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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면 안 됩니다. 주택을 지원하고, 각종 보조금을 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1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정부청사에서 만난 호르눈그 아그네스 헝가리 문화혁신부 가족 담당 장관(사진)은 2011년만 해도 헝가리보다 높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8명까지 떨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르눈그 장관은 “헝가리 정부와 국회는 지난 13년 동안 가족 지원 법안 30여 개를 통과시키며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2010년 오르반 빅토르 현 총리가 집권한 뒤 목돈이 들어가는 주택 마련을 포함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출산율 높이기에 역량을 집중했다.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수하고 ‘가족 주택 지원금(CSOK)’과 ‘출산 예정 대출’ 등을 도입하며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였던 가족 지원 지출 비중을 2022년 6.2%까지 올렸다. 가족 지원 지출 비중은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이며, 같은 해 한국은 1.6%에 불과했다. 호르눈그 장관은 “젊은 부부들은 주택이 마련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충족돼야 출산을 결심한다”며 주택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 초부터 CSOK 대출 상한을 자녀 1명일 때 1500만 포린트(약 5700만 원), 2명일 때 3000만 포린트(약 1억1400만 원), 3명 이상일 때 5000만 포린트(약 1억9000만 원)로 대폭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진 자녀가 3명일 때 최대 1500만 포린트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헝가리는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지 않도록 30세 미만의 여성을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산 여성의 경우 30세까지 소득세가 면제된다. 호르눈그 장관은 “30세 전에 첫아이를 출산하면 다자녀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2년 헝가리는 합계출산율 1.52명으로 10년간 지속돼 온 상승세가 꺾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출산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정부는 다시 ‘가족’에 집중하며 출산율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호르눈그 장관은 “가족에 대한 지원은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앞으로도 가족에 대한 투자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부다페스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12월 13일 저녁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외곽 단독 주택. 두 자녀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집 안 곳곳을 소개하던 미클로시 러슬로 씨(52)가 “이 집을 살 때 정부에서 집값의 3분의 1을 지원받았다”면서 “둘째 딸이 곧 태어나 집을 넓혀야 할 때였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은행원인 그는 2021년 ‘가족 주택 지원금(CSOK)’ 제도를 통해 집값 6000만 포린트(약 2억2800만 원) 중 1000만 포린트(약 3800만 원)를 빌렸다. CSOK의 대출금리는 최대 연 3%. 헝가리 기준금리가 10.75%인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또 ‘출산 예정 대출’로 1000만 포린트를 빌렸는데 대출 후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이자가 면제됐다. 출산 예정 대출의 경우 미클로시 씨가 아이를 한 명 더 낳으면 원금의 30%를 줄여주고, 두 명 더 낳으면 원금을 한 푼도 안 갚아도 된다. 다자녀라는 이유로 집값의 4%인 취득세(240만 포린트·약 910만 원)도 면제됐다. 헝가리는 최근 10여 년 동안 청년층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는 파격 정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린 나라로 꼽힌다. 2011년 1.23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1.52명으로 23.6% 올랐다. 2011년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헝가리보다 높았던 한국이 2022년 0.78명으로 40% 가까이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헝가리의 경우 주택 정책 외에도 자녀가 4명 이상인 여성의 경우 평생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각종 조세·재정 정책을 총동원했다. 호르눈그 아그네시 헝가리 문화혁신부 가족 담당 장관은 “가족 지원으로 출산이 증가하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출산예정 대출-주택수리 지원… 집값 걱정 덜어주니 출산율 1.52명 출산율 반등 이룬 나라들〈2〉 헝가리, 파격 지원으로 출산율 쑥출산 예정시 최대 20년 저금리 대출… 자녀 수 따라 상환 유예-원금 경감넷째 낳은 여성은 평생 소득세 면제… “현금성 지원 장기효과 의문” 지적도 헝가리 남서부 소도시 너지커니저 인근 마을에서 세 자녀를 키우는 마티올라 피터 씨(38)는 “2020년 집을 샀는데 집값의 절반 이상을 정부 도움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CSOK 제도를 통해 집값 2100만 포린트(약 7980만 원) 중 1000만 포린트(약 3800만 원)를 빌렸고, 이와 별도로 143만 포린트(약 540만 원)를 무상 지원받았다. 마티올라 씨는 부인이 셋째를 임신 중이던 2022년 살던 집을 수리하고 증축하는 데 500만 포린트(약 1900만 원)를 받기도 했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 별도로 적용되는 ‘마을 CSOK’ 프로그램 덕분이다. 마티올라 씨는 “헝가리는 셋째부터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지방에서 아이를 키우면 혜택이 더 크다”고 했다.● 자녀 넷 이상 여성 평생 소득세 면제 헝가리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 10여 년 동안 자녀가 있거나 출산 계획이 있는 가정에 현금성 지원을 집중했다. 2016년 도입된 CSOK는 40세 이하 기혼 여성이 있는 가정이 집을 살 때 자녀 수에 따라 1500만∼5000만 포린트(약 5700만∼1억9000만 원)를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상환 기간은 최대 25년이다. 둘째를 낳으면 1000만 포린트, 셋째를 낳으면 추가로 1000만 포린트를 원금에서 빼 준다. 헝가리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보고 2019년 ‘출산 예정 대출’을 추가했다. 용도를 묻지 않고 최장 20년 동안 1100만 포린트(약 4180만 원)까지 빌려주는데, 대출 후 5년 내 첫아이가 태어나면 이자가 면제되고 원금 상환이 3년간 유예된다. 둘째가 태어나면 원금의 30%가 탕감되고 상환은 3년간 더 늦춰진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 원금 전액이 탕감된다. CSOK와 출산 예정 대출을 동시에 이용할 수도 있다. 세제 혜택도 다양하다. 자녀가 2명이면 월 4만 포린트(약 15만 원), 3명이면 10만 포린트(약 38만 원)의 소득세를 환급받는다. 2021년 기준으로 4인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약 59만 포린트(약 220만 원)인 헝가리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자녀가 4명 이상인 여성은 평생 소득세(15%)가 면제된다. 젊은 세대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육아휴직 중인 케셰르 번더 씨(34)는 2021년 1월 출산 예정 대출로 1000만 포린트를 빌렸다. 첫아이가 2022년, 둘째가 지난해 태어나면서 원금 30%가 탕감됐고, 상환은 6년간 유예됐다. 케셰르 씨는 “최근에 헝가리도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대출 덕분에 새집을 마련했다. 셋째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자녀 셋이면 연차 7일 추가 헝가리는 현금성 지원 제도와 함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자녀가 아프면 ‘부모 병가’를 쓸 수 있다. 