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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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종교53%
문학/출판20%
문화 일반17%
음악7%
칼럼3%
  • “위기의 한국교회, 영적으로 탈진했기 때문이죠”

    “지금 한국 교회가 위기인 건 영적으로 탈진한 상황에 부닥쳐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29일 만난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한국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했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 이 감독회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일반인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 보니 안팎으로 여러 가지 비판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영적으로 탈진해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요. “기독교인의 영성(靈性)은 한마디로 하면 사랑이고, 그 사랑은 섬김과 희생, 헌신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실제 삶에서 드러나야지요. 그런데 과거에 비해 이 부분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신앙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교회 다닌다면서 뭐 특별한 것도 없네’라며 세상으로부터 이런저런 공격을, 심지어 비난까지 받고 있지요. 이 점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모두 비슷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형 교회가 많고,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있는데 탈진 상태라니 좀 의외입니다. “큰 교회는 많은데 대신 중소 교회, 작은 교회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요. 나라 경제가 대기업 몇 개만 있고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를 건강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을 위해 희생하는 신자 100∼200명의 작은 교회들이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사람들이 대형 교회로 몰리다 보니….”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도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데, 해법이 있는지요. “그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과거 어려웠을 때가 신앙심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요. 지금은 여러 면에서 풍요로워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영적인 갈증을 채우려는 마음은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못살던 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해법이 없다기보다는 사회가 급성장하는 속도를 종교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어떤 부족함을 채우고자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기에 우리도 그렇고 다른 종교도 곧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곧 연말입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게 ‘꼰대’ 같은 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위기가 오거나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이제 끝났다’며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모두 위기감, 불안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황을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너무 그 불안감에 매몰되다 보면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됩니다. 부딪쳐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는데 어려움이 너무 커 보여 엄두를 못 내는 것이죠.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말 필요한 건 그걸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과 용기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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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계획 밝힌 자승스님이 왜” 불교계 충격… 조계종 “소신공양”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한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 앞에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의 장례는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며 영결식은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승 대종사는 종단의 안정과 전법도생(傳法度生·부처님 말씀을 전해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스스로 화장)을 하심으로써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또 “자승 대종사는 살아생전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우봉 스님은 “종단은 진우 총무원장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단 규정에 따라 (입적일을 기점으로)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부터 조계사 및 전국 교구본사, 자승 스님이 회주로 있던 서울 강남구 봉은사, 자승 스님의 출가 본사인 경기 화성 용주사 등에 마련됐다.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한 뒤 용주사로 이동해 다비장을 치른다. 자승 스님이 세수 69세, 법랍 51세로 입적한 이튿날인 이날 조계종은 안팎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우봉 스님은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님들과 직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탄식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늘 수행하던 사람을 돌려보내고 자승 스님이 직접 운전해 (칠장사에) 갔다고 하니 스스로 선택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이틀 전까지 향후 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보인 분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입적하기 이틀 전인 2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불교계 언론사 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향후 행보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어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통합도 강조했다. 당시 자승 스님은 “앞으로 2, 3년 내에 중앙승가대에 신입생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폐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국대와 중앙승가대가 한 몸이 돼 중앙승가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앞서 10월 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간담회에서도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20만 청년불자가 동참하는 대법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올해 3월 말 43일간 1167km를 걷는 상원결사 인도·네팔 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해 열린 회향식에서 자승 스님이 환하게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은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라며 인사도 ‘성불하십시오’ 대신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로 바꾸자고 했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 스님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입적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이 2009년부터 8년간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연임했고 현재까지 조계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조계종 중심에 서 온 스님이 여러 비판을 받으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승 스님과 교류했던 한 스님은 “최근 자승 스님이 심적으로 괴로워하고 때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30일 오후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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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반려동물 축복식… 외국선 많이 보편화됐죠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하면서 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반려동물 축복식’을 여는 교회와 성당이 조금씩 늘고 있다. 