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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기연의 반려동물용품 전문 브랜드 젠틀우프는 새로운 하네스 제품인 ‘업템포 하네스’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젠틀우프는 25일까지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적립금 5%를 지급하는 등 출시 이벤트를 연다. 젠틀우프가 새로 내놓은 업템포 하네스는 기존 웨빙 타입 하네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L자형 하네스다. 젠틀우프는 업템포 하네스 제품에 들어가는 보호패드를 개발하기 위해 150여 가지 견종의 크기와 행동을 연구했다. 업템포 하네스에 부착된 긴급제동 핸들은 약 537kg의 하중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젠틀우프는 25일까지 젠틀우프 공식몰에서 업템포 하네스를 구매한 고객에게 적립금 5%를 지급한다. 또 8월 한 달 동안 포토 상품평을 작성한 고객에게는 네이버 포인트 5000원을 준다. 구매 후기를 남긴 고객에게 GS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한다. 23~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마이펫 페어’에서 업템포 하네스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업템포 하네스는 소형견용과 대형견용 두 종류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각각 7만9000원과 8만9000원이다.젠틀우프 관계자는 “업템포 하네스는 개의 기도 압박을 최소화해 기관지협착증이 있는 반려견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반려견의 산책 경험을 더욱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휩쓸리며 5일 하루에 234.64포인트(8.77%)가 떨어지면서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닛케이평균주가가 5일 하루 만에 전 거래일 대비 12.4%(4,451엔) 폭락했다가 이튿날 10.23%(3,217엔)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급변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꼽힌다. 하지만 각국에서 줄줄이 예정된 정책금리 인하도 금융시장 불안정의 이유 중 하나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늦어도 9월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현재 5.5%까지 오른 금리를 내년 9월 3.7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선 이미 금리 인하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작된 전 세계적인 고금리 시대가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경기 변동이 심하고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선호되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 바로 채권이다.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시장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7조562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23조10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1년 만에 관련 기록을 갈아 치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낮아지는 시기에 맞춰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채권이 어떤 투자 상품이고 어떻게 사들이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봤다.● 금리 인하 전망에 몸값 오르는 채권 채권은 정부나 공공기관, 주식회사 등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금융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면서 자기가 가진 돈을 채권 발행 기관에 빌려준다. 그 대가로 이자를 받고, 채권 가격에 따라 채권을 팔 수도 있다. 채권은 발행 기관이 부도 나지 않는 이상 이자와 원금이 보장된다. 그만큼 발행 기관의 신용이 중요하다. 발행 주체에 따라 △국채(정부 발행) △지방채(지방자치단체 발행) △공채(공공기관 발행) △금융채(금융기관 발행) △회사채(일반기업 발행) 등으로 나뉜다. 이자를 지급하는 주기와 방법에 따라서도 △이표채 △할인채 △복리채 △영구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이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 두 가지다. 지금은 이 중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15.4%)를 내면 된다. 다만 내년 1월 1일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된다면 채권 매매로 생기는 차익도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채권의 가격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미 발행한 기존 채권은 저금리 상황에서 새로 발행하는 채권에 비해 적용된 금리(표면금리)가 높다. 이 때문에 저금리가 시작되면 이미 발행된 기존 채권의 ‘몸값’이 오르는 것이다. 한국 역시 늦어도 10월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망을 반영해 최근 발행되는 신규 장기 채권 금리는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3.5%인데 국고 3년 금리는 3.0%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동안 채권 투자는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저금리 전망이 우세해지며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채권 순매수 금액은 2017년 4조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3조 원을 넘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부터 금리 인하에 베팅해 장기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국채에 몰리는 채권 투자… “우량 회사채도 추천”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26조 원 정도인데, 이 중 8조3000억 원이 국채 매수에 쓰였다.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한 금액은 5조9000억 원에 그쳤다. 사실 국채는 매우 안전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만큼 금리가 낮다. 현재 국채 금리는 2∼3% 정도로, 은행 예금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채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국채에 비해 다소 위험이 있지만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우량 회사채 투자를 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채권은 전문 신용평가기관이 발행자 신용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신용이 높을수록, 즉 부도 확률이 낮을수록 더 높은 신용등급이 부여된다. 투자자들은 이 평가에 따라 채권의 부도 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회사채 중에서 AAA, AA등급의 채권은 부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안전한 채권이다. 하지만 이런 채권 역시 국채와 마찬가지로 높은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투자자들이 A등급 채권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A등급 회사채는 국채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장외채권 중 A등급 회사채는 매수금리 세전 5%대 상품이 많다. 지난달 말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A등급 채권 평균 누적 부도율은 1년 0.04%, 2년 0.14%, 5년 0.55%다. 김정범 키움증권 고객자산솔루션본부장은 “안전성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의 재테크로는 회사채 투자가 국채보다 나을 수 있다”며 “통계적으로 볼 때 A등급 회사채의 부도 확률도 우려만큼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회사들도 갑자기 신용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기업에 ‘몰빵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채권 투자를 하는 건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김 본부장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 투자의 격언은 채권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라면서 “A등급의 다양한 회사채에 자금을 나눠 투자한다면 회사채의 높은 수익률을 누리면서 부도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금리가 약간 낮더라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 장내채권 장외채권 차이점은… 투자 전 알아둘 점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채권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를 주식거래시스템(HTS)이나 각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살 수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채권 상품은 크게 장내채권과 장외채권으로 나뉜다. 이는 채권의 종류가 아니라 채권 거래 방식의 종류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장내채권은 채권을 한국거래소(KRX)의 채권 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KRX에 주식을 거래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있는 것처럼 국공채와 회사채 등이 거래되는 일반채권시장이 있는 것이다. 거래 방식은 주식 매매와 동일하다. 증권사 주식계좌를 가지고 있으면 거래할 수 있다. 장내채권은 거래 수수료가 각 증권사 홈페이지에 공시돼 있다. 대체로 채권의 잔존 기간이 길수록 거래 수수료율이 높다. 잔존 기간 3년 이상 채권은 0.15% 이상 거래 수수료를 떼기도 한다. 최근 증권사마다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를 내거는 것처럼 장내채권 거래 수수료도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할인하고 있다. 장내채권 거래 수수료가 싼 증권사와 거래하면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장외채권은 장내채권을 제외한 거래를 말한다. 보통 증권사가 가진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쪼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장외채권 거래 규모가 장내채권보다 더 크다. 올해 1∼7월 장내채권 개인 순매수 규모가 1조5000억 원이었던 데 비해 장외채권 규모는 26조3000억 원에 달했다. 장외채권은 판매 수수료가 따로 공시되지 않는다. 같은 채권이라도 증권사에 따라, 판매 방식에 따라 수수료가 다를 수 있다. 수수료를 확인하려면 각 증권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온라인 판매 금리를 찾아봐야 한다. 종목당 최소 매수 금액 역시 판매하는 회사마다 다르다. 창구에서 장외채권을 살 경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판매 장외채권은 영업직원이 없어 수수료 측면에서 가격이 유리할 수 있다. 장외에서 구입한 채권이라도 사모로 발행된 비상장 채권을 제외하면 모두 장내 거래가 가능하다. 판매 증권사에 요청할 경우 간혹 증권사가 장외채권을 다시 매입해 주기도 한다. 채권을 팔 수 없는 경우 만기까지 보유해야 한다. 간혹 증권사를 통해 매수한 채권 가격이 더 높은 가격으로 장내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장외에서 사서 장내로 비싸게 파는 ‘아비트리지 거래’도 가능하다.●큰 장 열리는 채권시장, 수수료 감면 등 혜택 제공 향후 저금리 상황에 따라 뭉칫돈이 채권으로 옮겨올 것이 예상되면서 각 증권사들은 이들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7일 현재 14개 장외채권을 발행금리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장외채권인 ‘에스케이리츠4-2’는 발행금리가 3.999%인데 판매금리가 4.000%다. 이 둘의 차이가 증권사 이익으로 가는 구조인데, 판매금리가 발행금리에 가까울수록 증권사 마진이 줄어들게 된다. 