 악용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필요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4일 밝혔다.AI를 활용해 유명 정치인 또는 연예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조작해 거짓된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드는 딥페이크 기술 등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나도 (AI로 만든) 내 영상을 보고 ‘도대체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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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타, 美에 10조8000억 추가 투자… 상반기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약 10조86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도요타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에 건설 중인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을 기존에 발표한 2개를 포함해 8개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의 미국 배터리 공장 총 투자액은 139억 달러(약 18조8700억 원)으로 늘었다. 도요타는 이번 투자로 생산되는 배터리를 2025년부터 미 켄터키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첫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장착할 예정이다. 전기차 전환에 늦은 것으로 평가되는 도요타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저팬모빌리티쇼 2023’(옛 도쿄모터쇼)에서 다양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에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도요타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올 상반기(4~9월) 자동차를 포함한 그룹 전체 매출이 21조9816억 엔(약 197조 원), 영업이익 2조5592억 엔(약 23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엔저 현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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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쇠락하는 ‘파친코 왕국’… 업계 4위도 도산

    ‘파친코 왕국’ 일본에서 파친코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도산했다. 한때 일본 사행산업 상징이자 재일동포 성공 신화를 일궈낸 파친코 산업이 완연한 쇠락기다. 3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파친코 업계 4위 업체 가이아는 계열사 합계 부채 1133억 엔(약 1조195억 원)을 갚지 못하고 전날 도쿄지방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해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매장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이 극심했다. 1920년대 처음 일본에 선보인 파친코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50년대부터 본격 성장세를 보였다. 최고 전성기인 1995년에는 전국의 2만 개 이상 매장에서 연간 3000만 명이 파친코를 즐겼다. 하지만 버블(거품) 경제가 꺼지고 정부 규제로 당첨금 액수가 낮아지는 등 도박성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입은 타격도 큰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파친코 인구도 감소하면서 업계 규모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파친코는 재일동포 역사와도 뗄 수 없다. 한때 파친코 업계 80%를 재일동포 및 그 후손이 운영했다. 광복 후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던 재일동포는 ‘어둠의 산업’으로 일본인이 꺼리는 파친코 운영에 뛰어들어 성공을 일궜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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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저 심화에… 日, ‘마이너스 금리’ 탈피 시동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올 7월 이후 3개월 만에 또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엔 약세 현상이 심화하고 물가 상승 부담 또한 커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일본이 정책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후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펴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 이달 1일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미 국채 금리 상승 기조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 상승 억제 부작용 우려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 폭 상한 목표를 기존 연 0.5%에서 연 1.0%로 올렸다. 1.0%를 어느 정도 초과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상한을 엄격하게 억누르는 것은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리 상승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져 달러 대비 엔 약세가 심화한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은 최근 1년 새 3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며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 7월에는 10년물 국채 무제한 매입 금리 수준을 0.50%에서 1.0%로 올렸다. 세 차례의 행보 모두 시장 금리를 올리는 효과를 지닌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기 위한 경기 부양 수단으로 단기 금리를 ―0.1%로 묶어두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는 미국, 유럽 등과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엔저 현상이 심화했다. 해외투자 자본 또한 고금리에 따른 고수익이 예상되는 타국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본의 금융시장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당분간 높은 변동성 지속” 다만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0.25엔으로 전일 대비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융완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물가 및 경제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책 방향은 전환했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주에는 일본은행과 연준은 물론이고 영국 중앙은행(2일) 또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슈퍼위크’가 이어진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11월 FOMC뿐만 아니라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장기 국채 금리 급등세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고 있다”며 이것이 금리 인상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연준이 굳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은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다. 국내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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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이상훈]실종된 연금 개혁, 고이즈미를 불러오자

