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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주 중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약 1만2000명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완료하기로 했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실제 면허정지 처분이 시작된다. 또 경찰은 고발에 대비해 전공의 수천 명을 동시에 수사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주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칠 계획이다. 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912명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94명(92.9%)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사전통지서 발송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전통지서에는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이 이뤄질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또 ‘의견이 있으면 20일 내 제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5일부터 사전통지서가 발송된 만큼 일부 전공의는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송달이 확인됐음에도 의견을 안 내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직권 처분이 내려진다. 3개월 면허가 정지된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미뤄질 수 있다. 집에 사람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송달이 안 이뤄진 경우 정부는 재차 통지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또 면허정지 처분과 별개로 형사고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이 본격화되면 최대 수천 명을 동시에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고 분산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7일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일반 전공의는 일선 경찰서에서, 주동자와 범죄 혐의가 중한 전공의는 각 시도경찰청에서 각각 맡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실명이 담긴 리스트가 공유되고,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글에 원색적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경찰은 복귀 전공의 실명 공유 및 협박성 댓글에 ‘구속 수사’를 거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복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일부를 캡처해 공유했다. ‘전공의가 있는 전원(병원 간 이송) 가능한 병원 안내 드린다’는 제목의 글에 병원마다 남은 전공의 실명 일부 및 전공, 연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글쓴이는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 정지보다 제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다.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커뮤니티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해 비판적 글이 올라오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공무꾼’(공무원을 비하하는 말)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버러지 ××’ ‘자식들 앞날에 사고와 악재만 가득할 것’ 등의 표현도 난무했다. 의대 교수들을 ‘×수’라고 지칭하며 “화끈하게 사직하든가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 면허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 리스트 작성자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의사사회, 폐쇄적 배타적 특성”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은 “의료계는 의예과 1학년부터 전문의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좁은 사회”라며 “2020년 파업 때도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두고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했다.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두고 의사단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들은 모범적인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이 의사로 밝혀질 경우 제재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소속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과 전공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전공의 복귀와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경찰 “구속 수사 추진” 법조계에선 의사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의택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전공의 복귀를 막으려 한 의도가 입증된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7일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 구속 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 전 병원 PC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는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최근 일부 개원의가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채용 공고를 내는 걸 두고서도 “전공의 규정에 따르면 수련기관 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6일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진료현장을 벗어난 전공의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도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실명이 담긴 리스트가 공유되고,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글에 원색적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경찰은 복귀 전공의 실명 공유 및 협박성 댓글에 ‘구속 수사’를 거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복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일부를 캡처해 공유했다. ‘전공의가 있는 전원(병원 간 이송) 가능한 병원 안내드린다’는 제목의 글에 병원마다 남은 전공의 실명 일부 및 전공, 연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글쓴이는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 정지보다 제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다.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커뮤니티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해 비판적 글이 올라오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공무꾼(공무원을 비하하는 말)’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버러지 XX’ ‘자식들 앞날에 사고와 악재만 가득할 것’ 등의 표현도 난무했다. 의대 교수들을 ‘X수’라고 지칭하며 “화끈하게 사직하든가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 면허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 리스트 작성자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의사사회, 폐쇄적 배타적 특성”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은 “의료계는 의예과 1학년부터 전문의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좁은 사회”라며 “2020년 파업 때도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두고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했다.‘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두고 의사단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들은 모범적인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이 의사로 밝혀질 경우 제재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소속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과 전공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전공의 복귀와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정보법 위반”…경찰 “구속수사 추진”법조계에선 의사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의택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전공의 복귀를 막으려 한 의도가 입증된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경찰은 7일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 전 병원 PC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는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최근 일부 개원의들이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채용 공고를 내는 걸 두고서도 “전공의 규정에 따르면 수련기관 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게 돼 있다. 