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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시위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하자 홍콩 시위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 중국 대표로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홍콩 문제를 논의했다. 나는 중국이 홍콩(문제)에서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류 부총리에게 ‘몇 달 전 (시위) 초기에 많은 사람들을 봤을 때보다 정말 많이 진정됐다. 지금은 훨씬 적은 수만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상황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나는 이번 (미중 무역) 합의가 홍콩 사람들을 위해 대단한 것이라고 본다. 홍콩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홍콩 시위대가 크게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주로 글을 올리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 힘을 써야 하는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 19주째를 맞은 주말에도 홍콩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반중(反中)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천옌린 양(15)이 지난달 19일 실종된 지 사흘 만에 한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과 8월 말 반중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던 홍콩중문대(CUHK) 재학생 소니아 응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 등과 관련해 경찰을 규탄하며 11일 밤 2km 길이의 인간띠 시위를 벌였다. 12일 시위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쓴 참가자도 목격됐다. 13일 시위대는 홍콩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사자산 정상에 홍콩판 자유의 여신상인 ‘자유민주여신상(민주여신상)’을 설치했다. 이 여신상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빈백건(콩주머니탄 총)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여성 시위 참가자를 본뜬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네팔 방문 중 “중국을 한 지역이라도 조각내려고 시도하는 자는 그 누구든 간에 온몸이 바스러지고 뼈가 뭉개질 것”이라고 강경하게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이틀간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니딜’에 합의한 것은 추가 관세 전쟁을 피하고 무역전쟁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무역과 산업정책을 분리해 부분 합의를 관철시킨 중국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뤄둔 핵심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후속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트럼프 “가장 위대한 합의”, FT “시간은 중국편” 이번 협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을 피하고 2단계, 3단계 합의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양측이 무역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 합의 대신 확전을 피하는 ‘미니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UBS, 노무라 등을 인용해 “시행 중인 관세 조치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실물 경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다만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경제 투자 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중국과의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과 이뤄낸 합의는 이 나라 역사상 위대하고 애국적인 농부들을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하고 큰 합의”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별다른 양보 없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얻어낸 ‘중국의 승리’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 미국이 요구한 중국의 산업통상 정책 개혁 문제가 논의됐지만 2단계 이후 합의 과정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중국은 무역갈등 초기에는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중국 관리들은 갈등을 오래 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극하지 않는 데 주력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을 간파하고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간은 중국이 편”이라고 평가했다.● 2, 3단계 협상도 험난…한국 정부는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만남 후 기자들에게 “1단계 합의 이후 곧바로 2단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무역전쟁의 종결에) 매우 가까이 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연말 이전에 최종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들이 땅을 더 사고 더 큰 트랙터를 사야 할 것”이라며 자찬했지만 정작 중국 측은 구체적인 농산물 구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양측의 공동성명도 나오지 않아 후속 협상에서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회사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해제 여부도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는 2단계 합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번 주 미국 재무부가 내놓을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해제할 것인지가 1단계 합의 이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미중 간 무역전쟁 부분 합의에 대해 당장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향후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단기적인 중간재 수출 감소가 아니라 장기적인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벨류 체인의 변화”라며 “현재로서는 미중 무역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10, 11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해 협상이 10일 하루로 끝날 것이란 부정적 전망과 양측 모두 화해 의사를 보이고 있어 일부 합의가 기대된다는 반론이 맞선다. 9일 로이터 등은 “중국 공안부(경찰청)가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 및 미 인권단체 소속 미국인 또는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 미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중국 관리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 기업 및 기관 28곳을 제재한 것에 대한 맞보복 성격이다. 다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중국 측이 미국에 미국산 축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 제거, 대두 추가 구매 등의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15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상품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할 계획이어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9일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 좋은 기회”라고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이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프로농구(NBA)와의 협력을 잇달아 중단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인기 스포츠 채널인 관영 중국중앙(CC)TV 채널5가 8일 NBA 시범경기 중계를 중단하자 인터넷 스포츠 중계 플랫폼인 텐센트 스포츠도 중단 움직임에 동참했다. 중국의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안타, 유명 휴대전화 브랜드 비보, 커피 브랜드 루이싱,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등도 NBA와 광고 등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2위 징둥 등은 NBA 농구팀인 휴스턴 로키츠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대릴 모리 휴스턴 단장은 트위터 계정에 홍콩 시위 지지 글을 올렸다가 중국의 반발이 커지자 삭제했다. 