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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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p@donga.com

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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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승리 동력”…팟캐스트의 매력 뭐길래[트럼피디아]

    “넬크 보이즈, 에이든 로스, 테오 본, 보스턴, 버신 위드 더 보이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하고 위대한 조 로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난해 11월 6일(현지 시간). 승리 연설 무대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른 ‘트럼프 지지자’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낯선 이름을 연이어 호명했다. 이들은 이번 유세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그는 대선을 앞두고 팟캐스트 20개 이상에 출연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20, 30대 남성은 4년 전에 비해 3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는데 팟캐스트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팟캐스트가 뭐길래 이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살펴봤다. ● 팟캐스트는 2030의 폭스뉴스우선 누가 팟캐스트를 듣는 것일까. 팟캐스트는 미국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서 최근 한달 내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불과 10년 만에 3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 비율은 2014년에 10%대 중반이었는데 지난해 47%를 기록했다. 2014년 범죄수사 팟캐스트 ‘시리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팟캐스트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의 매일 팟캐스트를 듣는 미국인도 많다. 2023년 조사에서 일주일에 여러 차례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한 비율이 18~29세에서 48%, 30~49세에서 45%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도 50~64세 35%, 65세 이상 27%로 적지 않다. 인기 팟캐스트가 대부분 보수 성향인 점에서 “팟캐스트는 2030의 폭스뉴스”라는 말도 나온다.폭스뉴스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68세(닐슨). 반면 팟캐스트는 20~40대가 주로 듣는다. 이는 다루는 주제에서의 차이로 이어진다. 폭스뉴스는 주로 반(反)사회주의, 반이민, 교육 문제 등을 다룬다. 팟캐스트에서는 미투 운동과 진보 진영에 대한 반발이 인기 주제다. 반백신 등 사회적 합의와 통념을 거스르는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가 매체와 맺는 관계의 역학도 다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폭스뉴스는 소리쳐대며 시청자를 겁먹게 만들지만, 팟캐스트는 청취자들의 마음을 달래 무장해제시킨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는 실리콘밸리 보수도 결집시켰다. 에서 다뤘다. 폭스뉴스를 온종일 틀어둘 수 있듯, 팟캐스트도 거뜬히 일상을 채울 수 있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한 편의 길이가 3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출연자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이들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 재밌고 편안해서 빠져들어인기 팟캐스트의 특징은 재밌고, 나아가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특유의 입담을 중시하는 농담 문화가 팟캐스트로 이어졌다.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퓨리서치 조사에서 30세 이하 10명 중 7명 이상이 “재밌어서 듣는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 로건(58)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전 로건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3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에서만 26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로건은 UFC 해설자 출신 코미디언으로 보수세가 강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건은 2020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무려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팟캐스트 송출 독점 계약을 맺은 업계 대표주자다. 이번 대선 전후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그의 텍사스주 스튜디오를 찾았다. 로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반백신 운동가들과 대담을 나누며 음모론을 전파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로건 자체는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으나 극우 백인우월주의자, 여성 혐오자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사례도 많다. 반면 진보 성향의 게스트도 종종 출연한다. 조나단 짐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육사 교수(64)는 저서 ‘표현의 자유에 신경써야 한다’를 출간한 후 2021년 4월 로건의 팟캐스트에 초대를 받은 경험을 펜실베이니아주 일간 인콰이어러 기고에서 공개했다. 짐머만 교수는 “예상과 달리 로건은 진심으로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정중하고 열린 태도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묻고 배워갔다”고 전했다. 이어 “로건과 3시간 동안 교육, 결혼, 심지어 고대 멕시코의 인신공양에 대한 역사 이야기도 나눴지만, 정작 책 홍보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 경험을 통해 “사회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글을 맺었다. 로건에 대해 “UFC 해설가 출신이 정치를 가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로건이 진행자로서 가진 능력은 게스트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진보와 보수 문화의 선을 흐리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청취자가 게스트의 주장을 보다 쉽게 수용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로건은 후배 코미디언도 양성하고 있다. 그는 텍사스주의 한 코미디 클럽을 매입해 ‘로건 꿈나무’들에게 무대로 내어줬다. 가장 잘 나가는 후배는 이번 대선을 9일 앞두고 뉴욕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연설한 백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40)다. 힌치클리프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는데 이 같이 거칠고 분열적인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욕설과 금기어 등이 용인되고, 정치 풍자의 전통을 지닌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특성과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외에도 터커 칼슨(56)과 메긴 켈리(55) 등 폭스뉴스 간판 앵커 출신 방송인, 로건 폴(30) 등 유튜버, 에이든 로스(25) 같은 극우 인사들이 팟캐스트에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각각 폴과 로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막내아들) 배런이 완전 팬이라 꼭 출연하라고 추천했다”고 밝혔다. ● 이걸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팟캐스트는 20, 30대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 2023년 퓨리서치 조사에서 팟캐스트를 틀어두고 다른 일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비대면 근무를 하거나 배송 업무를 하면서 팟캐스트를 듣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에 비해 장기간 락다운(봉쇄)을 거치며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해 외로움과 고립감을 덜기 위해 팟캐스트를 찾는 청취자도 많다. 심심해서 듣는 것만큼이나 공부를 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선택하는 비중도 컸다. 18~29세는 절반(50%)이 ‘배우려고(to learn)’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팟캐스트를 뉴스 매체로 인식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시사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5%로 ‘동기부여를 위해’(23%) 다음으로 적었다. 정치와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취자들이 팟캐스트 속 정보를 매우 신뢰한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전 연령대의 팟캐스트 이용자 중 87%가 “팟캐스트에서 들은 정보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확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심지어 신문,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보다 팟캐스트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는 사람도 31%나 됐다. (“비슷하다”도 55%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별로는 공화당 지지자에서 팟캐스트 신뢰도가 더욱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 중 팟캐스트를 더 신뢰한다고 답한 비중은 46%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 매체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왜 그럴까. 팟캐스트 진행자를 ‘랜선 친구’처럼 여겨 친밀도가 높은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팟캐스트가 ‘그들 vs 우리’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진보 진영과 기득권, 전통 매체가 진실을 감추고 있지만, 나는 팟캐스트를 듣기 때문에 속지 않는다”는 정서가 확산해 각종 음모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퓨리서치 조사에도 이를 뒷받침할 흥미로운 항목이 있다. ‘팟캐스트에서는 다른 데서 듣지 못하는 소식을 알 수 있다’는 문항에 공화당 지지자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팟캐스트를 통해 분열적인 메시지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1996년 출범 후 2000년 대선 국면에서 급부상한 폭스뉴스가 즉각 언론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루에 24시간만 방송하는 폭스뉴스와 달리 보수 팟캐스트는 하루에도 3시간짜리 방송이 수십개씩 쏟아져 사실상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팟캐스트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2화 요약: 팟캐스트가 미국인의 세계관을 바꾸고 있다. 20~50대 절반이 거의 매일 팟캐스트를 틀어두고 생활하고 있다. 주로 보수 성향 코미디언들이 특유의 입담으로 재밌게 진행하는데, 이들은 청취자들의 정치 선생님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청취자들은 팟캐스트 속 정보를 매우 신뢰하고,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팟캐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13화 예고: 틱톡과 쇼츠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2011~2014년 유튜브에 약 1~3분 분량의 ‘영상 편지’를 100건 가까이 올렸다. 그가 전달한 메시지가 무엇이었고, 이 영상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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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기업 대미투자-조선업 협력 앞세워, 트럼프가 자랑할 얘깃거리 만들어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유명 로비업체 DGA그룹의 저스틴 매카시 파트너(사진)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매카시 파트너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 DGA그룹에 의뢰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분석했다. 매카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를 잘 정리해 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 협력에 대해선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대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매카시 파트너는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며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했다.다음은 일문일답.-주미대사관 컨설팅은 어떤 작업이었는가.“정권 인수위 기간이었던 지난해 11, 12월 2개월간 차기 행정부의 통상 분야 정책 기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오래된 말이 있다. 요직에 누가 발탁될 지가 중요한 시기라 관련 정보 또한 제공했다.”-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제조업 활성화를 중요하게 본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외에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한국과 협상에서 미국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통상 측면에서는 농업, 자동차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를 원할 수 있다. 