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구독 24

추천

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종교37%
사회일반27%
문학/출판17%
역사7%
문화 일반3%
대통령3%
연극3%
기타3%
  • [단독]부처님오신날, 서울 조계사 ‘만발공양간’ 무료로 열렸다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22일 서울 조계사의 식당 ‘만발공양간(萬鉢供養間)’이 무료로 열렸다. 봉축 법요식이 열린 이날 오전 조계사 주변은 500m 가까운 긴 행렬이 이어졌다. ‘두 줄, 만발공양간→’이라며 줄 서는 요령과 방향을 표시한 푯말을 들고 행렬을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만발공양은 사찰 행사가 끝난 뒤 밥을 수북수북 담아 사람들에게 베푸는 음식이란 뜻이다. 초기 불교의 전통은 신도들이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발우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고, 남방불교는 현재도 이를 지키고 있다. 반면, 중국과 한국 등 대승불교가 강한 지역에서 사찰의 만발공양은 살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끼니를 제공하는 나눔의 상징이다. 조계사는 이날 1만 명이 먹을 수 있는 무료 점심을 준비했다. 메뉴는 콩나물 시금치 무나물 등 5가지 나물을 올린 비빔밥과 절편, 시래기 된장국이다. 식당 자원봉사자만 150여명에 이르렀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만발공양간은 일제강점기 사찰 창건 당시부터 운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오랫동안 무료로 운영돼왔다”라고 말했다. 만발공양간은 현재 1인당 2000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엔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 이 공양간이 무료로 운영되자 주변 상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노숙인들까지 몰려 관리가 어렵다며 구청에서 유료화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1000원을 받았는데 또 다시 ‘인상 압력’이 이어져 2015년부터 현재의 요금을 받고 있다. 긴 줄에서 만난 한 신도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지켜보고 만발공양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됐다”라며 “줄이 꽤 길지만 불자들과 만나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22
    • 좋아요
    • 코멘트
  • 고산 스님 “남북 사람 오가는 기차-비행기 길 열리면 그게 통일길”

    “견디고 참으면서 기다린다는 감인대(堪忍待)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러면 좋은 일이 온다는 거지. 은사는 다른 노장들과 달리 염불도 열심히 하고, 경전도 보고, 그 다음에 참선하라고도 했어.” 지난달 수계(受戒) 70주년을 맞은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85)의 은사 동산 스님(1890∼1965)에 대한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1945년 12세 때 입산 출가해 3년간 행자 생활 뒤 1948년 동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그 가르침대로 고산 스님은 드물게 참선과 불경, 계율에 두루 밝은 수행자가 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승려들에게 계를 내리는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도 지냈다. 스님 법호 뒤에는 공부와 계율에 철저하고, 고집도 세다는 의미의 ‘지리산의 무쇠 소’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부처님오신날(22일)을 앞두고 요란스러운 봄비가 내린 16일 경기 부천 석왕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선 경 율(禪 經 律)은 물론 농사일에도 정통하다. 도심 석왕사에서는 어떻게 소일하나. “병원 검진도 있어 쌍계사(경남 하동)와 석왕사를 오가게 됐다. 석왕사에서는 억지로 밭을 만들어 무와 배추는 물론 상추 쑥갓 아욱 근대 호박을 심어 잘 먹고 있다. 손자 상좌에게 농사 가르치는데 지난해 호박 서너 구덩이에서 예순 덩이를 걷어 먹었다고 한다.” ―하루 일과는…. “부처님 제자의 삶이 산사 아닌 도시라고 달라질 게 없다. 새벽 3시면 눈 뜨고 예불과 기도, 손님맞이로 하루를 보낸다. 호텔과 비행기 안에서도 기도가 어려울 것은 없다. 공간에 따라 격식을 갖추지 못해도 잡념 끊고 한마음 한뜻으로 하면 염불삼매에 빠질 수 있다.” ―22일 수계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과거 사진을 정리하고 소풍 삼아 흔적이 있는 절집들을 작가와 함께 돌아봤다. 그런데 한번 가면 일을 뗄 수가 있나. 쌍계사서 10시간, 석왕사서 서너 시간 일하게 되지. 그런 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하루 1시간만 하라더라. 그 시간에 일이 되나, 시작하면 적어도 3시간이지. 허허.” ―1999년 금강산 방문 당시 예정에 없던 법회로 벌금을 수천 달러나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아침에 북에서 한미 연례 훈련에 시비를 걸고…. 여러 고비가 있는 길 아닌가 싶다. 보조국사와 나옹 스님, 서산 대사 등 선사들이 지리산은 웅장한데 빼어난 게 없고, 금강산은 빼어난 데 웅장한 맛이 없다 하면서 묘향산은 웅장하면서도 빼어나 산중의 왕이라 했다. 왕래가 된다면 선사들 흔적을 따라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조언을 주면…. “부처님 말씀으로 대신한다. 욕심 보따리만 풀면 된다. 자기 대에 꼭 언제까지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게 화(禍)가 될 수 있다. 무력이 아니다. 남북의 사람들이 오가고, 기차로 비행기로 다닐 수 있으면 그게 통일이다. 동서독도 왕래하니 결국 통일길이 열렸다.” ―부처님이 오신 뜻을 밝혀 달라. “부처님 왈, 모든 중생이 본래성불(本來成佛)이라 했다. 말하자면 본래 마음자리는 부처인데 중생의 탈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거다. 선문답으로 따지면 부처님이 오셨다고 해도 방망이, 안 왔다고 해도 방망이 감이지. 마음자리는 본래 생사가 없으니 옴이 없이 오고, 감이 없이 가는 게지.” ―출가자가 줄고 스님들을 둘러싼 논란 등 불교의 위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걱정할 것 없다. 사람이나 나라, 사업 모두 흥망성쇠가 있는 법이다. 광복 전후에 입산했는데 성한 절이 하나도 없었고, 노스님들은 불교가 망했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을지는 몰라도, 출가자들이 부처님 제자의 본분을 지켜 살아가면 다시 일어설 것이다.” ―7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음 입산할 때나 지금이나 마음에 큰 변화가 없다. 불교뿐 아니라 유교 도교 기독교 마호메트교까지 알고 싶었고, 성경은 외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평생 살아보니 불교는 최고 종교이자 과학이다. 믿으면 소원 들어준다? 팔만대장경에 그런 말 없다. 부처님 법은 한마디로 ‘지가 해야 한다’는 거다. 불교는 철학 아닌 철학, 종교 아닌 종교야.” ―요즘 손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주로 건네나. “처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이다. 다리 밑의 거지에게 큰돈을 줬더니 밤새 잠 못 이루다 새벽에 주변에 뿌리면서 해방됐다고 한다. 깡통 하나로 춤추고 놀고먹고 맘 편하게 살 수 있으니, 그 깡통 하나가 천하의 보배다.”  부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수계 70주년 고산 스님의 ‘수행’을 엿보다

