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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청의 서리풀 원두막(트리), 서리풀 이글루, 온돌 꽃자리 의자가 ‘2018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국무총리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형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과 온기 텐트인 서리풀 이글루, 버스정류장 의자를 따뜻하게 하는 온돌 꽃자리 의자는 관리하기 수월하고 디자인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리풀 원두막은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활용한다. 공공디자인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피아니스트 조성진, 김선욱, 선우예권, 한국인 최초의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한국을 빛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콩쿠르 입상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것. 최근 병역 면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1973년 도입된 병역 특례 제도 전반을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병역 면제를 받은 예술인은 280명. 연평균 28명이다. 예술계에서는 병역 면제가 순수예술의 명맥을 잇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76), 한국무용가 조흥동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77), 해금연주가 강은일 단국대 교수(51)가 9월 21일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예술인 병역 면제 정책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신수정=(제자인) 조성진이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서 열리는) 하마마쓰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15세 때 역대 최연소 우승을 하며 병역 면제를 받은 후 심리적으로 크게 안정돼 연주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병역 면제를 받지 않았다면 쇼팽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오늘날의 조성진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해마다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콩쿠르가 줄어 현재 하마마쓰 콩쿠르는 제외됐어요. 이미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콩쿠르의 기회도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조흥동=미세한 근육까지 매일 단련하는 무용수는 군대를 다녀오면 몸이 완전히 달라져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뛰어난 소수만 병역 면제를 받는데 이마저 사라진다면 지금도 남성 무용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무용계는 고사할 겁니다. 실제로 탄광촌 소년이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내용을 그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을 하는데 지원자는 많았지만 정작 발레를 하는 남자아이가 드물어 기획사가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강은일=전통음악이나 한국무용은 그 특성상 국제콩쿠르는 없고 국내 대회만 있어요. 심사의 공정성 등 보완할 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야지, 혜택을 아예 없애는 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습니다. 병역 면제를 받는 예술인들이 연평균 30명 안팎입니다. 이들이 병역보다는 예술로 기여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수정=악기 연주자 역시 손가락 끝 근육까지 섬세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굳어버려요. 탁월한 예술가가 기량을 더 키울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하는데, 거꾸로 이들을 주저앉히는 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에요. 감정적인 대처보다는 전문성을 갖고 정교하게 정책을 결정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면밀히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조흥동=일각에서는 입상 성적별로 점수를 부여해 일정 점수를 넘으면 병역을 면제하는 포인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러나 운동선수는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 자체가 목표인 반면 예술가는 무대에 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콩쿠르는 그 과정일 뿐입니다. 포인트제를 실시하면 콩쿠르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강은일=장래가 불투명하고 취업할 곳이 거의 없어 전통음악을 하는 이들이 큰 폭으로 줄고 있어요.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장르가 적지 않습니다. 병역 면제마저 사라진다면 전통 음악은 맥이 끊어질 겁니다. 형평성이라는 이름 아래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곤란합니다. 