철강 등 중국 문제에 대한 확답도 줘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한국은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장이 들어온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식당과 이발소, 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했는데.“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고,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그가 미국인에게 성과로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관세 협상을 대비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8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매길 방법이 존재한다. 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한국 정부에 최선의 ‘계획안(playbook)’은 무엇일까.“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한국은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인데 영향을 줄까.“정상 외교는 항상 도움이 되지만 ‘바늘을 움직이는(move the needle)’ 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와 일본 사례를 봐도 그러하다. 미국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 다음 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다.”-협상이 언제쯤 본격화될까.“1~2주 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인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관계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고위급 실무협상이 원활하기 진행되기 어렵다. 조만간 차관급까지 임명을 마치면 급물살을 탈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세를 활용하는가.“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각서(memorandum)에 주목해야 한다. 유세 기간에 말한 사실상 모든 공약을 담았다. 선거용 발언(campaign talk)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전 세계 모든 무역 파트너와 관계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관세와 관련된 발표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그 중 한국에 영향을 줄 내용은 무엇인가.“각서 내용 중 7, 8개 정도가 해당한다. 대미 무역 흑자, 부가세 등의 비관세 장벽,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지적했는데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뒀기 때문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문제에도 엮여있다.”-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워싱턴 정가에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토대를 잘 닦고 있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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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맨’ 트럼프 뒤엔, 통상규제 강조 아이어코카 훈수 있었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부유한 동맹을 상대로 ‘세금(관세)’을 걷자.” 1987년 41세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스턴글로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바가지 씌우고 있다(rip off)”고 주장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 전부터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트럼프는 지난 40년 가까이 언제 어디서든 말할 기회만 생기면 관세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통상규제 강조한 ‘자동차 영웅’에게 영향받아NYT와 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1970, 80년대 ‘경영의 귀재’로 통했던 리 아이어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1924∼2019)에게 영향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웅으로 불리던 아이어코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성능이 좋은 일본산 자동차가 약진하자 이를 “침공”이라고 지칭했다. 또 “관세 등 각종 통상 규제를 통해 제조업을 지켜내는 데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이어코카는 198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유무역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없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일본산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22세 연상인 아이어코카와 가깝게 지내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NYT와 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어코카와 교류하면서 사업 스타일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시각도 아이어코카와 비슷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의 일종으로 보는 인식도 아이어코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이다. 아이어코카는 원조 ‘스타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제트기를 타고 다녔고, 연예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크라이슬러를 경영하면서는 TV 광고에도 직접 등장했다. 다만 아이어코카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커져 198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으나 “대통령이 돼 관습에 얽매여 살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도전에선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사업 성공 비결로 “세금 적게 내는 것”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규정과 정책에 해박하고 이를 이용해 본인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둬 관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뉴욕에 15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을 지으며 시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면세 혜택을 얻어내 총 8억8500만 달러(약 1조2730억 원) 넘게 이득을 보기도 했다. 관세는 그가 정치인이 된 뒤 이른바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 줄 경제학자를 물색하다가 “관세가 국내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나바로를 대선 캠프 경제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있다. 스트레인 국장은 “관세는 직관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 강력한 구호”라고 말했다. 제니퍼 밀러 다트머스대 교수도 “관세는 트럼프가 ‘터프한 거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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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 무기화 스승은 ‘경영의 귀재’ 아이어코카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부유한 동맹을 상대로 ‘세금(관세)’을 걷자.”1987년 41세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스턴글로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바가지 씌우고 있다(rip off)”고 주장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 전부터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트럼프는 지난 40년 가까이 언제 어디서든 말할 기회만 생기면 관세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통상규제 강조한 ‘자동차 영웅’에게 영향받아NYT와 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1970~80년대 ‘경영의 귀재’로 통했던 리 아이어코카 크라이슬러 전 회장(1924~2019년)에게 영향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웅으로 불리던 아이어코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성능이 좋은 일본산 자동차가 약진하자 이를 “침공”이라고 지칭했다. 또 “관세 등 각종 통상 규제를 통해 제조업을 지켜내는 데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주장했다.특히 아이어코카는 198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유무역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없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일본산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22세 연상인 아이어코카와 가깝게 지내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NYT와 WP 등은 아이어코카와 교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스타일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시각도 아이어코카와 비슷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의 일종으로 보는 인식도 아이어코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라이프 스타일 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이다. 아이어코카는 원조 ‘스타 기업인’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제트기를 타고 다녔고, 연예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크라이슬러를 경영하면서는 TV 광고에도 직접 등장했다. 다만 아이어코카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커져 198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으나 “대통령이 돼 관습에 얽매여 살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도전에선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 사업 성공 비결로 “세금 적게 내는 것” 강조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규정과 정책에 해박하고 이를 이용해 본인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둬 관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뉴욕에 15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을 지으며 시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면세 혜택을 얻어내 총 8억8500만 달러(약 1조2730억 원) 넘게 이득을 보기도 했다.관세는 그가 정치인이 된 뒤 이른바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 줄 경제학자를 물색하다 “관세가 국내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나바로를 대선 캠프 경제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있다. 스트레인 국장은 “관세는 직관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 강력한 구호”라고 말했다. 제니퍼 밀러 다트머스대 교수도 “관세는 트럼프가 ‘터프한 거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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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기업 美투자-조선협력 등 트럼프에 연설할 이야깃거리 만들어줘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유명 로비업체 DGA그룹의 저스틴 매카시 파트너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매카시 파트너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 DGA그룹에 의뢰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분석했다.매카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를 잘 정리해 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 협력에 대해선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대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매카시 파트너는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며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했다.최근 통상전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로는 멕시코를 꼽았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선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음은 일문일답.-주미대사관 컨설팅은 어떤 작업이었는가.“정권 인수위 기간이었던 지난해 11, 12월 2개월간 차기 행정부의 통상 분야 정책 기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오래된 말이 있다. 요직에 누가 발탁될 지가 중요한 시기라 관련 정보 또한 제공했다.”-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제조업 활성화를 중요하게 본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외에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한국과 협상에서 미국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통상 측면에서는 농업, 자동차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를 원할 수 있다. 