겸직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되고, 처방전을 타인 명의로 발행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의료인에게만 허용한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도 개방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보건복지부는 4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에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방안 마련 연구’ 입찰공고를 게재했다. 올해 11월까지 문신사와 관련해 최종 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해당 연구 결과를 문신사 국가 자격증 발급과 위생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신 시술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며 “국회에 다수 발의된 법안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인이 직접 시술하지 않으면 위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문신사 연구용역이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한 ‘미용 의료 개선’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일부 미용 의료 시술 등에 대해 자격시험을 관리하는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미용 시술 중 일부를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해 ‘미용 의료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의사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비의료인 문신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여전히 문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5일 오후 10시 20분경, 경기 구리시 한양대 구리병원. 80대 여성 심정지 환자가 실려 오자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바쁘게 병상을 돌며 응급 환자를 진료하던 응급의학과 김창선 교수(46)를 필두로 응급실에 근무하던 간호사 대부분이 즉시 달려가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하지만 15분간의 사투에도 환자는 숨을 되찾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진료와 검사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4인 1조였던 응급실에 교수 혼자 남아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전국 수련병원 응급실 상당수는 말 그대로 ‘그로기(groggy·혼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수련 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자리를 지키던 레지던트 4년 차들이 지난달 말 수련을 마치자 병원을 떠나고, 이달 초 임용 예정이던 인턴과 레지던트 및 전임의(펠로)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공의 이탈 전까지 4명이 지켰던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에는 이날 김 교수뿐이었는데 동시에 환자 8명을 진료하고 있었다. 가운까지 벗어던진 채 환자를 살피는 김 교수의 주머니에선 휴대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응급실 수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119 전화였다. 김 교수는 피곤한 표정으로 “많을 땐 119에서 10분에 4, 5통씩 전화가 온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사흘에 한 번꼴로 ‘나 홀로 야근’을 한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병상이 18개 있어 전공의 이탈만 없었다면 환자 8명을 돌보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공의가 심정지 환자를 도맡는 동안 나머지 의사들이 다른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콧줄·소변줄 삽입, 진료 동의서 받기 등 막내 인턴이 하던 일까지 교수가 나서야 한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집단 사직 전엔) 당직 중이던 내·외과 전공의들도 필요할 때면 응급실로 내려와 진료를 도왔다. 이제 이마저 없어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진료 부담이 몇 배로 늘었다”고 했다.● “매일 사고만 안 나길 빌 뿐”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질 저하와 직결되고 최악의 경우 의료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평소 전공의가 초진을 하고 오더(처방)를 내리면 교수가 ‘더블체크’를 하는데 지금은 제가 실수하는 즉시 사고가 생긴다”고 했다. 수도권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매일 ‘내가 근무할 때 사고만 안 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근무를 서는 교수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경증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30% 넘게 줄어든 덕분에 병원들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진실이라는 게 의료계의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줄어도 중환자 수는 그대로다 보니 진료 부담은 거의 줄지 않는다”며 “공공의료원이 진료 공백을 메워준다고 하는데 조금만 중증이어도 ‘역량이 부족하다’며 받기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응급 전문의 70, 80명 사직”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번아웃’(탈진)을 견디다 못해 일부 전문의도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병원과 연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70, 80명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병원을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응급실 외에도 곳곳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수술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던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과목에 따라선 수술을 평소의 3분의 1로 더 줄이고 있다. 경희대병원 응급실은 당직 의사 부재로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부산대병원은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했다.구리=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4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텅 빈 의대 건물에선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강의실과 해부학 실습실도 조용하기만 했다. 석박사 통합 과정 6년 차 대학원생(30)은 “지난해 이맘때는 학교가 실습 가운을 입은 의대생들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다른 대학과 함께 진행하던 연구 과제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파업으로 중단돼 저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캠퍼스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다른 단과대가 신입생과 재학생으로 붐비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개강 연기는 아니고 임시 휴강 형태로 수업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의대 재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나면서 현장에선 수업이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휴학을 신청한 재학생은 1만3698명으로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73%에 달한다. 서울대, 연세대와 달리 개강을 연기한 대학도 많다. 성균관대 의대는 개강을 11일로 한 주 연기했다. 중앙대 의대도 8일로 개강을 미뤘다. 가톨릭대와 고려대 의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고려대 의대는 예과(1, 2학년)의 경우 전공이 아닌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대부분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고 유급된다. 이 때문에 의대 안팎에서 대규모 유급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학생 사이에서도 “이러다 유급되면 후배들과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원하는 과에 가기 어려워질 것 같다”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몸무게 70kg이면 (약은) 20g이 치사량입니다. 폐쇄회로(CC)TV 없는 곳에 ‘물건’ 넣어둘 테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13일 ‘안락사약’ 브로커라고 스스로 소개한 A 씨는 보안 메신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물건’은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 의약품을 뜻한다. 국내에서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의료 현장에서도 진정제와 마취제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개인 간 거래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A 씨는 비트코인으로 40만 원을 송금하면 이 안락사약을 ‘전문배송팀’이 집 근처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며 기자를 유혹했다.