김정범 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키움증권을 통한 채권 매매가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발행금리 수준의 장외채권 판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기존 0∼0.15%였던 장내채권 온라인 거래 수수료도 올해 말까지 일괄 0%로 적용한다. 이 밖에 DB투자는 9월 말까지 장외채권을 매수할 때 최대 7만 원을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퇴직연금 계좌에서 장외채권 10만 원 이상을 매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정부나 공공기관, 주식회사 등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금융 상품. 투자자들은 돈을 채권 발행 기관에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고, 채권 가격에 따라 채권을 팔 수도 있다. 발행 주체에 따라 국채, 지방채, 공채, 회사채 등으로 구분된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근 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한국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나 14명이 목과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통로에 기내식이 모두 쏟아진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이와 같은 난기류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전언이다. 최근 난기류 증가 상황과 함께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업계에서 난기류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다.난기류 1년 새 80% 증가…국제협약으로 공동 대응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적기의 난기류 발생 건수는 6000여 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해외도 난기류 증가의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2023년 난기류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185명에 이른다.난기류는 여름철 또는 항공기가 적도 지역을 통과할 때 공기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자주 발생한다. 특히 ‘청천난류(CAT·Clear Air Turbulence)’는 일반적인 기상 현상과 무관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한다. 최근에 발생한 난기류 관련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대부분 청천난류가 꼽힌다.항공사들은 세계 여러 항공사와 국제협약을 맺고 난기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난기류 인식 플랫폼(Turbulence Aware Platform)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21개 항공사가 운항하는 수백만 건의 항공편에서 측정된 난기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난기류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 전 이뤄지는 운항승무원과 객실 승무원 간 합동 브리핑에서도 난기류 위치와 강도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승객과 객실 승무원의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시점까지 조율한다”고 말했다. 지상에서도 24시간 난기류 대응 지상에서도 난기류 등 항공기 안전 위협에 실시간 대응하는 시설이 있다. 바로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리는 종합통제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OCC를 최신 설비로 리모델링했다. OCC는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과 항로, 이착륙 시간과 상황뿐 아니라 국제 정세까지 살핀다. OCC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비정상 상황 시 이 전화기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OCC는 예측되는 난기류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운항 중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가 감지될 경우, 항공기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해당 지역을 비행하게 될 다른 항공기들에 즉각 정보를 제공한다.난기류 증가에 기내 서비스도 개편몽골 울란바토르행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난 사진이 기사로 나오자 많은 사람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내식이 모두 쏟아진 상황에서도 다행히 뜨거운 컵라면이 없어 화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난기류 증가에 따라 기내 간식 서비스도 바뀐다. 대한항공은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던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기내 컵라면 서비스로 인한 화상의 위험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며 “특히 좌석 사이 공간이 좁은 일반석의 경우 승객들이 밀집돼 있어 위험도가 더욱 높고,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남은 국물의 뒤처리도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일반석의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핫도그, 피자, 핫포켓(파이 껍질 속에 다양한 속을 채운 음식) 등 새로운 기내 간식을 제공하기로 했다.이 밖에 대한항공은 7월부터 중·장거리 모든 노선에서 객실서비스를 종료 시점을 최대 20분 앞당겼다고 밝혔다. 착륙 준비 시점은 항공기 고도가 낮아져 난기류 발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 예상 가능한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는 기내에 신호음과 함께 ‘좌석벨트 착용(Fasten Seat Belt)’ 표시등이 켜지도록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난기류 증가 추세에 대비해 안전 운항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개선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우리 동네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브랜드가 (유명 빵집인) 대전 성심당처럼 성장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찾게 될 것입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인근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개최된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했던 말이다. 글로컬 상권은 국제적인 규모를 뜻하는 ‘글로벌’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로컬’을 합성한 말이다. 동네 상권을 외국인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대전 성심당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대기업인 파리크라상을 영업이익에서 앞선 것처럼, 앞으로 동네마다 성심당 같은 지역별 특색을 담은 ‘앵커 스토어’를 발굴, 육성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지역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중기부는 올 4월부터 신청을 받아 6월에 글로컬 상권 3곳과 로컬브랜드 상권 5곳 등 8곳을 선정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상권 사업이 무엇이고 이번에 어떤 곳들이 선정됐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관계 인구’ 늘려 동네마다 스타 상권 배출 글로컬 상권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주도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이다. 지역에 있는 민간 사업자(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동네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수 지역 팀을 선정한 뒤 지원해 준다. 상권을 살리는 방법은 동네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지역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부각시켜 거리 전체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B지방은 그곳에만 있는 자연 환경을 무기로 상권 활성화에 나설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민간이 각 지역만의 특성과 매력을 살려 추진하고 공공이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중기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우려 지역의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관계 인구는 해당 지역으로 완전히 이주하거나 정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장기 체류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상권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도 모두 관계 인구에 속한다. 전국 기초지자체 228곳 중 절반에 가까운 105곳에 달하는 소멸우려 지역의 거리 상권이 되살아난다면 관계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송인방 경상국립대 창업학과 교수는 “지역 상권에 국내외 관계 인구를 유입시켜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이 신선하다”며 “지방대도 여기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기부는 스타 기업 탄생으로 인해 지역 상권이 되살아난 대표적인 경우로 성심당 외에 글로벌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를 꼽기도 했다. 오 장관은 “스타벅스도 미국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브랜드”라며 “스타벅스 1호점은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는 ‘○리단길’ 역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글로컬 상권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지역 쇠락 극복의 ‘모범사례’ 될 8곳 올해는 글로컬 상권 3곳(경기 수원시, 전북 전주시, 경남 통영시)과 로컬브랜드 상권 5곳(제주 제주시 구좌읍, 강원 양양군, 충북 충주시, 강원 강릉시, 경북 상주시) 등 8곳이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됐다. 글로컬 상권은 세계인이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권 발굴에 로컬브랜드 상권은 골목상권 브랜드화에 사업의 방점이 찍혀 있다. 8곳 대부분이 쇠락한 구도심에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입혀 새로운 경쟁력을 지닌 거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을 담았다. 수원에서는 팔달구 행궁동 일대에서 ‘신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른바 ‘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성곽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공존공간을 대표 기업으로 449개 점포가 뭉쳐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고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매거진 ‘요새’를 출간하고, 숙박 시설이 부족한 현재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도시 호텔’을 건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은 “행궁동 상권이 글로컬 상권 창출 사업으로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상권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에선 ‘전주 글로컬 소셜 클럽’이 글로컬 상권에 선정됐다. 