철강 등 중국 문제에 대한 확답도 줘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한국은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장이 들어온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식당과 이발소, 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했는데.“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고,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그가 미국인에게 성과로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관세 협상을 대비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8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매길 방법이 존재한다. 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한국 정부에 최선의 ‘계획안(playbook)’은 무엇일까.“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한국은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인데 영향을 줄까.“정상 외교는 항상 도움이 되지만 ‘바늘을 움직이는(move the needle)’ 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와 일본 사례를 봐도 그러하다. 미국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 다음 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다.”-협상이 언제쯤 본격화될까.“1~2주 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인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관계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고위급 실무협상이 원활하기 진행되기 어렵다. 조만간 차관급까지 임명을 마치면 급물살을 탈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세를 활용하는가.“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각서(memorandum)에 주목해야 한다. 유세 기간에 말한 사실상 모든 공약을 담았다. 선거용 발언(campaign talk)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전 세계 모든 무역 파트너와 관계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관세와 관련된 발표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그 중 한국에 영향을 줄 내용은 무엇인가.“각서 내용 중 7, 8개 정도가 해당한다. 대미 무역 흑자, 부가세 등의 비관세 장벽,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지적했는데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뒀기 때문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문제에도 엮여있다.”-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워싱턴 정가에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토대를 잘 닦고 있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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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파친코 사업 성종태 회장, 韓재단에 25억 주식 기부

    재일동포 성종태 알라딘홀딩스 회장(91·사진)이 일본 도쿄의 ‘한국교육재단’에 25억 원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주식 약 5만 주를 기부하기로 했다. 성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로 직장을 여러 번 그만둔 뒤 1956년 후쿠시마현에 첫 파친코를 열어 자수성가했다. 한국교육재단은 이 돈으로 ‘성종태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한국학 연구지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연간 1억 원 규모인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1963년 출범한 한국교육재단은일본 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행을 주관하며 일부 재일동포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성 회장은 그간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장학 사업을 벌였다. 어린 시절 잠시 한국에 머물 때 경북 청도초등학교에 몇 개월 다닌 인연으로 이 학교에 5억 원을 출연했다. 한국교육재단에도 이미 11억 원을 쾌척했다. 이번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액은 40억 원을 돌파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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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태어났지만…파친코 사업 성종태 회장, 韓재단에 25억 주식 기부

    재일동포 성종태 알라딘홀딩스 회장(91)이 일본 도쿄의 ‘한국교육재단’에 25억 원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주식 약 5만 주를 기부하기로 했다. 성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로 직장을 여러 번 그만둔 뒤 1956년 후쿠시마현에 첫 파친코를 열어 자수성가했다.한국교육재단은 이 돈으로 ‘성종태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한국학 연구지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연간 1억 원 규모인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1963년 출범한 한국교육재단은일본 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행을 주관하며 일부 재일동포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성 회장은 그간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장학 사업을 벌였다. 어린 시절 잠시 한국에 머물 때 경북 청도초등학교에 몇 개월 다닌 인연으로 이 학교에 5억 원을 출연했다. 한국교육재단에도 이미 11억 원을 쾌척했다. 이번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액은 40억 원을 돌파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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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부 저격수’로 나선 밴스…“행정부 통제 말라”[트럼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광범위한 조치에 법원이 속속 제동을 걸고 있다.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흐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J D 밴스 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자신의 X를 통해 밝힌 입장이다. 그는 이번 행정부에서 ‘사법부 저격수’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이 어떤 판을 짜고 있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 기류가 어떤지 살펴봤다. ● “판사는 행정부를 통제할 수 없다”뉴욕 연방법원은 8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9일 머스크는 이 판결을 한 폴 엥겔마이어 판사를 겨냥해 “부패한 판사가 부패를 보호한다. 지금 당장 탄핵당해야 한다”고 X에 적었다. 머스크가 운을 띄우자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이 쏟아졌다.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은 엥겔마이어 판사를 “무법자”라고 칭하며 “트럼프 행정부 관련 사건을 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성비위 의혹으로 낙마한 뒤 극우 방송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N)에서 시사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판사를 탄핵하자”고 했다. 머스크가 게시글을 올리고 약 8시간 뒤 밴스 부통령은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고 X를 통해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슈퍼볼 참석을 위해 뉴올리언스로 가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그는 “불명예스러운 판결”이라며 “솔직히 그 어떤 판사도 이런 결정을 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해당 판결에 대해 “갈 길이 멀다”며 사법 절차에 따라 항소할 뜻을 시사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은 10건 이상이지만 대부분 임시 조치이다. 상급 법원의 판단도 남아있는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마찰이 장기화할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판사가 ‘불법 판결’ 내릴 수도”밴스 부통령이 구상한 전략은 무엇일까. 미 언론은 그가 9일 발표한 X 입장문에 주목했다. 그는 딱 세 문장을 적어서 올렸다. “판사가 장군에게 군사작전을 어떻게 수행할지 지시하면 그건 불법이다.판사가 검사로서 재량권을 어떻게 사용할지 법무장관에게 명령하려 든다면 역시 불법이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그의 입장문에 따르면 행정부의 활동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결은 ‘적법한 판결’과 ‘적법하지 않은 판결’로 분류된다. 밴스 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판사가 ‘불법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그가 “행정부의 핵심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사법부 판결의 적법성을 따지려고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문제 원칙’이 쟁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정책 결정과 직결된 사안 △행정부 및 입법부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는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밴스 부통령이 사법부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행정부의 권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X를 통해 “조국은 구하는 사람은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도”3부가 권한의 범위를 두고 충돌하는 일이 전혀 새롭지는 않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근거로 수감자에 대한 고문을 금지하는 현행법과 충돌하는 ‘강화된 심문 기법(EIT)’ 정책을 2002년 도입해 물고문 등을 재개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구금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놨지만, EIT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주도해 미군이 구금자를 상대로 고문을 실시하지 못하게 하는 구금자 처우법이 2005년 통과됐고, 2008년에는 EIT의 시행을 막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이번에는 충돌 양상이 다르다. 상·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을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입법부는 사실상 견제 능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에 법원이 행정 조치를 즉각 차단하는 판결을 내놓으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 개인에 대한 사법부의 불안 또한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공개적으로 법원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2021년 갓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이었던 밴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를 준비하며 친트럼프 인사로 돌아선 상태였다. 그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성향 팟캐스트 ‘잭 머피 라이브’에 출연해 사안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 중간 관리자와 고위급 공무원을 모두 해고하고 우리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막으려고 한다면 국민 앞에 나서서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처럼 말하면 된다. ‘대법원장이 판결을 내렸군. 이제 직접 집행해보라지’.”이는 1832년 대법원이 ‘조지아주 법률은 체로키 영토에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을 때, 잭슨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당시 조지아 주의회는 체로키 원주민의 땅을 몰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잭슨 대통령은 이를 지지했다. 대법원은 해당 법안이 무효라고 판결하고 “체로키족이 연방정부와 직접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자치권을 가진다”고 판결했지만 잭슨 대통령은 이를 집행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 발언 여부는 불확실하다.)밴스 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 후 이번 대선 국면에서 해당 발언을 강조하며 부통령 주자로서 몸값을 올렸다.*밴스가 친트럼프 인사로 돌아선 과정은 에서 살펴봤다. 지난해 2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정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법원의 적법한 판결에 따라야 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이 군 장성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결한다면 그건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박하며 대법원 판결을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3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는 2021년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발언이 여전히 그의 정치적 견해를 정확히 드러내는지 묻자 “그렇다(Yup)”고 답했다. 