병원에서 진료확인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연차를 따로 소진하지 않아도 된다. 연차도 자녀 수에 따라 늘어난다. 자녀가 1명이면 2일, 2명이면 4일, 3명이면 7일의 연차를 더 쓸 수 있다. 탄초스 어드리언 씨(39)는 “외국계 기업 중 일부는 이런 제도를 달갑지 않게 여기지만 이는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헝가리 정부의 방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직장이 가정 친화적으로 변하면서 여성의 경력 단절도 줄었다. 2010년 74.2%였던 25∼49세 여성 고용률은 2022년 84.6%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2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미클로시 리터 씨(39)는 근무 시간을 전보다 2시간 줄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그는 “회사에선 매달 일·가정 양립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다. 육아 때문에 경력에 손해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 두고 우려도 정부의 가족 관련 지원이 늘면서 결혼도 증가했다. 2010년 3만5520건이었던 결혼 건수는 2022년 6만3967건으로 80% 이상 늘었다. 반면 이혼 건수는 같은 기간 2만3873건에서 1만7500건으로 26.7% 줄었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출산하려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퓌레스 튄데 헝가리 인구가족연구소장은 “출산과 육아가 소비로 이어지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헝가리의 저출산 정책은 지난해 1월 당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언급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헝가리 방식’을 두고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헝가리의 지난해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9%에 달했는데 상당 부분이 저출산 대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경제학부 교수)은 “현금성 지원은 출산을 고민하는 일부 계층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며 “헝가리 정책을 참고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저출산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 서대문구에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김모 씨(37)는 이달 이사를 준비하다 딸들의 보육 문제로 곤경에 처했다. 큰딸은 5세반, 작은딸은 3세반에 보내야 하는데 두 반을 동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이사 갈 집 근처에 한 곳도 없었기 때문. 인근 시설들에 문의해 보니 “원래 다 운영했는데 아이가 줄어들어 반 개수를 줄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3, 5세반을 모두 운영하는 가장 가까운 시설은 차로 15분 거리인데, 그나마도 빈자리가 없어 대기를 걸어야 한다. 육아휴직 중인 김 씨는 이사를 마치고 복직을 해서 새 집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질까 속이 탄다. 12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2만8954곳으로 2022년 12월(3만923곳)보다 1969곳 줄었다. 매일 5.3곳씩 문을 닫은 셈. 매해 12월 조사에서 어린이집 수가 3만 곳 아래로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3만7371곳)과 비교하면 4년 새 22.5% 급감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감염을 우려해 가정 보육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김 씨처럼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저출산 탓에 아이가 줄어 어린이집이 폐업하고, 이를 지켜본 젊은층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며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녀 계획이 없는 이유’ 1위로 ‘양육 및 교육 부담’(24.4%)이 꼽혔다.“육아휴직 끝나는데…” 아이 맡길곳 없어 출산 기피 어린이집 작년 1969곳 감소경기 하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최근 3년 새 가정 어린이집 2곳이 문을 닫았다. 저출산으로 입소 희망 아동은 줄어드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월세 부담이 커진 탓이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가정 어린이집 한 곳도 다음 달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갑자기 폐원 통보를 받은 부모들은 부랴부랴 새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주민 정모 씨는 “지난해 이사 와서 이제 반 분위기에 적응했는데, 새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 또 적응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여파는 가정 어린이집부터 찾아왔다. 2019년 1만7117곳이었던 가정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1만692곳으로 38% 급감했다. 가정 어린이집은 주로 0, 1세의 아주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출산율이 줄면 이곳부터 여파가 미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도 같은 기간 1만2568곳에서 8886곳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 기간 국공립 어린이집 1863곳을 늘렸지만 쪼그라드는 ‘보육 인프라’를 유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분주히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렸지만, 기존에 있던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7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저출산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선 보육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딸을 키우는 김모 씨는 “이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아직 미혼인 젊은이들이나 신혼 부부들이 본다면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우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 2026년 국내 첫 감염병전문병원이 문을 연다.질병관리청은 11일 입찰공고를 내고 올 상반기(1~6월) 호남권 감염병전문병원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면적 1만3202㎡(약 4000평)에 사업비 781억 원을 투입해 지상 7층, 지하 2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총 98병상이 들어서며 감염병 중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 및 음압수술실,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생물안전실험실 등을 갖추게 된다. 2026년 10월 완공 예정이다.감염병전문병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국가방역대책 일환으로 추진됐다. 호남권을 시작으로 경남권(양산부산대병원), 충청권(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경북권(칠곡경북대병원), 수도권(분당서울대병원) 등 총 5곳의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건설회사를 다니다 2년 전 퇴직한 이모 씨(61)는 80대 장모와 함께 산다. 아들(28)은 대학원에 다닌다. 이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노후 자금이다. 다행히 본인 소유의 집이 있고 빚은 없지만 장모 간병과 아들 결혼 등에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씨는 “은퇴 후 연금 외엔 고정 수입이 없는데 친구들도 사정이 비슷해 목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50대 이상 중년 및 고령층의 절반 가량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목돈을 빌릴 지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제9차 중·고령자의 비재무적 노후생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9.4%만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한 경우 가능한 지인의 수는 평균 1.76명이었다. 