경기 광명시 대한성공회 광명교회에서 28일 만난 민숙희 사제는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축복식에 참가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부터 반려동물 축복식을 열고 있다. ―10여 년 전이면 반려동물 축복식이란 말도 없지 않았습니까. “당시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무참하게 살처분 됐어요. 동영상으로 봤는데 그 울음소리가 잊히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을 위한 예배를 열었는데 함께하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자기 반려견도 데려와 함께 예배하고 싶다고 한 게 계기가 됐죠. 알고 보니 외국에서는 많이 보편화된 문화더라고요.” ―지난달 축복식에는 기독교, 원불교도 함께했더군요. “종교와 관계없이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행사 전에 함께 산책도 하고, 반려동물 소개도 하고, 예배 드리고, 반려동물 간식도 주지요.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축복식은 보통 동물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 축일(10월 4일)이 있는 10월에 많이 해요. 저는 부임하는 교회 상황에 맞춰서 하는데 지금은 5, 6월과 10월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물 축복식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합니다만….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데…. 저는 축복권을 가진 성직자는 모든 생명을 다 축복해야 한다고 믿어요.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건 아닐 테니까요.”광명=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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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 칠장사 화재… 자승 前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

    대한불교조계종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사진)이 화재로 입적했다. 세수 69세. 29일 경기남부경찰청 안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경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18대와 소방관 60여 명을 동원해 오후 7시 52분경 큰 불길을 잡았다. 경찰은 당시 화재 현장에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조계종은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 스님은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단 차원의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 용주사와 상의해 30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자승스님 머물던 사찰서 불…“발견된 메모 2장 진위여부 확인중” 메모엔 ‘경찰 검시 필요없다’는 내용화재 이틀전엔 향후 10년 계획 밝혀경찰, CCTV 확인해 화재 원인 조사1994년 종단 개혁 후 첫 연임 성공尹 등 전-현직 대통령과도 친분 ● 화재 현장에서 메모 2장 발견 이날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메모가 2장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경찰에 검시가 필요 없다고 당부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경찰은 메모를 확보해 필적 등을 확인하며 자승 스님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감정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완전히 불에 타 정확한 신원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한 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거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및 의장을 지냈다. 2004년에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다. 2009년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자승 스님은 2013년 재선에 성공하며 8년 동안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연임한 총무원장은 처음이다. 스님은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을 통해 한국 불교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사찰 재정을 공개하는 등 불교계 재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인사권을 무리하게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0년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조계종 직영 사찰로 지정하는 것을 둘러싸고 당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 자승 스님은 죽산면에 있는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올해 5월 개원했다. 자승 스님은 가끔 칠장사에서 머무르곤 했고, 이날도 칠장사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전·현직 대통령과도 교류 자승 스님은 대표적인 사판승(행정을 담당하는 스님)으로서 전·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주지청장 시절 경기 여주에 있는 한 사찰의 스님이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을 강하게 비판해 윤 대통령이 종단 상황을 파악하면서 스님과 교류하게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올 10월 여야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반대파도 기용할 만큼 자승 스님은 포용심이 컸다. 정치권에서 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스님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달 27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불교계 언론사와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10년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칠장사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고찰로, 1983년 9월 경기도문화재 24호로 지정됐다. 사찰 내부에는 대웅전, 사천왕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소실된 문화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조영달 dalsarang@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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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의 사랑이 설마 인간에게만 국한됐을 리가 있을까요?”