이어 “선출된 대통령이 행정부 공무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데,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 그 자체로 헌법적 위기”라며 “이런 헌법적 위기가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법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21일 연방대법원은 특별감찰실(OSC)의 해프턴 델린저 국장에 대한 면직 명령을 이달 26일까지 정지한 워싱턴 연방법원의 판결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워싱턴 연방법원의 후속 판결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성급하게 연방대법원에 제소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6:3으로 보수 우위인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4명(이 중 2명은 트럼프 1기 때 임명)이 판결을 보류하기로 선택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밴스 부통령이 당선되자 사법부의 위기감은 증폭된 상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연말 보고서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행정부든 사법 시스템에서 패배를 겪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년간 법원의 결정은 대중적 인기와 무관하게 존중받았다. 덕분에 1950~6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갈등이 더 큰 충돌로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치권 전반에서 일부 선출직 공직자들이 연방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무시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길한 그림자(specter)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위험한 주장은 비록 산발적일지라도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로버츠 대법원장의 우려는 밴스 부통령을 향한 지적으로 해석되며 큰 반향을 얻었다. 11화 요약: 입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예일대 로스쿨 출신 상원의원’ 밴스 부통령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12화 예고: 밴스 부통령이 2021년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 머피는 ‘대안 우파’ 운동의 선봉에 서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논쟁적 인물이다. 트럼프 측 인사들이 즐겨 출연하는 팟캐스트의 면면을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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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 더 뒤처지는 한국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쫓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AI 약진’ 4개국… 국가 차원서 인재 양성-이민 확대 등 지원[글로벌 포커스]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들이스라엘 ‘산학군’ 네트워크 탄탄… 교수 창업-군복무 후 창업 활발캐나다, 상업성 낮은 기초 연구 지원… 세계 석학 영입해 노벨상 수상 성과UAE, IT 산단에 글로벌 기업 유치… 데이터센터 확보해 중동 AI 허브로네덜란드, 국토 작아 기술이민 장려… ASML 등 반도체 장비 기업 육성챗GPT에 이어 딥시크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같은 ‘AI 강소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나라들은 그간 미중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각자만의 특장점을 살려 주목받는 AI 기술을 선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은 AI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국가 전략 과제로 채택한 캐나다는 AI와 관련된 기초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UAE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 인재를 대거 유치해 AI 허브로 부상했고, 네덜란드는 AI 반도체 장비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의 성공 비결에 대해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한편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AI 경쟁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윌슨센터는 “미중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AI 민족주의(AI nationalism)’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AI 반도체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민족주의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 글로벌 AI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강소국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봤다.● 산학군 네트워크-창업 노하우로 승부한 이스라엘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도 대거 배출했다. 이 같은 노하우와 성과는 AI 분야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AI 인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1.13%가 AI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이스라엘은 인재, 자본, 정부 지원 등 AI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세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상용화가 가능한 AI 실용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국가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 허브”라며 “유력 기업가라면 모두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AI 강국에 이른 것은 건국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1948년 건국 직후 이스라엘의 산업구조는 군수업과 농업 위주였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계 유대인이 대거 유입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러시아계 이민자 상당수가 과학자였는데, 이들에게 초기자본을 지원해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해외에 산재한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미국 월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가에서 유대계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벤처 투자 자금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AI 민간 투자액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3년) 이스라엘의 민간 AI 투자 누적액은 총 128억 달러(약 18조4500억 원)로 집계됐다. 대학교수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도 혁신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 연구와 사업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스라엘의 모든 대학은 자금 조달이나 지식재산권 등의 구체적인 사업화를 돕는 전문부서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석좌교수(컴퓨터과학)가 1990년 설립한 기업 모빌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머신러닝 분야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은 샤슈아 교수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는 히브리대 창업 지원기관인 이숨(Yissum)의 도움을 받아 모빌아이를 세웠고, 2017년 153억 달러를 받고 인텔에 매각했다. 그는 현재도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자인 리오 울프 텔아비브대 교수(컴퓨터과학)와 공동 창업한 AI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봇을 비롯해 샤슈아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창업한 AI 기업은 6곳이 넘는다. 히브리대가 있는 수도 예루살렘, 테크니온공대가 있는 북부 거점도시 하이파, 텔아비브대가 있는 경제중심지 텔아비브 등의 지역을 묶은 연구개발(R&D) 거점(실리콘 와디)도 눈길을 끈다. 미국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이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히브리대와 테크니온공대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실리콘 와디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일도 흔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이스라엘에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이스라엘 지사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조사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요람은 군대다. IT 영재들이 ‘8200부대’같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에 복무한 뒤 제대 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 방화벽 등 인터넷 보안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길 슈웨드 체크포인트 이사회 의장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DP 대비 19.7%로, 전체의 5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 샤슈아 교수는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결과 AI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며 “이는 적대적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초 연구’로 노벨상 수상한 캐나다미국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기 5년 전인 2017년부터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AI 연구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았다. 캐나다 정부의 꾸준한 연구 지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선도해 온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는 AI 연구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고, 뛰어난 인재와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AI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이 됐다”고 평했다. 캐나다의 AI 연구 역사는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던 토론토대, 몬트리올대, 맥길대의 AI 연구자들이 웨스턴온타리오대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그 결과로 캐나다인공지능협회(CAIAC)의 전신인 캐나다계산지능연구협회(CSCSI)가 탄생했다. CSCSI를 중심으로 AI 연구를 지원하는 캐나다 고등연구소(CIFAR)가 1982년 설립됐다. CIFAR는 전 세계에서 AI 인재들을 영입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국 출신의 힌턴 교수도 1983년 CIFAR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로 이주했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 연구에 몰두했다.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CIFAR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옮겼다. CIFAR에 따르면 설립 이래 30개국 출신의 연구자 1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노벨상 수상자 23명이 CIFAR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AI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캐나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AI 연구소들이 자리 잡게 됐다. 힌턴 교수가 이끄는 벡터 연구소, 벤지오 교수가 세운 밀라 퀘벡 AI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4만 명의 AI 전문가들이 캐나다에 있다. 힌턴 교수는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줘서 캐나다로 온 건 아니다”라며 “순수한 호기심에 기반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는 기초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 주는 캐나다 사회가 마음에 들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캐나다의 AI 분야 지원은 계속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AI 분야에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30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로 24억 캐나다달러(약 2조4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AI 연구를 더욱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윤리적 이용과 관련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12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0년 내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0∼20%”라고 경고했다. AI 기술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캐나다 혁신부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AI 안전연구소를 세웠다. 