이는 2022년 5~9월 50대 이상 6202명을 조사한 결과다.연구진은 중고령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돈이 필요할 때 △몸이 아플 때 △우울할 때로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87.8%는 ‘우울할 때 이야기 할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은 평균 2.51명이었다.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다’는 87.3%, 그 대상은 평균 2.01명이었다. 세 가지 상황에서 모두 도움받을 수 있는 응답자는 48.8%였지만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응답도 7.0%나 됐다. 지난 1년간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은 배우자(66.5%)가 가장 많았고 자녀(26.0%), 형제·자매(2.3%), 친구(2.0%) 순이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 씨(67)의 당적을 공개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당원 명부 공개를 금지한 정당법 조항을 근거로 김 씨의 당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김 씨의 당적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당 가입 위축” vs “국민 알 권리 더 중요” 경찰은 3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김 씨의 당원 가입 및 탈퇴 여부 관련 자료를 확보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범죄 수사 시 당원 명부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정당법을 비공개 근거로 든다. 정당법 24조 4항은 “범죄 조사에 관여한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해 지득한(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질 수 있다. 야당은 당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당적은 정치적 동기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라며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경찰이 당적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은 사건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입장은 엇갈린다. 경찰 출신 이구영 변호사는 “정당의 가입과 활동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공개되면 정당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헌법재판소가 1991년 판례를 통해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국민의 알 권리’를 감안해 경찰이 김 씨의 당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형사소송기록 복사 거부를 취소하면서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김 씨의) 당적을 헌법을 토대로 공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비공개 입장만 고수할 경우 경찰이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7일 “현행법으로는 김 씨 당적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김 씨의 당적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낙선 운동’ 글도 올라와 경찰은 한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 씨와 같은 이름으로 이 대표 등을 비방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작성자가 누군지 파악 중이다. 김 씨와 이름이 같은 작성자는 2016년 1월부터 최근까지 이 홈페이지에 20회 이상 글을 남겼다. 범행 전날인 1일 오전엔 “총선에 이기려면 이재명 낙선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쓴 글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7일에도 김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는 한편, 김 씨의 심리 분석 등을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경찰은 1일 경남 창원의 한 모텔까지 김 씨를 차량으로 데려다준 사람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 지지자일 뿐 공범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李, 죽으로 식사하며 안정 취해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 입원 엿새째인 7일 VIP병실에서 안정을 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회복 중이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죽으로 식사를 하는 상태”라며 “현재 가족들만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감염이나 재출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주말 사이에 이에 대한 특별한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2006년 5월 20일 선거 유세 도중 커터칼 피습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은 상처 부위를 60여 바늘 꿰매는 수술을 받은 후 사건 발생 9일 만인 같은 달 29일 퇴원한 바 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던 재산보험료 기본 공제금액이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다. 자동차에 매기던 건보료도 폐지된다. 지역가입자 약 353만 가구 중 94.3%(약 333만 가구)가 월평균 2만5000원, 연 30만 원가량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소득은 없지만 집이나 자동차를 보유해 건보료를 과도하게 납부해 온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와 은퇴자는 소득 외에도 재산과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은퇴한 어르신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보료가 오히려 늘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1982년, 자동차보험료는 1989년 도입됐다. 당시엔 지역가입자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실시한 조치였다. 하지만 소득 파악이 투명해지면서 부과 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건보료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은퇴자나 지역가입자도 납득할 수 있는 부과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은퇴한 2.5억 집주인 건보료 月14만→10만원… 재산공제 상향 지역가입자 건보료 내달부터 개선소득에만 물리는 직장가입과 달리 재산-車에도 부과해 형평성 논란은퇴후 1주택자 과도한 부담 덜어건보료 수입 年9831억 줄어들 전망 70대 은퇴자 김장수(가명) 씨는 매달 14만3360원을 건강보험료로 내고 있다. 연금소득 월 100만 원 외에 다른 수입은 없지만 거주 중인 아파트에 ‘재산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약 2억5000만 원으로 과표 기준은 공시가의 약 60% 수준이다. 하지만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기본 공제는 5000만 원에 불과해 나머지 금액에는 보험료가 매겨진다. 은퇴 전에는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이마저도 회사와 절반씩 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보험료 납부가 버겁다고 느낀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김 씨의 건보료는 10만3120원으로 4만240원(28.1%)이 줄어든다. 