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공의들이 말하는 ‘사직, 그후’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 시한으로 정한 20일 서울아산병원 필수의료과 레지던트 3명은 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동아일보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이들은 “고통받는 환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병원에 돌아갈 생각은 없고 내년에 전문의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필수의료 전문의가 필수의료를 못 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2000명을 늘려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아이들 보는 게 너무 좋았고, 제 삶을 소아청소년과에 바치고 싶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4년 차로 일하다 사직한 김서연 씨(33)는 환자 생각에 지금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병원 앞을 종종 찾는다고 했다. 김 씨는 “병원을 떠나던 날 암 수술을 앞둔 아이가 ‘수술 잘 받고 기다리겠다’고 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면서도 “병원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게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0일 서울아산병원 필수의료과에서 일했던 고연차 레지던트 3명이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병원을 떠난 이유와 현재의 심경 등을 밝혔다.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후 전공의 단체 지도부가 아닌 일반 전공의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언론에 나선 건 처음이다. 내년 전문의 자격 취득 시험을 앞둔 이들은 “이대로 의대 증원 정책이 강행된다면 내년도 전문의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 이탈 말곤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전략을 취하며 외부에 노출되는 걸 꺼렸다. 지난달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걸 제외하면 정부의 대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 씨는 그 이유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이 병원에 와 직원과 함께 전공의 근무시간을 확인했고 집에는 면허정지 사전통지서가 날아왔다. 정부도 매일 브리핑을 하며 전공의들을 압박하는데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고 돌이켰다. 이 병원 신경과 레지던트 4년 차로 일했던 윤명기 씨(30)도 “정부에서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려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내과 레지던트 3년 차로 일했던 백동우 씨(29)는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는데 계속 침묵만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향후 전략이나 계획이 불명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김 씨는 “주위에서 전략이 뭐냐고 묻는데 전공의들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나온 것도 아니고 향후 전략이 어떻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다”며 “솔직히 말하면 다른 방법이 없어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 늘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전공의들은 의사 수가 늘어도 지금 같은 구조에선 필수의료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 씨는 “필수의료 전문의가 되더라도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의사가 2000명 늘어도 대부분 미용의료 분야로 가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씨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지금도 매년 늘고 있는데 수가 문제, 소송 리스크 등 때문에 그 길을 포기하는 게 문제”라며 “최근 정부에서 (의료공백으로 투입된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필수의료를 한다는 이유로 사법적 처리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누가 필수의료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같은 과 1년 차 전공의들이 이번 사태 후 ‘이럴 줄 알았으면 일반 미용의료를 할걸’이라고 말하는 게 정말 슬프다”고 덧붙였다.● “환자 생각하면 무거운 마음” 이들은 모두 “환자를 생각하면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백 씨는 “황달로 병원을 찾은 여고생이 나은 후 선물한 네 잎 클로버 자수를 부적처럼 명찰에 달고 다녔다”며 “2월 20일 오전 7시 병원 앞에 경찰들이 깔린 걸 확인하고 짐을 정리하던 중 그 자수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또 “밥그릇을 위해 환자를 두고 나온 게 아닌데 오해가 쌓이고 비난을 받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의료공백 사태를 통해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깨진 것도 문제라고 봤다. 백 씨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는 어떤 약을 쓰는지만큼 중요하다”며 “환자들과 잘 지내며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아예 안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또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증원 정책을 일시 중지하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혀야 전공의 다수가 돌아갈 거라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부족한 의사 1만 명을 5년으로 나눠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나왔다는 걸 듣고 필수의료를 얼마나 단순하게 보는지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일시 정지하고 의사와 정부 관계자가 일대일 비율로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시작해야 복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병원을 떠나 급여가 끊긴 지 3개월째인 전공의들은 적금을 깨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백 씨는 “(정부 방침으로) 진료 행위를 할 수 없으니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 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하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게는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의사 중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돼 의료공백 사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는 만큼 의협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가 있는지 보건복지부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임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께 국민 모두에게 공명정대하게 공개되는 일대일 생방송 토론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올린 것에 답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임 회장이 대통령과 토론하자고 정부에 정식 연락한 것도 아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며 “대화를 하려면 대화 형식과 주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1일 취임 직후만 해도 “의대 정원 원점 백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일대일로 대화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증원이 기정사실화되자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임 회장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판사를 두고 “대법관 자리에 회유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아무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의사 중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돼 의료공백 사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있는 만큼 의협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가 있는지 보건복지부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임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께 국민 모두에게 공명정대하게 공개되는 일대일 생방송 토론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올린 것에 화답한 것이다.