진정한 형평성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살폈으면 좋겠어요. ▽신수정=국내에서 주최하는 국제콩쿠르를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에서만 공부한 예술가가 세계무대를 휩쓰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 예술가의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국내에서 주최하는 대회 가운데 역사와 권위를 지닌 대회는 병역 면제 혜택을 유지해야 합니다. 혜택이 유지되면 더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극을 주고, 도전하게 만들어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조흥동=예술이 국민 정서를 고양시키고 나라의 품위를 높인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를 존중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의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산골짜기 외딴집에 사는 금동이. 늘 기운이 없다. 버들도깨비는 금동이가 배가 고파서 그렇다는 걸 알아낸다. 금동이를 따라 학교에 간 버들도깨비. 국어 시간에 시 짓기를 하자 금동이는 금방 써낸다. ‘나는 배고프다./쌀밥에 꽁치 고기 얹어서/배부르게 먹고 싶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금동이는 부엌에서 하얀 쌀밥에 꽁치구이가 올려진 밥상을 발견한다. 쉿, 도깨비가 신통력을 부린 것. 엄마와 금동이는 사이좋게 밥을 먹는다.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가 정겹게 느껴진다. 도깨비에게 빌고 싶은 소원을 마음속으로 하나둘 꼽아 보아도 좋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작은 키에 빼빼 마른 열한 살 소년 버질은 카오리의 집에 가기 위해 숲을 지나다 빈 우물에 떨어진다. 악동 쳇이 버질의 애완동물 걸리버(기니피그)를 넣은 가방을 우물에 던졌고, 버질은 걸리버를 구하러 갔다 못 나오게 된 것. 겁에 질린 버질은 지쳐가고, 이상한 예감이 든 카오리는 여동생 겐, 친구 발렌시아와 숲으로 향하는데…. 버질, 카오리, 발렌시아, 쳇이 각 장의 주인공으로 나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갈 용기도 따스하게 불어넣는다. 2018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김덕수 명인의 사물놀이가 힙합, 스트리트 댄스와 만나 색다른 에너지를 뿜어내는 공연이 펼쳐진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잔디마당에서 30일 열리는 사물놀이 40주년 기념 ‘올 포 원, 원 포 올(All for One, One for All)’이다. 한국 스트리트 댄스 1세대인 박성진 씨가 안무감독을, ‘듀스’로 활동한 이현도 씨와 ‘앙상블 시나위’의 리더 신현식 씨가 음악감독을 각각 맡았다. 사물놀이를 만든 김덕수 예술감독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를 제패한 방탄소년단이 ‘얼쑤 좋다’ 같은 우리 추임새를 넣어 큰 사랑을 받는 것처럼 장단은 세계 공통어”라며 “40년 동안 진화하고 혁신한 사물놀이가 여러 음악, 춤, 소리와 어울려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버스킹 난장’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자유, 저항, 사랑과 평화라는 주제에 맞춰 양주별산대춤, 북청사자놀음, 판소리, 힙합, 스트리트 댄스 등이 어우러진다. 흥부가, 구음(口音)살풀이를 선보이는 안숙선 명창은 “더 많은 사람이 무대에 서는 방법을 고민하다 탄생한 창극이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장르가 된 것처럼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 고유의 틀을 유지하면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19개 전통유산 가운데 아리랑, 종묘제례악 등 12개로 구성된 공연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는 다음 달 6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첫날에는 기타리스트 함춘호 씨가 소리꾼 민은경 씨,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500명과 아리랑을 선보인다. 이들 공연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했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전통문화와 다른 장르의 예술이 융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깊어질수록 전통문화는 진화하고 더 그윽해질 수 있다”며 “이번 공연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이 매달 발간하는 홍보 간행물인 월간 코리아(KOREA)가 산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2018국제비즈니스대상(IBA)의 출판물 정부 부문과 웹사이트(e메일 뉴스레터) 분야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했다. 출판물 홍보부문에서는 동상을 받았다. 월간 코리아(KOREA)는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간행물로, 한국의 예술 음식 관광 등을 주제로 매달 1만2000권을 만들어 국내외 외국인 독자에게 배포한다. 올해부터는 웹진으로도 제작해 독자에게 e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국제비즈니스대상은 미국 스티비 어워드사가 매년 전 세계 기업과 전문가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16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는 제도다. 해외문화홍보원은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수준 높은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우리 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최종원 배우, 조선희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박종관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위는 고 황현산 전 위원장이 건강 문제로 취임 3개월 만인 올해 3월 초 자진 사퇴한 후 5개월 넘게 수장 자리가 비어 있다. 