정부와 여당이 5일 발표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에 따라 재산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처럼 ‘소득’ 중심 개편 현재 건보 지역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물리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모두 건보료가 부과된다. 보유 주택이 없어도 전월세 보증금까지 보험료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건보료 부과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 항목은 소득 58.17%, 재산 41.44%, 자동차 0.39%로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의 비중이 41.83%에 이른다. 특히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주택자는 보유 주택 가격 때문에 경제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건보료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정이 이날 발표한 개선안은 건보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꿔 직장가입자와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353만 가구 중 330만 가구의 재산보험료가 월평균 9만2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약 2만4000원(26.1%) 인하될 것으로 추산했다. 예를 들어 약 2억40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한 지역가입자는 그동안 재산 과표가 1억 원으로 책정돼 월 재산보험료를 5만5849원 냈는데, 공제 금액이 1억 원으로 늘면 재산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4000만 원 이상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보료는 완전히 폐지된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약 9만6000가구가 월평균 2만9000원을 내고 있다. 최대 부과 금액은 4만5223원이다. 재산 및 자동차 보험료 개선에 따른 최대 인하 금액은 월 10만1072원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후 “주요국 가운데 재산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고 자동차에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가입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 수익 年 1조 줄어도 부과 체계 개선이 우선”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연간 건보료 수입은 9831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를 통해 충분히 (경감 금액을)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건보 누적 적립금은 약 25조 원이다. 전문가들은 가입자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기본공제를 1억 원, 2억 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궁극적으로는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건보 재정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우선 부과 체계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의 A초등학교는 올해 1학년 담임 교사를 아직 배정하지 못했다. 고학년에 비해 학부모 민원이 잦고, 학생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담임을 맡으려는 교사가 적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사 유모 씨는 “저학년은 사소한 시비에 부모가 개입해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부터는 늘봄학교 확대로 방과 후 돌봄 부담도 커져 학교마다 저학년 담임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4일 교육부는 교원의 담임 및 보직 기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직책 수당을 50%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다. 업무 부담이 큰 담임 교사 등의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 뒤 지난해 10월 교원 간담회에서 수당 인상을 약속했다. 2016년에 월 13만 원으로 인상된 뒤 계속 동결돼 온 담임 수당은 올해부터 20만 원으로 53.8% 오른다. 교무·연구·학생부장 등에게 지급되는 보직 수당은 월 7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2배 이상이 된다. 보직 수당 인상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수당은 월 7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71.4% 인상된다. 교장과 교감 직급보조비도 5만 원씩 올라 각각 월 45만 원, 30만 원이 지급된다. 한편 지난해 2학기 교권보호제도가 시행된 후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원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조사 및 수사기관이 교육감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후 3개월간 접수된 교육감 의견서는 152건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로 인정된 건수는 2022년에만 1702건에 달했다. 3개월마다 약 426회씩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교권 보호 대책을 더 두텁게 시행할 방침이다. 새 학기부터 모든 서울 초중고교에 전담 변호사를 지정하는 ‘1학교 1변호사제’가 시행돼,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하면 이들이 나서서 법률 상담을 제공하게 된다. 3월엔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민원 응대 안내서’가 각 학교에 배포되고, 교권 침해 직통번호(1395)도 개통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의 A초등학교는 올해 1학년 담임 교사를 아직 배정하지 못했다. 고학년에 비해 학부모 민원이 잦고, 학생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담임을 맡으려는 교사가 적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사 유모 씨는 “저학년은 사소한 시비에 부모가 개입해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부터는 늘봄학교 확대로 방과 후 돌봄 부담도 커져 학교마다 저학년 담임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4일 교육부는 교원의 담임 및 보직 기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직책 수당을 50%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다. 업무 부담이 큰 담임 교사 등의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 뒤 지난해 10월 교원 간담회에서 수당 인상을 약속했다.2016년에 월 13만 원으로 인상된 뒤 계속 동결돼 온 담임 수당은 올해부터 20만 원으로 53.8% 오른다. 교무·연구·학생부장 등에게 지급되는 보직 수당은 월 7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2배 이상이 된다. 보직 수당 인상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수당은 월 7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71.4% 인상된다. 교장과 교감 직급보조비도 5만 원씩 올라 각각 월 45만 원, 30만 원이 지급된다.한편 지난해 2학기 교권보호제도가 시행된 후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원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조사 및 수사기관이 교육감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후 3개월간 접수된 교육감 의견서는 152건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로 인정된 건수는 2022년에만 1702건에 달했다. 3개월마다 약 426회씩 발생한 것이다.교육부는 올해 교권 보호 대책을 더 두껍게 시행할 방침이다. 새학기부터 모든 서울 초중고교에 전담 변호사가 지정되고,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하면 이들이 나서서 법률 상담을 제공하게 된다. 3월엔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민원 응대 안내서’가 각 학교에 배포되고, 교권 침해 직통번호(1395)도 개통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12월 18일 경기 시흥시의 공립 대안학교인 군서미래국제학교 5학년 1반 교실. 