다만 이 관계자는 “임 회장이 대통령과 토론하자고 정부에 정식 연락한 것도 아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며 “대화를 하려면 대화 형식과 주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임 회장은 1일 취임 직후만 해도 “의대 정원 원점 백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일대일로 대화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증원이 기정사실화되자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임 회장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판사를 두고 “대법관 자리에 회유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아무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되 그 중 일부를 의사과학자로 뽑을 경우 의대생 등이 우려하는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 나왔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로 바이오헬스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과학자가 활약하는 글로벌 제약 시장은 연평균 약 5% 성장해 2027년 시장 규모가 1조9170억 달러(약 2600조 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회사 상위 10곳 중 7곳의 최고과학책임자(CSO)도 의사 출신이다. 의사과학자들은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반면 국내에선 의사과학자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연간 3800명 정도인데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졸업생은 30명 정도로 1% 미만”이라며 “의과학대학원도 대부분이 자연과학대나 공대 졸업생으로 충원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의 경우 100명 넘는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로 자리를 잡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보고서는 “늘어나는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하고 별도 선발체계와 교육과정을 적용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2000명을 모두 의사만으로 선발할 경우 “이공계 우수 인력의 의료계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고 의학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또 연구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의사과학자 트랙을 택한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했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 대해선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의료계에선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을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하며 병원을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됐다. 대통령실은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은 전공의의 행동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법원 결정에도 달라진 건 없다”며 버티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길어져 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안 그래도 지원자가 적은 필수의료 분야부터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들 “법원 결정으로 복귀 안 해”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16일 서울고법의 기각·각하 결정은 의료개혁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사법절차 내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선 20일까지 복귀해야 하는 만큼 전공의들도 돌아올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휴가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소명을 거쳐 (20일 데드라인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며 다소 늦더라도 돌아와 달라고 촉구했다.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1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또 매년 2월 말까지 수련을 마치는 게 원칙이지만 공백이 있는 경우 추가 수련을 5월 말까지 마쳐야 전문의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올해 레지던트 3, 4년 차의 경우 병원을 이탈한 시점부터 3개월 이상 지나면 수련을 내년 5월 말까지 마무리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전문의 자격 취득도 1년 늦어지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휴가나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한 달 정도 수련 기간을 제외할 수 있는데 그래도 6월 20일경까지는 복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요지부동이다. 18일 울산대 의대와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함께 연 의료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대부분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한성존 아산병원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 결정이 전공의 복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부가 한 달 더 유예기간을 줄 수 있다고 시사한 걸 두고도 “기한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일관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사단체 등의 소송을 도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18일 전공의들을 향해 “법원에 탄원서 하나를 낸 적이 있느냐. 너희는 유령이냐”라며 비판했다.● “흉부외과·신경외과부터 붕괴”전공의들이 다음 달 20일경까지도 안 돌아오면 내년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는데 이 경우 전문의 수가 적은 필수의료과부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배출된 2727명 중 흉부외과는 30명(1.1%), 신경외과는 93명(3.4%)에 불과하다. 또 전국적으로도 활동 중인 흉부외과 전문의는 1170명, 신경외과는 3089명뿐이어서 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경우 전국 곳곳에서 수술과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대형병원이라고 하지만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4명밖에 없는데 그중 한 명은 올해가 정년”이라며 “외과 수술에 최소 3, 4시간이 걸리는 만큼 교수 혼자 할 수 없고 전문의가 도와야 하는데 전문의가 충원되지 않으면 수술 건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전국에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100명가량인데 상당수가 수련을 포기하면 10년 뒤 국내에서 심장이나 폐 수술을 할 의사가 멸종되다시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편 의협은 22일 법원 결정과 관련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와 비공개 긴급 총회를 열고 총파업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20일부터 병원 등 의료기관에 방문할 경우 신분증을 지참해야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일부터 병원과 한의원 등을 찾는 경우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 등을 제시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신분증이 없는 경우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 신분을 확인하기 때문에 약국에선 따로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는 기존처럼 주민등록번호만 대고 진료받을 수 있다. 