    수계(受戒) 70주년을 맞은 고산 스님의 삶을 주제로 한 사진전 ‘고산 스님 영적(影迹)’이 22일∼6월 3일 경기 부천시 석왕사 천상법당, 6월 7∼21일 서울 종로구 계동길 고산문화재단 전시실에서 열린다. 우리 산과 들을 찾아 군더더기 없이 그대로 담아내 작품으로 승화시켜 기록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주명덕 작가가 작업을 맡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주 작가는 몇 년간 내장산과 경남 고성 문수암, 남해 보리암 등을 스님과 동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앵글에 담았다. 고산 스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범어사와 해인사, 직지사, 청암사 등을 오가는 작업도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사진들은 최근 작업을 통해 촬영된 작가의 작품들과 고산 스님의 옛 사진들 중에서 고른 90점이다. 고산 스님의 제자이자 석왕사 주지인 영담 스님에 따르면 은사의 행적뿐 아니라 종단사의 한 페이지를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동래포교당 법륜사에서 경봉 스님과 찍은 사진, 조계사 주지로 대웅전을 해체 복원하며 동분서주하는 모습, 총무원장 시절 금강산 신계사 방문…. 당시 금강산 방문에서는 종교 의식을 할 수 없는데 반야심경을 독송해 수천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는 후문이다. 해외 방문 중에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기도를 빠뜨리지 않는 등 불제자로서의 스님의 면모를 알 수 있다. 한편 석왕사는 20일 오전 11시∼오후 6시 경내에서 ‘제11회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한마음축제’를 연다. 행사는 공연과 전시, 체험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미얀마 등 12개국 출신 다문화 가족들이 참석한다. 석왕사는 그동안 다문화가족의 신행 생활을 도우면서 이들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여왔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재외동포 교육, 우리말뿐 아니라 정체성 심는데 큰 역할”

    부처님오신날(22일)을 앞둔 14일 경기 부천시 석왕사는 경내 곳곳을 장식한 색색의 연등꽃이 활짝 피었다. 석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내에서 선구적 활동을 펼쳐온 사찰이다. 이 지역에서 일하면서 사찰을 찾아 기도하는 외국인 이주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마음축제는 이미 11회를 맞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며 국내 최초로 경내에 설립한 장례법당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는 미얀마를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어 안고 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실감하게 하는 석왕사의 이런 행보는 부지런하고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주지 영담 스님의 영향이 적지 않다. 스님이 2010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하 재단)도 소중히 키워온 꽃의 하나다. ―재단은 어떻게 맡게 됐나? “이사장이던 서영훈 선생 부탁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재단이 내우외환으로 어려웠는데 거의 삼고초려를 하셔서 일을 시작했다. 2019년 20주년이라니 감회가 깊다.” ―재단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상당 기간 재외동포 교육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민간 단체로 출발해 나름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우리 동포들이 조국에 대해 애정을 갖는 계기를 제공했다.” 재단의 주요 사업은 세계 100개국 120여개 공관 및 학교를 대상으로 연간 80만 권의 교과용 도서 및 교재 공급, 재외한국어교육자를 초청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교재개발, 경력 2년미만 초보한국어교육자를 위한 e-러닝 한국어교육자 학습센터 운영, 재외한국어교육자들을 위한 현지 교원 방문 연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해외 한국어교육의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재외동포교육과 외국인 교육을 하나로 묶는 브랜드 통합의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재외동포와 외국인 한국어교육을 세종학당을 통해 하나로 하라는 것인데, 아무리 현지화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 동포를 외국인으로 보느냐? 특히 일본에 있는 우리 교포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에게 두 번, 세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다. 한국어교육과 관련된 부처는 교육부, 외교부, 문체부 3개의 부처가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모두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문체부 세종학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며 한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고, 교육부 산하에 있는 우리 재단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뿐 아니라 정체성 교육을 해오고 있다. 중국의 ‘공자학당’의 경우도 철저하게 외국인들에게 공격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브랜드통합의 여파로 지난해 통합해 치른 3개부처 공동 학술대회의 경우 수준과 배경이 다른 참가자들의 만족도 조사가 매우 낮았다. 심지어 참가자 중 한 분은 행사 중에 돌아가버려 내가 직접 가서 사과를 하고 올 지경이었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외동포들의 요구는 무엇인가. “단순히 밥 그릇 지키려는 게 아니다. 미주한국학교연합회나 한글학교 교장 등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에 대해 자신들을 외국인 취급하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단순히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유사성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왜 교육하는가’를 구분해야 한다. 향후 동포 3, 4세를 대상으로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정체성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모국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부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공연-전시-축제… 지역주민 위한 문화도량