    “한 번쯤 해 보는 것도 괜찮지. 그런데 결혼은 힘든 거야.” 2019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당시 일본 환경상이 뜬금없이 총리 관저 로비에서 아나운서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하자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했던 말이다. “기후변화 토론은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해야 한다”는 ‘펀쿨섹’ 발언으로 고이즈미 환경상에 대한 관심이 절정일 때다. 아들도 별종이지만 장가가는 아들에게 저런 인사를 건넨 아버지의 정신세계도 대단했다. ‘일본어를 하는 우주인’으로 불렸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2001∼2006년) 시절 ‘깜짝쇼 극장정치’로 유명했다. 복잡한 이슈를 한 단어로 정리하는 ‘원 프레이즈(one phrase)’ 전략이 탁월했다. 정작 자신은 잘 모르는 이슈를 전문가 의견을 듣고 한마디로 요약해 국민에게 던졌다. 당시에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평가받을 성과가 적지 않았다. 일본 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저항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냐다”라며 밀어붙였다. 정치인은 평생 나랏돈으로 연금을 받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그럼 다 없애버리자”며 국회의원부터 기초의원 연금까지 모조리 폐지했다. 수학과 교수도 풀지 못할 고차방정식은 덮었다. 그 대신 ‘100년 뒤 740조 엔(약 6675조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480조 엔(약 4330조 원)이 부족하다’는 초등학교 1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뺄셈으로 연금 재정 위기를 설명했다. 한국 국민연금과 유사한 일본 후생연금이 처음 도입된 1942년 보험료율은 6.4%였다. 그때그때 경제 상황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르기도 내리기도 했다. 그랬다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연금 개혁을 단행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간 11번에 걸쳐 조금씩 올렸다. 적게는 0.03%만 인상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연금 보험료율 18.3%가 완성됐다. 보험료율은 올리면서 연금 지급액은 6%가량 줄였다.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더 걷고 덜 주는’ 연금 개혁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많으면 망한다’는 단순한 명제에 국민을 설득할 힘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적어도 연금을 두고는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거나 싸우지 않았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시작한 연금 개혁이 민주당 집권 시절인 2012년 최종 마무리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 보험료율로는 연금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일본이 보험료율을 9%에서 10.1%로 높인 게 1980년이니 연금에서는 일본보다 40년 이상 뒤처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1988년 70.5세였던 한국인 기대수명은 지난해 83.5세가 됐다. 32년 뒤 연금이 고갈된다는 건 우려가 아닌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도 우리는 연금 개혁 숙제를 계속 미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기가 없어도 개혁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는 맹탕 수준의 연금 개혁안을 던져 놓고 개혁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렸다.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의 정책이라기엔 너무 한가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이 인기 없는 정책인 연금 개혁을 두고 서로를 비난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태는 없다. 차라리 고이즈미 전 총리를 불러 어떻게 개혁을 할 수 있었는지 공개 강연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연금 개혁 같은 국가 중대사를 풀어낸 극장정치라면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겠나.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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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엔저’에 日 금융완화 정책 수정…장기금리 1% 초과 용인

    31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올 7월 이후 3개월 만에 또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엔 약세 현상이 심화하고 물가 상승 부담 또한 커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일본이 기존의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후 내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폈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 이달 1일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미국 국채 금리 상승 기조 등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또한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 금리 상승 억제 부작용 우려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폭 상한 목표를 기존 연 0.5%에서 연 1.0%로 올렸다. 1.0%를 어느 정도 초과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상한을 엄격하게 억누르는 것은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리 상승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져 달러 대비 엔 약세가 심화한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순기능이 있지만, 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즉 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 영향 못잖게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책을 손 볼 필요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은 최근 1년 새 3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며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 7월에는 10년물 국채 무제한 매입 금리 수준을 0.50%에서 1.0%로 올렸다. 세 차례의 행보 모두 시장 금리를 올리는 효과를 지닌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기 위한 경기 부양 수단으로 단기 금리를 –0.1%로 묶어두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는 미국, 유럽 등과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엔저 현상이 심화했다. 