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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현지 시간)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 같은 단일 시장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발전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일 경제연합체가 본격화하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라는 한일 양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 위협에 따른 안보 위협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최 회장은 이날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에서 개최한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려왔으나 지금은 그 혜택이 사라지고 있으며 큰 시장이던 중국은 이제 강력한 경쟁자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문제와 인구 감소, 낮은 경제성장률 문제에 함께 직면해 있으며 지금의 경제적 위상을 더 이상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EU 같은 경제 협력 모델”이라고 밝혔다.이날 TPD에 참석한 한미일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도 한일 및 한미일 경제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비롯한 한미일 3국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한미일이 5, 6개 핵심 기술을 지정해 공급망 상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경제 보복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무엇이 가장 민감하고 우선순위에 있는 기술인지 공동 리스트를 만들어 이 기술들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재료와 공급망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성환 전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에 대해 ”한일 정부가 독일과 프랑스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 같은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한일 정부가 이를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한미일) 3국 협력을 총괄하고 조율할 수 있는 3국 협력 사무국을 조속히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도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에 “매우 좋은 생각”이라며 “한일 간 가장 중요한 분쟁 해결 메커니즘부터 시작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최 회장은 이날 그룹 경영진 개편에 대해 “새로운 경영진에게, 또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오는 것”이라며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예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은 3일(현지시간) 홍해 해역에서 미 해군 구축함 한 척과 세 척의 상선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무장단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일시 교전중단이 깨지자 이란 지원 무장단체와 미군간 충돌 위기가 다시 고조된 것이다.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홍해 남부 국제수역에서 3척의 상선에 대한 4건의 공격이 있었다”며 “미 구축함 USS 카니호가 상선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부군사령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오전 9시 15분부터 5시간 동안 이어졌다.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거주 영국인이 소유한 상선 세 척에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 척을 명중 시켰다. 미군이 USS 카니호를 현장에 출동시켜 지원에 나서자 후티 반군은 구축함을 통해 드론을 출격 시켰으나 미군에 의해 격추됐다.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된 뒤 후 차례 이스라엘이나 서방 선박을 공격해 나포했지만 미 군함을 공격한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해 해역 작전 선박에 대한 최근 군사 공격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군은 후티 반군 드론이 애초부터 미 구축함을 공격하기 위해 출격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공격으로 전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이란과 이란 지원 무장단체들과의 충돌로 인한 긴장도 재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번 공격은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란의 지원으로 가능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해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고 지목했다.실제로 이날 시리아와 이라크 미군 기지에도 공격 시도가 이어졌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날 이라크 북부 미군 기지 공격을 준비하던 이라크 무장세력 5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의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터리 소재·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과 적극 협력해 온 한국 기업들은 단기간 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일(현지 시간) IRA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외국 우려 기업(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중국 기업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우려 기업으로 분류돼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합작법인(JV)인 경우 중국 측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도 중국의 영향력을 지분 25%로 제한한 것이다. 2025년까지 총 5000억 원이 투입될 LG화학의 경북 구미 양극재 공장은 중국 화유코발트가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생산제품을 북미 시장용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려면 LG화학은 내년 말까지 최소 24%포인트의 지분을 화유코발트로부터 사와야 한다. LG화학은 “전북 새만금, 모로코, 인도네시아 등에서 화유 측과 지을 예정인 양극재 공장도 당장 지분율 조정에 나서야 한다”면서 “고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수천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했다. 중국 CNGR, 화유코발트 등과 협력 중인 포스코그룹도 합작사 지분 조정은 물론이고 특정 공장 제품은 북미 외 지역용 배터리에만 판매하거나 비중국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핵심 광물 등 공급처 다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측은 다만 “세부 규정 발표로 기업의 경영·투자 불확실성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中과 합작’ 韓 배터리-소재 기업, 지분 조정-사업전략 수정 불가피 美 “中지분 25%이상땐 보조금 제외”지분 추가확보 등 수천억 투자 부담자금조달 방법 변경 등 ‘발등의 불’“예상수준… 불확실성 해소” 해석도 “생산 과정에 중국의 비중을 낮추거나, 합작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결국 기업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배터리 소재업체 A사 관계자) 1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외국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안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일부 긍정적 해석도 나오지만 기업들의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모두 수정해야 해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공급망을 확보해 오던 곳들이다. 한국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핵심광물 등의 확보 채널 다각화를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협력해 왔는데 보통 ‘50 대 50’ 혹은 ‘51 대 49’로 지분을 보유해 왔다. 