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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구본길(35) 오상욱(28) 도경동(25) 박상원(24)으로 구성된 남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팀은 1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물리치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땐 펜싱 세부 종목 로테이션 개최 원칙에 따라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강전에서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종주국 프랑스를 45-39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하면서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란 애칭을 얻었다. 2연패 멤버였던 김정환(41) 김준호(30) 대신 도경동 박상원이 팀에 들어오면서 세대교체가 일부 이뤄져 지금은 ‘뉴 어펜져스’로 불린다.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 펜싱 단체전을 3연패한 건 처음이다.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올림픽 펜싱 단체전 3연패 이상은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에 이어 다섯 번째다. 펜싱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있던 종목이고 단체전은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 대회 때 처음 도입돼 올해로 120년째를 맞은 ‘올림픽 트래디셔널 스포츠’다. 이날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딴 금메달은 한국의 이번 대회 12번째이자 여름올림픽 통산 300번째 메달이다. 한국은 직전 올림픽인 도쿄 대회까지 모두 287개(금 96개, 은 91개, 동메달 100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여기에 2012년 런던 대회 역도에서 3위를 한 러시아 선수의 도핑이 드러나면서 당시 4위였던 전상균(43)의 동메달 승계가 4월에 확정됐다. 전상균은 9일 파리에서 동메달을 받는다. 나흘 전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첫 2관왕에 올랐다. 한국 펜싱 선수의 올림픽 2관왕도 오상욱이 처음이다. 3년 전 도쿄 대회 단체전 우승 멤버이기도 한 오상욱은 이로써 올림픽 금메달이 3개로 늘었다.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은 김수녕(양궁)과 진종오(사격)가 갖고 있는 4개다. 오상욱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단체전 4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속편은 본편보다 못하다는 속설은 ‘어펜저스’(펜싱+어벤져스)에는 통하지 않았다. 세대교체에 완벽히 성공한 한국 남자 사브르 ‘어펜저스2’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구본길-오상욱-박상원-도경동)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0으로 꺾고 디펜딩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남자 사브르 단체전 올림픽 3연패는 21세기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헝가리가 7연패(1928~1960)를 한 적은 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프랑스(2004, 2008), 러시아(1996, 2000)가 각각 2연패를 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딴 오상욱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처음으로 2관왕이 됐다. 남자 사브르에서 2관왕이 나온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개인전-단체전 금메달을 딴 스테니슬라프 포즈디야코프(러시아) 이후 24년 만이다.한국 남자 사브르는 2021년 도쿄에서 올림픽 2연패, 2022년 세계선수권까지 이 대회 4연패를 합작해 ‘어펜저스’라 불렸던 김정환-구본길-오상욱-김준호 중 구본길과 오상욱만 남은 상태다. 김정환, 김준호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박상원, 도경동이 합류하는 세대교체를 겪었다. 하지만 ‘어펜저스2’는 4강에서 펜싱 종주국이자 개최국으로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받은 프랑스를, 결승에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의 단체전 5연패를 저지한 헝가리를 차례로 격파하는 블로버스터급 전개로 올림픽 3연패를 완성하며 ‘세계최강’ 자리를 지켰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 시즌까지 8년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새로 합류한 막내 박상원(세계랭킹 23위)은 결승에서 1번 주자로 나서 헝가리 팀의 에이스인 실라지 아론(12위)을 상대로 1라운드에서 5-4로 우위를 점하며 피스트를 오상욱에게 넘겼다. 이어 형들은 점수차를 늘리며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번 올림픽 개인전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은 오상욱은 헝가리의 막내 크리스티안 랍(34위)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를 하며 10-8로 간격을 넓혔다. 이어 맏형 구본길(22위)이 서트마리 안드레스(24위)를 상대로 15-11까지 달아났다. 오상욱은 2라운드에서 서트마리를 상대로 한때 27-28 역전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30-29로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채 피스트를 도경동에게 넘겼다. 8강, 4강에서 중심을 지켰던 오상욱이 단체전에서 상대에게 한 순간이라도 리드를 허용한 건 이번 라운드가 처음이었다. 그러자 ‘신스틸러’ 도경동이 나타났다. 이번 대회에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도경동은 8강, 4강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결승전 가장 박빙의 순간에 등장해 랍에게 한 점도 허용하지 않은 채 ‘폭풍 5연속 득점’으로 점수차를 35-29로 벌리고 피스트를 박상원에게 넘겼다. 박상원은 40-33으로 한 점 더 달아나며 마지막 무대를 오상욱에게 넘겼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결승을 포함해 모든 승부를 매듭짓는 마지막 주자를 도맡았다. 오상욱은 44점 고지를 먼저 점한 뒤 헝가리 마지막 주자 실라지에게 40점까지 한 점 추가를 허용했지만 이후 ‘초록불’만 들어오는 깔끔한 공격에 성공하며 3연패를 확정한 뒤 포효했다. 2012 런던 대회 때 막내였던 구본길은 2021 도쿄에 이어 2024 파리까지 한국 남자 사브르 3연패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게 됐다.이날 앞서 8강 첫 두 라운드에서 동생들이 벌려놓은 넉넉한 점수차를 좁히거나, 역전을 허용하는 등 초반 공격에서 ‘구멍’이 됐던 구본길은 8강 마지막 라운드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8강 경기를 마친 뒤 도경동과 교체를 해야하나 고민했다는 구본길은 “동생들이 ‘형, 끝까지 한 번 더 해봐요’라면서 계속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만원 관중이고 야유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오로지 뒤에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결승전에서 구본길은 이전의 주춤했던 모습이 사라진 채 공격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알레” 구호가 나올 때마다 저돌적으로 상대의 진영으로 돌파하며 날아다녔다. 이번이 4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인 구본길이 자신의 교체선수로 투입돼 피스트를 휘젖고 다닌 도경동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은 구본길이 떠난 뒤 이어질 ‘어펜저스3’도 문제없음을 보여주는 한 편의 예고편과 같았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구원 투수 같았다. 시몬 바일스(27·미국)는 31일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체조 단체전 결선 마지막 종목인 마루운동에서 전체 참가 선수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마루에 올랐다. 바일스는 깊은 한숨을 몰아 쉰 뒤 연기를 시작했다. 바일스의 차례가 오기까지 미국은 중간 선두인 이탈리아에 8.864점 뒤져 있었다. 바일스가 8.865점만 받아도 미국이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바일스의 실제 점수는 14.666점이었다. 