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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 역시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범행과 유사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20대 초반 남성 A 씨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당시 A 씨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칼을 들고 AK플라자 백화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도망가는 시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며 범행 동기 등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신병력 및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이 같은 ‘묻지마 범행’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에선 조선(33·구속)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12일엔 경기 양평군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남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도 올 6월 60대 남성이 흉기를 든 채 시청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에선 안인득(46)이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졌다. 안인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 중인 60대 목사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돼 경찰이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 A 목사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신고 의무자이기도 하다.A 목사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것은 지난달 21일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모두 8명인데, 이들은 A 목사의 범행이 최소 5년 전부터 이어졌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달 말 학교를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 목사는 올 2월 혼자 기숙사에 누워있는 B 양(17)에 접근해 성추행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 사실이 B 양의 어머니에게 알려지자 A 목사는 “B 양의 학업과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이든 끝까지 지원하겠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등의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회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A 목사는 또 2019년 11월경 배가 아파 홀로 누워있던 C 양(당시 13살) 상의 안으로 손을 넣고 배를 쓰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1000여 명의 탈북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탈북 여성들을 돕는 과정에서 명성을 얻었다. 2009년에는 서울에 대안학교를 설립해 이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동아일보는 A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과 특수교사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후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고소한 걸 두고 ‘수업을 녹음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교원단체 측은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녹취 오남용 사례가 늘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학부모단체 측은 “녹음은 학부모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맞서고 있다.2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수교사 A 씨는 지난해 9월 13일 교실에서 주호민의 아들 B 군(9)에게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냐”고 말한 내용이 녹음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너 싫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B 군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은 전체 대화의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일부 발언만 골라 공소장에 나열한 것”이란 입장이다.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1일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녹취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 자료로 채택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무단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도 “교육 활동을 위협하는 녹음 행위를 엄벌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반면 학부모들은 “아동 스스로 의견을 밝히기 불가능한 경우엔 녹음이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항변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발달장애아동은 스스로 (아동학대)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며 “부모로선 녹음 말고는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주요셉 전국학부모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아이의 불이익이 확실한 상황에서 수차례 개선 요구에도 학교 측 변화가 없다면 무단 녹음이라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재판에선 아동학대 사건에서 무단 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수원지법의 경우 2020년 학부모가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공익이 사익보다 클 경우 무단 녹음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교사의 인격권과 아동의 행복권리추구권을 두루 비교해 증거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전국이 끓고 있다. 1일 경기 여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올랐고 안성시에선 체감온도가 39.1도까지 올랐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최소 22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2년 온열질환 사망자(9명)와 2021년 사망자(20명)를 이미 넘은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 온열질환 22명 사망“어르신들, 낮엔 일하지 마세요”지자체, 살인폭염 대책 초비상 “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이날 오후 3시경 기자와 만난 신모 씨(66)는 단감나무 600여 그루에 농약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창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신 씨는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 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일 오후 4시 46분경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선 89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체온이 높아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오후 8시 28분경 경북 성주에선 비닐하우스 고추밭을 돌보러 나갔던 A 씨(9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에선 비상이 걸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공사장 작업 등을 못 하도록 시군 및 소방과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예정됐던 자신의 여름휴가와 해외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 온열질환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전북도는 질병관리청 및 도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충남도는 야외 공연장 등에 오후 2∼4시 공연 자제 권고를 내렸다. 