생성형 AI의 오류를 교정하고, 딥페이크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물류 강국서 AI 허브로 부상한 UAEUAE는 두바이, 아부다비라는 중동의 양대 허브 도시를 둔 금융과 물류 강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부처를 신설하고 “AI에 가장 대비가 잘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UAE는 중동의 AI 허브, 나아가 이슬람권의 AI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국가 지위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UAE가 유력 주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UAE는 2000년 두바이에 세운 IT 산업단지 ‘인터넷 시티’에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동지역 본부를 이곳에 두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도 확보했다.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비한 원전과 첨단 냉각기술을 도입해 아마존, 에퀴닉스,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UAE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 유입된 해외 AI 인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국민 중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2020년 세계 최초의 AI 대학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MBZUAI)’을 세웠다.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UAE 정부 산하기관인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팰컨3’는 메타의 최신 LLM ‘라마3’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부를 이끌고 있는 오마르 알 올라마 특임장관은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팰컨3는 20여 년에 걸친 투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UAE의 AI 전략은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겸 AI 국영기업 G42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인 그는 비(非)석유 부문의 신사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2023년 아부다비를 찾아 “UAE는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줬다”며 높게 평가했다.● ‘슈퍼 乙’ ASML 보유한 네덜란드AI 기술의 핵심은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이다. 연산 능력이 높을수록 AI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어 생성형 AI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연산 능력은 AI 반도체 성능에 달렸는데, 그 핵심은 초미세공정이다. 현재까지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 기술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대당 3억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달하는 ASML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AI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주문을 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ASML에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는 이유다. 또 AI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ASML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22만3404㎢)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원도 부족해 일찍부터 기술개발에 힘썼다. 1891년 창립된 필립스는 전구를 시작으로 라디오, 전기면도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전자제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필립스는 1984년 반도체 장비업체 ASMI와 함께 ASML을 세웠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허름한 목재 창고에서 창업한 ASML은 1986년 리소그래피 장비 생산을 시작해 꾸준한 R&D 혁신을 거듭했다. 일본의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 니콘도 포기한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ASML이 개발해 낸 비결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기술이민 지원 정책 덕이 컸다. 인구 1800만 명인 네덜란드는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5년간 급여의 30%를 세액 공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ASML의 네덜란드 본사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채워질 정도로 해외 인재 유치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 ASML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AI R&D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네덜란드 AI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연간 최소 4500만 유로(약 675억 원)를 AI R&D에 투입하고 있다. 필립스와 에인트호번시, 에인트호번공과대는 2004년 에인트호번에 조성한 연구단지를 AI R&D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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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바싹 쫒는 ‘AI 강소국’들…한국은 출발도 못했다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쫒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 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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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시진핑 방미 기대, 美中 새로운 무역합의 가능”

    중국과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기대한다며 “중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는 물론 핵무기 등 안보 문제까지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합의(wide-ranging deal)를 준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가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하다. 시 주석 등 세계 지도자가 미국에 올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 초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시 주석의 방미 가능성까지 언급한 셈이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미국에 온 시점은 2023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때였다.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트럼프 2기의 핵심 인사들도 중국과 구체적인 협상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대규모 미국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과 비행기 구매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게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을 삭감하는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19일 전했다. 2025년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의 미 국방예산은 8500억 달러(약 1223조7000억 원)로 첫해에 8%를 삭감하면 약 680억 달러(약 97조9000억 원)가 줄어든다.다만 주한 미군이 속한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예산 삭감 지시에서 빠졌다. 중국과의 군사 패권 경쟁을 의식한 조치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담당했던 유럽사령부,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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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쾰른 ‘평화의 소녀상’, 예정대로 내달 전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의 독일 쾰른 전시가 예정대로 다음 달 7일부터 열린다.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한 시 당국이 전시를 취소하려 했지만, 시민단체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 시간)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다음 달 7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다음 달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아시아 여성들에게 자행된 전쟁범죄를 주제로 열리는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 전시회의 일부다. 앞서 1일 헨리테 레커 쾰른 시장은 소녀상 전시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 전시 개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현지 매체에서 일본 정부 로비설을 제기하자 전시를 허용키로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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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와 인터뷰 나선 트럼프 “언론이 우릴 이간질” 월권 논란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함께 첫 공동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에서 방영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머스크의 월권 논란 등에 대해 “언론이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머스크도 “난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화답하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촬영한 이날 인터뷰 내내 머스크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진행자 숀 해니티가 “마치 두 형제를 인터뷰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언론은 둘이 서로 싫어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해니티의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일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들(언론)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말해 나는 ‘절대 안 돼’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속보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머스크에게 넘겼습니다’라고 했다”며 “정말 형편없고 나쁜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표지 사진으로 머스크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합성 사진을 싣는 등 주요 매체들이 머스크의 월권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반박한 것. 또 트럼프 대통령은 DOGE를 이끌 사람으로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뒤졌지만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수십 건을 시행하는 데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DOGE에서 “100명의 천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인터뷰 도중 재킷을 열어젖히고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여줬다. 이어 그는 “난 대통령에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DOGE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를 둘러싼 이해 상충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DOGE 결정에 이해 충돌이 있다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해 테슬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머스크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머스크 역시 “나는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이해 충돌 시) 기피하겠다”고 호응했다.