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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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문화 일반26%
인사일반18%
연극16%
사회일반13%
문학/출판11%
음악5%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2%
  • 딸 결혼식때 썼던 모자에 담긴 항암치료 아빠의 마음

    “부(父) 김성배, 모(母) 임오조의 장녀 종희(일명 공주님).” 1979년 아버지 김성배 씨가 결혼을 앞둔 큰딸의 결혼을 기념해 원고지에 적은 글이다. 성인이 된 딸을 ‘공주님’으로 부르는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난다. 김 씨는 양가 상견례와 결혼식은 물론이고 신혼여행과 신랑 측 함이 들어오는 날 일정까지 정성스레 적었다. 김 씨는 딸이 출산한 1984년 사위에게 손녀의 이름을 직접 지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가정의달을 맞아 기획전시실2에서 이 같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기획전 ‘아버지’를 지난달 30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총 3부 외 인터뷰 공간, 수집 자료 공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전시에선 아버지 144명의 마음이 담긴 소장품과 자료 등 150여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2부 ‘요즘 아빠&호랑이 아버지’에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전남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정약용은 1810년 부인 홍씨가 보낸 노을빛 치마를 잘라 만든 서첩 ‘하피첩’에 자식들에게 전할 글을 적었다. “몸과 마음을 닦으며 근검하게 살아라”, “학문과 처세술을 익혀 훗날을 대비하라” 등과 같은 교훈이 주로 적혀 있다. 박물관 변정숙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아버지는 마냥 엄했을 것 같지만 자식에 대한 애틋함만큼은 요즘 아버지 못지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보물로 지정된 하피첩은 보존 관리를 위해 이달 13일까지만 공개된다. 1934년 김교철(1880∼?)이라는 인물이 아들 정옥의 돌을 기념해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도 볼 수 있다. 천 명의 지혜가 아이에게 전해져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 명의 지인들에게 한 글자씩 부탁해 만든 천자문이다. ‘100인의 기억’이라는 이름의 자료 공간에서는 시민 100명이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리며 박물관에 기증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딸 정다솜 씨(33)는 아버지의 암 치료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가 사준 부채를 기증했다. 정 씨는 “여행지의 무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내게 아버지가 사준 부채”라며 “매년 여름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이건욱 씨(53)는 유학을 떠나던 1995년 아버지가 선물한 만년필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씨는 “30년간 늘 이것으로 메모하고 글을 써왔다”며 “(만년필로 쓴 글을 보면) 색은 바랬는데 무언가 고풍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구두, 월급봉투 등 고단한 밥벌이에 나서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릴 소장품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항암 치료로 듬성듬성해진 머리카락을 감추고자 딸 결혼식에 썼던 모자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소장품도 많다. 1996년 100만 부가 팔려 신드롬을 일으킨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 2004년 나온 동요 ‘아빠 힘내세요’ 등 아버지에 관한 도서와 음악도 즐길 수 있다. 또 부스에 마련된 다이얼 전화 2대를 통해 각각 들을 수 있는 아버지가 자녀에게,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남긴 육성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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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상이 그대를 속여도… ‘사기꾼 심리’ 알면 안 당한다

    “이 차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2016년 미국 수소 전기 트럭 기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한 말이다. 니콜라는 수소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트럭 영상을 선보였지만, 알고 보니 이 차는 전지와 모터조차 없는 ‘가짜’였다. 트럭을 언덕 위에서 굴려놓고 땅이 평평하게 보이도록 카메라를 조작해 만든 영상에 투자자들은 속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이 조악한 속임수에 속는다고?”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사기 행각이 실제로 발각되기 전까지 니콜라의 시가총액은 약 36조 원에 달해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포드를 넘어섰다. 신간은 많은 사람들이 교묘한 속임수와 사기에 속아 넘어가는 이유를 샅샅이 파헤친 심리학 책이다.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인지적 습관이 속임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설명한다. 가짜 뉴스, 이메일 피싱 사기부터 미국 월스트리트의 폰지 사기까지 다양한 속임수 사례들이 등장한다. 저자들은 성공적인 속임수는 예측, 집중, 전념, 효율 등 인간의 4가지 인지 습관을 활용해 벌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예측이 우리의 경험과 맞아떨어지면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크다. 조지 W 부시가 군 복무 당시 신체검사를 건너뛰는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해 2004년 9월 미국 CBS 뉴스 앵커 댄 래더가 사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CBS 취재진은 당시 공군수비대에 복무 중이던 빌 버킷의 제보를 토대로 이를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부시가 젊은 시절 한때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됐다는 사실이 보도에 영향을 끼친 것. 제보 내용과 기자들의 예측이 일치했기에 다른 취재만큼 제대로 제보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밀성, 일관성, 친숙함, 효능 등 사기꾼들이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 네 가지도 소개한다. 똑똑한 사기꾼들은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밀하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세상을 속인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최고경영자(CEO)는 정밀하게 위조된 자료들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미군에 기기를 납품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때는 미군이 어느 곳에 자신의 기기를 배치했는지, 어떤 회사가 기기의 정확성을 검증했는지 등 디테일한 정보를 계속 주입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짓말과 속임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예컨대 누군가로부터 일생일대의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다면 반드시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멋진 기회가 하필 나에게 찾아올 확률은?’ ‘내가 원하는 일과 상대가 원하는 일이 반드시 같을 확률은?’ ‘내가 속기 쉬운 상황과 장소에 처해 있진 않은가?’ 평범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사기꾼들은 모든 정보에 집중한다. 저자들은 속지 않으려면 사기꾼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운 이때,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기제를 마련해 놓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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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내리는 탄광시대… “삶의 터전 사라진다니 마음이 먹먹”