하지만 미 정부가 중국 측이 지분이나 의결권을 25% 이상 보유할 경우 사실상 중국 통제하에 있는 기업으로 간주하면서 지금 상태로는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셈법 복잡해진 한국 기업 LG화학은 경북 구미 양극재 생산법인(LH-HY BCM)의 지분 49%를 올 4월 22일 중국 화유코발트의 양극재 자회사에 넘겼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2025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연 6만 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포항에 황산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니켈 정제법인을 세운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의 중간 소재인 전구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1위 전구체 기업인 중국 CNGR과 손잡았다. CNGR은 니켈 정제법인 지분 40%, 전구체 생산법인 지분 80%를 갖고 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LG화학과 포스코그룹이 생산한 배터리 소재를 북미 배터리·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경우 IRA FEOC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한 소재를 미국이 아닌 시장에 공급하거나, 합작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합작 파트너와 협의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확보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천억 원 이상의 투자 부담이 생긴 셈이다. 아직 업무협약(MOU) 단계인 기업들 역시 사업 전략이나 자금 조달 방법 등의 전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야화와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채굴 협력을 준비 중이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와 전북 세만금에 총 1조2100억 원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불확실성은 해소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손잡는 것은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의 60%, 니켈의 65%, 코발트의 68%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또 중국 시장이 유럽, 북미와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LG화학은 올 4월 실적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화유코발트와 협력하는 것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FEOC 규정이 중국 회사의 완전한 배제라면 지분 전량 인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반도체법과 같은 수준인 지분 25% 제한에 대해 ‘예상했던 수준이라 다행’이라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수준이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인구가 감소했던 때보다 빠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2일(현지 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추락한 것에 대해 “한국은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인구 감소의 놀라운 사례연구(case study) 대상”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다우섯은 2009년 NYT에 최연소 칼럼니스트로 합류했으며, 정치 종교 교육 등에 관해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다우섯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7명이라는 것은 “200명이었던 인구가 다음 세대엔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면서 “두 세대를 거치면 200명이 25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인구 붕괴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우섯이 인용한 소설 ‘스탠드’ 속 전염병의 치사율은 99%에 이른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이렇게 낮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2060년대 후반까지 인구가 3500만 명 미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정도 감소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급격한 경제 쇠퇴, 유령도시와 폐허가 된 고층 건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층의 해외 이주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우섯은 “한국이 실전 배치된 군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언젠가 현재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의 침공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다우섯은 한국의 낮은 출산율 원인으로 학업 경쟁 등 교육 문제와 낮은 혼외출산율 등 문화적 보수성과 남녀 갈등, 정보기술(IT) 발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례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韓 저출산 방치땐 2050년대 마이너스 성장” 한은 초고령사회 영향 보고서“청년들 고용-주거-양육 불안이 원인정책지원-노동시장 개선 나서야”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문제를 방치하면 2050년대에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혼율 증가가 저출산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청년들의 고용 및 주거 불안 등을 해소해 출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2050년대 한국 경제 성장률은 68% 확률로 0%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70년에는 90%의 가능성으로 총인구가 4000만 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저다. 한은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한국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46.6%로 OECD 평균(54.6%)보다 현저히 낮다. 청년층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지난해 41.4%로 증가해 일자리 질마저 악화됐다. 실제 미혼자 1000명 중 35.7%는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취업과 생활 안전, 집 마련 문제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한은은 △가족 관련 정부 지출 △육아휴직 실제 이용 기간 △청년 고용률 △도시 인구 집중도 △혼외출산 비중 △실질 주택가격 지수 등 6개 출산 여건을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한국 출산율은 0.78에서 1.6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문제를 개선하는 구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완화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냉전시대 서방 국가들이 공산권에 대한 전략물품 수출을 막던 틀인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COCOM·코콤)’와 같은 다자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등 동맹국이 참여하는 대(對)중국 다자 수출 통제 체제인 ‘신(新)코콤’ 체제 추진을 공식화하며 중국과의 기술 전쟁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2일(현지 시간)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이 AI를 따라잡도록 놔둘 수 없다”며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수출 통제에 대한 다자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은 매일 아침 어떻게 하면 우리 수출 통제를 우회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매일 아침 동맹국과 통제를 강화하고 집행하는 데 더욱 진지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냉전시대 코콤과 비슷한 일종의 다자간 접근 방식을 취하는 이유”라고 했다. 코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 무기와 핵기술이 옛 소련과 공산국가들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본, 호주가 참여한 수출 통제 체제다. 