해외 투자 자본 또한 고금리에 따른 고수익이 예상되는 타국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본의 금융시장 기능 또한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당분간 높은 변동성 지속”다만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0.25엔으로 전일 대비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융완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물가 및 경제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정책 방향은 전환했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주에는 일본은행과 연준은 물론 영국 중앙은행(2일) 또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슈퍼위크’가 이어진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11월 FOMC는 물론 12월 FOMC에서도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장기 국채 금리 급등세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고 있다”며 이것이 금리 인상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연준이 굳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은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30일 이번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1970년대 제1차 석유 파동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고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국내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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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파친코 4위 기업, 업계 최대규모 도산…규제-도박인구 감소에 쇠락

    ‘파친코 왕국’ 일본에서 파친코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도산했다. 한때 일본 사행산업 상징이자 재일동포 성공 신화를 일궈낸 파친코 산업이 완연한 쇠락기다.3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파친코 업계 4위 업체 가이아는 계열사 합계 부채 1133억 엔(약 1조195억 원)를 갚지 못하고 전날 도쿄지방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해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매장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이 극심했다.1920년대 처음 일본에 선보인 파친코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50년대부터 본격 성장세를 보였다. 최고 전성기인 1995년에는 전국에 2만 개 이상 매장에서 연간 3000만 명이 파친코를 즐겼다.하지만 버블(거품) 경제가 꺼지고 정부 규제로 당첨금 액수가 낮아지는 등 도박성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입은 타격도 큰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파친코 인구도 감소하면서 업계 규모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파친코는 재일동포 역사와도 뗄 수 없다. 한때 파친코 업계 80%를 재일동포 및 그 후손이 운영했다. 광복 후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던 재일동포는 ‘어둠의 산업’으로 일본인이 꺼리는 파친코 운영에 뛰어들어 성공을 일궜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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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시다, 지지율 30% 안팎 역대최저… “퇴진위기 맞을 수도”

    집권 2년을 넘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사진)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감세(減稅) 카드까지 꺼냈지만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2021년 10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의 현재 지지율은 국정운영 동력을 잃고 퇴진 위기에도 몰릴 수 있는 위험 수위라고 지적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33%로 나타나 같은 조사에서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았다. 한 달 전 조사보다 9%포인트나 급락했다. 전날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 ANN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8%포인트 떨어진 26.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이 14, 15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아사히 정례 월간 조사 중 가장 낮은 29%를 나타냈다. 1개월 전보다 8%포인트나 하락했다. 여론조사마다 지지율 수치는 다르지만 대부분 해당 언론사 조사에서 정권 출범 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올 들어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 대책 발표(3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5월)같이 외교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G7 정상회의 직후 불거진 ‘마이넘버 카드’(전자 주민등록증)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지지율이 꺾인 이후 반전할 뚜렷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틀 전인 20일 기시다 총리는 소득세 감면 정책을 검토하라고 자민당에 지시했다. 하지만 ‘인기몰이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되레 부작용만 낳았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대폭 늘어난 방위예산 확보를 위해 지난해 세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해 감세와 증세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30% 안팎의 지지율은 기시다 정권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는 “2000년 이후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떨어지면 정권은 퇴진 등 기로를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 직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지지율이 34%까지 떨어지자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기시다 총리 임기는 내년 9월에 끝나지만 의원내각제 일본에서는 임기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다. 다만 현재 자민당에서 차기 총리 주자가 눈에 띄지 않고, 야당은 자민당에 대항할 만한 지지를 못 얻고 있어 기시다 총리를 유지한 채 ‘지지율 저공비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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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시다, 집권 2년만에 지지율 역대 최저… “퇴진 위기 맞을 수도”