이날 마루운동에 나선 24명 중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미국은 결국 총점 172.296점을 기록하며 이탈리아를 5.802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일스의 개인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바일스가 연기를 마치자 베르시 아레나를 가득 채운 관중 1만여 명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세리나 윌리엄스(테니스), 마이클 펠프스(수영) 등 미국 스포츠 스타들은 물론이고 니콜 키드먼, 내털리 포트먼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체조 여제’의 귀환을 반겼다. 바일스의 남편인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조너선 오언스도 이들과 함께했다. 바일스는 활짝 웃는 얼굴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바일스는 이날 뜀틀(14.900점), 이단평행봉(14.400점), 평균대(14.366점)에도 모두 출전해 총점 58.332점을 받았다. 바일스 혼자 미국 총점의 34.1%를 책임진 것이다. 8개 국가에서 각 5명이 나서는 여자 체조 단체전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나라 선수가 이 정도 점수를 혼자 책임진 적은 없었다. 이전 기록은 바일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남긴 33.4%였다. 바일스는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리우 대회 때 단체전, 개인종합, 뜀틀, 마루운동 등 4관왕에 올랐다. 이어 열린 도쿄 대회 때는 6개 전 종목 석권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바일스는 단체전 결선에서 뜀틀 한 종목에만 참가한 뒤 기권했다. 공중 동작 때 부상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는 ‘트위스티스(twisties)’ 증상 때문이었다. 올림픽 여자 체조 단체전 3연패를 노리던 미국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60)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도 공개했다. 바일스뿐 아니라 전현직 체조 선수 265명이 나사르에게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당했다. 8년 만에 되찾은 올림픽 금메달이 2년간 선수 생활을 접었다가 돌아온 바일스뿐 아니라 미국 체조 대표팀 ‘골든걸스’에게 더욱 뜻깊은 이유다. 셀린 랜디 미국 체조 대표팀 코치는 “사람들이 이번 대회를 ‘구원(redemption) 투어’라고 부르더라. 맞는 말이다. 우리는 도쿄에서 따내지 못했던 금메달을 원했다”고 했다.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 이후 우리가 증명해야 할 게 있었다. 오늘 우리는 그것을 해냈다”며 웃었다. 바일스는 이날 올림픽 체조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여자 종목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28세였던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폴리나 아스타호바(옛 소련) 한 사람만이 올림픽 여자 체조 금메달리스트 중 바일스보다 나이가 많다. 바일스는 파리에서 금메달 4개를 추가할 수 있다. 바일스는 1일 개인종합을 시작으로 뜀틀(3일), 평균대, 마루운동(이상 5일)까지 총 5관왕에 도전한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사격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3회 연속 이어온 금메달 행진이 끊겼다. 한국 사격의 황금기를 이끌던 진종오(은퇴·금 4개, 은메달 2개)의 공백이 너무나 컸다. 한국 사격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벌써 금 2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 선수단의 대회 초반 예상 밖 선전을 주도하고 있다. 사격은 아직 남은 경기가 많아 메달을 더 딸 가능성도 높다. 3년 새 한국 사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한국 사격은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 이후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대한사격연맹은 우선 ‘구원투수’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소총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을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어렵게 모셨다. 지금은 실무 부회장을 맡고 있다. 선수 은퇴 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사업가로 일하던 이 부회장은 한국 사격 부활을 위해 선뜻 사격계로 돌아왔다. 작년 초 부임한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사격은 결선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를 한 명씩 차례로 탈락시키는 ‘녹아웃’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한국은 도쿄 올림픽 때까지 국가대표를 뽑으면서 각자 정해진 발수를 쏜 뒤 고득점 순으로 선발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녹아웃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도쿄 대회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은 6개 종목에서 결선에 올랐지만 메달을 딴 선수는 여자 25m 권총의 김민정(은메달) 한 명뿐이었다. 한국 사격은 이번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으로 결선 녹아웃 방식을 적용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본선에서 잘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이 더 치열한 결선에서 마침표를 잘 찍는 게 훨씬 중요했다”며 “이후로 선수들 기록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했다. 사격과 함께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 사냥에 앞장서고 있는 양궁과 펜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구축한 시스템의 도움으로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파리 올림픽 사격 경기장을 똑같이 옮겨놓은 세트를 설치해 대표팀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이번 대회 기간엔 경기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 선수들의 이동 시간을 줄여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게 해주겠다는 배려에서다. 30일 남자 단체전 우승으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우리는 모든 걸 협회에 맡기고 활 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펜싱은 국제무대 경험이 웬만큼 쌓이기 시작하면서 올림픽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경우다. 한국 펜싱의 올림픽 첫 금메달은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르러서다. 김영호가 남자 플레뢰 개인전에서 땄다. 그리고 또 12년이 지나서야 금메달이 나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세계 펜싱계를 놀라게 했다. 국제대회 출전 횟수가 크게 늘면서 경기력이 대폭 상승했다. 이전까지 한국 펜싱은 출전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국제그랑프리 등 1년에 여러 차례 열리는 시리즈 대회엔 많이 나가지 못했고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 연 단위 개최 대회 위주로 출전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30일(현지 시간) 오전 8시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남자 개인전을 결국 수질 문제로 하루 연기했다. 조직위와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센강 최종 수질 검사를 실시한 뒤 “선수 건강을 위해 경기 일정을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비가 문제였다. 26일 개회식부터 사흘간 파리에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센강의 박테리아 수치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철인3종 선수들은 경기 전날인 29일까지 실전 경기장인 센강에서 한 번도 적응훈련을 하지 못했다. 