    “죽을 고비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광산 덕분에 자녀 셋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광산은 제게 살아가는 힘을 줬습니다.” 컴컴한 탄광 속에서 꼬박 37년. 일찍이 가정을 꾸려 23세이던 1986년부터 지하 1000m 깊이의 막장에서 석탄을 캐내다가 지난해 퇴직한 이재대 씨(61)는 이렇게 말했다. 15년 전 발파 작업 도중 탄가루가 쏟아지면서 막장에 갇힐 뻔하기도 했지만, 탄광 덕분에 그간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체감 온도 40도의 끔찍한 더위도, 날아다니는 석탄 가루도 이젠 추억이 됐다. 그가 일했던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는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오랜 시간 몸담은 직장이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먹먹합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석탄은 석유를 능가하는 핵심 에너지원이었다. 1960년대 경제 개발에 이어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도 국가 경제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역할은 지대했다. 그러나 값싼 수입 석탄에 비해 국내 탄광의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탄광 수가 지속적으로 줄었다. 정부의 석탄 증산 정책으로 1988년 347개에 달했던 국내 탄광 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1986년 6만8861명에 달했던 탄광 근로자 수도 현재 1000여 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문경·보령·태백 석탄박물관과 함께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석탄의 역사와 의미를 조명하는 ‘석탄시대’ 특별전을 지난달 26일부터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석탄에 삶을 의존했던 탄광마을 사람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1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국내에 남은 탄광은 3개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탄광으로 1936년 문을 연 태백 장성광업소가 6월 30일 문을 닫는다. 내년 6월 강원 삼척시 도계광업소마저 폐광되면 국내에서 공영 탄광은 사라지게 된다. 국내 유일의 민영 탄광인 삼척 경동 상덕광업소는 아직 폐광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에서는 1960년대 석탄 산업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증산보국(增産報國·석탄 생산량을 늘려 나라에 보답한다)’ 편액과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동명광업소 노동자에게 수여한 훈장증 등 130여 점이 전시된다. 3교대로 밤낮없이 일하던 광부들의 작업 상황과 안전교육 교재, 작업복 등 광부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품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에선 석탄의 형성부터 산업혁명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태백에서 채탄된 약 1m 크기의 무연탄과 수억 년 전 경북 문경과 충남 보령에서 자생한 식물 화석을 선보인다. 2부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탄광 여성 노동자나 광부의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 에필로그에선 폐광 이후 남겨진 석탄 산업유산을 문화산업지역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광부 화가’로 불린 황재형 작가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불순물을 골라내는 여성 광부를 그린 ‘선탄부’, 헤드랜턴을 쓴 채 어두운 갱도에서 밥을 먹는 광부들을 묘사한 ‘식사’ 등을 선보인다. 압축된 공기를 동력으로 암벽에 구멍을 뚫는 2.3m 높이의 착암기 실물과 광부들의 작업 영상도 볼만하다. 이 밖에 연탄 비누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우리에게 남겨진 석탄 산업의 유산과 뜨거웠던 석탄 시대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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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땀흘리며 놀아볼까… 공연보며 쉬어볼까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시내 박물관과 공연단체들이 각양각색의 행사와 공연을 선보인다. 아이 손 잡고, 즐겁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가득하다. 관람이 끝나고 아쉬운 분들을 위해 주변 볼거리도 함께 소개한다. ● 어린이박물관 즐기고, 서커스도 보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달 4∼6일 산하 어린이박물관의 입장 인원을 하루 1300명에서 1800명으로 늘린다.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예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진 해, 산, 물, 거북 등을 다룬 ‘십장생, 열 가지 이야기’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일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이 찼더라도 당일 노쇼 인원만큼 현장 관람이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을 마쳤다면 도보로 6, 7분 거리의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는 ‘어린이, 한글과 놀자’ 행사를 찾을 만하다. 어린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외마당에서 서커스 음악극, 비눗방울 퍼포먼스, 코미디 마술, 한글 퀴즈 맞히기, 책갈피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한글박물관 행사를 찾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인근 용산가족공원 산책을 추천한다. 야외 조각상과 연못을 구경한 뒤 너른 풀밭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울 도심권에서는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과 인근 고궁 나들이를 고려할 만하다. 어린이날 민속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분리수거를 실천하며 맑은 물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국악 뮤지컬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를 선보인다. 민속박물관과 이어져 있는 경복궁뿐 아니라 창덕궁에서는 1∼5일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경복궁에선 조선시대 군인인 갑사(甲士)의 선발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창경궁 통명전에서는 도장을 활용해 왕실 잔치 의궤도를 그리는 ‘화원 체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3일 개관하는 송파구 서울어린이백제박물관을 찾을 만하다. 1991년 문을 연 몽촌역사관을 전면 개편한 곳으로, 인터랙티브 영상 등을 활용해 전시장을 새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열려라 백제 왕성’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백제 역사를 설명한 전시를 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에는 백제 초기 왕성 터로 박물관과 맞닿아 있는 몽촌토성을 둘러볼 수 있다. 몽촌토성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는 대표적인 신석기 유적지인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있다.● 동화책이 현실로…청와대도 ‘눈높이 개방’ 어린이날을 맞아 다채로운 기획 공연들도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디즈니 만화영화 속 OST를 영어로 들려주는 ‘2024 디즈니 인 콘서트’가 열린다. ‘인어공주’, ‘라이온 킹’부터 ‘겨울왕국’, ‘위시’ 등 최근 개봉작까지 아우른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디즈니 만화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뮤지컬 배우 김환희, 이아름솔, 최민우, 이종석이 화음을 맞춘다. 4만4000∼11만 원. 인기 동화를 재창작한 뮤지컬도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센터 아트홀맥에서는 뮤지컬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이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판타지 동화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가 쓴 동명의 스테디셀러가 원작. 오래된 과자가게 전천당이 기묘한 힘을 가진 과자로 하루 한 명의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5만∼7만 원. 서울 광진구 상상나라 극장에서는 영국의 유명 그림책을 무대화한 뮤지컬 ‘고릴라’가 펼쳐진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통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앤서니 브라운이 원작을 썼다. 공연은 일하느라 바쁜 아빠로부터 주인공 한나가 고릴라 인형을 선물로 받으면서 시작된다. 한나의 꿈에 고릴라 인형이 나타나 함께 동물원에 놀러가는 여정을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전석 4만 원.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체험형 공연도 열린다. 서울 성북구 하땅세극장에선 가족극 ‘오버코트’가 공연된다. 매일 출근 전쟁을 치르는 아빠와 놀고 싶은 딸 제인의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와 라이브 음악으로 풀어냈다. 공연이 끝난 뒤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제인 역의 배우와 털실을 가지고 노는 행사가 이어진다. 전석 3만 원. 청와대 개방 2주년을 맞아 열리는 아동 그림 전시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동심을 다룬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1일부터 6월 3일까지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이 열린다.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자신의 일상과 희망을 그린 그림 1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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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송미술관 재개관展, 미공개 서화 등 선보여