    집권 2년을 넘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감세(減稅) 카드까지 꺼냈지만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2021년 10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 현재 지지율은 국정운영 동력을 잃고 퇴진 위기에도 몰릴 수 있는 위험 수위라고 지적했다.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33%로 나타나 같은 조사에서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았다. 한 달 전 조사보다 9%포인트나 급락했다. 전날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 ANN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8%포인트 떨어진 26.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이 14, 15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아사히 정례 월간조사 중 가장 낮은 29%를 나타냈다. 1개월 전보다 8%포인트나 하락했다. 여론조사마다 지지율 수치는 다르지만 대부분 해당 언론사 역대 조사에서 정권 출범 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기시다 총리는 올 들어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 대책 발표(3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5월) 같이 외교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G7 정상회의 직후 불거진 ‘마이넘버 카드’(전자 주민등록증)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지지율이 꺾인 이후 반전할 뚜렷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세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틀 전인 20일 기시다 총리는 소득세 감면 정책을 검토하라고 자민당에 지시했다. 하지만 ‘인기몰이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되레 부작용만 낳았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대폭 늘어난 방위예산 확보를 위해 지난해 세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해 감세와 증세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까지 나오고 있다.30% 안팎의 지지율은 기시다 정권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는 “2000년 이후 지지율이 30% 중반으로 떨어지 정권은 퇴진 등 기로를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 직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지지율이 34%까지 떨어지자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며 총리 직에서 물러났다.기시다 총리 임기는 내년 9월에 끝나지만 의원내각제 일본에서는 임기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다. 다만 현재 자민당에서 차기 총리 주자가 눈에 띄지 않고, 야당은 자민당에 대항할 만한 지지를 못 얻고 있어 기시다 총리를 유지한 채 ‘지지율 저공비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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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 속 핼러윈 “행사-모임 자제”

    “보고 싶다. 많이 고맙고 사랑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는 추모 문구를 담은 포스트잇 수백 개가 벽 한쪽을 빼곡히 채운 상태였다. 한국어와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평안을 바란다”, “잊지 않겠다” 등의 글들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은 박모 씨(22)는 이날 포스트잇을 붙이며 “1년 전 먼저 떠난 친구가 생각나 들렀다”며 “가장 힘든 고3 생활을 같이 보낸 친구인데, 밝은 성격으로 주위를 밝히던 친구가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이태원역 일대는 평소 금요일 저녁에 붐비는 것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추모 분위기 속에 상인들도 핼러윈 장식품을 내걸지 않았다. 추모를 위해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상당수였다. 참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재연 씨(40)는 “예년에는 밤샘 영업을 했지만 올해는 핼러윈 기간 오후 11시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찰, 소방 등은 인파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태원 대신 청년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홍익대 앞, 강남, 건국대 주변 등 주요 번화가 16곳을 집중 점검했다. 핼러윈 참사 1주기를 맞아 조심하는 분위기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매년 핼러윈 인파가 몰리는 일본 도쿄 시부야역의 하치코 광장에는 27일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 장소가 아니다”라는 초대형 간판이 설치됐다. 시부야역 인근에서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길거리 음주가 금지된다. 시부야역 앞 명물 하치코 동상에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울타리를 쳐 접근을 봉쇄한다.핼러윈 장식 대신 애도 문구… 일부 가게 아예 닫아 이태원 ‘차분한 핼러윈’“이태원 참사 1년… 깊은 애도”홍대-강남-건대입구 등 분위기 차분일부선 파티룸 빌려 소규모 행사 ‘깊은 마음으로 애도합니다. 10월 27∼31일까지 휴무입니다.’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한 가게는 이 같은 글을 가게 입구에 붙였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주말 내내 추모의 뜻으로 가게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른 가게들도 운영 시간을 축소하거나 음악 소리를 낮추는 등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태원에서 5년째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41)는 “오늘 예약자가 제법 있었는데, 막상 주말이 다가오니 ‘파티를 즐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홍대 강남 건대입구도 ‘차분’ 핼러윈 참사 1주기가 임박한 27일 이태원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주요 번화가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태원 주요 거리와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찼던 지난해와 달리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일부 골목에선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더 많이 보이기도 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일방통행 유도용 안전 펜스가 설치됐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도 인파가 많지 않아 통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날 이태원 거리를 찾은 대학생 유모 씨(20)는 “너무 분위기가 한적해서 이태원이 맞나 싶었다. 