대전시는 야외근로자 등에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란 지침을 내렸다. 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 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고 조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노년층들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걸 피해야 한다. 외출 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모자나 손수건 등을 물에 적셔 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어지럼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전국이 끓고 있다. 1일 경기 여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올랐고 안성시에선 체감온도가 39.1도까지 올랐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최소 22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2년 온열질환 사망자(9명)과 2021년 사망자(20명)을 이미 넘은 것이다.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이날 오후 3시경 기자와 만난 신모 씨(66)는 단감나무 600여 그루에 농약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창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신 씨는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일 오후 4시 46분경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선 89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체온이 높아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오후 8시 28분경 경북 성주에선 비닐하우스 고추밭을 돌보러 나갔던 A 씨(9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소방청에 따르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에선 비상이 걸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공사장 작업 등을 못 하도록 시군 및 소방과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예정됐던 자신의 여름휴가와 해외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전국 주요 도심에는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낮 12시경 폭염특보가 발효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선 점심을 먹으러 나선 직장인들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 몰렸다. 한 카페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2배 이상 손님이 많았다. 차가운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온열질환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전북도는 질병관리청 및 도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충남도는 야외 공연장 등에 오후 2~4시 공연 자제 권고를 내렸다. 대전시는 야외근로자 등에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란 지침을 내렸다.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전문가들은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고 조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노년층들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걸 피해야 한다. 외출 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모자나 손수건 등을 물에 적셔 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어지럼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간부가 있는 업체가 설계와 감리를 맡아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에 대한 공익감사도 청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붕괴 사고가 난 아파트)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출신을 영입한 업체였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LH 출신 전관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에 LH가 일감을 몰아주고 부실한 업무 처리도 눈감아줬기 때문에 이 같은 부실 공사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붕괴 아파트의 설계를 맡은 A업체는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는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조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국토교통부 출신 등 전관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 5명이 일하고 있었다”며 “감리를 맡은 업체 3곳 중 2곳에도 LH 전관들이 재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한준 LH 사장은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진) LH가 통합된 것은 2019년이지만, 대한주택공사부터 60년 된 조직”이라며 “매년 몇백 명씩 은퇴하고 나가고,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 설계, 감리 회사여서 대한민국 설계 회사나 용역 회사 등 어디든 LH 출신이 많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LH 전관 누가 있는지 전관 명단을 제출하게 할 예정이고, 허위 제출할 경우 입찰 제한, 계약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전체적인 건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건설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본격적으로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LH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실련의 공익감사 청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후 진행될 감사원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텔레그램) 공식 로고와 함께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왔는데, 무심코 첨부된 링크를 누를 뻔했어요. 나중에 해킹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죠.”20대 취업준비생 유모 씨(24)는 지난달 21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전 버전은 해킹에 취약하니 가능한 한 빨리 업데이트하라’는 문구와 업데이트 안내 링크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텔레그램에 익숙지 않았던 유 씨는 잠시 고민하다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라는 경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단 버튼을 눌렀다. 유 씨는 “보안성이 강하다고 생각한 텔레그램에서도 피싱 범죄가 발생했다니 앞으로 뭘 믿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최근 국내에서 텔레그램을 통한 계정 탈취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익명성’과 ‘암호화’를 내세우며 ‘보안성’을 자랑했던 텔레그램마저 피싱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의 특성상 수사도 쉽지 않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7월 한 달에만 사이트 10곳이 텔레그램 사칭 피싱 웹사이트로 파악돼 차단됐다. 다만 이번 사태의 공격 주체나 피해 범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피해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가짜 메시지나 웹사이트 등으로 이용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나 계정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후 계정을 탈취하는 전형적인 ‘피싱 공격’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기존 문자메시지(SMS)나 카카오톡 등에서 유행하던 범죄가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이다. 