    우리나라 최초 사립 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1년 7개월 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관을 기념한 전시에서는 미술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1906∼1602)의 일기를 비롯해 미공개 상태였던 서화들이 공개된다. 간송미술관은 다음 달 1일부터 6월 16일까지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은 1938년 설립된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로,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뒤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2022년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 전시에선 간송이 1936년부터 2년간 서화 및 골동 구입 내역을 직접 기록한 ‘일기대장’ 등 미공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복원 공사 과정에서 유물을 조사하던 중 발견됐다.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일기대장은 건물 설계비와 건축비는 물론이고 정원 인력의 인건비 등 간송이 지출한 모든 것이 적혀 있을 정도로 자세하다”며 “간송 컬렉션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1세대 근대 건축가 박길룡(1898∼1943)이 1938∼1940년 설계한 보화각 및 북단장 도면도 최초 공개됐다. 특히 각 도면에 설계된 건물을 3차원(3D) 모델링 영상으로 구현한 키오스크도 설치했다. 보화각의 현대적인 건물 외관과 반원형 돌출 구조의 비대칭, 벽돌과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 구조 등을 영상으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일본 화백 사쿠마 데쓰엔이 고종의 어명을 받아 제작한 ‘이백간폭도(李白看瀑圖)’, 1930년 제9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작으로 당선된 근대화가 노수현(1899∼1978)의 ‘추협고촌(秋峽孤村)’ 등이 전시된다. 1888년 미국 워싱턴에서 서화로 교유한 대한제국 주미 공사관원 강진희(1851∼1919)와 청국 공사관원 팽광예(1844∼?)의 작품 8점이 실린 ‘미사묵연 화초청운잡화합벽첩(美槎墨緣 華初菁雲襍畵合璧帖)’도 처음으로 전면 공개된다. 이 화첩에 실린 강진희의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는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풍경을 그린 산수화로 유명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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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로 인테리어 소품 만들고, 인스타로 단청의 매력 알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방짜유기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22일 서울 경복궁에서 만난 이지호 유기장 이수자(38)는 “놋쇠로 만든 유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아무리 때려도 제 마음처럼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방짜유기장은 불에 달군 놋을 망치로 때려 기물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국가무형문화유산에 지정돼 있다. 이 씨는 유기장 명예보유자인 할아버지와 보유자인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이수자는 보유자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무형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이로, 전승교육사를 거쳐 보유자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이 씨는 한국문화재재단 주관으로 27일 개막하는 ‘궁중문화축전’에 참여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이 행사는 경복궁 등 서울 5대 궁궐과 종묘에서 야간 관람과 공연, 전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기름이나 쇠 냄새에 절어 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2012년 은행에 입사해 4년간 대출 담당자로 일했다. 하지만 그의 핏속에 흐르는 장인의 기질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유기에 애착을 갖고 밤을 새워 제품을 만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내가 주체가 돼 작품을 만들어 내는 유기장 일이 문득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은행을 관두고 아버지의 공방으로 출근해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금속공예 대학원을 다니며 이론을 익혔다. 굽은 젓가락을 망치로 수없이 두드려 펴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이제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방짜유기는 요강이나 대야로 많이 사용됐지만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요강 등의 수요가 급감했다. 이 씨가 최근 유기를 활용한 식기나 인테리어 소품을 많이 만드는 이유다. 궁중문화축전에서 전통 문화상품을 파는 ‘K-헤리티지 마켓’에도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유기 식기와 수저, 테이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씨는 “미슐랭 선정 식당과 협업해 유기 식기 납품을 추진하는 등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청장 이수자인 안유진 씨(26)도 이 씨처럼 전통공예 기술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를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안 씨는 “단청의 최대 매력은 화려한 색상”이라며 “목조건물의 병충해를 막아주는 등 기능적으로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8년 숭례문 화재를 보고 단청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아버지의 금은방 앞에 있어 자주 보던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본 게 계기가 된 것.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자신의 꿈을 찾아 2019년 한국전통문화대에 진학해 단청을 전공했다. 디자인을 공부할 땐 컴퓨터로 간단하게 긋던 선을 장척(긴 자)으로 긋는 게 번거로울 때도 있었다. 단청의 나선형 무늬인 ‘고팽이’를 수천 번 그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길로 들어선 걸 후회한 적은 없단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단청 작업 과정을 쇼츠(짧은 동영상)로 제작해 올리고,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단청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색이나 금색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 단청과 달리 오방색(노랑, 파랑, 빨강, 검정, 하양 등 전통색상)을 사용하는 한국 단청은 알록달록한 색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는 “일상용품에 한국 단청의 아름다움을 적절하게 적용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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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도 ‘서원아집도’ 등 보물 지정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1745∼?)