위원장 공모에는 14명이 지원해 7명이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16일 면접심사로 최종 후보자를 3∼5명으로 압축한 후 인사검증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한다. 최종원 씨는 제18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도종환 당시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도 맡았다. 그러나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시행될 때 이를 방관하고 비판에도 동참하지 않았다며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사퇴를 요구해 공동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씨네21 편집장 출신인 조선희 씨는 한국영상자료원장,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했다. 임정희 씨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두 사람은 다양하게 활동한 데다 여성이라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관 씨는 예술위 초대 위원, 예술공장 두레 이사,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역량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캘리그래퍼인 김효은 작가(44)는 지난해 11월 조각가, 서양화가 등 예술가 13명과 인도네시아 발리와 제주도를 여행했다. 당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작가들과 함께 올해 1, 2월 서울과 제주에서 ‘지표적 상징’ 전시회를 열었다. 제주 토박이인 김 작가는 “발리 현지인들이 아침마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성황당이 곳곳에 있는 제주가 떠올랐다. 신과 함께하는 섬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자 제주가 새롭게 보였다”고 말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충남문화재단 등 4개 문화재단은 지난해 하나투어와 함께 예술가들이 미얀마, 태국, 베트남, 발리와 부여, 인천 등을 여행하고 전시회를 여는 작업을 진행했다. 김 작가는 “분야가 다른 예술가와 교류할 기회가 적은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 문화재단이 협력해서 문화의 향기를 퍼져 나가게 만드는 예술후원이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GS칼텍스,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이 후원금을 내면 문화예술위원회가 그와 동일한 금액을 더해 예술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지원사업’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완화의료 프로그램인 ‘꿈틀꽃씨’의 이혜령 코디네이터는 어린이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인형극장 언제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2015년부터 매년 9∼12월 병원에서 인형극, 마술쇼, 뮤지컬 등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코디네이터는 “오랜 치료에 지치고 갑갑해하던 아이들이 공연을 보며 너무나 즐거워하고 부모님도 그때만큼은 한숨을 돌릴 수 있어 손꼽아 기다리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위원회가 벽산엔지니어링의 후원을 받아 종로문화재단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 상문동 벽산2차솔렌스힐 아파트의 콘크리트 외벽에는 초록빛 언덕 위에서 아이가 책을 읽거나 지구본과 함께 프랑스 에펠탑,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펼쳐진 벽화가 지난해 설치됐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김지원 씨(41)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길이 삭막해 마음에 걸렸는데 아기자기한 벽화 덕분에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아이들도 ‘길이 예뻐졌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명 음대인 에콜 노르말 드 뮈지크를 지난해 최연소(14세)에 6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피아니스트 김두민 군(15)은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은 2013년부터 기부금을 모아 현재 피아노, 발레, 현대무용 등을 전공하는 예술 영재 6명을 지원하고 있다. 차화준 예술위 문화예술후원센터장은 “크라우드 펀딩(다수가 조금씩 투자금을 모으는 것)을 활성화해 예술가들이 보다 수월하게 지원을 받고 관심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도 확대해 나가겠다”며 “꾸준히 후원하는 분들을 ‘리더스 클럽’ 회원으로 위촉하고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이름을 게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들에게 후원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고 후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실무적인 절차에 대해서도 교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푸치니(1858∼1924)가 오페라 ‘라 보엠’과 ‘나비 부인’을 작곡한 아름다운 이탈리아 호숫가 마을 토레델라고, 어린 시절을 보낸 중세 고도 루카, 음악원을 다니며 공부했던 밀라노…. 