특히 보안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을 이용하던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 다수가 이번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최근 텔레그램 해킹 피해를 입었다. 전 헌법재판관 A 씨, 중앙 부처 차관급을 지낸 B 씨 등도 해킹을 당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당내 공지를 통해 “확인되지 않는 링크를 클릭하는 등 해킹 피해에 노출될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업데이트하세요” 접근하는 해커들해커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텔레그램 사용자 계정 아이디(ID)를 확보한다. 단체 대화방에 있는 다수의 사용자를 노리거나, 사전에 탈취한 계정과 친구 관계인 계정을 목표로 정하기도 한다.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웹사이트) 등에서 계정을 구매해 무작위로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 계정을 확보한 해커들은 서비스 운영자로 위장하거나 지인을 사칭해 사용자에게 접근한다. 주 공격 루트는 일대일 대화창이었다. 이들은 ‘불법 사용이 발견됐으니 24시간 내 재로그인하라’, ‘계정 재인증을 위해 전화번호를 입력하라’, ‘링크를 눌러 업데이트를 실행하라’ 등의 내용으로 메시지 내 피싱 사이트 링크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피싱 사이트 링크로는 텔레그램 공식 웹사이트 주소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URL(인터넷주소)이 활용됐다. 알파벳 ‘o’를 숫자 ‘0’으로 바꾼 telegram.0rg를 이용하기도 했고, ‘telegram’을 ‘telegrim’, ‘teiegrim’, ‘telegramvip’ 등으로 일부 철자를 바꾸며 교묘하게 사용자들을 속였다. 피싱 사이트 디자인 역시 정상적인 텔레그램 서비스 로그인 페이지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사용자가 무심코 피싱 사이트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해커들은 그 번호를 실제 텔레그램 사이트에 입력해 사용자에게 인증코드를 전송하게 했다. 안랩 관계자는 “사용자가 해당 인증코드를 피싱 사이트에 입력하면 해커들은 사용자 계정에 완전한 접근권을 갖게 된다”며 “해커들은 계정 탈취 후 다시 해당 계정의 지인들에게 피싱 메시지를 재유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피싱 범죄는 단시간에 고도화되고 있다. 다크웹에는 텔레그램 맞춤 ‘피싱 키트’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돈을 내면 해킹용 메시지, 피싱 사이트 URL, 추적 방지 시스템은 물론 번역 시스템까지 제공한다. 사이버 보안 전문업체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올 3월 추적된 텔레그램용 해킹용 링크만 250만 개에 달했다. 국내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는 해킹 메시지는 기존 영문 메시지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해외에선 2021년 말부터 유사한 방식의 텔레그램 계정 탈취 시도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정보, 악성앱 통한 추가 금융 범죄 우려도텔레그램 탈취 사례 중 국내에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을 통한 추가 금융 범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안랩 관계자는 “메신저로 피싱 사이트 URL 접속을 유도한 후 사용자의 카드번호 등 금융 정보를 기입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탈취된 금융 정보는 추후 금융 사기에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메신저를 통해 악성앱 다운로드 페이지 접속을 유도한 경우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장악해 저장된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도 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악성앱을 잘못 다운받을 경우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 앱이나 저장된 ‘공동확인서’ 등 개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스마트폰 내 민감한 정보를 탈취해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공격이 텔레그램 자체를 해킹한 건 아닌 만큼 메신저의 보안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피싱 사기가 텔레그램에서도 등장한 것”이라며 “텔레그램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피싱 사기에) 특별히 취약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 “출처 불분명한 링크 접속 말아야”보안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주소 접속이나 파일 설치를 유도하는 메시지를 받을 경우 ‘피싱 범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접속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지인이 보낸 링크도 섣불리 눌러선 안 된다. 다운로드나 업데이트를 할 경우 공식 홈페이지나 정식 앱스토어를 방문하는 등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정 관리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 접속할 때 ‘2단계 인증’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용자 계정 정보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더라도 인증 방식을 강화할 경우 공격자가 쉽게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 안랩 관계자는 “메시지 수신자의 아이디와 공식 로고 여부 등을 꼭 확인하고, 접속하려는 URL이 정확한지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ISA 측은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번 없이 118로 즉시 신고해 달라. 필요하면 보안점검 서비스인 ‘내 PC·모바일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해 필요한 조치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수현 사회부 기자 newsoo@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 씨(25)가 지난해부터 담당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며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달 18일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달에만 3차례 상담이 진행됐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 관련 상담 10건을 학교에 요청했다. 지난해 2건에 그쳤던 업무 상담은 올 들어 8건으로 급증했다. 학기 시작 직후인 올 3월에는 “화내고 짜증 내며 막말하는 B 학생이 있다”며 부장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올 4월에는 “울고 고집을 부리며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C 학생을 교무실로 데리고 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C 학생에 대한 상담은 4월 한 달 동안에만 3차례 진행됐다. 이 학생은 수업시간에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 보호자가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올 7월 A 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상담할 때는 “C 학생과 C 학생의 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자꾸 들으니 내 탓이란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B 학생 관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상담에서 A 씨는 “B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가 됐다.