가 그린 6폭 병풍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조선 후기 범종인 ‘남원 대복사 동종’이 보물로 지정된다. 2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1778년작 ‘서원아집도 병풍’은 중국 북송대 영종의 부마였던 왕선이 자신의 정원인 서원(西園)에서 문인들과 문예활동을 벌이는 장면을 그린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옛이야기 속 인물을 그린 그림)다. 6폭 병풍에 수묵담채로 표현된 이 작품은 중국 화풍을 차용했지만, 사슴과 학 등 복을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의 동물들을 그려 넣어 조선화된 그림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병풍 상단에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의 감상평이 적혀 있어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남원 대복사 동종은 승려 장인 정우 등이 1635년(조선 인조 13년) 제작한 범종이다.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하는 입상연판문대(立狀蓮瓣文帶) 등은 고려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하면서 종뉴(종을 매다는 고리)는 쌍룡의 외래 양식으로 제작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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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접지몽’ 떠올리는 옛그림속 꽃과 나비

    종이부채 오른쪽 밑에 흰 찔레꽃이 그려져 있다. 왼쪽 한편에는 나비 세 마리가 날고 있다. 단원 김홍도(1745∼?)가 중국 고대 사상가 장자의 나비 꿈 고사를 떠올리며 부채에 그린 그림이다. 부채에는 “장자 꿈속의 나비가 어찌하여 부채 위에 떠올랐느냐”는 시구가 적혀 있어 장자가 물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한 고사성어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떠올릴 수 있다. 옛사람들의 꽃과 나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법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봄을 맞아 15일부터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옛 그림 속 꽃과 나비’ 전시를 열었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꽃과 나비 그림 15건 42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 사람들은 장수를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자주 그리고 감상했다. 문인들은 꽃을 키우는 것이 마음을 닦고 덕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집 안에 꽃밭을 만들었다. 조선 화가들은 꽃과 나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모방했다. 그리기 교재인 화보(畵譜)를 통해 화면 구도와 꽃의 자태, 나비의 동작 등을 익혔다. ‘남나비’라고 불릴 정도로 조선시대 나비 그림을 잘 그린 것으로 정평이 난 화가 남계우(1811∼1888)는 나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능했다. 붉은 바탕에 금가루가 뿌려진 종이 위에 그린 그의 ‘군접도(群蝶圖)’를 보면 나비의 날개 무늬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꽃 그림으로 이름이 높았던 화가 신명연(1809∼1886)의 그림도 전시돼 있다. 그는 식물 백과사전을 보면서 꽃에 대한 지식을 쌓고, 꽃을 자세히 관찰해 그림을 그렸다. 그가 비단에 채색한 꽃과 나비 그림은 분홍빛으로 물든 월계화와 노란색 호랑나비, 하얀 배추흰나비의 조화가 아름답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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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장애’라는 글자 너머… 다채롭게 빛나는 그녀들의 삶

    “어머니는 어떻게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수 있었을까?” 신간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의 저자는 이른바 ‘코다’(CODA·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및 비청각장애인)다. 일본 미야기현 출신으로 2015년부터 작가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신간은 1950년대 가족 중 유일한 농인(聾人)으로 태어난 어머니의 삶을 취재해 쓴 에세이다. 신간을 집필하게 된 것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사랑의 도피’를 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당시 어머니의 가족들은 같은 농인인 아버지와의 결혼을 반대했었고, 가출을 계기로 겨우 결혼을 인정받았다. 저자는 늘 방글방글 웃기만 하는 어머니와 어울리지 않는 대범한 과거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저자가 캐낸 어머니 사에코의 유년기는 몹시 외로웠다.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부모가 그녀를 일반 학교에 보냈기 때문이다. 들리는 사람 속 홀로 들을 수 없어 늘 겉돌아야 했다. 가족들 모두 수어를 적극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사에코와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지 않았던 이 가족의 역사는 20세기 중후반 일본 농인들이 경험한 소외의 시간과 같다. 사에코는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농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어울리며 생기를 찾는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사에코를 무작정 외면한 것은 아니다. 사에코의 아버지 ‘긴조’는 딸의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며 딸에게 힘껏 말을 가르쳤다. 사에코의 엄마인 나에코는 딸의 귀가 낫도록 열심히 기도를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서툰 애정을 받는 어머니의 삶을 다각도로 취재해 복원해 내는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사에코 개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던 저자의 관심이 농인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1948년 일본에서 성립한 우생보호법의 불합리함을 꼼꼼히 파헤친다. 당시 패전 이후 양질의 인구 증가를 꾀하던 일본은 이 법을 이용해 유전성 질환, 한센병, 신체장애 등 56가지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강제 불임 수술을 시행한다. 1996년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되기 전까지 국가에 의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은 피해자는 1만6500여 명에 달한다. 관련 재판에 참석하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며 자신의 탄생이 커다란 운임을 깨닫는 저자의 모습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신간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에 초점을 맞춘다. 책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여성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저자가 “더 많은 장애 여성이 몸을 던져 수많은 세계에 가닿을 때까지 달리겠다”며 기획한 메일링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10∼60대 여성 휠체어 장애인 6명과의 인터뷰가 담겼다. 소수자는 종종 ‘장애인’과 같은 한 단어로 묶여 호칭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이들 모두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인간임을 깊이 느끼게 된다. 청소년과 비건, 장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10대 유지민 양, 노르딕 스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20대 주성희 씨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로서 한국과 미국의 특수교육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60대 김효선 씨까지…. 이들은 장애 여성으로서 산부인과 검진 의자에 올라가는 법,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법, 운동하는 재미 등 삶을 살아나가는 자신들만의 요긴한 꿀팁을 전한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주변에 있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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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 교사 간 거리감 극복하려면”…‘다시 일어서는 교실’ 저자 송은주 씨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거리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신간 ‘다시 일어서는 교실’의 저자 송은주 씨(37)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0년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가 화제가 된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작 에세이다. 