응급환자, 요양원 입소자 중 장기요양 등급 환자, 진료 의뢰 및 회송 대상자도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다. 신분증을 한 번 제시하면 같은 병원에선 6개월 동안 추가로 신분을 인증하지 않아도 된다. 신분증 등이 없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 진료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20일부터 병원 등 의료기관에 방문할 경우 신분증을 지참해야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거주자가 치료가 필요할 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일부터 시행하는 ‘요양기관 본인 확인 강화 제도’의 주요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신분증은 어디까지 허용되나.“건보공단이 인정하는 신분증에는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 등이 포함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가능하다. 신분증이 없는 경우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본인인증을 거쳐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한의원·약국에 갈 때도 신분증을 챙겨야 하나.“원칙적으로는는 병·의원, 한의원, 요양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보 혜택을 받으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 다만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 신분을 확인하기 때문에 약국에선 신분증 확인을 안 한다.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미성년자는 어떻게 하나.“미성년자는 기존처럼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환자, 요양원 입소자 중 장기요양 등급 환자, 진료 의뢰 및 회송 대상도 본인 확인 의무가 면제된다. 또 신분증을 한 번 제시하면 같은 병원에선 6개월 동안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신분증이 없으면 진료를 못 받나.“진료를 받을 순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 진료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19일까지 두 달 넘게 야간 진료를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억6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문의가 없다고 한다. 안성병원은 올 2월 홈페이지에 ‘의료진 공백으로 3월 1일부터 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가 중단된다’는 공지를 올리고 현재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구하고 있다.이 병원은 “지역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지난해 10월 18일부터 평일 오후 10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야간 진료를 해 왔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중 1명이 2월에 사직하면서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대학병원에서 파견돼 일하던 전문의 1명도 파견 기간이 만료돼 복귀했다. 전문의 1명만 남은 상태다 보니 야간 진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를 파견해 주던 대학병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의 여파로 추가 인력을 파견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안성병원은 야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2월 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올렸다. 1년 계약으로 연봉 약 2억6000만 원을 주는데 주간에 8시간 일하고 돌아가며 6시간 야근을 하는 방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주·야간 근무를 모두 하면 최대 주 70시간 일하게 된다”며 “여기에 계약직이고 휴일 및 당직 근무까지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들 입장에선 조건이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 진료가 중단되기 직전인 2월 안성병원이 공지한 야간 소아과 진료 일정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이 한 달에 평균 6.3일 야간 진료를 했는데 일주일 내내 주야간 진료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항고심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주며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현실화됐다. 정부가 올 2월 6일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꼭 100일 만이다. 다만 전공의 사이에선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의대 교수 사이에선 사직과 휴진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의료 공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1심과 달리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는 기각했다.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으로는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증원 규모에 대해선 “내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의대생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모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모집인원은 올해 3058명에서 내년도 4547∼4567명으로 늘게 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은 이달 31일까지 증원이 반영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모집요강에 따라 9월 수시전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시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원 결정 후 대국민 담화에서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에서 서두르더라도 결정이 나오려면 1, 2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때는 이미 모집요강 발표가 마무리된 다음이어서 더 이상 증원을 돌이키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전공의들이 못 돌아오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법원 “의대 증원, 학습권 침해 여지 있지만 공공복리 더 중요”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교수-전공의 등 신청자격 인정안해韓총리 “의료개혁 큰 산 넘었다”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뜻 밝혀… 교수들 자율 휴진도 확산될 듯 서울고법이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손을 들어준 건 증원 시 예상되는 의대생의 학습권 피해보다 증원 중단에 따른 공공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규모나 속도는 별개로 하더라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매년 2000명을 증원할 경우 헌법 등에 보장된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증원 규모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의대 증원 중단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은 의대 증원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와 