완산구 중앙동과 풍남동 등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한 전주 원도심 상권을 글로벌 테마 상권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상권 내에 팝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인근에 있는 전주 한옥마을과 영화의 거리, 웨딩거리 등을 연결해 외국인까지 유치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전주 웨딩거리가 쇠락했지만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이 공간에서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중”이라며 “쇠락 상권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통영은 ‘글로벌 크리에이터 타운 바다의 땅 통영’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로컬스티치를 대표 기업으로 삼고 항남동 일대를 세계적인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에서 일하는 것)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항남동 일대가 구도심일 뿐 아니라 바다와 남망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진 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 살리기가 주된 목적인 로컬브랜드 상권에는 △모모마을 세화리(대표 기업 카카오패밀리·지자체 제주시) △하리포니아, 파티 올데이(라온서피리조트·강원 양양군) △한국의 포틀랜드를 꿈꾸는 WE, 관아골(보탬플러스·충북 충주시) △강릉 로컬발전소(더루트컴퍼니·강원 강릉시) △함창명주리브랜딩컨소시엄(아워시선 주식회사·경북 상주시) 등 5곳이 선정됐다.● 선정되면 한 곳당 최대 55억 원 지원 글로컬 상권에 선정되면 한 지역당 최대 55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기부는 해당 상권 내 소상공인 발굴과 육성에 필요한 교육, 컨설팅, 사업화 자금 등 최대 49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는 1, 2년 차에 상권 브랜딩 확장 등을 위한 지방비 최대 5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글로컬 상권 사업에는 사업 주무를 맡는 로컬 크리에이터 외에 3개 회사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지자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지원할 수 있다. 글로컬 상권은 지역 상권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기부의 직접 지원 외에 각 지자체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직접 지원으로는 △지역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로컬 비즈니스 확장’(2억5000만 원) △아이템 발굴을 위한 ‘장인학교’(2억5000만 원) 등이 있고 간접 지원으로는 △동네 상권 발전소(1억 원) △동네 상권 컨설팅(2억 원) △지역기반형 협동조합(3억 원) △신사업 창업사관학교(1억5000만 원) 등이 있다. 정부가 지역 거리 활성화를 위해 이런 지원을 하는 것은 가팔라지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오 장관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 새로운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글로컬 상권 육성 프로젝트가 그 첫 시도”라고 말했다. 또 “지역 특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동네 상권을 글로벌한 매력을 가진 글로컬 상권으로 변화시켜 지역을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금 내가 우울한 이유가 그동안 먹은 ‘나쁜 음식’ 때문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그 영향이 많고 적을 수는 있겠지만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건강 상태가 바뀌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다. 우리 신체 안에 사는 미생물 집합체를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95%가 장에 서식하며 소화, 면역력, 혈당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는 치매,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설사 등 장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도신호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와 니키 컨트랙터 암웨이 글로벌 영양 연구개발(R&D) 임원(면역학 박사)을 공동 인터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의료영상 분석 센터장인 도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미네르바’ 플랫폼을 개발했다. 컨트랙터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식물 영양소 등을 보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학술대회에서 어떤 발표를 했나. 도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이야말로 AI가 꼭 필요한 분야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수가 너무 많고 처리 데이터가 방대하다. 이해와 분석을 위해 AI만큼 적당한 도구가 없다. 이번에 개발한 미네르바는 ‘GPT’를 활용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도서관에 있는 5년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자료 약 12만 개를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지식 그래프로 변환했다.” 컨트랙터 박사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하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식품이 어떻게 장에서 소화 분해되고 장내 박테리아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이해해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설령 건강에 좋은 식품도 자신의 마이크로바이옴과 맞지 않을 때는 섭취 방법을 바꾸거나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식이다.” -AI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도구인 미네르바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도 교수 “지금까지 풀지 못한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질병과 연관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폐증을 겪는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은 환자가 아닌 사람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단지 ‘다르다’는 것만 알 수 있었는데 해당 분석을 활용하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비만,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 연구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를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AI를 접목한 사례가 없었나. 도 교수 “내가 알기로는 없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어렵고 복잡한 데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재 미네르바를 과학 저널인 ‘네이처 메소드’에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암웨이 등과 함께 연구한다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마다 적절한 마이크로바이옴 처방을 찾아내 상업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도 교수가 AI를 활용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고 그 정확도를 끌어올린다면 관련 업계의 연구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도 교수는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자동차 기어 1단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 5, 6단까지 끌어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암웨이에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얼마나 있나. 컨트랙터 박사 “올해 5월 기준 한국인 4만8000명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한국암웨이의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인 ‘마이랩 바이 뉴트리라이트’를 섭취한 사람들의 데이터로 이 중 약 7000개는 6개월 주기로 체크한 연속성 데이터베이스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NIH 등 정부 기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 ‘거트 프라이밍’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컨트랙터 박사 “거트 프라이밍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밑바탕 다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면 결국 회복력이 약화되고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식물 영양소나 프리바이오틱스 등을 다양하게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늙은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젊은 쥐에게 이식했더니 젊은 쥐가 급격히 노화한 사례가 있다.” -식물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컨트랙터 박사 “식물 영양소가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 암웨이는 뉴트리라이트를 만든 칼 렌보그가 1930년대에 중국을 방문해 약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뒤 식습관으로 채우기 어려운 식물성 추출물을 캡슐, 태블릿 형태로 만들어 판매해 왔다. 90년 넘게 연구를 진행해 온 통찰력 덕분에 지금도 식물 영양소에 계속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앞으로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될까. 컨트랙터 박사 “치매와 같이 나이가 들면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질병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파킨슨병,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있다. 이런 질병은 약물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 질병이 발병하기 전에 마이크로바이옴이 바뀌는 과정을 관찰하고 늦기 전에 치료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 교수 “한국은 장에 좋은 김치나 청국장 등 발효식품과 관련해 오랜 식문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강국이란 얘기다. 앞으로 여기에 AI를 접목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영종대교를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인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 대한항공이 자회사 아이에이티와 함께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민간 항공기 엔진 시험 시설(Engine Test Cell·이하 ETC) 옆에선 연면적 14만200㎡ 규모의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은 2027년 문을 열면 아시아 최대의 항공 정비 공장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의 기공식 이후 대한항공의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MRO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기체, 엔진, 부품 등을 정비하는 작업이다. △이륙 전·착륙 후 항공기 상태 점검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로 정해진 항공기·엔진·부품 검사 및 부품 교환 △항공기·엔진·부품 전체 종합 점검 △데이터 활용 고장 예방 등을 일컫는다. 이용객들은 통상 ‘안전 운항’이라고 하면 이륙에서 착륙까지 진행되는 비행 순간을 떠올리지만, 항공기가 지상에 서 있는 동안에는 MRO가 안전 운항을 책임진다. 정비사 확인이 없으면 항공기가 이륙할 수 없다.● 인천·김포·부산에 격납고…경정비부터 엔진 정비까지대한항공은 인천과 김포, 부산에 있는 격납고에서 항공기를 정비한다. 