● 안락사약, 국내서 최소 10명 사용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허용 논쟁이 거센 가운데, 국내에서도 보안 메신저나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사약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불법 약물 거래는 엄단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완화의료에 무관심한 채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마저 금기시하는 사이 환자들이 음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부검한 사망자 가운데 스위스 등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총 1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명이 20, 30대였다. 국과수에 의뢰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B 성분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B 성분 약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해외 한국어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관련 수요는 적지 않다. 13일 한 해외 안락사약 판매 사이트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며 “평화롭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10일부터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락사약’ 관련 키워드가 1543건 올라왔다. 해외에서 안락사약을 들여오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C 씨는 2016년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샤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안 아프게 죽을 방법을 찾다가 (약을)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고통 끝낼 환자 권리도 고려해 달라” 안락사를 희망하는 이들 중에는 난치병이나 중증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안락사약을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있다는 60대 D 씨는 “12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고통을 끝낼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반신이 마비된 이명식 씨(62)는 “매일 면도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걸 멈출 환자의 권리도 우리 사회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안락사약 등 생명을 단축하는 약물을 팔거나 처방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형법상 자살 방조에 해당해 최고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 사기만 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임종을 앞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는 했다. 같은 법에 따라 말기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도 제도화됐다. 문제는 여전히 그 대상이 암 환자 등으로 좁고 정부 지원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호스피스 치료 병상은 1711개로 집계됐다. 2022년 암 사망자 8만3378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히 요양병원에선 연명의료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만, 그중 90% 이상이 윤리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어 연명의료 중단을 승인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안락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은 2022년 말 기준 117명으로 2019년 58명에 비해 3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김모 씨(39)는 “뇌출혈을 겪은 이후 고통을 참기 어려워져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로 떠나는 방안마저 고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헌재, 안락사 관련법 6년 만에 정식 심판 안락사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선 이달 5일 드리스 판 아흐트 전 총리(93)가 아내와 동반 안락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의사 조력 사망 제도가 11개 주(州)에서 법제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 안락사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 속에 사실상 수년째 멈춰 있다.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 부처와 윤리계 등의 반대 속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적극적 안락사 허용 여부를 정식 심판에 올려 결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의사 조력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를 정식 심판하기로 지난달 16일 결정한 것. 전문가들은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를 신중히 시작하는 한편, 고통이 심한 난치병 환자들이 대안으로 삼을 만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 교수는 안락사약 불법 거래에 대해 “(환자 입장에선) 대안이 없고 (안락사약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판단해 불법 거래까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두 소방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빈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두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빈소는 1일 오전 11시 문경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고인들을 추모하려는 동료 소방관 등 조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일반 시민들까지 빈소를 찾으며 밤늦게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와 그 주변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등 각계각층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했다.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그날따라 아들이 열심히 근무해야겠다며 간만에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해 아내가 차려준 국과 밥을 같이 먹었다”면서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수광아, 오늘도 근무 파이팅하자. 안전하게 근무해래이’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소방장의 18년지기 김모 씨(27)도 “중학생 때부터 소방, 경찰을 꿈꾸던 친구 네 명이서 나중에 다 같이 제복 입고 사진 찍자는 말을 나눴었는데…”라며 흐느꼈다. 분향소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동락관과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도 각각 설치돼 5일까지 추모객을 받는다. 문경소방서는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가 일했던 곳이고, 구미와 상주는 각각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고향이다. 도청 분향소에는 수백 명의 시민과 동료 소방관들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안동시민 김동수 씨(78)는 “나도 지난해 자식을 하나 잃어서 남 일 같지가 않아 찾아왔다”면서 “신년부터 정말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시신을 수습한 경북119특수대응단 소속의 추교민 소방교도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소방공무원 그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경소방서 분향소에도 일반 시민과 동료 소방관 200여 명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두 아이와 함께 온 서아름 씨(41)는 “소방관분들의 희생을 아이들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소방관들은) 전쟁 나면 국민들 위해서 총칼 들고 싸우는 군인들과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두 소방관에 대한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유가족과 동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순직 소방관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문경=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문경=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한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27)가 2019년 성탄절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그해 22세의 나이로 소방관이 된 그는 아이디에 119를 붙이고, 프로필에 ‘KOREA FIREFIGHTER(대한민국 소방관)’라는 소개문구를 걸었다. 성탄절 밤 근무가 고될 법도 하건만, 이날 근무복을 입고 찍은 사진 속 그의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저는 소방하고 결혼했어요.” 또 다른 순직 소방관인 박수훈 소방사(35)는 동료들이 ‘언제 결혼할 거냐’고 짓궂게 물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중사였던 그는 ‘사람을 구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며 2022년 2월 ‘늦깎이’ 소방관이 됐다. 두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늘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1일 동료들은 증언했다. 지난해 7월 경북 집중호우 땐 68일이나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고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동료는 “늘 현장에 먼저 뛰어드는 친구들이었다”고 했다. 