지난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게 잘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태원 풍선 효과’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홍대, 강남역, 건대입구 등도 평소 주말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건대입구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3)는 “예년에는 10월 한 달 내내 핼러윈 장식을 해놓고 핼러윈 복장을 직원들에게 착용시켰는데, 올해는 소품 등을 창고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학원 강사 사라 씨(33)는 “원래 이맘때 학원에서 항상 핼러윈 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책 축제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 마포구의 권고에 따라 홍대입구역 인근 버스킹존 운영이 이날부터 31일까지 중단됐다. 평소 주말이면 각종 즉흥 연주가 흘렀지만, 이날은 공연 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마포구 관계자는 “이날 외국인 유학생 4명이 핼러윈 분장을 하기 위해 메이크업 장비 등을 펼치는 걸 적발해 철수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 ‘과 단위’ 핼러윈 파티 열기도 하지만 일부 청년은 자체적으로 핼러윈을 즐기기도 했다. 27일 서울의 대학생들이 술집이나 파티룸을 빌려 ‘학과 단위’의 핼러윈 행사를 곳곳에서 열었다. A대학의 과 학생회장인 유모 씨(20)는 “1년에 한 번뿐인 날인데, 작은 이벤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술집을 빌려 핼러윈 장식으로 파티장을 꾸미고 베스트 드레서도 선정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건대 입구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김모 씨(33)는 “이번 주말 파티룸은 4주 전에 예약이 마감됐다. 평상시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는데도 다 나갔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 수료}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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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장 아닙니다”…日 인파사고 경계 강화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 장소가 아닙니다.”27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渋谷)역 하치코 광장.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이는 명소이자 젊은이들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이곳에 초대형 간판이 설치됐다. 시부야 한자 표기 첫 글자인 ‘떫을 삽(渋)’ 자 X 모양을 분홍색으로 크게 강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낮 시간인데도 경찰들이 순찰에 나섰다. 수시로 여기저기 골목을 다니는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고 있어 들뜬 분위기는커녕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부야는 일본 최대 ‘젊은이 거리’로 유명하다. 매년 10월 말이 되면 요란한 복장과 화장을 한 젊은이들이 거리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안 된다’는 대형 간판과 현수막이 거리에 걸렸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시부야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핼러윈 인파가 몰리는 이곳에서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시부야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와 유튜브에 핼러윈 기간 시부야역 인근 방문을 삼가 달라는 동영상을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만들어 올렸다.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사고 같은 일이 시부야에서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시부야역 인근에서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길거리 음주가 금지된다. 이 지역 편의점들은 자체적으로 이 시간에 술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시부야역 앞 명물 하치코 동상에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울타리를 쳐 접근을 봉쇄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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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日서 훔쳐 밀반입된 고려불상 반환을”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친 뒤 국내로 밀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사진)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상 인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불상이 2012년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지 11년 만이다.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는 이 불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으로 고려시대인 14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는데, 2012년 10월 김모 씨 등 한국인 절도범 4명이 간논지에서 훔쳐 부산항으로 밀반입한 후 처분하려다 검거됐다. 간논지와 일본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도난품인 만큼 일본에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석사 측은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라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올 2월 “고려시대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같은 권리주체로 보기 어렵고 이미 간논지가 20년 이상 소유하며 소유권이 넘어갔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며 부석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시효’ 법리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간논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빼앗긴 약탈 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은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무라이 히데키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판결에 따라 조만간 문화재청과 검찰이 실무를 맡아 반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문화유산은 절도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는 되찾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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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日서 훔쳐 밀반입된 고려불상 반환을”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친 뒤 국내로 밀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상 인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불상이 2012년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지 11년 만이다.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는 이 불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으로 고려시대인 14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는데, 2012년 10월 김모 씨 등 한국인 절도범 4명이 간논지에서 훔쳐 부산항으로 밀반입한 후 처분하려다 검거됐다.