해당 격납고는 최신 장비와 시설을 유지하고 있어 간단한 정비 작업부터 복잡한 종합 정비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인천 격납고는 보잉 747 항공기 2대 이상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되어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특화된 곳이다. 김해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부산 격납고는 기체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항공기에 옷을 입히는 페인팅 작업을 할 수 있다.대한항공이 23년 연속 인명(人命) 무사고 운항을 이어오는 배경에도 탄탄한 정비 역량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사 내부에 정비본부를 두고 MRO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긴급 상황에서도 정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성 높은 항공기 엔진 MRO 사업…해외 의존도 낮춰야대한항공은 MRO 사업 가운데 항공기 엔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2년 한국 항공당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가를 받았다. 1976년 보잉 707항공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하며 엔진 MRO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4년 현재 총 5000대 가까운 엔진을 재탄생시켰다.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일부와 미국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항공기 엔진 수리도 수주했다. 항공 운항에서는 라이벌 관계지만 MRO와 관련해서는 대한항공의 고객인 셈이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도 대한항공에 일부 엔진 정비를 맡긴다. 대한항공은 한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국내외 관계 당국 12곳으로부터 해당 국가의 항공기와 엔진, 부품을 정비할 수 있는 인가를 받았다.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이 완공되면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지금은 연간 100대 정도 수리할 수 있는데, 향후 연간 360대 엔진을 정비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이 수주 물량을 늘리면 국내 항공 MRO 정비의 해외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항공 MRO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2020년 기준 약 1조7000억 원 상당)이 해외 유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기술력 앞세워 ‘통합 시너지’ 주목대한항공은 PW와 GE, CFM인터내셔널의 엔진 수리를 맡는다. PW와 GE 엔진은 전 세계 항공기 10대 중 8대에 들어갈만큼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2021년 PW의 차세대 ‘기어드 터보 팬’(Geared Turbo Fan·GTF) 엔진 정비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는 PW사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 가입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대한항공의 정비 기술력을 높게 인정했다는 뜻이다. 현재 GTF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는 미국 델타, 독일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 해외 주력 항공사와 MRO 기업들이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2023년 10월 GTF 엔진 초도 물량을 입고해 본격적인 정비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야도 MRO 사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할 경우 큰 폭의 성장을 할 수 있다. 또 양사 정비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항공 엔진 MRO 산업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안전한 항공기 운항으로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달 세계 2위 자동차용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의 추가 지분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총 2조8000억여 원 규모의 이번 ‘빅딜’이 연내에 최종 타결될 경우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국내 재계 서열은 20위권으로 상승한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번 지분 인수로 인해 그룹 외형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룹이 지향하는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퀀텀점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대 예측한 10년 투자 결실이번 한온시스템 인수를 두고 재계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앞서 내다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비즈니스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조 회장은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 인수 당시부터 전략적 투자자로서 그룹의 핵심 사업 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와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일찌감치 한온시스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조 회장은 10년간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영전략, 기업 문화 등 펀더멘털을 검증한 뒤 이번 M&A를 단행했다.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결합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십 년간 신차용(OE, Original Equipment) 부품 비즈니스 분야에서 성장한 글로벌 기업이다. 기술력, R&D 인프라, 공급망, 인적자원 등 다방면에서 업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모두 전기차 상용화 이전부터 원천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0%의 고속 성장이 예견되는 만큼 두 회사의 시너지가 클 것이란 얘기다. ●미래 전기차 시장 겨냥한 양사 시너지 기대한국타이어는 2022년 세계 최초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iON)’을 론칭했다. 아이온은 전기차 최적 설계로 △저소음 △향상된 마일리지 △뛰어난 전비 효율 등 독보적인 전기차 전용 타이어 기술력이 특징이다. 퍼포먼스용, 사계절용, 여름용 등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하면서 현재 16~22인치 221개 규격으로 판매되고 있다.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 시스템’ 기술 역시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각광을 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외부 공기, 전기차 모터 및 배터리를 활용한 냉난방 장치로 기존 전기식 히터 대비 약 3배 우수한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며 최상의 전기차 주행거리를 제공한다.이와 함께 실내외 온도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에 큰 영향을 받는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열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전동 컴프레서, 냉매·냉각수 통합 모듈 등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으로 고도의 성장이 예견되는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중장기적 관점에서도 두 회사의 시너지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양사가 축적해 온 방대한 연구개발(R&D) 데이터는 물론, 업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기술 인력 및 완성차 OE 부문에서 확보한 네트워크 등이 결합된다면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이번 한온시스템 인수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인 ‘스트림(S.T.R.E.A.M)’ 내실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신종 담배의 영향으로 청소년 흡연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비가격 정책을 동원해 ‘담배 종결전’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2019년 5월 권준욱 당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흡연 조장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정부는 담배에 박하, 과일 같은 향을 넣은 가향(加香)담배를 비롯한 신종 담배를 ‘금연의 적(敵)’으로 규정했다. 특히 가향담배는 2021년부터 단계적 판매 금지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내놓은 금연 대책 성적은 몇 점일까.●대책 발표에도 버젓이 팔리는 가향담배 공교롭게도 금연종합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0년 이후 담배 관련 지표는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20년 35억9000만 갑에서 지난해 36억800만 갑으로 3년 동안 1800만 갑(0.5%) 증가했다.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 역시 같은 기간 19.8%에서 20.3%로 올랐다. 통상 성인 흡연은 청소년기 흡연 경험과 직결된다. 최근 3년간 성인 흡연율 상승은 이 시기 담배를 접한 청소년이 전보다 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해 4.2%로 2020년(4.4%)보다 줄었지만 이는 ‘설문조사’일 뿐이다. 대한가정의학회의 202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18세 1258명의 소변 검사 결과 실제 흡연율은 13.8%였다. 전문가들은 가향담배를 청소년 흡연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질병관리청 발간 ‘건강과 질병’에 따르면 2022년 13∼18세 흡연자 85.0%, 19∼24세 흡연자 80.1%가 담배의 텁텁한 향과 맛을 가린 가향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 김희진 교수팀은 “남학생 56.5%, 여학생 54.7%가 향이 마음에 들어 흡연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향담배가 담배 중독성을 더욱 높인다는 것. 가향담배 박하향은 기관지 통증을 줄여 담배 소비량을 늘린다. 코코아향은 흡연할 때 기관지를 확장시켜 담배 연기의 폐 도달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콜라, 오렌지, 요거트 같은 향과 맛을 가미하거나 담배 필터 안에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어 ‘담배처럼 느껴지지 않는 담배’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가향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가향담배 판매 중단 법안이 번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을 통해 가향담배 금지 또는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청소년 흡연 ‘사각지대’ 액상담배 가향담배와 함께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꼽힌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연초와 달리 다양한 향을 넣은 100% 가향담배에 해당된다. 