    제주 약천사는 고찰은 아니지만 12만 m²의 대지에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과 잘 정비된 불교문화시설로 관광사찰의 명성을 쌓고 있다. 높이 30m에 이르는 대적광전은 동양 최대 규모의 법당으로 알려져 있고 8만 금불상은 이 사찰의 자랑으로 꼽힌다. 약천사는 최근 지역 주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도량이 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전시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이다. 수행과 참선 분위기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문화도량이 되어야 한다는 게 주지 덕조 스님(사진)의 소신이다. 향후 사찰의 넒은 공간은 예술인을 위한 공연과 전시의 장, 도내 학생활동이나 지역주민을 위한 축제나 행사의 장소로 적극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겨우내 조명 시설을 새로 갖추기도 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사찰이 되기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풍물놀이와 5일장, 사진 전시회 등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됐다. 1984년 혜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덕조 스님은 1988년 자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비구계를 받았다.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1998년 약천사 초대 주지를 지냈다. 2002년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뒤 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 초심호계위원,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종단의 여러 소임을 맡았지만 스님의 종교인으로서의 꿈은 소박하다. 부처님의 심오한 혼연일체의 살아있는 법문을 배워가며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촌로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 불가(佛家)에 몸을 담았지만 종단의 보호를 받지 못해 노년을 힘들게 보내는 출가자들이 적지 않다. 약천사는 이들의 여생을 보살필 수 있는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덕조 스님은 “내 안의 나도 다른데 하물며 상대가 나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대화의 단절과 편 가르기 속에 함께하는 세상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茶-禪-律의 쌍계사… “전통 지키며 지역과 상생하겠습니다”

    경남 하동의 쌍계총림 쌍계사는 차(茶)와 선(禪), 율(律)이 어우러진 3절(三絶)의 수행 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섬진강을 따라 화개장터, 다시 빼어난 길의 풍광이 이어진다. 최근 만난 주지 원정 스님은 먼 길 왔다고 반기면서도 말수는 유난히 적다. 은사인 방장 고산 스님에 대한 화제가 나오자 비로소 스님의 말문이 트였다. “지금 이 시대에 방장 스님 같은 분이 몇 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후학들에게는 승려 생활의 모범이시죠. 가람을 수호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법, 심지어 농사짓는 법까지 배웠습니다. 하하. 저희들 복이죠. 1만분의 1이라도 따라가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고산 스님은 4월 30일 수계(受戒) 7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제자 40여 명이 대절 버스를 타고 은사가 주석 중인 석왕사(경기 부천시)를 찾아 스님의 법문을 듣고 왔다. 무슨 얘기를 하셨냐고 묻자 “항상 같은 얘기죠. 열심히 살라는 꾸중과 걱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불교계에서 쌍계총림의 돈독한 우애는 정평이 났다. “다른 총림과 달리 쌍계사는 소임과 관련해 시끄러운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습니다. 중 생활하면서 수행도 중요하지만 효심과 우애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배웠으니까요.” 쌍계사에는 육조 혜능 선사의 정골(두개골)을 모신 육조정상탑과 탑전으로 구성된 금당이 있다. 금당의 중심 육조영당 안에 있는 칠층석탑이 육조정상탑이다. 중창주 진감 선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출가하고 중국에서 배운 범패와 차를 우리나라에 전해 범패와 차의 효시로 통한다. 혜능 선사를 기린 육조정상탑이 있는 육조영당을 세운 인물이 진감 선사다. 이런 전통 속에 1975년 주지로 취임한 고산 스님은 율찰대본산(律刹大本山)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왔다. 원정 스님은 “쌍계사의 자부심은 사찰의 역사와 뿌리를 지켜내는 것으로 시작된다”며 “방장 스님이 만들어 놓은 전통은 여간해서는 바뀌는 게 없다”고 했다. 각각 43회와 16회를 맞은 보살계대법회와 혜능-진감-초의 선사를 연결하는 다맥 전수 대법회가 대표적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세상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원정 스님의 말이다. “2016년 10년 만에 주지를 다시 맡았습니다. 절과 산천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환경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신행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축제 등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쌍계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하동=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경허-만공 스님의 체취 가득한 사찰

    충남 서산 부석사((浮石寺)는 크지는 않지만 선승(禪僧)의 체취와 우리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사찰이다. 근현대 불교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경허-만공 스님의 흔적이 사찰의 곳곳에 남아 있다. 심검당과 목룡장 현판 글씨는 경허 스님이 직접 썼다. 부석사 현판은 만공 스님의 작품이다. 대찰은 아니지만 큰스님들의 법맥이 흐르는 드문 곳이다. 사찰의 산신각에는 중앙에 산신, 우측과 좌측에 각각 선묘 낭자와 용왕을 모셨다. 여기에는 창건 설화가 얽혀 있다. 선묘 낭자는 의상 스님을 흠모했으나 사랑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바다에 몸을 던진 이로 알려져 있다. 의상 스님은 이곳 도비산에 절을 지어 낭자의 혼을 위로하려 했지만 사람들이 불사를 방해했다. 그러던 중 큰 바위가 떠 호통을 치며 사람들을 물러가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 바위는 날아가 절에서 보이는 바다에 떠 절 짓는 공사를 지켜보았다. 이 돌은 물 위에 떠있다고 해서 ‘부석(浮石)’이라 했고, 절 이름도 ‘부석사(浮石寺)’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부석사는 산사음악회와 한문학당, 철새를 탐조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등 문화도량으도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국내로 밀반입된 이른바 ‘서산 부석사 금동 관음상(사진)’으로 부석사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불상을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의 항소로 현재 가집행이 중지된 상태다. 부석사 회주인 주경 스님은 “관음상 환수문제가 찬반이 아닌 진실을 밝히는 과정으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불교계와 사회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북 불교계, 3년만에 공동발원문 채택… 부처님오신날 법회서 동시 낭독