미국 등 서방은 냉전이 종식되자 1994년 코콤을 해체하고 1996년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해 테러단체들에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 수출을 통제하는 ‘바세나르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으로 바세나르 체제가 유명무실화되자 코콤처럼 미국의 동맹국이 참여하되 바세나르처럼 전략기술의 수출을 규제하는 신코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추가 규제는 물론이고 바이오와 슈퍼컴퓨터, 클라우드컴퓨팅 등으로 수출 통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동참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가 동맹국 참여 없이 미국 기업 수출을 규제하면 문제가 커진다”며 “중국이 독일과 네덜란드, 일본,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얻는다면 미국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강대국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냉전의 열전화’를 막았던 미국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0세. 헨리 키신저 협회는 이날 “키신저 전 장관이 코네티컷주(州)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핑퐁외교를 통해 ‘죽(竹)의 장막’으로 가려져 있던 중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소련과는 ‘데탕트(détente·긴장 완화)’를 조성하는 등 국제질서를 바꾸고 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반열에 올린 외교의 거목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강대국 중심 외교로 약소국의 비극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있다.● 두 정부에 걸쳐 안보보좌관-국무장관15세 때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키신저 전 장관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1923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나치의 탄압이 심해지자 1938년 가족과 함께 미 뉴욕으로 이주했다. 당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지만 공장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학습해 이주 2년 만에 뉴욕시립대(CUNY)에 진학했다. 회계사가 되려던 그의 꿈을 바꿔놓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독일 정보 수집 임무를 맡은 그는 연합군 점령지에서 나치 대원들을 색출하는 데 공을 세워 청동무공훈장을 받았다. 키신저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박해받던 유대인이 20대 초반 나치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휘두르며 키신저는 권력지향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하면서 본격적인 외교무대에 섰다. 이후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1977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내며 약 8년에 걸쳐 세계 질서를 혁명적으로 바꿨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69년 냉전시대의 라이벌인 소련과 핵군축 협상을 시작했다. 쿠바 미사일 사태를 거치며 짙어진 핵 공포 속에 추진된 미소 데탕트는 1972년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타결로 이어졌다. 1971년에는 두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간 첫 미중 정상회담을 끌어냈다. 한반도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 197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그는 “북한 및 북한의 동맹국이 대(對)한국 관계 개선 조치를 취하면 한미도 상응 조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자신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미중, 미소 데탕트의 흐름 속에 주변 강대국을 움직여 한반도 냉전 구조를 깨려는 제안을 한 셈이다. 그가 탈냉전을 추구한 것은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을 통한 불완전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현실주의적 소신 때문이었다. 정치학자 로버트 캐플런은 키신저를 가리켜 “미국이 펼치고 싶은 게 아닌, 펼쳐야만 하는 외교정책을 펼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강대국 중심’ 외교에 대한 논란도 키신저 전 장관은 1973년 미군 철수와 남북 베트남 정전협정 체결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해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4차 중동전쟁이 벌어지자 중동 각국을 활발하게 오가며 중재 활동을 벌여 휴전을 이끌어냈다. 외교적 중재를 위해 여러 국가들을 번갈아 방문하는 ‘셔틀외교’라는 말도 이때 만들어졌다.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러 정권에 걸쳐 대통령 외교자문으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9·11테러 대응 자문을 맡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했으며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땐 크림반도의 러시아 할양을 통한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강대국 중심 외교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키신저 전 장관은 남북 베트남 정전협정을 위해 민간인 50만 명의 사망으로 이어진 캄보디아 폭격을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중 데탕트를 위해 중국의 지원을 받은 파키스탄의 방글라데시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는 ‘빅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하버드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상황은 언제든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남길 유산(legacy)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대국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냉전의 열전화’를 막았던 미국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29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0세. 헨리 키신저 협회는 이날 “키신저 전 장관이 코네티컷주(州)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핑퐁외교를 통해 ‘죽(竹)의 장막’으로 가려져 있던 중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소련과는 ‘데탕트(detente·긴장완화)’를 조성하는 등 국제질서를 바꾸고 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반열에 올린 외교의 거목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강대국 중심 외교로 약소국의 비극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있다. CNN은 “키신저는 미국 외교를 지배한 인물인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두 정부에 걸쳐 안보보좌관-국무장관 15세 때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키신저 전 장관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꼽힌다. 1923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나치의 탄압이 심해지자 1938년 가족과 함께 미 뉴욕으로 이주했다. 당시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지만 공장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학습해 이주 2년 만에 뉴욕시립대(CUNY)에 입학했다.회계사가 되려던 그의 꿈을 바꿔놓은 것은 2차 세계대전이었다. 독일 정보수집 임무를 맡은 그는 연합군 점령지에서 나치 대원들을 색출하는 데 공을 세워 청동무공훈장을 받았다. 키신저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잭슨은 “박해받는 유대인이었다가 20대 초반 (나치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휘두르며 키신저는 권력지향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키신저는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하면서 본격적인 국제 외교무대에 섰다. 이후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선 1977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내며 약 8년에 걸쳐 세계질서를 혁명적으로 바꿨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69년 냉전시대의 라이벌인 소련과 핵군축 협상을 시작했다. 