이에 애덤 실버 NBA 총재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더 강력하게 반발했다. CCTV는 9일 방송에서 “실버에게 다시 알린다. 국가주권과 표현의 자유를 뒤섞지 말라”고 주장했다. 실버 총재는 9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NBA 팬의 밤 행사와 10일 시범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상하이에 도착했지만 이 행사는 취소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8일 비난의 화살을 미국 애플사에도 돌렸다. 애플은 최근 앱스토어에 홍콩 내에서 교통 혼잡 지역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홍콩맵라이브’ 출시를 허용했다. 런민일보는 시위대가 이 앱을 통해 경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애플이 폭도의 행보를 보호하면서 비즈니스와 정치, 비즈니스와 위협 행위를 뒤섞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는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대규모 구금과 학대에 책임이 있거나 연루된 중국 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들에게 미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비자 제한은 이들의 직계 가족에게도 적용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사흘 앞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빅딜(big deal)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산업통상 정책 문제를 제외한 ‘스몰딜’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그 가능성을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과 부분적인 무역합의를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전혀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0일부터 시작되는 무역협상을 위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대표단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 주제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장벽, 농업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급 협상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도 시작됐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을 대량 구매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구조개혁 이슈를 피하고 ‘스몰딜’을 원하는 중국과 포괄적 합의인 ‘빅딜’을 원하는 미국의 간극이 여전해 2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관세 외에도 홍콩,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탄압 등 정치적 문제와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에서 어떤 나쁜 일이 발생하면 (무역)협상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우리나 다른 이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 정부의 무력 진압, 중국의 무력 개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상무부는 이날 중국 신장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세계 최대 감시카메라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 8개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공안국 등 공공기관 20곳을 수출 통제 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기관은 미 행정부 승인 없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다. 미 상무부는 이들이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 대량 구금,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 활동 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제재한 것은 처음이라 파장이 예상된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비핵화 실무회담 결렬 후 미국을 향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CIWH·Complete and Irreversible Withdrawal of the Hostile policy’로 번역한 것이 확인됐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본떠 제재 관련 문구를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다음 날인 6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은 이 내용을 전하며 ‘CIWH’로 압축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CIWH 같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길에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홍콩 반중 시위대와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6일 밤 잠시 대치했다. 6월부터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에서 양측의 첫 직접 대치여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시위대 수백 명은 카오룽 지역의 인민해방군 부대 근처에서 레이저 불빛을 부대 막사 건물에 비췄다. 중국군은 즉각 막사 옥상에서 노란 깃발을 들어 시위대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깃발에는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푸퉁화(普通話)와 영어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다. 기소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혔다. 중국군은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후과(後果)는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육성 경고도 했다. 중국군은 이 과정에서 카메라로 시위대를 촬영하며 이들의 동태를 면밀히 감시했다. 다만 시위대가 곧 부대 주변을 떠나면서 더 이상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이 유례없는 움직임으로 경고했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시위대에 발포하거나 유혈 진압에 나서면 시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중파 세력들은 시위대의 이번 행동이 서방의 개입을 이끌어내려는 고의적 도발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5일 복면금지법 시행에 따른 대립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7일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18세 대학생과 38세 여성을 처음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5일 새벽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교육 당국은 중·고등학교 교장들에게 “8일부터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학생,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 인간 띠 시위를 벌이거나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6일 대학의 허락 없이 홍콩중문대와 침례대 안으로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했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삼서이보 지역에서는 60대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 1대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2명이 차에 깔려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시위대들이 기사를 끌어내 구타했고, 기사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모습도 목격됐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을 맞아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홍콩 지하철은 7일 오전에도 전체 지하철역(94곳) 중 39곳만 운행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내부 수리를 이유로 전체 노선을 폐쇄해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대형 쇼핑몰은 문을 닫았고 주요 마트들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마트에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물건이 동나는 광경도 목격됐다. 일부 시민은 “전쟁터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의 유명 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은 시위대를 지지했다가 로키츠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들이 스폰서 중단을 선언해 곤욕을 치렀다. 