녹차, 팝콘, 바나나우유 같은 냄새가 많아 학부모가 자녀의 흡연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성인 인증 1회만 거치면 인터넷으로 살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점을 하는 A 씨는 “오프라인 판매점은 청소년 구입을 막지만 인터넷에서 부모 신분증을 도용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는 청소년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일회용 액상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등 규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은 이미 가향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중심으로 바뀐 상태”라며 “새로운 흡연자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선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가향담배 등에 대한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의 교류와 협력 확대를 위한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가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았다. 한국과 아세안은 10월 정상회담을 열고 양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예정이다. 그만큼 앞으로 한-아세안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취임한 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67)에게서 향후 각오와 과제를 들어봤다. 김 사무총장은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주필리핀 대사를 역임한 아시아태평양 전문가다. ―취임 소감을 말해 달라. “현재 세계적으로 아세안의 중요성과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아세안의 교류와 협력을 전담하는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38년 동안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실질적, 전략적 협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올해 한-아세안 관계를 전망해 본다면…. “한-아세안 관계는 1989년 부분 대화 관계 수립 이후 35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3위 교역 상대이자 투자 지역이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 됐다. 정부가 2022년 발표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은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에 대한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아세안 특화 지역 정책이다. 두 정책 모두 상호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한국과 아세안 협력의 외연과 깊이가 심화될 것이다.” ―향후 중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2022년 제주도에 아세안 홀을 개관하면서 센터의 물리적 범위를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확장했다. 올해는 무역 및 투자 분야에서 유사한 사업이나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또 한-아세안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상호 정확한 인식과 존중을 제고하는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 ―아세안 지역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우리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방안은…. “미래 주역인 청년이 중요하다. 센터 조사 결과 아세안 청년들은 한국 문화 콘텐츠 위주로 한국 정보를 접하고 한류의 소프트파워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위해선 상호 인식 증진과 개선이 필요하다. 센터는 유튜브 채널 ‘아세안 이슈’ 등을 통해 우리나라 청년에게 정확한 아세안 정보를 알리고 있다. 또 올해 아세안 지역 연구 전문가를 양성하는 신진학자 육성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아세안 지역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세안은 개별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다양성 속의 통합’을 핵심 가치로 한다. 10개 회원국의 정치체제, 경제 발전 수준, 인종, 민족, 문화, 종교 등이 모두 다르다. 또 아세안 문제는 아세안 스스로 결정한다는 ‘아세안 중심’을 기반으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한 국가의 반대도 없어야 한다는 ‘아세안 웨이(way)’를 채택하고 있다. 아세안과 협력할 때 이 같은 다양성과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효과적으로 무역, 투자,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다.” ―센터 창립 15주년 기념 사업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11월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양측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아세안 관계 조망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외교장관, 아세안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한-아세안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필리핀은 한국 유수의 기업들도 현지화에 실패했던 곳입니다. 그만큼 필리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진출해야 합니다.”정인수 동인기연 대표(69·사진)는 최근 서울 강서구 동인기연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필리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 이같이 조언했다. 민주주의 국가이며 영어 소통이 가능한 필리핀은 미국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생산 기지로 부각되고 있다.정 대표는 1996년 직원 250명이 있는 공장 하나로 필리핀에 진출했다. 지금은 1만 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가방 시장의 ‘슈퍼 공급자’가 됐다. 미국 그레고리, 캐나다 아크테릭스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동인기연에서 등산 가방을 공급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는 20명이 작업하는 알루미늄 프레임 조립을 필리핀에서는 6명이 끝낼 정도로 필리핀 근로자의 손재주가 좋다”며 “필리핀 진출이 사업을 키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다만 진출 초기에는 한국과 다른 필리핀 문화에 애를 먹었다. 정 대표는 “필리핀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 한국처럼 공개 질책을 하면 반드시 앙갚음을 한다”며 “문제가 있더라도 조용히 불러 처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을 한꺼번에 주면 결근자가 늘어 2주에 한 번씩 급여를 지급하는 원칙도 세웠다.동인기연은 흥이 많은 필리핀 직원들을 위해 사내에서 남직원 농구 리그와 여직원 배구 리그 등을 연다.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때는 전 직원 파티를 개최한다. 동인기연 유튜브에선 정 대표가 파티에서 영국 록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 등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회사에 나와야 할 이유만 만들어주면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 필리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정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중공업을 다니다가 1992년 동인기연을 창업했다. 그는 “지금의 봉제 산업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하이테크 산업”이라며 “우리가 먼저 기술력을 갖추면 누구와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인기연은 2022년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인 ‘인수스’와 학생용 가방 브랜드 ‘디나이언트’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 공략에도 직접 나섰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차로 3시간 30분 떨어진 마리벨레스의 동인기연 선버드(Sunbird) 공장.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이날 두 개 동 8200㎡ 규모의 공장에선 천장에 설치된 선풍기 아래 유니폼을 입은 필리핀 직원 1300명이 일하고 있었다.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그레고리가 2026년 출시할 고(高)기능성 등산 가방이다. 직원들은 10여 명이 하나의 네모꼴 작업 단위인 ‘셀(Cell)’을 이뤄 작업하고 있었다. 한 셀의 직원이 재봉틀로 가방 형태를 찍어내면 그 옆에서 가방끈, 또 다른 곳에서 가방 밑판을 만들어 공급했다. 그런 셀들이 수십 줄씩 공장을 채웠다. 박기정 동인기연 부사장은 “공장이라고 하면 흔히 컨베이어 벨트를 떠올리지만 수많은 종류의 가방을 생산하는 우리에겐 셀 방식이 적합했다”며 “30년 전 한국형 공장을 필리핀에 이식한 뒤 여기에 맞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서 부활한 한국 봉제필리핀,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뉴7’에 제조 공장을 만드는 것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견 중소기업들이 적극 아시아 뉴7 진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인기연이다.동인기연은 1996년 필리핀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등산 가방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가방 완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고객사 요청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가방을 제조하기 시작했다.초기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가방을 만드는 봉제업 이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공장을 키울 때마다 한국에서 관리 직원을 필리핀에 보내 작업 방식을 체계화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한국 직원 34명이 필리핀에 상주한다. 한국식 공장 운영과 필리핀 근로자의 결합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동인기연은 2003년 미군에 가방을 공급하면서 시장 신뢰를 얻었다. 이후 캐나다 아크테릭스, 미국 블랙다이아몬드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동인기연은 기자가 찾은 선버드 공장에서만 연간 3500만 달러(약 476억 원)어치의 고기능성 등산 가방을 만들어 공급한다. 동인기연 필리핀 공장 전체 생산 능력은 연간 1억8300만 달러(약 2489억 원)에 달한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동인기연의 고기능성 등산가방 세계시장 점유율을 40~50%로 추산하고 있다.동인기연은 현재 필리핀 생산법인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250명으로 시작한 필리핀 현지 직원은 1만305명까지 늘었다. 한국의 중견 기업이 필리핀에서 삼성중공업(2023년 본사 직원 9640명)보다 더 많은 고용을 한 것이다. 앞으로 공장 3개를 더 짓고, 직원 230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최근 동인기연의 사업 확장 배경에 미중 무역 갈등이 깔려 있다. 중국에 일감을 맡기던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고 있다. 동인기연은 최근 등산가방 외에 골프가방, 여행용 가방 등 생산을 늘리는 중이다. 모두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은 품목들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인기연의 최대 강점은 제조업의 탈중국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필리핀에 미리 생산 기지를 구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언맨 작업복’ 만드는 기술력동인기연 매출은 2020년 1151억 원에서 지난해 2161억 원으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 이유가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 빨리 진출했다는 것 때문일까. 동인기연 측은 “절반만 맞는 얘기”라고 답한다. 다른 절반의 이유로는 ‘기술 개발’을 꼽는다.같은 날 기자가 찾아간 필리핀 마리벨레스 동인기연 ECTC 법인 사무실 한쪽 벽에는 알록달록한 가방이 300개 넘게 걸려 있었다. 가방마다 펜으로 언제 어떤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는지 적혀 있다. 