    대한불교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22일) 남북 공동발원문을 채택했다고 15일 밝혔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에 따르면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이 민추본의 제안을 받아들인 뒤 초안을 보내와 이를 부처님오신날 법회에서 동시에 낭독하기로 했다. 공동발원문 채택은 2015년 부처님오신날 이후 3년 만이다. 공동발원문에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함께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선포한 신호탄”이라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애국애족의 실천행에 나선 남과 북의 사부대중에게 불은(佛恩)을 내려달라”는 기원이 담겼다. 조계종은 “공동발원문 채택은 향후 남북불교 교류사업 재개에 긍정적 신호”라며 “민추본은 조불련에 남북 불교도들의 역할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부처님오신날 축하 메시지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축원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부처님오신날 메시지…“부패 척결 노력하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0일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가 2018년 부처님오신날(22일)을 앞두고 경축메시지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종교간대화평의회는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 명의의 메시지에서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권력과 지위를 남용하는 부패는 현대 세계에 만연하는 추문이 돼 버렸다”라며 “우리 종교 지도자들 또한 합법적이고 투명한 문화를 증진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시지는 또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고유한 윤리적 가르침에 따라 부패의 근본 원인을 없앰으로써 부패를 방지하고, 부패한 곳에서는 부패의 근절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정직하고 청렴한 삶을 살아감으로써 부패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적극 투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주교회의 의장이자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 대교구장)는 16일 광주 무각사를 방문해 교황청의 경축메시지를 전달한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21일 대전 광수사,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11일 대구 동화사를 찾을 예정이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0
    • 좋아요
    • 코멘트
  • [김갑식의 뫔길]김수환 추기경의 NO

    4·27 판문점 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에 이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결실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열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안이 있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스포츠와 문화 교류는 봄에서 교류의 기운이 왕성한 여름, 다시 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는 가을로의 전환을 재촉하는 촉매이기도 합니다. 이들 분야는 대북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을 피해 갈 수 있고 반대급부를 둘러싼 갈등도 비교적 적은 영역이라 이행이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그 상징적 효과는 매우 크죠.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남북선수단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현지의 칼바람을 누그러뜨린 봄의 조짐이었습니다. 문화 영역에서는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과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언론과 종교계의 교류 등이 곧바로 실행 모드에 들어갈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힙니다. 특히 남측의 종교인들은 그동안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교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북한의 핵 도발로 남북 관계의 계절 시계는 봄에서 엄동설한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 봄볕을 살려 결실을 본 것이 2007년 금강산 신계사(조계종)와 2005년 개성 영통사(천태종) 복원입니다. 영통사 복원에는 46만 장의 기와와 단청재료 3000세트가 들어갔고, 29채의 전각이 세워졌으며, 묘목 1만여 그루가 심어졌습니다. 종교계의 경우 남측 희망사항이 많아 이전보다 활발한 교류가 예상되지만 성과 위주의 접근은 금물이고 지켜야 할 선(線)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계종에서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원택 스님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복원한 지 10년이 넘은 신계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죠. 다양한 교류를 위해 연락하고 있는데 아직 공개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원택 스님은 뜻밖에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말을 빌려 남북 교류의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김 추기경이 생전에 방북 신청을 하고, 오랫동안 북한 방문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 추기경이 1998년 은퇴하면서 물러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합니다. 2000년대 초반 강연에서 들은 김 추기경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는 게 스님의 말입니다. 당시 김 추기경은 “제가 돈 내고 북한 간다면 이게 선례가 되지 않겠느냐. 향후 남북 교류가 계속될 것인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나”라고 말씀했다네요. 원택 스님과 평양교구장 고문으로 대북 지원 활동을 벌여온 함제도 신부(미국명 제라드 E 해먼드)의 말을 종합하면 이 돈은 7만∼1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우리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안은 다양합니다. 불교만 해도 여러 종단이 북한 지역 사찰의 복원과 사찰 내 문화재의 공동 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2015년 북한의 장충성당을 복원하고 남측에서 사제를 파견해 미사를 봉헌하는 방안 등을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북한과의 교류와 지원 사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개신교계 원로인 홍정길 목사는 25년간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 교류의 5계명’으로 △북에서 한 일, 남에서 떠들지 말라 △주는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 △주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이 원하는 것으로 도우라 △단, 현금이 아닌 물건으로 도우라 △술을 조심하라 등을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대북 교류에 나서는 책임자들이 ‘남북 화해와 평화의 교량 공사’에서 마지막 테이프 커팅의 영광스러운 주인공이 아니라 다리 밑 기둥과 자갈이 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고언도 이어졌습니다. 종교인들은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 교류·지원과 선교·포교의 선도 지켜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해 옥고를 치르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1897∼1944)의 손자인 주승중 목사(인천 주안장로교회)의 말도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그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조부 묘소와 교회 등 그 흔적이 누구보다 그리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부 목회자들이 해외에서처럼 북한 지역을 또 하나의 선교지로만 여긴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바야흐로 남북 관계의 봄, 그러나 ‘추기경의 노(No)’에 담긴 의미도 잊지 말아야 할 시기입니다. 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느님 보신 적 있나요?” “神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죠”