그는 6일 트위터에 ‘복잡한 사건에 대해 한쪽 편만 들었다’고 썼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7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북한 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동아일보 등 기자들에게 “앞으로 (북-미) 회담의 진행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준비 되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지 누가 알겠는가. 두고보자”고 도발을 위협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서우두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김 대사는 준비된 차량을 향해 걸어가면서 ‘회담에 다시 나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역스럽게(역겹다는 뜻의 북한어)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2주일 뒤에 다시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6월) 판문점 수뇌상봉(정상회담) 이후 거의 100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법도 만들지 못했는데 2주일 동안 만들어낼 것 같느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평양행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우두 공항 2터미널로 이동해서는 “미국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북한 측 당국자들이 경유를 위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답을 하지 않던 것과 달리 이날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말투는 차분했으나 언어는 날카로웠다. 다음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뤄진 김 대사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미국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는가 마는가는 미국 측에 달려있고,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지 누가 알겠나. 두고봅시다.” ―미국이 2주일 뒤 다시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아니, 2주일 만에 다시 온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미국에서 2주 안에 다시 회담을 하자고 했지 않는가. “미국에서 (6월) 판문점 수뇌상봉(정상회담) 이후에 거의 100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범을만들지 못했는데 두 주일 동안 만들어낼거 같습니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측에서 회담 준비를 많이 했다던데. “완전히 빈손으로 나왔댔습니다.” ―미국 측이 창의적인 얘기를 했다는데?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미국에 기대하는 바기 있나? “모르겠다. 미국 쪽에 물어보라.” ―미국의 대안이 새로운 계산법과 차이가 많았나? “회담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계속 대화할 생각이 있나? 아니면 (협상) 의욕이 다 사라지는 건가? “회담이 진행되는가 마는가 하는가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 ―미국 언론은 북한 측이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왔다고 했는데? “….” -체제 안전 관련해서 미국 측의 어떤 제안이 있었나? “….” ―미국이 어떤 제안을 하면 대화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건가? “미국 측에 물어보라.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어떤 준비를 하라는 건가? 새 계산법은 무엇인가? “….” ―다시 회담에 나올 생각이 있나. “미국 측에 물어보라.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서 매우 역스럽게(역겹다는 뜻의 북한어) 생각을 한다.” ―역스럽다는 게? “사전 찾아보십시오.” ―왜 역스럽다고 생각하나? “미국 측에 다시 물어보라.” ―새로운 제안이 없었나? “(서우두공항 2터미널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타며) 이제 그만하라. 우리도 갈 길을 가야겠습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 17주째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6일 홍콩 거리에 한 시위 참가자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쓴 문구다. 시위대와 당국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홍콩 시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당국은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전격 시행하며 시위대를 거세게 탄압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 총격에 따른 피해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시위대의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이은 10대 총상에 분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일 고교생 쩡즈젠(曾志建·18) 군의 피격 사흘 만인 4일 또 다른 14세 남학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왼쪽 다리에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두 피해자와 동년배인 10대 학생들은 쩡 군과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섰고 경찰의 발포에 항의하는 연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액만 약 12만6000홍콩달러(약 1923만 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일부 여성 시위대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 한 어린아이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지하철 안에 힘없이 앉아있는 동영상 등이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2차 피격 사건이 발생한 4일 일부 시위대는 미국 독립선언문 일부를 차용한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현 홍콩 관료들의 전원 퇴진, 입법회 즉시 해산, 내년 3월 임시 선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에는 ‘반란’으로 여겨질 만큼 급진적인 주장들이다.○ 복면금지법 vs ‘복면 인간띠’ 6일 홍콩 법원은 반중 성향의 입법회(국회) 의원 24명이 전날 제기한 복면금지법 발효 중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정면으로 저항하겠다는 의도 아래 각종 마스크와 가면을 쓰고 나타나 “홍콩이여 저항하라”라고 외쳤다. 전날에도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은 인간띠를 만들고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대는 눈에 띄게 과격해졌다. 홍콩 지하철(MTR)에 따르면 시위대의 기물 파손 등으로 애드미럴티, 몽콕 등 전체 지하철역(94곳)의 56%가 운영을 중단했다. 오후 9시부터는 모든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도심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침사추이 지역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5월 중국 다롄 정상회담 사진도 걸렸다. 사진 밑에는 ‘전체주의 반대(ANTI TOTALITARIANISM)’란 문구가 등장했다. 이날 주요 상점과 쇼핑몰은 아예 문을 닫았다. 불안해진 시민들이 미리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민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5일 시위에선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계 및 친중 기업의 상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품들이 포장이 터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는 등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당국의 유혈 진압 가능성도 우려된다. 4일 홍콩에 사는 한 중국인이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가 분노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자 중국 내에서도 홍콩 시위대를 향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일부 지역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와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이날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철교인 중조(북-중)우의교 인근 압록강변 도로 가로등마다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함께 게양됐다. 