수영에 적합한 기준치인 물 100mL당 대장균 최대 900CFU(미생물 집락형성단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 수치가 넘는 물은 조금만 마셔도 설사나 기타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조직위는 최근 이틀간 뜨거운 햇살이 내리쪼여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었다. 결국 철인3종 남자 개인전은 31일 예정된 여자 개인전(오전 8시) 이후인 오전 10시 45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31일 새벽에도 천둥 번개 및 소나기가 예보돼 있어 연기된 일정으로 치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직위는 플랜B로 예비일인 다음 달 2일, 이마저 안 되면 혼성경기가 열리는 5일에 치르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센강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면 이번 대회는 ‘철인2종경기’가 될 수도 있다. 올림픽 철인3종경기는 수영(1.5km)과 사이클(40km), 마라톤(10km) 경기로 진행된다. 센강에서는 수질과 배 운항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하지만 파리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약 14억 유로(약 2조 원)를 들여 수질을 개선하는 ‘센강에서 수영하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셀럽들의 셀럽’은 역시 달랐다. 시몬 바일스(27·미국)가 파리 올림픽 체조 5관왕을 향한 첫 도약을 성공적인 착지로 마무리했다. 올림픽 여자 체조 전체 6개 종목 중 바일스가 결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건 딱 한 종목뿐이다. 바일스는 28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 예선 경기로 이번 올림픽 일정을 시작했다. 올림픽 여자 체조 경기는 단체전 예선 때 각 선수가 남긴 성적을 바탕으로 개인종합(24명)과 뜀틀, 마루운동, 평균대, 이단평행봉 등 4개 종목(각 8명) 결선 진출자를 가린다. 바일스는 뜀틀과 마루운동은 1위, 평균대는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이단평행봉에서만 9위로 ‘한 끗’이 모자라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4개 종목 점수를 토대로 계산하는 개인종합도 1위, 미국 대표팀의 단체전 예선 성적도 1위였다. 바일스가 이 5개 종목 결선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면 라리사 라티니나(90·옛 소련)와 함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9개) 딴 체조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바일스는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단체전, 개인종합, 뜀틀, 마루운동 4개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회 평균대 동메달도 바일스의 차지였다. 2021년 도쿄 대회를 앞뒀을 때는 ‘바일스가 전관왕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결과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따낸 단체전 은메달, 맨 마지막에 결선을 치른 평행봉 동메달이 전부였다. 바일스의 발목을 잡은 건 ‘트위스티스(twisties)’였다. 트위스티스는 체조 선수들이 공중 동작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와 어떻게 착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현상이다.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결선 도중 기권을 선언한 뒤 “전 세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기에 미국 여자 체조 대표팀 주치의의 성(性) 학대 사건 등이 터지면서 바일스는 약 2년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 기간 심리 상담을 통해 안정을 되찾은 바일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관왕(단체전, 개인종합, 마루운동, 평행봉)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바일스는 선수 생활 공백기에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인 조너선 오언스(29)와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바일스를 응원하기 위해 레이디 가가, 스눕 독,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톰 크루즈 같은 셀럽들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1962년생으로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대역 없이 액션 장면 연기를 펼치기로 유명한 영화배우 크루즈조차 바일스의 ‘시그니처 점프’를 넋 놓고 바라봤다. 크루즈는 “바일스는 정말 멋있고 대단한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래미상을 12번 받은 싱어송라이터 레전드도 “내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웠다”며 감격했다. 바일스의 결선 경기 때는 이번 올림픽 최고 셀럽으로 평가받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2명 전원이 NBA 소속으로 연봉 총액이 5억 달러(약 6900억 원)가 넘는 미국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 목표로 금메달 외에 ‘바일스의 경기를 보는 것’을 꼽았다. 키 206cm인 뱀 아데바요는 여기에 “바일스와 셀카를 찍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바일스의 키는 142cm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표 구합니다. 어느 자리라도 좋아요.’2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의 메인 스타디음 입구 앞. 한 여성이 휴대전화 화면에 이 문구를 적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들고있었다. 하지만 표를 구할 리 만무했다.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많은 메이저 우승(24승)을 달성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롤랑가로스에서만 프랑수오픈 우승을 14차례 한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올림픽 맞대결을 볼 기회를 양보할 사람은 없었다.둘이 합쳐 메이저 대회 우승만 46회인 전설과 전설의 빅뱅은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이났다. 조코비치는 29일 남자단식 2회전에서 나달을 2-0(6-1, 6-4)으로 꺾었다.전설과 전설, 두 테니스 고수의 맞대결은 탄성을 자아내는 샷들의 연속이었다. 조코비치가 코트 구석으로 날카로운 샷을 날리면 나달은 크레이 코트에 역동적으로 미끄러지며 묘기에 가까운 샷으로 이를 받아넘겼다. 하지만 1세트 조코비치는 철벽이었다. 나달이 어떤 수로 공을 넘겨도 아무렇지않게 다시 받아넘기기를 반복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 서브게임에서 러브게임(상대에게 1포인트도 내주지 않고 끝낸 경기)을 두 차레나 했다. 나달은 이날 1세트 0-5로 뒤진 여섯 번째 게임에서야 처음으로 서브 게임을 지켰지만 결국 1-6로 다소 허무하게 조코비치에게 첫 세트를 내줬다. 나달은 2세트에서도 0-4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 곳은 흙신 나달의 신화가 쓰인 롤랑가로스였다. 나달은 2세트에서는 다섯 번째 게임에서 두 번째 게임을 따내더니 직후에는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에서 40-30으로 앞서가며 이날 처음으로 브레이크 기회를 얻었고 이를 한번에 잡으며 2-4로 쫓아갔다. 결국 내리 4게임을 따낸 나달은 2세트를 4-4 동점으로 만든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결국 4게임씩을 연달아 주고받은 뒤 조코비치는 다시 나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5-4로 앞서갔다. 이후 조코비치는 매치포인트를 그대로 잡고 게임을 끝냈다.조코비치는 모든 커리어 스탯이 지구상 그 어떤 남자 테니스 선수보다 좋은 선수다. 경기 시작 약 1시간 전 조코비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나달과 자신의 스탯을 비교한 표를 올렸다. 커리어 통산 승리 1110-1079, 커리어 우승 98-92, 메이저대회 우승 24-22, 나달과의 통산 상대전적 30-29. 모두 조코비치의 완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나달과의 상대전적 역시 31-29로 늘렸다.하지만 이런 그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게 올림픽 금메달이다. 조코비치는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이 커리어 올림픽 메달의 전부다. 