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달 12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고, A 씨의 주선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부모가 직접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가해자 측 사과로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상담에서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으나 학교 측은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 씨(37)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 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노린 범행 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흉기 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 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은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 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 씨(25)가 지난해부터 담당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며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달 18일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달에만 3차례 상담이 진행됐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 관련 상담 10건을 학교에 요청했다. 지난해 2건에 그쳤던 업무 상담은 올 들어 8건으로 급증했다. 학기 시작 직후인 올 3월에는 “화내고 짜증내며 막말하는 B 학생이 있다”며 부장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올 4월에는 “울고 고집을 부리며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C 학생을 교무실로 데리고 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C 학생에 대한 상담은 4월 한 달 동안에만 3차례 진행됐다. 이 학생은 수업시간에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 보호자가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올 7월 A 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상담할 때는 “C 학생과 C 학생의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자꾸 들으니 내 탓이란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B 학생 관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달 상담에서 A 씨는 “B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가 됐다.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달 12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고, A 씨의 주선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부모가 직접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가해자 측 사과로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상담에서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으나 학교 측은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37) 씨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평소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여 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 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들어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노린 범행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 흉기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는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정신병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대비 및 대응 부실 책임을 이유로 국회가 청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안이 25일 기각되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 장관 탄핵 소추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된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해 10월 29일 참담했던 심정을 오늘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159명이 정부 부재의 순간에 목숨을 잃었음에도 (정부는) 인정하지도,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켜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진행 중 일부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헌재 맞은편 도로에선 보수 단체 100여 명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한 보수 성향 유튜버의 도발로 유족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몸싸움도 벌어져 유족 일부가 다쳤고 그중 3명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협의회와 대책회의는 내년 1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준비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길거리에서 갑자기 칼을 휘두르는 사람과 마주칠 상황에 대비해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 씨(28)는 최근 인터넷에서 호신용품을 검색하며 어떤 걸 살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발생한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한 후 대비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김 씨처럼 호신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할 때”라며 각종 호신용품을 비교하거나 사용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 순위에 따르면 23일 전 연령대(10∼5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호신용품’이었다. ‘삼단봉’(사진) ‘호신용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 특정 호신용품 명칭도 검색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후추 스프레이’는 이날 6번째로 많이 판매된 상품으로 집계됐다. 한 호신용품 전문 업체 홈페이지에는 “구매량 폭증으로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특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 4명이 모두 20, 30대 남성으로 나타나면서 그동안 신변의 위협을 실감하지 못했던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했다. 이날 20∼40대 남성 트렌드 차트 순위에선 ‘호신용품’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10대와 50대에선 2위였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고인에게 물어보니 학급 운영이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전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동료 교사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A 씨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 수십 통을 받았다고 했다. ‘교무실에도 이 번호는 알려준 적 없는데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노조에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최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가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 교사 C 씨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 씨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도 “고인이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다녔던 학교에 극성 학부모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이 초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변호사야’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교육봉사를 했다는 한 현직 교사도 “아이들이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학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한다. 교사들이 운동장부터 교문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제정돼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부가 직접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환청 들리는것 같아… 작년보다 10배 힘들어” 숨진 교사의 절규 동료 교사들 증언“선생님 때문이야 소리치는 학생있어”학부모 찾아와 ‘교사자격 없다’ 발언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담벼락은 전국 교사들이 보낸 화환 약 1500개로 둘러싸였다. 