    반려동물 천만 시대.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하면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여는 교회와 성당이 조금씩 늘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풍경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히 일반화된 문화. 28일 경기 광명시 대한성공회 광명교회에서 만난 민숙희 사제는 “종교적·문화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축복식에 참가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부터 반려동물 축복식을 열고 있다.―10여 년 전이면 반려동물 축복식이란 말도 거의 없지 않았습니까.“당시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무참하게 살처분됐어요. 동영상으로 봤는데 그 울음소리가 잊히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을 위한 예배를 열었는데 함께 하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자기 반려견도 데려와 함께 예배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또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보편화된 문화라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지난달에 연 축복식에는 기독교, 원불교도 함께 했더군요.“성공회만 할 게 아니라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범위를 넓혔어요. 행사 전에 함께 산책도 하고, 자기 반려동물 소개도 하고, 예배드리고, 반려동물 간식도 주지요. 반려동물도 다양해요. 거북이를 데려온 분도 있고, 이미 하늘나라로 간 반려견의 사진이나 그림을 가져오신 분도 있어요.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동물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 축일(10월 4일)이 있는 10월에 많이 해요. 저는 부임하는 교회 상황에 맞춰서 하는데 지금은 5~6월과 10월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반려동물 축복을 요청하는 분이 많습니까.“제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문’이란 소책자를 만들었는데…축복식 본기도용뿐만 아니라 태어났을 때, 입양 왔을 때, 아플 때, 임종 전후, 심지어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하는 기도문까지 만들어놨어요. 기도문을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이 많거든요.”―일각에서는 동물에 대한 축복식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합니다만.“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데…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축복권을 가진 성직자는 그 어떤 생명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다 축복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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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이 손님 아닌 활동 주체가 되는 교회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것이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게 아닐까요.” 전체 신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시각장애인인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장찬호 담임목사(68)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장애인이라고 늘 남의 도움만 받는 게 결코 마음 편한 게 아니다. 장애인을 돕는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장 목사는 1999년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신도 60여 명의 교회를 300여 명으로 키워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일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까. “20여 년 동안 일반 교회를 다니다 이곳에 온 시각장애인 부부가 있는데 진작 올 걸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20년 동안 그 교회를 손님으로 다녔다면서…. 일반 교회에서도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고 배려도 해줍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고 주도하지는 못해요. 늘 도움받는 입장이지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교회 활동을 하려면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애능중앙교회는 1981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개척됐어요. 그런데 제가 부임했을 때까지도 선교회가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으로 분리돼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비장애인은 봉사자 입장으로 교회에 왔거든요. 모임도 별도로 갖고요. 이곳도 그랬으니 다른 일반 교회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양쪽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선교회를 통합해 재조직했지요.” ―함께 활동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누가 안내해주고 데려다주고 그러지 않아요. 식당도,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 갑니다. 부딪히고 넘어질 때도 있지요. 앞서 말한 부부는 매주 강원 원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오는데 전국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와요. 인근에 왜 다른 교회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가까운 교회에서 손님처럼 있는 것보다 멀어도 주인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죠.” ―장애 때문에 신앙생활을 포기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생후 100일 때 안질을 앓았어요. 맨 앞에 앉아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였지요. 신학대에 들어간 뒤에 더 나빠져서 몇 년간 공부도 중단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살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시각장애인분에게 시각장애인 교회가 있고 시각장애인 목사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 게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지요. 저는 우리 교회가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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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숲 키워내는 ‘어머니 나무’, 우리 동네 뒷산에도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는 분홍색 잎을 가진 거대한 버드나무 같은 식물(영혼의 나무)이 나온다. 나비족의 인도자이자 여신(에이와)과 직접 이어지는 영적 통로 역할을 하는 나무로, 길게 아래로 처진 촉수 같은 잎이나 땅 위를 사방으로 덮은 뿌리와 나비족이 접촉하면 에이와와 연결돼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한 상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영혼의 나무’가 실제 나무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산림생태학 교수인 저자가 오래된 숲에는 같은 종류의 나무는 물론이고 다른 종류의 나무,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내는 과정을 서술했다. 우리가 숲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진균(眞菌)을 통해 나무들이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 신경물질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자작나무와 미송은 탄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소통하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의 필요를 감지하고 미송의 필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탄소를 좀 돌려주었음도 발견했다. 호혜성이 그들의 관계의 일부이기라도 한 듯이. 나무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 이어져 있었다. … 에너지와 자원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무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한다는 뜻이었다. 지능형 시스템처럼 지각하고 반응하면서.”(8장 ‘방사능’ 중) 저자는 이 네트워크를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에 비유해 ‘우드와이드웹(WoodWideWeb)’이라고 불렀다. 이 표현은 ‘네이처’가 1997년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저자의 연구 논문을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무 간의 네트워크에서 더 나아가 숲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어머니 나무’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한다. “어머니 나무의 친족 묘목들은 더 잘 살아남았고,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던 비(非)친족 묘목보다 눈에 띄게 더 컸다. 