달리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의대생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구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집행정지의 세 요건인 △신청인 적격성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없음 중 앞의 두 가지를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는 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을 중단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헌법 등에선 의대생의 학습권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각 대학이 증원분의 최대 50%를 감축해 내년도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한 것처럼 이후에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해 자체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원 유연하게 논의” vs “대법원에 재항고” 정부는 재판부 결정을 환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정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오늘 법원 결정으로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며 “(법원의 지적대로)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2000명) 정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법원에서 정부가 적법 절차를 갖춰 진행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 의사단체와의 대화 노력 및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정부가 제출한 허술한 근거 자료를 보고도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이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전의비는 논의를 거쳐 ‘일주일 휴진’ 등 예고했던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복귀가 더 어려워진 만큼 피로도가 높아진 교수들의 자율 휴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이 나온 집행정지 신청을 포함해 의대 증원 관련으로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이 정부나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총 1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을 포함해 법원이 의사들 손을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으로 의료공백이 종식되길 촉구한다”며 “의사들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이제는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어른이 된 후에도 술은 안 마실 거예요.” 15일 휴일을 맞아 ‘2024 서울헬스쇼’ 행사장을 찾은 초등학교 5학년 이유진 양(11)은 눈앞이 빙빙 도는 ‘음주 고글’을 체험한 뒤 같이 온 엄마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이 양은 보건복지부 부스에서 음주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고안된 고글을 착용한 채 고리 두 개를 5m 앞 고깔에 던졌으나 모두 빗나갔다. 마찬가지로 고리를 거는 데 실패한 신지아 양(11)은 “쉬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해보니 어지러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공공기관 부스에선 다양한 건강 관련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정의훈 씨(69·여) 부부는 오전 11시경 서울 종로구보건소 부스를 찾았다. 정 씨는 남편이 스트레스 측정기를 머리에 착용한 채 뇌파를 측정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눈을 감고 약 1분간 편안한 자세를 취하자 모니터에는 ‘두뇌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은 수준’이란 문구가 나타났다. 정 씨는 “남편의 경우 스트레스가 높게 나왔지만 나머지 수치는 모두 양호했다”며 “앞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금연지원센터 부스에서 상담을 받은 뒤 금연을 결심하거나, 금연 의지를 재차 다지는 시민도 있었다. 약 30년 동안 흡연을 하다가 한 달 전부터 금연을 시작했다는 설국한 씨(52)는 이날 10분가량 흡연의 유해성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서울시 금연지원서비스에 등록했다. 설 씨는 “흡연 충동과 금단 현상이 심해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물어보려고 왔다”며 “힘들 때마다 상담사에게 전화하면서 계속 금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스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룰렛 ○× 퀴즈’가 진행돼 참여 시민들이 상품으로 화장품을 받아 가기도 했다. 한국1형당뇨환우회 부스에선 시민들의 혈당을 무료로 측정해줬다. 20년째 당뇨를 앓고 있다는 한규식 씨(78)는 “최근 당뇨 약을 끊은 뒤 혈당이 걱정돼 체크를 받았다”며 “오늘은 일단 혈당이 118로 높지 않게 나와 다행이다. 앞으로도 혈당을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청 흡연폐해실험실. 연구원이 가느다란 스포이트를 전자담배 액상 용기 안에 넣었다. 끈적한 액체가 스포이트에 담기자 희석을 위해 파란색 실험용 유리관을 꺼냈다. 눈금을 관찰하며 액상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자 담배 성분 분석기 모터 소리가 들렸다. 이어 분석기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에 성분 분석 결과가 그래프로 나타났다. 이날 시연한 액상 전자담배에선 프로필렌 글리콜, 글리세린, 니코틴 순으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나경인 질병청 보건연구관은 “몸에 니코틴이 더 잘 흡수되게 하는 프로필렌 글리콜 성분이 액상담배에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에도 니코틴이 포함된 만큼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날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시험과 함께 인체에 축적된 니코틴 등을 측정하는 바이오마커 측정 시험을 시연했다. 미리 채취한 소변에 니코틴 함유 여부를 분석한 결과 흡연자의 니코틴 농도는 mL당 약 2만2000ng이 나왔다. 반면 12년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의 니코틴 농도는 mL당 약 1ng에 불과했다. 1ng은 10억분의 1g이다. 나 연구관은 “담배를 많이 피우면 몸에 니코틴이 많이 축척돼 여러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전자담배의 중금속 노출 정도를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담배 폐해 기획보고서: 신종 담배 소개’ 보고서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흡연 가능성을 3∼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공인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민선녀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과장은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산출하는 질병청 흡연폐해실험실은 WHO의 공인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담배의 유해성 성분 분석 기법 등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하나 더, 하나만 더!” ‘2024 서울헬스쇼’가 개막한 1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시민들이 외치는 격려 구호가 울려 퍼졌다. 아들 김은결 군(9)과 함께 ‘풀업(턱걸이) 챌린지’에 참가한 김민희 씨(43)의 턱걸이 행진이 잠시 멈추자 시민들이 응원에 나선 것이다. 김 씨는 다시 힘을 짜내 몸을 끌어올렸고 총 19개를 해내 박수를 받았다. 김 씨는 “컨디션 관리를 잘한 편이 아니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잘한 것 같다”며 웃었다. 아들 김 군도 23개의 턱걸이를 해내며 이날 모자는 ‘턱걸이 스타’가 됐다. 김 군은 “엄마보다 많이 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풀업 챌린지 1위는 강철부대 출신 이날 서울헬스쇼에는 풀업 챌린지 외에도 단체 줄넘기 대회, 점핑머신 체험 등 동료와 가족, 친구와 함께 땀 흘리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5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진행됐다. 