현지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5일부터 인공기·오성홍기와 수교 70주년 관련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 축전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혈맹’을, 시 주석은 ‘우호’를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는 양국 공통의 귀한 재부(財富)”라며 “중-북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상호 신뢰와 우의를 소중히 여긴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인민이 피로써 지켜낸 사회주의가 있었기에 조중 친선은 동서고금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각별한 친선으로 다져졌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북-중 혈맹’을 가리키는 이 대목은 소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이날 “이달 말로 예상되는 단둥 항미원조(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을 뜻하는 용어) 기념관 재개관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둥 현지에서는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인 25일경 재개관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만큼 김 위원장이 이달 방중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시 주석과 만나 미국과의 향후 비핵화 협상 방향을 협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초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방북한 것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왕 위원을 통해 시 주석에게 비핵화 협상 관련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은 ‘북-미 협상이 진전돼도 중국이 북-미 비핵화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재개된 중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올해 내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요소비료, 시멘트 등 총 3513만6729달러(약 420억5800만 원)어치를 북한에 무상 지원했다. 해관총서는 8월까지의 무역 통계만 공개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오전 10시(현지 시간)부터 베이징 중심 톈안먼(天安門) 일대에서 시작된 1일. 기자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은 열병식 시작 5시간 반 전인 오전 4시 반경 1차 보안검사를 거친 뒤 베이징 서부 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컴컴한 새벽, 교통통제로 텅 빈 도로를 달려 오전 6시경 도착한 톈안먼광장 인근 첸먼(前門). 열병식 참관 장소인 톈안먼광장 맨 앞으로 향하기 위해 2차 보안검사를 통과해야 했다. 런민(人民)일보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미디어센터에 집합했다. 이들이 톈안먼 일대에 도착한 시간은 1일 오전 1시 50분경이었다. 열병식 참가 병사들은 이미 톈안먼을 지나는 창안(長安)대로에 집결했다. 하룻밤을 꼬박 거리에서 지냈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열병식 시작 전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3만여 관중은 각 지역에서 선발돼 열병식 참관 기회를 얻어 새벽부터 현장에 도착했다. 톈안먼 광장에서 “강한 조국의 군대”를 직접 보는 것은 중국인들의 꿈이었다. “어떤 세력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다”고 선포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에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시 주석이 “70년 전 중국의 건국으로부터 근대 이후 중국의 길고 긴 가난함과 약함, 괴롭힘을 당한 비참한 운명을 철저히 바꿨다”고 말한 것이 의미심장했다. ‘강해진 조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환호는 이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떤 나라도 중국을 건드릴 수 없다는 자부심으로 보였다. 그 자부심은 때로 외부 세계에 대한 호전적인 언어로 드러난다. 지금 중국 전역은 ‘인민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애국주의로 들끓고 있다. 국경절 연휴(1∼7일)에 개봉한 애국주의 영화 ‘나와 내 조국’ 등의 흥행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가 애국주의를 떠받친다. 애국주의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강대국이 져야 할 무거운 책임’도 함께 깨달아 가고 있는지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을 지낸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민족주의를 잘못 다루면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 국가가 괴롭힘을 당한 역사가 있거나 주권 분쟁이 있으면, 민족주의는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남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외교는 반드시 좋은 내치, 좋은 사회의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일갈한 그가 주장하는 ‘인(仁)의 사회’로 가는 조건에는 “인민들이 더 개방적이고 호전적인 정서가 없는 사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굴기(굴起)에 왜 우려하고 위협을 느끼는지 중국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했다. 중국의 굴기가 갈림길에 놓였다고 한 그는 “높은 산 정상으로 갈수록 풍경이 아름답지만 고산 증세가 심해진다”고 했다. 지금은 과거 중국에는 없었던 문제, 즉 세계 속에서 더 큰 책임과 의무라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인데, 애국주의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눈을 가리는 게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 17주째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6일 홍콩 거리에 한 시위 참가자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쓴 문구다. 시위대와 당국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홍콩 시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당국은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전격 시행하며 시위대를 거세게 탄압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 총격에 따른 피해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시위대의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이은 10대 총상에 분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일 고교생 쩡즈젠(曾志建·18) 군의 피격 사흘 만인 4일 또 다른 14세 남학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왼쪽 다리에 총을 맞는 중상을 입었다. 두 피해자와 동년배인 10대 학생들은 쩡 군과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섰고 경찰의 발포에 항의하는 연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액만 약 12만6000홍콩달러(약 1923만 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일부 여성 시위대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 한 어린아이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지하철 안에 힘없이 앉아있는 동영상 등이 등장했다. 경찰의 어린이 폭행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참혹한 모습만으로도 시위대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최루액에 눈물을 흘리며 시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외신 기자의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2차 피격 사건이 발생한 4일 일부 시위대는 미국 독립선언문 일부를 차용한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현 홍콩 관료들의 전원 퇴진, 입법회 즉시 해산, 내년 3월 임시 선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에는 ‘반란’으로 여겨질 만큼 급진적인 주장들이다.● 복면금지법 vs ‘복면 인간띠’ 6일 홍콩 법원은 반중 성향의 입법회(국회) 의원 24명이 전날 제기한 복면금지법 발효 중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정면으로 저항하겠다는 의도 아래 각종 마스크와 가면을 쓰고 나타나 “홍콩이여 저항하라”라고 외쳤다. 이중 상당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영국 성공회 수장이던 제임스 1세 국왕을 암살하려 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절대 권력에 저항한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 영화 ‘아이언맨’ 가면, 고양이 가면, 종이 봉지 등 개성 넘치는 가면을 쓴 시위대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전날에도 시내 곳곳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은 인간띠를 만들고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징역 1년형에 처하겠다는 당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 6일 도심 사실상 마비…中 무력진압 우려도 6일 시위대는 눈에 띄게 과격해졌다. 이날 홍콩 지하철(MTR)에 따르면 시위대의 기물 파손 등으로 애드미럴티, 몽콕 등 전체 지하철역(94곳)의 56%가 운영을 중단했다. 