미송 어머니 나무들이 친족을 알아본다는 강력한 암시였다.”(14장 ‘생일들’ 중) 우리가 인간의 특징이라 생각한 것들을 나무에서 발견한 저자는 나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인지하고, 행동양식을 배우며, 적응하고 기억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어머니 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무 간의 관계를 넘어 숲과 그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무대가 된 판도라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태, 환경 관련 서적들이 ‘지구가 이렇게 참혹하게 파괴되고 있다’를 넘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좋게 바꿔 보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이런 노력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방침을 바꿀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머니 나무’를 찾는 모험에 동참하길 권유한다. 어머니 나무를 찾는 것은 아주 쉽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바로 어머니 나무라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뒷산의 큰 나무가 사실은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처럼 우리 동네 영혼의 나무였다는 걸 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느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드와이드웹’과 연결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원제 ‘Finding the Mother Tre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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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천명 하모니’ 전국불교합창제 12월 6일 광주서 개최

    대한불교조계종 호남 본사주지협의회와 전국 불교 합창단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2023 전국불교합창제’가 다음 달 6일 오후 6시 광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1, 2부로 나뉘어 열리는 이번 합창제에는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해 가요·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상월결사합창단과 상월비보이단 에이트크루가 특별 출연하고,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가 축하 공연을 한다. 합창제는 모든 참가자가 ‘수미산이 사바세계로구나’를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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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화가’ 과분… 아직도 빛을 찾고 있는 화가일 뿐”

    《“‘빛의 화가’라니요. 저는 아직도 빛을 찾고 있는 화가일 뿐입니다.”충남 청양군 빛섬 아트갤러리에서 20일 만난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거장 김인중 베드로 신부(83·도미니크 수도회)는 자신을 ‘빛의 화가’라고 부르는 데 대해 “너무 과분한 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 성당 및 미술관 40여 곳에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010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인 ‘오피시에’를 수훈했고, 201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가톨릭 회원에 추대됐다. 그가 지난해 10월 동생(김억중 한남대 명예교수·건축가)과 함께 연 빛섬 아트갤러리에는 회화, 조각, 유리공예 등 그의 작품 600여 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 신부는 1965년 한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파리 가톨릭대에서 공부했다. 1974년 프랑스 도미니크 수도회에 입회했다. 지난해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좌교수에 임명된 그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여전히 빛을 찾고 계신다고요. “마더 테레사(1910∼1997)께서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신다. 나는 하느님의 작은 몽당연필일 뿐’이라고 하셨지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빛은 절대의 존재인데 제가 빛이라니요. 하하하. 전 스스로 빛의 화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빛을 찾고 있을 뿐이지요.” ―이곳 빛섬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에는 제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아요. 어떤 선입견, 한계에도 갇히지 말고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느끼게 하고 싶어서죠. 어떤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보면서 행복하다고 해요. 제 그림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형태와 색에 눈이 귀 기울이도록 내버려 뒀으면 합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다양할 것 같습니다만…. “프랑스 중남부 브리우드란 도시에 11세기 지어져 1000년이 넘은 ‘생 쥘리앵 바실리카’란 성당이 있어요. 그곳의 37개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제가 설치했지요. 완성된 후 성당 측에서 다녀간 사람들이 감상을 적을 수 있는 노트를 비치했는데, 저도 궁금해서 한 번 봤어요. 19세 여성이 ‘그동안 우울증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슬프게 살았는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서 한 시간 넘게 구석에서 울고 갑니다’라고 썼더라고요. 그러면 됐지요.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신부님의 작품 덕에 브리우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고 하던데요. “제 작품이 설치된 후 미슐랭 가이드(2017년 판)에서 생 쥘리앵 바실리카를 최고 평점인 별 셋으로 올렸다고 해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던 작은 도시가 성당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 있는 관광 명소가 된 것이죠. 프랑스에서 지역 경제 살리기의 모델도 됐고요. 브리우드처럼 문화예술은 도시 재생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이곳 청양에 신부님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갤러리를 연 것도 같은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프랑스 브리우드, 생 제르베 등 유럽 40여 곳에 제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브리우드처럼 관광 명소가 된 곳도 있고, 제 작품이 있는 곳을 따라 순례하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고 해요. 제 고향이 부여예요. 그래서 부여, 공주, 청양, 예산, 논산 같은 이 지역 도시에 저마다 다른 주제로 제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갤러리를 따라 여행하는 곳으로 만들면 지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빛섬’이란 이름도 이런 뜻이 첫 시작인 이곳에서 사방으로 널리 퍼졌으면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청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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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에덴교회, 남원시와 도농 상생 협약 맺고 기부