관심을 모았던 턱걸이 대회에는 사전등록을 한 약 80명이 참가했다. 영광의 1등은 채널A 프로그램 ‘강철부대’ 시즌 3에 출연했던 제707특수임무단 출신 오요한 씨(30)에게 돌아갔다. 이날 턱걸이 50개를 한 오 씨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을 일찍 마치고 경기 파주시에서 왔다. 12년간 턱걸이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44개로 3위를 한 이래헌 씨(40)는 “턱걸이를 워낙 좋아해 경기 오산시에서 왔다”며 웃었다. 1등에게는 100만 원, 2등에게는 50만 원, 3등에게는 30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지만 등수를 떠나 참가자들은 최선을 다하는 서로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직장인 줄넘기 ‘포상 회식’ 내걸기도 낮 12시경부터 진행된 단체 줄넘기 대회에는 19개 팀이 참여했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이주현 씨(26) 팀이 우승했는데 직장 동료 5명이 함께 참가해 100회 줄넘기에 성공했다. 이 씨는 “시합 일주일 전부터 서울광장에서 연습에 매진했다”며 “상금 100만 원으로 동료들에게 맥주를 사겠다”고 말했다. 2위는 “잘하면 오마카세(주방장에게 맡기는 특선 요리)를 사주겠다”는 회사 대표의 말을 듣고 70회를 성공한 직장인 팀이 차지했다. 김지훈 씨(43) 팀은 “순위에 들면 한우를 쏘겠다”는 임원의 말을 듣고 의기투합해 46회 줄넘기에 성공했다. 순위권에는 못 들었지만 회사 측에서 줄넘기 멤버들에게 ‘한우 회식’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회에서 77개로 1등을 차지했던 고진혁 씨(34) 팀은 이날 2연패를 노렸으나 호흡이 안 맞아 5회만 성공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90여 명이 동시에 점핑머신 체험도 개그우먼 김혜선 씨가 오후 2시 반부터 진행한 점핑머신(트램펄린) 체험도 인기였다. 무대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김 씨를 비롯해 강사 4명이 먼저 점프를 시작했다. 이어 시민 약 90명이 강사들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1시간 동안 하늘로 뛰어오르기를 반복했다. 이승혜 씨(40)는 “지난해 서울헬스쇼 점핑머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즐거워서 올해도 남편과 사전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점핑머신 운동은 신체 밸런스 개선, 코어 근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동명 씨(25)는 “20대 남자도 숨찰 정도로 충분히 힘들었다”며 땀을 닦았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자료 공개는)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다.”(한덕수 국무총리)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의료농단, 국정농단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의사단체가 13일 공개한 것을 두고 의정은 각자 브리핑을 열어 상대를 거칠게 비판했다. 의사단체는 “공개 검증을 통해 2000명 증원 및 배정 결정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원을 결정했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확인해 배정했다”며 반박했다.● “증원-배정 근거 소명” vs “밀실 야합 논의” 양측의 주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2000명 증원 결정에 근거가 있는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보고서 3개가 모두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측했다”며 “이를 토대로 증원 시기와 방식을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발표 전 500명부터 3000명까지 증원 규모 추정치가 보도되는 상황이라 2000명 증원은 예측 가능했다”고도 했다. 반면 이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 김 회장은 “수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2000명은 올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국가 중요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복지부는 “당시 보정심 위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의사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지만 이들도 증원 취지에는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 과정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검증에 참여한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교별 조사는 매우 형식적이었고, 배정 과정은 밀실에서 근거 없이 진행됐다”며 “몇십 분 만에 실사를 마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대 40곳 중 26곳은 현장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교육부와 복지부는 이날 오후 긴급 합동브리핑을 갖고 “학교별 신청 규모를 기반으로 현재 교육 여건, 향후 투자계획, 지역필수의료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실사를 생략한 이유에 대해선 “자료가 충실히 왔기 때문에 자료와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계획을 확인했고 샘플링해 일부만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16, 17일 중 항고심 결과 나올 듯 정부는 가처분 신청인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법원 제출 자료에서 “신청인은 서울대 교수, 연세대 전공의, 부산대 학생, 수험생인데 서울대 연세대는 증원이 안 이뤄졌고 부산대는 내년도 모집인원이 38명 늘어 재학생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근거가 없다. 수험생은 개별 의대에 입학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단체 측에선 “증원으로 이익이 생기는 대학 총장이 소송을 제기할 리 없다. 교수, 전공의, 의대생이 원고 자격이 없다면 누가 극단적 정책 추진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반박했다. 항고심 결정은 16, 17일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가 추진하던 의대 증원은 당분간 중단된다. 박 차관은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까지 2, 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 기각 시에는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 이 경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면서 내년 전문의 배출 중단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장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간호사 정모 씨는 원래 이달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발령이 미뤄지는 바람에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는 “올 3월에 입사가 예정됐던 친구도 아직 발령을 못 받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의료 공백이 3개월째 이어지며 대형병원 경영난이 심화되자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직 종사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신규 간호사 출근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계약직 근로자들은 근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임상병리사 등 계약직 근로자들이 계약 연장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병동을 축소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할 일이 없어진 탓에 계약 연장이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병동을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인력이 일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3월 15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세브란스병원 계약직 근로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상 계약직 근로자 재계약은 매년 5월에 이뤄지는데 병원 내 업무가 줄어 환자 이송 업무 담당자 등의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있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조 위원장은 “계약직 근로자 대부분이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하청업체에 고용된 미화원들도 의료 공백으로 무급 휴직을 강요받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며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소병율 전국의료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미화원 등은 근무일을 하루 줄여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수입도 줄어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중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급휴직을 하거나 신규 발령이 중단 또는 연기된 경우가 적지 않다. 