전작이 젊은 교사들이 안정성과 워라밸을 갖춘 교사들이 왜 교육 시스템에서 이탈하는지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14년 차 초등교사이자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학부모로서 교육 현장 전반의 현실을 담아내려 했다. 그는 “(사건 이후) 학부모들은 학교에 문의하기 더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생겼고, 학교 역시 방문할 수 있는 행사를 줄이는 등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서로가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책을 쓰기 위해 교사, 학부모, 교장, 교감, 교육부 관계자 등 110여 명을 인터뷰했다. 흔들리는 교권과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 등 교육 현장의 해묵은 문제의 정답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책의 각 장도 △교사의 시선 △학부모의 시선 △학교의 시선 △공교육의 시선 등 이해 관계자의 입장을 고루 담았다. 그는 “학부모님들을 처음 인터뷰할 때 교사인 내 입장을 생각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다 하기 어려워했다”며 “책의 70~80% 정도를 완성했을 때 다시 인터뷰를 요청해 보다 진심이 섞인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책에는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잇따라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무력감을 느낀 교사들의 입장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송 씨와 인터뷰한 한 13년차 초등교사는 “올해만 잘 버티면 내년에는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상하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내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지 못할 거란 생각에 점차 교사들이 노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학부모들은 평범한 질문이나 문의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위축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4학년생 학부모는 “요즘 ‘맘카페’에 들어가서 보면 좀 무섭다”며 “학교나 선생님의 교육 방침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을 뿐인데 ‘질문자의 의도가 궁금하다’는 댓글 등이 달린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상담이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소통 창구 중 하나였던 ‘상담 주간’도 점차 없어지고 있다. 송 씨는 “저도 막상 학부모가 되어보니 담임 선생님과 하는 상담 20분이 굉장히 짧다고 느꼈다”며 “학부모는 내 아이에게 집중해 주기를 바라고, 교사는 여러 아이를 만나야 한다는 입장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교육 현장의 문제가 교사와 학부모 간 대립관계 만으로 축소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 씨는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아이들을 만나는 장소와 방법이 다를 뿐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큰 목표는 같은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한국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너무 급하다는 것’을 꼽았다. 예를 들어 애초 2025년 추진하기로 했던 늘봄학교는 정부가 일정을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학교가 오전 7시~오후 8시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는 제도다. 그는 “정책을 학생 중심으로 짜지 않고, 정치나 경제적 관점에서 만들어 급하게 집행하니 학생은 실험만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책에서 학부모들이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토로한 사례를 미화 없이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령 학교 폭력을 당하는 학생들을 외면하며 ‘그 정도면 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거나, ‘아이들의 자유를 중시한다’며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그는 “내가 교육계에서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쓸 수 있는 책을 썼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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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줄대는” “무사 안햄시니?”… ‘팔도의 말맛’ 사투리 재조명

    “야야라, 조 치와. 돼싸. 됐다고. 씨끄루와.(야, 저리 치워. 됐다. 됐다고. 시끄러워.)” “너 이 지금 뭐랭고란? 쌉잰?(너 지금 뭐라고 했어? 싸우자고?)” “저 쌔쓰개 말 똑바로 아이하니? 참 벨스럽다야.(저 미치광이 말 똑바로 안 하니? 참 별스럽다.)” 상대방에게 화가 났을 때 내뱉는 강원, 제주, 함경도 지역의 사투리(방언)로 19일 개막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영상 콘텐츠 중 일부다. 서울·강원·충청 등 전국 팔도의 사투리 사용자를 1명씩 섭외해 각종 상황에서 구사하는 제각기 다른 말들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날 전시장에선 서울 중구 토박이회와 제주시 구좌읍 형대리 해녀의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영상도 선보였다. 방언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쳐 이르는 ‘오방지언(五方之言)’을 줄인 말이다. 방언은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이지만, 통신의 발달로 지역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표준어가 자리 잡으면서 방언을 비공식적인 말이나,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생겼다. 이번 전시에선 희석돼 가는 방언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문헌, 음성, 영상 등 294건 432점을 선보인다. 문영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방언은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며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가장 자신다운 말인 사투리를 참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방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헌을 제시한다. 1900년 10월 9일 한글날에 발간된 ‘황성신문’ 논설은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며,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고 전한다. 그러나 1926년 나온 잡지 ‘동광’ 제5호는 “사토리(사투리)를 없이 하여 말을 한갈같이(한결같이) 하고…”라며 방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문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하나로 합쳐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방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경남 함양의 사근역 지방관으로 일할 때 지역민들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기록을 담았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처음 사근역에 부임했을 때 아전이나 종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신라 방언’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각종 문학 작품에서 나온 방언도 소개한다. 전남 강진군 출신의 시인 김영랑(1903∼1950)은 1935년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표했다. 평안도 출신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의 대표작 ‘감자’는 사실 감자가 아닌 고구마를 뜻하는 방언이다. 3부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녹음기, 조사 노트, 카세트테이프 등 방언 연구자들의 손때 묻은 물품이 전시됐다. 국어학자인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가 현지 조사 중 길에서 만난 사람이 쏟아내는 방언을 급하게 적은 담뱃갑도 볼 수 있다. 곽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난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보물이 쏟아지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요. 여기라도 얼른 적었죠”라고 회고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987∼1995년 발간한 남한 전역 138개 군 방언 조사 결과 등 국가 차원의 방언 보존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됐다. 김희수 전시운영과장은 “한글은 방언을 채집하고 기록해 보존하는 중요한 기록문화유산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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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는 아이 잡아끄는게 아닌 따라가는 사람”