다음 날 지역 마을 방송국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군터뷰(군서미래국제학교 인터뷰)’ 팀의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다닐입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루캬노프 다닐 군(12)이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이어 베트남에서 온 딘티아인트 양(12)은 수줍은 목소리로 자신이 만든 인터뷰 영상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대사를 놓치면 조장인 남소민 양(12)이 대본에서 대사의 위치를 짚어 줬다. 5학년 1반은 전체 학생 15명 중 4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수업 구성도 색다르다. 지난해 2학기 첫 수업 주제는 ‘인구’였다. 팀 과제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문제를 다뤘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학생들은 각 나라의 인구 및 주거 문제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급 담임인 최윤정 교사는 “이민 생활의 어려움과 모국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편견이 사라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14개국 학생 어울리는 다문화 학교 군서미래국제학교는 폐교한 옛 군서중을 리모델링해 2021년 공립 대안학교 형태로 문을 열었다. 한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초중고 통합형 다문화 국제학교’다. 전교생 366명 중 136명(37.2%)이 중국, 베트남 등 13개국에서 온 다문화 학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향후 다문화 학생이 더 늘어날 상황에서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을 갖고 이 학교를 설립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다문화 학생은 2013년 5만5780명에서 지난해 18만1178명으로 10년 새 약 3.2배로 급증했다. 전체 초중고생의 3.5%에 달한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지난해 고교 과정도 개설했다. 한 울타리에 초중고가 모두 있다 보니 초등생과 중학생이 어울림 시간을 갖는 ‘하우스’ 프로그램 등 여러 학년이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고 한다. 이 학교 박정은 교사는 “초등부터 고교까지 교육 과정이 연계되면서 학생들의 안정감도 높아졌고, 교육적 효과도 커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적의 수피아이 양(18)은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전학 왔다. 역사나 사회 수업은 여전히 어렵지만 한국어는 이미 수준급이다. 수피아이 양은 “이전 학교에선 주로 같은 문화권 학생들끼리 어울렸는데, 여기선 한국 친구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 친구들과 사귀게 되면서 한국어가 빨리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엔 수업과 여행을 겸해 친구들과 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태국 학교와 연계한 해외 프로젝트 수업의 일환이었다.● 다양한 언어 배우며 국제감각 키워군서미래국제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 습득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온 이해가 양(12)은 3교시에 중국어 교실로 옮겨 수업을 들었다. 행성과 항성의 개념, 계절별 별자리 등 일반 초등학교의 과학 교과 내용이었다. 수업에선 한국어보다 중국어 대화가 더 많이 오갔다. 조주연 교사는 한국어로 최대한 쉽게 설명한 뒤, 이 양이 어려워하는 용어를 중국어로 다시 설명했다. 중국에서 온 학생이 중국어 교실에서 수업 듣는 모습이 다소 의아해 보일 수 있지만 조 교사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너무 한국어만 강요하면 학습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언어 스트레스 때문에 학업에 대한 흥미까지 잃지 않도록 편한 모국어로도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문화 학생 중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할 뿐 학습 능력은 뛰어난 학생이 적지 않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학생에게 한국어를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한국어를 익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양도 중국어 수업 덕분에 학교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양은 “중국에서처럼 무조건 암기하는 게 아니라, 게임도 하고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재미있다. 선생님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다문화 학생들은 모국어와 한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영어와 중국어는 초1부터, 러시아어와 베트남어는 초5부터 배울 수 있다. 실제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어 러시아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도 있다. 박 교사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편견 없이 어울리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이 학교의 교육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시흥=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정부가 대학 이공계 분야에 지원하는 학술연구지원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4.4% 줄어든 5147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에 이어 이공계 학술지원 예산까지 줄면서 대학가에선 “기초연구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2일 교육부는 ‘2024년 인문사회·이공 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인문사회 분야에는 지난해보다 48억 원(1.2%) 늘어난 4220억 원이 편성된 반면에 이공계에는 237억 원이 줄어든 5147억 원이 책정됐다. 총액은 93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9억 원(2.0%)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석·박사와 ‘포닥’(박사 후 연구원) 등 젊은 연구자 지원 예산은 늘어난 반면에 지방대 교수 등 전임교원 연구 예산은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이공계 연구 예산을 젊은 연구자와 공동연구 인프라 확충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미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석사과정 연구장려금 36억 원 △포닥 성장형 공동연구 450억 원 등을 신설했다. 포닥 공동연구 지원은 3인 이상 연구팀에게 연간 평균 4억 원씩 최대 4년간 지원한다. 기존의 박사과정 연구장려금은 지난해 90억 원에서 73억 원(81.1%) 늘린 163억 원을 편성했다. 영세한 대학 연구소는 전공이나 학교 간 벽을 허물어 중점 연구기관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핵심연구지원센터를 조성해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대학연구기반 구축’ 예산을 지난해 1794억 원에서 537억 원(29.9%) 늘린 2331억 원 책정했다. 반면 교수 등 전임교원의 개인 연구 예산은 크게 줄었다. 항목별로는 ‘창의도전 연구기반 지원’(946억 원)이 지난해보다 700억 원(42.5%),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지원’(542억 원)은 414억 원(43.3%)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 연구자에게 소액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세계적 수준의 혁신 연구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공계 학술연구지원 예산은 2021년 5577억 원이 책정된 후 3년째 감소세다. 