부천성모병원에서 일하기로 했던 한 간호사는 “3월에 발령을 받긴 했지만 병원에서 무기한 출근 연기를 통보받았다”며 “한창 일해야 할 때 출근이 지체되니 답답하다”고 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각 대학병원의 누적 적자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직전인 2월 16일부터 3월 말까지 500병상 이상인 전국 수련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24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238억 원 감소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병원은 수당 등 직원 급여 일부를 삭감하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부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70%가량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언론 기사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아무리 뜯어봐도 2000명 증원이 결정된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기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충격적” 반발에도 “기자들 기다린다”며 발표 강행 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동아일보가 이들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중 38건(69.1%)은 이미 공개된 자료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 의대 증원 및 배정을 논의한 4개 회의체 관련 자료는 4건 제출됐는데 회의록이 제출된 건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뿐이었다. 보정심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 23명 중 4명이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8년 폐교한) 서남대 같은 학교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 등의 발언을 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위원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이 많이 기다린다”며 1시간 만에 회의를 끝내고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전문위원 다수 “1000명 이하가 바람직”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회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였다. 또 5차 전문위가 열린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증원 규모를 제시한 위원 8명 중 6명이 1000명 또는 그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결국 공식 발표 전 2000명 증원이 명시된 건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과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회의당 4페이지 분량의 회의 결과 요약만 제출됐다.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 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별 실무점검에서 “다소 무리한 계획을 제출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대학도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가 배정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출한 건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이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제출 자료 대부분이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것”이라며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학별 의대정원 배정은 행정부의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가처분 기각을 요청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0명 증원 결정은 정책적 판단이며 그 근거와 과정 등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내년도 입시 일정 등을 감안해 13∼17일 중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장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간호사 정모 씨는 원래 이달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발령이 미뤄지는 바람에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는 “3월에 입사 예정이었던 친구도 아직 발령을 못 받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의료공백이 3개월째 이어지며 대형병원 경영난이 심화되자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직 종사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신규 간호사 출근이 수 개월째 지연되고, 계약직 근로자들은 근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서울아산병원에선 임상병리사 등 계약직 근로자들이 계약 연장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병동을 축소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할 일이 없어진 탓에 계약 연장이 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병동을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인력이 일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3월 15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세브란스병원 계약직 근로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상 계약직 근로자 재계약은 매년 5월에 이뤄지는데 병원 내 업무가 줄어 환자 이송 업무 담당자 등의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있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조 위원장은 “계약직 근로자 대부분이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하청업체에 고용된 미화원들도 의료 공백으로 무급 휴직을 강요받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며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소병율 전국의료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미화원 등은 근무일을 하루 줄여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수입도 줄어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중에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무급휴직을 하거나 신규발령이 중단 또는 연기된 경우가 적지 않다. 부천성모병원에서 일하기로 했던 한 간호사는 “3월에 발령을 받긴 했지만 병원에서 무기한 출근 연기를 통보 받았다”며 “한창 일해야 할 때 출근이 지체되니 답답하다”고 했다.