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8일 개봉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여러모로 1975년 미국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떠오른다. 둘 다 탄탄한 소설이 원작인 데다 정신병동을 무대로 했다. 강압에 맞서 탈출을 꿈꾸는 전개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도 닮았다.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수상한 ‘뻐꾸기…’의 내공과 비교하긴 무리겠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배어 있다.○ ‘내 심장을…’에 있는 것 ①청춘=‘뻐꾸기…’의 잭 니컬슨도 젊긴 했다. 그러나 거의 마흔이었다. 앳된 이민기(30·승민 역)와 어린 여진구(18·수명 역)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내 심장을…’은 이러한 청춘들이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뒤틀림에 초점을 맞춘 작품. 끊임없이 세상을 뛰쳐나가고픈 승민. 분출구를 찾지 못해 안으로만 숨는 수명. 둘 다 우리네 청춘의 표상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어떤 젊음에게나 세상은 갑갑한 새장이니까. ②브로맨스=소설과 달리 맥머피(니컬슨)를 원 톱으로 세웠던 ‘뻐꾸기…’. ‘내 심장을…’은 원작 그대로 투 톱의 무게중심을 잘 유지한다. 승민이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면, 수명이 이를 쓸어 담는다. 승민의 날선 눈매와 수명의 깊은 눈빛이 엮어 낸 묘한 앙상블. 때론 브로맨스를 넘어서는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그나저나 머리를 곱게 묶은 여진구는 극중 ‘미스 리’란 별명이 어울린다. ③액션=정신병원이 주 무대니 자칫 갑갑할 수 있었을 터. 영화는 이들의 반복된 탈출에 액션을 가미해 돌파구를 찾는다. 창공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딩이나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 신이 조미료 역할을 한다. 특히 여진구는 촬영을 위해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도 땄단다.○ ‘내 심장을…’에 없는 것 ①잭 니컬슨=당연히 어디서 쉽게 구할 아이템이 아니다. 이민기도 그 나름으로 분투했지만, 어찌 비할 수 있겠나.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뿜어내는 니컬슨은 ‘뻐꾸기…’에선 맥머피를 위해 태어났단 찬사까지 받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함께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수간호사 래체드를 연기한 루이스 플레처도 대단했다. 다른 작품은 떠오르지도 않는 ‘인생 연기’였다. ‘내 심장을…’에선 최 간호사(유오성)가 중심을 잘 잡아 주나 비중이 크진 않다. ②저항정신=물론 ‘내 심장을…’도 갈수록 각박한 사회에 어깨가 처진 청춘을 위한 다독임이 엿보인다. 그러나 ‘뻐꾸기…’가 지닌 폐부를 찔러 오는 날카로움은 찾기 어렵다. 집단이란 체제에 순응을 요구하는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부딪히던 맥머피.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동료의 맘속에 살아남는다. ‘내 심장을…’에서도 승민이 수명의 변화를 이끌지만 다소 흐름이 헐겁다. 문제용 감독은 “영화 속 정신병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얼마만큼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8일 개봉하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여러모로 1975년 미국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떠오른다. 둘 다 탄탄한 소설이 원작인데다 정신병동을 무대로 했다. 강압에 맞서 탈출을 꿈꾸는 전개나 그 속에 피어나는 우정도 닮았다.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5개 부문을 수상한 ‘뻐꾸기…’의 내공과 비교하긴 무리겠지만, 나름 독특한 매력이 배어있다.●‘내 심장을…’엔 OOO이 있다. ① 청춘=‘뻐꾸기…’의 잭 니컬슨도 젊긴 했다. 허나 거의 마흔이었다. 앳된 이민기(30·승민 역)와 어린 여진구(18·수명 역)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내 심장을…’은 이러한 청춘들이 현실에 몸부림치는 뒤틀림에 초점을 맞춘 작품. 끊임없이 세상을 뛰쳐나가고픈 승민. 분출구를 찾지 못해 안으로만 숨는 수명. 둘 다 우리네 청춘의 표상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어떤 젊음에게나 세상은 갑갑한 새장이니까. ② 브로맨스=소설과 달리 맥머피(니컬슨)를 원 톱으로 세웠던 ‘뻐꾸기….’ ‘내 심장을…’은 원작 그대로 투 톱의 무게중심을 잘 유지한다. 승민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면, 수명이 이를 쓸어 담는다. 승민의 날선 눈매와 수명의 깊은 눈빛이 엮어낸 묘한 앙상블. 때론 브로맨스를 넘어서는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그나저나 곱게 머리를 묶은 여진구는 극중 ‘미스 리’란 별명이 어울린다. ③ 액션=정신병원이 주 무대니 자칫 갑갑할 수 있었을 터. 영화는 이들의 반복된 탈출에 액션을 가미해 돌파구를 찾는다. 창공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딩이나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 신이 조미료 역할을 한다. 특히 여진구는 촬영을 위해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도 땄단다. ●‘내 심장을…’엔 OOO이 없다. ① 잭 니컬슨=당연히 어디서 쉽게 구할 아이템이 아니다. 이민기도 나름 분투했지만, 어찌 비할 수 있겠나.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뿜어내는 니컬슨은 ‘뻐꾸기…’에선 잭머피를 위해 태어났단 찬사까지 받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함께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수간호사 랫체드를 연기한 루이스 플레처도 대단했다. 다른 작품은 떠오르지도 않는 ‘인생 연기’였다. ‘내 심장을…’에선 최 간호사(유오성)가 중심을 잘 잡아주나 비중이 크진 않다. ② 저항정신=물론 ‘내 심장을…’도 갈수록 각박한 사회에 어깨가 쳐진 청춘을 위한 다독임이 엿보인다. 허나 ‘뻐꾸기…’가 지닌 폐부를 찔러오는 날카로움은 찾기 어렵다. 집단이란 체제에 순응을 요구하는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부딪히던 잭머피.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동료의 맘속에 살아남는다. ‘내 심장을…’에서도 승민이 수명의 변화를 이끌지만 다소 흐름이 헐겁다. 문제용 감독은 “영화 속 정신병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얼마만큼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은 다시 관객의 마음을 훔칠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개훔방’이 26일까지 모은 관객은 약 24만 명. 수치만 보자면 당장 극장에서 내려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영화를 제작한 삼거리픽쳐스의 엄용훈 대표는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영화를 돌아봐 달라’는 글을 올리며 대기업에 장악된 영화계 현실을 비판했다. ○ “100m 경주에서 족쇄 차고 뛰는 격” 이날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엄 대표는 “개봉하고 (속이 상해) 불면증에 걸렸는데 글 쓰며 또 며칠 밤을 새웠다”며 “그냥 박 대통령이 영화를 한번 봐주면 좋겠다. 이게 진짜 망할 만한 작품인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엄 대표가 말하려는 바는 간명하다. 개훔방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시장구조에 짓눌려 제대로 경쟁조차 해보지 못했단 주장이다. 개훔방은 총 제작비 38억 원이 들어갔다. ‘명량’처럼 200억 원씩 들어간 대작에 비하면 소품이다. 하지만 “100m 경주에서 20m 뒤로 물러나 발에 족쇄까지 달고 뛰라고 하면 게임이 되느냐”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개훔방은 개봉 첫날 20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외화 ‘테이큰3’(613개)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509개)보다 훨씬 적다. 이에 앞서 ‘국제시장’은 913개로 출발했다. 예매율 저조 등의 이유로 개봉관이 적었던 것. 하지만 엄 대표는 “보통 큰 영화는 1∼2주 전 예매가 시작되는데 개훔방은 5일 전쯤에야 오픈했다”며 “예매가 가능한 곳도 5개 관뿐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개봉한 ‘테이큰3’의 예매 가능 극장은 67개 관이었다. 게다가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만 틀어주는 상영관도 많았다. 26일 현재 개훔방의 상영관은 30개에 그친다.○ 대안배급사 경계인가 단순한 착시현상인가 지난해 국내 영화 개봉작은 1117편. 평균 하루 세 편 이상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작품이 부지기수다. 개훔방은 평단 지지도 높았고, 관객 반응도 좋았다. 미국 작가 바버라 오코너의 원작이 탄탄한 데다,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등 배우들의 연기도 근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예인들의 극찬도 속속 올라왔다. 