    “하느님 보신 적 있나요?”(한왕용 대장) “…….”(홍창진 신부) “저는 가끔 뵙는데…. 주로 높이 있으니까.”(한) “무슨 소리야. 내가 그 분야 전문가인데.”(홍) 한왕용 대장(52)은 엄홍길과 고 박영석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座)를 완등한 산악인이다. 그 여정은 도전과 영광도 있었지만 생명까지 내걸어야 하는 외줄의 길이었다. 때로 동료를 눈 속에 묻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픔의 길이었다. 14좌 완등 뒤 한 대장은 자신을 지키겠다는 가족과의 약속과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산을 위해 생명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그는 정복이라는 인간의 오만 속에 훼손된 산을 지키는 클린 마운틴 운동에 나섰고, 현재 ‘한왕용의 트레킹 이야기’()를 운영하며 트레킹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광명성당의 홍창진 신부(58), 한마디로 괴짜 신부다. 십수 년 접한 그의 직함 앞에는 괴짜뿐 아니라 이상한, 연예인, 심지어 ‘날라리’까지, 사제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들이 여럿 따라다닌다. 그러면서도 천주교주교회의 종교 간 대화위원회 총무 자격으로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한 통일 문제 전문가이자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 대표이기도 하다. 종교인 토크쇼로 화제를 모았던 tvN ‘오 마이 갓’의 단골 멤버인 그는 영화와 TV에도 ‘잠깐 배우’로 곧잘 등장하는가 하면 배우 손현주 권상우 김유석과도 가까운 마당발이다. 그런데 하느님을 둘러싼 둘의 대화는 어떻게 됐을까. “저는 구름이나 환상일 수도 있지만 가끔 그분을 뵌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주로 8000m 이상이라 산소도 부족하고 목숨이 오락가락할 때라 그럴 수도 있지만….”(한) “나도 아직…. 하느님은 맘에 있는 거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고.”(홍) 그 분야 전문가인 홍 신부의 반응이 묘하다. 둘의 대화는 산(山)과 신(神)을 오가는데 때로 ‘개그 콤비’의 만담 같기도 하다. 클린 마운틴 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지난달 2일 출국해 트레커들 사이에서 ‘꿈의 코스’로 불리는 잉카 트레킹을 다녀왔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꿈의 코스’ 잉카 트레킹 3박 4일간 약 43km를 걷는 이 트레킹은 해발 2400m의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엄격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 과거 1만 명이나 되는 잉카인이 산 것으로 추정되는 마추픽추는 요새 도시로, 20세기 초반에 발견될 때까지 오랫동안 세속과 격리돼 있었다.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로 불린다. 잉카 유적을 볼 수 있고 제한된 인원만 가능하기 때문에 트레커들 사이에서 꿈의 코스로 불린다. 한 대장 팀은 일행 9명과 현지 가이드 2명, 포터 16명 등 27명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인다. 2인용 텐트를 포함해 요리에 필요한 장비와 음식 재료를 모두 가져가고 쓰레기는 다시 가져와야 한다. 홍 신부는 “멤버 대부분이 히말라야도 가고 트레킹에 익숙한 분들이지만 잉카는 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 대장은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수백, 수천 개가 있지만 여기처럼 빨리 인원이 차는 곳은 없다”며 “오지에 인터넷도 안 되는데 국적과 종교도 다른 세계인들이 몰린다”고 했다. 일행은 지난달 2일 한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2시간 비행하고 4시간 체류한 뒤 페루 수도 리마까지 9시간을 날아갔다. 리마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남부 도시 쿠스코에 도착했다.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수도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어 하루를 묵으면서 고지대에 적응하는 포인트가 된다. 4월 4일 쿠스코에서 미니밴으로 3시간을 이동해 트레킹 출발점인 해발 2600m의 피스카쿠초에 도착했다. “3박 4일에 43km를 가는 것이니 거리로만 따지면 매우 천천히 걷는 거죠. 하지만 고도 때문에 불가피한 속도입니다. 여기서 아야파타∼차키포차∼위냐이와이나∼태양의 문을 통해 마추픽추로 떨어지죠.”(한) 둘째 날, 그래도 트레킹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일행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이날 트레킹 코스 중 가장 높은 4200m 지점에 죽은 여성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데드우먼스 패스(Dead Woman‘s Pass)’가 있기 때문이다. 홍 신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숨을 멈추면 산소가 부족해 어지럽다. 게다가 두 손까지 보태 네 발로 올라가야 하는데 울면서 올라가는 이들도 보였다”며 웃었다. 전문가인 한 대장의 눈에는 다른 게 들어왔다. “외국인 트레커들 중 백인이 80% 이상인데 일반 운동화를 신은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우리 일행은 거의 히말라야 원정대 분위기인데. 하하.”○ “완전히 ‘몰빵’해라” 안데스의 산속에서 둘은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한마디로 ‘착하게 살아라’죠. 원주민들은 아직도 자기 고유 언어를 쓰면서 힘들게 사는데 그래도 밝아요. 그들도 눈과 귀가 있어 잘 먹고 잘 입은 사람들을 볼 텐데,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행복해하는 게 느껴져요. 우리와 달리 비교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이 네 번째 잉카 트레킹인데 그 길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갖게 됐어요.”(한) “히말라야가 자연 그대로의 ‘자연신(神)’이라면 잉카는 인간의 신앙이 만들어낸 세계 아닐까요.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신과 잉카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성지 순례였습니다.”(홍) 곧바로 산 전문가가 “무슨 대화냐”라며 다소 공격적으로 물었다. “그게 뭐, 간단히 말해 ‘네가 신부라는데 믿으려면 좀 제대로 믿어라. 완전히 몰빵해라’, 그런 거죠. 태양신을 섬긴 잉카인들의 흔적을 보면서 나는 이미 열정이 없구나 하고 반성하면서 걸었어요. 어차피 믿음의 세계는 선택인데, 나는 계속 돌아보고, 돌아오고 그랬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신의 영역은 자신이 전문가라는 홍 신부의 말에 앙금이 남은 듯한 반박도 이어졌다. “그런데 신부님,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사람들이 태양신과 지도자를 위해 이런 건축을 했다는 것이 합리적입니까? 백성들은 결국 착취당한 게 아닌가요? 신이 뭔데, 종교가 무엇인데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나요?”(한) “음, 내 생각에는 정치와 종교 가릴 것 없이 통치의 가장 큰 핵심은 신뢰 아닐까요? 불완전한 인간이 그 신뢰를 얻기 위해 종교의 힘을 빌리는 거죠. 잉카제국을 비롯해 모든 제국이 그래왔으니까요.”(홍) 홍 신부, 꽤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직업병이 도졌다. 트레킹 중 매일 저녁 약식으로 미사를 진행했다. 주변의 외국인 가톨릭 신자까지 이 미사에 참여했다. 직업병에 얽힌 그의 꿈이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남극과 북극점에 깃발을 꽂고 오는데 난 미사를 드리고 싶은 거죠. 평생 가볼까 말까 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짜릿함을 다른 분들은 이해 못 하죠.” 한 대장의 세례명은 바오로. 그는 독실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가르침대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홍 신부 왈 “일단 현지 미사에 참여하더라. 내가 보기엔 착한 신자”라고 했다. ○ 한 대장과 홍 대장 요즘 새로 생긴 홍 신부의 별명이 ‘홍 대장’이다. 안식년인 올해 몇 달간 히말라야에 머물며 때로는 코스 가이드 역할을 맡아 붙여진 것이다. “포카라에서는 인기가 하늘을 찔렀어요. 저도 시간이 필요해서 두 팀만 받았어요.”(홍) “안나푸르나는 저보다 전문가가 된 듯해요.”(한) “에이, 그래도 저는 아직 한 대장 패밀리죠.”(홍) 일행은 잉카 트레킹을 포함해 산타크루스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트레킹까지 보름 일정을 소화했다. 비용은 약 8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팔자 좋은 사람들의 여행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한 대장은 “어디든 그리워하고 꿈꾸는 사람만 갈 수 있다”며 “이번 트레킹에 참여한 분들은 몇 년 전부터 시간을 쪼개고 돈도 모아 참여했다”고 했다. 산과 신에 이어 다시 목자(牧者) 얘기도 나왔다. “산에서는 신부님이 아니라 제가 목자죠. 정말 팀원들의 안전을 챙기다 보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입니다. 아, 어린양을 보는 목자의 심정이 이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트레킹이야말로 인간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아닌가 합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도 히말라야나 잉카를 접하면 ‘오 마이 갓’을 절로 외치게 됩니다. 함께 살자, 내려놓자, 이런 거죠.”(홍)   ▼한왕용 대장이 추천하는 세계 3대 트레킹▼○잉카 트레킹… 고대 잉카인 발자취 따라여느 트레킹과는 달리 잉카 고대 사람들이 직접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유일한 코스다. 무엇보다 그들의 흔적을 보고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3박 4일간 모두 43km를 걸으며 마지막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정점을 찍게 된다. 트레킹을 위해서는 반드시 페루 정부가 발행하는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하루 200명만 입산을 허용하기 때문에 최소 8개월 전에는 미리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몽블랑 트레킹… 알프스의 멋진 자연 풍경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는 약 168km의 코스다. 히말라야 7000m급 이상에서만 볼 수 있는 빙하와 숲, 호수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멋진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같은 듯 다른 3국의 음식과 문화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입산은 6월 15일∼9월 15일경 해발 1000∼2000m 지대의 산장들이 문을 여는 시기가 트레킹에 편리하고 기후도 좋다.○파타고니아 트레킹… 빙하 위 걷는 환상 체험안데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는 원주민 말로 ‘큰 발’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두 구역으로 나뉜다. 칠레 코스는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약 70km에 이른다. 12월∼이듬해 2월이 트레킹 적기로 야생화가 만발하고 에메랄드빛 호수와 빙하를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코스는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을 기점으로 세로토레, 피츠로이, 모레노 빙하로 이루어져 있다. 모레노 빙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빙하의 줄기 일부로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두 다리로 빙하 위를 걷는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산악인 한왕용 대장과 별난 신부 홍창진의 잉카 트레킹 스토리는 8일부터 dongA.com에 5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 2018-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계종 “MBC ‘PD수첩’에 응분의 책임 반드시 물을 것”