책장을 열면 푸치니의 발길이 닿았던 마을과 호수, 성당의 사진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그의 인생과 작품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푸치니는 어릴 적 교사에게서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바지를 닳아 없애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 같습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도피하는 등 욕망을 채우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타고난 감수성과 열정에 노력과 집념을 더해 예술계의 기류를 재빠르게 파악하며 명작을 차례로 탄생시켰다. 저자는 푸치니가 거닐었던 동선을 직접 다니며 주변 풍경을 묘사하고 작품 속 노래를 떠올린다. ‘토스카’의 1막 무대인 로마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교회, 2막 무대 파르네제 궁전, 3막 현장인 산탄젤로 성을 차례로 방문하며 유명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을 소개한다. ‘토스카’가 현장에서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이탈리아로 떠나 푸치니의 숨결을 느끼고 향긋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거장의 삶과 예술을 그들이 머무른 곳과 함께 소개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개성공단의 일상을 조명한 ‘개성공단’ 전시회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다. 김봉학프로덕션, 무늬만커뮤니티, 양아치, 유수, 이부록, 이예승, 임흥순, 정정엽, 제인 진 카이젠, 최원준 작가가 참여해 10년 넘게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한 공간을 해석했다. 이부록 작가의 ‘로보다방’은 북한 노동자에게 제공한 ‘로동보조물자’ 가운데 커피믹스를 마시는 가상의 카페다. 카페에는 미싱 테이블들이 놓여져 있다. 테이블보에는 ‘납기는 생명, 품질은 자존심’, ‘질 좋은 제품이 폭포처럼 쏟아지게 하자!’ 등 개성공단의 생산 표어를 새겼다. 미싱 테이블은 남북 노동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공단의 잃어버린 시간을 논의할 곳을 상징한다. 정정엽 작가의 ‘정상출근’은 4m의 시폰 천에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먹으로 그린 연작이다. 개성공단 출근 영상을 보고 만든 작품으로, 노동자들이 다시 출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임흥순 감독의 ‘형제봉 가는 길’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기원하며 기업인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한 퍼포먼스에 사용한 물품을 가지고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는 과정을 촬영한 작품이다. 무료. 9월 2일까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 <전보> ▽과장급 △체육진흥과장 왕기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운영지원과장 박창현 △한국정책방송원 방송보도부장 정상원}

‘황현산…’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73)가 우리 사회 면면을 지그시 때로 예리하게 들여다본 후 에두르지 않고 직진하며 쓴 산문집이다. 고용 문제로 괴로워하던 아파트 경비원이 자기 몸에 불을 지르고 숨진 참사를 보며 탄식한다. ‘사과나 위로금 따위가 어찌됐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그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 섬에 가고 싶다’로 끝나는 정현종의 짧은 시 ‘섬’, 사실상 섬에 가기로 하며 끝나는 소설 ‘홍길동전’처럼 문학 작품에서 섬은 이상향을 노래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섬으로 만들고 겹겹이 철벽을 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평가에서 똑같은 예체능계 학과라도 4년제 대학은 취업률 예외를 인정하는 반면 2년제 대학에는 적용되지 않는 웃지 못 할 현실도 비판한다. 2년제 대학은 설립 취지가 전문 직업인 양성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가장 자유로운 언어로 내밀하게 사고해야 할 인문학 수업을 영어로 하라고 강요하는 현실도 꼬집는 등 사회, 문화, 교육은 물론 정치 분야까지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김혜순 시집 ‘피어라 돼지’,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미당 서정주 전집’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담았다. 쉬운 언어로 자유로우면서도 깊은 사유를 풀어냈다. ‘말도로르…’는 악을 예찬한 문학사의 반항아 프랑스 작가 로트레아몽(1846∼1870)의 장편 산문시집을 저자가 암 투병 중에도 공들여 번역한 책이다. 창조주와 인간을 향한 말도로르의 잔인한 복수와 반항이 소름 끼치도록 기묘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해설’을 통해 말한다.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의 모든 유산을 그 두뇌 속에 끌어안고 그것들을 즉각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며 한편으로는 재검토했다.…시 본래의 기능이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파멸이 예정된 것을 알고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구월이 그런 사람입니다.” ‘미실’, ‘탄실’, ‘논개’ 등으로 유명한 김별아 소설가(49)는 14번째 장편소설 ‘구월의 살인’(해냄·1만4000원·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비 구월이 자신의 남편을 잔인하게 죽인 주인 김태길을 한양 한복판에서 살해한 사건을 추리 기법으로 썼다.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 작품들처럼 구월 역시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인물이다. 