포털사이트엔 상영 확대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개훔방의 시련을 “영화를 망치는 완벽한 방법”의 표본이라 부른다. 작품과 별개로 외부 요소가 작용했단 시각이다. 우선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였던 점을 꼽는 이가 많다. 리틀빅픽쳐스는 2013년 9개 제작사가 대기업 배급사에 맞서기 위해 공동 설립한 회사.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배급사와 영화관을 함께 갖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선 리틀빅픽쳐스의 배급 영화에 극장을 많이 내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최근까지 무급으로 리틀빅픽쳐스 대표로 활동했으나, ‘카트’ ‘개훔방’의 흥행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CGV와 롯데시네마 측은 이에 대해 연말연초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좌석이 텅텅 비는 영화에 무한정 기회를 줄 순 없다는 반응이다. 또 SNS 반응이 좋다고 해서 점유율이 높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명량이나 국제시장 흥행 탓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라며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들도 지난해 숱하게 망했다. 특정 영화에 불이익을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피아니스트였던 케이트(힐러리 스왱크)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생. 다정한 남편 에번(조시 더멜)과 함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그러나 35세 생일날 몸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상신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판정을 받는다. 가수 지망생 벡(에미 로섬)은 모든 게 엉망진창인 20대. 학업도 사랑도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우연한 기회에 덜컥 케이트의 간병인으로 채용되나 모든 게 실수투성이. 그런 벡을 케이트는 묘하게도 맘에 들어 하는데…. 22일 개봉하는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미국 여성작가 미셸 와일드젠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 소설은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은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지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유아 낫 유’는 브로맨스(Bromance·남성 사이의 우정)의 반대인 ‘우맨스(Womance·여성 사이의 우정)’를 다룬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년) 이래 그리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성이 첨엔 삐걱대다가 점차 맘을 연다는 전개는 고리타분할 정도다. 그런데 뻔한 것조차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 바로 두 여배우의 연기다. 이젠 ‘믿고 보는 배우’라 불러도 좋을 스왱크는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다. 수개월 동안 루게릭 환자를 만나며 작은 근육 떨림까지 고민했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순히 시한부 환자를 완벽하게 재현한 게 아니다. 환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닌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로섬 역시 만만치 않다. 2004년 영화 ‘투모로우’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친숙해졌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싶다. 영화 흐름상 스왱크와의 투 샷이 많은데 딱히 기울질 않는다.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저 두 여성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소 심심했을 터. 케이트와 벡은 “네 모습 있는 그대로 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건, 앞으로 창창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걸 진정 원한다면, 먼저 내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길.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피아니스트였던 케이트(힐러리 스웽크)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생. 다정한 남편 에반(조쉬 더하멜)과 함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허나 35세 생일날 몸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상신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루게릭 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판정을 받는다. 가수지망생 벡(에미 로섬)은 모든 게 엉망진창인 20대. 학업도 사랑도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우연한 기회에 덜컥 케이트 간병인으로 채용되나 모든 게 실수투성이. 그런 벡을 케이트는 묘하게도 맘에 들어 하는데… 22일 개봉하는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미국 여성작가 미셀 와일드젠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 소설은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서 극찬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은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유아 낫 유’는 브로맨스(Bromance·남성 사이의 우정)의 반대인 ‘워맨스(Womance·여성 사이의 우정)’를 다룬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년) 이래 그리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성이 첨엔 삐걱대다가 점차 맘을 연다는 전개는 고리타분할 정도다. 그런데 뻔한 것조차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 바로 두 여배우의 연기다. 이젠 ‘믿고 보는 배우’라 불러도 좋을 스웽크는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다. 수개월 동안 루게릭 환자를 만나며 작은 근육 떨림까지 고민했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순히 시한부를 완벽하게 재현한 게 아니다. 환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닌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로섬 역시 만만치 않다. 2004년 영화 ’투모로우‘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친숙해졌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싶다. 영화 흐름 상 스웽크와의 투 샷이 많은데 딱히 기울질 않는다.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저 두 여성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소 심심했을 터. 케이트와 벡은 “네 모습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건, 앞으로 창창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걸 진정 원한다면, 먼저 내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길.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기자 ray@donga.com}

“‘워터 디바이너’는 참혹한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더욱 또렷해지는 아버지와 자식의 유대감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도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고 알고 있는데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의 근육질 장군은 어디로 갔을까.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는 배우 러셀 크로(51)는 살짝 ‘치킨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푸근한 인상이었다. 이번이 그의 첫 방한이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워터 디바이너’는 크로가 주연은 물론이고 메가폰까지 잡은 감독 데뷔작. 워터 디바이너(Water Diviner)란 광활한 호주의 척박한 땅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고 지하수를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영화에서 크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에서 벌어진 갈리폴리 전투에서 세 아들을 잃은 뒤 아들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워터 디바이너 조슈아 코너 역을 맡았다. 