일부 예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단계적으로 이관된 영향도 있지만, 올해는 개인 연구 예산 삭감 폭이 특히 커 현장의 반발이 거센 모습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공대 교수는 “첨단 분야는 기초연구가 활발하면 소수의 성공 사례만 나와도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단기간에 성과가 없다고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 연구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이과생 정모 군(18)은 국어와 수학, 영어, 과학탐구 1개 과목 등 4개 과목에서 2등급을 받았다. 대학들이 3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 군은 같은 점수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로 ‘교차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정 군은 “일단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며 “전공은 입학 뒤 바꿀 수도 있고 적성에 안 맞으면 의대 등으로 ‘반수’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을 본 이과생 10명 중 6명 이상이 교차지원을 생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가에선 “이과생들이 교차지원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합격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교차지원 의사 있다” 응답 늘어 지난해 12월 3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 22일 수험생 1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이과생(1380명) 응답자의 62.3%가 ‘인문사회계열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수능 성적 발표 직후인 12월 8, 9일 조사했을 때보다 11.8%포인트 늘었다. 희망 전공은 경제, 경영 등 상경계열이 60.5%로 가장 많았고 ‘학과 상관없이 대학 이름만 보겠다’는 응답이 24.5%로 뒤를 이었다. 이과생이 교차지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학과보다 일단 대학 이름값에 무게를 두는 수험생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지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교차지원으로 방향을 튼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험생 김모 양(18)은 “수학과 영어에서 모의고사 때보다 1등급씩 내려가 원하는 대학을 수시에서 못 가게 됐다. 정시에선 교차지원으로 경제학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영학부 모의지원 80%가 이과생 이과생이 교차지원에 유리한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 등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선택과목과 확률과 통계 등 문과생 선호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11점으로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컸다. 여기에 ‘문과생이 국어에 더 강하다’는 통념도 깨졌다. 지난해 수능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국어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의 응시생도 이과생이 문과생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과 수험생들로서는 이과생 교차지원이 대입의 큰 변수가 됐다. 입시업체 진학사의 모의 지원에서 한양대 경영학부의 지원자는 80%가 이과생이었다. 이곳은 수학 반영 비율이 40%로 높은 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과생이 대거 유입되는 학과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 이름값만 보고 진학할 경우 적성에 안 맞거나 생각했던 진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문계열에 진학했다가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재학생은 688명으로 전년(456명) 대비 50.9% 늘었다. 이번 설문에선 합격선이 높은 대학으로 ‘상향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42.0%로 직전 조사(38.7%)보다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의대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는 소신 지원하려는 수험생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거나 재정 지원사업 참여를 막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것에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해당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29일 발간한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과 대학재정 지원사업 참여에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한 건 법에서 규정한 인상률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입법조사처는 “2022년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는 419만 원, 사립대는 752만 원으로 2011년 등록금(국립대 435만 원, 사립대 769만 원)보다 낮아졌다”며 “등록금 동결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을 초래하고 교육·연구 축소로 이어져 교육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법이 정한 등록금 인상률 내에서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등록금 인상률과 국가장학금 지원을 연계하지 않는 방안 △등록금 인상 구간에 따라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에 차이를 두는 방안 △대학재정 지원사업과 등록금 인상률 연계를 최소화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 결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거나 재정 지원사업 참여를 막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것에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해당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국가장학금 II 유형 지원과 대학재정 지원사업 참여에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한 건 법에서 규정한 인상률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입법조사처는 “2022년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는 419만 원, 사립대는 752만 원으로 2011년 등록금(국립대 435만 원, 사립대 769만 원)보다 낮아졌다”며 “등록금 동결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을 초래하고 교육·연구 축소로 이어져 교육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입법조사처는 이어 “법이 정한 등록금 인상률 내에서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등록금 인상률과 국가장학금 지원을 연계하지 않는 방안 △등록금 인상 구간에 따라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에 차이를 두는 방안 △대학재정 지원사업과 등록금 인상률 연계를 최소화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 결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 지원을 받은 18세 미만 결식 우려 아동은 28만3858명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24만9186명보다도 3만 명 이상 많은 규모다. 결식 우려 아동에게 방학은 더 고된 시기다. 학교 급식 지원도 받을 수 없어 돌봄이 더 절실하다. 국내 최대 사회 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는 겨울방학을 맞아 회원 기업 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나눔봉사단, SK실트론, SK C&C와 함께 경기 용인시, 경북 구미시, 경남 사천시에서 결식 우려 아동에게 ‘방학 중 도시락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2020년 시작돼 17개 지역에서 7835명에게 48만5289끼의 식사를 지원했다. KAI 나눔봉사단은 내년 1월부터 2월 말까지 사천 지역 결식 우려 아동 50명에게 1850끼를, SK실트론은 구미에서 총 152명을 대상으로 6232끼를 제공한다. SK C&C는 용인에서 293명에게 2344끼를 지원한다. 