● “거대 관료 집단, 트럼프 행정부 방해” 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맞서 두 사람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영국 가디언)가 나온 가운데, 머스크는 DOGE의 목표가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연방 재정 적자를 1조 달러(약 1440조 원)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OGE가 납세자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납세자들을 향해 “사회보장제도는 예산 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머스크는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지를 대변한다”며 “만약 관료 집단이 대통령의 명령을 막는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선출되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요 정부 부처와 기관이 몰려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 유권자의 92%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거대한 연방 관료 조직이 트럼프 행정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 연방법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14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와 DOGE의 관련 권한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을 기각하며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당한 문제 제기라면서도 ‘긴급 중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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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언론이 우리 사이 이간질” 머스크 “대통령 사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첫 공동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에서 방영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머스크의 월권 논란 등에 대해 “언론이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머스크도 “난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화답하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 없어”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촬영한 이날 인터뷰 내내 머스크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진행자 숀 해니티가 “마치 두 형제를 인터뷰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언론은 둘이 서로 싫어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해니티의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일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들(언론)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말해 나는 ‘절대 안 돼’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속보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머스크에게 넘겼습니다’라고 했다”며 “정말 형편없고 나쁜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표지 사진으로 머스크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합성 사진을 싣는 등 주요 매체들이 머스크의 월권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반박한 것.또 트럼프 대통령은 DOGE를 이끌 사람으로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뒤졌지만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수십 건을 시행하는 데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DOGE에서 “100명의 천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머스크는 인터뷰 도중 재킷을 열어젖히고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여줬다. 이어 그는 “난 대통령에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DOGE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머스크를 둘러싼 이해 상충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DOGE 결정에 이해충돌이 있다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해 테슬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머스크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머스크 역시 “나는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이해 충돌시) 기피하겠다”고 호응했다.● “거대 관료집단, 트럼프 행정부 방해”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맞서 두 사람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영국 가디언)가 나온 가운데 머스크는 DOGE의 목표가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연방 재정 적자를 1조 달러(약 1440조 원)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OGE가 납세자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납세자들을 향해 “사회보장제도는 예산 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머스크는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지를 대변한다”며 “만약 관료 집단이 대통령의 명령을 막는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선출되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그는 주요 정부부처와 기관이 몰려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 유권자의 92%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거대한 연방 관료조직이 트럼프 행정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워싱턴 연방법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14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와 DOGE의 관련 권한을 중지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며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당한 문제제기라면서도 ‘긴급 중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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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에 가려진 밴스?…그가 서둘지 않는 이유[트럼피디아]

    미국 행정부의 ‘공식 2인자’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머스크와 첫 공동 인터뷰에 나선다. 집권 2기 출범 후 아직 밴스 부통령과 공동 인터뷰에 나선 적이 없는데, 머스크와 먼저 폭스뉴스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머스크의 그림자에 가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둘 간의 견제설이나 갈등설이 제기되는 상황도 아니다. 밴스 부통령은 오히려 각종 논란과 관련해 머스크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트럼프-밴스-머스크’ 삼각관계는 어떤 역학으로 유지되는 것인지 살펴봤다. ● 밴스와 트럼프의 첫 만남밴스 부통령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오하이오주에서 흙수저로 자란 자신의 성장환경을 기록한 책 ‘힐빌리의 노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망가진 사회를 고칠 역량이 없는데 정치적 쾌감만 주는 문화적 헤로인(마약)”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2021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자택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온 지 한달 됐을 시점이었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정계 입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향 오하이오주의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러라고에 직접 찾아갔다.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피터 틸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의 공동창업자였다. 틸은 머스크의 25년 지기 최측근이자 실리콘밸리 보수 진영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밴스 부통령의 ‘사회적 아버지’라고 칭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와 인연이 깊다. 둘은 밴스 부통령이 예일대 재학생일 때 처음 만났다. 이후 틸은 첫 직장, 첫 출간, 첫 선거, 그리고 첫 대선까지 밴스 부통령의 인생을 뒤바꾼 분기점마다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백악관 킹메이커’가 된 틸의 40년 막후 정치 여정은 에서 살펴봤다. 둘의 첫 만남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당시 회동에 참석한 인물들의 전언(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두툼한 종이 뭉치가 올려져 있었다. 밴스 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정리해 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운을 뗐다. 트럼프: 나에 대해 몹쓸 말을 했더군. 밴스: 죄송합니다. 미디어의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특히 제가 그래서는 안됐습니다.트럼프: ‘힐빌리의 노래’를 쓴 사람이 그러면 안됐지. 트럼프는 마음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둘은 정치의 어려움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끝났다. 트럼프: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날 보러 오는 자들은 원하는 게 있던데.공개 지지를 해달라고 할 건가?밴스: 저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내 지지를 원하지 않아?밴스: 당연히 원합니다. 하지만 온전히 제 힘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이 뭐라 하든 절대로 당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그래. J D, 건강 챙기고. 종종 연락하세.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밴스 부통령은 친트럼프로 돌아섰다. 충성을 맹세하며 180도 변신한 것이다. 이듬해 중간선거(상·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격)에서 밴스 부통령은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지 없이 당선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11월 선거를 앞두고 그해 4월 공식 지지를 해줬다.) 정치적 재기를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밴스 부통령은 든든한 우군이 됐다. 밴스 부통령의 변신은 미 정계에 상당한 충격파를 줬다. 이전까지 그는 진보 진영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소외된 빈곤층 노동자를 대변할 이상적인 보수 샛별로 여겨진 것. 시사지 애틀랜틱은 그를 두고 “기회주의자라는 호칭도 과분하다. 밴스는 경멸스럽고 부끄러운 광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 밴스를 밀어주는 자들밴스 부통령은 매우 영특하고 민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화 한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고, 이후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며 그의 눈에 들었다. 폭스뉴스 애청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을 두고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진, 잘생기고 똑똑한 청년이다. 방송도 잘하고, 토론도 잘한다”며 주변인에게 칭찬했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은 쭉쭉 치고 나갔다. 부통령 후보군에 들었다. 지난해 5월 마러라고에서 ‘부통령 오디션’이 연상되는 행사를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두고 진국이라는 취지로 극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군 7명을 무대에 한 줄로 세워두고 직접 소개했는데 밴스 부통령에 대해 “처음에는 나를 재앙이라고 했던 사람이지만, 밴스는 알면 알수록 가장 위대한 상원의원 중 하나”라고 했다. 미국 부통령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는다. 선택권은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에게 있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와 상호보완적이면서도 대통령 후보의 그늘에 있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당시 상원의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당시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엘리스 스테파닉 주유엔대사 후보자(당시 하원의원), 팀 스콧 상원의원,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경쟁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7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모금행사가 흥행하자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행사를 개최한 것은 틸과 머스크와 절친한 사이이자 이번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 역할을 맡은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색스였다. 밴스 부통령이 색스를 반년간 설득해 성사한 행사였다. 밴스 부통령은 틸과 머스크, 트럼프 주니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부통령 후보 자리를 손에 넣었다고 NYT,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NBC방송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틸을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틸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도 막역한 사이다.● 밴스의 시간은 온다?“요즘 밴스는 어딨는가? 그가 있을 자리에 있다.”