    새에덴교회와 남원시가 도농 상생 협약식과 고향사랑기부금 기탁식을 열었다.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13일 전북 남원시청에서 최경식 남원시장에게 고향사랑기부금 8000만 원과 지역 농산물 구입을 위한 2000만 원 등 총 1억 원을 전달했다. 협약서에는 새에덴교회와 남원시가 문화·예술·관광분야에서 적극 교류하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원시 이백면이 고향인 소 목사는 “다방면의 교류를 통해 남원이 글로벌 예술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남원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만들겠다”며 “이번 협약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남원시 주민복지 사업에 사용된다. 새에덴교회는 남원시로부터 햅쌀을 구입해 취약계층을 지원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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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한 자원의 보고? 바닷속에도 한계가 있다[책의 향기]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우주가 거대한 바다라면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바다를 우주로 비유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심해라면 더더욱.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해양생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공간인 심해와 그에 관한 인간의 책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자는 인류의 생존이 직결된 심해를 제대로 알고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옛날 뱃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검은 암흑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심해는 기술과 탐사 장비가 발달하면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이자 자원의 보고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노다지를 어장이나 유정, 광산으로 개발하기 위해 인간은 힘 닿는 대로 그물을 내리고, 시추관을 뚫고, 채굴 장비를 내려보내고 있다. 또 공해(公海)라는 허점을 악용해 방사성 폐기물 등 각종 해로운 물질을 아무 생각 없이 밀어 넣는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1970년 4월, 아폴로 13호가 산소 탱크 폭발로 달에 착륙하는 세 번째 유인 임무에 실패했다. 우주 비행사 세 명이 달 착륙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고 있을 때 관제센터 직원들은 함께 돌아오는 물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사성 동위 원소 열전기 발전기였다. 이 발전기는 플루토늄 238이 붕괴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비로, 원래 달 표면에서 예정된 실험에 전원을 제공하기 위해 두고 올 계획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달 착륙선이 남태평양의 통가 해구 위로 떨어지도록 경로를 조정했다. 방사성 물질이 든 용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깊은 수심 1만7000m의 초심해대 해구 어딘가에 누워 있게 되었다.”(9장 ‘상설쓰레기장’에서) 저자는 이런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는 심해가 과거 뱃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검은 암흑 덩어리로 돌아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심해에서는 환경 복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육지라면 동식물을 재도입해 생태계 회복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수천 m 아래의 해저에서는 복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000년 된 산호를 원래 살던 곳에서 뽑아 심해에 심은들 과연 살아남을지도 의문이다. 읽다 보면 환경 문제에 관해 세계인의 인식을 바꿔놓은 생태학자 레이철 카슨의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심해’ 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란 결론도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수천 m 아래까지 내려가 생물을 남획하고 자원을 채굴한다는 자체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이미 다 고갈되고 파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부제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원제 ‘The Brillant Abyss’.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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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 되는데 더욱 노력할 것”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데 더욱 일조하겠습니다.” 지난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에 재선출된 이용훈 마티아 주교(수원교구장)의 말이다. 경기 수원교구청에서 7일 만난 그는 “신자들이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과 똑같이 산다면 신앙생활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라며 “교회 내의 신자로만 머물지 말고 사회에 기여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신앙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도 수 감소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영성이나 신앙 쪽보다는 개인의 즐거움과 윤택함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경향도 줄어드는 것 같고요. 가톨릭도 감소까지는 아니지만 과거보다 신도 수 증가가 훨씬 둔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범이 되고 사회에 기여해야지요. 교회 나오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교회 다녀도 별것 없구나’, ‘안 믿는 사람보다 훨씬 못하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신앙을 가진 이유가 없겠지요.” ―기성 종교인은 줄어드는데 사이비종교가 늘어나는 건 왜일까요. “저도 그런 얘기는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양극단과 극렬로 치닫는 사회 현상과도 관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종교에서도 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에게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다. 재림 예수다’ 하니 얼마나 놀랍고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지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어떤 갈증, 갈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나를 믿으면 즉시 풀린다’, ‘내가 풀어준다’고 하니 빠지기 쉬운 것이겠지요.” ―최근 주교회의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 시복을 추진하기로 했더군요. 추진이 좀 늦은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만…. “하하하, 가톨릭 절차를 잘 몰라서 그런 건데…. 시복은 순교자나 성덕이 높은 사람을 사후에 복자(福者) 품위에 올리는 것입니다. 생전의 덕행과 성덕, 모범, 신앙심 이런 것도 당연히 전제되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도 사람들이 얼마나 그분을 추모하고 공경하는지가 중요하지요. 아마 선종 6년 만에 시복된 마더 테레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분들은 정말 놀랄 정도로 빨리 된 경우죠. 대부분은 수백 년 걸리는 게 보통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굉장히 빨리 추진하는 경우지요.” ―올해 임기 중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동양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설치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성상 제막식이 있던 날(9월 16일·현지 시간) 오전에 바티칸 교황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는데, 참석한 400여 명이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만을 위한 특별 알현 시간을 만든 건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그리고 교황께서 400여 명 모두와 악수하며 김대건 신부처럼 모두가 다 신앙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굉장히 길게 말씀하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 생활을 1년여밖에 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공경하는, 굉장히 널리 알려지고 울림이 큰 분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김대건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성당(자카르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이 있을 정도지요. 비단 한국 천주교만의 영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쁨이고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수원=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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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시대 빼앗아간 ‘이천오층석탑’, 나를 볼때마다 데려가달라고 울어”