각 지역 아동센터와 지자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결식 우려 아동을 발굴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역 내 사회적 기업들이 도시락 제작을 맡았다. 나눔봉사단 관계자는 “미래 사회의 주역인 아이들이 끼니 걱정 없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대표 기업으로서 기부와 각종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 본부장은 “전국의 결식 우려 아동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7일 기준 행복얼라이언스에는 116개 기업, 86개 지방정부, 시민 30만여 명이 참여 중이다. 민관의 협력을 통해 아동 결식 등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네트워크다. 결식 우려 아동 도시락 지원 사업인 ‘행복두끼 프로젝트’ 외에도 주거환경 개선 사업, 교육 지원 등을 하고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내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이 5.64%로 정해졌다. 올해보다 1.59%포인트 오른 수치로,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된 2011학년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10년 넘게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며 재정난에 빠진 대학들이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공고했다.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할 수 있다. 2022년 물가 상승률이 5.1%까지 치솟으면서 2021∼202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6%로 집계됐다. 여기에 1.5를 곱해 내년도 등록금 인상 한도 5.64%가 결정됐다. 지난해 인상 한도는 1.65%, 올해는 4.05%였다. 이날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에 동참해 달라”고 대학들에 당부했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을 고려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각종 정부 지원 사업들도 걸려 있다 보니 독자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긴 어렵다. 일단 다른 대학 분위기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서울 소재 A대 총장) 26일 내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가 2011년 ‘등록금 상한제’ 도입 이후 최고치인 5.64%로 발표되자 대학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10년 넘게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을 받아온 대학으로선 당장 등록금을 올려 숨통을 틔울 수도 있지만, 교육부의 동결 압박을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대에선 “학생이 줄어 신입생 충원도 어려운데 등록금 인상은 꿈도 못 꾼다”는 호소도 나온다.● 올해 35곳 인상, 내년엔 더 늘까 그동안 정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내년도 등록금 상한선이 5.64%까지 오르면서 정부의 장학금 지원을 받는 것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대학 재원 확보에 더 유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는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4.05%였는데 4년제 일반대 17곳, 전문대 18곳 등 35곳이 등록금을 올렸다. 학부 등록금을 3.95% 올린 부산 동아대의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은 20억 원 수준이지만, 등록금 인상분은 50억 원으로 더 많았다. 대학은 재정 악화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실험실습비 예산은 2011년 2144억 원에서 2021년 1501억 원으로 오히려 30% 감소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학교 시설 개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사용 연한이 다 된 실습 장비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올 1월 보고서에서 “2022년 4년제 대학의 ‘실질 등록금’은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2008년 대비 23.2% 줄었다”고 분석했다.● 대학원-외국인 유학생 대상 인상 가능성도올 6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4명은 설문에서 41.7%가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2025학년도 이후’라고 답한 28.6%를 더하면 10명 중 7명이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도 정부와 여론의 눈치 탓에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단순 숫자로는 등록금 인상이 더 이익이라고 해도, 강력한 권한을 쥔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순 없다”며 “정부가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면 대학 입장에서는 곧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부 대신 규제를 받지 않는 대학원이나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릴 가능성도 높다. 중앙대는 19일 2024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학부와 대학원의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5%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남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 모집에 자신이 있는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지만 많은 지방대가 오히려 장학금을 주며 학생을 모셔 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늘려 등록금 인상을 최대한 억누를 계획이다. 내년도 국가장학금 Ⅱ유형 재정 지원 규모를 올해 3000억 원에서 35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일반재정지원사업도 일반대 기준 795억 원을 증액한 8852억 원을 편성했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등록금을 자율화해서 소위 명문 사립대는 더 많은 등록금을 받게 하고 정부 지원은 사정이 열악한 대학이나 국공립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3월 폐교한 서울 광진구 화양초교 정문은 한동안 굳게 닫혀 있다가 올 8월 다시 열렸다. 운동장을 이용하게 해 달라는 주민 요청이 이어지면서 광진구와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이 업무협약을 맺고 운동장을 개방한 것이다. 처음에는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했지만 감시카메라와 비상벨 등을 설치한 뒤 12월부터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차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공원과 주차장이 부족했는데, 폐교를 활용해 두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주민 반응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폐교가 이어지면서 폐교 활용법을 두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전남 신안군은 10여 년 전부터 폐교 40여 곳을 사들여 주민 문화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비금면 대광초교는 리모델링해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지었고 인좌초 안창분교는 세계 화석광물박물관으로 개조했다. 경북 의성군은 1993년 폐교한 다인초 달제분교를 교육청이 인수해 안전체험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적조차 드물었던 마을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고 관광객도 유입되면서 귀농인들이 유입되기도 했다. 