블룸버그통신의 니아말리카 핸더슨 논설위원은 지난해 12월 이런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머스크의 그늘이 밴스가 있을 자리”라며 “머스크만 행복하다면야 밴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적었다. 밴스 부통령이 대선 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머스크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2위 부자 머스크와 그의 실리콘밸리 이너서클의 지원이 있어야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농담을 통해 3선 가능성의 운을 띄우고 있다. 그는 “밴스는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트럼프 세계의 실세들은 전부 밴스 부통령을 미래 대선 주자로 굳건히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마가 풍운아’들은 대통령직에 도전할 생각 없어 보인다. 머스크는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미 수정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의 인생 목표 또한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틸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고, 틸은 자신이 “정치를 본업으로 삼으면 돌아버릴 사람”이라며 이번 행정부에 입각하지도 않았다. *화성을 향한 머스크의 열망은 에서 다뤘다. 트럼프 주니어도 차기 등판론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행정부 입각이나 의회 입성을 준비하는 대신 각종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업과 팟캐스트 활동을 벌이며 분주하게 지내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22일 라틴계 정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가 그에게 스페인 미남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닮았다고 칭찬하자 “그렇게 봐주시다니 감사하다”며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이어 사회자가 “202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주니어는 크게 웃으며 “세상에나. 노, 노, 노. 그런 말씀하시면 곤란해요”라며 말을 돌렸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이 고른 인물을 부통령으로 만든 막후 실세다. 지난해 7월 아버지가 밴스 부통령을 발탁한 것에 대해 “훌륭한(incredible)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밴스 부통령의 고향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4년은 트럼프 시대, 그 뒤 8년은 밴스 시대가 될 것입니다.”10화 요약: 밴스 부통령은 틸과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보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정치인이다. 마가 후계자로 꼽히는 그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 후원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1화 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삼권분립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법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장악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은 것은 사법부.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밴스 부통령이 어떤 판을 짜고 있는지 살펴봤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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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 2600명 “머스크, 英왕립학회서 제명을”

    “트럼프의 가장 ‘열성적인 장군(enthusiastic general)’인 머스크를 학회에서 제명해야 한다.” 전 세계 과학자 2600여 명이 영국 최고(最古) 과학단체인 영국왕립학회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사진)이 학회의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회원 제명을 요구했다. 머스크가 동료 과학자들에 대한 음모론을 확산해 과학자들의 신변을 위협했고, 과학계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공세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임피리얼칼리지의 스티븐 커리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영국왕립학회에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과학자 2600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서명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머스크가 학회 행동강령이 요구하는 △공적 삶에서의 최고 기준 준수 △긍정적인 영향력 행사 △탁월함을 위한 노력 등을 위반했다며 “그의 행동이 왕립학회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커리 교수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된 이후 미국 과학 연구에 대한 공격이 더욱 심화되고 과학 연구자금 대폭 삭감과 검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영국왕립학회는 머스크 퇴출을 논의하는 회의를 다음 달 3일 연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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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계 “트럼프의 돌격대장 머스크, 英왕립학회서 제명해야”

    “머스크는 트럼프가 지휘하는 공세를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장군’이다.”전 세계 과학자 2600명 이상이 영국 최고 과학단체로 꼽히는 영국왕립학회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회원직 박탈을 요구했다. 이들은 머스크를 ‘트럼프의 돌격대장’이라고 지칭하며 머스크가 동료 과학자들에 대한 음모론을 확산해 이들의 신변을 위협했고, 과학계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공세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스테픈 커리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영국왕립학회에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커리 교수가 제안한 서한은 공개 6일 만에 과학자 2600명 이상이 서명자로 이름을 올리며 큰 호응을 얻았다.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 등 권위 있는 연구자들도 적극 참여했다. 197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볼티모어 캘리포니아 공대 생물학과 교수, 초전도체 연구로 1973년 노벨물리학상을 탄 브라이언 조지프슨 캐임브리지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1998년 필즈상을 수상한 티머시 가워스 캐임브리지대 수학과 석좌교수 등이다. 서한은 “미국 과학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머스크는 항의는커녕 오히려 직책(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으며 동조하고 있다”며 “이는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추구해야 하는 행동 강령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과학계에 광범위한 공포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 자금이 대거 삭감된 점을 꼬집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과 기후 문제를 겨냥한 검열을 추진해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은 “영국왕립학회는 지금처럼 매우 힘든 시기에 품위(decency)를 지키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왕립학회는 이와 관련해 머스크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회원의 공개 언행을 둘러싼 원칙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다음달 3일 개최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머스크 제명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50년 간 각종 논란을 일으킨 회원이 퇴출당한 사례가 아예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캐나다 3중 국적자인 머스크는 2018년 우주 산업과 전기차 분야의 업적과 영향을 평가받아 회원이 됐다. 1660년 설립된 영국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회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이 회원이다.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동의를 거쳐 선발되고, 소수의 외국인을 회원으로 뽑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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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가려고 그린란드 산다?…머스크-트럼프의 ‘꿈’[트럼피디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게는 이른바 ‘애착 티셔츠’가 있다. 정치 데뷔 무대였던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유세에 입고 나온 옷이다. 가격은 30달러, 스페이스X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티셔츠에 적힌 문구는 바로 ‘OCCUPY MARS(화성을 점령하자)’. 화성 식민지 건설은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다. 10세 소년 머스크는 미국 공상과학(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고 화성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파운데이션은 인류 문명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내용의 대하소설이다. 그리고 44년이 흐른 현재 머스크는 어느 때보다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가 걸어온 ‘화성 외길 인생’을 살펴봤다. ● 안 되면 되게 한다머스크는 2000년 29세의 나이에 온라인결제 업체 페이팔을 공동설립해 큰 부자가 됐다. 그 후 화성을 향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머스크는 로켓 엔지니어 짐 캔트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머스크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이였다. 캔트렐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화를 걸자마자 이렇게 말을 쏟아냈다. “저는 일론 머스크입니다. 인터넷 억만장자인데 페이팔을 창업했어요. 남은 인생을 바닷가에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살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고, 지금 전 러시아 로켓을 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전화했습니다.”캔트렐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지만 러시아와 인연이 깊었다. 유타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25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소련과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합작 화성 프로그램에 합류한 것.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왔다.캔트렐은 러시아 로켓 매입을 주선해줬고, 머스크의 우주 공학 과외 선생이 됐다. (머스크의 학사 전공은 물리학과 경제학이고,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과정은 첫 학기에 중퇴했다. 이공계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고 프로그래밍도 독학했다.) 둘은 2001년, 2002년 러시아로 네 차례 이상 출장을 다녀왔지만, 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머스크는 좌절하지 않았다. 로켓을 살 수 없다면 직접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 그는 출장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길에 캔트렐에게 직접 그린 로켓 설계도를 보여줬다. 머스크의 천재성에 놀란 캔트렐은 그를 돕기로 결심했다. 2002년 3월 스페이스X가 임직원 4명짜리 스타트업으로 출범했다. 기술 전문지 허슬과 인터뷰에서 캔트렐은 “머스크가 하도 소리를 질러대며 들들 볶는 탓에 나는 견디지 못하고 2003년 스페이스X를 떠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화성에 대한 집념만은 머스크를 따라올 자가 없다”고 말했다. ● 목표는 하나, 화성 식민지 건설머스크는 2008년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의 재사용 가능 로켓 팰컨9도 개발했다. 2020년에는 팰컨9에 우주선 ‘크루드래곤’을 탑재해 민간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현재는 화성 왕복 비행을 목표로 탑승 인원 80~120명 규모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쉽’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화성 식민지 건설을 위해서는 우주 여객선 이상으로 필요한 것이 많다. 화성에 인간이 정주할 시설을 짓고,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물자를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은 물론 인류의 첫 우주 정착지에서 어떻게 법과 제도를 운용할지도 정립해야 한다.캔트렐은 “머스크가 하는 모든 사업은 화성 식민지 건설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지난해 스페이스X 관련자 20명 이상을 인터뷰해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의 진짜 쓰임은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예컨대 평균 표면온도가 영하 80도인 화성에서 인간이 정주하기 위해서는 지하 시설을 건설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데, 머스크가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터널 건설업체 보링컴퍼니를 2017년 설립했다는 것이다. 