그는 “길고도 험한 여정에도 부정(父情)을 잃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명 받으면 작품을 선택한다”는 크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책임질까를 고민하다 연출까지 맡았다”고 떠올렸다. 그간 함께 작업한 리들리 스콧과 론 하워드 감독 등을 지켜보며 자연스레 연출의 길도 생각해왔단다. ‘워터 디바이너’ 촬영을 앞두고 “두 감독이 ‘감독이란 직업에 푹 빠질 것’이라며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해 온 비결도 들려줬다. 그는 연기에서 중요한 3가지로 “집요한 노력과 협력적 태도, 세밀한 표현력”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채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에 끊임없이 연극 공연을 하면서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공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연기에 대한 소망을 다짐하곤 했죠.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그런 절제와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제목만 봐도 주장하는 바를 딱 알 수 있다. 부제도 명확하다. ‘부와 건강,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면 건강해지고 부자도 된단 얘긴가 보다. 게다가 후손이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드는 지속가능성도 높인단다.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저자가 보기에 현대 도시는 그간 도보의 편의성을 무시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차도는 넓어지고 인도는 좁아졌다. 가로수는 사라졌고 주차장만 거대해졌다. 보행자보단 자동차가 중심이 된 지 오래란 얘기다. 저자는 전기자동차도 결코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걷거나, 최소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10가지 단계별 과정을 제시한다.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가로수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에 불편을 끼치는 장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로수가 조밀한 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훨씬 낮다. 게다가 도시의 하수도 범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도시는 눈앞에 닥친 교통체증을 해소하려 도로를 늘리는데, 실제로는 도로 건설이 오히려 교통량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걸어 다닐…’은 솔직히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한다. 과연 미국적 식견이 좁디좁은 한반도 사정에 적합할는지 의구심이 드니까.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보행 친화적 도시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곳이 다름 아닌 이탈리아 로마란다. 인도와 횡단보도가 부족하고, 가파른 경사와 울퉁불퉁한 도로로 악명 높은 그곳이? 이유는 사람들이 걷고 싶게 만드는 ‘호감’이란다. 어쩌면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는 인프라가 해답이 아닌가 보다. 도시를 사는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 게 먼저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인식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허삼관’(12세 이상 관람가)은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의 국내 영화화 계약이 성사된 건 16년 전. 하지만 원작의 무게감 때문인지 그동안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모두가 꺼리던 일을 하겠다고 나선 이는 저예산영화 한 편이 연출 경력의 전부인 신인감독이었다. 영화의 두 주인공이자, 감독과 여배우인 하정우와 하지원을 만났다.》○ 하정우“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며 수없이 인터뷰를 해왔는데 이번엔 정말 낯설어요. 잘 모르는 건 감독님한테 물어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도 없고….” 말과는 달리 하정우(37)는 특유의 달변으로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해 쉼 없이 얘기했다.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에서 그는 주인공과 감독의 1인 2역을 맡았다. 2013년 저예산영화 ‘롤러코스터’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이자 본격 상업영화로는 사실상의 데뷔작이다. “시나리오 작업 3개월 만에 능력 밖의 일이라는 걸 알았다”는 그는 “배우 하정우의 이름을 만든 방법, ‘엉덩이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부담이 컸겠다. “모두가 말렸지만 단 하나, 주인공 허삼관의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영화 속 허삼관은 아버지로 완성된 인물이 아니다. 결혼 뒤에도 엉뚱하고 어린애 같던 삼관이 장남 일락이가 실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점점 더 아버지로 성장해나가는, 일종의 우화 같은 이야기다.” ―옥란 역의 하지원을 비롯해 조진웅 이경영 김영애 윤은혜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소설 속 문어체 대사를 어떻게 어색하지 않게 소화할지 고민이 많았다. 훌륭한 배우, 이름 있는 배우가 갖는 신뢰감과 연기력에 기대려 한 면이 있다. 너무 사실적으로 가지 않고 판타지를 가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는 정말 원하는 대로 했다면 이번에는 대중성을 많이 고려한 것 같다. “흥행을 위해 내 스타일을 타협하지는 않았다. ‘노팅힐’ 마지막 장면에서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만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처럼 짜릿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한두 작품 더 찍어보면 진짜 내 스타일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는 허삼관 홍보 일정 틈틈이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도 촬영하고 있다. “이제 기간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감독의 애타는 마음을 아니까 스케줄이 빡빡해도 말을 못 하겠다. 굉장히 마음이 너그러워졌다”며 웃었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2월 28일 개인전도 연다. “그림도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시작했고, 결국 모두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는 일이에요. 감독을 해보고 나니 이젠 좋은 영화를 보면 ‘내가 나중에 저런 영화를 찍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이 나요. 그런 마음이 절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하지원“언젠간 엄마 연기에 도전할 날이 오리란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영화 ‘허삼관’처럼 따뜻함이 넘치는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에서 주인공 허삼관(하정우)의 아내 허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앳된 소녀 같은 구석이 있었다. 연말 TV 시상식에 나온 모습을 보고 평소 진중하던 아버지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자랑(?)하는데 눈웃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억척스러운 엄마 역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삼형제의 엄마 역이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 당시 드라마 ‘기황후’ 촬영 탓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그런데 시나리오가 무척 재밌었다. 게다가 하 감독이 이 역에 잘 맞는다며 열심히 설득했다. 왜 잘 어울린다고 할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뭔가를 발견할 기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현장 분위기가 좋아 부담감이 확 사라졌다. 그냥 전형적인 캐릭터보단 하지원이 보여줄 수 있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담으려 했다.” ―1950, 60년대 시대극도 처음이다. “그때라 해서 특별히 사람의 감성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란 건 고려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몰입해 선입견을 갖지는 않으려 했다. (당시 문예소설처럼) 문어체를 쓰는 연기도 출연배우가 다 함께 하니 전혀 오글거리지 않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어체 말투가 확 와 닿았고. 세 아들로 나오는 아역 배우들과 사이가 좋아 촬영장에 아이들과 소풍 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하지만 옥란은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다. “맞다. 