쿠바 미사일 사태를 거치며 짙어진 핵 공포 속에 추진된 미소 데탕트는 1972년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타결로 이어졌다. 1971년에는 두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이듬해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끌어냈다.한반도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 197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그는 “북한 및 북한의 동맹국이 대(對)한국 관계 개선 조치를 취한면 한미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자신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미중, 미소 데탕트의 흐름 속에 미국, 소련, 중국 등 강대국을 움직여 한반도 냉전 구조를 깨려는 제안을 한 셈이다. 그가 탈냉전을 추구한 것은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을 통한 불완전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현실주의적 소신 때문이었다. 정치학자 로버트 캐플린은 키신저 전 장관을 가리켜 “미국이 펼치고 싶은 것이 아닌, 펼쳐야만 하는 외교정책을 펼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강대국 중심’ 외교에 대한 논란도키신저 전 장관은 1973년 미군 철수와 남북 베트남 정전협정 체결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해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4차 중동전쟁이 벌어지자 중동 각국을 활발하게 오가며 중재 활동을 벌여 휴전을 이끌어냈다. 외교적 중재를 위해 여러 국가들을 번갈아 방문하는 ‘셔틀외교’라는 말도 이때 만들어졌다.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러 정권에 걸쳐 대통령 외교자문으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9·11테러 대응 자문을 맡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으며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땐 크림반도의 러시아 할양을 통한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하지만 강대국 중심 외교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키신저 전 장관은 남북 베트남 정전협정을 위해 민간인 50만 명의 사망으로 이어진 캄보디아 폭격을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중 데탕트를 위해 중국의 지원을 받은 파키스탄의 방글라데시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또 2017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는 ‘빅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하버드대에서 가진 대담에서 “상황은 언제든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남길 유산(legacy)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등 주요 시설을 촬영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미국은 “인터넷에도 백악관과 국방부 사진은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심장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위협하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 비행장 지역에 더해 백악관, 펜타곤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이 주장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실제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 우주발사체가 궤도에 들어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무엇인가가 궤도에 진입하려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사의 특성이 무엇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정찰위성 발사 성공 평가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에 나선 것에 대해 “북한이 군사합의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안보에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군사합의 폐기 이후 DMZ에서 취하고 있는 행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오판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미국은 한미동맹이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잘 가요, 내 사랑. 내일 만나요(Until tomorrow).” 2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글렌 메모리얼 교회. 19일 세상을 떠난 로절린 카터 여사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열린 추도식에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99)의 손녀 에이미 린 카터는 연단에 올라 75년 전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썼던 편지를 대독했다. 당시 해군 복무 중이던 카터 전 대통령은 로절린 여사에게 “내 사랑, 당신과 떨어질 때마다 당신이 내 기억보다 달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애쓰지만 당신을 보면 바로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날 추도식에 휠체어를 타고 온 카터 전 대통령은 담요를 덮은 채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 암 투병 생활을 하다가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온 그는 최근 건강이 크게 악화돼 연단에서 직접 발언을 하지는 못했다. 손자인 제이슨 카터 카터재단 이사장은 “할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매우 쇠약해졌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세 살 연하인 로절린 여사와 1946년 결혼해 77년을 함께했다. 역대 최장수 대통령 부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치매 진단을 받고 함께 호스피스 돌봄을 받던 로절린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이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할머니는 우리 가족에게 바위와 같은 존재이자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항해자이자 등반가”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활동도 50년간 계속된 일종의 등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세상에 영감을 준 존재”라고 했다. 추도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로라 부시, 미셸 오바마, 멜라니아 트럼프 등 생존한 영부인들이 모두 참석했다. 유명 가수 부부인 트리샤 이어우드와 가스 브룩스는 추모의 뜻을 담은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추도식과 별도로 로절린 여사의 장례식은 29일 가족과 지인 중심으로 고향이자 자택이 있는 플레인스에서 열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각각 고령, 사법 위험 등에 처해 소속당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미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에서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운 50대 대선 주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보수 성향 억만장자 코크 형제의 지지를 얻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51)가 성, 인종 의제 등에서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과 기행에 지친 보수 주류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미 50개 주 중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를 이끄는 개빈 뉴섬 주지사(56)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각각 중국과 이스라엘 현지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등 국가수반급 행보를 이어가며 바이든 대통령의 유사시 대체재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두 사람의 급부상이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 양상으로 흐르던 내년 미 대선 구도에 파란을 일으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공화당 큰손’ 코크 형제, 헤일리 지지헤일리 전 대사는 올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지도자가 되기 위해 80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젊음’을 강조했다. 