교직 생활 2년 차에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의 명복을 비는 이들은 담벼락 곳곳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천 개를 붙였다.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도 조문객과 화환이 밀려들었다. 강남구 분향소에서 만난 김세원 씨(23)는 “올 9월 발령을 앞둔 예비 초등학교 교사인데 먼저 발령받은 동료들로부터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펑펑 울다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동료 교사들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으로 불려 A 씨가 다녔던 초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교사들은 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증언했다. 동료 교사 D 씨는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 후배 교사가 울면서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E 씨는 “A 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노조 측에 전했다. A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지난주 (숨진 A 씨를) 만난 친구가 ‘평소처럼 밝았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일기장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과 함께 갑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지인들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해당 초교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해당 학교의 학부모 갑질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24일부터 나흘간 확인하기로 했다.● 교사 87% “1년 내 이직·사직 고민” A 씨가 다녔던 초교뿐 아니라 서초·강남구 일대의 학교는 높은 학구열과 극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초·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옮긴 교사는 346명인 반면 반대의 경우는 298명으로 전출 간 교사보다 전입 온 교사가 48명 적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한해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2개 학교 이상 근무)’으로 변경하는 행정예고까지 했다. 교사 단체는 A 씨의 사망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학생 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비통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26.6%였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였다. 이 중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인에게 물어보니 학급 운영이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전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동료 교사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A 씨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 수십 통을 받았다고 했다. ‘교무실에도 이 번호는 알려준 적 없는데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노조에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최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가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 교사 C 씨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 씨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도 “고인이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다녔던 학교에 극성 학부모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이 초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변호사야’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교육봉사를 했다는 한 현직 교사도 “아이들이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학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한다. 교사들이 운동장부터 교문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제정돼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부가 직접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담벼락은 전국 교사들이 보낸 화환 약 1500개로 둘러쌓였다. 2년차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의 명복을 비는 이들은 담벼락 곳곳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천 개를 붙였다.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도 조문객과 화환이 밀려들었다. 강남구 분향소에서 만난 김세원 씨(23)는 “올 9월 발령을 앞둔 예비 초등학교 교사인데 먼저 발령받은 동료들로부터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펑펑 울다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동료 교사들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 A 씨가 다녔던 초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교사들은 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증언했다. 동료 교사 D 씨는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 후배 교사가 울면서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동료 교사 E 씨는 “A 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노조 측에 전했다. A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지난 주 (숨진 A 씨를) 만난 친구가 ‘평소처럼 밝았다’고 해서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일기장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과 함께 갑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지인들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해당 초교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해당 교의 학부모 갑질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교사 87% “1년 내 이직·사직 고민” A 씨가 다녔던 초교 뿐 아니라 서초구 및 강남구 일대의 학교는 높은 학구열과 극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초·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옮긴 교사는 346명인 반면 반대의 경우는 298명으로 전출 간 교사보다 전입 온 교사가 48명 적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한해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2개 학교 이상 근무)’으로 변경하는 행정예고까지 했다. 교사 단체는 A 씨의 사망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학생 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비통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26.6%였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였다. 이중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5%에 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버스 안으로 물이 차고 있습니다. 