트위터(현 X) 인수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2022년 트위터 인수를 앞두고 주변인에게 “트위터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표자 없이 구성원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머스크가 공개한 화성 구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X에 투표 기능이 추가됐다는 해석도 나온다.테슬라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2019년 트위터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화성의 공식 픽업트럭이 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머스크는 2023년 마침내 사이버트럭을 공식 출시하며 “미래는 이렇게 생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화성으로 가자”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의 행보를 두고 “정치에 너무 많이 시간을 쓴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그가 사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 머스크가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 적극 지원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우려는 기대로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킨 머스크의 선거운동은 에서 다뤘다. 대선 2주 뒤인 지난해 1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쉽의 6차 시험비행을 ‘직관(직접 관람)’했다. 텍사스주의 스페이스X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 방문한 것. 머스크는 일일 견학 가이드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 손녀 카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은 이날 발사 1시간 전쯤 도착해 스타쉽 내부를 구경했다. 이날의 경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 “중국도, 러시아도 만들지 못하는 로켓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며 “모든 대가를 치러 지켜야 할 천재”라고 칭송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화성으로 가자”고 선언했다. 사실상 머스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아메리칸’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을) 쏘아 올리겠다”고 말했다. 머스크에게 준 선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해 정부 구조조정을 맡겼다. 과거 머스크는 당국의 규제를 화성 정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우주선 만드는 것보다 발사 허가를 받는 게 더 오래 걸린다”며 “이러다간 화성에 가지 못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 연방항공청(FAA)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 화성은 트럼프-머스크 공동 소망화성 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는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중단 45년 만에 재가동했다. 그는 달을 넘어 화성까지 가고싶어 했다. 그해 7월 열린 달착륙 50주년 백악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사 국장에게 “다들 화성에 가려면 달부터 가야 한다는데, 달을 건너뛰고 곧장 갈 방법이 아예 없냐”고 질문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을 채워줄 인물이 바로 머스크다. 머스크는 지난달 2일 X에 “우리는 바로 화성으로 간다. 달은 방해만 된다”고 적었다. 머스크가 제시한 화성 탐사 시간표는 ‘2026년 무인 비행선 발사, 2028년 유인 비행선을 발사’다. NYT 등 미 언론은 각자의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지구와 화성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취임사도 머스크의 계획과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임기 내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겠다’고 하지 않고 ‘쏘아 올리겠다(launch)’고 말했는데, 이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8년에 지구를 출발하더라도 화성에 연내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 ● ‘화성 직행’ 가능할까그렇다면 그간 ‘화성 직행’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달을 건너뛰고 화성에 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8년 전 나사 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달을 테스트 장소로 활용해야 합니다. 화성에 가면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하므로,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는 방법을 미리 익혀둬야 합니다.”즉, 달을 건너뛰려면 달을 대체할 장소가 필요하다. 이에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달의 대체제로 보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사 역시 그린란드에서 화성 탐사 연구를 진행한 바 있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분석은 아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수 테크 진영에서 그린란드를 화성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최측근이 “화성 정착을 위해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다”는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를 한 사례도 있다. 화성에 미래도시를 만들겠다며 2019년 출범한 스타트업 프랙시스는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등의 주도로 출범 직후 9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최측근을 관련 요직에 연이어 지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덴마크 대사 지명을 발표하며 그린란드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덴마크 대사로 지명된 인물은 머스크와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캔 하워리(50). 나사 수장으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우주 비행을 한 사업가 재러드 아이잭먼(42)이 지명됐다. *머스크와 페이팔을 창업한 절친들의 25년 우정은 에서 다뤘다. 취임사에서 그린란드 대신 화성이 언급된 점도 눈길이 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공동 해역인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고, 중남미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는 대뜸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겠다고 말했다.시사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예상 밖의 취임사를 두고 그린란드 현지에서 이런 농담이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그린란드에 새로운 코드명이 생겼다. ‘화성’.”9화 요약: 머스크의 일생일대의 목표는 화성 식민지 건설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임기 내에 화성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머스크가 “달을 건너뛰고 곧장 화성으로 가겠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화성 정착 연구’ 용도로 그린란드를 매입하려 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0화 예고: 머스크의 활약에 ‘공식 2인자’ J D 밴스 부통령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를 2028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래도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마가 후계자’로 꼽히는 밴스의 셈법은 무엇일지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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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부가세-환율까지 문제삼아 “상호관세 부과”

    미국이 이르면 4월 초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상호 관세 고려 사항에 수출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 등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교역에서 미국에 대해 동맹국이 적국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호 관세는 교역국이 자국 수출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교역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규제, 보조금, 환율, 임금 억제, 디지털 무역 장벽 등 미국 정부가 판단한 비관세 장벽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이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고 면제나 유예는 없다. 친구(동맹)와 적들이 미국을 이용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호 관세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검토는 4월 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4월 2일부터 관세 부과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직전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회담 직후 모디 총리는 “미국과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와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거론하며 상호 관세에 예외는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 1기 때는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무관세인) 삼성전자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줬다”며 “하지만 이제 상호 관세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식이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고, 이게 훨씬 더 단순하고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급해야 할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에 대한 재협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재협상하려고 한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지원금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보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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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처럼… 머스크, 모디와 성조기앞 회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방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났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모디 총리가 앉은 자리 뒤에 성조기와 티랑가(인도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어 두 사람의 회동이 마치 ‘정상회담’ 같았다고 평했다.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꼽히는 머스크가 특별공무원(SGE) 신분으로 고용돼 다른 부처 수장과 달리 미 상원 인준도 거치지 않은 채 강력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날 회동도 그의 막강한 권력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13일 X를 통해 “워싱턴에서 머스크와 매우 좋은 면담을 가졌다”며 “그가 관심을 갖는 우주, 기술, 혁신 등과 다양한 주제를 논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개혁에 대한 인도 정부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고 했다. 머스크는 14일 X에 “(모디 총리를) 만나서 영광이었다”고 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의 만남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양측이 만난 것은 알지만, 기업 CEO로서 만났는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서 만났는지는 모르겠다”며 “아마 머스크가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모디와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머스크 외에도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도 만났다. 머스크가 외교 무대에 어린이 자녀를 대동한 점도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1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세 아들 ‘X(본명 엑스 애시 에이트웰브·X Æ A-Xii)’를 데리고 나왔던 머스크는 모디 총리와의 만남에선 자녀 3명을 동석시켰다. 이날 회동에는 X와 네 살배기 쌍둥이 스트라이더, 아주어가 면담 자리에 나와 모디 총리 측 보좌진과 마주 앉았다. 쌍둥이의 어머니이자 머스크가 설립한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인 시본 질리스도 참석했다. 머스크가 공개 석상에 자주 데리고 다니는 X는 과거에도 해외 정상을 만난 적이 있다. X는 2023년 머스크가 뉴욕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동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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