김 작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6일 열린 간담회에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효종 즉위년인 1649년에 벌어졌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승정원일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한 39개 기록을 확인하며 단순한 살인 이상의 사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제목에서부터 공개됐지만 구월이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계획했는지, 조력자들과 어떻게 손잡게 됐는지 등이 형조 관원의 수사를 통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릴 때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팬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내 패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와 ‘밀당’하는 기분이었어요. 17세기 이후 조선은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주인과 노비는 물론이고 남성과 여성, 적자와 서자 간 차별이 심화됐어요. 변화하는 사회에서 운명에 저항하는 개인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역사소설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현대의 삶은 너무 얄팍하잖아요. 역사는 삶을 두텁게 느낄 수 있게 하거든요.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그 시대의 공기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년 넘게 소설을 쓸 수 있어 행복했다는 그는 이 시대 문학의 역할과 후배 작가들의 척박한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젊은 작가 40명 가운데 첫 책을 출간할 4명을 뽑는 심사에 참여했어요. 너무나 빛나는 작품들을 썼는데 출간 기회는 단 4명에게만 줄 수 있다니…. 피눈물 나는 심사였습니다.” 그는 작가들이 시대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며 한국 문학을 더 많이 읽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간절함이 전해져 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나 피부 관리해야 해.” 10대 초반의 한여름 날, 동네 친구들이 물놀이를 가려 하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저자의 집 소파에 드러누웠다. 골형성부전증으로 걷지 못하는 저자를 위한 행동이었다. 물놀이가 싫을 리 없는 친구의 마음을 안 저자는 “헛소리 말고 빨리 가라”며 연거푸 등을 떠민다. 친구는 못 이기는 척 나가더니 만화책 몇 권을 주고는 서둘러 떠났다. 저자는 이를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에 화답하는 상호작용인 ‘존엄을 구성하는 퍼포먼스’라고 말한다. 지체장애 1급인 저자는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사회학과,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다. 15세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그는 장애인을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데 문제 제기를 하며 차근차근 변론해 나간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작은 키, 높지 않은 지능, 아토피 피부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도 마찬가지다. 인종, 성별도 그렇다. 이렇게 태어났다고 해서 이를 잘못된 삶이라 규정할 수 없다. 그리고 묻는다. 태아의 장애를 간단한 시술로 고칠 수 있다면 이를 시행해야 하는가. 의사가 태아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해 장애아가 태어났다면 소송을 제기하는 게 옳은가. 법정 분쟁, 실제 사건은 물론 문학, 영화를 넘나들며 장애가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동권’, 소변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오줌권’ 등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장애인은 너무나 어렵게 확보해야 하는 현실도 지적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결핍을 지녔다. 이 취약함이 장애인, 비장애인을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분모임을 짚어내는 지점은 강렬한 깨달음을 준다. 버스를 타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장애인과 노인을 쳐다보지 않는 ‘예의 바른’ 무관심, 따돌림을 받아 홀로 남겨진 이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등 일상에서의 존중이 확대돼 법과 제도로 안착되고 이는 다시 일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길 가슴 깊이 응원하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녀가 한 명 이상 있고, 10년 이내에 아이를 셋 이상 둔다고 자필 서약서를 내야 부부가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아파트가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나가야 한다. 구병모 소설가(42·사진)는 새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에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고육책으로 내놓은 이 실험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네 가구의 공동육아를 비판적으로 그렸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 씨는 “아이를 키우며 육아가 엄마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공동육아가 가능한지 질문하게 됐다. 