오후 9시부터는 모든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도심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침사추이 지역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5월 중국 다롄 정상회담 사진도 걸렸다. 사진 밑에는 ‘전체주의 반대(ANTI TOTALITARIANISM)’란 문구가 등장했다. 이날 주요 상점과 쇼핑몰은 아예 문을 닫았다. 불안해진 시민들이 미리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민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5일 시위에선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계 및 친중 기업의 상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품들이 포장이 터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는 등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당국의 유혈 진압 가능성도 우려된다. 4일 홍콩에 사는 한 중국인이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가 분노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자 중국 내에서도 홍콩 시위대를 향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일부 중국인은 “홍콩에 법치는 없다. 홍콩 경찰도 이미 실패했다”며 당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은 이날 시위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10억 홍콩달러(약 1526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리 전 회장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홍콩 경제는 현재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리 전 회장은 8월 홍콩 주요 언론에 반중 시위대를 지지하는 듯한 광고를 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이가 나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중국 당국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1일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불참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일부 지역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와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이날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철교인 중조(북-중)우의교 인근 압록강변 도로 가로등마다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함께 게양됐다. ‘북-중 외교관계 설정 70돌을 열렬히 경축’ ‘북-중 친선 영원하리’ 등 중국어·북한어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현지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5일부터 인공기·오성홍기와 수교 70주년 관련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 축전을 주고 받았다. 김 위원장이 ‘혈맹’을, 시 주석은 ‘우호’를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는 양국 공통의 귀한 재부(財富)”라며 “중-북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상호 신뢰와 우의를 소중히 여긴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인민이 피로써 지켜낸 사회주의가 있었기에 조중 친선은 지리적인 필연적 개념이 아니라 동서고금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각별한 친선으로 다져졌”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북-중 혈맹’을 가리키는 이 대목은 소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달 말로 예상되는 단둥 항미 원조(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을 뜻하는 용어) 기념관 재개관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둥 현지에서는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인 25일경 재개관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만큼 김 위원장의 이달 중 방중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시 주석과 만나 미국과의 향후 비핵화 협상 방향을 협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비핵화 문제 관련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방북한 것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왕 위원을 통해 시 주석에게 비핵화 협상 관련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중국 은 ‘북-미 협상이 진전돼도 중국이 북-미 비핵화 논의에서 소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재개된 중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올해 내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요소 비료, 시멘트 등 총 3513만6729달러어치(약 420억5800만 원)를 북한에 무상 지원했다. 해관총서는 8월까지의 무역통계만 공개했다. 4월 요소비료 7810t 등 339만9615달러어치로 올해 지원을 시작한 중국은 5월 요소비료 5만3635t 등 2400만952달러어치를 지원했다. 7, 8월에는 비료 지원 없이 시멘트 3260t(29만625달러어치)를 보냈다. 쌀 지원은 해당 자료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북 소식통은 “중국 측이 쌀 지원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8월에만 약 80만 t의 쌀을 북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화가 재가동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석 달여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경우 비핵화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대북 소식통은 4일 “북한 실무진들이 지난주부터 단둥(丹東)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김 위원장이 방중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 가능성을 여전히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방중해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중 수교 기념일인 6일 이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웨덴에서 진행 중인 북-미 실무협상 결과를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는 4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베이징(北京)이나 북-중 접경지역 등에 경계 강화나 교통 통제 등 방중 임박 징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행사에는 다른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방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 예정인 북-미 비핵화 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석탄 및 섬유 제재 36개월 유예 등 일부 제재를 유예할 것이라고 미 인터넷매체 복스가 2일(현지 시간) 전했다. 2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직후 실무 협상이 열리는 만큼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대대적인 제재 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 측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예상되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결과에 대해 낙관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명길 北 대표 “미국에서 새로운 신호” 김명길 대사 등 북한 대표단 4명은 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경유해 차이나에어 CA911편을 타고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이날 김 대사는 서우두 공항에서 취재진에 “조미(북-미) 실무협상을 하러 간다.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어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북한 측 실무협상 차석대표로 알려진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김광학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김 대사와 함께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조철수 신임 미국 담당 국장으로 보이는 인물도 공항에서 목격됐다. 북한 대표단은 스톡홀름에서 북-미 협상을 끝낸 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7일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비건 특별대표는 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다만 협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행사 축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계획에 착수했다. 