조코비치는 2021년 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까지 3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뒤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골든그랜드슬램 도전했지만 결과는 4강 탈락이었다. 조코비치 역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20년 가까이 쫓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내가 올림픽 목표가 금메달이라는 건 비밀이 아니다”라고 했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무적(無敵)’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의 에이스 오상욱(28)은 한국 선수단에 파리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의 대회 첫 메달과 두 번째 금메달은 사격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50명) 이후 가장 적은 14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이 때문에 역시 몬트리올 대회(금메달 1개) 이후 가장 적은 금메달 5개 정도를 목표로 삼았는데 대회 개막 후 첫 주말 이틀간 금 3개, 은 2개, 동메달 1개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세트 스코어 4-4로 비긴 뒤 슛오프 끝에 29-27로 승리를 거두고 10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어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거론됐었는데 태극 여궁사들의 ‘무적 DNA’를 자랑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들 3명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99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오상욱은 28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오상욱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개인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사브르 개인전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오상욱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성적은 김정환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연속으로 남긴 동메달이다. 오상욱은 192cm, 몸무게 94kg의 큰 체구에도 발이 빠르다. 윙스팬(양팔을 벌렸을 때의 길이)도 205cm나 된다. 오상욱은 “몰랐는데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얘기해 줘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게는 더 큰 영광”이라고 했다. 오예진(19)은 이날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금메달, 김예지(32)는 은메달을 땄다. 전날 열린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전에선 2000년생 동갑내기 박하준-금지현 조가 은메달을 따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기록했다. 김우민(23)은 28일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수영 역대 5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땄는데 모두 박태환의 것이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2개(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 2012년 런던 대회 같은 종목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우민은 “올림픽 메달을 따서 좋지만 동메달로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고 나서 편히 쉬겠다.”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 오상욱(28·세계 랭킹 4위)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경기장 ‘그랑팔레’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뒤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오상욱은 28일 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1위로 출전했던 3년 전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도 씻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부상과 슬럼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쿄 올림픽 이후 발목 수술을 받았던 오상욱은 올 들어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칼을 쥐지 못했다. 훈련 부족으로 성적도 부진했다. 5월 안방 서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 개인전에선 세계 랭킹 78위 선수에게 패했다. 같은 달 이어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 월드컵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오상욱은 개인전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만 남긴 세계 최정상급 펜서였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에이스’의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결국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이다. 오상욱은 2014년 고교생 최초의 사브르 국가대표가 된 이후 10년 만에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뤘다. 오상욱은 결승전 상대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세계 랭킹 14위)를 쉽게 꺾는 듯했다. 1라운드를 8-4로 앞선 채 마쳤다. 2라운드 들어서도 14-5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금메달 포인트까지 1점만 남긴 상황에선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리 6점을 내주며 14-11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오상욱은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많이 났다. ‘이러다 잡힐 수도 있겠는데…’ 하는 안 좋은 생각도 들었는데 코치 선생님께서 잘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며 페르자니에게 쫓기던 상황을 떠올렸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고 15-11로 경기를 끝낸 오상욱은 마스크를 벗어젖히며 올림픽 펜싱 경기장 그랑팔레를 찾은 6100명가량의 관중을 향해 포효했다. 오상욱은 개인전 32강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2라운드 이후 잡은 리드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제 오상욱은 31일 열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대회 2관왕이자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펜싱은 2012년 런던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사브르 단체전을 2연패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펜싱 단체전 종목 로테이션 개최에 따라 사브르 종목은 열리지 않았다. 오상욱은 “개인전에선 메달을 따도 단체전 메달만큼은 기쁘지 않다. 단체전은 팀원들이 함께 이겨내고, 서로서로 메워 주는 그런 맛이 있다. 개인전은 홀로서기라 그런 맛이 좀 없다”며 웃었다.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단체전을 택할 것 같다고 했다. 펜싱 경기가 열리는 그랑팔레를 찾는 프랑스 관중은 임시로 만든 계단을 발로 굴러가며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오상욱은 “진천선수촌에서 스피커로 박수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훈련한 적이 있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 훈련을 미리 해서 여유가 생겼다”며 “단체전에서 프랑스를 만나면 영향이 없지는 않을 텐데 기합으로 더 세게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기에 내 기운이 있다.” 28일 원우영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코치(42)는 자신이 지도하는 국가대표 오상욱(28)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 코치가 말한 ‘여기’는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리고 있는 그랑팔레. 