    “흥민이가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제가 독서노트에 썼던 중요한 기록들을 책에 표시해 잠자는 아들 머리맡에 놓아 줍니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62·사진)은 17일 자신의 두 번째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 감독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하지만 아들 둘에게 독서를 따로 강권하지는 않는다. 그는 아이들 인생이 행복하려면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가진 재능보다 (사회적인) 부나 성공으로 부모들이 유도를 한다”면서 “아이가 재능을 개발하고, 재능을 갖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 공부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때론 부모의 단호함도 강조했다. 손 감독은 “흔히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돼 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직무유기”라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 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을 가졌다고 했다. 아들에게 꿈은 무엇인지, 어떨 때 행복한지 늘 물어봤다는 것. 그때마다 둘째 흥민은 “축구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단다. 손 감독은 “부모는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이지, 아이를 앞에서 잡아끄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손 감독은 ‘겸손’이란 한 단어를 꼽았다. “낮추고 숙이는 것이 세상 사는 데 가장 큰 지혜 아닐까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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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셋, 어느 날 갑자기 둘째가 생겼다 [책의 향기]

    ‘나 이제 노산도 아니고 ‘노오산’인데. 어쩌지?’ 43세에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한 저자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신간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첫아이를 나이 마흔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졌는데 생각도 안 했던 자연 임신이라니…. 기쁘기보단 당혹스러운 마음이 크다. 신간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작가와 같은 이름의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이 겪는 ‘노오산’의 순간을 웃프게 그려낸다. 하율은 임신으로 모든 강연 문의와 프로젝트 제안을 미루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둘째 태명을 ‘박사’로 짓는다. “너라도 박사를 하라”는 뜻이다.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임신은 또 달랐다. 부작용을 걱정해 백신을 맞지 못한 하율의 유일한 취미는 아파트 지하 마트 구경. 그러나 백신 미접종자의 마트 출입마저 막혔을 때는 절망감이 밀려든다. 이런 시기를 버틴 하율은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남편조차 입실이 불가능한 조리원에서 원고도 마감하고, 조리원 동기도 사귀는 그녀의 에너지는 ‘슈퍼우먼’에 가깝다. 하율은 ‘수유실에서 대화 금지’ 규칙을 들이대는 간호사를 피해 조리원 동기와 접선하는 순간을 ‘일제강점기의 이중 스파이가 된 느낌’이라고 묘사한다. 힘겨운 순간에도 책의 문장 곳곳에는 유쾌함과 꿋꿋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노산의 기준은 35세. 그러나 30대 초반, 아니면 30대 중후반에 임신과 출산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늦은 나이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고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나온 유의미한 책이다. 노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웃음기 있지만 날카롭게 지적해 내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인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설렘과 좌충우돌 일상이 담긴 문장들은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가져보려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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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의 예술성, 해외에서 되레 인정”… 한국 유일 통영갓 장인의 안타까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만난 국내 유일의 통영갓 장인인 정춘모 씨(84). 그는 진사립(眞絲笠)을 들어 올리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진사립은 대나무와 말총으로 만들어진 갓의 차양과 모자 부분을 명주실로 결합해 만드는 최고급 갓이다. 투명하면서도 가볍고, 유려한 곡선이 맵시를 자랑했다. “이런 진사립은 하나 엮으려면 1년 이상도 걸려요. 조선시대 최고의 사치품이죠.” 1991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된 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통영갓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다. 전통 갓 중에서도 최고로 여겨지는 통영갓은 과거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12공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유명하다. 갓 제작은 모자를 만드는 ‘총모자’, 차양 부분을 만드는 ‘양태’, 이 두 가지를 조립하는 ‘입자’로 절차가 나뉘는데, 그는 이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누구도 상투를 틀지 않는 시대에 갓은 ‘옛것의 상징’이 됐지만 정 씨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진짜 갓 대신 모조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국내와 달리 오히려 해외에서 갓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은 지난달 26일부터 국내에 단 한 명 남은 장인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기획전 ‘과거가 현재에게, 단 한 명의 장인으로부터’를 진행하고 있다. 대나무 발을 만드는 ‘염장’, 직물 위 얇은 금박을 붙이는 ‘금박장’, 갓을 만드는 ‘갓일’, 대나무 껍질을 물들여 상자로 만드는 ‘채상장’ 등 무형문화유산 분야 가운데서도 분야별 한 명씩 남은 장인 4명을 조명한다. 6월 2일까지 선보여질 염장(簾匠) 조대용 씨(74)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나머지 장인들의 작품이 순차적으로 10월 31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조 씨는 증조부 대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온 국내에서 유일한 염장이다. 그가 가는 대올로 짜는 발은 섬세하고 고운 문양을 자랑한다. 세종대왕릉(영릉) 정자각, 덕수궁 함녕전 등 문화유산에서는 물론이고 영화 ‘킹덤’, ‘올빼미’ 등에서도 그의 발을 볼 수 있다. 한때는 발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파트 위주의 주거 양식이 들어서면서 커튼과 블라인드로 대체됐다. 조 씨는 “예전엔 귀한 집에 발로 멋을 낼 수 있었는데 요새는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발 하나가 덜렁덜렁 만든다고 팔리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장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박장 김기호 씨(56)는 1997년 이 일을 시작한 뒤 금박을 입힌 명함지갑, 필통, 넥타이 등을 개발했다. 금박을 옷에만 입힌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티모테 샬라메와 젠데이아가 그가 만든 금박 넥타이와 댕기를 제작진으로부터 선물받기도 했다. 