누가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77), 바이든 대통령(81)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인도계 이민 2세인 그는 성, 인종차별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백인 남성 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던 공화당의 색채를 희석시켰다. 최근 공화당 대선 주자를 상대로 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보수 성향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PA)’은 28일 헤일리 전 대사를 내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APA는 성명에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가 필요하다. 헤일리의 승리는 트럼프와 바이든을 동시에 몰아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절대 찍지 않을 중도, 온건파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APA는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이며 1980년대 이후 공화당을 후원해 온 찰스 & 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설립했다. 두 사람은 에너지, 금융 전문 복합 기업이자 미국 2위 비상장기업인 코크인더스트리를 소유했고 자유무역, 감세, 환경규제 완화 등을 중시한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보호무역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번 경선에서도 당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할까 고려했으나 최근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트럼프 대항마’로 헤일리 전 대사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APA의 지지를 얻어 영광”이라고 반색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헤일리 전 대사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뉴섬, 연일 국가수반급 행보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공식 선언을 하진 않았으나 연일 국가수반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6일 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도 회동했다. 특히 시 주석은 다른 나라의 고위 관계자를 만날 때 일종의 ‘하례’를 받는 모습을 종종 연출하지만 이날은 나란히 앉았고, 뉴섬 주지사는 편안하게 다리도 꼬았다. 뉴섬 주지사는 30일에는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숀 해니티의 주재로 디샌티스 주지사와 90분간 토론도 벌이기로 했다. 뉴섬 주지사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로 몰려든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버스에 태워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로 보내자 이를 줄곧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가 승낙해 토론이 성사됐다. 폭스뉴스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징색인 빨강과 파랑을 빗대 이날 토론을 ‘빨간색 주 대 파란색 주의 논쟁’이라고 명명했다. 뉴섬 주지사가 이번 토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안녕 내 사랑, 내일까지(Until tomorrow).”2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글렌 메모리얼교회. 19일 세상을 떠난 로잘린 카터 여사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열린 추도식에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99)의 손녀 에이미 린 카터는 연단에 올라 75년 전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썼던 편지를 대독했다. 당시 해군 복무 중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로잘린 여사에게 “내 사랑, 당신과 떨어질 때마다 당신이 내 기억보다 달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당신을 보면 바로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날 추도식에 휠체어를 타고 온 카터 전 대통령은 담요를 덮은 채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 암 투병 생활을 하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온 그는 최근 건강이 크게 악화돼 연단에서 직접 발언을 하지는 못했다. 손자인 제이슨 카터 카터재단 이사장은 “할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매우 쇠약해졌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세 살 연하인 로잘린 여사와 1946년 결혼해 77년을 함께 했다. 역대 최장수 대통령 부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치매 진단을 받고 함께 호스피스 돌봄을 받던 로잘린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로잘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고 밝힌 바 있다.제이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할머니는 우리 가족에게 바위와 같은 존재이자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항해자이자 등반가”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활동도 50년간 계속된 일종의 등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세상에 영감을 준 존재”라고 했다.추도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 로라 부시·미셸 오바마· 멜라니아 트럼프 등 생존한 영부인들이 모두 참석했다. 유명 가수 부부인 트리샤 이어우드와 브룩스는 추모의 뜻을 담은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로잘린 여사의 장례식은 29일 고향이자 자택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열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등 주요 시설을 촬영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미국은 “인터넷에도 백악관과 국방부 사진은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심장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위협하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 비행장 지역에 더해 백악관, 펜타곤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이 주장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실제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 우주발사체가 궤도에 들어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무엇인가가 궤도에 진입하려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사의 특성이 무엇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정찰위성 발사 성공 평가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미 국무부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에 나선 것에 대해 “북한이 군사합의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안보에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군사합의 폐기 이후 DMZ에서 취하고 있는 행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오판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미국은 한미동맹이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패를 가를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 집중된 전기차와 친환경에너지 투자 성과를 부각했다. 