간논지와 일본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도난품인 만큼 일본에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석사 측은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라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올 2월 “고려시대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같은 권리주체로 보기 어렵고 이미 간논지가 20년 이상 소유하며 소유권이 넘어갔다”며 판단을 뒤집었다.이날 대법원도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며 부석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시효’ 법리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간논지에 있다”고 판단했다.대한불교조계종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빼앗긴 약탈 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은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무라이 히데키 일본 관방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판결에 따라 조만간 문화재청과 검찰이 실무를 맡아 반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문화유산은 절도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는 되찾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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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전기車 ‘콘셉트카’ 선뵐때, 中 ‘시판車’로 격차 과시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 도쿄 모터쇼가 ‘저팬 모빌리티쇼’로 옷을 갈아입고 4년 만에 부활했다. 2019년을 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간 중단된 전시회가 2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언론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를 필두로 혼다 닛산 같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총출동해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선 중국 BYD도 처음 나와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일본 업체들은 언제 생산될지 기약 없는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내놨지만 BYD는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전시하며 벌어진 양국 전기차 격차를 실감케 했다.● 하이브리드 강자 日, 전기차 대거 공개 1990년대 후반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 후발 주자 자리를 탈피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지난해 전기차 1종을 처음 출시한 도요타는 여러 가지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내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가요이바코’, 고객이 제작에 참여하는 트럭 ‘IMV 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T-3e’ 등을 공개했다. 렉서스는 30분 만에 100% 충전해 1000km를 달리는 2026년 생산 예정 ‘LF-ZC’를 처음 선보였다. 참가 기업 중 가장 먼저 차 소개에 나선 사토 고지(佐藤恒治)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당신이 원하는, 당신만의 차를 만드는 것이 차세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미래”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계속 제공하는 게 도요타가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2위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한 무인 전기차 택시를 내놨다. 미베 도시히로(三部敏宏) 혼다 사장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닛산은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미니밴 ‘하이퍼 투어러’를 내놨고, 스즈키는 인도 유럽에서 판매할 소형 전기차 eVX를 선보였다.● 전시장을 안방처럼 휘저은 BYD 준비한 전기차를 총망라하다시피 했지만 일본 전기차의 한계도 드러났다. 도요타 혼다 등이 내놓은 전기차는 대부분 실험 성격이 강한 콘셉트 모델이었다.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어나게 하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엿보였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 전에 이미 자동차(전기차) 시장 재편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2025년이지만 그사이 세계 시장 경쟁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BYD는 벤츠 G바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경쟁하겠다며 지난달 공개한 대형 SUV U8을 선보였고 내년 일본에서 출시할 주행거리 555km 전기차 ‘실’도 공개했다. 류쉐량(劉學亮) BYD저팬 사장은 “일본에서의 새로운 전기차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참가해 현지 업체 대상으로 전기차 아이오닉5 등에 들어간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수주에 나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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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컨셉트카 내놓을 때 중국은 시판차량을… 돌아온 ‘재팬 모빌리티쇼 2023’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 도쿄 모터쇼가 ‘재팬 모빌리티쇼’로 옷을 갈아입고 4년 만에 부활했다. 2019년을 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 간 중단된 전시회가 2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언론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했다.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를 필두로 혼다 닛산 같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총출동해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선 중국 BYD도 처음 나와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일본 업체들은 언제 생산될지 기약 없는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내놨지만 BYD는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전시하며 벌어진 양국 전기차 격차를 실감케 했다.● 하이브리드 강자 日, 전기차 대거 공개1990년대 후반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 후발 주자 자리를 탈피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지난해 전기차 1종을 첫 출시한 도요타는 여러 가지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내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가요이바코’, 고객이 제작에 참여하는 트럭 ‘IMV 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T-3e’ 등을 공개했다. 렉서스는 30분 만에 100% 충전해 1000km를 달리는 2026년 생산 예정 ‘LF-ZC’를 처음 선보였다.