    “갈 때마다 석탑이 웁디다.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일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무려 9만여 점. 무단 반출된 것 중 하나가 도쿄 오쿠라 호텔 뒤뜰에 있는 ‘이천오층석탑’이다. 경기 이천시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에서 2일 만난 보문 스님(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대한불교조계종 평택 자비사 주지)은 “15년째 환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석탑을 찾아가 볼 때마다 훼손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천오층석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라 석탑 양식을 계승한 6.5m 높이의 이 석탑은 고려 초 작품으로 당당하고 빼어난 균형미를 자랑합니다. 본래 경기 이천향교 옆에 있던 것을, 조선총독부가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열면서 야외 전시를 위해 공진회장인 경복궁으로 옮겼지요. 그리고 일본 재벌인 오쿠라 기하치로가 일본 최초의 사립박물관을 세우면서 1918년 반출해 갔습니다.” ―반출 시 총독부가 석탑의 문화재적 가치를 폄훼했다고 하던데요? “민간에 양도해도 별문제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죠. 가치 없는 문화재라면 왜 이천에 있는 걸 옮겨서까지 전시했겠습니까. 오쿠라가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가져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석탑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불성설이죠.” ―석탑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고요? “지난달에도 전문가와 함께 다녀왔습니다만, 석재와 석재 사이 이음새 부분이 많이 갈라져 있는데 이를 시멘트로 붙여 놓았더군요. 몸통과 모서리 모두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요. 문화재 보존 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짐작은 갑니다만 석탑을 소장한 오쿠라문화재단이 반환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늘 하는 말이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청구권이 소멸했다는…. 하지만 저희는 결코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문화재 환수라는 게 30년, 50년, 심지어 100년까지도 걸리는 일이니까요. 지난 15년 동안 일본 측과의 협상 외에도 각종 학술 세미나, 서명운동, 지역 내 초중고 순회 교육, 사생대회, 환수 염원탑 조성 등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분명히, 이천오층석탑이 우리 품으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이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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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서 ‘한국주간’… ‘빛의 우주, 연등회’ 특별전 열려

    대한불교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보존위원장 진우 스님)는 2023년 로마 한국주간(11월 5∼12일·현지 시간)을 맞아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과 함께 ‘빛의 우주, 연등회’ 특별전(11월 10일∼12월 1일)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연등회가 이탈리아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별전에서는 한지로 만든 다양한 전통등과 행렬등이 전시되며 연등회의 역사, 준비 과정, 가치 등이 소개된다. 전통등인 연꽃등, 전통 무늬등을 현지인들이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5일부터 시작된 한국 주간행사에서는 K팝, K뷰티, 영화, 예술, 한식, 관광 등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7, 8일에는 로마 시내 영화관에서 최신 한국 영화 4편(‘1947 보스톤’, ‘리바운드’, ‘비밀의 언덕’,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 상영된다. 10일 한국문화원에서는 한식을 주제로 한 창작 연극 ‘아주 특별한 손님’이 공연된다. 10, 11일에는 한국 댄스 스튜디오인 ‘1Million’ 소속 안무가 장우민과 이탈리아 K팝 전문 댄서의 K팝 댄스 워크숍이, 12일에는 이탈리아 현지 K팝 커버 댄스팀들의 댄스 경연이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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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백서, 조율이시 예법에 그런 말 안나와…물 한 그릇을 놔도 마음이 중요”

    “자손들은 물가도 오르고 살기 힘든데, 내 제사상, 차례상 푸짐하게 차려내라고 할 조상님이 계시겠습니까?”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위원장 최영갑)가 2일 국회에서 ‘현대화 제사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차례상 표준안’에 이어 두 번째.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최영갑 위원장은 “원래 유교의 정신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인데 잘못 알려진 문화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차례와 제사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까지 그치지 않고 있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솔직히 차례상과 제사상을 혼동하는 사람도 많습니다.“주자가례에도 추석 상차림을 어떻게 하라는 건 없습니다. 그 계절 음식과 과일을 올리라는 딱 이말 하나뿐이죠. 차례는 정말 간단하게 지내는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제사와 혼동이 되고 이것저것 음식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과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흔히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柹) 그러는데 예법을 다룬 문헌에 그런 말은 안 나옵니다.”―권고안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요.“과거 예법과 명문가 상차림, 설문조사 등을 고려했습니다. 차례상은 송편, 구이, 김치, 과일, 나물, 술 등 6가지, 제사상은 기제(忌祭)에는 과일, 젓갈, 나물, 떡, 포, 탕 등을 올리라고 권고했습니다만 가족끼리 또는 지역 특성에 맞춰 얼마든지 달리 놓을 수 있습니다. 제사의 기본은 고인이 드시던 평상시 음식을 자연스럽게 차리는 것이지요. 평소 좋아하시던 걸 올려도 좋고요. 편하게 놓으면 됩니다.”―성균관은 형식에 더 엄격할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중요한 건 상에 놓는 음식이나 예법 자체가 아니라 왜 우리가 조상님께,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를 올리는지를 아는 마음입니다. 제사, 차례 때문에 가족이 모여 싸운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요. 그동안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성균관이 나서지 않은 것은 집안 문제니까 외부에서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집안 갈등은 물론이고 물가도 올라 힘든데 그 많은 음식을 다 놓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나서서 그런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발표하게 된 거지요.”―1인 가구가 증가하는데 혼자서는 제사를 챙기기 힘들 것 같은데요.“벌써 30%가 넘는다고 하던데, 그런 면에서도 제사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지요. 정 안되면 냉수 한 그릇을 올리더라도 그날만큼은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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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반출 불상, 취득시효 인정하면 다른 문화재 어찌 찾아오나”