과거 정부에서 ‘가임기 여성 출산 지도’를 발표한 걸 보고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여기는 위정자들의 인식을 다시 확인하자 집필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등 환상성이 짙은 작품을 주로 선보여 온 그는 ‘네 이웃…’에서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네 가정은 공동육아를 하지만 육아의 대부분을 떠맡는 건 엄마들이다. 약국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요진은 반찬 만드는 날 순서가 돌아오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음식을 한다. 일거리가 없어 집에서 주로 지내는 남편은 요리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육아를 하는 이들이 낸 책을 봐도 엄마들 위주로 아이들을 키우더라고요. 마을이든, 가정이든 집중적으로 육아를 책임지는 사람이 늘 존재하죠. 한 사람이 ‘돌봄 노동’을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 절망을 갖고 쓴 작품입니다.” 네 부부가 참여하는 공동육아는 점점 균열이 생긴다. 그는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부당함과 불편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산부인과 검사대에서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말아야 하고 워킹맘은 두 배로 일하는 게 당연한 반면 전업주부의 노동은 평가 절하된다. 작품에서는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은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출산율’ 대신 ‘출생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출산율은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이런 의미에서 ‘네 이웃…’은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현실에 대한 우울한 자화상인 동시에 페미니즘 소설로도 읽힌다. “가정, 이웃을 결코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관념을 전복하는 게 문학의 역할이니까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단점이 많고 불안정하게 묘사한 건, 결함을 지닌 존재 그 자체가 인간임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1453년 비잔틴 제국 최후의 순간을 깊이 있게 담은 ‘다시 읽는 술탄과 황제’를 만화로 풀어냈다. 대군을 이끌고 온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와 천년 제국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선 비잔틴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벌인 치열한 공방전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같은 사건을 술탄과 황제의 시각에서 각각 조명했다. 대규모 전투 장면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두 리더의 고뇌와 결단도 세밀하게 짚었다. 역사적 사건을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저승에서 빨리 데리러 와야 하는디.” 87세의 외할아버지는 오늘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백수인 28세의 겐토는 할아버지의 말이 진심인지 의아하다. 홀로 돈을 버는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던지는 말에는 점점 날이 선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해도 온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할아버지를 보던 겐토는 문득 할아버지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진정 세상을 떠나길 원한다면 도와드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간병일을 하는 친구에게서 과하게 간병을 하면 환자의 신체 기능이 쇠약해져 죽음에 이른다는 말을 들은 겐토는 할아버지를 밀착 간병하기 시작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케이크와 차를 냉큼 갖다 드리고 빨래 개기, 청소도 대신 해드린다. 할아버지의 뇌세포를 둔하게 만들기 위해 겐토가 정성을 쏟는 모습은 한 편의 희극 같다. 한데 이런 겐토의 생각은 정면으로 펀치를 맞는다. 단기 요양시설에 간 할아버지가 젊은 여성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여성의 몸을 더듬는 장면을 목격한 것. 욕조에서 목욕하다 균형을 잃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할아버지를 일으켜 드리자 “죽을 뻔했어”라며 안도한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성욕을 느끼는 남자이며 생에 강렬하게 집착하고 있던 것이다! 고령의 가족과 함께 사는 이의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안쓰럽다가도 짜증이 나고, 미안해지지만 다시 벌컥 화를 내게 되는 일상이 세밀화처럼 담겼다. 세대 갈등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가족의 입장에서, 또 사회의 일원으로서 고령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건조하면서도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분명한 건 시간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다는 사실이다. 원제는 ‘Scrap and Build’. 