대본 역시 설명이 디테일하지 않아 쉽진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엔 없는 옥란의 상황이나 심경을 직접 만들어봤다. 예를 들어, 삼관이 야밤에 옥란에게 만두를 사준다며 찾아온 신이 있다. 그때 낮부터 밤까지 옥란은 뭘 했는지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써서 혼자 연기해보곤 했다. 카메라에 담기진 않아도 그런 흐름을 이어가니 훨씬 느낌이 살았다. 쉬는 시간은 줄었지만 연기가 더 즐거워졌다.” ―액션에 멜로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액션도 멜로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간 착한 역만 해서 이젠 악역을 하고 싶다. ‘허삼관’에서 나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처럼,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은 참한 유치원 선생인데, 뒤로는 유괴를 일삼는 악마라든가. 너무 과한가, 호호.”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언젠간 엄마 연기에 도전할 날도 오리란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영화 ‘허삼관’처럼 따뜻함이 넘치는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에서 주인공 허삼관(하정우)의 아내 허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앳된 소녀 같은 구석이 있었다. 연말 TV시상식에 나갔던 모습을 평소 진중하던 아버지가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자랑(?)하는데 눈웃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억척스런 엄마 역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삼형제의 엄마 역이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 당시 드라마 ‘기황후’ 촬영 탓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게다가 하 감독이 이 역에 잘 맞는다며 열심히 설득했다. 왜 잘 어울린다고 할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뭔가를 발견할 기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현장 분위기가 좋아 부담감이 확 사라졌다. 그냥 전형적인 캐릭터보단 하지원이 보여줄 수 있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담으려 했다.” -1950~60년대 시대극도 처음이다. “그 때라 해서 특별히 사람의 감성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란 건 고려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몰입해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 했다. (당시 문예소설처럼) 문어체를 쓰는 연기도 출연배우가 다 함께 하니 전혀 오글거리지 않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어체 말투가 확 와 닿았고. 세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들과 사이가 좋아 촬영장에 아이들과 소풍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하지만 옥란은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다. “맞다. 대본 역시 설명이 디테일하지 않아 쉽진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엔 없는 옥란의 상황이나 심경을 직접 만들어봤다. 예를 들어, 삼관이 야밤에 옥란에게 만두를 사준다며 찾아온 신이 있다. 그때 낮부터 밤까지 옥란은 뭘 했는지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써서 혼자 연기해보곤 했다. 카메라에 담기진 않아도 그런 흐름을 이어가니 훨씬 느낌이 살았다. 쉬는 시간은 줄었지만 더 연기가 즐거워졌다.” -액션에 멜로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액션도 멜로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간 착한 역만 해서 이젠 악역을 하고 싶다. ‘허삼관’에서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처럼,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은 참한 유치원 선생인데, 뒤로는 유괴를 일삼는 악마라든가. 너무 과한가, 호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의 체형에다 배우 배두나 씨의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인 김상진 감독(55)은 편안하면서도 무척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구상하고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을 총괄 책임진다. 1995년 입사해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라푼젤’(2010년)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전념해왔다. ‘겨울왕국’에도 참여한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큰 성공을 거둬 기분 좋다”며 “엘사와 안나만큼 ‘빅 히어로’ 캐릭터들도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주요 배역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란 설정 아래 만든 캐릭터. 목소리도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맡았다. 김 감독은 “김시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느낌을 살리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육 형태까지 연구했다”며 “거기에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배두나 씨의 묘한 매력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느낌을 살린 캐릭터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로봇 ‘베어맥스’ 역시 마찬가지. 하얀 풍선이나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베어맥스는 얼굴이 구멍 뚫린 눈이 선 하나로 연결된 단순한 형태. 바로 ‘목탁’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여백을 많이 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극중 캐릭터인 와사비가 입은 넉넉한 바지 역시 한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화 ‘빅 히어로’는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적 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아요. 우린 세계의 모든 이미지를 참조하고 함께 녹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군중이 몰린 장면을 만들 때 특수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특정 나라나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분명 엿보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는 김 감독은 최근 부인과 함께 영화 ‘해무’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처럼 결정권을 가진 직책에 오른 한국인이 많아요. 이들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잘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의 체형에다 배우 배두나 씨의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인 김상진 감독(55)은 편안하면서도 무척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구상하고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을 총괄 책임진다. 1995년 입사해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라푼젤’(2010년)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전념해왔다. ‘겨울왕국’에도 참여한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큰 성공을 거둬 기분 좋다”며 “엘사와 안나만큼 ‘빅 히어로’ 캐릭터들도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배역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란 설정 아래 만든 캐릭터. 목소리도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맡았다. 김 감독은 “김시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느낌을 살리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육 형태까지 연구했다”며 “거기에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배두나 씨의 묘한 매력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느낌을 살린 캐릭터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로봇 ‘베어맥스’ 역시 마찬가지. 하얀 풍선이나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베어맥스는 얼굴이 구멍 뚫린 눈이 선 하나로 연결된 단순한 형태. 