    “법적으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돌려받을 길은 없어졌지만 반환 운동까지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불상이 2012년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지 11년 만이다. 높이 50.5cm, 무게 38.6kg의 이 불상은 고려시대(14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지난달 31일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시효 법리로 판단했는데, 이런 논리라면 다른 해외 반출 문화재의 소유권도 다 넘겨주는 게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내에 땅 파는 공사가 한창인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올 2월 2심은 1심과 반대로 일본에 소유권이 있다고 했습니다. 불상 안에서 발견된 발원문을 볼 때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에 봉안하려고 제작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때 부석사와 지금 부석사가 같은 절이라는 걸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요. 절의 위치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같은 절이 아니라니요. 그래서 그 뒤부터 경내 땅을 다 파헤치고 있습니다. 당시 유물이 나오면 같은 절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당시 유물이나 문화재가 나왔습니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조사를 맡았는데, 고려시대의 특징을 반영한 어골문 기와, ‘만(卍)’ 자가 새겨진 기와, 석탑 부재 등이 다수 나왔습니다. 고려시대 부석사와 지금 부석사가 같은 절이라는 증거지요. 대법원이 2심과 달리 두 절의 동일성을 인정한 것도 당시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8개월 만에 대법원 결정이 난 게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2017년 1월 1심 판결이 났고, 6년이 지난 올 2월에야 2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8개월 만에 나오니 왜 이렇게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지 좀 의아했지요. 통상의 속도보다 너무 빠르니까요. 9월 중순, 변호사로부터 대법원이 집중심리에 들어갔고 10월 중 결과가 나올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이렇게 빨리 처리하려는 걸 보니 유리하게 나오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재판 결과에 아쉬움이 없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17년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 어보가 미국에서 반환됐습니다. 6·25전쟁 때 불법 반출된 것을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지요. 반환된 이유는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박물관 측이 정당한 소장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점유자가 소장 경위를 입증해야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지요. 그런데 우리 법도 아니고 일본법을 근거로 20년 이상 소유했으니 취득을 인정한다니요. 그렇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 반출된 수십만 점의 우리 문화재도 모두 그 나라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셈 아닙니까.” ―아쉽지만 법적인 방법은 더 이상 없는 듯합니다만…. “그렇겠지요. 하지만 법적인 방법이 없어졌다고 반환 운동을 안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1913년 일제에 강제 반출된 국보 조선왕조실록도 2006년 소장자인 일본 도쿄대가 학술 교류와 협력 차원에서 기증하는 형식으로 돌아온 선례도 있으니까요. 일본의 양심을 믿고 반환 운동은 계속할 계획입니다. 우리 부처님을 타국에서 울고 계시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서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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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라지는 나비’ 따라… 두 바퀴로 떠난 생태 여행

    어릴 적 동네에는 봄이 되면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등 나비가 지천이었다. 여름에는 하늘소를 잡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갔는데, 두세 그루만 올라도 10여 마리는 금방 잡을 수 있었다. 늦여름부터 보이기 시작한 잠자리는 얼마나 많은지, 거짓말 안 보태고 잠자리채를 허공에 몇 번 휘두르기만 해도 잡히는 놈이 있을 정도였다. 변두리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이었는데 말이다. 그때 나비와 잠자리, 하늘소가 놀던 야산과 밭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하는 생각. 답도 대개는 안다. ‘환경이 파괴돼서’ ‘기후변화 때문에’ ‘서식지가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늘 엉뚱한 사람이 있나 보다. 사라져가는 그들을 따라다닐 생각을 하다니. 생태학자이자 아웃도어 교육자인 저자가 엘로사리오(멕시코)∼댈러스∼수시티(이상 미국)∼오타와(캐나다)∼보스턴·뉴욕∼오스틴(이상 미국)을 거쳐 다시 엘로사리오까지 1만6000km가 넘는 거리를 제왕나비를 따라 자전거로 달렸다. 제왕나비는 노랑나비, 배추흰나비처럼 북아메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나비다. 멕시코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캐나다까지 이동했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온다. 아주 흔한 나비였지만 갈수록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1996년 20.9ha를 차지하던 군집 규모가 2019년에는 2.8ha로 급감했다고 한다. 읽다 보면 제왕나비가 왜 사라져가고 있는지 알게 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자가 264일(2017년 3∼11월) 동안 제왕나비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본 사람들과 그에 관한 생각, 자연과 환경에 대한 깊은 애정이 더 가슴 깊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불과 8cm 남짓한 이 작은 생명 수백만 마리가 함께 서로의 날개를 껴안고 폭풍과 겨울을 이겨낸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여러 제왕나비가 모여 대이동을 해내고, 짧은 거리가 모여 모험이 되듯, 우리의 목소리가 모일 때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해법을 찾는 사람들,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 이동하는 나비들이 있는 한 우리의 공동 행동은 희망이 된다.”(‘마지막 구간’ 중) 환경 파괴로 인한 멸종위기종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흔하면 안 되는데도 흔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일부 깨어 있는 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늘을 나는 나비를 길을 따라 쫓아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4800km에 이르도록 제왕나비를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늘 제대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고 불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는 ‘나비 한 마리’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이정표가 됐다고 술회한다. 인류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나비 한 마리’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원제 ‘Bicycling with Butterflies: My 10,201-Mile Journey Following the Monarch Migration’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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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스님은 보아도 보지 못하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을 다해 모셨건만 돌아보니 큰스님(성철 스님)은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23일 만난 원택 스님은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성철 스님 생전 21년, 입적 후 30년을 시봉(侍奉)한 원택 스님은 불교계의 유명한 효 상좌(제자)다.