비능률적인 설비를 폐기하고 최신 시설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소설가 이기호는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헐값에 나온 자기 책을 발견한다. 심지어 더 높은 가격의 책 다섯 권을 사면 자기 책을 무료로 준단다. 코멘트는 이렇다. ‘이기호/병맛 소설, 갈수록 더 한심해지는, 꼴에 저자 사인본.’ 광주에 사는 그는 책을 내놓은 이가 누군지 확인하려 KTX를 타고 경기 고양시 일산까지 달려간다. 작가의 실제 경험일까.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의 새 소설집은 늘 웃음기 가득했지만 진지한 얼굴로 돌아온 사람 같다. 용산 참사 때 현장에 가지 않았던 크레인 기사, 돈을 돌려받으려 아파트 앞에서 말없이 피켓을 들고 있는 게 전부지만 점점 사람들에게 원인 모를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남자, 불륜 사실을 고백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편을 죽인 여성…. 7개의 단편은 윤리와 수치, 모욕, 조건 없는 환대에 대해 차례로 질문을 던진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삶 속에서 당신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노련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단숨에 책을 읽어내게 만든다. 찌질한 속내가 드러나고, 한 편의 시트콤 같은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실감나게 펼쳐져 간혹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이기호의 말’에서 다시 묻는다. 진실이 눈앞에 도착했을 때 얼마나 뻔하지 않게 행동할 수 있냐고. 그리고 말한다. 자신은 아직 멀었다고. 고해성사 같은 이 문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니 첫 페이지부터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듯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의 말처럼 책과 소설은 인간에게 윤리와 수치를 가르칠 수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흡입력 있는 이야기의 향연은 세상과 나, 타인을 적어도 한 번쯤은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된 거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올해 4월 열린 남북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가수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르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라구요’는 남한에서 많은 이들이 즐겨 쓰지만, 실은 중부 사투리다. 표준어는 ‘라고요’다. 복수표준어를 폭넓게 허용하는 북한에서는 둘 다 표준어, 즉 문화어다. ‘까발기다’(표준어 까발리다), ‘또아리’(똬리), ‘수리개’(솔개), ‘아지’(가지)도 남한에서는 사투리지만 북한에서는 문화어다.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기자인 저자는 이처럼 우리말과 글의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짚어냈다. 이 책은 2014년 1월부터 3년 3개월간 본보에 연재했던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를 엮었다. 순서에 관계없이 손 가는 대로 펼쳐 읽다 보면 상식이 하나둘 쌓인다. ‘헤이즐넛’은 우리말로 개암이다. 그러니까 헤이즐넛 커피는 ‘개암 커피’다. 저자는 표준어를 강요하지 않는다. 말의 주인은 언중(言衆)이기에, 생명력을 유지하는 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 최상급의 의미로 많이 쓰는 ‘역대급’에서 ‘역대’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을 뜻하기에 ‘역대 최고급’이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계속 사용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단다. ‘자장면’ 뿐 아니라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지만 ‘짬뽕’은 상황이 좀 다르다. ‘짬뽕’은 표준어이긴 하지만, 사전에서는 듣기에도 생소한 ‘초마면’으로 순화해 사용하라고 권한다. 중국 음식에서 유래돼 그렇다는데, 서로 다른 것을 뒤섞었다는 뜻으로도 사용하는 ‘짬뽕’이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새삼 의아하다. 말과 글의 뿌리를 파고들고, 새로 태어난 말을 찬찬히 살피며 더 좋은 표현을 고민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말의 묘미에 빠져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다이어트 요리 전문가인 니모(본명 김지영) 씨가 ‘니모의 더 맛있는 다이어트 레시피’(동아일보사·1만6800원·사진)를 출간했다. 저자는 영양가 있고 맛도 좋으면서 칼로리는 낮은 음식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유명해졌다. 저자는 각 장마다 주요 재료 5가지로 만든 레시피를 정리했다. 고구마, 닭가슴살, 견과류, 토마토, 잎채소로는 ‘으깬 고구마 샐러드’, ‘따뜻한 카프레제’ 등을 만들 수 있다. 얇게 두드려 편 닭가슴살로 고구마 스틱을 돌돌 말아 올리브 오일을 살짝 바른 뒤 팬에 익혀 방울토마토, 잎채소,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이면 ‘닭가슴살 고구마롤’이 된다. 통곡물빵, 달걀, 아보카도, 양파, 당근을 활용해 ‘아보카도 카나페’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오트밀, 콩, 두부, 애호박, 해조류로는 ‘팽이버섯 콩국수’를 할 수 있다. 이들 요리는 모두 1인분 기준으로 500Cal 이하다. 혼밥족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도 담았다. 완조리된 닭가슴살을 잘라 단호박죽과 다진 마늘을 넣어 섞은 뒤 모차렐라 치즈를 올리고 바질 가루를 뿌려 전자레인지에 1분∼1분 20초 정도 돌리면 ‘단호박 그라탕’이 완성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