    대한불교조계종은 2일 MBC 최승호 사장과 PD수첩 제작진, 불교계 매체인 불교닷컴을 불교를 음해하는 훼불세력으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기획실장인 금산 스님 명의의 입장문에서 “MBC가 조계종과 관련한 의혹 수준의 문제 제기 내용을 방영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PD수첩’은 1일 방송에서 설정 총무원장을 둘러싼 숨겨진 자녀와 학력 위조, 사유재산 은닉, 현응 교육원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다뤘다. 조계종은 프로그램 내용이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의 주장과 이 매체의 이전 보도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이 대표는 피고의 지위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취득한 정보를 MBC에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만큼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 조계종은 또 학력 위조 문제는 이미 사과했고 재산과 관련한 부분도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재차 부인했다. 현응 교육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전날 사실로 드러나면 승복을 벗겠다는 본인의 말을 인용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조계종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친자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것이 설정 스님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불교닷컴 이석만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반드시 명확하게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MBC 최승호 사장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공영방송이 정상화된다면 조계종 적폐 특집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발언을 했고 인터넷언론인 뉴스타파 재직 시절 조계종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갖고 비판적 시각의 뉴스를 내보낸 사실도 있다”라며 “ 1일 PD수첩 이후 방송된 100분 토론에서 명진 스님을 패널로 출연시킨 사실은 그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따라서 조계종에 대한 편향된 의식을 갖고 있는 최 사장이 공영방송을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결과물이 금번 PD수첩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5-02
    • 좋아요
    • 코멘트
  • 6·25 참전 푸에르토리코 재해 신음… 조계종, 5월 현지 찾아 성금 전달