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각 대학병원의 누적 적자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직전인 2월 16일부터 3월 말까지 500병상 이상인 전국 수련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24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238억 원 감소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병원은 수당 등 직원 급여 일부를 삭감하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부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 3건 중 2건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언론 기사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결정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기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정부 “내겠다”던 회의록, 명단 안 내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이 중 37건(67.3%)은 이미 공개된 자료였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의대 증원 및 배정을 논의한 4개 회의체 관련 자료는 5건 제출됐는데 회의록이 제출된 건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뿐이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전문위 회의 결과’ 문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문서에 회의록에 준하는 수준으로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배정위 명단 실명 공개는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등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출된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모집인원 배정 결과’ 등을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배정위원 명단도 없고 구체적인 회의 내용도 없었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기존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사단체 “과학적 근거 없고 재탕 자료 대부분”정부는 2000명 증원의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또 대부분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자료”라고 평가절하했다.정부 제출 자료를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대별 정원 배분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가서 진행한 실태조사 내용이 없다”며 “어떤 의대는 현장조사에서 교육 과정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걸로 평가됐는데 10명 미만이 배정됐고 어떤 의대는 총장 면담 위주로 진행했는데 70, 80명이 배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 검증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배정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도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를 토대로 2000명 증원 과정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2000명 증원 결정은 정책적 판단이며 그 근거와 과정 등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며 의사단체 주장을 반박했다.재판부는 내년도 입시 일정 등을 감안해 13~17일 중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내년도 입시에선 의대 증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기각할 경우 각 의대가 신청한 모집 인원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1489~1509명 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며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강행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의사단체는 반발하며 “10일 예정된 집단 휴진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국립대 교수들은 “정부는 의대 증원 목표치에 연연하지 말고 정원을 추가 조정하라”는 시국성명을 냈다.● 윤 대통령 “통일된 의견 없는 게 대화 걸림돌”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공백 해결을 위한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번에 해결할 복안이 있다면 정부가 30여 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겠느냐”며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또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국민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증원 방침 고수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정 갈등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 부재’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개원의 권익을 대표하는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병원협회, 대학협의회 등 다양한 의료계 단체가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것이 대화의 걸림돌”이라며 “1년 넘도록 (의료계와 협의를) 진행해 오는 동안 한 번도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냥) 계속 미루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의료계와 1년 넘게 이 문제를 다뤄 왔다”며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공감을 표시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한 걸 두고 “갈등 해결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해오던 방향으로 계속 밀고 나가면 문제 해결만 늦어지는 것”이라며 “국회에 대화 공간을 만들고 협의해야 정부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의사들 “기대도 안 했다. 10일 집단 휴진” 의사단체는 윤 대통령이 기존 증원 방침을 고수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근 전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추가 대책도 없고 그냥 (의대 증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19개 대학, 51개 병원이 속한 전국의대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0일 집단 휴진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창민 전의비 회장은 “오늘 발표는 처음부터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의료계의 통일된 안은 올해 의대 증원을 중단하고 같이 논의해 내년 정원을 합리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은 ‘2000명 증원’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2000명이란 숫자는 의대 증원 회의체에선 전혀 거론되지 않던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그동안 가동된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도 2000명 증원은 논의된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교협은 이날 서울고등법원에 의대 교수 2997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해 달라”고 했다. 의대뿐만 아니라 모든 단과대 교수가 소속된 거점국립대교수연합회는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일부 의사단체의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의대 정원은 의학교육 평가 기관에서 각 대학 인프라를 분석해 추가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진료와 수술이 대폭 줄어든 대형병원의 재정난은 심화되고 있다.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황은 상급종합병원의 존폐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이며 환자로 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단계”라며 “건강보험 청구액 선지급 같은 특단의 정부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