프랑스 펜싱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건축물인데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태권도 경기도 이곳에서 열린다. 원 코치는 선수 시절이던 2010년 11월 역시 그랑팔레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사브르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그랑팔레에서 개최된 가장 큰 규모의 대회가 바로 2010년 세계선수권이다. 원 코치는 이날 사브르 개인전에 나서 한국 선수 최초의 이 종목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오상욱에게 14년 전 자신의 ‘우승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다. 자신처럼 오상욱도 그랑팔레 제일 높은 곳에 태극기를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원 코치는 경기장 분위기와 느낌도 많이 알려줬다. 강철 6000t으로 만든 그랑팔레는 보통의 실내체육관과 달리 천장이 훨씬 높고 유리 돔 형태여서 바깥의 햇빛이 경기장 안까지 들어온다. 이 때문에 낮 시간대에 경기를 하다 보면 펜싱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원 코치에게서 기를 전해 받은 오상욱은 이날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꺾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 코치는 그랑팔레에서 선수로, 코치로 모두 애국가를 울리는 기쁨을 맛봤다. 오상욱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원 코치는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포효했다. 오상욱은 원 코치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원 코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남자 사브르 대표팀 멤버였다.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했던 원 코치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인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의 원조 멤버 격이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무적(無敵)’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5-4(56-53, 55-54, 51-54, 53-55, 슛오프 29-27)로 물리치고 10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어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거론됐었는데 태극 여궁사들의 ‘무적 DNA’를 자랑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들 3명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99번째 금메달을 따냈다.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을 때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세 명 모두 올림픽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험이라도 했지만 남수현과 전훈영은 메이저 대회 출전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총감독으로 여자 대표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장 부회장은 “세 번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과 두 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올라온 선수들이다. 온갖 역경과 험난한 과정을 뚫고 온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이들 세 명은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 등 직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었다.장 부회장은 올림픽 단체전의 관건은 ‘소통’과 ‘믿음’이라고 했다. 그는 “실력은 우리가 어느 나라보다 앞선다. 하지만 세 명 모두 항상 잘 쏠 순 없다. 누구 하나가 실수했을 때 다른 선수가 받쳐줘야 한다. 서로를 믿고 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그의 말처럼 ‘모범 답안’ 같은 경기를 하며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중국과 세트 스코어 4-4로 비긴 뒤 슛오프 끝에 29-27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36년간 10회 연속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특정 종목 올림픽 10연패가 현재 진행 중인 것은 미국 수영 남자 대표팀의 400m 혼계영이 유일하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11연패에 도전한다. 8강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6-2로 꺾은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4강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첫 세트를 따냈지만 2, 3세트를 내리 내주며 세트스코어 2-4로 뒤진 것.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 대표팀은 오히려 강해졌다. 4세트 들어 1번 전훈영부터 2번 남수현, 3번 임시현이 10-10-10점을 쏘면서 단번에 분위기를 바꿨다. 4세트에서 59-51로 크게 이기며 세트스코어 4-4 동점을 만든 한국은 슛오프에서 26-23으로 이기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네덜란드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전훈영이었다. 2, 3, 4세트 첫발을 모두 10점을 쏘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슛오프에서도 9점으로 팀을 무난히 이끌었다.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10연패는 선수들의 노력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5차례의 선발전 및 평가전을 치르면서 선수들은 1명당 2500발 가량의 화살을 쐈다. 양궁협회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장을 똑같이 옮겨놓은 세트를 설치해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센강 변에 있는 앵발리드 경기장의 바람을 익히기 위해 남한강에서 훈련했고, 프로축구 전북의 안방 경기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도 했다. 선수들은 심리 훈련과 미디어 대응 훈련까지 받았다. 협회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경기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선수들의 전용 휴게 공간으로 제공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힘썼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미 혼자 다녀도 스타인 테니스 거물 두 명이 한 팀이 되니 어딜가나 구름 관중이 끊이지 않는다. 스페인의 신구 전설 라파엘 나달과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나달카라스(나달-알카라스)’라는 애칭을 얻은 이들은 27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남자복식 1회전(64강)에서 아르핸티나의 막시모 곤잘레스-안드레 몰테니를 2-0(7-6, 6-4)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를 치른 필립 샤틀리에 코트는 나달이 테니스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우승컵을 14번, 알카라스가 지난달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곳이다. 메이저 통산 22승인 나달, 통산 3승인 알카라스는 둘이 합쳐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컵만 25개로 테니스계의 ‘드림팀’이라 불린다. 전날 저녁 11시 개회식의 종착지였던 트로카데로에 등장해 성화 봉송에 나섰던 나달은 그로부터 약 21시간 후 치른 경기였다. 자신의 안방과 같은 롤랑가로스에서 관중들의 일방적 환호 속에 복식 1회전 승리를 신고한 나달은 “어젯밤은 내게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며 “오늘 밤 역시 감동적이고 짜릿하다. 