주민들에게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석탄 제재 36개월 유예-잠정 핵동결 등 거론 복스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플러스알파(+α)’를 대가로 북한의 석탄, 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고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취하는 대가라는 의미다. 복스는 “이번 협상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측이 이번 주말에 북한에 내놓을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성사되면 7월 일각에서 거론됐던 12∼18개월 유예안보다 유예 기간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이 줄곧 강조해왔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보다는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긍정론과, 수출 제재가 유예되는 3년 동안 북한이 핵무기 개발 능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는 반론이 맞선다. 미국이 협상 시작 직전 제안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6월 말 판문점 회동 당시 종전선언 및 한미 연합 군사훈련 취소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2일 SLBM 발사는 당시 약속에 대한 진전이 없는 것에 화가 났다는 신호라고도 해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복스 보도에 대해 “석탄, 섬유의 수출 제재 유예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신속한 조치보다 더 단계적인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30∼60개로 추정되는 북한의 무기 및 미사일 확장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잠정 핵동결(temporary nuclear freeze)’이 포함됐다고도 전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전 일종의 중간 단계 방안인 셈이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홍콩 정부가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법’을 52년 만에 발동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 금지법’ 시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계엄령이 발동되는 셈이다.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넷매체 홍콩01 등 홍콩 매체들은 3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람 장관이 4일 내각인 행정위원들이 참석하는 특별행정회의를 주재해 긴급법에 따른 ‘마스크 착용 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법은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행정회의 통과 이후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상당수 홍콩 시위대들은 경찰이 신분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마스크, 복면, 방독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지하철역, 상가 등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는 등 폭력성을 띠면서 홍콩의 건제파(建制派) 등 친중(親中) 친정부 정당들은 시위 진압을 위한 긴급법 시행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 법이 시행되면 마스크 등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진선(陣線)은 이날 “마스크 금지는 경찰부터 하라”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긴급법이 발동되면 홍콩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들이 람 장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시행될 수 있다. 정식 명칭이 긴급정황규례조례(緊急情況規例條例)인 긴급법은 긴급 상황에서 공중의 이익을 위해 행정장관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해 입법회(국회) 승인 없이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장관이 임의로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을 시행할 수 있고 최대 종신형의 처벌을 결정할 수도 있다. 홍콩 출·입경을 포함해 모든 교통·운송수단의 통제, 출판 통신에 대한 검열과 금지도 가능하다. 이 법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2년에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97년 동안 1967년에 딱 한 번 발동됐다. 한 소식통은 홍콩01에 “긴급법이 발동되면 정부는 사태 악화에 따라 언제든 시위를 진압할 더 많은 제한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건국 70주년인 1일 홍콩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18세 고등학생이 중상을 입은 데 분노한 시위대는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홍콩 도심 곳곳에서 중국 기업과 관련된 가게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홍콩 시위대는 고교생 쩡즈젠(曾志建)이 가슴에 총을 맞은 췬완 지역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 은행인 ‘중국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파괴했다. 중국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대리점 시설과 기물도 훼손했다. 이 지역에 중국인이 소유한 마작 도박장 내부 시설도 파괴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당국은 쩡즈젠을 폭동 등 혐의로 기소해 시민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쩡즈젠을 포함해 1일 시위해 참여했던 남성 7명을 폭동과 방화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지난달 29일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수아라 홍콩 뉴스’ 소속 인도네시아인 베비 인다 기자(39·여)가 홍콩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영구 실명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1일 시위 때 경찰은 쩡즈젠에게 쏜 1발과 5발의 경고사격 등 6발의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고사격 5발이 시위대를 겨냥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위대를 자극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5일 재개될 예정인 북-미 비핵화 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일부 제재를 유예할 것이라는 협상안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이행조치에 따라 ‘상응조치’로 제안할 다양한 옵션들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2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플러스알파(+α)’를 대가로 북한의 석탄, 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7월 일부 매체가 싱크탱크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으나 국무부가 “사실무근”이라며 곧바로 공개적으로 부인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복스는 협상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며 “이것이 미국이 주말에 북한 측에 내놓을 제안”이라고 전했다. 복스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6월말 판문점 회동 당시 종전선언과 한미연합훈련의 취소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발사는 이런 약속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화가 났다는 신호라는 것.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 및 이후 수 주 내에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미 협상과 관련해 “미국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신속한 조치보다 더 단계적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에는 30~60개로 추정되는 북한의 무기와 미사일 확장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잠정 핵동결(temporary nuclear freeze)’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외교소식통은 복스 보도에 대해 “석탄, 석유의 제재 유예는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내부에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거론됐던 게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초점은 제재 유예보다 체제 안전보장에 맞춰져 있는 만큼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SLBM을 발사한 직후여서 제재 완화가 논의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크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 참석했으나 협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행사 축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계획에 착수했다. 