미 대선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전기차와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콜로라도주에서 한국 CS윈드가 짓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투자가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지 연설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 같은 자칭 마가(MAGA·강성 트럼프 지지)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투자와 일자리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강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강경파 보버트 의원은 IRA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재한 공급망회복력강화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공화당은 IRA를 폐지해 공급망을 취약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CS윈드 방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백지화 공약을 내놓자 추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감세와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뼈대로 한 IRA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IRA 보조금 수혜 대상인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및 풍력에너지 투자는 대부분 경합 지역이나 공화당 우세 주(州)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 환경단체 클라이밋파워에 따르면 IRA에 따른 미 전기차 및 배터리 투자의 3분의 1 수준인 480억 달러(약 62조 원)가 최대 경합주인 조지아와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 4개 주에 집중됐다. 이에 ‘IRA 개편’ 공세가 실패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내년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더해 어느 쪽이 당선되든 미중 보조금 전쟁으로 흘러 공급 과잉이 초래되면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화큐셀 조지아주 태양광 패널 공장 등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정책으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생산 국가인 중국이 태양광 패널에 13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보조금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중국의 동남아시아 우회 수출 등으로 일부 기업이 패널 투자 계획을 취소한다는 것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추가 인질 석방 및 휴전 이틀 연장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24일 오전 7시부터 발효한 4일간의 휴전은 30일 오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인질을 최소 10명씩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휴전 기간을 연장한다는 기존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이틀의 휴전 연장을 위해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20명을 추가로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또한 자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6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당시 약 240명의 인질을 붙잡은 하마스는 24∼27일 나흘 동안 이스라엘인 50명과 외국인 19명 등 총 69명을 돌려보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했다. 그간 이스라엘에 휴전 연장을 압박해 온 미국은 양측의 이번 결정을 반겼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7일 “모든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교전 중단 연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남성과 군인 석방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질 협상을 위해 28일 카타르에 도착해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아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인질을 모두 돌려받으면 하마스 궤멸에 나서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전투로 복귀할 것이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전역에서 전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공세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 지원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집권 민주당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 지원에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가치 있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대가로 휴전 연장, 민간인 피해 최소화 등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아 ‘반(反)유대주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이스라엘 현지를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지난달 전쟁 발발 당시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남부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 등을 둘러봤다. 그는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도 돕고 싶다”며 적극 맞장구를 쳤다. 반유대주의 논란 후 월트디즈니 등 많은 미국 기업이 항의 차원에서 X에 광고를 중단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추가 인질 석방 및 휴전 이틀 연장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24일 오전 7시부터 발효한 4일 간의 휴전은 30일 오전까지 이어지게 됐다.인질을 최소 10명씩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휴전 기간을 연장한다는 기존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이틀의 휴전 연장을 위해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20명을 추가로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또한 자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6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당시 약 240명의 인질을 붙잡은 하마스는 24~27일 동안 이스라엘인 50명과 외국인 19명 등 총 69명을 돌려보냈다.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했다.그간 이스라엘에 휴전 연장을 압박해 온 미국은 양측의 이번 결정을 반겼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7일 “모든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교전중단 연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아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다만 이스라엘은 인질을 모두 돌려받으면 하마스 궤멸에 나서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며칠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전투로 복귀할 것이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전역에서 전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공세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 지원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집권 민주당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 지원에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가치 있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대가로 휴전 연장, 민간인 피해 최소화 등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최근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아 ‘반(反)유대주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이스라엘 현지를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지난달 전쟁 발발 당시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남부 크파르아자 키부츠 등을 둘러봤다. 그는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도 돕고 싶다”며 적극 맞장구를 쳤다. 반유대주의 논란 후 월트디즈니 등 많은 미국 기업이 항의 차원에서 X에 광고를 중단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최근 10년간 정치를 떠나는 의원 수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하원의장 해임 및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같은 의회 마비에 정치 혐오가 퍼지는 데 따른 것이다. 