관중분들이 응원이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이번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인 나달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식, 2016년 리우올림픽 복식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2022 US오픈 우승으로 10대 최초, 스페인 선수로는 나달 이후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페인 선수인 알카라스는 이번이 올림픽 데뷔전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달이 자신의 뒤를 잇는 새로운 전설을 써가는 신예와 한 팀을 이룬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나달은 “알카라스와 뛰는 건 내게도 특별하다. 오늘 승리로 계속 경기를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기에 내 기운이 있다.”28일 원우영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코치(42)는 자신이 지도하는 국가대표 오상욱(28)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 코치가 말한 ‘여기’는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리고 있는 그랑팔레. 프랑스 펜싱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건축물인데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태권도 경기도 이곳에서 열린다.원 코치는 선수 시절이던 2010년 11월 역시 그랑팔레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사브르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그랑팔레에서 개최된 가장 큰 규모의 대회가 바로 2010년 세계선수권이다.원 코치는 이날 사브르 개인전에 나서 한국 선수 최초의 이 종목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오상욱에게 14년 전 자신의 ‘우승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다. 자신처럼 오상욱도 그랑팔레 제일 높은 곳에 태극기를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원 코치는 경기장 분위기와 느낌도 많이 알려줬다. 강철 6000t으로 만든 그랑팔레는 보통의 실내체육관과 달리 천장이 훨씬 높고 유리 돔 형태여서 바깥의 햇빛이 경기장 안까지 들어온다. 이 때문에 낮 시간대에 경기를 하다 보면 펜싱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원 코치에게서 기를 전해 받은 오상욱은 이날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꺾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 코치는 그랑팔레에서 선수로, 코치로 모두 애국가를 울리는 기쁨을 맛봤다. 오상욱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원 코치는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포효했다. 오상욱은 원 코치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원 코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남자 사브르 대표팀 멤버였다.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했던 원 코치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인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의 원조 멤버 격이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랭킹 1위로 나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건 ‘새옹지마’였다. 남자 사브르 오상욱이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애국가를 울렸다.오상욱은 27일(현지시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으로 꺾고 올림픽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작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빠르고 정확한 공격으로 1라운드를 8-4로 앞선 채 마친 오상욱은 2라운드에서도 1포인트만 허용한 채 14-5까지 페르자니를 몰아붙였다. 금메달까지 한 포인트만 남긴 상황에서 페르자니에게 4포인트를 연속해 허용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오상욱은 금메달까지 남은 마지막 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찌른 뒤 마스크를 벗고 포효했다.아시아 남자 선수가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건 2008년 종만(중국) 이후 처음이다. 페르자니 역시 유럽이 사실상 독식하는 펜싱에서 아프리카 선수로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오상욱의 기세를 꺾기는 역부족이었다.이번 우승으로 오상욱은 메이저 국제 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이 역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다.오상욱은 이미 2018~2019, 2019~2020 시즌 일찌감치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1위를 찍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에 나서 금메달 ‘0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그때는 8강에서 탈락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에 이어 2023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면서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 딱 하나만 남겨둔 채 파리에 왔다. 결국 오상욱은 도쿄의 눈물 덕분에 펜싱의 ‘성지’인 파리에서 그랑팔레를 채운 만원관중의 환호 속에 커리어의 화룡점정을 찍게 됐다.오상욱의 개인전 금메달은 한국 남자 사브르 형들을 위한 ‘복수혈전’이기도 했다. 오상욱이 이번 대회 4강에서 꺾은 사멜레 루기니(이탈리아)는 도쿄올림픽 당시 4강에서 한국의 김정환(동메달)을 꺾은 상대였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4강에서 루이기에게 2피어리드에 1포인트도 허용하지 않고 15-4 완승을 거뒀다. 이어 결승 상대는 이번 대회 32강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의 전설 구본길을을 꺾은 페르자니였다.루기니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현 세계랭킹 1위 지아드 엘시시(이집트)를 15-12로 꺾고 도쿄대회(은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같은날 여자 에페 결승에서는 홍콩의 비비안 콩 만 와이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프랑스의 아리얀 말로 브레통에게 1-7까지 뒤지던 스코어를 12-12로 뒤집고 연장 승부 끝 13-12 대역전승을 거뒀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 에페 에이스 송세라가 두 번째 올림픽 개인전 여정도 16강에서 마쳤다. 두 눈에서 눈물을 쏟았다. 벼렀던 목표 ‘금메달 두 개(개인전, 단체전)’는 파리에서는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송세라는 개인전의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달래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송세라는 27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16강에서 헝가리의 에스터 무하리에게 5-16으로 패했다. 도쿄올림픽 때 16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와 맞붙어 패했던 송세라는 이번에는 세계랭킹 9위 무하리에게 발목을 잡혔다.이날 32강 마르티나 스바토프스카(폴란드)와의 경기에서는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15-11로 승리한 송세라는 16강에서는 첫 포인트를 내준 뒤부터 한 차례 동점 기회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송세라는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2002년 남현희 이후 20년 만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여자 에페의 에이스로 활약해왔다. 그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면서 송세라는 한국 에페 선수로는 처음 세계선수권 개인전-단체전을 석권한 선수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도 송세라의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금메달 두 개였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예상보다 일찍 여정을 마치게 됐다. 