종아리까지 찼는데 문이 안 열려요!” 15일 오전 8시 39분경 청주흥덕경찰서 오송파출소에는 당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버스 내부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에 경찰은 “우선 피신하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오송파출소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전후 관련 신고가 총 11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총 1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이후 1시간 40분, 소방은 50분이 지나서야 본격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구조 당국의 ‘늑장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1시간 지나 ‘코드 제로’ 발령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당시 신고자 상당수는 지하차도 내부에 있거나, 내부에 있는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들이었다. 참사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47분경에도 “차(버스) 안에 10명 정도 있는데 못 내린다. 물이 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8시 57분경에는 “아내가 청주에서 오송으로 오는 길인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딘지 모른다고 한다”며 한 남성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접수하고 적극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신고도 있었다. 오전 7시 58분경 접수된 미호천교 공사 현장 감리단장의 신고에선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장소를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뒤인 오전 9시 54분경에야 최단 시간 내 출동을 의미하는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이미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넘게 지난 뒤였다. 비슷한 시간 119에도 다급한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진희 충북도의원실이 충북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전 8시 40분경 “지하차도 전체가 침수됐다”, 오전 8시 42분경 “버스 안으로 빗물이 유입된다”, 오전 8시 43분경 “물이 가득 차 탈출이 불가하다”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 물이 차오른다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한 시민은 오전 8시 51분경 119에 전화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오전 9시 5분경에는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최초 신고 접수 40분 가량 지난 오전 8시 37분경 구조차와 구급차, 소형펌프차, 탱크차 등 7대를 배치했다. 하지만 배수가 가능한 차량은 소형펌프차 1대뿐이었다. 소방 당국은 침수가 본격화된 오전 8시 45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추가로 54대의 차량을 투입했다. ● 합동 감식 진행…원인 조사 본격화 20일 오전 10시경 오송 지하차도 현장에선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안전부 등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지하차도 내부 곳곳에는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 등 참사 당시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천장에는 강물이 휩쓸고 간 뒤 달라붙은 풀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배수구는 진흙과 흙탕물로 차 있었다. 감식관들은 중앙에 있는 배수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배수실 안에는 총 4개의 배수펌프가 있는데, 각 펌프는 분당 12t의 물을 빼낼 수 있다. 사고 당시 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한 것이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임시 제방에 대한 합동 감식도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 제방 등) 구조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조수지 씨(27)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소식을 접한 후 차량 탈출용 망치를 구입했다. 조 씨는 “평소 이동할 때 차량을 자주 이용하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불안이 커졌다”며 “언제든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두니 마음이 좀 놓여 가족 모두를 위해 망치를 추가로 살 것”이라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후 차량용 비상 탈출 용품을 구입하는 등 침수 상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선 차량용 망치가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침수 사고 시 탈출 방법이 화제의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비상탈출 용품 구매 인증 글도 줄줄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올해는 폭우가 문제”라며 “탈출용 망치 두 개를 구매해 아내에게도 하나 선물했다”는 글을 올렸다. 차량용품 판매 업체 대표 A 씨는 “현재 차량용 망치는 주문이 폭주해 일시 품절된 상태”라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탈출 용품) 관련 문의만 100건 정도 들어왔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2, 3배 가까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참사 직전(8∼12일) 대비 15∼19일 차량 비상용품 거래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게 불안하다며 ‘지하차도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는 시민도 늘었다. 직장인 김모 씨(37)는 참사 다음 날인 16일 경기에 사는 부모님 집에 갈 때 평소 이용하던 지하차도 대신 30분이 더 걸리는 우회로를 택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 서울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 바로 옆이 하천이라 혹시 침수될까 봐 무서워서 돌아서 갔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모 씨(38)도 이번 참사 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이용하던 광역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박 씨는 “광역버스는 대형 지하차도 두 곳을 지나는데, 혹시라도 침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과거 50년,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만든 기존 매뉴얼로는 앞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호우’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이상기후에 맞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매뉴얼을 만들고 재난안전대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100년 빈도 강수량’(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수준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쌓은 임시 제방이 붕괴되면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매뉴얼 전면적으로 바꿔야” 19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미호강의 미호천교 부분 임시 제방 높이는 29.74m였다. 2014년 착공 당시 감안했던 100년 빈도 홍수위 28.78m보다 높았지만 기록적 호우로 제방이 무너졌다. 2020년 섬진강댐 역시 100년 빈도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당시엔 500년에 한 번 오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 바람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침수위험도 평가 기준을 최근 이상기후에 맞춰야 하고, 인근 하천 인접 여부 등도 고려하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도로관리사업소 매뉴얼에 ‘지하차도 중앙이 50cm 이상 잠기면 도로를 통제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미호강 옆에 있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찰 수 있는 지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수 위험 시설물의 관리·대응 책임을 장마철 등 특정 