동료 김춘영 소방위는 “남들 하기 싫은 걸 다 하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출동이 된 지난달 31일도 마찬가지였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이날 오후 7시 56분경 육가공품 제조공장의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 이들은 주저 없이 인명 수색을 위해 불이 난 3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3층 바닥이 무너졌다. 식품 조리를 위해 쌓아둔 식용유통 더미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안 그래도 무너지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이 삽시간에 붕괴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함께 출동한 다른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끝내 고립됐다. 불길은 거셌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는 거대했다. 동료 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진화했지만 1일 오전 1시경 김 소방교가, 오전 4시 14분경 박 소방사가 각각 잔해 속에서 숨진 채 수습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소방관의 순직에 대해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고귀한 희생과 노고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두 대원에 대해 1계급 특진과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훈장인 ‘옥조근정훈장’ 추서 했다.“불길 속 사람 있다” 한마디에,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동료들 “남 하기 싫은 일 하던 사람” 특전사 대원 출신 박수훈 소방사… 작년 예천 폭우땐 실종자 수색 앞장비번날도 출근하던 김수광 소방교… 인명구조사 합격뒤 구조대 자원 “항상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던 사람.”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박수훈 소방사(35)의 십년지기 송현수 씨(34)는 떠난 친구를 1일 이렇게 기억했다. 송 씨는 “박 소방사는 근무지인 문경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출동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워했을 정도”라며 “항상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로 근무하던 중 ‘사람을 구하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소방관에 지원해 2022년 2월 임용됐다. “불 속에 사람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뛰어든 그는 결국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면 된다’ 외치던 특전사 출신 구조대원 이번 화재로 순직한 박 소방사와 김수광 소방교(27)의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박 소방사와 김 소방교는 전날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소방관이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솔선수범하는 사람들’로 기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폭우 때도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앞장섰다. 박 소방사는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소방관 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2007년부터 박 소방사를 알고 지낸 김교철 상주시태권도협회장(50)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전 8기로 소방관을 준비했던 친구”라며 “10년가량 준비한 끝에 32세 늦은 나이에 소방관 임용에 성공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사는 2021년 소방공무원 최종 합격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격 소식과 함께 “아싸 소방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송 씨는 “항상 아이들을 챙겼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이 많이 따랐다”며 “아이들이 잘 못 따라와도 긍정적으로 ‘하면 된다!’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박 소방사는 장남으로 여동생이 둘 있는데 두 여동생의 학자금을 본인이 다 벌어서 대학을 졸업시켰다고 한다. 송 씨는 “(화재)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설마 했는데, 기사 내용과 정황이 다 박 소방사를 가리켜 한숨도 못 잤다”며 “힘든 시기가 길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비번에도 출근해 인명구조사 자격증 공부 김 소방교는 2019년도 공개경쟁 채용으로 임용돼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을 담았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김 소방교와 함께 일한 김모 소방위는 “남들 하기 싫은 걸 다 하고 싶어 했다”며 “비번에도 집에 안 가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던 친구였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에는 제60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평소 남다른 화재 예방 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소방공무원 등에게 매년 주어지는 표창이다. 이날 두 순직 소방관이 속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직원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단 채 침통함에 빠져 있었다. 센터의 한 팀장은 얼굴에 아직 닦지 않은 재가 묻은 채 울먹였다. 구조할 때 입고 나간 복장을 미처 갈아입지 못한 채 눈가는 빨갛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본보 기자가 다가가 말을 걸자 한 손에 담배와 장갑을 든 채 “미안합니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응답했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를 알고 지낸 동료 김모 소방위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동료 남모 소방관은 “항상 밝게 웃고 다니고 주변에 힘을 줬다”고 기억했다. 남 소방관은 “동료 중에서도 ‘사회생활 진짜 잘한다’ 싶은 사람들 있지 않나. 둘 다 그런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 예천군 폭우 피해 때도 실종 주민들을 찾기 위해 68일 넘게 지속된 수색 작업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물에 뛰어들던 사람들이다.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문경=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학교 내 중증·난치성(1형) 당뇨 환자의 치료 사각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10년째 제자리다. 보건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약물 목록에 혈당 조절(인슐린) 주사를 포함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논쟁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국회엔 ‘보건교사가 인슐린 투약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19대 국회 폐원과 함께 폐기됐다. 2017년 3월 국회가 재차 관련법 발의를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했을 땐 보건복지부가 “보건교사가 인슐린을 투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의료기관 내’로 정한 의료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2021년 10월엔 ‘소아당뇨 관리 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이번엔 복지부가 반대했다.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법의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소아 등만을 대상으로 새 법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말 3111명이던 전국 초중고 소아당뇨 환자는 2023년 4월 3855명으로 1년 4개월 만에 23.9% 늘었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기 부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산증을 겪은 환자만 2022년 한 해 733명이었다. 환자 관리를 위한 지침조차 불명확해 보건교사의 혼란도 크다. 2019년 교육부가 배포한 소아당뇨 학생 관리 지침에는 인슐린 주사 투여에 관한 내용은 없고,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의 지지자 역할을 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손모 씨는 “지침이 불명확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일부 교사는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 주기도 하지만, 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지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교사에게 인슐린 주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주되,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두식 변호사는 “명백한 입법 공백”이라며 “보건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투약 기록도 명확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소아당뇨 환자 단체와 현장 의료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19일 개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