미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26일 “의원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의회를 떠나고 있다”며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쏟아진 증오와 상호 비난, 당파적 탄핵 시도와 연방정부 셧다운 위협 등이 ‘정계 은퇴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38명(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31명)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13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선거가 약 11개월 남은 것을 감안하면 불출마 대열에 합류할 의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대퇴직(the Great Resignation)’ 사태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 이후 6차례 선거 중 현역 의원 불출마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중간선거와 2018년 중간선거 당시 각각 55명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불출마 선언 의원 상당수는 정치 양극화로 인한 의회 마비를 이유로 꼽았다. 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액시오스에 “국가 분열과 진영 정치, 보여주기를 위한 정치로 (의원직에) 피로감을 느껴 떠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불출마 의사를 밝힌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코커스 소속 켄 벅 의원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미국에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출마 러시가 오히려 공화당과 민주당 강경파에 대한 의회 문호를 넓혀 정치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액시오스는 “불출마한 공화당 하원의원들 지역구는 대부분 확고한 공화당 우세 지역인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 지역구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는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양당 모두 강경파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억류됐다가 26일 풀려난 인질 17명 중에는 네 살 배기인 아비가일 모르 에단이 포함돼 있다. 아비가일은 가족과 생이별한 지 50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반겨줄 부모는 없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키부츠(집단농장) 크파르 아자를 공격할 때 집 안에 있었던 아비가일의 부모는 모두 총격에 숨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버지 로이는 당시 아비가일을 몸으로 감싼 채 총에 맞았다. 아비가일은 아버지 품에서 빠져나와 이웃집으로 도망쳤지만 이내 하마스 대원에게 발각돼 납치됐다. 아비가일의 열 살 오빠와 여섯 살 언니는 옷장에 숨어 납치를 피했지만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모 탈은 “두 남매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벌벌 떤다”고 전했다. 할아버지 카르멜은 “아비게일의 귀환은 기쁘지만 아이 부모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이들의 죽음은 절대 치유되지 않을 상처”라며 안타까워했다.● 석방됐지만 부모 사망 소식에 또 충격 27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 휴전 및 인질 맞교환이 합의 마지막 날인 4일 차를 맞았다. 하마스는 26일까지 사흘에 걸쳐 인질 240여 명 가운데 이스라엘인 39명과 외국인 19명 등 총 58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도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17명을 풀어줬다. 이스라엘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진 아비가일은 미국 국적자가 석방된 첫 사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긴급 연설에서 “아비가일은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감사하다”고 했다. 석방된 인질 중에는 미성년자가 상당수다. 이들은 뒤늦게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암 오르(16)와 알마(13) 남매는 석방 후 할아버지와 만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엄마는 살해됐고 아빠는 실종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 납치 당시 남매는 부모와 함께 집 안 은신처에 머물고 있었다. 하마스 대원들이 집에 불을 지르며 가족들을 밖으로 끌어냈고 남매는 나오자마자 붙잡혀 차량 트렁크에 실렸다. 남매의 어머니는 총격에 숨졌고, 아버지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된 일가족 중 일부만 풀려난 사례가 많다. 억류 기간 중 9번째 생일을 맞은 오하드 먼더(9)는 어머니, 조부모와 함께 하마스에 납치됐다 할아버지만 빼고 풀려났다. 먼더의 친척들은 “풀려난 가족들이 납치 당시 트라우마와 아직 억류된 할아버지 걱정에 아직도 충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납치된 일가친척 10명 중 미성년자와 여성 6명만 귀환한 아비그도리 가족의 사례를 전하며 “포옹, 눈물, 아픔이 따른다”고 보도했다. ● 하마스 “휴전 연장”… 이 “휴전 후 총력전” 하마스는 인질을 추가 석방해 휴전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6일 성명을 통해 “4일간 휴전 종료 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석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 조건의 휴전 연장에 환영한다”면서도 휴전 기간 이후 다시 총력전에 나서겠다”며 전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했으며 “모든 인질 석방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양측 합의에 따르면 하마스가 휴전을 하루 연장하려면 그때마다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추가 석방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휴전을 최장 10일까지로 못 박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은 최대 300명까지로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최소 20명의 인질 추가 석방을 조건으로 한 일시 교전 중단 연장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억류됐다가 26일(현지 시간) 풀려난 인질 17명 중에는 네 살 배기인 아비게일 모르 에단이 포함돼 있다. 아비게일은 가족과 생이별한지 50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반겨줄 부모는 없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키부츠(집단농장) 크파르 아자를 공격할 때 집 안에 있었던 아비게일의 부모는 모두 총격에 숨졌다.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버지 로이는 당시 아비게일을 몸으로 감싼 채 총에 맞았다. 아비게일은 아버지 품에서 빠져나와 이웃집으로 도망쳤지만 이내 하마스 대원에게 발각돼 납치됐다. 아비게일의 10살 오빠와 6살 언니는 옷장에 숨어 납치를 피했지만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모 탈은 “두 남매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벌벌 떤다”고 전했다. 할아버지 카르멜은 “아비게일의 귀환은 기쁘지만 아이 부모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이들의 죽음은 절대 치유되지 않을 상처”라며 안타까워했다.● 석방됐지만 부모 사망 소식에 또 충격27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 휴전 및 인질 맞교환이 합의 마지막 날인 4일 차를 맞았다. 하마스는 26일까지 사흘에 걸쳐 인질 240여 명 가운데 이스라엘인 39명과 외국인 19명 등 총 58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도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17명을 풀어줬다. 이스라엘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진 아비게일은 미국 국적자가 석방된 첫 사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긴급 연설에서 “아비게일은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감사하다”고 했다.석방된 인질 중에는 미성년자가 상당수다. 이들은 뒤늦게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암 오르(16)와 알마(13) 남매는 석방 후 할아버지와 만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엄마는 살해됐고 아빠는 실종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 납치 당시 남매는 부모와 함께 집안 은신처에 머물고 있었다. 