주민들에게 항구적이고 지속하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측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예상되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 4명은 3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경유해 차이나에어 CA911편을 타고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이날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김 대사는 기자들에게 “조미(북-미) 실무협상을 하러 간다”며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어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 실무협상 차석대표로 알려진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김 대사와 함께 스톡홀름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조철수 신임 미국 담당 국장으로 보이는 인물도 공항에서 목격됐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중국이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해 실전 배치를 과시한 중거리 미사일 둥펑(東風·DF)-17을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막을 수 없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주장했다. 이례적으로 한국을 콕 집어 둥펑-17의 타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미사일방어를 뚫을 수 있는 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둥펑-17은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시아를 사거리로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중국에) 적대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인 한국의 사드와 일본의 SM-3 요격미사일, 패트리엇 미사일이 실제 전투 상황에서 둥펑-17을 요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일본이 SM-3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둥펑-17은 다른 탄도미사일과 달리 속도가 매우 빠르고 비행 중에 공격목표를 바꿀 수 있어 적들이 반응할 시간이 없고 요격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들도 인터넷에 글을 올려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둥펑-17에 대해서는 저항력이 없고 전혀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이날 열병식에서 둥펑 계열 중·장거리 미사일을 “둥펑 택배, 반드시 도달하는 사명”이라고 소개한 것에 빗대 “둥펑-17의 주요 고객은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다. 초음속으로 배달하고 발송한 뒤 수취인을 바꿀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로켓군의 웨이보 공식 계정 이름이 ‘둥펑택배’다. 사거리가 1800∼2500km로 알려진 둥펑-17은 음속의 10배로 기동하면서 요격을 피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둥펑-17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관련 분쟁에 개입하지 못하게 억지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둥펑-17의 타깃이라고 주장한 것은 미국이 8월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언급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가 후보지라고 밝힌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은 “중국 문 앞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좌시하지 않고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이었던 1일 홍콩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총상 사건이 홍콩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총상자가 10대 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동년배인 10대 청소년들이 이튿날 대거 수업 거부에 돌입했으며 직장인들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 실탄을 사용한 것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일제히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경찰과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의 모습을 전하며 홍콩이 ‘전투 지역’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전날 경찰이 18세 고교생 쩡즈젠(曾志建)의 가슴에 총을 쏘는 장면이 공개되자 시위대는 “피의 빚을 갚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후부터 시위대 수백 명이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차터가든 인근 도로를 점거했으며 수업 거부(동맹 휴학)에 참여한 학생 수백 명과 교직원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쩡즈젠의 모교 등에서 18세 학생에게 실탄을 사용한 진압 경찰을 규탄했다. 경찰의 실탄에 맞아 위독한 상태였던 쩡즈젠은 4시간여에 걸친 총탄 적출 수술 끝에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경에는 우산을 든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해 거리로 나선 26세 직장인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회사가 시위 참가를 반대했지만 상사와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경찰이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느껴 스스로와 동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대변인은 “1일의 폭력 사태는 홍콩의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계획되고 준비됐으며, 이는 곧 사안의 본질이 이미 흐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콩 최대 경찰단체인 홍콩 청년경찰협회는 성명에서 “경찰이 전쟁터 같은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통행금지 등 지금보다 강도 높은 통제를 촉구했다. 중국 언론은 총상 사건보다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을 조명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일 논평에서 “홍콩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폭도들이 폭력을 자행하면서 3개월 넘게 지속돼 온 공포는 실성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폭력 시위로 100명 이상이 다치고 2명은 중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유럽연합(EU)은 홍콩 경찰과 시위대 양측 모두에 서둘러 긴장을 낮추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AFP에 따르면 마야 코치얀치치 EU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은 1일 “EU는 홍콩 폭력 사태에 대해 양측의 대화와 긴장 완화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폭력에는 어떤 변명도 필요 없지만 경찰의 실탄 사용은 적절치 않으며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라며 양측의 건설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들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 25명 등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년 전 학살(1989년 톈안먼 시위)이 일어났던 톈안먼 광장에서 열병식을 할 때 홍콩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며 “중국 공산당이 절대 권력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 준다”고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건국절 기념 축사만 보냈을 뿐 홍콩 사태에 대해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달 11일 중국 베이징(北京) 동부 차오양(朝陽)구 진퉁둥(金桐東)로 횡단보도 앞 인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대형스크린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엔 횡단보도의 폐쇄회로(CC)TV 감시카메라가 포착한 무단횡단 모습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사분할 된 영상에는 1∼2시간 전 무단횡단을 한 사람들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무단횡단자의 얼굴을 크게 확대해 한눈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기자가 해당 도로를 찾았던 오전 9시경에는 이날 오전 6∼7시경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무단횡단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노출됐다. 