경기 후 눈물을 쏟은 송세라는 “시작부터 상대와 타이밍이 잘 안맞아 경기가 어렵게 풀렸다. 타이밍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며 “아쉽지만 잘 보완해 단체전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이날 한국 여자 에페는 개인전에서 강영미와 이혜인이 32강에서 모두 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멤버인 이들은 31일 단체전에서 또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사브르 구본길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스크를 벗었다. 승리의 미소는 아니었다. 구본길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 개인전 여정을 32강 탈락으로 마쳤다. 하지만 구본길은 “마지막 올림픽이라 더 아쉬울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을 쏟아서 그런지 아쉬움은 없다”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사실 개인전 욕심보다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두고왔다. 개인전은 남은 동생들이 잘 할 것이다. 단체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구본길은 27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32강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 8-15로 패했다. 구본길은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며 ‘어펜저스’의 부흥을 이끈 남자 사브르의 간판이다. 앞서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김정환이 은퇴하면서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는 맏형으로 한국 남자 사브르의 단체전 3연패를 이끌어야 한다.구본길은 이미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까지 모든 펜싱 메이저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지 오래다. 이미 2020년 국제펜싱연맹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하지만 올림픽 개인저 메달과는 끝내 인연이 닿지 않았다.경기 후 구본길은 “끝끝내 개인전 (메달)을 안 준다”며 “몸이 엄청 좋았는데 상대가 저를 완전히 파악하고 왔다. 더 침착했고 제가 더 끌려다녔다.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전 대회 때보다 후회는 덜 남는다. 상대방이 조금 더 노련했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구본길은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다. 목표로 한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31일 단체전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이날 앞서 남자사브르 개인전에 함께 출전한 오상욱은 32강에서 에반장 아바 기로(니제르)를 상대로 15-8 완승을 거뒀다. 박상원 역시 이번 대회 5번 시드를 받은 콜린 히스콕(미국)에 15-10 업셋승을 거두고 16강에 안착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비가 오면 정말 슬플 것 같다.”올림픽 역사상 첫 야외 개회식을 앞두고 토마스 졸리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예술감독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야외 개회식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얄궂은 비로 울상지었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26일(현지시간) 파리 센 강의 오스터리츠다리에 설치된 ‘물의 장막’을 뚫고 나온 선수단 입장으로 시작됐다. 하루종일 오락가락한 비는 개회식 때도 그치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개회식 초반에는 빗줄기가 약해 센 강을 잇는 축제를 크게 방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단이 가장 먼저 등장했고 이어 난민팀이 오륜기가 달린 유람선을 타고 뒤를 따랐다. 이어 프랑스어 발음상 알파벳순으로 205개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선수단을 태운 유람선이 지나는 센 강의 다리, 강변은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를 녹인 공연장이 됐다. 23일부터 파리에서 목격돼 개회식 공연설이 끊이지 않았던 레이디 가가가 첫 공연자로 등장했다. 가가는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프랑스 샹송 ‘라비앙 로즈’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물랑루즈 댄서 80명은 센강변에서 프랑스 사교 춤인 ‘캉캉’을, 2019년 화재 피해를 입은 노트르담 성당을 지날 때는 성당 외부에 설치된 비계에 무용수들이 올라 춤을 췄다. 한국은 알파벳 C군에 속해 전체 205개 선수단 중 48번째로 소개된 한국은 루브르 박물관 구간을 지날 때 콩고민주공화국, 쿡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선수단과 같은 배를 타고 입장했다. 마침 배경음악으로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프랑스 출신 음악가 샤를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가 흘렀다. 이 곡은 김연아가 2009년 쇼트프로그램 음악으로 사용해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음악이다. 하지만 개회식이 진행될 수록 빗줄기가 굵어졌다. 선수단을 태운 유람선이 도착하는 종착지에 마련된 트로카데로 광장의 야외무대 대형 전광판은 결국 개회식 한 시간 만에 화면이 잠시 나오지 않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면은 약 10분 후 다시 복원됐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의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 핸드볼이 ‘파리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의 1막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혔다. ‘우생순’은 한국이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 끝에 준우승했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덴마크와 열아홉 번의 동점 끝에 연장전과 재연장전을 치렀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승부던지기로 메달 색깔을 가렸다. 한국이 25일 열린 독일과의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3-22 한 점 차 승리를 거두고 목표로 삼은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번 대회 여자 핸드볼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른다. 이날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업셋(전력이 약한 팀이 강한 팀을 꺾는 것)’이었다. 두 팀 경기를 앞두고 영국 베팅 사이트 ‘bet365’는 한국이 이길 확률을 7.1%로 표시했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이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대회까지 8회 연속 올림픽 4강에 들며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딴 세계 최정상급 전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32개국 중 22위를 했다. 독일은 이 대회에서 6위를 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12개국 중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0위 이내에 들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한국이 상대한 독일 선수들의 평균 키는 177.6cm로 한국(평균 172.9cm)보다 5cm 가까이 컸다. 한국은 빠른 발과 몸을 던지는 수비로 맞섰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사진)은 독일 선수들을 두고 ‘빅 앤드 톨(big and tall)’이라고 했다. 경기는 13번의 동점이 있었을 만큼 접전이었다. 한국은 전반을 11-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 10분이 지날 때까지 14-14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한국이 내리 4골을 내주면서 14-18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전세가 독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연속 3골을 몰아치며 다시 따라붙었다. 