바로 ‘목탁’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여백을 많이 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극중 캐릭터인 와사비가 입은 넉넉한 바지 역시 한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화 ‘빅 히어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적 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아요. 우린 세계의 모든 이미지를 참조하고 함께 녹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군중이 몰린 장면을 만들 때 특수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특정 나라나 세대 구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분명 엿보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는 김 감독은 최근 부인과 함께 영화 ‘해무’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처럼 결정권을 가진 직책에 오른 한국인이 많아요. 이들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잘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선 ‘빅 히어로’의 테디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다니엘 헤니도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돈 홀 감독은 “헤니를 보는 순간 그가 바로 테디라고 확신했다”며 “테디의 표정과 행동도 그의 이미지를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헤니는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두둥∼, 한미일 만화영화 삼국지!’(※부끄럽더라도 살짝 변사 톤과 발음으로 읽으면 감칠맛이 산다.) 서기 2015년. 정월에 들어서자 조선의 극장가는 만화영화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했구나. 먼저 깃발을 올린 건 ‘빅 히어로’ 되시겠다. 세계를 주름잡는 아메리카 디즈니족이 21일 출정을 선포하는 게 아닌가. 이에 다음 날로 야심만만한 젊은 여장수가 이끄는 한국의 ‘생각보다 맑은’ 무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기회만 엿보던 일본의 에쑤에푸(SF) 애니메이숀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도 29일 이름처럼 진격을 선언했도다. 아, 아스라이 떠오르는 삼국지연의의 향취여. 위촉오(魏蜀吳)와 같은 3편의 만화 앞에 어떤 운명의 신이 버티고 섰단 말인가. 대제국 꿈꾸는 위나라 ‘빅 히어로’뭔 수사가 그리도 필요하리오. 들인 군비가 미국 돈 1억6500만 딸라(약 1785억 원). 대륙을 뒤흔든 조조의 기세가 푸드득 밀려든다. 게다가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에서 ‘겨울왕국’으로 1000만 제국을 건설했던 여운이 아직도 입안을 감도는 바에야. ‘렛 잇 고’ 사자후(獅子吼)로 청각을 손상시켰던 추억. 올해는 ‘무쇠팔 무쇠다리’(실은 물렁팔 물렁다리) 로봇 신공으로 갈아입었다. 천재 소년 히로(라이언 포터)가 자신의 형인 공학도 테디(다니엘 헤니)가 만든 로봇과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전법. ‘따뜻한 유머’를 연마한 디즈니파와 초인 영웅에 일가견 있는 마블파가 힘을 합치어 새로운 무예를 선보인다. 조선을 홀릴 미약(媚藥)도 마련했다.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가 이끄는 디즈니 군단은 다니엘 헤니는 물론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도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고고’는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실제로 쇼트트랙 한국낭자의 기운이 넘실거리질 않나. 허나 세 살배기 갓난애도 몽환에 빠뜨렸던 ‘함께 눈사람 만들래’를 재현하기엔 다소 소년 취향의 분위기가 강하지 싶다. [신년 운세는?] 아, 기상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틈새 노리는 촉나라 ‘생각보다 맑은’ 흑, 차라리 묻지 말라. 디즈니 뒤에 제작비를 까는 건 법도에도 어긋난다. 그보다 주목할 건 예상 밖으로 현란한 초식일지니. ‘럭키미’ ‘사랑한다 말해’ ‘학교가는 길’ ‘코피루왁’ 4편의 옴니버스 작품은 각기 다른 다양한 그림체와 주제를 쏟아냈다. 모두 26세 한지원 감독이 거의 혼자서 일궈낸 결과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앳된 외모에 방심했다간 파르라니 매서운 칼끝에 소스라칠 터.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등장시켜 담박하되 정확하게 맥을 찍어온다. 굳이 희망을 주려고도, 교훈을 전할 의도도 없지만 내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마력. 쥐뿔도 없이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갈파하던 제갈량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리니. [신년 운세는?] 남을 누를 가업은 아니 되니 홀로 살길을 도모할지어다. 물산이 풍부한 오나라 ‘진격의 거인’디즈니만 한 화력은 아니다. 그래도 ‘만화의 곡창지대’ 일국(日國)에서 나고 자라 바탕이 넉넉하지 아니한가. 원작은 지네 나라에서만 누적판매 4000만 부를 넘겼다. 한반도에서도 14권까지 출간돼 60만 부 이상 팔아치웠다. 그만큼 우군(팬 층)의 지지가 빵빵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식인 거인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 직전에 놓였단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진격의…’는 왠지 종교무예집단 냄새가 짙다. 신앙이 두텁기에 내딛는 발길에도 거침이 없으리니. 분명 볼 사람은 볼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공력 시전이 이미 노출됐다는 약점도 두드러진다. [신년 운세는?] 안으로 내실을 기하면 곳간은 차고 넘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두둥~, 한미일 만화영화 삼국지!’ (※부끄럽더라도 살짝 변사 톤과 발음으로 읽으면 감칠맛이 산다.) 서기 2015년. 정월에 들어서자 조선의 극장가는 만화영화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했구나. 먼저 깃발을 올린 건 ‘빅 히어로’ 되시겠다. 세계를 주름잡는 아메리카 디즈니 족이 21일 출정을 선포하는 게 아닌가. 이에 다음날로 야심만만한 젊은 여장수가 이끄는 한국의 ‘생각보다 맑은’ 무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기회만 엿보던 일본의 에쑤에푸(SF) 애니메이숀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도 29일 이름처럼 진격을 선언했다. 아, 아스라이 떠오르는 삼국지연의의 향취여. 위촉오(魏蜀吳)와 같은 3편의 만화 앞에 어떤 운명의 신이 버티고 섰단 말인가.●대제국을 꿈꾸는 위나라 ‘빅 히어로’ 뭔 수사가 그리도 필요하리오. 들인 군비가 미국 돈 1억6500만 딸라(약 1785억 원). 대륙을 뒤흔든 조조의 기세가 푸드득 밀려든다. 게다가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에서 ‘겨울왕국’으로 1000만 제국을 건설했던 여운이 아직도 입안을 감도는 바에야. ‘렛 잇 고’ 사자후(獅子吼)로 청각을 손상시켰던 추억. 올해는 ‘무쇠 팔 무쇠 다리’(실은 물렁 팔 물렁 다리) 로봇 신공으로 갈아입었다. 천재 소년 히로(라이언 포터)가 자신의 형인 공학도 테디(다니엘 헤니)가 만든 로봇과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전법. ‘따뜻한 유머’를 연마한 디즈니 파와 초인 영웅에 일가견이 있는 마블 파가 힘을 합치어 새로운 무예를 선보인다. 조선을 홀릴 미약(媚藥)도 마련했다.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가 이끄는 디즈니 군단은 다니엘 헤니는 물론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도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고고’는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실제로 쇼트트랙 한국낭자의 기운이 넘실거리질 않나. 허나 세 살배기 갓난애도 몽환에 빠뜨렸던 ‘함께 눈사람 만들래’를 재현하기엔 다소 소년 취향의 분위기가 강하지 싶다. ▲[신년운세는?] 아, 기상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틈새시장 일구고픈 촉나라 ‘생각보다 맑은’ 흑, 차라리 묻지 말라. 디즈니 뒤에 제작비를 까는 건 법도에도 어긋난다. 그보다 주목할 건 예상 밖으로 현란한 초식일지니. ‘럭키미’ ‘사랑한다 말해’ ‘학교가는 길’ ‘코피루왁’ 4편의 옴니버스 작품은 각기 다른 다양한 그림체와 주제를 쏟아냈다. 모두 26세 한지원 감독이 거의 혼자서 일궈낸 결과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앳된 외모에 방심했다간 파르라니 매서운 칼끝에 소스라칠 터.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등장시켜 담박하되 정확하게 맥을 찍어온다. 굳이 희망을 주려고도, 교훈을 전할 의도도 없지만 내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마력. 쥐뿔도 없이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갈파하던 제갈량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리니. ▲[신년운세는?] 남을 누를 가업은 아니 되니 홀로 살 길을 도모할 지어다. ●물산(인프라)가 풍부한 오나라 ‘진격의 거인’ 디즈니만한 화력은 아니다. 그래도 ‘만화의 곡창지대’ 일국(日國)에서 나고 자라 바탕이 넉넉하지 아니한가. 원작은 지네 나라에서만 누적판매 4000만 부를 넘겼다. 