이 공장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코토팍시의 ‘델디아(Del Dia) 프로젝트’ 가방을 만드는 현장이다.델디아 프로젝트는 다른 가방을 만들고 남은 원단을 여러 개 덧대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을 만드는 사업이다. 동인기연이 먼저 구상해 코토팍시에 제안했다.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이라 미국에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동인기연 관계자는 “벽에 걸린 제품은 코토팍시 디자이너가 와서 ‘이런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만든 샘플”이라며 “새로운 샘플을 반나절 만에 만들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리를 찾는다”고 말했다.동인기연은 가방 외에 텐트, 카약, 아웃도어 의자 등 매년 3000종류 넘는 제품을 생산한다. 심지어 스타트업인 히어로웨어와 손잡고 입고 일할 때 생산성이 8% 증가하는 ‘아이언맨 작업복’까지 만들었다. 등에 있는 태엽을 팽팽하게 당겨 근력 소모를 줄이고 등과 허리를 보호하는 옷이다. 정윤환 동인기연 IR전략팀장은 “아이디어만 있는 기업에 우리의 기술과 생산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마리벨레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인기연이 베트남 정부가 선정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우수기업에 선정됐다.그레고리와 아크테릭스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등산 가방을 공급하는 동인기연은 베트남 법인인 동인 엔테크 비나(DONG IN ENTECH VINA, 이하 DIVN)가 베트남 경제문화부가 개최한 ‘베트남 우수기업 초청 시상식’에서 FDI 우수기업 톱20에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DIVN은 FDI 우수기업 이외에도 △베트남 인기 브랜드 톱20 △우수 품질 제품 톱20 △우수기업인상 등을 수상했다.동인기연은 2007년 베트남 현지 법인 DIVN을 설립했다. 베트남 현지 직원 1000여 명을 채용하는 한편 주변 지역과 학교에 성금 및 회사 제품을 기부하고 있다.수상 기업들은 1년 동안 베트남 우수기업 공식 홈페이지에 노출된다. 또 1년간 제품, 포장지 등에 우수기업 인증 로고를 활용할 수 있다. 수상 기록은 상표권과 위조품 등 분쟁에서 수사기관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동인기연 관계자는 “DIVN이 베트남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쁘다”며 “앞으로 생산 능력을 현재의 1.5배 이상으로 늘리고 채용 인원도 500명 늘리는 등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이 15∼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개최된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이노베이티브 챌린지(Innovative Challenge), 도전의 시작·혁신의 출발’을 주제로 열린다.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국토교통 관련 미래 기술과 성과를 선보이고, 국토교통 관련 연구자들의 교류와 사업화 기회 제공을 위해 마련됐다. 올해 기술대전은 연구 기반 구축, 주요 성과, 사업화 지원 등 국토교통 관련 연구개발(R&D) 결과를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5일 사전 행사와 1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20 개 기관이 참여해 △R&D기반구축관(R&D플러스관) △스마트SOC관 △국민생활안전관 △모빌리티관 △미래항공관 △탄소중립관 △산업육성관 △기술인증관 등 8개 테마관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8개 테마관 전시에 국제 세미나도 개최 15일부터 각 테마관에서 국민 생활 체감형 연구 성과를 다양하게 관람할 수 있다. 드론 택시로 대표되는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가상 통합 운용 및 검증 시뮬레이터, 건설현장 데이터 원격 수집에 사용하는 사족보행 로봇, 모듈러 음압병실, 지하 물류 운송을 위한 수평 이동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 외에도 국토교통 분야의 국제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글로벌 빌드업(Global Build Up) 2024 국토교통 국제협력 세미나’도 열린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네덜란드 왕립응용과학연구소의 탸르크 틴아초이 회장,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등 친환경 건축물 설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 건축회사 ARUP의 동아시아 R&D 디렉터 리키 추이 등이 강연자로 나선다. 2024 차세대 미래 플랜트 기술 국제 콘퍼런스(I-Plant 2024), 국토교통 R&D 혁신 네트워크 성과 발표회 등 최근 기술의 트렌드와 성과를 공유하는 부대 행사들도 열린다. 이번 행사에선 국토교통 관련 기업에 필수적인 금융, 투자, 육성 지원 등의 정책을 안내하고 성공한 창업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국토교통 기업 지원 GPT스쿨도 개최된다. 또 국토교통 투자 도움 협의체, 발주처 설명회 등도 선보인다.● 개막 전 15일에는 사전 행사 이번 기술대전은 16일 개막에 앞서 부처님오신날 휴일인 15일 ‘내가 만난 국토교통 R&D 사진 공모전’ 시상식과 ‘국토교통 R&D 캠프’ 등 사전 공개 행사를 연다. 내가 만난 국토교통 R&D 사진 공모전은 생활 속에서 경험한 국토교통 연구 성과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3월 말까지 전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문가 심사로 16점의 후보작을 선별했고, 이후 2800명이 참여한 대국민 투표로 최종 수상작 8점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1시 열린다. 수상 작품은 이번 행사 기간 내내 메인광장에 전시된다. 국토교통 R&D 캠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국토교통 기술을 즐기면서 배우고 체험하게 하기 위해 개설했다. 사전 신청한 참가자들과 함께 15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캠프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학 현상을 실험을 통해 배우는 공연을 볼 수 있다. 또 과학 유튜브 채널 ‘긱블’ 강연과 함께 스마트폰을 활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원리의 이해 등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도 마련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는 국토교통 분야 R&D 이해도를 높이고 미래 기술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이 16, 17일 이틀간 준비돼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건설의 미래’(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종원 박사),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자동차’(아주대 이교범 교수), ‘과학으로 바라보는 세상’(유튜버 1분 과학) 등이 있다. 17일 오후에는 1분 과학과 크리에이터 코코보라가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도 열린다.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은 전시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오디오 도슨트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 프로그램인 기술 대전 미션 빙고, 4행시 백일장 등 다양한 이벤트와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주요 일정과 세부 프로그램은 공식 누리집 ‘LITT 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17일 열리는 이번 행사는 국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15∼17일 열리는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는 다양한 국토교통 연구개발(R&D) 성과를 국민들에게 선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건설사업단이 선보이는 ‘사족보행 로봇 개’. 사족보행 로봇 개는 건설 현장의 데이터 원격 수집에 사용된다. 특히 임시 구조물 등 위험한 현장에 사람 대신 로봇 개를 투입하면 레이더와 카메라 등을 사용해 현장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3차원(3D)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족보행 로봇 개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현장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이 활용된 ‘모듈러 음압병실’도 이번 기술대전에 전시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이솔테크가 개발한 모듈러 음압병동은 기밀 성능을 보완해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 또 일반 병실로 전환하는 것도 자유롭다. 모듈러 건축물은 재난이 발생하면 음압병동은 물론이고 선별진료소, 거주공간 등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미래의 신교통수단인 드론 택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가상 통합 운용 및 검증 시뮬레이터’도 주목받고 있다. UAM 시뮬레이터는 서로 다른 역할의 시스템 운용자들이 함께 UAM 안전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국토부는 기상청과 함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공항에서 보는 수하물 검색기도 한층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 이번 행사에서는 멀티소스 X선 기반의 지능형 수하물 검색기가 전시된다. 이 수하물 검색기는 보안검색 장비의 최상위 레벨인 유럽민간항공위원회(ECAC) 휴대수하물폭발물탐지시스템 C3 인증을 세계에서 4번째로 취득했다. 최고 10배속 고속 촬영이 가능하고 인공지능(AI) 자동 판독에 최적화돼 있다. 이 수하물 검색기는 소음이 적고 유지 보수가 간편해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해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선보인다. 고성능 3D 그래픽 엔진을 이용해 가상의 도로 환경을 구현했다. 차량 스스로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제어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로 차량 자동 배치와 반납, 자동 주차 등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말(언어), 먹거리(산업), 종교 세 가지로 한 국가의 특성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게 ‘세계도시 바로 알기’ 마지막 권을 국가가 아닌 주제에 따라 쓴 이유입니다.”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명예교수(76)가 2021년 시작한 세계도시 바로 알기(박영사) 시리즈의 마지막권 출판을 최근 끝냈다. 서유럽에서 시작한 노학자의 세계 탐험 여정은 9권인 ‘말 먹거리 종교’로 마무리됐다. 책 9권, 2500쪽에 걸쳐 전 세계 62개국, 240개 도시를 다룬 권 명예교수는 “평생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도시 바로 알기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는. “지리학 교수로서 1987년부터 2021년까지 34년 동안 전 세계 60여 개국의 수백 개 도시를 직접 찾아가 답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그때 정리해 놓았던 자료를 모아 출판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쓰게 될지는 나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8권까지 지역별로 서술하다가 마지막 9권은 말, 먹거리, 종교로 전 세계를 분류했다. “통상 국가의 총체적 생활상은 지리, 역사, 경제, 문화 4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이 중 지리, 역사, 문화는 ‘말(언어)’과 ‘종교’로, 경제는 ‘먹거리(산업)’로 포괄 수렴된다. 이 때문에 각 나라와 도시의 말, 먹거리, 종교를 파악하면 대번에 총체적인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인도네시아는 1920년대 이후 ‘바하사 인도네시아’ 언어로 민족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데다 최근 봉제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제조업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 중 이슬람교가 87%로 종교 정체성이 분명하다. 