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성철 스님 30주기(11월 3일)를 맞아 각종 학술 세미나와 4만8000배 참회 법회, 추모 다례 법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큰스님 가신 지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이 참 무상하지요. 1971년 친구 따라간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처음 뵌 게 엊그제 같은데…. 그 후 다시 찾아뵀을 때 큰스님이 몇 마디 묻더니 ‘니 고마 중 돼라’고 하셨어요. 그 한마디에 이듬해(1972년) 출가했지요. 아직도 큰스님 목소리가 귀에 성한데 돌아보니 훌쩍 그렇게 지났습니다.” ―성철 스님의 장서가 1만여 권이나 되더군요. 세상에는 성철 스님의 “책을 보지 말라”란 말이 회자하는데 의외입니다. “‘책을 보지 말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 한 말이 아니고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들에게 한 말이죠. 한눈팔지 말고 화두에만 마음을 모으라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큰스님께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는 최상급 경지에서나 하는 말이다. 부처님이나 조사 스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살면 그것이 외도고 악인이 되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1만 권을 소장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동서양 철학책은 물론이고 신구약 성경, 일본 역대 조사들의 어록과 일본 불교학자들의 책 등 굉장히 방대하게 두루 읽으셨지요. 큰스님은 책 심부름을 시킬 때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항상 ‘어느 책꽂이, 몇 번째 칸, 오른쪽에서 몇 번째 책을 가져오라’고 하셨지요. 읽지 않고 소장만 한 책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생전 21년, 입적 후 30년을 시봉했는데 여전히 성철 스님을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다고요.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502∼549)는 달마대사 열반 후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거기에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고, 만나고서도 만나지를 못했구나. 예나 지금이나 후회하고 또 한이 될 뿐이다’라고 비문을 새겼지요. 달마대사를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을 한탄한 것입니다.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떠나신 지금 돌아보니 큰스님이 이룬 도력은 분명했는데, 20여 년을 옆에서 모시고도 제가 마음이 어두워 아직도 깨치지 못하고 언제 깨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지요.” ―큰스님의 가르침 중에 요즘 사람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게 있는지요. “큰스님은 삼천 배를 한 신도는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고, 다 못 한 사람은 앞에 오지도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천 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는다는 불평도 나왔지요. 큰스님은 늘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십시오. 나를 찾는 것은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기왕 왔으니 부처님께 자기 자신이 아닌 모든 중생을 위해 삼천 배를 하십시오’라고 하셨습니다. 삼천 배를 하고 나면 누구나 심중에 어떤 변화가 옵니다. 큰스님이 하신 말씀이야 많지만 이런 뜻을 가슴에 지니고 살다 보면 무언가 밝은 햇살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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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나부터캠페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단 호소

    2017년 한국 교회 주요 교단들이 모여 시작한 ‘나부터캠페인(대표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22일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단을 호소했다. 나부터캠페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전쟁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한한 피해를 초래하고, 그 사회가 쌓아온 온갖 가치를 부정하며 죽음과 죽임의 문화를 확산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분쟁 당사자들이 하루빨리 적대적인 행위를 벗어나 평화를 위해 동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나부터 캠페인’은 20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 5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사회와 교회의 개혁을 구현하기 위해 출범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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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하고 감정 치솟으면, 이불 뒤집어쓰고 잠자세요”

    “‘욱’하면 일단 이불 뒤집어쓰고 자세요. 일어나면 대부분의 화가 사라집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 스님(사진)이 최근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을 출간했다. 삶에 지쳐 늘 화가 가득한 현대인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주경 스님은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뉴스를 보면 세상이 온통 거칠고 험악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곳에는 많은 사람의 사랑과 세상을 보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있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물가의 쉼터처럼 평온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스님은 “흔히 ‘욱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느냐’고 반문하는데, 욱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생겨도 자제심을 잃고 ‘확’ ‘팍’ 하고 상대를 치는 등의 행동으로 나가는 것은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화를 내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욱’하고 뭔가 감정이 치받쳐 올라올 때 그것을 꿀꺽 삼키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등 그 순간만 넘겨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런 순간을 넘기는 행동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스스로 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스님은 풀잎이 자라는 소리,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가 신나서 지르는 소리, 햇빛이 어깨 위에 떨어지며 전하는 말 등 평소 인간이 듣지 못하는 의외의 소리를 열거하며, 우선 한숨 돌리는 여유를 지니라고 권했다. “선문답 같지만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되고 가까이 다가가서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쉬다 보면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 뒤와 앞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겨를도 생기죠. 그런 너그러움이 있는 삶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사는 삶입니다.” 스님은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빠르게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 조급해서 빠르게 가려다 보니 성숙해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끝까지 가지도 못하는데, 여전히 그 허술하고 허망한 빠름에 몰두하다 보니 자꾸 넘어지고 무너져 사람들 속에 있어도 허전하고 외로워진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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