한반도에서도 14권까지 출간돼 60만 부 이상 팔아치웠다. 그만큼 우군(팬 층)의 지지가 빵빵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식인 거인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 직전에 놓였단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진격의…’은 왠지 종교무예집단 냄새가 짙다. 신앙이 두텁기에 내딛는 발길에도 거침이 없으리니. 분명 볼 사람은 볼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공력 시전이 이미 노출됐다는 약점도 두드러진다. ▲[신년운세는?] 안으로 내실을 기하면 곳간은 차고 넘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도 ‘샤를리’였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최근 파리 테러와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데밀’상을 수상한 배우 조지 클루니는 “프랑스인이 (테러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려 행진했다. 우리 역시 그럴 것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국 배우 헬렌 미렌도 드레스에 펜을 꽂고 나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 캐시 베이츠와 다이앤 크루거도 ‘내가 샤를리다’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전화나 종이를 들어 보이며 동참했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공동사회자인 티나 페이는 “오늘밤은 북한이 승낙한 영화에 축하를 보내는 자리”라고 농담을 던졌고 한국계 코미디언 마거릿 조는 인민군 복장으로 등장해 북한의 소니 해킹을 풍자하는 콩트를 펼쳤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테오 킹마 회장도 “북한에서 파리까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 사건은 레드카펫 분위기도 바꿨다. 여배우들은 애도의 의미로 검은색을 주로 택했고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심을 모은 클루니와 미모의 인권변호사 아내 아말 알라무딘 부부는 블랙 커플 룩을 선보였다. 알라무딘은 ‘디오르 오트쿠튀르’의 우아한 블랙 드레스에 흰 장갑과 클러치를 매치해 호평을 받았다. 제니퍼 애니스턴도 ‘생로랑’ 블랙 드레스를 택했다. 액세서리를 절제하고 립스틱 색도 차분했지만 드레스의 비즈 장식과 옆트임이 포인트였다. ‘마르케사’의 톤 다운된 보라색 튜브톱 드레스를 택한 케이티 홈스도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지 않은 절제된 모습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퍼트리샤 아켓) 등 3관왕에 올랐다. 남녀주연상은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줄리앤 무어(‘스틸 앨리스’)가 각각 수상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차지했다.정양환 ray@donga.com·김현수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뿐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4세인 리엄 니슨 옹과 52세가 된 키아누 리브스 아저씨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테이큰’으로 뒤늦게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니슨은 2편에서 힘들게 구해냈던 전처 레니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테이큰3’로 다시 정열을 불태웠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다. 1일 개봉해 벌써 134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리브스는 21일 개봉하는 ‘존 윅’으로 연륜 액션의 맥을 잇는다. 니슨과 용띠 ‘띠동갑’이라 어르신 취급이 억울하겠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은퇴 킬러에게서 ‘매트릭스’ 때만큼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전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후하고 진득한 두 배우의 액션을 비교해봤다.[무술 소화력] 니슨 리브스 ↓ 전작에서 이어진 연상효과겠지만 니슨은 이제 그냥 브라이언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나 전직 특수요원 맞아’란 분위기가 차고 넘친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졌는데도 잠시 흔들릴 뿐 곧바로 냉정을 찾을 줄이야. 역시 훈련받은 스파이는 특별하다. 다만 2편 말미에 “나도 이제 지쳤다”란 솔직함 가득한 대사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리브스도 크게 흠 잡을 덴 없으나 왠지 모든 걸 잃은 처절함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영화에서 존 윅은 사랑 때문에 범죄세계를 떠났지만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기구한 운명. 그런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망가뜨린 이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라기엔 너무 차분하다. 리브스는 ‘콘스탄틴’(2005년)의 시니컬했던 존이 더 잘 맞는 옷일지도.[전술 숙련도] 니스 = 리브스 요즘은 인턴을 뽑아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의 약력은 전직 특수요원이랑 전직 넘버원 킬러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내달리는 스포츠카에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고(존 윅), 경찰에 FBI, CIA까지 다 출동해도 발끝에도 못 미친다(테이큰3). 미묘한 차이라면 니슨은 공무원 출신답게 정보 수집과 병법에 뛰어나다. 1편부터 사소한 단서만 찾아도 맥가이버처럼 신통방통했던 면모는 여전하다. 필요하면 거짓 체포도 당하고, 고문도 불사한다. 리브스는 임기응변이 두드러진다. 아, 러시아 범죄조직의 보스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존을 이렇게 찬양해 마지않는다. “연필 하나로 4명을 때려잡는….” 최배달의 재림인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존 윅이란 신분만 노출하면 보디가드도 물러선다. 총 쏘는 폼은 리브스가 살짝 낫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뿐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4세인 리암 리슨 옹과 52세가 된 키아누 리브스 아저씨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테이큰’으로 뒤늦게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리슨은 2편에서 힘들게 구해냈던 전처 레니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테이큰3’로 다시 정열을 불태웠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다. 1일 개봉해 벌써 134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리브스는 21일 개봉하는 ‘존 윅’으로 연륜 액션의 맥을 잇는다. 리슨과 용띠 ‘띠 동갑’이라 어르신 취급이 억울하겠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은퇴 킬러에게서 ‘매트릭스’ 때만큼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전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후하고 진득한 두 배우의 액션을 비교해봤다.●무술 소화력: 리슨 < 리브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브라이언 밀스(리슨)는 이제 태극권에 입문했나 보다. 손만 까딱까딱 하거나 타고난 덩치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래도 추풍낙엽처럼 적들은 나가떨어지니 역시 고수는 남다르다. 물론 1,2편에서도 화려한 초식은 딱히 없지만, 이번엔 ‘무표정 암살자’ 스티븐 시걸이 떠오를 정도다. 근데 달려가는 건 왜 이리 숨차 보이는지. 이에 비해 전설로 불렸던 킬러 역을 맡은 리브스는 하도 현란해서 의심이 든다. 5년이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은퇴자가 최신 주짓수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옹박’(2003년)의 토니 자까진 아니어도 ‘아저씨’(2010년)의 원빈은 ‘맞짱’ 뜰 듯. 착각이겠지만, 왠지 ‘아저씨’의 액션 신을 참조한 기분도 든다.●폼생폼사 지수: 리슨 > 리브스 전작에서 이어진 연상효과겠지만, 리슨이 이제 그냥 브라이언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나 전직 특수요원 맞아’란 분위기가 차고 넘친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졌는데도 잠시 흔들릴 뿐 곧바로 냉정을 찾을 줄이야. 역시 훈련 받은 스파이는 특별하다. 다만 2편 말미에 “나도 이제 지쳤다”란 솔직함 가득한 대사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리브스도 크게 흠 잡을 덴 없으나, 왠지 모든 걸 잃은 처절함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영화에서 존 윅은 사랑 때문에 범죄세계를 떠났지만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기구한 운명. 그런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망가뜨린 이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라기엔 너무 차분하다. 