슬로바키아는 1843년 민족 부흥 운동으로 1000년 전 모라비아 제국의 언어를 복원해 슬로바키아어를 체계화했다. 자동차 공장 등을 유치해 유럽의 제조업 기지가 됐다. 가톨릭이 전인구의 68.8%다. 이처럼 말, 먹거리, 종교 세 가지를 통해 국가의 총체적 생활상을 간략하게 파악할 수 있다.” 권 명예교수는 이번에 내놓은 저서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의 산업 경쟁력 순위를 분석했다. 국가별로 자동차, 전기차, 2차전지, 조선 등 총 21개 산업의 33개 품목을 대상으로 상위 10위 이내에 몇 개가 포함되는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 한국이 3위로 나타났다.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오른 산업 국가로 나타났다. “그렇다. 이번 분석을 하면서 놀란 사실인데 대한민국은 세계 3위의 산업 강국이다. 한국은 24개 산업 품목이 세계 10위 이내에 들었다. 특히 조선, 가전제품, 병상수, 로봇 밀도, TV 세트 판매 등 5개 품목은 세계 1위였다. 미국이 29개 품목이 세계 10위에 들면서 1위, 중국이 28개 품목으로 2위였다. 앞으로 산업 외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국가 어젠다를 ‘세계 3대 선진 강국’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문국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국가는. “2002년 이라크를 방문한 게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라크로 가는 하늘길이 막혀 요르단 암만에서 19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겨우 입국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방문하지 못해 아쉽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메카로 들어갈 수 없어 포기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예전에 자주 발생하지 않았던 우박이나 대규모 산불 같은 ‘2차 재해’의 발생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자연재해에 대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합니다.” 17일 서울 중구 FM글로벌 한국지점 사무소에서 만난 탄 히안 홍 FM글로벌 아시아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형태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미래 상황을 우려했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그동안 대비하지 않던 재난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FM글로벌은 1835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재물보험사다. 2022년 한국에 진출했다. 통상 재물보험은 공장에 불이 나거나 홍수가 나는 등 자연재해를 입을 때 보장한다. 하지만 FM글로벌은 고객의 사업장을 미리 방문해 예상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컨설팅’을 하고 있다. 다음은 탄 히안 홍 수석부사장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기후 변화다. 이는 보험사 보고서를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액이 기존 연평균 600억∼700억 달러(약 82조8000억∼96조6000억 원)에서 3년 전에 1000억 달러(약 138조 원)까지 늘었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액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업들이 새로 대비해야 하는 재난이 있을까. “기존에 굳이 대비하지 않아도 되었던 재난이 늘어나고 있다. 우박이나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bush fire)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자주 발생하던 자연재해는 기업들도 어느 정도 손실이 날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2차 자연재해는 아직 대비가 쉽지 않다.” ―재난 피해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나. “태풍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FM글로벌은 태풍 정도와 강의 범람 등의 상황을 데이터로 예측한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고객에게 ‘기후 리스크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기후 변화 역시 ‘기후 변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해당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2030년, 2050년 예측 상황을 보여 준다. 그러면 고객사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강수량, 해수면 수위, 기온 등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확인해 공장 이전 등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FM글로벌이 발표하는 국가별 회복탄력성 지수에 대해 설명해 달라. “회복탄력성 지수(Resilience Index)는 전 세계 국가들의 위험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태풍, 화재, 사이버 공격 등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가 이를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국은 2024년 회복탄력성 지수 순위에서 130개국 중 32위로 평가됐다. 도시화율(4위), 사이버 리스크 퀄리티(7위) 등의 항목이 높게 평가됐다.” ―한국이 미흡한 항목은 뭘까. “기후 변화 분야가 대표적이다. 130개국 중 100위에 그쳤다. FM글로벌은 해당국이 탄소 배출 감축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온실가스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넷 제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FM글로벌은 2022년부터 고객사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도록 돕는 ‘회복탄력성 크레디트(Resilience Credit)’를 만들어 지급하고 있다. 강풍,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시설을 만드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 지난해 3억5000만 달러(약 4830억 원)가 지급됐다. ―기후 변화 이외에도 기업들이 대비해야 할 위험 요소가 있다면…. “공급망 문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업체에 납품하는 공급 업체 공장이 홍수가 잦은 지역이나 해안 근처에 있다면 언제든 공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공급 업체와 협상할 때 물품 조달이 가능할지만 점검할 뿐 공급 업체의 공장 위치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FM글로벌은 고객사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공급 업체 공장까지 찾아가 화재, 유지 보수, 공급망 등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다.” ―한국 기업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변화, 기후 변화, 공급망 변화 등이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나 전기차 등 새로운 제품도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비즈니스 전략이 바뀌고 있다. FM글로벌은 기업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돕는 회사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 도움이 되고 싶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카드업계 여성 임원 20명 중 11명이 현대카드. 이건 딱히 자랑거리도 아니고 가끔 기사 보면서 신기하다 느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올 1월 국내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현황을 정리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뒤 보인 반응이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율이 어느 정도길래 정 부회장이 “자랑거리도 아니다”라고 평가했을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8개 카드사 임원은 총 250명으로 이 중 여성이 32명(전체의 12.8%)이다. 정 부회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남길 때보다 숫자가 다소 늘었다. 현대카드는 전체 임원 62명 중 여성이 12명(19.8%)으로 임원 10명 중 2명꼴로 여성이었다. 국내 8개 카드사 중 여성 임원이 10명을 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에 이어 업계 내에서 여성 임원이 두 번째로 많은 A, B사는 두 곳 다 4명에 그쳤다. 여성 임원이 딱 한 명 있는 회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2009년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이후 꾸준히 여성 리더를 등용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중은 2021년 16.1%에서 2022년 17.8%, 2023년 19.8%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카드업계는 보수적이다. 이 때문에 여성 임원 증가 속도가 다른 업종보다 더디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로는 이 회사의 ‘성과주의’ 원칙이 꼽힌다. 성과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 연차,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승진 인사를 한 결과가, 여성 임원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현대카드는 임원 선출에 남자, 여자 개념이 없는 회사”라며 “여성 임원의 숫자를 세어 본 적조차 없다. 최선을 다하는 임원만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들은 다루는 업무 영역도 다양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들은 브랜드, 리스크 관리, 재무, 정보보안, 마케팅, 상품, 감사, 디지털 등 회사 내 많은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재무와 감사 등 기존에 남성 임원이 독점하던 업무를 여성들이 맡고 있다. 여성 임원이 사외이사직을 맡거나 사내에서도 소비자 보호 등 한정적인 역할을 주로 하는 타 카드사와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사가 고향, 출신 학교, 전 직장 등의 공통분모로 뭉치는 파벌 문화를 근절하고 능력이나 실적에 따라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성과주의를 추구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며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점 역시 업무에 집중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우리는 ‘DNA’라 불리는 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생존 기계일 뿐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젠톡 올 패키지 129’ 검사 결과를 받고서 든 생각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 말처럼 어쩌면 나의 모든 행동과 생활 패턴, 심지어 사고방식까지 사실은 유전자가 모두 결정하던 게 아니었을까. 받아본 유전자 검사 결과지에는 ‘세상에 없던 내 몸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실제 그 수식어처럼 과거 벌어진 나의 신체 현상 중 상당수를 유전자 검사로 설명할 수 있었다.나를 더 정확히 아는 유전자 검사 기자는 2016년 7월 담배를 끊었다. 20년 가까이 흡연자로 살다 첫 시도에서 금연에 성공했다. 이후 8년째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그동안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도 별로 없었다. 검사 결과 기자의 니코틴 의존성 관련 점수는 100점 중 98점. 점수가 높을수록 니코틴 의존성이 낮은, 니코틴 중독이 되지 않는 체질이란 뜻이다. 사람에게는 니코틴 의존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8개 있는데 기자는 이 중 하나의 유전자도 나오지 않았다. 