참가 기업 중 가장 먼저 차 소개에 나선 사토 고지(佐藤恒治)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당신이 원하는, 당신만의 차를 만드는 것이 차세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미래”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계속 제공하는 게 도요타가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일본 자동차 업계 2위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개발한 무인 전기차 택시를 내놨다. 미베 도시히로(三部敏宏) 혼다 사장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닛산은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미니밴 ‘하이퍼 투어러’를 내놨고 스즈키는 인도 유럽에서 판매할 소형 전기차 eVX를 선보였다.● 전시장을 안방처럼 휘저은 BYD준비한 전기차를 총망라하다시피 했지만 일본 전기차의 한계도 드러났다. 도요타 혼다 등이 내놓은 전기차는 대부분 실험 성격이 강한 콘셉트 모델이었다.충전 시간을 크게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어나게 하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엿보였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 전에 이미 자동차(전기차) 시장 재편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2025년이지만 그 사이 세계 시장 경쟁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BYD는 벤츠 G바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경쟁하겠다며 지난달 공개한 대형 SUV U8을 선보였고 내년 일본에서 출시할 주행거리 555km 전기차 ‘실’도 공개했다. 리우쉐량(劉學亮) BYD재팬 사장은 “일본에서의 새로운 전기차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참가해 현지 업체 대상으로 전기차 아이오닉5 등에 들어간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수주 확보에 나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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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넘쳐, 골라 취업하는 日대학생

    일본 전국에 식당 673곳을 운영하는 외식 대기업 로열 홀딩스는 내년 대졸 사원 5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29명밖에 뽑지 못했다. 기업들의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원자가 적은 데다 기껏 뽑아놔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졸 신입사원만으로 한계를 느낀 로열 홀딩스는 경력사원이나 외국인을 더 뽑을 계획이다. 일본에서 내년 기업에 입사할 취업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미룬 사원 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대졸 예정자들은 기업을 골라서 가는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일본 주요 기업 938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4월 입사가 내정된 대졸 예정자는 올해보다 7.4% 늘어난 12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9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뽑지 못한 인재를 대거 뽑은 데다 운송, 관광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 특수를 맞은 분야에서 대거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팬데믹 회복세가 가장 빠른 호텔과 여행업 채용이 1년 전보다 220% 늘었고 항공(89%), 철도 및 버스업(35.5%) 등도 많이 뽑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보기술(IT) 인재가 많이 필요한 은행업도 채용이 늘었다. 일본 3대 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은 초봉 인상, 채용 분야 확대를 통해 전년보다 31% 늘어난 500명을 선발했다. 자동차, 반도체 같은 제조업 채용도 10%가량 늘었다. 일본은 시중에 돈을 대거 푸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한 이래 10년 넘게 채용 호황이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여러 기업에 합격한 뒤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가는 ‘구직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 조사 대상 기업의 28.5%는 ‘선발 인원 절반 이상이 다른 곳에 가려고 입사를 거절했다’고 응답했다. 이 신문은 “(해외에서 돌아오는) 유턴 기업 확대 등으로 일본 채용 시장은 당분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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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골라서 입사해요”…부러운 日의 채용 호황

    일본 전국에 식당 673개소를 운영하는 외식 대기업 로열 홀딩스는 내년 대졸 사원 5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29명밖에 뽑지 못했다. 기업들의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원자도 적은 데다 기껏 뽑아놔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졸 신입사원만으로 한계를 느낀 로열 홀딩스는 경력사원이나 외국인을 더 뽑을 계획이다.일본에서 내년 기업에 입사할 취업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미룬 사원 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대졸 예정자들은 기업을 골라서 가는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일본 주요 기업 938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4월 입사가 내정된 대졸 예정자는 올해보다 7.4% 늘어난 12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9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뽑지 못한 인재를 대거 뽑은 데다 운송, 관광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 특수를 맞은 분야에서 대거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팬데믹 회복세가 가장 빠른 호텔과 여행업 채용이 1년 전보다 220% 늘었고 항공(89%), 철도 및 버스업(35.5%) 등도 많이 뽑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보기술(IT) 인재가 많이 필요한 은행업도 채용이 늘었다. 일본 3대 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은 초봉 인상, 채용 분야 확대를 통해 전년보다 31% 늘어난 500명을 선발했다. 자동차, 반도체 같은 제조업 채용도 10%가량 늘었다.일본은 시중에 돈을 대거 푸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한 이래 10년 넘게 채용 호황이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여러 기업에 합격한 뒤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가는 ‘구직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 조사 대상 기업 28.5%는 ‘선발 인원 절반 이상이 다른 곳에 가려고 입사를 거절했다’고 응답했다. 이 신문은 “(해외에서 돌아오는) 유턴 기업 확대 등으로 일본 채용 시장은 당분간 활발할 전망”이라고 짚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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