기간만이라도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사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의 도로 관리 책임은 충북도, 미호강 관리는 청주시,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감독 권한은 행복청에 있다 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통합 관리가 안 됐고 사고 후 기관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적어도 재난이 임박한 상황에선 방재 전문가를 임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지휘체계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 15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에 400mm에 이르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지만 관할 시장으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간 공조도 검토할 필요” 현재 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체계에 민간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대원 LIG시스템 재난안전연구소장은 “이제 재난 발생 시 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경보는 효과가 떨어진다.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 위치에 맞는 경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실시간 경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차량 운전자들이 다른 길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를 최근 이상기후를 감안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정 길이 혹은 깊이 이상의 지하차도에 비상 차로를 지정해 어떤 상황에서도 지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반은 지상 1.5m 높이에 설치해 침수 때도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의 경우 배전반이 지하에 있어 물에 잠기면 작동하지 않았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드릴 수 있는 게 커피밖에 없어 오히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탑연리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보실 씨(55)는 “이번 호우로 식당 일부가 물에 잠겼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날(18일)부터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무료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해 피해를 입고 상심한 이웃 등을 위해 제공한 커피가 이날까지 100잔을 넘었다. 이날 오전엔 직접 마트에서 구매한 캠핑용 물통에 커피를 담아 이재민들이 머무는 복지센터에 전달했다. 김 씨는 “수해 현장에서 만난 군인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을 받았다”며 “피해 현장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어르신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능력이 되는 한 커피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민에게 무료 커피 주는 ‘착한가게’ 기록적 호우가 전국을 할퀸 가운데 이재민과 복구 작업을 돕는 이들에게 식사와 숙소 등을 제공하는 ‘착한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날 경북 예천군 예천읍 남본리의 한 카페 입구에는 ‘수해복구 관련 군인·소방·경찰·공무원분들께 아메리카노 무상 제공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30여 명에게 무료 커피를 전달했다는 카페 주인 김소현 씨(32)는 “오전에 자원봉사에 참여한 뒤 뭐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 제공을 결심했다. 많은 분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쉬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숙박업소도 있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갑연 씨(69)는 17일 80대 노부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달려 나가 부축하며 방까지 안내했다. 부부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질까봐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김 씨는 방값의 반이라도 내겠다는 부부의 요청을 거절하며 “돈은 안 받을 테니 편히 쉬고 가시라”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씨는 “살아주신 것만으로도 벅차게 감사한데 어떻게 그분들께 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했다. 김 씨는 16일에도 예천군 효자면에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일가족 4명에게 무료로 방을 내주고 저녁 식사까지 대접했다. 김 씨의 선행은 예천군청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며 알려졌다. 당시 모텔에 묵었다는 글쓴이는 “어려울 때 받은 이 은혜를 꼭 돌려드리겠다”며 사연을 전했다.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수해 복구에 동참한 상인들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 침수 지역 인근에서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66)는 17일부터 장사를 접고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유 씨는 “아랫동네에서 큰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냐”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마을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부자 입금명 ‘오송 힘내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주민 2000여 명이 활동 중인 네이버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지역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이 시작됐다. 19일 오후까지 15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해 300만 원가량이 모였다. 주민들은 형편이 되는 대로 몇만 원씩 보내며 입금자명에 ‘기부합니다’ ‘오송힘내자’ ‘힘내세요’ 등을 넣으며 유족과 이재민을 응원했다. 카페 운영자인 신효섭 씨는 “수해를 입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모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립운동부터 제헌헌법 제정까지 뒤에서 묵묵하게 아낌없는 지원을 베푸신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이 진정한 ‘건국의 어머니’입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인촌 선생 고택. ‘건국사 재인식, 대한민국 건국과 제헌국회’(2022년)의 저자 이영일 전 국회의원(84)은 헌법 제정 과정 등에서 인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75주년 제헌절인 이날 인촌사랑방 및 동우회 회원 50여 명은 인촌 고택에 모여 1945년 광복 이후 대한민국 건국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촌 선생을 기렸다. 이곳은 1948년 당시 내각책임제를 지지하던 한국민주당 인사들이 모여 제헌헌법을 논의하던 곳이다. 당시 한민당 당수였던 인촌 선생은 유진오 고려대 교수와 김준연 한민당 부당수 등과 상의해 민주공화제 헌법 초안을 마련했다. 이 전 의원은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헌헌법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도 인촌 선생의 지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대지주였던 인촌 선생의 통 큰 희생으로 농지 개혁이 이 땅에 실현될 수 있었다. 이러한 리더십이 진정한 대한민국 건국의 밑받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인촌 선생이 숨쉬고 계신 역사적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몸 바치신 인촌의 정신을 기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영대 인촌사랑방 회장, 조강환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장, 주대환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선 인촌 선생이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모아두던 금고도 공개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