후반 23분엔 김다영의 득점으로 20-19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리드를 내주지 않고 한 점 차 승리로 마무리했다. 시그넬 감독은 경기 후 “독일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아 이를 뚫는 데 애를 먹었는데 수비에선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경기 중 최고였다”고 했다. 시그넬 감독이 후반전에 띄운 승부수 ‘엠프티 골(empty goal)’도 적중했다. 시그넬 감독은 후반전 중반 점수 차가 벌어지자 엠프티 골 전술을 택했다. 공격 시 골키퍼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대신 필드 플레이어를 들여보내 공격에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다시 골키퍼가 재빨리 뛰어 들어가고 필드 플레이어 한 명이 나온다. 이날 6골, 9도움을 기록한 강경민은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힘들 것 같았는데 감독님의 작전이 들어맞았다”고 했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유일한 유럽 리거인 류은희(34)도 이날 6골, 10도움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들었다. 강경민과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이다. 류은희는 손가락 인대, 강경민은 발목 부상 통증을 안고 독일전을 뛰었다. 류은희는 IHF가 선정한 파리 올림픽에서 주목할 남녀 선수 각 10명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슬로베니아는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에 4골 차로 이겼던 팀이지만 A조에선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다. 슬로베니아는 이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덴마크에 19-27로 패했다. 시그넬 감독은 슬로베니아전을 두고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다. 다시 겸손한 자세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선언 이후, 비내리는 트로카데로 광장 앞 무대에는 다시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진 지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은 함성으로 지단을 맞았다. 웅장한 음악 속 트로카데로에 마련된 에펠탑 모양의 무대 위에 선 지단은 성화를 들고 힘차게 걸었다. 누가 봐도 개회식의 ‘클라이막스’ 같은 분위기었다.그런데 갑자기 객석이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크게 술렁였다.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한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등장 때문이었다. 나달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다. 이번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린 덕에 자신이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달은 성화를 든 채 다시 배에 타 센강을 항해했다. 배에는 여자 테니스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 육상 전설 칼 루이스(이상 미국), 체조 전설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가 함께 했다. 이어 프랑스 전설들의 성화봉송이 계속됐고, 1948년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로 올해 100세인 찰스 코스테가 넘딘 성화는 프랑스 유도 전설 테디 리네르, 육상 전설 마리 조제 페레크가 나란히 이어받아 프랑스의 발명품인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진정한 피날레는 오랜 기간 개회식 출연설이 언급됐던 셀린 디옹이 장식했다. 디옹은 오륜기가 걸린 에펠탑 위에서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2022년 강직인간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투병을 이어온 디옹이 공식석상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옹은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백주 출신으로 타이타닉 OST를 부른 가수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이 현지 시간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 센강을 따라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지구촌 대축제’에 돌입한다. 이번 개회식 배경은 ‘파리의 석양’이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열리는 이번 개회식은 해 질 녘에 시작해 4시간가량 진행된 뒤 한밤중 조명 쇼로 막을 내린다. 이날 파리의 예상 일몰 시각은 오후 9시 37분이다. 각국 선수단은 배를 타고 입장한다. 203개국을 대표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1만714명 중 약 6000∼7000명이 배 85척에 나눠 타고 시속 9km로 약 6km를 이동한다.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 명소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하는 코스다. 파리시를 관통하는 대형 규모 덕분에 이번 개회식은 예행연습도 구간별로 나눠서 진행했다. 그러다 개회식을 이틀 앞둔 24일에야 처음으로 개회식과 똑같은 시간에 ‘풀 리허설’을 실시했다. 토마 졸리 개회식 예술감독은 ‘사랑과 인류애’를 주된 메시지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회식 공연은 프랑스와 전 세계의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성적 다양성에 대한 찬사가 될 것이다. 자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덜 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결국 여러 명의 ‘나’가 모인 것이다. 올림픽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함께 거대한 ‘우리’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다양성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개회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회식 공연 음악 역시 클래식부터 샹송, 랩,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인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으로 어릴 적 프랑스로 이민 온 아야 나카무라가 프랑스 대표 장르인 샹송을 노래한다. 원래 성(姓)이 ‘다니오코’인 그는 미국 드라마 캐릭터를 따라 일본식 성을 예명으로 쓰고 있다. 근육이 뻣뻣하게 굳는 ‘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셀린 디옹이 개회식 공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프랑스어 사용권인 캐나다 퀘벡주 출신인 디옹은 2022년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졸리 감독은 디옹이 23일 파리에 도착한 뒤에도 그의 공연 참가 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가 졸리 감독의 계획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개회식에서 디옹을 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개회식은 프랑스 혁명, 보편 인권, 민주주의 등 세계와 연결된 프랑스의 역사를 소재로 총 12막으로 구성됐으며 강물 위, 선상, 주변 다리 및 강변 건물에 3000여 명의 가수, 공연가, 무용가가 등장한다. 졸리 감독은 “하늘, 다리, 강과 둑이 모두 무대다. 수면 아래라고 무대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야외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이번 개회식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안전 귀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개회식에 동원된 프랑스 경찰 인력만 약 4만5000명이다. 유럽에서 직전에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의 3배 규모다. 미국 경찰도 보안 지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경찰이 해외 올림픽 지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도 자국 외교 사절 대표로 개회식에 참석한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