    카리브해의 진주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에는 잊혀진 영웅들이 있다. 6·25전쟁 당시 푸에르토리코는 6만1000여 명이 참전해 장진호전투 등에서 여러 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750여 명이 전사했고 100여 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희생이 컸지만 미군 소속으로 참전해 이들의 희생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1952년 미국 자치령이 된 푸에르토리코는 지난해 9월 허리케인 마리아로 입은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피해 규모는 500억 달러(53조6500억 원)로 추산된다. 7만 명이 아직도 전기와 통신이 끊겨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이지만 미국 측의 지원이 원활하지 못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국내외 긴급구호 모금기구인 (재)아름다운동행이 푸에르토리코 지원에 나선다. 재단과 군종 교구 관계자들이 5월 26일경 현지를 방문해 30만 달러(약 3억2200만 원)의 성금을 전하고 현지 국립묘지도 참배할 예정이다. 현지 전력 사정이 최악의 수준인 것을 고려해 태양열과 석유를 이용하는 소형 발전기도 전달한다. 현지 방문 중 6·25 참전용사협회 관계자와의 만남을 갖고 파괴된 협회 시설 복구도 도울 계획이다. 재단에 따르면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뜻으로 종단 차원에서 이번 지원 활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군 포교를 담당하고 있는 군종교구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군종교구장을 지낸 총무부장 정우 스님이 3000만 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여러 사찰에서도 정성을 모아 현재 모금액은 2억7000여만 원에 이른다. 정우 스님은 “미국 자치령이라는 사정 때문에 푸에르토리코의 참전과 희생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해 재난 피해도 커 안타까웠다”라며 “천지는 나와 한 뿌리이고, 이웃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는 게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다.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아름다운동행은 겨울철 난방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아이연탄맨’ 활동을 비롯해 아이티와 네팔 지진 등 국제재난 현장에서도 활발한 구호와 기부 활동을 벌여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계 “‘판문점 선언’,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길”…환영의 뜻 전해

    종교계 지도자들은 27일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물들을 잘 가꾸고 이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안정과 국론의 통일이 중요하다”라며 “불교계도 오늘의 소중한 성과를 남북불교교류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메시지를 통해 “머지않아 열릴 북미 정상회담과 공동 선언의 실천들이 좋은 열매를 맺어 한반도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이뤄내는 희망의 땅이 되기를 기원한다”라며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고 갈라진 겨레가 하나 되는 날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여정에 한마음으로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은 “이제 남과 북은 평화의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라며 “긴 세월 아픔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온 남과 북은 이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임을 깨닫고 한민족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연합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평화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하면서 “합의와 선언은 반드시 책임 있는 이행이라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7
    • 좋아요
    • 코멘트
  • 5월 11∼13일 ‘10만개 연등’ 평화 밝힌다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5월 22일)의 표어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이다.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석가탑등(燈)’ 점등식으로 올해 봉축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 등은 국보 제21호인 불국사 삼층석탑을 한지로 재현한 것으로 좌대 2m를 포함해 높이가 18m에 이른다. 이 등 주변에는 2.2m 높이의 코끼리등 4점을 배치했다. 봉축 행사는 다음 달 11∼13일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진행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로 절정에 이른다. 연등회의 꽃인 연등 행렬은 12일 오후 동국대에서 어울림마당을 가진 뒤 7시부터 동대문을 거쳐 종로 일원, 조계사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뜻에서 북한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물고기등, 호로등, 사자등을 비롯해 북한등 19점이 선두에 등장한다.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연등 행렬에서는 대형 등을 의미하는 장엄등 150개, 개인 행렬등 3만 개에 거리 연등까지 포함하면 10만 개의 등이 장관을 연출하게 된다. 연등 행렬이 끝나는 오후 9시 30분부터 종각사거리에서는 행렬을 마친 참가자와 시민이 모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즐기는 회향한마당이 열린다. 조계종 홍보국장 효신 스님은 “10만 명이 4.5km나 되는 거리를 행진하는 것은 세계 축제에서 유례가 없는 경우”라며 “이번 연등회는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문화로 모든 이들이 즐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계종 “27일로 예정된 ‘MBC 규탄 결의대회’ 잠정 유보”

    대한불교조계종은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하기로 한 ‘불교파괴 왜곡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잠정 유보한다고 26일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발표한 ‘불교파괴 규탄 및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입장문에서 “27일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날로 온 국민이 일심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원하는 날이자, 불교계에서는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원하는 금강경 독송정진이 진행되는 날”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대회 개최를 잠정 유보한다”고 했다. 조계종은 또 “5월 1일 방송예정인 MBC PD수첩이 예고방송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종결된 사건을 포함하여 종단을 향해 비방의 날선 구업을 지어왔던 피징계자들의 인터뷰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아니한 무분별한 의혹수준의 황색 저널리즘식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범불교도 결의대회 개최 등 종단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6
    • 좋아요
    • 코멘트
  • 북한燈 19점 선두에…부처님오신날 도심 10만개 연등행렬 ‘장관’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5월 22일)의 표어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이다.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석가탑 등(燈)’의 점등식으로 올해 봉축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 등은 국보 제21호인 불국사 삼층석탑을 한지로 재현한 것으로 좌대 2m를 포함해 높이 18m에 이른다. 이 등의 주변에는 2.2m 높이의 코끼리 등 4점을 배치했다. 봉축 행사는 다음달 11~13일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진행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로 절정에 이른다. 연등회의 꽃인 연등 행렬은 12일 오후 동국대에서 어울림마당을 가진 뒤 7시부터 동대문을 거쳐 종로 일원, 조계사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뜻에서 북한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물고기등, 호로등, 사자등을 비롯해 북한등 19점이 선두에 등장한다.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연등행렬에서는 대형등을 의미하는 장엄등 150개, 개인 행렬등 3만개에 거리 연등까지 포함하면 10만 개의 등이 장관을 연출하게 된다. 연등행렬이 끝나는 오후 9시30분부터 종각사거리에서는 행렬을 마친 참가자와 시민이 모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즐기는 회향한마당이 열린다. 13일에는 인사로와 종로 일대에서 다시 한 번 연등 행렬이 펼쳐지고 조계사 우정국로 일대에서 전통문화마당과 공연마당을 진행한다. 11~22일 조계사 옆 우정공원, 삼성동 봉은사, 청계천 등지에서는 전통등 전시회가 열린다. 조계종 홍보국장 효신 스님은 “10만 명이 4.5㎞나 되는 거리를 행진하는 것은 세계 축제에서 유례가 없는 경우”라며 “이번 연등회는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문화로 모든 이들이 즐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6
    • 좋아요
    • 코멘트
  • 조계종, 27일 광화문광장서 MBC 규탄대회…“PD수첩 불교 음해”