김 씨는 “방송에 5초 정도 나갔는데 주문이 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가 꾸준히 전시를 하자 다른 무형문화재나 젊은 예술가들이 금박을 전시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김 씨는 “해외 명품처럼 금박을 활용한 상품을 하나의 명품으로 키우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금박의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더 활발히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장 서신정 씨(64) 역시 과거 예물함으로 주로 사용되던 채상(채색한 상자)의 용도를 넓히고 있다. 도시락과 모빌 등 장식품을 만들고, 소반과 반닫이에도 채상을 입혔다. 서 씨는 “우리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사서 쓸 수 있도록 작품을 더욱 다양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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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영환 ‘死而不死’ 유서, 등록문화재 된다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죽음을 택한 민영환(1861∼1905)의 유서(사진)가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민영환 유서’와 ‘여수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 등 2건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민영환이 자신의 명함에 새긴 유서는 대한제국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가 을사늑약에 반대해 자결하면서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명함 앞면에는 ‘육군 부장 정일품 대훈위 민영환(陸軍副將正一品大勳位 閔泳煥)’이란 한자가, 뒷면에는 민영환이란 이름이 영문과 한글로 함께 표기돼 있다. 명함 앞뒷면에는 ‘결고(訣告) 아 대한민국 이천만 동포’라는 문장과 ‘죽어도 죽지 않는다(死而不死)’라며 자유와 독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서가 연필로 빼곡히 적혀 있다. 명함 크기는 가로 6cm, 세로 9.2cm. 봉투에 넣어진 채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가 1958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됐다. 함께 지정된 여수 거문도 근대문화역사공간은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에 있는 규모 2만6610㎡ 구역이다.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한 ‘거문도 사건’ 이후 시기별 항만시설, 군사시설 등이 남아 있다. 광복 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여수 거문도 옛 삼산면 의사당’과 상하이 및 거문도를 연결하는 ‘여수 거문도 해저통신시설’ 등이 포함돼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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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의 기적-민주주의 전환… 한국 바꿔놓은 가장 큰 사건”

    “한국을 바꿔놓은 가장 큰 사건은 한강의 기적과 뒤따라온 민주주의로의 전환입니다.” 이달 신간 ‘새우에서 고래로’(열린책들·사진)를 펴낸 한국학 전문가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2017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한국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 석좌’를 겸임하고 있다. 신간은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벌어진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국제무대에서 ‘새우’에서 ‘고래’로 성장한 한국을 조명한다. 6·25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급속한 경제, 사회, 문화 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것(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 전환)이 없었다면 한국은 오늘날처럼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길게는 20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20, 30년 만에 이룩한 한국 사회의 명암 모두를 조명한다. 그는 “한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 특유의 기질 덕분”이라며 “한국은 지리적 위치의 불안함과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성장을)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르도 교수는 경제 성장 후 한국에 ‘시민 민족주의’의 물결이 퍼지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유교 기반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평등함과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키워 갔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 민족주의란 누군가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다면 인종, 지역, 국적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평등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많은 한국인들은 나라를 나아지게 하려는 사람을 그 나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한국에 유학을 오면서 한국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모국인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20세기 후반 내전을 겪었지만,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단숨에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 그는 “스페인과 한국은 매우 다이내믹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며 “먹고 마시기, 노래 부르기 등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비슷해 한국이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는 비결은 한국과 외국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시아 문화는 일본 문화였는데, 이는 그저 ‘이국적’으로만 느껴졌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은 뿌리를 가진 것과 외국에서 배운 것을 결합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 ‘기생충’이 차별화되는 점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한국인들은 자국의 문화적 성취에 자부심을 가질 법하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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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안 만재도 주상절리, 천연기념물 된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남 신안군 만재도의 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신안 만재도 주상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온 용암이 급격히 식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을 말한다. 현재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등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만재도 주상절리는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기둥이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온 화산재 등이 굳어져 만들어진 응회암이 퇴적될 당시 온도를 알려주는 용결 조직이 고루 관찰돼 연구 가치가 크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해안 침식 지형과도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한반도 백악기 화산 분화 및 퇴적 환경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고창 문수사 대웅전’과 ‘의성 고운사 가운루’ 등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 건물 2건도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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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후기 ‘평양 화단’ 이끈 양기훈 그림 도난… “경찰 수사중”