리브스는 ‘콘스탄틴(2005년)’의 시니컬했던 존이 더 잘 맞는 옷일지도.●전술 숙련도: 리슨=리브스요즘은 인턴을 뽑아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의 약력은 전직 특수요원이랑 전직 넘버원 킬러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내달리는 스포츠카에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고(존 윅), 경찰에 FBI, CIA까지 다 출동해도 발끝에도 못 미친다(테이큰3). 미묘한 차이라면 리슨은 공무원 출신답게 정보수집과 병법에 뛰어나다. 1편부터 사소한 단서만 찾아도 맥가이버 마냥 신통방통했던 면모는 여전하다. 필요하면 거짓 체포도 당하고, 고문도 불사한다. 리브스는 임기응변이 두드러진다. 아, 러시아 범죄조직의 보스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존을 이렇게 찬양해마지 않는다. “연필 하나로 4명을 때려잡는….” 최배달의 재림인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존 윅이란 신분만 노출하면 보디가드도 물러선다. 총 쏘는 폼은 리브스가 살짝 낫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칼 캐스퍼(존 패브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급 레스토랑 셰프. 자부심이 대단한 유명 요리사이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앤서니)의 맘도 몰라주는 이혼남이기도 하다. 음식평론가 램지(올리버 플랫)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먼)와 메뉴를 놓고 다투다 결국 사장 고집을 따랐지만 최악의 혹평을 받고 만다. 홧김에 램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험담을 주고받다 싸움을 벌이고 레스토랑까지 관두는데…. 문제 요리사로 찍혀 갈 곳 없던 캐스퍼는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가 제안한 푸드 트럭에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참 의외다. ‘아이언맨’ 1, 2편을 연출한 패브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라기에, 대작 프로젝트에 지친 감독의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품일 줄 알았더니 큰 오산이었다. 확실히 소품이긴 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 114분 내내 유쾌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의 메인요리는 역시 패브로다. 딱 봐도 감독 같은 덩치가 섬세하면서도 뚝심 있는 주방장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 푸드 트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데 그런 노력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하긴 주방 직원을 이끄는 셰프와 영화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은 왠지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 호프먼은 물론이고 아이언맨으로 친분을 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같은 스타들이 단역으로 등장해 고급 조미료를 듬뿍 쳐준다. 이런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사이드메뉴는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으로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다. 쿠바식 샌드위치부터 텍사스 바비큐, 뉴올리언스 베네(밀가루 튀김 요리의 일종) 등 침샘을 마구 자극하는 먹거리가 쏟아진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주꾸미볶음 같은 한국음식도 선보이는데, 이는 요리 자문을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일 터. 미국에서 한식과 멕시코 요리를 접합한 ‘코기 BBQ’를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그를 감독이 적극 섭외했단 후문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뻔한’ 흐름이 대충 눈에 보인다. 자기 일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던 요리사가 가족과 친구 덕에 역경을 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허나 뻔한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법. 아들에게 하는 “난 최고의 남편도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란 전형적인 대사가 전혀 식상하질 않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땜에 식욕이 확 당기는 건 감점 요소일지도.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급 레스토랑 셰프. 자부심이 대단한 유명 요리사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의 맘도 몰라주는 이혼남이기도 하다. 음식평론가 램지(올리버 플랫)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만)와 메뉴를 놓고 다투다 결국 사장 고집을 따랐지만 최악의 혹평을 받고 만다. 홧김에 램지와 SNS로 험담을 주고받다 싸움을 벌이고 레스토랑까지 관두는데…. 문제 요리사로 찍혀 갈 곳 없던 캐스퍼는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가 제안한 푸드 트럭에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참 의외다. ‘아이언맨’ 1,2편을 연출한 파브로가 감독 주연을 맡은 영화라기에, 대작 프로젝트에 지친 감독의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품일 줄 알았더니 큰 오산이었다. 확실히 소품이긴 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 114분 내내 유쾌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의 메인요리는 역시 파브로다. 딱 봐도 감독 같은 덩치가 섬세하면서도 뚝심 있는 주방장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 푸드 트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데 그런 노력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하긴 주방 직원을 이끄는 셰프와 영화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은 왠지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 호프만은 물론 아이언맨으로 친분을 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같은 스타들이 단역으로 등장해 고급 조미료를 듬뿍 쳐준다. 이런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사이드메뉴는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으로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다. 쿠바 식 샌드위치부터 텍사스 바비큐, 뉴올리언스 베녜(beignets·밀가루 튀김 요리의 일종) 등 침샘을 마구 자극하는 먹거리가 쏟아진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주꾸미볶음 같은 한국음식도 선보이는데, 이는 요리 자문을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일 터. 미국에서 한식과 멕시코 요리를 접합한 ‘코기 BBQ’를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그를 감독이 적극 섭외했단 후문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뻔한’ 흐름이 대충 눈에 보인다. 자기 일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던 요리사가 가족과 친구 덕에 역경을 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허나 뻔한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법. 아들에게 하는 “난 최고의 남편도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란 전형적인 대사가 전혀 식상하질 않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땜에 식욕이 확 당기는 건 감점 요소일지도.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5년은 돌아온 탕아의 해? 보통 방탕한 이를 일컫는 탕아는 부정적인 뜻. 하나 방탕을 “마음이 들떠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읽자면 올해 영화계엔 꽤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타이틀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들 대작 속편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1일 개봉한 리엄 니슨 주연의 ‘테이큰3’와 15일 선보일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본게임을 앞둔 몸풀기에 불과하다. ○ 봄=슈퍼 히어로 떼와 자동차 액션 ‘초인들이 진짜 OO천국에서 회식을 할까?’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이후 국내에서 숱한 패러디가 양산됐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4월 봄바람을 맞으며 찾아온다. 2012년 1편이 국내에서 약 707만 명을 동원했다. 