    대한불교조계종은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앙신도회 주최 행사에서 2만여 명의 불자들과 함께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불교파괴 왜곡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은처자(隱妻子) 논란과 관련해 소송 상대방이 유전자 검사 방법을 제시하면 수용해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서울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단 현안관련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 일부의 의혹제기 문제를 비롯해 현재 소송 중이라 객관적 사실로 특정되지 아니한 사안까지도 포함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MBC ‘PD수첩’이 불교를 음해하고 폄훼하는 훼불 행위을 하고 있어 종단 의지를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간담회 끝에 “제가 부덕해 많은 종도들에게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저에게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를 채취하여 법원에 제출할 것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할 것”이라고 했다. 조계종은 가칭 ‘불교파괴 규탄 및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정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정했다. 앞서 PD수첩은 유튜브를 통해 다음달 1일 오후 11시 10분 방송예정인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3대 의혹’이란 제목이 붙은 예고편은 30여초 분량으로 ‘폭력 여자 돈-조계종의 민낯’이란 자막도 달렸다. 불교계에서는 PD수첩이 예고편에 3대 의혹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 당선 전부터 논란이 됐던 학력위조와 100억대 부동산 보유 논란, 은처자 의혹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예고편에는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비롯해 폭행사건, 경기도 한 사찰 주지의 은처자 문제와 관련한 화면이 등장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4
    • 좋아요
    • 코멘트
  • “남북 신뢰구축이 우선”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통일 시대 비전 제시

    “최근의 남북 평화 무드에 기대가 큽니다. 상생, 평화,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관계없이 남북 사이의 신뢰구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원불교 교단 행정의 책임자인 한은숙 교정원장(사진)은 통일 시대를 위한 여러 비전을 제시했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교조인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은 날로 교단 최고의 축일이다. 원불교는 교정원장 산하에 통일위원회를 설치해 향후 평화통일운동과 남북교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통일 담론 연구와 함께 북한 오지마을 100가구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태양광 시범 단지를 조성하는 ‘평화 햇빛달기’ 사업과 북한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 밭을 조성하는 ‘평화 숲밭’ 사업 등 각종 교류와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다음달 1일에는 파주시 민통선 평화 숲밭에서 ‘경계너머 평화’라는 주제로 남북교류 원불교 선포식도 열린다. 한 교정원장은 “원불교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전국 100여개 교당에서 태양광 발전 관련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여건만 조성되면 북한 측에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불교는 현재 터만 남은 상태인 개성 교당의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교단에 따르면 북한 지역 원불교도 숫자는 800명 정도. 그동안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 조선불교도연맹 등을 통해 수차례 개성교당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북측으로부터 구두로 3000평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게 원불교 측 설명이다. 21일 개막한 대각개교절 봉축행사는 ‘모두가 은혜입니다’라는 주제로 28일까지 이어진다. 법등 축제와 영화제, 무료 진료와 나눔 사업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한편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경산 종법사는 법문에서 “우리나라는 민족 전체가 평화와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남과 북의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의 동남풍이 불기를 축원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4
    • 좋아요
    • 코멘트
  • ‘집퍼’ 손길에… 노숙 장애인 꿈같은 결혼식

    24일 오후 4시 반 서울시청 뒤편 서울마당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린다. 꿈도 희망도 없이 서울역 부근에서 노숙과 쪽방 생활을 하던 김성호(37) 김진희 씨(30)가 주인공이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지체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다. 이른바 ‘동작동 쪽방촌’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밥이 아니라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집퍼 사역’을 하는 설수철 목사(51)를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숍을 찾은 부부와 이들의 정착과 결혼식을 도운 설 목사를 만났다. 턱시도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들은 서로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잊었다. 남편은 “목사님이 결혼식 얘기를 할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떨린다”고, 아내는 “오빠, 너무 멋지다”고 했다. 설 목사는 “자식을 결혼시키는 느낌이다. 증인이 많다. 동아일보에까지 나면 정말 큰일이니 미워하지 말고 사랑만 가득하게 살라”고 덕담했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설 목사의 하늘문교회 예배 시간이었다. 이들은 이후 빠르게 가까워져 부부의 인연을 맺었고, 10월에는 혼인신고를 했다. 진희 씨의 꿈은 어릴 때부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다. 어렵게 새 출발을 했지만 결혼식은 공공근로 등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 사연이 설 목사를 통해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대표인 이창호 목사에게 알려지면서 작은 기적이 시작됐다. 이윤미 나누리결혼문화원장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서울마당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대산공사가 식장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한 것. 노숙인 대상의 무료급식 봉사를 했던 설 목사는 2년 전부터 ‘집퍼 사역’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립주택 몇 채를 임차해 노숙인 가정을 입주시키는데 그 부담이 작지 않다. 그래서 평소 그는 목회자라는 본업 외에 4년째 대리기사와 택배기사, 목수로도 뛰고 있다. 수입의 대부분은 임차 비용과 공간에 놓을 가전제품을 마련하는 데 들어갔다. 설 목사는 “밥만 먹고 거리로 다시 돌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봤다”며 “집을 퍼주면 그 사람의 심신이 건강해지고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 씨는 “목사님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작은 기적을 경험했다”며 “지금은 목사님 도움으로 편안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임대아파트를 마련해 자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