    조선 후기 평양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 석연(石然) 양기훈(1843∼?)의 그림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양기훈 필 노안도(蘆雁圖·사진)’ 1점이 사라졌다고 문화재청에 도난 신고를 했다. 노안도는 노후의 안락함을 기원하기 위해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사라진 노안도는 가로 36.5cm, 세로 154cm 크기의 족자 형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물관 관계자가 민속생활실 안에 전시돼 있던 노안도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도난 신고를 했다”며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노안도를 유리 안이 아닌 전시실 벽에 걸어 보관해 왔는데, 현재까지 도난과 관련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안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고 박물관을 다녀간 사람을 확인했지만, 노안도가 전시된 장소를 정확히 비추는 화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기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한 화가다. 노안도의 전통적인 소재와 양식을 따르면서도 독자적 특징을 그림에 잘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기훈의 노안도는 40여 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에도 양기훈의 노안도가 포함돼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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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소주방서 수라상 음식 맛보고… 창덕궁 춘당지 거닐며 궁중야경 감상

    서울 고궁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을 입고 궁중 일상을 체험하거나, 수라상을 맛본 뒤 궁중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등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 ‘2024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축전은 고궁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축전 기간 5대 궁을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궁패스’는 26일까지 1만 장 한정 판매한다. 올해는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 복식을 입고 궁중음식과 무예, 무용 등 다양한 궁중 일상을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시간여행, 세종’을 경복궁 일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궁 침전, 소주방 등에서 연기자들이 펼치는 왕실 상황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다음 달 4, 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가야금, 대금, 해금 연주자 100여 명이 연주하는 ‘고궁음악회, 100인의 치세지음(治世之音)’도 처음 선보인다. 조선 궁중음악 ‘여민락(與民樂)’을 시작으로 음악으로 세상을 화평하게 하려 했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덕수궁에선 조선 고종(재위 1863∼1907년)의 취미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 ‘황실취미회’가 열린다. 고종이 즐겼던 커피를 추출해 시음하고, 당시 옥돌(玉突)로 불렸던 조선 황실의 당구를 체험할 수 있다. 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사전예약 이외에도 현장에서 바로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창경궁 연못 춘당지 일대를 비추는 미디어아트 ‘물빛연화’도 올해 처음 진행된다. 축전 기간 매일 오후 7시 반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물에 비치는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레이저 빛이 어우러진 산책로 등을 통해 영롱한 풍경을 연출한다. 매년 치열한 예약 경쟁으로 ‘궁케팅(궁궐+티케팅)’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낸 ‘경복궁 별빛야행’도 어김없이 열린다. 다음 달 2∼4일 하루 2회 차로 진행된다. 경복궁 소주방에서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진 수라상을 체험한 뒤 궁 곳곳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밤 산책을 할 수 있다. 경복궁 생과방에서 궁중 병과와 약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음 달 1∼4일 하루 네 번씩 진행된다. 궁중문화축전 사전예약 프로그램은 예약 플랫폼 티켓링크에서 예약할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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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대 초월한 글벗… 이 우정, 한 편의 詩와 같아라

    친구(親舊).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학교와 직장 등에서 같은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놀라운 우정이 피어날 때가 있다. 시공간적 동질성 외 이들을 묶어낼 만한 보편적 정서가 있을 때 가능하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우정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신간의 공동저자 나태주 시인과 김예원 작가가 그런 경우다. 1945년생인 나태주 시인과 1995년생 영어교사 김예원 작가의 나이 차는 정확히 쉰 살. 태어난 곳, 성장 배경, 나이까지 뭐 하나 비슷한 게 없는 둘은 2019년부터 벗이 됐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 시인의 오랜 팬인 김 작가가 좋아하는 영시를 번역해 먼저 보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나 시인의 답장이 왔다. 책은 반세기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했다. 주제는 자존감, 죽음, 직업, 리더십, 사랑 등 폭넓다. “딱 오십 해 차이가 났지. 그런데 참 신기해. 이렇게 말이 잘 통한다는 게 말이야.” 나 시인은 김 작가와의 우정을 이렇게 말한다. 시를 사랑하는 김 작가는 나 시인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의 영시를 종종 보낸다. 나 시인은 답례로 김 작가에게 본인이 쓴 시를 가장 먼저 보여주며 감상을 나눈다. 그들의 보편적 정서는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치지 않는다. 시에 담긴 청년 자살과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는 등 그들의 대화는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간다. 김 작가는 “(나 시인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못 견디는 사람”이라며 그에게 청년들을 위로하는 시를 계속 지어 달라고 말한다. 내게 낯설더라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스며들면서 친구가 되기 마련이다. 나 시인은 김 작가의 권유로 MBTI 검사를 한 끝에 자신이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 타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상한 것 좀 시키지 말라”고 투덜대면서도 김 작가를 따라 유행하는 아기 얼굴로 만들어주는 앱으로 셀카를 찍는다. 김 작가는 나 시인과 함께 계룡산 도예마을의 공방을 방문하고, 잔디밭 잡초를 골라내던 나 시인에게서 호미를 뺏어 생전 처음으로 땅을 파본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을 하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책에는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말들도 가득하다. 책 제목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는 나 시인의 시 ‘꽃밭에서’의 일부다. 나 시인은 “풀꽃은 누가 기르지도 않는 ‘풀’과 모두가 원하는 귀한 ‘꽃’의 조합”이라면서도 “실은 베려고 하면 풀이 아닌 것이 없고, 키우려 하면 꽃이 아닌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예쁘다 하면 더욱 예뻐지는 것이 사람이기에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해지자는 메시지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하늘과 구름과 여행이 널 사랑해줄 거야. 그건 시간문제야. 암 시간문제고말고.(나태주 시 ‘그건 시간문제야’ 중)” 김 작가가 취업 준비생이던 시절 첫 시험에서 떨어진 뒤 나 시인이 그에게 보내온 시의 일부다. 삶의 굴곡을 견뎌내기 힘들 때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을 엿보면서 위로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김 작가의 톡톡 튀는 젊은 감성과 나 시인의 차분한 지혜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이 남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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