이날 오전 6시 54분 40초에 무단횡단을 했던 백발의 남성은 파란색 공유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783’이라는 식별번호가 붙어 있다. ‘783’이 지금까지 무단횡단을 한 총 횟수는 두 차례로 나타났다. 안면인식 결과로 특정인의 무단횡단 행적을 추적했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6시 38분 33초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포착된 남성은 안경을 쓴 외국인이었다. 그의 식별번호는 ‘303’. 무단횡단 횟수는 총 8회였다. 중국에선 외국인도 예외 없이 안면인식을 통한 추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무단횡단 횟수도 기록한다 일부 시민은 화면을 손가락질하며 “저 사람이 무단횡단 했네”라고 말했다. 신기한 듯 사진을 찍는 이도 있었다.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감시 카메라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쓸모가 많아요. 이 화면에 나오고 싶지 않다면 녹색 불에 길을 건너야 할 겁니다.” 돤샤오훙(段小紅·32·여) 씨는 “안면인식 화면 설치 뒤 무단횡단이 좀 줄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일상생활 속 안면인식 기술로 인해 프라이버시 침해는 걱정이 안 되냐?’고 묻자 “얼굴이 화면에 나오니 당연히 개인정보가 노출될 것이다. 하지만 보안검사처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왕팡(王芳·35·여) 씨는 “안면인식으로 무단횡단을 줄이려는 건 수동적인 방법”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교통규칙을 준수하려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고 굳이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촬영되는 줄 모르고 찍힌 뒤 이렇게 큰 화면에 얼굴이 나온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베이징 서부 시청(西城)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함에도 안면인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얼굴 모습을 비롯해 개인정보를 등록한 후 분리수거함에 접근하면 쓰레기 투입구가 자동으로 열린다. 주민들이 안면인식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리면 포인트를 적립해 달걀 소금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베이징에선 현재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함부로 버린 쓰레기로 주변이 지저분한 곳이 많다. 하지만 올해 7월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 이곳은 매우 깔끔했다. 주민들은 반겼다. 왕메이자오(王美嬌·70·여) 씨는 ‘개인정보 유출 걱정이 없느냐’는 질문에 “우린 폭로를 걱정하는 범죄인이 아니다”며 “어디를 가든 얼굴만 있으면 된다. 두려울 게 뭐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다시 베이징 서남쪽 펑타이(豐臺)구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아파트 출입문에 안면인식 시스템이 있었다. 미리 등록한 사람에게만 녹색 등이 켜지며 문이 열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접근하면 빨간색 등이 켜진다. 주민들은 출입문에 서기 전 선글라스를 벗는 등 이미 적응한 모습이었다. 리빙(李冰·60·여) 씨는 “첨단과학 기술 문제는 잘 모르지만 국가이익 보호 관점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임대가 금지된 공공임대주택을 몰래 재임대한 얌체들도 안면인식 기술로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시는 이달 말까지 시내 공공임대 아파트 59곳 전부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출입문을 설치할 예정이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5일 찾은 중국 최고 대학 베이징대의 출입문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안면인식으로 출입문을 통과한 이 대학 학생 쑨(孫)모 씨(24·여)는 “편리하다”면서도 “개인정보를 학교가 아닌 다른 기업이 수집해 이용하는 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안면인식 기술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그런 가운데 안면인식 기술은 어느새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지난달 말 베이징 남부에 문을 연 세계 최대 다싱(大興)국제공항도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해 승객들의 신분 확인 과정을 간소화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중국 공항 200여 곳에서 승객들은 신분증 없이 안면인식만으로 체크인할 수 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과 광저우(廣州)에서는 지하철 개찰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국 소비자 보안업체 컴페리테크는 “2020년까지 중국에는 2명당 1개에 이르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의 진보, 교육의 퇴보” 대학 강의실에까지 손을 뻗친 안면인식 기술은 결국 논란을 크게 일으키기도 했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중국약과대는 지난달 처음으로 대학 강의실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도서정보센터 쉬젠전(許建眞) 주임은 “출석 체크는 물론이고 학생이 제대로 수업을 듣는지, 머리를 드는지 숙이는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지, 눈 감고 조는지 모두 이 시스템의 법안(法眼·모든 법을 관찰하는 눈)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일부 학생이 불만의 뜻을 나타내자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공부하기를 촉구하는 것이 불만인가? (그러고도) 너희들이 학생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는 학생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학생들은 “프라이버시와 존엄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가장 아름다워야 할 대학생활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노골적인 항의도 올라왔다. 그러자 중국 정부와 매체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국 교육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강의실에 들여온 것은 데이터 안전과 개인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며 “학생에 대한 개인 정보 수집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온라인판 논평에서 “안면인식을 교실에 들여온 것은 기술의 진보이자 교육의 퇴화”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CCTV는 “안면인식 시스템 설치는 학생이 교사의 말을 잘 듣느냐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교실에서 잘하는 학생, 속기에 능한 학생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고를 갖춘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뛰어넘어 교육 윤리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약과대의 시도는 사실 중국 교육부가 장려한 ‘스마트 캠퍼스’ 구축 사업의 일부였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수업 과정 모니터링, 분석, 학생 지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할 것”을 권장했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대에도 안면인식 수업 태도 감시 시스템이 도입됐다. 구이저우(貴州)성 런화이(仁懷)시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교복’을 착용했을 정도다. 논란 속에서도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과학기술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14억 인구를 관리, 통제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AI 안면인식 기술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도 아직 그리 높지 않다. 베이징 시청구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허샤오아이(何小愛·34·여) 씨는 “인터넷, 스마트폰에서 이미 내 개인정보들이 노출된 걸 알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 과학기술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제품을 개발할 생각을 하지 프라이버시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녹아든 AI 안면인식 기술. 많은 편리를 가져다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디지털 레닌주의(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의 최전선이라는 우려도 지울 수 없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