하마스 대원들이 집에 불을 지르며 가족들을 밖으로 끌어냈고 남매는 나오자마자 붙잡혀 차량 트렁크에 실렸다. 남매의 어머니는 총격에 숨졌고, 아버지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납치된 일가족 중 일부만 풀려난 사례가 많다. 억류 기간 중 9번째 생일을 맞은 오하드 먼더(9)는 어머니, 조부모와 함께 하마스에 납치됐다 할아버지만 빼고 풀려났다. 먼더의 친척들은 “풀려난 가족들이 납치 당시 트라우마와 아직 억류된 할아버지 걱정에 아직도 충격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납치된 일가친척 10명 중 미성년자와 여성 6명만 귀환한 아비그도리 가족의 사례를 전하며 “포옹, 눈물, 아픔이 따른다”고 보도했다. ● 하마스 “휴전 연장”…이 “휴전 후 총력전”하마스는 인질을 추가 석방해 휴전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6일 성명을 통해 “4일간 휴전 종료 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석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 조건의 휴전 연장에 환영한다”면서도 휴전 기간 이후 다시 총력전에 나서겠다”며 전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했으며 ”모든 인질 석방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동의했다“고 밝혔다.양측 합의에 따르면 하마스가 휴전을 하루 연장하려면 그때마다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추가 석방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휴전을 최장 10일까지로 못 박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은 최대 300명까지로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최소 20명의 인질 추가 석방을 조건으로 한 일시 교전 중단 연장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장면1. “넌 꼭 스머프 같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짜뉴스나 토해내고 다니는….” 미국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은 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 재러드 모스코위츠 의원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코머 위원장이 ‘세금을 줄이려고 유령 회사를 두고 동생에게 대출을 내줬다’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언급한 모스코위츠 의원에게 조롱으로 맞선 것이다. 모스코위츠 의원은 이날 하늘색 양복과 넥타이 차림이었다. 코머 위원장은 “유령 회사라는 건 헛소리”라며 “너는 재정적인 문맹”이라고 육두문자를 섞은 막말을 이어갔다. #장면2. “입을 더 놀리고 싶어? 이 자리에서 끝장내는 건 어때.”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청문회. 공화당 마크웨인 멀린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숀 오브라이언 운전자노조위원장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멀린 의원은 전적 5전 5승의 종합격투기(MMA) 선수 출신. 오브라이언 위원장이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맞받아치자 멀린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청문회장이 격투장으로 돌변하기 직전 버니 샌더스 위원장은 “상원의원답게 행동하라”고 멀린 의원을 다급히 제지했다. #장면3. “이봐 케빈! 내 등을 팔꿈치로 때린 거야?” 공화당 팀 버쳇 하원의원은 미 공영라디오(NPR) 기자와 인터뷰하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등 뒤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인터뷰를 중단하고 추격전에 나선 그는 매카시 전 의장을 향해 “팔꿈치가 내 신장을 정확히 가격했다”며 “겁쟁이 같은 인간” “치사하고 한심한 인간” 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정치 풍자 코미디쇼에서나 나올 법한 이 사건들은 미 의회에서 14일(현지 시간) 하루에 벌어진 일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던 때 동시다발로 터진 사건들을 두고 미국에선 ‘도대체 미국 민주주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당당하다. 상대 당 의원 외모와 옷차림을 조롱한 코머 위원장은 막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지지자들에게 ‘스머프 발언’을 알리는 e메일을 보내 선거자금 기부를 독려했다. 청문회장에서 증인과 맞짱을 뜨려 한 멀린 의원은 “과거에는 의원들끼리 권총 결투도 벌였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결투 신청 영상을 자랑스럽게 올려뒀다. 버쳇 의원은 매카시 전 의장 축출을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들과 매카시 전 의장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의 부상이 미국 정치 인센티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우려한다. 막말과 폭력으로 강성 지지층 눈에 띄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선거자금을 긁어모아 정치적 생명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민주주의가 이미 쇠퇴의 악순환에 접어들었다고 걱정한다. 미 의회에선 막장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이달에만 이미 하원의원 12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런 빈자리는 인종과 학력은 물론 성(性) 정체성까지 위조하고도 1년 가까이 의원직을 지킨 조지 산토스 의원(뉴욕·공화) 같은 이들이 차지한다. 이 때문에 막말과 폭력이 국가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리츠 슈몰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원 등은 1980∼2018년 80여 개국 의회에서 폭력 사태를 연구한 결과 정치적 양극화로 민주주의가 퇴보한 국가의 정치 폭력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설치는 암컷’ 발언과 이를 두둔하는 정치인들을 봐도 영 틀린 얘기는 아닌 듯하다.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극적으로 합의하기까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 등 정보기관들이 치열한 물밑 협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의 설득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간) 인질 석방 협상에 관여한 미국과 중동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역사상 가장 복잡했던 협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부터 하마스 고위 인사들과 소통이 가능한 카타르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세포조직(cell)’을 조직하도록 요청했다. 이어 카타르와 이집트에 협상 중재를 부탁했다. 당초 인질 석방 협상은 지난달 20일 하마스가 미국인 여성 2명을 석방하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가자지구 지상군 침투를 연기하면 인질을 추가 석방하겠다”는 하마스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거부하면서 기 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카타르가 하마스에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여성과 어린이 인질 석방을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석방 대상 인질 50명 중 10명의 명단만 제공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본격화하자 하마스는 협상을 중단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카타르에서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지만 하마스는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또다시 연락을 끊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하마스가 석방 대상 인질 50명의 신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며 “이번이 마지막 (협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지휘통제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알시파 병원을 장악하자 하마스는 결국 석방 인질 정보를 제공해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하마스가 막판 협상 과정에서 교전 중단 기간에 드론 정찰을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미 정부 당국자는 WSJ에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하마스와 이들을 섬멸하겠다고 선언한 이스라엘이 참여한 합의인 만큼 이번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