젠톡이 보내온 결과 설명지에는 “유전적으로 흡연을 할 경우 낮은 의존성으로 인해 금연 실천이 비교적 쉬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8년 전 금연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반면 알코올 의존성은 높았다. 관련 점수가 100점 중 29점으로 한국인 평균(61점)보다 크게 나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스키 등 독주를 집에서 홀로 마시는 이른바 ‘혼술’ 습관이 생긴 이후 계속해서 음주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과지에는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혼술을 자제하고 ‘음주 충동 시 15분 참기’ 등 적극적인 음주 조절이 권장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 신체 상황을 한국인 평균과 비교해 알기 쉽게 표시해 줬다. 기자의 경우 △골질량(안심 등급·100점 중 98점) △혈압(안심·95점) △남성형 탈모(안심·94점) △비만(안심·91점) 등에서 유전적으로 강했다. 반면 복부비만(주의·35점)에 취약하고 근력운동(낮음·27점)과 유산소운동(낮음·34점) 등의 운동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제와 비슷했다. 유전자는 개인의 기호까지 설명해 준다. 기자는 식욕이 많지 않고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을 잘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 사람은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과 맥주를 싫어하고 달콤한 음식과 채소를 좋아하는 식성 역시 실제와 거의 비슷했다.‘폐암 위험’ 등 질병 예측은 불가 하지만 마크로젠 젠톡을 통한 유전자 검사로는 질병 취약성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향후 대장암 발병 확률이 높다”거나 “당신은 당뇨 위험군” 등의 ‘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 정보는 비만 위험이 있다거나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등 간접적인 지표만 제공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는 병원을 통해서만 할 수가 있다”며 “젠톡과 같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이뤄지는 검사는 암, 치매, 당뇨 등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스마트폰 장터에서 ‘젠톡’으로 검색해 앱을 설치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신청 주소로 타액을 담아 보낼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보내 준다. 이를 다시 마크로젠으로 반송하면 10영업일 이내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 GS25에서도 마크로젠 젠톡을 구매한 뒤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일대기를 정리한 평전 ‘지구가 너무 작았던 코즈모폴리턴’이 출간되면서 조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2019년 타계해 올해 5주기를 맞은 조 선대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이후 45년 동안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걸었다. 특히 정비, 자재, 기획,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 국내외에서 지금까지도 조 선대회장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항공·운송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산업 격변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 선대회장의 경영을 다시 되새겨 보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평전 등을 통해 조 선대회장이 중요 시점마다 단행했던 경영 결정을 짚어 본다.오일쇼크에 항공기 구매…위기를 기회로 만든 ‘승부사’조 선대회장이 처음 대한항공 근무를 시작한 1974년은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이었다. 1978~80년에도 2차 오일쇼크가 닥쳤다. 연료비 부담으로 인해 당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직원 수천 명을 감원할 정도였다.조 선대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대한항공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은 높이는’ 전술을 구사했다. 항공기 구매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불황에 호황을 대비한 이 결정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997년 외환위기도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우다. 1997년 당시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 112대 가운데는 자체 소유 항공기가 98대에 달했다. 조 명예회장은 노후기를 중심으로 ‘매각 후 재임차’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동시에 투자도 단행했다. 대한항공은 1998년 미국 보잉사와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27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은 대한항공에 감사의 의미로 계약금을 줄이고, 유리한 조건의 자금 조달을 주선해 줬다. 해당 항공기들은 이후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차세대 항공기 도입 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조 선대회장은 2003년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당시는 이라크 전쟁과 9‧11테러의 영향 등으로 전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기였다. 조 선대회장이 항공기 구매를 결정하자 국제 항공업계에선 “무모한 구입”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2006년 이후 항공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를 즉각 활용했지만 다른 항공사들은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경쟁 격화에는 ‘협력 증대’로 대처2000년 전후 세계 항공업계가 동맹체제로 개편된 것은 기존 항공사에게 위기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공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었다. 조 선대회장은 바뀌는 시장 상황에 맞서는 방법으로 항공사 간 협력을 택했다. 시작은 ‘스카이팀’의 창설이었다. 2000년 조양호 선대회장 주도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가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대한항공은 세계적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설립을 주도하면서, 2000년대에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선도 항공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2020년 4월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170개국 1036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글로벌 항공 동맹체로 성장했다.조 선대회장은 또 항공사간 전략적 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예상하고 반독점면제(ATI) 권한을 미리 취득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18년 5월 시작한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는 2018, 2019년 대한항공 실적에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대한항공에 ‘안전 경영’을 각인시킨 것도 조 선대회장이다. 조 선대회장은 1997년 괌 사고 이후 20년 동안 1조 원 이상을 안전에 투자했다. 지금도 대한항공은 연간 1000억 원 넘는 돈을 안전 예산으로 사용한다. 조 선대회장의 측근이었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선대회장이 항상 ‘안전에 협상은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전한다.대한민국 항공 위상 높인 항공업계 거인(巨人)조 선대회장과 관련해서는 ‘국제 항공업계의 거인’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사용된다. 그만큼 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 지식으로 국제 항공업계를 오랜 시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조 선대회장은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집행위원회 위원을 18년 동안 역임했다. 또 11명뿐인 IATA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IATA의 주요 전략과 정책 방향, 연간 예산 등의 굵직한 결정을 주도한 바 있다. 2019년 6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제75회 IATA 연차총회가 개최된 데도 조 선대회장의 국제 네트워크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는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 개최 두 달을 앞둔 2019년 4월 타계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 IATA 연차총회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이 전 세계의 중심이 됐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선대회장이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킨 족적이나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를 만든 혜안은 지금 우리 항공업계에도 적지 않은 가르침을 준다”며 “조 선대회장이 생전에 보여준 경영 리더십이 앞으로 국내 항공업계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자율주행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여 줄 국제 엑스포의 한국 개최가 범부처 차원으로 추진된다. 범부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자율주행 글로벌 산업생태계 선도와 자율주행 기반 미래도시 구축을 위한 ‘자율주행 기반 미래 구축 엑스포(이하 엑스포)’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엑스포 추진위원회는 이날 2025년 3월 한국에서 자율주행 관련 국제 엑스포 개최를 목표로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달 말부터 정부 부처와 학회, 연구계, 유관협회 등이 함께하는 조직위원회 및 분과를 구성해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이번 자율주행 엑스포는 △자율주행R&D 공동연구 성과발표 △국제학술대회 △국제포럼 및 기업전시 △잡페어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교류의 장을 마련해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를 융합하고, 미래 인재 육성 및 유치를 진행할 방침이다.추진위원회는 자율주행, 지능형교통체계(ITS), 디지털트윈 등 각 분야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초대 추진위원장은 황기연 KAIST 초빙교수가 선임됐다. 황 위원장은 “국내 자율주행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고 자율차 레벨4+ 상용화 시대를 열기 위한 정부 움직임도 활발하다”며 “K-자율주행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준비위원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행사의 주최를 맡은 정광복 범부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은 “자율주행기술의 활용은 자동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사업단에서 자율주행차 핵심부품기술 확보를 위해 4년간 진행한 자율주행 연구개발(R&D) 결과물과 함께 선박, UAM,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단 및 학회들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엑스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2021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가 공동 설립했다. 7년간 정부지원금 약 8000억 원을 지원해 융합형 자율주행 레벨4+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