제작사 마블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첫 번째 공식 트레일러에선 서울 시내가 배경으로 나왔다. 미국 연예 정보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12일 두 번째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2편은 초인 집단이 인류를 파괴하려는 인공지능로봇 울트론과 대적하는 게 기본 뼈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한국 배우 수현은 과학자 ‘닥터 조’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시리즈를 이어 온 ‘분노의 질주’도 7편을 4월에 개봉한다. ‘스트리트 레이싱 액션’이란 장르를 개척한 이 작품은 열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1편부터 주연을 맡았던 배우 폴 워커가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며 유작이 됐다.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매드 맥스’ 시리즈도 5월에 돌아온다. 1985년 3편 이후 30년 만의 귀환. 아쉽게 깁슨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영국 미남 배우 톰 하디와 니컬러스 홀트가 출연했다.○ 여름=공룡과 미래 기계인간 1993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쥬라기 공원’도 6월 4편 ‘쥬라기 월드’를 내놓는다. 2001년 3편 이후 12년 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고, 2012년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을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슈퍼볼 방송 때 TV 광고를 내보내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7월엔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선보인다. 4편 ‘미래 전쟁의 시작’ 이후 6년 만이며, 1편을 개봉한 지 31년째다. 1947년생으로 일흔에 가까운 아널드 슈워제너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인기 덕에 국내에서도 여신으로 불리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출연도 화제다.○ 가을 & 겨울=톰 아저씨와 우주전쟁 가을인 10월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된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부터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그대로 주연을 맡았고, ‘만 51세’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로 나온다. 11월엔 지난해 파트1을 공개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파트2가 나온다.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가을보단 겨울이 더 기대된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연말에 찾아올 예정이기 때문. 프리퀄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2005년)가 나온 지 10년 만이다. 특히 오리지널에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이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나중에 4∼6편으로 명명된 원조 스타워즈(1977∼1983년) 이후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건 처음이다. 1996년 이래 꾸준히 시리즈를 내놓은 ‘미션 임파서블’도 연말에 5편이 등장한다. 첫 편 출연 때 34세였던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올해 53세. 2011년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흥행기록(758만 명)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1년 2편이 500만 명 관객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3편도 연말 개봉 예정.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5년은 돌아온 탕아의 해? 보통 방탕한 이를 일컫는 탕아는 부정적 뜻. 허나 방탕을 “마음이 들떠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읽자면 올해 영화계엔 꽤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타이틀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들 대작 속편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1일 개봉한 리암 리슨 주연의 ‘테이큰3’와 15일 선보일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본 게임을 앞둔 몸 풀기에 불과하다. ●봄=슈퍼히어로 떼와 자동차 액션 ‘초인들이 진짜 OO천국에서 회식을 할까?’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이후 국내에서 숱한 패러디가 양산됐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4월 봄바람을 맞으며 찾아온다. 2012년 1편이 국내에서 약 707만 명을 동원했다. 제작사 마블은 지난해 10월 선보인 첫 번째 공식 트레일러에선 서울 시내가 배경으로 나왔다. 미 연예정보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12일 두 번째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2편은 초인 집단이 인류를 파괴하려는 인공지능로봇 울트론과 대적하는 게 기본 뼈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한국배우 수현은 과학자 ‘닥터 조’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시리즈를 이어온 ‘분노의 질주’도 7편을 4월에 개봉한다. ‘스트리트 레이싱 액션’이란 장르를 개척한 이 작품은 열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1편부터 주연을 맡았던 배우 폴 워커가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며 유작이 됐다.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매드 맥스’ 시리즈도 5월에 돌아온다. 1985년 3편 이후 30년 만의 귀환. 아쉽게 깁슨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영국 미남배우 톰 하디와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했다. ●여름=공룡과 미래 기계인간 1993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쥬라기 공원’도 6월 4편 ‘쥬라기 월드’를 내놓는다. 2001년 3편 이후 12년 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고, 2012년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을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다음달 1일(현지 시간) 슈퍼볼 방송 때 TV광고를 내보내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7월엔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도 선보인다. 4편 ‘미래 전쟁의 시작’ 이후 6년 만이며, 1편이 개봉한지 31년째 된다. 1947년생으로 일흔에 가까운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인기 덕에 국내에서도 여신으로 불리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출연도 화제다.●가을&겨울=톰 아저씨와 우주전쟁 가을인 10월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된다. 2008년 ‘007 컨텀 오브 솔러스’부터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그대로 주연을 맡았고, ‘만 51세’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로 나온다. 11월엔 지난해 파트1을 공개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파트2가 나온다.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가을보단 겨울이 더 기대된다. 과학공상(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연말에 찾아올 예정이기 때문. 프리퀄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2005년)가 나온 지 10년 만이다. 특히 오리지널에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이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나중에 4~6편으로 명명된 원조 스타워즈(1977~1983년) 이후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건 처음이다. 1996년 이래 꾸준히 시리즈를 내놓은 ‘미션 임파서블’도 연말에 5편이 등장한다. 첫 편 출연 때 34세였던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올해 53세. 2011년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흥행기록(758만 명)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1년 2편이 500만 명 관객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3편도 연말 개봉 예정.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