경북 고령군은 직동초교 부지에 드론센터를 짓고 있고, 경남 통영시는 한산초 용호분교에 ‘길냥이’ 보호·입양 시설을 만들었다. 문제는 폐교가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성을 확보하며 활용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전국 폐교 중 358곳이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부가 현 중학교 2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수학 영역에 ‘심화수학’을 도입하려던 방안이 무산됐다. 난도가 높은 심화수학이 수능에 도입되면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2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최종 의결했다. 올 10월 교육부가 시안을 발표한 뒤 7차례 회의 끝에 최종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수능에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고, 내신에서 사회·과학 일부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교위가 이날 의결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육부는 최종 확정안을 만들게 된다. 대입 개편안을 확정하는 법정 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 ‘심화수학’ 도입 무산…“이공계 학력 저하” 우려도 국교위 심의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끈 건 심화수학의 신설 여부였다. 교육부는 10월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에서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을 없애기로 했다. 지망하는 대학 전공과 관계없이 문과, 이과 모든 학생이 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치르는 방안이다. 논란이 된 건 수능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였다. 시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부턴 새 교육과정에 따라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만 시험을 치른다. 주로 이과생이 응시하는 ‘미적분Ⅱ’와 ‘기하’는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심화수학으로 신설하고, 원하는 학생만 응시하는 절충안을 국교위에 제시했다. 그러나 두 달여의 논의 끝에 국교위는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교위는 “심화수학이 디지털 시대에 미래 역량 함양을 위해 중요한 과목이지만, 공정하고 단순한 수능을 지향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심화수학 신설이 정부의 사교육 부담 완화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상위권 대학은 변별력을 위해 심화수학을 응시 필수요건으로 지정할 것이 뻔하다. 결국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0월 교육부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1294명 대상 설문에서도 심화수학 반대 응답이 54.5%로 찬성보다 9%포인트 높았다. 대학가와 수학계에선 수능 수학 출제 범위 축소가 이공계 대학생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공계의 기초 소양인 미적분Ⅱ와 기하를 모르는 학력 미달 신입생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가 올해 이공계 신입생 16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 특별시험에서 678명(41.8%)이 수학 기초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30.3%보다 1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박종일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대한수학회장)는 “(정부가) 과학기술 강국을 외치면서 이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9개 선택과목은 절대평가… 대입 전형 시기 조정도 검토 고교 내신은 여행지리,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등 사회·과학의 9개 융합선택 과목에 A∼E등급의 절대평가만 도입하기로 했다. 10월 발표된 기존 시안은 전 과목에 절대평가와 5등급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이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춰 수업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에서 상대평가를 의식해 내신 등급을 받기 불리한 과목은 기피할 것이란 의미다. 국교위는 이번 대입 개편안과 별도로 수능과 대입 수시·정시모집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여러 대입 전형 시기가 넓게 퍼져 있어 고3 2학기 수업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24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의대 합격선(표준점수 기준)이 지난해보다 8∼17점 오를 것이라는 입시업체들의 예측이 나왔다. 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돼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크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와 전체 응시생 평균의 차이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전체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어려운 시험을 다른 학생들보다 잘 보면 점수를 더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합격선은 높아진다. 8일 입시업계는 국어, 수학, 탐구 3영역 표준점수를 더한 서울대 의대 합격선을 428∼434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11∼17점 높다. 연세대 의대는 426∼431점으로 10∼15점, 고려대 의대는 423∼428점으로 8∼13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418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398∼406점이다. 인문계에선 서울대 경영대가 406∼411점으로 3∼8점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세대 경영 402∼403점, 고려대 경영 395∼403점, 서강대 경영 388∼394점 등이다. 입시업계는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높아져 소신 지원 경향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 선택과목에서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148점)과 문과생이 다수인 확률과 통계(137점)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지난해 3점에서 올해 11점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수생 등 졸업생에게 밀린 고3 현역의 고전도 예상된다. 새로운 유형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대거 늘어난 준킬러 문항을 처음 접한 이들 중 상당수는 벌써 재수를 고려하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사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사교육 의존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수능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대구 경신고를 졸업한 이동건 씨(449점)로 확인됐다. 이 씨는 생명과학Ⅱ에서 한 문항을 틀렸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선택과목을 골랐기 때문에 전 과목 만점자(435점)인 유리아 씨(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졸업생)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 씨와 유 씨는 모두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은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시 이후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 때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를 당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